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10

추천

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건강57%
칼럼37%
여행6%
  • 1년 만에 달리기 마니아 된 곽동근 대표[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펀 리더십(Fun Leadership)을 강연하는 곽동근 에너지프렌드 대표(46)는 참 묘한 상황에 빠져 달리기 시작했다. 다소 ‘떠밀려 하게 된 상황’이었지만 그는 2월 2일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을 12km 달리는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도 출전할 정도로 1년여 만에 달리기 애호가가 됐다. “지난해 초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회 후배가 미팅을 하자고 했다. 자신이 112일 동안 112명을 만나 인터뷰하는 ‘112미팅’을 하는데 마지막으로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조건이 재밌었다. 내가 평소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라면을 기부하는데 자신이 인터뷰 한 사람들로부터 1만 원씩을 받아 112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마지막이니 만큼 특별한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후배인 황형철 골프 레슨 프로(43)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12층 계단을 오르면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 계단을 평소에 개방하지 않아서 할 수 없었다. 그러자 11.2km를 달리면서 인터뷰하는 것으로 대체했단다. “당시 그 친구는 서울 삼성동에서 20년 넘게 골프 레슨프로로 활동했는데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했다. 힘든 시기였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한 이벤트로 ‘112미팅’을 기획했다고 했다. 112전화처럼 급할 때 서로 도움이 되는 사이가 되자는, 또 1대1로 둘(2)이 대화하는 의미를 담고 지인들을 통해서 배우는 기회로 삼는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곽 대표는 2019년 2월 서너 번 훈련한 뒤 3월 서울숲에서 11.2km를 지인들과 함께 달렸다. 1시간 24분. 김 대표는 이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달리겠다고 결정한 뒤부터 지인들이 도와주기 시작했고 끝까지 함께 달려줬다. 달린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함께 달리는 게 더 좋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마라톤 마니아 오세진 작가(39·2018년 11월 10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가 코치를 자청했고 곽 대표가 운영하는 조찬 모임 ‘에너지클럽’ 회원, 그리고 오 작가와 인연이 있는 독서모임 ‘마커스나비’ 회원 등 10여명이 11.2km를 함께 달렸다. 에너지클럽은 곽 대표가 강연한 뒤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2009년 만든 모임.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조찬을 하며 서로 교류하는 사교 모임으로 회원수가 60여명에 달한다. “함께 훈련하고 완주하며 느낀 재미가 쏠쏠 했다. 그래서 11.2km를 함께 완주한 사람들끼리 매주 1회 씩 달리기로 했다. 혼자 달리면 안 달렸을 수도 있는데 함께 달리니 너무 좋았다.” 곽 대표는 11.2km를 달린 뒤 회원들과 함께 바로 그해 11월 손기정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달리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기다리기 너무 길었다. 5월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등에서 10km를 몇 차례 완주한 뒤 손기정마라톤대회에서는 하프코스를 달렸다. 이러다보니 에너지클럽과 마커스나비가 어우러져 ‘에너지마커스’란 달리기 모임이 형성됐고 현재 회원이 40여명이 된다.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는 에너지마커스 회원 20여명이 함께 한다. 사실 곽 대표는 학창시절 비만한 몸이라 달리는 것을 싫어했다. “뚱뚱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달리기가 두려워 달릴 기회가 오면 늘 질 이유를 만들었다. ‘출발 소리를 못 들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넘어졌다.’ ….” 과체중으로 군대도 공익요원으로 마친 그는 사회생활을 하며 살이 더 쪄 2007년엔 체중이 109kg까지 늘었다.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식사조절로 한때 28kg를 빼기도 했지만 늘 90kg 중반대 체중을 유지했다. 달리면서 달라졌다. “지금은 89kg이다. 아직 더 빼야 하지만 내 키가 181cm이니 과체중은 아니라고 본다. 달리고 적당히 먹으니 몸도 건강하고 살도 빠져 좋다.” 과체중으로 달리기 시작해서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부터 늘 내 최대치보다 천천히 달리다보니 10km를 달려도 힘들지 않았다. 내가 정한 페이스대로 천천히 달려서 그런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이 정도만 달리자’라는 생각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하지만 달리면서는 체중을 감량하고 하체를 더 강화하며 체력을 키우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1996년 청소년캠프에서 캠프리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곽 대표는 2000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이후엔 기업 임직원에게 리더십을 불어 넣어주는 ‘전문 강사’로 인기를 얻고 있다.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강연을 할 때 마라톤이나 운동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달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혹 달리기 등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라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달리려는 의지보다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히려 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곽 대표는 ‘요즘도 달리러 나가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꼭 달려야 할 때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힘들 것 같으면 ‘낼 아침 달리는 모습 사진이 SNS에 올라오지 않으면 댓글을 다는 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올린다. 그럼 안 달릴 수 없다.” 곽 대표는 요즘 주 2회 이상을 정기적으로 달린다. 또 특정 지역으로 강연을 갔을 경우는 그 지역 회원들과 달리기도 한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매일 달리기가 쉽지 않지만 기회만 있으면 달린다. “달리면 나를 힐링하는 느낌이다. 난 일을 중독에 빠진 것처럼 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달릴 땐 스마트폰도 접어두고 오로지 나 만에 집중하며 달릴 수 있다. 또 자연 속을 달리면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다.” 곽 대표는 서울숲, 서울 남산, 서울교대 트랙, 서울 삼성동 유수지, 집 근처인 경기 구리 한강공원 등을 달린다. 주로 회원들과 함께 달린다. 사실상 초보 마라토너인 곽 대표는 평생 달릴 생각이다. 단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달리는 게 목표다. “풀코스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위에선 ‘달리기 시작했으니 이제 풀코스도 완주하고 사막마라톤에도 가자’고 하는데…. 그러려면 훈련도 많이 해야 한다. 솔직히 아직 여유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달리기는 멈추지 않겠다. 난 건강달리기가 좋다. 즐겁게 건강하게 달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난 지인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평생…. 함께 하면 서로 힘이 된다.” 화이트트레일인제는 눈이 덮인 자작나무숲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이다. 자작나무가 밝은 색이라 눈이 오지 않아도 자작나무숲을 달리면 마치 눈꽃 숲을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곽 대표는 “산길을 달리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2014년 눈 덮인 태백산 25km를 걸은 적이 있다. 너무 멋있었다. 이번에도 자연과 하나 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과 사진도 찍고…. 완주와 기록이 목표가 아닌 즐겁게 동료, 자연과 어우러지는 기회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3월 22일 열리는 2020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한다. 역시 풀코스는 아니다. 풀코스를 2명이 달리는 릴레이를 신청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2-01
    • 좋아요
    • 코멘트
  •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뚜벅뚜벅…한국판 포레스트 검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약 15년 전 사업실패로 인한 스트레스 탓에 심각한 공황장애가 왔다. 호흡곤란에 실신하는 것은 물론 먹는 족족 다 쏟아내야 했다.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은 아닐까. 부산에서 사업하는 분의 도움으로 당구장 쪽방에서 생활할 때 당구장을 찾은 지인들과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 간절곶까지 약 38km 거리를 몇 시간에 걸어서 갈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 “난 4시간 안에 갈 수 있다”고 장담한 게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직접 보여주겠다며 나섰고 무작정 걸었다. 3시간30분에 주파를 했다. 그때까지 이렇게 많이 걸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냥 간절함으로 걸었다. 그러자 성취감에 더해 뭔지 모를 쾌감이 찾아왔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이서원 씨(60)는 이 때부터 하루 50km, 연간 1만km를 걷고 있다. “걸으면서 땀을 배출해서 인지 몸이 상쾌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에너지가 더 솟는 기분이랄까…. 먹어도 토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걸었다.” 그는 매일 걷는다. 장거리도 자주 걷는다.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560km를 7박 8일에 걸었다. 하루 평균 약 70km. 부산에서 여수 340km를 3박4일에 완보한다. 제주도 한바퀴 240km는 3일이면 돈다. 요즘 평균 시속 8, 9km로 걷지만 한창 땐 시속 12km로 걷기도 했다. 일반인들의 경우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의 경계가 시속 7km인데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오금을 뒤로 바짝 당기며 빠르게 교차해주면 속도가 올라간다. 경보선수들은 걸을 때 한발이 항상 땅에 닿아야 해 발을 쭉 펴고 뒤꿈치부터 닿지만 그냥 편한한 자세로 오금을 뒤로 당기며 양다리를 빠르게 교차하면 빠르게 걸을 수 있다.” 이 씨는 평소 10~20km 거리는 걸어 다닌다. 걸으면서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방이 완전히 빠지고 근육에 각이 생겼다. 벗어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친구들과 사우나를 가면 군살 하나 없어 ‘이소룡 닮았다’며 데이비드 리란 미국 이름을 붙여줬다. 오금을 끝까지 밀어주면서 빠르게 걸으면 대퇴 이두근과 사두근이 크게 발달한다. 걷기는 전신 운동이라 빨리 잘 걸으면 몸이 정말 아름다워진다.” 하지만 이 씨가 강조하는 것은 걷기를 통한 심혈관계의 건강이다. “천천히 4, 5시간 걸으면 기본 체력은 유지할 수 있지만 체력이 업그레이드되지는 않는다. 빠르게 걸어야 한다.” 그는 ‘스피드 워킹’ 전도사다. 경사도 3~5도 정도 되는 오르막을 짧은 시간에 땀을 흘리면서 걸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이 4, 5시간 걸을 수 없으니 짧고 굵게 하는 게 좋단다. “빠르게 걷기가 쉽지는 않다. 사람들은 힘들면 하기 싫어한다. 그럴 땐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리듬에 맞춰 걸으면 도움이 된다. 빨리 걷는 것을 지속 할 때 에너지 대사가 지방을 태우는 것에서 글리코겐(탄수화물)을 태우는 임계점이 높아진다. 그럼 운동효과가 배가 된다.” 이 씨는 약 15년을 걸으며 자신만의 걷기 철학을 확립했다. “우리 몸에는 3개의 펌프가 있다. 첫 번째가 심장, 두 번째가 관절과 근육 펌프, 세 번째가 횡경막 펌프다.” 그에 따르면 이 펌프들이 혈액 순환을 돕는다고 했다.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이야 이해가 가지만 근육과 관절 펌프, 횡경막 펌프도 혈액 순환을 도울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펌프가 관절과 근육 펌프다. 관절과 근육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 빨리 걸으면 근육이 수축과 이완으로 혈액을 더 빨리 순환시킨다.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이렇게 빨리 걸어서 심폐 기능이 좋아지면 횡경막도 발달한다. 횡경막이 발달하면 수면 중 호흡할 때 더 쉽게 혈액을 펌프질 하는 역할을 한다. 맥박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씨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걸어야 하는데 빨리 걸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씨의 이런 논리는 운동생리학적 이론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마라톤 선수들이 운동성 서맥(장거리 운동을 많이 하면 1분당 맥박수가 떨어지는 현상)이 오듯 빠르게 걷기도 운동성 서맥이 온다. 이 씨는 걸으면 온갖 스트레스에 버틸 수 있고 각종 성인병은 물론 암까지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걷기로 땀을 흘리면 니코틴, 중금속 등 우리 몸을 해롭게 하는 물질도 체외로 배출된다.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지고 건강이 좋아지면 정신도 맑아진다. 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매일 부산 해운대 장산을 걷는 그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해 9월 는 제목으로 조명했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가 따로 없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1994년 나온 미국 영화로 지적장애인이 매일 걸으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이 씨는 걷기로 공황장애를 극복해 건강한 삶을 살고 있고 ‘걷기 전도사’로 걷기를 전파하고 있다. 그는 부산 해운대구 행복학교, 부산 연제구청, 서울시의회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스피드 워킹’을 강연하고 있다. 매년 한번씩 한번에 500~1000km를 걷는 그는 지난해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광주 전주 남원 구례 하동까지 1000km를 15일에 걸쳐 완보했다. “일부에서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라고 한다. 아니다. 근육운동도 하고 영양학에 따른 식사를 하며 과학적으로 걷는다. 난 걸을 때 가장 행복하다. 걸으면 건강한 몸과 정신을 얻는다. 단 바른 자세로 빨리 걸어야 한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 “전 세계 멋진 도시들을 걷는 게 앞으로의 꿈이며 그 도시 사람들에게도 걷기가 주는 효과와 바르게 걷기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0-01-25
