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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 챔피언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5)은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비슷한 연령층에게 근육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자신의 체험기를 담은 책도 쓰고 있다. 그는 “60세 이상 나이 먹어서 꼭 키워야 할 게 근육이다. 30세부터 매년 근육이 줄어드는데 나이 들면 그 감소 폭이 더 커지기 때문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노년의 삶이 불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 원장의 지적처럼 30세 이후 근육량이 매년 1∼1.3%, 근력이 2.6∼4.1% 감소한다. 50세 이후에는 근육량과 근력 감소율이 더 높아진다. 특히 근력의 경우 50세 이후에는 매년 15% 이상 떨어진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80세에는 최대 50% 수준으로 근육량이 떨어진다. 근육은 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신체 대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트레킹, 사이클 등을 즐기던 그는 현재 매주 3회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근육을 키우고 있다. 다만 선수로 활약하던 한창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주기적으로 단백질 보조제를 섭취한다는 것이다. 적당하게 단백질을 섭취해야만 근육이 더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창 원장은 “내가 운동할 때도 단백질이 중요한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선배들이 주기적으로 닭을 삶아 먹는 것을 따라 했고 대두를 볶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먹었다. 쇠고기는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닭 가슴살, 계란 흰자가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보편화됐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단백질 파우더를 접하긴 했지만 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은 다양한 단백질 보조제가 나와 있다. 창 원장은 순수 단백질 파우더를 주기적으로 먹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1g이다. 체중이 70kg이라면 하루 56∼70g을 섭취해야 한다. 가급적 음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보조제로 보완한다”고 말했다. 마라톤 마니아로 국내에서 최초로 단백질 보조제를 제조 판매하는 이윤희 ㈜파시코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62)는 “운동 후 빠른 회복과 오래 운동을 즐기기 위해 단백질을 잘 섭취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체중 1kg당 1.5∼2g을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운동 후 1시간 이내 단백질을 섭취하면 피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된다. 심하게 운동하고 나면 근육이 아픈 이유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빨리 복구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회복 기간이 길어진다. 우리 몸 세포 변화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야 피곤하지 않고 건강하다. 단백질이 필요한 이유다. 단백질 보조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유제품 업체인 매일유업도 2018년 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산율 감소로 분유 판매가 저조하자 ‘100세 시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매일유업은 사코페니아(근육감소증)연구소를 만들어 50세에서 80세 사이의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아미노산인 류신과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영양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근육량과 힘이 모두 향상된다는 실험 결과도 활용하고 있다. 가장 좋은 단백질 섭취 방법은 자연식품을 먹는 것이다. 육류와 어류, 식물성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어떤 단백질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에 비해 체내 염증 유발 인자가 적어 피로 해소와 지구력 강화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영양학적으로 매끼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단백질을 매번 먹기가 쉽지는 않다. 그때 단백질 보조제를 먹으면 좋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WHO 권장량은 먹어야 단백질 대사의 균형을 이루고 근 손실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근육운동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특히 창 원장의 지적처럼 노년으로 갈수록 저작 능력 저하로 음식을 통한 단백질 섭취량은 감소하는 데다 근육감소증이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통풍 등 부작용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만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지역민들이 응원할 수 있는 클럽 축구팀을 만들어야 축구 시장이 커집니다.” 이규준 한국열린사이버대 축구부 감독(55)은 “지역민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축구 클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유럽을 대표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 청소년 축구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이 감독이 있다. 그는 2011년 말 한국 최초의 중고교 클럽 축구팀 ‘하남FC’를 창단해 대한축구협회에 정식 등록했다. 이전까지 재능이 있는 유소년 축구 선수는 축구 명문 학교에 진학해야만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가 시작한 방식은 학교 팀 위주로 운영되던 국내 축구계에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많은 지역 클럽 축구팀이 생겨났고, 현재 18세 이하 고교생들이 뛸 수 있는 클럽팀만 73개(2019년 기준)나 된다. 축구 명문 서울 동북중고교를 거쳐 국민대를 졸업한 이 감독은 1990년 동북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3년 서울 장훈고 창단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9년간 지도했다. 두 팀에서 수확한 우승컵이 20개가 넘고, 그가 키워낸 프로 선수도 김은중(23세 이하 대표팀 코치), 양동현(성남FC), 문선민(상주 상무), 이영재(강원FC) 등 60명을 넘는다. 이 감독이 클럽 축구팀을 고집한 이유는 유럽식 축구 문화를 국내에 심기 위해서였다. 2002년부터 10여 년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 클럽 축구팀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렬한 사랑에 감동받았다”며 “팀이 잘하든 못하든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는 지역민들의 사랑이 지금의 유럽 축구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선 학교 팀에 매몰돼 같은 학교 출신만 관심을 갖는 ‘동네 축구팀’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하남FC 때 우리 경기가 있으면 하남고 학생은 물론이고 지역민들도 찾아와 응원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 공동체 형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면 지역 클럽 축구팀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감독은 초등학교인 12세 이하 축구를 예로 들었다. 현재 12세 이하 지역 클럽 축구팀은 192개로 수적으로 학교 팀(133개)을 압도한다. 그는 “이전에는 초등학교 4,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면 요즘에는 유치원 때부터 집에서 가까운 클럽에서 축구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대학 입시와 연계돼 중고교로 넘어가면서 명문 학교 축구팀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하지만 합숙 금지 등 교육 방침이 바뀌면서 학교 팀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축구하는 지역 클럽 축구팀들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조만간 둘의 영향력이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감독은 3년 전부터 한국열린사이버대를 맡은 뒤 또다시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열린사이버대 축구팀의 운영 방식을 바꾼 것이다. 축구팀 운영에 대한 대학측의 배려로 고교 졸업 후 대학과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도전 기회를 줬다. 대학 팀이지만 ‘야신’ 김성근 전 프로야구 한화 감독이 프로에서 밀린 선수들을 위해 만들었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모델 삼아 축구 선수들 재도전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열린사이버대 팀은 1년 만에 전국대회 16강에 올랐고 2018, 2019년 연속 8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U리그에서는 강호 고려대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감독은 또 3년 전 경기 하남에서 남양주로 하남FC의 본거지를 옮기고, 팀 이름도 ‘진건 KJ FC’로 바꿨다. 하남에 신도시가 생기고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클럽 팀이 늘어나자 하남종합운동장을 필요한 때 사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은 경기장이 턱없이 부족하고, 건물 지하에 인조잔디를 깔고 축구를 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일 오후 6시 이후엔 생활체육팀에 경기장 우선 사용권을 주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그는 “교육부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훈련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저녁엔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바뀌어야 한국 스포츠가 성장한다”고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려 전염병을 예방하는 식치(食治)를 아시나요?” 신성미 영주 식치원 원장(55)은 식치를 실천하며 후대에 전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식치는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것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건강관리법이다. 조선시대 때도 요즘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같은 전염병이 돌았는데 미리 좋은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여 대비했다고 전해진다. “음식은 문화입니다. 조선시대 왕실의 음식 문화가 선비들에게 흘러갔고, 다시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왕실에선 식의(食醫)가 왕의 무병장수를 위해 노력했어요. 식의는 약보단 음식으로 병을 막고 다스렸습니다. 일단 식치를 먼저 하고 실패 했을 때 탕약을 썼습니다. 당시 식의들은 음식과 약은 동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 원장은 2009년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장이 영주 제민루(濟民樓·조선의 지방 의국)의 유학자이자 의사인 ‘유의(儒醫)’ 이석간 선생이 지은 ‘이석간경험방’을 국역한 것을 바탕으로 식치를 연구하며 재현하고 있다. 이석방경험방에는 115개 병증에 대한 다양한 예방 및 치료법이 망라돼 있는데 신 원장은 그중 식치방에 천착해 현대적으로 해석해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이석간 경험방상(上) 죽과 밥을 이용한 식치방’이란 책도 펴냈다. 그에 따르면 식치는 예방의학이다. 평소에 좋은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 면역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그는 “왕실의 식의는 선대왕이 가진 질병을 연구하고 현 왕의 체질을 살펴,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했다. 식치는 그동안 알려진 궁중음식과는 달리 담백하고 자연적인 음식으로 몸을 기를 채운다. 과식을 해도 속이 편하다. “면역력을 높여 예방이 치중했지만 열이 나면 녹두로 죽을 쑤어 내렸고, 잠을 못 이룰 땐 야생대추씨죽을 처방했다”고 했다. 식치의 가장 특별한점은 이렇듯 인체의 증상에 대응하는 처방적 성격의 일상식이라는 것이다. 몸의 허한 곳이 있으면 보해주고, 체질에 따라 해가 되는 것은 못 먹게 한다. “이석간 선생은 무엇보다 조선시대 왕실 식치 문화를 민간으로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이석간경험방을 남겼습니다. 조선시대에 각도의 관찰사나 지방수령들이 구급방성격의 김정국의 촌가구급방 같은 백성들을 위한 의서를 남기기도 했지만 왕실 의서를 짜깁기하는데 그쳤습니다. 이석간경험방은 민간인들이 쉽게 쓸 수 있게 설명해 식치의 민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신 원장에 따르면 이석간경험방은 지역 식자재를 활용한 식치방이 주를 이루는 경북 북부의 지방색을 강하게 나타냈다. 또 구하기 쉬운 밥이나 죽 또는 찬류, 찜, 김치 등 다양한 형태로 증상에 대응하는 처방했다. 경남 창원 출신 신 원장은 1992년 경북 예천 출신 박석진 한국폴리텍 영주캠퍼스 산학협력단 단장(56)과 결혼하면서 경북 지역 종가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신 원장은 남편이 영주캠퍼스에 자리를 잡던 1999년 영주로 이사해 본격적으로 지역 음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2년 무궁화요리학원을 열어 지역 음식 전수에도 나섰다. 지난해 경북 영주시의 도움을 받아 식치를 체험하는 식치원을 개원했다. 음식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위덕대학교 외식산업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2018년)를 따기도 했다. “가장 영주스러운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경북은 유학의 본고장인 안동의 영향을 받아 ‘안동문화권’으로 분류되고 있었죠. 그래서 제민루와 연계한 식치 콘텐츠로 영주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음식체험관을 추진한 영주시와 뜻이 맞아 식치원을 개원하게 된 이유입니다.” 신 원장은 “영주 선비들 식치의 뿌리는 조선초기인 1418년(태종 18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의국 제민루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제민루는 공립의료기관으로 지방의 제약구민(劑藥救民)의 중심 역할을 했다. 영주 소백산 지역은 예로부터 풍부한 약용 식물이 자생했고 제민루가 이를 채취해 한양은 물론 전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 때는 중앙정부가 백성들이 굶주리고 전염병에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을 치료하는 혜민서를 만들고 전국에 의국을 설치해 백성을 돌봤다”고 말했다. 제민루에서 채집한 약재는 중앙의료기관에 모아서 다시 각 지역으로 보내졌다. 이런 지방의국이 전국에 6~7개 정도 있었는데 제민루는 최초로 만들어져 다른 지방의국 운영의 본보기 역할을 했다. 제민루는 약재 공급을 뛰어 넘어 의생과 향촌의 성리학자들이 의학적 지식을 쌓는 공간이었다. 퇴계 이황 선생도 제민루에서 이석간 선생과 함께 공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신 원장은 “지방 향리인 선비들도 백성들이 병들지 않게 하기 위해 예방의학을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방에서 선비는 백성의 리더역할을 해야 한다. 서민은 물론 노비와 천민까지 식치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 때는 음식이 아녀자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다. 식자재의 효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즉 왕실의 어의와 식의, 그리고 선비들이 식치를 알고 있었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석간 선생도 영주 지역의 특산물을 연구해 최초의 민간 의서를 남기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 왕 중에서는 세조와 정조, 영조가 식치에 관심이 많았다. 세조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의서인 ‘식료찬요’의 서문을 섰다. 정조는 식치를 제대로 알고 몸이 안 좋을 땐 직접 특정 음식을 올리라고 지시까지 했다. 영조는 5끼를 먹던 왕의 식사법에서 3끼만 먹고 장수했다. 특히 영조는 엄청난 양의 인삼을 드신 것으로 전해진다. 신 원장은 “세종과 문종, 세조 때 의관 전순의는 의학서인 의방유취 편찬에 참여했고 산가요록, 식료찬요 등 식의서를 남겼다. 이게 선비들에게 전해졌고 민간에까지 흘러갔다”고 했다. 의방유취는 동양최대의 의학 백과사전으로 그중 식치방은 안상우 박사팀이 국역본을 2018년 12월에 발간했다. 의방유취는 의림촬요와 함께 동의보감의 모태가 된다. 신 원장은 “선비들은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추구했다. 일찍 병드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게 식치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런 좋은 미덕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을 통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 인간 이하의 삶 속에서 먹고 살기에 바쁘다보니 식치 문화가 사라졌다. 그저 배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식치를 다시 되새겨 생활화한다면 코로나19를 넘어 어떤 전염병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식치를 재현하며 세미나를 여는 등 식치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궁중음식이 한 축이라면 이렇게 몸을 음식으로 다스려 건강해지려는 식치도 한 축입니다. 