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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6일(현지 시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0만3000명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인 12만800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0월(10만6000명)과 비교해도 고용 증가폭이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던 레저 및 접객업에서 일자리 7000개가 줄었고, 제조업에서 1만5000개, 건설업에서 4000개가 줄었다. 11월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6%로 나타났다. 전달 5.7%보다 증가폭이 줄었고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호황은 끝났고 내년에는 경제 전반적으로 고용과 성장이 더욱 완만해질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지방정부와 국영기업 부채가 늘면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가 61조 위안(약 1경120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50.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WSJ은 숨겨진 부채가 약 7조~11조 달러(약 9100조~1경4400조 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G2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69.38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94달러(4.1%) 하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7월 3일 이후 5개월 만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재고 정리합니다. 50% 할인에 2개 이상 품목 구입 시 10% 추가 할인.’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라데팡스 쇼핑몰 레카트르탕. 쇼핑몰 중앙에 있는 남성복 매장 ‘카포랄’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가 붙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불과 나흘 앞두고 있었지만 점심 시간 ‘틈새 쇼핑’을 하는 직장인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장을 홀로 지키고 있던 사장 발랭탕 장티 씨는 “1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버틸 수가 없어서 한 달 뒤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에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고객이 30%가량 줄었다. 쇼핑몰 곳곳에 재고 정리와 세일 간판이 걸려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점포 약 100곳 가운데 중앙 2곳을 포함해 총 12곳이 공실로 남아 있다. 여기저기 폐업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라데팡스는 파리 서부 외곽의 버려진 장소였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15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10여 채 들어서면서 새로운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현대식 건물과 쇼핑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시 재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라데팡스 지역의 공실률은 지난해 15.7%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파리 시민과 관광객 등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도시의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얼어붙은 소비…문 닫는 쇼핑몰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 상업용 건물인 ‘왕징 소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타워1의 1층 매장은 3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았다. 올 3분기(7∼9월) 베이징 지역의 평균 공실률은 19.5%에 달한다. 왕징 소호의 편의점에 근무하는 점원은 “코로나19 때보다 오가는 사람이 늘었지만 지갑을 여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때 기업가치 470억 달러에 달했던 공유경제의 아이콘 ‘위워크’의 몰락은 그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뉴욕 맨해튼의 미트패킹 건물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에 밀린 월세, 임대차 계약 관련 소송 비용 등을 포함한 위워크의 부채는 187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에서만 47개 지점을 운영했던 위워크는 35개 지점의 임차 계약 종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뉴욕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갖은 소송전과 공실 등으로 위워크를 임대인으로 두고 있는 건물들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금리와 높은 공실률로 인해 주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데 찬물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의한 자산시장의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롯해 글로벌 랜드마크 빌딩을 거느린 오스트리아 부동산·유통 기업 시그나그룹도 지난달 29일 파산 신청을 했다. 앞선 올해 8월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업계가 출렁였다.● “부동산 위기, 유동성 잔치 청구서” 각국 소비시장이나 부동산 업체들의 위기는 저금리 시기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공격적인 차입 경영이 부메랑이 됐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도 이런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은 수익이 감소하면서 지점 폐쇄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추가 공실이 발생하고,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가 정착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 패턴이 일상화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부동산 가격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 중 하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시기에 유동성 잔치를 벌인 데 대한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최소한 내년 후반기까지 소비 침체와 함께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중국 비료업계가 내년에 요소 수출 총량을 큰 폭으로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요소 수입의 92%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요소를 들여오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5일 중국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 업계 전문가는 1일 올린 글에서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중눙그룹(CNAMPGC)과 중화그룹(Sinochem) 등 주요 요소 비축·무역기업 15곳이 2024년 수출 총량을 94만4000t을 초과하지 않기로 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협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1분기(1∼3월)까지 수출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일부 항구에선 수출 증빙서류를 갖고도 수출을 할 수 없고, 화물이 항구에 쌓여 있거나 항구에서 화물이 회수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은 339만 t이다. 실제로 내년에 요소 수출 총량을 94만 t대로 줄이면 올해 10월까지 수출한 물량의 28% 수준으로 중국 요소 수출이 감소한다. 올 10월 한국은 산업용 요소의 9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30일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의 한 대기업에 수출하려던 산업용 요소 수출을 돌연 보류했다. 