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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일시 중단했던 외국인 유학생 비자 등에 대한 발급 심사 절차를 재개한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단,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신청자를 파악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심사를 의무화하겠다며 관련된 모든 계정은 ‘공개’ 상태로 변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날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F, M, J 비자에 해당하는 모든 학생 및 교환 방문자 신청자에 대해 온라인 접속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F 비자는 학위 과정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M 비자는 직업이나 기술 교육생, J 비자는 교환학생, 인턴, 방문 연구자 등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소셜미디어 검사해 ‘위험 인물’ 파악지난달 27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 세계 외교 공관에 전문을 보내 “F, M, J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검증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면접 인원을 추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지난달 28일부터 주한 미대사관에서 F, M, J 비자 신규 인터뷰가 중단됐다. 그러나 이날 국무부의 관련 지침이 확정돼 외교 공관에 전달되면서 심사 재개가 가능해졌다. 국무부가 외교 공관에 보낼 전문을 입수해 보도한 프리프레스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무부는 비자 심사 영사들에게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검토하고 국민,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징후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국무부는 △지정된 외국 테러리스트 및 기타 미국 국가 안보 위협을 옹호, 지원 또는 지지하는 신청자 △불법적인 반유대주의적 괴롭힘이나 폭력을 자행하는 신청자도 가려내야 할 대상으로 명시했다. WP는 “전문에 ‘기술정보를 훔치고, 미국의 연구개발을 악용하고, 정치적 또는 기타 이유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자들로부터 미국의 고등 교육기관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은 ‘신청자의 이 같은 활동이 실질적인 위협에 해당하는지는 영사들이 판단할 재량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계정 공개 의무화, 거부하면 페널티 이를 위해 국무부는 “비자 신청자에게 소셜미디어 계정의 모든 부분을 공개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전문에 적시했다. 만약 계정 일부가 ‘비공개’로 설정돼 있거나, 접근 제한 상태로 돼 있는 경우에는 계정 공개 거부와 마찬가지로 처리하라고 했다. WP는 “전문에는 굵은 글씨로 ‘요청 불이행이 회피적인 의도를 나타내는지, 혹은 신청자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지침은 신규 비자 신청자뿐 아니라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신청자에게도 적용된다. 아직 인터뷰를 보지 않았거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 또는 인터뷰 면제 대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문은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잠재적으로 불리한 정보가 발견된 신청자에게는 추가 면접을 위해 신청자에게 다시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외국학생 적은 학교 재학생에 대한 비자 신속 처리 우선권 부여 국무부는 학생 비자 신속 처리 대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 수의 15% 미만인 학교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하버드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 비율이 27%인데, 이 경우 학생비자 신속 처리 대상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P는 이 같은 지침이 매년 40만 건이 넘는 학생비자 신청에 영향을 줘 각국 영사관 업무에 심각한 부담을 줄 거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비자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를 강제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미국정책재단의 스튜어트 앤더슨 대표이사는 “역사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그들의 견해를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모든 비자 심사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결정이며 여기에는 입국 조건에 부합하는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즉, 소셜미디어 검증 절차에 협조할 의지를 보이는지도 판단 대상이라는 것. 이번 조치는 영사관 운영일 기준 5일 내에 발효될 예정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국무부가 일시 중단했던 외국인 유학생 비자 등에 대한 발급 심사 절차를 재개한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단,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신청자를 파악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심사를 의무화하겠다며 관련된 모든 계정은 ‘공개’ 상태로 변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이날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F, M, J 비자에 해당하는 모든 학생 및 교환 방문자 신청자에 대해 온라인 접속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F 비자는 학위 과정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M 비자는 직업이나 기술 교육생, J 비자는 교환학생, 인턴, 방문 연구자 등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소셜미디어 검사해 ‘위험 인물’ 파악지난 달 27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 세계 외교 공관에 전문을 보내 “F, M, J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 미디어 검증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면접 인원을 추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지난 달 28일부터 주한 미 대사관에서 F, M, J 비자 신규 인터뷰가 중단됐다.그러나 이날 국무부의 관련 지침이 확정돼 외교 공관에 전달되면서 심사 재개가 가능해졌다. 국무부가 외교 공관에 보낼 전문을 입수해 보도한 프리프레스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무부는 비자 심사 영사들에게 ‘신청자들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검토하고 국민,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징후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국무부는 △지정된 외국 테러리스트 및 기타 미국 국가 안보 위협을 옹호, 지원 또는 지지하는 신청자 △불법적인 반유대주의적 괴롭힘이나 폭력을 자행하는 신청자도 가려내야 할 대상으로 명시했다. WP는 “전문에 ‘기술정보를 훔치고, 미국의 연구개발을 악용하고, 정치적 또는 기타 이유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자들로부터 미국의 고등 교육기관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적혀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은 ‘신청자의 이 같은 활동이 실질적인 위협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영사들이 판단할 재량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계정 공개 의무화, 거부하면 페널티이를 위해 국무부는 “비자 신청자에게 소셜 미디어 계정의 모든 부분을 공개하고 접근 가능하도록 요청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전문에 적시했다. 만약 계정 일부가 ‘비공개’로 설정돼 있거나, 접근 제한 상태로 돼 있는 경우에는 계정 공개 거부와 마찬가지로 처리하라고 했다. WP는 “전문에는 굵은 글씨로 ‘요청 불이행이 회피적인 의도를 나타내는지, 혹은 신청자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적혀있다”고 보도했다.이 같은 지침은 신규 비자 신청자뿐 아니라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신청자에게도 적용된다. 아직 인터뷰를 보지 않았거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 또는 인터뷰 면제 대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문은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잠재적으로 불리한 정보가 발견된 신청자에게는 추가 면접을 위해 신청자에게 다시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외국학생 적은 학교 재학생에 대한 비자 신속 처리 우선권 부여국무부는 학생 비자 신속 처리 대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 수의 15% 미만인 학교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하버드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 비율이 27%인데, 이 경우 학생비자 신속 처리 대상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WP는 이 같은 지침이 매년 40만 건이 넘는 학생비자 신청에 영향을 줘 각국 영사관 업무에 심각한 부담을 줄 거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비자 신청자들의 소셜 미디어를 강제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미국정책재단의 스튜어트 앤더슨 대표이사는 “역사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그들의 견해를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국무부는 “모든 비자 심사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결정이며 여기에는 입국 조건에 부합하는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즉, 소셜 미디어 검증 절차에 협조할 의지를 보이는지 여부도 판단 대상이라는 것. 