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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무신(武神)’에는 평생 무신(武臣)정권의 눈치를 보며 목숨을 부지하는 고려 23대 왕 고종이 등장한다. 역대 왕들이 무신들에게 맞서다 줄줄이 쫓겨난 것을 잘 알기에 “궁 안에만 박혀 사는 내가 뭘 알겠습니까. 정치는 다 도방에서 하는 것 아닙니까” 하는 구차한 왕이다. MBC 김재철 사장(60)은 노조 파업이 한창이던 4·11 선거방송 직전, 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등 주요 국장의 2배수 추천제를 받으라는 노조 측 요구에 “나더러 고종을 하라는 거냐. 노조가 또 도방을 차리겠다는 거냐”며 거부했다. 노조는 ‘공정방송 실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을 벌이다 18일 제작에 복귀했다. 사측이 발간하는 MBC 특보는 평일 10%대의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5.5%로, 주말은 2.6%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주말 김재우 이사장 등 현 이사 3명의 연임이 발표되자 “김 이사장은 MBC 파업 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오랜 파업으로 올림픽 방송 차질은 없을까. 채널 이미지도 많이 흔들렸는데…. “올림픽 방송도, ‘무한도전’도 정상적으로 제작 운영되고 있다. 보직간부들이 ‘잘못하면 MBC가 침몰할 수도 있다’는 각오여서 이번에 아주 단단해졌다.”―단단해졌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MBC는 노영(勞營)방송의 성격이어서 보직간부들이 노조를 두려워했다. 나도 보도제작국장을 했지만 부장 국장이 PD나 기자를 꾸짖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기자의 취재기사를 부장이 ‘데스킹’하거나 게이트키핑하는 기능이 없다. 기자나 PD 주축이 현장을 뛰는 젊은 세대니까 아무래도 진보적인 생각을 갖는다. 자기들이 맞다고 PD가 계속 주장하고 기자가 대들면 노조에서 ‘다 맞다는데 왜 부장만 딴소리하느냐’며 끼어든다. 그러다 쫓겨난 부장 국장도 적지 않다. 나는 반드시 노영방송의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번 파업에서도 다들 사장이 굴복할 줄 알았을 거다. 내가 일관되게 원칙대로 대응하니 간부들이 따라왔다.”―왜 노영방송이 됐을까.“민주화운동으로 1987년 노조가 생겼다. 그때만 해도 노조가 분명했다. 공정방송 주장했다. 노조는 계속 강해지고 회사는 계속 양보하면서 노조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하게 된 거다.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MBC 처우가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점차 정치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처럼 노조활동을 해서 간부 되고 잘되는 사람이 많았다. 노조가 옳다고 하면 사장도 ‘노(No)’를 못했다. 나도 한때 노조위원장 할까 하다가 정치부에 있어서 접은 적도 있다.”―노조의 정치성이 프로그램에서 편향성으로 나타나서 문제 아닌가. “그런 점이 있다. 나는 정치부에서 여당과 야당을 다 출입한 흔치 않은 기자다. 나는 선배한테 꾸지람도 들었다. 이거면 이거지 왜 중도냐고. 방송에서 정치색을 빼야 한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정치세력은 항상 MBC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했다. 나는 야당 편 들 것도 없고, 여당 편을 들어본들 MBC에 득이 되는 것도 없다고 본다. MBC는 국민의 편에서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하고 잘한 게 있으면 잘했다고 하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되는 거다.”―노조가 올해 파업하면서 ‘공정방송’을 내걸었고 그걸 위해서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2010년 방문진 이사진이 나를 사장으로 선임하자마자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낙하산 인사이고 무능하다는 거다. 그때 열 명 중 아홉은 노조가 사장을 몰아낼 줄 알았다. 왜냐면 한 번도 노조를 이긴 사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칙대로 대응해서 39일 만에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분명히 이 같은 일이 한 번은 더 있을 것이고, 이건 MBC가 노영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가는 과정이므로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각오하고 있었다.”―MB와 가까운 건 사실 아닌가. 친분이 없었으면 사장이 됐을까.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사장 선임은 방문진 이사 9명이 투표로 결정한다. 대주주가 뽑은 사장을 처음부터 낙하산이다, 무능하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청주MBC와 울산MBC 사장을 해서 마당발이다. 서울문화재단 이사를 하면서 MB와 가까워졌고 정치부 기자하면서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과도 가까웠다. 나는 사람을 한번 사귀면 오래간다.” ―MBC 사장은 늘 정부와 가까운 사람이 왔다. 왜 이번만 노조가 그렇게 요란했을까.“2004년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이 나오면서 노조 간부들이 더 강하게 가야겠다, 우리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 것 같다. 2008년 취임한 엄기영 사장도 좀 부드러운 분이다. 후배들 얘기 많이 들어줬다. 그러다가 내가 와서 원칙대로 하자 반발이 커졌다.”―지금도 2008년 ‘PD수첩-광우병’이 옳았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MBC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결했는데…. “‘PD수첩-광우병’ 여파로 MBC의 채널 경쟁력은 지상파 3사 4개 채널 중 2008년 꼴등이었다. 2009년 3등에서 내가 사장이 된 2010년 2등 했다. 작년 시청률은 1등이다. 올해는 보도에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보도국에 기존예산+30억 원을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1월 초 기자총회를 열더니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불신임에 이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건 기획파업이다. 본사 노조 간부가 16명인데 그걸 거친 원로 간부들이 많고, 언론노조와 민주노총 소속이고, 야당 쪽이다.”―올해가 선거의 해여서 사장을 굴복시키려고 한 것일까. 이 정부에서 일어난 5차례 파업 중 이번까지 4차례가 총선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전에 일어났다. “그렇다. 크게 보면 그 말이 맞다. 나는 MBC가 공정방송 공정보도를 하려면 여든 야든 중간에 서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말 두려워할 것은 시청자와 국민뿐이고, 그게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노조에 민주노총 탈퇴하라고 했다.” ―노조는 사장이 무용가 J 씨에게 막대한 지원을 했다고 주장한다. “회사의 문화사업 파트너일 뿐이다. J 씨는 일본 도쿄에서 유명한 전통 무용가여서 도쿄특파원 시절 알게 됐다. J 씨 남편이 기러기 남편인데 노조가 찾아가서 자꾸 뭐라고 하니 의처증 비슷한 게 생긴 것 같다. 나도 안타깝다. J 씨가 기자회견 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우리 집사람도 J 씨를 안다.”―노조는 “김 사장이 업무와 관계없는 일에 2년간 법인카드로 6억9000만 원을 사용했다”며 3월 초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장이 2년간 법인카드로 7억 원이나 썼다면 지나친 것 아닌가.“내가 혹독하게 검증을 당했다. 내가 쓴 건 2억2000만 원이고 나머지는 회사 공용카드 사용으로 봐야 한다. 일본에서 피부 마사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탤런트와 스태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화장품을 산 것이다. 회사 활동을 위해 경비를 쓴 것이다. 노조는 한번 네이밍을 하면 거기 맞춰 끝까지 공격을 한다. 사실이 아닌데 질 수가 없었다. 어제 MBC 감사국에서 감사 결과 문제없다고 밝혔고 방문진에서도 인정했다.” ―방문진이 새로 구성되면 사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순리와 상식 경영성과대로라면 자신 있다. 사내에서 나를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 며칠 전에도 노조가 몇 가지 요구를 했지만 나는 하루를 해도 사장답게 하겠다고 했다. MBC의 새 역사를 쓰는 데 내가 초석이 되고 싶다.”―노조는 “방송사상 최장기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악랄한 보복인사를 가했다”고 주장했는데…. “간섭한다고 할까 봐 보도국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노조는 제작에 열중한 직원들을 ‘부역자’라며 편 가르기를 한다. 불법파업에 참여한 직원 일부에 대기발령을 냈고 보직 변경을 했다. PD수첩 팀의 경우 계속 거기만 있어서 다른 세상을 모른다. 우물 속에만 있지 말고 넓은 세상을 보라고 했다.”―만일 또 파업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MBC에서 예능파트와 PD가 센 것이 사실이지만 파업을 통해 보도기능이 멈추면 세가 꺾인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을 것이다. 보도에서 신뢰를 잃으면 채널 신뢰도까지 떨어진다. 불법파업은 용납할 수 없고, 무노동 무임금은 엄격히 지킨다는 원칙을 따라야 회사도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면 벌써 무너졌다. 작년 본사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8922억 원이다. 시청률도 2010년 3위에서 작년엔 1위를 했다.”―시청률에 신경 쓰는 것 같다. MBC는 공영방송 인가. “현재는 공영방송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지금 바로잡는 것이다. 12월 19일까지 보면 안다. 불편부당하게, 공정하게 대선방송까지 하고 나면 MBC는 정상화된다. MBC의 경쟁력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그만큼 저력 있는 회사가 MBC다.”노조는 “4월 총선 당시 편파방송의 극치를 보여준 황헌 보도국장을 대선 방송을 총괄하는 선거방송기획단장에 임명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공정방송에 대한 MBC의 정의는 뭔가.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영방송이다. 제일 중요한 것이 팩트(사실)다. 팩트를 기본으로 해서, 국민의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시시비비를 구하고, 양쪽 의견의 균형을 갖춰 국민들이 보고 판단하게끔 해야 한다. 내가 노조에 공격당해서 그렇지 사실은 진보적인 사람이다. 약자를 위한 방송이 공영방송이다.”―MBC 지분 30%를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 처리에 대해 논란이 있다. MBC는 어떤 지배구조로 가는 것이 맞을까.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개인적 의견을 듣고 싶다.“민영화도 검토 대상이다. 왜냐면 지금은 기형적 구조이지 않나.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회사다. 