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신광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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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광영 논설위원입니다.

ne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칼럼100%
  • 경찰, 집단 반칙운전 폭주족과 ‘3·1절 大戰’

    경찰이 난폭 곡예운전으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폭주족과의 전쟁에 돌입한다. 매년 국경일은 폭주족들의 대목이어서 3·1절 특별단속이 첫 전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은 폭주족 주요 집결지와 이동로에 경찰관을 배치하고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한 동향분석으로 3·1절 폭주 분위기를 제압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대규모 도심 폭주행위는 경찰이 현장 채증 후 추적해 차량을 몰수하는 강경조치를 하면서 많이 사그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소규모 폭주족이 등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집결지 정보를 미리 파악해 대비하지 못하도록 불시에 특정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폭주를 일삼은 뒤 해산하는 게릴라성 수법을 쓰고 있다. 또 오토바이 운전자가 대부분이었던 종전과 달리 요즘은 고급 외제차로 초고속 경주를 벌이는 폭주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차량통행이 한산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경기 일산 자유로, 인천 신공항고속도로 등지에서 시속 200∼300km로 질주하며 주변 운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경찰은 현장 검거가 어려울 경우 고화질 캠코더 등을 활용한 채증 영상으로 폭주 가담자를 사후 추적해 차량을 몰수하는 등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시민이 촬영한 휴대전화나 블랙박스 영상도 사법처리에 활용할 것”이라며 “관할 경찰서에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동아일보 2월 20일자 A8면 ‘고속도로 폭주족’ 기사에 지적된 폭주 유형과 상습 폭주 구간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불법개조한 뒤 심야에 질주하는 행위, 동호회 활동을 빙자한 교통 방해 행위 등을 신개념 폭주행위로 간주해 강력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행 폭주족수사팀을 교통범죄수사팀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영등포 광진 송파 마포경찰서에 전담 수사팀을 우선 신설하기로 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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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르 칡냉면’ 벌금이 고작 50만원… 불량제조-유통 569명 적발에 구속은 2명뿐

    서울 노원경찰서 형사들이 지난달 상계동 뉴타운 재개발 현장에 있는 곱창 공장에 들이닥쳤을 때 내부는 공사장에서 날아온 먼지로 가득했다. 39m²(약 12평) 남짓한 작업장은 벽돌과 슬레이트로 만든 무허가 건물이었다. 정화시설이 없어 돼지 내장 등 오물이 하수구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작업장 바로 옆엔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남성 소변기에선 지린내가 진동했다. 이곳에서 만든 돼지 곱창은 서울, 경기지역 곱창 전문 프랜차이즈 음식점 20여 곳에 납품됐다. 2011년 10월부터 1년간 납품한 곱창이 무려 166t. 7억9000만 원어치다. 이 체인점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돼 손님이 붐비는 가게로 알려져 있다. 6일 경찰에 입건된 공장 업주 서모 씨(39·여)는 지난해에도 비위생 시설에서 곱창을 만들어 팔다 벌금형을 받은 전과가 있다. 벌금만 내고 자리를 옮겨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 서 씨는 재범이지만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은 설 전후 한 달간 불량식품 제조·유통사범을 집중 단속해 서 씨 등 569명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유해성분이 들어간 불량식품 판매사범이 84명, 병든 가축을 도축해 판 사람이 73명,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가 117명이다. 불특정 다수의 건강에 피해를 주는 중범죄지만 이번 단속으로 구속된 사람은 단 2명(0.3%)이다. 경찰은 중국산 물엿과 옥수수 전분, 칡뿌리를 산양산삼이라고 속여 판 업자도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쳤다. 이 업자는 창고에 추출기 5대를 설치해 무려 21억 원 상당의 가짜 산양산삼을 만들었고 이미 7억600여만 원어치를 설 명절 선물용품으로 전국에 유통시켰다. 유통기한이 10일 넘게 지난 닭 1만2000마리를 냉동해 시골 장터와 닭고기 가공 공장 등에 유통시킨 업자도 불구속 입건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 중점과제로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위해식품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해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사법연감을 보면 2011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법원에 기소된 1261명 가운데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사람은 5명(0.4%)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는 72명(5.7%)이었고 벌금형이 774명(61.4%)으로 가장 많았다. 냉면에 유해성분인 타르 색소를 넣어 칡냉면으로 둔갑시킨 업자는 수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벌금은 50만 원만 부과된 사례도 있었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위해식품을 만들어 팔거나 병든 동물의 고기를 판매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형량은 종전 5년에서 2011년에 7년으로 늘었지만 실제 판결에선 기존의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행정처분도 무력하긴 마찬가지다. 2011년 식품위해업체에 내려진 3318건의 행정처분 가운데 영업 취소나 영업장 폐쇄는 고작 1%인 34건이었다. 나머지 업자들은 잠시 일을 쉬거나 과징금만 낸 뒤 바로 장사를 이어갔다. 영업장 폐쇄 처분을 받아도 법인이나 대표자 이름만 바꾸면 언제든 동일업종을 다시 할 수 있다. 처벌이 두렵지 않은 탓에 불량식품 업자의 재범률은 36.5%에 이른다. 식약청과 경찰청의 2004∼2008년 식품위생사범 단속 현황을 보면 5년간 적발된 2만5928건 중 9472건이 재범이다. 이들 중 3∼6회 위반한 비율이 96%에 달했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불량식품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미미하기 때문에 불법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청은 지난달 불량식품을 제조, 판매한 업체에 10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도 ‘7년 이하 징역에 1억 원 이하 벌금’인 처벌조항에 ‘징역 1년 이상’ ‘벌금 1000만 원 이상’의 하한선을 두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냈다. 법체계와 사회의 현실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화가 빨리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형주 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은 “식품사범들이 대부분 영세한 생계형 업주여서 사법당국으로선 처벌을 무작정 강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노약자가 위해식품을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불량식품 업자들에 대해선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광영·권오혁 기자 neo@donga.com}

    • 201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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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가 만사다]전문가 “해도 너무해… 이런 표절 처음 봤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1999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연세대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 절반가량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된다. 논문 서두에 나오는 이론적 배경이 일부 겹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허 내정자 논문처럼 연구방법론과 결론까지 특정 논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도 너무했다. 이런 표절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허 내정자는 이 교수가 개발한 이론 모형을 적용해 이 교수와 똑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며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예를 들어 이 교수가 자기 논문의 한계를 지적하며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복잡하고 분석가 스스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을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매우 복잡할뿐더러 연구자가 자의적으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표현만 살짝 바꾸는 식이다.영남지역 국립대 A 교수는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는 저자가 고유로 판단하는 부분인데 이것마저 같다면 표절 논란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치인이 학력 세탁을 위해 지적재산을 훔치는 행위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일각에서는 허 내정자가 논문을 대필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B 교수는 19일 취재팀의 요청으로 허 내정자와 이 교수 논문을 비교한 뒤 “표절 사례를 여러 번 봤지만 이 정도로 똑같이 베낀 경우는 처음 본다”며 “정치인이 보좌진이나 대학원생을 시켜 논문을 대필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 내정자의 논문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1995∼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상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은 뒤 건국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허 내정자의 표절은 다른 논문을 표절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당선 9일 만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문대성 의원보다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의원은 2007년 명지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땄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 의원의 경우 연구 주제와 목적 일부가 명지대 논문과 중복됐는데도 참고문헌 표기를 하지 않았으며 오기로 보이는 문구까지 그대로 인용했다. 허 내정자는 19일 취재팀과 전화통화에서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상황에서 대학 측이 논문 제출을 독촉해 미숙하게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논문지도를 해준 후배를 통해 원저자인 이종수 교수를 만나 자문을 받았다. 원저자가 알고 있어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각주를 달지 않은 것은 내가 잘못했다”고 덧붙였다.신광영·김준일 기자 neo@donga.com}

