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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왔지만 추석 같지 않다. 종택(宗宅)의 종손은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노모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난 괜찮다”며 귀향을 만류한다. 차례상은 ‘음복(飮福) 도시락’으로 대체되고 깊은 산속, 바다 건너로 사람들은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떠난다. 그래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중추절 연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온·오프라인으로 눈과 마음을 채울 공연 전시 영화를 추려봤다.》○ 킹키부츠(뮤지컬)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 드래그 퀸이 신는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한 실화를 유쾌하게 그렸다.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노래는 귀에 쏙쏙 꽂힌다. 2014년 국내 초연 때 익살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들었다 놓은 강홍석, 뛰어난 가창력으로 열연한 최재림이 롤라로 무대에 선다. 박은태가 새 롤라로 합류했다. 찰리 역은 이석훈 김성규. 30일∼10월 4일 공연 전 좌석 30% 할인. 11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 베르테르(뮤지컬) 올해 창작 20주년을 맞이한 작품으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에 옮겼다. 고전적인 연출과 서정적인 음악에 순수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섬세한 감정을 노련하게 표현하는 엄기준, 부드러운 목소리의 카이, 애절한 연기를 선보이는 유연석과 깊이를 더해가는 규현, 주목받는 배우 나현우까지 5명이 베르테르를 연기한다. 롯데는 김예원 이지혜. 11월 1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4만 원. ○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어쩌면 지구인의 외피를 뒤집어쓴 외계 생물의 비유일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좀비나 ‘맨인블랙’ 시리즈, ‘잇’으로 형상화되던 타자(他者)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한국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2003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외계 생물과 대놓고 맞서는 흔치 않은 한국형 코믹 스릴러다. 지구 멸망을 목표로 나타난 외계의 ‘언브레이커블’에 여고 동창들이 한판 붙는다. 29일 개봉.○ 검객(영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코로나19에 명절 스트레스까지 쌓인다면 연휴는 괴로울 뿐이다. 이 악몽을 떨쳐내기에 칼싸움만큼 시원한 것도 없다. 조선 최고 검객이지만 광해군 폐위 이후 세상을 등진 태율(장혁)이 딸을 납치한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를 쫓는다. 딸을 구하는 이야기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거듭된, 기시감 강한 소재. 하지만 장혁의 고난도 검투(劍鬪) 액션은 머리를 텅 비우게 할 만큼 쾌감이 있다. 23일 개봉.○ 오페라 콘체르탄테 투란도트(클래식) 오페라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곁들인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방송에서 들려오는 ‘성악적 발성’에 귀가 붙들린다면 이 공연을 추천한다. 10월 2일 오후 4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콘체르탄테’란 무대장치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하는 오페라를 말한다. 오페라 전성기의 마지막 거장 푸치니가 최후로 남긴 걸작 ‘투란도트’의 주요 장면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감상할 수 있다. 테너 아리아 ‘잠들지 말라’는 유명하다. 테너 이현종, 소프라노 조현애 정꽃님, 김봉미가 지휘하는 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3만∼12만 원.○ 임동식 개인전 ‘일어나 올라가’(전시)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임동식 작가가 국내에 들여온 ‘자연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안면도 꽃지해변 작업으로 자연미술의 가능성을 본 임 작가는 1980년대 홍명섭 등과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건립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연계한 전시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11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무료.○ 내 나니 여자라(전시)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 정서를 고찰한다. 윤석남 임민욱 이미래 이은새 등 동시대 여성 작가 13인(팀)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작품 48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의 존재와 정체성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11월 29일까지.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000∼4000원.김재희 jetti@donga.com·유윤종 문화전문기자·김민 기자}

국민배우 최불암(80·사진)이 숭례문의 역사를 오디오로 들려주는 서비스가 시작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국보 제1호 숭례문 관련 설명을 최 씨와 성우 장민혁, 성우이자 유튜버 김보민의 오디오로 제공하는 ‘숭례문 오디오 안내 서비스’를 28일부터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최 씨는 ‘숭례문이 들려주는 600년의 이야기’를 안내한다. 김 씨는 ‘숭례문 현판의 비밀’과 ‘민국이와 할머니가 들려주는 숭례문의 또 다른 이야기’를, 장 씨는 ‘숭례문의 수난과 복원의 역사’를 안내한다. 숭례문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신한은행 사회공헌활동 누리집 화면으로 연동돼 안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덕수궁 관리소는 “오디오 안내 서비스는 설명 내용에 따라 관람객이 이동하거나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한다. 또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 흥미를 높였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공포물은 여름용? 올해 가을과 겨울에는 이 공식을 깨고 좀비부터 구미호까지 오싹한 존재들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킹덤’으로 ‘K좀비’의 세계화를 이끈 넷플릭스가 연내 선보이는 두 개 작품에 괴물과 좀비가 등장한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연출한 이응복 PD의 ‘스위트홈’이 최대 기대작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이 드라마는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가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이사한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람들이 코피를 쏟는 전조증상을 시작으로 죽기 직전 가졌던 욕망을 형상화한 괴물로 변해 버리고, 이들 괴물에 맞서 생존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이다. 웹툰 속 괴물들이 어떻게 실사에서 표현될지 웹툰 팬들의 기대가 크다. 회당 제작비는 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액수다.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물로 늦어도 올겨울 공개 예정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과 이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펼치는 이야기다. 원작은 연재 당시 수요 웹툰 1위를 달렸다.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시도들도 두드러진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이동욱이 남자 구미호 ‘이연’으로 변신한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에는 ‘판타지 액션 로맨스’라는 제작진의 설명이 붙는다. 다음 달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 이연과 그를 쫓는 괴담 전문 프로그램 PD ‘남지아’(조보아) 사이에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연은 멋 부리는 것과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인간적인 구미호로 그려진다. 21일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의 주인공은 인간성을 포기할 수 없어 인간 탐정 행세를 하는 좀비다. 러닝머신을 달리며 걸음걸이를 교정하고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한다. ‘구가의 서’에서 좀비 역할을 한 적이 있는 최준혁과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신인 박주현이 주인공이다. 첫 회 시청률은 3.6%를 기록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게 (흥행이) 되겠어?” ‘영화사 OAL(올)’의 김윤미 대표(46)가 영화 ‘디바’(23일 개봉) 기획에 착수한 2015년 이래 투자배급사나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숱하게 들은 말이다. 여배우 혼자 끌고 가는 영화인 데다 소재는 한국영화에서 다룬 적 없던, 비인기종목 다이빙.