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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업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로 세계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제부처 수장들이 일요일인 20일 긴급 회동을 갖고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제·금융 현안과 영향을 점검했다. 이들은 중국 부동산 부문의 어려움과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이에 따른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약 4000억 원으로 그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따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면서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범정부 경제 상황 합동점검반을 통해 주요 위험 요인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최대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 속에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중국판 리먼 사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추 부총리의 지시로 18일부터 경제정책국 내에 ‘중국경제 상황반’을 따로 설치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0년대부터 부동산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 온 중국에서 부동산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지상망과 간섭이 없는 도심항공교통(UAM) 전용 주파수를 공급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차량번호나 사람 얼굴이 포함된 영상 등도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17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신산업 투자 촉진을 위한 현장 애로 해소 방안’과 ‘기업 수출·투자 현장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품목, 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수출 대책도 보완해 추가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민간과 함께 광주시, 경기 성남시 판교 등에 서버용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국내 기업이 기술을 실증할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또 AI 반도체 응용 실증 지원사업 대상으로 로봇과 드론 등 5개를 추가할 방침이다. AI 연구개발(R&D) 사업자를 선정할 때 컨소시엄이나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경우에는 가점을 부여한다. 아울러 미래 이동수단으로 떠오르는 UAM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5세대(5G) 이동통신망 등 단계적으로 UAM 전용 주파수를 발굴, 공급한다. 올 하반기(7∼12월)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항공 안전 및 보안이 확보된 ‘UAM 교통관리체계’도 구축해 실시간 노선 안내 등을 제공한다. 안전 조치를 전제로 차량 번호, 사람 얼굴이 포함된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예해준다. 전기차 분야에선 전기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앞으로 배터리 구독 서비스나 재활용 사업이 확산될 여건을 만든다. 정부는 과도한 규제도 풀어 총 7조2000억 원이 넘는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부지에 농지가 포함돼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오송 바이오융복합 국가산업단지는 해당 지역을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해 산단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바이오매스(Biomass·생물자원)를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 사업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총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제외하는 업종에 정유 업종도 새롭게 추가한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 부동산업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국유기업으로 확산되는 등 중국 경제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6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5.23포인트(1.76%) 하락한 2,525.6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59% 급락했다. 일본 증시는 1.46%, 중국 증시는 0.82%, 홍콩 H지수는 1.47% 각각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전날(15일) 미국 증시도 주요 지수가 1%대 하락하고 영국, 프랑스 증시도 떨어지는 등 주요 글로벌 증시가 모두 내렸다. 중국발 경기 충격 우려에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84%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전날보다 6.0원 오른 1336.9원에 마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은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돈 영향이 컸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2.5%로 시장 예상치(4.5%)에 한참 못 미쳤다. 산업생산도 3.7% 상승(시장 예상치 4.6%)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에 이어 국유 부동산 기업 위안양(遠洋·시노오션)이 디폴트 위기에 몰려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실물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6일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을 사들여 2970억 위안(약 54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루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6050억 위안(약 111조 원)을 풀었다. 하지만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경기 침체 모멘텀을 개선하려면 더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국 경제 위기와 관련해 “추가 외생변수가 장기화하고 그 폭이 커지면 우리도 마찬가지고 세계 각국이 경제 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中, 이틀간 165조원 투입 위기진화 안간힘… 韓 ‘금융-수출’ 비상 中 부동산-실물경제 위기 확산英경제기관 “中대책 계속 한발 늦어”IB들, 中성장률 전망 4%대로 낮춰중국 부동산 및 실물경제 위기가 확산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中 성장 전망 4%대 하향, “내년엔 더 낮아” 최근 중국 경제의 둔화 양상을 반영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 JP모건은 15일(현지 시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8%로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 변수를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대형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영국 바클레이스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내린 4.5%로 제시했다. 일본 미즈호증권 또한 올해 중국 성장률을 5.5%에서 5.0%로 낮췄다. JP모건과 바클레이스는 내년 중국 성장률로 각각 4.2%, 4.0%를 제시했다. 특히 민간 부동산 업체에 이어 국유기업인 위안양(遠洋·시노오션)그룹까지 채무 변제에 실패하면서 업계에선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양그룹은 13일 만기였던 이자 2094만 달러(약 280억 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부동산 시장이 계속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탁 상품의 잇따른 디폴트는 ‘부의 효과’(자산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5, 16일 이틀에 걸쳐 총 9020억 위안(약 165조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경제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한발 늦게 대책을 내놓자 시장은 정부가 손을 놨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청년 실업률 등 불리한 통계의 발표를 돌연 중단하기로 한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포스트 팬데믹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문제를 과장해왔다”며 “결국 그들이 틀렸다는 것이 분명히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감소로 韓 성장률도 ‘빨간불’ 중국 부동산발 위기는 한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올 초만 