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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 m²의 전시장 안에 들어서니 흰색 카라꽃들이 일렬로 정열하듯 장식돼 있었다. 흰색의 미니 원피스를 입은 장신의 금발 미녀들도 카라꽃 같았다. 그녀들이 입구에서 나눠주는 ‘데일리 바젤월드’ 신문을 받아들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나는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3월 19∼26일)에 왔다. 1층 오른쪽에 닛산 자동차를 세워둔 ‘태그호이어’ 부스가, 왼쪽엔 해파리가 가득 헤엄치고 있는 대형 수족관을 설치한 ‘브라이틀링’ 부스가 있었다. 개막날인 19일부터 장 클로드 비베르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회장은 태그호이어 부스에 나타나 깜짝 발표를 했다. “구글,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 시계를 선보이겠습니다.” 업계 사람들은 “과연 비베르답다”는 반응이었다. LVMH 계열의 또 다른 시계 브랜드인 위블로를 ‘부자들의 세컨드 워치’로 확실하게 포지셔닝시켰던 그는 본능적으로 시대 흐름을 간파하는 것 같다. 그는 “일단 달리는 기차(스마트 시계 트렌드)에 올라타야 아니다 싶을 때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시계 전시회에 생명체가 필요하다는 브라이틀링의 발상도 재밌다. 예년처럼 물고기가 아닌 해파리를 집어넣은 건 시계의 변화상을 표현한 것이리라. 브라이틀링의 테오도르 슈나이더 회장은 바젤월드 기간 내내 밤마다 ‘브라이틀링 파티’를 여는데, 나는 운 좋게도 그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아시아의 먹자골목(1부), 서구의 위스키바(2부)로 분위기가 바뀌는 동안 그는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며 파티를 즐겼다. 바젤월드의 각 부스에서는 시계 전문가들이 소중한 보석을 다루듯 서랍에서 제품을 꺼내 소개해준다. 그들이 건네준 부드러운 흰 장갑을 끼고 세계적 시계들을 감상하다 보면 직감으로 알게 된다. 시계는 예술이요, 철학이요, 자존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후회없이 멋지게 써야겠다는 것을….바젤월드 2015 트렌드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눈에 띄는 여성 시계 신제품이 많았다. ‘해리 윈스턴’은 실제 나비의 날개에서 추출한 파우더를 주재료로 나비의 날개가 주는 오묘한 녹색을 다이얼에 담아낸 프리미어 프레셔스 버터플라이 오토매틱 36mm를 선보였다. 태그호이어는 새로운 브랜드 홍보대사인 카라 델레바인의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담은 카레라 카라 델레바인 스페셜 에디션을 내놨다. 파란색은 올해의 히트 색상이었다. ‘브라이틀링’은 전문 다이버의 시계답게 깊은 바다를 연상시켰다. 푸른 다이얼과 푸른 고무로 몰딩 처리한 베젤의 슈퍼오션Ⅱ 44, 슈퍼오션Ⅱ 42를 소개했다. ‘위블로’는 초창기 디자인을 오마주한 클래식 퓨전라인에 파란색을 적용한 클래식 퓨전 블루를 공개했다. 올해 150주년을 맞은 ‘제니스’는 엘리트 칼리버 6150을 출시했다. 3.92mm 두께로 그 본연의 매끄럽고 슬림한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디자인된 모델이다. 화려함으로 크게 눈길을 끈 브랜드도 있다. 위블로는 10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다이아몬드 세팅 기술이 집약된 빅뱅 오트 조아이에 풀 바게트 다이아몬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다음 달 한국에 들어온다. ‘태그호이어’는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무브먼트 ‘호이어 01’을 탑재한 카레라 칼리버 호이어 01(CARRERA Calibre Heuer 01)로 높은 ‘가성비’를 자랑했다. 또 ‘브라이틀링’은 브랜드 최초의 콘셉트 시계인 ‘B55 커넥티드’를 선보였는데, 아날로그 시계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스마트폰과 연동해 편리함과 효율성을 증대시킨 다양한 기능을 담아냈다. 바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당신은 파텍 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을 뿐입니다.” (파텍 필립의 브랜드 슬로건) ‘왕 중의 왕’ 시계인 파텍 필립. 파텍 필립이 ‘바젤월드 2015’에서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새롭게 선보였다. 매뉴얼 와인딩 방식의 자사 무브먼트 CHR 29-535 PS를 장착했으며, 3시와 9시 방향에 각각 점핑 미닛 카운터, 서브 세컨드 다이얼을 배치했다. 특히 스플릿 세컨즈와 크로노그래프 등 완벽한 시간 측정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시계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총 312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으며 65시간 파워리저브를 지원한다. 시간당 진동수는 4Hz이며,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를 통해 혁신적으로 설계된 무브먼트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밸런스의 관성 모멘텀을 이용해 시간의 빠르고 느림을 조정하는 자이로맥스를 적용해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보장한다. 수십 년간, 시간 측정을 중단하지 않고 랩 타임을 측정하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Split-seconds Chronograph)는 파텍 필립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특별한 기능 중 하나로 손꼽힌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수행하는 초침을 2개 가지고 있으면서 초를 나눠서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인 라트라팡테(Rattrapante,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와 동일한 용어)는 이미 파텍 필립에서 1920년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기능이다. 전통적으로 파텍 필립의 클래식 크로노그래프는 심플 크로노그래프, 심플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의 조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 이 세 가지 조합 중 하나에 해당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전통은 캘린더 모듈과 스플릿 세컨즈 기능이 추가된 CH 29-535 PS 칼리버로 이어오고 있다. 2009년 파텍 필립이 CH 29-535 PS를 발표했을 때 그것은 당시 고전적인 방식을 근본으로 한 최신 독자적인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매뉴얼 와인딩, 칼럼 휠, 수직 클러치)로 스플릿 세컨즈의 대명사인 칼리버 CHR(Chronographe a Rattrapante)를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파텍 필립의 기술력이 총집약된 스플릿 세컨즈 크노로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인 Ref. 5204가 2012년 선보이면서, 시계 컬렉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텍 필립에서 처음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이 추가되지 않고 순수한 형태인 환상적인 칼리버 CHR 29-535 PS 무브먼트가 장착된 Ref. 5370은 시간 측정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시계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는 시간, 신뢰성, 전통, 기능, 정밀함, 신중함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세련된 우아함을 중요시하는 남성들에게 제격인 외관을 갖추고 있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불필요한 장식 없이 빠르고 정확한 가독성, 야광 코팅은 물론이거니와 화이트 골드를 입힌 브레게 숫자, 가느다란 잎 모양의 시곗바늘 덕분에 시간을 탁월하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단순한 블랙 색상이 아닌 에나멜 블랙 다이얼로 제작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이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모델의 화이트 골드 다이얼은 자사에서 처음으로 수작업을 통해 블랙 에나멜 코팅으로 제작하였다. 코팅은 850°C 오븐에 용융한 후 냉각에 의해 제어되는 유리질의 농도로 고형화 처리한다. ○파텍 필립 컴플리케이션 월드파텍 필립은 1925년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 시계를 최초로 출시해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85년 울트라 신 퍼페추얼 캘린더를 개발함으로써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의 도약이 시작됐다. 1996년 파텍 필립은 애뉴얼 캘린더 메커니즘 특허를 출원하며 또 다른 혁신을 선보였다. 1884년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 자오선(경선) 학회에서 세계시(Universal Time)를 설립했으며, 타임존을 24개로 나누었다. 그 이후로 독창적인 파텍필립의 워치 메이커들은 다양한 타임존의 시계 개발에 몰두해 왔다.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정교한 메커니즘을 갖춘 월드타임 모델을 선보였다. 1930년대에 론칭한 유명한 월드타임 모델은 24개의 모든 타임존을 동시에 그리고 영구히 보여준다. 오늘날 1930∼1950년대 생산된 이 버전의 제품들은 경매를 통해 기록적인 가격에 판매된다. 1997년 파텍 필립은 한 번에 한 시간 뒤로 움직이거나 지역 시간을 미리 앞당기는 것이 가능한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춘 듀얼 타임존 시계 ‘칼라트라바 트래블 타임’을 개발함으로써 실용적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도 그 라인을 확대했다. 파텍 필립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5270G 블루 다이얼은 고도의 고급 기술력을 갖춘 시계 브랜드만 제작할 수 있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에 30분 점핑 카운터가 있는 칼럼 휠 방식의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추가한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타임피스이다. 