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가 손을 놨다면 디바는 ‘시나리오는 재미있는데 제작은 어렵다’는 이유로 엎어진 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였을 운명이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디바에 쏟아지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정면 돌파한 이야기부터 했다. “1년 넘게 캐스팅은 안 되고, 메이저 투자배급사 모두 퇴짜를 놨어요. 출연을 고사한 배우 (신)민아의 소속사 대표를 1년 뒤에 또 찾아가 ‘왜 민아여야 하는지’를 설명했죠. 한국투자파트너스가 1000억 원 규모 영화펀드를 조성했다기에 일면식도 없는 그 회사 이지수 수석을 찾아가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어요. ‘도전적인 영화’라며 투자를 결정하시더군요.” ‘신민아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디바처럼 2013년 설립한 영화사 올이 내놓은 영화 세 편 모두 주인공은 여성이다. 이 배우들은 그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첫 영화 ‘날, 보러와요’(2015)에서 코믹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강예원은 정신병원에 감금돼 폭력에 시달리다 복수하는 ‘수아’ 역을 맡아 광기와 분노를 넘나들었다. 지난달 개봉한 ‘오케이 마담’에서 주인공 엄정화는 배우 경력 처음으로 액션을 선보였다.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만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같은 이야기더라도 주체가 남자 캐릭터인 경우가 많았기에 여자 캐릭터가 중심인 시나리오에 눈이 갑니다. 첫 작품인 웹드라마 ‘먹는 존재’도 여자 백수라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폭력의 피해자로 그치지 않고 복수의 주체가 되고, 하이킥을 날리며 테러범을 잡는 여성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시나리오 작업도 했던 김 대표는 2000년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매니저로 영화계에 들어와 상영관별 영화시간표 짜는 일부터 했다. 쇼박스 배급팀, ‘영화사 구안’ 투자배급실장, CJ CGV 아트하우스 영화배급실장 등을 거치며 영화의 상업성을 고민했다. “매니저 시절 ‘봄날은 간다’를 제일 큰 상영관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봄날은 간다가 큰 상영관에, ‘조폭마누라’는 중급 상영관에 걸렸는데 봄날은 간다는 객석의 20%만 차고, 조폭마누라는 매진이었어요. 봄날은 간다가 제게는 더 ‘영화다운 영화’였는데 말예요. 시대가 원하는 작품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계기였죠.” 이런 고민은 비상업적 영화에 상업성을 더하는 그의 동물적 감각을 키웠다. ‘오케이 마담’은 여성 코믹 액션에 비행기 안이라는 공간적 재미를 더했고, 시나리오에서는 연극배우이던 디바의 주인공은 다이빙 선수로 바꿨다. 제작비 10억 원을 들인 ‘날, 보러와요’는 관객 106만 명으로 손익분기점(60만 명)을 넘겼다. “당신 돈으로 나만의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스태프 100여 명이 수십억,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드는 종합예술인 만큼 제작자는 ‘예술’을 하려는 감독과 ‘돈’을 벌려는 투자자 사이를 현명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김 대표가 ‘인생에 한 번뿐인 경험(Once in A Lifetime)’의 영어 앞 글자를 따 지은 회사이름 올에는 그 경험을 영화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멜로와 공상과학(SF)을 넘나드는 장르에 도전하려고 한다. “젊은 신부와 유부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를 준비 중이에요. ‘초인’이라는 제목의 SF도 기획개발 중이고요. 바라는 거요? 신민아의 여우주연상 수상요. 하하. 용기 있는 도전이 제대로 평가받고, 그 평가가 제2의 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영화사 OAL(올)’ 김윤미 대표는…::△2000∼2007년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쇼박스 배급팀, MK픽쳐스 근무△2008년 영화사 구안 투자배급실장△2011년 타임스토리 투자팀장△2012년 CJ CGV 아트하우스 영화사업팀장△2013년 영화사 올 설립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직장 내 괴롭힘, 암 환자의 투병기, 며느리의 시집살이…. 웹드라마의 소재가 스릴러와 오피스물, 판타지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 인기를 끈 웹드라마는 로맨스물이 대부분이었다. 시즌4까지 누적 조회 수 5억 회를 기록한 ‘연애플레이리스트’, 10대들의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에이틴’처럼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웹드라마가 주류였다. 그러다 웹드라마를 비롯해 15∼20분 내외 콘텐츠인 ‘쇼트폼’이 인기 장르로 안착하고 쇼트폼 시청자도 늘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이 새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웹드라마 중 신선한 소재로 주목받은 건 오피스 스릴러 ‘루머’다. CJ ENM의 스튜디오 다이아가 7월 공개했다. 루머는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여성의 죽음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공개된 웹드라마 ‘오피스 레코드’도 직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그렸지만 루머처럼 직장 내 성폭력, 괴롭힘, 무한경쟁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은 드물었다. 주인공 지원(김다예)은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지만 실세인 직장 상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얻은 성과라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한다. 지원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면서 지원의 남자 친구가 그녀의 사망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웹툰이 웹드라마의 소재로 쓰이면서 주제는 더욱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웹툰이 미니시리즈나 영화로 실사화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웹툰 플랫폼을 보유한 콘텐츠 업체들이 웹툰 원작의 쇼트폼 콘텐츠 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을 서비스하는 카카오가 콘텐츠 제작사인 ‘카카오M’을 통해 이달 1일 웹툰 원작의 ‘아만자’를 선보였고 ‘며느라기’는 올해 안에 공개된다. 배우 지수가 주연을 맡은 ‘아만자’는 말기암 선고를 받은 청년이 고통스러운 투병과 꿈의 세계를 오가며 삶의 의미를 찾는 판타지물이다. 박하선이 주연인 ‘며느라기’는 대학 동기와 결혼한 여성이 시가 식구를 만나면서 겪는 고충을 그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자(Cancel Netflix subscription).’ 세계 각지의 청원이 올라오는 웹사이트 ‘Change.org’에 이달 중순 올라온 것이다. 이 청원에 23일 기준 65만8000여 명이 동참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도 ‘#Cancelnetflix’ ‘#boycottnetflix’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만 개다. ‘넷플릭스 구독 해지 인증 샷’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보이콧 움직임을 촉발한 건 이달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큐티스(Cuties)’다. 세네갈 출신의 프랑스 여성 감독 마이무나 두쿠레의 이 영화는 파리 교외 빈민가,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의 11세 소녀 에이미가 학교 친구들과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정숙을 요구하는 집안과 종교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올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는 어린 학생들의 선정적인 춤과 이를 보여주는 카메라 앵글이 아동을 성(性) 상품화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영화 중반 이후 에이미와 친구들이 결성한 댄스 팀 미뇬(Mignonnes·귀염둥이란 뜻의 프랑스어)이 배꼽티에 쇼트팬츠를 입고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드는 트워킹(twerking)과 웨이브를 하는 세 차례 신이다. 학생들은 혀를 내밀거나 손가락을 입에 물기도 하는데 이때 카메라는 에이미의 엉덩이, 배, 허벅지 등을 클로즈업하며 훑는다. 이 장면들이 ‘소아 성애자(pedophile)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며 넷플릭스를 ‘Pedoflix(페도플릭스)’라고 비꼬는 조어도 등장했다. 큐티스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영화의 메시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이를 표현해내는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재훈 영화평론가는 “소녀를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과 여자아이들의 육체를 성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훑어 내려가는 카메라의 시선에 분명 문제가 있다”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톰보이’에도 소년이 되고 싶은 10대 소녀의 누드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카메라는 한 번도 그 육체를 대상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연출을 전공한 정연수 씨(26·여)는 “골반과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는 신에서 어른 남성의 시선이 느껴졌다. 11세 소녀들이 바라본 여성성을 담고자 했다면 이런 연출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와 두쿠레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들어진 여성성이라는 이미지를 요즘 아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는 현실을 지적하고자 했다”며 반박한다. 