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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의 선발 박세웅(27·사진)이 프로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한 경기 두 자릿수 삼진을 잡아내며 팀의 연패 사슬을 끊었다. 박세웅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안방경기에서 8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7-0 완승을 주도했다. 박세웅이 한 경기 10탈삼진을 기록한 건 2015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시즌 5승(무패)째를 수확한 박세웅은 김광현(SSG), 반즈(롯데)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종전 1.47에서 1.21로 낮췄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최근 4경기 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박세웅은 이날 빠른 속구와 변화구를 다양하게 섞어 던지며 NC 타자를 봉쇄했다. 전체 109구 중 가장 많이 던진 속구(39개)의 최고 시속은 151km를 찍었다. 변화구는 슬라이더(29개)와 커브(22개), 포크볼(19개)을 고르게 나눠 던졌다. 특히 5회에는 이명기 노진혁 오영수 세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한 이닝 최소인 9개의 공으로 3삼진을 잡아낸 것은 리그 통산 8번째로 드문 기록이다. 롯데 선수 중에는 박세웅이 처음이다. 박세웅의 호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1회말 2사 2, 3루 기회에서 5번 타자 1루수 정훈이 상대 선발 김시훈에게 우익수 앞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3번 타자 이대호는 4-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에서 좌익수 왼쪽 안타로 2타점을 올려 김시훈을 조기 강판시키는 등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번 주 첫 경기에서 박세웅이 자기 몫을 해줬다. 지난주 힘들었는데 오늘부터 분위기를 전환하게 됐다. 타격도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터져 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KIA는 KT와의 안방경기에서 소크라테스의 9회말 끝내기 안타로 1-0으로 이기고 6연승을 질주했다. LG도 안방인 잠실에서 오지환의 2점 홈런을 포함해 9-1로 한화를 누르며 4연승을 달렸다. 이날 중간계투로 1군에서 처음 마운드에 오른 한화 신인 문동주는 3분의 1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대구에서는 SSG가 추신수의 시즌 2호 홈런(1점) 등에 힘입어 삼성을 3-1로 꺾고 3연승했다. 두산은 키움을 9-0으로 완파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한화의 내야수 김인환(28)이 침체된 팀 타선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SSG전에 이번 시즌 첫 1군 무대에 오른 김인환은 9일까지 6경기 타율 0.368(19타수 7안타)의 활약을 선보였다. 1군 이틀째인 4일에는 SSG 선발 이태양에게 프로 데뷔 첫 홈런까지 쳐냈다. 출전 6경기 중에 4경기에서 안타를 쳤고 최근 2경기에서는 2안타, 3안타로 연속 멀티히트를 치면서 개막 후 한 달 사이 팀 타율 리그 9위(0.232)로 내려앉은 한화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인환은 이번 시즌 퓨처스(2군) 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콜업을 얻어냈다. 육성선수로 2016년 한화에 입단한 그는 2군 17경기에서 타율 0.302(53타수 16안타) 2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북부리그 1위(14승 1무 5패)로 이끌었다. 타율과 타점 모두 북부리그 1위다. 김인환의 가능성을 본 수베로 감독은 이달 1일 그를 정식선수로 전환하자마자 이튿날 1군에 합류시켰다. 김인환의 1군 무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시즌부터 2년에 걸쳐 22경기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타율 0.188(48타수 9안타)로 부진했다. 2019시즌 후에는 현역 5군단 포병여단 측지병으로 입대했다. 일과 시간 외 주어지는 하루 1, 2시간의 짧은 시간만 야구 훈련을 하다보니 야구 감각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지난해 제대 직후 팀에 복귀했을 때였다. 움직이는 속도가 둔화되면서 배트 스윙이 늘 한 타이밍씩 늦었다. 배트를 휘두를 때도 자꾸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다운스윙’을 하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졌다. 김인환은 “몸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올해 캠프에 참여하지 못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김인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아버지와 집 앞 마당에서 캐치볼을 했던 때를 자꾸 떠올렸다. 야구를 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야구를 그만둘 수 없다’는 각오를 되새기게 됐다. 비 시즌 기간 전형석 2군 타격코치와 타격 자세를 함께 바꿔가며 ‘레벨 스윙’의 감을 터득했다. 훈련 시간이 끝나면 스윙 속도를 높이기 위해 30m가량을 빠르게 뛰는 순발력 훈련도 했다. 최원호 2군 감독은 “20대 후반에 자신의 타격 자세를 바꾼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타격 궤적을 바꾸면 처음엔 타이밍도 어긋나기 마련인데 (김)인환이는 제대하자마자 짧은 시간 안에 그걸 해냈다”고 칭찬했다. 김인환의 어깨는 앞으로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타율 0.301로 활약한 외야수 김태연이 이번 시즌 0.181로 부진하며 9일 1군에서 말소되면서 그 공백을 김인환이 메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인환은 “입대 전 1군에서는 늘 ‘꼭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쫓기듯 야구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그때 경험이 있다보니 이제 웬만해서는 부담을 갖지 않게 된다. 2군에서 잘했으니, 1군에서도 똑같이 하던 대로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한국 핸드볼이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덴마크 출신의 킴 라스무센(50)을,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포르투갈 출신의 홀란두 프레이타스(57)를 선임했다”고 9일 밝혔다. 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을 외국인이 맡는 건 처음이다. 