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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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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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0~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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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도 푹 빠진 취미… 초보 ‘식물 집사’에 추천하는 반려식물은?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초보 ‘식물 집사’가 늘고 있다. ‘집콕(집에 콕 머무는 생활)’ 와중 자연의 생기를 느끼기에 식물만큼 좋은 것이 없어서다. 최근 방탄소년단(BTS)도 자그마한 다육이(다육식물) 화분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생명과 같이 지내면 크든 작든 좋은 변화가 생긴다”고 ‘식물 집사’ 입문을 신고했다. 식물과의 교감, 반려식물 기르는 법,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등을 소개한 신간도 부쩍 늘었다. 출간 몇 주 만에 2, 3쇄를 찍을 정도다. 반려식물이 대세가 된 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연관이 깊다. 공동주택에 살며 출장이나 여행 비중이 높은 1인가구가 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반려동물보다 정서적으로 교감이 가능하면서도 키우기 수월한 식물이 잘 맞는다는 것.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쓴 임이랑 작가는 “거창한 미래 계획보다 지금 이곳에서 작은 공간을 꾸며 소소한 행복과 풍요로움을 느끼려는 이들이 많다보니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른의 취미라고만 여겼던 ‘홈 가드닝(집에서 식물 가꾸기)’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되면서 폭발력을 얻었다. 식물은 푸른 색감이나 시원시원한 수형 등 시각적이어서 유행에 민감하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의 저자 송한나 씨는 “요즘 대세는 몬스테라, 펠로덴드론 등 열대식물”이라며 “꽃이 피고 화려한 식물보다 단조로우면서도 잎이 크고 시원해 보이는 식물이 인기”라고 말했다. 임, 송 작가에게 가장 핫한 반려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먼저 세계적으로 플렌테리어 열풍을 몰고 온 몬스테라가 꼽혔다. 어린 이파리가 자라면서 구멍과 갈퀴가 생기는데 북유럽풍 인테리어의 감초인 데다 초보도 키우기 쉽다. 열대식물 인기 트렌드를 반영한 아레카야자, 떡갈고무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아레카야자는 공기정화 효과가 탁월하고 쭉쭉 뻗은 이파리가 열대우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떡갈고무나무도 튼튼한 목대에 흐르는 듯한 선을 가진 커다란 이파리가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좁은 공간에서 흙 없이 매달아 키우는 에어플랜트(행잉플랜트)도 주목해볼만하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분갈이도 필요 없어 관리가 편하다. 임 작가는 이중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양치류 박쥐란을 추천했다. 이런 식물은 물에 푹 담아뒀다가 거꾸로 잘 말려줘야 한다. 해가 많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키울 수 있는 피토니아, 과습과 물 마름에 강해 ‘똥손’도 거뜬히 키울 수 있는 블루스타고사리도 추천 식물이다. 두 작가는 식물을 죽여 본 경험 등 시행착오를 겪어야 경험치가 쌓인다고 입을 모은다. 임 작가는 “조금 더 들여다보고 검색해서 내 품의 식물이 뭘 좋아할지 관심을 가져보라”며 “그러다보면 살리는 식물이 많아지고 방치해 죽이는 일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송 작가도 “내가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 따져보라”며 “반려동물처럼 아껴준다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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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생의 갈림길에서 ‘유익’은 중요치 않아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저자가 펴낸 첫 산문집. 오랜 세월에 걸쳐 젊음, 선택, 집필 활동 등에 대해 써온 짧은 에세이와 프랑스 시 감상록, 스승과 친구 등 지인과의 에피소드, 문학 비평문 등을 두루 수록했다. 1부에는 젊은 날의 경험과 방황을 반추하면서 인생을 되짚어보는 글이 주로 실렸다. ‘가지 않을 뻔한 길의 파리’에서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연히 내린 선택이 훗날 비평가로서의 삶에 큰 자산이 됐던 경험을 떠올리며 선택의 기로에선 ‘유익’보다는 ‘가야 할 길’을 기준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2부에서는 보들레르, 프레베르, 랭보, 발레리 등이 쓴 프랑스 명시(名詩)에 대한 친근한 감상과 해설을 기술했다. 3부에서는 문학평론가 김현, 불문학자 김치수 선생 등의 인간적인 모습을 회고하고 4부에서는 신작 평론을 실었다.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그의 문학세계와 함께 그를 빚어온 삶의 여정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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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만연한 혐오표현 대응 어떻게