이처럼 파텍 필립 고유의 세련된 디자인의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블루 선버스트 다이얼의 세련된 조화와 더불어 크로노그래프, 낮/밤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날짜 핸즈, 요일/월 창 등의 기술력을 선보인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5270G은 최고의 하이엔드 시계만을 제작하는 파텍 필립의 위대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파텍 필립의 여성 컴플리케이션 Ref. 4968은 은은한 빛을 발하는 머더 오브 펄 다이얼과 베젤을 소용돌이처럼 휘감은 273개의 다이아몬드 장식이 특징인 모델이다. 6시 방향에는 문페이즈와 세컨즈 서브 다이얼이 위치해 있으며,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으로 시계 뒷면을 통해 무브먼트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로즈 골드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며, 베젤뿐만 아니라 버클에도 32개의 다이아몬드 세팅이 돼 있다. ○파텍 필립 에비뉴엘 부티크파텍 필립의 부티크가 롯데 에비뉴엘 본점에 8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파텍 필립은 28일부터 5월 5일까지 ‘파텍 필립 2015 카르네 전시’로 그 동안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파텍 필립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 10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특별한 전시는 롯데 에비뉴엘 오픈을 기념하기 위하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직접 공수해 온 파텍 필립의 카르네 시계 전시다. 또한, 이번에 에비뉴엘 파텍 필립에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입고된다. 문의: 02-2118-6030. 롯데 에비뉴엘 본점 파텍 필립 부티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국내 관광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증대를 위해 한국 국토를 지역 특성에 맞게 번호를 매겨 관광 권역화하는 ‘코리안 루트(Korean Route)’가 만들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동아일보, 채널A와 협력해 코리안 루트를 개발한다고 2일 밝혔다. 코리안 루트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관광 콘셉트를 적용한 한국의 추천 관광코스다. 각 관광 권역에 번호를 매겨 외국인도 한국의 지역 관광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일본의 대표 관광지인 도쿄, 홋카이도처럼 한국의 제주, 경주 등을 해외에 ‘스타 관광지’로 알리기 위해서다. 동아일보, 채널A, 관광공사는 이달부터 기획보도 등 각종 콘텐츠를 통해 이 코리안 루트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코리안 루트 서울의 관광 콘셉트는 문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성북동 가구박물관, 서울 미식투어 등이 코스다. 제주의 경우 청정자원과 정보기술(IT)을 함께 체험할 수 있게 애월읍 하가리마을, 본태박물관, 다음카카오 본사, 넥슨컴퓨터박물관 등이 코스다. 박영규 관광공사 홍보실장은 “관광객들이 ‘작년에 코리안 루트 ‘3번’을 가봤으니 올해엔 ‘5번’을 여행해 보겠다’고 말하게 하는 게 목표”라며 “제주 올레길(26개 코스) 완주를 꿈꾸는 사람이 많듯 코리안 루트를 모두 여행하는 관광객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코리안 루트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방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2013년)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서울을 찾는 비중이 80.9%로,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경기 17.9%, 제주 16.7%, 경상 15.6%, 강원 9.2% 등에 불과했다. 또 코리안 루트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시설 방문 체험을 지역특화 관광 콘텐츠로 엮은 게 특징이다. 롯데주류의 양문영 홍보부장은 “지난해 5월 시작된 롯데주류 충주공장 견학투어에 지금까지 2만4000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며 “최근엔 한국의 맥주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문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612만 명이 한국을 찾았지만 최근엔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또 중국인의 개별 자유여행 비율은 2011년만 해도 전체 여행 중 11.1%에 불과했지만 2012년 25.2%, 2013년 32.3%로 늘어나는 추세다. 김철민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코리안 루트를 해외 결연 기관 등에 적극 홍보해 한국의 관광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김선미 kimsunmi@donga.com·최고야 기자}

스위스에 가 보니 취리히 태생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실은 한국에서 더 유명했다. 그럼에도 그의 말을 빌리자면, 취리히는 ‘세상의 위대한 부르주아 도시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취리히의 전차는 이국적이었다. ‘미그로스’ 슈퍼마켓도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 아주 깨끗해 점심으로 보도블록을 깨서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난 주말 방문한 취리히는 정말 그랬다. 전차 윗부분엔 스위스 디저트 ‘슈프륑글리’의 마카롱 사진이 있었다. 미그로스 슈퍼가 운영하는 현대미술관은 과거 양조장을 공업 디자인으로 변형시켜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드러냈다. 트럭덮개를 재활용한 스위스 가방 ‘프라이타크’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컨테이너 박스들을 쌓아올렸다. 날이 저물었다. 스위스인 은행원과 결혼한 대학 후배의 집으로 저녁식사를 초대받아 갔다. 후배의 남편이 스위스 전통요리인 라클레트(치즈를 녹여 감자, 피클과 함께 먹는 음식)를 차려냈다. 평소 남편이 요리를 하느냐고 묻자 후배는 “언니, 나도 일하잖아”라고 했다. 투자 컨설턴트인 후배에게는 맞벌이 부부가 가사도 함께 맡는 게 당연했다. 후배의 남편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본 대로 한국의 김치도 담갔는데, 그 맛이 훌륭했다. 비결을 묻자 그는 “어려서부터 ‘왜’라는 질문과 도전을 환영하는 학교 교육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 부부에 따르면, 스위스 사람들에게 일과 가정의 균형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였다. 직장에서 스위스 사람들의 일 처리는 한국인의 눈에는 복장 터지도록 느리지만 언제나 완벽하다고 했다. 퇴근 후에는 가족과 캠핑을 한다. 후배는 연방정부가 집으로 보낸 우편물도 보여줬다. “공공건물 창틀을 무슨 색으로 칠할지도 주민 투표로 물어본다니까. 원하는 색에 동그라미를 쳐서 다시 우체통에 넣으면 돼.”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취리히로 향하기 전 나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를 취재했다. 스위스 명품시계 ‘태그호이어’는 구글,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시계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불가리’도 스위스 보안전문기업 ‘위즈키’와 손잡고 스마트시계를 선보였다. 손목시계에 근거리 무선통신 안테나를 탑재해 스마트폰과 개인정보를 연동할 수 있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스위스 금 세공사와 보석상들은 시계로 눈을 돌렸다. 시계공 길드(조합)들은 성실함과 정교함으로 끝없는 혁신의 역사를 써 왔다. 오늘날 스위스의 시계 수출액은 연간 약 24조 원(2013년 기준)이다. 위기는 있었다. 1970년대 일본의 전자시계를 장난감 수준이라고 무시하다가 시장의 주도권을 뺏겼다. 다시 뭉쳐 패션시계로 시장을 탈환한 뒤 수제 명품시계를 발전시켰다. 지난해엔 미국 ‘애플’이 태그호이어의 임원을 스카우트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장클로드 비베르 회장은 “태그호이어의 재고와 매장 관리가 후커(창녀) 같다”고 질책했다. 태그호이어는 불과 몇 달 만에 ‘가격을 낮춘 젊은 럭셔리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그는 럭셔리의 본질을 정의해 달라는 나의 질문에 “첫째도 마지막도 고객만족. 단 품질, 전통과 아트, 혁신에 기초할 것”이라고 답했다. 요즘 중국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져 새로운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부러운 스위스 시계의 저력을 보았다. 그것은 옛 공장이나 헌 트럭덮개를 재탄생시키는 지속가능한 혁신, 정치적 안정 속에 실용을 추구하는 스위스 사람들의 명품 정신, 그리고 후배의 남편이 창의적으로 담근 ‘유튜브 김치’였다. ―취리히·바젤에서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