해도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하반기(7∼12월) 수출 회복을 기대했지만 중국의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국내 실물경제 지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리스크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제 불안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이탈, 환율 상승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성장 흐름에 올라타 그간 경제 위기를 빨리 벗어났지만 중국이 불황에 빠지면 그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국 경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상저하고(上低下高)’라는 기존의 경기 전망을 고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올 10월 말까지 연장된다. L당 200원가량의 가격 하락 효과가 두 달 더 이어지는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달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난 뒤 10월 중 국제유가 동향을 살펴보고 추가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부담 완화와 국제유가 오름세를 감안했다”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두바이유는 이달 10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2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은 37%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이 각각 L당 205원, 212원 더 적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정부는 경유에 대해서도 현 수준을 10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감세 정책 효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배당 부분에 관한 국내 환류 등으로 국내 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거나 경상수지, 외환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감세 효과는 시차를 두고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름값이 40일 연속으로 올랐다. 정부는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오른 데다 장마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까지 급등해 올 하반기(7∼12월)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90달러 위협하는 국제유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2.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보다 9.4% 오른 수준이다. WTI는 9일 84.4달러까지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다시 썼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14일 배럴당 87.61달러로 한 달 새 6.9% 상승했다. 두바이유 역시 10일 89.03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적으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조치가 이어진 탓이다. 국내 기름값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5일 오후 5시 반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728.56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4.25원 상승하며 40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달 9일 지난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1700원 선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도 40일째 올라 1600원에 육박했다. 올 하반기에도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6월 석유 수요가 하루 1억30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 추가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겨울을 대비한 석유 수요까지 감안하면 하반기 국제유가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수보단 물가 안정이 우선국제유가가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올 6월까지 정부의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기름값이 다시 뛰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선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615원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205원(25%)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붙는 유류세도 인하 전보다 212원, 73원 적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에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와 국내 유가, 소비자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부터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으로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올랐다. 마을버스도 9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의 지하철 기본요금도 10월에 150원 인상이 예고돼 있다. 또 14일 배추 도매가격은 10kg에 평균 1만9820원(상품 기준)으로 1개월 전(9682원)보다 2배 이상 비싸다. 10일 한반도에 상륙했던 태풍 카눈으로 농지 피해 등이 잇따르면서 무와 대파, 시금치 등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에도 올해 2분기(4∼6월)에 2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한전이 3분기(7∼9월)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2021년 이후 50조 원 가까이 누적된 적자로 앞으로의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전은 올 2분기 영업손실이 연결 기준 2조2724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9개 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47조5100여억 원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이 오르고 국제 에너지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전의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0조8209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영업손실이 올 1분기 6조1776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는 2조 원대로 내려온 것이다. 한전 안팎에선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낮은 역마진 구조를 벗어나면서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전력월보에 따르면 5월 들어 kWh(킬로와트시)당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6.4원 높아졌고, 6월에는 판매 이익(판매단가―구입단가)이 31.2원으로 더 커졌다. 하지만 누적된 적자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흑자 전환이 이뤄져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전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달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총 78조9000억 원에 이른다. 한편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올 2분기 도시가스용과 발전용을 합한 미수금이 총 15조3562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643억 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입 대금보다 판매 대금이 낮은 데 따른 손실금을 아직 회수되지 않은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 상반기(1∼6월) 나라 살림이 83조 원 적자를 내며 이미 올해 예상했던 연간 적자 폭을 약 25조 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감소로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중국 경기 부진 심화 등 국내외 리스크가 확대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83조 원 적자로 집계됐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짤 때 전망했던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58조2000억 원)보다 24조8000억 원 많다. 