    • 201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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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태열 박사논문, 학술지 논문 복사수준 표절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내면서 이전에 발표된 한 사립대 교수의 논문을 복사하는 수준으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의 취재 결과 허 내정자는 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참여자 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가 1996년 한국행정학보에 실은 논문 ‘지방정책에 대한 이론모형의 개발과 실증적 적용’과 거의 모든 내용이 일치했다. 두 논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결정 과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주제로 다뤘다.허 내정자는 우선 전체 13쪽 분량의 원문 가운데 6쪽을 토씨까지 그대로 표절했다. 허 내정자는 자신의 논문 37∼46쪽에서 정책결정 참여자를 항목별로 설명하면서 이 교수 논문 2∼7쪽 부분을 고스란히 베꼈다. 원문의 ‘이념적 리더십’을 ‘정치적 리더십’으로 바꿔 쓴 것 외엔 단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이 교수가 논문에서 독자 개발한 ‘지방정책의 결정에 대한 3차원 모형’(7쪽)도 허 내정자 논문(50쪽)에 영문이 한글로만 바뀌어 실려 있다. 허 내정자는 이 모형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 이 교수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허 내정자는 연구 결과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이 교수 것을 표절했다. “정책 연구의 객관적 틀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영역으로 분석대상을 좁혀야 한다”는 이 교수의 자평까지도 일부 표현만 바꿔 썼다. 13쪽 분량인 이 교수 논문을 허 내정자가 106쪽으로 늘려 쓴 것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표절이 이뤄졌지만, 허 내정자는 이 교수 논문을 참고문헌으로도 표시하지 않았다.두 논문을 비교해본 전문가들은 “박사 논문에서 이 정도 표절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A 교수는 “원문의 상당 부분을 베끼고 논문의 핵심인 연구 방법론까지 옮겨와 결론까지 똑같이 맺은 건 명백히 다른 학자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라며 “일반 대학원생이라면 학위 취소 사유가 되고 논문 지도에 관여했던 교수도 전부 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허 내정자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1995∼1999년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여당의 지구당 위원장과 국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신광영 기자·송찬욱 채널A 기자 neo@donga.com}

    • 201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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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유정복, 골프장 증설 로비 자리 주선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역구인 경기 김포시에서 골프장을 증설하려던 업주와 허가권자인 해병 2사단장의 부적절한 만남을 주선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업주는 이 자리에서 사단장에게 금두꺼비 선물을 건넸으나 사단장이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주는 유 후보자의 고액 후원자로 확인됐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을 후원하는 기업인의 사업 진행에 개입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18일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등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2009년 2월 김포시 풍무동의 한정식집에서 김포CC(시사이드 컨트리클럽) 골프장 대표인 한모 씨(69)와 사단장 A 씨(2012년 소장 예편)의 저녁 식사 자리를 주선했다.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 만나 “설 직전 유 의원에게서 ‘할 얘기가 있으니 저녁 식사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라며 “열흘쯤 뒤 약속 장소에 가 보니 유 의원이 한 씨와 함께 나와 있어 당혹스러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씨를 데려오겠다고 미리 알려줬다면 절대 그 자리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분기에 한 번씩 있는 김포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유 의원을 2, 3차례 본 적이 있지만 사적으로 만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한 씨는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27홀로 늘리기 위해 A 씨에게 군사동의를 요청해 조건부 허가만 받은 상태였다.식사 도중 혼자 밖으로 나간 한 씨는 식당 주차장에서 A 씨 부관에게 “사단장과 이야기가 된 거니 전해 드려라”라며 상자를 건넸다. A 씨는 “식사 후 관사로 돌아가려고 차에 탔는데 부관이 한 씨가 줬다며 상자를 줘 열어 보니 금두꺼비가 들어 있었다”라며 “정중히 거절하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곧바로 돌려보냈다”라고 했다. 신광영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neo@donga.com}

    •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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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가 만사다]유정복 안전행정장관 후보, 골프장 증설 로비자리 주선 논란

    현역 국회의원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군 부대장에게 사업 관련 청탁을 하려는 지역구 기업가와 군 장성의 만남을 주선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009년 유 후보자의 주선으로 해병 2사단장 A 씨를 만나 금두꺼비를 건넨 김포CC 사장 한모 씨(69)는 1995년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 골프장을 열 때부터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있었다. 골프장 용지가 해병대 부대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내부 경사가 심해 골프장을 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A 씨는 18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이 지역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누가 이런 곳에 골프장 허가를 내 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해병대 병사들이 골프장 바로 10m 옆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고 사격장과도 가까워 오발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취재팀이 골프장 주변을 둘러본 결과 민간인통제구역임을 알리는 해병대 철책 주변에 ‘골프공 주의’ ‘코스 내 금연’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부대 안에선 주기적으로 사격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주민 남모 씨(41)는 “군부대로 둘러싸인 이런 곳에 골프장을 지으려면 해병대 사령관에게 로비를 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골프장 사장은 군 장성 출신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라고 전했다. A 씨가 골프장 증설에 동의해 달라는 한 씨의 요청을 두 차례나 반려한 이유도 골프장이 정상적인 부대 운영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군부대 등 국가 주요시설이 인접한 곳에 골프장 등 시설물을 지으려면 군 책임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A 씨는 “부대 사격장이 근처에 있어 골프장 이용객이 총에 맞을 우려가 있고 훈련에 지장도 크다는 이유로 동의 요청을 두 차례 연달아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동의 요청이 계속되자 A 씨는 골프장 입구 위치를 바꾸고 골프장 측이 일부 군 훈련장을 옮겨 주는 등의 여러 조건을 내걸었는데 한 씨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해 조건부 승인만 내줬다. 사실 한 씨는 A 씨의 전임 사단장에게서 2004년 골프장 증설 동의를 받았으나 군사동의를 받은 뒤 2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새 부대장에게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A 씨에게 다시 동의를 요청한 상황이었다. A 씨는 “한 씨로선 전임 사단장에게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후임인) 나에게서도 군사동의를 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증설 계획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조건부 승인을 내줬지만 한 씨는 용지 매입 등에 어려움을 겪어 현재까지도 증설을 못 하고 있다. A 씨는 금두꺼비를 돌려준 뒤 국군 기무사령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기무사가 조사를 벌였다. 이어 이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이 한 씨가 유 의원에게도 금품을 건넸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입증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한 씨가 금두꺼비를 건넨 것은 공사 허가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이후에도 군의 협조를 요구하는 성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라고 전했다. A 씨는 한 씨에게 금두꺼비를 돌려보낸 사실이 확인돼 뇌물수수 혐의를 벗었다. 한 씨도 이 건과 관련해 사정 당국의 정식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씨는 2007년부터 2년여간 회삿돈 6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0년 6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 후보자는 18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두 사람을 불러 식사자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어떤 경위로 그런 자리를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한 씨에게서 금두꺼비나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김포=김준일 기자·김민지 채널A 기자 jikim@donga.com ▼ “劉의원이 불러 가봤더니 골프장 사장과 함께 있어” ▼■ 당시 해병 2사단장 인터뷰… “뇌물 오해받아 인사 불이익”2009년 유정복 후보자의 주선으로 골프장 업자 한모 씨를 만났던 전 해병 2사단장 A 씨는 18일 취재팀과 만나 “한 씨가 준 금두꺼비를 곧바로 돌려줬는데 그 일로 ‘뇌물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아 인사에서 계속 불이익을 당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A 씨와의 일문일답. ―그날 유 후보자와의 식사 자리 분위기는 어땠나. “한정식집에 도착해보니 두 사람이 함께 있더라. 내가 당황해하니까 유 의원이 겸연쩍어 하면서 ‘두 분 예전부터 아는 사이 아니냐. 그래서 같이 밥 먹자고 했다’고 얼버무렸다.” ―한 씨와는 어떤 관계였나. “부사단장 시절 선임 사단장이 한 씨를 만나는 자리에 두 번쯤 동석한 적이 있어 안면은 있었다. 사단장이 된 뒤에는 나와 사고방식이 안 맞아 관계를 딱 끊었다. (골프장 증설 동의 요청을) 내가 계속 커트하니까 한 씨가 다른 사람을 통해 연락을 많이 해왔다. 한 씨 전화는 계속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유 의원이 불러서 나간 자리에서 한 씨를 보게 됐다.” ―금두꺼비는 어떻게 받게 됐나. “부관한테 물었더니 ‘한 씨가 식사 도중 나와서 사단장과 다 얘기가 됐다고 하면서 차에 실었다’고 했다. 열어보니 금두꺼비더라. 물건을 돌려보내면서 점잖게 편지를 썼다. ‘내가 당신보다 깨끗이 살아서 돌려주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편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식사 자리에선 어떤 대화를 했나. “골프장 증설은 내가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봤는지 별다른 얘기를 안 한 것 같다. 유 의원이 ‘사단장님하고 한 회장님하고 잘 지내시죠’라고 묻긴 했다. 그 외엔 두 사람이 ‘사단장 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나를 위로하는 얘기를 주로 했다.” ―유 의원이 왜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보나. “유 의원이 시장을 오래 하고 지역구 의원도 하니까 (한 씨가) 후원을 좀 하는 것 같더라. 가깝게 지내는 사이는 맞는 것 같았다.”신광영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neo@donga.com}

