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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트럼프내셔널도럴리조트’에서 지난달 30일∼이달 3일 미국프로골프(PGA) 대회가 열렸다. PGA는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계 이민자를 강간범, 마약상 등으로 폄훼한 것을 비판하며 2016년 3월 이후 10년간 이 리조트에서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그랬던 PGA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다시 이곳에서 대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스포츠계가 정치 권력에 굴복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회 우승자 캐머런 영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승자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산 절차를 밟던 이 리조트를 2012년 매입해 재단장했고 여러 대회를 개최했다.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멕시코계 이민자를 폄훼하는 각종 막말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골프계는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PGA 투어, PGA 오브 아메리카, LPGA, USGA 등 4대 골프 리그 주최 측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발언은 포용을 추구하는 골프계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후 2017년 US 여자 오픈, 2022년 PGA 챔피언십 등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여러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 또한 줄줄이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럴리조트에서 다시 PGA 대회가 열리자 WP는 PGA조차 대통령에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최근 이 리조트에는 2024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을 때 허공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던 그의 모습을 형상화한 금빛 동상도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마지막 날인 3일 이곳을 찾아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 주니어의 딸이며 골프 선수인 손녀 카이 등과 경기를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자 영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축하했고 짧은 악수도 나눴다. 이날 선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설계한 코스에서 경기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2월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한 도럴리조트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엔 그가 소유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골프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LIV 골프 대회도 열린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가 최근 LIV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PGA와 LIV의 재결합을 위해 배후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매년 5월 첫째 주 월요일에 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렸던 ‘멧 갈라(Met Gala)’ 행사가 때 아닌 ‘보이콧’ 논란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멧 갈라는 패션계 거물인 애나 윈투어 보그 글로벌 편집책임자가 주최하는 행사다. 세계 최정상급 스타들이 한데 모여 ‘패션계의 오스카’로도 불린다.4일 열릴 올해 행사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62)와 부인 로런 산체스(57)가 ‘명예 공동 의장’을 맡아 “정보기술(IT) 업계 억만장자를 위한 놀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집행국(ICE)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점, 베이조스 창업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하다는 점 등을 들어 진보 진영을 필두로 한 반대가 매우 심하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뉴욕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곳곳에 ‘베이조스의 멧 갈라를 보이콧하라’, ‘베이조스의 멧 갈라: 노동자 착취로 만들어졌다’ 등이 적힌 빨간 포스터를 붙이는 시위도 벌였다. 일부 노동단체는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을 비판하며 ‘억만장자 없는 무도회’라는 대안 행사도 준비했다고 CNN은 전했다.일부 유명 인사는 불참을 선언했다. 전통적으로 현직 뉴욕 시장은 멧 갈라에 참여했지만 강경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올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초의 무슬림 뉴욕 시장인 맘다니 시장은 부유세 등을 주장하며 억만장자들과 대립하고 있다. 베이조스 창업자 부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 또한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산체스와 교제 후 주요 패션 행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취임식에서 하얀 레이스 브래지어가 드러난 정장을 입는 등 평소 독특한 노출 패션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패션 비평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빈 기번은 뉴욕타임스(NYT)에 “결혼으로 일종의 금권 정치인이 된 산체스가 추구하는 패션은 (억만장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트럼프내셔널도럴리조트’에서 지난달 30일~이달 3일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대회가 열렸다. PGA는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계 이민자를 강간범, 마약상 등으로 폄훼한 것을 비판하며 2016년 3월 이후 10년간 이 리조트에서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그랬던 PGA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다시 이 곳에서 대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스포츠계가 정치 권력에 굴복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회 우승자 캐머런 영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승자라고 논평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파산 절차를 밟던 이 리조트를 2012년 매입해 재단장했고 여러 대회를 개최했다.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멕시코계 이민자를 폄훼하는 각종 막말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골프계는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PGA 투어, PGA 오브 아메리카, LPGA, USGA 등 4대 골프 리그 주최 측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발언은 포용을 추구하는 골프계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후 2017년 US 여자 오픈, 2022년 PGA 챔피언십 등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여러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 또한 줄줄이 취소됐다.이런 상황에서 도럴리조트에서 다시 PGA 대회가 열리자 WP는 PGA조차 대통령에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최근 이 리조트에는 2024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을 때 허공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던 그의 모습을 형상화한 금빛 동상도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마지막 날인 3일 이 곳을 찾아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 주니어의 딸이며 골프 선수인 손녀 카이 등과 경기를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자 영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축하했고 짧은 악수도 나눴다. 이날 선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설계한 코스에서 경기를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올 12월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한 도럴리조트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엔 그가 소유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골프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LIV 골프 대회도 열린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가 최근 LIV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PGA와 LIV의 재결합을 위해 배후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매년 5월 첫째 주 월요일에 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렸던 ‘멧 갈라(Met Gala)’ 행사가 때 아닌 ‘보이콧’ 논란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멧 갈라는 패션계 거물인 안나 윈투어 보그 글로벌 편집책임자가 주최하는 행사다. 세계 최정상급 스타들이 한 데 모여 ‘패션계의 오스카’로도 불린다.4일 열릴 올해 행사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62)와 부인 로런 산체스(57)가 ‘명예 공동 의장’을 맡아 “정보기술(IT)업계 억만장자를 위한 놀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집행국(ICE)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점, 베이조스 창업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하다는 점 등을 들어 진보 진영을 필두로 한 반대가 매우 심하다고 전했다.