19일 개막한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바젤에 몰려든 시계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제품 가격 차를 엉망으로 만든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얘기했다. 스위스프랑 강세도, 중국인의 고급 시계 소비 둔화와 러시아 경제의 불안정성도 모두 걱정거리였다. 스마트 시계는 아예 ‘공공의 적’이었다. 시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이토록 험난한 바젤월드는 최근엔 없었다. 26일 폐막을 앞둔 올해 바젤월드의 핵심은 ‘전통의 스위스 시계가 어떻게 생존을 위한 활로를 찾는가’이다. ○ “스마트 시계라는 달리는 버스에 일단 타자”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시계 부문 최고경영자(CEO) 장클로드 비베르 회장은 19일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LVMH의 ‘젊은 명품 시계’인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손잡고 올해 안에 스마트 시계를 내놓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아방가르드한 태그호이어의 젊은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럭셔리 커넥티드 시계’가 필요하다”며 “스마트 시계의 앞날을 알 수 없지만 일단 ‘달리는 버스’(스마트 시계)에 타야만 ‘아니다’ 싶을 때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비베르 회장은 지난해 태그호이어의 고위 임원이 애플로 옮겨 가자 태그호이어에 강한 변화를 이끌었다. 요즘 “태그호이어는 브랜드 이름 빼고 다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선보인 태그호이어 ‘카레라 칼리버 호이어 01’은 12개의 서로 다른 부품을 끼워 맞추는 모듈러 방식으로 레고처럼 ‘나만의 시계’를 만들 수 있다. 브라이틀링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B55 커넥티드’ 시제품을 발표했다. 해외에 도착해 스마트폰 앱을 누르면 손목시계 시간이 곧바로 현지 시간으로 바뀐다. 브라이틀링이 매년 여는 ‘브라이틀링 파티’는 바젤월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파텍 필립’과 ‘파네라이’ 등 최고가 브랜드들도 젊은층을 겨냥해 푸른색 다이얼을 선택했다. ○ “충성스러운 부자 고객을 만족시키자” 스위스중앙은행이 올해 1월 최저환율제(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화의 최저환율을 유로당 1.2스위스프랑으로 고정하는 제도)를 폐지하자 스위스 시계업계는 수출의 타격을 우려하며 당혹감에 빠졌다. 브라이틀링의 장폴 지라르댕 부회장도 19일 본보 기자에게 “유로당 1.07스위스프랑 이하로 떨어지면 사업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는 주저앉지 않았다. 가격 인상에 개의치 않는 확실한 부자 고객을 잡겠다는 방향을 이번 바젤월드에서 보여준 것이다. 2005년 나온 위블로의 ‘빅뱅’ 컬렉션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빅뱅 유니코 오트 조아이에’로 거듭났다. 45mm의 큰 다이얼에 다이아몬드 653개(40.2캐럿)를 세팅해 10억 원이 넘는다. 해리 윈스턴의 ‘뉴 미드나이트 페더’는 남자 시계 다이얼 속에 거위 깃털 공예를 ‘한 땀 한 땀’ 담았다. 파텍 필립은 이번에 파일럿 시계를 대표 모델로 내놓았다. 예물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는 고무 시곗줄의 요트 시계를 선보였다. 고객의 럭셔리한 레저 활동에 맞춘 것이다. 제니스는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아 새 무브먼트(시곗바늘을 움직이게 하는 기관)를 적용한 ‘엘리트 6150’을 내놓았다. 바젤월드에 모인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스위스 시계가 처한 위기는 오히려 브랜드를 돌아보고 싹 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비장한 자신감을 보였다.바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9일 개막한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바젤에 몰려든 시계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제품 가격 차이를 엉망으로 만든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얘기했다. 스위스프랑 강세도, 중국인의 고급 시계 소비 둔화와 러시아 경제의 불안정성도 모두 걱정거리였다. 스마트 시계는 아예 ‘공공의 적’이었다. 시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이토록 험난한 바젤월드는 최근엔 없었다. 26일 폐막을 앞둔 올해 바젤월드의 핵심은 ‘전통의 스위스 시계가 어떻게 생존을 위한 활로를 찾는가’이다. ●“스마트 시계라는 달리는 버스에 일단 타자”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시계부문 최고경영자(CEO)인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은 19일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LVMH의 ‘젊은 명품시계’인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손잡고 올해 안에 스마트 시계를 내놓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방가르드한 태그호이어의 젊은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럭셔리 커넥티드 시계’가 필요하다”며 “스마트 시계의 앞날을 알 수 없지만 일단 ‘달리는 버스’(스마트 시계)에 타야만 ‘아니다’ 싶을 때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비버 회장은 지난해 태그호이어의 고위 임원이 애플로 옮기자 태그호이어에 강한 변화를 이끌었다. 요즘 “태그호이어는 브랜드 이름 빼고 다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선보인 태그호이어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1’은 12개의 서로 다른 부품을 끼워 맞추는 모듈러 방식으로 레고처럼 ‘나만의 시계’를 만들 수 있다. 브라이틀링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B55 커넥티드’ 시제품을 발표했다. 해외에 도착해 스마트폰 앱을 누르면 손목시계 시간이 곧바로 해외 시간으로 바뀐다. 브라이틀링이 매년 여는 ‘브라이틀링 파티’는 바젤월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파텍 필립’과 ‘파네라이’ 등 최고가 브랜드들도 젊은층을 겨냥해 푸른색 다이얼을 선택했다. ●“충성스런 부자 고객을 만족시키자” 스위스중앙은행이 올해 1월 최저환율제(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화의 최저환율을 1유로당 1.2스위스프랑으로 고정했던 제도)를 폐지하자 스위스 시계업계는 수출의 타격을 우려하며 당혹감에 빠졌다. 브라이틀링의 장 폴 지라딘 부회장도 19일 본보 기자에게 “1유로당 1.07스위스프랑 이하로 떨어지면 사업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는 주저앉지 않았다. 가격 인상을 개의치 않는 확실한 부자 고객을 잡겠다는 방향을 이번 바젤월드에서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2005년 나온 위블로의 ‘빅뱅’ 컬렉션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빅뱅 유니코 오뜨 조아이에’로 거듭났다. 45mm의 큰 다이얼에 653개 다이아몬드(40.2캐럿)를 세팅해 10억 원이 넘는다. 해리 윈스턴의 ‘뉴 미드나잇 페더’는 남자 시계 다이얼 속에 거위 깃털 공예를 ‘한 땀 한 땀’ 담았다. 파텍 필립은 이번에 파일럿 시계를 대표 모델로 내놓았다. 예물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는 고무 시계줄의 요트 시계를 선보였다. 고객의 럭셔리한 레저활동에 맞춘 것이다. 제니스는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아 새 무브먼트(시계바늘을 움직이게 하는 기관)를 적용한 ‘엘리트 6150’을 내놓았다. 바젤월드에 모인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스위스 시계가 처한 위기는 오히려 브랜드를 돌아보고 싹 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비장한 자신감을 보였다.바젤=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155년 역사의 스위스 명품 시계도 ‘스마트 시계’의 길을 택했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계열의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협력해 올해 안에 스마트워치를 내놓기로 했다. 19일(현지 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에서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CEO)인 장클로드 비버 회장은 데이비드 싱글턴 ‘구글’ 기술담당 임원, 마이클 벨 ‘인텔’ 부사장과 함께 태그호이어 부스에 나타나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태그호이어가 구글(소프트웨어), 인텔(하드웨어)과 협력해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시계를 올해 안에 선보이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비버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우리의 협업은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켜 세 기업의 가능성은 무한해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이클 벨 인텔 부사장도 “인텔의 기술적 경험이 웨어러블 기기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태그호이어의 스마트 시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최초의 스위스제 스마트 시계가 된다. 한편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 시계에 회의적이던 세계 1위 시계업체인 스와치 그룹(전 세계 시장점유율 18.3%)도 입장을 바꿨다. 스와치 그룹의 ‘티쏘’는 스마트 기능이 담긴 터치 시계를 조만간 선보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바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55년 역사의 스위스 명품 시계도 ‘스마트 시계’의 길을 택했다.