여자 대표팀을 지휘할 라스무센 감독은 폴란드와 헝가리 대표팀 사령탑을 거쳤고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폴란드를 4강으로 이끌었다. 2016년엔 루마니아의 명문 클럽 부쿠레슈티를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몬테네그로 대표팀 감독을 맡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남자 대표팀을 맡게 된 프레이타스 감독은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포르투갈 남자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2010년 유럽주니어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땄다. 핸드볼협회는 “도쿄 올림픽 이후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게 됐다”며 “한국 핸드볼과 외국 핸드볼의 장점을 융합해 세계무대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추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침체돼 있는 한국 핸드볼의 부활을 위해 외국인 감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 3개, 동 1개를 딴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00년대 후반까지 세계 정상급의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이후로 메달이 끊겼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선 12개국 중 각각 10위와 8위에 그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 남자 핸드볼은 2012년 런던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출전조차 못하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필라델피아의 가드 제임스 하든(33)이 모처럼 기대에 걸맞은 활약으로 팀을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연승으로 이끌었다. 필라델피아는 9일 마이애미와의 동부콘퍼런스 PO 2라운드(7전 4승제) 4차전에서 31점을 넣은 하든의 활약에 힘입어 116-108로 승리를 거두고 2패 뒤 2연승하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하든은 이날 31점을 넣고 도움도 9개를 배달하면서 승리에 앞장섰다. 리바운드도 7개를 기록했다. 하든은 3점슛 10개를 던져 이 중 6개를 림에 꽂는 고감도 외곽포를 자랑했다. 3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17.7점에 그쳤던 하든은 이번 시즌 PO 들어 처음으로 한 경기 30점 이상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닥 리버스 필라델피아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제임스가 오늘 밤 최고의 경기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제임스가 ‘제임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만족해했다. 브루클린에서 뛰던 하든은 시즌 도중이던 올해 2월 필라델피아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미국 CBS스포츠가 이번 시즌 NBA에서 가장 놀란 만한 사건 1위로 ‘하든의 트레이드’를 꼽았을 만큼 그는 NBA를 대표하는 간판 가드다. 서부콘퍼런스에서는 댈러스가 3점포 20개를 앞세워 피닉스를 111-101로 꺾고 역시 2패 뒤 2연승으로 균형을 이뤘다. 댈러스는 3점슛으로만 60점을 올렸다. 특히 포워드 도리언 피니스미스는 이날 자신이 기록한 24점 전부를 3점포로 채웠다. 3점슛 12개를 던져 8개(성공률 66.7%)를 림에 꽂는 신들린 슛감각을 보여줬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양대 콘퍼런스 전체 30개 팀을 통틀어 최고 승률(0.780)을 찍은 피닉스는 가드 데빈 부커가 35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 SK가 창단 후 첫 통합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SK는 8일 안양에서 열린 KGC와의 챔피언결정 4차전 방문경기에서 94-79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했다. 7전 4승제인 챔프전에서 SK는 한 번만 더 이기면 통산 3번째 우승이자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SK는 1999∼2000, 2017∼2018시즌 챔프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SK는 팀 공격을 이끄는 ‘트로이카’ 자밀 워니(27점), 최준용(21점), 김선형(19점)의 고른 활약과 강점인 속공을 앞세워 15점 차의 완승을 거뒀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6.9개의 속공으로 이 부문 1위를 한 SK는 이날 속공으로 21점을 올려 속공 득점이 2점에 그친 KGC를 압도했다. SK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리온에서 팀을 옮긴 베테랑 슈터 허일영도 14점을 넣으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전희철 SK 감독은 “속공으로 두 자릿수 득점이 나왔다. 이렇게 하는 게 이길 수 있는 공식”이라며 “5차전에서도 속공농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SK는 4쿼터 종료 4분 7초를 남기고 81-64로 앞선 상황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준용이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잠시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10점 차 이상의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완승했다. 김선형은 “3, 4차전이 분수령이 될 걸로 생각했는데 오늘 승리로 우승으로 가는 8분 능선은 넘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KGC는 3차전에서 부활을 알렸던 오마리 스펠맨이 13득점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쳐 힘든 경기를 했다. 정규리그 막판 무릎을 다쳐 6강, 4강 플레이오프를 뛰지 못했던 스펠맨은 6일 3차전에서 21점 19리바운드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KGC는 1차전에서 당한 발가락 부상으로 2∼4차전을 결장했던 문성곤이 이날 복귀해 15분 43초를 뛰었지만 4점에 그쳤다. 김승기 KGC 감독은 “SK가 잘한다. 어느 곳 하나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돌아간다”며 “5차전은 우리가 잘되는 부분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두 팀의 5차전은 10일 SK의 안방인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안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949일 만에 프로야구 경기장이 가득 찼다. 