실제 최근 뉴욕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곳곳에 ‘베이조스의 멧 갈라를 보이콧하라’, ‘베이조스의 멧 갈라: 노동자 착취로 만들어졌다’ 등이 적힌 빨간 포스터를 붙이는 시위도 벌였다. 일부 노동단체는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을 비판하며 ‘억만장자 없는 무도회’라는 대안 행사도 준비했다고 CNN은 전했다.일부 유명 인사는 불참을 선언했다. 전통적으로 현직 뉴욕 시장은 멧 갈라에 참여했지만 강경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올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초의 무슬림 뉴욕 시장인 맘다니 시장은 부유세 등을 주장하며 억만장자들과 대립하고 있다.베이조스 창업자 부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 또한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산체스와 교제 후 주요 패션 행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취임식에서 하얀 레이스 브래지어가 드러난 정장을 입는 등 평소 독특한 노출 패션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패션 비평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빈 기브한은 뉴욕타임스(NYT)에 “결혼으로 일종의 금권 정치인이 된 산체스가 추구하는 패션은 (억만장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서양 동맹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유럽은 물론 중동이나 중국이 버티고 있는 동아시아까지 미군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안보 체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 독일 마셜 펀드(GMF)’의 클라우디아 메이저 연구책임자는 “유럽에서 미군이 일부라도 철수한다면 세계 전역에 힘을 투사하는 미국의 능력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며 “주둔 미군 대부분은 나토가 아닌 미국의 국익에 봉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군기 영공 통과 막은 스페인에 “정말 끔찍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주둔 미군 감축을 언급한 건 최근 이란 전쟁에서 두 나라가 기지 등 군사자산 사용을 미국에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3월 이탈리아는 시칠리아의 시고넬라 해군 항공기지에 미군 폭격기가 착륙하는 것을 불허했다. 스페인은 자국 내 주요 군기지의 미군 사용을 불허한 데 이어 이란 전쟁을 위해 이동하는 미군 항공기의 영공 통과까지 막았다. 이에 미군 전투기들은 최단 거리인 남유럽을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스페인에 대해 “정말 끔찍했다(absolutely horrible)”고 거듭 비난한 이유다. 미 국방인력데이터센터(DM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독일에 약 3만6000명, 이탈리아에 1만2600명, 스페인에 3800명의 미군이 각각 주둔 중이다. CNN은 “독일은 미국에 공군기지 사용 허가 등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며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현지 통신사 ANS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분명한 건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점”이라며 “오히려 우리는 해상 운송 보호 임무를 제안했고 미군은 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 “트럼프 발언에 미 국방부 관계자들 충격”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주둔 미군 감축 발언이 이어지면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미국의 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 주둔 미 육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육군 중장(예비역)은 “독일에 있는 미군은 독일인들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물류시설, 훈련장 등 미군 자산은 미국을 위한 것이지 다른 누구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의 감축을 원하더라도 실제 이행을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미군 일부를 동유럽 등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로 옮기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이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 당국자 세 명을 인용해 “국방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철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최근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국방부의 주둔 병력 검토 결과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현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 1기 때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7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1만2000명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일에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에 대해서도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주독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기지 사용을 두고 미국과 갈등을 빚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미군을 철수시킬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이 그다지 협조적이진 않았다”며 “아마 감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왜 안 하겠느냐. 이탈리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스페인은 끔찍했다. 정말 끔찍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동아일보 질문에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잠재적인 병력 태세 조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며 “주한미군은 계속해서 억제력 유지와 대비 태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서양 동맹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유럽은 물론 중동이나 중국이 버티고 있는 동아시아까지 미군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안보체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 독일 마셜 펀드(GMF)’의 클라우디아 메이저 연구책임자는 “유럽에서 미군이 일부라도 철수한다면 세계 전역에 힘을 투사하는 미국의 능력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며 “주둔 미군 대부분은 나토가 아닌 미국의 국익에 봉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군기 영공 통과 막은 스페인에 “정말 끔찍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주둔미군 감축을 언급한 건 최근 이란 전쟁에서 두 나라가 기지 등 군사자산 사용을 미국에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3월 이탈리아는 시칠리아의 시고넬라 해군 항공기지에 미군 폭격기가 착륙하는 것을 불허했다. ‘법적으로 공격적인 군사작전에 영토를 제공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스페인은 자국 내 주요 군기지의 미군 사용을 불허한 데 이어 이란 전쟁을 위해 이동하는 미군 항공기의 영공 통과까지 막았다. 이에 미군 전투기들은 최단 거리인 남유럽을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스페인에 대해 “정말 끔찍했다(absolutely horrible)”고 거듭 비난한 이유다.미 국방인력데이터센터(DM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독일에는 약 3만6000명, 이탈리아에 1만2600명, 스페인에 3800명의 미군이 각각 주둔 중이다. CNN은 “독일은 미국에 공군기지 사용 허가 등 군사지원을 제공했다”며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이날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현지 통신사 ANS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분명한 건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점”이라며 “오히려 우리는 해상 운송 보호 임무를 제안했고 미군은 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 “트럼프 발언에 미 국방부 관계자들 충격”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주둔 미군 감축 발언이 이어지면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미국의 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 주둔 미 육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육군 중장(예비역)은 “독일에 있는 미군은 독일인들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물류시설, 훈련장 등 미군 자산은 미국을 위한 것이지 다른 누구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의 감축을 원하더라도 실제 이행을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미군 일부를 동유럽 등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로 옮기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이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 당국자 세 명을 인용해 “국방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철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최근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국방부의 주둔 병력 검토 결과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현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 1기때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7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1만2000명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60일의 ‘전쟁 권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휴전 기간은 60일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미국의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적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은 미국과 (종전)합의를 하고 싶어 안달 나 있다”고 말했지만 이란은 국영 언론을 통해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전쟁권한법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우리는 현재 휴전 상태에 있다”며 “우리의 이해로는 휴전 기간에는 60일 시계가 멈춘다”며 이 같이 답했다. 