불과 6개월 만에 연간 예상 적자 폭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걷어낸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나라 살림이 큰 폭의 적자를 보인 데는 세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사업 등이 축소되거나 종료되면서 총지출이 57조7000억 원 줄었지만 국세 수입이 줄면서 적자가 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7월 이후에는 적자 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7∼12월)에도 세수 감소가 이어지면서 정부 씀씀이가 계획보다 줄고 중국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5%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세입 여건 악화를 올해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세입 여건 악화 등으로 재정지출이 계획된 수준을 밑돌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수요가 다소 제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 부진 심화도 위험 요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거나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5%를 큰 폭으로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며 “위험 요인이 많이 불거지면 1%대 초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5월 내놨던 전망치와 같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보다는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4%에서 3.5%로 올려 잡았다. 예상보다 전기요금 인상 폭은 작았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세청이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올해 세무조사는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방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5000만 원 미만의 소액 세금 불복 사건은 전담반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한다. 국세청은 10일 세종시 본청에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하반기에도 세무조사 감축 기조를 유지해 올해 세무조사는 역대 최저치인 1만3600건으로 줄일 계획이다. 다만 ‘악의적 탈세’에는 조사 역량을 집중해 강력 대응한다. 면세유를 이용해 세금을 빼돌린 뒤 주유소를 폐업하는 이른바 ‘먹튀주유소’에 대한 조기 대응 체계를 전면 가동한다. 불법 리베이트 등 주류 관련 법령, 고시 위반에 대한 일제 점검도 시행한다. 국세청은 또 여러 명의 심리 담당 직원으로 구성된 조기처리 분석반을 신설해 5000만 원 미만의 소액 세금 불복 사건은 조기에 처리하기로 했다. 국선대리인 지원 대상도 올해 청구세액이 3000만 원 이하에서 5000만 원 이하로 확대된 만큼 더 많은 영세 납세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사례와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를 강화한다. 아울러 근로·자녀장려금은 법정 기한보다 앞당겨 9월 추석 전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여러 해에 걸쳐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최대 화두는 결국 ‘가격 경쟁’이 될 모양이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가운데 주요 전기차 브랜드의 가격 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시작은 테슬라였다. 올해 초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을 포함하는 주요 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모델3’와 ‘모델Y’ 등의 가격을 여러 번 인하했다. 인하 폭도 매번 수백만 원씩으로 상당히 컸다. 선도기업이 가격을 내리며 시장을 지키려 할 때 후발주자에게는 뾰족한 선택지가 없다. 중국 전기차를 대표하는 비야디(BYD)와 독일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고, 현대차와 기아도 국내외에서 할인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테슬라의 대항마로까지 꼽히던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도 얼마 전 차량 가격을 최대 11% 내렸다. 장애물 없이 성장할 것 같던 전기차 시장에서 별안간 펼쳐진 가격 경쟁은 전기차가 완성차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2020년 222만 대 수준이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471만 대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 802만 대 규모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는 약 8000만 대. 전체 완성차 시장의 10%를 돌파하면서 머지않아 내연기관차를 누르고 주류로 올라설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값비싼 소재로 만들어지는 배터리 때문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얼리 어답터’들은 더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새로운 수요자로 끌어들여야 할 고객들은 “같은 값으로 훨씬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를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전기차를 사야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 대다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다른 모델로 생산되는 가운데 국산차 중에는 제네시스가 동일한 모델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판매 중이다. 이들 모델에서 비슷한 사양을 선택했을 때 전기차의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1500만∼2000만 원가량 더 비싸다. 보조금을 받아도 20% 이상 더 비싼 제품이 ‘초기 시장’을 넘어 ‘주류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의 가격 경쟁은 전기차 확산이라는 달리는 말에 일단 올라타면서 전기차 모델과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던 ‘전기차 시즌1’이 저물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다. 그리고 폭발적인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이 시점에 전기차 산업은 ‘시즌2’로 접어들고 있다. 가격을 낮추며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들을 누르려는 테슬라와, 내연기관차 판매 수익으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기존 완성차 브랜드가 격돌하는 가운데 자국 기업의 전기차 경쟁력을 평가해 보급 정책을 다시 짜야 하는 각국의 계산까지 맞물린 상황. 이런 시즌2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어느 기업과 국가가 전기차 대전에서 승리하고 패배했는지도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4경 원을 훌쩍 넘긴 미 부채와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를 강등 이유로 들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2년 만이다. 이 여파로 2일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피치는 1일 성명에서 “미국은 향후 3년 동안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부채가 늘고 있고, 조정 능력(거버넌스)도 악화되고 있다”며 신용 강등 이유를 밝혔다. 31조 달러(약 4경130조 원)가 넘는 나랏빚과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싸고 매년 반복되는 여야 간 벼랑 끝 대치로 미국의 ‘빚 갚을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낮춘 것이다. 피치는 1994년 이후 29년 동안 미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 왔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서 미국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는 곳은 무디스만 남게 됐다. 무디스는 현재 미국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미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이 계속 지연되며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자 미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당시 일주일여 동안 미 증시는 15% 폭락했고, 코스피도 17% 떨어졌다. 미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피치 보고서는) 자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고 깎아내렸고,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50.60포인트(1.90%) 하락한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30% 하락한 32,707.69엔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9% 내린 3,261.69에 각각 거래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나랏빚-가계부채 늘고 고령화 가속… 한국도 신용등급 안심 못해 한국 신용도 위협하는 ‘3대 요인’피치, 이르면 내달 신용등급 재평가정치권, 재정준칙 두고 3년째 갈등“日도 나랏빚에 韓보다 2등급 낮아져”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7∼11년째(3대 신용평가사 기준) 변동이 없었던 한국 국가신용도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급 조정의 이유로 지목된 재정 악화와 정치권의 이전 투구 등은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꼽고 있는 한국의 위험 요인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피치와 S&P는 이르면 9월 한국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해 발표할 예정이다.