이번 조치는 영사관 운영일 기준 5일 내에 발효될 예정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하 압박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3월, 5월에 이은 네 번째 연속 동결 조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포인트로 유지됐다.연준은 17,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갖고 이 같은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종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관세 정책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몇 달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용 PC, 시청각 장비 등 일부 품목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세 효과의 규모나 지속 기간, 반영 시점 등 모든 것이 매우 불확실하다”며 “(금리) 정책을 조정하기 전, 당분간은 향후 경제 흐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겠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1.4%로 낮췄고, 2026년은 0.2%포인트 낮춘 1.6%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도 악화돼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을 기존 2.8%에서 3.1%로 올렸다. 이날 연준은 앞으로의 금리 전망에 대해 두 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연준의 새로운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이전과 같은 3.9%로 나타났다. 현 금리인 4.25~4.5%에서 0.25%포인트씩 두 번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FOMC 위원 19명 가운데 7명은 올해 금리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 3월 회의 때 4명보다 크게 늘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핵 위협을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미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사진). DNI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버드 국장은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의 이유로 제시한 이란의 핵 개발 관련 정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폭발 기폭 장치 시스템을 포함해 핵무기 개발에 활용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미국에 자료를 공유하고 공격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WSJ는 “(이스라엘의 주장과 달리) 미국 정보기관의 공통된 견해는 ‘이란은 핵무기 제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며 “개버드 국장은 3월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개버드 국장은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그가 2003년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최고 수준에 달했다”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부정하는 듯한 미 정보 수장의 이 같은 견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개버드 국장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에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이 정보기관장의 의견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개버드 국장은 즉각 태세 전환에 나섰다. CNN에 따르면 그는 이날 상원 예산위원회 산하 국방소위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회를 찾은 자리에서“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버드 국장의 말 바꾸기를 두고 일각에선 정보수장의 판단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코드 맞추기’로 인해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버드 국장의 상반된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정보기관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고 미국이 여기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7일(현지 시간) 국제 유가가 4% 넘게 급등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 미국 국채, 은 가치가 모두 상승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전일 대비 4.28% 오른 배럴당 74.84달러로 마쳤다. 종가 기준 5개월 만의 최고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 또한 4.4% 오른 76.45달러로 마감했다. 블룸버그 에너지 지표에 따르면 WTI와 브렌트유는 이날 정규장 마감 이후에도 계속 올라 18일 0시 기준 각각 0.49%와 0.38%가 추가 상승했다. 월가 투자은행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됐다”며 중동 사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처럼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도 올랐고 미 국채 수익률은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은 가격도 온스당 37달러를 돌파했다. 은 가격은 이달에만 12% 상승해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같은 날 뉴욕 증시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8%, 나스닥 종합지수는 0.9%씩 하락했다. 한편 18일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전날보다 6.7원 오른 1369.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달러화 강세 여파에 138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결국 1370원 아래까지 떨어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밤 하면 떠오르는 충남 공주 정안 밤은 지금도 수십 곳에서 재배돼 해마다 수백 t이 생산 판매되는 지역 대표 품목이다. 강원 양양 송이버섯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첫 송이 채취 일정이 뉴스에 오를 만큼 ‘양양=송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각인돼 있다. 경남 산청 곶감, 경북 문경 오미자, 강원 태백 곰취, 홍천 잣, 경북 울릉도 삼나물 등도 각 지역을 상징하는 임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먹거리 임산물은 최근 ‘숲푸드’라는 이름 아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역성과 건강성을 갖춘 식재료라는 점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식생활이 건강 중심으로 바뀌며 숲에서 온 자연 먹거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숲푸드는 건강한 먹거리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도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숲푸드로 등록된 임산물 품목은 약 200개. 이를 2030년까지 1500개로 확대하고 임업인 가구의 평균 소득도 765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에서 재배하거나 채취해 단순 가공한 뒤 유통되는 구조인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망과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 공동 상표 ‘숲푸드’를 중심으로 품질 인증과 브랜드 신뢰도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푸드 산업의 확산은 단순한 특산물 유통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임산물 주산지인 농산어촌 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이 겹쳐 공동체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주 정안면, 문경 동로면, 양양 현남면 등지에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숲푸드는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청년 인력 유입과 안정적 생계 기반을 마련할 산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규모 가공시설, 체험형 재배장, 지역 축제 연계 상품 등 확장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올해부터 분기별로 ‘숲푸드 위크’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서울 도심 백화점 식품관에선 곰취 두릅 더덕 등 봄철 나물이 전시됐고, 임업인들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일부는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를 병행했다. 