    외국인, 난민, 이민자, 성 소수자 등을 향한 증오와 혐오의 표현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특히 인터넷 문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가 발달한 초연결사회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사회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혐오표현의 해악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노출된다. 하지만 정작 혐오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기 때문에 논의를 제대로 진척시키고 문제를 극복하는 데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혐오는 전통적으로 인종, 민족, 종교, 성적 지향성 등에 근거해 폭력과 증오, 차별을 유발하는 모욕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한 국가의 사회 역사적 맥락과 특수성이 반영되며 좀 더 복잡해진다. 한국에서 혐오표현은 계층 간 증오, 여성, 성 소수자, 종북 세력 등을 향해 만연해 있다. 혐오표현은 증오 선동을 유발해 범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미디어케뮤니케이션 교수인 두 저자는 혐오표현의 학술적 정의부터 혐오표현과 관련한 선행 연구들을 되짚으면서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를 체계적고 정치한 방식으로 진전시켜 나간다. 혐오표현과 관련해 쟁점으로 떠오른 모욕죄의 성립과 판례들을 살피고 해외의 혐오표현 대응 사례를 소개한다. 계층 간 대립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다룬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위험성으로 인해 논의되기 쉽지 않은 법적 규제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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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족발 신발, 아이비도 반했다… 패피들의 필수템

    수지도 신고 아이비도 신었다는 그 신발. 앞코가 양쪽으로 갈라져 일명 ‘족발 신발’ ‘말발굽 신발’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 별난 디자인의 신발이 요즘 화제다. 처음 보면 적잖게 당황스러운 비주얼이지만 패션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이들이라면 차별화된 스타일의 완성을 위해 눈독 들이는 ‘패피 필수템’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추세다. 이 신발은 앞코가 양쪽으로 분리돼 있다고 해서 ‘스플릿 토’라고도 하고, 일본의 전통 버선인 다비(足袋)와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타비 슈즈’라고도 부른다. 세계 패션계의 복고 열풍 속에 타비도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타비 슈즈의 유래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비 슈즈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1989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일본식 버선에서 얻은 모티브를 미니멀하고 아방가르드하게 재해석한 결과물로 당시 패션계에 충격을 줬다. 앞코가 갈라진 말발굽 모양은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돼 이후 부츠, 플랫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부 마니아 외에는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것이 사실. ‘족발 슈즈’ 인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셀럽들이 애장템이라며 신고 나오면서부터다. 메종 마르지엘라를 공식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SI) 측은 “양준일 등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최애템’이라며 신는 빈도가 늘면서 올 들어 인기가 더 뜨거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데일리 패션’을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품절되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배우 차정원은 타비 마니아다. 나이키의 타비 스니커즈부터 메종 마르지엘라 타비 플랫까지 다양한 타비를 매치한 일상 패션을 선보이면서 일명 ‘차정원 신발’로 젊은 여성들에게 화제가 됐다. 직구 사이트에서 ‘차정원 신발’을 구매했다며 인증하는 게시물이 많은데 독특한 앞코가 “귀엽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미국 일본 등의 직구 사이트에서는 나이키 에어리프트 같은 스플릿 토 사이즈가 금방 동나는 ‘타비 대란’이 일기도 했다. 일반적인 양말을 신고는 신을 수 없어서 전용 양말과 덧신이 따로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가수 아이비도 신발장을 공개하며 족발 신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앵클부츠에서부터 스니커즈, 플랫에 이르기까지 타비 슈즈도 다양했다. 아이비는 “옷을 심플하게 입을 때는 신발이 포인트가 돼준다”며 “미니스커트나 핫팬츠에 신으면 귀여워서 색깔별로 갖고 싶다”고 했다. “타비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이라고도 했다. 타비 슈즈는 전위적 감각이 극대화된 청키(chunky)한 부츠로도 애용되지만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발레리나슈즈나 스니커즈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엄지발가락이 분리되는 특유의 ‘토 디테일’을 살린 타비 샌들도 선보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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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지도 신고 아이비도 신었다는 ‘족발 신발’…별나지만 패피 필수템!

