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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스미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Botanic Gardens Conservation International) 사무총장이 무대에 올라 말했다. “팬데믹은 전 세계 식물원에 도전이자 기회였습니다. 거의 유일한 피난처가 식물원이었으니까요. 생물다양성 위기를 겪는 지금, 나무가 문화에 깊이 스며든 한국에서 총회를 열게 돼 기쁩니다.”9~13일 국립수목원과 BGCI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등에서 열린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를 참관했다. 이번 총회 주제는 ‘변화를 위한 교육’. 51개국에서 1600여 명이 참가한 ‘식물원 교육 올림픽’은 동아시아 최초 개최라는 상징성만큼이나 교육적 실험과 상상으로 가득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총회는 140건의 발표와 45건의 워크숍이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흥미로워 보이는 프로그램이 많아 몸이 하나인 게 야속할 정도였다. 첫날 눈길을 끈 ‘참여형 예술: 식물에 대한 시각적 대화’라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아이슬란드 예술교육자 아스틸더 박사는 파스텔과 검은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을 ‘우리에게 봉사하는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둘씩 짝지어 앉아 눈을 감고 각자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떠올려 보세요. 상대에게 그 식물을 말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식물을 정확히 그릴 게 아니라 추상적으로 표현할 거예요. 자, 이젠 색을 골라 정원의 길을 그려 보세요. 그 길을 따라가며 식물을 만날 거에요. 근사하죠?”다음은 자신이 생각한 식물을 상대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각 대륙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식물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에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진행됐던 ‘음성 이미지 미술관 여행’이 떠올랐다.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에게 작품을 설명하자 은유가 풍성해져 감상이 깊어지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었다.총회장에도 ‘시크릿가든’이 있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우리 자생식물들로만 조성한 실내 정원이었다. 맞은편 벽면에는 ‘러쉬 아트페어’에 참여한 발달장애 예술가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기후 위기로 위태로운 자생식물들을 관찰해 섬세하게 표현한 이 전시는 총회 세부 주제 중 하나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의 일환이었다.● 미래를 향한 식물원강연장을 옮겨 다니며 각국 식물원 관계자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계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어린이와 청소년, 그들이 만들어 나갈 미래를 향해 있었다. 식물원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교육과 치유의 핵심 플랫폼이었다.‘예술과 과학의 융합: 교육 혁신의 창조와 발전’ 세션에서는 식물원 교육이 다양성을 품기 위해 예술과 과학의 접점이 강조됐다. “예술은 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예술은 감정과 연결되는 통로를 제공한다”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호주에서 온 참가자는 아이들이 과학자와 시간을 보낸 후 예술가와 함께 꽃잎과 돌로 작업하게 하는 ‘어린 식물학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식물원 교육을 위한 융복합 접근’ 세션에서는 미국 마이애미 페어차일드 열대식물원 관계자가 말했다. “어떻게 미래 세대를 과학의 동반자로 참여시킬 수 있을까요. 체험을 통해 마음을 움직여야 능동적인 환경 지킴이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이 식물원은 청소년의 녹색 비전을 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마이애미 거버먼트센터 구역은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기록해 온 학생들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도 협력해 우주 과학자의 꿈을 키우도록 돕는다.지역 난민들을 가드닝에 참여시키는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브릿지워터 정원, 12ha나 되는 쓰레기 산을 유럽 최대 야자수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스페인 팔메텀 사례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국경을 넘어 국격을 높이다코엑스 맞은편 봉은사에서 열린 야외 워크숍은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특히 인기였다. ‘나무 에너지를 느끼는 감각을 깨워 보세요’ 워크숍에 참가하니 프랑스 명상 교육자가 말했다. “나무가 된 것처럼 땅에 뿌리내리는 상상을 해보세요.” 감정을 다스리고 몸과 마음을 ‘지금 여기’에 정박시키는 연습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부 참가자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뱅크를 견학하기도했다. 총회 마지막 행사로 13일 강원 양구군 국립DMZ자생식물원에서 열린 평화음악회는 깊은 울림의 하이라이트였다.총회 기간 한국과 세계의 식물원이 더 깊이 연결되는 실질적 협력이 이어졌다. 국립수목원은 미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과 식물 유전 자원의 중복 보전과 공동 연구를 협력하기로 했다. 유네스코와 지속가능발전교육, 중앙아시아 4개국과는 생물다양성 공동 연구를 해 나가기로 했다. 매년 6월 12일을 세계 식물원 교육의 날로 지정하는 데에도 합의했다.무엇보다 국내 식물원들의 자긍심이 커진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노력의 씨앗들이 잎을 돋워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다학제 융복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요소를 총회에 균형 있게 담아내려 했다”며 “한국의 수목원과 식물원도 당당히 ‘K-컬처’의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120년 전 미국에 왔던 한국 식물들, 이제 고향 갑니다”윌리엄 네드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장 인터뷰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에서 만난 윌리엄 네드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장은 수목원을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지구적 협력의 무대’라고 표현했다. 9일 국립수목원과 식물유전자원 중복 보전 협력 의향서에 서명한 그는 120년 전 한국에서 수집된 식물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1872년 설립된 아놀드수목원은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수목원이다. 이 수목원이 보유한 식물 2100여 종(種) 가운데 200여 종(600여 개체)이 한국 자생식물이다. 프리드먼 원장은 “1905~1919년 한국에서 수집한 식물을 보존하고 있는 아놀드수목원에 최근 한국 국립수목원이 유전자 자원을 요청해 기꺼이 보내기로 했다”며 “식물 유전자를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중복 보전이야말로 전 세계 식물원이 함께해야 할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만약 어떤 종이 한국에서 사라지더라도, 우리가 가진 유전자 자원을 기반으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내 위기종이 사라질 경우, 한국에서 되살려줄 수도 있겠죠. 이건 일종의 지구적 보험입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온 식물들 자손이 지금은 보스턴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 유전자를 한국에 보내는 건 단순한 과학적 행위가 아니라 책임입니다.”이번 총회를 계기로 국립수목원과 아놀드수목원은 유전자 자원의 공동 보존 및 교환, 공동 연구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프리드먼 원장은 “각 식물은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를 품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뿌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위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아놀드수목원에 있던 한국 식물이 돌아오면 국립수목원은 온실 재배를 거쳐 올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 기념 행사 때 전시식물로 활용한 뒤 증식시킨다는 계획이다.프리드먼 원장은 이번 방한 기간 창덕궁 비원과 리움을 방문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찍은 비원의 백송 사진을 보여줬다. “나무의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리움의 청자와 기와에 새겨진 식물 문양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작품 출처를 표기하듯, 수목원에서는 각 식물을 언제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수집했는지를 기록합니다. 그래서 수목원은 기억을 품은 살아 있는 박물관입니다.”그는 “한국 수목원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친구가 됐다”며 “식물 외교는 결국 사람 외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 시대에 지식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한 그루 나무를 사랑하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3일부터 22일까지 경남 진주시가 거대한 정원으로 변신한다. 산림청, 경남도, 진주시가 공동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가 진주시 초전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는 정원 자재와 식물 소재는 물론 첨단 정원 기술과 공간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행사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정원과 함께하는 삶(생활 속 실용 정원)’. 아파트 베란다, 옥상, 주말농장 등 일상에서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정원 가꾸기 정보를 제공해 ‘진주 같은 정원, 정원 속의 진주’라는 도시의 비전을 선보인다. 박람회 장소인 초전공원은 원래 쓰레기 야적장이었다. 폐허의 시간을 지나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가 정원을 품고, 정원이 도시를 바꾼다’는 변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초전공원에는 ‘2025 코리아 가든쇼’ 공모에서 선정된 작가들의 정원이 전시된다. 선정된 6명의 작가는 한국의 멋을 담아 정원을 조성했다.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참여한 ‘동행 정원’도 만나볼 수 있다. 정원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학술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14일에는 국립수목원과 공동 기획한 국제정원 심포지엄이 초전공원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정원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공 정원과 지역 사회, 도시 정원 활성화 사례를 나눈다. 14∼21일에는 국내 정원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달밤 정원 토크콘서트’도 펼쳐진다. 