그동안 식치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일제의 침탈과 6·25 전쟁도 있었지만 유학과 한의학까지 통달해야 이해할 수 있었기에 연구가 부족한 측면도 있었죠. 식치의 전통은 의료문화속에 이어져 상대적으로 음식문화속에 보편화되기 어려웠습니다. 식치가 의료문화든 음식문화든 세상 밖으로 나와 국민건강에 더 이롭게 다가간다면 한식의 폭넓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의 의학에 관심이 많은 안상우 단장은 물론 김호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선왕실의 의료문화란 저서를 내기도 했다. 신 원장은 “두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식치를 알려면 유학 사상도 잘 알아야 하고 한의학에도 능통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 식치 재현 및 학술대회도 함께 열었다. 신 원장은 장기적으로 제민루의 복원을 꿈꾼다. 사실 제민루가 조선시대 의국으로 재조명 받은 것도 신 원장의 노력 때문이었다. 이석간경험방을 공부하다 보니 이석간 선생이 어렸을 때부터 제민루에서 공부했다는 것을 알았고 제민루가 의국에서 다른 시설로 변용되면서 잊혀졌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신 원장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다시 문을 열어도 되겠다는 판단에 다양한 학술대회를 통해 제민루를 조명하고 있다. 신 원장은 “제민루가 현대적의미의 의국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 안에서 식치방을 만들어 후대에 식치를 전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도 현장 취재한 6월 19일 영주 식치원에서 ‘중풍을 예방하는 동마자율무죽이 포함된 식치’를 체험했다. 이석간경험방에 이 식치로 몸을 다스릴 경우 ‘노인이 18세 청년처럼 뛰어 다닌다. 흰 머리도 검게 된다’고 돼 있다. 식전주인 ‘동아약주’를 시작으로 동마자율무죽, 오랄초로 맛을 낸 수정냉도회(돼지껍데기와 돼지고기 허구리살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수정처럼 맑게 만든 묵), 황자계혼돈(꿩고기와 누런 암탉을 이용한 석이콩가루피 만두), 천초 영주한우 육회, 가마보코(해삼, 전복, 석이, 귤홍을 감싼 숭어어묵), 설하멱적(어간장을 이용한 쇠고기 구이), 진주면(임자를 갈아 넣은 청포기장면), 어만두 길경탕(죽순과 도라지로 맛을 낸 어만두탕), 치유 부빔밥(모점이법, 백두옹과저, 자소엽, 배추침채, 방풍 매실육 등이 들어간 비빔밥), 돌쌈씨 우무쥐눈이콩불과 상심자 무스(디저트). 음미하며 먹다보니 2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모든 음식을 장시간 익히고 달이고를 반복해서인지 속이 편안했다. 신 원장은 “죽을 예로 들면 쌀을 싸라기로 만들어 쪄서 다시 불리고 찌고를 반복해서 죽을 쑨다. 위에 전혀 부담이 없다. 양념도 된장을 쓰니 몸에 나쁠 수가 없다”고 했다. 설하멱적도 좋은 쇠고기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뒤 간을 하고 참기름으로 버무려 굽고 얼음물에 담그기를 반복해 만드니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단다. 기자는 난 12시부터 오후 2시까니 식사를 한 뒤 취재를 하고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올라와 오후 9시에야 평창동 집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식치는 자연식이면서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신 원장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죽을 권했다. “선조들은 계절에 맞는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식재료로 죽을 쒀서 틈나는 대로 먹었다. 앞에서 얘기했듯 찌고 불리고를 반복해 쑤기 때문에 전혀 탈이 나지 않는다. 하루 5회 장복하면 체질이 면역성으로 바뀐다. 바쁘다고 샌드위치에 우유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우리 몸에 좋다”고 했다. 눈이 안 좋을 땐 돼지간죽, 불면증엔 야생대추씨죽, 감기 예방엔 근시(곶감)죽…. 식치 법은 수 백 가지나 됐다.영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조선시대엔 음식으로 몸을 다스려 전염병에 대비했습니다.” 19일 경북 영주시 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 식치원에서 만난 신성미 원장(55)은 “식치(食治)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이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치란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일로,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건강관리법이다. “조선시대에 식의(食醫)가 왕의 무병장수를 위해 노력했어요. 식의는 약보단 음식으로 병을 막고 다스렸습니다. 음식으로 왕들의 면역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었고, 이런 왕실의 음식 문화가 선비계층으로 퍼졌고, 다시 서민층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선의 식치를 민간이 쉽게 접하도록 만든 의서가 유학자이자 영주 제민루(濟民樓·조선의 지방 의국)의 의사였던 이석간이 지은 ‘이석간 경험방’이다. 2009년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장이 이 책을 국역했고, 신 원장은 국역본을 바탕으로 식치를 연구하며 현대식으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석간 경험방에는 115개 병증에 대한 다양한 예방 및 치료법이 망라돼 있다. 신 원장은 이 가운데 식치방에 천착해 현대적으로 해석해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이석간 경험방 상(上) 죽과 밥을 이용한 식치방’이란 책도 펴냈다. 식치는 예방의학이다. 좋은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 면역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신 원장은 “왕실의 식의는 선대왕이 가진 질병을 연구하고 현재 왕의 체질을 살펴,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말했다. 식치는 그동안 알려진 궁중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자연적인 음식으로 몸의 기를 채우라고 강조한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도 ‘중풍을 예방하는 동마자율무죽이 포함된 식치’를 체험했다. 식전주 ‘동아약주’를 시작으로 죽, 설하멱적, 진주면, 부빔밥 등 10여 가지 음식을 2시간에 걸쳐 먹었는데 속이 편안했다. 특히 설하멱적은 좋은 쇠고기를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뒤 간을 하고, 참기름으로 버무려 굽고 얼음물에 담그기를 반복해 만든다. 그 결과 소화가 매우 잘된다. 신 원장은 “식치는 면역력을 높여 예방에 치중했지만 열이 나면 녹두로 죽을 쑤어 내렸고, 잠을 못 이룰 땐 야생대추씨죽을 처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 원장은 1992년 경북 예천 출신 남편과 결혼하면서 경북 지역 종가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99년 영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 음식 연구에 빠졌고, 2002년 무궁화요리학원을 열어 지역 음식 전수에 나섰다. 지난해 영주시와 함께 식치를 체험하는 식치원을 개원했다. 신 원장은 “영주 선비의 식치는 1418년 조선 최초로 건립된 의국 ‘제민루’가 뿌리”라고 말했다. 제민루는 공립 의료기관이었다. 영주 소백산 지역은 예부터 풍부한 약용 식물이 자생했다. 제민루는 이런 식물들을 채취해 전국에 공급하기도 했다. 제민루는 또 의생과 향촌의 성리학자들이 의학적 지식을 쌓는 공간이기도 했다. 퇴계 이황도 제민루에서 이석간과 같이 공부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 원장은 “조선시대에는 식자재의 효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즉 왕실의 어의와 식의, 선비들이 식치를 실천하고 기록으로 남겼다”며 “이석간의 ‘경험방’은 영주 지역의 특산물을 연구해 만든 최초의 민간 의서”라고 말했다. 조선 7대 왕인 세조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의서인 ‘식료찬요’의 서문을 썼다. 정조는 식치를 제대로 알고 몸이 안 좋을 땐 직접 특정 음식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영조는 하루 5끼씩 먹던 왕의 식사법 대신 3끼만 먹으며 장수했다. 신 원장은 “세종과 문종, 세조 때 의관 전순의는 종합 의학서인 ‘의방유취’의 편찬에 참여했고 ‘산가요록’과 ‘식료찬요’ 같은 식의서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선비들은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추구했다. 그게 식치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미덕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을 통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식치를 다시 되새겨 생활화한다면 코로나19를 넘어 어떤 전염병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영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종합 식품회사 팔도가 ‘비락 바나나식혜’를 새롭게 출시했다. ‘바나나식혜’는 1993년 출시한 ‘비락 식혜’ 브랜드 중 과일 맛을 더한 최초의 제품이다. 식혜 특유의 달콤한 감칠맛에 바나나 과즙을 넣어 부드러워진 게 특징이다. 팔도는 식혜와 어울리는 과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바나나가 가진 산미와 풍미가 식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이를 제품화했다. ‘바나나식혜’의 패키지 디자인은 ‘비락 식혜’를 상징하는 ‘노란색’이 아닌 ‘하늘색’으로 바꿔 시원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뾰로통’ 캐릭터도 새겼다. ‘뾰로통’은 인기 캐릭터 ‘뽀로로’가 사춘기에 접어든 모습을 상상해 만든 것으로, ‘뽀로로’가 안경과 헬멧을 벗고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김기홍 팔도음료BM팀장은 “비락식혜는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양한 변화로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일상음료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품질 개선과 다양한 시도로 소비자 만족은 물론 식혜 음료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팔도는 바나나식혜 출시를 기념해 ‘메시지 채움 이벤트’를 진행한다. 제품 패키지 공란에 메시지를 채워 SNS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경품은 에어팟 프로와 치킨 등 다양하다. 이벤트는 1차 8월 30일, 2차 11월 30일까지 2차례 진행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본격적으로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운동마니아들 사이에선 ‘여름철 슬기로운 운동법’이 나돌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는 운동. 혹은 홈 트레이닝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마라톤, 등산, 사이클 등 야외 운동을 한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더위를 피해 새벽이나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한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달리면 좋다’, ‘열을 식혀주는 스포츠웨어를 입고하면 좋다’… 등 조언들이 많다. 하지만 여름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섭취이다. 평소보다 많이 빠져 나가는 수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섭취하느냐에 따라 운동이 즐거울 수도, 고행일 수도 있다. 여름철 운동할 때 이온음료를 마셔야 할까? 물을 마셔야할까? 얼마나 마셔야 할까? 여름철 수분섭취의 패러독스(Paradox)를 알아본다. 최근 다양한 스포츠음료가 나와 ‘운동 땐 이것을 마셔야 한다’고 유혹한다. 스포츠음료, 즉 이온음료는 스포츠 과학적으로 운동할 때 몸에서 빠져 나가는 전해질을 잘 흡수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전해질은 나트륨과 염소, 칼륨 등 몸속의 신경 전달 물질을 말한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5km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음료를 마시며 달린다. 빠져나가는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전해질은 보충되지 않으면 피로가 쌓인다. 격렬한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 신경 전달 물질인 전해질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더운 여름엔 운동하기 전 약 200~300ml의 물을 마시고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15분마다 한번 씩 물을 마실 것을 권유한다. 운동을 마친 뒤에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고 한다. 이온음료라면 더 좋다고 한다. 여름엔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보충해줘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수년간의 연구한 결과 이는 잘못된 가이드라는 게 밝혀졌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는 1990년대부터 스포츠음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과연 스포츠음료가 물보다 더 효과적인가’, ‘어느 정도 마셔야 하는가’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결론은 ‘굳이 스포츠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되며 여름에도 수분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의 경우 스포츠 과학적으로 일리는 있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게 결론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등 과거부터 슈퍼스타들이 광고에 등장에 ‘스포츠음료, 마시면 좋다’고 강조는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를 만드는 회사들이 스포츠과학자들과 협동으로 ‘이온음료는 물보다는 더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 표본이 너무 작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를 마실 경우 물보다 운동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라고 결론지었다. 스포츠 음료라고 얘기하고 실험을 진행해 피험자들이 그렇게 느껴졌을 뿐 실제론 물을 마셨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스포츠 음료를 마신다고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스포츠학자들의 결론이다. 연구 결과 물 만으로도 체내 전해질 대사에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가 평소 섭취한 음식물에 운동할 수 있는 영양소가 충분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수에 대해선 ‘오해’가 너무 컸다. 그동안 스포츠음료 회사들과 일부 스포츠과학자들이 심한 운동을 할 경우, 더운 날씨에 운동을 할 경우, 스포츠음료나 물을 충분하게 마셔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이런 권고는 ‘과장’ 이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수분이 빠져 나가면 우리 몸은 그에 대처하게 된다. 혈장삼투압(Plasma Osmolality·물과 혈장을 반투막 사이에 두고 전체의 용질농도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반투막에 가해지는 압력) 현상이 나타난다. 땀을 흘리면 뇌에서 혈장삼투압이 높아지는 것을 인지한 뒤 항이뇨호르몬인 ADH(Antidiuretic Hormone)를 방출한다. ADH는 신장에 수분통로를 활성하게 해 수분을 피로 흘러들게 한다. 수분이 혈액으로 다시 흡수되면 혈액삽투압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ADH 방출도 끝난다. 전해질이 조그만 떨어져도 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탈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제를 연구한 켈리 앤 힌드만 미국 앨러배마대학교 버밍햄캠퍼스 교수는 “사람들이 탈수에 대해 고민하는데 이렇게 우리 몸은 수분을 잘 보존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업다. 오히려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수분과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라톤대회에서 탈수로 숨진 경우는 없지만 체내 수분과다로 인한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으로 사망한 사례는 있었다. 2002년 보스턴마라톤 대회 때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488명의 완주자 혈액 샘플을 살펴본 결과 13%가 저나트륨혈증이었다. 이중 3명은 생명에 위험을 느낄 정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나타난 현상이다. 물을 너무 마셔 혈액이 묽어지면 두통, 구역질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 장애는 물론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피가 너무 묽어져 체내 시스템이 무너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포츠학자들은 ‘우리 몸은 땀을 흘리면 그에 맞게 혈액 전해질을 맞춰준다. 물을 마시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적절하게 마시되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럼 어떻게 마셔야 적당할까. ’목이 마를 때 마셔라‘가 정답이다. 잠이 올 때 잠을 자야하듯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는 최근 탈수현상보다는 저나트륨혈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분 섭취는 ’목마를 때 물을 하시 되 체중의 2%이상 수분이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 몸은 물과 스포츠음료를 흠뻑 들이켜지 않고도 살아남게 진화했다. 당신의 몸이 물이 필요하다면 그 때 마셔라. 