전쟁권한법은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개시할 수 있지만 60일 이내에 승인을 받거나 병력을 철수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만큼, 60일 시한은 1일로 종료된다.단, 헤그세스 장관은 “최종 판단은 백악관과 법률 고문의 해석을 따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백악관은 “60일 시한 문제와 관련해 의회와 활발히 협의 중”이라며 “최고사령관의 권한을 찬탈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원들은 해외에 배치된 미군을 약화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전쟁권한법은 해석의 영역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법률”이라고 비판했다.반면 이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한 스티븐 라데메이커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미 대통령 가운데 60일 전쟁 권한 시한을 지키지 않은 건 트럼프 행정부뿐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대통령은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얻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에도 모든 민주당 대통령은 군사력을 사용했다며 ”어떤 경우에는 60일 이상 파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3년 소말리아에 293일 동안 전투 병력을 배치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226일간 리비아를 공습했다는 것이다.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언급하며 “이란은 미국과 합의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며 “그들의 경제는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협상 상황은) 나와 몇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협상 내용을 모른다”며 “그들은 정말로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누가 (이란) 지도자인지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건 좀 골치 아픈 부분”이라고 털어놨다.이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무즈타바 하메네이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인들이 있을 곳은 ‘바닷속 바닥’뿐”이라며 핵과 미사일 역량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내 ‘시프 메도’ 잔디밭. 축구장 9개 크기에 맞먹는 5만9500m²(약 1만8000평)가 넘는 광활한 이 잔디밭은 주말을 맞아 공원으로 나온 수천 명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관광객, 돗자리를 펴고 누운 커플들부터 수십 명의 친구들과 떼 지어 파티를 벌이는 젊은이들, 비키니를 입고 혼자 일광욕을 즐기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봄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맨해튼은 초고층 빌딩이 가득한 마천루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뉴욕 시민들은 이곳을 ‘콘크리트 숲’이라고만 느끼진 않는다. 세계적 규모의 센트럴 파크부터 작게는 동네 놀이터만 한 크기의 ‘포켓 파크’까지 도시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는 수많은 공원 덕분이다. 22일 ‘지구의 날’을 계기로 도시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 가운데 봄을 맞은 공원의 시민들은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공원은 사회 융합 공간” 흔히 뉴욕을 상징하는 공원으로 ‘센트럴 파크’만 떠올리기 쉽지만 맨해튼에는 무려 300여 개의 공원이 있다. 뉴욕시 공원국 통계에 따르면 맨해튼 거주자의 99%는 집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공원에 닿을 수 있다. 전 세계 대도시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뉴욕의 역사에서 공원은 단순한 도시의 ‘녹지 확보’ 차원을 넘어 ‘사회 융합’의 핵심 공간으로 기획됐다. 현대적 의미의 뉴욕 공원은 1853년 뉴욕주 의회가 센트럴 파크 부지를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설계를 맡은 세계적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1822∼1903)는 공원을 “민주주의의 물리적 구현”, “계급 갈등을 치유하는 해독제”라고 표현했다. 당시 뉴욕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슬럼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개인 정원을 가질 수 없었다. 당시 뉴욕의 리더들은 이러한 도시 빈민들이 자연 속에서 교류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공간을 공원이라고 봤던 것이다. 이에 가로 0.8km, 세로 4km 크기의 압도적 규모의 공공 공원인 센트럴 파크가 기획됐다. 공원의 길은 일부러 수없이 많은 오솔길이 굽이치는 형태로 설계해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다양한 사람과 우연한 만남을 갖도록 유도했다. 실제 지금도 뉴욕의 공원은 공원 근처 수백억, 수천억 원짜리 고급 주택에 사는 부호들부터 세계 각지의 관광객, 가난한 예술가, 노숙인까지 누구나 섞이는 공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자본주의의 도시지만, 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다.● 자투리땅, 폐선로까지 활용이 같은 뉴욕 도시공원의 철학은 뉴욕 내 모든 공원에도 핵심 가치가 됐다. 센트럴 파크 같은 대형 공원 주변뿐 아니라 도시 어디에 살든 모든 시민이 집 근처에서 크고 작은 공원을 누릴 수 있도록 뉴욕은 꾸준히 치열한 공원 조성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게 1960년대에 전 세계에서 뉴욕시가 가장 먼저 시작해 오늘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포켓 파크’다.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은 공원이란 뜻의 ‘포켓 파크’는 뉴욕 땅값이 급등하고 공원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때에 제안된 혁신 사업이었다. 이를 통해 뉴욕은 도심 곳곳의 방치된 자투리땅이나 공터 쓰레기장 등을 알뜰하게 개발해 165∼660m²(약 50∼200평) 규모의 미니 공원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맨해튼에는 ‘걷다 보면 5분마다 공원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공원이 곳곳에 들어섰다. 포켓 파크는 보통 양옆과 뒷면이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공원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집 뒤뜰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인공 폭포와 분수 등의 물소리도 흘러나온다. 도시 소음을 차단하고 자연의 느낌을 더해 준다. 포켓 파크는 점심시간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들고나온 뉴욕 직장인들로 붐빈다. 오전과 오후에는 홀로 독서를 하거나 친구와 만나 대화하는 시민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잠시 쉬어가는 노인과 젊은이도 많다. 말 그대로 ‘도심 속 오아시스’다. 또한 뉴욕시는 버려져 있던 고가 철도를 공원화해 ‘공중’에 연간 800만 명이 찾는 도심 위 관광 명소 ‘하이라인’을 2009년 만들었다.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위에 100여 개의 거대한 튤립 모양 콘크리트 핀을 박아 부지를 조성한 뒤 그 위를 잔디와 꽃, 나무로 덮어 만든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 또한 창의적 공원 확장 사례로 꼽힌다.● 시민들이 가꾸는 ‘동네의 거실’ 뉴욕의 공원이 다른 지역의 공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이런 물리적 조성뿐 아니라 공원의 운영 노하우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공원을 만드는 것은 일회성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이곳에 시민들이 모이고, 융화되며, 계속해서 풍성한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게 하는 데는 그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좋은 공원을 만들어 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시민들이다. 많은 뉴요커들이 더 나은 동네 공원 운영을 위한 정책 제언을 하고 기부 또는 꾸준한 자원봉사를 통해 관리에 직접 참여한다. 하이라인 또한 지역 주민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철도 철거 계획을 설명하는 공청회에서 만난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라는 두 시민은 의기투합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이 수년에 걸쳐 당국을 설득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덕에 하이라인은 철길 사이로 꽃과 풀이 자라나는 공원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하이라인에서는 잡초를 뽑는 일 하나까지도 직원들과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포켓 파크에서도 활발하다. 맨해튼 놀리타의 포켓 파크 ‘엘리자베스 가든’은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커뮤니티 공원이다. 맨해튼은 살인적 땅값에 주택들이 몹시 협소해 많은 시민들이 이런 동네의 포켓 파크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책을 읽으며 여가를 보낸다. 