    수지도 신고 아이비도 신었다는 그 신발. 앞코가 양쪽으로 갈라져 일명 ‘족발 신발’ ‘말발굽 신발’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 별난 디자인의 신발이 요즘 화제다. 처음 보면 적잖게 당황스러운 비주얼이지만 패션에 관심 좀 있다하는 이들이라면 차별화된 스타일의 완성을 위해 눈독 들이는 ‘패피 필수템’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추세다. 이 신발은 앞코가 양쪽으로 분리돼 있다고 해서 ‘스플릿 토’라고도 하고 일본의 전통 버선인 타비[足袋]와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타비 슈즈’라고도 부른다. 세계 패션계의 복고 열풍 속에 타비도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타비 슈즈의 유래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비 슈즈는 프랑스 패션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1989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일본식 버선에서 얻은 모티브를 미니멀하고 아방가르드하게 재해석한 결과물로 당시 패션계에 충격을 줬다. 앞코가 갈라진 말발굽 문양은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돼 이후 부츠, 플랫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부 마니아 외에는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것이 사실. ‘족발 슈즈’ 인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셀럽들이 애장템이라며 신고 나오면서부터다. 메종 마르지엘라를 공식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SI) 측은 “양준일 등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최애템’이라며 신는 빈도가 늘면서 올 들어 인기가 더 뜨거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인스타그램에 ‘데일리 패션’을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품절되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배우 차정원은 타비 마니아다. 나이키의 타비 스니커즈부터 메종 마르지엘라 타비 플랫까지 다양한 타비를 매치한 일상 패션을 선보이면서 일명 ‘차정원 신발’로 젊은 여성들에게 화제가 됐다. 직구 사이트에서 ‘차정원 신발’을 구매했다며 인증하는 게시물이 많은데 독특한 앞코가 “귀엽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미국 일본 등의 직구 사이트에서는 나이키 에어리프트 같은 스플릿 토 사이즈가 금방 동나는 ‘타비 대란’이 일기도 했다. 일반적인 양말을 신고는 신을 수 없어서 전용 양말과 덧신이 따로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가수 아이비도 신발장을 공개하며 족발 신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앵클부츠에서부터 스니커즈, 플랫에 이르기까지 타비 슈즈도 다양했다. 아이비는 “옷을 심플하게 입을 때는 신발이 포인트가 돼준다”며 “미니스커트나 핫팬츠에 신으면 귀여워서 색깔별로 갖고 싶다”고 했다. “타비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이라고도 했다. 타비 슈즈는 전위적 감각이 극대화된 청키(chunky)한 부츠로도 애용되지만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발레리나슈즈나 스니커즈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엄지발가락이 분리되는 특유의 ‘토 디테일’을 살린 타비 샌들도 선보였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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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 “제멋대로 사는 철부지 연기하면서 저의 20대도 되돌아보게 되네요”

    “세상의 모든 자원, 사람의 마음과 사랑, 어쩌면 생명까지도 잠시 빌려온 게 아닐까요? 비단 월세 낼 돈이 없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결코 온전하게 소유할 수가 없는 거죠.” 다음 달 16일 무대에 오를 뮤지컬 ‘렌트’에서 클럽 댄서 ‘미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아이비(38)는 1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기자와 만나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그가 부르는 한 넘버의 가사처럼 가질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것도 결국 ‘오직 오늘뿐’인 것이다.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렌트’는 터부시되던 마약, 에이즈, 동성애 등의 서사를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혼합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1996년 초연됐고 국내에는 2000년 첫선을 보인 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지금도 쉽지 않은 이슈를 1990년대에 이미 선보였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그는 제어되지 않는 젊음의 충동과 중독, 방황을 소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출연진이 연습 첫날 가장 먼저 한 것도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을 두세 시간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서로 나누는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등장인물이 대부분 20대 초반이에요. 또래가 보면 멋질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봤을 땐 철없는 나이죠. 돈이 없다면서도 돈 벌 노력은 전혀 안 하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마음대로 살아요. 그런데 우리도 그랬어요. 시대가 달라져도 ‘젊음의 아이러니’는 비슷한 거죠. 그 덕분에 순수한 열정이 있던 시절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나는 뭘 위해 사나 질문해 보기도 해요.” 에이즈에 걸린 클럽 댄서 미미는 파격적이고 섹시한 역할이라 “미미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지금껏 많이 들었다. 그는 “섹시한 역할이야 많이 해봐서 ‘생활’인데(웃음) 약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는 10대의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과격한 안무가 많은 탓에 그의 다리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많았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가는 ‘송 스루(Song through) 작품’도 처음이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연습에 몰두 중이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이 많아 체중 조절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연초 공연했던 ‘아이다’의 지방 공연이 무산돼 너무 아쉬웠다”며 “최근 상황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힘든 시기에 좋은 공연이 더 큰 메시지와 위안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시대’ ‘지금 여기’에 여러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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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나라는 그리스도교 국가였다