한국 외교 당국은 중국 당국이 국내 요소 수급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통관 보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한국 측과 접촉해 요소 통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요소 문제와 함께 한중 간 원활한 공급망 협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전해왔다”고 말했다. 요소수 대란 재발 우려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는 6일 요소수 관련 대책회의를 열 계획이다. 회의에선 요소 수입의 대체처 확보 방안, 비축 물량 확대 방안 등 단기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값싼 중국산 요소 외에 베트남, 호주 등에서 들여오는 요소 수입분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소 비축 물량을 확대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밖에 정부는 7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통과시켜 중장기적인 공급망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 국가 다변화와 비축 물량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비료업계가 자국 내 우선 공급을 위해 요소 수출 기업들에 수출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로 나가는 요소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시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요소수 품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가 공급처 다변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안은 1년 3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 치 확보”…中선 수출 쿼터제 관측도 4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달 17일 중국 질소비료공급협회가 회원사에 질소 비료(요소 비료의 상위 개념) 수출을 자제하고 중국 국내에 우선 공급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를 발표했다”며 “이후 같은 달 30일에 실제 통관 애로사항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1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해관총서(관세청), 상무부, 외교부에 요소 수입 애로를 제기하고 차질 없는 통관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중국 측은 공문 접수 당일에 ‘관련 내용을 파악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요소 수출 물량을 국가별로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요소수 수입·유통 기업 관계자는 “중국 비료업체들로부터 수출 쿼터제 관련 내용을 직접 전달받은 적은 없다”며 “다만 2024년부터 쿼터제를 시행한다는 현지 보도들이 최근 나오고 있어서 우리도 일단은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 회의’를 열고 대체 수입처를 통한 요소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소수 통관 지연이 있었지만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중국 내부적으로 요소 수요가 긴장돼 통관 지연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보유한 재고와 중국 외 국가에서 수입할 물량을 합쳐 3개월분의 차량용 요소 재고가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화물차 및 정유업계는 “아직 별다른 수급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비료업계에서는 요소 수출 제한이 길게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소수 대란 겪고도 중국 수입 비중 다시 급증” 정부 안팎에서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요소수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올 9월에도 중국이 비료용 요소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요소 수급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는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4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고 200개 품목은 경제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의 경우 국내 비축 물량과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수입처도 다변화해 공급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실제로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해 경제 안보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에 나서는 내용의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1년 3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71% 수준이었던 차량·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비중은 지난해 67%로 소폭 낮아졌지만 올 1∼10월 다시 91%까지 높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서 특정 국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도 함께 조달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7월에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11월 29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신냉전 시대를 막기 위해 미중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고,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7월 키신저 전 장관의 방중 당시 시 주석은 그를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극진히 환대했다. 또 “키신저 전 장관이 100세를 맞아 100번째 중국을 방문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키신저 전 장관과 리상푸(李尚福) 당시 국방부장(장관)의 만남도 허락했다. 당시 미국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 부장의 회담을 중국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었다. 중국이 키신저 전 장관을 각별히 여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과 대화를 위해 키신저를 통역사로 받아들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 금융서밋에서도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경제 분리)’을 우려하며 “양국 모두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양국은 분리된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5월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100세 생일 기념 인터뷰를 하며 “현재 미중 모두 정치적으로 양보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미중 관계를 풀기 위해 미국이 중국 지도자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대화를 중시해온 그의 별세 소식에 중국중앙(CC)TV는 30일 키신저 전 장관의 생애를 돌아보는 1분 57초 분량의 영상을 보도했다. CCTV는 “그는 미중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活化石)’”이라고 평가했다.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역사는 미중 관계에 기여한 100세 어르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키신저는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가장 소중한 오랜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올해 1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의 오찬에서 “북핵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굳건한 공조를 통해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필요하고, 중국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을 찾아 ‘미국의 전략’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윌리엄 엘리엇 백악관 정치고문과 폴 니츠 국무부 정책국장에게 제출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그의 보고서는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방향을 결정짓는 기초 자료가 됐다.