이런 공원들이 최근 뉴욕시의 주택 부족 문제와 맞물려 노인용 저소득층 주택 건설 부지로 거론되면서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지역 젊은이들은 공원 앞에 데스크를 설치하고 교대로 돌아가며 앉아 공원 보존을 위한 서명을 받는가 하면 티셔츠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뉴요커들 특유의 창의성을 발휘해 사계절 내내 공원을 끊임없는 이벤트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뉴욕 공공도서관 바로 뒤,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원으로 꼽히는 브라이언트 파크 잔디밭은 여름에는 무료 요가 교실과 야외 영화제가 열리고, 겨울에는 무료 아이스링크로 변신해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센트럴 파크에서는 봄에는 벚꽃 축제, 여름에는 야외 음악 공연과 콘서트, 가을에는 마라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 운영 등이 이어진다. 뉴욕의 공원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뉴욕이 사시사철 매력적인 도시로 꼽히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내 ‘시프메도’ 잔디밭. 축구장 9개 크기에 맞먹는 1만8000평이 넘는 광활한 이 잔디밭은 주말을 맞아 공원으로 나온 수천 명의 시민들로 가득했다.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관광객, 돗자리를 펴고 누운 커플들부터 수십 명의 친구들과 떼 지어 파티를 벌이는 젊은이들, 비키니를 입고 혼자 일광욕을 즐기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봄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맨해튼은 초고층 빌딩이 가득한 마천루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뉴욕 시민들은 이곳을 ‘콘크리트 숲’이라고만 느끼진 않는다. 세계적 규모의 센트럴 파크부터 작게는 동네 놀이터만 한 크기의 ‘포켓 파크’까지 도시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는 수많은 공원 덕분이다. 22일 ‘지구의 날’을 앞두고 도시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봄을 맞은 공원의 시민들은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공원은 사회융합 공간”흔히 뉴욕을 상징하는 공원으로 ‘센트럴 파크’만 떠올리기 쉽지만 맨해튼에는 무려 300여 개의 공원이 있다. 뉴욕시 공원국 통계에 따르면 맨해튼 거주자의 99%는 집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공원에 닿을 수 있다. 전 세계 대도시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뉴욕의 역사에서 공원은 단순한 도시의 ‘녹지 확보’ 차원을 넘어 ‘사회 융합’의 핵심 공간으로 기획됐다. 현대적 의미의 뉴욕 공원은 1853년 뉴욕 주 의회가 센트럴 파크 부지를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설계를 맡은 세계적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1822~1903)는 공원을 “민주주의의 물리적 구현”, “계급 갈등을 치유하는 해독제”라고 표현했다.당시 뉴욕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슬럼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개인 정원을 가질 수 없었다. 당시 뉴욕의 리더들은 이러한 도시 빈민들이 자연 속에서 교류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공간을 공원이라고 봤던 것이다.이에 가로 0.8km, 세로 4km 크기의 압도적 규모의 공공 공원인 센트럴 파크가 기획됐다. 공원의 길은 일부러 수없이 많은 오솔길이 굽이치는 형태로 설계해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다양한 사람과 우연한 만남을 갖도록 유도했다.실제 지금도 뉴욕의 공원은 공원 근처 수백억, 수천억 원짜리 고급 주택에 사는 부호들부터 세계 각지의 관광객, 가난한 예술가, 노숙인까지 누구나 섞이는 공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자본주의의 도시지만, 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다.● 자투리땅, 폐선로까지 활용이 같은 뉴욕 도시 공원의 철학은 뉴욕 내 모든 공원에도 핵심 가치가 됐다. 센트럴 파크 같은 대형 공원 주변뿐 아니라 도시 어디에 살든 모든 시민이 집 근처에서 크고 작은 공원을 누릴 수 있도록 뉴욕은 꾸준히 치열한 공원 조성 노력을 기울였다.대표적인 게 1960년대에 전 세계에서 뉴욕시가 가장 먼저 시작해 오늘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포켓 파크’다. 주머니 속에 들어갈 만큼 작은 공원이란 뜻의 ‘포켓 파크’는 뉴욕 땅값이 급등하고 공원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던 때에 제안된 혁신 사업이었다.이를 통해 뉴욕은 도심 곳곳의 방치된 자투리 땅이나 공터 쓰레기장 등을 알뜰하게 개발해 50~200평 규모의 미니 공원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맨해튼에는 ‘걷다 보면 5분 마다 공원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공원이 곳곳에 들어섰다.포켓 파크는 보통 양 옆과 뒷면이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공원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집 뒤뜰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인공 폭포와 분수 등의 물소리도 흘러나온다. 도시 소음을 차단하고 자연의 느낌을 더해 준다.포켓 파크는 점심시간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들고 나온 뉴욕 직장인들로 붐빈다. 오전과 오후에는 홀로 독서를 하거나 친구와 만나 대화하는 시민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잠시 쉬어가는 노인과 젊은이도 많다. 말 그대로 ‘도심 속 오아시스’다.또한 뉴욕시는 버려져 있던 고가 철도를 공원화해 ‘공중’에 연간 800만 명이 찾는 도심 위 관광 명소 ‘하이라인’을 2009년 만들었다.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위에 100여 개의 거대한 튤립 모양 콘크리트 핀을 박아 부지를 조성한 뒤 그 위를 잔디와 꽃, 나무로 덮어 만든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 또한 창의적 공원 확장 사례로 꼽힌다.● 시민들이 가꾸는 ‘동네의 거실’뉴욕의 공원이 다른 지역의 공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이런 물리적 조성뿐 아니라 공원의 운영 노하우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공원을 만드는 것은 일회성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이곳에 시민들이 모이고, 융화되며, 계속해서 풍성한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게 하는 데는 그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좋은 공원을 만들어 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시민들이다. 많은 뉴요커들이 더 나은 동네 공원 운영을 위한 정책 제언을 하고 기부 또는 꾸준한 자원봉사를 통해 관리에 직접 참여한다.하이라인 또한 지역 주민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철도 철거 계획을 설명하는 공청회에서 만난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라는 두 시민은 의기투합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이 수 년에 걸쳐 당국을 설득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덕에 하이라인은 철길 사이로 꽃과 풀이 자라나는 공원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하이라인에서는 잡초를 뽑는 일 하나까지도 직원들과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다.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포켓 파크에서도 활발하다. 맨해튼 노리타의 포켓 파크 ‘엘리자베스 가든’은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커뮤니티 공원이다. 맨해튼은 살인적 땅값에 주택들이 몹시 협소해 많은 시민들이 이런 동네의 포켓 파크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책을 읽으며 여가를 보낸다.이런 공원들이 최근 뉴욕시의 주택 부족 문제와 맞물려 노인용 저소득층 주택 건설 부지로 거론되면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역 젊은이들은 공원 앞에 데스크를 설치하고 교대로 돌아가며 앉아 공원 보존을 위한 서명을 받는가 하면 티셔츠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뉴요커들 특유의 창의성을 발휘해 사계절 내내 공원을 끊임없는 이벤트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뉴욕 공공도서관 바로 뒤,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원으로 꼽히는 브라이언트 파크 잔디밭은 여름에는 무료 요가 교실과 야외 영화제가 열리고, 겨울에는 무료 아이스링크로 변신해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센트럴 파크에서는 봄에는 벚꽃 축제, 여름에는 야외 음악공연과 콘서트, 가을에는 마라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 운영 등이 이어진다. 뉴욕의 공원은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뉴욕이 사시사철 매력적인 도시로 꼽히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25∼26일 중 열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또 한번 결렬됐다. 25일(현지 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중재국 파키스탄 관계자들만 만난 뒤 같은 날 오만으로 출국했다. 이에 이슬라마바드로 향할 예정이던 미국 협상단 또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향한 적대 행위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4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의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을 제재했고 이란과 연계된 가상화폐 계좌도 동결했다.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해 가며 이란산 원유의 불법 수송에 관여하는 ‘그림자 선단’ 2척도 나포했다. 이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도 24일 미군과 협력한 혐의를 받는 그리스 선적의 ‘에파미노데스’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협상 결렬 속 재개 여지는 남겨 아라그치 장관은 24일 파키스탄을 찾았다. 