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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만 30세 이상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11.4%에 이른다. 성인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콩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만성콩팥병은 만성적으로 콩팥에 손상이 있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단백뇨나 혈뇨 혹은 혈액검사를 통해 발견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심혈관 관련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방치하면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든다. 노폐물을 배설하는 것 외에 신체 내의 산성과 염기성 균형을 맞추고 나트륨이나 칼륨 등 여러 전해질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노폐물이 몸에 쌓이고 수분과 나트륨 배설에 문제가 생긴다. 이로 인해 몸이 붓고 고혈압, 빈혈 등이 생긴다. 칼륨 배설을 못 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만성콩팥병의 원인 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라면 콩팥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비만, 흡연, 콩팥 질환 가족력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성콩팥병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정기 검진을 통해 사구체여과율 수치와 단백뇨, 혈뇨 등 요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만성콩팥병은 일찌감치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동기 교수는 “만성콩팥병을 관리하기 위해선 초기부터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최근에 나온 ‘SGLT-2’ 억제제는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신장 질환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해당 약제는 당뇨병, 심부전 환자도 사용할 수 있어 여러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사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만성콩팥병에는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운동량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따뜻한 낮 시간대에 운동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자극적이고 짠 음식은 콩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저염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대응 체계를 앞으로 4주 내에 과학적이고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국내 감염병 권위자의 주장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 전파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2년이 지난 ‘K방역’의 틀을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64·사진)는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코로나19 방역지침은 대부분 2년 전 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 지식이 많이 쌓이고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 만큼 엄격한 방역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방역 체계 변화의 계기로 꼽았다. 그는 “2월이면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위세를 떨칠 것”이라며 “남아 있는 한 달의 ‘골든타임’ 동안 방역 가이드라인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빠른 확산 속도와 낮은 중증 악화 비율이다. 반면 국내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와 마찬가지로 위중증 환자 위주로 설계돼 있다. 오 교수는 이런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장기간 음압 병실에 입원시키는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코로나19 환자들의 수술을 모두 음압 수술실에서 진행하는 것 역시 비상시 대응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주복’ 수준의 코로나19 의료진 방호복 착용을 최소화하고,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를 일반 장례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환자 전염력 1주면 사라져, 의료 마스크-기본 방호복이면 충분시신 코로나 검사는 비과학적… 사람 죽으면 바이러스 더 살지못해오미크론으로 日 확진 1만명 전망… 격리기간 줄이고 치료환자 늘려야”“왜 의료진이 여전히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어야 합니까. 왜 지금도 환자들이 모두 음압병실에 입원합니까. 과도한 ‘K방역’ 기준으로는 환자 급증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64)는 4일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감염병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계기로 국내 첫 음압격리실을 만들었다.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치료 지침을 만드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 바뀌어야 할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역 기준 중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정부의 지침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때 반드시 음압병실에 가도록 했다. 수술도 반드시 음압수술실에서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하루 1만 명을 넘어서면 불가능해진다.”―음압병실은 환자를 위한 거 아닌가. “음압병실은 환자의 바이러스가 의료인이나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환자를 화장실이 딸린 1인용 일반병실에 입원시킬 수 있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 환자의 전염력은 일주일 정도면 사라진다. 이런 환자는 격리를 풀고 일반병실에서 진료해야 한다.” ―코로나19 의료진은 우주복 수준의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던데…. “에볼라처럼 치명률이 높거나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감염병을 진료할 때는 매우 높은 수준의 방호복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치명률을 모르고,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최고 수준의 방호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용 마스크와 기본적인 방호복이면 충분하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는 그렇게 대응하고 있다.”―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이 장례식장에 들어가려면 사후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학술적 근거도 없고 비과학적이다. 사람이 죽으면 바이러스도 더 이상 살지 못한다. 죽은 사람은 숨을 쉬지 않는데 어떻게 호흡기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나오겠나. 코로나19 사망도 한스러운데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 천륜을 저버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말할 수 있겠나.” 정부는 의료기관, 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내놓고 있다. 2020년 12월 31일자 최신 지침에도 여전히 코로나19 사망자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유가족 동의하에 ‘선(先)화장, 후(後)장례’를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 환자의 격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격리를 엄격히 하면 방역에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의료 자원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선 격리 기간을 줄이고 치료 대상 환자를 늘려야 한다. 방역과 민생 경제 사이의 균형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였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백신과 치료제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중반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오미크론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현재 전국적으로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돼 있다. 외상센터는 일반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총상, 다발성 골절, 출혈 등의 중증외상환자가 도착하면 즉각 응급수술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치료센터다. 이런 외상센터와 함께 환자를 재빨리 병원으로 옮겨 주는 닥터헬기 등 응급 의료체계 덕분에 응급 환자들이 길거리에서 죽지 않고 생존할 확률이 2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권역외상센터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 중증을 담당할 센터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대한신경외과학회 산하 대한신경중환자의학회 의료진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매일 수천 명씩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뇌출혈 심근경색 뇌종양 등 응급질환이 생기면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을 구하지 못해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환자들은 이런 경우 바로 응급실에서 조치받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환자는 별도의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격리실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치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의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70대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중소병원에서 낙상으로 뇌출혈이 생겼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여러 종합병원을 찾다가 결국 치료시기를 놓치고 사망했다. 또 선천적으로 뇌출혈이 잘 생기는 모야모야병을 앓는 50대 환자 역시 코로나19 확진 이후 응급수술을 받지 못해 결국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이들 모두 제때 수술을 했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코로나19 환자들의 뇌출혈 심근경색 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급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제때 수술을 못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환자가 뇌손상 뇌출혈 악성뇌종양 등 응급질환으로 수술을 받으려면 음압시설을 갖춘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있어야 한다. 의료진도 ‘레벨4’에 준하는, 우주복처럼 생긴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빨리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도 거의 없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이처럼 음압 수술실과 중환자실, 의료진을 제대로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몇 곳에 불과하다. 이미 대부분의 병원 시설이 꽉 차 있어 환자들을 받을 곳이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일부 종합병원은 음압수술실을 1, 2개 정도 마련해 놨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음압수술실과 일반수술실의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만약 코로나19 환자가 수술을 받을 경우에는 일반수술실까지 운영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의 응급수술이 밤늦게 이뤄지거나 한참 대기하다가 평일이 아닌 주말에 수술 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수술실 의료진이 격리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예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감염 환자들이 수술이나 응급치료를 받기에 병원 환경이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이다. 