미리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음식으로도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 특별하게 극한 사항이 아니라면 물만 잘 먹어도 충분하다. 1~3시간 운동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운동 30분전 100~200ml 마시고, 운동 중 목 마를 때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이든 스포츠 음료든 기호에 따라 적당하게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우면 물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지나치면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송 실장은 ”운동 후에 기호에 따라서 스포츠음료는 마셔도 되겠지만, 근육운동 후에는 근손상 회복을 위해 단백질(우유, 두유, 쇠고기, 계란)과 비타민C 섭취가 근회복에 좋다“고 덧붙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덥다고 너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양상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파&피트니스 웰페리온 고문(67)은 6월 5일과 6일 열린 물사랑 낙동강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100km를 16시간 24분에 완주했다. 2004년 5월 2일 한강일주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것을 시작으로 16년 만에 100km를 100회 완주했다. 대한민국 국토종단 622km 등 100km 이상을 달린 것을 포함해 100회를 달린 것이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달리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100km 이상을 100회 달렸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냥 달리는 게 좋았다. 100km를 달리고 나면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이물질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힐링도 힐링이지만 내 몸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양 고문은 30대 초반이던 1980년대 중반, 현대건설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이 지어졌을 때부터 운동마니아가 됐다. 현대그룹이 수영장을 포함한 헬스클럽을 지었는데 초창기 멤버로 회원 가입을 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종로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현대 스포츠센터가 문을 열면서 바로 가입했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였고 20~30명이 되자 자연스럽게 클럽이 생겼다. 그래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헬스클럽 트랙(70m)에서 달렸지만 나중엔 바로 옆 원서공원으로 나가 달렸고 남산, 한강으로도 나가게 됐다.” 건강을 위해 달리던 그는 마라톤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풀코스를 달렸다. 달리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가 욕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바로 포기했다. 양 고문은 “솔직해 서브스리도 해보고 싶어 훈련을 했는데 ‘이러다 몸이 망가질 것 같다’는 느낌이 와 포기하고 울트라마라톤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마라톤 풀코스 서브스리를 하는 것보다 풀코스를 2배 이상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이 더 안전하다는 것인가? “마라톤 풀코스로 서브스리를 하려면 스피드가 포함된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아주 드물다. 난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오래 뛰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울트라마라톤으로 전향한 것이다.” 양 고문은 울트라마라톤 100km 첫 도전에서 9시간 53분 33초를 기록해 ‘서브 10(10시간 이내 완주)’으로 완주했다. 울트라마라톤 100km에서 ‘서브 10’은 마라톤 풀코스 ‘서브스리’와 똑같은 명예로운 기록이다. 100km를 10시간 이내로 완주하려면 매 10km를 1시간 안쪽에 달려야 하는 대단한 기록이다. 양 고문의 100km 최고기록은 2007년 11월 18일 열린 제8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기록한 9시간 38분 8초.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30분이다. 양 고문은 국토종단과 횡단을 하는 대한민국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2009년 경기도 강화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 308km(58시간 31분)를 완주했다. 2016년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537km(123시간 20분), 2017년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622km(146시간 16분)를 완주하며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그는 308km 국토 횡단은 4차례 더 했을 정도로 ‘길게’ 달리는 것을 즐겼다. 2008년 24시간 달리기에서 국내 1위를 해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24시간 주는 400m 트랙을 24시간 달리면서 200km 이상을 달려야 하는 것이다. 400m 트랙을 500바퀴 달리는 지루한 경쟁에서 1위를 한 것이다. “달리기만 했으면 이렇게 오래 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운동을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스트레칭을 하고 남산 혹은 한강으로 나가 달렸다.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했고 냉찜질도 했다. 그렇게 몸을 풀어주고 근육을 잡아주면서 달렸기 때문에 지금도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양 고문은 평생 즐겁게 달리려면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 고문의 하루는 새벽 5시 스트레칭 체조와 함께 10~20km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피트니스센터 웰페리온에서 틈나는 데로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그가 웰페리이온에서 고문으로 일하는 배경도 이렇게 평생 운동을 다치지 않고 열심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좋긴 하지만 무작정하면 망가질 수 있다. 평생 즐기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말엔 마라톤 풀코스 대회를 ‘훈련’으로 참가한다. 지금까지 완주한 풀코스만 수백 회라고 한다. 울트라마라톤만 횟수를 계산하고 풀코스는 계산하지 않는다고. 요즘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염증(코로나19)으로 마라톤 대회가 취소되면서 등산을 한다. 젊었을 때부터 등산을 즐긴 그는 대한민국 산은 안 가본 곳이 없단다.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산, 언덕을 수 십 개 넘어야 한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타는 것이 필수 코스”라고 강조했다. 설악산 공룡능선만 126번을 탔다고 했다. 설악산 종주,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를 포함해 지리산 종주도 수차례 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트레일러닝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완주했다. 최근엔 등산할 땐 맨발로 하고 있다. 그는 “발과 손에 오장육부가 들어 있다고 한다. 맨발로 산을 타고 나면 내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맨발로 걷기 좋은 곳은 북한산 정릉 코스와 아차산, 용마산이라고. “사람은 힘들만 안한다. 난 즐기려고 한다. 대한민국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달리다보면 각 지방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밤엔 반딧불이, 낮에 개구리, 새 등을 다 보면서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다 청정지역이다. 달리면 몸이 좋아지고 엔돌핀도 팍팍 솟는다. 달리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눈도 좋아진다.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보다보니 눈이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술도 한잔 씩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어디 있나?” 양 고문은 80세까지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을 달릴 계획이다. 그 뒤엔 마라톤 하프코스나 풀코스를 달릴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생각하고 있는 생각일 뿐. 달릴 수 있다면 100세까지 100km를 달리고 싶다고. 양 고문은 요즘 100km를 13~16시간대로 천천히 달린다. 맘만 먹으면 10시간대로 달릴 수 있지만 ‘욕심’을 내다보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빠져 산다. ‘내가 옛날엔 이랬는데’ 하며 늙지 않았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20대처럼 달릴 수 있겠는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운동을 며칠만 안 해도 몸은 달라진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고 운동해야 다치지 않는다. 며칠 쉬었으면 다시 초보자의 마음으로 운동을 해야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미국에서 살다 3년 전 돌아온 커리어우먼 원희준 씨(32·EA 코리아)는 우연히 친구 따라 크로스핏(CrossFit) 체육관에 갔다가 운동마니아가 됐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과 신체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섞어 전신의 운동 능력을 고루 발달시킨다. 그만큼 힘들다. “처음엔 솔직히 너무 격렬해 무서웠다. 무거운 역기도 들고 힘든 동작도 하고…. 그저 이런 세계도 있구나했다. 하지만 개인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시작했다. 너무 재밌었다. 역기를 들어 올리고 턱걸이도 하고, 버피테스트도 하고…. 한계를 넘어 역기 무게를 더 올리고, 특정 동작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 시간에 목표 횟수를 마치는 게 좋았다.” 미국에서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한 뒤 회사에 다니며 피트니스센터에서 건강을 위해 간간이 운동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빠져든 것은 처음이다. 마치 엘리트 운동선수처럼 매일 땀을 흘렸다. 처음엔 아침저녁으로 크로스핏을 했다. 역기로 역도 용상(Clean & Jerk)을 57kg까지 들어올릴 정도로 체력도 좋아졌다.2018년엔 스파르탄 레이스에 참가했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5km부터 10km, 21km까지 달리며 다양한 난이도의 장애물을 정복해나가는 레이스로 200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한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 국에서 열리고 있다. 5km는 장애물 20개, 10km는 장애물 25개, 21km는 장애물 30개를 넘는 식이다. 장애물은 넘는 것, 건너는 것(물, 밧줄), 드는 것 등 다양하다. “해변 및 산악을 달리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달리거나 밧줄을 타는 경기인데 도전의 연속이었고 매번 만나는 장애를 넘는 게 재밌었다. 2018년 2개 대회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도 2개 대회에 출전했다.”원 씨는 지난해 7월 열린 동해 스파르탄 레이스 21km를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도 시작했다. 21km는 가장 긴 거리로 ‘비스트’로 불린다. 마라톤 하프코스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했다.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 ‘휴먼레이스’에도 가입했다. “솔직히 달리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었다. 그런데 안 달리면 안 되니 제대로 달리고 싶었다. 휴먼레이스에 가입해 나갔는데 다들 나보다 훨씬 빨리 달려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봤다.” 수준별 그룹으로 나눠 지도하는 ‘스타트런’을 찾았고 매주 2, 3회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쉽게 효율적으로 달리는 법도 알려줬다. 그는 “혼자 달리면 중간에 멈추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데 함께 달리니 참고 계속 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달린 지 한달이 채 안돼 참가한 스파르탄 레이스 21km는 4시간 25분에 완주했다. 스타트런 멤버들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이후 공공스포츠시설을 폐쇄해 대치유수지 트랙에서 훈련하고 있다. 혼자 달릴 땐 집근처 반포 한강공원을 달린다.운동하면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 피곤하지 않았고 무슨 일을 하든 지치지 않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아직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조그만 걸어도 지쳐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날 보면 ‘너무 극한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렇게 활기차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성취감을 준다. 기록을 단축하고, 목표했던 거리를 완주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느끼는 쾌감이 그를 또 달리게 만든다. 경쟁도 즐겼다. 아주 뛰어난 사람들을 따라가진 못했지만 타인과의 경쟁, 기록 단축이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해 10km 1시간6분, 하프코스 2시간25분에 완주했는데 올해는 10km 57분, 하프코스를 2시간10분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다. “솔직히 크로스핏이 더 재밌다. 아직 달리는 재미에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달리기는 체지방을 태우는데 효과적이다. 또 크로스핏은 길어야 20분, 최대 30분이면 끝나는데 달리기는 1,2시간은 물론 3,4시간 씩 달린다. 멈추고 싶은 욕구를 참고 끝까지 달리는 정신력, 거기서도 성취욕을 느낀다.” 원 씨는 달리면서 크로스핏은 주 1회로 줄였다. 평일 저녁에 5~7km를 달린다. 길게는 10km까지 달린다. 주말엔 트레일러닝을 한다. 스파르탄 레이스를 하며 트레일러닝을 접했고 올 2월 열린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 12km를 달린 뒤 산을 달리는 재미에도 빠져 들었다.“서울 주변엔 산이 많다. 서울 둘레길을 달린다. 한 달 전에는 관악산 둘레길 34km를 달렸다. 트레일러닝은 색다른 묘미가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산과 들, 계곡 등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 수 있다. 도로 달리기는 비슷한 동작을 반복해 다소 지루하지만 산은 다양한 볼거리와 넘어야 할 장애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원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2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운동이 주는 의미가 더 각별하다.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하며 만난 지인들과 함께 저녁에 달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그는 “솔직히 주위 지인들이 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 코로나19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함께 달리고 있다. 달리기는 비대면 스포츠라 큰 문제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주 2회 요가도 하고 있다.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하다보니 근육이 너무 비대해져 유연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운동을 하면서 요가 등 유연성 운동을 보조적으로 하면 부상도 방지하고 훨씬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원 씨는 현재로선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솔직히 풀코스를 뛰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하프코스까지가 딱 맞는 것 같다”고. 하프코스 완주도 힘들었는데 풀코스까지 달릴 생각을 하니 달리는 것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금은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아직 그가 가야할 인생길은 멀다. 조만간 마라톤 풀코스는 물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까지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62)는 올 초부터 매일 단공호흡(丹空呼吸)을 하면서 제대로 잠을 자고 있다. 과로 탓에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려 수면장애에 시달렸는데 호흡법을 하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8년 뼛골이 쑤실 정도로 크게 아파 고생했다. 두 달 반 동안 온몸이 쑤시고 정신은 몽롱하고…. 무엇보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양의사, 한의사 다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1박 2일 수면다원검사 결과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하지 않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야 할 시간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을 잘 수 없는 병이다. 원인은 과로였다.