사원들 생각과 방문진의 의견, 국민적 합의를 통해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KBS가 부러운 것도 있고, SBS가 부러운 것도 있다.”“양쪽의 좋은 점만 누려온 것 같다. KBS처럼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아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고, SBS처럼 시청률 경쟁해서 돈 많이 벌고…”라는 추궁에 그는 “하하, 그런 점도 있다”며 웃어넘겼다. ―안철수 원장이 MBC ‘무릎팍 도사’로 처음 떴는데 최근 SBS ‘힐링캠프’에 놓쳤다. 분하지 않나. “분하다. 파업만 아니면 우리가 더 좋은 아이템을 할 수 있었는데.”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기다려보고 10월 26일에도 석방이 안 되면 민란(民亂)을 기획해 일으키려 한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표현의 자유법(정봉주법) 통과를 위한 문화의 밤’ 행사에서 당내 ‘정봉주 구명위원회’ 위원장 직함으로 한 말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BBK사건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선거를 겨냥한 흑색선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교란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구명위원회를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특별사면을 요구하며 민란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은 현장에 모인 6000여 명의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와 ‘나는 꼼수다’ 팬들에게 영합하기에 급급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정봉주 의원이 나와서 큰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총선 때 내게 편지를 보내 꼭 당선되라고 격려했으니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을 변호했던 이재화 변호사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었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가석방 결정을 비판한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은진수가 권력형 탈옥이라면 정 전 의원은 국민형 탈옥을 해야 한다”며 “10만 명이 모이면 정봉주를 탈옥시킬 수 있다”고 선동한 것은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 과정에서 또다시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릴 소지가 있다. 민의를 왜곡하는 흑색선전은 엄하게 다스려 뿌리 뽑아야 한다.}

MBC 주말드라마 '무신(武神)'에는 평생 무신(武臣)정권의 눈치를 보며 목숨을 부지하는 고려 23대 왕 고종이 등장한다. 역대 왕들이 무신들에게 맞서다 줄줄이 쫓겨난 것을 잘 알기에 "궁 안에만 박혀 사는 내가 뭘 알겠습니까. 정치는 다 도방에서 하는 것 아닙니까"하는 구차한 왕이다. MBC 김재철 사장(60)은 노조 파업이 한창이던 4·11 선거방송 직전, 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등 주요국장의 2배수 추천제를 받으라는 노조 측 요구에 "나더러 고종을 하라는 거냐. 노조가 또 도방을 차리겠다는 거냐"며 거부했다. 노조는 '공정방송 실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을 벌이다 18일 제작에 복귀했다. 사측이 발간하는 MBC 특보는 평일 10%대의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5.5%로, 주말은 2.6%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주말 김재우 이사장 등 현 이사 3명의 연임이 발표되자 "김 이사장은 MBC 파업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랜 파업으로 올림픽 방송 차질은 없을까. 채널 이미지도 많이 흔들렸는데…. "올림픽 방송도, '무한도전'도, 정상적으로 제작 운영되고 있다. 보직간부들이 '잘못하면 MBC가 침몰할 수도 있다'는 각오여서 이번에 아주 단단해졌다." -단단해졌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MBC는 노영(勞營)방송의 성격이어서 보직간부들이 노조를 두려워했다. 나도 보도제작국장을 했지만 부장 국장이 PD나 기자를 꾸짖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기자의 취재기사를 부장이 '데스킹'하거나 게이트키핑하는 기능이 없다. 기자나 PD 주축이 현장을 뛰는 젊은 세대니까 아무래도 진보적인 생각을 갖는다. 자기들이 맞다고 PD가 계속 주장하고 기자가 대들면 노조에서 '다 맞다는 데 왜 부장만 딴소리 하느냐'고 끼어든다. 그러다 쫓겨난 부장 국장도 적지 않다. 나는 반드시 노영방송의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번 파업에서도 다들 사장이 굴복할 줄 알았을 거다. 내가 일관되게 원칙대로 대응하니 간부들이 따라왔다." -왜 노영방송이 됐을까. "민주화운동으로 1987년 노조가 생겼다. 그때만 해도 노조가 분명했다. 공정방송 주장했다. 노조는 계속 강해지고 회사는 계속 양보하면서 노조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하게 된 거다.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MBC 처우가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점차 정치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처럼 노조활동을 해서 간부 되고 잘되는 사람이 많았다. 노조가 옳다고 하면 사장도 '노(No)'를 못했다. 나도 한때 노조위원장 할까 했다가 정치부에 있어서 접은 적도 있다." -노조의 정치성이 프로그램에서 편향성으로 나타나서 문제 아닌가. "그런 점이 있다. 나는 정치부에서 여당과 야당을 다 출입한 흔치 않은 기자다. 나는 선배한테 꾸지람도 들었다. 이거면 이거지 왜 중도냐고. 방송에서 정치색을 빼야 한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정치세력은 항상 MBC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했다. 나는 야당 편 들 것도 없고, 여당 편을 들어본들 MBC에 득이 되는 것도 없다고 본다. MBC는 국민의 편에서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하고 잘한 게 있으면 잘했다고 하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되는 거다." -노조가 올해 파업하면서 '공정방송'을 내걸었고 그걸 위해서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2010년 방문진 이사진이 나를 사장으로 선임하자마자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낙하산 인사이고 무능하다는 거다. 그때 열명 중 아홉은 노조가 사장을 몰아낼 줄 알았다. 왜냐면 한번도 노조를 이긴 사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칙대로 대응해서 39일 만에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분명히 이 같은 일이 한번은 더 있을 것이고, 이건 MBC가 노영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가는 과정이므로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MB와 가까운 건 사실 아닌가. 친분이 없었으면 사장이 됐을까.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사장 선임은 방문진 이사 9명이 투표로 결정한다. 대주주가 뽑은 사장을 처음부터 낙하산이다, 무능하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청주MBC와 울산MBC 사장을 해서 마당발이다. 서울문화재단 이사를 하면서 MB와 가까워졌고 정치부 기자하면서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과도 가까웠다. 나는 사람을 한번 사귀면 오래 간다." -MBC 사장은 늘 정부와 가까운 사람이 왔다. 왜 이번만 노조가 그렇게 요란했을까. "2004년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이 나오면서 노조간부들이 더 강하게 가야겠다, 우리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 것 같다. 2008년 취임한 엄기영 사장도 좀 부드러운 분이다. 후배들 얘기 많이 들어줬다. 그러다가 내가 와서 원칙대로 하자 반발이 커졌다," -지금도 2008년 'PD수첩-광우병'이 옳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MBC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결했는데…. "'PD수첩-광우병' 여파로 MBC의 채널 경쟁력은 공중파 3사 4개 채널 중 2008년 꼴등이었다. 2009년 3등에서 내가 사장이 된 2010년 2등 했다. 작년 시청률은 1등이다. 올해는 보도에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보도국에 기존 예산+30억원을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1월 초 기자총회를 열더니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불신임에 이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건 기획파업이다. 본사 노조간부가 16명인데 그걸 거친 원로간부들이 많고, 언론노조와 민주노총 소속이고, 야당 쪽이다." -올해가 선거의 해여서 사장을 굴복시키려고 한 것일까. 이 정부에서 일어난 5차례 파업 중 이번까지 4차례가 총선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전에 일어났다. "그렇다. 크게 보면 그 말이 맞다. 나는 MBC가 공정방송 공정보도를 하려면 여든 야든 중간에 서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말 두려워할 것은 시청자와 국민뿐이고, 그게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노조에 민주노총 탈퇴하라고 했다." -노조는 사장이 무용가 J씨에게 막대한 지원을 했다고 주장한다. "회사의 문화사업 파트너일 뿐이다. J씨는 동경서 유명한 전통 무용가여서 동경 특파원 시절 알게 됐다. J씨 남편이 기러기남편인데 노조가 찾아가서 자꾸 뭐라고 하니 의처증 비슷한 게 생긴 것 같다. 나도 안타깝다. J씨가 기자회견 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우리 집사람도 J씨를 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업무와 관계없는 일에 2년 간 법인카드로 6억9000만원을 사용했다"며 3월초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장이 2년간 법인카드로 7억원이나 썼다면 지나친 것 아닌가. "내가 혹독하게 검증을 당했다. 내가 쓴 건 2억2000만원이고 나머지는 회사 공용카드 사용으로 봐야 한다. 일본에서 피부 마사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탤런트와 스태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화장품을 산 것이다. 회사 활동을 위해 경비를 쓴 것이다. 노조는 한번 네이밍을 하면 거기 맞춰 끝까지 공격을 한다. 사실이 아닌데 질 수가 없었다. 어제 MBC 감사국에서 감사결과 문제없다고 밝혔고 방문진에서도 인정했다." -방문진이 새로 구성되면 사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순리와 상식 경영성과대로라면 자신 있다. 