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 계열의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협력해올해 안에 스마트워치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에서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CEO)인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은 데이빗 싱글턴 ‘구글’ 기술담당 임원, 마이클 벨 ‘인텔’ 부사장과 함께 태그호이어 부스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태그호이어는 구글, 인텔과 협력해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시계를 올해 안에 출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태그호이어는 명품 시계 제작, 구글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인텔은 프로세스 하드웨어를 각각 맡게 됩니다.” 1860년 스위스 주라 지역에서 시계 공방으로 출발한 태그호이어는 1999년 LVMH가 인수한 이후 메이저 명품 시계의 입지를 굳혀 16만㎡(약 4만8000평)의 바젤월드 전시관 중 1층 입구 오른쪽의 ‘최고 명당’ 자리에 부스가 있다. ‘명품 시계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며 LVMH 시계&보석 부문 회장도 맡고 있는 비버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우리의 협업은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켜 세 기업의 가능성은 무한해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이클 벨 인텔 부사장도 “인텔의 기술적 경험이 웨어러블 기기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태그호이어의 스마트 시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최초의 스위스제 스마트 시계가 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 시계에 회의적이던 세계 1위 시계업체인 스와치그룹(전 세계 시장점유율 18.3%)도 입장을 바꿨다. 스와치그룹의 ‘티쏘’는 시계 기능에 충실한 스마트 기능이 담긴 터치 시계를 조만간 선보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이날 바젤월드에서 ‘브라이틀링’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B55 커넥티드’ 시계의 시제품을 발표했다. 서울에 있다가 영국 공항에 도착해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면 블루투스 기능으로 손목에 찬 시계가 영국 시간으로 바뀌는 식이다. 한편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예금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기존 -0.7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최저환율제(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화의 최저 환율을 1유로당 1.2 스위스프랑으로 고정했던 제도)를 폐지한 후 스위스 시계업계는 ‘강한 스위스프랑’이 수출에 가져올 여파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브라이틀링의 장 폴 지라르댕 부회장은 이날 본보 기자를 만나 “1유로당 1.07스위스프랑 이하로 내려가면 스위스 시계업계의 앞날은 힘들다(20일 기준 1유로당 1.06스위스프랑). 그렇기에 스위스 시계는 스마트 시계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바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발단은 깻잎이었다. “깻잎이 상자 한가득 배달돼 왔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삼겹살을 싸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말로는 난감하다면서 미소가 가득했다. 강원도의 한 농장에서 ‘꾸러미’를 배달시켜 먹는다는 내 지인의 이야기다. 꾸러미는 지역 농가가 제철 농산물을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깻잎을 들고 고뇌하는 그를 상상하니 근사했다. 부러우면 진다. 나는 제주의 농산물을 원했다. 친구에게 추천을 부탁했더니 “무릉외갓집!”이라고 했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찾아봤다. 무릉외갓집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27개 농가가 생산하는 회원제 농수산물 직거래 브랜드였다. 수확한 과일을 든 농부들의 사진이 정겨웠다. 한 달에 한 번 받아보는 회원(연간 43만8000원)으로 가입했다. 두근두근. ‘나의 첫 꾸러미’가 배달돼 왔다. 박스(5kg들이) 속에 천혜향, 레드향, 한라봉이 들어 있었다. 동봉된 편지는 과일을 먹는 방법도 소개했다. ‘새콤달콤함을 좋아하는 분은 천혜향을 한라봉보다 먼저 드세요.’ 알고 보니 무릉외갓집은 공기청정기업체 벤타코리아가 무릉리 마을을 후원하며 함께 만든 영농조합법인이었다. 농가와 상생하는 한 기업의 사회공헌이 내게 ‘기업의 농업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웠다.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농민과 기업의 대결 프레임에 갇혀 있는 동안 지구는 뜨거워지고, 농가는 노쇠해지고, 밥상은 외국산에 점령되지 않았나. 기업의 농업 참여는 사실 ‘열려’ 있다.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거나 농업법인과 연대할 수 있다.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할 때 비농업인 출자 한도는 총출자액의 90%까지 허용되므로 법적 제약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 동부그룹의 자회사인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유리온실사업은 2년 전 농민단체의 반발로 중단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기업 참여에 대한 농가의향 조사’(2013년)에서도 응답자의 58%가 ‘반대’였다. 기업 자본이 영세 규모 생산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여태껏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갔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지구를 생각하는 상생’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농업법인 ‘세븐팜 도미사토’를 세운 대형 유통업체 ‘세븐앤드아이그룹’은 ‘세븐일레븐’ 편의점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퇴비공장을 설립해 생산한 퇴비를 농가들에 공급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차(茶) 계열사인 ㈜장원은 차 생산자연합회와 다음 달 ‘한국차생산자협동조합’이라는 차 수출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아모레는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차 생산 농가는 고급 수제차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가격이 떨어진 양파와 단감을 사들여 수출하고 단체급식 메뉴로도 활용하고 있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은 떨어진 과일을 재료로 잼을 만들었다. 이마트는 어제(5일)부터 국산 농수축산물의 판로와 농가 컨설팅을 지원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간 100억 원을 쓸 예정이란다. 중소기업이 할 일이 있고, 대기업이 할 일이 있다. 한국의 재계 2, 3세가 농가와 상생하는 방안을 계속 내놓기를 바란다. 이들이 ‘의식 있는’ 로컬푸드의 소비를 일으키면 침체된 실물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창업주 세대가 일군 수출한국 신화를 ‘메이드 인 코리아’ 농산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기업과 농가가 서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기업의 농업참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농가의 행복한 상생, 기대된다.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

#1. 물건에 생명이 있다고 믿게 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에 다녀와서다. 디앤디는 일본 디자이너인 나가오카 겐메이 씨가 2000년 도쿄에서 시작한 ‘디자인+재활용 점포’로, 1년 전 생긴 서울점은 최초의 해외 점포다. 이곳은 물건의 장수(長壽)를 응원한다. 전국을 다니며 오래 아낄 만한 물건을 찾아와 판다. 숫자 스티커로 ‘물건의 나이’도 표시한다. 충북 삼화금속의 무쇠 가마솥은 21세, 전남의 남상보 옹(82)이 만드는 대나무 바구니는 62세이다. 물건에 새 생명도 불어넣는다. 올해 44세인 경남 송월타월의 때타월은 디앤디와 손잡고 순백의 때타월(1500원)로 거듭났다. 지인들에게 선물했더니 “이렇게 예쁜 때타월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었다.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는 느낌 때문일까. 300원짜리 도루코 칼도 디앤디에서는 디자인 제품으로 보인다. 소비사회에서 물건의 수명은 어떤 의미일지 나가오카 씨에게 질문해봤다. “올바른 물건을 올바른 가격에 사고 싶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바른 물건만이 긴 수명을 누릴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2. ‘장수’는 패션업계에서도 주요 화두다. 새로운 소비를 할 여력도, 소비에 따른 한계효용도 쪼그라들어 옛날 옷을 입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돈 안 들이고 감각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니. 의기양양하게 옷장을 뒤지다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오래된 옷더미 속에서 나온 건 아버지의 유품인 대한항공 트렌치코트였다. 이제 고인이 된 아버지는 대한항공 국제선 기장이었다. 아버지 덕분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걸 어려서부터 배웠다. 아버지가 운항하는 노선이 바뀔 때마다 우리 집안 곳곳에는 어김없이 새 항로 그림이 붙었다. 아버지는 안전운항을 위해 밤낮으로 새 노선을 외웠다. 나는 대한항공 회장보다 대한항공 트렌치코트를 입은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대한항공은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이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넘겨받아 민영화한 대한항공공사(KNA)가 전신이다. 그래서 46세 대한항공에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쌓여 있다. 한 지인은 1970년대 중동에 외화 벌러 가는 아버지를 환송할 때의 대한항공을 추억한다. 내 회사 동료는 베이징 특파원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하면서 일부러 대한항공을 탔다고 했다. 그게 도리인 것 같아서. #3. 일본 호류지(法隆寺) 궁목수인 니시오카 쓰네카즈(1908∼1995)가 쓴 책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에는 이런 구절들이 있다. ‘마음을 쏟아 넣지 못하는 건물은 아름답지도 않을 것이고, 오래 버티지도 못합니다. 그래서는 나무의 생명을 살릴 수 없습니다.’ ‘수많은 장인들의 마음을 짐작해 가며 하나로 통일해 가기 위해서는 대목장(大木匠)에게 장인들을 품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장을 다녀보면 능숙한 자도 있고 서툰 자도 있습니다. 서툰 자도 훌륭한 목수로 키워 가려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대한항공을 함께 키워왔다는 국민의 마음이 큰 상처를 입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만약 내 아버지의 코트에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은 또 어떨까.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게 대목장의 따뜻함을 바란다. 진정한 반성을 쏟아 넣으면 일순간 시든 ‘대한항공 나무’에 새 생명이 돋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국민의 분노는 우리가 대한항공 태극마크에 기대해온 마음의 크기와 비례할 것이다. 그 마음을 되새기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장수를 장담할 수 없다.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