● 고삐풀린 나랏빚과 가계부채 한국 신용도 위협 2일 정부에 따르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 3곳은 2012∼2016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이후 이달까지 등급 조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현재 무디스와 S&P는 한국을 10개 투자등급 중 3번째로 높은 ‘Aa2’와 ‘AA’로, 피치는 4번째로 높은 등급인 ‘AA―’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피치는 올 3월 한국의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한국 신용등급의 부정적 요인으로 급격히 상승한 국가채무 비율, 가계부채 상환 문제로 인한 경제·금융 부문 전반의 리스크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의 나랏빚은 5년 새 400조 원 넘게 불었다. 2017년 말 660조2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1067조7000억 원으로 407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6%에서 49.4%로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수년간의 증가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한국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가계대출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02.2%로 주요 34개국(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 빚이 GDP를 넘어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미국(73.0%), 일본(65.2%), 중국(63.6%) 등 주요국보다 30∼40%포인트가량 높다. 피치는 “한국은 가계부채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높은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극한 대립과 고령화도 위험 요인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경제 강국이면서도 한국 대비 2단계 낮은 신용등급(3대 신용평가사 기준)을 받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장기간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면서 나랏빚이 주요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며 “한국도 나랏빚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가계대출 리스크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내세운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의 국가채무는 이미 1000조 엔(약 9100조 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가 재정적자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었다는 점도 한국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 정부도 국가 채무와 재정 적자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3년째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급격한 고령화 역시 장기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무디스는 올 5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도 “고령화가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다. 다만 정부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단기간에 조정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정부에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적은 없다”며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재정적자나 국가채무를 개선하려는 이번 정부의 노력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 들어 6월까지 국세가 1년 전보다 40조 원 가까이 덜 걷혔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16조 원 넘게 줄어든 데다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의 여파로 양도소득세가 약 10조 원 감소했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줄어든 규모로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6월 한 달 동안 걷힌 국세는 18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3000억 원 감소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친 영향이 컸다. 상반기 법인세수는 46조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6조8000억 원(26.4%) 줄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도 9조9000억 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4조5000억 원), 교통에너지환경세(―7000억 원), 종합부동산세(―2000억 원) 등도 10% 이상 세수가 줄었다. 1년간 걷으려고 목표로 잡은 전체 세금 중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44.6%에 그쳤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로 최근 5년 평균보다 8.6%포인트 낮다. 하반기(7∼12월)에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정부가 예상했던 국세 수입보다 44조2000억 원 모자란다. 하반기에도 세수가 크게 늘긴 어려워 올해 대규모 세수 부족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년부터는 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 원을 추가로 증여해도 따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기준시가 6억 원 이하인 주택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연 최대 2000만 원까지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세제 개편에 나서면서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를 모두 인하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세법 개정안은 이런 대규모 세제 개편 대신 서민·중산층 가계와 주요 수출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면서 경제 활력을 높이고 민생 경제를 회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우선 증여세의 큰 틀은 그대로 두면서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혼인신고일을 전후해 2년씩, 총 4년 동안은 부모가 자녀에게 1억 원을 추가로 비과세 증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10년간 5000만 원까지만 자녀에게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만일 최근 10년간 자녀에게 증여한 적이 없다면 결혼자금으로 1억5000만 원(신혼 부부 합쳐 3억 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는 주택가격 기준(취득 당시 기준시가)을 5억 원 이하에서 6억 원 이하로 높이고 공제 한도도 300만∼1800만 원에서 600만∼2000만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연 소득 4000만 원 미만 가구에 자녀 1인당 최대 80만 원을 지급하는 자녀장려금은 지급 대상을 연 소득 7000만 원 미만으로 넓히고 지급액도 최대 100만 원으로 올린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최대 15%, 중소기업은 최대 30%까지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이 이뤄지면 앞으로 5년 동안 누적 3조702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세수 결손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감세 정책을 들고나옴에 따라 재정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자녀당 최대 100만원 양육수당… 연봉 7000만원미만 가구로 확대 Q&A로 풀어본 세법 개정안 자녀결혼때 사용처 상관없이 면세… 산후조리 비용, 고소득자도 공제3000만원 넘는 기부금 세액공제… 내년 1년간 30→40% 한시 확대 정부는 27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 결혼·출산을 장려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담았다. 특히 결혼자금에 한해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실생활에 영향이 큰 변화들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3년 전 자녀에게 5000만 원을 증여했다. 