산림청은 식목일(4월), 임업인의 날(11월) 등 주요 계기에 맞춰 지역 축제와 연계한 소비 촉진 행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임산물 소비가 늘어나면 산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지속 가능한 보전도 가능해진다”며 “숲푸드는 건강한 식재료이자 지역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먹거리”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산에서 키운 먹거리에는 옹골찬 산기운이 스며 있는 것 같아요. 속이 꽉 찬 알밤처럼 실속 있고, 산을 가꾼 덕에 산 생태계도 더 좋아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지난달 2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정리 학성산에서 만난 조환웅 씨(75)는 초록빛 밤나무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축구장(7140m²) 17개 규모인 12.5ha 산자락에 밤나무 6000그루를 키우고 있다. 1998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처음엔 ‘왜 젊은 나이에 낙향하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밤 재배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연평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산림 임업인이 됐다. 밤, 도라지, 더덕, 표고버섯 등 임야에서 자라는 먹거리 임산물, 이른바 ‘숲푸드’는 최근 건강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임산물이 생산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통, 가공, 체험 관광 등과 연계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면서 사람과 자연, 지역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그린 시프트’의 한 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밤-오갈피 재배로 연간 억대 매출조 씨는 3대째 임업을 이어온 산주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물려주신 산을 잘 가꾸면서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싶었다”며 낙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나무가 뒤섞인 숲에선 밤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밤나무 1500그루를 새로 심고, 다른 나무를 솎아내 밤나무의 생육 환경을 개선했다. 가지치기와 맹아 제거로 수형(樹形)을 다듬고, 숲길(임도)을 내 트랙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작업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올라 지금은 밤나무가 6000그루로 늘었다. 실제 지난달 26일 방문한 조 씨의 해발 300m 밤나무 산에선 폭 3m 넘는 임도가 10km 이상 이어졌다. 조 씨는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유박비료를 사용하고, 해충 방제도 친환경 방식으로 한다. “토양이 건강해야 밤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렇게 가꾼 숲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숲길이 정비되면서 산불과 병해충 대응도 빨라졌다. 이곳에서 생산된 밤은 선물용부터 떡, 젤리, 양갱, 술 원료까지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조 씨는 “산에서 자란 밤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에서 4.3ha 오갈피 숲을 가꾸는 안수예 씨(67)도 숲푸드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2004년 평창군의 한 야산을 임차해 오갈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그는 평지보다 숲에서 자란 오갈피가 더 향과 성분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해 재배지를 숲으로 옮겼다. 안 씨는 “실제 숲에서 자란 오갈피에서 간 해독에 효과적인 성분 ‘키사노제닌’이 검출됐다”며 “숲에서는 나무들이 경쟁하며 자라 생존력이 강하고 효능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퇴비와 미생물 기반의 친환경 재배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역 60, 70대 주민 10여 명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오갈피만으로 연간 5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그는 최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오갈피 육수도 개발했다.● 건강 먹거리, 6차 산업으로임산물은 농작물보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건강과 자연 친화적 소비가 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미자 오갈피 같은 약용식물은 2023년 6470억 원어치 생산돼 전년보다 553억 원 늘었고, 더덕 고사리 같은 산나물도 4703억 원 규모로 751억 원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숲푸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먹거리 임산물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3년 기준 숲푸드 생산액은 1조93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3억 원 증가했다. 수출도 2024년 약 6124억 원에 달한다. 밤은 미국, 대만, 프랑스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산림청에 숲푸드로 등록하면 3년간 전용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산주는 산림청의 단기소득임산물 지원 사업 같은 보조 사업에서 가점도 받을 수 있다. 6월 기준 숲푸드는 밤, 도라지, 산수유, 송이버섯 등 91종이다. 전국에서 67명의 산주가 202개 품목을 등록했다. 숲푸드는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산촌 지역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임산물의 주요 산지인 산촌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숲푸드는 생산, 유통, 가공, 체험 관광까지 연계한 6차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며 “산주 본인에게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유입도 이끌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핵 위협을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미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DNI) 국장. DNI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이다.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버드 국장은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의 이유로 제시한 이란의 핵 개발 관련 정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폭발 기폭 장치 시스템을 포함해 핵무기 개발에 활용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미국에 자료를 공유하고 공격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WSJ는 “(이스라엘의 주장과 달리) 미국 정보기관의 공통된 견해는 ‘이란은 핵무기 제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며 “개버드 국장은 3월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개버드 국장은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그가 2003년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최고 수준에 달했다”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부정하는 듯한 미 정보 수장의 이 같은 견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개버드 국장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이 정보기관장의 의견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이에 개버드 국장은 즉각 태세 전환에 나섰다. CNN에 따르면 그는 이날 상원 예산위원회 산하 국방소위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회를 찾은 자리에서“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버드 국장의 말 바꾸기를 두고 일각에선 정보수장의 판단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코드 맞추기’로 인해 흔들린다는 비판도 나오기도 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버드 국장의 상반된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정보기관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무산될 경우 미국이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폭탄인 ‘벙커 버스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해 개최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벙커 버스터 지원 여부 등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간 벙커 버스터 지원을 미국 측에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NYT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포르도는 핵무기 제조 능력의 핵심”이라며 “이를 파괴할 수 있는 벙커 버스터 폭탄과 폭격기를 보유한 건 미국뿐”이라고 전했다. ‘GBU-57’로 불리는 벙커 버스터 폭탄은 지하시설 파괴용으로 개발됐으며, 6m 길이에 무게는 13t에 이른다. 