두쿠레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SNS가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여자아이들이 여성성을 어떻게 느끼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연구했다. 아이들은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을 더 멋있다고 느끼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따라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도 “아이들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낸 영화”라고 성명을 냈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의식이 관음의 시선을 담은 연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사회적 약자를 재현할 수는 있지만 피사체를 구경거리로 만들려는 욕망을 담고 있다면 그건 성의 상품화”라면서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술판에서 나체의 여성들을 쇼윈도 마네킹처럼 훑고 지나가거나, 영화 ‘귀향’에서 성폭행 장면을 천장에서 촬영해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준 카메라 앵글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화가 근본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 예술비평가는 “소녀가 과거의 ‘전통’과 인터넷 문화가 상징하는 ‘새로움’ 사이에서 겪는 갈등, 초경을 통해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분열, 목적을 향해 질주하는 정념의 주체 등 많은 것을 영화에 담아냈다”며 “소녀들의 과잉 성애화를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카메라는 도리어 네 소녀를 자신의 일부로 껴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UIC 경제학과 졸업·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생활디자인과 4학년}

화장기 없는 민낯에 물에 젖어 질끈 묶어 올린 머리를 하고, 입술의 미세한 떨림까지 포착되는 실내수영장의 환한 조명 아래에 서는 것이 배우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배우 신민아(36)가 23일 개봉하는 영화 ‘디바’에서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디바는 세계적인 다이빙 스타 ‘이영’(신민아)이 절친 다이빙 선수 ‘수진’(이유영)의 성공을 향한 욕망을 목격하면서 숨겨진 광기를 분출한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신민아를 17일 온라인으로 만났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있었다. 여성 둘이 끌고 가는 상업영화인 데다 소재마저 생소한 다이빙이었다. 이영의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집중하고 애착을 갖게 됐다. 제 ‘살점’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는 개봉 날짜가 잡혔다는 얘기를 듣고 “‘드디어 세상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이영이 세계적인 다이빙 선수인 만큼 신민아는 다이빙 자세나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4개월 가까이 지상과 수중훈련을 병행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직접 뛰어내리는 장면까지 찍었다. “세계적 다이빙 선수라는 느낌을 최대한 관객에게 줘야 공감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접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올라 촬영했다. 처음엔 촬영은 고사하고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였는데 나중엔 다이빙대 위에서 편하게 간식도 먹었다. ‘나 진짜 많이 변했다’ 싶었다.” 다이빙 실력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이영의 소용돌이치는 감정 표현이다.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과 완벽주의, 수진에 대한 죄책감 등을 이영의 얼굴과 몸짓에 담아야 했다. “사실 구체적인 경험은 없었다. 다만 연기자라는 내 상황을 이영의 상황에 대입시켰다. 연기자도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직업이고, 이 세계에서 모두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런 점을 이영에게 녹여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세계든 질투와 부러움보다 교감, 동지애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을 받은 그에게 이번 영화는 첫 스릴러물이다. “‘로코’를 많이 안 했는데도 사람들은 로코 캐릭터로 절 기억하시더라. 안 해 봐서 대중이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관객이 저를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화장기 없는 민낯에 물에 젖어 질끈 묶어 올린 머리를 하고, 입술의 미세한 떨림까지 포착되는 실내수영장의 환한 조명 아래에 서는 것이 배우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배우 신민아(36)가 23일 개봉하는 영화 ‘디바’에서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디바는 세계적인 다이빙 스타 ‘이영’(신민아)이 절친 다이빙 선수 ‘수진’(이유영)의 성공을 향한 욕망을 목격하면서 숨겨진 광기를 분출한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신민아를 17일 온라인으로 만났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있었다. 여성 둘이 끌고 가는 상업영화인데다 소재마저 생소한 다이빙이었다. 이영의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집중하고 애착을 갖게 됐다. 제 ‘살점’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는 개봉 날짜가 잡혔다는 얘기를 듣고 “‘드디어 세상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이영이 세계적인 다이빙 선수인 만큼 신민아는 다이빙 자세나 모습이 어색해보이지 않도록 4개월 가까이 지상과 수중훈련을 병행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직접 뛰어내리는 장면까지 찍었다. “세계적 다이빙 선수라는 느낌을 최대한 관객에게 줘야 공감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접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올라 촬영했다. 처음엔 촬영은 고사하고 서있는 것도 힘들 정도였는데 나중엔 다이빙대 위에서 편하게 간식도 먹었다. ‘나 진짜 많이 변했다’ 싶었다.” 다이빙 실력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이영의 소용돌이치는 감정 표현이다.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과 완벽주의, 수진에 대한 죄책감 등을 이영의 얼굴과 몸짓에 담아야 했다. “사실 구체적인 경험은 없었다. 다만 연기자라는 내 상황을 이영의 상황에 대입시켰다. 연기자도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직업이고, 이 세계에서 모두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런 점을 이영에게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세계든 질투와 부러움보다 교감, 동지애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을 받은 그에게 이번 영화는 첫 스릴러물이다. “‘로코’를 많이 안했는데도 사람들은 로코 캐릭터로 절 기억하시더라. 안 해봐서 대중들이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관객이 저를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뚝뚝 떨어져 나가는 살점, 흘러내린 피부 사이로 보이는 뼈, 반죽처럼 일그러진 얼굴. 6일 개봉한 ‘기기괴괴 성형수’는 관객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길 수 있다. 화장품처럼 피부에 바르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성형수’를 소재로 했다.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매로 피해의식을 가진 예지가 성형수를 손에 넣으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렸다. 웹툰 ‘절벽귀’로 알려진 오성대 작가가 2013년부터 네이버에 연재한 옴니버스식 호러 웹툰 ‘기기괴괴’ 중 성형수 편이 원작이다. 영화를 만든 조경훈 감독과 전병진 PD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몸에 붙일 살이 필요해진 예지가 성형수로 부모의 살점을 떼어내거나, 성형수 부작용으로 살이 모두 녹아내려 욕조가 지방 덩어리로 가득 찬 장면은 그 자체로 기괴하다. 더 섬뜩한 건 영화가 묘사한 병적 외모지상주의가 현대 사회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못생긴 사람에 대한 무시, 타인의 시선이 족쇄가 돼 외모에 집착하는 주인공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같다.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미의 폭력성, 그 폭력이 얽히고설키며 만들어지는 인간 사회의 지옥도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주인공의 감정선이 중요했다. 원작은 성형수라는 소재에 집중했지만 영화에서는 예지가 외모에 대한 상처를 갖게 된 유년 시절, 그 피해의식과 트라우마가 표출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조 감독) 영화 제작에는 6년이 걸렸다. 