    •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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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관 고문 지낸업체 편법으로 무기중개

    방위사업청이 차세대 전차 K2의 장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정부 방침을 어겨가며 무기중개업체 U사와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계약을 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방위사업청이 U사와 이런 계약을 한 시기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이 회사의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할 당시였다. 정부는 2000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전차 국산화 사업에서 수수료로 예산이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도록 방침을 세웠었다. 야당은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계약 과정에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흑표’의 파워팩(엔진+변속기)을 U사가 중개한 독일 MTU사 제품으로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사업을 총괄한 현역 준장을 강등하라고 권고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당시 방위사업청이 독일산 제품을 선정하기로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4년 전부터 개발해온 국산제품을 차별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해외 무기장비를 도입할 때 예산절감을 위해 중개상 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는데도 U사가 독일제 파워팩 수입을 중개한 사실을 적발해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은 “국방부가 무기 중개상의 개입을 인지하고도 형식적으로 대응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U사와 독일 회사 간에 수수료 계약이 돼있는 걸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며 “수수료율을 2% 낮추도록 해 40억 원 정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인하된 이후에도 U사는 이 무기거래를 통해 2015년 마무리되는 전차 사업에서 40억 원 안팎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 독일제 파워팩은 100km 8시간 연속주행 가능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시험용 제품이고 시동불가 제동장치 고장 등의 문제까지 발견됐다. 신광영·정윤철 기자 neo@donga.com}

    • 20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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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거의 안했다는 金 국방후보, 고문 보수 2억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비리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며 2년간 2억153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이 업체의 무기 부품 납품 과정에서 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업체 측은 “고문을 맡는 동안 사실상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 설명대로라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2억 원이 넘는 거액을 지급한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면 문제의 무기중개업체인 U사는 2010년 7월부터 약 2년간 김 후보자에게 매달 6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줬고 지난해 6월 퇴임할 때 7000만 원을 한꺼번에 지급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U사는 K2 전차에 들어가는 독일제 파워팩 수입을 중개하고 있었는데 2011년 국방부가 해당 부품을 국산으로 교체하는 것을 추진했다가 독일제를 계속 쓰는 것으로 결정을 바꾸는 과정에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있어 청문회에서 집중 추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고문에서 퇴직하면서 7000만 원을 받은 것은 퇴직금일 수 있지만 로비 업무에 대한 성공보수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와 이 회사 측은 김 후보자가 K2 전차 부품 교체에 관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현 대표인 홍모 씨는 취재팀과 만나 “독일 무기회사와 합작으로 군용 디젤엔진 생산 공장을 국내에 설립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에게 자문하려고 했지만 독일 업체가 발을 빼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김 후보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문의 범위를 합작 생산 공장 설립에 한정했고 합작 공장 설립은 무산됐다”며 “국내 특정 무기체계와 관련된 사항은 담당 업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또 이 업체의 비리 전력을 알고도 고문직을 계속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후보자가 U사 고문직을 맡을 당시 이 회사 임원이던 정모 씨(74)는 1993년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들이 군 전력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무더기로 뇌물을 받은 ‘율곡비리’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무기중개상이다. 정 씨는 한국형 구축함에 수중음향 분석 장비를 납품하는 대가로 당시 해군참모총장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자는 15일 취재팀과 만나 “군 후배(당시 U사 사장이던 백모 씨)가 도와 달라고 부탁해 고문직을 맡게 됐고 정 씨의 비리 전력은 수락하고 난 뒤에 알았다”고 밝혔다. 비리 전력을 확인한 뒤에도 약 2년간 고문으로 활동한 것이다. 무엇보다 무기중개업체의 고문직을 맡았던 인물이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게 적절한가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차기 국방부 장관은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넘어올 것에 대비해 차세대 전투기 등 첨단 국방장비를 갖추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휘하게 된다. 한 대학 군사학과 A 교수는 “김 후보자가 U사 고문을 맡은 것은 정부를 상대로 방산물자 수입업체 로비스트 역할을 한 셈”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된다면 무기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문을 맡았던 업체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은 무기체계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한편 김 후보자는 2010년 7월부터 동양시멘트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지난달까지 1억2400만 원을 받았으며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한 15일 중도 퇴임했다.신광영·김도형 기자·강은아 채널A 기자 neo@donga.com}

    • 201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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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정복 친형, 인천공항 68억원 배관공사 불법 수의계약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친형 유수복 대양종합건설 대표(59)가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의 68억 원 규모 공사를 불법 수의계약으로 따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 수의계약은 인천 출신인 유 후보자가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뤄져 현직 장관의 친형이란 ‘프리미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 회사에서 2003년 2월∼2004년 5월 사외이사를 지냈다.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유 대표는 현대엠코와 컨소시엄을 꾸려 2010년 11월 인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에너지㈜가 추진하는 5km 구간 열수송 배관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낙찰 받았다.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정부 승인 없이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 대표 측 컨소시엄이 인천공항에너지 측에 뒷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유 대표 측이 공사를 낙찰 받은 뒤 인천지역 다른 건설사에 불법으로 하도급을 줘 수억 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경찰은 유 대표 측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당시 농식품부 장관이었던 유 후보자가 형에게 편의를 제공한 정황이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감사원도 지난해 11월 해당 배관공사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여 “경쟁입찰을 통하지 않은 수의계약은 문제가 있고, 배관을 불필요하게 두껍게 설계해 공사비를 과다 책정했다”며 인천공항에너지 사장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라고 인천공항공사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에너지 측은 “개교를 앞둔 인천 하늘고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 난방 공급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하는데 경쟁입찰로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 배관공사를 따로 발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유 후보자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유 대표 회사인 대양종합건설이 급속히 성장한 점도 의혹의 대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06년 유 후보자는 국회에서 건설 관련 분야를 다루는 국토해양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양종합건설의 도급액은 2005년 320억 원에서 2006년 6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도급액이 증가한 것은 대양종합건설이 인천공항 제3활주로 공사를 수주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유 후보자가 활동하던 국토해양위의 피감기관이었다. 유 후보자는 2010년 중반까지 국토해양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유 후보자는 2010년 8월 농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형의 사업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도움을 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청문회에선 유 대표가 2010년 6월 유 후보자의 장녀 명의 계좌로 57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딸의 영국 유학을 앞두고 재정담보 용도로 형님이 딸 계좌에 잠시 넣어준 것으로 증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신광영·인천=황금천 기자 neo@donga.com}