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도쿄 납치 사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그는 김 전 대통령 구명 조치에 나선 이야기로도 유명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해외 기업의 탈(脫)중국 조짐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연일 ‘경제 중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28일부터 3일간 경제 수도 상하이에 머물며 상하이선물거래소,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그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는 총리에게 맡긴 채 외교안보, 국방 등을 담당했다. 시 주석이 이런 관례를 깨고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진출 주요 해외 기업이 이탈하는 등 중국과 서방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2년 만의 상하이 방문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상하이는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등 미국 대표 기업이 모두 자리했으며 중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거점이다. 올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 창설 10주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개방 경제 체제’를 강조하며 “대외관계 법률 제도를 개선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서구 기업이 중국 당국에 오랫동안 주문해 온 사항들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애플, 델, HP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며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창장경제벨트’의 중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딘 윈난성 등 창장 일대 11개 성(省)과 직할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2014년에 이 구상을 밝혔지만 아직 많은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일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런민은행도 찾았다. 그가 런민은행 수뇌부에게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외 정책 결정은 미뤄 다만 시 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경제 외의 다른 정책 결정은 오히려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국가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및 방향이 결정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보통 1·2중전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6·7중전회에선 차기 지도부를 뽑는 다음 당 대회를 준비한다. SCMP는 “3중전회 연기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에 대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국내외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시 주석이 중요 결정을 내릴 3중전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대만과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국 및 대만 정책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중요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해외 기업의 탈(脫)중국 조짐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연일 ‘경제 중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28일부터 3일간 경제 수도 상하이에 머물며 상하이선물거래소,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그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는 총리에게 맡긴 채 외교안보, 국방 등을 담당했다. 시 주석이 이런 관례를 깨고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진출 주요 해외 기업이 이탈하는 등 중국과 서방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2년 만의 상하이 방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상하이는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등 미국 대표 기업이 모두 자리했으며 중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거점이다. 올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 창설 10주년이기도 하다.시 주석은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개방 경제 체재’를 강조하며 “대외관계 법률 제도를 개선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서구 기업이 중국 당국에 오랫동안 주문해 온 사항들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애플, 델, 휴렛패커드(HP)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며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창장경제벨트’의 중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딘 윈난성 등 창장 일대 11개 성(省)과 직할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2014년에 이 구상을 밝혔지만 아직 많은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일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런민은행도 찾았다. 그가 런민은행 수뇌부에게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외 정책 결정은 미뤄다만 시 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경제 외의 다른 정책 결정은 오히려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국가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및 방향이 결정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보통 1·2중전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6·7중전회에선 차기 지도부를 뽑는 다음 당 대회를 준비한다. SCMP는 “3중전회 연기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에 대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국내외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시 주석이 중요 결정을 내릴 3중전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대만과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국 및 대만 정책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중요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의 공무원 시험 ‘궈카오(國考)’ 응시자가 사상 최초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경제난,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인 청년실업률 등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024년도 궈카오 응시자 수는 30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응시자(약 260만 명)보다 16.7% 늘었고 평균 경쟁률은 77 대 1에 달했다. 특히 석사학위 소지자 등의 학력 제한이 있으며 단 1명만 뽑는 국가통계국 내 1급 주임 자리에는 3572명이 몰렸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무원은 중국 젊은층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대부분의 민간 기업이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공무원 인기가 더 높아졌다. 