    • 좋아요
    • 코멘트
  • 체험보다 좋은 마케팅은 없어… ‘브랜드 진정성’ 통했다

    스포츠 브랜드 스파이더코리아가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70년대부터 스키 브랜드로 국내에 들어왔던 스파이더는 2015년 말부터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여 만에 ‘빅3’를 바짝 추격하는 새로운 강자가 됐다. 그 중심에 이제경 글로벌브랜드그룹코리아 이사(45)가 있다. 그는 이른바 ‘진정성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돌풍의 주역이 됐다. 이 이사는 이에 대해 “스파이더라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직접 입거나 착용하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는 2017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얼티밋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이는 체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운동인 크로스핏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체력왕’을 가리는 것이다. 장애물(허들) 달리기를 하는 사이사이에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토스투바(Toes to bar·철봉에 매달린 채 두 발끝을 동시에 바에 닿게 하는 동작), 바터치버피(Bar touch burpee·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일어나 머리 위 바를 터치한 뒤 푸시업) 등을 한 뒤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규정대로 동작을 하지 않으면 카운트를 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3분 마라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지난해의 경우 6월부터 두 달간 온라인 예선을 치르고 일정 기준 이상의 신청자들만 8월 파이널에 오르게 해 예선과 결선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체력 짱’ 12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보다 눈길을 끈 건 챌린지에 참가한 사람들이 작성한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6000건이 넘었다는 것. 이 이사는 “직접 참가해 느낀 소감과 경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흐르면서 스파이더의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올라갔다”고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주짓수, 사이클, 레슬링에서도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스프린트(육상 단거리)와 장거리 달리기, 피트니스 등에서 직접 참여하는 ‘팀 스파이더’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참가자들의 실력을 전문 선수 수준으로 높여주는 게 목적이다. 이 이사는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어 직접 체험한 뒤 브랜드를 평가하길 원하고 있다”며 “여기에 부합하는 게 브랜드의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반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아 고생했지만 스파이더를 경험한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1년 만에 매출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나는 축구로 팬과 수익 다 잡을것”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프로축구 K리그2(2부) 대전 시티즌을 인수한 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5)를 사장 격인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이미 한국 축구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선수 시절 대표팀을 오가며 유럽 네덜란드 리그에서 활약했고, 국내 여러 프로축구팀을 이끌면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도 두 번이나 맡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대업도 이뤘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등 행정가로도 일했다. 이제 그에게 경영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허 이사장이 꾸려갈 대전 하나시티즌의 모습에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부담감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는 하소연부터 했다. 한국 프로축구의 변화를 선도할 역할 모델로 만들어야 하는 의무감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내 “신나는 축구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명랑하고 재밌는 축구로 팬들에게 다가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3년 안에 구단이 가야 할 가시적인 방향이 나올 것이고 5년이면 구단 예산의 약 30∼50%는 벌 수 있다는 각오로 수익 개선에 나서겠다”고도 말했다. 축구단이 모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100%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수익을 내야 하고, 승패도 중요하지만 재밌는 축구로 팬들이 사랑하는 구단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팬이 없는 구단은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사장 취임 직후 대전시와 대전월드컵경기장을 25년 장기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다. 그는 “그동안 사실상 방치에 가까울 정도로 경기장 시설을 활용하지 못했다”며 “이젠 팬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시설을 완전히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외관을 밝게 바꾸고 옥외 광고 유치도 고민하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유성 나들목에서 가까워 외관만 잘 꾸미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꼭 보고 지나가는 지역 명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수 및 감독, 행정가로 유럽과 일본, 미국의 축구 시장까지 두루 돌아본 허 이사장은 최근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직업체험관인 ‘키자니아’를 찾았다. 아이들이 비행사, 셰프 등 수십 가지 직업을 체험하는 곳으로, 연간 입장객이 100만 명을 넘는다. 그는 아이들 체험을 위해 부모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그는 “축구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오게 하는 축구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은 한때 ‘축구 특별시’로 불렸다. 1997년 창단한 대전은 2003년 18승 11무 15패로 12개 팀 중 6위를 차지했다. 우승 경쟁을 벌인 것은 아니지만 2002년 단 1승에 머물렀던 팀이 환골탈태해 평균 관중 1만9000여 명, 주중 최다 관중 4만3700명을 기록하면서 붙은 별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승강제가 생긴 뒤 2014년 2부로 강등됐다. 2015년 1부로 올라왔지만 이듬해 2부로 다시 떨어진 뒤 아직까지 성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 결과 대전은 창단 20주년까지 사장이 19명이나 됐다. 허 이사장은 “거의 1년마다 바꾼 셈”이라며 “스포츠는 전문가가 연속성을 가지고 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희망은 있다”고 했다. 대전이 축구 특별시로 불렸다는 것은 시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 잠재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란다. “그 열정을 되살리도록 하겠다”는 그의 표정에서 성공한 많은 경영인들의 열정이 느껴졌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불 속을 뚫고 사막을 달린다…오지마라토너 김경수[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01년 가을 어느 날. 집에서 뒹굴 거리며 TV를 지켜보다 한 장면에 눈이 멈췄다. 황량한 사막에서 멀리 짐승처럼 보이던 물체는 점차 사람의 형체를 갖췄다. 이들은 장딴지에 힘줄이 불끈 선 한 무리의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사막과 오지를 6400km 넘게 달린 김경수 서울 강북구청 마을협치과 과장(57)의 도전은 이 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저게 뭐지? 가슴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 들었다. 굳게 잠긴 빗장이 ‘삐걱’하고 풀린 느낌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그 두근거림은 격한 압박으로 변했다. 사막의 잔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그 기분은 가을이 다 지나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겨울이 오자 가슴앓이는 막연한 꿈으로 그려졌다. 그래, 저길 가는 거야, 사하라 사막에.” 마흔을 목전에 둔 중년이 된 그는 현실의 무게에 눌려 사그라졌던 꿈과 열정이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2003년 4월 사하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고 사스가 창궐해 전 세계가 흉흉한 시절이었다. 전혀 생소한 곳에서 열사의 뜨거운 날씨에 흙먼지와 콧물로 뒤범벅이 돼 길을 잃고 헤매면서 5박 7일 동안 243km를 달렸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으깨어져 땅바닥에 닿을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왔지만 완주했다는 그 자체로 모든 게 잊혀졌다.” 엄청난 고통이 따랐지만 뭔가 새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사하라는 내 삶의 축을 뒤흔들어 버렸다. 작은 호기심과 열정이 나를 사하라로 가게 했지만 사하라는 내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 세상을 살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사하라는 내가 선택해서 갔다. 하루하루, 한발 한발이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넘어 섰다는 데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찾았다.” 그동안 운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던 그는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구청 총무과 말단 직원으로 민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셈 치고 동네 한바퀴, 학교 운동장을 달렸다. 운동을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 지도 모르고 이미 완주한 외국 선수들이 달리는 선수들 사진을 보고 뛸 준비를 했다. 마라톤 하프코스나 달렸을까. 풀코스 완주 한번 없이 사하라 지옥의 사막레이스를 완주했다. 모로코 사하라사막을 시작으로 고비(중국=253km, 몽골=250km), 칠레 아카타마(252km), 나미비아사막(260km), 중국 타클라마칸(100km), 호주 트랙 아웃백 레이스(530km), 미국 그랜드캐니언(171km), 부탄 더 라스트 시크릿(200km·the Last Secret)…. 2019년까지 20개가 넘는 사막과 오지를 달렸다. 물론 사막과 오지를 달리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사하라에 처음 다녀온 뒤 엄청나게 훈련 했다. 출근할 때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다녔다. 모든 일과를 끝낸 뒤 오후 9시부터 새벽 1,2시까지 달리고 체력훈련을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몸을 잘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2013년 부탄에서는 죽다 살아난 적이 있다. 2013년 6월 5박 6일 동안 해발 3430m를 포함해 부탄 산악지역을 200km 달리는 오지레이스였다.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 불안했다”고 했다. 뭔가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씨는 레이스 첫날 종아리에서 시작된 경련이 허벅지와 복부를 넘어 목까지 올라와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개울에 처박혔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친구가 ‘내가 CP(Check Point)에 가서 의사를 불러 오겠다’며 갔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때 원주민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와 엉켜버린 전신의 근육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따랐다. 참았다. 한 40분 넘었을까. 그때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기다시피 해서 첫째 날을 넘겼고 결국 완주했다. 그 원주민이 없었다면 난 어떻게 됐을까? 의사를 불어온다는 친구는 결국 오지 않았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막과 오지에선 서로 도우면서 간다. 어려울 때 도우면 그 기쁨도 더 크다. “2007년 아카타마사막에서였다. 한 일본 여자 선수가 협곡에서 저체온증으로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내가 핫팩과 침랑으로 몸을 덥혀 주고 함께 CP에서 의료진에게 넘기고 떠났다. 나중에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기쁨보다는 또 하나 배웠다는 것에 내가 더 고마웠다. 극한의 순간에도 나눔이 필요하고 그 조그만 나눔은 생명도 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 과장은 2012년엔 69세의 ‘노익장’ 이무웅 선생(현 77세)의 도움으로 미국 그랜드캐니언 271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첫날(50.7km) 천둥번개에 비가 쏟아졌다. 둘째 날(46.1km)에도 비에 젖어 체력이 고갈 됐다. 셋째 날(무박 2일 75.8km) 체력 고갈 후유증에 길을 일고 헤매는 등 추위와 공포 속에 가까스로 CP7(63.5km)에 도착해 쓰러졌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 선생님이 깨웠다. 내가 겪은 고통을 눈물 흘리며 얘기하자 ‘경수 씨 많이 힘들었겠네, 괜찮아. 