응급상황이 생긴 코로나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응급질환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는 병원을 지정하고, 의료진을 모집하거나 파견받아 치료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역외상센터가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전국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의료진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신경중환자의학회가 내놓은 대답은 명확했다. 의학회 관계자는 “중증 응급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대개 일주일 중 2일 수술하고, 2일 외래를 보며, 하루 쉬게 된다”며 “하루 쉬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당번을 정해 파견받으면 지금처럼 응급 수술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참에 중환자의학회의 목소리를 참고해 길에서 사망하는 코로나19 환자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발생한 신규 암환자 수는 25만4718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21만8000여 명에서 4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모두가 암 걱정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폐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간암의 국내 최고 명의 5명에게 새해 건강 조언을 구했다. 이들 5명은 본보가 올해 분야별 전문가 20여 명에게 설문한 결과 ‘본인이 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수술 명의다. 폐암은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형렬 교수, 위암은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김형호 교수, 대장암은 칠곡경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최규석 교수, 췌장암은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교수, 간암은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의 조언을 받았다.○ 폐암, 요리할 때 연기도 원인 폐암의 원인 중 약 70%가 흡연과 관련되어 있다. 금연을 하는 것이 폐암 예방을 위해 제일 중요하다. 흔히 20년 정도 금연해야 폐암 유병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연을 빨리 시작할수록 폐암 발생 위험도는 더 떨어진다. 간접흡연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당장 금연해야 한다. 열을 가하는 요리를 하면서 나오는 연기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요리를 할 때는 창문을 열고, 밀폐된 곳이라면 환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 54∼74세, 30년 이상 흡연한 사람은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비흡연자라 하더라도 3∼5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는 것이 좋다.○ 위암, 위내시경 정기 검사가 중요 위암은 생활 환경 요인과 세포 노화 과정에서 생긴다. 따라서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하거나 좋은 것을 먹어서 예방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먹지 않아야 할 것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은 위암 발병 위험도를 1.5배 이상 증가시킨다. 반드시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또 단 한 잔의 알코올 섭취도 위암 및 상부소화장관암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종과 상관없이 금주해야 한다. 음식은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훈제식품 및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는 게 좋다. 가족력 등 위암 고위험군에서는 위암 발생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다. 40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씩, 위암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대장암, 50세 이후 내시경 검사 필수 거의 모든 대장암은 암의 전 단계인 ‘선종’ 과정을 거친다. 이런 선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고 형태가 변해 수년에 걸쳐 암으로 바뀐다. 선종 단계에서 제거하기만 하면 이론적으로는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성인 남녀는 50세부터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 중 대장암 내력이 있다면 더 일찍 더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기적인 대장내시경이 가장 효과적이고 믿을 만한 대장암 예방법이다. 가족 간에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5년 주기로 나눠 대장내시경 검사권 등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내장 비만은 대장암 발생과 일부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 조절로 적정 체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도한 동물성 지방 섭취와 대장암이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많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공지에 따르면 훈제 가염하거나 첨가제를 함유한 가공육은 공정 과정에서 발암 물질을 생성시킨다. 균형 잡힌 식단에 적정한 양의 육류를 먹는 것은 몸에 이롭지만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육류를 먹을 경우 섬유소가 많은 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장암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다. 하지만 발생 부위에 따라 변비와 설사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변을 볼 때 선홍색 피가 비치거나 검은 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만약 배변 후에도 변의가 가시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혹은 빈혈이 있다면 꼭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췌장암, 당뇨병·췌장염 있으면 정기 진료 받아야 췌장암은 특이할 만한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율이 5% 이하로 매우 낮다. 이미 진행된 췌장암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복통과 체중 감소 또는 황달이 나타난다. 췌장암의 위험 인자로는 흡연, 가족력, 만성 췌장염, 고열량 및 고지질 식사, 남성, 50세 이상의 고령, 방사선, 화학 물질, 오래된 당뇨병 등이 있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식문화가 서구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즐기고 있다. 고지방, 고열량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 중심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 빨리 걷기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오랫동안 당뇨병을 가지고 있거나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암, 간염부터 예방해야 간암은 대부분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알코올성 및 지방간염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간암 발생의 1차 예방은 이러한 위험 인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60% 이상이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 감염된 환자다. 신생아 및 감염 위험이 있는 소아와 성인에게 HBV 백신을 접종해 B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감염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C형 간염은 대부분 오염된 혈액을 통해 전염되므로 소독하지 않은 침을 이용한 시술이나 부항, 문신 등 비위생적인 침 시술을 피하는 게 좋다.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음주 역시 간경변증 및 이로 인한 간암 발생의 원인이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비만 및 당뇨병과 관련된 대사증후군 및 지방간도 간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만큼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위험 요인이 있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들은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간 전문의의 정기적인 검진과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한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국민들은 어떤 질환으로 병원을 가장 많이 찾았을까. 그 결과는 코로나19 이전과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이 질환들과 관련해 국내에서 ‘1등급’ 평가를 받은 우수 의료기관은 어디일까. 본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2020년 전국 다(多)빈도 질병이 무엇인지와 함께 이 질환들과 관련된 우수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살펴봤다.○입원 환자 1위 질환은 백내장 22일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입원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질병은 노년 백내장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34만1205명이 백내장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백내장은 2019년에도 입원한 환자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았다. 2년 연속 1위다. 다만 노년 백내장 입원 환자 수는 2019년 34만9589명을 나타낸 뒤 지난해는 이보다 2.46%가량 감소했다. 노년 백내장 다음으로 디스크 등 추간판장애(24만3330명), 위장염 결장염 등 장염(21만4071명)이 각각 입원 환자 2, 3위 질환으로 나타났다. 국내 입원 질환 1, 2위가 모두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질환이다. 지난해 환자들의 입원 일수가 가장 긴 질병은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지난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총 입원일수는 2205만7707일에 달했다. 총 진료비와 1인당 진료비 또한 알츠하이머 치매가 각각 1조7908억2200만 원과 1551만3814원으로 가장 높았다. 총 진료비는 건강보험과 환자 자신이 부담하는 전체 진료비를 뜻하고, 1인당 진료비는 이를 환자 수로 나눈 금액이다. 치매의 경우 2019년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 진료비와 1인당 진료비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질환은 매년 환자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외래 환자 1위는 치은염 및 치주 질환 2020년 전국 의료기관에서 외래 환자가 가장 많았던 질환은 치은염 및 치주 질환 등 잇몸 질환이었다. 이 질환으로 1634만1919명이 병원을 찾아갔다. 전 국민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잇몸 질환으로 고생한 셈이다. 그다음으로 급성기관지염(941만6586명), 고혈압(647만4290명) 환자가 많았다. 고혈압은 2019년 외래 환자가 많은 질환 5위에서 지난해 3위로 2계단 올랐다. 이 밖에 치아우식증,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 등 통증이 각각 외래 환자 500만 명 이상 질환으로 나타났다. 이 질환들 가운데 내원일수가 가장 긴 질병은 고혈압으로 총 4517만1641일로 집계됐다. 전체 진료비는 치은염 및 치주 질환이 1조5884억9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1인당 진료비는 무릎관절증(22만4901원)이 1위였다. 고혈압은 한 번 치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이다. 이 때문에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활용 가능 심평원은 환자들에게 지역 내의 좋은 병원을 발굴한 뒤 꾸준히 알리고 있다. 