일반 폭탄보다 외피가 훨씬 두껍고 압도적으로 무거워 투하된 폭탄이 바위나 콘크리트 등을 뚫을 수 있다. NYT는 “이 정도 무게의 폭탄을 옮길 수 있는 건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만 가능하다”고 분석했다.문제는 산속 지하 깊은 곳에 건설된 포르도의 핵시설을 벙커 버스터만으로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느냐는 것. 미 CNN은 “GBU-57은 최대 61m 깊이까지 관통할 수 있는데 이는 포르도가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깊이보다 20m가량 부족하다”며 “벙커 버스터로 포르도 파괴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의미한 파괴를 위해서는 동일 목표 지점에 대한 반복 타격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군은 지난 2년간 백악관의 지휘하에 포르도에 GBU-57을 투하하는 작전을 연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대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연속으로 벙커 버스터를 투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쟁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비칠 경우 지게 될 국제사회의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벙커 버스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은 수년에 걸쳐 미국의 벙커 버스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포르도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수립해 왔다”며 “특공대가 직접 핵시설 내부로 진입하거나 포르도와 연결된 발전 및 송전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이날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미군을 투입하는 걸 제한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미군이 이란에 직접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의회의 명시적 승인이나 공식적 선전포고를 받을 것을 명시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4일 미국 민주당 소속 미네소타주(州) 의원들의 자택을 찾아가 하원의원 부부를 총격 살해하고 상원의원 부부에게 중상을 입힌 용의자 밴스 볼터가 15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른 새벽 마치 경찰인 것처럼 차량과 복장을 꾸미고 의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총격을 가한 이번 사건을 놓고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정치 갈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테러에 공포 커지는 미국 15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볼터는 미네소타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경찰의 수색 작전 끝에 미네소타주 교외의 한 들판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볼터의 차량을 먼저 발견하고, 인근 지역에 ‘집 문을 잠그라’는 메시지와 함께 최고 등급의 안전 경보를 내린 채 수색을 진행했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게시물 검토 결과 용의자는 복음주의와 낙태 반대 철학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의 정치적 신념을 범행 동기로 추정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런 일은 일상이 돼서도, 정치적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에 대해 “뜬금없이 발생한 게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현상의 결과”라며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소외, 허위 정보,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요인이 폭력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격 대상이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와 상관없이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에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전했다.● 잇단 급증에 ‘셀프’ 총기 소지까지 최근 미국에서는 이른바 ‘정치 테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에는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이 야구 경기장에서 총을 맞았고, 2020년에는 강경보수 성향 민병대원들이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하려다 검거됐다. 2022년에는 낸시 펠로시 전 민주당 하원의장을 노리고 자택에 찾아온 괴한에게 펠로시 의원의 남편이 망치로 머리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 들어서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새벽에 공관에 침입해 불을 지른 괴한에게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워싱턴에서 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미 법원에서 제동 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판사에 대한 위협도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미국 의회 경찰 자료를 인용해 “의원들을 향한 위협이 급증해 연간 9000건 이상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역시 연말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연방 판사를 대상으로 한 심각한 위협 사례가 1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건 뒤 전국의 의원들이 사생활 보호와 안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알권리 등을 위해 홈페이지에 집 주소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노스다코타주는 즉시 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 직접 총기를 챙겨 들고 주 의사당으로 출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4일 미국 민주당 소속 미네소타주(州) 의원들의 자택을 찾아가 하원의원 부부를 총격 살해하고 상원의원 부부에게 중상을 입힌 용의자 밴스 볼터가 15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른 새벽 마치 경찰인 것처럼 차량과 복장을 꾸미고 의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총격을 가한 이번 사건을 놓고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정치 갈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테러에 공포 커지는 미국15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볼터는 미네소타주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경찰의 수색 작전 끝에 미네소타주 교외의 한 들판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앞서 볼터의 차량을 먼저 발견하고, 인근 지역에 ‘집 문을 잠그라’는 메시지와 함께 최고 등급의 안전 경보를 내린 채 수색을 진행했다.로이터통신은 “온라인 게시물 검토 결과 용의자는 복음주의와 낙태반대 철학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의 정치적 신념을 범행 동기로 추정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런 일은 일상이 돼서도, 정치적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에 대해 “뜬금없이 발생한 게 아닌, 오랫동안 이어져 온 현상의 결과”라며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소외, 허위 정보,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요인이 폭력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격 대상이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와 상관없이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에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전했다.● 잇단 급증에 ‘셀프’ 총기 소지까지최근 미국에서는 이른바 ‘정치 테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에는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이 야구 경기장에서 총을 맞았고, 2020년에는 강경보수 성향 민병대원들이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하려다 검거됐다. 2022년에는 낸시 펠로시 전 민주당 하원의장을 노리고 자택에 찾아온 괴한에게 펠로시 의원의 남편이 망치로 머리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올 들어서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새벽에 공관에 침입해 불을 지른 괴한에게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워싱턴에서 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미 법원에서 제동 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판사에 대한 위협도 증가했다.