생활 속 정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민 참여 콘텐츠도 여럿 준비됐다. 푸드트럭, 벼룩시장, 교향악단 공연과 버스킹 등 오감을 자극하는 즐길 거리가 초전공원 전역에 마련된다.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서 열리는 수국 페스티벌과도 연계돼 진주 도심 전체가 정원 축제장으로 변모한다. 진주에는 이미 ‘보랏빛 향기’가 물씬 난다. 초전공원 일원에는 수국, 버베나, 라벤더, 베고니아 등 보랏빛 꽃길이 조성됐다. 지수면 K-기업가정신센터 일원과 상평교∼남강교 구간에도 보라색 꽃물결이 넘실댄다. 남강 변에는 시민정원사와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꽃무리원이 자리 잡아 지역 공동체 정원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번 박람회는 ‘진주시가 올해 2월 수립한 정원 진흥 기본계획의 실현장이기도 하다. 기본계획은 △진주 정원 향유 문화의 현대적 해석과 대중화 구현 △생활 속 정원 문화 확산을 통한 공간복지 실현 △지역자원을 활용한 정원 산업 특성화 △진주 정원박람회의 중장기 단계별 계획 수립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 정원도시 실현을 위한 전략과 방향을 담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정원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삶의 질을 바꾸는 공간”이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정원을 문화와 산업, 일상의 일부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정원도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시민 모두와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국제식물원보전연맹(BGCI)이 주최하는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가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와 국립수목원에서 열린다. 세계식물원교육총회는 115개국 900여 개의 수목원·식물원을 회원으로 보유한 BGCI가 3∼4년 주기로 여는 국제회의다. 올해 제11차 총회는 국립수목원의 그간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과 국제 네트워크 기반의 지역 협력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1991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총회가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1개국 244개 기관에서 수목원·식물원 교육 전문가 등 16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다 규모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변화를 위한 교육: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물원·수목원의 역할’이다. 국내외 주요 연사들이 △건강과 웰빙 △다양성을 품은 식물원 교육 △첨단기술의 활용 △청소년 활동 강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등 5개 주제를 논의한다. 개회식 기조 강연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샤바즈 칸 유네스코 동아시아 소장이 맡는다. 아일랜드 국립식물원(정원 속 예술-예술과 과학의 융합), 영국왕립원예학회(원예 기술 격차 해결을 위한 학제 간 파트너십) 등의 해외 발표와 서울시 정원도시국(건강과 웰빙: 정원의 가치), 국가유산청(한국 전통 정원식물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개발 및 수용) 등 총 64개 세션에서 140건의 발표와 45건의 워크숍이 열린다. 총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향을 담은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 성명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13일에는 강원 양구군 DMZ자생식물원에서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사장 임미정)과 함께하는 특별 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국립수목원은 유네스코 동아시아지부,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수목원 등과 협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그동안 식물원과 수목원 교육이 식물 지식 전달 중심으로 이뤄져 일상 속 실천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교육이 국제적 흐름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국내 수목원들의 협력 역량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백제의 옛 도읍, 충남 부여. 고대의 기억을 끌어안은 부여의 골목길을 걷다가 어쩌면 역사보다 조용히 빛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마다, 집마다 가꿔진 소박한 정원들이었다. 담장 아래 들꽃, 길가에 놓인 화분들…. 정성의 손길이 이룬 일상의 정원이었다.● 시간의 정원, 궁남지 궁남지(宮南池)는 이름 그대로 궁궐 남쪽에 조성된 연못이다. 백제 무왕이 634년 못을 파고 물을 끌어 섬을 띄우고 사방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섬은 신선이 산다는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떠 조성됐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궁남지는 1960∼1970년대 복원 공사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가운데 인공섬에는 ‘용(龍)을 안았다(抱)’는 뜻의 포룡정(抱龍亭)이 있다. 정자 현판은 1971년 부여 출신인 고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썼다. 1400년 정원의 시간을 품은 궁남지를 천천히 걸었다. 한여름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버드나무 아래 찔레꽃 향기가 감도는 오월의 정취도 호젓하니 좋았다. 물가의 청초한 붓꽃, 키다리 아저씨처럼 연못에 길게 찍힌 나무 그림자도 좋았다. ● 외산면 돌담마을과 휴휴당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정원이었다. 외산면 반교리 낮은 돌담길에서 만난 노란 꽃밭의 정체는 마을 주민들이 심은 배추꽃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5도(都) 2촌(村)’ 생활을 꿈꾸며 2006년 터를 잡은 곳도 이 마을이다. 서울 사람인 그가 왜 부여에 왔는지는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편에 잘 나와 있다.‘내가 그리는 시골집은 듬직한 산자락 아래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그만 마을이 있고, 마을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며 개울 건너로는 대를 이어 농사짓는 논과 밭이 있어 철 따라 곡식과 채소가 자라는 농촌 마을이다.’ 전국을 돌며 ‘집 가까이에 아름다운 절집이 있어 내 집 정원인 양 거닐 수 있는 곳, 문화유산의 전통이 있는 고장으로 집에서 차로 이삼십 분 거리에 박물관이 있는 곳’을 찾은 게 바로 부여 서쪽 끝 외산면 반교리다. 그의 세컨드하우스 이름은 ‘쉬고 쉬는 집’이란 뜻의 휴휴당(休休當)이다. 여덟 평(26㎡) 세 칸 황토벽 기와집 앞마당에 네잎클로버가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쪼그려 앉아 이런 행복 저런 행복을 찾아본 시간이 돌이켜 보니 행복이었다. 수풀이 커튼처럼 쳐진 집 맞은편 단칸 정자 탁오대(濯吾臺)에 앉아 보았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이 눈과 귀를 흘러 마음을 씻어 주었다. 내로라하는 풍광을 섭렵한 그가 왜 이 터를 골랐는지 절로 알겠다. ● 삶이 깃든 부여의 정원들 조경가인 김인수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대표가 부여의 ‘비밀의 정원’들로 안내해 주었다. 2009년 부여백제정원축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꾼 정원을 찾아 전국을 다니다가 부여에 정착했다.임천면 군사2리 어느 집 마당에는 수백 개, 어쩌면 수천 개의 항아리에 꽃이 자라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항아리를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안주인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아리는 식물의 모양과 위치를 손으로 익히기 위한 그만의 정원 도구였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원 일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줘요.” 같은 마을 개울가 담장 아래에는 분홍낮달맞이꽃이 말갛게 세수한 아기 얼굴처럼 피어 있었다. 꽃상추와 토마토를 키우는 텃밭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던 이 집 안주인을 일으켜 세운 게 정원 가꾸기였다. 죽어가는 식물일지라도 아침저녁으로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 신기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작은 정원들에도 삶의 깊은 서사가 깃들어 있었다. 홍산면의 한 주택 정원은 요양보호사 부부가 이룬 꽃대궐이다. 남편이 아침마다 아내에게 가장 먼저 보여 주고 싶어 심기 시작한 꽃들이 장미, 클레마티스, 알리움, 분홍설구화 등이다. 백합나무 아래 작약과 양귀비가 흐드러진 곳에 선 아내의 수줍은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보였다. 귀향한 부부가 정성스레 수국을 가꾸는 휴휴당 인근 카페 ‘금반향’, 35년간 혈액투석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였다가 오래된 흙집을 사들여 남편과 정원을 일군 민박집 ‘현암리 돌담집’, 장화와 절구 안에 꽃을 키우는 ‘장원막국수’…. 부여의 정원들은 설계가 아닌 손길, 조성 계획이 아닌 사랑으로 자라는 돌봄의 산물이다.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정원을 가꿀 수 없다는 건 핑계가 아닐까. 각자가 고유한 방식으로 정원을 돌보는 모습은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는 인생도처유상수의 참뜻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 부여의 정원이 묻는다 세도면 ‘수리재’ 펜션의 아침밥상은 식탁 위의 정원이었다. 아카시아꽃을 올린 나무 테이블에 구운 가래떡, 수박, 와플 등이 들꽃과 함께 차려졌다.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가 공간에 퍼지며 화음을 이뤄 냈다. 개, 고양이, 산양 등 각종 동물이 사는 마당에는 흰 닭이 총총 걷고 있었다.비가 내렸지만 ‘부여 10경’에 꼽히는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를 찾아갔다. 가림성 정상부에 선 수령 400년 느티나무는 높이 22m, 둘레 5.4m의 천연기념물 564호다. 나뭇가지가 반쪽 하트 모양으로 퍼져 있어 사진을 찍은 뒤 좌우 반전해 두 장 붙이면 하나의 하트를 이루는 ‘인생샷’ 명소다. 비바람이 거세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깊게 뿌리를 내린 중심은 요동치지 않았다. 맑은 날이 아니어서 오히려 귀한 풍경을 보았다. 흐린 날의 흔들림 속에서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믿는다. 정원은 한시도 똑같지 않다. 시간과 계절, 우연과 질서, 감각들이 겹쳐지며 이뤄 내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가을이 오면 백마강 대붓뚝 억새는 계절의 붓끝이 되어 부여 정원의 시간을 써 내려갈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정원은 박람회라는 틀 안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정원의 본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정원이 거창하거나 세련될 필요는 없다. 화분 하나, 꽃 한 송이를 정성스레 들여다보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면 그곳이 곧 정원이다. 그런 정원은 사실 부여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가다. 돌담 골목, 개울가 마당, 버려진 공터에서 만난 부여의 정원들은 묻는다. “당신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지금, 당신은 성실하게 마음의 정원을 돌보고 있는가.”