사회 전반의 교육열 향상에 따른 대졸자 증가도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중국의 대졸자는 역대 최다인 11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6월 기준 청년실업률 또한 21.3%로 역시 사상 최고치다. 청년실업에 따른 민심 이반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국은 7월부터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북핵 전문가가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서 “북한이 나쁜 것은 맞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선 ‘빈말뿐인 위협’이라며 한국의 대응에 자제를 당부했다. 우르창(吳日强) 중국 칭화대 교수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빈말뿐인 위협에 한국이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은 나쁜 것은 맞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They are bad, not mad)”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에서 탄도미사일 설계 업무를 담당한 공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핵무기 통제, 우주 안전 및 미중 전략 안정성 문제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21일 북한이 3차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안착시킨 지 나흘 만에 열렸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중국 측에서는 우 교수를 포함해 전문가 4명, 한국 측에서는 5명이 참석했다. 한국대사관은 토론회 개최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우 교수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보이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는 “우 교수 얘기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많다는 얘기로 들렸다”면서 “중국이 북-러 미사일 협력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중국 측 전문가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주문했다. 장퉈성(張沱生)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전략적 이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통상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표현한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북핵 전문가가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서 “북한이 나쁜 것은 맞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선 ‘빈말뿐인 위협’이라며 한국의 대응에 자제를 당부했다. 우르창(吳日强) 중국 칭화대 교수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빈말뿐인 위협에 한국이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은 나쁜 것은 맞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They are bad, not mad)”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에서 탄도미사일 설계 업무를 담당한 공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는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핵무기 통제, 우주 안전 및 미중 전략 안정성 문제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21일 북한이 3차 정찰위성 발사에 송공해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안착시킨 지 나흘 만에 열렸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중국 측에서는 우 교수를 포함해 전문가 4명, 한국 측에서는 5명이 참석했다. 한국대사관은 토론회 개최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우 교수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보이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는 “우 교수 얘기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많다는 얘기로 들렸다”면서 “중국이 북-러 미사일 협력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중국 측 전문가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주문했다. 장퉈성(張沱生)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전략적 이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가교 역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통상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표현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내년 1월 13일 치러질 예정인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親)중국 성향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까지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따로따로 후보 등록을 한 것이다. 선거가 이대로 치러진다면 반(反)중국 성향의 집권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중국은 대만 유권자들에게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24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국민당과 제2야당인 민중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각자 후보를 등록했다. 이에 따라 국민당에서는 허우유이(侯友宜), 민중당에서는 커원저(柯文哲) 후보를 앞세워 총통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앞서 15일 국민당과 민중당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18일까지 총통·부총통 후보를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오차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이견을 보여 단일화에 실패했다. 양당은 후보 등록 마감 전날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여론조사 결과 1위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다. 라이 후보는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으로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라이 후보에 이어 친중 성향의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2, 3위를 달리고 있고 무소속 궈타이밍(郭台銘) 후보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2~4위 후보들은 차이는 있지만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친중 성향의 2, 3위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누가 총통 후보가 되더라도 승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친중 성향 유권자 표는 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여당 라이 후보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이지만 선거운동 기간 중 막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단일화 요구 여론이 거세질 경우 야당 후보 가운데 한 명이 후보를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 단일화 무산으로 반중 정치인인 라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은 “현재 대만은 평화와 전쟁, 번영과 쇠퇴라는 두 갈래 길, 두 가지 앞날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24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천빈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 지역의 현행 사회 제도를 존중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천 대변인은 “내년 초 선거 결과가 대만 지역의 평화와 안정 수호에 도움이 되고, 양안 관계를 평화와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복귀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대만 