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뒤 대학 강의(경민대, 성균관대, 홍익대, 상명대, 국민대)와 전시를 병행했고, 2006년부터 갤러리 나우를 운영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이 이어진 것이다. 수면 유도제와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영양제도 한 주먹씩, 항산화제까지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이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뛰고 걷는 사람과 나처럼 끝없이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 웃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한의사를 만나 침을 맞으며 다소 회복되기도 했지만 수면 뒤 개운치 못한 느낌은 계속 남아 있었다. 올 1월 갤러리 나우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강남으로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강남 지인의 소개로 10년 넘게 단공호흡법을 연마하고 있는 변규주 선생(54·영농조합 푸른알 이사)을 만나 호흡법을 배운 것이다. 이 대표는 “변 선생이 제 얼굴을 보자마자 호흡법을 하라고 조언했어요. 시커먼 안색을 보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호흡법을 한 날부터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단공호흡법은 말 그대로 ‘단(丹)’을 비우는 호흡법이다. 다음은 변 선생의 설명이다. ‘우리 몸에는 항상 기운이 흐르고 있다. 기(氣)와 혈(血)이다. 혈 흐름의 중심은 심장이며 기 흐름은 단전(丹田)이 주관한다. 단전은 그 작용에 따라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생각을 주관하는 상단(머리), 느낌을 주관하는 중단(가슴), 행을 주관하는 하단(아랫배)이다. 일반적으로 단전은 하단을 가리킨다. 단전 기운의 원활한 흐름이 건강한 신체의 기본이 된다.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흐르지 못하고 막히면 몸에 이상이 온다. 호흡법으로 단을 비워 새로운 기를 넣어주면 흐름이 원활해진다.’ 단공호흡법은 앉아서 해도 되지만 큰 대자로 누워, 양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벌리고, 양다리도 어깨넓이만큼 벌린 자세로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아랫배를 불룩하게 내밀고 입으로 길게 내쉬며 배가 등에 닿도록 뱉기를 반복한다. 시간은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5분만 해도 된다는 변 선생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매일 호흡법을 하긴 쉽지 않았는데 5분만 하라는 말에 ‘그럼 매일 할 수 있겠지’ 하며 시작했어요. 그런데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 금방 30분이 갔어요. 호흡하며 잠들어도 좋다는 말도 호흡법을 지속시켰죠. 실제로 잠에 쉽게 빠져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로 밤에 호흡법을 했다. 잠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안색이 밝아지며 주위로부터 “뭐 좋은 것 먹었냐”는 반응이 왔다.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호흡법을 통해 욕심도 버렸다. 이 대표는 “솔직히 전 제자들이나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죠. 호흡법을 한 뒤 우리 아들이 ‘엄마 요즘 왜 그래?’라고 해요. 다른 때 같으면 짜증을 냈을 텐데 웃어넘기는 것을 보고요”라며 웃었다. 호흡으로 단을 비우며 마음도 비웠기 때문이다. 변 선생은 “호흡을 하며 기를 비우고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묵으로 마음을 비우는 단계까지 가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채우려고만 하다 보니 순리에 역행해 온갖 병을 가지게 됩니다. 호흡하며 생각 버리기도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하며 삶에 여유가 생겼지만 가끔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아직도 버려야 할 욕심이 더 있다는 얘기죠. 이게 숙제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호흡법 전도사가 됐다. 몸이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흡법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무작정 달리면 발이 망가집니다.” 김동호 한국인체공학신발연구소 소장(61)은 ‘발 박사’로 통한다. 직접 달리면서 발의 움직임을 연구해 기능성 안창을 만들고 있다. 27일 서울 도림천공원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까지 42.195km 풀코스를 무려 637회 완주했다. 2004년 6월 첫 풀코스를 완주한 뒤 16년이 지났으니 1년에 평균 약 40회를 달리며 발을 연구하고 있다.“2004년 6월 무작정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 30km 지점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아파 달릴 수 없었다. 걸어서 5시간1분12초에 간신히 완주했다. 그 때 내 몸의 균형이 깨져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다.” 학창시절 운동하다 다친 왼쪽 좌골 탓에 강한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 것이다. 구두회사(엘칸토)연구소에서 일하며 발 교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때였다. 일상생활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다친 왼쪽 좌골 때문에 몸이 비틀어져 있었고 왼쪽 다리 근육의 힘이 오른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무릎에 통증이 온 것이다. 그는 “걸어서였든 풀코스를 완주하니 새 세상이 펼쳐졌다. 자신감도 얻었고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달리면서 연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11월 중앙마라톤에서 3시간28분15초를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획득했고 2006년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풀코스를 60회 정도 완주하면서야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빨리, 그리고 천천히 완주하며 몸 상태를 체크했고 약한 부분 근육을 키우면서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 그리고 2006년 연구소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발 연구에 들어갔다.“달리며 내 몸의 변화도 체크했지만 다른 사람들 몸도 유심히 관찰했다. 마라톤 풀코스 150회 이상을 달린 사람이면 대부분 엄지발가락이 변형하는 무지외반증이 생겼다. 엄연하게 장애임에도 장애인지 모르고 있었다. 발의 뼈는 고르게 힘을 써야 변형이 생기지 않는다. 아치가 무너져 특정 부위의 힘을 많이 쓰면 그 부위 근육이 발달해 비해지며 기형이 생긴다. 이를 막아줘야 오래 달릴 수 있다.” 김 소장은 많이 달리다보면 체중에 의해 발의 아치가 무너지는데 아치를 무너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발은 우리 몸에서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다. 아치를 보정해주면 좋다는 논문도 많이 있다. 평발도 아치를 만들 수 있다. 틀어진 것도 잡아줄 수 있다. 그런데 10명 중 2,3명만이 교정 받는다. 일상생활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달리려면 교정하면서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성구두를 신고 풀코스를 6회 완주하기도 했다. 발의 구조와 신발의 인체공학적 설계를 위해서였다. 김 소장은 “난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를 포함해 다양한 임상실험 결과 아치를 지지해주는 안창을 신었을 때 발이 원래의 모양을 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 소장은 유명 선수들에게도 안창을 만들어 공급한다. 아치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게 지지해줘야 선수생명을 더 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8월 100회, 2010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25분11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200회를 완주했다. 2012년 5월 300회, 2015년 3월 400회, 2017년 3월 500회, 2019년 11월 600회 완주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트라마라톤 100km 20회, 200km와 308km도 각 1회 완주했다. 그는 요즘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풀코스를 2회 완주한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수요일과 토요일 달리고 있다. 공원사랑마라톤은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 새벽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다. 개별적으로 칩을 달고 출발해 완주하면 기록증을 바로 준다. “교수(지난해까지 오산대 신발산업학과 교수)로 수업을 하고 연구 및 제작을 하다보면 하루 10시간 넘게 서서 일한다. 그래서 따로 운동하긴 힘들다. 매주 풀코스를 2회 달리는 게 건강을 위한 것인 셈이다. 하지만 무릎과 발가락 등 달리는데 필요한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보강훈련은 꾸준히 하고 있다.”김 소장은 달리기가 가장 쉽지만 쉽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달리면 안 된다. 힘 좋다고 무리하게 달리다보면 탈이 난다. 바른 자세로 걷다가 속보로 걷고 그리고 달려야 한다. 그래야 달릴 수 있는 근육이 발달한다. 42.195km는 바른 자세로 달려도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어떻겠나? 바로 무릎, 발, 고관절 등에서 통증을 느낀다. 상체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치우쳐 달리면 허리는 물론 하체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도자의 지도를 받아 바르게 달려야 평생 달릴 수 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체력 좋고 힘 좋다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이유가 잘못된 자세로 달리기 때문이다. 김 소장 보다 먼저 시작해 풀코스를 700회 800회 완주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봤단다.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보강하는 훈련도 중요하다. 또 어디가 불편하면 자세가 잘못된 것이니 꼭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바로 잡아야 한다.”김 소장은 당초 풀코스를 100회만 완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을 연구하며 달리는 자세까지 바로 잡으니 600회를 훌쩍 뛰어 넘어도 몸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김 소장이 추천하는 보강운동은 무릎 굽히기와 발꿈치 들기(Heel raise). 무릎 굽히기는 웨이트트레이닝의 스쿼트 같이 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10~20cm만 굽히는 것을 하루 1000회 이상 하는 것이다. 무릎 주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발꿈치 들기도 장딴지 근육을 키우는 캐프레이스(Calf Raise)처럼 하지 않고 살짝 뒤꿈치만 들어 발가락 근육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훈련이다. 발꿈치 들기도 하루 1000회 이상 해야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소장은 “굳이 운동 시간을 정해 좋지 말고 시간 날 때 100~200회 하루 1000회 이상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쪽으로 달리는 것)를 하는 사람들은 타고 나야 한다. 그냥 운동 삼아 즐기면서 달리는 게 가장 좋다. 사실 나도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제대로 훈련했으면 서브스리를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랬다면 지금 달리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무리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100세 시대 제일 오랫동안 버틴 사람이 강한 것 아닌가. 무리하다 평생 못 달리면 얼마나 억울한가?”김 소장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풀코스는 달려봤으면 좋겠다. 건강에 좋고 완주하면 자신감도 생긴다. 무리하지 않으면 최고의 건강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1km를 7분30초 페이스로 달리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권유로 마라톤에 빠진 사람들이 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이라고 한다. 이제 100세는 물론 그 이상도 살 수 있는 시대다.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부 문화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나눔’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 좌담회는 동아일보와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공동 추진하는 유산 기부 연중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유산 기부 캠페인은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개인 및 기업이 유산을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면 그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자선단체협의회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5선·경기 부천 오정), 김병욱(초선·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굿네이버스 이사장),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서경석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오늘 참석자들 대부분이 기부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간의 성과와 21대 국회의 과제에 대해 정리한다면… ▽원혜영 의원=20대 국회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 등 관심 갖는 의원들이 생겼다. 21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주리라 기대한다. ▽김병욱 의원=유산 기부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재산을 기부하면 10%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레거시 10’이라는 법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사회 통합을 위해 유산 기부를 활성화시킬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 ―유산 기부가 무엇인가. ▽원 의원=부를 축적한 사람들에게 주식 등으로 기부하도록 유도하고 그들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기업이 주식을 재단에 내고 그 가족이 관리하도록 해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복지 국가의 완성은 기부문화 확산에 있다. 정부가 치밀하게 정책을 쓴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비영리기구 등) 민간 영역이 할 수 있고, 그게 기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실천 방안이 있다면…. ▽원 의원=(이달 30일) 정계에서 은퇴한 뒤 유산 기부 운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유언장 작성 문화에 참여할 생각이다. 미국은 56%가 유언장을 쓴다.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조차 없다. 영국처럼 유언장에 재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감면해 주는 ‘레거시 10’을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재산의 10%를 축구 꿈나무 육성에 써 달라’고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통합은 정부 재정만으론 안 된다. ―주식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원 의원=주식 기부를 활성화하고 이를 기부 활동에 쓸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출연한 주식이 약 1조7500억 원인데 이를 쓰지 못한다. 주식 대부분이 자산으로 묶여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일하 이사장=(현 제도에선) 기업이 주식을 기부해도 NGO에서 쓸 수가 없다. 상법 등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 5% 이상의 지분을 특정 재단에 기부하면 세금 50%를 부과하는 게 현실이다. 법에서 주식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순수한 의도의 ‘기부’를 목적으로 주식을 기부하는데 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기부 문화가 나가야 할 방향은…. ▽이 이사장=우리나라의 개인 기부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상위권에 올라 있다. 정부가 공익위원회를 만들어 공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부와 관련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제훈 회장=사회복지법인이 부동산을 기부 받아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관련 법에서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부자의 뜻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 부자가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인들이 나눔과 봉사 문화에 앞장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들이 사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원 의원=정부의 기부 관련 정책이 네거티브(규제)에서 포지티브(육성)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기부 문화 활성화보다 잘못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모금하는 것은 민간 기부 확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나도 장학재단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이자율이 떨어져 운영하기 어려워져 출연기금을 더 쓰겠다고 했는데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청에서 허가를 안 해줬다. 