타자들은 ‘대포’로 구름 관중에 화답했다. 어린이날인 5일 수원KT위즈파크(2만 명)와 인천 SSG랜더스필드(2만3000명)에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만원 관중이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프로야구 만원 관중은 이날이 처음이다. 관중석 100% 개방 기준으로 정규시즌 경기가 매진된 건 2019년 9월 29일 잠실에서 열린 LG-두산 경기(2만5000명)가 마지막이었다. 안방 팀 KT와 SSG는 꽉 찬 관중에 힘을 얻어 이날 모두 승리를 챙겼다. 5일 프로야구가 열린 전국 5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10만3573명이었다. 어린이날 기준으로는 역대 3번째, 전체 경기일 기준으로는 6번째로 많았다. 하루에 1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으면서 이번 시즌 누적 관중 수(109만9936명)도 100만 명을 넘겼다. 10만 관중 앞에서 힘을 낸 건 투수보다 타자들이었다. 5개 구장에서는 홈런 11개(경기당 평균 2.2개)가 터졌다. 전날까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홈런(1.1개)보다 2배 많은 수치다. KIA 박동원(사진)은 홈런 2개를 쏘아 올리며 역대 99번째로 개인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이날 광주 안방경기에 4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한 박동원은 3-1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키움의 두 번째 투수 장재영을 상대로 시즌 5호이자 통산 100호 홈런을 날렸다. 박동원은 다음 타석인 6회말에도 나성범과 연속타자 홈런을 치면서 통산 홈런을 101개로 늘렸다. KIA 선발투수 이의리는 8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1점만 내주는 호투로 10-1 승리를 이끌었다. 이의리는 이번 시즌 6번째 선발 등판 만에 시즌 첫 승(1패)을 올렸다. 지난해 신인상 출신인 이의리가 8이닝을 소화한 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수원에서는 1회부터 4번 타자 박병호가 만루홈런을 터뜨린 KT가 롯데를 8-2로 꺾었다. 시즌 7호 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롯데 한동희와 함께 홈런 더비 공동 선두가 됐다. 롯데 선발투수 스파크맨은 이날 1회 8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6실점하며 강판됐다. 어린이날엔 전통적으로 ‘한 지붕 라이벌’끼리 맞붙는 잠실에서는 두산이 LG를 9-4로 꺾고 어린이날 매치 2연패를 끊었다. 선두 SSG는 선발타자가 전원 득점을 기록하며 한화를 14-4로 눌렀다. 삼성은 NC를 5-2로 물리쳤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요즘 프로야구 두산 팬을 가장 설레게 만드는 낱말은 ‘콘치로’다. 이 신조어는 일본 이름이 야스다 콘스(安田權守)인 재일교포 3세 외야수 안권수(29·사진)가 일본 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49·은퇴)처럼 잘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안권수는 4일 현재 타율 0.417(24타수 10안타)에 출루율 0.500을 기록 중이다. 안권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망이 솜씨에 물음표가 따라다니면서 주로 대주자, 대수비로 출전했다. 반면 올해는 타자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태형 두산 감독조차 그를 선발 톱타자로 기용할 정도로 타격 솜씨가 물이 올랐다. 고교 시절만 해도 안권수는 타격이 빼어난 선수였다. 와세다실업고 3학년이던 2011년에는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도쿄 예선에서 15타수 연속 안타를 치면서 타율 0.573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1군 무대 통산 타율은 0.253이 전부였다. 안권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타격 자세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 타격 영상을 분석하면서 타격 이미지를 정립한 게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졸업 후 일본 독립리그와 사회인리그에서 뛰던 안권수가 한국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권수는 “1승 1패면 몰라도 2패는 명백한 실력 차이”라며 “그때부터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권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 일본에서 살았지만 한국 국적을 지키고 있던 덕에 2020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에 참가할 수 있었다. 허리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두산에서 전체 99순위로 지명하면서 그는 한국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전체 지명자 100명 중 뒤에서 두 번째로 이름이 불린 것. 이복근 당시 두산 스카우트팀장(현 퓨처스리그 감독)은 “안권수가 두산이 바라는 야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와세다실업고 시절 일본 매체 ‘고교야구닷컴’은 “안권수는 타격, 수비, 주력 등 모든 면에서 공격적인 선수”라고 평했다. 두산 팀 캐치프레이즈 ‘허슬 두’와 맞아떨어지는 평이다. 안권수는 “기회를 준 두산에 항상 감사가 앞선다”면서 “나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라는 자세로 뛰고 있다. 두산이 지난해 준우승했는데 올해는 꼭 우승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사진)이 실내에 이어 실외에서도 세계 남자 높이뛰기 시즌 랭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우상혁은 4일 전남 나주 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2 나주 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 결선에서 2m32를 넘어 우승했다. 올해 세계 남자 높이뛰기 실외 경기에서 나온 최고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버넌 터너, 어니스트 시어스, 데리어스 카빈(이상 24·이상 미국)과 해미시 커(26·뉴질랜드)가 우상혁과 함께 2m30으로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우상혁은 이날 2m20을 1차 시기에 넘어서며 2m10을 뛴 이동주(26·함안군청)를 제치고 대회 우승을 확정했다. 이어 자기 자신과의 승부를 시작한 우상혁은 2m24와 2m28을 두 차례 시도 끝에 넘어선 뒤 2m32를 한 번에 성공했다. 