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미국 의회 경찰 자료를 인용해 “의원들을 향한 위협이 급증해 연간 9000건 이상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역시 연말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연방 판사를 대상으로 한 심각한 위협 사례가 1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NYT는 “이번 사건 뒤 전국의 의원들이 사생활 보호와 안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 등을 위해 홈페이지에 집 주소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노스다코타주는 즉시 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 직접 총기를 챙겨 들고 주 의사당으로 출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가상화폐 등의 분야에서 지난해 6억 달러(약 82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총자산을 최소 16억 달러 규모로 증식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로이터통신(현지 시간)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전날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무 공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지난해 9월 설립한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을 통해 573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 플로리다주에 소유한 웨스트팜비치, 도럴, 주피터 등 세 개의 골프 리조트와 회원제 클럽 리조트인 마러라고 멤버십 판매를 통해 최소 2억1770만 달러의 소득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판매 사업으로도 많은 수입을 올렸다. 그는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와 함께 제작한 ‘그린우드 성경’ 판매를 통해 130만 달러를, ‘트럼프 시계’ ‘트럼프 스니커즈와 향수’ 판매에선 각각 280만 달러와 250만 달러를 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따서 만든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로도 116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각종 해외 개발 사업에서도 많은 돈을 벌었다. 인도 1000만 달러,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에서 각각 1600만 달러와 1000만 달러, 베트남에선 500만 달러의 개발 사업 수수료를 벌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업을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맡겼다고 하지만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그 수입은 결국 대통령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에 공개된 정보는 지난해 12월 말까지를 반영한 것으로,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모금한 자금은 대부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밈 코인인 ‘$TRUMP’만으로도 약 3억20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일가는 비트코인 채굴 사업과 디지털 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입국이 제한되는 국가에 이집트와 캄보디아 등 36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 등 19개 나라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추가안이 현실화되면 전 세계 국가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55개국이 입국 제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WP는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국무부는 36개국이 미 당국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문건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정부 내에 사기 행위가 만연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서명과 함께 입국 제한 대상으로 검토되는 국가에 주재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입국 제한 검토 대상으로 △비자가 만료됐는데도 계속 미국에 체류하는 국민이 많은 국가 △일정 기간 거주하지 않아도 자국에 투자만 하면 외국인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국가 등을 지목했다. 국무부는 이들 36개국에 60일 내로 국무부의 기준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통보하며 18일 오전 8시까지 이에 대한 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농장, 호텔, 식당에서는 단속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3일 보도했다. 이는 농장 등에 대한 단속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농촌 거주 백인들과 서비스업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매우 공격적인 이민 정책이 매우 유능하고 대체 불가하며 오랜 기간 일한 근로자들을 앗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지지가 약한 대도시 등 특정 지역에만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현지 시간) 워싱턴 도심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미국에서 이 같은 규모의 열병식이 열린 건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에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최대 4500만 달러(약 616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는 열병식은 성대했다.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이 위용을 과시했고,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USA”를 환호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는 “동맹에는 위안이 되고, 적국에는 억지력이 될 장면”이라고 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과시는 오히려 미국이 과거 영광에 집착하며 동맹국을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부정적 인상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 전역에선 ‘노 킹스(No Kings)’ 시위도 열렸다. 2000여 곳에서 열병식을 겨냥한 ‘맞불 집회’가 동시다발로 진행된 것.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반(反)트럼프 시위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엔 가장 많은 8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왕은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극심해진 미국 내 분열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하루란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생일파티’된 최대 열병식 vs 美2000곳 “노 킹스” 최대 시위육군 250돌 열병식, 걸프전후 최대… “616억원 세금들여 생일자축” 비판도‘건국 도시’ 필라델피아 8만명 운집“내가 누린 美, 우리 아이도 누리게”이날 열병식의 테마는 미 육군의 시대별 변천사였다. 영국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한 독립전쟁을 시작으로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한국·베트남·걸프 전쟁 등 시대순으로 활용된 군사장비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 양옆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독립전쟁 당시 운용한 기마부대를 비롯해 2차 대전에 투입된 셔먼 탱크, 현재 사용 중인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팔라딘 자주포 등이 동원됐다. 하늘에선 2차대전 때 운용한 B-25 폭격기를 비롯해 블랙호크(UH-60) 헬기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 육군은 이날 열병식에 군인 6700여 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美 위협하면 몰락은 완전하고 철저할 것” 이날 열병식을 참관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 육군은 악의 제국의 심장에 총검을 꽂았고, 악랄한 독재자들의 야망을 미 전차의 궤도 아래에 짓밟았다”며 “미국인을 위협하면 우리 군인들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당신의 패배는 확실하며 그 몰락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철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바스티유 데이’ 퍼레이드를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지켜본 후 워싱턴에서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때 군 수뇌부 등이 말려서 못 했고, 재집권 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충성파’들을 배치한 뒤에야 소원을 이뤘다고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이날 열병식엔 최초의 미 육군 차량과 1차대전 때 사용된 전차, 미 육군 주력 탱크까지 선보였다. 