    신앙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과 복음 전파의 역사는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주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현재 중국의 그리스도교인은 (당국의 통제와 관리하에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2배인 1억 명에 달할 뿐 아니라 이미 당나라 때 실크로드를 따라 그리스도교가 전파돼 융성했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책은 당, 송, 원, 명, 청에 걸친 중국 5대 제국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던 그리스도교의 전파 과정을 여러 사료와 답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복원해 냈다. 당나라 시대 그리스도교는 황실의 국가 공인 종교였다. 그 사실은 당의 수도였던 장안에 1000기 넘게 묻혀 있던 비석 ‘대진경교유행중국비’가 청나라 시절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실크로드를 따라서 동방교회 소속 시리아인 올로푼 일행의 선교 여행이 시작됐다. 635년 당 태종은 그들을 영접하고 호의를 표했으며 선교 의사를 전한 그들이 성경을 번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화와 신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과 유불도 삼교의 융합이 이뤄지던 중국 문명의 역사적 만남”이 시작된 장면이다. ‘경교’로 불렸던 그리스도교는 50년 정도 번성했으나 당나라 무종의 종교 탄압, 선종의 숭불 정책 등으로 급격히 약화됐다. 몽골인과 색목인(이주한 상인 세력, 서구인 등)이 지배층을 형성했던 원나라 때 이르러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경교는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후 청나라의 개항과 근대화로 중국판 사도행전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고 상하이에서 번성한 서양의 과학문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가 정착된다. 격동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겪으며 빈민 구제, 의료 활동과 교육, 선교에 일생을 바친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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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는 층층이 쌓인 입체적 존재… 한국사회 단면 압축”

    《늘 주변 어딘가에 있는 친숙한 존재,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주목받거나 이해받지 못했던 우리들의 할머니.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각종 문학상을 휩쓰는 여성 작가 6명이 ‘할머니’를 테마로 한 단편소설집 ‘나의 할머니에게’(다산책방)를 펴냈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이들 중 윤성희(47) 손보미(40) 백수린(38) 작가를 만났다. 청탁이 쏟아지는 인기 작가들이지만 (소설집) 제안이 왔을 때 다들 흔쾌히 응했다. 할머니란 테마가 가진 무한한 매력 때문이었다.》 ―할머니란 대상이 특별히 흥미로웠던 이유는 뭘까. ▽윤성희=할머니는 10대부터 60대까지의 특징이 층층이 쌓여있어 재미있는 존재다. 늙은 것이 아니라 층과 격이 있는 것이다. 우울했다가 때론 귀엽기도 하고 여러모로 입체적이지 않나. ▽손보미=색다른 관점에서 여성에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백수린=맞다. 여성 작가가 할머니의 관점에서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을 쓴다는 건 의미가 있다. 할머니라고 하면 보통 희생을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은 할머니를 재현해보고 싶기도 했다. 작품에는 각 작가의 개성이 묻어난다. 친할머니 외할머니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손주는 없으면서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이들도 나온다. 윤 작가는 복지회관에서 아쿠아로빅을 하며 장성한 자녀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평범한 주부의 일상(‘어제 꾼 꿈’)을 아기자기하게 그렸다. 백 작가는 우아한 할머니의 낭만적인 추억(‘흑설탕 캔디’)을, 손 작가는 권위적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계층 문제(‘위대한 유산’)를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 윤 작가가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자기처럼 썼는지”라고 하자 작가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동의했다. ―각자의 소설 속 할머니가 정말 다른데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읽었나. ▽윤=다들 잘 썼더라. 귀여운 할머니의 연애소설도 누군가 쓰겠지 했더니 백 작가 작품이 있었고, 고택에 홀로 남은 할머니와 그의 이상한 자부심 같은 것도 욕심나는 이야깃거리였는데 손 작가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살려서 썼다. 써보고 싶지만 내가 잘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라서 더 재밌게 읽었다. ▽손=윤 선배의 소설에 ‘나도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대목이 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내 소설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같은 대사가 다르게 읽힐 수 있어 재밌었다. 백 작가 소설도 그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몽글몽글한 작품이다. ―작가들의 할머니는 어떤 분이고 소설에는 어떻게 반영됐나. ▽윤=할머니와 가까웠는데도 돌아가실 때까지 이름을 몰랐다. 참 당황스러워 주변에 물어보니 우리 세대에겐 의외로 그런 기억이 많더라. 외가에 가도 외할아버지는 문패가 있으니 보는데 외할머니는 장례식장에서야 이름을 처음 보는 것이다. ▽백=워킹맘이셨던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가 날 키우셨다. 지금이야 조손(祖孫) 육아가 흔하지만 우리 땐 드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60대라면 젊은데 할머니가 정말 나이 드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양가의 할머니는 모두 제대로 배우지 못하셨다. 소설에선 많이 배운 할머니를 상상해서 만들어냈지만, 당신의 것을 내어주고 포기했다는 점에서 결국 우리 할머니와 많이 연결된다고 느꼈다. 각자가 기억하는 할머니에 대한 수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화투점을 봐주시고 민화투를 함께 치던 할머니, 여름방학마다 찾았던 할머니의 편안하고 따뜻한 품, 혹은 양육을 짊어지고 너무 빨리 할머니가 돼버린 분들. 작가들은 할머니를 회상하면서 “할머니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곁에 있지만 이름이 지워졌던 그들의 삶이 그 무엇보다 더 소설적이라고 말이다. 백 작가는 ‘유연한 할머니’, 윤 작가는 ‘너무 진지하지 않은 귀여운 할머니’, 손 작가는 ‘전력을 다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단다. 백 작가는 “작가들이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할머니를 만나면서 독자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할머니의 모습을 찾아본다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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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김숨 “낯선 땅에 버려진 그들의 아픔 함께 나누고 싶었죠”