사내에서 나를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 며칠 전에도 노조가 몇 가지 요구했지만 나는 하루를 해도 사장답게 하겠다고 했다. MBC 새 역사를 쓰는데 내가 초석이 되고 싶다." -노조는 "방송사상 최장기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악랄한 보복인사를 가했다"고 주장했는데…. "간섭한다고 할까봐 보도국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노조는 제작에 열중한 직원들을 '부역자'라며 편 가르기를 한다. 불법파업에 참여한 직원 일부에 대기발령을 냈고 보직 변경을 했다. PD수첩 팀의 경우 계속 거기만 있어서 다른 세상을 모른다. 우물 속에만 있지 말고 넓은 세상을 보라고 했다." -만일 또 파업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MBC에서 예능파트와 PD가 센 것이 사실이지만 파업을 통해 보도기능이 멈추면 세가 꺾인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을 것이다. 보도에서 신뢰를 잃으면 채널 신뢰도까지 떨어진다. 불법파업은 용납할 수 없고, 무노동 무임금은 엄격히 지켜진다는 원칙을 따라야 회사도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면 벌써 무너졌다. 작년 본사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8922억원이다. 시청률도 2010년 3위에서 작년엔 1위를 했다." -시청률에 신경 쓰는 것 같다. MBC는 공영방송인가. "현재는 공영방송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지금 바로잡는 것이다. 12월 19일까지 보면 안다. 불편부당하게, 공정하게 대선방송까지 하고 나면 MBC는 정상화 된다. MBC 경쟁력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그만큼 저력 있는 회사가 MBC다." 노조는 "4월 총선 당시 편파방송의 극치를 보여준 황헌 보도국장을 대선 방송을 총괄하는 선거방송기획단장에 임명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방송에 대한 MBC의 정의는 뭔가.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영방송이다. 제일 중요한 것이 팩트(사실)다. 팩트를 기본으로 해서, 국민의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시시비비를 구하고, 양쪽 의견의 균형을 갖춰 국민들이 보고 판단하게끔 해야 한다. 내가 노조에 공격당해서 그렇지 사실은 진보적인 사람이다. 약자를 위한 방송이 공영방송이다." -MBC 지분 30%를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 처리에 대해 논란이 있다. MBC는 어떤 지배구조로 가는 것이 맞을까.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 의견을 듣고 싶다. "민영화도 검토 대상이다. 왜냐면 지금은 기형적 구조이지 않나.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회사다. 사원들 생각과 방문진의 의견, 국민적 합의를 통해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KBS가 부러운 것도 있고, SBS가 부러운 것도 있다." "양쪽의 좋은 점만 누려온 것 같다. KBS처럼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아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고, SBS처럼 시청률 경쟁해서 돈 많이 벌고…"라는 추궁에 그는 "하하 그런 점도 있다"며 웃어넘겼다. -안철수 원장이 MBC '무릎팍 도사'로 처음 떴는데 최근 SBS '힐링캠프'에 놓쳤다. 분하지 않나. "분하다. 파업만 아니면 우리가 더 좋은 아이템을 할 수 있었는데."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대선 주자들마다 민생을 강조하지만 해법은 저마다 다르다. ‘대기업 부자 증세로 복지 확대’가 야당 쪽 해법이고 여당은 ‘증세 반대, 그래도 복지 확대’를 약속한다. 청와대에서 21일 열린 민관 끝장토론회에선 “풀 수 있는 건 다 풀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동아일보가 매겨본 경제이념 척도로 보면 좌파 성향이 강할수록 증세를, 우파 성향일수록 탈규제를 강조했다. 대체 누구의 해법이 맞을까.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부자 증세, 정부 지출과 복지 확대를 강조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에서 몇 번이나 인용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고 쉽게 말해 좌파다. 이런 크루그먼에게 북유럽의 작지만 알토란 같은 나라 에스토니아가 ‘사이버 전쟁’을 걸었다. 6월 초 그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해법대로 긴축재정을 하면 절대 안 된다며 “에스토니아를 보라”고 블로그에 썼다. 자신의 경제 해법을 안 따르면 이 꼴이 된다는 투였다. ▷반나절도 안 돼 에스토니아의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대통령은 “건방지고 독선적인 크루그먼을 보라”고 트위터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후 거의 10분 간격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게 잘못이냐” “우리가 바보로 보이느냐”고 공격을 퍼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성장이 18%나 추락하자 에스토니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공무원부터 임금을 깎고, 외국기업에 법인세 0% 제도를 유지하면서 규제는 더 풀어 해외투자 유치와 수출에 공들였다. 결과는 지난해 성장률 7.6%로 나타났다. 첨단기업에선 사람 모자란다고 난리다. 크루그먼의 소신과는 안 맞지만 우파적 해법이 옳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건 그쪽 얘기고…”라고 크루그먼이 반응하듯, 신념과 이념이 너무 강하면 이론도 헛것이고 현실도 안 보일 수 있다. 크루그먼처럼 2007년부터 에스토니아의 경제를 볼 경우, 현재의 국내총생산(GDP)은 최고 호황기였던 2007년 수준에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2000년부터 놓고 본다면 그래도 경제는 급속한 침체에서 회복했고 전체적으로 꾸준히 상승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를 탈규제와 자유화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경제 문제는 친성장 정책으로 풀고 양극화 문제는 사회정책으로 풀면 안 되는 걸까.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오늘밤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캠프 출정식이 될 것 같다. 예고편에선 “나라가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졌다. 내가 능력과 자격이 있는가”까지만 보여줬지만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안철수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TV 예능프로그램으로 정치를 시작한 ‘폴리테인먼트’의 첫 주자로 기록될 것이다.예능프로가 대통령을 만든다? 애초 그가 대통령감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도 2009년 6월 MBC ‘무릎팍 도사’를 통해서다. 의사에서 벤처기업인, 교수로 변신한 자신의 ‘비효율적 삶’을 말하며 “내 평생직업이 뭔지 모르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고, 강호동은 “직업을 바꿀수록 나라가 윤택해진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얘기다. 안철수가 강조하는 리더십도 나를 따르라 아닌 수평적 리더십이다. 그의 절친(절친한 친구)인 시골의사 박경철은 “앞으로 필요한 리더십은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는 리더십”이라고 했다. 무릎팍 도사로 떠서 힐링캠프로 굳히는 안철수의 대선 가도는 ‘문재인의 운명’을 능가하는 운명이거나, 정치판을 단번에 무력화하는 정치커뮤니케이션 공학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정치는 폴리테인먼트(폴리틱스+엔터테인먼트)다.” 올 초 ‘폴리테인먼트’라는 책을 낸 미국 햄린대 데이비드 슐츠 교수는 일갈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인기로 먹고살고, 투표장 표나 매표소 표나 마음과 돈이 움직인다. 색소폰 부는 명장면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은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개그맨 김제동은 “살벌한 말을 그렇게 웃는 얼굴로 하는 사람도 없다”고 안철수의 예능적 기질을 간파했다. 인기를 업고 정치에 입문한 연예인만 있던 우리나라에서 안철수는 ‘예능프로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미디어의 신기원을 이룩할 판이다. 슐츠가 ‘폴리테인먼트에서 이기는 10가지 법칙’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 “멀티미디어가 메시지”다. 안철수는 강연에다 엔터테인먼트 코드를 섞은 ‘청춘콘서트’에 이어, 공중파부터 다채널방송 스마트폰 앱까지 메시지를 무한 확산시키는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소통으로 다양한 세대와 계층 속에 안철수라는 상품을 무료 배포했다. 불통의 정치인 때문에 사회통합이 안 된다거나, 소통이 시대정신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안철수는 이미 대통령(大統領) 아닌 소통령(疏通領)이다. 정치를 예능프로처럼 재미있게, 정책을 콘서트와 인터뷰 책으로 쉽게 알린 안철수의 능력은 웬만한 정치인을 능가한다.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고, 정적들을 긴장하게 만든 것만 봐도 사회적 공헌이 상당하다. 그러나 정치를 예능프로처럼 하는 바람에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위험성도 적지 않다.소통 만능이냐, 갈등의 증폭이냐 당장 힐링캠프 출연을 거절당했던 민주당 대선주자 손학규 김두관 측에서 방송의 편파성을 문제 삼고 있다. 문재인이 올 1월 힐링캠프에서 10.5%의 시청률을 올린 뒤 대선 지지율이 급등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안철수 측에서 모델로 삼는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1952년 TV 선거광고를 활용한 첫 후보자였지만 돈 내고 했지, TV 예능프로의 인기에 편승하지 않았다.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공정한 기회, 공공재로서의 언론 기능을 강조한 안철수로서는 그게 정의냐, 그게 공정방송이냐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게 됐다. 더구나 입만 열면 대기업을 비판하면서, 방송 중에서도 대기업인 공중파를 골라 출연해 효율적으로 지지율을 올리는 것도 표리부동하다. 4·11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데는 ‘나꼼수’의 인기를 믿고 막말 후보를 내보낸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컸다. 안철수가 언어는 점잖지만 대담도 아니고 보도도 아닌 예능프로에서 사실상 정치를 개시하는 건 적잖은 국민에게 불편하다. 주류 올드미디어 종사자의 질투가 아니다. 국민은 정치가 싫고, 정치인을 혐오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적어도 정치를 염두에 둔 사람은 정치에 대한 예의를 보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오락프로인 만큼 안철수가 문재인의 기왓장 격파를 무색하게 하는 식스팩 복근을 자랑한대도 내가 어쩔 수는 없다. 