자녀가 결혼할 때 얼마까지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나. A. 1억 원까지 줄 수 있다. 최근 10년간 증여한 적이 없다면 1억5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증여는 혼인 신고 전후 2년 안에 해야 결혼자금으로 인정돼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Q. 자녀 전셋값을 보태줄 때만 증여세가 면제되나. A. 아니다. 혼인 신고 전후 2년 안에 줬다면 어디에 쓰는지와 무관하게 면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결혼자금의 사용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납세 편의를 위해 용도를 일일이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자녀에게 부동산을 시가보다 싸게 팔거나, 비상장 주식을 증여한 뒤 상장시켜 차익을 얻게 하는 등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Q. 연소득이 6500만 원인데 앞으로는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나. A. 그렇다. 저소득층의 양육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자녀장려금은 현재는 부부 합산 연봉이 4000만 원 미만이면서 18세 미만 부양 자녀가 있으면 받을 수 있다. 1년에 한 번 자녀 1명당 최대 80만 원이 지급되고 전세금, 자동차 등 재산을 합쳐 2억4000만 원 미만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이 7000만 원으로 높아진다. 자녀 1명당 지급되는 금액도 최대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재산 요건 2억4000만 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수혜 가구는 지난해 58만 가구에서 104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운 기준과 지급액은 내년 1월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Q. 고소득자도 산후조리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데…. A. 앞으로는 급여 수준에 상관없이 산후조리비용에 대해선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연봉이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산후조리원에서 총 급여액의 3%를 초과해 쓴 비용에 대해서만 1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은 소득과 무관하게 출산에 따르는 필수적인 비용임을 감안해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모든 근로자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공제한도 200만 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Q. 기부금 세액공제율이 높아진다는데…. A. 그렇다. 정부는 기부 촉진을 위해 3000만 원이 넘는 기부금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내년 1년간 30%에서 40%로 높인다. 지금은 1000만 원까지는 15%, 1000만 원을 넘으면 30% 공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1억 원을 기부할 경우 현재는 연말에 285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내년엔 3550만 원으로 700만 원 늘어난 금액을 공제받게 된다. Q.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으로 연간 1500만 원을 받고 있다. 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나. A. 국민연금 월 80만 원에 사적연금을 매년 1500만 원 받는 80세라면 최대 44만3300원가량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사적연금을 연간 1200만 원까지 나이에 따라 3.3∼5.5%의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하고 있는데, 이 한도가 1500만 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의 65세는 최대 21만8300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Q. 반려견이 결막염에 걸려 동물병원을 가야 한다. 언제부터 부가가치세가 안 붙나. A. 올해 10월부터 부가세가 안 붙는다. 지금까진 예방접종·중성화수술 등 예방 목적 진료만 부가세가 없었지만 10월부터는 반려동물에게 자주 발생하는 외이염,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등 100여 개 질병 치료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이에 따라 관련 진료비가 10%가량 내려가는 효과가 기대된다. Q. 내년에도 경차 연료 유류세는 환급받을 수 있나. A. 받을 수 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경차 연료 유류세 환급 제도는 2026년 말까지 기한이 연장됐다. 경차 소유자는 휘발유·경유는 L당 250원, 액화석유가스(LPG)는 L당 161원을 연간 30만 원 한도 내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감세에 나선 데 이어 올해도 추가적인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세수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는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예상 세수(400조5000억 원)의 10%에 이르는 40조 원가량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도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 나라 살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활력 시급하지만…추가 감세로 재정 우려 정부는 27일 내놓은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세수가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누적 기준으로 3조702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자녀장려금 확대와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혜택 확대 등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올해와 비교했을 때 연평균 6000억 원씩 더 적은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더라도 세수 균형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세액공제 등을 동원하지만 추가적인 세수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흐름”이라며 “지속적인 세수 감소는 꼭 필요한 복지 지출 감소 등의 부작용과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 우려에 대해 각종 보조금 삭감 등으로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대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감세를 통해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향후 경기 회복으로 자연히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가 채무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간 세수가 400조 원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 6000억 원가량의 세수 감소는 전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조세 정책을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흐름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 힘든 부동산세·법인세 개편은 빠져 이번 세법 개정안은 부동산 관련 세제와 법인세, 증여 및 상속세 등 폭발력 있는 주요 세제의 큰 틀은 그대로 두면서 정부가 세제 개편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방안의 경우 개편의 필요성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인 데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고려돼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또 어차피 내년 5월까지는 양도세 중과가 유예돼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 등을 포함한 대규모 세제 개편안의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법인세 추가 인하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조금 더 낮추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만 지난해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동일한 내용을 정부가 다시 제출한다고 해서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고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의 반대 속에 4개 과표 구간에서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타협한 바 있다. 