중국 사람들이 성형수 이미지만 봐도 웹툰 제목을 알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기에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기획했지만 ‘한한령’으로 중국 측 투자가 좌초됐다. “유아·아동용이 대부분인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청소년 이상 연령층이 보는 애니메이션 시장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중국 투자가 좌절된 뒤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 등을 끌어모아 여기까지 왔다.”(전 PD)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도 호러는 흔치 않은 장르다. 그래서 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스페인 시제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애니메이션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밴쿠버 국제영화제에서는 동아시아 작품을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인 게이트웨이에 초청됐다.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호러 장르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작품 설명을 위해 전작 사례를 들 수 있는 게 23년 전 나온 일본 ‘퍼펙트 블루’밖에 없더라. 그만큼 희소성 있는 영화다. 15세 이상 상업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입증한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전 PD)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다음 달 열리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으로 홍콩 대표 감독 7명이 만든 ‘칠중주: 홍콩 이야기’, 폐막작으로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선정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미나리’도 처음 공개된다. 영화제 측은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21∼30일 열리는 영화제에서 68개국 192편의 초청작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예년 300여 편이던 출품작이 올해는 감소했다. 영화 192편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내 5개 스크린에서만 상영한다. 개막작은 홍콩 거장 감독 탄자밍(譚家明), 쉬커(徐克), 위안허핑(袁和平), 린링둥(林嶺東), 토니 조, 쉬안화(許鞍華), 훙진바오(洪金寶) 등 7명이 공동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다. 이 영화는 1950년대 가난했던 홍콩의 모습부터 아시아의 금융 허브이자 자유와 번영을 상징하는 현재의 홍콩이 되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조망했다. 폐막작으로는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다무라 고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선정됐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아시아 영화를 대표하는 대가들의 삶, 그리고 영화의 산실이었던 홍콩의 역사를 담은 작품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코로나19로 모두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는 성장 영화다”라고 밝혔다. 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쥔 ‘미나리’도 처음 공개된다.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출연한 이 영화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같은 영화제에서 넥스트 이노베이터상을 받은 ‘너를 데리고 갈게’,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사탄은 없다’, 9월 열린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작 ‘끈’ 등 국제영화제 수상작 및 상영작들도 초청됐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한 ‘수업시대’ ‘태양의 아이들’ ‘포식자들’ 등 신작도 공개된다. 전 위원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에서 강화될 경우 영화제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치매에 걸린 어머니, 도망친 아내, 뺑소니를 당한 하나뿐인 딸. 하나만 일어나도 비극인 상황이 2일 개봉한 영화 ‘오! 문희’ 속 두원(이희준·사진)에게는 모두 현실이다. 두원이 자리를 비운 한밤중 어머니 오문희(나문희)와 두원의 딸 보미(이진주)가 함께 외출했다가 뺑소니 차량이 보미를 치고 달아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치매 환자 문희와 이들이 키우는 강아지 ‘앵자’뿐.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두원은 문희와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 나선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두원을 연기한 배우 이희준(41)을 4일 화상으로 만났다. “두원은 저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다 두원의 집에서 낮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이게 만약 현실이라면?’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저도 9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를 안고 1시간 서 있는 것도 힘들거든요. 저라면 너무 막막할 것 같았어요. 두원은 이 상황을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영웅인 것 같아요.” 그는 두원을 연기하기 위해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분을 찾아가기도 했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두원의 집으로 섭외된 장소의 주인인 50대 아저씨가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계셨어요. 감독님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다음 날, 수박 한 통을 사 들고 충남 논산의 아저씨 댁을 찾아갔죠. 맥주 한잔하며 치매 부모님을 모시는 삶에 대해 들었어요.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뛰어나가시는 부모님을 아저씨가 데려와 눕히는 것도 옆에서 보고요. 두원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이희준은 카메라 밖에서도 나문희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실제 모자 같은 ‘케미’가 구축됐기에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식당에서 두원이 문희에게 ‘이제 어떡하죠?’라고 묻는 신이 있어요. 촬영 때 선배님께서 동그랑땡을 제 입에 넣어 주셨어요.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였죠. 당황하다가 저도 동그랑땡을 같이 입에 넣어드렸어요. 입가에 묻은 걸 닦아드리기도 하고요. 영화를 본 분들이 가장 가슴 아린 장면이었다고 많이들 말씀해 주셨어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대통령경호실장,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등을 연기한 이희준은 늘 ‘가슴이 뛰는 대본’을 택한다. “소속사에서 출연을 반대하더라도 제가 꽂히면 대표님을 설득해서라도 출연해요. ‘다음엔 어떤 역을 해야지’라고 계획하기보다 그 순간 제 마음이 향하는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역시 이유리였다. 채널A 금토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오후 10시50분) 1,2회가 4,5일 방영되자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배우 이유리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유리님 연기짱 ㅠㅠ 자식 잃은 슬픔이 너무 잘 느껴져서 같이 슬펐어요’ ‘믿고 보는 이유리’ ‘이유리 친딸 처음 보구 끌어안을 때 감정연기 진짜 대박 (중략) 간만에 집중되는 드라마’ 등 칭찬 일색이었다. 이유리 뿐 아니라 옛 시어머니로 나오는 화장품 회사 회장 이일화와 이유리의 딸을 입양해 키우는 연정훈의 연기도 뛰어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유리가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3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거짓말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처럼 반전에 반전이 거듭돼요. 변화하는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감정도 크게 달라지죠. 드라마의 ‘변화무쌍함’에 매료돼 출연하게 됐어요.” 채널A 금토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에서 주인공 지은수 역을 맡은 배우 이유리(40)는 3일 전화 인터뷰에서 출연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재벌가 며느리인 지은수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려 옥중에서 딸 우주(고나희)를 낳지만 하나뿐인 딸조차 시어머니 김호란(이일화)에게 빼앗긴다.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역으로 ‘국민 악녀’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똑 부러지는 로펌 변호사 변혜영, ‘숨바꼭질’에서는 파양의 아픔을 지닌 재벌가 상속녀 민채린, 지난해 방영한 ‘봄이 오나 봄’에서 특종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회부 기자 김보미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세 번의 파양,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소녀 가장 등 갖은 고난을 겪은 인물을 연기해 온 그지만 이번에 맡은 지은수는 가장 모진 풍파에 맞서는 캐릭터다. 