잘 견뎌냈잖아. 내가 같이 가줄게 쉬엄쉬엄 가보자고’라고 했다. 어르신이 기록을 포기하고 나랑 보조를 맞춘 것이다. CP8(69.8km)에서 다시 주저앉았다. ‘어르신 전 포기해야겠습니다. 먼저 가세요’라고 했는데 ‘그래 내가 봐도 경수 씨가 많이 힘들어 보이네. 그래서 나는 자네와 함께 가야겠어.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지’라고 했다. 그렇게 롱데이 27시간의 사투를 마쳤다. 그리고 완주했다. 그때 ‘어르신 없었으면 결승선을 못 밟을 뻔했습니니다’고 했더니 ‘난 그냥 기다려 준 것밖에 없어’라고 했다.” 김 과장은 그 때 기다림의 미덕을 깨달았단다. “그냥 기다려준다는 것! 이것에 그런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난 이제껏 모르고 살았다. 격려는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냥 기다려 주는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는 사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다. “때로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할까? 이 자리에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전진할 것인가. 이런 고민은 한계에 다다른 자만이 겪을 수 있는 ‘행복한’ 비명이다. 최선을 다했기에 한계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또 다를 세계가 펼쳐진다. 바람은 움직임으로 존재하듯 한계를 넘어선 증거는 기록으로 존재한다. 그 기록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 나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죽을 만큼 힘이 들 때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견뎌낼 것인가. 선택은 온전히 각자의 몫이다.” 김 과장은 혼자서도 힘든 사막 오지레이스에 시각장애인(이용술 송경태) 레이스도우미로 4차례 완주했다. “2005년 고비사막에 이용술 씨와 함께 갔다. 5박 6일 동안 253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였다. 내게 의존한 친구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독히 외로운 레이스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89명의 선수 중 완주율이 60%에도 못 미칠 정도로 힘들었다. 포기하려는 순간 난 한 사람의 생명도 책임져야 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견뎌내고 42km의 블랙 고비를 통과했다. 1234개의 철제 계단을 올라 플레이밍 산맥까지 32km를 넘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의 통과 여부를 놓고 내기를 할 정도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천 길 낭떠러지의 수 백 미터 산허리도 용케 넘었다. 다 도착한 줄 알았는데 큰 사막 산(빅 듄)이 가로 막았다. 용술 씨가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난 포기할 수 없었다. 내게 의지 한 채 달려온 용술 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렸고 결국 완주했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을까? “모든 레이스가 다 힘들었다. 그래도 꼽자면 2011년 호주 트랙 아웃백 레이스였다. 8박 10일 동안 530km를 달리는 레이스인데 중간에 자연발화로 불까지 났다. 불 속을 뚫고 달렸다.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통증 때문에 발 딛는 게 두려웠다. 면도칼로 긁는 듯 아프지만 ‘몸 따로 정신 따로’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김 과장에게 사막 오지 레이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자리다. “사막 완주가 자존심을 지키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죽을 만큼 힘들 때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뉘어 행동한다. 포기하는 자와 견뎌 내는 자. 전자는 포기의 명분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길로 가는 반면 후자는 견디면 앞이 보일 거라는 믿음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두 상황에 대한 주변 반응도 다르다.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용기라며 위로하다가 견뎌 내는 자에게는 ‘그깟 게 뭐라고…’하며 비아냥거린다. 견디기를 선택했다면 주변의 비아냥거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저 나를 믿으면 된다. 내가 선택한 길이 새로운 길이 된다는 믿음으로 혼신을 다해 집중하면 된다.” 김 과장은 올해 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단다. 하지만 사막과 오지를 완주하기 위해 매일 몸을 단련하고 있다. 북한산 ‘김신조 루트’ 오르막길을 오르내리고 헬스클럽에서 근육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한다. “직장을 다니다보니 더 조심해야 한다. 직장에선 일이 중심이다. 그래서 ‘도둑 운동’하듯 조용히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또 사막으로 갈 생각이다. 아직 올해 일정을 잡진 않았지만 5월 하와이 마우나로아화산섬 레이스를 생각하고 있다. 직장 일정에 따라 휴가를 낼 수 있으면 갈 생각이다.” 김 과장은 힘닿는 데까지 달린다고 했다. “최후의 승리! 그것은 부단히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쓴 구절은 올라설 수 없을 것 같던 바닥끝에 있던 나를 끌어 올렸다. 그 한 구절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계속 달릴 것이다.” 김 과장은 지난해 사막 오지 마라톤 완주 경험을 ‘나는 아직 멈추고 싶지 않다’란 책으로 엮었다. 그는 지금까지 오지 레이스에 대해 4권을 냈다. 공무원으로서 노무 등 직무관련 책도 3권 썼다. 2007년에는 청백봉사상 본상도 수상했다. 사막을 달리면서 더 일에 철저해 일과 개인 삶에서 모두 성공적인 스토리를 쓰고 있다. “도전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벽, 주변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야 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성공도 실패도 없다. 험난한 여정을 두 발로 밟으며 부대낌 속에 울고 웃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한계로 향한다. 한계의 목전에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대범하게 거듭나기도 한다. 주저앉아 포기할 것인가. 참고 견뎌낼 것인가의 선택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나에게 있어 한계는 넘어서기 위한 경계일 뿐이다. 잘 견뎌 낸 자는 희망찬 이듬해 봄볕을 맛볼 수 있다. 새 달력을 건다고 새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제 마음 그대로 새로운 시간을 맞는 건 퇴보다. 남과 비교할 때 행복은 멀어진다. 행복은 열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덤으로 그 삶에 덧입혀지는 향기다. 그러니 행복이 쌓이면 삶의 동력이 된다. 지금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경계를 허물고 한계의 벽을 뛰어 넘어보자. 그래야 성공도 행복도 거머쥘 수 있다.”(나는 아직 멈추고 싶지 않다에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1-18
    • 좋아요
    • 코멘트
  • ‘행복한’ 사막마라톤, 긍정적인 중독[양종구의 100세 건강]

    김경수 서울 강북구청 마을협치과 과장(57)은 사막과 오지만 6400km 넘게 달렸다. 2003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 243km를 시작으로 몽골 고비, 칠레 아타카마,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 미국 그랜드캐니언 등 지난해까지 20개가 넘는 곳을 달렸다. “2001년 가을, 집에서 빈둥대다 우연히 TV를 보게 됐는데 황량한 사막에서 짐승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어디론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가슴에 한 줄기 바람이 불었습니다. 굳게 잠겼던 빗장이 덜컥하고 열리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 ‘저길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운동과 담을 쌓고 살던 그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구청 말단직원으로 업무에 지친 몸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동네 한 바퀴,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운동을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어떤 장비를 갖춰야 하는지도 몰랐다. 완주한 외국 선수들의 사진을 보며 마음만 다잡았다. 그렇게 쌓인 경력은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수준. 그는 풀코스를 한 번도 완주해 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2003년 4월 사하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열사의 뜨거운 날씨에 흙먼지로 뒤범벅이 된 채 길을 잃고 헤매며 5박 7일 동안 243km를 달렸다. 발바닥 물집이 으깨어져 발을 짚을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하지만 완주에 성공했다는 감격에 모든 게 잊혀졌다. “사하라는 내 삶의 축을 흔들어 놨습니다. 호기심과 열정이 나를 사하라로 내몰았지만, 사하라는 내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줬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이런저런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하라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습니다. 매일 고통이 이어졌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넘어선 나 자신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다. 2013년 6월 5박 6일 동안 해발 3430m 높이의 산을 포함해 부탄 산악지대 200km 구간을 달리는 오지 레이스에 참가했을 때다. 레이스 첫날 종아리에서 시작된 경련이 허벅지와 복부를 넘어 목까지 올라왔다. 결국 레이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쓰러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원주민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와 내 몸을 주물러 주기 시작했어요.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생살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게 40분 남짓 마사지를 받자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다시피 해서 첫째 날을 넘겼고 결국 전 구간을 완주했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막과 오지에선 서로 도우면서 완주한다. 어려울 때 도우면 기쁨도 더 크다. 2007년 아타카마 사막에서였다. 한 일본 여자 선수가 협곡에서 저체온증으로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김 과장은 갖고 있던 핫팩과 침낭으로 몸을 덥혀 주고 CP(체크포인트)까지 부축해서 데려다주었다. “나중에 그가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마냥 기쁘기보다는 극한의 순간에도 나눔이 필요하고 그런 조그만 나눔이 생명도 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친 데서 느껴지는 감동이 더 컸습니다.” 스포츠는 신체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건강도 주지만 활용도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학계에서는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마라톤과 철인3종 등 극한 스포츠가 인기를 끈다는 분석이 있다. 심지어 ‘마라톤은 2만 달러 스포츠, 철인3종은 3만 달러 스포츠’라는 말도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각종 스포츠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배경에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정신적인 만족(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이를 ‘긍정적인 중독’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정서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만족을 찾는 경우가 많고, 이를 긍정적인 중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를 통해 이런 게 가능하다”며 “마약 도박 등 부정적인 중독은 몸에 해롭지만 스포츠를 통한 긍정적인 중독은 권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최근 발간한 책 ‘나는 아직 멈추고 싶지 않다’에서 사막오지 경험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죽을 만큼 힘이 들 때 이 자리에 주저앉을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이런 고민은 한계에 다다른 자만이 겪을 수 있는 ‘행복한’ 비명”이라며 “그 한계를 넘어서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과 바늘’ 차승우-김은기씨가 함께 달리는 이유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차승우 씨(56)와 김은기 씨(69)는 2011년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시각장애인과 레이스도움이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둘이서만 42.195km 풀코스를 135회 완주했다. 무려 5696.325km를 함께 했다. 마스터스마라톤계의 ‘실과 바늘’이다. 차 씨나 김 씨 모두 서로 잊을 수 없는 존재다. 김 씨는 차 씨를 통해 풀코스 레이스도우미 데뷔전을 치렀고 차 씨는 김 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풀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눈은 거의 안 보이고 귀도 한쪽만 보청기의 도움으로 겨우 들을 수 있는 중증복합장애인인 차 씨는 2001년 4월 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원인 친구를 따라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로 나가면서 달리기에 눈을 떴다. 도우미를 따라 달린 게 너무 좋아 다음날 바로 혼자 달리려고 다시 나갔는데 조깅 나온 시민의 도움을 받아 달리면서 매일 달리게 된 것이다. “뭔지 모를 짜릿함이랄까….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달리기는 나를 깨워줬다. 한강변에서 매일 달렸다. 비록 건강한 사람들처럼 보고 듣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어도 바람소리, 나무 냄새는 더 잘 느낄 수 있다. 