다만 “드론과 사이버 무기 등으로 바뀐 현재의 전쟁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구식 무기 전시’”라고 NYT는 꼬집었다. 4500만 달러에 달하는 열병식 비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고 미국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는 데 있어 푼돈”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원조나 기초과학 연구 지원 예산 등을 줄인 트럼프 행정부가 혈세를 ‘군사 쇼’에 쏟아부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열병식 개최 시점도 논란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시위 대응을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동원했다. 자국 시민을 상대로 병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열병식을 연 건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군을 부적절하게 이용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단에 올랐을 때 일부 군중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파티장’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건국의 도시’ 필라델피아에 8만 명 ‘反트럼프’ ‘노 킹스’ 시위가 미 전역에서 열린 이날 필라델피아에만 8만여 명이 운집했다. 시위 시작 시간은 정오로 예고됐지만, 시위 참석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필라델피아 시청 옆 ‘러브 광장’에 모였다. 현장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공중에는 헬기와 드론이 떠다녔다. 이날 워싱턴이 아닌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열린 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을 방해하는 시위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시위 주최 측은 정부 당국과 충돌을 피하고 동시에 워싱턴 이전 미국 수도였던 ‘건국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이날 시위는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위대는 필라델피아 미술관까지 2.5km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을 희화화한 조형물과 거꾸로 든 성조기 등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인 개비 씨는 “나는 시민권자지만 가족들은 멕시코에서 와서 일하고 있다”며 “(가족들이) 두려움을 느껴 내가 대신 나왔다”고 했다. 신생아인 딸을 안고 참가한 에밀리 씨는 “내가 누렸던 것과 같은 미국을 아이가 누리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에 왔다”고 했다. 뉴저지주, 버지니아주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 다른 주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필라델피아=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외출할 때 자주 타는 지하철에 한 엄마가 있다. 작은 체구의 중남미 출신인 그는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탔다 내렸다 하며 “초콜라떼(초콜릿의 스페인어 발음)”를 외친다. 그가 들고 있는 종이 상자 안에는 껌과 초콜릿, 젤리 등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의 등에는 언제나 그 상자보다 훨씬 큰 돌쟁이 아기가 업혀 있다. 힘겨워 보이지만 그 엄마가 아기를 떼어두고 있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엄마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초콜릿을 달라고 하면 그는 해맑게 웃으며 “2달러”라고 답한다.‘시위’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다른 목소리 하지만 모두가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언젠가 정장을 차려입은 한 중년의 백인 여성이 그 엄마를 내내 매섭게 노려보는 걸 봤다. 그 엄마가 초콜릿을 권하기 위해 그쪽 자리로 다가가자 그 여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꺼져”라고 말했다. 당시 뉴욕은 남미에서 온 한 불법 이민자가 지하철에서 잠자던 여성에게 불을 지른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길거리에 의자를 놓고 이발을 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해 ‘뉴욕이 제3세계가 돼 버렸다’는 비판도 나오던 때다. 백인 중년 여성이 그 엄마에게 한 말이 지하철에서 꺼지라는 건지, 이 나라에서 꺼지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불법 이민자, 나아가 이민자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보이는 것은 여러 시위에서 들리는 ‘그들을 지켜주자’는 목소리다. 옹호자들은 “미국은 애초에 이민자들로 이뤄진 나라이며, 이 땅에서 인디언처럼 생기지 않은 이상에야 모두가 이민자”라며 인류애를 강조한다. 설령 불법으로 미국에 왔다 해도 이들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에 대거 종사하며 미국 사회가 돌아가게 해 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박애주의적 목소리는 시위의 형태로 눈에 드러나고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주의’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지금의 미국 사회를 다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반대편에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이민자들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시선이 있다. 이들은 “불법은 불법”이라며 “내 나라에 몰래 들어온 이민자들이 세금을 축내고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반대편의 그것처럼 시위로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익명의 여론조사에서는 잘 드러난다. 최근까지 거의 모든 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일관되게 절반 이상이 불법 이민자에 대해 반감을 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로스앤젤레스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장 없이, 급습의 방식으로, 나아가 군대까지 동원해 적극적인 체포와 구금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여론이 든든한 뒷배가 돼 줬기 때문이다.한국도 정교한 정책 세워야‘법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이민 옹호자들의 입장도, ‘아무리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한다’는 비판자들의 지적도 일리가 있기에 불법 이민자 추방 이슈는 그 어떤 이슈보다 어려운 미국의 난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이민자 논쟁이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최악의 저출산 상황을 겪고 있는 한국 역시도 머지않은 미래에 이민자 수용이라는 이슈를 정면으로 마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앞에는 ‘소멸국가’ 아니면 ‘이민사회 건설’이라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면에서 두 개의 나라가 돼 버린 한국이 더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익과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될 정교하고 합리적인 이민 정책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현지 시간) 워싱턴 도심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미국에서 이 같은 규모의 열병식이 열린 건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에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최대 4500만 달러(약 616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는 열병식은 성대했다.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이 위용을 과시했고,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USA”를 환호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는 “동맹에는 위안이 되고, 적국에는 억지력이 될 장면”이라고 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과시는 오히려 미국이 과거 영광에 집착하며 동맹국을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부정적 인상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날 미 전역에선 ‘노 킹스(No Kings)’ 시위도 열렸다. 2000여 곳에서 열병식을 겨냥한 ‘맞불 집회’가 동시다발로 진행된 것.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반(反)트럼프 시위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엔 가장 많은 8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왕은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극심해진 미국 내 분열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하루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열병식의 테마는 미 육군의 시대별 변천사였다. 영국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한 독립전쟁을 시작으로 남북전쟁, 1·2차 세계대전, 한국·베트남·걸프 전쟁 등 시대순으로 활용된 군사장비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 양옆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이날 행사에는 독립전쟁 당시 운용한 기마부대를 비롯해 2차 대전에 투입된 셔먼 탱크, 현재 사용 중인 에이브럼스 탱크·스트라이커 장갑차·팔라딘 자주포 등이 동원됐다. 