파키스탄 정부의 실세이자 이번 종전 협상의 핵심 중재자인 셰바즈 샤리프 총리,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 등만 만난 후 그간 중재 역할을 해온 또 다른 나라인 오만으로 25일 떠났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측과의 회담을 위해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려던 미국 대표단의 출장을 취소했다”며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데다 그들 스스로 누가 실권자인지 모를 정도로 지도부 내에 엄청난 내분과 혼란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미국 측 협상단에는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이 “대화를 원한다면 (미국에) 전화만 하면 된다”며 이란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나는 필요한 상대면 누구하고든 협상할 것”이라며 “흥미롭게도 (미국이 협상단 파견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핵 능력 포기를 포함한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이란 측으로부터)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 무산이 이란과의 전쟁 재개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린 아직 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에서 다시 파키스탄에 갈 예정이다. 이를 기점으로 양국의 2차 종전 협상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재-선박 나포도 지속 다만, 이달 11, 12일 1차 종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차 협상 역시 계속 진행되지 못하자 미국과 이란 간 종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조이려는 미국의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은 계속되고 있다. 24일 미국 재무부는 이란산 석유를 구입하는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중국 헝리그룹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석유를 운반하는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는 약 40개 해운사 및 선박들도 제재한다고 덧붙였다. 올 2월 28일 전쟁 발발 후 이란과 미국이 각각 봉쇄와 역(逆)봉쇄로 맞서고 있는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둘러싼 양측 긴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아라비아해에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이란산 에너지를 운송하던 제재 대상 선박을 나포했다고 24일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미군과 협력했다며 그리스 선적의 에파미노데스호를 나포했다. 또 이 배가 최근 6개월간 수차례 미국 항구를 왕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철회도 계속 요구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5일 샤리프 총리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협상이 가능해지려면 “(미국이) 봉쇄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AP통신은 이란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보다 경제난에 익숙한 자신들이 현 상황을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25일 이란 전쟁 관련 보고서를 통해 아마드 바히디 혁명수비대 사령관 같은 협상 거부 강경파들이 정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이 종전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80·사진)가 한국 사회의 혁신을 강화할 해법으로 우수한 인재 대학 기업이 모이는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 고급 인재를 유치할 전략적 이민 제도,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교육 개혁을 제안했다. 1%대 잠재 성장률이 ‘뉴노멀’이 된 한국 경제가 종합적인 혁신 대책을 서둘러 저성장을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윗 교수는 1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에너지부터 기후 문제까지 세계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서 한국의 미래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윗 교수는 지난해 ‘지속적 성장은 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대체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서 나온다’는 점을 수학적 모형으로 입증해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5월 14일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금융의 길’을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다. 하윗 교수는 “한국 정도의 규모와 경제력을 가진 나라는 연구단지와 기업, 일류 대학이 융합된 형태의 자체적인 실리콘밸리를 만들 기회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저출산 우려에 대해 “중요한 것은 총생산보다 1인당 생산”이라며 “젊은 혁신가들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이어가기 위하여 이민과 교육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2026 동아국제금융포럼]대기업이 과거 성공에 쉬는 동안 잃을게 없는 스타트업, 혁신 창조 韓, 고급인재 끌어들일 잠재력 커… 연구단지-기업-대학의 ‘집적’ 중요 진정한 창의성은 ‘도전하는 태도’… AI가 인간 리더십 대체할순 없어“한국을 알고 있는 이들은 한국이 정말 멋진 나라이고 살고 싶은 나라라고 얘기한다. 한국이 고급 인재를 끌어들일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다.”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1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혁신 산업을 이끌 고급 인재를 불러들일 잠재력이 큰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나고 자란 캐나다는 오랫동안 (이민) 목표치를 정해 (이민자의) 교육 수준, 부족한 기술 보유 여부 등에 점수를 부여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공적 이민 정책을 운용했다”며 한국도 혁신 인재를 유치할 전략적 이민 정책을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재를 내보내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는 손해지만 (다른 국가의) 대학과 기업에는 인재를 유치할 황금 기회”라며 지금이 인재 유치의 적기임을 강조했다.경쟁과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통한 파괴적 혁신과 지속적 성장을 강조해 온 하윗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를 조망하며 잠재력이 큰 한국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지속적 성장의 핵심으로 강조했다.“어떤 나라든 현재의 길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엄청난 독창성과 혁신이 요구된다. 우리에겐 매우 심각한 에너지 문제부터 기후 문제까지 세계 모든 사회가 직면한 끝없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도전을 해결하는 데서 한국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지금 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다 스타트업이다. 오픈AI는 10년, 앤스로픽은 4년 정도 됐다. 다만, 이 회사들은 아직 상장하지 않았고 자금 조달의 상당 부분을 빅테크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매우 희망적인 신호다.”―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왜 다 스타트업일까.“대기업들은 ‘자신의 월계관(과거의 성공)’ 위에서 쉬는 경향이 있다. 급진적 혁신으로 새로운 산업이나 상품이 등장하면 그간 이뤄놓은 시장과 이익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의 8대 기업이었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필름 사업을 잃을까 봐 키우지 않다가 결국 사라진 걸 보라. 잃을 게 없는 작은 기업이 더 큰 혁신을 만드는 건 이 때문이다.하지만 빅테크들은 영리하게도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성과에 대해 지분을 갖는 구조를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같은 대기업들이 진정한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기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빅테크들이 이렇게 계속 파괴적 혁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훌륭한 일이다.”―‘창조적 파괴’의 가장 좋은 사례를 꼽는다면….“오픈AI와 앤스로픽이다. 미국 빅테크들은 자기 사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계속 창조적 파괴를 지원하고 있다.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사례다. 이 두 회사는 실제로 구글의 검색 사업을 위협하고 있다. 나만 해도 요즘 더 이상 예전만큼 구글을 쓰지 않는다.”―실리콘밸리였기 때문에 가능했을까.“한국도 자체적인 실리콘밸리를 만들 기회가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에는 활발한 연구단지와 많은 기업이 있고, 일류 대학도 있다. 이들의 ‘집적’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클러스터 안에서 서로 배우고, 흥미로운 문제를 다루는 똑똑한 사람들과 ‘매일’ 마주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때로 정수기 앞이나 엘리베이터에서의 우연한 만남에서 촉발된다. 사람들이 고립돼 있거나 이메일, 채팅 등 온라인으로만 연결돼 있으면 그런 일이 잘 생기지 않는다. 또 대학들이 전통 학문에 계속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 상업화할 수 있는 응용 연구만 좇으면 결국 대학만의 독특한 이점과 가장 중요한 기여 원천을 잃게 된다.”―한국은 저출산으로 성장 잠재력이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크다.“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저출산을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총생산이 아니라 1인당 생산이다. 