달리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왜 그동안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며 지냈나,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는데…’라고.” 10km와 하프코스로 차근차근 체력을 키운 차 씨는 2002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앞두고 마라톤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장애인임을 밝히면 도우미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 씨는 도우미가 없다면 달릴 수 없다. 2005년 울트라마라톤 100km 3회, 60km 3회, 풀코스 3회를 완주했다. 2006년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도전해 성공했다. 3시간39분10초. 국내 시각장애인 철인3종 완주 1호였다. “철인3종은 딱 한번 완주하고 그만 뒀다. 모두 도우미가 앞에서 이끌지만 수영, 사이클에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목숨 걸고 하기는 싫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철인3종을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 차 씨는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원으로 간간이 마라톤을 즐기고 있을 때 김 씨를 만나게 됐고 풀코스에 전념하는 기회가 됐다. 차 씨와 김 씨는 첫 레이스인 2011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4시간 10분 8초로 완주했다. “김 고문님(한울마라톤클럽 고문)을 만나기 전엔 목표 없이 그냥 달렸다. 2012년 1월1일 고문님이 풀코스 200회를 완주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목표가 생겼다. 그 때까지 제가 10년 넘게 달렸지만 풀코스를 100회도 완주 못했다.” 차 씨는 2014년 2월 풀코스 100회, 2017년 5월 200회, 그리고 2019년 11월 300회 완주의 금자탑을 쌓았다. 300회 중 135회를 함께 달렸으니 거의 ‘한 묶음’으로 다닌 것이다. 차 씨는 2014년 C형 간염 때문에 고생했지만 1년 동안 40회를 달렸다. 2017년 55회, 2018년 45회, 2019년 31회를 완주했다. 평소 등산 등 운동을 좋아했던 김 씨는 2004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골프를 치다 팔이 너무 아파 다리로만 하는 운동을 찾다보니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난 뭐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골프를 배웠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어느 순간 팔을 못 들 정도로 통증이 왔다. 2003년 말이었다.” 차근차근 달렸다. 2004년 4월 5km를 완주했고 10km 6번, 하프코스 10번, 그리고 32km를 한번 달린 뒤 2005년 4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완주했다. 2009년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풀코스 100회를 완주하고 나니 다른 목표를 찾아야 했다. 울트라마라톤에 입문했다. 100km를 3회 뛰었는데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눈을 돌리다보니 시각장애인 도우미가 있었다. 2009년 서울 금천구에 ‘한울마라톤클럽’을 창단해 초대 회장을 했는데 회원 중에 시각장애인 레이스도우미를 하는 ‘해피드래그’ 회원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나섰다. 2010년 가을부터 시각장애인 동반주를 시작했다. 5km, 10km, 하프코스는 직접 동반주했고 풀코스는 따라 다니며 어떻게 하는 지 배웠다. 그리고 2011년 3월 승우와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것이다.” 둘이 함께 왜 100회를 넘게 뛰었을까. 김 씨가 말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난 달리는 것이 너무 좋았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면 마치 소풍 가는 듯 설래인다. 혼자 뛰어도 행복했는데 둘이 뛰니 더 좋았다. 특별히 더 투자하는 것도 없다. 함께 뛰니 105리가 심심하지도 않다. 기쁨이 두 배라고 할까. 이렇게 얘기면 그렇지만 속칭 남는 장사다. 내가 승우하고만 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하프코스 포함해 동반주 해준 시각장애 친구들이 30여명이다. 김미순 씨라고 있는데 그 아줌마하고는 116번을 달렸다.” 차 씨가 말했다. “고문님과 달리면 편하다. 마치 아버지와 함께 달리는 것처럼.” 김 씨는 지금까지 풀코스 동반주만 328번을 했다. 그중 135회가 천 씨와 달린 것이다. 김 씨가 말을 이어갔다. “그냥 서로 잘 맞았다. 함께 뛰면서 내가 주도적이 되면 안 된다. 상대하고 리듬을 맞춰야 한다. 승우랑 뛰면 편하다. 달리면서 넘어지는 등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승우하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 발도 페이스도 잘 맞는다.” 시각장애인과 동반주를 하려면 전방을 주시하고 요철 등 조그만 돌출물을 피하게 해줘야 한다. 70cm 정도의 줄을 서로의 손목에 묶고 달리는데 서로 잘 맞지 앉으면 42.195km가 불편하다. 김 씨는 2018년 3월 풀코스 1000회를 완주했다. 당시까지 1000회 넘게 완주한 사람은 국내 단 6명이었다. “고려대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박사가 날 자세히 검진하고 싶어 했다. 무릎 관절의 연골 등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당시 연골은 40대. 근육은 30대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명한 TV 프로그램에도 나갔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330도전. 마라톤계에선 ‘스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도 있지만 3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는 것도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그것도 70세 가까운 ‘노익장’이 한다면 더 빛나는 기록이다. 그래서 욕심을 냈는데 역효과가 난 것이다. 풀코스 1000회 완주를 위해 2015년 153회, 2016년153회, 2018년 164회를 달렸어도 문제가 없었는데 사달이 난 것이다. 김 씨의 최고기록은 201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18분 9초. “설악산 종주를 3번 연속하고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을 했다. 어느 순간 무릎이 아팠다. 그래도 참고 풀코스를 두 번 달렸다. 통증이 가시지 않아 그해 10월 병원에 갔는데 연골이 깨졌다. 2cm 정도를 파냈다. 2019년 4월 보스턴마라톤 출전도 준비하고 있었다. 수영, 고정식 자전거 등으로 체력을 키우면서 의사가 달려도 된다고 해서 10km를 달렸는데 통증이 다시 재발했다. MRI(자기공명촬영)를 찍어보니 깨졌던 연골 주변이 으스러졌다. 그 뒤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지금까지 13개월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진주마라톤에서 차 씨가 300회 완주 기념으로 301회를 완주할 때 김 씨가 함께 하지 못한 이유다. “가고 싶었지만 달리지도 못하는데 가서 뭐하냐. 그냥 안 갔다. 승우에게는 미안했지만 그게 서로 더 편할 것 같았다.” 김 씨는 3월 22일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참가신청을 했다. 차 씨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승우에게 얘기했다.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보고 함께 달리자고. 괜히 내가 잘 달리지도 못하는데 함께 뛰면 서로 불편하니까. 4월이면 함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동안 자만했다. 아무리 달려도 탈이 나지 않아서 좀 무리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우리 몸은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한 때 풀코스를 주 3회 완주한 적도 있다. 이젠 절 때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김 씨는 80세까지 달리는 게 목표다. 하지만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라는 게 진짜 목표다. 차 씨도 마찬가지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고 싶단다. 김 씨는 매일 수영 1시간, 헬스 2시간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차 씨는 매일 고정식 자전거를 최대 5시간 타며 주 1, 2회 서울 남산을 달리며 몸을 만든다. 차 씨는 1월 12일 여수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풀코스에 나간다. “달릴 때 가장 행복하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다.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고.” 차 씨와 김 씨는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우리 계속 함께 달리자”고도 했다. 함께 하니 더 행복하단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1-11
    • 좋아요
    • 코멘트
  • 새해 맞아 운동하려는 분들, ‘작심삼일’ 않는 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다이어트,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목표를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심을 또 작심해야 한다. 마음먹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계속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운동이 습관이 될 때서야 비로소 ‘운동 마니아’에 등극할 수 있다. 스포츠심리학자 김병준 인하대 교수가 제시한 방법과 미국에서 피트니스 트레이너들을 설문조사해서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심삼일 안 되게 하는 운동법’, ‘운동을 꾸준히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총 7가지 방법이다. 대부분 ‘내 마음을 다 잡는 방법’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운동 계약서 작성하기’다. 주당 어떤 종목을 어디에서 얼마나(빈도 강도 시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다.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보자.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1주일에 3일 이상, 한번에 최소 30분 이상, 시속 9km 이상으로 달린다.’ 이게 나 자신과 하는 운동계약서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종목은 웨이트트레이닝이 될 수도 있고 수영, 축구, 농구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다. 일도 해야 하고 회식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하지만 이제 주 5일 52시간 일하는 시대가 됐고, 출근하기 전, 점심시간, 퇴근 후,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토요일 일요일엔 하루 종일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마음가짐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내 몸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바꿀 수 있다. 두 번째는 목표 설정이다. 그냥 운동을 해야겠다는 계획만으론 너무 막연할 수 있다. 목표는 장기, 단기로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목표를 세울 때 내가 이렇게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의미부여도 하면 좋다. 실행 가능한 목표의 예는 다음과 같다. ‘올 10월 열리는 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완주 하겠다’가 장기목표가 될 수 있다. 이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월에는 5km 완주, 2~3월에는 10km 완주, 4~6월에는 하프코스 완주, 6~9월에는 30km 완주가 단기 목표가 된다. 이 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매일 매일의 프로그램도 달라져야 한다. 다만 목표를 처음부터 너무 높게 설정하면 일찍 지쳐 버릴 수 있다. 그럼 바로 포기하게 된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목표를 의미 있게 하는 목적, 즉 의미부여는 이런 것이다. 풀코스를 완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건강을 위해서(각종 성인병이 있는 경우)’ ‘살을 빼기 위해서’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서(이상 비만인 경우)’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또 다른 성취감을 찾는 경우)….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운동하는 나를 알리기(포스팅)‘다. ’오늘 10km를 시속 8km로 달렸다‘는 등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의 그날그날‘을 소개한다. 친구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하루하루 운동일지를 쓰면서 자신의 성과를 계속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 번째는 자극제(프롬프트·Prompt) 활용하기. 운동 시간을 알리는 알람(요즘은 스마트폰 시대라 알람기능이 더 좋다. 소리 및 목소리 등 활용) 이용하기, 운동용품(운동화 운동복 운동가방)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기(용품이 눈에 띄면 운동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운동 앱(예 만보기 등) 활용하기. 나 자신에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동기를 계속 불어 넣는 행동이다. 다섯 번째는 함께하기다. 마라톤으로 치면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하는 것이다. 혼자 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고 기분에 따라 운동을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호회에 나가면 서로 격려하며 할 수 있고, 아니면 다소 강압적으로라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축구 야구 농구 등은 혼자 할 수도 없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운동도 하고 친목도 도모하고 ’일거양득‘이다. 여섯 번째는 프리맥원리(Premack Principle) 적용하기다. 프리맥원리는 심리학 용어로 높은 확률로 일어나는 행동을 강화물로 사용하여 일어날 확률이 적은 행동을 하도록 촉진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식사(잘할 수 있는 행동)를 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다. 혹은 간식을 먹기 위해 운동을 한다. 꼭 봐야 하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도 프리맥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역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다. 1965년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에 의해 소개된 개념이다. 가장 쉬운 예로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공부를 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은 운동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운 행위로 생각해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운동을 하고 난 뒤의 쾌감을 계속 떠올리며 운동은 즐거움을 주는 행위로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3개월 이상 이어가면 운동에 적응할 수 있고 6개월 이상 한다면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단계가 될 수 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을 때 몸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3개월은 넘어야 나타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달리기의 경우 3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심폐지구력이 좋아지고 콜레스테롤과 지방 감소 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우리 뇌도 운동에 적응하는 시기다. 사람들이 ’운동 안 하니 몸이 찝찝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뇌도 운동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 심리학)는 “우리 뇌는 습관과 실제 행동의 부조화를 보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의 매일 하던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 뇌는 ’왜 운동을 하지 않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운동을 습관화 하는데 6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어떤 운동이든지 참고 6개월을 꾸준히 하면 ’우리 몸은 운동에 적응‘한다. ’작심삼일‘을 ’작심삼개월‘ ’작심육개월‘ 등으로 늘리는 작심을 계속 해야 한다. 그러면서 계속 운동을 이어가면 어느 순간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게 운동의 습관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0-01-04