    • 20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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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전과 54명 소재파악도 안된다

    4일 옛 직장에서 알고 지낸 여성 2명을 목 졸라 살해한 김모 씨(33)는 1999년 4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한 전과 4범의 우범자였다. 그는 12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취직한 직장에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그의 전력을 모르는 20대 여성은 초대에 응해 그의 집에까지 갔다가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히 살해됐다.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제도가 제대로 시행됐다면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다. 김 씨는 현행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가 2008년 4월 이후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강간미수라는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 소급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경찰과 보호관찰당국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았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 포함된 전과자들에 대한 관리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경찰청은 최근 2주간 전국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자 5387명이 등록된 주소지에 실제 사는지 확인한 결과 54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성범죄 재범 우려가 높은 시한폭탄이 곳곳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신상공개 대상자에 대한 일제점검은 1년에 한 번만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미해결 성범죄 가운데 이들 54명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중 몇 명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주부 살해범 서진환(43)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부착자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6일 법무부에 전자발찌 착용자 정보를 요청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주소와 실거주지, 직업 및 소재지, 차량번호 등의 정보를 당국에 등록하고 변경 시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은 “신상공개 대상자가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것을 막으려면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6월부터는 1년에 두 차례 직접 대면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성범죄자 관리가 강화될 예정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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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한강 투신하는 사람들 구하려 목숨 거는 수난구조대원들… 그들 눈에 비친 안타까운 ‘자살의 속살’

