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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 명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경쟁’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고 듣는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으로 준결선과 결선에 임하기 바랍니다. 심사위원들은 완벽함을 원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원하는 거니까요.” 바이올리니스트 아니 카바피안(74)은 미국 바이올린계의 우뚝한 존재로 꼽힌다. 독주자와 실내악 연주자로서 명성을 쌓았을 뿐 아니라 미국 매네스 음대, 맨하탄 음대, 퀸즈대 교수를 거치며 수많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를 육성했고 현재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13일 개막한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열한 명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콩쿠르는 19일 5개국 13명의 준결선 진출자를 가려냈으며 21,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리는 준결선과 24,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결선 경연을 앞두고 있다. 카바피안은 19일 심사위원 숙소인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콩쿠르 출연자들의 높은 연주 수준이 놀랍다. 대회 운영도 매우 프로페셔널하다. 이미 세계 주요(Major) 콩쿠르이지만 더 큰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초청으로 2017년 서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으며 미국에서도 여러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한국 음악가들이 최근 세계 주요 콩쿠르와 연주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대해 그는 “한국 학생들은 30년 전 이미 테크닉 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오늘날 그들은 더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그의 네 살 아래 자매인 아이다 카바피안(커티스 음대 교수)도 언니와 나란히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교수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나이차가 나서 학교에서 비교 받은 일이 없어 그런지 경쟁의식은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매우 친하고 함께 자주 연주하죠. 둘 다 연주에 개성이 있는 편이어서 서로 긍정적인 영항을 받곤 해요. 한 번은 어느 지휘자가 ‘내년에 저랑 연주하기로 되어있네요’ 하기에 놀라 알아보니 동생과 연주하는 것이었더군요.”(웃음) 그는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 사는 아르메니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르메니아는 최근 인접국인 아제르바이잔과 군사적 충돌을 겪었다. 그는 “음악은 여러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주는데 가장 좋은 도구다. 음악은 상처를 치유해주며 서로 협력하게 해준다. 여러 나라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콩쿠르는 그런 의미에서도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흐 건반음악의 살아있는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69)가 2008년 첫 내한 이후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와중에 취소됐던 만남의 아쉬움을 씻어줄 무대다. 11월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그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곡을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를 프로그램 사전 공지 없이 연주할 예정이다. 시프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최근 런던, 파리, 도쿄 등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도 당일 현장에서 연주곡을 밝혀 왔습니다. 어떤 의도인지요?“나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습니다. 연주 일정은 대체로 2년 전에 결정되는데, 관객이 무엇을 듣게 될지 2년 뒤 일을 미리 말해준다는 것이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일이죠. 예를 들어 2년 뒤 오늘 저녁식사로 무엇을 택할 지 미리 말할 수 있나요?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가 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나는 훨씬 큰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관객들은 공연을 한층 새롭게 감상할 수 있고요.”―매일 한 시간 이상 바흐를 연주하며 아침을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바흐의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영혼과 몸을 깨끗이 만드는 거죠.”―현대적이고 기능적인 연주를 펼치면서도 슈나벨, 피셔, 코르토, 호프만 등 20세기 초 피아니스트들의 영향을 고백해 왔습니다. 모차르트 시대의 옛 피아노에 깊이 빠지기도 했구요. 과거의 연주방식에서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옛 피아노 거장들은 위대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온전히 다른 개성을 자랑했죠. 자신만의 개인적인 음색이 있었고 연주하는 소리의 질감이 작품마다 달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피아니스트들은 대부분 서로 비슷하게 들리죠. 서로 다른 점을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소리 자체가 흐릿하고 평범하거나 시(詩)적인 면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세계 여러 공연장에서 강의와 연주를 겸한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오늘날의 청중은 반세기 전에 비해 음악에 대한 교육과 정보가 오히려 적은 세대입니다. 학교에서 받는 음악 교육도 빈약하죠. 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한 예로 베토벤의 소나타를 처음 듣고자 한다면 그건 그냥 편히 앉아 즐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가이드와 정보가 필요한 일이죠. 연주자가 직접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북의 해설만 읽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정치적인 소신을 자주 공개해왔고, 최근에는 모국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정계의 우경화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요즘 국제 정치가 매우 자국 이기주의적이고 배타적이 되어가는 데 대한 생각은.“정치와 예술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만심이나 자기중심주의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늘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심사위원들이 함께 에너지를 받는 콩쿠르입니다. 놀라운 연주를 보여주는 참가자가 많다 보니 심사위원석의 분위기까지 즐겁습니다.”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개최되는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에서 개막했다. 나흘 동안의 1차 예선을 마친 16일에는 2차 예선(18, 19일)에서 기량을 겨룰 7개국 22명이 가려졌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가자들의 개성이 강하고 주법이 다양해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매니스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현악4중주단 ‘콰르텟 21’ 제1바이올린 주자, 코리아나 챔버뮤직 소사이어티 음악감독, 실내악단 ‘애드 뮤지카’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1차 예선 프로그램 중 하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하나를 골라 1악장을 연주하되 카덴차(협주곡에서 독주자 혼자 기량을 발휘하는 부분)는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규정했죠. 