장학사업 같은 공적인 곳에 기부금을 쓰는 것을 정부가 막아선 안 된다. ▽서경석 대표=국가 복지 예산이 부족할 경우 민간의 역할이 크다. 정부가 복지에 관심을 갖는다면 민간을 파트너로 활용해야 하지만 오히려 억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민간단체들이 국가를 대신하고 있는데 마치 하청업체 대하듯 군림하는 태도는 잘못됐다. 앞으로 기부 문화에서 숨겨진 기부 자원을 찾는다면 노인들이다. 이들은 부동산 등 재산을 갖고 있다. 자산을 갖고 있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선 기부금 운영을 책임질 자선단체의 건전성 관리도 중요해 보인다. 대책은 있나. ▽이 회장=민간 NGO가 앞장서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원금의 10∼15%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작은 단체의 경우 후원금 10%로는 운영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NGO가 쓰는 사업비와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생활인이다. 생계비는 줘야 한다. ‘자원봉사단체인데 왜 월급이 필요한가?’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법을 개정해 운영의 폭을 넓혀 줬으면 한다. ▽원 의원=20대 국회 때 법안을 만들면서 확인해 보니 자선단체를 관리하는 정부의 기관 부처가 모두 다르다.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영국, 호주에는 비영리 공익법인을 총괄하는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가 있다. 비영리 공익법인의 등록, 관리감독, 육성, 기부법 등을 하나의 정부기관에서 총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등 사업 목적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 그 결과 비영리 공익법인의 설립 규정, 관리감독 등이 제각각이고 국내 비영리 공익법인 수나 활동 예산에 대한 통계도 거의 없다. 이제 우리도 비영리 분야를 총괄하는 ‘공익위원회’ 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의 기부금 유용 논란으로 비영리 기부금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이사장=현재 일부 시민단체의 문제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자선단체들까지 의심받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 “믿지 못하겠다. 지원을 끊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자선단체와 시민단체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선단체들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기부자가 요청할 때 기부금 내역서 및 장부를 공개하고 있다. 그만큼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NGO는 외부 감사를 받고 국세청에 공시한다. NGO의 투명도를 높이려면 각 단체가 얼마나 투명하게 후원자의 의도대로 돈을 쓰는지를 공개하면 된다.사회=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정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00세 시대, 운동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부상방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부상방지 및 재활트레이닝 전문가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47)는 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포츠와 운동을 즐기지만 꼭 해야 할 기본을 잘 지키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본이 문제다. 운동하기 전 준비운동(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끝난 뒤 정리운동(쿨링다운)을 잘 하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본운동(축구, 농구, 야구, 마라톤 등)을 하기 전에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5%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최대로 달릴 수 있는 75%로 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예비운동(Formal Activity)이라고 한다. 몸이 본운동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본운동에서 하는 동작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가벼운 캐치볼과 수비연습, 배팅 등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가볍게 패스를 하고 슈팅을 날리는 과정이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조깅을 하면 된다. 예비운동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본운동에 최적화되도록 체온과 혈류량을 높여준다. 둘째, 본운동에 필요한, 본운동과 연결되는 협응동작의 기초를 제공하며 본운동을 할 때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하도록 해준다. 글로벌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러닝팀의 재활트레이너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스트레칭만 하고 훈련할 때보다 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예비운동까지 했을 때 낙오자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조도 하지 않고 바로 달린다. 운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스트레칭과 체조 충분히 하고 조깅으로 몸을 충분히 덥힌 뒤 본격적으로 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리운동은 최대심박수의 40~50%로 하면 된다. 본운동이 끝난 뒤 30분 정도 가볍게 뛰어주면 된다. 피로물질 젖산이 간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합성이 빠르게 해 줘 몸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칭 등 체조를 해주면 된다”고 했다. 코어(Core)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코어 근육은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등, 복부, 엉덩이, 골반 근육을 말한다. 그는 “코어 근육을 키우면 몸에 균형이 잡힌다. 코어가 잘 발달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달리는 폼이 완전히 다르다. 코어가 부실한 사람은 밸런스가 깨져 엉성하게 달린다. 부상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구 스포츠의 경우 카운터 스윙(반대쪽 스윙)으로 몸의 밸런스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골프와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 한쪽을 주로 쓰는 운동의 경우 반대로도 스윙하는 훈련을 해야 몸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고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은 카운터 스윙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문가 활용도 강조했다. “운동을 오래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모르는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면 의사와 약사를 찾는데 운동할 땐 안 물어보고 한다. 그러니 잘못된 동작으로 결국 부상을 당한다. 운동도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영화 보디가드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몸을 소중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리 다양한 훈련으로 부상을 방지해주고, 다쳤거나 심한 부상으로 수술 했을 경우엔 빠른 재활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해준다. 국내 내로라하는 무용수는 다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박슬기(국립발레단) 김지영(경희대 교수) 김주원(성신여대 교수) 김현웅(한국예술종합학교) 김기민(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2000년대 초반 한 스포츠클리닉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할 때였다. 메이저리그 등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왔는데 그 때 따라온 여자 친구나 부인들 중에서 발레리나가 있었다. 그런데 아름답게 몸으로 표현해야 할 그들에게 유독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몸을 혹사하고 있는데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발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2002년 직접 발레 수업도 들었다. 유명 교수로부터 직접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다. 발레를 알아야 잘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클리닉에는 국립발레단 단장은 물론 수석 무용수 등이 많이 왔다. 그런데 병원이다 보니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2006년 독립해 센터를 열고 무용수들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공연하는 날 무용수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부상의 원인을 파악했다. “원인은 명확했다. 무용수들은 공연하는 날이면 몸 풀고 리허설하고 실제 공연까지 5, 6시간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실제 연습할 땐 2,3시간이다. 결국 5,6시간 버틸 수 있는 근지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력이 아무리 좋아도 오랜 시간 버티는 근지구력이 없으면 다친다.” 무용수들을 부상에서 해방시켜 주려면 기준이 ‘연습’이 아니라 ‘공연’이 돼야 했다. 그 때부터 그를 찾아오는 무용수들은 6시간 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축구선수는 90분, 연장까지 120분 버틸 수 있는 체력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무용수들은 최대 6시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돼야 한다. 그래서 플로어운동(앉아서 하는 운동) 2시간, 스탠딩운동(서서하는 운동) 2시간, 유산소 운동 2시간, 총 6시간 씩 돌려봤다. 그러자 부상이 현저히 줄었다. 처음엔 무용수들이 안하려고 했다. 유산소 운동을 위해 트레드밀을 뛰게 하고 고정식 자전거를 타라고 했더니 몸매 망친다고 꺼려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무용수들에게 부상이 없자 잘 따라서 하게 됐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한 박 대표는 재활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에 입학해 공부했고 고려대 응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과에서 운동처방과 운동치료전공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보건복지부)와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문화체육관광부)도 땄다. 미국 올라 그림스비(Ola Grimsby)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테라피스트(Manual Therapist·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치료하는 치료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근본적으로 무용수나 운동선수들이 다치는 이유는 근육의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전방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이유는 대퇴근에 비해 햄스트링의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발목을 다치는 이유는 장딴지근육에 비해 정강이근육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을 시킨다. 일반적으로 대퇴근과 장딴지 근육은 자주 쓰기 때문에 잘 발달돼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햄스트링과 정강이근육을 키우는 데는 등한시 한다. 그래서 부상이 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무용수가 다치면 수술받자마자 재활에 들어간다.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가속화 재활(Accelerated Rehabilitation)이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1990년에 일부 학자에 의해 제안된 것인데 무릎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했더니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률이 훨씬 빨랐다.” 박 대표는 “의사들은 수술한 뒤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재활을 시작해야 빨리 회복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근육은 2주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사라진다. 4주가 지나면 25%만 남는다. 이런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돼 왔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 “보통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 발목에 깁스를 했다고 치자. 그럼 아픈 부위는 이상이 없다. 다른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 병상에서도 어떡하든 몸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한다.” 박 대표가 조기에 무대에 복귀시킨 사례가 많다. “2008년 쯤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김기완이 찾아왔다. 아킬레스건이 완전 파열됐다. 병원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깁스 한 상태에서 계속 재활 운동을 시켰다. 접합 수술한 곳은 완전히 접합이 됐을 것이기에 다른 부위 근육은 힘을 줘도 된다. 당초 복귀하려면 12개월에서 최장 24개월은 걸린다고 전망했는데 8개월 만에 무대에 올렸다. 완벽하게 재활하는 데는 더 시간이 걸렸지만 무용을 시작하는 시기를 4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 참여한 음악 감독 장재일 작곡가도 박 대표가 재활시켰다. 지난해 9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찾아왔고 자기공명촬영(MRI) 결과 70% 이상이 끊어졌다.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했는데 다른 전문의가 ‘이런 경우 수술이 맞지만 수술 안하는 게 회복이 빠르니 운동재활로 가자’고 해 그 때부터 보조기를 달고 트레이닝을 했고 빨리 호전돼 올 2월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이재우의 허리디스크도 수술 없이 고쳤다. 박 대표는 “의사가 수술하자고 하며 더 지켜보자고 했을 때 밤중에 센터로 데려와 재활운동을 시켰다. 어차피 수술을 해도 코어운동은 해야 한다. 하루 2회씩 재활운동을 시켰더니 1주일 만에 일어났고 4주 만에 무대에 복귀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초기 재활이 중요하다. 그는 “재활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복귀 시기가 달라진다. 빠르면 빠를수록 복귀는 빠르다. 무용수, 프로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빠른 복귀가 곧 돈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수술은 의사에게, 재활은 재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의학을 공부했지 운동재활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의학적인 부분, 재활전문가는 재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의사를 더 신뢰한다. 의사 말만 믿다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재활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수술한 뒤 1개월 깁스하고 재활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한다.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당길 수 있다.” 박 대표는 매뉴얼(Manual)로 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근력 운동을 할 때 저항을 손이나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이다. “튜빙밴드와 테라밴드 등 기구를 사용할 경우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한다. 헬스기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레그 익스텐션(다리 구부린 상태에서 펴기)을 할 때 처음과 마지막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손으로 잡아당기면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3배 더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근섬유가 동원되게 해야 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한다. 솔직히 재활환자들의 경우 기구에서 하라고 하면 슬렁슬렁 하거나 안 한다. 내 손이 닿으면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매뉴얼로 하는 이유는 부상 예방을 위해서다. 그는 “다칠 때는 대부분 동작의 마지막에 다친다. 공을 던지거나 찰 때 공이 손끝에서 나가거나 발끝에 닿을 때 다친다. 