    #. 프롤로그한강 투신은 고통이 덜한 자살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목숨에 미련이 없어도 고통은 두려운 사람들이 이런 착각에 빠져 한강다리에 선다. 하지만 강은 품 안으로 뛰어드는 이들에게 더없이 가혹하다. 한껏 가속이 붙은 사람 몸이 물과 부딪힐 때 충격은 맨땅에 그대로 떨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에서 높이가 37m인 청담대교는 아파트 10층과 맞먹는다. 한강 다리 중 15m로 가장 낮은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져도 아파트 4, 5층에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준다. 투신한 사람을 건져보면 등, 배 부위 속옷이 너덜너덜해져 있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된다. 떨어지는 동안 공포에 떨다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다. 강은 의식 없는 생명을 집어삼키고 태연히 입을 닫는다. 다리 난간에서 발을 떼는 순간 후회해도 그땐 돌이킬 수 없는, 투신하면 절반이 사망하는 죽음의 낙하다. 그 치명적 선택에 내몰린 사람이 3일에도 있었다.○ 생명줄 다시 잡은 비만 여성‘원효대교 남단 상류방향 투신자 발생. 수난구조대 출동하세요!’ 3일 오후 4시경 서울 여의도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에 사이렌이 울렸다. 대원 6명이 서로에게 ‘원효 남단’을 외치며 40여 초 만에 고속정에 올라탔다. 대원들은 시속 70km로 달리는 배 안에서 맨몸에 검은 잠수복을 입었다. “사람이 아직 떠있다고 하니까 장비 다시 확인해.” 김범인 부대장(51)이 무전으로 교신하며 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무전기를 쥔 그의 손은 몸집에 비해 두드러지게 크고 두툼했다. 눈매는 날카롭고 얼굴까지 까맣게 타 이름처럼 ‘범인’ 같은 인상이었다.출동 4분 만에 도착해보니 ‘살려 달라’며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방수 오리털 점퍼 덕분에 가라앉지 않았다. 대원 2명이 그의 뒤로 헤엄쳐가 몸에 구명튜브를 씌운 뒤 배 앞으로 끌고 왔다. 김 부대장은 그의 겨드랑이에 두 팔을 넣어 배 위로 끌어올리려 했다. 뜻대로 잘 올려지지 않는지 서너 번 안간힘을 써 가까스로 배 위로 올렸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아휴, 아가씨가 뭐 이렇게 무겁다냐.”김 부대장이 헉헉거리며 말했다. 구조된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처방은 농담이다. 절망감을 잠시 잊게 해줘야 적어도 당장은 자살을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는 게 그가 16년간 이 일을 하며 갖게 된 노하우다. 하지만 농담은 비수로 전해진 듯했다. “뭐라고요? 제가 무겁다고요?” 배 위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점퍼를 벗은 여성은 씨름선수를 연상시키는 거구였다. “에이 그게 아니고 원래 물에서 건질 때는 다들 무거워요.” 김 부대장은 불쑥 높임말을 쓰며 말끝을 흐렸다. “안 그래도 뚱뚱한 것 때문에 죽으려고 했는데….” 생사의 경계를 오간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자신을 뚱뚱하게 보는 시선에 상처받은 것이다.김 부대장은 대원들을 호령하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사정하듯 말했다. “피부가 참 고운 걸 보니 공주처럼 귀하게 자랐나 봐요.” 그러곤 담요를 온몸에 덮어주고 어깨를 토닥였다. 배가 둔치에 닿을 때까지 그녀는 말없이 강물을 내려다봤다. 구급차에 옮겨 타기 직전 그녀가 돌아보며 말했다. “저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안 쓸 줄 알았는데…. 고생하셨어요.”○ 생사 갈림길서 마지막 손 내미는 ‘전화’1일 저녁 김 부대장은 강물에 보트를 띄운 채 마포대교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 남성이 다리 중간에 설치된 ‘119 생명의 전화’ 수화기를 든 채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 그 전화를 들면 수난구조대로 자동 신고된다.남성은 전화 속 상담원이 ‘여보세요’를 여러 번 하고 나서야 말을 뗐다.“거기 뭐하는 뎁니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 얘기 좀 합시다. 어디 가서 말할 사람도 없고…. 통화 녹음되면 이걸 유서로 해주세요.”그는 일용직 노동을 하며 가족 없이 혼자 산다고 했다. 사업 실패 후 빚더미에 앉으면서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빚도 감당이 안 되고 죽어야 끝이 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들한테 사랑한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라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 아이들이 아빠를 영영 못 보게 돼도 괜찮으시겠어요?” 상담원이 그를 붙잡았다. “선생님은 지금 죽을 운명이 아닙니다. 죽을 운명이라면 저랑 얘기하고 있지 않을 거예요.”김 부대장의 시선은 전화기를 붙든 남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남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 한강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여의도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김 부대장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투신 후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구조대원들은 이런 광경을 종종 본다. 물에 뜬 핸드백을 아등바등 부여잡고 있는 젊은 여성, 낙하 도중 살겠다는 마음이 들지 모른다며 물에 뜰 계산으로 우산을 챙겨 뛰어내린 대학생…. 건져놓고 나면 왜 빨리 오지 않았느냐고 역정을 내는 사람도 많다.김 부대장이 시신을 수색할 때 교각 주변부터 살피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한강에 뛰어내린 뒤 살겠다고 교각 쪽으로 헤엄치다 거의 다 와서 가라앉는 일이 부지기수다. 걸어서 강으로 들어간 사람도 뒤늦게 둔치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상과 작별한다.지난해 11월 한 30대 여성이 수난구조대를 찾았다. 친구가 얼마 전 한강에 뛰어내렸다 구조됐는데 편지를 대신 전해주려고 왔다고 했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김 부대장은 그가 한 달 전 구조한 이모 씨(36) 본인임을 알아챘다. 검은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채 구조된 이 씨는 당시 말없이 울기만 했다. 편지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당신은 소중하다’고 말해주시면 두 번째 삶을 더 힘차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목숨 던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건 투신하는 이들도 ‘두 번째 삶’을 꿈꾼다는 믿음 때문이다. ○ 목숨 던지는 사람들 위해 목숨을 걸다하지만 한강은 구조대원도 집어삼킨다. 2010년 12월 3일 그 사건을 얘기할 때 김 부대장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거기 도착하는 데 14분 23초가 걸렸어요.” 그날 한강에 빠진 사람은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구조대원들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4분의 골든타임이 훌쩍 지나고서야 김 부대장은 그들을 건져냈다. 영등포수난구조대가 서울 서쪽을 맡는다면 동쪽을 담당하는 광진수난구조대의 동료들이 출동하는 중 배가 뒤집혔다. 근무조 거의 전원이 물에 빠져 이들을 구조할 곳은 영등포구조대뿐이었다. 김 부대장은 전속력으로 사고가 난 잠실대교로 향했다. “14분 동안 14년이 늙어버린 것 같았죠.” 너울에 배가 뒤집히면서 4명은 탈출하고 장복수 소방장(42)과 권용각 소방교(39) 등 2명은 뒤집힌 보트 안에 갇혀 있다 강바닥에 가라앉은 상황이었다. 한강에 사람이 떠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길이 저승길이 됐다. 위에서 본 한강은 푸르지만 그 속은 암흑의 세계다. 물속의 구조대원이 앞을 볼 수 있는 거리는 길어봐야 30cm다.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다른 손을 휘저으며 오직 촉감에 의지해 수색한다. 수심은 5∼15m 내려간다. 2명이 짝을 이뤄 잠수하고 남은 대원들은 위에서 동태를 살핀다. 공기통으로 호흡하며 내뱉은 물방울이 물속의 안부를 전하는 신호다. 규칙적으로 일정한 크기의 공기방울이 올라와야 하는데 가끔 호박처럼 큰 물방울이 툭툭 튀어 오른다. 갑자기 장애물을 만났거나 시신을 들어올리느라 호흡이 가쁘다는 신호다. 낚시꾼이 버린 그물에 몸이 걸려 물속에서 오도 가도 못한 적도 많다.○ 절망에서 건져주지는 못하는 구조대이런 위험보다 구조대원을 힘들게 하는 게 있다. 김 부대장은 한강에서 한 여인을 두 번 건진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린 여인을 찾다가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바위틈에 누군가 물 위로 얼굴을 내놓고 있었다. 김 부대장 딸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20대 여성이었다.김 부대장은 그 여성을 구조대 사무실로 데려와 찻잔을 건넸다. “어쩌다 그리 모진 마음을 먹었어요?” 목사인 아버지가 원치 않는 포교활동을 강요한다고 했다. 아무리 사정해도 소용이 없다며 말없이 훌쩍였다. 김 부대장은 투신 연락을 받고 달려온 어머니에게 “딸이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남편에게 잘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대답 없이 딸을 데리고 나갔다.한 달여 뒤, 김 부대장은 양화대교 아래 사람이 떠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평소엔 구조작업 지휘만 하는데 이날은 대원들의 몸이 좋지 않아 직접 물에 들어갔다. 그는 건져 올린 사람의 얼굴을 보고 배 위에 주저앉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던 그 여성이었다. 숨은 오래전에 멎은 듯했다. “물에서 건져줄 수는 있지만 절망에서 건져내지는 못하는 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에필로그‘지금 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그 사람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 ‘지금 가서 한 번 보고 오는 건 어때요.’ 마포대교에는 걸음이 닿는 곳곳에 절망한 사람들을 붙잡으려는 문구가 줄지어 적혀 있다. 마포대교에선 최근 10년간 약 200명이 한강에 몸을 던져 전국 교량 가운데 투신 사고가 가장 많다. 투신이 특히 많은 남단 200m 지점에는 자살을 만류하는 ‘한 번만 더’ 동상이 있다. 전망대가 함께 있는 그곳 난간에는 볼펜으로 눌러쓴 낙서들이 많다. ‘병철♡수연 우리 사랑 영원히.’ ‘나만한 인재 없다. 이번 면접 대박.’ ‘나는 할 수 있어 살아있으니까.’ 누군가는 세상과 단절하는 벼랑 끝에서 누군가는 희망을 다지고 있었다. ‘죽겠다’는 절규와 ‘잘 살자’는 격려가 팽팽히 교차한다.지난해 그 자리에서 뛰어내렸다 구조된 한 50대 남성을 수소문해 “뛰어내린 곳이 왜 하필 거기였느냐”고 물었다.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다리를 건너는데 딱 그 지점에서 물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물까지 거리가 유난히 가까워 보여 떨어져도 괜찮겠지 싶었다”고 했다.퇴직금을 털어 넣은 치킨집이 망해 자살을 결심했던 그는 최근 택시운전사 일을 시작했다.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붙었다고 자랑을 늘어놓더니 “등록금이 문제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살아갈 걱정은 여전했지만 그 걱정이 살아갈 이유가 된 듯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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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신광영]본사도 주인도 외면하는 ‘편의점 알바 안전’

    “위험한 밤 근무를 왜 하느냐”고 물었더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다”고 했다. 2일 0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윤모 씨(25)는 행정법 참고서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나 어차피 버릴 음식들을 오전 8시인 퇴근 직전까지 최대한 먹어둔다”고 했다. 점심을 걸러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밤엔 손님이 뜸해 공부하기도 좋다고 했다. 그 대신에 강도가 들까봐 야구방망이를 옆에 두고 일을 한다. 밤 근무를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윤 씨처럼 ‘생계형 선택’을 한다. ‘시급이 낮보다 400∼500원 많다’거나 ‘낮엔 취업준비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청년들이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강도의 위협에 방치돼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은 편의점 종업원을 위한 필수 방범요건을 시 조례로 정해놓았다.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 시, 애리조나 주 템피 시 등은 편의점 외관은 통유리로 설치하되 아무것도 붙이지 말도록 했다.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는 종업원을 2명 이상 둬야 한다. 편의점 진열대는 손님 머리가 보이는 높이로 하라고 규정했다. 사람 머리가 안 보이면 절도의 유혹이 커지고 종업원이 그걸 제지하는 과정에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대 경찰학과 최진혁 교수는 “편의점을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어 범행할 엄두가 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국내 편의점 주인들은 아르바이트생의 안전까지 신경 쓰기엔 ‘내 코가 석 자’라고 했다. 매상의 35%는 본사에서 떼어가고 임차료, 인건비를 빼고 나면 한 달에 200만∼300만 원 벌기도 힘들다는 얘기였다. 편의점 유리창에 광고 전단을 붙여 놓으면 시야를 가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몇 푼 안 되는 광고료라도 챙겨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한 주인은 “강도가 침입할 위험이 있고 손님도 없어 새벽에는 문을 닫고 싶지만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으면 본사가 위약금을 물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경찰이 추진 중인 112 비상벨에 대해 “비상벨 유지비 월 3000원은 어차피 우리가 내는 게 아니라 개별 업주가 부담하는 거라 본사 차원해서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편의점 본사-가맹점-종업원으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에서 최말단인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 템피 시 조례에는 ‘편의점 범죄는 방범에 소홀한 주인과 본사, 지역주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돼 있다. ‘약자의 안전에 대한 배려’가 그 사회의 품격을 보여준다.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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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도에 당하고… 보상은 못받고… 편의점 알바, 밤이 무섭다