―처음 뵙겠습니다. Q: 저는 동아일보의 새 스타일 매거진입니다. 이름은 Q입니다.―Q라고요.Q: 질문(Question), 탐색(Quest), 품질(Quality). 발음상 ‘큐’가 들어가는 큐레이터(Curator·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내 제시하는 사람)와 호기심(Curiosity).―그렇다면 스타일과 관련해 질문해도 되나요.Q: styleQ@donga.com으로 언제든지 메일 보내 주세요. 예를 들면 “1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갈 때 어떤 차림새가 좋을까요?” “여자에게 작고 반짝이는 보석은 어떤 의미인가요?” 같은 질문을 환영합니다. 동아일보 소비자경제부의 스타일 전문기자단이 여러분의 스타일 큐레이터가 되겠습니다. ―이번 첫 호의 내용은요.Q: 글로벌 ‘핫 커플’인 배우 조지 클루니와 아내인 아말 클루니 변호사의 패션을 만나 보시죠.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 배병우의 스타일, 2015 파리 메종 오브제, 여자의 ‘꿈의 핸드백’ 찾기, 선라이즈 바이크 라이딩과 안티에이징 뷰티 제품도 소개합니다. ―바로 옆 아말 클루니의 자태가 우아합니다.Q: 인권변호사인 그녀는 영국이 가지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을 그리스가 환수할 수 있도록 자문변호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품을 둘러봤죠. 아름답고 지적일 것. Q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앞으로의 포부는….Q: 남자 셔츠 앞판의 단추 구멍이 7개인 것이 많다고 생각하세요? 적다고 생각하세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상의 스타일을 탐색하겠습니다.―얼마나 자주 당신을 만날 수 있나요.Q: 앞으로 격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3일 경기 파주 헤이리에 있는 사진작가 배병우 씨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서울에서 그와 이웃사촌임에도 그의 작업실은 초행이었다. 배 작가가 휴대전화 메시지로 한 장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이 집이에요.” 건물 밖에 세워져 있는, 유영호 조각가의 키 큰 파란색 ‘인사하는 사람’ 조각상이 저 멀리에서부터 예의 바르게 반겨준다. 그는 헌 천막으로 만드는 스위스 ‘프라이타크’ 가방과 프랑스 ‘안네 발랑탱’ 안경으로 평소 패션에 색(色)을 입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하는 그의 첫인상이다. 아침에 자전거로 재래시장에 가서 소박한 장을 보고, 동네 단골 술집에서 일본 ‘비잔’ 소주를 마시는 것은 두 번째 인상. 고향인 전남 여수 시장에서 사 온 새우를 지인들에게 불쑥 선물로 건네는 것을 세 번째 인상이라고나 할까. 그의 면모는 알면 알수록 언제나 새로웠다. 그런데 ‘배병우 스타일’의 집결지는 다름 아닌 헤이리 작업실이었다. 각 벽면을 매운 수천 권의 장서(藏書)는 그가 1980년대부터 30여 년을 정진해온 소나무 사진들만큼이나 깊이와 위용이 있었다. 각종 동서양 화보집뿐 아니라 수준 높은 철학서와 역사서들이 빼곡했다. 1990년대 대학국어책과 나무 관련 동화책들도 계단을 따라 옹기종기 쌓여있어 마치 고서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그는 빨간색 ‘몰스킨’ 다이어리에 일본 ‘이토야’ 샤프로 이렇게 쓴다. “예술가는 타고난 것이지만,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길 여행을 하면 될 수도 있다.” 중국 서화가 동기창의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行萬里路)’론(論)이다. 장인은 장인을 알아본다. 이탈리아 수도사들이 만드는 화장품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창사 400주년 기념 한정판 향수를 내놓으며 그의 소나무 사진을 용기에 붙였다.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 샹보르 성은 올해 9월∼내년 4월 ‘배병우 사진전’을 연다. 그가 찍고 있는 경주 남산의 소나무와 샹보르 성의 소나무 사진이 르네상스풍 궁전에 나란히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날 그는 검은색 중국풍 모직 재킷에 빨간색 목도리와 빨간색 양말로 포인트를 줬다. 이탈리아 ‘보르살리노’ 중절모도 멋스러웠지만, 여러 겹 푸른 천을 덧대 짜깁기한 진바지가 그중 압권이었다. “아, 이 옷이요? (세상을 뜬) 마누라가 30년 전 사 준 옷인데, 동네 수선집 아주머니의 ‘작품’이에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기운 거예요.” 그는 자신의 오래된 독일제 ‘린호프’ 카메라를 들고 동아일보 사진기자 앞에 섰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배병우를 평생 먹여 살린 카메라’다. 셔터를 누르는 그의 손이 바로 장인의 손이었다. 몽블랑과 몬테그라파 만년필, 잉크를 묻혀 손 글씨를 쓰는 대나무 펜, 날카롭게 빛나는 일본 명품 ‘슌’의 셰프칼들…. ‘배병우 스타일’은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는 눈에서 비롯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오래된 것들에 고요하게 창조적 숨결을 더하는 미학. 거기에 하나 더하자면 위트. “물안개가 핀 샹보르 성 호수를 찍으면 동양의 수묵화 같아요. 그런데 성 생활이 아주 불편해. 자러 들어가려면 열쇠를 8개나 따고 들어가야 한다니까. (웃음)” ▽배병우 작가는=1950년 전남 여수 출생.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와 서울예대 사진과 교수와 독일 빌레펠트대 사진디자인과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1980년대부터 소나무, 바다, 산 등 한국의 정서를 사진에 담아 ‘붓으로 사진을 그린다’는 평을 받아왔다. 2005년 영국의 팝가수 엘턴 존이 그의 소나무 사진을 구입했다. 2009년엔 스페인 문화재관리국의 요청으로 알람브라 궁전에서 ‘알람브라와 창덕궁’ 사진전을 열었다. 파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까르띠에’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예물 시계? 보석 반지? 브랜드 아이콘인 표범? 빨간색 포장 박스? 내 경우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다. 168년 전통의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와 비즈니스에 취약한 ‘여성 창업’의 조합이라 첫인상부터 신선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올해로 9년째다. 까르띠에가 국제여성포럼, 매킨지&컴퍼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과 손잡고 여성 창업가를 발굴한다. 6개 대륙별 예선에서 세 명씩 결선 진출자 18명을 뽑고 프랑스 도빌에서 열리는 결선에서 6명의 최종 수상자를 낸다. 사업의 창조성, 지속 가능성, 사회적 파급효과를 평가한다. 일종의 국제 사업계획 대회다. 까르띠에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어워드 동영상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꿈을 가진 여성들의 축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자리를 빛냈다.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수상자들은 까르띠에가 제작한 트로피, 2만 달러(약 2000만 원)와 함께 1년간의 경영 코칭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아첸요 이다차바 씨는 나이지리아의 어획량을 감소시키는 수생식물을 엮어 바구니를 만드는 사업으로, 디아나 주 씨는 인도의 저소득 농촌 주민들을 위한 기술상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사업으로 최종 수상자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아시아 결선 진출자였던 강원 원주 ㈜발효초콜릿황후의 장지은 대표(36)는 “최종 수상은 못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전문대를 나와 2010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회사를 차린 후 ‘내가 과연 옳게 가나’ 두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와인과 치즈 등 ‘발효의 대가’인 프랑스인들이 그의 발효 초콜릿에 관심을 보이자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까르띠에의 경영 수업은 창업자들에게 ‘실질적’ 내용이었다. 외국 참가자들과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며 넓힌 견문, 어워드 인맥과 미디어 노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이었다. 국내 기업의 1년 생존율은 59.8%, 5년 생존율은 30.9%(2012년 기준)다. 창업 회사 10곳 중 4곳은 1년 내에 망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한 소상공인이 내게 “창업은 전생의 죄인이 하는 일”이라고 푸념했을까. 여성 창업은 더 고되다. 