그 순간 근섬유 동원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매뉴얼 훈련으로 마지막 순간에도 힘을 줄 수 있게 하면 부상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47)는 대한민국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무용수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몸을 소중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다양한 훈련으로 부상을 예방해주고, 다쳤거나 심한 부상으로 수술을 했다면 재활 트레이닝을 통해 빠른 시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다. 박 대표가 무용수 전문 트레이너가 된 배경엔 남다른 관찰력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물리치료사로 일할 당시 발레 무용수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운동선수 못지않게 부상이 많았다. 박 대표는 “엄청나게 몸을 혹사하는데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곳이 없었다”며 “이후 발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레 수업을 듣고 유명 교수로부터 개인교습까지 받은 그는 2006년 센터를 열고 무용수 전문 재활 연구를 시작했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무용수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부상 원인을 찾았다. 그 결과 5, 6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근지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무용수들은 공연하는 날이면 몸 풀고 리허설하고 실제 공연까지 5, 6시간을 계속 움직인다”며 “하지만 매일 연습시간은 2, 3시간에 불과했고, 이 차이가 부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를 찾은 무용수들은 6시간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플로어 운동(앉아서 하는 운동) 2시간, 스탠딩 운동(서서하는 운동) 2시간, 유산소 운동 2시간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초기에 무용수들은 박 대표식 트레이닝을 꺼렸다. 몸매가 망가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무용수들의 부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현재는 박슬기(국립발레단) 김지영(경희대 교수) 김주원(성신여대 교수) 김현웅(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박 대표는 본격적인 재활연구를 위해 공부도 병행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응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과에서 운동처방과 운동치료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보건복지부)와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문화체육관광부)도 땄다. 미국 올라 그림스비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세러피스트(맨손으로 직접 만져서 하는 치료) 공부도 했다. 박 대표 재활훈련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짧은 재활 기간이다. 비결은 ‘가속화 재활’로 불리는 방식으로,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1990년대 시작된 방법이다. 그는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린 뒤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하면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 기간이 훨씬 짧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육은 2주 정도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4주가 지나면 75%가 사라진다”고 지적한 뒤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만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허벅지, 장딴지 등 무릎 상처 부위를 뺀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며 “병상에 누워서도 근육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가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김기완이다. 2008년 아킬레스힘줄이 완전히 파열돼 병원에선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깁스를 한 상태의 김기완에게 재활운동을 시켰다. 그 결과 최소 1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기완은 8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박 대표는 “수술하고 1개월이 지난 뒤 재활을 시작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운동에 매달려야 한다”며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하고, 그래야만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민선 체육회장이 잘 이끌도록 돕는 게 제 임무입니다.” 박상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47)은 “신임 회장이 도가 추진하는 방향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겸직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9월 임명했다. 그런데 올해 1월 선거를 통해 이원성 체육회장이 부임하면서 경기도와 체육회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고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한다. 그만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경기도체육회는 신임 민선 회장 취임 이외에도 공공기관에서 공공기관 임의단체로 바뀌는 큰 변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박 처장은 “지금은 연착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도내 체육인들을 위해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가를 신임 회장과 교감하고 장기적으로 경기도 체육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도체육회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재정 자립을 위해 체육회의 법인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 체육회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체육회의 예산 대부분을 경기도가 지원한다. 1년 예산 500억 원 중 450억 원을 도가 책임지는 구조여서 자립도가 매우 낮다. 또 체육회 운영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경기도 사격테마파크와 도체육회관, 유도회관, 검도회관 등도 모두 경기도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체육회에 일정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처럼 지자체가 체육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체육회가 임의단체로 바뀌면서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공들이고 있다. 그는 “대한체육회처럼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과 선수, 기업과 단체를 이어줘 투자(후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엘리트 체육인 출신이다. 태권도 선수로 용인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가 연골부상을 입고 보디빌딩 선수로 변신해 졸업했다. 이후 삼성프로농구단 피지컬 코치를 지내다가 15년 전부터 ‘팀 식스 유소년스포츠클럽’을 만들어 축구와 농구, 수영 등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이 클럽의 회원 수는 5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장안대 생활체육과 교수, 성남시 풋살연합회장과 성남시체육회 이사, 한국유소년스포츠클럽협회 부회장, 세계태권도선교연맹 부총재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유소년 선수를 발굴하는 ‘스포츠 추진단’, 지역 스포츠 활성화를 지원하는 ‘스포츠 빌리지’ 등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사업을 펼쳐 경기도 체육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치과의사 윤미진 씨(47·화정서울치과 교정과)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이다. 2010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운동은 새벽에 하고 있다. 지난해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하면서도 달리기와 사이클 타기는 새벽에 하고 있다. 새벽에 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가 더 즐겁고 활기차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비대면 스포츠인 달리기와 자전거, 등산 등은 야외에서도 즐겨도 안전하다는 평가지만 전염병을 막아야하는 정부차원에서는 그 마저도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새벽형 운동’을 하면 더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엔 운동하는 사람이 적고 번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씨는 매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 자전거공방에서 회원들과 달리며 사이클을 탄다. 그는 “달리기와 사이클을 함께 타며 서로 도움을 주는 클래스 개념이라 몇 명이 모여서 운동한다. 달리는 것도 사이클 타는 것도 얼굴을 맞댈 기회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 새벽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운동은 새벽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의 운동 시작 시간은 새벽 5시 40분이나 6시.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엔 새벽 5시40분부터 사이클을 40~54km를 탄다. 화요일과 목요일엔 새벽 6시부터 12km를 달린다. 주말엔 20km를 달리거나 사이클을 80~120km를 탄다. ‘동마(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등 주요 마라톤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요즘은 주로 사이클을 타고 있다. 평소 이렇게 새벽에 운동을 즐겼기 때문에 코로나 19 시대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윤 씨는 물론 함께 운동하는 사람 모두 코로나 19는 모르고 살고 있다. 윤 씨는 2010년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가 개발한 ‘나이키 플러스 앱’에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기록하는 재미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디지털기기에 기록하는 재미가 그를 달리게 한 셈이다. “달리면서 체력이 좋아지니 삶에 활기가 생겼다. 운동하기 전엔 일을 마치고 나면 지쳐서 꼼짝도 못한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해도 거뜬하다.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게 군살 하나 없는 내 몸매다. 운동하면서 몸매 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2018년 10월 ‘춘마(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데뷔했다. 달리는 것을 좋아는 했지만 풀코스를 달릴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풀코스 완주는 자신감을 올려줬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니 체력에 자신이 생겨 철인3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동마’를 달린 뒤 철인3종을 시작한 배경이다. 지난해 5월부터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고 7월부터 수영에도 입문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3회 완주했는데 최고기록은 지난해 ‘동마’ 때 세운 4시간 28분. 수영은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1시간 씩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0월 사이클 스프린트 대회에 참가한 뒤 10월말에 통영트라이애슬론월드컵 올림픽코스에 출전했는데 사이클에서 컷오프 당했다. 사이클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했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고생하다 중간에 컷오픈 당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윤 씨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수명도 길어진다. 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19 시대라고 움직이지 말 것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있다. 홈 트레이닝도 좋지만 달리기와 사이클 등 비대면 야외 운동은 해도 좋다고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윤 씨처럼 ‘새벽형 운동’의 장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운동의 효과로 본다면 아침 낮 저녁 등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새벽에 운동을 하면 하루의 업무 생산성 높인다. 유산소운동으로 뇌 활동을 촉진하고 일정량의 운동을 마치면 자신감까지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 CEO들도 ‘새벽형 운동’을 선호한다. 운동을 하면 업무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운동하면 신체 활력이 증가하고 긍정적인 정서가 생긴다. 또 집중력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꾸준하게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새벽이 좋다고 권한다. 김 교수는 “새벽에는 약속이나 회의가 잡히지 않으니 운동을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다. 운동은 중도에 포기하는 확률이 6개월에 50%가 넘는데 새벽 운동은 방해요인(술 약속 등)이 적어 지속적인 실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새벽엔 시설 장소에 여유가 많다. 산, 공원은 물론 피트니스센터에도 새벽엔 붐비지 않는다. 조금 서두르면 사람들 접촉을 피하고 여유 있게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 실장(운동생리학)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며 “운동은 일관되게 할 수 있는 시간대가 중요하다. 운동하기 좋은 시간은 개인의 선호도,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다르지만 아침운동은 많은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송 실장이 밝힌 아침운동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집중력에 좋다. 2. 더운 시간을 피할 수 있다(여름). 3. 건강한 음식 선택하게 한다(식욕조절). 2018년 국제비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680명의 대학생에게 매일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15주 실시한 결과 육류와 튀긴 음식을 덜 먹는 효과가 나타났다. 아침 일찍 운동하면 하루 종일 건강한 음식을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4. 스트레스를 떨친다. 5. 활력을 준다. 6. 체중이 감량된다. 7. 혈당조절, 혈압관리에 도움이 된다. 8.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 필자는 코로나 19 시대에 가장 안전한 운동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5월 14일 새벽 북악산탐방로를 올라봤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창의문안내소에서 오전 7시(이곳은 봄과 가을엔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개방한다. 3개의 안내소에서 허용하는 마지막 등반 시간은 오후 4시)에 출입증을 받아서 북악마루를 거쳐 숙정문 안내소까지 40여분 가는데 단 한 명의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북악마루와 숙정문을 지키는 ‘경찰(?)’ 2명만 봤을 뿐이다. 숙정문안내소에서 북악팔각정까지 오를 때는 내려오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을 1명씩만 봤다. 반면 저녁에는 공원이나 야외스포츠 시설엔 사람이 붐빈다. 저녁 9시에서 10시 홍제천을 달리면 걷고 달리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저녁에 즐기려 나오는 현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달리기, 걷기, 자전거 타기 등 비대면 운동을 할 때 코로나 19에 감염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운동하면서 침을 일부러 다른 사람 얼굴에 뱉지 않는 한 감염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운동을 함께 한 뒤 회식 상황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래도 더 안전하게 운동하고 싶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이 적어 전염 가능성도 낮고 업무 효율성도 높이니 ‘일석이조’가 아닐까?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2003년이었다. 집 근처 수영장이 갑자기 없어졌다. 매일 아침 수영을 하고 출근했는데 할일이 없어진 것이다. 때마침 갱년기를 앞둔 아내도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니 달리기였다. 그래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김동호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임상교수(68)와 이정희 이정희소아과 원장(64)은 어린이날인 5월 5일 서울 도림천공원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310번째 동반 완주를 했다. 2004년 3월 처음 부부가 풀코스를 함께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김 교수는 458회, 이 원장은 310회를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같이 시작했지만 이 원장이 사정이 생겨 못 달릴 경우에는 김 교수 혼자 달려 횟수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김 교수와 이 원장은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서 ‘달리는 잉꼬 부부’로 유명하다. 