특히 다빈도 질환이나 중증 질환을 보는 의료기관을 평가해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 심평원이 의료의 질을 평가해 공개하는 분야는 총 17개다. 고혈압, 당뇨병,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천식, 혈액투석, 관절, 척추, 산부인과, 안과, 한방척추, 관상동맥우회술, 급성기뇌졸중, 폐렴,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이다. 구체적인 의료기관 이름은 심평원이 지난해 8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심평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의료정보>지역의료정보>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환자나 보호자가 사는 지역과 질환, 의료기관 유형 등을 선택하면 평가 결과가 우수한 의료기관 목록을 보여 준다. 또 비급여 진료비와 의사 수, 병상 수, 주소, 응급실 운영 여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고혈압, 당뇨병,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천식 등 총 17개 질환 외에 난임시술의료기관, 재활의료기관, 요양병원, 응급의료기관, 전문병원 등 총 5개 의료기관 유형별로도 조회가 가능하다. 난임시술의료기관은 모자보건법에 따라 난임시술 지정 의료기관을 3년 주기로 평가한다. 현재 총 280곳이 지정돼 있다. 응급의료기관 총 431곳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병원을 찾아가는 환자나 보호자라면 이곳 홈페이지에 들어가 방문 예정인 의료기관 평가를 확인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재활의료기관은 뇌졸중, 척추 손상 등 급성기 치료 뒤 기능 회복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를 통해 총 45곳을 지정했다. 전문병원은 병원급 의료기관 중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 등 총 19개 분야에 걸쳐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병원을 100곳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병원은 대학병원 이상의 의료 질을 유지하면서도 빠른 조치가 가능해 환자 입장에서는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이상덕 회장은 “전문병원은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엄격한 평가를 거친 국가지정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다”며 “현재 관절, 척추 분야 지정 전문병원이 많은데 앞으로는 다양한 질환에서 지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스마트워치 시장이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데다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애플 뿐 아니라 구글과 메타(전 페이스북)도 내년 상반기(1∼6월) 스마트워치 시장에 출사표를 내기로 하는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한 스타트업이 심전도 생체인증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보청기, 홈 헬스케어 기기 등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독자적인 심전도 기술을 바탕으로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의 혁신창업 멤버스로 선정돼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인 ‘이플마인드’ 이승한 대표(사진)를 만나 심전도 생체인증과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지문 인식, 홍채 인식은 들어봤지만 심전도는 생소하다. “심전도는 P, Q, R, S, T라는 다섯 가지 파형을 가지고 있다. 이 파형들은 사람이 잠자거나 숨쉬거나 혹은 움직이거나 뛰더라도 고유한 파형을 동일하게 분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연구논문으로도 밝혀진 바 있다. 이플마인드는 이를 기반으로 특화된 생체인증 기술을 개발했다. 앞서 언급한 지문 인식, 홍채 인식 등 현존하는 인증들은 모두 좌표 기반의 정적인 인증 방식이다. 다시 말해 위변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심전도의 경우는 동적인 인증 방식으로 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워치 ‘버즈큐브’를 소개해 달라. “버즈큐브의 가장 차별화된 점은 심전도를 중점적으로 센서화했다는 점이다. 심전도뿐 아니라 산소포화도, 체온, 커프리스 방식의 혈압 측정과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 혈압 측정을 위해 실제 심장이 펌프해서 온몸으로 순환하는 모든 시간관계를 알고리즘화했다. 즉, 광혈류측정(PPG)이라는 심박 기능의 디지털화된 값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혈압 측정치를 산출해낸다. 혈당 측정의 경우는 ‘ECG’라고 하는 심전도에서 나오는 디지털화된 파형을 전부 패턴화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패턴 단위로 분석해서 측정한다.” ―언제 상용화되나? “혈압 측정은 내년, 혈당 측정은 내후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불편함 없는 착용감과 여러 환경에 노출돼도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특히 신경쓰고 있다. 직접 설계를 마쳐 부품도 모두 국산화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가족용 홈케어 제품과 스마트 보청기도 개발한다던데. “그렇다.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주치의 비대면 의료서비스인 ‘버즈메딕’과 이어폰 기능을 겸비한 스마트 보청기 ‘버즈호렌’도 개발하고 있다. 버즈메딕은 내년에 상용화할 예정이며, 버즈호렌의 경우 버전 1.0을 이미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본인의 청력에 맞게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는 셀프 피칭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환경과 공간에 맞춤형으로 청력을 측정할 수 있다. 보청 기능 외에 심박을 측정할 수 있는 맥박측정 기능과 체온측정, 아울러 낙상감지 등의 기능까지 추가해 버전 2.0, 3.0 등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분야는 아직 시장이 형성하는 단계다. 뚜렷한 글로벌 지배기업이 없는 만큼 한국 기업이 우리의 정보기술(IT) 역량을 활용해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사업단 황성은 단장을 만나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현재 모습과 미래 전망을 들어봤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산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 법은 장기적으로 혁신형 기업 육성과 혁신의료기기 제품화를 통해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산업계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의료기기산업법에 근거해 1월부터 관계부처 합동 ‘혁신성장 빅3’를 주요 과제로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혁신형 기업 육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산업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미미하지만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산 의료기기의 강점은 무엇인가. “영상진단(초음파·엑스레이), 치과 임플란트 분야는 전통적인 수출 주력품목이다.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치과 임플란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 실적이 주춤했지만 최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폐결절을 판독하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인공지능(AI) 솔루션, 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병리진단 솔루션이 개발돼 해외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아직 시장 형성 단계다. 글로벌 지배기업이 없는 만큼 우리 IT 기술력을 활용하면 시장 선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율이 높지 않다. “최근 진흥원이 발간한 ‘국산 의료기기 사용 현황 브리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국산 기기 사용률은 11.3%(누적 기준) 수준으로 아직 높지 않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신규 등록된 장비의 국산 비율은 17.9%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20년부터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국산 의료기기를 활용한 교육·훈련센터 2곳을 지정해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국산 의료기기를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대형 의료기관을 중개임상시험지원센터(3곳)와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5곳)로 지정해 임상 실증 및 제품 검증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진료에서도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지원이 있나. “최근 질병의 치료 및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등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혁신적인 의료기기 연구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몇몇 기기는 식약처 허가를 준비 중이다. 혁신 의료기기가 기존 의료환경을 변화시키는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임상적 근거를 입증해야만 건강보험 적용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서울대병원 등 5개 의료기관 내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를 구축해 혁신의료기기의 각 기술 분야별 임상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엔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과 연계해 국내 허가가 예상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현장 적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향후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한 지원방안과 계획은…. “내년에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과 목표, 세부 전략을 담은 ‘의료기기산업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종합계획에는 국산 의료기기 실증 지원체계 구축 방안, 혁신형 의료기기 집중 육성 분야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 등이 포함된다.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아 한국 의료기기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담을 계획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요.” 수시로 찾아오는 두통은 흔히 약국에서 진통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두통의 경우에는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해결된다. 자칫 두통을 방치하면 치료가 쉽지 않는 만성두통으로 갈 수도 있고, 우리가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 오히려 두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규 신경과의원의 조형인 원장과 함께 우리가 잘 몰랐던 두통의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두통 시 병원에 꼭 방문해야 되는 경우는… “자주 발생하지 않고 심하게 아프지 않고 단순진통제를 복용하면 호전되는 두통은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통 양상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 한 번쯤은 뇌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두통이 처음 시작하거나 △갑자기 심한 두통이 시작하거나 △두통이 점차 악화되거나 △평소에 두통이 있었더라도 짧은 시일에 두통 빈도가 잦아지면서 강도가 심해지거나 △두통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한 경우 등은 병원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50세 이상의 성인, 암환자, 면역억제상태 환자, 또는 임신부에게 새로 두통이 발생한 경우에도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다른 질환으로 인해 두통이 생길 수도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특히 열이나 목 경직 등 수막자극징후가 동반될 경우에는 뇌염 등을 감별해야 한다. 