잘 연주되지 않는 카덴차가 많이 나왔고 연주자 자신이 작곡한 카덴차를 연주한 경우도 상당했습니다. 어떤 경우든 참신한 관점이 많이 보여 심사위원들이 감탄했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1차 예선 과제곡인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의 바흐 육필원고 사본을 가져와 꼼꼼히 보며 듣는 등 콩쿠르 심사 분위기가 학구적이며 치열하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이 끝나지 않아 자칫 한국 학생만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죠. 하지만 국내외 참가자 모두 매우 수준이 높고 놀라운 연주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한 해외 심사위원은 ‘연주 수준이 높아 질투가 날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최근 한국 연주자들이 해외 국제콩쿠르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해 오는 비결로 자신감을 꼽았다. “영화와 드라마, K팝, 기업 활동 등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적 역량을 보이고 있죠. 위축될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런 자신감이 자유롭고 자신 있는 표현으로 나타나고 콩쿠르에서의 훌륭한 결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24,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결선을 통해 최종 수상자를 가린다. 심사위원으로는 김 교수와 백주영 서울대 교수, 김현아 연세대 교수와 슈무엘 아슈케나시 전 베르메르 4중주단 리더, 아니 카바피안 미국 예일대 교수, 민초 민체프 독일 에센폴크방 국립음대 교수, 세계적 솔리스트 다케자와 교코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심사위원들이 함께 에너지를 받는 콩쿠르입니다. 놀라운 연주를 보여주는 참가자가 많다 보니 심사위원석의 분위기까지 즐겁습니다.”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개최되는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개막했다. 나흘 동안의 1차 예선을 마친 16일에는 18, 19일 2차 예선에서 기량을 겨룰 7개국 22명이 가려졌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가자들의 개성이 강하고 주법이 다양해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김 교수는 미국 매네스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겸 현악4중주단 ‘콰르텟 21’ 제1바이올린 주자, 코리아 챔버뮤직 소사이어티 음악감독과 실내악단 ‘애드 뮤지카’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1차 예선 프로그램 중 하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를 골라 1악장을 연주하되 카덴차(협주곡에서 독주자가 혼자 기량을 발휘하는 부분)는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규정했죠. 잘 연주되지 않는 카덴차가 많이 나왔고 연주자 자신이 작곡한 카덴차를 연주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신선한 관점이 많이 보여 동료 심사위원들이 감탄했습니다.” 그는 한 심사위원의 경우 1차 예선 과제곡인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의 바흐 육필원고 사본을 가져와 꼼꼼히 보며 듣는 등 심사 분위기가 학구적이며 치열하다고 말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자칫 한국 학생만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죠. 하지만 국내외 참가자 모두 매우 수준이 높고 놀라운 연주 기술을 선보인 연주자가 많았습니다. 한 해외 심사위원은 ”연주 수준이 높아 질투가 날 지경“이라고 하더군요.”그는 최근 한국 연주자들이 해외 국제콩쿠르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해온 비결에 대해 ‘자신감’을 한 가지 이유로 꼽았다. “영화와 드라마, K팝, 기업 활동 등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적 역량을 보이고 있죠. 위축될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런 자신감이 자유롭고 자신 있는 표현으로 나타나고 콩쿠르에서의 훌륭한 결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24,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결선을 통해 최종 수상자를 가리게 된다. 심사위원으로는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백주영 서울대 교수, 김현아 연세대 교수와 슈무엘 아슈케나시 전 베르메르 4중주단 리더, 아니 카파비안 미국 예일대 교수, 민초 민체프 독일 에센폴크방 국립음대 교수, 세계적 솔리스트 다케자와 교코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LG아트센터 서울’의 탄생일에 초대된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앙코르를 포함해 모두 여섯 곡으로 정교하게 차린 코스 요리를 내놓았다. 구성의 호화로움뿐 아니라 장인의 맛내기까지 경탄을 자아낸 코스였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새로 들어선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13일 개관 기념 공연인 래틀과 LSO의 콘서트가 열렸다. 프로그램에 실린 네 곡은 19세기 후반 관현악 색상의 팔레트를 호화롭게 변혁시킨 바그너와 그 영향권에 있는 20세기 초 작곡가들의 곡으로 채웠다. 세계 정상급 악단 중에서도 다양한 장르에서 정교함으로 인정받아 온 LSO에 맞춤한 선곡이었다. 첫 곡인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에선 래틀과 LSO가 가꿔온 유기적 호흡이 돋보였다. 탐미적인 악구들이 부풀고 가라앉는 동안 다양한 음량에서 악기군(群)의 밸런스가 한결같은 색상을 유지했다. 조성진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에서 조성진은 낱낱 음표들의 세공을 뛰어넘어 각 변주들의 대비까지 넉넉히 신경 쓰는 큰 그림을 펼쳐냈다. 타악 연주자 출신으로 피아노적 타격감을 잘 아는 래틀과 찰떡 호흡을 보였다. 조성진은 쇼팽 연습곡 작품 10-12 ‘혁명’의 불꽃 타건(打鍵)으로 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보답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에서 악단의 색상은 서늘하면서 처연한 빛으로 바뀌었다. 현에서 언뜻언뜻 비쳐 나오는 신비한 색상의 스펙트럼과 전체 합주의 노호(怒號)에서 각 파트의 움직임이 뚜렷이 들려오는 데서 이 곡이 래틀의 애착 레퍼토리 앞 순서에 놓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메인 프로그램 끝 곡은 라벨의 ‘라 발스’였다. 이 곡과 이후 앙코르로 연주한 스트라빈스키 ‘불새’ 피날레에서 래틀은 특유의 운동신경을 입증했다. 반동과 리듬감이 찰진 식감처럼 귀에 본능적인 쾌락을 선사했다. 루바토(마디 안에서 박자의 길이를 자의로 조절하는 것)는 통달한 독주자가 악기를 혼자 연주하듯 호흡이 척척 맞았다. LG아트센터는 벽체의 컨트롤을 통해 잔향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 공연에선 반향음이 적고 무대에서 바로 전달되는 직접음이 강했다. 공간의 크기에 비해 음량이 크지 않았지만 여러 음높이들 사이의 밸런스는 단정했다. 연주자가 드러내는 낱낱의 미세한 결까지 잘 들려 합주력에 자신 없는 악단이라면 애를 먹을 듯했다. 실제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에서는 잔향이 큰 홀이라면 묻힐 수도 있었던 클라리넷의 실수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래틀과 조성진, LSO는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을 펼쳤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LG아트센터 서울의 탄생일에 초대된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앙코르를 포함해 모두 여섯 곡으로 정교하게 차린 코스요리를 내놓았다. 구성의 호화로움 뿐 아니라 장인적인 맛내기까지 경탄을 자아낸 코스였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새로 들어선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13일 저녁 개관 기념 공연인 래틀과 LSO의 콘서트가 열렸다. 