최근 거의 매 주말 함께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당시 내 나이가 48세였다. 갱년기를 앞두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매일 하던 수영을 못하게 돼 다른 운동을 찾고 있었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쉽게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게 달리기였다. 그 때부터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이 원장) 달리기를 쉽게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수영을 비롯해 스키, 제트스키, 자전거 등을 즐기고 있었지만 1km를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던 이 원장도 마찬가지. “함께 달린 첫날 몇 100m도 못가서 힘들어 걸었다”고. 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매일 달렸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을 달렸고 피트니스센터에서도 뛰었다.부부가 달린다는 소식에 병원 동료는 물론 마스터스마라토너 지인들도 “대회에 출전하라”는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대병원에 재직 중이었던 김 교수는 “당초 대회 출전을 위해 달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동호회 활동을 하는 동료가 ‘달리면 마라톤 대회에 꼭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참가하게 됐다”고 회상했다.2003년 체계적인 훈련으로 10km와 하프코스를 완주해 예열을 한 부부는 2004년 3월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김 교수는 “한강을 달리는 서울마라톤에 참가했다. 당시 대회를 주최한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이 ‘부부가 함께 달리면 좋다. 계속 함께 달리라’고 격려해준 기억이 있다. 우리 말고도 몇몇 부부도 함께 달렸다”고 말했다. 풀코스 완주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105리를 완주했다는 성취욕과 자신감에 더 열심히 달리게 됐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물론 사회 및 일상생활에서도 적극적이 됐다. 부부는 매년 풀코스 5,6회를 완주했다. 그러다 김 교수가 모교 출신들로 구성된 ‘휘문고마라톤동호회(휘마동)’에 가입한 2010년부터는 거의 매주 풀코스에 출전했다. 김 교수는 2012년, 이 원장은 2014년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그리고 2016년 김 교수가 300회, 이 원장이 200회를 완주했다.달리면서 달리진 게 뭘까? 두 부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체력이 좋아지면서 면역력도 생겨 잔병이 사라졌다. 좀처럼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좀 피곤하면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헤르피스바이러스를 달고 살았는데 싹 사라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집안내력인 당뇨 약을 먹었는데 달리면서 끊었다. 이 원장은 “여자들이 갱년기 폐경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했는데 난 전혀 모르고 살았다. 무엇보다 체중 관리에 달리기는 최고 였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아내가 좀 통통했는데 어느 순간 날씬해 졌다. 근육도 붙어 탄력적인 몸매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마라톤은 부부싸움도 막았다. 부부는 “지방 경치 좋은 곳 대회를 잡아놓고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말싸움을 해도 일주일을 못 넘긴다. 힘들게 함께 달리다보면 모든 게 용서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금실 좋은 두 부부는 주변 달림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부부는 마라톤 예찬론자가 됐다. “모든 성인병 치료에 가장 좋은 게 운동인데 그중에서도 유산소 운동이 최고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누가 뭐라 해도 달리기가 으뜸이다.” 김 교수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 53분, 이 원장은 3시간 46분이다. 하지만 이젠 4시간 30분에서 5시간 페이스로 즐기면서 달린다. 2017년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가 주최한 ‘불교 108울트라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밤 새워 108km를 달리는 레이스였는데 너무 힘들어 울트라마라톤은 다시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즐겁게 달리는 게 건강에 가장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엔 달리는 방식도 바꿨다. 마라톤을 시작한 초기엔 매일 5~10km를 달리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했는데 요즘은 평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무릎이 좋지 않아 풀코스를 거의 달리지 않았다. 꾸준히 스트레칭체조를 해주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무릎 주변 근육을 키워줬더니 상태가 좋아져 최근 다시 풀코스를 달리고 있다. 김 교수는 “마라톤을 해도 근육운동은 꼭 해야 한다. 관절 주변 근육을 키워주면 더 잘 달릴 수 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도 즐긴다. 중앙대병원 교수 재직 시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익숙해졌고 친구 후배들과 전국 6대강 종주, 국토종주, 국토 횡단 등도 했다. 또 가까운 지인들과 가끔 할리데이비슨 라이딩을 하기도 한다. 섹소폰과 클라리넷, 플루트, 하모니카 등 악기 연주도 좋아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래도 아내와 함께 마라톤 완주하는 게 가장 좋다”며 웃었다.부부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중앙대병원에서 은퇴하면서 느꼈는데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은퇴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 인하대병원에서 기회를 줘 다시 일하고 있어 너무 기쁘다. 당초 70세까지만 달리려고 했는데 지금 체력이 50대 때보다 더 좋다. 이젠 80세까지는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00세까지 사는데 건강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운동은 필수인 시대가 됐다. 운동을 안 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은 “여성 호르몬 탓인지 나이드니 무릎과 뼈가 남성들보다 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마라톤 완주가 주는 건강과 즐거움을 막을 수는 없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특히 “부부가 하기에 최고의 운동이 달리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까지 주말마다 전남 목포와 곡성, 충남 예산, 경북 경주, 전북 남원 등을 여행하며 달렸다. 마라톤을 하면 건강도 챙기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들면 체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소 40대에는 운동을 시작해야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고의 운동은 달리기, 특히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며 ‘엄지 척’을 했다.부부는 요즘은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달리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해결되면 다시 전국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한국마라톤TV가 주최하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새벽에 열리는데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참가해 42.195km를 달리면 된다. 기록측정 칩을 달고 뛰어 완주하면 바로 기록증이 나온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김동호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임상교수(68)와 이정희 이정희소아과 원장(64)은 부부로, 거의 매주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함께 달린다. 5일 서울 도림천공원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310번째 동반 완주를 했다. 2004년 3월 처음 부부가 풀코스를 함께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김 교수는 458회, 이 원장은 310회를 완주했다. 부부가 마라톤에 빠진 계기는 평범했다. 김 교수는 2003년 매일 아침 출근 전 찾던 수영장이 갑자기 폐쇄되자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달리기를 선택했다. 때마침 갱년기를 앞둔 이 원장도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김 교수는 “쉽고 다른 준비 없이 그냥 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였다”고 말했다. 시작에 비해 적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이 원장은 물론이고 수영과 스키, 제트스키, 자전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던 김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달린 첫날 1km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하지만 부부는 실망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을 뛰었고 피트니스센터를 찾기도 했다.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의도는 없었다.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는 동료가 부부가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김 교수는 “편한 마음으로 2003년 10km와 하프코스에 도전해 완주하는 데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2004년 3월 풀코스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풀코스 완주는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줬다. 우선 성취욕과 자신감이다. 그 맛에 부부는 매년 풀코스 5, 6회를 완주했다.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 출신들로 구성된 ‘휘문고마라톤동호회(휘마동)’에 가입한 2010년부터 김 교수는 거의 매주 풀코스에 출전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2012년, 이 원장은 2014년에 풀코스 100회 완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기록 행진은 이어져 2016년에 김 교수는 300회, 이 원장은 200회를 완주했다. 신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김 교수는 “체력이 좋아지고 면역력도 생기면서 잔병치레가 사라졌다”며 “조금만 피곤하면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헤르페스바이러스를 달고 살았는데 싹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집안 내력인 당뇨병을 우려해 먹던 약도 끊을 수 있었다. 이 원장은 “여자들이 갱년기 폐경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난 전혀 모르고 살았다”며 “무엇보다 체중 관리에 달리기는 최고였다”며 웃었다. 부부 싸움도 줄었다. 부부는 “대회에 함께 참가하기 때문에 말싸움을 해도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며 “힘들게 함께 달리다 보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쌓인 부부의 금슬은 지인 달림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김 교수의 최고 기록은 3시간 53분, 이 원장은 3시간 46분이다. 이젠 기록에 욕심내기보다는 4시간 30분에서 5시간에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즐긴다. 이 원장은 “초기엔 매일 5∼10km를 달리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했다”며 “요즘은 평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릎이 좋지 않아 풀코스를 거의 달리지 않았던 이 원장은 스트레칭 체조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운 뒤 최근 다시 풀코스 도전에 나섰다. 김 교수 부부는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이다. 스포츠심리학에 ‘사회적 지지(지원)’라는 게 있다. 특정인이 어떤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으로 정서적, 정보적, 물질적, 동반자 등의 지지를 말한다. 이 중 동반자 지지가 가장 강력하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동반자가 중요한데 그 동반자가 남편이나 아내라면 더 오래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부부가 함께 즐기면 서로 의지하며 운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더 높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겨 금슬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당초 70세까지만 달리려고 했다는 김 교수는 “지금 50대 때보다 체력이 좋다”면서 “80세까진 달리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 원장도 “달리기가 최고의 운동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남편과 함께 계속 달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100세 시대, 운동은 함께 할 때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함께하는 파트너가 남편과 아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누적 적자로 자본 잠식에 처하면서 해체 위기에 몰렸던 경기도주식회사(GGD)가 1년 만에 확 달라졌다. 2018년 35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배가 넘는 97억 원으로 늘었다. 관료주의를 벗어던지고 과감한 현장 경영을 펼친 결과다. 그 중심에 이석훈 대표(50)가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와 중소기업연합회, 지역 경제단체들이 공동 출자해 2016년에 설립한 회사로,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와 과도한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도와준다. 품질은 좋은데 디자인이 엉성하고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중소기업을 대신해 제품을 판매해주는 게 주 역할이다. 위기도 있었다. 이재명 지사가 2018년 당선된 뒤 경기도㈜를 해체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본마저 잠식됐고 투입한 예산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주식회사의 장점을 살려 제대로 운영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회사는 살아남았다. 이후 지난해 2월 ‘구원투수’로 이 대표가 발탁됐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전년도에 확정된 예산으로는 신규 사업을 꿈도 꿀 수 없었다. 회사 해체에 대한 소문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 대표가 찾아낸 돌파구는 추가경정예산 따내기였다. “새로 확보한 예산을 종잣돈으로 신사업을 벌이면서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지원 시스템을 디자인 개발에서 판로 개척으로 바꾸고, 홈쇼핑과 미디어커머스, 롯데마트 등 다양한 유통업체들과의 협업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판매 대행업체 수가 450개로 전년(200개)보다 배 이상으로 늘었고, 회사 매출은 증가했다. 특히 한우언양식불고기와 에브리봇물걸레청소기 등 26개 기업은 지난해 TV홈쇼핑을 통해 1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일궜다. 올해도 분위기가 좋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2월까지만 해도 TV홈쇼핑을 통해 고려은단 비타민 세트와 에져핏 ‘이노스TV’를 완판시켰다. 이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서 조직에 생기가 돌았고 현장의 결정권한을 대폭 늘려 직원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린 게 더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 지역방송인 ‘아름방송’의 전략기획이사와 프로축구 성남 FC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 덕분에 미디어의 속성을 잘 알고 공공기관이면서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특성을 모두 가진 조직을 이끌어갈 풍부한 노하우가 있었다. 이는 이사회와 주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 4명의 시어머니를 잘 조율해 조직을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근원이 됐다. 그의 올해 목표는 자체 홍보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일종의 ‘경기도형 미디어커머스’로 도내 상품과 생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전용 매체다. 