운동 중이나 성교, 코를 세게 풀거나 배변 시 힘을 많이 주는 행동에 의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두통일 때는 뇌출혈, 뇌혈관 박리 등의 원인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의식 소실이나 간질 발작이 동반된 경우도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안구 주위나 머리에서 잡음이 들리는 경우에도 뇌의 구조적 질환이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 두통약이 두통을 부르게 되나. “두통 중에는 실제 ‘약물 과용 두통’이라는 게 있다. 두통이 있는 환자가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약물 과용에 따라 기존 두통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두통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본인이 복용하는 약과 복용 날짜를 따져보면 약물과용 두통 여부를 알 수 있다. 약 종류별로 기준을 살펴보면 아세트아미노펜(AAP)처럼 한 가지 성분으로 된 단순 진통제인 경우 한 달에 15일 이상, AAP와 카페인 등 여러 성분이 들어간 복합진통제인 경우 한 달에 10일 이상, 편두통 특이약물(트립탄)의 경우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할 때 해당된다.” ―약물 과용 두통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복용하는 약을 중단하고 다른 예방약을 시도해야 한다. 비약물적 인지행동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약을 중단하는 경우 40∼90%에서 두통이 낫는다. 약에 대한 의존성을 개선하고 빈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중단 기간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2개월 정도다. 두통 일기를 쓰고, 정기적 진료를 받아 증상에 효과적인 약제를 찾아야 한다. 진통제는 한도 내로 처방을 받으면서 카페인을 감량하고, 예방치료를 함께 하면 두통을 줄일 수 있다.” ―두통을 줄이는 예방치료도 있을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통일 때는 약, 주사요법, 전기자극 등을 시도해야 한다. 약으로는 항경련제, 혈압약, 항우울제 등을 처방할 수 있다. 약효가 나타나는 데는 몇 주 이상 걸릴 수 있다. 주사제로는 보톡스 주사와 항CGRP 치료제 주사가 있다. 보톡스는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는 달리 주사 한 번으로 3개월 정도 장기 효과를 볼 수 있다. CGRP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로 편두통을 유발하는 주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다. 이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항CGRP 치료제 주사는 한 달에 1회 주사를 맞는데 비교적 효과가 좋다. 전기자극치료는 이마 중앙부위에 20분 정도 전기자극을 주는 것으로 주로 편두통을 예방하는데 사용된다.” ―두통의 악화 또는 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은… “두통의 유발 인자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발인자로는 흔히 알고 있는 스트레스, 피로 등이 있다. 날씨와 온도 변화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수면부족이나 주말 늦잠과 낮잠 등 과도한 수면도 두통을 유발한다. 여성인 경우 폐경, 월경, 배란과 같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유발될 수 있으며 피임약, 협심증약 등과 같은 약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소음이나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경우, 금식을 하는 경우, 소시지 훈제 식품, 피클 절임 식품, 초콜릿, 치즈, 와인, 조미료, 카페인, 바나나 등 특정 음식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식습관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적절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규칙적인 식습관이 두통 해결에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이 되겠다.” ―두통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알려 달라. “두통 예방에 좋은 스트레칭으로 목을 좌우로 5초간 버티며 돌리기나, 손을 뒤로 뻗어서 목을 뒤로 쭉 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팔을 맞잡고 위로 뻗은 뒤 뒤로 돌리기를 수시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손은 왼쪽, 머리는 오른쪽으로 힘을 주고 밀어서 5∼10초 정도 아프지 않을 정도 버티는 게 좋다. 이때 반대쪽과 앞과 뒤쪽으로도 마찬가지로 해준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는 내년 2월 개원 예정인 ‘이대비뇨기병원’ 공사가 한창이다. 이대비뇨기병원은 3층 80병상 규모로 방광암·인공방광센터, 비뇨기로봇수술센터, 항노화전립선검진센터, 배뇨장애클리닉, 소아비뇨클리닉 등 다른 상급종합병원에 없는 비뇨기 관련 특성화 센터와 클리닉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비뇨기질환을 특성화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첫 시도다.평균수명 증가에 늘어나는 비뇨기 환자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비뇨기 질환도 크게 증가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희어지듯 방광도 노화하기 때문이다. 전립샘암이나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 계통 암 환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또 남녀 가릴 것 없이 배뇨장애, 과민성방광 환자도 증가 추세다.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방광암·인공방광센터장(이대비뇨기병원 추진단장)은 “비뇨의학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달리 비뇨의학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편견이 많고 부정확한 건강 정보가 알려져 있다”며 “꼭 필요한 비뇨의학과, 믿고 맡기는 비뇨의학과를 만드는 것이 이대비뇨기병원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는 이미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입원환자 수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특화돼 있다. 특히 이 센터장이 이끄는 방광암·인공방광센터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설립돼 국내외에서 가장 많은 인공방광 수술을 성공했다. 인공방광은 방광 절제 후 소장 끝부분을 잘라 공 모양으로 자르고 꿰매 요도에 연결해서 만든다. 소변 주머니를 달지 않아 외관상 티가 나지 않고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어 골프, 수영, 사우나도 가능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수술 등의 이유로 장을 잘라 쓸 수 없는 경우나 이미 방광을 절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센터장에게 수술 불가능한 환자는 거의 없다. 이 센터장은 “방광 절제 수술을 받고 흔히 옆구리에 소변 주머니를 차는 ‘회장 도관’ 수술을 하면 환자는 외양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소변이 샐까’,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해 바깥출입을 꺼리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의 인공방광 수술은 외관상 티가 나지 않다 보니 만족도가 높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는 그동안 1000건 넘는 수술을 성공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평균 8시간 걸리던 인공방광 수술시간을 3시간 남짓으로 단축시켰다.“세계적인 비뇨기 전문 병원 만들 것” 이대비뇨기병원은 방광암·인공방광센터의 노하우를 살리는 한편 비뇨기 전 질환을 특화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국내에서 전립샘암 로봇 수술을 가장 많이 한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김청수 교수가 합류했고, 비뇨의학과에서 드문 여성 전문의인 신정현 교수(배뇨장애 전문)도 가세했다. 여기에 ‘비뇨기 로봇수술 1세대’ 김완석, 김명수 교수도 최근 합류했다. 이대목동병원 측은 “기존 비뇨의학과 혈액종양내과 교수진을 포함해 10명의 전문의로 시작하지만 향후 20명 이상 전문의를 배치해 최대 규모의 특성화 병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다른 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들도 ‘이대가 비뇨의학과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며 이대비뇨기병원을 주목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인공방광센터를 개설할 때 그랬듯 비뇨의학에 기여하는 것을 일종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대비뇨기병원을 세계적 위상의 비뇨기 전문 병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이틀 연속 1000명을 넘었다. 정부가 일반 환자 치료에까지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한 지표가 바로 위중증 1000명대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025명이다. 전날에는 1016명이었다.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급증에 뒤이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첫날인 11월 1일 343명이었고 한 달 후 700명을 넘었다. 이어 일주일 만에 800명대, 6일 후 900명대, 4일 후 1000명대가 됐다. 이례적으로 토요일(18일)에 고강도 방역 조치가 시작됐지만 그 효과는 2, 3주 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모임 인원 4명 등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수준의 조치를 내려도 2주 후 위중증 환자는 1147명으로 예측됐다. 주요 병원 응급실마다 코로나19 환자가 들어차면서 이제 일반 응급환자 치료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이날 현재 178명으로 늘었다. 그중 최소 4명은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 접종 완료 후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마쳤는데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의료현장 일반 응급의료체계도 비상 “중환자 수가 1000명 이상 나온다면 다른 일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처음 900명을 넘은 14일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같이 예측했다. 우려는 불과 나흘 만에 현실이 됐다. 18일 위중증 환자가 처음 1000명을 넘어서더니 19일에는 102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확진자의 위중증 악화 기간(최장 10일 안팎)을 감안하면 당분간 중환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에선 코로나19는 물론 일반 응급 치료도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8일 0시 49분 “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30대 임신부 A 씨가 복통과 하혈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양주소방서 구급대는 인근 병원 16곳에 전화를 돌려 분만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임신부의 진통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오전 1시 33분경 구급대원들은 A 씨 집 앞에 세워둔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받았다. A 씨와 아이는 출산 후 약 50분이 지나고 나서야 서울의료원에서 소독과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 응급 치료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외상이나 호흡 곤란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의 격리 병실 치료가 원칙이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 환자가 들어차 일반 응급환자가 갈 곳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의 한 병원에선 응급실 문 앞까지 온 심정지 환자를 들일 곳이 없어 교수가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인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병원마다 관할구역 내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를 받지 못해 돌려보내는 일이 하루 한두 건씩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올겨울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겨울철에는 빙판길 낙상 사고나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위주로 폐렴 환자도 늘어난다. 