그러나 양극화나 청년실업 같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가 ‘구체제’라고 책에서 통탄을 하고는, 그 구체제의 한 축인 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일이야말로 지금까지 한 모든 말을 거짓으로 돌리는 일이 된다. 폴리테인먼트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안철수는 구체제를 해결하는 길이 소통과 합의이고, 소통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자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 놓고 자신이 단일화당해 퇴장한다면 그에게 마음 준 국민에 대한 혼인빙자간음과 다름없다. 정치를 희화화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않으려면 안철수는 대선투표일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서 있어야 한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경선에 나선 5명의 주자가 오늘부터 30일간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총 20만1320명의 국민참여경선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8월 20일이면 국민은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될 야권 후보가 언제 나올지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민주통합당은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 당내 후보를 정하고도 또 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다단계 경선’을 치른다. ▷먼저 예비경선(29∼30일)이 있다. 7명의 후보자 중 여기서 통과한 5명이 전국 13개 권역을 돌며 본경선(8월 25일∼9월 16일)을 벌인다.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1, 2위 득표자를 놓고 후보자를 확정짓는 결선투표(9월 23일)를 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부정경선이 불거지면서 주춤했던 야권 연대는 강기갑 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다시 복원될 조짐을 보인다. 통합진보당이 낸 대선 후보자와 그제 책 출간을 통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최종 단일화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다단계 경선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켜 흥행을 극대화한다는 이점이 있다.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많은 민주당으로선 애착이 가는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나 당원과 국민 구분 없이 1인 1표를 주기로 한 ‘완전국민경선제’여서 지역별로 동원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돈봉투 돌리기나 모바일 대리투표 같은 부정이 생길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모바일에 친숙한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가 많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도 “특정 정치적 가치 이념 특성이 있는 이 그룹에 대표성이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자칫 정치가 쇼처럼 변질되는 ‘청중 민주주의’가 된다는 거다.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권역마다 후보자 토론 전에 투표부터 하는 것도 희한한 역순(逆順)이다. 결국 세(勢) 따라 조직 따라 다단계로 승부를 가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단계 완전국민경선이 당권파의 대세론을 밀어붙이기 위한 포장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수차례 경선 끝에 확정된 후보인데도 안 원장과 단일화를 해야 하는 ‘임시후보’다. 다단계 경선이라도 잘해 ‘안철수를 이길 후보’를 만들어내야 그나마 민주당 체면이 살 것인가.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005년 설립해 운영한 CN커뮤니케이션즈(CNC)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홍보를 맡은 후보의 비용 부풀리기를 위한 표까지 만들어 국고를 빼돌렸음이 드러났다. 각각 A4용지 1장에 만들어진 후보자 10여 명의 표에는 유세용 차량, 현수막, 명함 등의 실제 가격과 선거관리위원회에 낼 신고 가격이 구분돼 있다. 선거비용 보전율과 이를 과다 계산해 부풀린 수익률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고 이 의원이 결재했다. 이 의원은 수년간 선관위를 속여 조직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빼돌렸다. 그 돈으로 통진당 내 경기동부연합 같은 종북(從北)세력을 관리하면서 비례대표 경선부정을 통해 결국 국회 입성에 성공한 셈이다. 통진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CNC에 홍보 관련 일감을 몰아줘 키웠다. CNC는 2010년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성향 후보들의 홍보를 맡았고, 4·11총선에서는 김선동 의원 등 통진당 후보들의 선거홍보도 도맡았다. 대부분 정당에선 ‘돈선거’로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선거비용 제한액에 맞추려고 애쓰는데, 이들은 선거비용을 부풀려 혈세를 빼돌렸다. 한 달 전 검찰에서 광주시교육감과 전남도교육감의 선거비용 과다 보전 정황을 포착하고 CNC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만 해도 이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고 강변했다. 이제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서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모르겠다. 정치자금법 49조는 선거비용의 허위보고를 형사 범죄로 못 박고 있다. CNC와 짜고 국고를 빼돌렸다면 선거 후보자들과 당선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난달 공직선거법에 ‘선거비용 보전 허위청구죄’를 신설해 비용을 과다 청구할 경우 당선 무효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다던 선관위도 결론을 내놔야 한다. 강기갑 새 대표를 선출한 통진당은 그제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과 김재연 의원의 제명(출당) 문제를 논의했으나 당권파 의원 6명이 모두 불참해 정식논의를 미뤘다. 국민은 애국가도 외면하는 종북 ‘국고 사기꾼’이 국회를 드나드는 꼴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통진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정당을 지향한다고 말하려면 이, 김 의원을 빨리 제명하고 국회 의결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대통령실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까지 임 회장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실장이 기소되면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로는 21번째, 저축은행 비리로는 7번째다.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씨는 제일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챙겼고, 대통령 측근인 김두우 전 홍보수석비서관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김해수 전 정무1비서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금품 수수 비리에 각각 연루됐다. 대통령의 최측근과 친형까지 저축은행 비리로 얼룩을 뒤집어쓰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저축은행 수술 미룬 사이 측근들 돈 잔치 이 대통령은 2007년 12월 ‘BBK 사건’과 같은 대형 정치악재를 딛고 530만 표 차로 당선된 ‘경제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정권의 국정 실패와 비리로 인한 반사이익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의 소망이 응축된 결과였다. 전임 정부처럼 분배논리에 매몰돼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는 정책, 썩은 환부는 도려내고 새살이 쑥쑥 자라나게 하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국민은 갈구했다. 지속가능한 성장, 균형적 분배의 원칙을 바로 세워 새로운 희망을 열어 달라는 게 국민의 소망이자, 대선의 표심이었다. 이 대통령도 2008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나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경제 대통령의 꿈은 4년 반 만에 산산이 깨졌다. 2011년 5월 이 대통령은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해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라고 질타했으나 정작 자신의 형과 비서진이 저축은행의 검은돈을 받은 사실에는 깜깜했다. 측근비리를 감시해야 할 청와대 민정라인은 먹통이었다. 저축은행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부터 부실이 자라난 ‘판도라 상자’였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 상호신용금고의 예금보호 한도를 일반 은행과 같은 5000만 원으로 늘렸고 2002년에는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줬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저축은행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2006년에는 우량 저축은행에 대출 규제를 없애줬다. 덩치가 커진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거품 속에서 고위험 고수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뛰어들었다. 2008년 이후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급격히 늘어났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핑계로 구조조정을 미뤄 대주주의 불법과 로비, 측근 비리의 빌미를 줬다. 정권 초기 환부를 도려내고 개혁을 해야 할 금융권에 ‘우리가 남이가’ 식으로 자기 사람 심기에 바빴다. 이 대통령이 경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적시 대응을 했더라면 오늘날 같은 비리 복마전을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정물에 손을 적시지 않고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나 주재하는 것으로는 경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G20 의장국이 됐다고 으스대느라 저축은행의 환부를 찾아 대수술을 해야 할 시간을 놓친 것은 아닌가. 이 정부 초기 경제팀을 맡았던 강만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중수 박병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출신 측근은 말할 것도 없고 저축은행 부실을 관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의혹에 휘말렸다. 이 정권의 불행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알 만하다. 여야 대선주자 MB와 다를 자신 있나 청와대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라고 한발 비켜섰지만 이젠 그럴 시간이 없다. 본란은 4일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들의 구속 행렬을 보며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저축은행 측근 비리를 될 수 있는 한 덮고, 친인척 비리 역시 적당히 방어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를 뿐이다. 행복, 꿈, 사람 먼저와 같이 다디단 공약을 쏟아내는 여야의 대통령 후보는 5년 전 국민 성공시대를 약속한 경제대통령 이명박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의 부패, 비리, 무능을 손가락질하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숙연하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5년 후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는 게 진정 국민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길이다.}