여성 창업을 좋지 않게 보는 사회적 편견도 있고 여성 스스로가 경제와 기술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2013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 수상자인 리어노라 오브라이언 씨(약의 부작용을 알리는 앱 제작)는 말했다. “여성들은 기술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를 뒷받침해 기술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올해 이 어워드는 2월 27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cartierwomensinitiative.com)에서 지원할 수 있다. 창업한 지 1∼3년 된 여성이라면 누구나. 당신이 첫 한국인 아시아 수상자가 될 수도 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럭셔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럭셔리의 본질이 무엇인가. ‘품격을 갖춘 여왕(또는 왕)이 되려는 꿈’ 아닐까. 까르띠에는 여왕의 배려와 책임, 더 나아가 충성스러운 신규 고객의 창출을 여성 창업에서 찾았다. 6개 대륙이라는 ‘큰 물’에서 아이디어와 감성을 공유하는 세계적 네트워크의 창업 축제를 만들었다. 까르띠에가 하는 걸 한국 기업들이 못 할 바 아니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글로벌 홍보에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와 인도 여성들도 열광하는 ‘삼성전자 여성 창업 어워드’ ‘현대자동차 여성 창업 어워드’ ‘아모레퍼시픽 여성 창업 어워드’를 기대해본다.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

럭셔리 샴페인인 ‘크루그’를 맛보러 가면서 내내 설레고 궁금했다. “각각의 샴페인 맛과 어울리는 음악을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공감각적 시음’이라는 것인데…. 천사가 착하면, 하나님이 천사에게 내린다는 극도의 찬사를 받는 이 럭셔리 샴페인은 또 어떤 즐거운 도전을 한다는 말인가. 서울 신라호텔 프라이빗룸의 커튼이 열리자 탐스러운 흰색 꽃들로 장식된 테이블이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 그 ‘샴페인 주안상’의 주인공은 둘이었다. 크루그 샴페인과 태블릿PC. ‘뮤직 페어링-포인트 투 유니버스 테이스팅’이란 이름의 특별한 샴페인 시음은 그렇게 시작됐다.음악을 들으며 크루그를 맛보다 기자와 마주 앉은 사람은 줄리앙 페팡 ‘크루그’ 비즈니스 총괄 매니저였다. 우리 사이의 테이블 위에는 크루그 클로 뒤 메닐 2003, 크루그 빈티지 2003, 크루그 그랑 퀴베 등 3종의 크루그 샴페인이 올랐다. 알고 보니 ‘2003년’이 이날의 세 번째 주인공이었다. 첫 번째 시음 샴페인은 크루그 클로 뒤 메닐 2003. 한 해 한 포도밭(1.84ha)에서 재배된 100% 샤도네이 품종만 사용해 또렷한 순수함을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 샴페인이다. “자, 이제 헤드폰을 껴보시죠.” 페팡 씨가 인도하는 대로 헤드폰을 끼고 이 샴페인을 한 모금 맛보았다. 상큼한 맛이었다. 음악은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뭉크의 ‘루비, 마이 디어’. 샤도네이 단일 품종의 깨끗함을 살리기 위해 피아노 음악을 매치했다는 설명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샴페인의 기포를 보고 있으니, 기포 하나하나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보였다. “말똥말똥 눈을 뜨는 것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시면 훨씬 맛이 풍성해질걸요. 하하” 정말 그랬다. 음악의 마법 같았다. 음악과 샴페인과 술 마시는 사람이 혼연일체되는 느낌. 특히 건반을 경쾌하게 훑는 피아노 연주의 마무리는 깔끔한 샴페인의 맛과 일치했다. 피노누아, 샤도네이, 피노뮈니에의 세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든 ‘크루그 그랑 퀴베’를 마실 때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올레오’ 음악이 나왔다. 색소폰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가 변주하는 풍성한 음색은 이 샴페인의 풍부한 풍미와 한껏 어울렸다. 눈을 감으니 겨울밤 놀이공원의 불꽃놀이도 연상됐다. 이 샴페인의 빈티지인 2003년,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당신이 마시는 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 ‘크루그’는 조제프 크루그 씨가 1843년 창립한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다. 최상의 품질만 고집하는 자신감을 갖고 ‘즐거움, 관대함, 나눔, 디테일’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6대째 경영을 이어 오고 있다. 최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된 베네수엘라 여성 매기 헨리케즈 크루그 대표는 올해 5월 이 가치를 현대적으로 잇기 위해 ‘뮤직 페어링’이라는 럭셔리 시음을 도입했다. 소니 뮤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크루그의 7가지 샴페인을 표현하는 음악을 크루그 공식 웹사이트(krug.com)와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한다. 크리스티앙디오르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다 몇 년 전 크루그에 합류한 페팡 씨는 “크루그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고 했다. 왜 그렇냐고 물었다. “크루그는 부유함을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닙니다. 나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죠. 그 최상의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결합한 겁니다. ‘감정의 폭발’, 이것이야말로 크루그와 음악의 공통점입니다.” 그렇다면 “크루그를 언제 마시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크루그를 언제 마시면 좋은 게 아니라, 크루그를 마시는 그 순간이 당신의 인생에 중요한 때가 아닐까요?” 이토록 멋있는 우문현답이라니.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아시아 대표 쇼핑축제인 ‘2015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 2015)’이 2014년 12월 1일부터 2015년 2월 22일까지 84일간 펼쳐진다. 한국방문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 혜택뿐만 아니라 음식, 숙박, 각종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쇼핑 관광 활성화 프로모션이다. 외래 관광객이 즐겨 찾는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호텔, 대형마트, 쇼핑몰, 공연기획사 등 135개 업체 2만8000여 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할인과 이벤트, 기념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외래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유명한 쇼핑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 아기자기한 매력의 한국 쇼핑 여행은 쇼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환경과 공연 등의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 중화권 관광객들의 반응이다. 중국인에게 친숙한 홍콩은 언어와 문화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관광을 함께 묶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일본은 최근 소비세를 면제해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경색된 중일 관계와 방사능 이슈 등 악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이미 유커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행사다. 특히 올해는 해마다 1, 2월에 개최되던 행사기간을 한 달 앞당겨 12월 한국방문주간과 연계해 연다. 서울 명동의 화려한 연말 분위기를 즐기며 알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로 거듭난 셈이다. 이번 행사는 볼거리(must-see), 즐길거리(must-do), 살거리(must-buy)로 기간을 구별해 테마별로 차별화한 혜택을 제시한다. 볼거리 기간에는 대표적인 논버벌 공연을 중심으로 1+1 혜택을 제공하고, 즐길거리 기간에는 놀이동산 같은 엔터테인먼트 참여사들이 50% 이상의 파격적인 혜택과 이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춘제(春節·설) 기간을 포함한 마지막 살거리 기간은 다양한 참여사의 혜택을 집약해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 금액별 추가 경품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기 때문에 지역 고유 축제나 전통시장 쇼핑도 즐길 수 있다. 홈페이지(www.koreagrandsale.co.kr)를 방문하면 알짜 쇼핑 정보와 함께 12월 31일까지 럭셔리 쇼핑 패스 이벤트를 실시하여, 여행객 100여 명에게 왕복항공권, 호텔 바우처, 면세점 바우처 등의 럭셔리 상품을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배려한 이벤트는 풍성하다. ‘888 이벤트’가 대표적인데 코리아그랜드세일 홈페이지에서 쿠폰 8개를 다운로드하고, 이벤트 부스에서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관광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왕복항공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벤트 부스와 더불어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인 ‘찾아가는 여행자 서비스센터(Tourism Service Center)’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무료 와이파이, 휴대전화 충전 등 여행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편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문유선 객원기자}