성장률이 같은 1%일 때 인구가 1% 줄었다면 1인당 성장률은 오히려 2%로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인구 감소가 혁신 측면에서 불리한 것은 혁신가들이 비교적 젊은 층에 많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학문과 경험이 무르익은) 40대 인재들이 가장 혁신적이라고 한다.”―혁신 인재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교육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창의성 자체를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나라의 교육은 주어진 지식을 흡수하고 시험에서 반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진정한 창의는 도전하는 태도에 있다. 권위에 대한 도전이 낮게 평가되는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제도 개혁을 통해 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밀 수는 있다.”―AI 시대에 일자리가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AI는 생각의 일부를 대체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인간의 창의성, 공감 능력, 리더십을 대체하진 못한다. 그래서 인간적 역량을 길러 주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150년 전 북아메리카에 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한다. 인구의 50%가 농장에서 일하던 그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사람들에게 ‘150년 뒤에는 인구의 1% 정도만 농업을 한다’고 하면 믿겠는가. 또 이들이 나머지 49%가 무슨 일을 할지 상상할 수 있겠나. 제트기 조종사, 자동차 정비사, 블로거 같은 직업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는 그와 같은 새로운 직업들, 새로운 기술들이 열릴 것이다.”‘혁신이 성장 이끄는 원리’ 밝혀 노벨상 수상피터 하윗 교수는‘창조적 파괴’ 개념 발전시켜기업 실패와 성장 관계 정량화“혁신은 어떻게 기존 질서를 파괴하면서도 총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이 문제의 답을 내놓기 위해 ‘창조적 파괴’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혁신과 성장의 관계를 규명했다. 그 공로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혁신이 이전의 결과를 파괴하는 과정을 뜻한다.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이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을 이끌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그의 이론이 재조명받고 있다.하윗 교수는 1946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궬프에서 태어나 1968년 맥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웨스턴대(옛 웨스턴온타리오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각각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웨스턴대에서 교수로 지낸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거쳐 2000년 브라운대 경제학과에 합류했다. 2013년부터는 명예교수이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50년 동안 거시경제학과 화폐 이론에 관해 내놓은 학술 논문은 100편을 넘는다.하윗 교수는 1942년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처음 등장한 ‘창조적 파괴’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현대 경제 성장 이론에 대한 슘페터식 접근법을 창시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하윗 교수와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는 특정 기업 실패가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지속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정량화해 수학적 모델로 제시했다. 한 기업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더 나은 제품과 더 효율적인 생산 수단으로 선두에 오른다면 다른 후발주자도 이런 성과를 벤치마크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하윗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혁신과 성장의 관계를 보여 주는 데 머물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평균적인 성장률을 도출할 수 있는지, 반독점 경쟁 제도가 왜 필요한지 등을 보여 줬다. 그의 연구는 창조적 파괴에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의 안전망을 개발하고 교육을 혁신할 방법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졌다.2026 동아국제금융포럼 5월 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라크가 자국 내 친(親)이란 민병대를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 중앙은행으로 보낼 예정이던 달러화 송금을 차단했다. 미국은 같은 이유로 이라크와의 안보 협력도 대거 축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합산 병력은 약 23만 명이다. 오랜 전쟁과 고질적인 정정 불안으로 이라크 중앙정부는 사실상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계좌에서 미국이 구매한 이라크산 원유 대금 명목으로 송금될 예정이었던 5억 달러(약 7500억 원)의 달러화 이체를 차단했다. 카타입헤즈볼라(KH) 등 이란의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시설을 공격해 온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를 해체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가 직접 나서라는 압박 차원으로 보인다. 이라크 경제는 미국에 판매하는 원유 대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매년 약 13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가 미국에서 이라크로 보내진다. WSJ는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후 미국이 이라크에 달러화 지급을 미룬 것은 두 번째라며 “이라크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평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는 이번 전쟁 발발 후 이라크 내 미군 기지, 수도 바그다드의 주이라크 미국대사관, 바그다드 국제공항 내 미 국무부 시설 등에 대해 수백 건의 소규모 드론과 로켓 공격을 시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 지역의 친미 국가에도 미사일 등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2일 UAE 등 중동 주요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내 여러 동맹국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통화스와프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UAE에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의 미국 자산을 보호함으로써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받은 UAE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라크가 자국 내 친(親)이란 민병대를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 중앙은행으로 보낼 예정이던 달러화 송금을 차단했다. 미국은 같은 이유로 이라크와의 안보 협력도 대거 축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합산 병력은 약 23만 명이다. 오랜 전쟁과 고질적인 정정 불안으로 이라크 중앙정부는 사실상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최근 미국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계좌에서 미국이 구매한 이라크산 원유 대금 명목으로 송금될 예정이었던 5억 달러(약 7500억 원)의 달러화 이체를 차단했다. 카타입헤즈볼라(KH) 등 이란의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시설을 공격해 온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를 해체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가 직접 나서라는 압박 차원으로 보인다.이라크 경제는 미국에 판매하는 원유 대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매년 약 13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가 미국에서 이라크로 보내진다. WSJ는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후 미국이 이라크에 달러화 지급을 미룬 것은 두 번째라며 “이라크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평했다.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는 이번 전쟁 발발 후 이라크 내 미군 기지, 수도 바그다드의 주이라크 미국대사관, 바그다드 국제공항 내 미 국무부 시설 등에 대해 수백 건의 소규모 드론과 로켓 공격을 시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 지역의 친미 국가에도 미사일 등의 공격을 퍼부었다.