올해 공공기관 감사 평가에서 59개 기관 중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곳이 한국수력원자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자문위원을 지낸 신우룡 씨가 감사를 맡았을 때, 납품업체 사장은 감사실장 방까지 찾아와 4000만 원을 놓고 갔다. 노무현 정권 때의 조창래 감사는 2004년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왔다 낙선한 뒤 감사가 됐다. 부임 직후 이강철 당시 대통령정무특보가 운영하던 서울 종로구 효자동 횟집에서 브로커 윤모 씨를 ‘우연히’ 만나 한수원 간부들에게 소개까지 해줬다. ▷브로커 윤 씨에게 뇌물을 받은 한수원 간부 등 22명이 원전 납품 비리와 관련해 22억여 원을 챙겨 구속됐다. 원자력발전소를 책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돈에 눈멀어 안전이 의심스러운 ‘짝퉁 부품’을 납품받았다. 동료가 수사 도중 자살했는데도 뇌물은 계속됐고, 올해 2월 9일 고리원전 1호기에 전원 공급이 끊겼을 때 현장에 있던 100명의 직원들은 침묵했다. 영화라면 좀비(살아 있는 시체)들이 즐비한 공포스릴러가 아닐 수 없다. 공포영화에선 외부에서 등장한 인물이 좀비 퇴치에 나선다. 하지만 한수원은 감사부터 ‘낙하산’이어서 불가능했다. ▷공공기관 감사는 기관장보다는 책임이 덜하고, 여론의 감시는 약한 반면 대우는 깍듯해 보은인사 자리로 각광받았다. 공공기관 감사 중 정치인 출신이 김영삼 정부 24%, 김대중 정부 32%에서 노 정부에선 40%를 넘어섰다. ‘공공개혁’을 주장한 이명박 정부 역시 덜하지 않았다. 2009년 52개 주요 공공기관 감사 중 공석 2곳을 제외하고 62%가 여권과 대선 캠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었다. 이 대통령이 2010년 광복절 때 ‘공정한 사회’를 선포한 뒤 좀 줄었다 해도 60%는 낙하산이라는 공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통렬히 반성하고 간절히 용서를 구한다”며 금품 수수가 드러나면 사유와 금액에 관계없이 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 홈페이지의 네티즌광장을 보면 ‘사장님께 드리는 글’ ‘한수원은 도대체 어떤 집단인가’ 같은 글도 작성자만 열람이 가능할 뿐, 다른 사람은 읽지 못하게 돼 있다. ‘낙하산 인사’만 바뀌고 ‘좀비 문화’가 그대로라면 한수원의 부패 사슬은 끊기 어렵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2004년 3월 이상득(SD)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천안연수원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에 총선 선거운동도 못할 판이라며 정두언 등 소장파는 한강 둔치에 천막을 치고 ‘국민과 함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에서 검은돈을 받았다니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다.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SD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는 작년 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올바른 몸가짐을 갖겠다”고 했다. 2008년 청와대 인적쇄신론이 거세게 일어났을 때도 “내가 인사에 간섭한다는 건 이명박(MB)을 모욕하는 얘기”라며 “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까지 했다. 그렇게 가슴 아프게 살았다는 SD를 겨냥해 정두언은 “나는 정권을 찾는 데 앞장섰다. 그런데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그분들은 다 누렸다”고 했다. 그가 끊임없이 ‘그분들의 문제’를 제기한 공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정권을 찾는 데 앞장선 이유가 결국 더 누리기 위해서라는 고백 같아 또 가슴이 무겁다.없는 사람 돈 갈라 먹은 ‘親서민’ 국민은 SD가 부동산 매각대금과 축의금 7억 원을 장롱에 쟁여 놨다 여직원 계좌에 옮겨 경비로 쓸 만큼 ‘올바로 산 것’밖에는 아는 게 없다. 여태껏 여당과 청와대 인사부터 포스코 회장 인사,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공천헌금,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금품 수수 등등 숱한 의혹이 나올 때마다 SD는 펄쩍 뛰었고 검찰도 제대로 밝혀내지 않았다. 마침내 드러난 수억 원은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 서민들이 맡겼을 피 같은 돈이 대부분일 터다. SD 덕분인지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부실 저축은행들이 대거 퇴출당할 때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올 5월 두 저축은행이 철퇴를 맞기까지 내 돈은 우량은행에 잘 있겠지 안심했던 영세상인이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모셔둔 노인들은 뒤늦게 가슴을 쳐야 했다. 권력에 보험 들기 잘했다며 두 사기꾼이 희희낙락했을 바로 그 무렵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랑했던 MB는 완벽하게 발등을 찍혔다는 얘기다. 특히나 이번 사건은 이재오 말마따나 ‘없는 사람 돈을 있는 사람들끼리 갈라 먹은 것’이어서 재벌 돈을 받은 것보다 더 나쁘다. 차라리 인사 청탁용이라면 그 조직 구성원만 피해를 봤겠지만 SD는 불특정 수백만 서민들의 피눈물을 뽑았기에 더 큰 해를 끼쳤다. 만일 대선자금이었다면, 그토록 친서민 공정사회를 강조한 대통령이 알고 보니 서민경제와 공정사회를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의 운명만큼이나 비극적이다. 더 큰 비극은 아버지 같은 형님한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MB의 운명에 있는지 모른다. 정권 출범 전부터 ‘그분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SD를 떠나게 해야 한다고 목 놓아 외쳤는데도 MB는 끝내 외면했다. “족벌주의 연고주의는 인간 본성”이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분석이 새삼 가슴을 친다. 그렇지 않고서야 측근비리와 부패가 정권 말마다 징그럽게 반복될 리 없다. 후쿠야마는 ‘정치질서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위정자가 강한 정부, 법치, 책무성 대신 족벌과 연고를 국정 원리로 삼을 때 국가는 망한다”고 갈파했다. 어떤 대통령에게도 핏줄은 건드려선 안 될 역린(逆鱗)이었다. 이 때문인지 솔로몬의 임석 회장이 SD에게 건넨 3억 원에 대해 “선거(대선) 준비에 쓰라고 준 사실을 정두언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는데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는 목표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혈육부터 법대로 심판받아야만 그 나라의 통합과 발전이 가능한 법이다.“대선자금 철저 수사” MB가 말할 때 어쩌면 MB는 능력이나 성과만큼 인정받지 못한, 불행한 대통령이랄 수 있다.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 그리하여 국가발전을 앞당긴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다면 이제라도 말해야 한다. “측근비리와 불법 대선자금이 내 임기 이후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이다. 그분들이 뭘 어떻게 누리고 살았는지도 밝혀야만 공정사회라는 구호가 희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박근혜는 대통령 되면 동생 박지만 부부가 자칫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으니 해외로 내보냈으면 좋겠다. “(내 동생) 김두수는 이상득보다 더할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김두관은 동생을 탄자니아든 어디든, 대사가 아닌 사인(私人)으로 내보내야 할 것이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문 닫은 가게가 많아 휴일인 줄 알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인데도, 로마의 기차역과 호텔 앞에서 물이나 기념품을 파는 행상들은 오후 6시면 포장마차를 걷고 집에 갔다. 관광지의 상점이란 휴일이나 휴가철일수록 활기차야 정상이다. 오드리 헵번이 부활한다고 해도 공주의 짧고도 상큼한 사랑을 그린 ‘로마의 휴일’ 같은 영화는 다시 못 나올 것 같았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초부터 상점과 식당 바의 영업시간을 자유화했다. 그러나 로마 중소기업기구의 반대가 거셌다. “대형 슈퍼마켓만 살판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3년간 로마에서 1만 개의 소규모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슈퍼와의 경쟁 때문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규제가 편하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멘붕(멘털붕괴)도 큰 원인이다. 잠도 안 자고 일하란 말이냐, 소비주의는 해법이 될 수 없다, 밤중까지 문 열고 싶으면 박물관이나 열어라, 로마는 뉴욕이 아니다…. 동네가게들의 불평불만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몬티는 정치와 상관없는 테크노크라트 출신이라는 점 덕분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내년 총선 표심에 구애되지 않고 연금과 세금 같은 재정 및 규제 개혁으로 고장 난 이탈리아 경제를 구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패한 정관계와 마피아 같은 업계는 지연-학연-혈연으로 연결돼 “경쟁 반대”를 외치고 있다. “경쟁만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깐깐한 교수 같은 몬티의 해법은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다. 지금 이 나라에선 코미디언이자 블로거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五星)운동당’이 제일 인기다. 우리로 치면 ‘나꼼수당’쯤 되는 셈이다. ▷유럽연합(EU) 경제 3위인 이탈리아의 국가부채 액수가 스페인의 3배다.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다음 구제금융은 이탈리아라는 소문도 나돈다.