콰이라이(快來·어서 오세요)!중국인 관광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적 역량을 갖춘 대륙의 친구분들을 환영합니다.한국인들은 중국의 만리장성과 장자제(張家界)에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상하이에 가면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발전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중국은 참 매력적입니다.한국에도 여러분이 즐길 곳이 많이 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한류 스타와 한국의 상품도 많습니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옆에 있는 잣나무가 기뻐하듯이 한중 양국이 좋은 벗으로 서로 잘되는 것을 기뻐하는 ‘송무백열(松茂柏悅)’의 관계로 발전하기를 소망합니다. 편안한 여행 되세요.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 롯데면세점 제공}

한국 의료관광의 매력이 중국 경제의 심장 상하이를 찾아간다. 올해 12월 19일부터 이틀간 상하이전람센터(上海展覽中心)에서 열리는 ‘한국의료관광대전 in 상하이(韓國探美之旅·上海 2014)’에는 국내 유치업체와 40여 개 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 뷰티, 웨딩, 패션 관련 기관 등이 총동원돼 참여한다. 중국 현지의 상품개발 담당자, VIP 소비자, 언론인 등 관계자와 일반 소비자 2만 명 이상이 참가 예상되는 대규모 이벤트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의료관광에 한류를 더한 융복합형 모델을 제시한다. ‘진료’보다는 ‘관광’에 방점이 찍힌 의료관광 모델은 꾸준한 재방문을 이끌어 낸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의 여유법 시행 이후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품격, 고부가가치 상품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아온 의료관광객 중 중국인 실환자는 5만6075명으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전년 대비 72.5%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이틀 동안 참가기관들의 홍보부스 운영과 B2B 상담회가 진행된다. 의료, 한류, 뷰티, 웨딩, 패션 등 K-뷰티 스테이지를 운영해 다양한 한국의 매력을 알린다. 한국 의료관광의 매력을 설명하는 의료관광설명회와 기자회견, 관계자 교류 네트워크 만찬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병원 관계자들은 중국 경제의 중심 상하이에 우수한 진료 서비스를 직접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막걸리 메디컬 스킨케어’ 같은 한국 전통을 접목한 새로운 트렌드를 전할 계획이다. 비수술적으로 젊어지는 치료들도 소개하며 피부측정기를 가져가 컨설팅도 해준다. 우리는 북경점이 2곳 있어 중국 문화와 피부에 대한 잘 안다는 장점도 내세울 계획이다”라며 “개인병원이 장소를 섭외해 설명회를 하기에는 복잡한 중국 법규를 살펴야 하는 등 여러모로 어렵지만 이런 행사에 참가하면 걱정이 없다. 한국관광공사 브랜드의 공신력을 등에 업는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탈모치료 등 중국인들이 새롭게 눈을 뜨는 분야를 집중 소개하는 병원도 있다. 김요한 강한피부과 이사는 “중국은 탈모 환자가 많은데 최근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탈모 치료를 접하고 중국 현지에서 병원을 내달라는 제의가 많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여행과 탈모 치료를 겸한 상품을 여행사에 집중적으로 홍보할 예정인데 1시간 정도만 받아도 훨씬 나아진다. 두피 스케일링부터 성장인자 주사까지 다양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규모 행사인 만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참가 병원들의 기대감도 높다. 성진 광동한방병원 국제의료센터 부장은 “중국 시장은 성형이나 피부과가 특화되어 있어서 우리 같은 한방병원은 개별적 마케팅이 힘들다”며 “한류와 의료를 묶은 이런 행사를 가면 B2B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의학은 양·한방을 다 하는 개념으로 질환의 치료가 목적인 국민 의학으로 인식되는 것에 반해 한의학은 다이어트 미용 등의 세부 분야도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라고 한의학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뒤 사후 관리 역시 한의학의 강점이라 함께 가는 성형외과와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문유선 객원기자 사진 각 병원, 한국관광공사 제공◆광동한방병원(cn.ekwangdong.co.kr 82-2-2222-4805, 4888)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의 뜻으로 만들어진 가산의료재단이 199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다. 전 세계에서 연간 2500여 명의 환자가 찾아옴에 따라 각종 언어 등 외국인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한·양방 진료협진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되어 있으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의료협력병원 협약이 체결돼 있다. 여성센터는 강한 화학적 자극이나 인위적 주입술을 최소화한 자연주의적 재생치료를 추구한다. ◆강한피부과(www.kangskin.co.kr 82-1644-9007, 82-2-584-9023)각종 피부질환 치료와 특화된 전문 진료 클리닉을 운영하며 신개념 미백 및 스킨케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탈모 전문 클리닉에서는 연령, 성별,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서초교대점과 신림점, 수원점이 있으며 모든 지점에서 중국어 진료가 가능하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anaclichina.com 82-1588-1590, 해외진료상담 82-2-3420-2250)비수술적으로 주름을 치유하는 대한민국 대표 병원이다. 강남역 사거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중국인 코디네이터가 고객들을 위해 진료 예약과 시술 등의 단계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 준다.}

최근 신(新)족속이 출현했다. 일단 그 족속의 조상 이야기부터 해보자.태곳적 그들은 산과 들에서 수렵활동을 하던 인간으로, 남자라고 했다. 강한 정도로 서열을 매기는 세계에서 슬픔과 약함을 내색하는 건 곧 낙오를 뜻했다. 그래서 그의 표정은 대부분 굳어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사냥감을 잡느냐에 가족의 생사가 달렸기에 바깥세상의 일이 최우선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하늘에서 떨어진 신족속의 이름은 ‘신남성’이다.그는 아내에게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정말로 아이와 노는 것이 즐겁다.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 가입해 아이 키우는 정보를 나눈다. 무시무시한 사회에 비하면 가정은 안식처다. 과거 활을 들고 사냥감을 찾았다면, 이젠 장바구니 들고 시장에 가서 오늘의 요리를 위한 쇼핑을 한다. 영국 트렌드 컨설팅회사 ‘스타일러스’의 분석은 이렇다. “음식 재료를 찾고 요리를 하는 것은 요즘 남성의 분출구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신남성에겐 몸에 딱 맞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짧은 트렌치코트가 어울린다. 모터레이싱할 때와 요트 탈 때 각 상황에 맞는 손목시계를 찬다. 스타일이 있는 남자란 품질과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가려낼 안목을 가진 남자임을 안다. 더이상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도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가, 내가 잘하는 일이 뭔가, 그걸 어떻게 사회와 나누며 나도 성장할 수 있을까 꿈꾼다. 세상과 소통하는 신남성이 좋다. 당신을 응원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03년, 대기업 샐러리맨이던 30대 중반의 장석원 씨는 불현듯 사표를 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장 씨가 그림으로 밥벌이하겠다는 꿈을 꾸자 주변인들 모두는 허황되다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는 재미에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매일 꾸준히 작업에 몰두하며 3년을 살았다. 그림들은 그의 시간과 노력을 양분으로 무럭무럭 유쾌하게 자랐다. 그 유쾌함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그는 ‘밥장’이라는 위트 있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그는 성공했다.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잘 팔리는 단행본도 여러 권 출간했으며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품 브랜드가 전개하는 환경 캠페인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이쯤 되면, 순식간에 이뤄낸 드라마틱한 그의 성공 스토리에 배가 아플 법도 하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은 자신의 재능을 세상과 나누고, 나눔의 즐거움을 만끽할 줄 아는 작가다. 외롭고 무거운 시간을 버티게 해준 그림 그리는 재미를 세상과 공유하고 싶어서 농촌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리고 그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아름다운 근성도 지녔다. 21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마련한 그의 작업실 ‘믿는 구석’에서 그의 그림, 그리고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예술가가 창작활동으로 스스로의 고뇌를 치유한다. 당신도 그런가.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나는 몸으로 그림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흥에 겨워 밤새 그림을 그리면서 몰입의 힘을 알게 됐다. 그림을 시작할 때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 표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면서 개운해졌다. 