한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2일 UAE 등 중동 주요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내 여러 동맹국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통화스와프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UAE에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의 미국 자산을 보호함으로써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받은 UAE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후보자가 21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돼 연준의 독립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워시 후보자는 이날 “대통령은 금리 결정을 미리 정하거나, 확정하거나, 결정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나 또한 그럴 의향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면 이를 매우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워시 후보자는 경제 상황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금리 정책을 바꿔 온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또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시 후보자는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의 상속녀를 부인으로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스페이스X, 시장 예측 업체 폴리마켓의 지분을 포함해 사모펀드 등에 1억 달러(약 1500억 원)가 넘는 자산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외의 다른 자산은 비밀 유지 계약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WSJ는 “워시 후보자의 자산은 월스트리트(미국 금융계)와 실리콘밸리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며 “그의 자산은 최대 2억900만 달러(약 3135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5일 의장으로서의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며 해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의장을 상대로 연준 청사 리모델링비 과다 지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원 은행위 소속인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파월 의장 수사가 철회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후보자가 21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돼 연준의 독립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워시 후보자는 이날 “대통령은 금리 결정을 미리 정하거나, 확정하거나, 결정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나 또한 그럴 의향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면 이를 매우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그럼에도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워시 후보자는 경제 상황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금리 정책을 바꿔 온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또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워시 후보자는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의 상속녀를 부인으로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스페이스X, 시장 예측 업체 폴리마켓의 지분을 포함해 사모펀드 등에 1억 달러(약 1500억 원)가 넘는 자산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외의 다른 자산은 비밀 유지 계약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WSJ는 “워시 후보자의 자산은 월스트리트(미국 금융계)와 실리콘밸리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며 “그의 자산은 최대 2억900만 달러(약 3135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5일 의장으로서의 임기가 끝나는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며 해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현 의장을 상대로 연준 청사 리모델링비 과다 지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원 은행위 소속인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파월 의장 수사가 철회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일 로리 차베즈더리머 노동부 장관의 사임을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세 번째 장관 교체로, 세 명 모두 여성 각료이다. 최근 한 달 반 사이 각료 세 명이 연달아 교체된 데 대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정 쇄신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표면상으론 ‘사임’이지만, 차베즈더리머 장관의 비위에 대한 감찰이 수개월째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예산 남용, 사내 불륜, 괴롭힘, 음주근무 의혹 줄줄이이날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X를 통해 “차베즈더리머 장관이 민간 부문 자리를 위해 행정부를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관은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노동 관행을 확립했으며, 미국인들이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돕는 등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키스 손덜링 노동부 부장관이 장관 대행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 같은 백악관의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트럼프 2기 내각 각료에 대한 세 번째 경질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올 1월 내부 고발이 제기된 후 석 달 이상 감찰 조사를 받아 왔다”고 보도했다. 멕시코계인 그는 백인 장관 일색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일한 히스페닉계 장관이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노동부 직원들은 차베즈더리머 장관이 거짓 출장을 꾸며 정부 예산으로 개인 여행을 갔고, 경호원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내용 등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증언도 담겼다. 이 같은 의혹의 은폐를 지시한 장관 비서실장과 부비서실장 등 고위 보좌관들의 직무도 정지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직원들로부터 업무와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장관뿐 아니라 그의 남편이자 마취과 의사인 숀 더리머도 노동부 여직원들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NYT는 “숀 더리머는 노동부 내 젊은 여성 직원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껴안기도 했다”며 “급기야 워싱턴 경찰에 성폭력 신고가 접수돼 그의 노동부 출입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성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선거 앞두고 내각 쇄신 전망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을 경질한 데 이어 이달 2일 팸 본디 법무부 장관까지 교체했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혔던 인물이다. WP는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워싱턴의 노동부 본부 건물 옆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초대형 배너까지 설치했었다”고 보도했다.이날 존 닐리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차베즈더리머 전 장관의 사임 결정은 옳았다고 본다”고 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도 “후임자 인준 투표에 참여할 의원들이 지명자에 대한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며 “과거에 관대하게 여겨졌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제는 의심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까지 논란을 일으킨 각료들을 추가 교체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체 대상으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이 거론된다. 러트닉 장관은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에 이름이 250차례 등장해 논란이 됐다. 또 개버드 국장은 이란 전쟁 반대 발언으로, 파텔 국장은 음주와 업무 태만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이날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X를 통해 “캘리포니아주 시골에서 복숭아를 포장하던 첫 직장에서 근면 성실의 가치를 알게 됐다”며 “민간 부문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일 로리 차베즈더리머 노동부 장관의 사임을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세 번째 장관 교체로, 세 명 모두 여성 각료이다. 최근 한 달 반 사이 각료 세 명이 연달아 교체된 데 대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정 쇄신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표면상으론 ‘사임’이지만, 차베즈더리머 장관의 비위에 대한 감찰이 수개월째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예산 남용, 사내 불륜, 괴롭힘, 음주근무 의혹 줄줄이이날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X를 통해 “차베즈더리머 장관이 민간 부문 자리를 위해 행정부를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관은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노동 관행을 확립했으며, 미국인들이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돕는 등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키스 손덜링 노동부 부장관이 장관 대행을 맡게 될 예정이다.이 같은 백악관의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트럼프 2기 내각 각료에 대한 세 번째 경질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올 1월 내부 고발이 제기된 후 석 달 이상 감찰 조사를 받아 왔다”고 보도했다.미 언론들에 따르면 노동부 직원들은 차베즈더리머 장관이 거짓 출장을 꾸며 정부 예산으로 개인 여행을 갔고, 경호원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내용 등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증언도 담겼다. 