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매입과 성장정책 지지라는 EU 리더들의 해결 방안도 아직까진 ‘립 서비스’에 가깝다. 최근 재정위기를 극복한 라트비아에서 보듯, 정부가 씀씀이를 아껴 빚을 줄이고 국민은 임금 인상 절제하고 악착같이 일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극복책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본 사람들은 로맨틱한 상상으로 가득했지만 로마 시내에는 유로존 경제위기의 음울한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의 리더십은 시기상조”라고 했을 때 나는 개그콘서트인 줄 알았다. 국방의 엄중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냥 정치인으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불쾌지수 높은 여름날, 정치로 개그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납량특집 정치’를 궁리해봤다.정치는 연애다… 국민의 마음잡기 ‘선거란 선수끼리 국민 속이는 일’이라던 대통령이 있었다.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아 투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는 구애(求愛)라고 할 수 있다. 성(性)심리학적으로 정치와 정치인을 분석한 학자들도 외국엔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정당이 남자라면 어떤 이미지일까. 신랑감처럼 놓고 봐선 소용없다. 사랑에 눈멀면 근본이나 조건은 별 상관없어서다. 남 주기 아까운 내 딸의 결혼 후보자로 봐야 깐깐한 검증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은 양지쪽만 디디며 잇속을 챙겨온 뺀질이 같다. 욕은 먹겠지만 능력 있고 웰빙 체질이어서 내 딸 고생은 안 시킬 듯하다. 민주통합당은 정의롭고 남자다운데 불만과 콤플렉스가 많다. 새누리당처럼 얄밉진 않지만 하루는 과격했다가 다음 날엔 또 다른 모습이니 고생도 사서 할 것 같다. 통합진보당은 눈빛은 형형한데 불온해 보인다. 잘되면 충신이나 잘못돼 역적되면 어쩌나 싶다. 이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등장한다. 착하고 반듯해 됐다 싶던 차에, 혈혈단신인 줄 알았던 그가 ‘밀당’을 들이댄다. 밀당이 ‘비밀의 당’이라면 안철수의 속이 어떤지 알 수 있으니 차라리 낫다. 하지만 요새 밀당이란 젊은 연인들의 필수과목인 ‘밀고 당기기’를 뜻한다. 게다가 겉보기와 달리 안철수는 밀당의 귀재지 뭔가. 애정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밀당의 정석 1조는 진의 교란이다. 마음을 다 주지 않고 말과 행동은 애매하다. 결혼을 하겠다는 건지, 문제가 있다는 건지 애타게 만든다. 정치인 중에선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능했다고 ‘유혹의 기술’을 쓴 마이클 그린은 지적했다. 결단력이 진짜로 없었던 루이 16세도 여기 속한다. 2조는 타이밍 교란이다. 돌연 연락을 끊고 전화도 안 받다가, 잊을 만하면 나타나선 달래고 공감해준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선동적 연설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한 뒤 한동안 홀연히 사라지곤 하는 밀당으로 중국의 우상이 됐다. 밀당의 필살기인 3조는 환상 교란이다.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자극하고 자기를 백마 탄 왕자(또는 선구자)로 연출해서는, “이 사람이라면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통치는 능력…살아봐야 안다 피 말리는 밀당에서 지지 않으려면 ‘너 없어도 난 잘 산다’고 정신무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 안 나오는 일은 없다는 점을 바닥에 깔고 있으면 괜히 안달할 일도 없어진다. 안랩의 주식 때문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는 순간 주가가 폭락할 것이 뻔한데, 돈 욕심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서라도 그런 말은 못한다고 나는 믿는다. 출마 선언이 늦을수록 검증 시간은 줄게 돼 있다. 그러나 내재적 관점에서 보면, 야당 후보도 안 정해진 판에 링에 먼저 올라가 매를 맞을 이유가 없다.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나면 분노로 돌변할지 모르는데 자신감인지, 결단성 부족인지 혼돈스럽다. 야당 후보가 확정되고도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이지 않을 경우 단일화 압력은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안철수도 “반드시 내 힘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에 불타지 않는다면 단일화든, 공동정부든 연대는 불가피하다. 단일화 게임에서 누가 승리하는지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달라진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얼굴마담’만 달라질 뿐, 몸통과 손발은 거기서 거기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단일화로 그의 당선을 만들었다고 확신할 야당 사람들이 뒤로 돌아 집에 갈 리 없다. 안철수의 대선 공약을 굳이 검증하지 않아도 민주당과 큰 차이 없을 것 같은 느낌도 그래서 든다. 문제는 밀당에 능했다고 결혼 후 좋은 배우자가 될 능력을 갖췄느냐다. 안타깝지만 이건 살아봐야만 안다. 최고의 연인이 최악의 남편으로 드러나듯, 정치엔 유능해서 당선됐더라도 통치능력은 다를 수 있다. 영국의 하원의장 로빈 쿡과 이혼한 뒤 ‘권력과 성, 정부의 본질’이라는 책을 쓴 마거릿 쿡은 지칠 줄 모르는 리비도가 곧 정치인의 성취욕이라며 드골과 마오쩌둥, 케네디의 바람기를 지적했다. 케네디가 능력을 다 드러내기 전에 암살되는 바람에 지금껏 카리스마적 리더로 간주되는 게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루이 16세는 성적 무능 탓에 용기도, 결단력도 박살나 결과적으로 프랑스혁명을 불렀다. 프로이트의 리비도론을 깊이 이해했던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얘기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2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세종연구소를 통합해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같은 권위 있는 싱크탱크를 만들자는 논의가 무르익었다. 한경연은 경제, 세종연은 외교안보로 특화돼 있다. 또 한경연은 전경련의 영향권과 정치 바람에서, 세종연은 재원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분명해 보였다.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경련 관계자들을 불러 호통을 쳤다. “진보 연구원들 다 내쫓고 보수 연구기관 만들겠다는 거냐.” 그는 나가는 전경련 관계자들을 다시 불러 세웠다. “계속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재벌들을 청문회에 세울 것이다.” 통합은 무산됐다. ▷전경련이 한국규제학회와 19대 국회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다는 양해각서(MOU)를 18일 체결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지나친 규제를 쏟아낼 것에 대비한 것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가만있을 리 없다. 즉각 “전경련이 헌법을 짓밟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막는 오만방자한 쿠데타를 취소하지 않으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놀란 전경련은 “의정 활동을 막을 의도는 없다”며 해명에 바쁘다. ▷박지원만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오래, 두루 누리는 이도 흔치 않다. 2년 전 81석의 의석으로도 전경련을 주저앉혔는데, 127석 의석수에 야권연대로 무장한 지금 전경련을 고꾸라뜨리지 못할 리 없다. 그러나 그가 알아야 할 일이 있다. 제대로 규제받지 않는 시장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듯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도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다. 특히 ‘약자’라는 미명 아래 책임지지 않고 휘두르는 야당 권력은 더 위험할 수 있다. ▷18대 국회에 제출된 규제법안 1986건 중 93%가 의원발의 법안으로 분석됐다. 각 부처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정부 법안 같은 검증장치도 없다. 우리보다 의원입법 비중이 훨씬 낮은 독일도 지난해 의원입법 심사를 도입했다. 우리의 전경련 격인 프랑스 메데프의 로랑스 파리소 회장은 최근 대통령의 증세 방침에 “경제를 경직시켜 고립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지원한테 “전경련과 내부자와 다름없는 학회”라고 비난받은 규제학회 회원들은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할 것 같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미국의 공립학교는 학습부담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사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는 “대신 너는 운동을 잘하지 않니”라고 격려한다. 운동을 못하는 학생에게는 “하지만 너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지 않니”라고 추어준다. 꾸중보다 칭찬이 학교생활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미국에서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대충 고교만 졸업해도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중산층 생활을 영위하는 게 가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엔 다르다. “나는 특별하다”는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지만 잠재력을 계발하지 못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시한폭탄’처럼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사회에 기여한 바는 아직 없으면서 사회로부터 뭔가 받을 자격이 너무 많다고 믿는 세대, 이름 하여 ‘자격 세대(Generation Entitlement)’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교외의 웰즐리고교 영어교사인 데이비드 매컬러프 주니어 씨가 이들의 뇌관을 자극했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격려사가 이어지는 졸업식장에서 “너희들은 특별하지 않다!”고 정곡을 찌른 것이다. ▷“그렇다. 너희들은 오냐오냐 응석받이였고…부모가 만들어준 풍선 속에서 보호받았다. 그렇다. 할 일도 많은 유능한 어른들이 너희들을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먹여주고…” 졸업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키득거리고 웃는데도 매컬러프 씨는 계속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특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왜냐하면 너희들은 특별하지 않거든.” 