증여·상속세율 완화도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바이오의약품의 국가전략기술 지정과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제 지원 확대는 투자 및 고용,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깊은 고민이 담기지 않은 빈껍데기 개정안”이라고 비난해 향후 법안 통과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감세에 나선데 이어 올해도 추가적인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세수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는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예상 세수(400조5000억 원)의 10%에 이르는 40조 원 가량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도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 나라살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활력 시급하지만…추가 감세로 재정 우려 정부는 27일 내놓은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세수가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누적 기준으로 3조702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자녀장려금 확대와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혜택 확대 등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올해와 비교했을 때 연 평균 6000억 원씩 더 적은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더라도 세수 균형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세액공제 등을 동원하지만 추가적인 세수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흐름”이라며 “지속적인 세수 감소는 꼭 필요한 복지 지출 감소 등의 부작용과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 우려에 대해 각종 보조금 삭감 등으로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대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감세를 통해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향후 경기 회복으로 자연히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가채무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간 세수가 400조 원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 6000억 원 가량의 세수 감소는 전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조세 정책을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흐름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문턱 넘기 힘든 부동산세·법인세 개편은 빠져 이번 세법 개정안은 부동산 관련 세제와 법인세, 증여 및 상속세 등 폭발력 있는 주요 세제의 큰 틀은 그대로 두면서 정부가 세제 개편에서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방안의 경우 개편의 필요성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인데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고려돼 이번개편안에서 빠졌다. 또 어차피 내년 5월까지는 양도세 중과가 유예돼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 등을 포함한 대규모 세제 개편안의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법인세 추가 인하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조금 더 낮추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만 지난해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근본적인 개편을 마무리 못한 상황”이라며 “동일한 내용을 정부가 다시 제출한다고 해서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고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 과표 구간을 4개에서 2, 3개로 줄이고 최고 세율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의 반대 속에 4개 과표 구간에서 일률적으로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타협한 바 있다. 10~50%의 누진세 구조로 짜여진 증여·상속세율 완화의 경우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총선 결과 등을 보면서 추가적인 세제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장례 지원과 고독사 방지 돌봄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기재한 한 비영리 민간단체는 지난해 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공익사업 보조금’ 1900만 원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로부터 ‘해외 국가 예술 문화 교류와 봉사’를 명목으로 보조금 4000여만 원도 받았다. 이 단체는 사업 완료 후 행안부가 실시한 회계평가에서 “집행지침 위반 또는 기한 내 집행등록 보완이 이뤄지지 않아 부적정 금액이 발생했다”며 ‘미흡’ 판정을 받았다. ● “‘1단체 1사업’ 지원 방침 유명무실”25일 국민의힘과 정부,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 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자체의 보조금 집행에서 ‘1개 단체당 1개 사업을 지원한다’는 행안부의 지침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와 광역단체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하는 공익사업 보조금이 사업과 관련 없는 단체의 신청에도 지급이 승인되고, 한 단체의 여러 사업 신청에도 중복 지원되는 등 부실 집행된 정황을 정부 여당이 포착한 것이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공익사업은 관련 법령 및 행안부-지자체 공고에 따라 다른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의 사업과 중복되면 안 되는데도 민간단체의 유사 사업에까지 보조금이 추가로 지급됐다. 이는 올해 6월 정부가 발표한 민간단체 국고 보조금 집행 실태 점검 결과와는 별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정부 여당은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지자체 보조금 집행 실태를 전면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경북에서는 예산이 남게 되자, 추가 접수를 해 같은 사업에 똑같은 액수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행안부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1개 단체당 1개 사업’ 지침이 지자체로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충북에서는 단체 한 곳이 진행한 6개의 사업에 총 3000만 원대 보조금이 지급됐다. 지자체의 직접 지원을 받는 법정단체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되는 공익사업 보조금을 동시에 받은 사례도 정부 여당에 포착됐다.● “행정기관-복수 지자체가 보조금 지원”유사 성격의 사업에 행안부 등 중앙부처, 지자체, 다른 지자체 등이 중복으로 지원하는 사례도 파악됐다. 사업 신청 명목을 달리해 행안부 공익사업 보조금과 지자체 공익사업 보조금을 중복으로 지원받았지만 지원받는 실질적인 주체는 사실상 한 곳이라는 것. 정부는 행안부가 지원한 공익사업 지원금 60억여 원 가운데 지자체와 중복 지원된 사례가 20건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 단체가 여러 명목의 보조금을 받다 보니 감독 당국의 관리 역량은 떨어지고, 해당 단체도 이를 투명하게 집행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했다. 보조금 덩치가 커지다 보니 행안부의 관리 역량 저하도 지적된다. 특히 보조금 지원 현황과 체계에 대한 중앙과 지방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기금이나 보조금 반환 처분을 받은 단체가 행안부나 다른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 게다가 지자체의 공익사업 보조금 이외에 지자체가 개별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는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한 단체는 한 광역단체로부터 통일사업과 관련해 보조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업은 행안부에 등록된 별도의 공익활동 지원 사업과 기간, 방문 일정이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자체 공익사업 보조금 지원 현황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 하반기(7∼12월) 부정 징후가 의심되는 국고 보조사업 4000여 건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지자체 보조사업과 민간보조금 등 전 부처의 국고 보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여름철 수해 피해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국무총리 직속 민관 상설기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집중호우 수해민들에게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고 주택 및 농축수산물 피해 보상액을 늘릴 방침이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매년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는 방재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방자치단체 관할인 지방하천의 지류·지천 정비사업 일부를 국가하천 사업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방하천 및 해당 지류·지천은 시·도에서 정비예산을 부담하는데, 현재 70여 개가 지정된 국가하천으로 승격되면 100% 정부 재정으로 관리하게 된다. 