글·사진 부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백제의 옛 도읍, 충남 부여. 고대의 기억을 끌어안은 부여의 골목길을 걷다가 어쩌면 역사보다 조용히 빛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마다, 집마다 가꿔진 소박한 정원들이었다. 담장 아래 들꽃, 길가에 놓인 화분들…. 정성의 손길이 이룬 일상의 정원이었다.●시간의 정원, 궁남지궁남지(宮南池)는 이름 그대로 궁궐 남쪽에 조성된 연못이다. 백제 무왕이 634년, 못을 파고 물을 끌어 섬을 띄우고 사방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섬은 신선이 산다는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떠 조성됐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궁남지는 1960~1970년대 복원공사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가운데 인공섬에는 ‘용(龍)을 안았다(抱)’는 뜻의 포룡정(抱龍亭)이 있다. 정자 현판은 1971년, 부여 출신인 고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썼다. 1400년 정원의 시간을 품은 궁남지를 천천히 걸었다. 한여름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버드나무 아래 찔레꽃 향기가 감도는 오월의 정취도 호젓하니 좋았다. 물가의 청초한 붓꽃, 키다리 아저씨처럼 연못에 길게 찍힌 나무 그림자도 좋았다. ●외산면 돌담마을과 휴휴당기억에 오래 남는 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정원이었다. 외산면 반교리의 낮은 돌담길에서 만난 노란 꽃밭의 정체는 마을 주민들이 심은 배추꽃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5도(都) 2촌(村)’ 생활을 꿈꾸며 2006년 터를 잡은 곳도 이 마을이다. 서울 사람인 그가 왜 부여에 왔는지는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 편에 잘 나와 있다.“내가 그리는 시골집은 듬직한 산자락 아래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그만 마을이 있고, 마을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며 개울 건너로는 대를 이어 농사짓는 논과 밭이 있어 철 따라 곡식과 채소가 자라는 농촌 마을이다.” 전국을 돌며 ‘집 가까이에 아름다운 절집이 있어 내 집 정원인 양 거닐 수 있는 곳, 문화유산의 전통이 있는 고장으로 집에서 차로 이삼십 분 거리에 박물관이 있는 곳’을 찾은 게 바로 부여 서쪽 끝 외산면 반교리다. 그의 세컨드하우스 이름은 ‘쉬고 쉬는 집’이란 뜻의 ‘휴휴당(休休當)’이다. 여덟 평(26㎡) 세 칸 황토벽 기와집 앞마당에 네잎클로버가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쪼그려 앉아 이런 행복 저런 행복을 찾아본 시간이 돌이켜보니 행복이었다. 수풀이 커튼처럼 쳐진 집 맞은편 단칸 정자 ‘탁오대’(濯吾臺)에 앉아 보았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이 눈과 귀를 흘러 마음을 씻어주었다. 내로라하는 풍광을 섭렵한 그가 왜 이 터를 골랐는지 절로 알겠다. ●삶이 깃든 부여의 정원들조경가인 김인수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대표가 부여의 ‘비밀의 정원’들로 안내해 주었다. 2009년 부여백제정원축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꾼 정원들을 찾아 전국을 다니다가 부여에 정착했다.임천면 군사2리의 어느 집 마당에는 수백 개, 어쩌면 수천 개의 항아리에 꽃이 자라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항아리를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안주인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아리는 식물의 모양과 위치를 손으로 익히기 위한 그만의 정원 도구였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원 일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줘요.” 같은 마을의 개울가 담장 아래에는 분홍낮달맞이꽃이 말갛게 세수한 아기 얼굴처럼 피어 있었다. 꽃상추와 토마토를 키우는 텃밭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이 집의 안주인을 일으켜 세운 게 정원 가꾸기였다. 죽어가는 식물일지라도 아침저녁으로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 신기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작은 정원들에도 삶의 깊은 서사가 깃들어 있었다. 홍산면의 한 주택정원은 요양보호사 부부가 이룬 꽃대궐이다. 남편이 아침마다 아내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 심기 시작한 꽃들이 장미, 클레마티스, 알리움, 분홍설구화 등이다. 백합나무 아래 작약과 양귀비가 흐드러진 곳에 선 아내의 수줍은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보였다. 귀향한 부부가 정성스레 수국을 가꾸는 휴휴당 인근 카페 ‘금반향’, 35년간 혈액투석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였다가 오래된 흙집을 사들여 남편과 정원을 일군 민박집 ‘현암리 돌담집’, 장화와 절구 안에 꽃을 키우는 ‘장원막국수’…. 부여의 정원들은 설계가 아닌 손길, 조성 계획이 아닌 사랑으로 자라는 돌봄의 산물이다.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정원을 가꿀 수 없다는 건 핑계가 아닐까. 각자가 고유한 방식으로 정원을 돌보는 모습은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의 참뜻을 부여에서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부여의 정원이 묻는다세도면 ‘수리재’ 펜션의 아침밥상은 식탁 위의 정원이었다. 아카시아꽃을 올린 나무 테이블 위로 구운 가래떡, 수박, 와플 등이 들꽃과 함께 차려졌다.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가 공간에 퍼지며 화음을 이뤄냈다. 개, 고양이, 산양 등 각종 동물이 사는 마당에는 흰 닭이 총총 걷고 있었다.비가 내렸지만 ‘부여 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를 찾아갔다. 가림성 정상부에 선 수령 400년 느티나무는 높이 22m, 둘레 5.4m의 천연기념물 564호다. 나뭇가지가 반쪽 하트 모양으로 퍼져 있어 사진을 찍은 뒤 좌우 반전해 두 장 붙이면 하나의 하트를 이루는 ‘인생샷’ 명소다. 비바람이 거세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깊게 뿌리를 내린 중심은 요동치지 않았다. 맑은 날이 아니어서 오히려 귀한 풍경을 보았다. 흐린 날의 흔들림 속에서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믿는다.정원은 한시도 똑같지 않다. 시간과 계절, 우연과 질서, 감각들이 겹쳐지며 이뤄내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가을이 오면 백마강 대붓뚝 억새는 계절의 붓끝이 되어 부여의 정원의 시간을 써 내려갈 것이다.요즘 한국에서 정원은 ‘박람회’라는 틀 안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정원의 본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모든 정원이 거창하거나 세련될 필요는 없다. 화분 하나, 꽃 한 송이를 정성스레 들여다보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면 그곳이 곧 정원이다. 그런 정원은 사실 부여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가다. 이번에 돌담 골목, 개울가 마당, 버려진 공터들에서 만난 부여의 정원들은 묻는다. “당신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지금, 당신은 성실하게 마음의 정원을 돌보고 있는가.”부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전역에 자생하는 관속식물 3975분류군의 공식 학명과 국명을 정리한 종(種) 목록을 국제학술지 ‘아시아태평양 생물다양성 저널(Journal of Asia-pacific Biodiversity)’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의 학명과 분포를 과학적으로 정리해 세계 학계에 공식 보고한 첫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제 주요 식물 데이터베이스가 외국 자료를 기반으로 구축돼 우리 자생식물 정보가 누락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미선나무속, 제주고사리삼속 등 한반도 특산속 6개를 포함한 388분류군의 특산식물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이번 발표는 우리 식물의 정체성과 학술적 기준을 국제적으로 확립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곤충과 버섯 등 우리 산림생물자원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연구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삼성카드가 ‘삼성카드 & 마일리지 플래티넘(MILEAGE PLATINUM)’ 이용 고객에게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 1000원당 스카이패스 1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회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유소, 백화점, 택시, 커피, 편의점 등 5개 업종에서는 이용금액 1000원당 스카이패스 2 마일리지를 매월 2000마일리지까지 적립 받을 수 있다. 월 2000 마일리지를 초과해도 기본 1마일리지가 적립된다.통상 일반적인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카드가 이용금액 15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혜택이 크다.이밖에도 아멕스 플래티넘 등급 서비스로 ▲인천공항 라운지 본인 무료 ▲인천공항 발렛파킹 무료 ▲공항카페 커피 무료 ▲아티제 커피 1+1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단, 해외 겸용 카드의 경우). 연회비는 국내용 4만 7000원, 해외겸용 4만 9000원이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올해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이색 뷰티 상품이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대표 김재겸)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냉감, 휴대성, 간편함을 키워드로 한 여름철 맞춤형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제형의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피부 온도를 낮추고 야외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색 냉감 뷰티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휴대용 냉감 쿨시트로 시원하게롯데홈쇼핑은 손풍기가 대표하던 여름 개인 냉방 시장에 스킨케어와 접목된 냉감 뷰티 상품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간편하게 휴대하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이색 제품을 발굴해 홈쇼핑 업계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 17일 롯데홈쇼핑이 단독 론칭한다는 휴대용 냉감 쿨시트는 ‘오제끄 빙쿨’이다. 2시간 동안 영하 6도의 시원함이 지속되는 롤링 타입의 쿨시트다. 열을 즉각 흡수하는 냉감 성분이 원단에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도를 낮춰준다는 설명이다. 낱개 포장되어 간편하게 휴대 가능하며, 가로 70cm의 넉넉한 사이즈로 목, 팔, 얼굴 등 다양한 신체 부위의 열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생분해가 가능한 레이온 원단을 사용했으며 멘솔과 페퍼민트 오일 등을 함유해 체취 감소, 붓기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캠핑, 골프, 나들이는 물론 출퇴근 등 일상 생활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이준영 롯데홈쇼핑 뷰티팀장은 “무더위를 앞두고 간편하면서 즉각적인 쿨링 효과를 줄 수 있는 휴대용 냉감 뷰티 제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며 “향후 휴대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이색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땀나도 간편하게 쿠션으로 ‘톡톡’땀과 피지로 무너지는 메이크업을 간편하게 보완하기 위한 휴대용 선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기존 튜브형 선크림을 넘어 쿠션, 스틱 등 간편하게 덧바를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집중 선보인다. 