관행적으로 중소기업과 유통망을 이어주는 정부 사업에선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혈세를 쓰는 회사라면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체 유통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베트남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 현지에 경기도내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을 소개하는 쇼룸과 수출 지원 기능을 갖춘 통합 비즈니스센터도 설치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현지 통역과 법률 및 행정 서비스, 인적 네트워크 연결”이라며 “비즈니스센터가 이런 일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옌볜 시장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옌볜에는 70만 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고, 그중 50%가 한국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제품에 대한 이해와 수요가 높지만 정작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많지 않다. 경기도㈜는 또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 관광특구에도 진출한다. 중국이 경기도에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일이다. 연간 10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 진출해 제품 판매 및 먹거리장터 운영 등으로 ‘한류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그는 “옌볜과 창바이산 특구를 잘 활용하면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독서 대통령’ 김을호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이하 독서진흥회) 회장(55)은 100세 시대를 맞아 치매 예방을 위한 뇌 자극으로 독서와 서평쓰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체 건강과 뇌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치매 예방의 좋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각광 받고 있지만 직접적인 인지활동을 통한 뇌 자극도 필요하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치매에 걸리면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 수 없다. 운동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인지활동도 중요하다. 독서와 글쓰기 같은 뇌에 자극을 주는 활동이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치매를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는 넘친다. 읽은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지식의 습득 차원뿐만 아니라 뇌 건강 차원에서 독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김 회장은 2005년 독서진흥회를 만나 ‘독서 전도사’가 됐다. 독서진흥회는 1991년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서정주 시인과 정진숙 을류문화사 회장, 이응백 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책 읽는 나라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듬해 창립한 단체다. 김 회장은 2005년 초 지인을 통해 이 단체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 이사로 참여했고 그해 9월 회장에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 회장은 일명 ‘따따하닐쌈일(W.W.H.1.3.1)’ 서평쓰기로 국내 독서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따따하닐쌈일은 책 감상문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김 회장이 만든 서평의 형식. 인터넷 주소 첫 부분 www를 ‘따따따’라고 한 데서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W(Why)와 W(What)를 따따로 했고 H(How)는 발음하는 대로 하를 썼다. 1.3.1은 강조하기 위해 닐쌈일로 했다. 따따하는 책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Why)와 어떤 내용(What)을 담고 있는지를 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독자가 어떻게(How) 실천할 수 있을지를 쓴다. 길지 않고 간략하게 쓰도 된다. 닐쌈일은 책을 읽고 느낀 독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먼저 책을 읽고 든 생각을 하나 쓰고 그 이유를 3가지 적는다.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김 회장이 강조하는 치매 예방법은 독서한 뒤 간단한 서평이라도 남기라는 것이다. 그는 “독서만으로도 인지능력이 향상되지만 서평을 쓰기 위해 고심하면 뇌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심을 손으로 서평까지 쓴다면 뇌는 완벽하게 역할을 한 것이다. 손의 자극도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사람에게 치매가 끼어들 틈은 없다. 서평은 따따하닐쌈일에 따라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책만이 아니다. 신문, TV의 드라마, 예능프로, 음악, 스포츠, 여행 등 경험한 모든 것을 WWH131로 남길 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게 치매 예방의 지름길이다. 언젠가 전북 완주의 도서관에서 60, 70대 어르신들에게 강연한 적이 있다. 글을 써보지 않는 분들이었는데 쓰고 싶은 욕구는 강했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서평 쓰는 것을 알려줬더니 너무 좋아 하셨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독서 및 서평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서평을 쓰지 못하던 학부모들이 따따하닐쌈일은 쉽게 따라 정리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서평쓰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소셜미디서스비스(SNS) 밴드에 개설한 ‘김을호의 독서 예찬’ 회원수가 5500여 명일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 교수는 2015년부터는 장병들에게 독서 및 서평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해 3월부터 지난해까지 그가 독서 및 서평쓰기를 지도한 장병만 40만 명에 육박한다. 훈련병과 장병은 물론 하사관급, 위·영관급, 장성들까지. 김 회장을 통해 ‘책 읽는 병영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군대는 독서 생태환경이 보장된 곳이다. 지금은 일과시간이 지나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 병영 독서지도를 시작할 땐 독서가 군대에서 여가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일거리였다. 지휘관들은 장병들 인성 교육을 위해, 그리고 장병들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 독서문화를 확장하는데 더 없이 좋았다.” 당시 육군3사관학교 생도대장이던 황인권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57)의 특강 요청이 그의 발길을 경북 영천으로 향하게 했다. 1100명의 생도에게 줄 책 1100권을 가지고 내려갔는데 속칭 ‘대박’이 난 것이다. 김 회장은 황 사령관의 요청에 그해 말까지 수차례 더 강연했다. 그는 “독서는 절실해야 한다. 내 눈 앞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취업과 연관된 독서 및 서평 쓰기를 지도했다. 제대하는 순간부터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장병들에겐 좋은 기회가 됐고 그래서 반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독서를 통한 정보습득은 물론 자기소개서를 쓰는 법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독서법을 지도했다. 그는 “면접 때 무슨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던 장병들이 책을 잃고 자신의 가치관을 똑바로 말하고 쓰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생존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생존독서’를 삶에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황 사령관이 그해 말에 제51사단 사단장으로 옮기면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갔다. 김 회장의 독서 및 서평쓰기가 소문이 나면서 국방부에서까지 각급 군대에 독서 지도를 부탁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게 됐고 연간 최대 15만 명의 장병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군부대 용사들의 휴대폰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이고 자기계발을 하자는 의미의 ‘격몽요결 100일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다. 격몽요결은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 선생이 후학 교육을 위해 마련한 정신수양서로서, 입지(立志), 혁구습(革舊習) 등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덕목에 따라 휴대폰 사용을 줄이고 100일 동안 독서 및 서평일지를 쓰는 자기계발 독서 캠페인이다. 김 회장은 “여러 사단 및 연대, 여단에서 진행해서 임무를 완수한 곳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대한민국 군대는 국격 상승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군에서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제대하면 책 안 읽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장병이 제대해 사회의 일꾼이 되고 가정을 이뤄 책 읽는 가족을 만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터진 이후 병영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군부대 장병 및 간부자녀들을 위한 ‘집콕’용 도서를 기증하며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장병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 회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100세청춘들을 위한 북클럽’도 개설할 계획이다. 100세를 향해 새롭게 삶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100세청춘들’이란 신조어를 고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책 읽는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주 좋은 취지다. 어르신들에게 독서와 서평쓰기를 전수하고 그분들을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수도 있다.” 독서진흥회는 민간자격을 총괄하는 한국직입능력개발원이 인증한 서평지도사 자격증(1,2,3급)을 발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0여 명이 자격증을 획득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는 숭실대 대학원 독서경영전략학과 교수로 전문독서경영인 양성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영국의 유명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CEO들은 연간 책을 60권정도 읽는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독서경영이 성공의 지름길이란 얘기다. 우리나라도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2010년부터 게이츠노츠닷컴이란 블로그에 연간 50여권의 서평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독서를 하지 않을까? “책은 효과가 가능 늦은 미디어다. 영상, 스마트폰 게임은 자극이 즉흥적이지만 책은 지루하고 인내심이 없으면 읽기 쉽지 않다.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요즘 스마트폰 활용이 일상화되다보니 책보다 더 재밌는 자극에 노출되는 것도 독서를 막고 있다. 또 초등학교까지는 책을 읽는데 중학교부터 대학입시에 매달리면서 책 보다는 수능 성적을 위해 공부를 하다보니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없다. 입시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다.” 김 회장은 당분간 장병들과 ‘100세청춘들’에게 독서 및 서평쓰기를 전도하며 ‘책 읽는 건강한 대한민국 창조’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독서진흥회 차원에서 다양한 독후감대회도 열고 있는 김 회장은 “장기적으로 모든 세대가 책 읽는 문화가 되면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를 넘어 문화선진국으로 국격이 상승 될 것”이라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한민국 군대는 국격 상승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군에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제대한다면 책 안 읽는 사회 풍토도 바뀔 겁니다.” 김을호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55)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40만 명 이상의 군 관계자들에게 독서 지도를 하고 있다. 대상도 훈련병부터 일반 장병, 위관급부터 장성급 장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를 통해 대한민국에 책 읽는 병영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독서 대통령’이다. 그에게 군대는 “독서 생태 환경이 잘 조성된 곳”이다. 일과시간 이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진 지금과 달리 그가 처음 독서 지도에 나섰을 땐 독서만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지휘관들도 장병들의 자기 계발과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며 독서 문화 확장에 앞장섰다. 그가 군인 대상 독서 지도에 나선 것은 황인권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57)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당시 육군3사관학교 생도대장이던 황 사령관이 그에게 특강을 요청했는데, 그의 수업에 학생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따하닐쌈일(WWH131)’이라는 독특한 강의 이름은 김 회장이 만든 것으로, 서평 쓰기 형식의 독서 방식이다. 따따하(WWH)는 “책의 저자가 ‘어떤 이유(Why)’로, ‘무슨 내용(What)’을 담았는지, 책의 메시지를 ‘어떻게(How) 실천할지’를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조어이다. 인터넷 주소 ‘www’를 ‘따따따’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닐쌈일(131)은 독후감 정리 요령이다. 책을 읽고 든 생각을 한 가지 쓰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 3가지를 적은 뒤 하나의 최종 결론을 내리는 식이다. 김 회장은 “서평 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내 방식대로 한다면 조금은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서에 재미를 붙이려면 “지금 내게 절실한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독서 수업이 장병들에게 인기가 높은 비결도 “취업과 연관된 책 읽기와 서평 쓰기”에 있었다. 제대하는 순간부터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장병들에게 제일 필요한 게 취업이라는 점을 간파한 결과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독서법을 ‘생존 독서’라고 부른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익히고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그는 “취업 면접 때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겠다던 장병들이 독서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찾고 자신감 있게 말하고 쓰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각급 부대에 그를 강사로 초청할 정도로 현재 그의 독서 강의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서 지도를 받는 군 장병이 연간 15만 명에 달할 정도다. 김 회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이후 병영을 직접 찾지 못하고 있다. 대신 군부대 장병 및 간부 자녀들에게 ‘집콕’용 도서를 기증하며 독서 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고 자기 계발에 힘쓰자는 의미를 담은 ‘격몽요결 100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 선생이 후학 교육을 위해 만든 책으로 입지(立志), 혁구습(革舊習) 등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고 깨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한 정신교양서이다. 김 회장은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고 100일 동안 독서와 서평일지를 쓰는 자기 계발을 겸한 독서 캠페인”이라면서 “이미 많은 군부대에서 진행 중인데 임무를 끝낸 곳도 여러 곳 있다”며 활짝 웃었다. 독서문화진흥회는 1991년 고 서정주 시인과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 이응백 서울대 교수 등이 ‘책 읽는 나라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든 뒤 이듬해 설립한 단체다. 입시학원의 스타 영어 강사였던 김 회장은 2005년 지인을 통해 이 단체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 이사로 참여했고 그해 9월 회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맡고 있다. 독서문화진흥회는 민간 자격증 발급을 총괄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인증한 서평지도사 자격증(1∼3급) 발급도 대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0여 명에게 자격증이 주어졌다. 김 회장은 올해부터 숭실대 대학원에서 독서경영전략학과 교수로 전문 독서 경영인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