    대학 휴학생 이모 씨(22)는 지난해 6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오른 손목이 10cm가량 찢기는 부상을 입었다. 칼을 휘두르는 강도에게 몽둥이를 들고 맞서다 변을 당한 것이다. 사건 석 달 전 제대한 이 씨는 복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도난당한 현금 42만 원과 파손된 냉장시설 등은 편의점 본사에서 전액 보험 처리가 됐다. 그러나 이 씨의 치료비는 보험 대상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30바늘을 꿰매고 이후 두 달간 통원치료를 하는데 편의점 주인이 준 20만 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씨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손목의 흉측한 바늘자국은 옷으로 가리고 살면 된다. 9월 개학 전 두 달간 막노동을 해 등록금을 내려 했는데 손을 다쳐 그러지 못한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가을학기 복학을 포기했다.○ 편의점 강도 느는데 방치된 ‘알바’들최근 편의점 강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생들이 범죄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손님들의 편의만 중시하고 종업원의 안전은 뒷전인 탓이다. 편의점 강도사건은 매년 300∼400건에 달하고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종업원이 중상을 입은 살인미수건이 한 해 3, 4건씩 발생하고 있다.신용카드가 보편화되면서 요즘 편의점은 몇 안 되는 현금 취급 업소다. 후미진 곳까지 입점해 있고 새벽에는 직원 한 명이 매장을 지키는 경우가 많아 강도가 선호하는 범행 장소다. 경찰에 잡힌 편의점 강도들은 “피해액수가 수십만 원대로 크지 않아 점주가 신고에 적극적이지 않다. 잡혀도 처벌이 약해 별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에선 칼을 든 20대 강도가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반경 1km를 다니며 편의점 3곳을 털 정도로 범행이 대담해지고 있다.이에 비해 치안은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종업원 뒤편 유리창에는 상품 홍보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밖에서 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강도에겐 좋은 가림막이 되는 셈이다. 매장 안 폐쇄회로(CC)TV도 카메라 초점이 카운터 쪽을 향하고 있어 범인 얼굴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한다. 종업원이 주인을 만날 일이 드물어 강도 대처 교육도 부실하다. 본보가 1일 밤 서울시내 편의점 20곳을 방문 취재한 결과 11곳의 직원이 “본사나 주인으로부터 강도 대처요령을 교육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편의점에 비상벨 도입 추진경찰청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전국 편의점에 112로 바로 연결되는 비상벨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시중 은행처럼 계산대 바로 아래 비상벨을 설치해 버튼만 누르면 신고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경찰은 2007년부터 유선전화 수화기를 7초 이상 말없이 들고 있으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도록 하는 ‘한달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수로 수화기를 잘못 건드려 신고가 접수되는 오작동이 93%에 달한다. 서울 을지로 A편의점 직원 남모 씨(21)는 “취객이 문짝을 부수며 행패를 부려 수화기를 들었는데 경찰이 오인신고로 판단했는지 늦게 출동해 공포에 떨었다”고 털어놓았다. 강도가 눈앞에 있는데 수화기를 들 경우 오히려 상대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편의점 본사 측은 경찰의 비상벨 도입 계획에 대해 “비용 문제 때문에 가맹 점주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행 ‘한달음’ 서비스는 무료지만 비상벨은 설치비 1만5000∼4만5000원에 매달 유지비로 3000원을 내야 한다. 주인 입장에선 강도를 당해도 손실이 모두 보험처리돼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데다 경기 불황 탓에 월 3000원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아르바이트생들은 비상벨 도입을 원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B편의점 직원 정모 씨(24·여)는 “강도가 들면 결국 다치는 건 아르바이트생인데 상해는 보험 적용이 안 돼 자비로 치료받아야 한다”며 “경찰에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경찰은 편의점의 방범 수준을 검증한 뒤 요건을 충족한 곳만 인증해 주는 ‘방범인증제’를 도입해 종업원이 안전한 일자리를 고르도록 도울 방침이다. 그러나 본보 취재팀이 만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안전은 따질 형편이 못 된다”고 하소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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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몸 기합… 밀가루 투척… 졸업식 뒤풀이 폭력 형사처벌

    졸업식 때 알몸으로 기합을 주거나 몸에 밀가루를 뿌리는 등의 폭력적 행위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경찰청은 강압적인 졸업식 뒤풀이 행태를 집중 단속해 죄질이 무거울 경우 주동자는 물론이고 단순 가담자도 엄정 처벌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뒤풀이 재료 준비 등을 명목으로 돈을 빼앗거나 강제로 옷을 벗겨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 공갈 또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알몸을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촬영해 배포하는 행위, 몸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을 던지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이 같은 행위가 적발되면 가해 학생의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운영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조사한 뒤 선도 및 징계를 하며 경찰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한다. 경찰은 학교 1360곳과 뒤풀이 예상 지역 1464곳을 선정해 형사와 경찰관, 기동대 등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단속할 계획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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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수갑 풀고 도주… 또 지침 어긴 경찰

    시민이 잡아 경찰에 넘긴 절도범이 조사 도중 수갑에서 손을 빼고 달아났다. 28일 오전 6시 58분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효자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던 절도 피의자 강모 씨(30)가 수갑에서 손을 빼고 달아났다. 강 씨는 이날 오전 3시 15분경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식당 앞에 주차된 승용차 문을 부수고 손가방과 휴대전화 등 8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그는 이를 목격한 시민 등에게 붙잡혔고, 효자파출소로 인계돼 수갑이 채워진 채 조사를 받았다. 그는 특수절도 등 전과 6범으로 2건의 수배를 받아온 수배자였다. 강 씨는 파출소에 있는 약 3시간 동안 화장실을 세 차례나 들락거린 뒤 또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도주 가능성이 엿보이는 특이행동을 일삼았다. 오전 4시 반경 ‘수갑이 조여 아프다’고 호소해 경찰은 수갑을 그의 왼손과 파출소 소파 팔걸이에 채웠다. 손에 수갑이 직접 닿지 않게 티셔츠 위로 채워줬다. 강 씨는 수갑이 옷 위에 채워지자 여유 공간을 이용해 수갑에서 손을 빼낼 수 있었다. 이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수갑이 채워진 왼손 부분을 슬며시 덮었다. 10분 뒤인 오전 6시 58분 겉옷과 신발을 벗어 놓은 채 현관문을 열고 달아났다. 경찰은 강 씨가 문을 열고 나간 직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경찰 4명이 쫓아갔지만 인근 전통시장으로 몸을 감춘 뒤였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20일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노영대 씨(32)가 헐거운 수갑에서 오른손을 빼내 도주한 사건을 계기로 이달 초 ‘피의자 도주방지 세부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지만 한 달도 안 돼 비슷한 사건이 재발했다. 수갑을 채울 때는 반드시 수갑이 손목뼈에 밀착돼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도록 채워야 하지만 수갑을 티셔츠 위에 채운 것도 문제였다. 강력범 등 도주 우려가 높은 피의자의 경우 수갑을 뒤로 채우도록 한 규정도 안 지켜졌다.전주=김광오 기자·신광영 기자 kokim@donga.com}

    • 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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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품처방 많은 ‘키닥터’ 선정… 45억 리베이트 법인카드 지급