올해 선보인 차별화 상품으로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엘비비(LBB)’의 선스크린이 대표적이다. 엘비비는 자외선 차단은 물론 수분 보습, 기미 관리까지 도움을 주는 고기능성 제품으로 3월 첫 방송에서 60분 만에 완판됐다. 고급 스파에서 사용되는 제품으로, ‘선크림이 아니라 로션을 바른 것처럼 부드럽고 순하다’는 소비자들의 리뷰가 화제를 모으며 방송 4회 만에 누적 주문액 10억 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의 더마 코스메틱 K뷰티 브랜드 ‘이지듀’의 선세럼도 인기다. ‘이지듀’는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로 의약품화에 성공한 독자성분인 EGF(상피세포성장인자)를 적용한 화장품으로, 자외선 차단은 물론 기미 개선에 도움을 준다. 덧발라도 부담 없는 사용감과 높은 기능성이 호응을 얻으며 첫 방송에서 2500세트가 완판됐다. 이밖에도 쿠션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 ‘엘로엘 선쿠션’, 자연 유래 성분을 활용한 ‘그라운드플랜’의 고농축 미스트 등 여름철 맞춤 뷰티템들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6일에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지듀 기미쿠션’을 판매한다. 기미 커버와 보습효과를 동시에 갖춘 기능성 쿠션으로, 올해 주문금액만 50억 원을 돌파한 인기상품이다. 21일에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르쿠방 향수’도 소개한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산뜻하고 지속력이 높은 향이 특징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직사각형의 푸른색 천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만히 보면 식물과 곤충의 형상이 섬세하게 들어있다. 버드나무, 등나무, 꽃매미, 노린재…. 벤치에 앉아 바람결과 햇빛을 느끼며 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남측 산책로에 선보인 ‘그림자 아카이브’ 전시다.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은 선유도공원을 가봐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 ‘그림자 아카이브’는 햇빛과 그림자가 약품과 물을 거치면서 풍경을 기록하는 시아노타입(Cyanotype·청색 인화)과 그림자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이다.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을 바라보는 기다란 정자인 동시에 선유도의 일상을 기록하는 장치인 셈이다. 숲의 수직성과 옛 정수장 구조물의 수평성이 어우러지는 병풍 역할을 한다.이 전시는 서울시 공공미술 수변 갤러리 프로젝트 ‘선유담담’(仙遊談擔)의 일환이다. 선유담담은 선유도공원을 향유하며 떠오르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선유도공원을 배경으로 작가와 시민이 함께 만든 이야기를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미술작품으로 구현했다.선유도공원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정수장으로 활용됐던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2002년 문을 열었다.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건축전 한국관 초청작가이자 덕수궁 프로젝트 ‘상상의 정원’(2021년), 제주 중문대포주상절리대 경관개선작업(2024년) 등을 진행했던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소연 디자인 작가와 협업해 이번에 ‘그림자 아카이브’로 선유도에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김 교수는 말한다. “선유도는 한강이라는 물이 만든 섬이며, 물을 정화하던 정수장이었고, 물이 풍부한 공원으로 변모했습니다. 선유도는 ‘물의 기록’입니다. 특히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은 여과조라는 산업 구조물을 물에 사는 식물들을 위한 아름다운 집으로 만든 곳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습니다. 수생식물원이라는 근사한 물을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물의 정화과정은 약품과 여재를 이용합니다. 고층빌딩 없는 섬의 풍부한 햇빛이 약품과 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 선유도의 풍경을 새롭게 기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장소 읽기를 통해 이번에 ‘그림자 아카이브’가 탄생하게 됐습니다.”그는 선유도에서 의미 있고 시민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선정했다. 콘크리트 기둥을 에워싼 녹색 기둥의 정원, 연잎이 수면을 가득 채운 수생식물, 가지런히 뻗어있는 미루나무 숲, 금계국이 만개한 꽃밭, 세월의 질감이 담긴 다리, 당산대교를 바라보는 정자,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그런 뒤 햇빛의 강도와 대상 간의 기록을 시아노타입으로 캔버스 천에 프린팅했다. 화학약품을 배합해 천에 발라 햇빛에 노출시키면 햇빛이 닿는 부분은 파랗게, 닿지 않는 부분은 하얗게 되는 원리를 활용한 작업이다.“조경에서는 주인공으로 삼기 어려운 그림자를 공공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시아노타입에 주목했던 건, 선유도공원의 모태인 정수장이 물을 그저 경관적으로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물을 정화하는 데 화학약품을 이용했기 때문이에요. 물과 화학약품이 새로운 방식으로 선유도의 풍경을 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자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한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김 교수)‘그림자 아카이브’는 맞은편 북쪽 산책로에서 보면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 질 무렵과 밤에 보는 풍경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선유도의 시간 속 풍경 여행은 빛과 그림자, 물,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매번 다른 화음을 만들어낼 것이다. 소란스럽지 않고 담담한, 그립고도 기대되는 여행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가정의 달 5월, 사랑하는 가족과 특별한 식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호텔들의 다양한 미식 프로모션을 주목해 보자. 어린이를 위한 즐길 거리부터 온 가족을 위한 프리미엄 코스 메뉴까지 서울과 수도권 주요 호텔에서 다채로운 혜택과 미식 경험이 선보인다. 풍성한 뷔페, 우드 파이어 그릴 요리, 고급 딤섬 코스 등 눈과 입이 즐거운 미식 경험으로 가족의 추억을 더할 수 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수원 호텔키즈 잇 프리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수원 호텔의 ‘이터리’에서는 5월 한 달간 가족 고객을 위한 특별 프로모션 ‘키즈 잇 프리(Kids Eat Free)’를 운영한다. 성인 1인 식사 시 어린이 1인의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며, 연휴 기간에는 랜덤 박스 증정과 플레이 라운지 운영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돼 있다. 토요일 런치, 디너 및 일요일 런치는 ‘버블 뷔페’로 운영돼 제철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무제한 제공한다. 점심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저녁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FEAST 투게더 & 다인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의 ‘피스트(FEAST)’에서는 5월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세계 요리 뷔페를 선보인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준비된 메뉴와 다양한 디저트, 어린이용 메뉴까지 마련돼 가족 단위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디너와 주말 뷔페에서는 랍스터 테일 구이가 개별 접시로 제공되며 와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얼리버드 예약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생일 고객에게는 랍스터 플래터와 사골 미역국이 제공되는 특별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 JW 메리어트 서울아우어 부처스 페이보릿 컷츠 패밀리 세트가족과의 풍성한 만찬을 계획 중이라면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아우어 부처스 페이보릿 컷츠 패밀리 세트’를 추천한다. 호텔 7층 ‘더 마고 그릴’에서 우드 파이어 그릴로 정성스럽게 구워낸 최상급 그릴 요리와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다이닝 세트는 5월 한 달간만 판매된다. 4인 코스 메뉴로 기본 구성돼 있어 4인 이상 이용 시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런치는 오전 11시 30분부터, 디너는 오후 6시부터 운영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직사각형의 푸른색 천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만히 보면 식물과 곤충의 형상이 섬세하게 들어있다. 버드나무, 등나무, 꽃매미, 노린재…. 벤치에 앉아 바람결과 햇빛을 느끼며 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남측 산책로에 선보인 ‘그림자 아카이브’ 전시다.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은 선유도공원을 가봐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 ‘그림자 아카이브’는 햇빛과 그림자가 약품과 물을 거치면서 풍경을 기록하는 시아노타입(Cyanotype·청색 인화)과 그림자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이다.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을 바라보는 기다란 정자인 동시에 선유도의 일상을 기록하는 장치인 셈이다. 숲의 수직성과 옛 정수장 구조물의 수평성이 어우러지는 병풍 역할을 한다. 이 전시는 서울시 공공미술 수변 갤러리 프로젝트 ‘선유담담’(仙遊談擔)의 일환이다. 선유담담은 선유도공원을 향유하며 떠오르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선유도공원을 배경으로 작가와 시민이 함께 만든 이야기를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미술작품으로 구현했다. 선유도공원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정수장으로 활용됐던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2002년 문을 열었다.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건축전 한국관 초청작가이자 덕수궁 프로젝트 ‘상상의 정원’(2021년), 제주 중문대포주상절리대 경관개선작업(2024년) 등을 진행했던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소연 디자인 작가와 협업해 이번에 ‘그림자 아카이브’로 선유도에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김 교수는 말한다. “선유도는 한강이라는 물이 만든 섬이며, 물을 정화하던 정수장이었고, 물이 풍부한 공원으로 변모했습니다. 선유도는 ‘물의 기록’입니다. 특히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은 여과조라는 산업 구조물을 물에 사는 식물들을 위한 아름다운 집으로 만든 곳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습니다. 