    • 좋아요
    • 코멘트
  • ‘걷기 대통령’ 성기홍 “치매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치매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합니다. 치매 예방에는 걷기가 최고입니다.” 성기홍 대한직장인체육회걷기협회 기억력회복운동센터장(59)은 문재인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한 가정을 망가뜨리는 치매에 국가가 책임지고 나섰다는 점에선 아주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매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게 더 급선무다.” 성 센터장은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걷기 등 운동을 치매 예방에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치료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 선진국을 조금만 벤치마킹해도 전국 치매안심센터 256곳에 운동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단 한 곳도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1900년대 초부터 치매를 병명으로 확정하고 예방과 치료에 의술은 물론 운동까지 활용하고 있다. 운동이 치매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결과는 숱하게 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치매국가책임제라며 조호비와 투약비 등에 돈만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7조 원이나 배정됐다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원이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치료에만 매달리면 돈만 더 들어갈 뿐이다.” 성 센터장은 ‘걷기 대통령’으로 불린다. 1980년대 말부터 걷기에 관심을 가지고 30년 넘게 연구하고 발표하고 교육하면서 생긴 닉네임이다. “1987년 세종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주간스포츠신문 인턴 기자로 한글 학자 고 한갑수 선생을 취재할 때 걷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 선생님이 한국보행연맹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바르게 걷기 교육을 보급하고 있을 때였다. 걷기를 홍보할 사람이 없어 추후 연맹 일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걷기를 접했다.” 당시만 해도 걷기는 운동이 아니었다. 조깅, 달리기, 마라톤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걷기를 연구한다면 ‘만날 걷는 데 뭔 걷기 타령이냐’고 비아냥거릴 때였다. 성 센터장은 해외 논문을 뒤져 걷기가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찾아냈다. “산업혁명이 끝난 뒤 영국에서 철도노무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이었다. 기관사, 매표원, 철로 및 기관차 보수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심장병 및 사망률에 대한 비교 분석이었다. 심장병과 사망률이 높은 순서가 기관사, 매표원, 보수자 순이었다. 보수자는 보수하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육체노동을 했기 때문에 더 건강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적극적인 육체 활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첫 논문으로 기억한다.” 1987년 9월 한갑수 선생과 함께 일본 도쿄 인근 히가시마쓰야마시서 열린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였다. 놀라웠다. “3일간 열리는 대회에 매일 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3000엔의 참가비가 있었는데도 대성황을 이뤘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 30, 40, 50km 등 체력에 맞게 참가해 걷기를 즐겼다.” 성 센터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를 치렀고 1988년 서울올림픽도 잘 개최한다면 한국에도 운동 열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고 걷기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회에선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계속 걷기에 매달렸고 2001년 (사)한국워킹협회를 만들어 사무총장으로 걷기를 보급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걷기대회도 열었다. “2003년엔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걷기도 운동이다’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조언을 했다. 큰 호응을 얻었다. 외국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고 ‘걷기 혁명 530’ 시리즈는 국내 걷기에 붐을 일으켰다.” 530걷기는 주 5일 1회에 30분 이상 걷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자는 뜻이다. 이후 마사이족 걷기, 파워워킹 등 걷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길 등 전국적으로 걷기 길이 많이 생겼다. 전국적으로 1만 개 정도 된다. 어찌 됐든 걷기가 운동이 된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스며들었다. 걷기가 비만, 당뇨, 통풍, 뇌졸중 등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결과물들도 쏟아지며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정착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치매에 있어서는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성 센터장은 3년여 전부터 걷기와 치매와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 신체의 여섯 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는 치매 예측과 예방의 중요한 척도다.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걸음 속도 범위는 초당 1.2¤1.4m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이보다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초당 0.6¤0.8m. 걸음 속도가 초당 0.4m 이하로 떨어지면 낙상 확률이 높아졌다. 육체적인 결함 없이 초당 0.4m 미만으로 걷는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걷기를 인지기능에 관여하지 않는 자동적 운동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의 해마·전두엽과 연결된 복잡한 인지기능이 동반된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뇌에서 가장 빠른 길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이후 심리상태와 환경 사이에서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가야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걸으면서 계속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이 내려진다. 파란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지금 가야 하나’ ‘아냐 지금 가면 위험해’,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등 수많은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성 센터장은 걷기가 치매 예방에 필수라고 강조한다. “치매는 잠복기가 10년에서 15년이 된다. 65세에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50세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미 걸린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50~58세에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듀크대 등 세계 유명 대학교는 걸음걸이로 치매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성 센터장은 치매를 예측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지만 걸음걸이의 변화를 체크 하면 초기에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은 얼마나 걸었냐가 운동의 기준이었다. 이젠 속도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걷는 속도가 떨어진다. 노화에 따른 것도 있지만 뇌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걸음걸이 속도가 늦어진다. 특별한 징후가 없는데 걸음걸이 속도가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하고 인지능력 검사를 실시하고 치매로 확증되면 약물과 운동을 통해서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 성 센터장은 “약물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10~20년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 65세에 치매에 걸리면 보통 15~20년 뒤 사망한다. 치매 환자를 미리 진단해 발병을 10~20년 늦춰주면 75~80세까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매 걸린 사람도 운동을 하면 인지기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치료에 급급한 국가의 치매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전국치매안심센터에 운동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치매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치매 가능성이 있는 노인들에게 운동프로그램을 적용해 미리 예방하는 게 향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더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복지비용도 훨씬 적게 들어가고 그 비용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 성 센터장은 어릴 때부터 바르게 걷기를 교육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인간의 걷기는 8살 이전에 완성된다. 바르게 걷는 자세를 일찍 교육시켜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걸음걸이를 따라 하는 경향이 높다. 엄마와 아이들의 걷기 교육을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성 센터장도 걷기로 건강을 챙긴다. “가급적 많이 걷는다. 하루 종일 몸을 불편하게 한다. 고정식 자전거도 타고 아령 등으로 근육운동도 한다. 매번 체조도 30분 한다. 내 체중을 30년 전하고 똑같이 유지하는 비결이다.” 성 센터장은 ‘걷지 않으면 건강은 없다’는 번역서를 시작으로 올해 출간한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게 산다’까지 걷기 관련 책만 15권을 출간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28
    • 좋아요
    • 코멘트
  • 김남일 “과거의 ‘빠따’ 아닌 버터 감독 되겠다”

    “과거 ‘빠따’는 잊고 버터를 기억해 달라.”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진공청소기’로 이름을 날리며 4강 신화를 창출했던 김남일 프로축구 K리그1 성남FC 감독(42)은 “버터 같은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감독은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대표팀 코치 시절 정신무장을 위해 ‘‘빠따’를 쳐야 한다’고 말한 것은 철없던 시절 얘기다. 잊어 달라. 성남 팬을 위해 버터 같은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리스마만 내세우기보다는 이해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그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서로 존중하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 소통과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능력을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자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이회택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이 보여줬던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었고 이 감독은 김 감독의 프로축구 전남 선수 시절(2000∼2003년) 스승. 한편 김 감독과 함께 2002년 4강 신화를 함께했던 ‘설바우두’ 설기현 성남FC 전력강화부장(40)은 이날 K리그2 경남FC 신임 사령탑에 선임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여자축구 올림픽 포기… 남북대결 또 무산