지난 30년간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경우가 12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하천 수를 늘려 수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 걸쳐 흐르는 하천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홍수 예방과 관리, 하천 정비 등에 대비해 내년도 예산을 충분히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무총리 직속 민관합동 상설기구를 신설해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에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중호우에 따른 기상재해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방재 대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 이런 인식은 버려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보상 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이후 최대 3600만 원까지 높인 주택피해 지원 기준을 더 높이고 농축수산물에 대한 피해 복구 지원 규모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피해 복구 규모를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중앙재해대책본부 의결을 거치면 이번 집중호우 피해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집중호우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13개 지역 주민들에게 통신과 유료 방송 서비스 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동전화는 가구별 1회선에 한해 최대 1만2500원을 감면한다. 시내 및 인터넷 전화 월 이용 요금은 전액, 초고속 인터넷과 유료 방송 서비스는 이용료의 50%를 한 달간 감면해주기로 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정부가 여름철 수해 피해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국무총리 직속 민관 상설기구를 세우기로 했다. 이번 집중호우 수해민들에게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고 주택 및 농축수산물 피해 보상액을 늘릴 방침이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매년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는 방재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방자치단체 관할인 지방하천의 지류·지천 정비사업 일부를 국가하천 사업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방하천 및 해당 지류·지천은 시·도에서 정비예산을 부담하는데, 현재 70여개가 지정된 국가하천으로 승격되면 100% 정부 재정으로 관리하게 된다. 지난 30년간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경우가 12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하천 수를 늘려 수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 걸쳐 흐르는 하천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홍수예방과 관리, 하천 정비 등에 대비해 내년도 예산을 충분히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무총리 직속 민관합동 상설기구를 신설해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에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중호우에 따른 기상재해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방재 대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 이런 인식은 버려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보상 금액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이후 최대 3600만 원까지 높인 주택피해 지원기준을 더 높이고 농축수산물에 대한 피해 복구 지원 규모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피해복구 규모를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중앙재해대책본부 의결을 거치면 이번 집중호우 피해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집중호우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13개 지역 주민들에게 통신과 유료 방송 서비스 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동전화는 세대별 1회선에 한해 최대 1만2500원을 감면한다. 시내 및 인터넷 전화 월 이용 요금은 전액, 초고속 인터넷과 유료 방송 서비스는 이용료의 50%를 한 달간 감면해주기로 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지민구기자 warum@donga.com}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특화단지가 경기 용인·평택시를 비롯해 전북 새만금 등 7곳에 만들어진다. 이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 특화단지)에 2042년까지 투입되는 민간 투자자금은 총 614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20일 제3차 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첨단 특화단지가 새로 조성될 지방자치단체 7곳을 선정했다. 앞서 올 2월 진행한 공모에 지자체 21곳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달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특화단지 조성은 초격차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용인·평택시와 경북 구미시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이차전지의 경우 충북 청주시, 경북 포항시, 새만금, 울산시가 유치에 성공했고,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는 충남 천안·아산시에 들어선다. 첨단 특화단지별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앵커기업(선도기업) 역할을 하며 2042년까지 총 614조 원을 투자한다. 이날 정부는 안성(반도체) 부산(반도체) 광주(미래차) 대구(미래차) 충북(바이오)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5곳도 추가로 지정했다. 첨단 특화단지로 지정된 곳에는 세제, 예산, 행정 등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각종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투자 걸림돌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7∼12월) 특화단지별로 맞춤형 세부 육성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첨단 특화단지 유치에 열을 올렸던 지자체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첨단 특화단지와 소부장 특화단지를 동시에 지정받은 전북도는 “매출 196조 원, 고용 14만5000명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반도체 분야 첨단 특화단지 지정을 노렸던 인천시 관계자는 “마치 대학 시험에 떨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특화단지 선정이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 민심 달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 특화단지를 신청하지 않은 강원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에 특화단지가 조성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초빙교수는 “지자체 간 ‘나눠먹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첨단산단 인허가 단축-예타 면제… “3대 주력산업 공급망 확충” 용인-평택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로새만금 등 4곳엔 이차전지 밸류체인부담금 감면하고 용적률 규제 완화전문가 “인력 지원-인프라 구축 필요”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 특화단지) 7곳을 지정하고 나선 데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초격차를 확보하지 않고는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 용인시와 평택시를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미 가동 중인 경기 이천시와 화성시의 반도체 생산단지와 연계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확고히 하고, 대만 TSMC가 주도하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3%에서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주력 수출품인 이차전지도 광물 가공부터 제품 생산, 재활용 등이 모두 국내에서 이뤄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이차전지 공급망 완성 정부가 20일 첨단 특화단지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한 용인·평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곳이다. 