수생식물원이라는 근사한 물을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물의 정화과정은 약품과 여재를 이용합니다. 고층빌딩 없는 섬의 풍부한 햇빛이 약품과 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 선유도의 풍경을 새롭게 기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장소 읽기를 통해 이번에 ‘그림자 아카이브’가 탄생하게 됐습니다.”그는 선유도에서 의미 있고 시민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선정했다. 콘크리트 기둥을 에워싼 녹색 기둥의 정원, 연잎이 수면을 가득 채운 수생식물원, 가지런히 뻗어있는 미루나무 숲, 금계국이 만개한 꽃밭, 세월의 질감이 담긴 다리, 당산대교를 바라보는 정자,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그런 뒤 햇빛의 강도와 대상 간의 기록을 시아노타입으로 캔버스 천에 프린팅했다. 화학약품을 배합해 천에 발라 햇빛에 노출시키면 햇빛이 닿는 부분은 파랗게, 닿지 않는 부분은 하얗게 되는 원리를 활용한 작업이다.“조경에서는 주인공으로 삼기 어려운 그림자를 공공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시아노타입에 주목했던 건, 선유도공원의 모태인 정수장이 물을 그저 경관적으로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물을 정화하는 데 화학약품을 이용했기 때문이에요. 물과 화학약품이 새로운 방식으로 선유도의 풍경을 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자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한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김 교수)‘그림자 아카이브’는 맞은편 북쪽 산책로에서 보면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 질 무렵과 밤에 보는 풍경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선유도의 시간 속 풍경 여행은 빛과 그림자, 물,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매번 다른 화음을 만들어낼 것이다. 소란스럽지 않고 담담한, 그립고도 기대되는 여행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느 영화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2025고양국제꽃박람회에 가보고서요. 1997년부터 열린 국내 원예박람회의 효시 격인 이 박람회를 아주 오래전에 가본 후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알록달록 꽃들을 심어놨겠지, 관광버스를 타고 온 관람객들로 북적대겠지…. 이번에 가보니 꽃도 많고 사람도 많았는데, 무엇보다 꽃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표정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꽃 박람회를 위해 수고하고 고민하는 노력을 보았습니다.올해 ‘꽃, 상상, 그리고 향기’라는 주제로 11일까지 열리는 제17회 2025고양국제꽃박람회를 두 번 다녀왔습니다. 한 번은 이른 오전에, 한 번은 오후에요. 가능하다면 오전 방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호숫가의 고즈넉한 아침 기운과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서 마음이 차분하게 정돈되더라고요. 호숫가를 따라 펼쳐지는 ‘숲멍 피크닉 가든’도 꼭 가보세요. 그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선물 같은 오월의 햇살과 바람결을 느껴보세요. 장미원 뒤쪽 메타세쿼이아 숲길에는 지난해 황지해 작가가 조성한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라는 이름의 작가 정원이 있습니다. 60m의 긴 벤치가 놓여있고, 바람 부는 방향을 사랑한다는 여리고도 강해 보이는 바람꽃이 심어있어요.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많은 생각과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덩그러니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쉼이 필요한 모두의 벤치에요. 숲이 제공한 하늘호수와 바람, 햇살, 그늘 쉼을 통해 본연에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 숲 안에 작지만 분명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독이는 시간, 내가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알아차리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화분들이 걸려있는 꽃 터널을 지나는데 마침 분무가 진행됐습니다. 아침 햇살과 수증기가 만나 이뤄내는 분위기가 환상적이었어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한 장면 아닐까 잠시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요, 분위기! 정원만큼 분위기가 중요한 장소가 또 있을까요. 예전의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떠들썩한 장터 같았다면 지금은 좀 더 차분한 분위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원은 누구나 각기 다른 분위기의 답안지를 갖는 주관식 문제가 아닐까 해요.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억을 소환하며 무엇을 느낄 것인가.클레마티스 정원에서는 ‘라플레르’ 김명규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박람회 초창기 때부터 참여해 전시와 심사 등을 맡고 있다는데요. 자작나무 100그루와 700본이 넘는 클레마티스로 꽃의 궁전을 만들고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구경 온 50, 60대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세요. 제가 만든 꽃 작품에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는 게 좋아서 매년 참여하고 있어요.”올해 어린이를 동반한 30대 가족에게 특히 인기 있는 장소는 황금빛 판다를 메인 조형물로 설치한 ‘꿈꾸는 정원’과 ‘알록달록 티니핑 정원’입니다. 노란색과 흰색의 비올라 50만 송이로 티니핑 캐릭터 꽃탑을 만든 정성의 손길을 떠올려봅니다. 장미원 지나 호숫가 쪽으로는 ‘고양로컬가든’이 있습니다. 고양시 300여 개 농가에서 생산하는 식물들로 연출한 곳인데요. 튤립이 심어진 호숫가에서 ‘물멍’하기에 좋아 보입니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계원예생산자들의 국제기구인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로부터 국제원예전시회와 국제원예무역전시회 등급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축제로서의 꽃 박람회이자 비즈니스로서의 무역 박람회라는 뜻입니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충남 당진 농업회사법인 ‘초록에서’의 전태평 대표는 수직정원 시스템인 ‘바이오월 허니’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토양 재배와 수경 재배의 장점을 통합해 식물을 벽면에 심고 태양광을 공급해 딸기와 상추도 키워냅니다. 지난해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전체 화훼류 비즈니스 상담 계약은 200건 230만 달러. 25개국 200개 기관과 단체 등이 참여한 올해에는 더 많은 업체들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둬 꽃을 통한 도시 브랜딩의 모범 사례가 됐으면 합니다. 이 박람회는 세계적 기후위기 속에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꽃들은 우리를 꿈과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지만 박람회가 끝나면 사라지게 됩니다. 이번 박람회 중 열린 공공정원 컨퍼런스에서는 박람회가 끝나면 폐기될 운명의 꽃들을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러려면 앞으로 박람회에서 일년초보다 다년초 식물을 더 활용해야겠죠. 식물을 수입할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절감하기 위해 기후 적응력이 높은 국내 자생식물 재배와 활용을 정책적으로 더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박람회가 끝난 후 식물과 자재의 처리 방식과 재사용률을 시민과 공유하면 좀 더 지속 가능한 박람회가 되지 않을까요. 자생식물 장려가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전시식물의 몇 %가 국내 자생종이고 어떻게 재배되는지 정확한 수치 기반 보고서도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다녀온 싱가포르 정원박람회가 떠올랐습니다. 아파트에서 적용 가능한 다양한 실내정원 사례가 식물로 연출돼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꽃 박람회도 좀 더 문화를 접목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국제꽃박람회도 일회성 행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이끄는 세계적 꽃 박람회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고양=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눈 내리던 겨울날 정욱주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와 경기 양평에 있는 정영선 조경가(84)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정 교수가 “봄에 같이 황매산 가실래요”라고 묻자 정 조경가가 “그럼 좋지”라고 했다. 정 교수가 7년 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주요 공간을 설계한 황매산을 정 조경가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단다. 그렇게 한국 조경계의 거목(巨木)인 정 조경가, 정 교수와 함께 경남 합천 황매산을 다녀오게 됐다.● 분홍빛 봄의 황매산 지난해는 가히 ‘정영선의 해’였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조경 작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가 개봉해 대중에게 정영선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정 조경가 곁에서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배웠다는 정 교수도 이 영화에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상 처음 조경가를 다룬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열었다. 올해 5∼7월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아트센터에서 정 조경가 개인전도 열린다. 지난해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에 왔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본 이탈리아 예술 관계자들이 순회전을 요청하면서 성사된 전시다.정 조경가의 베네치아 행(行)에 앞서 12일 셋이 황매산(해발 1113m)에 갔다. 정 교수는 “황매산은 철쭉이 유명하지만, 진달래도 좋아요”라고 했다. 서울에서 황매산까지는 왕복 600여 ㎞. 당일치기 소풍으로는 꽤 먼 거리였다. 운전대를 잡은 정 교수에게 정 조경가는 연신 “이 먼 길을…”, “참말로 대단하다”라고 했다. 정 교수가 2017∼2018년 서울과 합천을 자주 오가며 황매산 군립공원 마스터플랜을 세운 걸 두고 하는 얘기다. 정 교수는 “선생님은 예전에 (합천) 해인사를 이렇게 다니며 (조경) 일을 하셨으면서 뭘요. 저도 오랜만이네요”라며 웃었다. 황매산 군립공원은 잘 닦인 포장도로로 해발 850m까지 차량이 오를 수 있었다. 1980년대 소를 키우던 목장이었기 때문이다. 첩첩산중을 거쳐 오르니 별천지였다. 손바닥으로 누른 듯한 고산지 평원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산의 능선은 넓고 깊었다. 황매산이 왜 ‘영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공원 입구 주차장 오른쪽이 너른 철쭉 군락지다. 4월 중순은 진달래와 철쭉 사이(間)의 시간이었다. 열두 폭 병풍 같은 산세를 분홍색 진달래 이불이 포근하게 덮고 있었다. 정 조경가는 말했다. “아유, 예쁘다.” 조만간 철쭉이 50ha에 걸쳐 산을 감싸면 진분홍의 절정에 이를 것이다. 합천을 대표하는 황매산 철쭉제는 올해 29회를 맞아 5월 1∼11일 열린다.● 생태경관과 문화경관의 만남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가 고유한 풍경을 빚는다. 1984년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에 따라 조성된 목장 부지는 27년 전 폐쇄됐지만, 소들이 먹지 않아 살아남은 철쭉과 억새가 군락을 이뤘다. 