자칫 다급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응급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형민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는 “미끄러울 때, 추울 때 안 나가는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이 있다면 특별히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8일 오후 5시 기준 79.1%다.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도 남은 병상이 118개뿐이다. 강원, 충북, 경북 등 비수도권 곳곳도 빠르게 차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의 가동률이 ‘한계점’인 80%를 넘겼다. 정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으로 18일 고강도 방역 조치를 내렸지만 위중증 환자 감소는 고사하고 전체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가 격리 중에 확진 판정을 받는 확진자의 비율, 즉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은 최근(11월 28일∼12월 4일) 27.6%까지 떨어졌다. 비수도권 광역시의 한 보건소장은 “역학조사 효율화 방침에 따라 가족과 동료 등 밀접 접촉자부터 조사하는데도 일손이 부족해 직원들이 밤 12시에 퇴근하고 오전 6시에 출근한다”고 전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로는 확진자 수가 유지되는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며 “추가 접종이 빠르게 이뤄져 확진자가 줄어들어도 중환자가 줄어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년 1월부터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를 대체하는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확진자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과잉진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흔히 찍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적절한 의료행위의 기준을 찾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이 최근 심포지엄을 열었다. 17개 의학회가 모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의 간사를 맡아서 5년째 활동하는 정승은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를 만나 적절한 의료 행위에 대해 들어 봤다.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현명한 선택은 2011년 미국내과의사학회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에 입각해 과잉진료로 인한 환자의 위해를 감소시키는 게 목표다. 어떤 검사나 치료를 하기 전에 환자와 의사가 더 많은 대화를 가질 것도 목표다. 학회별로 5가지 정도의 적정 진료 리스트를 뽑아서 의사와 환자들에게 진료 적정성 문제를 전달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어떤 내용이 도움이 될까. “현재 대한내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학회 등 5개 학회가 중요한 진료 목록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12개 전문 학회에서도 개발에 나섰다. 예를 들어 증상이 없는 담낭담석 환자에게는 통상 담낭절제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다. 수술 후 합병증이 드물게 생길 수 있어서다. 그리고 무증상 세균뇨가 있는 노인에게는 치료 목적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항생제 치료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조영제 검사를 할 때는 과민반응이 있는지 알기 위한 피부반응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 피부 검사가 조영제 과민반응을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통증만 있기 때문이다. ―CT 등도 권고 내용이 있나. “대한영상의학회에서는 총 5가지를 권고하고 있다. 우선 복통이 없는 환자에게는 통상 일반 복부영상검사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소아의 경우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될 때, 초음파 검사에서 CT를 권고하기 전까지는 CT를 시행하지 않는다. 같은 부위에 CT 검사가 예정돼 있을 경우에는 일반 촬영을 동시에 처방하지 않는다. 단순한 두통이 있을 경우에도 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가벼운 발목 염좌가 있는 어른의 경우 발목 X선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현명한 선택에서 눈여겨보는 과잉진료 검토 사항이 있나. “대한가정의학회에서 논의 중인 ‘임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가 있다. 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는 모든 소아를 대상으로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가벼운 비타민D 결핍이 있는 무증상 환자가 햇빛을 충분히 쬐고 있을 경우 비타민 D 복용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말기 대장암 환자에게 치료 목적의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대한대장항문학회 방침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환자는 의사에게 무엇을 요청하면 좋나.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이 받는 검사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궁금한 점을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핵심은 △이 검사 또는 치료가 정말 필요한가 △검사나 치료는 어떤 위험이 있나 △더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는가 △검사나 치료 없이 관찰하는 것은 어떤가 △진료비용은 얼마인가 등 5가지다. 이런 질문은 의사와 논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질문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추가된 12개 학회가 현재 적정 진료 목록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이미 목록을 개발한 학회들도 추가 개발에 나설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80개 이상의 전문학회가 현명한 선택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학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부 내용은 환자보다 진료를 보는 의사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도움이 되는 내용을 골라 국민들에게 공지하고 홍보하겠다. 이번 캠페인의 참뜻은 의료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적정 진료 목록을 개발하고 보급해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된 후 신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등 방역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 보고된 지 이틀 만에 코로나19 우려 변이로 지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전 인구의 20.6%에 이르는 미접종자 접종 독려 방안은 차치하더라도, 다시 한 번 집단면역이 가능한 수준의 강력한 추가 접종 계획이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코로나19 백신을 100%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기반 백신으로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에 대한 추가 구매 없이 내년 이월되는 백신을 제외하면 앞으로 mRNA 백신의 구매만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전 국민 접종률 목표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방향성이 모호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올 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한 백신이다. 누적 접종 건수가 2210만 건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바이러스벡터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b상과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에 mRNA 백신만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다양한 기전의 백신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은 특정 변이를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알파, 베타, 델타 등 다양한 변이가 출현했다. 델타 변이에 효과적인 mRNA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더 효과적일지는 그 누구도 답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mRNA 백신 접종이 적합하지 않은 대상자들도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한 혈액암 환자가 mRNA 백신으로 인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림프절이 붓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백신을 맞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1000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mRNA 백신은 젊은층에서 심근염, 심낭염 등 희귀 심장질환이 드물게 보고되면서 일부 유럽 국가가 접종을 제한하기도 했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입 초반 혈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접종연령을 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화항체 생성량이 mRNA 백신에 비해 떨어진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T세포 면역자극을 통한 장기면역이 우수하고, 중증 이환 및 사망 예방에 있어 충분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중화항체 생성량만으로는 백신의 효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례없는 위탁 생산 및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왔다”며 “국내에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한편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전 세계 75개국에 공급해 백신 생산 허브로서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중단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 계약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추진 계획도 성과 달성이 묘연해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출현, 예상치 못한 백신 이상 반응 등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위협이 적지 않다. 그만큼 방역 전략에서는 다양한 ‘무기’를 확보한 뒤 대비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 10개월 동안 1000만 명 넘는 국민을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지켜낸 강력한 방역 무기다. 정부는 이번 백신 전략안이 가져올 득실 검토와 함께, 다양한 백신 공급을 통해 국민의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지난달 22일 광주시 광주상공회의소에서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와 전남대병원이 함께 한 톡투건강 ‘만성질환’이 지역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2일 울산, 16일 부산에 이은 세 번째 톡투건강 토크쇼였다. 이번 역시 지역 최고의 전문의를 초청해 진행됐으며 톡투건강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전남대병원에서는 김주한 순환기내과 교수, 한재영 재활의학과 교수, 윤경철 안과 교수가 각각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건강 운동을 통한 올바른 운동법, 노안과 백내장의 구분 및 치료 등에 대해 알기 쉽게 강연했다. 이번 건강토크쇼는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후원했다.