    북한이 내년 2월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인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참가를 포기했다. 25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북한축구협회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불참을 통보했고 AFC는 이를 축구협회에 24일 전달했다. 불참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일관된 대북제재 기조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영향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9월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전에서 무관중, 무중계 경기를 했고, 이달 초 부산 동아시안컵에도 여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북한의 불참으로 아시아 최종예선 A조는 한국, 베트남, 미얀마 3개국이 치르게 됐다. B조는 호주, 중국, 태국, 대만이다. 최종예선 A조는 2020년 2월 3∼9일 제주에서 펼쳐지고 B조는 같은 기간 중국 우한에서 열린다. 아시아에 배정된 여자축구 올림픽 출전권은 3장(개최국 일본 포함)이다. 최종예선 각 조 1, 2위 팀이 플레이오프(2020년 3월 6, 11일)에서 맞붙어 최종 2개 팀이 일본과 함께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다. 한국과 북한은 내년 2월 9일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사실상 조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여자 축구 강호 북한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져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도 노릴 수 있게 됐다. B조에서는 호주가 최강으로 꼽혀 한국은 중국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공산이 크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인 맞춤형’ 양생체조를 아시나요?[양종구의 100세 건강]

    연세대 체육과 76학번 동기인 원영신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와 이연화 강사는 국내 노인체육의 선구자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때부터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노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체조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원 교수가 연구해 체조를 만들고 이 강사는 현장에서 보급했다. 시작은 1991년이었다. 원 교수는 체육청소년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체조 공모전에서 연세대팀으로 한국 춤사위를 활용한 국민체조를 만들어 1등에 당선됐다. 이듬해 한국의 우수문화찾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문화부 체조 공모전에서도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活人心方)을 활용한 민속체조를 개발해 당선됐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이 체조를 세계에 알려라”고 해 해외로 나가 시연까지 했다. 강경화 현 외교부 장관이 영어 더빙을 했고 안내 책자까지 만들어 미국으로 향했다. 원 교수는 “팔을 높이 들어 온몸을 하늘로 향하는 움직임으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몸을 굽혀 땅에 감사하고,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으로 안아주고, 안은 사람을 놓아주며 모든 욕심을 버리는 움직임들을 설명했더니 신기한 듯 질문 세례를 받은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양생(養生)은 생기를 길러준다는 뜻이다. 퇴계의 활인심방은 ‘몸과 마음에 활기를 넣어주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질병 없이 오래 산다는 양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 교수는 “퇴계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며 몸이 비뚤어지면 마음도 비뚤어진다. 고로 몸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뜻으로 체육을 강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활인심방의 양생도인법(養生導引法)에는 이황 선생이 선비들과 함께 웃통 벗고 체조하는 내용이 있다. 호흡과 함께 온몸을 움직이며 각 혈과 경락을 마사지하는 운동법이다. 숨을 잘 고르고(調息·조식), 마음(調心·조심)과 몸(調身·조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원 교수는 민속체조를 발전시켜 2002년 양생체조를 만들었다. 이를 더 개선해 국내 및 해외에 보급하고 있는 게 K-양생체조다. 현재 미국 캐나다 중국 등 7개국에 보급하고 있다. K-양생체조는 몸 곡선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국적인 정서 함양을 위해 도라지타령, 아리랑, 강강술래, 군밤타령 등의 곡조를 사용했다. 분절 움직임으로 이뤄진 기존 체조들과는 달리, 아주 편안하고 유연하게 즐길 수 있다. 움직임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스토리텔링으로 해석했다. 봄은 만물을 깨우듯 모든 관절을 돌리고 사지와 몸통 등 온몸을 두드리며 전신을 깨우는 동작, 성장하는 시기인 여름은 오장육부와 척추의 트위스트 및 웨이브 동작, 풍요와 여흥의 시기인 가을은 동적이며 여유 있는 탈춤과 뛰기 등의 동작, 휴식기인 겨울은 마무리 동작과 심호흡으로 구성했다. 운동으로 치면 준비운동-본운동-정리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체육교사를 했던 이 강사는 원 교수의 권유로 노인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원 교수가 “고령화시대 우리가 함께 준비하자”고 해 연세대 사회교육원에서 노인양생체육지도자 자격을 획득한 뒤 2003년부터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양로원 등에서 양생체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양생체조는 템포가 빠르지 않지만 전신을 자극해주는 움직임이 많아 어르신들이 ‘참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전신을 다 활용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고 유연성과 근육은 물론 밸런스도 키워 준다. 꾸준히 할 경우 6개월이면 ‘몸이 달라졌다’고 반응이 온다. 이 강사는 “어깨 무릎 등 관절 부위를 유연하게 하고 근육을 키워주니 언젠가부터 ‘선생님, 이젠 병원 물리치료 안 가요’라는 반응이 온다”고 했다. 동작은 느리지만 움직임이 커 운동량이 높다.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원 교수는 2001년부터 연세대에 노인체육지도자 과정을 만들어 양생체조 보급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효율적으로 보급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원 교수는 “지도자 자격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고 노인들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다 보니 부처 간의 벽 때문에 지도자 파견도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 교수팀은 2010년 국민생활체조 공모전을 비롯해 관련 이벤트에서 1등을 휩쓸었지만 번번이 1회성 행사에 그쳤을 뿐 정책 반영은 제대로 안 됐다. 이제 100세 시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건강법을 체계적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인들이 건강해야 대한민국도 건강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암 환자들을 개선시키는 구체적인 운동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암 치료 계획에 맞춤형 운동 처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Cancer Treatment Plans Should Include Tailored Exercise Prescriptions).’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운동을 의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 세계적으로 권고하는 학술 행사가 열렸다. 국내에는 잘 안 알려졌지만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와 미국암학회(ACS)는 2018년 3월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 캐나다 운동생리학회, 독일 건강운동회 등 17개 기관(표Ⅱ)의 전문가들을 모았다. 최근 과학적인 결과물들을 살펴보며 암과 관련해 예방과 처방, 회복과 생명연장에 운동효과를 분석하고 권고하기 위해서다.케이티 쉬미츠(Katie Schmitz) 전 ACSM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4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암을 극복하고 살아난다. 암 환자나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직면한 건강 문제를 점검하고 운동이 암을 예방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알파 파텔(Alpa Patel) ACS 역학(疫學) 과학연구 선임 국장은 “운동 종양학(腫瘍學)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저명한 리더들을 모시고 과학적 결과물들을 리뷰하고 일반인들에게 과학적인 증거에 따라 실적적인 운동을 권고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암 환자들이 육체활동을 건강 회복에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올 중순까지 이어진 일련의 학술 행사를 통해서 도출한 실증적인 검증에 따른 암 환자를 위한 운동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운동은 암을 예방한다. 특히 운동은 결장, 유방, 자궁, 신장, 방광, 식도, 위 등 7개 암 발병 가능성을 낮춰준다. 유방과 결장, 전립선 등 3개 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 운동을 시켰을 때 생존율이 높아졌다. 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운동을 시키면 피로감과 불안감, 우울증 증세가 완화됐고 운동 기능과 삶의 질이 향상됐다. 림프수종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2018년 위에서 언급한 7개 암 환자(미국인의 경우)에게 처방한 운동량 가이드라인은 주당 150~300분의 중간강도의 유산소 운동, 혹은 주당 75~150분의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3개 암에 대한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정확한 처방 운동량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운동량이 많을수록 효과가 좋았다.결론적으로 비활동을 피하고(avoid inactivity), 일반체력을 키우기거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근 육체활동 가이드라인은 주당 150분의 유산소 운동과 주당 2회의 근육운동이었다. 암 환자들을 개선시키는 구체적인 운동법은 로 정리한다.이번 행사 주최측은 향후 연구에서 운동을 암 치료의 스탠다드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암 환자에게 운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확실한 결과물들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이번 학술 이벤트에서 나온 광범위한 리뷰와 권고사항들은 3개 학술논문으로 정리됐고 최근 2개의 저널에 실렸다. ‘암 극복 환자를 위한 운동 가이드라인: 국제 다학문 토론회에서 정리한 공통 발표(Exercise Guidelines for Cancer Survivors: Consensus Statement from International Multidisciplinary Roundtable)’과 ‘육체 활동, 좌식 행동, 암 예방과 컨트롤에 대한 미국스포츠의학회 토론회 보고서(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Roundtable Report on Physical Activity, Sedentary Behavior, and Cancer Prevention and Control)’는 ACSM의 주 연구 저널인 ‘스포츠&운동에 있어 의학&과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Exercise)’에 실렸다. 나머지 하나는 ‘종양학에서 운동은 의학이다: 임상의들이 환자들을 움직이게 해 암을 극복하게 만든다(Exercise is Medicine in Oncology: Engaging Clinicians to help Patients Move Through Cancer)’는 임상의를 위한 암 저널에 실렸다.이날 행사를 주관한 단체는 “건강 및 피트니스 전문가들도 암 환자들과 암을 극복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위 권고사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정형화된 운동 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권고사항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ACSM과 ‘운동은 의학(Exercise is Medicine(EIM)’은 운동으로 암을 극복한다(Moving Through Cancer)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번 학술 이벤트는 운동이 100세 시대 건강법에서 의학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07
    • 좋아요
    • 코멘트
  • 황희찬, 지치지 않는 ‘황소’… 시즌 9골-12도움

    ‘황소’ 황희찬(23·잘츠부르크·사진)이 시즌 9호 골을 터뜨렸다. 황희찬은 2일 오스트리아 마리아엔처스도르프의 BSFZ아레나에서 끝난 아드미라와의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방문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2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미나미노 다쿠미가 넘겨준 공을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1-1로 비긴 잘츠부르크는 개막 16경기 무패(12승 4무·승점 40) 행진을 이어가며 선두를 지켰다. 황희찬으로서는 지난달 28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5차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이다. 황희찬은 리그에서 6골(공동 7위)과 7도움, 오스트리아컵대회에서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UCL에서도 3골과 3도움을 챙겨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 21점을 올리며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구단은 “미나미노의 패스를 황희찬이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것이 팀의 공격 본능을 깨웠다. 이후 엘링 홀란이 기회를 잡았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걸린 게 아쉬웠다. 아드미라는 11명을 페널티 에어리어에 세우는 등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고 전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끝없는 ‘박항서 매직’… 동남아시아경기 조별리그 3전승