    CJ제일제당이 자사 약품을 처방해 주기로 한 의사 266명에게 리베이트로 45억 원을 뿌리다 경찰에 적발됐다. 대기업과 의사의 은밀한 공생관계가 낱낱이 드러났다. CJ는 수사를 피하려 의사들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의사들은 리베이트로 받은 CJ 법인카드로 자녀 학원비까지 결제하는 등 불법 뒷돈을 당연한 수입으로 여겼다. 상당수 의사는 문제의 카드로 결제하면서 자신 명의의 포인트카드에 마일리지를 적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몇 푼이라도 더 챙기려던 그 꼼수로 인해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의사들, CJ 카드 펑펑 쓰며 마일리지까지 적립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45억 원의 리베이트 제공을 주도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CJ제약총괄 지모 상무(5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 상무의 리베이트 계획을 승인하고 도와준 혐의로 제약사업부 전 총괄부문장과 재무담당 상무, 제약부문 전무 등 고위 임원 3명을 포함해 임직원 14명도 형사입건했다. 경찰은 의사 83명을 형사처벌하고 나머지는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계획이다.하지만 검찰은 대가성을 명백히 밝혀 배임증·수재 혐의까지 적용해야 구속이 가능하다며 보강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들이 수사 초기 리베이트였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CJ는 자사 법인카드를 의사에게 쥐여주는 수법으로 뒷돈을 건넸다. 나중에 들켜도 자사 직원이 쓴 것으로 둘러댈 수 있어 현금을 주는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CJ는 돈을 주면 약품 처방을 많이 해줘 ‘약발’이 잘 듣는 것으로 판명된 의사나 처방약 선정 권한이 있는 종합병원 과장급 이상 간부 등 수백 명을 ‘키 닥터(key doctor)’로 선정해 이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했다.CJ는 리베이트 제공업체뿐 아니라 의사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된 2010년 11월 직전 6개월 동안 카드를 집중 살포해 43억 원을 쓰도록 했다. 쌍벌제 이후에는 의사에게 주말에 법인카드를 빌려주고 주초에 돌려받는 수법으로 2억 원어치를 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법인카드 리베이트’라는 신종 수법을 시도했지만 의사들이 그 카드로 결제한 뒤 자기 명의의 포인트카드에 마일리지를 적립해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이 포인트 명의자가 CJ 직원이 아닌 의사들인 점을 수상히 여겨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CJ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 “CJ, 임직원 동원해 은폐 시도”경찰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CJ가 영업담당 임직원들을 동원해 증거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J는 리베이트를 준 의사들에게 변호사를 붙여 ‘감시 겸 변호’ 업무를 하며 경찰로부터 금융정보 제공동의서 작성 등의 요청이 오면 협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CJ는 의사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가맹점 1000여 곳을 상대로 의사들의 포인트 적립 기록을 삭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CJ 직원들이 대거 동원돼 문제의 법인카드로 결제된 상점을 일일이 확인한 뒤 의사들에 대한 신원정보 삭제를 요구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의사들 역시 CJ 측 안내에 따라 해당 법인카드를 이용했던 백화점이나 할인매장 등의 회원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CJ 제일제당은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리베이트 목적이 아니라 신약개발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준 것”이라며 “자문에 응해준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것은 의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J 임직원 상당수는 경찰 조사에서 “리베이트로 준 게 맞다”며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CJ는 자사 약품 처방 규모에 따라 법인카드 한도를 2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제공했다. 경찰에 적발된 의사 266명이 결제한 평균 금액은 1인당 1600만 원이었다. 이들은 명품 시계와 가방, 고가 가전제품, 가구 등을 구입했으며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도 많았다. 일부 의사는 자녀 학원비와 외식비, 목욕탕 이용료, 이발비, 김치 주문 결제를 하는 등 이 카드를 생활비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대형병원 의사도 포함돼 있다.의사들은 CJ에서 법인카드를 제공받는 대가로 CJ 측 약품을 다른 제약사보다 최대 7배까지 많이 처방했다. 혈압 당뇨 감기약 등 일반 환자들이 흔히 복용하는 약품이었다. 경찰은 “CJ가 주로 복제약을 생산 판매하는 업체이다 보니 품질 경쟁보다는 돈을 뿌려야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돈 봉투 받으며 “어떻게 처방하면 되나” “매월 500만원씩… 많이하면 추가 뒷돈” ▼■ 제약사 영업사원과 병원장 리베이트 현장 동영상경찰은 27일 CJ 리베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제약사인 종근당 지점장이 의사에게 리베이트 자금을 건네는 현장이 촬영된 동영상 녹취록을 함께 공개했다. 경찰은 2011년 3월∼지난해 1월 이 회사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의사 3명에게 680만 원을 준 혐의로 임모 씨(45)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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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 꺼! 반칙운전]내車 추월뒤 끽∼ ‘트럭의 습격’에 악!

    몇 년 전 지방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깜빡이를 켜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순간 뒤에서 오던 덤프트럭이 갑자기 경적을 울리며 위협적으로 밀어붙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무사히 차로에 진입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덤프트럭이 추월을 하더니 앞에서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충돌하기 일보 직전에 겨우 사고를 모면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운전을 하다 보면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차로 변경조차도 참지 못하는 조급한 운전자를 자주 본다. 깜빡이를 켜고 진입하는 차에 양보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처럼 죽자고 덤벼드는 운전습관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1990년대 초반 경찰서 교통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당시에는 한 해 1만 명이 넘게 교통사고로 사망하던 때라 사망사고 현장을 자주 목격했다. 그중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사고가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너무 허망하고 처참한 모습에 “대(代)가 안 끊기려면 절대로 온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다녀서는 안 된다”던 동료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이런 참혹한 사고의 원인은 결국 평소의 나쁜 운전습관 때문이다. 신호만 지켰어도, 안전속도만 지켰어도, 안전거리만 유지했어도, 그리고 상대를 조금만 배려했어도 참변을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고 당시 무엇이 그리 급했고 무엇이 그렇게 참을 수 없었을까. 교통사고는 나쁜 운전습관에서 시작돼 참혹한 불행으로 끝나는 비극이다. 나쁜 운전습관은 죽음에 이르는 병과 같다. 우리는 처음 운전면허를 땄을 때의 초심을 잊고 어느 순간부터 눈치껏 법규를 위반하며 나쁜 습관에 물들어 가고 있다. 요즘 해외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보행자를 우선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외국 교통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은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반칙운전자로 돌변한다. ‘교통법규를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왜곡된 운전문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경찰관이 단속을 하면 ‘왜 나만 단속하느냐’,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별것도 아닌 것을 단속한다’고 불평하는 민원이 많다. 교통법규 위반은 범죄도 아니고 별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음을 방증해주는 사례다. 이번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는 우리의 나쁜 운전습관을 변화시키고 생명을 살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경찰은 올해 정책 방향을 국민 안전 확보에 맞추고 대표적인 안전위협 행위인 반칙운전을 추방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행위는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찰은 원망을 듣더라도 법규 위반을 엄정히 단속할 계획이다. 또 일정 기간 동안 ‘무사고 무위반 서약’을 하고 실천한 운전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반칙운전 추방을 위한 국민 참여 운동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우리는 범정부 차원의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노력 등에 힘입어 교통사고 사망자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절반으로 줄인 저력이 있다. 국민이 마음을 모으면 못 해낼 게 없다. 경적 대신 손짓으로 인사하는 문화, 서로 배려하는 운전문화를 만드는 데 경찰이 앞장서겠다.}

    • 201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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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우트비 2억-협회자금 4억 횡령한 총장님