○노년 삶의 질, 심뇌혈관질환 합병증이 좌우 전남대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장인 김 교수는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노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심뇌혈관질환 합병증”이라며 “심뇌혈관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은 △금연 △혈압 유지(수축기 140mmHg, 이완기 90mmHg 미만) △당화혈색소 6.5% 미만 관리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100 이하 유지 등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또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9대 수칙으로 △금연 △술은 하루 1, 2잔 이내로 줄이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스트레스 줄이기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꾸준히 치료 △뇌졸중, 심근경색증 응급 증상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 가기 등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극심한 가슴 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거나 가슴 통증이 턱, 목, 어깨로 퍼질 경우 심근경색일 확률이 높으므로 바로 119에 전화해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상태인데 달리기 후 숨이 차는 듯한 증상이 있거나 숨이 잘 안 쉬어지거나 숨이 가쁜 듯한 호흡곤란이 나타나도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힘들다” 싶은 강도로 주 3, 4회 운동 두 번째 강연은 한 교수의 ‘100세 시대 건강장수는 올바른 운동이 약’을 주제로 진행됐다. 한 교수는 특히 규칙적인 운동을 강조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 활동성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근골격계의 기능적 능력이 떨어지면서 순환기계의 기능적 능력도 자연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운동의 4가지 원칙을 언급했다. 즉 △운동은 힘들다고 느낄 만큼 해야 하는 과부하의 원칙 △목적에 따라 제대로 운동해야 한다는 특이성의 원칙 △사람마다 운동 강도나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개별성의 원칙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이미 키운 근육의 절반이 소실되므로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가역성의 원칙이다. 이에 따라 운동은 주 3, 4회 정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강도로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운동 시간은 준비운동(10분 이내)과 본운동(30분 이상), 마무리 운동(10분 이내) 등으로 배분해야 부상이나 사고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운동을 하더라도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 어지럼증 등 증상이 발생하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또 운동이 끝난 후라도 2시간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 있거나 잠잘 때 통증을 느끼면 운동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다초점렌즈 삽입은 신중해야 ‘궁금한 백내장과 노안의 모든 것’을 주제로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윤 교수는 “우리 신체 중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부위가 눈”이라며 “질환 유병률이 늘어나는데 노안과 백내장은 나이가 들수록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감소하는 질환으로 △나이 △자외선 노출 △흡연 △근시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의 전신질환 등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흡연할 경우 수정체 내 활성산소와 산화 반응이 증가하고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변성으로 백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하루 15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백내장 발생 위험이 42% 더 높다. 백내장은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내장 수술의 경우 난시 증상이 남거나 굴절 오차에 따른 시력 저하가 심해질 수 있고 안구건조증, 빛 번짐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본인에게 적절한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특히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빛 손실이 약 15% 발생하기 때문에 세밀한 작업을 해야 하거나 야간 운전을 많이 할 경우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광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오미크론 변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면서 백신 추가 접종뿐 아니라 마스크 철저 착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항바이러스, 항균 기능이 있는 구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생활 방역에 앞장서는 알앤에프케미칼의 박동일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고분자화학을 전공했으며 LG화학연구소에서 관련 물질을 연구한 기술 전문가이다. ―알앤에프케미칼은 어떤 회사인가. “2007년 설립해 항균, 항바이러스 기능이 있는 구리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기업이다. 여러분들이 흔히 알고 있는 아파트나 건물 엘리베이터에 사용 중인 구리필름뿐 아니라 옷, 가방, 최근엔 구리 마스크(매직 카퍼)를 만들어 코로나19 방역에 앞장서고 있다.” ―구리 마스크를 제작한 계기는. “지금까지 전 국민이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다 보니 버려지는 마스크 양이 하루 2000만 장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일회용 마스크를 폐기하면서 바이러스가 더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균 및 항바이러스 가능을 가진 구리 이용 마스크를 만들게 됐다. 구리 마스크는 최소 3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다.”―구리 마스크는 어떻게 항바이러스, 항균 효과를 가지나. “단순히 구리를 코팅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 기술로 처리한다. 구리를 나노 크기로 컴파운딩해서 만든 제품이다. 서울대 및 이탈리아 연구기관에서 실험한 결과 30분 이내에 99.9%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이탈리아, 일본의 공인 기관에서 실험한 결과에서도 동일한 실험 결과를 얻었다.” ―직접 입에 닿는 부위인데 괜찮나. “단순한 코팅 타입이 아니라 컴파운딩 기술로 개발해 구리 입자가 떨어지지 않는다. 또 구리가 고분자와 화학 결합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독성 실험을 통해 5차례 검증해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또 입과 접촉하는 부위는 면으로 돼 있는 2중 마스크다. 마스크 안쪽 부위만 세척하면 다회용으로 오래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마스크를 만들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 다양한 생활 방역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항바이러스 의류를 개발했다. 기존 구리 코팅 기술과는 달리 섬유구조에 구리를 이온 결합해 뛰어난 항바이러스력과 지속성을 동시에 달성해 내 몸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실제 옷감과 느낌도 비슷하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2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개인 방역 및 생활 방역에 매직 카퍼 제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다양한 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약묵자’ 코너를 신설했다. 첫 주제는 뜻하지 않게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탈모 관련 내용이다. 특히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에 대해 의사와 약사에게 자세히 알아봤다. 이번에 도움말을 준 의사는 모제림성형외과 박재준 원장, 약사는 인플루언서인 최윤혜 약사다. ―탈모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 “모발이 빠지는 양과 속도가 평소보다 늘어나거나 빨라지며, 모발이 가늘어지는 현상이 관찰되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정상인의 경우 개인차가 있겠지만 하루에 70∼100개 정도 머리털이 빠진다. 만약 100개 이상 한 움큼씩 빠지는 느낌이라면 탈모를 의심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수를 세기 어렵더라도 평소 머리를 감거나 헤어브러시를 쓸 때 탈락되는 모발의 양을 세심히 관찰해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또 두피가 비처 보이는 정도가 예전보다 늘었다면 이 또한 탈모 과정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약 3, 6개월 단위로 모발 사진을 찍어 전후를 비교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적절한 탈모 치료의 ‘골든타임’을 잡기 바란다. (박재준 원장) ―어떤 치료를 받아야 되나. “수술과 약물치료, 대체치료 등으로 나눈다. 초기엔 약물치료로 시작한다. 약으로는 일반의약품인 판시딜, 로게인폼(미녹시딜)과 전문의약품인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 두타스테리드(아보다트) 등이 대표적이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남성에게만 처방되는 약이다. 이들 약은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인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억제한다. 판시딜, 로게인폼은 혈관세정맥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두피 혈관 확장으로 혈액순환을 좋게 만든다. 로게인폼은 미세혈관 확장 등의 기전으로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는 국소 피부 도포제다. 따라서 로게인폼은 머리카락이 아닌 두피에 발라줘야 도움이 된다. 남성과 여성 탈모환자 치료에 사용되며, 특히 여성 탈모 치료제로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들과 함께 맥주 효모, 비오틴 등 영양보조제를 함께 복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박 원장) ―탈모 치료제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나. “탈모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전문의 진료를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은 없다. 탈모 치료제 또한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탈모제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 약의 부작용은 피로감, 성욕저하 등으로 전체의 약 1.7%에게서 보고된다. 체감되는 부작용 비율은 이보다 낮다. 이들 약을 복용하면서 헌혈하면 안 된다. 임신부가 이들 약을 복용하거나 만지는 것은 기형아 출산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박 원장) ―약을 복용할 때 주의사항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하루 한 번 한 알씩 시간대를 정해놓고 복용해야 된다. 식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동일 시간대에 잊지 않고 먹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처음엔 휴대전화 알림을 맞춰 두고 사용하면 좋다. 술과 함께 먹는 건 간에 좋지 않기 때문에 술을 자주 드시는 분들은 저녁시간 대신 오전이나 낮에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모발 생성 주기 때문에 처음 서너달 정도는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임신 가능한 여성이 약을 먹거나 만지게 되면 기형아 생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최윤혜 약사) ―처방약 외에 어떤 것을 복용하면 좋을까. “영양 결핍으로 인한 탈모에는 모발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공급해주는 영양제를 먹으면 좋다. 맥주 효모, 판시딜, 판토가, 비오틴 등이 있다. 맥주 효모에는 건강한 모발 관리를 위한 다양한 성분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모발 구성 아미노산 비율도 유사하고, 모발을 구성하는 영양성분도 보충시켜 준다. 판토가와 판시딜에도 효모가 주성분으로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는 추가적으로 모발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인 케라틴과 시스틴, 또 대사를 도와주는 비타민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효모의 함량이 100mg 정도로 높지는 않다. 