    화장실도, 깨끗한 물도, 제대로 된 자리도 없는 화물칸 바닥. 끝없는 땅 위를 내달리는 그곳에 영문도 모르고 태워진 이들은 밤낮도 구분할 수 없는 어둠 가운데 막막함과 두려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아이와 함께 러시아인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갓 낳은 아기를 안고 탄 부부, 배가 불러온 임신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모두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에 모여 살다 소비에트 경찰의 명령에 따라 갑작스레 이주 통보를 받은 조선인이다. 찌든 냄새에 잔소음만으로 가득한 어둠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우린 들개가 되는 건가요? …우릴 버리러 가는 거잖아요.” 소설가 김숨 씨(46)가 2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떠도는 땅’(은행나무)은 가축을 실어 나르는 열악한 화물칸에 욱여진 채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옛 소련의 고려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출발은 한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캄차카에 노무자로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본 오래된 사진 한 장이었다. “백발노인이 먼 곳을 바라보는 뒷모습이었는데 그때 어딘가로 갔다 평생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왔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 인생의 굴곡이 있겠지만 자신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 없이 그런 삶을 살게 되는 이들이 있잖아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한 명’ ‘흐르는 편지’같이 역사의 질곡에 희생된 이들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서도 고증에 힘을 썼다. 작가는 “고려인 이주에 대한 사료가 충분하지 않고 특히 집중했던 열차 안에서의 상황에 대한 증언은 한두 줄에 불과했기 때문에 다양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소설 속 상황을 구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머릿속에서 이들이 이주 전 살던 신안촌 골목 풍경이 훤히 그려질 때까지 연구한 끝에 열차 안 장면이 소설적 상상력으로 탄생했다. 그 과정을 통해 탈선 사고로 동족의 처참한 비극을 목도하게 된 충격에서부터 피붙이를 잃고도 역병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 여행 도중 열차에서 떨어지거나 사고로 죽는 이들의 꿈과 환상이 생생히 되살아나게 됐다. 방대한 서사를 다루면서도 등장인물들 사연이 화물열차 한 칸이란 무대에 집약돼 극적 긴장과 몰입도가 높다. 그는 “연극적인 설정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고려인 이야기를 쓰고자 했을 때도 그들이 하염없이 어디론가 가는 열차 안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쓰는 동안 감정이 이입돼 울컥할 때가 많았다는 작가의 회상처럼 객차 안에서 응집력 있게 펼쳐지는 수많은 서사는 마음을 먹먹히 울린다. 삶의 기반인 땅이 통째로 흔들리는 고통 가운데서도 살아남은 고려인들은 낯설고 척박한 땅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일군다. 그들이 뿌리 내리고 무성히 자랄 그곳은 아마도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 독자들이 함께 일구어 갈 이해와 연대의 땅이기도 할 것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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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종말을 앞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소설은 쥐덫에 걸린 요정 데르긴을 시하가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데르긴은 종말을 앞둔 인류 앞에 나타난 섬망(섬妄), 환각의 환상종이다. 인류는 이미 폐허가 돼 버린 세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 데르긴의 등장은 실제로 인류가 곧 멸망하리란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데르긴이 출연했음에도 시하가 몰래 마음에 품고 있는 칸타는 남아있는 인류의 역사를 목격하고 기록하겠다며 모험을 떠난다. 인류 부활의 꿈을 꾸며 전쟁까지 불사하는 인간 종족이 모인 ‘마트’란 곳이다. 칸타의 안위가 걱정된 시하는 데르긴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선다. 한국 판타지 소설의 ‘대부’ 이영도 작가가 내놓은 신작. 종말을 앞둔 세계를 그의 판타지 문법으로 치밀하게 창조해 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음을 앞둔 인류의 섬망이 불러낸 환상종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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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찍발랄한 일러스트로… 명품 브랜드, 고객을 응원하다