    김진규 전 건국대 총장(61·사진)이 재직 당시 학교 공금 등 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 전 총장이 유명 의사를 영입해 주겠다며 건국대병원에서 받은 스카우트비 2억 원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의료관련 협회 자금 4억 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가 확인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2011년 5월 서울대 의대 선배이자 삼성서울병원 고위 간부를 지낸 A 씨를 데려오는 데 쓰겠다며 스카우트비로 받은 2억 원을 대한임상정도관리협회에서 횡령한 공금을 메우는 데 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에게는 “내가 곤란하게 됐으니 학교 측에는 돈을 받았다고 하고 우리 병원으로 와 달라”고 부탁해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장은 이보다 석 달 전인 그해 2월 협회 자금 4억 원을 빼돌려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빚 ‘돌려 막기’ 목적으로 횡령이 이뤄진 셈이다. 대한임상정도관리협회는 임상병리 검사 개선을 위해 검사기구나 시약 등을 연구, 조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김 전 총장은 2001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경찰 조사에서 6억 원 횡령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초 4억 원의 빚을 어떻게 지게 됐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는 “프라이버시 영역이니 말할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은 학교 측 감사 결과 횡령 정황이 드러나 경찰에 고발당하고 수사망까지 좁혀오자 협회에서 가져다 쓴 자금 전액과 건국대 자금 7000만 원 등 현재까지 총 4억7000만 원을 갚았다. 건국대는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가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 법인의 자체 감사 등 내부 감시 시스템이 신속히 작동해 비리를 밝힐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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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던 한국인, 강도 돌변… 돈뺏고 ‘탕탕’… “구덩이에 묻어라”

    두 발의 총성이 들린 건 환대를 받으며 거실 소파에 앉을 때였다. 황급히 현관 쪽을 바라보니 뒤따라 들어오던 필리핀인 운전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방금 전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미소를 띠던 남자는 45구경 권총을 들고 있었다. 그가 소파로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조○○가 누구야?” 벌벌 떨고 있던 조모 씨(당시 54세)가 고개를 들자 또다시 총소리가 두 번 울렸다. 소파엔 김모 씨(48)만 홀로 남겨졌다. 눈을 질끈 감은 김 씨는 이마에 총구가 닿는 것을 느꼈다. 2007년 3월 5일 오후 1시 필리핀 마닐라 인근 앙헬레스 시의 한 외진 주택에서 벌어진 일이다.필리핀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김 씨는 전날 밤 친척인 조 씨의 전화를 받았다. “중고차를 싸게 판다는데 차를 함께 받으러 가자”라는 것이었다. 조 씨에게 중고차 매매를 제안한 사람은 조 씨의 지인 유모 씨(48)였다. 조 씨가 마닐라에서 청소년 오락기 공급업체를 운영하며 소송에 휘말렸을 때 통역을 해준 인연으로 알게 됐다. 유 씨는 필리핀에서 10년 넘게 살아 현지어에도 능숙했다. 이튿날 조 씨를 따라 나선 그 길이 지옥행이라는 걸 김 씨는 알지 못했다.이마에 닿은 총구는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김 씨는 훗날 “그때 화약 냄새를 맡으며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김 씨는 눈앞의 총을 밀치고 현관으로 뛰기 시작했다. 현관에 닿을 즈음 어깨에 묵직한 충격을 받고 넘어졌다. 누군가 둔기로 내리친 것이었다. 유 씨였다. 그는 ‘밖에서 차만 보고 가겠다’던 조 씨와 김 씨를 “집에 마누라와 애들이 있으니 차 한잔 하고 가라”라며 집안으로 끌어들였다.유 씨 일당 3명은 김 씨를 제압한 뒤 안방으로 끌고 가 팔다리를 결박한 채 엎드려 뉘었다. 그러곤 “1000만 원을 주면 풀어주겠다”라고 위협했다. 숨진 조 씨의 주머니를 뒤져 중고차 살 돈으로 가져온 500만 원은 이미 챙긴 뒤였다. 김 씨는 엎드린 채 얼굴만 옆으로 돌려 한국에 있는 친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1000만 원이 송금된 사실을 확인한 유 씨는 김 씨에게 “그래도 좀더 오래 살았잖아”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곧 방문이 다시 열리더니 다른 남자가 들어와 김 씨의 등에 두 방의 총을 쐈다. 김 씨는 정신을 잃었다. “뒷마당에 파묻으면 아무도 몰라. 다 파놨으니 빨리 옮겨.” 희미하게 의식을 찾은 김 씨의 귀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등에 총 두 발을 맞았지만 다행히 주요 장기는 피해갔다. 몸을 움직여 보자 뒤로 묶인 팔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발 쪽은 매듭이 무릎 쪽으로 살짝 올라와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옷 주머니를 뒤지는 거친 손길이 느껴졌다. 신분증이나 현금을 챙기려는 듯했다. 김 씨는 눈을 감은 채 숨을 멈추고 죽은 듯이 있었다.유 씨 일당은 김 씨를 옮겨 뒷마당에 파놓은 구덩이로 내던졌다. 내팽개쳐지면서 자갈에 얼굴을 정면으로 찧었다. 순간 신음소리가 나올 뻔했지만 가까스로 삼켰다. 그들이 나머지 시신을 가지러 간 사이 김 씨는 있는 힘을 다해 로프에 묶인 두 발을 움직였다. 빠질 듯하면서 끝내 빠지지 않았다. 곧 유 씨 일당의 발걸음 소리가 났다. 다시 죽은 듯 누워 있는 김 씨의 등 위로 조 씨의 시신이 겹쳐졌다.운전사의 시신이 도착할 때까지가 김 씨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었다. 발목이 피투성이가 되고서야 비로소 발 한쪽이 로프에서 빠졌다. 오른발은 땅에 질질 끌렸지만 왼발은 땅에 닿을 새 없이 숨 가쁘게 내달렸다. 김 씨가 대문을 여는 순간 운전사 시신을 들고 현관문을 나서는 유 씨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김 씨는 죽을힘을 다해 집 밖으로 달렸다. 외진 곳이라 길가엔 사람이 없었다. 유 씨 일행은 총을 들고 김 씨 뒤를 쫓았다. 김 씨가 200m쯤 도망갔을 때 비로소 주택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우리말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 지르며 무작정 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갔다. 피투성이가 된 외국인을 보고 몰려드는 현지 주민들을 유 씨 일당은 멀찍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김 씨가 현지 경찰에 신고하면서 유 씨 일당의 범행이 드러났다. 김 씨에게 총을 쏜 남자는 현지 여행가이드인 이모 씨(44)였다. 이 씨는 2010년 검거된 뒤 국내로 송환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공범 안모 씨는 2007년 국내에서 검거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1990년대 중반 필리핀에 건너간 주범 유 씨는 지난해 7월 현지에서 한국 경찰관에게 붙잡혀 22일 국내로 송환됐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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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의사 210명에 45억 리베이트 제공”

    CJ가 의사 수백 명에게 45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자사 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중·대형 병원 의사와 공중보건의 210여 명에게 1인당 최대 수천만 원씩 모두 45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이 회사 임직원 10여 명을 형사 처벌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로 전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 강모 부문장을 지난주 소환 조사했다. 또 1000만 원 이상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수십 명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분류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J 측은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주고 쓰게 하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경찰은 지난해 초 충남의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의사 A 씨가 CJ 측에서 받은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본인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한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 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돌침대를 구입한 영수증을 발견하고 카드결제 명세를 조회한 결과 카드 명의자가 CJ 제약사업본부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CJ 법인카드를 쓴 의사들을 전면 수사하면 리베이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J 측은 “영업사원들의 영업 관행일 뿐 리베이트는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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