프로그램에 실린 네 곡은 19세기 후반 관현악 색상의 팔레트를 호화롭게 변혁시킨 바그너와 그 영향권에 있는 20세기 초 작곡가들의 곡으로 채웠다. 세계 정상급 악단 중에서도 특유한 개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영화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에서 정교한 기능성으로 인정받아온 LSO에 맞춤한 선곡이었다. 첫 곡인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에선 래틀과 LSO가 가꿔온 유기적 호흡이 돋보였다. 탐미적인 악구들이 부풀고 가라앉는 동안 다양한 음량에서 악기군(群)들의 밸런스가 한결같은 색상을 유지했다. 조성진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에서 조성진은 각 변주에 담긴 낱낱 음표들의 세공을 뛰어넘어 각 변주들의 대비까지 넉넉히 신경 쓰는 큰 그림을 펼쳐냈다. 타악 연주자 출신으로 피아노적 타격감을 잘 아는 래틀과의 찰떡 호흡을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조성진은 쇼팽 연습곡 작품 10-12 ‘혁명’의 불꽃 타건으로 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보답했다. 콘서트 후반부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에서 악단의 색상은 서늘하면서 처연한 빛으로 바뀌었다. 지휘자의 주관이 억제된 모범적인 해석이었지만 현에서 언뜻 언뜻 비쳐 나오는 신비한 색상의 스펙트럼과 전체 합주의 노호(怒號)에서 각 파트의 움직임이 뚜렷이 들려오는 데서 이 곡이 래틀의 애착 레퍼토리 앞 순서에 놓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메인 프로그램 끝 곡은 탐미와 신경증적 광란이 얽힌 라벨의 괴작 ‘라 발스’였다. 이 곡과 이후 앙코르로 연주한 스트라빈스키 ‘불새’ 피날레에서 래틀은 특유의 운동신경을 입증했다. 반동과 리듬감이 찰진 식감처럼 귀에 본능적인 쾌락을 선사했다. 루바토(마디 안에서 박자의 길이를 자의로 조절하는 것)는 통달한 독주자가 악기를 혼자 연주하듯 호흡이 척척 맞았다. 래틀은 열연을 펼친 단원에게 직접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일으켜 세웠다. 몸을 낮춘 그의 매너에 관객은 더 큰 환호로 응답했다. LG아트센터의 음향은 성격이 분명했다. 벽체의 컨트롤을 통해 잔향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 공연에선 반향음이 적고 무대에서 바로 전달되는 직접음이 강했다. 공간의 크기에 비해 음량이 크지 않은 편이었지만 여러 음높이들 사이의 밸런스는 단정한 편이었다. 믹싱 콘솔로 조정해 편집한 음반을 연상시켰다. 연주자가 드러내는 낱낱의 미세한 결까지 잘 들려 합주력에 자신 없는 악단이라면 애를 먹을 듯했다. 실제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에서는 잔향이 큰 홀이라면 묻힐 수도 있었던 클라리넷의 실수가 선명하게 들려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유럽 각국의 오케스트라 수석 단원과 유명 연주자들로 구성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COE)’가 4년 만에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자신의 레퍼토리 중심에 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 4번을 협연한다. 최근 그와 부쩍 자주 보조를 맞춰 온 키릴 카라비츠 영국 본머스 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공연은 다음 달 5,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스스로는 “베토벤이나 브람스뿐 아니라 훨씬 넓은 영역을 다루는 연주가로 봐 달라”고 하지만 김선욱에게 베토벤은 늘 레퍼토리의 중심에 있어 왔다. 데뷔 음반을 비롯해 베토벤 소나타를 담은 앨범만 지금까지 세 장이다.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주곡 5번 ‘황제’를 음반으로 내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다음 달 5일은 협주곡 3번, 8일은 4번을 협연한다. COE가 연주할 다른 프로그램도 베토벤의 혁명적 정신에서 가까운 시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5일 슈베르트 ‘이탈리아풍 서곡’과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8일 베토벤 코리올란 서곡과 교향곡 7번을 묶은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카라비츠는 김선욱에게 ‘신뢰 있는 음악적 동반자’로 꼽힌다. 그가 2019년 미국 시카고 교향악단을 처음 지휘할 때 김선욱이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 온 김선욱이 지난 시즌 유럽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무대도 카라비츠가 2009년부터 수석지휘자로 이끌어온 본머스 교향악단의 콘서트였다. COE는 1981년 창단됐다. 음악감독이나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단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정교한 앙상블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여러 오케스트라 수석급과 유명 음악 교수, 실내악 연주자 등 60여 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250장 이상 음반을 발매하면서 미 그래미상 2회, 영국 그라머폰상 3회를 수상하며 세계 정상의 앙상블 중 하나로 공인받았다. 2009년 설립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도 젊은 예술 영재들이 악단 단원들과 함께 기량을 익히며 투어 공연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이 악단은 2018년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지휘로 처음 내한해 바흐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과 슈만의 교향곡을 선보였다. 5만∼1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유럽 각국의 오케스트라 수석 단원과 유명 연주자들로 구성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COE)가 4년 만에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자신의 레퍼토리 중심에 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 4번을 협연하고, 최근 그와 부쩍 보조를 맞춰온 키릴 카라비츠 영국 본머스 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11월 5,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스스로는 ‘베토벤이나 브람스뿐 아니라 훨씬 넓은 영역을 다루는 연주가로 보아 달라’고 하지만 김선욱에게 베토벤은 늘 레퍼토리의 중심에 있어 왔다. 데뷔 음반을 비롯해 베토벤 소나타를 담은 앨범만 지금까지 세 장이고,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주곡 5번 ‘황제’를 음반으로 내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11월 5일 협주곡 3번, 8일 4번을 협연한다. COE가 연주할 다른 프로그램도 베토벤의 혁명적 정신에서 가까운 시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5일 슈베르트 ‘이탈리아풍 서곡’과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8일에는 베토벤 코리올란 서곡과 교향곡 7번을 묶은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우크라이나 출신 지휘자 카라비츠는 김선욱에게 ‘신뢰 있는 음악적 동반자’로 꼽힌다. 그가 2019년 미국 시카고 교향악단을 처음 지휘할 때 김선욱이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김선욱이 지난 시즌 유럽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무대도 카라비츠가 2009년부터 수석지휘자로 이끌어온 본머스 교향악단의 콘서트였다.유럽 챔버 오케스트라는 1981년 창단됐다. 음악감독이나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단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정교한 앙상블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여러 오케스트라 수석급과 유명 음악 교수, 실내악 연주자 등 60여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250장 이상의 음반을 발매하면서 그래미상 두 번, 그라머폰상 세 번을 수상하며 세계 정상의 앙상블 중 하나로 공인받았다.2009년 설립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도 젊은 예술영재들이 이 악단 단원들과 함께 기량을 익히며 투어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명성이 높다. 