이 같은 의혹의 은폐를 지시한 장관 비서실장과 부비서실장 등 고위 보좌관들의 직무도 정지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직원들로부터 업무와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장관뿐 아니라 그의 남편이자 마취과 의사인 숀 더리머도 노동부 여직원들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NYT는 “숀 더리머는 노동부 내 젊은 여성 직원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껴안기도 했다”며 “급기야 워싱턴 경찰에 성폭력 신고가 접수돼 그의 노동부 출입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성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선거 앞두고 내각 쇄신 전망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을 경질한 데 이어 이달 2일 팸 본디 법무장관까지 교체했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혔던 인물이다. WP는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워싱턴의 노동부 본부 건물 옆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초대형 배너까지 설치했었다”고 보도했다.이날 존 닐리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차베즈더리머 전 장관의 사임 결정은 옳았다고 본다”고 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도 “후임자 인준 투표에 참여할 의원들이 지명자에 대한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며 “과거에 관대하게 여겨졌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제는 의심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까지 논란을 일으킨 각료들을 추가 교체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체 대상으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이 거론된다. 러트닉 장관은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에 이름이 250차례 등장해 논란이 됐다. 또 개버드 국장은 이란 전쟁 반대 발언, 파텔 국장은 음주와 업무 태만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이날 차베즈더리머 장관은 X를 통해 “캘리포니아주 시골에서 복숭아를 포장하던 첫 직장에서 근면 성실의 가치를 알게됐다”며 “민간 부문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내내 적대 관계였던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7일 0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17일 오전 6시)부터 미국의 중재로 열흘간의 휴전에 전격 돌입했다. 올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종전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한 이번 휴전이 이뤄지면서 빠르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의 타결 기대감이 높아졌다. 레바논 휴전 덕에 이란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봉쇄했던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또한 일시적으로 개방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17일 X에 “이란이 정한 항로로 운항하는 (각국) 상업 선박에 해협을 완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방금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했다. 감사하다(THANK YOU!)”라고 화답했다. 1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종전 기대감으로 장중 전일 대비 11% 떨어진 배럴당 8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란은 앞서 7일 미국과 합의한 ‘2주 휴전’ 당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을 휴전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소탕하겠다며 공격을 계속해 종전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런 이스라엘을 미국이 제어해 레바논 휴전을 성사시킨 만큼 이란 또한 미국이 요구해 온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이 언급한 개방 시간이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이 만료되는 미국 동부 시간 21일까지인지, 1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10일 휴전이 끝나는 날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6일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should be ending pretty soon)”이라고 밝혔다. 그는 2차 종전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직접 파키스탄에 갈 수도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협상이 타결된다면 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란이 향후 20년간 핵 보유를 하지 않을 것이고 보유 중인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에도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이란이 미국 측에 “핵 찌꺼기(nuclear dust)를 넘길 것”으로 자신했다. 다만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라늄 해외 반출 동의 주장 등에는 답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과의 최종 합의가 불발되면 “전투가 재개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헤즈볼라의 반발 등으로 레바논 휴전의 지속 여부도 안갯속이다.동아일보가 만든 미니 히어로콘텐츠 ‘격동의 바다 호르무즈’에서 세계 에너지 질서를 뒤흔드는 이 바닷길의 모든 것을 확인해 보세요.▶ [바로가기] 격동의 바다 호르무즈: 원유 동맥에서 전쟁 인질로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휴전 기간 중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의 항행이 전면적으로 허용된다.”(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란이 방금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돼 통행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고맙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올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후 이란이 계속 봉쇄해 왔던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세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양측의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덕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은 그간 이란이 미국 측에 요구했던 종전 협상의 주요 선결 조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휴전에 미온적인 이스라엘을 설득해 레바논과의 타협을 이끌어내자 이란 또한 화답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르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란 전쟁 또한 “곧 끝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이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동결 중인 200억 달러(약 30조 원)의 이란 자산을 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아라그치-트럼프 “호르무즈 개방” 아라그치 장관은 17일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또 해협을 통과하는 각국 상선은 이란 측이 공지한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만 무산담과 가까운 기존 항로가 아닌 이란 라라크섬 옆을 지나는 경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언급한 휴전 기간이 미국과 이란이 앞서 7일 합의한 ‘2주 휴전’이 끝나는 미국 동부시간 21일까지인지, 1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간 휴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10일 휴전의 남은 기간일 것으로 점쳤다. 이란은 이번 전쟁 발발 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쥐고 각국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제한했다. 이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전 세계 물류 또한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최근 미국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逆)봉쇄에 나서는 등 이 해협은 양측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아운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양측의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자 이란의 태도 또한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17일 로이터통신 또한 미국과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에서 먼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60일 이내에 포괄적인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이란 우라늄 반출’ 등 쟁점 여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그들(이란)이 20년 넘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하는 아주, 아주 강력한 문서를 갖고 있다”며 미국이 이란에 요구한 ‘영구 핵포기 요구’가 관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란이 보유 중인 60%의 고농축 우라늄 440kg을 국외로 반출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며 이란이 ‘핵 찌꺼기’를 넘기기로 했다(Iran agrees to hand over nuclear dust)”고 자신했다. 다만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란 측이 아직까지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핵개발 20년 유예’를 주장하는 미국과 ‘5년 유예’로 맞서는 이란의 기존 간극 또한 좁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가 만든 미니 히어로콘텐츠 ‘격동의 바다 호르무즈’에서 세계 에너지 질서를 뒤흔드는 이 바닷길의 모든 것을 확인해 보세요.▶ [바로가기] 격동의 바다 호르무즈: 원유 동맥에서 전쟁 인질로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