하늘에선 2차 대전 때 운용한 B-25 폭격기를 비롯해 블랙호크(UH-60) 헬기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 육군은 이날 열병식에 군인 6700여 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美 위협하면 몰락은 완전하고 철저할 것”이날 열병식을 참관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 육군은 악의 제국의 심장에 총검을 꽂았고, 악랄한 독재자들의 야망을 미 전차의 궤도 아래에 짓밟았다”며 “미국인을 위협하면 우리 군인들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당신의 패배는 확실하며 그 몰락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철저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앞서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바스티유 데이’ 퍼레이드를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지켜본 후 워싱턴에서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때 군수뇌부 등이 말려서 못했고, 재집권 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충성파’들을 배치한 뒤에야 소원을 이뤘다고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이날 열병식엔 최초의 미 육군 차량과 1차 대전 때 사용된 전차, 미 육군 주력 탱크까지 선보였다. 다만 “드론과 사이버 무기 등으로 바뀐 현재의 전쟁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구식 무기 전시’”라고 NYT는 꼬집었다. 4500만 달러에 달하는 열병식 비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고 미국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는 데 있어 푼돈”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원조나 기초과학 연구 지원 예산 등을 줄인 트럼프 행정부가 혈세를 ‘군사 쇼’에 쏟아부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열병식 개최 시점도 논란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시위 대응을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동원했다. 자국 시민을 상대로 병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열병식을 연 건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군을 부적절하게 이용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단에 올랐을 때 일부 군중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파티장’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건국의 도시’ 필라델피아에 8만 모여 반트럼프 시위‘노킹스’ 시위가 미 전역에서 열린 이날 필라델피아에만 8만여 명이 운집했다. 시위 시작 시간은 정오로 예고됐지만, 시위 참석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필라델피아 시청 옆 ‘러브 광장’에 모였다. 현장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공중에는 헬기와 드론이 떠다녔다. 이날 워싱턴이 아닌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열린 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을 방해하는 시위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시위 주최 측은 정부 당국과 충돌을 피하고 동시에 워싱턴 이전 미국 수도였던 ‘건국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이날 시위는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위대는 필라델피아 미술관까지 2.5km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을 희화화한 조형물과 거꾸로 든 성조기 등을 들고 행진했다.시위 참가자인 개비 씨는 “나는 시민권자지만 가족들은 멕시코에서 와서 일하고 있다”며 “(가족들이) 두려움을 느껴 내가 대신 나왔다”고 했다. 신생아인 딸을 안고 참가한 에밀리 씨는 “내가 누렸던 것과 같은 미국을 아이가 누리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에 왔다”고 했다. 뉴저지주, 버지니아주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 다른 주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필라델피아=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입국이 제한되는 국가에 이집트와 캄보디아 등 36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 등 19개 나라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추가안이 현실화 되면 전 세계 국가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55개국이 입국 제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날 WP는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국무부는 36개국이 미 당국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문건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정부 내에 사기 행위가 만연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이 문건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서명과 함께 입국 제한 대상으로 검토되는 국가에 주재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국무부는 입국 제한 검토 대상으로 △비자가 만료됐는데도 계속 미국에 체류하는 국민이 많은 국가 △일정 기간 거주하지 않아도 자국에 투자만 하면 외국인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국가 △미국에서 반(反) 유대주의 및 반미 활동을 하는 국민이 있는 국가 등을 지목했다. 국무부는 이들 36개국에 60일 내로 국무부의 기준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통보하며 18일 오전 8시까지 이에 대한 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했다.한편, 최근 미국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농장, 호텔, 식당에서는 단속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3일 보도했다. 이는 농장 등에 대한 단속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농촌 거주 백인들과 서비스업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매우 공격적인 이민 정책이 매우 유능하고 대체 불가하며 오랜 기간 일한 근로자들을 앗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지지가 약한 대도시 등 특정지역에만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머지않아 현재 25%인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3일부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철강 파생 제품으로 분류해 철강 함량만큼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주력산업인 자동차, 철강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의무화 폐지 결의안 서명식 도중 “자동차 노동자들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고, (관세가) 더 높을수록 그들(외국 자동차 기업)이 이곳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올 4월부터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날 미 상무부는 연방 관보를 통해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 기업들의 주요 수출 품목인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 가전 제품을 추가했다. 이들을 철강 파생 제품에 포함시켜 수입산 철강을 쓴 만큼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단, 이들 파생 제품은 올 2월 포고문을 적용해 현 철강 관세 50%가 아닌 25%를 부과한다. 한편 이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선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런던에서 열린 미중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반도체는 미국의 핵심 기술 자산이자 국가 안보 문제로 다른 국가와 협상하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둔 13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등 군사시설 수십 곳을 기습 타격했다. 동시에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아미르 하지자데 IRGC 항공우주사령관 등 군 최고위 지휘관들과 모하마드 테헤란치 이슬람아자드대 총장, 페레이둔 아바시 전 이란원자력기구 대표 등 핵 과학자들도 표적 공습했다. 