매컬러프 교사는 이 졸업식사로 단박에 슈퍼스타가 됐다. 26년간 길러낸 제자들보다 훨씬 많은 110만 명이 14일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로 그의 특별한 축사를 시청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녀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 믿으며 자식들을 길러온 부모들은 매컬러프 씨의 따끔한 일침에 속이 다 시원해질 듯하다. 매컬러프 씨는 “충만한 삶이란 엄마가 음식점에서 주문해서 네 무릎 위에 떨어뜨려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세상의 거친 도전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자기비하도 해롭지만 지나친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도 해로울 수 있다. 한국에는 젊은층을 위로하는 것으로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이들이 현실의 눈을 뜨게 해주는 따끔한 충고도 중요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시인 고은은 ‘만인보’에서 ‘모진 턱이야 적막하지만/그 머리는 빠른 팽이라’라고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에 대해 읊었다. 이해찬은 “새누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표를 뽑아달라”며 경선에 나섰고, 이 말이 맞는지 알 순 없지만 결국 성공했다. ‘이해찬 세대’의 불행 기억하는가 나도 이해찬이 두렵다. 첫째는 모진 태도까지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 비상한 두뇌가 되레 대한민국의 발전에 장애가 될까봐서이고, 둘째는 자신은 언제나 옳다는 확신이 남길 파장 때문이다. 5년 전 이해찬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 5명 중 하나로 MBC ‘100분 토론’에 나왔다. 한 시청자가 “나는 ‘이해찬 1세대’다. 뭐든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간다고 하셨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따지자 그는 당황했다. “아…당시는 대학입학전형에 면접도 넣고 논술도 넣어 다양화했는데….” 그래도 방송 중 박차고 나가지 않았으니 지금보다 착했던 것 같다. 이해찬 1세대는 김대중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이던 그가 1998년 대학 무시험전형 확대를 강조한 대입정책을 발표하면서 생긴 말이다. 대입에 성공했으면 02학번이 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그때부터 장관 말만 믿고 “공부 안 해도 된다!” 만세를 불렀다가 인생 첫 고비에서 쓴맛을 봤다. ‘단군 이래 최저 학력(學力)’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2007년 경제통상학회지에 “2002학년도 지니계수로 측정한 수능 성적이 전년도 대비 10% 이상 급격히 감소해 하향평준화했다”는 논문까지 실렸다. 그러나 이해찬은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노무현 정부 총리 시절 “교육부 장관 때 가장 일을 잘했다”고 자랑했으니, 더 잘했다면 나라가 뒤집힐 뻔했다. 더 큰 문제는 14년 전 정책 오류가 지금까지 나라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찬 세대의 체험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반칙과 기회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연구도 나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같은 금 모으기 운동이 또 나오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과외 붐을 재연시킨 이해찬이 대치동 신화의 불을 붙였다”고 할 만큼 아파트값 폭등에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도 심해졌다.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2003년 이후 인적자본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둔화됐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물론 우리 교육정책의 문제와 이로 인한 정치 사회 경제적 악영향까지 모든 책임을 이해찬에게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문제를 포함해 민주당 총선 실패나 이번 경선에서의 아슬아슬한 승리까지도 자기는 잘못이 하나도 없다는 그의 무오류성(無誤謬性)에 대한 오만이 더 큰 위험을 부를까 겁난다. 북의 김정은 집단에는 산타클로스 같으면서, 자기편 아닌 모든 국민을 적으로 모는 적의(敵意)의 리더십(여기 리더십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지만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2004년에 한 말이다)도 두렵기 짝이 없다. 종북 정치인에는 사상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유독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데는 분하기까지 하다.세번째 형님 ‘해찬대군’ 나온다면 이해찬은 ‘호인, 인덕 좋은 사람, 덕장(德將)이 아니라고 해서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는다’고 자서전 ‘청양 이 면장 댁 셋째 아들’에 썼다. 일 잘하는 사람이 욕도 먹는 것이고, 모든 추문은 선공후사(先公後私)를 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며 자신의 능력과 공공마인드를 자부했다. 그가 호인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일을 잘했다는 점엔 동의하기 어렵다. 2006년 3·1절 골프파동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무수행 부정적 평가(54.8%)가 긍정적 평가(32.9%)보다 훨씬 높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선거기획에 관여한 1996년 총선과 2007년 대선 및 2010년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뛴 올해 총선에서 실패했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통이라는 것도 믿기 힘들다. 철도 파업 첫날인 3·1절에 골프를 치기 전, 강원도 산불(2005년 4월 5일) 남부지방 집중호우(그해 7월 2일)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는데 선공후사라니, 이해찬에게는 골프‘공’이 우선인 모양이다. 그런데도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난 건 김대중 노무현 두 주군의 마음에 쏙 들게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 그가 잘 보여야 할 윗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해찬이 “2012년 문재인, 2017년 김두관”이라고 조정하는 판이니, 대통령 되고 싶으면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 여기에 안철수까지 가세해 공동정부가 탄생할 경우 국민은 두 대통령의 형님에 이어 세 번째로 ‘해찬대군’ 형님을 모시며 시대를 거꾸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야당대표가 제 입으로 타도를 외쳤던 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무엇보다 입으로는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강한 리더십’만 휘두르는 그 변함없음이 나를 두렵게 한다. 이해찬 스트레스가 끔찍한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등 6대 쇄신 방안을 오늘과 내일 열리는 의원연찬회에서 논의한다. 새누리당이 총선 전 약속대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의원 특권 축소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일을 잘하기 위해 국민의 대표에게 꼭 필요한 권한까지 내놓으라는 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간단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이를 악용하는 의원도 없지 않았지만 권력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을 위해 신중하게 다뤄야 할 권한이다. 불체포특권을 없애면 국회의원들이 검찰총장 산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특권을 남용하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 찬반 논란이 거센 사안에 매달리지 말고 의견일치가 쉬운 연금 특권 포기부터 손대는 게 낫다. 18대 의원들은 하루라도 의원을 지냈으면 만 65세부터 매달 120만 원씩 종신연금을 받는 법을 2010년 2월 찬성 187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도 1월 “구체적 안을 만들어 논의하겠다”더니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결론 내지 못하면 국민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의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세비와 보좌진 월급, 사무실·차량 유지비, 입법 활동 지원비를 포함해 연간 6억여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국회법에 명시된 개원 날짜를 제대로 안 지키고 매년 평균 54일씩 개점휴업을 한다. 이재오 의원도 “의원 중 100명은 놀고먹는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개원이 지연되거나 국회 장기 파행 시 또는 구속 등으로 의정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세비를 물어내는 ‘무노동 무임금’은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새누리당 의원 당선자들에게 물었더니 30%가량이 여기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지도부부터 쇄신 의지를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정감사 국정조사 청문회를 빌미로 민원 해결, 후원금 수수 등 사적 이익을 챙기는 일도 차단해야 한다. 