총통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달 5일까지 등록된 총통 및 부총통 후보들의 자격을 심사하고, 다음달 15일 최종 후보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자들 간 TV 정책 토론은 다음달 16일부터 내년 1월 12일 사이에 실시된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내년 1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이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부 타이중에 ‘대만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톈궁(天弓)3 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 대만은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2000km의 ‘칭톈(擎天)’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실전 배치 및 본격 양산에도 돌입했다. ‘창’에 해당하는 미사일 공격 체계와 ‘방패’에 해당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를 동시에 확보하면서 대중국 억지력이 대폭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최근 대만 국방부는 타이중 인근 다두산 내 통제구역에 건축을 금지하는 등의 공고를 게재했다. 이는 다두산 방공 미사일 기지에 톈궁3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운용을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 또한 “다두산 기지에서 기존에 운용하던 ‘톈궁2’ 미사일을 이미 ‘톈궁3’ 미사일로 교체했다”고 롄허보에 전했다. 대만은 약 300억 대만달러(약 1조2400억 원)를 들여 톈궁3를 자체 개발했다. 지상에서 최대 고도 45km까지 요격이 가능하다. AESA 레이더를 이용하면 반경 400km 내 15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하고 9∼24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칭톈 미사일의 배치 및 양산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만 타이베이와 중국 베이징의 거리는 1700km다. 칭톈을 사용하면 베이징은 물론이고 인근의 톈진, 허베이성 등 중국 북동부까지도 직접 공격이 가능하다. 대만은 올 2월에도 사거리 1200km인 ‘슝성(雄昇)’ 미사일을 개발했다. 당시에도 대만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인 중국 후베이성 싼샤(三峽)댐을 사정거리에 두기 위해 개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과 싼샤댐의 거리는 약 1200km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침공 시 상륙 작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해변을 뜻하는 ‘붉은 해변’에 대한 방어력도 강화하고 있다. 붉은 해변은 중국군이 상륙 작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해변을 선정해 붙인 이름으로 대만 전역에 분포돼 있다. 국방부는 다음 달 28일 ‘붉은 해변’ 중 하나인 남부 타이난 시수 해변에서 실사격 훈련도 진행하기로 했다. 공군은 타이중 기지에 3300파운드(약 1496kg) 폭탄에도 견딜 수 있는 방폭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에도 견딜 수 있는 격납고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도로 2027년 6월까지 24개의 추가 방폭 격납고를 건설하겠다는 계획 또한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은 ‘세계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이 전쟁들을 종식시킬 수 있는 나라로 미국만큼이나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20일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인도네시아·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외교장관과 히세인 브라힘 타하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이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끝내는 것이 목표인 이들은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의 회담에 앞서 중국을 먼저 찾은 것이다.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중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중국도 화답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아랍과 이슬람 국가의 좋은 친구이자 좋은 형제”라며 “국제사회는 이 비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행동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21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화상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든 당사자는 즉각 전투를 중단하고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라며 휴전을 촉구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보복이 자위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 외교장관이 유엔에 앞서 중국을 평화 중재의 첫 번째 다리로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짚었다. 중국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앞서 3월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국의 중재로 수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중동 평화 중재자로 나선 첫 성과인 셈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힘을 키워 나갔다. 중동에서 ‘차이나 파워’를 한껏 끌어올리며 미국의 중동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 편에 선 미국과는 달리 팔레스타인 편들기로 아랍권 국가들의 지지를 확대하며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11월에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순회의장국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순회의장국으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중동 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자기 역할’이 이중적이어서는 곤란하다.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기습 발사한 북한의 행위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 대부분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11월 순회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두둔했다. “중국은 핵심 당사자가 아니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진정한 세계 평화 중재자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선행돼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도 필요하다. 이 문제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서는 세계 평화 중재자가 될 수 없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북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며 규탄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옹호 없이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은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본토 안전과 동맹인 한국, 일본 방위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고지 가노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과장과 통화하고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일본 국민으로서는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사태”라고 강조했다. EU는 북한에 대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즉각 준수하라고 촉구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강력하게 규탄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반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관련 당사국들은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 등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은 주요한 모순(문제) 당사자가 아니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손에 있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성 발사 기술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러시아는 이날 아무런 반응을 내지 않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친(親)중국 성향 제2, 제3 야당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20일 총통 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되고도 아직 단일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反)중국 성향 집권 여당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 이어 ‘중국이 두 번째로 싫어하는 대만 여성’을 부총통 후보로 내세우며 친중 대 반중 선거 구도를 명확히 했다.