이란 메르흐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정오에도 나탄즈 핵 시설 등에 추가 공습을 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군지휘관 거주지는 물론 혁명수비대 회의가 열린 지하 지휘소까지 공격해 고위 지휘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핵 과학자는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도 무인기(드론) 100여 대를 발사하는 등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확전 우려가 제기되며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10% 넘게 치솟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경우 국내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이란 내 약 100개의 목표물에 대해 330발이 넘는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과 군사시설을 공습하며 동시에 군 지휘관과 핵 개발 관여 과학자를 공격한 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며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위협을 격퇴하기 위한 것으로, 며칠이 걸려도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보복 공격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여러 차례 협상의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결국 해내지 못했다”며 “이란은 너무 늦기 전에 그냥 (협상을) 하라”고 밝혔다.이 “생존 위협 제거때까지 공격”… 이란 핵과학자 6명 표적 공습[이스라엘, 이란 선제 공격]이 “작전명 ‘일어나는 사자’ 개시”핵개발 심장부 나탄즈-테헤란 타격… 전세계 외교 공관 당분간 폐쇄 방침트럼프, 이 공격에 “훌륭하다 생각”… 美국무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이스라엘의 생존 위협을 무력화하는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영상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구약성경의 민수기 23장 24절에서 따온 작전명으로, 사자로 표현된 이스라엘이 신의 보호 아래 적들을 완전히 물리칠 거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대 숙적인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작전은 생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한 계속될 것”이라고 해 이번 군사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외교 공관도 안전을 위해 당분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자국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역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을 계속 공격해 사실상 무력화시킨 상태다. 자국 인근의 친이란 세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을 기회 삼아 이란 핵 위협 제거에 전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 美-이란 핵협상 앞두고 전격 공습앞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이 열리는 15일 이후일 거라고 봤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선제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하게 맞았다. 앞으로 올 게 더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두 달 전 이란에 최후통첩을 줬는데 오늘이 61일째”라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이 미국의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자 이스라엘이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공격 직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테러리스트 미국 정권의 전적인 정보 제공과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 절대 용납 못 해”그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핵 개발 관련 인사들을 살해해 왔다. 2007년 핵물리학자 아르데시르 호세인푸르 시라즈대 교수, 2010년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 교수, 2020년 모센 파흐리자데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부소장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 이 같은 표적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도 이란에 대거 침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교착도 이스라엘에 공격 명분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농축 시설을 추가로 세우겠다며 맞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전날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결의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은 1년, 심지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스라엘 생존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인 나탄즈 지하 핵시설이 13일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IAEA는 해당 시설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사실상 중단돼 중동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미국과의 핵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를 겪고 있고, 군사시설도 대거 파괴된 이란이 핵협상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의 생존 위협을 무력화하는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영상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구약성경의 민수기 23장 24절에서 따온 작전명으로, 사자로 표현된 이스라엘이 신의 보호 아래 적들을 완전히 물리칠 거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대 숙적인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작전은 생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한 계속될 것”이라고 해 이번 군사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세계 외교 공관도 안전을 위해 당분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앞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자국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역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을 계속 공격해 사실상 무력화시킨 상태다. 자국 인근의 친이란 세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을 기회 삼아 이란 핵 위협 제거에 전격 나선 것이다. 다양한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이란 핵협상 앞두고 전격 공습앞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이 열리는 15일 이후일 거라고 봤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에 앞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만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이스라엘이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선제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하게 맞았다. 앞으로 올 게 더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두 달 전 이란에 최후통첩을 줬는데 오늘이 61일째”라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이 미국의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자 이스라엘이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다만, 공격 직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테러리스트 미국 정권의 전적인 정보 제공과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 절대 용납 못해”그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규정하고, 핵개발 관련 인사들을 살해해 왔다. 2007년 핵물리학자 아르데시르 호세인푸르 시라즈대 교수, 2010년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 교수, 2020년 모센 파흐리자데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부소장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 이 같은 표적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도 이란에 대거 침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교착도 이스라엘에 공격 명분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농축시설을 추가로 세우겠다며 맞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전날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결의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은 1년, 심지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스라엘 생존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인 나탄즈 지하 핵시설이 13일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IAEA는 해당 시설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사실상 중단돼 중동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미국과의 핵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제재를 겪고 있고, 군사시설도 대거 파괴된 이란이 핵 협상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방공망 등을 감안할 때 이란의 보복 공격이 성과를 내는 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