고산지 평원 생태 경관과 목축의 역사가 만든 문화경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드넓은 초지(草地) 경관은 이국적이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봄과 가을에 치중된 관광 행태를 어떻게 사계절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2017년 합천군이 황매산 군립공원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한 이유다. 정 교수는 황매산을 단순한 꽃구경 장소로 보지 않았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조경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황매산 입구 주차부지와 철쭉평원을 잇는 공간(1만4300㎡)에 조성한 게 ‘황매정원’이다. 단아하게 정비된 산책로에 들어서자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으로 입장하는 기분이었다. 흐르는 물을 따라 산수국을 심어 봄과 가을 사이에 비어 있던 여름 경관을 청량하게 만들고, 오나멘탈 그라스(관상용)를 심어 너른 억새밭과 연결한 게 돋보였다. 그중 제일은 작은 동물과 새 들의 보금자리인 습지 숲을 안전하게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는 말했다. “처음 황매산에 왔을 때 굉장히 근사한 경관이 펼쳐져 놀랐어요. 정작 합천 분들은 그저 빈 땅이라 여기며 뭘 좀 더 추가하기를 원했죠. 저희는 오히려 이질적 시설들을 걷어 내면서 황매산 자체의 훌륭한 경관을 잘 드러내자고 제안했어요. 합천군 측이 수긍했고 지금까지 잘 유지, 관리해 주는 걸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 조경가는 공원을 둘러보다가 막 피어난 고사리와 야생화가 보이면 쭈그리고 앉아 아기를 돌보듯 세심하게 살폈다. 자연은 생명력이 강하지만 인간에 의해 쉽게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는 정 교수에게 “욕보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대가(大家)가 후배에게 건네는 최고의 칭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원 입구 격인 관광휴게소 이름은 ‘철쭉과 억새 사이’였다. 그곳 식당에서 한우국밥을 한 그릇씩 먹고 분홍색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봄을 누리는 최고의 호사였다.● 이 땅에 시를 쓴다는 것 황매산은 단지 철쭉이 아름다운 산이 아니었다. ‘땅에 시를 쓴다’는 말의 뜻을 일깨우는 장소였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안시성’,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을 촬영한 황매산은 2022년 BTS(방탄소년단) RM의 ‘들꽃놀이’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등장했다. 예술적 심미안이 뛰어난 RM 측이 합천군에 먼저 제안해 이뤄진 촬영이었다. 황매산의 값진 매력은 또 있다. 은하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캠핑하거나 반짝이는 별빛을 청혼 반지 삼아 연인에게 프러포즈할 수 있다.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황매산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은 지역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사례다. 2018년 해발 750∼1100m 고지대에 문을 연 황매산수목원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큰해오라비난초를 만날 수 있다. 다음에는 꼭 1박 2일 일정으로 찾아가 인근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하며 해인사도 가야겠다고 다짐한다.정 조경가는 황매산 오가는 길에 차창 밖 풍경을 유심히 보았다. 평온한 들판이 펼쳐지면 “아구, 예쁘다”라고 했고, 포크레인이 산을 파헤쳐 놓은 걸 보고는 “(우리 땅을) 가만 놔두면 기품 있을 걸 왜 못살게 구는 것이냐”며 안타까워했다. 합천군을 관통하는 황강 유역 미개발 구역은 야생의 자연처럼 신비로웠다. 정 조경가가 말했다. “이 좋은 광경을 또 언제 볼꼬.” 그리고는 한 편의 시처럼 말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게 늦게 내리는 눈인 줄 알았어요.” 땅에 시를 쓰는 것은, 풍경을 향한 감수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어떻게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귀하게 여길 것인가. 정 조경가의 웃음과 탄식에 답이 있을 것이다.◇정영선 조경가국내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 및 기념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청계천 복원사업, 선유도 공원 등 다양한 국가 공공사업에 참여해 왔다. 2023년 한국인 최초로 조경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했다.글·사진 합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눈 내리던 겨울날 정욱주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와 경기 양평에 있는 정영선 조경가(84)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정 교수가 “봄에 같이 황매산 가실래요”라고 묻자 정 조경가가 “그럼 좋지”라고 했다. 정 교수가 7년 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주요 공간을 설계한 황매산을 정 조경가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단다. 그렇게 한국 조경계의 거목(巨木)인 정 조경가, 정 교수와 함께 경남 합천 황매산을 다녀오게 됐다.●분홍빛 봄의 황매산지난해는 가히 ‘정영선의 해’였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조경 작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가 개봉해 대중에게 정영선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정 조경가 곁에서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배웠다는 정 교수도 이 영화에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상 처음 조경가를 다룬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열었다. 올해 5~7월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아트센터에서 정 조경가 개인전도 열린다. 지난해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에 왔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본 이탈리아 예술 관계자들이 순회전을 요청하면서 성사된 전시다.정 조경가의 베네치아 행(行)에 앞서 12일 셋이 황매산(해발 1113m)에 갔다. 정 교수는 “황매산은 철쭉이 유명하지만, 진달래도 좋아요”라고 했다. 서울에서 황매산까지는 왕복 600여 ㎞. 당일치기 소풍으로는 꽤 먼 거리였다. 운전대를 잡은 정 교수에게 정 조경가는 연신 “이 먼 길을…”, “참말로 대단하다”라고 했다. 정 교수가 2017~2018년 서울과 합천을 자주 오가며 황매산 군립공원 마스터플랜을 세운 걸 두고 하는 얘기다. 정 교수는 “선생님은 예전에 (합천) 해인사를 이렇게 다니며 (조경) 일을 하셨으면서 뭘요. 저도 오랜만이네요”라며 웃었다.황매산 군립공원은 잘 닦인 포장도로로 해발 850m까지 차량이 오를 수 있었다. 1980년대 소를 키우던 목장이었기 때문이다. 첩첩산중을 거쳐 오르니 별천지였다. 손바닥으로 누른 듯한 고산지 평원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산의 능선은 넓고 깊었다. 황매산이 왜 ‘영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공원 입구 주차장 오른쪽이 너른 철쭉 군락지다. 4월 중순은 진달래와 철쭉 사이(間)의 시간이었다. 열두 폭 병풍 같은 산세를 분홍색 진달래 이불이 포근하게 덮고 있었다. 정 조경가는 말했다. “아유, 예쁘다.” 조만간 철쭉이 50ha에 걸쳐 산을 감싸면 진분홍의 절정에 이를 것이다. 합천을 대표하는 황매산 철쭉제는 올해 29회를 맞아 5월 1~11일 열린다.●생태경관과 문화경관의 만남황매산은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가 고유한 풍경을 빚는다. 1984년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에 따라 조성된 목장 부지는 27년 전 폐쇄됐지만, 소들이 먹지 않아 살아남은 철쭉과 억새가 군락을 이뤘다. 고산지 평원 생태 경관과 목축의 역사가 만든 문화경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드넓은 초지(草地) 경관은 이국적이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봄과 가을에 치중된 관광 행태를 어떻게 사계절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2017년 합천군이 황매산 군립공원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한 이유다. 정 교수는 황매산을 단순한 꽃구경 장소로 보지 않았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조경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고 한다.그래서 황매산 입구 주차부지와 철쭉평원을 잇는 공간(1만4300㎡)에 조성한 게 ‘황매정원’이다. 단아하게 정비된 산책로에 들어서자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으로 입장하는 기분이었다. 흐르는 물을 따라 산수국을 심어 봄과 가을 사이에 비어 있던 여름 경관을 청량하게 만들고, 오나멘탈 그라스(관상용)를 심어 너른 억새밭과 연결한 게 돋보였다. 그중 제일은 작은 동물과 새 들의 보금자리인 습지 숲을 안전하게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한다.정 교수는 말했다. “처음 황매산에 왔을 때 굉장히 근사한 경관이 펼쳐져 놀랐어요. 정작 합천 분들은 그저 빈 땅이라 여기며 뭘 좀 더 추가하기를 원했죠. 저희는 오히려 이질적 시설들을 걷어 내면서 황매산 자체의 훌륭한 경관을 잘 드러내자고 제안했어요. 합천군 측이 수긍했고 지금까지 잘 유지, 관리해 주는 걸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정 조경가는 공원을 둘러보다가 막 피어난 고사리와 야생화가 보이면 쭈그리고 앉아 아기를 돌보듯 세심하게 살폈다. 자연은 생명력이 강하지만 인간에 의해 쉽게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는 정 교수에게 “욕보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대가(大家)가 후배에게 건네는 최고의 칭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원 입구 격인 관광휴게소 이름은 ‘철쭉과 억새 사이’였다. 그곳 식당에서 한우국밥을 한 그릇씩 먹고 분홍색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봄을 누리는 최고의 호사였다.●이 땅에 시를 쓴다는 것황매산은 단지 철쭉이 아름다운 산이 아니었다. ‘땅에 시를 쓴다’는 말의 뜻을 일깨우는 장소였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안시성’,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을 촬영한 황매산은 2022년 BTS(방탄소년단) RM의 ‘들꽃놀이’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등장했다. 예술적 심미안이 뛰어난 RM 측이 합천군에 먼저 제안해 이뤄진 촬영이었다.황매산의 값진 매력은 또 있다. 은하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캠핑하거나 반짝이는 별빛을 청혼 반지 삼아 연인에게 프러포즈할 수 있다.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황매산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은 지역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사례다. 2018년 해발 750~1100m 고지대에 문을 연 황매산수목원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희귀식물인 큰해오라비난초를 만날 수 있다. 다음에는 꼭 1박 2일 일정으로 찾아가 인근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하며 해인사도 가야겠다고 다짐한다.정 조경가는 황매산 오가는 길에 차창 밖 풍경을 유심히 보았다. 