● 집권당, 부총통 후보에 ‘대만 독립 지지자’ 대만 집권당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후보는 20일 부총통 후보로 중국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 온 샤오메이친(蕭美琴·52)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처 대표를 공식 지명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대만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없는 미국에서 대만경제문화대표처 대표는 사실상 대사 역할을 한다. 라이 후보는 “샤오메이친은 대만 외교에서 보기 드문 인재”라면서 “남은 50여 일간 샤오메이친과 함께 민의와 모든 세력을 통합해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샤오 부총통 후보는 스스로를 대만 독립 지지자라고 밝히고 있다. 대만 ‘전묘(戰猫·고양이 전사) 외교’의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 전묘 외교는 중국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맞서는 대만 외교 전략으로 유연하게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앞서 중국은 올 4월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과 회동한 것에 깊숙이 관여한 샤오 후보에 대해 ‘중국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는 당시 “법에 따라 평생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대만 여성’은 차이 총통이고 ‘두 번째로 싫어하는 여성’이 샤오 후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21일 논평을 통해 라이-샤오 후보 조합을 “가장 위험한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CCTV는 이들을 ‘낭패위간(狼狽爲奸·흉악한 무리가 모략을 꾸민다는 뜻)’에 비유한 뒤 ‘‘두 독립 조합은 대만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선거 구도가 친중 대 반중으로 더욱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친중 성향 대만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대만 총통 선거는 사실상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커졌다. ● 친중 야당, 후보 단일화 진행 중 야당 후보 단일화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제1야당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은 18일까지 단일후보를 내기로 했지만 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 오차범위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야권 후보 단일화 불씨는 계속 살아 있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 민진당 라이 후보가 30%대 초반 지지율로 1위를 달리지만 지지율 2, 3위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와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누가 후보가 되든 라이 후보를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단일화 협상 결렬 직후 커 후보는 “5월부터 우리 선거 구호는 ‘연합 정부, 대만 단결’이었다”면서 “서로 못마땅하더라도 같이 일해 볼 수 있도록 다시 시도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총통 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하는 24일 오후 5시(현지 시간)까지 단일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커 후보와 허우 후보 측은 일단 여론조사와 각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 단일화를 결정하기로 한 상태다.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비롯한 세세한 규정을 놓고 양 후보 진영의 막판 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언론은 후보 단일화가 될 경우 선거의 친중 대 반중 구도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친중 성향이 더 강한 국민당 허우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도시의 공공부문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만 약 60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가 새로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신(新)에너지 차량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18일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등 8개 부처는 최근 베이징과 선전, 충칭, 창춘, 인촨 등 15개 도시를 공공부문 차량 전면 전동화(電動化) 시범 도시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시범도시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용차와 시내버스, 택시, 환경 미화용 차량, 우편·택배차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한다. 신규 보급되는 전기차는 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충전기 70만 대, 탈착식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7800곳이 새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동화 시범 도시에는 베이징과 선전 등 중국 최대 도시인 ‘1선 도시’는 물론이고 동북부 지린성의 성도(省都)인 창춘 등 ‘2선 도시’, 그리고 규모가 작은 ‘3선 도시’가 골고루 포함됐다. 중국 매체들은 전기차 보급을 전국으로 확대해 신에너지 차량 산업을 육성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9월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는 전동화 시범도시 선정 계획을 발표하며 신에너지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900만 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토종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YD는 올해 상반기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 유명 전자제품 기업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도 전기차 법인을 설립해 내년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시중 은행에 부동산 기업 자금 압박 해소를 지시했다. 그동안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들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게 만든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중앙은행 런민은행과 금융감독관리총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부동산 기업에 대출을 꺼리거나 만기 전 대출금 회수, 대출 중단 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부동산 기업의 합리적인 융자 수요를 차별 없이 만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정부도 부동산 기업이 기한 내 아파트를 완공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설이라는 주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부동산 기업 대출을 확대하라는 지시다. 