맥주 효모 함량이 3000mg 이상인 맥주 효모 영양제를 따로 챙겨주는 게 좋다. 모발, 손톱 영양제로 잘 알려져 있는 비오틴은 비타민B군의 일종으로 손톱과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케라틴 생산에 관여해 탈모에 도움을 줄 수 있다.”(최 약사) ―여성형 탈모는 어떤 성분이 도움이 되나. “여성 탈모는 호르몬 불균형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호르몬 불균형 탈모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섭취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유사한 이소플라본은 콩과 석류에 많이 들어있다. 이소플라본은 모근신경을 자극해 모발 생성에 도움을 주고 남성호르몬 과다분비를 억제해 탈모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콩 이소플라본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시중에 다양하게 나와 있다.”(최 약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장기이식은 현재까지 장기부전 환자에게 있어 최선의 치료법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면역억제제의 발전 등으로 이식 후 장기 이식자의 3년 생존율은 89.03%에 이르렀으며, 이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다. 장기 생존율의 증가로 장기 이식 환자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실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장기이식 건수는 4299건으로 그중 간이식이 1579건, 신장이식이 2293건을 차지하고 있다. 면역억제제로 평생 관리해야 그런데 장기이식은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식한 뒤 평생 동안 관리하는 게 수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식받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거부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부 반응이 나타나면 이식된 장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면역억제제는 의도적으로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면역체계가 이식받은 장기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평생 복용한다. 이런 이유로 인체의 면역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면역억제제 치료는 흔히 ‘양날의 칼’로 비유된다. 과해도 안 되고 부족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역억제제 농도가 너무 높으면 면역력이 파괴되어 감염, 혈소판 감소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농도가 너무 낮으면 이식 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아진다. 일정한 약물 농도가 관건 약물 투여 후에는 혈중 농도가 적절한 범위 안에서 유지되도록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마다 면역억제제를 흡수하는 정도가 달라 같은 양을 투여하더라도 환자 개인별 혈중농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장기이식 환자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이식 수술 후 정기적으로 면역억제제 검사를 받는다. 이 검사는 수술 직후부터 퇴원 전까지는 혈중약물농도 측정을 위해 한 주에 수차례 검사를 하지만 안정화 이후 유지 기간에는 정기적으로 검사해 약물농도를 확인하고 약제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다만 면역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인 만큼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칼시뉴린억제제(CNI) 같은 주 면역억제제는 장기 사용할 경우 신경계 장애,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이식 환자의 경우에는 거부 반응 외에 이식한 심장의 관상동맥질환 발생을 주의해야 한다. 이식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은 심장 이식 후 1년 이후 사망의 20∼30%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질환이다.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위험성이 더 높다. 기증자가 고혈압이 있었던 경우도 위험성이 증가한다. 이 외에 급성거부반응의 정도나 빈도, 면역억제제의 종류 등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는 “특히 심장이식 환자의 경우 신장기능 악화, 관상동맥질환 발생 등의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조 면역억제제인 에베로리무스와 병용치료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양한 병용약물은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지만 에베로리무스 병용요법의 경우, 병원 상황에 따라 최저혈중농도 확인을 위해 외부기관에 수탁하거나 질량분석 방식으로 검사해 최소 1일에서 많게는 3, 4일까지 소요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의료진 역시 검사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으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다행히 최근 해당 병용용법의 당일 결과 확인이 가능한 면역검사가 개발됐다”고 전했다. 또 “이를 통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기존 분석법 대비 환자 부담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장기 이식환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큼 주기적인 약물 농도 모니터링을 통해 본인의 상태에 맞게 약물 용량을 수시로 조절해야 한다. 또 장기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체내 면역기능의 저하로 인해 일반적인 감염증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 중 백신 접종을 희망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식 초기 6개월 동안은 백신 접종이 권장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는 면역억제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제를 같이 사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어떤 약도 주치의와 상의 없이 마음대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임의로 약물 복용을 변경하는 것도 금물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하나의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신약뿐 아니다. 의약품 개발과 공정의 전 과정은 많은 실패 요인들이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실패 요인들을 피할 수 있는 올바른 지름길을 알고 있다면 효율성은 증가하고, 발생하는 문제가 줄어든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의 ‘엠랩 콜라보레이션 센터(엠랩)’에 오면 가능한 이야기다. 올해 개소 5주년을 맞은 ‘엠랩’을 본보 기자가 직접 찾았다.인천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들이 전략적 요충지로 선택한 한국의 대표 ‘바이오 허브’다. 3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과학기업인 ‘머크 라이프사이언스’가 국내 처음으로 인천 송도에 엠랩을 열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엠랩은 국내에 있는 모든 제약 바이오 기업, 기관 등과 협업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등과도 함께 일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쌓인 머크의 노하우로 신약 물질 탐색, 발견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전 공정에 대한 맞춤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엠랩의 강점은 고객 니즈에 따라 맞춤형 교육과 트레이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질 및 과정 개발, 탐색 등에 집중하는 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또 생산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에러와 어려움 해결을 지원하는 과정도 마련돼 있다. 매년 4회 진행되는 공식 트레이닝을 포함해 현재까지 약 6년 동안 540건 이상의 교육이 진행됐다. 협업 관계로 공식 계약되어 있는 기업, 기관들은 엠랩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노아 엠랩 연구원은 “누구나 쉽게 방문해서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의약품 불순물 제거를 시연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별점”이라면서 “현재 엠랩에는 바이오 공정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단백질 정제 및 배양을 위한 장비들이 준비돼 있어 각종 공정을 눈으로 보면서 엠랩 소속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천익 엠랩 연구팀장은 “바이오 의약품은 기타 다른 약들에 비해 개발 및 공정 과정에 투자되는 비용이 훨씬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엠랩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가장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 실제 생산처에 도입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머크는 한국 정부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로 구성된 백신기업 협의체에 가입되어 있다.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가 독일 본사를 방문해 고위 임원들과 백신과 관련한 협력 관계를 논의할 정도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K제약바이오’와 함께 성장하는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엠랩의 다음 5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최근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이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위중증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이 하루 1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환자실 부족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달 29일 ‘늘고 있는 위중증 환자, 갈 곳 없다. 그 대책은?’을 주제로 온라인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번엔 ‘의학한림원 코로나19를 말한다’의 세 번째 순서로 의정부을지대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가 코로나19와 관련된 궁금증 해소에 나섰다. 우 교수는 의학한림원 코로나19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 교수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이며 최근 세계중환자의학회 이사로 선출된 중환자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봐야 하나. “오미크론 변이의 임상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필요한 돌기 부위에 돌연변이가 많아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존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만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다거나 백신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우 교수) ―백신 효과로 위중증 환자가 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최근 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건가.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느슨한 분위기를 틈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파고들면서 돌파감염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늘고 있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비율이 9월 초 10%대 초반이었지만 지금 30%대 중후반까지 늘었다. 고위험군에서 환자가 늘어나면서 위중증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우 교수) ―중환자 병실이 환자 수에 비해 부족할 경우 대책이 있을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행정명령을 내려 각 병원에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는 병상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평소에도 90%를 넘기 때문이다. 