우상혁은 이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기록(2m36)보다 1cm 높은 2m37에 도전했지만 3차 시기까지 넘지 못하면서 그대로 대회를 마감했다. 우상혁은 2월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실내육상경기에서 2m36을 뛰어넘어 실내 부문 시즌 랭킹 1위 자리도 지키고 있다.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터너와 주본 해리슨(23·미국)의 2m32보다 4cm가 높다. 그렇다고 우상혁이 아직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금메달 무타즈 바르심(31·카타르) 등은 아직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 출전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높이뛰기 선수는 올림픽 이듬해에는 컨디션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우상혁은 13일부터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해 바르심 등과 경쟁을 벌인다. 생애 처음 출전하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현재 기량을 유지한다면 우상혁은 진짜 세계 최고로 거듭날 수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최근 프로야구 두산 팬 사이에 회자되는 신조어 중 하나는 ‘콘치로’다. 일본 이름이 ‘야스다 콘스(安田權守)’인 재일교포 3세 안권수(29·두산)가 일본 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49·은퇴)처럼 잘한다고 붙은 별명이다.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울상 짓던 두산 팬들이 안권수의 깜짝 활약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안권수는 4일 현재 팀 내 타율 1위(0.474), 출루율 1위(0.565)에 올라 있다. 지난 2년간 타격이 저조해 대주자, 대수비 위주로 출전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1일 SSG전에서 3타수 3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올 캠프 때 타격이 좋아졌다”며 칭찬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3일 그에게 데뷔 첫 톱타자 선발 출전 기회까지 줬다. 일본 와세다대 졸업생인 안권수는 지난해까지 2년간 통산 타율 0.253가 전부였다. 통산 155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은 5번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안권수는 자신의 영상을 보며 타격 자세를 바꿨다. 특히 배트를 수평으로 밀면서 타격 정확도를 높이는 레벨 스윙의 감을 잡은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안권수는 지금도 자신이 KBO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부터다.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은 일본과 두 번 만나 모두 이기며 금메달을 땄다. 안권수는 “1승 1패면 몰라도 2패는 명백한 실력 차이”라며 “수준 높은 KBO리그에서 야구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듬해 와세다대 야구부 후배가 2019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일부 구단에서는 안권수의 나이를 문제 삼으며 영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후배의 도전에 용기를 얻은 안권수는 2020 KBO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두산에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지명을 받게 됐다. 전체 드래프티 100명 중 뒤에서 두 번째 순서였다. 안권수는 자신이 ‘천재형’이 아니란 걸 안다. 어렸을 적 부모 따라 갔던 일본 도쿄돔 야구장에서 마쓰이 히데키(48·은퇴)를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지만 학생선수 시절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와세다대 진학 후 만난 동급생 모기 에이고로(28·라쿠텐)는 그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는 “모기는 나와 레벨이 다른 선수였다”며 “모기가 입학하자마자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노력한다고 저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야구를 그만두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안권수는 자신을 믿고 손 내밀어준 두산에 감사가 앞선다. 그는 “나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출루를 많이 해서 지난해 준우승한 두산을 올해 우승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최고 승률 팀인 피닉스가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첫판을 승리로 장식하며 2년 연속 콘퍼런스 결승으로 향하는 청신호를 밝혔다. 피닉스는 3일 열린 댈러스와의 NBA 서부콘퍼런스 PO 2라운드(7전 4승제) 1차전에서 121-114로 이겼다. 피닉스는 경기 시작 후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승리로 기선을 제압하며 정규리그 최고 승률 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피닉스는 64승 18패로 승률 0.780을 기록했다. 동부와 서부콘퍼런스 전체 30개 팀을 통틀어 승률이 70%를 넘긴 팀은 피닉스가 유일하다. 크리스 폴과 데빈 부커 등이 연속 9점을 몰아치며 1쿼터를 시작한 피닉스는 이후 줄곧 경기 주도권을 잡으면서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피닉스는 센터 디안드레이 에이턴(25득점 8리바운드·사진)이 공격의 선봉에 섰고 부커(23득점 9리바운드)도 공수에서 활약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가드인 부커는 도움도 8개를 배달하며 동료들의 득점을 지원했다. 어시스트 3개를 추가한 폴은 PO 통산 어시스트 1144개를 기록하면서 이 부문 역대 5위로 올라섰다 댈러스는 가드인 루카 돈치치가 3점슛 4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45점을 넣으면서 분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득점 지원이 기대에 못 미쳤다. 동부콘퍼런스에서는 정규리그 1위 마이애미가 필라델피아를 106-92로 꺾고 PO 2라운드 1차전을 가져갔다. 