이 악단은 2018년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지휘로 처음 내한해 바흐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과 슈만의 교향곡 등을 선보였다.5만~1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난달 19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연주된 음악 중에는 여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곡이 있다. 작곡가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가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찬송가 ‘오 주께서 얼마나 자비로우신지 보고 맛보라’다. 1953년 6월 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여왕의 새로운 시대를 알린 이 곡은 69년 뒤 같은 곳에서 그의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두 개의 큰 의식에서 본 윌리엄스의 존재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왕의 대관식에서는 그의 다른 찬송가 ‘지상에 사는 모든 백성들아’와 ‘상투스’(영광송), G단조 미사 중 ‘크레도(사도신경)’, 그가 편곡한 민요 ‘푸른 옷소매’ 등이 연주됐다. 여왕의 장례식에서는 본 윌리엄스의 교향곡 5번 3악장을 편곡한 ‘로만차’가 오르간으로 연주됐다. 본 윌리엄스는 에드워드 엘가(1857∼1934)와 함께 영국의 국민 작곡가로 꼽힌다. 영국의 음악 전통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비해 풍요하다고 보기 힘들었다. 20세기 대중음악의 켈틱 음악 붐에서 보듯 풍요한 민속음악의 자산을 갖췄지만 엘가 이전에는 독일에서 데려온 조지 프레더릭 헨델(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을 자국 음악문화의 대표 인물로 꼽을 정도였다. 엘가에 이어 영국 음악의 부흥을 이끈 본 윌리엄스는 독일어권 음악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1907년 35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향했다. 스승은 그보다 세 살 어린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었다. 라벨에게 배운 뒤 그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예술의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음악을 모방하지도 않았다. 라벨은 “내 음악(스타일)을 사용하지 않은 유일한 제자가 본 윌리엄스”라고 말했다. 그 대신 본 윌리엄스가 영감과 영향을 받은 곳은 고국 영국의 민요였다. 프랑스로 가기 4년 전 그는 영국의 전원을 다니며 시골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들을 악보에 옮겨 적었다. 영국의 르네상스 음악도 공부했다. 민요에서 받은 감흥은 그가 민요를 편곡한 ‘푸른 옷소매 환상곡’으로, 르네상스 음악의 영향은 16세기 영국 작곡가 토머스 탤리스의 곡을 편곡한 ‘토머스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으로 결실을 보았다. 두 곡 모두 서늘한 대기가 몸에 붙는 듯한, 요즘 우리나라의 계절감과도 맞는 작품들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경험한 본 윌리엄스는 음악으로 평화를 호소한 작곡가이기도 했다. ‘토머스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원곡은 구약성서 시편 2편을 가사로 탤리스가 쓴 성가다. 가사는 이렇다. ‘어찌하여 열방들이 분노하며 그 백성들이 헛된 일을 도모하느냐?’ 헨델이 오라토리오 ‘메시아’에서 베이스 아리아로 표현한 가사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오르간으로 연주된 교향곡 5번은 2차대전 와중에 평화를 간구하고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한 곡이다. 3악장 ‘로만차’는 17세기 영국 작가 존 버니언의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슬픔으로 안식을 주시고 죽음으로 생명을 주셨도다.’ 그의 여러 곡 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종달새의 비상’일 것이다. 이른 봄 날갯짓을 하는 어린 새를 묘사한 이 곡은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시니어 데뷔 프리 프로그램 곡으로 쓰였다. 세상으로 비상을 꿈꾸는 김연아에게 딱 맞춤한 선곡이었다. 내일(10월 12일)은 본 윌리엄스가 태어난 지 150년 되는 날이다. 영국의 여러 오케스트라와 음악축제가 교향곡 5번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을 올해 프로그램에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8월에 국립합창단이 그의 대작이자 첫 교향곡인 ‘바다 교향곡’을 국내 초연했다. 그의 기념 연도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가 한층 더 크게 기억될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북한의 잦은 미사일 도발도 평화를 염원했던 본 윌리엄스의 음악을 다시 꺼내 듣게 만든다. 본 윌리엄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을 가진 5년 뒤 그곳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잠들었다. 그가 저 세상에서 누릴 평화처럼 이 세상에도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한다.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내년부터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부천시립합창단의 주 활동무대가 될 부천아트센터가 6일 준공식과 축하공연을 갖고 부천 시민과 팬들 앞에 첫선을 보였다. 경기 부천시 길주로 부천시청과 부천중앙공원 사이에 들어선 부천아트센터는 1445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304석 규모의 소공연장을 갖췄다. 내년 5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부천아트센터는 서울 양천구 목동과 마곡지구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이달 13일 개관하는 마곡 ‘LG아트센터 서울’과 함께 부천은 물론이고 서울 서남부 지역의 클래식에 대한 목마름을 상당 부분 충족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 공개한 콘서트홀은 무대에서 객석 뒷부분까지 길쭉한 슈박스(구두상자)형 구조를 기본으로 했다. 2, 3층 객석을 독립된 블록들로 묶어 비니어드(포도원)형 구조도 가미했다. 높이 조정이 가능한 중앙 천장 음향반사판과 벽체 음향조절용 배너 커튼을 이용해 다양한 규모의 연주에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눈에 띈다.이날 축하공연에선 김선아 상임지휘자가 지휘한 부천합창단의 ‘나비에게’(조혜영 곡), 장윤성 상임지휘자가 지휘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미하일 글린카) 등이 연주됐다. 객석 앞쪽인 1층 4열에서 듣는 소리는 음량이 예상보다 컸고 잔향도 풍성했다.(설계 잔향 2.4초). 단지 음높이에 따라 또렷함이 부족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큰 음량에서는 공간이 이를 받아내지 못해 종종 ‘쏘는’ 소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부천아트센터 측은 “아직 음향은 미완성이다. 내년 파이프오르간을 전면 벽체에 설치한 뒤 시험공연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음향의 미세조정을 완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내년 이후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부천시립합창단의 주 활동무대가 될 부천아트센터가 6일 준공식과 축하공연을 갖고 부천 시민과 음악팬들 앞에 첫선을 보였다. 부천시 길주로 부천시청과 부천중앙공원 사이에 들어선 부천아트센터는 1445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304석 규모의 소공연장을 갖췄으며 내년 5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부천아트센터는 서울 목동과 마곡지구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이달 13일 개관예정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과 함께 부천뿐 아니라 그동안 낙후된 것으로 평가되어온 서울 서남부 지역의 클래식 공연까지 상당 부분 수요를 충족해줄 전망이다.6일 공개된 콘서트홀은 무대에서 객석 뒷부분까지가 길쭉한 슈박스(구두상자)형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2, 3층 객석을 독립된 블록들로 묶어 빈야드(포도원)형 구조를 가미했다. 