평온한 들판이 펼쳐지면 “아구, 예쁘다”라고 했고, 포크레인이 산을 파헤쳐 놓은 걸 보고는 “(우리 땅을) 가만 놔두면 기품 있을 걸 왜 못살게 구는 것이냐”며 안타까워했다. 합천군을 관통하는 황강 유역 미개발 구역은 야생의 자연처럼 신비로웠다. 정 조경가가 말했다. “이 좋은 광경을 또 언제 볼꼬.” 그리고는 한 편의 시처럼 말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게 늦게 내리는 눈인 줄 알았어요.”땅에 시를 쓰는 것은, 풍경을 향한 감수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어떻게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귀하게 여길 것인가. 정 조경가의 웃음과 탄식에 답이 있을 것이다.◇정영선 조경가국내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 및 기념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청계천 복원사업, 선유도 공원 등 다양한 국가 공공사업에 참여해 왔다. 2023년 한국인 최초로 조경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했다.합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막부 시대 종료와 메이지유신에 영향을 준 개혁가)의 고향 고치(高知)현은 산, 강, 바다 등 자연이 아름답고 일본의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프로 대회 장소로도 사용되는 골프장들은 태평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가다랑어와 일본 술도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밝고 친근한 주민들의 성품이 큰 매력입니다.” 지난달 일본 고치현에서 만난 하마다 세이지(濵田省司·사진) 고치현 지사는 고치현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고치현은 사상 처음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 등 20명을 초대해 3박 4일간 ‘고치현 시찰 투어’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고치현의 대표 명소인 △고치성(城) △사카모토 료마 기념관 △마키노 식물원 △기타가와(北川)촌 모네의 정원 △구로시오(黑潮) 컨트리클럽 △다우치 지즈코(田内千鶴子·한국 이름 윤학자) 비석 등을 둘러봤다. 한일친선우호협회 주관 환영 만찬회도 진행돼 양국 간 협력이 모색됐다. 고치현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목포의 어머니’로 불리는 고 윤학자(1912∼1968) 여사는 고치현에서 태어나 어릴 때 전남 목포로 건너와 한국인 전도사 남편이 세운 공생원에서 평생 6·25전쟁 고아 3000명을 길러 냈다. 한국 정부는 그에게 1963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국민장을 수여했고 고치현은 1997년 윤 여사 생가 근처에 기념비를 세웠다. 임진왜란 때 한국의 두부 장인들이 고치현으로 넘어가 두부 만드는 기술을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마다 지사는 “따뜻한 과거를 바탕으로 앞으로 문화 교류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치현은 매년 44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선 항공편 확보가 시급하다. 아직 국내선 터미널만 운영 중으로 한국에서는 직항 노선이 없어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 공항으로 입국해 철도나 렌터카를 통해 고치현으로 이동해야 한다. 고치 료마 공항은 2027년 5월 완전 개방을 목표로 국제선 터미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마다 지사는 “한국과 고치현이 하늘길로 연결되면 경제 협력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치=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로의 복합문화공간 겸 카페 레스토랑 ‘아유 스페이스’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재벌집 별장이었다. “금남리 롯데 별장 가자”고 하면 웬만한 택시 기사는 다 알던 장소였다. 그곳이 2022년 12월 만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30년 넘게 유럽에서 독립 예술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장미영 대표는 극소수만 향유하는 문화보다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경험의 가치를 높게 봤다. 일본 퓨전 한옥 같던 옛 재벌집 별장 건물들을 조병수 건축가에게 의뢰해 새단장하고 기존에 있던 나무들은 재배치해 정원을 정비했다.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이내에 도달하는 이곳에서는 북한강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3500평 부지에 카페, 레스토랑, 한옥 갤러리, 야외 테라스가 자리 잡아 단번에 ‘핫플’로 등극했다. 건축과 정원이 어우러져 예술의 일상화를 지향하는 공간이다.장 대표가 구석구석을 함께 다니며 설명했다. “처음엔 과실수가 많은 밭이었어요. 벼락 맞은 500년 된 향나무와 200년 된 은행나무도 있었고요. 조병수 건축가가 ‘원래 있었던 듯 보일 듯 말 듯한 단층 건물을 짓고 싶다’기에 그렇게 하시라고 했어요. 먼 장래를 보면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 될 것 같았거든요.”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단층 카페 건물 내부에는 중정(中庭)을 두었다. 그런데 중정에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바닥에 작은 돌을 깔고 커다란 바위 세 개만 둔 뒤 몇몇 야생화만 심었다. 깽깽이풀, 동강할미꽃, 돌단풍…. 장 대표는 말한다. “대우주와 소우주가 만나는 듯한 이 정원에서 별과 달을 올려다보면 지친 마음이 달래져요.” 실내에는 흰 기둥을 세워 북유럽의 자작나무를 형상화했다. 과거 별장 안채를 ‘재생 건축’한 레스토랑에서는 통창을 통해 북한강을 보면서 정통 이탈리아 밀라노식 리조토를 맛볼 수 있다. 손님이 떠날 때는 럭셔리 보석 브랜드들이 하는 것처럼 생화를 붙인 감사 카드를 건넨다.북한강을 따라 메타세쿼이아와 벚나무가 있고, 언덕에는 자연스럽게 피어난 것처럼 심은 복수초와 할미꽃이 있다.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게’, 요즘 말로 ‘꾸안꾸’가 아유스페이스의 조경 콘셉트다. 물과 돌을 보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물멍, 돌멍’ 산책을 위해서란다. 아유스페이스는 유럽의 호숫가 분위기에서 스몰웨딩과 돌잔치 등 가족 행사나 기업 행사를 위한 대관도 한다. 6월 중 야외 정원에서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를 다룬 이진영 감독의 독립영화 ‘하와이 연가’(2024년)를 상영하는 ‘아웃도어 시네마’ 행사가 계획돼 있다. 조병수 건축가의 ‘아유스페이스 건축 이야기’ 토크도 열릴 예정이다.이달 말까지 아유스페이스 한옥 갤러리에서는 ‘옥은희 도예전’이 열린다. 섬세한 청화 기법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남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4월, 입안 가득 제주의 맛으로 가득 채우기 좋은 계절이 왔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럭셔리 리조트형 호텔 그랜드 조선 제주는 한층 더 품격 있는 미식 경험을 위해 제주를 모티브로 한 브런치와 세미 파인 다이닝 코스, 봄 식재료를 활용한 다채로운 뷔페 메뉴 등 풍성한 메뉴들을 선보인다. 4월부터 새단장 후 고객들을 맞고 있는 힐 스위트관 로비층의 ‘그랑 제이 고메 라운지(Gran J Gourmet Lounge)’는 낮과 밤 모두 여유로운 휴식과 프리미엄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식사 공간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한 브런치 메뉴로는 돔베고기, 전복장, 뿔소라찜, 갈치 구이 등 제주에서 가장 신선하게 맛볼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한식 브런치 메뉴 ‘제주 밥상’과 어린이를 위한 ‘흑돼지밥상’이 준비된다. 양식 단품 메뉴로는 ‘딱새우루꼴라 크림 피자’, ‘톳 성게 스파게티니’, ‘크랩 케이크’ 등 이색적인 메뉴들이 있다.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은 편안한 휴식과 함께 커피&티 타임으로 운영된다. ‘한라산 말차 케이크’, ‘감귤 정원 디저트’ 등의 디저트를 선보인다. 오후 6시부터는 셰프의 정성을 담은 세미 파인 다이닝 스타일의 디너 5코스 및 단품 메뉴들로 미식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디너 코스에는 ‘한라봉 버터와 크로핀’, ‘딱새우 세비체’, ‘한치 구이’, 메인 요리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 또는 ‘참돔 스테이크’, 그리고 디저트로는 ‘백향과 무스’가 준비된다. 샴페인, 스페셜 칵테일, 화이트 또는 레드와인 등 4종의 주류 페어링도 함께 이용 가능하다. 30일까지 투숙객 대상으로 20% 할인된 가격으로 그랑 제이 고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며 특히 힐 스위트 투숙객일 경우 전용 PDR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 한층 더 프라이빗한 식사가 가능하다.그랑 제이 고메 라운지 오픈을 기념해 객실 패키지 ‘올 인클루시브 고메 이스케이프’와 ‘로맨틱 고메 이스케이프’ 2종을 연말까지 선보인다.뷔페 레스토랑 ‘아리아’는 독창적인 메뉴들을 준비해 고객들을 맞고 있다. 그날의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담아낸 ‘제주바당 카이센동’을 비롯해 붕장어 초밥, 스테이크 플레이트, ‘돔베고기’와 ‘금귤정과’, ‘감귤 물김치’, 제주산 전복을 가득 담아 끓인 ‘매생이 전복 누룽지탕’, 주류와 곁들이기 좋은 ‘제주 씨푸드 플래터’와 디저트로 제공되는 ‘한라봉 빙수’ 등 온 가족이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준비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루프탑 가든 ‘스카이야드’는 15일 세계적 비주얼 아티스트 제이슨 아티엔자(Jayson Atienza)의 손길을 통해 예술적 감성이 살아 있는 시그니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서울 아차산과 한강, 사계절의 색채를 생동감 넘치는 패턴으로 재해석해 ‘엘리베이트 유어 바이브레이션(Elevate your vibration)’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요가덱에 완성했다. 선베드와 파라솔 등에도 그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올해 창립 62주년을 맞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일상 속 예술이 전하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주제로 한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조이 위드 아트(Joy with Art)’를 선보인다. 첫 협업 작가가 제이슨 아티엔자다.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엔자는 “예술은 우리 생활 어디에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며,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의 캔버스가 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독창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역동적인 선의 디테일이 교차하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키, NBA, 미니(MINI)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아티엔자는 “이번 워커힐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 속으로 직접 뛰어들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적 영감을 일상 속으로 가져가길 바란다”고 협업 소감을 전했다.제이슨 아티엔자와 함께 하는 ‘조이 위드 아트(Joy with Art)’ 캠페인은 고객 참여형 행사 ‘아트 피크닉’을 비롯해 아트 굿즈, 객실 어메니티 제공 등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예정이다.워커힐은 서울 도심 속 ‘아트캉스’ 호텔로 자리매김하며 파크 콘서트, 문화 살롱, 브랜드 협업 공간 ‘스페이스 워커힐’ 등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며 고객과의 예술적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워커힐 관계자는 “아트캉스 호텔로서의 전통을 이어온 워커힐이 ‘조이 위드 아트’ 캠페인을 통해 예술 경험의 폭을 한층 넓히고자 한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바야흐로 꽃 구경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특별하게 꽃 추억을 쌓는 방법이 있답니다.