    최근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귀엽고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코로나19 시대’에 위안과 연대의 메시지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화려한 런웨이 사진이나 화보로 가득했던 명품 브랜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에르메스는 프랑스 그림책 작가인 알리스 샤뱅과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추천하는 일러스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말(馬)이 유니콘처럼 귀엽게 등장해서 함께 요가를 하거나 화상으로 수다를 떨고,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책을 읽는다. 에르메스는 이 일러스트에 ‘#책벌레들의 연대’ ‘#고전 따라잡기’같이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선뜻 연상하기 어려운 해시태그를 함께 달면서 알찬 ‘집콕’(집에만 콕 박혀 있는) 생활을 응원한다. 디오르는 디오르 주얼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연이어 공개했다. 카스텔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을 피해 집에서 머무는 다양한 방법을 자신과 창립자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캐릭터화해서 귀엽게 표현했다. 집에서 느긋하게 ‘디오르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고 정원을 가꾼다. 거실에서 운동하면서 ‘집에 머무는 것이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활기찬 집콕 생활도 독려한다. SNS 구독자들은 ‘예쁘면서도 패셔너블한 영감을 준다’며 호응했다. 마크제이콥스는 아예 인스타그램에서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드론 투게더(drawn together)’ 수업을 3월 말부터 시작했다. 격리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활력을 더해주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니 월턴 등 패션계 유명 아티스트가 자택 생활을 공개하고 스케치 팁과 기술을 전수한다. 참여한 구독자는 자신이 직접 따라서 그려본 일러스트를 인스타에 인증해서 올린다. 명품 브랜드들이 친근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비자와의 진정성 있는 접점을 찾는 일이 당면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패션쇼가 중단되고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으며 물류가 멈춘 상황에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유지하려면 이들과의 연대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명품 브랜드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일러스트 시리즈뿐만 아니라 음악, 요리를 비롯한 다방면의 콘텐츠가 올라온다. 랄프 로렌은 홈메이드 요리 레시피를 올리고, 로에베는 공방(工房) 장인들이 직접 작업실을 공개한다. 경제 전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명품 담당 대표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노멀이 어떤 모습일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는 분명히 더 건강과 환경에 예민하게 바뀔 것이며, 오프라인에서 디지털과 온라인으로의 이동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FT는 “패션 브랜드들이 고가의 화려한 런웨이만으로 가능했던 컬렉션 홍보 시스템을 바꿀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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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이별… ‘진짜 나’를 찾아가는 탐색의 여정

    ‘진짜 나’를 찾아가는 동안 맞닥뜨리는 상실과 좌절, 사랑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다룬 두 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김봉곤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문학동네)과 김병운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민음사)다. 김봉곤 작가는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통해 국내 문단에서 생소하던 퀴어문학을 섬세하고 감수성 넘치는 문장으로 그려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첫사랑, 첫 연애, 첫 키스의 순간들을 날카롭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표제작인 ‘시절과 기분’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자친구 혜인과 재회하게 된 일을 다룬다. 혜인에게만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직접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만난 뒤에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혜인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었으며, 지금 찾았다고 믿는 새로운 나는 누구일까. 혼란 가운데서 ‘나’는 “뛰는 심장의 무늬를 구별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소설집 수록작들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용기를 내야만, 결단을 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탐색의 여정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는 국민 연하남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 공상표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마주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치열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그려냈다. 원치 않는 배역을 기계적으로 연기하고, 가족과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며 성(性) 정체성 문제에 깊이 갈등한다. 작가는 간결하고 드라이하게 그가 용기를 내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는 한 배우의 삶을 통해 타인을 억압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함께 되돌아보게 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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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낮의 연애’ 김금희, 11년 만에 첫 산문집

    “플라스틱 앉은뱅이 의자에 앉으면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발코니의 순한 잎들, 그리고 들려오는 춤, 기억, 꿈, 지시, 나무, 눈, 귤, 찬물로 만 국수와 안녕안녕 같은 말들. 그렇게 일렁이는 말들이 마음의 안팎으로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오후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서문 ‘안팎의 말들’) ‘너무 한낮의 연애’ 등의 서정적 작품으로 주목받은 소설가 김금희가 11년 만에 선보이는 첫 산문집. 서문에서의 언급처럼, 마음의 안팎으로 일렁이는 여러 기억과 추억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며 빚어낸 듯한 따뜻한 산문들이 수록됐다.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귤에 관한 기억, 가족과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부터 소설 창작 과정과 작업 중의 상념, 작가로서 바라본 사회의 풍경에 관한 짧은 기록이 다양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작가의 목소리를 좀 더 내밀하고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산문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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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하 시인 “울면서 쓴 시” 중간중간 유머로 밀당