높이조정이 가능한 중앙 천장 음향반사판과 벽체 음향조절용 배너 커튼을 이용해 다양한 규모의 연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각 벽면엔 밝은 색상의 목재를 사용했고 객석을 붉은 색 계통의 다양한 색상으로 처리해 화사한 인상을 주었다.축하공연에서는 김선아 상임지휘자가 지휘한 부천합창단의 조혜영 ‘나비에게’, 장윤성 상임지휘자가 지휘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등이 연주됐다. 객석 앞쪽인 1층 4열에서 듣는 소리는 음량이 예상보다 컸고 잔향도 풍성했다(설계 잔향 2.4초). 단지 음높이에 따라 또렷함이 부족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었고 큰 음량에서는 공간이 이를 받아내지 못해 종종 ‘쏘는’ 소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부천아트센터 측은 “아직 음향은 미완성이다. 내년 파이프오르간을 전면 벽체에 설치한 뒤 시험공연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음향의 미세조정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오르간 제작사 카사방이 현지에서 제작 중인 파이프오르간은 파이프 4576개와 스톱(음색 전환 스위치) 63개를 갖췄다. 6일 오후 7시에는 부천아트센터 준공을 기념하는 야외 페스티벌 ‘BAC 파크콘서트’가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코리안 아츠 브라스와 문정재 트리오, 테너 존노와 소리꾼 고영열 등이 출연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너구리가 산책 중인 강아지를 놀라게 하고 족제비가 카페를 기웃거린다. 대한민국에서 최근 일어난 일들이다. 2017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멧돼지가 나타나 뛰어다녔다.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뉴욕 부근 뉴저지주에는 흑곰 5000마리가 산다. 반세기 만에 200배 이상으로 늘었고 알래스카보다 면적당 곰 밀도가 높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환경학 교수인 저자는 1970년대 이후 북아메리카와 유럽, 동아시아의 도시들이 야생동물들과 함께 사는 ‘어쩌다 숲’이 되고 있다고 보고한다. 인간을 위해 설계된 도시는 어떻게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공간으로 바뀌게 됐을까. 19세기 말 조경사 옴스테드는 미 전역에 수많은 도시 공원을 설계했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대표적이다. 같은 시대의 에버니저 하워드는 도심 주변에 외곽 마을들이 방사형 도로로 연결된 ‘정원 도시’ 개념을 수립했다. 야생동물들을 배려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들의 아이디어는 동물들이 모이는 계기로 연결됐다. 대부분의 도시는 본디 동물들이 살기 좋은 지역에 터를 잡았다. 기후가 쾌적한 데다 깨끗하고 풍부한 물, 풍족한 식물군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였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도시들을 광범위한 교외 마을의 군집으로 바꾸어 놓았다. 동물들은 낮에 교외 마을에서 음식과 물을 얻고 밤에 은신처로 돌아갔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모기잡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새가 야생동물의 도시 귀환에 중요한 주역이 됐다. 1991년 새크라멘토시는 이 새가 사는 관목의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자연사회보존계획(NCCP)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본뜬 프로그램을 26년 뒤 29개 도시가 마련했고 11개 도시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도시 교외 주민들은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건설을 억제하고 주거 밀도의 한계를 정했다. 사람이 살기 좋은 교외는 야생동물에게도 덜 적대적인 장소가 됐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도 도시에서 살 수 있는 종(種) 수는 한정되기 마련이다. 도시 야생동물의 이야기는 결국 ‘소수의 성공 스토리’다. 도시는 치열한 진화의 실험실이기도 하다. 삼색제비는 배수로에 집을 지으면서 날개가 짧아졌다. 도시 하천에 출몰하는 연어는 화학물질에서 배아를 지키는 생체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도시의 도마뱀은 콘크리트 벽을 타기 위해 다리가 길어지고 발바닥이 더 끈끈해졌다. 남부 프랑스에서는 메기가 물에서 튀어 올라 비둘기를 사냥한다. 새들은 시끄러운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새소리를 바꿨다. 야생동물이 모일 수 있는 도시는 인간에게도 이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복원하면 녹지가 늘어나고 도시 열섬이 줄어든다. 하천을 잘 가꾸면 수변 공원이 생기고 홍수의 위험도 줄어든다. 숲을 잘 가꾸면 공기를 정화하고 물을 저장해준다. 결국 인간과 동물이 서로 잘 살 수 있는 배경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도시의 과제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미국보다 도시화가 훨씬 진행된 아파트 숲속의 한국인에게 더 절실한 과제일지도 모른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러시아 출신 독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5)는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가 2019년 소니 레이블로 내놓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은 그해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의 레코딩’과 영국 더타임스 선정 ‘올해의 클래식 음반’, 2020년 그라머폰상 기악부문을 잇따라 수상했다. 그 뒤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도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며 객석을 열광시켰다. 그가 마침내 서울에 베토벤을 들고 온다. 11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와 8번 ‘비창’, 25번,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레비트를 e메일로 만났다. ―바흐에서 오늘날 작곡가의 작품까지 넓은 레퍼토리를 연주하지만 최근 3년간의 활동은 베토벤에 방점이 찍혔던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레비트에게 베토벤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삶의 절반은 베토벤에 몰두해 왔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만의 베토벤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가고 있죠. 베토벤은 저의 예술적 존재와 삶에 깊숙이 연결돼 있어요. 그의 음악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특별하죠.” ―베토벤을 연주하는 기분은 늘 신선한가요. “ 물론 가끔은 피로해지죠. 그럴 때는 쉬기도 해요. 아무리 베토벤이라도 일종의 루틴이 되는 것 보다는 종종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무대에서 그를 비판하고 영국의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배지를 다는 등 활발하게 사회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계기가 있나요. “계기는 따로 없고 유일한 이유는 책임감이에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올해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건 분명한 사실이고 아주 끔찍한 일이죠. 앞으로는 이번 전쟁의 희생자들을 돌보는 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지난해 메탈리카의 노래 ‘Nothing Else Matters’를 연주한 음원을 발매했습니다. “저도 친구들처럼 대중음악을 들으며 자라났어요. 대중 음악가들만이 가진 음악적 언어도 즐기는 편이죠.” ―5년 전 키릴 페트렌코 지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했습니다. “당시 만난 한국 관객은 열정적이고 대단했죠. 