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진당 ‘보이지 않는 지하권력’ 밝혀낼 수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심상정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중요한 결정에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정부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석기 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고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며 “바로 그런 책임지지 않는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형태가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봉쇄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책임지지 않는 ‘지하정부’의 일원임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 의원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간부로 활동하다 실형을 살았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이 씨가 민혁당 해체 후에 조직 재건에 나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원들이 이름 석 자도 모를 만큼 ‘보이지 않는’ 인물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1만2000표를 얻어 1위를 했다니 통진당이 대중정당인지 지하정당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토론회를 보면 과연 통진당이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에 대한 자정(自淨)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어제 ‘대북 관점과 한미관계 인식’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 때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씨는 발제문에서 “민족통일과 민족자주성은 주체사상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아니다”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벼랑 끝 전술을 벌이는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논리로 보나 현실로 보나 오류”라며 종북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 보수언론이 조장하는 고의적이고 정략적인 종북주의 파동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당 밖으로 화살을 쏘았다.

토론회에서는 통진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해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자는 발언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심 전 공동대표는 인터뷰에서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종북론자는 (당내에)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225국은 간첩단 ‘왕재산’에 보낸 지령문에서 “종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히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러니 이 의원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북한과 아무런 연계가 없다”고 말해도 믿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헌법보다 북의 지령과 주체사상을 떠받드는 통진당 내 지하권력이 존재하고 통진당 스스로 밝힐 수 없는 것이라면 수사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통진당#지하권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