    ‘쌀딩크’ 박항서 감독(60·사진)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아(SEA)경기에서 3연승을 달리며 조 1위를 지켰다. 베트남은 1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B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2-1로 역전승했다. 승점 9를 만든 베트남은 태국(승점 6)을 3점 차로 앞서며 조 1위를 유지했다. 베트남은 지난달 25일 브루나이를 6-0으로, 지난달 28일에는 라오스를 6-1로 대파했다.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전이 끝난 뒤 “오늘 우리는 베트남 정신을 보여줬다. 전반전에 한 골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이겼다. 그것이 베트남 정신이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베트남은 1959년 시작된 SEA경기 축구대회에서 60년 만에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1959년 첫 대회에서 ‘월남’이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당시는 남북 베트남이 통일하기 전이었다. 베트남은 3일 싱가포르, 5일 동남아 최대 라이벌이자 지난 대회 우승국인 태국과 맞붙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운명의 장난인가”…유로 2020, 역대급 ‘죽음의 조’ 탄생

    운명의 장난인가. 국제축구에서 역대급 ‘죽음의 조’가 탄생했다. 1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0 본선 조 추첨. 프랑스와 독일, 포르투갈이 F조로 묶이자 이쪽저쪽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와 독일에, 유로 2016 챔피언 포르투갈이 만나자 각 팀 관계자는 물론 다른 팀 관계자들도 놀란 것이다. F조 나머지 한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결정된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두 번의 월드컵과 두 번의 유로를 제패한 명문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도 설명이 필요 없는 강호다. 4번의 월드컵과 3번의 유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씻고자 한다. 유로2016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포르투갈은 2연패에 도전한다. 죽음의 조에 속한 감독들의 반응도 각각이었다. 요아킴 뢰브 독일 감독은 “죽음의 조다. 우리 젊은 팀에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물론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가장 어려운 조다. 우리는 이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최근 3개 대회 우승팀들이 모여 힘든 조가 됐다.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믿고 갈 것이다”고 말했다. 죽음의 조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나왔다. 잉글랜드, 브라질, 체코, 루마니아가 한조에 속한 것을 본 언론들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죽음의 조’는 메이저대회마다 등장했다. 역대 최고의 죽음의 조는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브라질이 속했던 1982년 스페인 월드컵 C조로 평가받는다. 현재 FIFA 랭킹 1위이자 이번 대회 예선을 10전 전승으로 통과한 벨기에는 B조에서 덴마크, 핀란드, 러시아와 경쟁한다. 잉글랜드는 D조에서 크로아티아, 체코를 상대하고, 스페인은 스웨덴, 폴란드 등과 E조에 포함됐다. 유로 2020 개막전은 내년 6월 13일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리는 터키와 이탈리아의 A조 경기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한 달간 뮌헨(독일), 런던(잉글랜드),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등 유럽 12개 도시에서 분산돼 열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2-01
    • 좋아요
    • 코멘트
  • 줄기세포 치료 후 연골 재생…퇴행성관절염 치료 ‘신세계’ 열렸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11월 24일 충남 예산군 윤봉길 체육관에서 열린 2019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천하장사 결정전에서 김찬영(24·연수구청)을 3-0으로 꺾고 천하장사에 우뚝 선 장성우(22·영암군민속씨름단)는 고교시절 씨름을 포기할 뻔했다. ‘박리성 골관절염’을 진단한 유명 대학병원에서 은퇴를 권유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박리성 골관절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지속적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박리성 골관절염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조기 진행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나이 들어 자칫 걷지도 못할 수 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에겐 치명적인 질병이다. 하지만 장성우는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을 포함해 두 번에 걸친 수술 끝에 연골을 재생시켜 씨름을 계속할 수 있었고, 두 차례나 백두장사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씨름 인생을 살고 있다. 장성우의 무릎 연골 수술 성공 스토리는 올 3월 국제 학술지인 임상 정형외과·외상 저널(Journal of Clinical Orthopaedics and Trauma)에 실렸다. 최근 줄기세포 치료법이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신세계’를 열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퇴행성관절염이 늘고 있는 가운데 사용 연한 15년에서 20년인 인공관절이 최선의 치료법이었는데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관절 가운데 무릎 관절은 특히 중요하다. 손상되면 당장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 신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무릎 연골이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생활하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쪼그려 앉으면 무릎부터 망가진다. 신체를 단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때 무릎 관절이 다치는 일도 많다. 스포츠나 운동을 하면서도 손상되기도 한다. 무릎 뼈와 뼈가 부딪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연골이 한쪽으로 눌려 조금씩 닳아 없어져 걸을 때마다 무릎이 쑤시고 아프다. 결국 두 다리로 잘 걷지 못해 하체 근육이 사라지면서 노년기 건강 수명을 갉아먹는다. 건강한 무릎은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는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골 관련 줄기세포 치료법은 줄기세포 추출 방법에 따라 2가지 종류가 있다. 자가 줄기세포와 타가 줄기세포. 말 그대로 자가 줄기세포는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하고 타가 줄기세포는 타인에게서 추출한다. 타가는 제대혈에서 추출한다. 제대혈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이식하려면 양이 엄청 많아야 하는데 자가 줄기세포는 세포 카운트가 안 되고, 제대혈 줄기세포는 세포수가 카운트 되는 정량화된 방법이다.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해 한 케이스 당 750만개가 되지 않으면 출시를 막는다.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법이 주로 사용되는 이유다.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배양을 해서 아픈 무릎에 이식시킨다. 치과에서 충치를 제거하듯 없어지거나 찢어진 연골을 깨끗하게 걷어내고 무릎 골수에 구멍을 내서 줄기세포를 이식시킨다. 그럼 연골이 다시 생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재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줄기세포를 ‘만능 세포’라 부르는 이유다. 퇴행성 및 외상성 관절염 모두에 시술이 가능하고 회복률이 아주 높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3·네덜란드)이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걷던 히딩크 감독은 2014년 1월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히딩크 감독 이후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만 1500명이 넘는 환자가 치료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천하장사’ 장성우의 수술을 집도한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0)은 “무릎 연골 줄기세포 치료법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60세 이전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보통 65세까지 기다렸다 인공관절을 하라고 했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이기 때문이다. 50대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10년 넘게 고생하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나이에 상관이 없다. 젊을수록 연골 재생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수술은 65세 이전까지는 언제든 해도 완치율이 높다. 70세 이후는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진다.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연골의 수명은 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갓 치료가 시작돼 그 연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선 걷는 자세가 바르고 외상을 입지 않으면 30년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 올해로 수술 받은 지 6년째를 맞는데 자기공명촬영(MRI) 결과 수술 후 회복됐을 때와 똑같은 상태라고 송준섭 원장은 전했다. 제대혈 줄기세포 연골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500~2500만 원이다. 보통 1500만 원인데 배양된 줄기세포를 많이 써야 할 경우 비용이 올라간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200~300만 원이면 할 수 있다. 인공관절은 보험이 적용 돼 400~500만 원 정도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1-30
    • 좋아요
    • 코멘트
  • “건강하게 사는 법 알려주고파”…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이 필수인 이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겨울이 오기 전까진 축구와 자전거를 탄다. 겨울이 오면 여기에 스키가 추가 된다. 김충식 OK택시 대표(52)는 인생 자체가 스포츠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행복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를 포함해 고모 5명이 다 당뇨병으로 고생했다.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걸릴 확률 100%.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라’고 밥 먹듯 강조했다. 당뇨병은 운동이 특효약이다. 우리 몸은 아데노신3인산(ATP)이라는 에너지원을 이용해 움직인다. 자동차가 기름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육 안의 ‘에너지 공장’에선 포도당과 지방 등을 끊임없이 ATP로 바꾼다. 운동을 하면 포도당을 계속 소비해 혈당을 줄여준다.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이 필수인 이유다. 근력을 키우고 체지방을 줄이면 합병증 예방 효과도 있다. 당뇨병이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미리 운동을 하면 예방할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당뇨병에 운동은 꼭 필요하다. 아버지의 영향이었지만 운동이 좋았다. 한양대 체육과에 진학한 것도 따지고 보면 ‘가족력 당뇨병’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육과를 선택하게 됐다. 김 대표는 “대학은 스포츠 천국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다. 여름엔 수영, 겨울엔 스키를 탔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라이프가드(수영장 안전요원) 자격증에 스키 강사 자격증도 땄다. 김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유독 스키에 빠져 지냈다. “하얀 설원을 스피드하게 내려오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요즘 매주 토요일엔 서울 주말 축구팀인 로얄 FC에 나가서 축구를 하고 일요일엔 사이클을 탄다. 겨울엔 스키를 타는 데 김 대표는 “최근엔 피스랩 스키라고 해서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도 키운다. “고모 한분은 당뇨병으로 돌아가셨다. 80세가 넘은 아버지는 아직도 인슐린을 맞을 정도로 평생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난 50세를 넘었지만 아직 당뇨병 증세는 없다. 모두 운동 덕분이다.” 운동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김 대표는 1998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지교통을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운동으로 버텼다. 회사명을 OK택시로 바꾸고 기존 패러다임에서 혁신을 시도하던 때였다. 기사들에게 유니폼을 입게 하고 인사법을 비롯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믿고 탈 수 있는 택시, 기분 좋은 택시를 추구했다. 당시 기사들을 설득할 때 힘들었는데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스키를 타면서 이겨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위장병으로 병원에 실려 갈 정도였지만 어릴 때부터 해온 운동 덕분에 이겨냈다”고 했다. 이제 OK택시는 대통령표창도 받았고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친절한 택시회사’로 선정되는 등 한국판 ‘MK택시(일본)’로 정평이 나 있다. 10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있다. 시작은 산악자전거(MTB)였다. 언덕을 넘고 산을 오르는 매력이 그만이었다. 5년 전부터는 도로 사이클로 바꿨다. “사업하면서 목 디스크가 생겨 고개를 숙이고 타는 사이클은 금기시했었다. 지인이 한번 타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디스크가 완화됐다. 실질적으로 몸은 숙이지만 고개를 앞을 보기 위해 들고 타기 때문에 목 근육 강화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정형외과 의사들에게도 알려줬다. ‘목 디스크 환자들에게 사이클 타지 말라고 하지 말라는 뜻’으로. 지금은 정형외과 의사들과도 사이클을 함께 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100km는 타야 성이 풀린다.” 