다시 만날 일에 기대가 큽니다.” 레비트는 2019년부터 독일 하노버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럽 최고의 음악교육기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자 한국인 학생이 많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가르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바쁜 연주 중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정기적으로 시간을 낸다”며 “사실 내 최고의 학생은 한국인이다. 정말 좋은 음악을 하는 친구”라고 말했다. ‘최고의 학생’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K클래식의 중심.’ 대한민국 서울에서 펼쳐지는 유일한 국제음악경연인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13∼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17회를 맞는 콩쿠르는 해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성악 부문을 번갈아 개최해 왔다. 올해는 바이올린 부문이 열린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주가와 음악교육자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서울대 음대 최초의 외국인 교수인 아비람 라이케르트(피아노·이스라엘)와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인 리비우 프루나우(바이올린), 이번 대회 운영위원인 서울대 교수 백주영(바이올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유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테너 스테판 마리안 포프(루마니아), 지난해 영국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기훈이 역대 1위 수상자였다. 2022년 콩쿠르에는 13개국 66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예비심사를 통과한 10개국 32명(해외 15명, 국내 17명)이 13일부터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리는 1차 예선에 출전한다. 올해 역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악콩쿠르의 우승자와 상위 입상자가 여럿 참가해 불꽃 경연을 펼친다. 한국인으로는 올해 벨기에 이자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조명을 받은 위재원과 같은 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은 오해림이 참가한다. 2020년 오스트리아 빈 콩쿠르 금상 수상자인 백세린, 같은 해 미국 스털버그 콩쿠르에서 우승한 심동영, 미 엘마 올리베이라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최정민도 눈에 띈다. 2021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윤이상특별상 수상자인 임동민, 각각 2018년과 2020년 동아음악콩쿠르 우승자인 박은중과 김시준도 도전장을 냈다. 외국인으로는 2018년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 청소년 콩쿠르 우승자인 사라 드라간, 올해 일본 센다이 콩쿠르 2위 수상자인 데니스 가사노프(러시아), 2021년 헝가리 버르거 티보르 콩쿠르 3위 입상자인 로렌츠 칼스(스웨덴), 2018년 오스트리아 크라이슬러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앨리스 리(캐나다), 2021년 일 오사카 콩쿠르 1위와 청중상을 수상한 미즈코시 나오, 2021년 미 메뉴인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한 주 지몬(독일)이 눈에 띈다. 심사위원으로는 백주영 서울대 교수와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현아 연세대 교수(이상 운영위원 겸임)와 슈무엘 아슈케나시 전 베르메르 4중주단 리더, 드미트리 베를린스키 미시간주립대 교수, 데이비드 볼린 오벌린음악원 현악과장, 아니 카파비안 예일대 교수, 니컬러스 키친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루돌프 코엘만 취리히 국립음대 종신교수, 민초 민체프 독일 에센폴크방 국립음대 교수, 세계적 솔리스트 다케자와 교코 등 11명이 참여한다. 콩쿠르 입상자에게는 1위 5만 달러(약 7200만 원), 2위 3만 달러, 3위 2만 달러 등 6위까지 상금을 수여한다.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리사이틀 등 특전도 제공한다. 한국인은 2위 이상 입상하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다. 대회 일정 △1차 예선 13∼16일 △2차 예선 18, 19일 △준결선 21, 22일(이상 서울교대 종합문화관, 무료) △결선 및 시상 24, 25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협연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 장윤성) 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창립된 타카치 콰르텟은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현악4중주단 5곳’과 BBC 뮤직매거진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 현악4중주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 4중주단은 창단 45주년을 맞은 2020년, 리처드 용재 오닐을 새 비올리스트로 영입했다. 이들이 ‘용재 오닐의 어머니 나라’ 한국에서 6개 도시 투어를 한다. 4일 경기 성남시에서 시작해 하루 쉬고 6일부터 서울, 울산, 인천, 대구, 10일 대전까지 이어진다. 이 4중주단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진버리와 새 멤버 리처드 용재 오닐을 e메일로 만났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앙상블에 들어온 이후 팀 컬러에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듀진버리: 용재는 경이로운 연주자입니다. 그와 함께하면서 우리 팀은 큰 자신감을 얻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연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용재: 모든 위대한 4중주단은 개인의 특성과 그룹의 색깔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제 전임자들의 악보 표시를 많이 연구했죠. 하지만 저는 주관이 강한 편이어서 제 색깔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다른 멤버들이 정말로 너그럽게 받아주고 있습니다. ―타카치 4중주단과 용재 오닐 사이에 예전에도 인연이 있었습니까. 용재: 사실은 2005년에도 비올라 단원이 그만두어서 제가 그 자리의 오디션을 보았어요. 그때는 최종 단계까지 못 갔죠. 듀진버리가 제게 전화를 걸어 “지금 네가 하는 일들을 계속 해야겠다”고 했죠. 그 뒤 디토 앙상블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한 결과로 이제 이 4중주단에 훨씬 많은 기여를 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하이든 4중주 작품 77-2로 시작해 버르토크 4중주 6번을 거쳐 슈베르트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를 연주합니다. 어떤 의도로 구성한 프로그램인지요. 듀진버리: 하이든의 곡은 유머와 생동감으로 가득한 작품이죠. 버르토크의 4중주 6번은 다양한 감정을 지닌 강력한 ‘명상록’ 같은 작품이고,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는 우리가 연주해온 작품 중 가장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가진 곡입니다. ―연습 때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용재: 하루의 많은 시간을 개별 연습에 할애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리허설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시간을 설계하죠. 그렇지만 연습하는 분위기 자체는 매우 즐거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멤버가 바뀌었는데 이후 활동에 제한이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용재: 일시적으로 삶이 아예 멈췄었어요. 코로나 기간에 자전거로 몇백 마일은 달렸던 것 같습니다. 듀진버리: 힘들긴 했지만 우리는 함께 콜로라도대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큰 행운이었죠. 