    “유월의 제주/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중에서) 등단한 지 2년 만에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문학동네)를 펴낸 이원하 시인(31)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작품으로 등단 이후 줄곧 주목받아온 데다 첫 시집에 대한 반응 속도도 심상치 않다. 출간 일주일 만에 3쇄를 찍었고 지난달 27일 현재 벌써 4쇄에 들어갔다. 실제로 시집을 펼치면 ‘바짝 다가오라’는 시인의 주문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잔잔해서 결이 없으니 바다가 몇 장인지 어떻게 셀까요’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처럼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넘친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원래 문학을 배운 적도, 특별히 시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다”고 했다. 미용보조로 잠시 일했고 단역배우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산문을 써보고 싶어 여행산문아카데미에 등록했는데 여러 사람에게서 ‘시를 쓰는 게 낫겠다’는 조언을 받았다. 그중에 이병률 시인이 있었다. 등단작이자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정작 “시 같지 않아서 자신이 없던 작품”인데 이병률 시인이 ‘네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격려해줘 용기를 냈단다. 시집에 담긴 시들은 모두 ‘시인이 돼야겠다’고 작심하고 제주에서 2년을 보내며 썼다. 혼자인 외로움, 고립감이 제주 정취 속에서 세밀하게 그려지는데 중간중간 재치 있는 유머가 ‘밀당’을 한다. 그는 “울면서 쓴 시들이지만 읽는 분들이 슬퍼지면 안 되기 때문에 유머를 넣었다”며 웃어 보였다. 곧 제주에서 보낸 시작기(詩作記)도 산문집으로 나온다. 시인은 지난해부터 경기도로 다시 올라왔다. 제주에서 등단했고 시를 썼지만 ‘제주 시인’이란 도식에 갇히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는 “제주에 있는 동안 여행보다는 정착이 더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낯선 곳에 일정 기간 머무는 고독한 상태에서 시가 가장 잘 써졌다”고 말했다. 일상적 대화로 언어를 허비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계속 말을 걸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또 한 번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던질 준비를 마쳤다. 다음 행선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어감이 왠지 귀엽고 고급스러워서”란다. 그곳에서 두 번째 시집에 엮을 시와 산문집을 함께 쓸 계획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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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발의 기품 그레이스 그레이… 스타일링도 편하다

    우아한 그레이, 편안한 은색, 혹은 플래티넘 블론드처럼 환한 황금빛. 한때 반갑지 않은 노화의 상징이나 자기관리 소홀로 여겨졌던 흰머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를 당당하게 수용한 이들의 자신감과 매력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최근 패션 인플루언서 중에서는 그레이 헤어인 노년층이 많다.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 씨(68)가 대표적이다. 보이시하게 쇼트커트 한 흰머리에 안경을 낀 할머니이지만 해박한 패션 상식과 스타일링 팁 영상은 조회수가 많게는 296만 건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멋지고 기품 있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흰머리를 그대로 살린 실버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도 젊은층에게 힙한 롤모델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레이 헤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이들의 예찬론과 스타일링 팁을 담은 ‘고잉 그레이’란 책도 나왔다. 이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그레이 헤어라는 선택’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흰머리 염색을 포기한 후 패션 인플루언서가 된 화가 오금숙 씨는 이 책의 특별기고에서 “그레이 헤어가 되자 왠지 색다른 분위기의 새 옷을 입은 것 같았다”며 “신기하게도 그 후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려서 SNS에 패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호응이 높아져 입소문이 퍼진 뒤에야 그레이 헤어가 하나의 패션이고 개성의 표현이란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는 것. 세계적으로도 그레이 헤어에 도전한 후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18만 명을 거느린 ‘그롬브레(grombre)’는 흰머리를 기르는 각국 여성의 사진과 경험담을 공유한다. 길게는 수십 년간 반복하던 염색을 중단하고 뿌리부터 점차 하얗게 자라가는 머리를 받아들인 수많은 여성이 염색의 부작용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얼마나 자유롭고 건강해졌는지를 나눈다. ‘#그레이헤어’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팅은 210만 개, ‘#실버헤어’는 180만 개에 이른다. ‘흰머리 신경 쓰지 않기’ ‘그레이 헤어 운동’ ‘실버 여행’ 등의 검색어도 함께 인기다. 그레이 헤어 자체가 패션 아이콘이 되면서 어떤 옷을 택해도 멋스럽게 연출하는 방식이 한층 쉬워졌다. 중후한 옷차림만 고집할 필요도 없고 굳이 젊어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데님 롱스커트와 화이트 캔버스에 에코백을 매치하거나 화려한 프린트셔츠에 흰 바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그레이 헤어일 때 더욱 빛이 난다. 화려한 컬러와 과감한 액세서리도 밝은 머리색과 만나 중화되거나 조화를 이뤄 한층 멋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올 블랙의 평이한 캐주얼도 흰머리와 만나면 신선한 매력을 준다. 캐주얼한 가방이나 신발, 레드 립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흰머리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러 머리를 하얗게 염색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연예인이나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에서는 애시그레이, 실버블론드나 실버아이스같이 밝은 회색이나 은발 느낌의 염색이 덩달아 유행 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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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머리 위상이 달라졌다 “어떤 옷도 잘 어울려”…패션이 된 그레이 헤어