김 대표는 사이클 예찬론자로 사이클 타기를 널리 알리고 있다. “사이클을 타면 허벅지 근육은 물론 팔, 복근까지 키워준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길도 잘 갖춰서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사이클 타기는 가장 좋은 장수 운동이다. 건강도 챙기지만 전국 금수강산을 사이클 타고 감상하는 기분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는 축구도 시작했다. 평소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이회택 김재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진국 전 축구협회 전무 등 대한민국 축구대표 선수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로얄 FC에 가입해 축구를 하고 있다. 그는 “공을 드리블하고 패스하고 골까지 넣는 재미가 쏠쏠했다.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점도 나를 끌어 들였다. 축구를 하며 리더십을 다시 배우고 있다. 회원들과 어우러져 축구를 하고 사우나도 함께 가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고 했다. 로얄 FC는 선수출신과 비선수출신이 어우러져 공을 찬다. 각 지역대회는 물론 전국 대회에도 출전한다. 겨울이 오면 김 대표는 평일에도 회사 일을 마치고 스키장으로 향하는 일이 많다. 야간 스키를 타고 집으로 간다. 그는 “설원을 맘껏 지치다 집으로 가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집에 가면 다음날 새벽일 때도 있지만 일할 때 더 즐겁다”고 했다. 50세를 넘긴 김 대표는 청년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김 대표 첫째 아들은 스키광이고 둘째 아들은 고려대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운동을 강조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즐기다보니 아이들도 스포츠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날리지만 일에 대한 열정도 생긴다. 삶의 활력소라고 할까. 한 주라도 축구나 사이클 타기를 거르면 그 다음주는 몸이 찌뿌드드해서 못 견딘다. 그럼 평일에라도 사이클을 70~80km 타야 몸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경기 성남 분당 집에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사무실까지 사이클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운동으로 받은 혜택을 운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 회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다. 각종 대회를 열고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스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키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겐 언제든 무료 강습도 하고 있다. OK택시 본거지인 서울 금천구의 체육회 부회장을 맡아 체육발전에 힘쓰고 있다. 매주 둘째 주 토요일 열리는 ‘금천한가족걷기’에서 자원 봉사를 한다. 사회자로 바른 자세로 걷기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대회를 이끌고 있다. 2002년부터 (사)한국워킹협회 이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걷기 전도에도 열심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땐 스키 심판 자원봉사를 했다. (사)한국스키협회 알파인 심판위원으로 평소에도 각종 대회 심판으로 활약했던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일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지니 가능한 것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마냥 오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생활습관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운동의 생활화가 답이다.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김 대표는 평생 운동을 즐기며 ‘운동 전도사’로 살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1-23
    • 좋아요
    • 코멘트
  • 가족의 당뇨병 DNA, 사이클과 축구로 떨쳐냈다[양종구의 100세 건강]

    김충식 OK택시 대표(52)는 ‘스포츠광’이다. 매주 토요일엔 주말축구팀 로얄 FC에서 축구를 하고 일요일엔 사이클을 탄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도 키운다. 라이프가드(수영장 안전요원) 자격증에 스키 강사 자격증도 있다. “아버지와 고모 5분이 모두 당뇨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운동하라’고 밥 먹듯 강조했죠. 제가 한양대 체육과를 가게 된 것도 당뇨병과 연관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육과를 선택했습니다.” 김 대표는 1998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지교통을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운동으로 이겨냈다. 회사명을 OK택시로 바꾸고 기존 패러다임에서 혁신을 시도했다. 기사들에게 유니폼을 입게 하고 인사법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믿고 탈 수 있는 택시, 기분 좋은 택시를 추구했다. 당시 기사들을 설득하느라 힘들었지만 스키를 타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버텼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위장병으로 병원에 실려 갈 정도였지만 어릴 때부터 해온 운동 덕분에 극복했다”고 했다. 이제 OK택시는 대통령표창도 받고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친절한 택시회사’로 선정되는 등 한국판 ‘MK택시’(일본)로 정평이 나 있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날아가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생깁니다. 삶의 활력소라고 할까요. 한 주라도 축구나 자전거 타기를 거르면 그 다음 주는 몸이 찌뿌드드해서 못 견딥니다. 그럼 평일에라도 자전거를 70∼80km 타야 몸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옵니다.” 대학 때부터 스키를 탄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자전거도 타고 있다. 시작은 산악자전거(MTB)였는데 5년 전부터 도로 사이클로 바꿔 매주 일요일 최소 100km를 질주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사무실까지 사이클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사업할 때 목 디스크가 있어 목을 숙이는 사이클보다는 MTB를 탔는데 이젠 사이클에 빠져 있다. 김 대표는 “사이클은 고개를 숙이고 타지만 오히려 목의 주요 근육을 키워준다. 근육에 힘이 생기니 뼈를 잡아줘 디스크가 치료됐다. 주변 정형외과 의사들에게도 알려줬다. ‘목 디스크 환자들에게 사이클 타지 말라고 하지 말라는 뜻’으로”라며 웃었다. 김 대표는 사이클 예찬론자가 됐다. “사이클을 타면 허벅지 근육은 물론이고 팔, 복근까지 키워준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길도 잘 갖춰져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사이클 타기는 가장 좋은 장수 운동이다. 건강도 챙기지만 전국 금수강산을 사이클 타고 감상하는 기분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12년에 축구도 시작했다. 평소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이회택 김재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진국 전 축구협회 전무 등 축구 스타 출신이 주축이 돼 만든 로얄 FC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 겨울엔 스키를 즐겼는데 계절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축구라 바로 가입해 공을 차게 됐다.” 그는 청년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당연히 당뇨병도 없다. 김 대표의 첫째 아들은 스키광이고 둘째 아들은 고려대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역시 당뇨병을 염려한 김 대표가 운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운동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 회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다. 각종 대회를 열고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스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키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겐 무료 강습도 하고 있다. 매주 둘째 주 토요일에는 서울 금천구에서 열리는 ‘금천 한가족 걷기’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사회자로 나서 바른 자세로 걷기에 대한 정보를 주며 대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지니 가능한 일이다. 이젠 마냥 오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생활습관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김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운동은 병을 예방해 준다. 요즘은 의사들도 병 치료를 위해 약보다는 운동을 권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치료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좋다. 운동의 생활화는 무병장수의 길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이 들수록 운동 강도 줄여야? 건강한 노년 즐기고 싶다면…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나이 들수록 운동의 강도를 줄이는 게 맞을까? 최근 외신들은 ‘고강도 운동이 노인들의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 국제학술지인 ‘Applied Physiology, Nutrition and Metabolism(응용생리학, 영양학 그리고 대사)’에 게재된 ‘노인들의 기억력에 있어 유산소 운동 강도의 효과(The effects of aerobic exercise intensity on memory in older adults)’란 논문이다. 캐나다 맥마스터(McMaster) 대학교 운동과학과 제니퍼 헤이즈(Jennifer Heisz) 교수 연구팀은 60~88세의 건강한 노인 6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HIIT: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중간 강도 지구성 운동(MICT: Moderate Intensity Continuous Training), 그리고 스트레칭만 하는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각 그룹은 12주 동안 주 3회 운동에 시행했다. HIIT 그룹은 매회 러닝머신에서 최대 심박 수 90~95%의 강도로 4분 동안 운동을 한 뒤 잠깐 쉬고 다시 달리는 것을 4세트 반복했다. MICT 그룹은 50분 동안 최대 심박 수의 70~75%의 강도로 유산소 운동을 시행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기억력 개선을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의 신생 뉴런의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HIIT 그룹은 기억력이 최대 30%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MICT 그룹과 스트레칭 그룹에선 기억력 개선이 없었다. 즉 운동 강도가 기억력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헤이즈 박사는 “인지기능의 저하 없이 건강한 노년을 즐기고 싶다면 운동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러닝머신을 이용해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오르막 오르기나 빨리 걷기 등으로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인터벌트레이닝은 강도 높은 훈련의 대명사다. 헤이즈 박사가 제안하듯 오르막을 오르거나 빠르게 걷는 것도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강도 높은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안전 휴식(예 조깅)을 하고 다시 하는 훈련법이다.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는 이유는 운동 강도를 높여 심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에너지 소비량이 엄청나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게 된다.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다. 하지만 우리 몸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그런 훈련 상황에 적응하게 돼 에너지 소비량을 높인다. 1시간 동안 10km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20회 하는 게 에너지 소비엔 효과적인 이유다. 근육 운동에서도 강도는 중요하다는 논문이 있다.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부제 골격에 미치는 효과)’가 발표된 이후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JAMA에는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시켰다. 보스턴 소제 재활센터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대상이었고 몸이 좋지 않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실시했다. 그 결과 근력이 174%±3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걸이도 4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도 저 강도보다는 고강도 근력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운동을 할 때 강도를 높여야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과부하의 원칙(Overload work principle)이 있다.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평소보다 강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들에게 있어서는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운동생리학)는 “강도를 높이면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인들의 경우 부상이 생길 수 있다. 심폐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너무 강도를 높이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박사는 “규칙적으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도 높은 운동도 좋지만 꾸준히 걸어도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있다. 다만 나이 들수록 근력은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9-11-09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