남편을 살해했다는 누명, 딸과 10여 년간의 생이별을 겪는 그는 강지민(연정훈)에게 입양된 딸 우주를 되찾기 위해 강지민에게 접근해 ‘가짜 사랑’을 시작한다.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 “전작 ‘봄이 오나 봄’이 코미디였고, 캐릭터도 밝았어요. 다음 작품에선 어두운 역할을 해보고 싶던 차에 ‘거짓말의 거짓말’ 1~4부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재밌게 읽혔어요. 지은수가 처한 상황이 극단적이고 굉장히 암울하기 때문에 부담도 됐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보고 싶은 욕심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1화부터 지은수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갇힌다. 교도소 장면 촬영을 위해 체중도 4kg가량 감량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지은수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체중을 줄여야 했어요. 은수는 교도소에서 여러 사건사고를 겪게 되고 자살 기도도 하거든요. 피폐하고 가녀린 은수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몸무게가 원상복귀 됐지만요.(웃음)” 은수를 지배하는 감정은 모성애다. 모든 거짓말의 원동력은 하나뿐인 딸 우주를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그는 초반에는 어설프지만 점차 깊어지는 모성애를 은수가 느끼는 감정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초반에는 촬영 현장에서 나희 양을 멀리서 지켜보며 감정을 조절했다. “은수는 우주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지만 우주를 낳자마자 생이별했기 때문에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도 몰라요.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는 어설픈 엄마지만 점차 시간을 보내면서 우주와 친밀해지고 모성애를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는 데 초점을 뒀어요.” 이유리가 꼽은 관전포인트는 사건에 따라 변하는 은수의 감정이다. “악역은 캐릭터를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제가 연기한 인물을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 ‘특정 캐릭터를 반드시 뛰어 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다만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만큼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은수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치매에 걸린 어머니, 도망친 아내, 뺑소니를 당한 하나뿐인 딸. 하나만 일어나도 비극인 상황이 2일 개봉한 영화 ‘오! 문희’ 속 두원(이희준)에게는 모두 현실이다. 두원이 자리를 비운 한밤 중 어머니 오문희(나문희)와 두원의 딸 보미(이진주)가 함께 외출했다가 뺑소니 차량이 보미를 치고 달아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치매 환자 문희와 이들이 키우는 강아지 ‘앵자’ 뿐.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두원은 문희와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 나선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두원을 연기한 배우 이희준(41)을 4일 화상으로 만났다. “두원은 저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다 두원의 집에서 낮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이게 만약 현실이라면?’ 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저도 9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 안고 1시간 서 있는 것도 힘들거든요. 저라면 너무 막막할 것 같았어요. 두원은 이 상황을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영웅인 것 같아요.” 그는 두원을 연기하기 위해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분을 찾아가기도 했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두원의 집으로 섭외된 장소의 주인인 50대 아저씨가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계셨어요. 감독님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다음 날, 수박 한 통을 사 들고 충남 논산의 아저씨 댁을 찾아갔죠. 맥주 한 잔 하며 치매 부모님을 모시는 삶에 대해 들었어요.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뛰어나가시는 부모님을 아저씨가 데려와 눕히는 것도 옆에서 보고요. 두원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이희준은 카메라 밖에서도 나문희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실제 모자 같은 ‘케미’가 구축됐기에 애드립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식당에서 두원이 문희에게 ‘이제 어떡하죠?’라고 묻는 신이 있어요. 촬영 때 선배님께서 동그랑땡을 제 입에 넣어 주셨어요. 대본에 없던 애드립이었죠. 당황하다가 저도 동그랑땡을 같이 입에 넣어드렸어요. 입가에 묻은 걸 닦아드리기도 하고요. 영화를 본 분들이 가장 가슴 아린 장면이었다고 많이들 말씀해주셨어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대통령 경호실장,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등을 연기한 이희준은 늘 ‘가슴이 뛰는 대본’을 택한다. “소속사에서 출연을 반대하더라도 제가 꽂히면 대표님을 설득해서라도 출연해요. ‘다음엔 어떤 역을 해야지’라고 계획하기보다 그 순간 제 마음이 향하는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요.”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4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4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과학·기술 3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기관 및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7, 8월 2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교육 - 한동대학교■ 인성-전문성-글로벌역량 강조… ‘잘 가르치는 대학’첫손‘잘 가르치는 대학.’ 좋은 대학의 조건을 이야기할 때 예나 지금이나 빠지지 않는 덕목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로 대학의 위기감이 커지는 지금 더욱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잘 가르치는 대학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아는 건 쉽지 않다.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고등교육 전문가들이 가리키는 곳이 바로 한동대다. 경북 포항시 한동대는 개교 2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유수의 대학도 하지 못한 혁신적 교육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인촌상 교육부문에 선정됐다. 장순흥 총장은 1일 “학생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학이 어려움에 놓인 가운데 듣게 된 인촌상 수상 소식이 너무 반가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동대는 추구하는 인재상과 그에 맞는 교육 방식을 ‘工자형’ 교육모델로 표현한다. ‘工(공)’을 이루는 세 개의 직선은 아래서부터 △인성 및 기초교육 △전문성 교육 △국제화 교육을 의미한다. 인성과 실력을 갖춘 국제적 리더를 키우겠다는 철학을 시각화한 것이다. 인성교육의 대표적 예는 ‘무감독 양심시험’이다. ‘나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 정직하게 시험에 임하겠다’는 답안지 문구에 서명한 뒤 시험을 보는 게 학교의 전통이다. 전문성 교육 측면에선 수요자 중심 교육을 강조한다. 신입생 전원을 ‘무학부 무전공’으로 뽑아 1년간 전공탐색 기회를 준다. 학기 중에 기업 등에서 활동한 뒤 학점을 인정받는 ‘자유학기제’도 2015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영어 전공 강의가 전체의 약 40%, 외국인 전임 비율이 22.7%에 이를 정도로 국제화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2002년엔 미국식 국제법률대학원을 개원해 졸업생 중 약 70%(458명)를 미국 변호사로 배출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는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학교 고유의 인재상과 그에 부합하는 체계적 교육 방식을 갖춘 곳”이라며 “바로 한동대가 모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동대 총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연임 제한이 없다. 덕분에 미국처럼 총장이 과감하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초대 총장인 고 김영길 박사가 학교를 이끌었고, 이후 장 총장이 뒤를 잇고 있다. 학교가 잘 가르치는 만큼 학생들의 반응도 좋아 전국 곳곳에서 학생이 모여든다. 지난해 신입생 중 27.5%가 수도권 출신, 15.8%가 해외 출신이었다.▼ 공적 ▼지성·인성·영성의 고등교육을 목표로 1995년 설립된 기독교계 사립대. 초대 총장인 고 김영길 박사가 신입생 400명과 함께 문을 연 이래 현재까지 1만415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자유학기제’와 ‘국제법률대학원’ 등을 도입해 고등교육계에 혁신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부의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육성사업(2010∼2019년 시행)에 매번 선정됐을 정도로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명성이 높다.