무엇이든 비워내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 내 그림을 좋아하고, 내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힘이 난다.” ―나눔을 지속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이 있나. “2007년부터 크고 작은 재능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재능 나눔을 통해 스스로 ‘지금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느끼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봐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공헌하면 할수록 재미는 배가됐다. 자존감이 올라갔고, 더 창의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2009년 전북 완주의 기찻길 작은 도서관에 벽화를 그린 이후로 완주군과 다양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결과, 지난해 완주 명예군민이 되었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 완주를 찾았을 때는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계속 찾아가 즐겁게 작업하는 동안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신뢰가 생겼다. 뭐든 꾸준히 해야 연대의식이 생긴다. 어느 순간 나를 ‘우리 사람’으로 대해 주더니 때 되면 맛있는 것도 보내주신다. 내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오롯이 내 재능을 믿고 부탁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러 가는 여정도 출장이 아닌 여행의 느낌이다.” ―농촌 재능 나눔을 통해 현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과 그 소통의 결과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공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 사람들은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내 만족을 위한 작업이라면 굳이 농촌까지 갈 이유가 없다. 내가 그림에 처음 눈을 뜨고 즐거움을 느꼈던 것처럼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그래서 직접 그림을 그릴 기회를 주는데, 한번 자기 손을 타면 스스로 주인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 공간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자기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테오가 있어 고흐가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듯, 나 역시 함께 호흡하는 경험들이 더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되는 동기가 된다.” ―스스로 규정한 재능 나눔의 범주나 한계가 있나. “이걸 하면 뭐가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될 것 같으면 안 한다. 또 작가가 나누는 재능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해주는 경우에만 참여한다. 기업에서 재능 나눔을 제안하면서 클라이언트처럼 행동한다거나, 끊임없는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는 재능 나눔이라는 말이 오용되는 경우다. 재능과 시간 같은 무형의 자산을 나눌 때에는 유형의 것들을 기부할 때 얻는 제도적인 혜택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예를 들면 기부금 영수증에 대한 소득공제 같은 것을 말한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을 나눔으로써 더 많은 가치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정부가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을 시민들 스스로 참여하고 해결해나가는 훈훈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재능 나눔의 전후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나. “재능 나눔 활동을 통해 긴 호흡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나눔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엇이든 빨리 성취하기 위해 많은 비책이 필요한 세상은 매력이 없다. 시간과 정성을 바탕으로 천천히, 우직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세상을 꿈꾸게 됐다.” -재능 나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첫째, 주체가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탁을 받아도 참여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재능 나눔은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는 자신의 재능을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느끼는 가치교환의 보람이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재능 나눔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노력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제도적 시스템이 없다면, 스스로 제안할 수도 있다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재능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시스템을 확장시키다 보면 스스로를 위한 더 좋은 기회들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마을 공동체 회복위한 농촌 재능 나눔 공모사업▼농촌 재능 나눔 공모사업은 2012년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농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와 공동체 회복을 기치로 내건다. 공모에 선정된 기업이나 단체는 다양한 공연,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농촌 재능 나눔 활동이 거리나 비용의 제약이 있는 점을 감안,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단체에 한해 재료비, 교통비, 숙박비 등 재능 나눔 활동에 소요하는 경비를 일부 지원하는 사업도 한다.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 홈페이지를 통해 재능 나눔을 신청한 회원은 총 5만1137명, 재능 요청 건은 3193건이다(올해 8월 25일 기준). 마을공동체의 재능 요청 사안은 응급처치 교육, 학습지도, 장판과 도배 교체, 주택 수리,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 미용, 사진 촬영, 마을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하다. 문유선 객원기자}

‘여름의 자연은 두 팔을 활짝 벌려 우리더러 그 안으로 들어와 신비함을 만끽하자고 제안한다. 매미는 빛나는 저녁 쪽빛을 위해 맴맴 노래하고, 영롱한 아침에 재잘재잘 지저귀는 새들은 누구에게나 친구처럼 정겹게 군다. 여름의 자연 속에는 은밀한 모험이 진행 중이다.’ ‘매년 캠핑장을 찾는 우리에게 여름은 1년 사계절 중 가장 중요한 계절이었다. 우리는 캠프장이 지구상에서, 아니 지구 밖 그 어디에서든 최고의 장소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곳에는 비디오게임을 제외하고, 우리가 살아가며 하고 싶었던 모든 게 있었다. 나무 위의 오두막집, 구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 배들이 둥둥 떠 있는 호수, 무제한 먹을 수 있는 땅콩버터 샌드위치…. 캠핑장에서 우리는 신발 신을 일이 별로 없었다. 그 대신 행복한 일과 장난칠 일은 많았다.’-‘킨포크’ 4권 중에서 ‘킨포크(Kinfolk) 라이프’가 글로벌 트렌드로 조용하게 확산되고 있다. 가까운 이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킨포크는 요즘 ‘킨포크 라이프’라는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친구, 가족과 함께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삶의 형태를 뜻한다. 시작은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였다. 네이선 윌리엄스 씨는 정원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디너파티, 당시 여자친구를 위한 프러포즈 꽃다발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그의 ‘무심한 듯 시크한’ 글과 그림에 끌려 이 블로그에는 각국의 작가 사진가 플로리스트 요리사 등이 모여들었다. 윌리엄스 씨는 2012년 친구들과 함께 오리건 주 링컨 시의 지하실에 사무실을 차리고 ‘킨포크’라는 계간지를 내기 시작했다. 가까운 사람들과 손수 먹을거리를 준비해 함께 나누고, 바닷가로 숲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의 소중함을 잔잔하게 소개한다. 작고 사소하지만 근본적인 삶의 조각들이다. 웹사이트(www.kinfolk.com)도 함께 운영한다. 이 라이프스타일은 국내에도 상륙했다. 리츠칼튼호텔의 한미선 PR담당은 예전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다니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즘에는 돗자리, 와인과 치즈, 배드민턴 라켓을 싸들고 서울 성동구 서울숲으로 가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한 씨는 “과거 불필요한 것을 채우면 삶은 오히려 시궁창이었다”며 “행복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삶의 여백을 공유하면서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아 나가는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멈추는 티타임, 자전거 타기, 가족과 함께 낚시를, 숲 속 오두막 여행, 블로거 친구 만나기, 집에서 손님 맞기, 가족의 인디언 서머, 텃밭 가꾸기, 천 냅킨 만들기, 산이 주는 휴식…. 당신은 어떤 킨포크 라이프를 꿈꾸시는지.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