학교 안에 리허설 스튜디오가 있어서 연습을 계속했고,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의 주요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듀진버리: 내년 1월에 하이피리언 레이블로 발매될 새 음반이 아주 기대돼요. 라벨, 뒤티외의 작품에 이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스티븐 허프의 신곡을 실었습니다. 훌륭한 멜로디와 재미로 가득한 작품이어서 듣는 분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아요. 타카치 콰르텟 서울 콘서트는 6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4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창립된 타카치 콰르텟은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 선정 ‘우리 시대의 위대한 현악4중주단 5곳’과 BBC 뮤직매거진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 현악4중주단’에 모두 이름이 올라 있다. 이 4중주단은 창단 45주년을 맞은 2020년 리처드 용재 오닐을 새 비올리스트로 영입했다. 이들이 ‘용재 오닐의 어머니 나라’ 한국에서 6개 도시 투어를 연다. 4일 성남에서 시작해 하루 쉬고 6일부터 서울, 울산, 인천, 대구, 10일 대전까지 이어진다. 이 4중주단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슨베리와 새 멤버 리처드 용재 오닐을 e메일로 만났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앙상블에 들어온 이후 팀 컬러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듀슨베리: 용재는 경이로운 연주자입니다. 그와 함께 하면서 우리 팀은 큰 자신감을 더 얻었고, 우리의 생각들을 시도해보며 훌륭한 결과를 얻8을 수 있는 유연함을 갖게 되었습니다.용재: 모든 위대한 4중주단은 개인의 특성과 그룹의 색깔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제 전임자들의 악보 표시를 많이 연구했죠. 하지만 저는 주관이 강한 편이어서 제 색깔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다른 멤버들이 정말로 너그럽게 받아주시고 있습니다.―타카치 4중주단과 용재 오닐 사이에 예전에도 인연이 있었습니까.용재: 사실은 2005년에도 비올라 단원이 그만두어서 제가 그 자리에 오디션을 보았어요. 그때는 최종 단계까지 못 갔죠. 듀슨베리가 제게 전화를 걸어 ”지금 네가 하는 일들을 계속 해야겠다’고 했죠. 그 뒤 디토 앙상블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한 결과로 이제 이 4중주단에 훨씬 많은 기여를 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이번에 하이든 4중주 작품 77-2로 시작해 버르토크 4중주 6번을 거쳐 슈베르트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를 연주합니다. 어떤 의도로 구성한 프로그램인지요.듀: 하이든의 곡은 유머와 생동감으로 가득한 작품이죠. 버르토크의 4중주 6번은 다양한 감정을 지닌 강력한 ‘명상록’ 같은 작품이고,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는 우리가 연주해온 작품 중 가장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가진 곡입니다. ―연습 때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용재: 하루의 많은 시간을 개별 연습에 할애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리허설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시간을 설계하죠. 그렇지만 연습하는 분위기 자체는 매우 즐거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기간에 멤버가 바뀌었는데 이후 활동에 제한이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용재: 일시적으로 삶이 아예 멈췄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자전거로 몇 백 마일은 달렸던 것 같습니다.듀: 힘들긴 했지만 우리는 함께 콜로라도 대학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큰 행운이었죠. 학교 안에 리허설 스튜디오가 있어서 연습을 계속했고,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의 주요한 계획을 소개하신다면.듀: 내년 1월에 하이피리언 레이블로 발매될 새 음반이 아주 기대돼요. 라벨, 뒤티외의 작품에 이어 피아니스트이기도한 스티븐 허프의 신곡을 실었습니다. 훌륭한 멜로디와 재미로 가득한 작품이어서 듣는 분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아요.다카치 콰르텟 서울 콘서트는 6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4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 예술의전당이 오페라 기획 및 제작 기능을 확대한다. 여름과 겨울 시즌에도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등의 장기 대관 공연 대신 오페라와 발레 프로그램을 집중 공연한다. 입장권과 주차권, 할인 쿠폰을 디지털로 일원화하는 ‘싹(SAC) 패스 앱’도 올 연말 선보인다. 올 6월에 취임한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은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장 사장은 오페라 강화 방안으로 내년에 개관 35주년 기념 오페라 벨리니 ‘노르마’를, 2024년 테너 이용훈이 주역으로 출연하는 베르디 ‘오텔로’를 제작 공연한다고 밝혔다.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등이 차례로 출연하는 ‘보컬 리사이틀 시리즈’도 2024년 시작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세계적인 작곡가를 섭외해 한국의 전통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오페라를 제작해 초연하고 세계에서 공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종이 티켓 등을 대신하는 싹 패스 앱이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주차장 빈자리 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거쳐 간 초등학생 과정의 음악영재아카데미도 한층 강화한다. 공연 영상화 사업을 확대해 세계적인 클래식 미디어 매체와의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오페라극장 역할을 강화하는 첫걸음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10월 21∼23일 오페라극장에서 연다. KBS교향악단과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황수미 서선영, 테너 김우경 정호윤 등 성악가 24명이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창립 60주년 기념식 및 올해 처음 마련한 지역문화박람회(사진)를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다. 1962년 발족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전국 각지의 문화원들이 효율적으로 향토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현재 전국 231개 지방문화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문화 계발 및 활용, 지방문화원 임직원의 역량 강화, 문화자원봉사 활성화, 실버문화 페스티벌, 문화가 있는 날 참여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창립 60주년 기념식에는 이동환 고양특례시장과 지방문화원 임직원 등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문화플랫폼’이라는 연합회의 새 슬로건을 중심으로 축하 공연과 비전 선포, 유공자 포상이 이어진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지역문화박람회는 다음 날인 10월 1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지역별 부스 대신 주제별로 지역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펼쳐 보인다. 각 지역의 전통적인 예술작품과 지역의 일상을 결합해 다섯 가지 주제로 체험도 할 수 있게 했다. 첫 주제 ‘지역문화 공공수장고’에서는 지역의 대표 문화자원과 이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을 전시한다. 두 번째 주제 ‘지역문화 아트마켓’은 지역자원을 모티브로 예술가의 상상력을 더한 문화상품들을 선보인다. 세 번째 ‘문화원 덕분愛’는 다양한 교육과 체험 사업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다. 