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상위 등급(A등급)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도 최우수 등급(A등급)을 받았다.포항=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언론·문화 - 봉준호 감독■ 일관된 작가주의로‘거장’반열에… “영화인 첫 수상 큰 의미”“앞으로 저는 더욱더 긴 시간을 변함없이 창작의 한길로만 걸어갈 것임을, 여러분들께 고백합니다.” 봉준호 감독(51)은 3일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을 받게 된 소감을 영화예술에 대한 변치 않을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올 2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4관왕의 영예를 안고 귀국한 뒤 공식 외부 일정을 거의 잡지 않은 채 차기작 구상에 전념하고 있는 봉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을 동아일보에 서면으로 보내왔다. 봉 감독은 올해 34회째인 인촌상을 받은 예술인 가운데 영화인은 자신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영예로 여기며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 존경해 왔던 예술가이신 박경리 박완서 선생님께서 과거에 수상하셨던 상을 이번에 제가 받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최근 발표한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해외에서 여러 가지 상들을 받았기에 마치 ‘상에 대한 상처럼’ 주시는 상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촌상이 결과가 아니라 한 예술인이 그때까지 걸어온 자취와 흔적, 거기에 쏟은 땀과 눈물에 대한 인정임을 잘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100년이 넘는 한국영화사에서 묵묵히 대중을 위한 영화, 예술로서의 영화의 길을 개척해 온 선후배 영화인과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번이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최초의 인촌상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저의 창작의 과정을 함께했던 모든 영화인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인촌상 심사위원단은 봉 감독이 대중적 파급력이 강한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한국문화의 저력을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결정했다. 첫 장편 ‘플란다스의 개’(2000년)부터 ‘기생충’까지 모든 작품의 연출과 각본을 겸한 봉 감독은 계급 불평등 정의 같은 거대 담론을 다루면서도 일상의 풍자와 해학을 가미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세계 영화계의 오퇴르(auteur·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충족하는 ‘문제작’을 꾸준히 만들었다. 기생충이 작품성을 강조하는 칸 영화제와 대중성에 비중을 두는 아카데미를 석권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봉 감독은 별명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 알려주듯 섬세함과 철저함으로 촬영 현장 안팎에서 존경을 받았다. 완벽주의자이면서도 배우와 스태프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소통형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공적 ▼2000년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20년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 등의 작품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로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영화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특히 ‘기생충’을 통해 2019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고,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관왕을 차지해 한국 100년 영화사(史)를 다시 썼다.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동시 수상은 미국 감독 델버트 만의 ‘마티’ 이후 65년 만이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영국아카데미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도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과학·기술 - 차국헌 서울대 교수■ 고분자 재료 연구로 반도체 산업 견인… “사회기여 책임감 커져 “학자로서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독창적 연구를 통해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62)는 인촌상 수상 소식을 듣고 “지식인으로서 영광이자 새로운 책임”이라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차 교수는 고분자 재료 및 고분자 나노구조 설계와 분석에서 세계 수준의 권위자로 꼽힌다.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IBM 앨머든 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쳐 귀국해 LG화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차 교수는 3년여 동안 민간 기업 연구소에서 일했던 경험이 학자로서 큰 자산이 됐다고 했다. “기업에 있으면서 학자로서의 연구가 더 큰 의미를 가지려면 사회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제대로 응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식이 고부가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는 1991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임용된 차 교수가 자신의 전공인 고분자 재료 관련 연구에 매진하며 끊임없이 산업계와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 차 교수는 나노미터 단위로 설계되는 반도체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회로 사이의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차세대 저유전물질(전기적 특성이 적은 재료), 플라스틱 등 다양한 물질이 접촉할 때 일어나는 계면 현상 등을 연구했다. 차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전돼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쓰이고 있다. 차 교수의 최근 관심사는 황이다. 정유 시설에서 발생해 산업폐기물 취급을 받던 황을 플라스틱처럼 활용하는 연구다. 특히 황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카메라용 고굴절 렌즈 등의 제조에 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50편 정도 계속 논문을 발표하니 학계의 인정도 받고 독창성도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서울대 공과대학장을 맡고 있는 차 교수는 지난해 시작된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육성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1년 사이 많은 성과를 냈지만 정부나 기업이 단기 성과에 취한 나머지 관심이 시들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부장의 경쟁력은 반도체로, 2차 전지로, 나중에는 제약 바이오 분야까지로 파급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20, 30년을 내다보고 연구하고 지원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공적 ▼고분자 재료 관련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에 30여 년간 370편 이상의 우수 논문을 발표했고 국제 학술대회 기조 강연을 100회 이상 맡아 했다. 특히 반도체 나노 구조에 쓰이는 물질 등을 연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신기술을 이전하는 등 학계와 산업계 모두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산업폐기물인 황을 이용해 배터리 개발 등 고부가가치 고분자 소재 개발에 응용하는 방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내로 들어와 연구 활동과 후학 양성에 주력해 왔다. 1991년부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7년부터는 공과대학장을 맡고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제34회 인촌상 심사위원:: ▽교육 △위원장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전 포스텍 총장 △위원 김경성 서울교육대 명예총장, 김성훈 동국대 교수, 백순근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양승목 서울대 교수 △위원 왕은철 전북대 교수·문학평론가, 이주향 수원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인문·사회 △위원장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전 총장 △위원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권오경 한양대 교수·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위원 김성근 서울대 교수·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김승환 포스텍 교수, 전호환 부산대 교수·전 총장}