정치자금 모금용 출판기념회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변호사를 비롯해 모든 겸직 금지를 성사시킨다면 진정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의원 자리를 이용해 다른 일 할 생각 말고 의원직 자체에 충실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심상정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중요한 결정에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정부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석기 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고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며 “바로 그런 책임지지 않는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형태가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봉쇄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책임지지 않는 ‘지하정부’의 일원임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 의원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간부로 활동하다 실형을 살았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이 씨가 민혁당 해체 후에 조직 재건에 나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원들이 이름 석 자도 모를 만큼 ‘보이지 않는’ 인물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1만2000표를 얻어 1위를 했다니 통진당이 대중정당인지 지하정당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토론회를 보면 과연 통진당이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에 대한 자정(自淨)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어제 ‘대북 관점과 한미관계 인식’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 때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씨는 발제문에서 “민족통일과 민족자주성은 주체사상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아니다”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벼랑 끝 전술을 벌이는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논리로 보나 현실로 보나 오류”라며 종북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 보수언론이 조장하는 고의적이고 정략적인 종북주의 파동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당 밖으로 화살을 쏘았다. 토론회에서는 통진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해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자는 발언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심 전 공동대표는 인터뷰에서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종북론자는 (당내에)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225국은 간첩단 ‘왕재산’에 보낸 지령문에서 “종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히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러니 이 의원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북한과 아무런 연계가 없다”고 말해도 믿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헌법보다 북의 지령과 주체사상을 떠받드는 통진당 내 지하권력이 존재하고 통진당 스스로 밝힐 수 없는 것이라면 수사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꼭 70년 전 오늘 독일 나치 전쟁범죄의 최대 브레인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최후를 맞았다. 돌격대(SA)와 친위대(SS), 게슈타포. 나치 공포정치의 하수인 역할을 수행한 악명 높은 3대 기관이다. 이들 조직은 히틀러의 걸림돌 제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전위부대라는 점은 닮았지만 기원과 핵심 인물에서 차이를 보인다. ▷돌격대는 세 조직 중 가장 빠른 1921년 창설됐다. 나치당 대중 집회의 경호 조직으로 창설된 뒤 준군사조직으로 발전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당의 검은 셔츠단을 본떠 갈색 셔츠단으로도 불렸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했을 때 200만 명으로 불어난 돌격대의 수장은 육군장교 출신으로 히틀러의 혁명동지였던 에른스트 룀이었다. 룀은 사석에서 유일하게 히틀러와 맞먹는 존재였다. 하지만 룀과 그 휘하 수뇌부는 돌격대의 정규군 편입을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다 1934년 6월 히틀러의 밀명을 받은 친위대의 급습을 받고 처형된다. ‘장검의 밤’으로 불린 이 사건 이후 돌격대는 유명무실해진다. ▷친위대는 돌격대 산하 조직으로 1925년 창설됐다. 히틀러의 경호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었다. 친위대는 나치 독일의 내무장관이 되는 하인리히 힘러가 장악하면서 막강해진다. 반면 게슈타포는 공군 장교 출신으로 나치 독일의 2인자가 되는 헤르만 괴링이 1933년 창설한 비밀경찰 조직이다. 돌격대와 친위대가 당 조직이라면 게슈타포는 국가기관이다. 힘러와 괴링이 공동의 정적인 룀의 제거를 위해 제휴하면서 괴링이 이끌던 게슈타포가 힘러가 이끄는 친위대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 ▷친위대 산하 정보부대인 보안방첩부(SD)와 게슈타포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통합된다. 1939년 창설된 제국중앙보안국(RSHA)이다. 그 초대 수장이 힘러의 오른팔이자 룀 제거의 최대 공신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다. 해군장교 출신의 하이드리히는 돌격대를 잡아먹고, 친위대와 게슈타포를 양 날개 삼아 나치 독일 전쟁범죄의 대다수를 기획했다. 유대인 인종청소를 결정한 반제회의를 주관하고, 그 집행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발탁했다. 힘러조차 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벽의 7인’(1975년)이라는 영화로 널리 알려진 체코슬로바키아 레지스탕스들이 영웅적 희생을 통해 하이드리히를 제거했다. 권재현 문화부 차장 confetti@donga.com}

지난달 30일부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빅맥’의 검색이 막혔다. ‘관련 법률법규와 정책에 근거해 검색결과는 보여줄 수 없습니다’란 표시만 나온다. 여배우 장쯔이가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애플데일리라는 신문 1면 톱기사로 실렸는데, 그 바로 위에 KFC의 빅맥 광고가 엄청 크게 실렸기 때문이라고 차이나디지털타임스(CDT)는 추정했다.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CDT를 중국에선 물론 볼 수 없다. 인터넷 검열의 ‘만리장성 방화벽(Great Firewall)’ 때문이다. ▷중국에서 구글 사이트로 들어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를 검색하면 관련내용이 줄줄이 뜬다. 반면 비판적 매체인 ‘남방주말(南方週末)’을 찾으면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라는 표시와 함께 돌연 먹통이 돼버린다. 커서도 꼼짝 않고, 화면을 껐다가 켜려 해도 소용없다. 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한테 1분 30초의 먹통은 천년만큼 긴 시간이다. 중국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알려는 누리꾼은 이런 벌을 받은 뒤에야 구글 메인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중국의 횡포에 구글이 용기 있게 반기를 들었다. 2일 0시(현지 시간)부터 중국에서 구글 검색 창에다 중국 정부가 차단한 단어나 웹사이트 홈페이지를 치면 ‘이 단어(또는 웹사이트)는 중국 정부에 의해 접속이 차단되고 있습니다’라고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구글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다신 구글 안 쓴다”며 이를 갈던 누리꾼이라면 자국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게 됐다. ▷2006년에 중국에 들어간 구글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며 2010년 중국 내 업무를 중단하고 홍콩으로 철수했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 중국 구글을 치면 홍콩 구글로 연결되고, 만리장성 같은 방화벽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중국 내에서 자체검열을 통해 중국 정부와 별 마찰 없이 사업을 해온 바이두나 야후, 빙과는 다른 구글만의 용기였던 셈이다. 세계가 중국의 정치변동에 주목하는 지금, 구글은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억압을 폭로함으로써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모양이다. 물질적 풍요에 만족해 정치적 시민적 자유를 포기하다시피 한 중국인들은 언제 구글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까.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자금과 관련해 아파트의 원주인 경연희 씨가 “2009년 1월에 전달받은 100만 달러(약 13억 원)는 정연 씨의 아파트 구매 자금이 맞다”고 검찰에서 시인했다고 한다. 경 씨는 “은모 씨를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달러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정연 씨의 아파트 값 140만 달러가 박연차 회장에게서 나온 돈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 아파트 값은 240만 달러였고 박 회장은 “차액 100만 달러는 내 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100만 달러를 누가 어떻게 마련한 돈인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관건이다. 정연 씨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사법연수원생 곽모 씨와 결혼해 양가의 도움으로 마련한 서울 마포구의 79m²(약 24평) 전세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28세에 결혼할 때까지만 직장생활을 한 정연 씨가 2007년 9월 미국 아파트를 사기까지 13억 원을 스스로 모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정연 씨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는 그의 자살로 종결됐지만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은 시효가 남아 있다. 정연 씨의 남편 곽 씨는 2월 말 페이스북에서 “이야기가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이다. 이미 자신의 행위책임을 넘는 충분한 형벌을 받은 것이다. 저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용렬함, 그리고 잔인함을 본다”며 아내를 감쌌다. 진보좌파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 보복에 의한 타살’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받았던 엄청난 뇌물 액수에 비하면 13억 원은 작은 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진보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떳떳하지 못한 돈을 받았다면 법의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10일 이후 정연 씨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 씨 측에 현금 1만 원짜리로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경기 과천시 지하철역 부근에서 건네줬다는 ‘선글라스 낀 남성’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설도 있다. 청와대 관련 인물이 환치기 범죄에 관여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판에 검찰이 어떤 이유로도 사실 규명을 외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