특히 용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300조 원의 민간 투자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용인·평택 특화단지를 통해 562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 다른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시에는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이 있다. 총 4조70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대규모 생산 라인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밸류체인을 고려해 전국 4곳에 지정했다. LG화학, SK온 등이 있는 전북 새만금에는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 가공과 리사이클링(재활용)을 위한 집적단지를 새로 만든다. 포스코퓨처엠이 있는 경북 포항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이 있는 충북 청주시를 기반으로 한다. 이곳에는 대형 원통형 배터리 업계 최초로 연 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이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에선 2030년까지 30조10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1∼6월)에는 바이오 분야 특화단지도 추가로 지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 5월 바이오 산업이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신규 지정된 만큼 올 하반기(7∼12월)에 특화단지를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 인력 지원 필수” 이번에 선정된 특화단지에는 국가적인 지원책이 뒤따른다. 특히 기업이 인허가를 요청했을 때 정부가 60일 안에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보는 인허가 타임아웃제가 적용된다. 용수,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도 우선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준다. 각종 부담금을 감면하고 용적률 규제도 완화한다. 전문가들은 첨단 특화단지 지정에 그치지 않고 주거 여건 및 상권 등 인프라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화단지 조성이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근로자들의 특성에 맞게 교육, 의료 등의 여러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만큼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대기업의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주요 산업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첨단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화단지 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열린 2023년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등 6개 사업이 예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 사업은 이 회장 유족이 2021년 4월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미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을 보존·전시·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기증관을 만드는 사업이다. 총 2만3181점에 이르는 이건희 컬렉션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국보 14건과 보물 46건이 포함돼 있다. 클로드 모네와 파블로 피카소, 김환기, 박수근 등 국내외 작가의 걸작 미술품도 다수가 기증됐다. 연면적 2만6000m²(약 7900평) 규모의 기증관은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마련된다. 총사업비는 1186억 원이고 사업 기간은 2028년까지다. 기증관 유치를 놓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유치전이 벌어졌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비롯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인접해 있고 관람객이 찾아오기 쉽다는 점을 이유로 송현동 부지를 낙점한 바 있다. 기증관이 문을 열면 관람객은 한자리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눠 기증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은 인근에 위치한 경복궁·국립현대미술관 등과의 연계를 통해 광화문 일대의 도심 문화관광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정사업평가위에서는 경북 포항시에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사업과 전남 장성군에 국립심뇌혈관센터를 설립하는 사업도 예타 심의 결과 타당성을 확보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동차 바퀴에서 타이어를 제외한 부분을 흔히 ‘휠’이라 부른다. 강철이나 알루미늄처럼 강성 높은 소재로 만들어진 휠은 타이어와 함께 차의 무게를 버텨낸다. 그리고 차량 구동축과 연결돼 회전하면서 차가 움직일 수 있게 한다. 휠은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중요한 부품이다. 휠의 크기와 색, 바큇살(스포크) 모양 등은 차량 디자인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름이 큰 휠을 장착하면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나빠지는데도 더 큰 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큰 휠을 끼운 차의 옆모습이 훨씬 더 멋스럽다는 이유다. 최근의 휠 디자인은 중심과 바깥면(림)을 단순한 형태의 바큇살로 연결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단순하면서도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그러면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고급차의 휠은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휠 안쪽을 훤히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휑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휠 디자인은 갈수록 커지는 휠 사이즈와 함께 차의 역동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요소였다. 전기차의 확산은 이제 이런 휠 디자인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휠에서 비어 있는 공간의 비율, 곧 개구율을 낮추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개구율이 높은 휠은 차가 빠르게 달릴 때 그만큼 많은 공기가 유입된다. 제동 과정에서 마찰열 때문에 달아오르는 브레이크를 빨리 냉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공기저항 측면에서는 그만큼 불리하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이런 단점이 미세한 연비 저하로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핵심 스펙이 된 전기차에서는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일이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면 기꺼이 휠의 빈틈을 메우는 것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의 휠은 테두리 등 바깥 부분을 편평하게 막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삼각형이나 바람개비 같은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뚫려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만 플라스틱으로 여기저기를 막아놓은 휠도 있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잘 안 보일 정도로 틈이 작은 휠을 장착했다면 전기차라고 짐작해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전기차라고 해서 확 트인 디자인의 휠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앞세우던 전기차에서도 조금씩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는 상황은 휠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요구한다. 무거운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20%가량 더 무거워진 전기차에서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하려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력한 제동능력이 필요하다. 빈틈을 막았던 휠에서 다시금 틈을 만들어서 냉각 성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는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GT)에서 확연히 다른 휠을 쓴다. 전기차 때문에 새로워지던 휠 디자인은 이제 얌전한 전기차의 휠과 거친 전기차의 휠로 또 한 번 갈라지려는 참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