“‘거짓말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처럼 반전에 반전이 거듭돼요. 변화하는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감정도 크게 달라지죠. 드라마의 ‘변화무쌍함’에 매료돼 출연하게 됐어요.” 4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을 하는 채널A 금토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에서 주인공 지은수 역을 맡은 배우 이유리(40)는 3일 전화 인터뷰에서 출연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재벌가 며느리인 지은수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려 옥중에서 딸 우주(고나희)를 낳지만 하나뿐인 딸조차 시어머니 김호란(이일화)에게 빼앗긴다.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역으로 ‘국민 악녀’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똑 부러지는 로펌 변호사 변혜영, ‘숨바꼭질’에서는 파양의 아픔을 지닌 재벌가 상속녀 민채린, 지난해 방영한 ‘봄이 오나 봄’에서 특종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회부 기자 김보미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이번에 맡은 지은수는 어느때보다 모진 풍파에 맞서는 캐릭터다. 남편을 살해했다는 누명, 딸과 10여 년간의 생이별을 겪는 그는 강지민(연정훈)에게 입양된 딸 우주를 되찾기 위해 강지민에게 접근해 ‘가짜 사랑’을 시작한다.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 “전작 ‘봄이 오나 봄’이 코미디였고, 캐릭터도 밝았어요. 다음 작품에선 어두운 역할을 해보고 싶던 차에 ‘거짓말의 거짓말’ 1∼4부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재밌게 읽혔어요. 지은수가 처한 상황이 극단적이고 굉장히 암울하기 때문에 부담도 됐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보고 싶은 욕심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1화부터 지은수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갇힌다. 교도소 장면 촬영을 위해 체중도 4kg가량 감량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지은수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체중을 줄여야 했어요. 은수는 교도소에서 여러 사건사고를 겪게 되고 자살 기도도 하거든요. 피폐하고 가녀린 은수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몸무게가 원상복귀 됐지만요.(웃음)” 은수를 지배하는 감정은 모성애다. 모든 거짓말의 원동력은 하나뿐인 딸 우주를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그는 초반에는 어설프지만 점차 깊어지는 모성애를 은수가 느끼는 감정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초반에는 촬영 현장에서 나희 양을 멀리서 지켜보며 감정을 조절했다. “은수는 우주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지만 우주를 낳자마자 생이별했기 때문에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도 몰라요.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는 어설픈 엄마이지만 점차 시간을 보내면서 우주와 친밀해지고 모성애를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는 데 초점을 뒀어요.” 이유리가 꼽은 관전 포인트는 사건에 따라 변하는 은수의 감정이다. “악역은 캐릭터를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제가 연기한 인물을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 ‘특정 캐릭터를 반드시 뛰어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다만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만큼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은수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7세기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렘브란트의 위작으로 여겨져 수십 년간 박물관 창고에 보관되던 엽서 크기의 그림 ‘수염 기른 남자의 머리(Head of a Bearded Man·사진)’가 렘브란트 작업장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위작이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영국 옥스퍼드대 애슈몰린 박물관의 북유럽 미술 담당 큐레이터 안 반 캠프의 말을 인용해 ‘수염 기른 남자의 머리’가 위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은 1951년 애슈몰린 박물관에 넘어왔으나 1981년 렘브란트 작품에 정통한 ‘렘브란트 리서치 프로젝트’가 위작으로 판명했다. 렘브란트 사후인 17세기 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이 작품은 40년 가까이 박물관 지하 창고에 방치됐다. 하지만 2015년 반 캠프는 해당 작품이 전형적인 렘브란트 작품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 연륜연대학자인 피터 클라인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클라인은 작품의 나무틀이 렘브란트의 그림 ‘묶인 안드로메다(Andromeda Chained to the Rocks)’에 쓰인 나무틀과 같은 발트해 연안 지역의 오크나무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박물관 측은 렘브란트가 직접 이 그림을 그렸는지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슈몰린 박물관은 11월까지 여는 ‘초기 렘브란트(Young Rembrandt)’ 전시회에 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박라연 시인(69·사진)의 시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인 시인 오탁번 김기택, 평론가 김주연은 지난달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박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박 시인의 시에서 괴로움이나 슬픔이 개인 차원을 넘어 만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자아에 갇히지 않고 무한한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만 가지 밥 생각’이 ‘오만 가지 꽃으로’ 피어나 ‘황하 코스모스 천지와 호랑나비 천지의 아름다운 농사’가 되는 상상력은 일상의 걱정거리나 괴로움이 사물로 변화하며 자연적, 우주적 에너지를 품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본심에서는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와 박 시인의 작품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심사위원들은 “곽재구 시집은 순수하고 건강한 어린이의 목소리, 낙천적인 명랑성이 있어 기교 없이도 서정적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넓고 넓은 우주라도 더 간절한 쪽부터 마음을 배달해주려는 참 눈치 빠른 목소리가 정말로 있는 것 같다. 수상 소식을 알려주시던 목소리가 그랬다”며 “죽음으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다른 느낌의 시간을 살게 될 것 같다. 수상이 제게 안겨준 좋은 기운으로 더 활발히 시를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수원대와 원광대에서 각각 국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돼 등단했다. 올해가 등단 30년이다.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생밤 까주는 사람’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린다. 상금 3000만 원.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류정란’은 지난달 17일 밤 친구 3명과 서울의 A영화관에 몰래 들어간 영상을 21일 그의 채널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류정란과 친구들은 영업이 끝나 아무도 없는 상영관 여러 곳에 몰래 들어가 좌석에 눕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기도 했다. 상영관 ‘투어’를 끝낸 이들은 음식 조리시설에까지 몰래 들어갔고, 매점의 음료를 무단 취식했다. 영상 촬영 내내 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17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류정란은 영화관 영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영상을 삭제하고 24일 사과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 영상에서 영화관 이름을 직접 언급해 영화관은 ‘2차 피해를 입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A영화관 관계자는 “수사 중인 경찰에 폐쇄회로(CC)TV 화면 제공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이 국민적 과제가 된 와중에도 일부 유튜버가 도를 넘은 자극적 콘텐츠를 올려 지탄을 받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지만 방역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또는 범죄에 해당하는 콘텐츠까지 올리는 수준에 달하자 대중은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조차 사라졌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콘텐츠는 있지 않은 일을 진짜처럼 꾸며서 만드는 ‘주작’(조작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온라인 용어) 영상이다. 6월 당시 135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버 ‘송대익’은 B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시킨 음식을 배달원이 훔쳐 먹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가 주작임이 발각됐다. 영상에서 튀김 껍질을 베어 문 듯한 치킨, 6조각 중 2조각이 사라진 피자 등을 보여주고, 점주와 통화하는 장면까지 내보냈지만 모두 가짜였다. 