마이애미는 가드 타일러 히로가 3점슛 4개를 포함한 25득점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에릭 스폴스트라 마이애미 감독은 “어려운 팀을 상대할수록 히로처럼 공격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칭찬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3차례 음주운전 적발로 처벌받은 강정호(35)의 국내 프로야구 복귀가 무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강정호가 프로야구 키움과 맺은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KBO는 “총재는 리그 발전과 KBO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해 놓은 규약 제44조4항을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허구연 KBO 총재가 최근 취임하면서 “스포츠 선수에게는 윤리적으로 엄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도 관련이 있다. KBO는 “세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해 처벌받은 점, 세 번째 음주운전 당시엔 교통사고를 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는 등 죄질이 나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엄중한 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KBO는 다만 강정호가 지난달 18일 키움과의 계약 사실을 알리며 신청한 임의해지 복귀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구단과의 합의로 선수계약을 임의해지했다. 임의해지는 일반계약 해지와 달리 해당 선수가 리그로 돌아올 때 원소속 구단이 보류권을 갖는다. KBO는 “당시의 임의해지가 선수의 잘못으로 인한 제재 조치는 아니었다”며 임의해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강정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다시 뛸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다. 키움이 선수계약 승인을 다시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미 한 차례 거부한 KBO가 다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키움이 보류권을 포기할 경우 원칙적으로 강정호는 리그 내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KBO가 이번 키움과의 계약을 불허하면서 그 사유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다른 구단이 강정호 영입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키움 측은 “KBO가 임의해지 복귀는 받아들이면서 선수계약에 제동을 걸 줄은 몰랐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강정호는 2년 전에도 국내 프로야구 복귀를 시도하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스스로 철회한 바 있다. 강정호는 국내에서 뛰던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고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이던 2016년에도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 처벌받았다. 강정호는 2018년 피츠버그로 복귀했지만 2019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KT가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선발투수 엄상백의 호투를 발판 삼아 3연승을 달리면서 ‘디펜딩 챔피언’다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KT는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에서 6-4로 역전승했다. 올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2승 8패의 극심한 부진으로 하위권에 떨어져 있던 KT는 이날 승리로 11승(12패)째를 거두면서 5할 승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KT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KT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6피안타 6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올린 엄상백이 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엄상백은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대신해 선발 투수 자원으로 투입됐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엄상백이 초반 실점 이후 안정을 찾으면서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줬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시즌까지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병호는 KT 이적 후 정규시즌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 타석에 들어섰으나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볼넷 1개와 몸에 맞는 공으로 두 차례 출루했다. 박병호는 2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키움 팬들이 자리를 잡은 1루 관중석을 향해 헬멧을 벗고 인사했다. 롯데는 잠실 방문경기에서 LG를 9-4로 꺾고 2연승했다. 3회까지 4-0으로 앞서던 롯데는 4회말 3점, 5회말 1점을 내주고 동점을 허용했지만 8회초에 터진 지시완의 2점 홈런으로 다시 리드를 잡은 뒤 승리를 챙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실행위원회를 열고 현재 외야 타구만 대상인 페어·파울 판독 여부를 내야 타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된 판독은 다음 달 3일 경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MLB) 진출 131경기 만에 처음으로 한 경기 3안타 활약을 펼쳤다. 김하성은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방문경기에서 9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2개를 포함한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MLB 2년차인 김하성이 빅리그에서 한 경기에 3안타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1일 빅리그 데뷔전 이후 131경기, 날짜로는 393일 만이다. 3타점 경기도 지난해 8월 1일 콜로라도전(3타수 2안타 3타점) 이후 처음이다. 이날 김하성의 손끝에서 결승타가 터졌다. 김하성은 2-2 동점으로 맞선 6회초 2사 만루 타석에 들어섰다. 신시내티의 오른손 투수 토니 산티얀이 슬라이더로 연달아 두 번 볼을 내주며 불리해지자 구종을 바꿔 시속 150km대 속구를 김하성의 몸쪽에 찔러넣기 시작했다. 이때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몰린 5구째 실투를 김하성이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좌익수 토미 팸의 다이빙 캐치가 실패하며 타구가 담장까지 굴러가는 사이 세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5-2로 승기를 잡았다. 