네 번째 ‘오물樂 조물樂’은 각 지방문화원이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들을 경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다섯 번째 ‘THE 한마당’에선 전통 공연물과 젊은 예술가들의 합동공연이 펼쳐진다.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은 “한국문화원연합회 60주년을 맞아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문화원이 지방분권 시대 전국 지역사회의 창조 거점으로서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60년 역사를 담은 책 ‘지역문화 꽃을 피워내다’도 올해 발간한다. 연합회 역대 관계자와 지역 문화원장들이 기고한 ‘한문연 60년 성찰과 전망’, 사진으로 정리한 한국 문화원의 역사,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각각 참여한 명사 특별 대담 두 편,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좌담회 ‘한류 3.0 시대에 맞춰 지역문화 허브로’ 등을 실을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환갑을 맞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창립 60주년 기념식과 올해 처음으로 여는 지역문화박람회를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1962년 1월 23일 전국 각지의 문화원들이 향토문화의 보존과 전승에 효율적으로 협조하기 위해 탄생했다. 현재 전국 231개 지방문화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문화 계발 및 활용, 지방문화원 임직원의 역량강화, 문화자원봉사 활성화, 실버문화페스티벌, 문화가 있는 날 참여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반 열리는 창립 60주년 기념식에는 박보균 문화체육부장관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지방문화원 임직원 등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문화플랫폼’이라는 연합회의 새 슬로건을 중심으로 축하공연과 비전 선포, 유공자 포상 등이 이어진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지역문화박람회는 다음날인 10월 1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규격화된 지역별 부스대신 주제별로 지역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펼쳐 보인다. 각 지역의 전통적인 예술작품과 지역의 다양한 일상을 결합해 다섯 가지 주제의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첫 주제 ‘지역문화 공공수장고’에서는 지역의 대표 문화자원과 이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을 전시한다. 두 번째 주제 ‘지역문화 아트마켓’은 다양한 지역자원을 모티브로 지역예술가의 상상력을 더한 문화상품들을 선보인다. 세 번째 ‘문화원 덕분愛’는 지방문화원의 다양한 교육과 체험사업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다. 네 번째 ‘오물樂 조물樂’은 각 지방 문화원이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들을 경험할 수 있다. 다섯 번째 ‘THE 한마당‘에선 각 지방문화원이 추천한 전통 공연물과 젊은 예술가들의 합동공연들을 펼친다.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은 “한국문화원연합회 60주년을 맞아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박람회를 개최함으로서 문화원이 지방분권 시대 전국 지역사회의 창조거점으로서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60년 역사를 담은 책 ‘지역문화 꽃을 피워내다’도 올해 하반기 중 발간된다. 연합회 역대 관계자와 지역 문화원장들이 기고한 ‘한문연 60년 성찰과 전망’, 사진으로 정리한 한국 문화원의 역사,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각각 참여한 명사 특별 대담 두 편,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좌담회 ‘한류 3.0 시대에 맞춰 지역문화 허브로’ 등을 실을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노 거장 페루초 부소니(1866∼1924)를 기념해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부소니 국제 피아노콩쿠르’는 1949년 창설된 후 지금까지 2명의 한국인 우승자를 배출했다. 2015년 문지영(27)과 2021년 박재홍(23)이 그 주인공이다. 두 피아니스트는 올해 7회를 맞는 ‘마포 M 클래식축제’ 무대에 잇따라 선다. 박재홍은 29일, 문지영은 11월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리사이틀을 가진다. 남다른 인연을 가진 두 연주자를 19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부소니 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인데 친한 사이라 들었습니다. 박재홍=중학교 1학년 때인 2012년 독일 에틀링엔 국제청소년피아노콩쿠르에 나갔죠. 15세 이하 부문이었는데, 지영 누나가 먼저 20세 이하 부문에서 1등을 했어요. 제가 누나한테 찾아가서 제 연주를 들어달라고 했죠. 문지영=정말 매일같이 왔어요. 엄청나게 잘 쳐서 깜짝 놀랐어요.(웃음) ―서로를 어떤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나요. 박=지영 누나 연주를 정말정말 좋아해요. 물아일체(物我一體)랄까, 뭔가를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고, 어쩌면 저렇게 섬세할 수 있을까 탄복하게 돼요. 다양한 팔레트의 색깔을 작위적이지 않게 표현하죠. 늘 응원하고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예요. 문=조금 오글거리네.(웃음) 재홍이는 어떤 표현으로 가둬놓기 힘든, 너무 좋은 피아니스트죠. 10년을 보아왔는데 신기할 정도로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아 왔어요. 대화를 해도 늘 음악 얘기가 90%죠. 진정한 예술가와 창작가들이 가졌을 법한 ‘빛’이 느껴져요. ―M클래식축제 프로그램에 둘 다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넣었습니다. 박=서로 치고 싶은 걸 노트에 적어보기로 했는데, ‘침통하게도’ 결국 겹치게 됐습니다.(웃음) 올해가 스크랴빈 탄생 150주년이어서 유자 왕이나 에릭 루 등 내한한 여러 피아니스트들도 이 곡을 연주하더군요. 저는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열 곡 중에 이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곡은 마지막에 ‘상승’이 없습니다. 응어리 같은 게 계속 쌓이다가 그대로 갑자기 끝나버리죠. 해소하지 않고 돌을 툭 던지듯 마치는 게 매력입니다. 문=저도 스크랴빈을 기념해 집중해서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작품입니다. 제 경우엔 이번 리사이틀 전반부에 스크랴빈과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다른 곡들을 연주해요. 두 작곡가가 가진 음악적 언어와 표현 방식, 화성을 쓰는 방식, 제게 말을 걸어오는 게 뿌리가 같다고 느꼈습니다. ―연주하거나 연습할 때 외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문=책 읽는 걸 좋아해요. 최근엔 영화도 종종 봅니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봤는데 오랜만에 몰입해서 감상했습니다. 도시마다 미술관을 다니는 걸 좋아하고요. 박=요즘 집이 좋아졌습니다.(웃음) 책도 잔뜩 쌓아놓고 보고 있는데, 요즘엔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와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고 있어요. 체스도 즐겨서 스마트폰으로 두기도 하죠. ―앞으로 중요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박=다음 달 10일 정명훈 지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협연합니다. 이후엔 영국 런던과 스위스 취리히,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리사이틀이 있습니다. 12월 졸업(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연주도 중요한 일정이죠. 문=지금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 독일 베를린으로 옮깁니다.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에서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의 지도를 받을 예정입니다.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