상호명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도 식별이 가능해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업체는 지난달 송대익을 경찰에 고소했다. 4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야생마’도 7월 C브랜드의 전기차를 리뷰하던 중 배터리가 갑작스럽게 방전돼 레커 업체를 부르는 콘텐츠를 올렸으나 레커 업체를 광고해주기 위한 ‘주작 영상’임이 드러났다. 그는 사과 영상에서 “해당 자동차 브랜드에 피해를 입혔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모방한 것과, 영상을 통해 지인 업체를 홍보한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근 유튜버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구독자와 조회수 늘리기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에서는 구독자와 조회수가 곧 돈이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에 결국 수익을 위해 유튜버들은 수위를 높여가며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자신이 다루는 콘텐츠가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문해력 교육, 나아가 인권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법상 유튜브의 유해한 정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유튜버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라 △스팸 및 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등)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총기류 등)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삭제하지만 기준이 모호해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유튜브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반영할 수 없어 가이드라인이 광범위한 것은 맞다”면서도 “알고리즘과 인력으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소비자의 신고가 들어온 콘텐츠에 대해 담당 팀이 확인하고 삭제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 미래상’까지. 윤단비 감독(30)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그가 한 영화 커뮤니티에 남긴 글처럼 ‘인천에서 로테르담까지 비행기도 타지 않고 제 발로 걸어서 도착’했다. 로테르담이 끝이 아니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만인 27일 독립영화 흥행지표인 관객 1만 명을 넘겼고 해외 7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메마른 영화계에 ‘단비’가 된 남매의 여름밤은 윤 감독의 첫 장편이다. 가세가 기울어 아버지(양흥주)와 두 남매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는 할아버지의 2층 양옥에 얹혀살게 되고, 남편과 불화를 겪던 남매의 고모(박현영)까지 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가족 간 애증을 밀도 있게 그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와 닮아 있다. 건강이 악화되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버지와 고모. 할아버지 집을 팔기로 한 아버지에게 “그래도 우리가 얹혀사는 건데…”라며 원망 섞인 눈물을 글썽이는 옥주. 27일 이 영화를 배급한 서울 강남구 그린나래미디어에서 만난 윤 감독은 “인위적이지 않은, 솔직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옥주 나이(고등학생)일 때 ‘우리 가족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TV에는 행복한 사례들만 나와 이질감을 느꼈죠. 제 영화에선 가족의 사소한 흠결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이 ‘저런 가족도 있지’라며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영화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윤 감독은 호평의 이유로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된 내밀한 감정선’을 꼽았다. “동주와 옥주가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동주가 실제로 잠이 들었어요. 꾸벅꾸벅 졸던 동주를 옥주가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는데 그걸 모니터로 보면서 마음이 아릿하더라고요. 현장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는데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신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담겼던 따뜻한 시선이 텍스트 밖으로 나온 데에는 남매의 할아버지 집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 감독은 바로 이 2층 양옥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공간의 디테일을 영화에 반영했다. “오래된 주택이 많은 인천의 한 골목을 돌아보다가 이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마당의 텃밭, 집 안의 오디오, 재봉틀, 유리병에 든 담근 술같이 손때 묻은 물건들…. 노부부가 50년을 사셨대요. 그분들을 세 번째 찾아뵙고서야 겨우 촬영장소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죠.”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속내를 들키는 것 같아 감정 표현에 외피를 둘렀다”는 윤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핵심을 말하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본질에 집중하되 소재는 다양화할 생각이다. “비슷한 영화는 안 찍으려고 해요. 동어 반복이 될 수 있어서요. 아이들이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태리와 이지은(아이유)이 함께 나오는 멜로도 너무 좋을 것 같고요. 하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 미래상’까지. 윤단비 감독(30)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그가 한 영화 커뮤니티에 남긴 글처럼 ‘인천에서 로테르담까지 비행기도 타지 않고 제 발로 걸어서 도착’했다. 로테르담이 끝이 아니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만인 27일 독립영화 흥행지표인 관객 1만을 넘겼고 해외 7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메마른 영화계에 ‘단비’가 된 남매의 여름밤은 윤 감독의 첫 장편이다. 가세가 기울어 아버지(양흥주)와 두 남매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는 할아버지의 2층 양옥에 얹혀살게 되고, 남편과 불화를 겪던 남매의 고모(박현영)까지 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가족간의 애증을 밀도 있게 그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와 닮아 있다. 건강이 악화되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버지와 고모, 할아버지 집을 팔기로 한 아버지에게 “그래도 우리가 얹혀사는 건데…”라며 원망 섞인 눈물을 글썽이는 옥주. 27일 이 영화를 배급한 서울 강남구 그린나래미디어에서 만난 윤 감독은 “인위적이지 않은, 솔직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옥주 나이(고등학생)일 때 ‘우리 가족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TV에는 행복한 사례들만 나와 이질감을 느꼈죠. 제 영화에선 가족의 사소한 흠결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이 ‘저런 가족도 있지’라며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영화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윤 감독은 호평의 이유로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된 내밀한 감정선’을 꼽았다. “동주와 옥주가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동주가 실제로 잠이 들었어요. 꾸벅꾸벅 졸던 동주를 옥주가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는데 그걸 모니터로 보면서 마음이 아릿하더라고요. 현장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는데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신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담겼던 따뜻한 시선이 텍스트 밖으로 나온 데에는 남매의 할아버지 집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 감독은 바로 이 2층 양옥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공간의 디테일을 영화에 반영했다. “오래된 주택이 많은 인천의 한 골목을 돌아보다가 이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마당의 텃밭, 집안의 오디오, 재봉틀, 유리병에 든 담근 술 같이 손때 묻은 물건들…. 노부부가 50년을 사셨대요. 그분들을 세 번째 찾아뵙고서야 겨우 촬영장소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죠.”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속내를 들키는 것 같아 감정 표현에 외피를 둘렀다”는 윤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핵심을 말하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본질에 집중하되 소재는 다양화할 생각이다. “비슷한 영화는 안 찍으려고 해요. 동어반복이 될 수 있어서요. 아이들이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태리와 이지은(아이유)이 함께 나오는 멜로도 너무 좋을 것 같고요. 하하.”김재희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