샌디에이고는 이후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으며 신시내티와의 3연전 시리즈를 전승으로 마감했다. 이날 첫 타석인 2회초 1사 1루에서 선발 타일러 매힐을 상대로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던 김하성은 8회초 무사 주자없는 상황에서도 다우리 모레타에게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수비에서도 김하성은 2개의 병살타를 처리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시즌 초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하성이 9번 타자로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신시내티 시리즈에서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공격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도 “올해는 김하성에게 완전히 다른 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시즌에 임하면서 자신이 빅리그의 선수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의 생각도 멜빈 감독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지난 시즌과는) 달라졌다. 미국에 오기 전 외로운 생활을 상상했지만 팀 동료들은 내가 그렇게 느끼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제는 여기에서 편안한 마음이 든다”며 “항상 내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너무 많은 성과를 내려고 욕심을 부리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어쩌면 최선을 다하는 일보다 어려운 건 견디는 일일지도 모른다. 27일 프로탁구리그가 진행 중인 수원의 한 체육관에서 만난 여자탁구 기대주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은 “지독하게 훈련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때가 있다. 그때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김나영은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했다.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진로인 만큼 훈련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입단 후 처음 출전한 전국종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32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9-3으로 이기고 있던 첫 세트를 10-12로 내준 뒤 흐름이 완전히 무너졌다.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김나영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김나영을 붙잡아준 건 어머니 양미라 씨(51)였다. “우리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거잖아. 눈앞의 대회에서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국가대표 선발전까지는 다시 일어서자.” 어머니는 딸을 격려했다. 김나영은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훈련을 매일 견뎌냈다. 그리고 이달 20일엔 항저우 아시아경기(9월 10일 개막) 국가대표로 뽑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나영의 꿈이 처음부터 탁구선수는 아니었다. 2013년 인천 가좌초등학교에 입학한 김나영은 당시 이 학교 탁구부 코치로 있던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탁구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탁구인 2세’ 김나영의 자질은 금세 드러났다. 대우증권 선수로 뛰었고 지금은 한국수자원공사 탁구팀을 지휘하는 김영진 감독(48)이 아버지다. 어머니도 한국화장품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나영이한테 처음 탁구를 가르쳐줬던 때를 잊지 못한다. 라켓 위에 공을 올려놓고 10개만 튕겨 보라고 했는데 사흘 만에 라켓을 앞뒤로 돌려가며 100개 넘게 쳤다”고 했다. 어머니도 “어려서부터 손감각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딸의 ‘탁구 DNA’를 알아본 부모는 2017년 여름 살고 있던 집을 부동산에 내놓기까지 했었다. 해외 선수들과 맞붙어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해야 했고 그러려면 상당한 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다행히 나영이를 후원하겠다는 곳이 나서면서 집은 팔지 않아도 됐다고 한다. 김나영은 인천여고 부설 방송통신고에 진학해 학업도 병행하고 있다. 주중에는 오전 6시 40분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훈련하고 귀가한다. 자기 전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공부하고 있다. 김나영은 이제 신유빈(18·대한항공)과 함께 한국 여자탁구의 희망으로 발돋움했다. 김나영은 172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한 스매싱을 갖춘 공격형 선수다. 신유빈은 수비형에 가깝다. 전혜경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나영이는 서브 뒤 상대 리시브에 이은 3구째 공략이 날카롭다. 입단 후 하체 훈련을 강화해 보다 안정적으로 강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나영은 신유빈을 두고 “서로 다른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식에서 콤비가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영은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자신의 롤모델 천멍(28·중국·세계 1위)과 왕만위(23·중국·3위)를 꺾고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한국 탁구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제가 탁구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삐약이’ 신유빈(18·대한항공)은 부상으로 5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27일 인천 대한항공 탁구단 훈련장에서 열린 복귀 기자회견에서 그는 공백기 동안 탁구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일 좋아하던 걸 못 하고 구경만 하니까 힘들었다. ‘빨리 시간이 가면 좋겠다’ 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과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을 거쳐온 그는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기권한 뒤 재활을 시작했다. 