그동안 중국 지방정부와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으려는 중앙정부 규제에 따라 부동산 기업 지원이나 대출을 자제해 왔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헝다(恒大), 비구이위안(碧桂園) 같은 대형 부동산 기업이 디폴트 상황에 놓이게 됐다. 런민일보는 “부동산 기업 대출 확대는 연말 유동성 압박을 낮춰 신용 리스크가 터져나올 가능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통해 불안한 경제 전망을 안정시키고 시장 자신감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중국이 경제 성장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1조 위안(약 182조 원) 규모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 움직임이 감지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4%로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5.2%로 추정했다가 계속 하향 조정해 지난달에는 5%까지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산하 경제 분석업체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중국 성장률을 5%에서 5.2%로 올렸다. 여기에 1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목소리로 ‘협력 강화, 충돌 방지’를 외치며 유화적 모습을 보이고 양국 경제 협력 확대가 예상되면서 중국 성장률 전망치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시각이 일치된 것만은 아니다. 홍콩 유력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여러 기관의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이 오락가락한다”면서 “전문가들조차 중국 경제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 정책 방향 등을 결정하는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차일피일 연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양국 협력에 뜻을 같이했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중국의 군사 활동 강화 등 현안에 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원론적 발언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일본 NHK방송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 측에 지난해 8월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된 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을 즉각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오염수 방류가 인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일본이 국내외 우려를 수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이 일본 주변에서 러시아와 협력하는 식의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 역시 과거사, 대만 등의 사안에 일본이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대응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양국 협력에 뜻을 같이했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중국의 군사 활동 강화 등 현안에 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원론적 발언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17일 일본 NHK방송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 측에 지난해 8월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된 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을 즉각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오염수 방류가 인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일본이 국내외 우려를 수용해야 한다”고 맞섰다.기시다 총리는 중국이 일본 주변에서 러시아와 협력하는 식의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 역시 과거사, 대만 등의 사안에 일본이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대응했다.시 주석은 또 “양국의 경제 이익과 공급망 및 산업망은 깊이 연결돼 있다”고 했다. 공급망 등을 분리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략적 호혜 관계’도 강조했다. 일본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일방적으로 동참하지 말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 또한 중시하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중 관계의 문은 닫힐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 시간) 미중 간 충돌 위기 때마다 “중국과 미국이 라이벌인가, 동반자인가를 가장 먼저 묻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는 미중 정상회담 직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 투자사,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하는 갈라 만찬 자리였다. 경제 침체 위기를 겪는 시 주석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 기업계와 정부 관계자, 학계 등 약 400명이 참석한 만찬을 주최했다. 시 주석이 앉는 8명 자리 헤드테이블 참가비는 4만 달러(약 5000만 원), 일반석은 2000달러(약 260만 원)였다. 시 주석은 만찬 직전 연설에선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인 판다를 언급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미국을 향해 했던 연설 중 가장 친근하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은 결코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사가 없다” “중국은 어떤 국가와도 냉전이나 열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력과 공존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사실상 미국을 향해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시 주석은 특히 “얼마 전 워싱턴 국립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3마리가 중국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이 배웅하기 위해 동물원에 갔다고 들었고, 판다가 다시 미국에 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판다는 미중 양국 국민의 우호를 전달하는 사자”라며 “미국과 계속 협력해 두 국민 간 우정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 악화 속에 50년 만에 ‘판다 외교’가 종료될 위기에 처했는데 사실상 판다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시 주석은 만찬에서 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주인 스티븐 슈워츠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CEO 등 미 금융계 거물들과 헤드테이블에 앉아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애플의 팀 쿡,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스탠 딜 CEO 등도 헤드테이블에 함께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딜 CEO의 참석은 최근 중국이 보잉 항공기 구매를 재개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여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보잉 ‘737 맥스(Max)’ 도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737 맥스는 2018년 전까지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여객기였다. 하지만 2018년 말과 2019년 3월 두 차례 추락 사고를 일으키면서 중국 민항국은 이 기종의 비행 허가를 정지했다. 미중 관계까지 얼어붙으며 중국의 항공기 주문도 중단된 상황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