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의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입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202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아름다운 동행’ 스탬프 투어는 현재 44곳의 수목원과 정원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수목원에 비치된 ‘아름다운 동행’ 여권(스탬프북)에 도장을 찍는 활동입니다.그런데 이 도장이 예사롭지 않아요. 각 수목원을 대표하는 식물들의 그림이 새겨 있거든요. 국립세종수목원은 붓꽃, 경기 여주 황학산수목원은 단양쑥부쟁이, 전남 해남 포레스트수목원은 수국, 강원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깽깽이풀…. 도장만 찍어도 절로 우리 식물 공부가 된답니다. 나만의 식물도감을 만들어나가는 기분이 들어요.이 아날로그 도장 찍기의 매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초 세 개의 도장을 여권에 찍으면 씨앗과 화분 등으로 구성된 반려식물 키트를 받고요. 다음부터는 3개씩 도장을 찍을 때마다 동(銅)으로 제작된 주화를 받지요. 이 주화에는 미선나무처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자생식물들이 새겨져 있어요.스탬프 투어는 자전거 투어나 박물관·미술관 투어 등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의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측으로부터 이 투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을 소개받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우선 충남 논산에 사는 김지나 씨(39) 가족입니다. 부부와 9세, 12세 자녀가 2년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9개의 도장을 받았다는데요.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국립세종수목원에 갔다가 이 투어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세종시의 금강수목원과 전북 한국도로공사전주수목원을 시작으로 전국의 수목원들을 다녔다네요.김 씨가 말합니다. “난대 식물을 볼 수 있는 전남 완도수목원에 갔다가 구례수목원에 갔는데 두 곳에서 같은 종류의 은은한 향기가 나더라고요. 대체 이게 뭘까 했더니 목서(木犀)의 향이었어요. 이 투어를 통해 무엇보다 감사한 건 아이들이 나무를 알아보는 거예요. 수목원에서 자연을 만나고 나서 가족이 더욱 돈독해졌어요. 서른 개 도장을 받고 나니 더 많은 도장을 받아야겠다는 도전 의식도 생겨나던걸요(웃음).”김 씨는 올해 산불이 특히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본 적이 있어요. 새의 군무를 본 남자분이 새들의 터를 지키려고 애쓰는 내용이에요. 그가 말했죠. ‘아름다운 것을 본 죄’라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스탬프 투어를 통해 우리 수목의 아름다운 모습을 봤기 때문에, 산불로 타버린 상황이 특히 마음에 와닿고 슬펐던 것 같아요.”인천에 사는 이화연 씨(63)는 꽃을 좋아해 빌라의 옥상에 여러 종류의 화초를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스탬프 투어는 지난해 인천수목원에 갔다가 알게 됐는데, 집 근처 인천수목원은 입장료가 없어 언제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사진으로 식물의 이름을 물어보면 집단지성이 알려주는 스마트폰 ‘모야모’ 앱에서 ‘똥식이사랑’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식물 이름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답변을 잘 해주기 위해 식물원을 다니며 식물을 공부한다고 합니다.“꽃 좋아하는 저와 역마살 있는 남편에게 딱 맞는 여행이에요. 수목원마다 서로 다른 특징도 찾아보고 새로운 꽃도 발견하고 있어요. 꽃창포 가득한 경남 거창 창포원은 꼭 자전거를 빌려 한 바퀴 돌아보세요. 거창 금원산생태수목원은 골짜기 따라 숲길이 아주 좋은데 관람객이 적어 널리 알리고 싶네요. 인천수목원 온실에 오랜만에 핀 바우히니아는 또 얼마나 예쁜데요. 충남 홍성 그림같은수목원과 강원 강릉 솔향수목원도 추천하고 싶어요.”서울에 사는 차재연 씨(55)는 말합니다. “진달래 필 때 세종시 금강수목원을 맨발로 걸으면 참 행복해져요.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우리 호랑이와 자생식물 보는 것도 참 좋고요. 스탬프 투어의 매력이요? 경험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기분이에요. 기억에 오래 남아요”.경기 성남에 사는 시내버스 기사 임명연 씨(63)는 쉬는 날 아내와 전국 100대 명산도 다니고, 등대 투어도 하다가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를 알게 돼 블로그에 수목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수목원·정원의 진정한 홍보대사, 함께 지키고 돌보는 정원문화의 실천자 아닌가 싶습니다.이 스탬프 투어의 명칭은 왜 ‘아름다운 동행’일까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정원과 사람, 자연과 마음을 잇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노회은 국립세종수목원 교육운영실장). 지금까지 10만 개 스탬프북, 2만 개 주화가 국민에게 전달됐고, 참여 수목원에는 교육 전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습니다.세상은 넓고 가볼 수목원은 많습니다. 전국 곳곳의 수목원은 단지 식물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씨앗이 되는 장소입니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도장 찍기 여행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가수 윤종신의 노래 ‘수목원에서’를 흥얼거려봅니다. ‘수다 떠는 아줌마들처럼 웃는 새들과 누굴 애타게 찾는 것처럼 울어대는 벌레들. 여전해요. 그대와 거닐었던 그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숲속 길….’ 스탬프 투어와 함께할 만한 교육·체험 프로그램국립세종수목원5, 6, 9, 11월에만 만날 수 있는 ‘물빛따라 꽃길따라’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전기버스를 타고 수목원 해설사와 함께 정원과 사계절 온실을 돌아보며 기후대별 생물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공룡소나무 ‘울레미소나무’와 수천 년을 살아가는 식물 ‘웰위치아’ 등 특별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국립한국자생식물원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는 체험 프로그램 ‘식물을 담은 도자기’를 진행한다. 초벌 도자기에 나만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유약을 발라 가마에 굽는 내내 식물과 예술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야생 종자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와 백두산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숙박과 체험을 연계한 자연 체류형 프로그램 ‘가든스테이’가 인기다.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가족, 연인, 학생 단체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과 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로의 복합문화공간 겸 카페 레스토랑 ‘아유 스페이스’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재벌집 별장이었다. “금남리 롯데 별장 가자”고 하면 웬만한 택시 기사는 다 알던 장소였다. 그곳이 2022년 12월 만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30년 넘게 유럽에서 독립 예술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장미영 대표는 극소수만 향유하는 문화보다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경험의 가치를 높게 봤다. 일본 퓨전 한옥 같던 옛 재벌집 별장 건물들을 조병수 건축가에게 의뢰해 새단장하고 기존에 있던 나무들은 재배치해 정원을 정비했다.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이내에 도달하는 이곳에서는 북한강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3500평 부지에 카페, 레스토랑, 한옥 갤러리, 야외 테라스가 자리 잡은 ‘핫플’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KICA) 문화공간 건축상도 받았다. 공모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곳을 방문한 어느 건축학과 교수가 “건축과 정원, 그 속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며 추천해 수상했다고 한다. 4일 아유 스페이서 만난 장 대표가 각 공간을 소개했다. “처음엔 과실수가 많은 밭이었어요. 벼락 맞은 500년 된 향나무와 200년 된 은행나무도 있었고요. 조 건축가가 ‘원래 있었던 듯 보일 듯 말 듯한 단층 건물을 짓고 싶다’기에 그렇게 하시라고 했어요. 먼 장래를 보면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 될 것 같았거든요.”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단층 카페 건물 내부에는 중정(中庭)을 두었다. 바닥에 작은 돌을 깔고 커다란 바위 세 개만 둔 뒤 몇몇 야생화만 심었다. 깽깽이풀, 동강할미꽃, 돌단풍…. 장 대표는 말한다. “한국의 시골에서 자라서 그럴까요. 이 정원에서 별과 달을 올려다보면 지친 마음이 달래져요.” 아유 스페이스 바로 앞으로 북한강이 흐른다. 강을 따라 메타세쿼이아와 벚나무가 도열해 있고, 언덕에는 자연스럽게 피어난 것처럼 심은 복수초와 할미꽃이 있다.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게’, 요즘 말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가 이곳의 조경 콘셉트다. 물과 돌을 보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물멍’, ‘돌멍’ 산책을 위해서란다. 원래 있던 대문도 위치를 바꿨다. 과거 별장 안채로 직행하는 방향에 있던 대문을 폐쇄하고 구불구불한 동선을 만들었다. 그에 따라 나무들을 재배치하니 공간과 분위기가 변신했다. 요즘 가구들을 재배치해 살던 집을 변신시켜주는 집 정리 서비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이렇게 옛 별장 안채를 ‘재생 건축’한 레스토랑에서는 통창을 통해 북한강이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젊은 세대들이 찾아와 ‘물멍’ ‘돌멍’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밀라노식 리조토를 먹는다. 한옥 갤러리에서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예 전시가 열리고 있다.카페 실내에 흰 기둥을 세운 것은 장 대표가 살았던 북유럽의 자작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다. 강가를 유럽의 호숫가 분위기로 조성해 스몰 웨딩 등 파티를 할 수 있게 한 것, 손님이 떠날 때 럭셔리 보석 브랜드들처럼 생화를 붙인 감사 카드를 건네는 것도 건축주가 살아온 길을 드러낸다. 6월에는 이곳에서 ‘아웃도어 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야외 정원에서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를 다룬 이진영 감독의 독립영화 ‘하와이 연가’(2024년)를 상영할 예정이다. 꿈과 희망을 찾아 해외로 이주해 가족과 공동체, 고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은 건 영화 내용인 동시에 장 대표의 삶일 것이다. 그는 “앞으로 공간과 건축, 오페라 등 보다 풍부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이 복합문화공간의 야외 정원에서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남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