그는 “아직 통증은 남아 있다. 지금 컨디션이 80% 정도인데 경기를 뛰면서 천천히 끌어올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에서 열리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피더 시리즈에서 복귀전을 갖는다. 이 시리즈는 우승 랭킹 포인트가 낮은 대회다. 그는 “내가 연습했던 대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재활 기간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대신 이번 선발전에서 여자부 1위에 오른 후배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의 성장에 기쁨을 나타냈다. 그는 “(김)나영이가 좋은 결과를 보여주니 나도 기분이 좋다. 앞으로 같이 한국 탁구를 빛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이미 2024 파리 올림픽에 향해 있다. 재활 기간 스쾃 무게를 75kg에서 100kg으로 늘리는 등 하체훈련에 집중해 공에 실리는 힘을 키웠다. 그는 “도쿄 올림픽 때 ‘올림픽만큼 재밌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파리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어느 팀이 올라와도 상관없어요.” 창단 후 첫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프로농구 SK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큰 힘을 보탠 안영준(27·포워드·사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챔프전 진출을 놓고 4강 플레이오프(PO) 경기를 치르고 있는 KT와 KGC 중 어느 팀과 맞붙어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데뷔 5년 차인 안영준은 올 시즌 정규리그 모든 경기(54경기)에 출전해 평균 14.5점을 넣어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종전 최고는 지난 시즌에 기록한 11.2점. 정규리그에서 데뷔 후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낸 안영준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더 강해졌다. 오리온과의 4강 PO 3경기에서는 평균 17.7득점을 기록해 정규리그보다 3점을 더 넣었다. 챔프전 진출을 결정지은 3차전에선 3점슛 4개를 포함해 PO 한 경기 개인 최다인 22점을 몰아넣었다. 정규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 39.1%로 이 부문 3위를 한 안영준은 PO 들어 성공률이 60.0%(15회 중 9회 성공)로 높아졌다. 안영준은 경기 시작 후 첫 번째 슛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희철 SK 감독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모든 경기는 첫 슛이 중요하다. 서둘지 말고 제대로 된 기회가 왔을 때 정확하게 던져라”라고 했다는 것. 안영준은 “첫 번째 슛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경기에서 자신감을 갖고 좋은 흐름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안영준은 경기가 있는 날마다 항상 팀 훈련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코트에 나와 혼자 슛 연습을 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안영준이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올 시즌 KT, KGC와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시즌 평균보다 더 많은 점수를 올렸다. KT를 상대로는 평균 16.7점, KGC를 상대로는 15.5점을 기록했다. 안영준은 데뷔 해인 2017∼2018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당시 SK의 정규리그 성적은 2위였다. 다음 달 17일 입대하는 안영준은 5월 2일부터 시작하는 7전 4승제의 챔프전에서 가능한 한 빨리 우승컵을 들어올려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입대 전 자유시간을 하루라도 더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어느 팀이 올라오든 상관없어요.”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 선착해 있는 SK의 포워드 안영준(27)은 이렇게 말했다. KGC와 KT가 남은 챔프전 티켓 한 장을 놓고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안영준이 꺼낸 이 한 마디에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4강 PO 3전 전승을 거둔 SK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데뷔 5년차 안영준은 올해 정규시즌 평균 14.5점 2.2어시스트 1.4스틸 등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4강 PO에서는 3경기 평균 17.7점 6.7리바운드 3.3어시스트로 더 좋은 활약을 했다. 시즌을 앞두고 남모를 특훈을 한 건 아니었다. 안영준은 늘 하던 대로 했다. 남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데뷔 이후 가진 모든 경기마다 1시간씩 일찍 나와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오후 7시 경기에 앞서 5시 반쯤 팀 훈련이 예정되면 늘 4시반에는 코트에 나와 슛 감각을 익혔다. 안영준은 “비시즌에 반짝 노력해서 얻은 성적이 아니다. 그동안 했던 꾸준한 노력이 쌓여 이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치 시절부터 함께했던 전희철 SK 감독의 도움도 컸다. 전 감독은 “매 경기 첫 슛이 중요하다. 조급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기회가 왔을 때 정확하게 던져라”라고 조언했다. 안영준은 “첫 슛의 득점률이 높아지면서 자신감을 얻고 경기 흐름을 잘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자신 있는 무기는 3점슛이다. 안영준은 이번 정규시즌에서 3점슛 성공률 39.1%로 리그 3위에 올랐다. 4강 PO 3점슛 성공률은 60.0%(15번 중 9번)로 팀 내 간판슈터 김선형(46.2%)보다 높았다. 특히 수훈선수로 활약한 4강 PO 3차전에서는 3점슛 4개를 포함해 PO 한 경기 개인 최다인 22점을 기록했다. 이날 SK의 여섯 차례 역전 중 2번이 안영준의 3점슛으로 만들어졌다. 안영준은 “지금 3점슛 감각이 너무 좋다. 챔프전에서도 매 경기 최소 3개씩은 넣겠다”고 다짐했다. 안영준은 이제 생에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데뷔 시즌인 2017~2018시즌 SK에서 챔프전 우승을 일궈봤지만 당시 정규리그에서는 2위에 머물렀다. 