추가 병상 확보를 하려면 결국 비(非)코로나 환자가 사용하는 병실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비코로나 환자들을 볼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따라서 중증 코로나 환자에 대해 보다 정밀하게 접근해야 된다. 현재처럼 환자들의 병상 배정을 일방적으로 하지 말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 또는 필요하지 않은 환자 등 필요로 하는 치료 수준에 맞춰 환자들을 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종의 중환자 입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지난해부터 학회에서 꾸준히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또 중환자가 입원한 뒤 호전, 악화 등 상태 변화로 인해 병원 간 이송을 할 때 서울시 중환자이송시스템처럼 안전한 이송을 위한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서 교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의 중환자실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마디로 열악하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간과 인력으로 운영된다. 간호 인력도 3분의 1 수준으로 버티고 있다. 병원에서 가장 취약하고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모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환자에 대한 정책 고려가 없이 의료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까지 돌봐야 하니 더욱더 힘들게 됐다. 올해는 전문의 지원자도 상당히 줄었다.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아침에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낼 수 없다. 수년간의 경험이 쌓여야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 한국의 중환자실 대부분은 열린 공간인 다인용 구조로 되어 있어 감염병 환자들을 돌보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의 경우 평소에도 임계치에 가까웠던 상태에서 일하던 중환자실 인력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추가 대처를 해야 하니 더욱 힘든 상황이다.”(서 교수)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위중증 환자 증가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중환자를 담당하는 저희 의료진은 항상 중환자들의 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왔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심하시길 바란다. 다만 위중증 환자 수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주변의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백신 추가접종,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 마스크 사용, 거리 두기 등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우 교수, 서 교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부터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불안한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을 무조건 없앨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불안장애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불안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았던 1990년대부터 불안장애에 관심을 두고, 120여 편의 논문을 쓰는 등 연구해 왔다. 최근 ‘불안한 마음 괜찮은 걸까’라는 제목의 불안장애 관련 책을 내기도 했다. 오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대 사회에서 불안은 어떻게 찾아오나. “불안은 누구에게나 특정 시기에 나타날 수 있고 또 사라진다. 하지만 그 기간이 오래되고 정도가 지나치면 병적인 불안, 즉 불안장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불안장애는 어떤 것이 있나. “공황발작은 죽을 것 같거나 의식을 잃을 것 같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증상이 30분에서 1시간 동안 지속되는 ‘공황장애’가 대표적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이나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안이 반복되어 그런 상황을 피해야만 하는 ‘사회불안장애’, 항상 걱정과 긴장, 불안 그리고 두통, 불면 등의 신체 증상이 지속되는 ‘범불안장애’도 있다. 또 원하지 않는 반복 사고와 이를 없애기 위해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 두려운 상황이나 사물을 회피하는 ‘특정공포증’, 밀폐된 장소에 대한 공포로 이를 피하는 ‘광장공포증’ 등도 있다. 그 외에 어머니 등 중요 인물과의 분리가 어려운 ‘분리 불안장애’, 평소에는 말을 잘하다가도 특정 사람들 앞에서만 말을 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구증’ 등 불안장애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안의 대표적인 신체 증상은 무엇인가. “불안할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또 어지럽거나 설사가 나오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도 있다. 이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병원에서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한 번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불안장애 환자들이 각종 신체 증상 때문에 가정의학과나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등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데 이 경우 검사상으로는 정상이지만 증상이 반복돼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장애에 관한 검사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노세보 효과’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노세보 효과란 말은 미국의 월터 케네디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 염려와 같은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즉 약물이나 주사치료를 받고 나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안한 사람들에게서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불안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정상적인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특정 상황에서의 불안은 그 상황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한 ‘필요악’이다.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 하지 말고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거나 병적인 불안은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발작으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공황장애로 인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사회불안장애 환자들도 남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그릇된 사고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이완훈련법, 호흡 재훈련법 등을 평소에 익혀서 불안이나 긴장 시에 스스로 적용하는 것이 불안장애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번에 낸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번 책에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가운데 하나인 불안과 각종 불안장애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했다. 현대사회에서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불안의 다양한 측면과 불안의 원인은 물론 각종 증상 그리고 불안장애의 치료법과 자가 극복법 등을 담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백세시대’가 열리면서 치매에 대한 걱정도 함께 늘고 있다. 치매는 간병기간이 길고 치료비도 높아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치매 역시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그럴 경우 증상 진행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치매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관련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룩시드랩스의 채용욱 대표를 15일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만났다. 채 대표는 노인들이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간단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지력을 케어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반의 웨어러블인 ‘루시(Lucy)’를 선보였다. ―제품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루시는 VR 안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사람들의 뇌파와 시선과 같은 생체 신호를 분석해 인지 건강상태나 정서 문제 등을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헬스케어 제품이다. 먼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약 1분간 눈을 감고 편안한 상태에서의 뇌파상태, 즉 배경뇌파를 측정한다. 그 다음 간단한 게임을 하는데 게임을 하는 동안 헤드셋 안의 센서로 생체 정보와 콘텐츠 수행 정보를 동시에 측정한다. 이런 정보들은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져 실시간 분석이 이뤄진다. 게임이 종료되면 뇌파상태, 지각능력, 기억력, 주의력 등의 인덱스를 정량화해서 개인별로 맞춤 리포트를 제공한다. 보통 병원에 가면 가만히 있는 동안 뇌파를 분석하게 되는데 ‘루시’는 게임을 수행하는 동안의 변화를 분석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인지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마련했나? “지난해 부산시와 협약을 해서 복지센터 및 치매안심센터 41개소에 기기를 설치해 운영했다. 이를 통해 5000건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얻어 학습모델을 구축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이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힘들었던 점은? “처음부터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했던 것은 아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나란히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은 인정을 받았지만 헬스케어 회사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인허가 부분은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제공하는 사업화컨설팅을 통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치매 전단계의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접근방식을 제약사, 보험사 정부 등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임상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향후 계획은? “치매 진단 보조기로서 의료기기 허가를 완료하기 위해 2022년을 목표로 본임상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인지저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두더지잡기, 고스톱, 윷놀이 등 노인들에게 친숙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찾아가는 VR 헬스케어’를 준비 중이라는데? “말 그대로 필요한 분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다. 루시 제품을 탑재한 버스로 직접 찾아가는데 5명 정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서울시와 강원도 그리고 광주 지역에 찾아가는 VR헬스케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데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사와 연계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