이번에 챔프전에서 승리한다면 SK 구단에도 최초의 통합우승이 된다. 다음달 입대를 압둔 안영준은 이번 챔프전 우승이 더 간절하다. “군에 다녀오면 지금처럼 좋은 팀원들과 함께 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계약선수(FA) 시기가 다가오는 선수도 있고요. 제 농구 인생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꼭 통합우승을 해내겠습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 프로야구 탬파베이의 최지만(31)이 5회 교체 출전한 경기에서 멀티히트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최지만은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안방경기에서 2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최지만은 팀이 0-2로 뒤진 5회말 1사 만루의 기회에서 첫 타석을 맞았다. 우투좌타인 최지만은 이날 보스턴이 왼손투수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벤치에서 기다리다 기회를 잡았다. 1사 만루 위기를 맞은 보스턴이 세 번째 투수로 우완 라이언 브레이저를 마운드에 올리자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그를 내보냈다. 최지만은 왼쪽 담장을 때리는 2타점 동점 적시타로 화답했다. 최지만은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견수 쪽으로 날아가는 두 번째 안타를 만들었다. 최지만은 3타수 3안타를 쳤던 13일 오클랜드전 이후 7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14에서 0.351(37타수 13안타)로 올랐고 타점은 10개로 늘렸다. 최지만은 올 시즌 대타로 나선 3경기에서 2안타 2볼넷으로 출루율 100%를 보였다. 탬파베이에서 1루수와 3루수를 보는 얀디 디아스는 “벤치에서 나올 때마다 100% 확률로 안타를 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최지만을 치켜세웠다. 탬파베이는 보스턴을 5-2로 눌렀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야구 디트로이트의 미겔 카브레라(39·사진)가 메이저리그 역대 7번째로 ‘3000안타-500홈런 클럽’ 주인공이 됐다. 카브레라는 24일 콜로라도와의 안방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서 개인 통산 3000번째 안타를 쳤다. 이로써 지난해 8월 23일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500홈런을 달성한 카브레라는 ‘3000안타-500홈런’ 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행크 에런(3771안타-755홈런), 윌리 메이스(3293안타-660홈런), 에디 머리(3255안타-504홈런), 라파엘 팔메이로(3020안타-569홈런), 알렉스 로드리게스(3115안타-696홈런), 앨버트 푸홀스(3308안타-681홈런·세인트루이스)에 이어 7번째다. 현역 선수로는 푸홀스와 카브레라 등 2명이다. 2003년 플로리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카브레라는 20시즌 만에 3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카브레라는 2008년 디트로이트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2012년에 기록한 205개가 한 시즌 최다 안타다. 이날 카브레라가 더블헤더 1차전 1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오스틴 곰버로부터 우익수 앞 안타를 뽑아내자 경기장에선 폭죽이 터졌다. 일어선 채로 카브레라의 안타를 기대하던 안방 팬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했고 팀 동료뿐 아니라 콜로라도 선수들까지 달려와 카브레라를 껴안고 축하했다. 방문경기에서 날렸던 500홈런과 달리 안방에서 3000안타를 친 카브레라는 “가족이 지켜보는 디트로이트 홈구장에서 기록을 달성해 기쁘다”며 웃었다. 이날 더블헤더 1, 2차전에서 8타수 3안타를 기록한 카브레라는 통산 3002안타(502홈런)가 됐다. 통산 타율은 0.310.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개막 후 부진에 빠졌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사진)가 투타에 걸쳐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오타니는 팀이 6-0 승리를 거둔 21일 휴스턴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1개씩만 내주며 12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팀 톱타자로 타석에 들어서서는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 나간 오타니는 4번 타자 앤서니 렌던(32)의 밀어내기 볼넷 때 홈을 밟아 직접 결승점을 올리기도 했다. 에인절스 타선은 1회초에 이날 경기에서 나온 6점을 전부 뽑았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는 1회초에만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들어선 1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왼쪽 담장을 때리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미국 스포츠 통계 업체 ‘엘리어스 스포츠뷰로’에 따르면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 타석에 두 차례 들어선 건 1900년 이후 122년 만에 처음이다. 6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6회말 1아웃까지 휴스턴 타자 16명에게 단 한 번도 1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제이슨 캐스트로(35)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내주면서 퍼펙트 기록이 깨지고, 제러미 페냐(25)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결국 무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 경기 전까지 2패만 기록하고 있던 오타니는 이날 평균자책점을 7.56에서 4.40으로 낮췄고, 6회초에는 기습번트로 안타를 추가하면서 타율을 0.216에서 0.236으로 올렸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내가 본 오타니 경기 가운데 최고였다.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성(27·샌디에이고)은 신시내티와 맞붙은 이날 안방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팀이 3-0으로 앞서던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오른손 투수 벅 파머(31)를 상대로 외야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4m짜리 타구를 날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