    우아한 그레이, 편안한 은색, 혹은 플래티넘 블론드처럼 환한 황금빛. 한때 반갑지 않은 노화의 상징이나 자기관리 소홀로 여겨졌던 흰머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를 당당하게 수용한 이들의 자신감과 매력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최근 패션 인플루언서 중에서는 그레이 헤어인 노년층이 많다.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 씨(68)가 대표적이다. 보이시하게 쇼트 컷한 흰머리에 안경을 낀 할머니이지만 해박한 패션 상식과 스타일링 팁 영상은 조회수가 많게는 296만 건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멋지고 기품 있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흰머리를 그대로 살린 실버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도 젊은 층에게 힙한 롤모델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레이 헤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이들의 예찬론과 스타일링 팁을 담은 ‘고잉 그레이’란 책도 나왔다. 이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그레이 헤어라는 선택’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흰머리 염색을 포기한 후 패션 인플루언서가 된 화가 오금숙 씨는 이 책의 특별기고에서 “그레이 헤어가 되자 왠지 색다른 분위기의 새 옷을 입은 것 같았다”며 “신기하게도 그 후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려서 SNS에 패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호응이 높아져 입소문이 퍼진 뒤에야 그레이 헤어가 하나의 패션이고 개성의 표현이란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는 것. 세계적으로도 그레이 헤어에 도전한 후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8만 명을 거느린 ‘그롬브레(grombre)’는 흰머리를 기르는 각국 여성의 사진과 경험담을 공유한다. 길게는 수십 년간 반복하던 염색을 중단하고 뿌리부터 점차 하얗게 자라가는 머리를 받아들인 수많은 여성이 염색의 부작용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얼마나 자유롭고 건강해졌는지를 나눈다. ‘#그레이헤어’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팅은 210만 개, ‘#실버헤어’는 180만 개에 이른다. ‘흰머리 신경 쓰지 않기’ ‘그레이 헤어 운동’ ‘실버 여행’등의 검색어도 함께 인기다. 그레이 헤어 자체가 패션 아이콘이 되면서 어떤 옷을 택해도 멋스럽게 연출하는 방식이 한층 쉬워졌다. 중후한 옷차림만 고집할 필요도 없고 굳이 젊어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데님 롱스커트와 화이트 캔버스에 에코백을 매치하거나 화려한 프린트셔츠에 흰 바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그레이 헤어일 때 더욱 빛이 난다. 화려한 컬러와 과감한 액세서리도 밝은 머리색과 만나 중화되거나 조화를 이뤄 한층 멋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올 블랙의 평이한 캐주얼도 흰머리와 만나면 신선한 매력을 준다. 캐주얼한 가방이나 신발, 레드 립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흰머리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러 머리를 하얗게 염색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연예인이나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에서는 애쉬그레이, 실버블론드나 실버아이스 같이 밝은 회색이나 은발 느낌의 염색이 덩달아 유행 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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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넷플릭스의 이름이 ‘시네마센터’였다면?

    넷플릭스의 이름이 하마터면 ‘시네마센터’가 될 뻔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가 창업 초기 겪은 시행착오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알려진 대로 넷플릭스는 원래 DVD 우편 판매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이가 바로 저자다. 우편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에 관심이 많던 그가 DVD를 떠올렸고 리드 헤이스팅스가 동의했다. 회사 이름 후보로는 ‘넷픽스’ ‘나우쇼잉’ ‘씬원’ 등 별별 이름이 다 나왔다. ‘시네마센터’로 한때 기울었지만 최종 낙점은 어감이 애매해 고민했던 ‘넷플릭스’. 적자로 인해 아마존에 매각을 고려했던 일화나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위기, DVD 대여로 방향을 전환한 후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업체로 첫발을 떼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기 전까지의 일화들이 담겼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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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진부한 이야기는 집어치워”

    2008년 46세에 타계한 미국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의 세밀한 관찰력과 기민한 감각, 냉소주의적 유머가 돋보이는 산문을 엮었다. 잡지사로부터 미국 중부에 있는 일리노이 축제 현장을 취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쓴 르포부터 존 업다이크 소설 비평,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촬영현장 탐방기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다채롭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세상을 한 번 틀어서 관찰하고, 거침없이 냉소적인 문장으로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기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업다이크의 소설 ‘시간의 종말을 향하여’를 가혹하게 비평한 ‘무엇이 종말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종말인 것만은 분명한’에서 저자는 전후 미국 소설을 지배했던 남성 나르시시스트의 세계에 종언을 고한다. 대작가 업다이크의 최근작을 관통하는 진부한 세계관과 자기복제, 게으른 혁신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벤 턴불(주인공)이 불행하다는 사실은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명백하다. 그러나 그가 불행한 이유는 그가 개자식이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는 이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수학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열망을 자극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는 소위 ‘수학 멜로드라마’가 얼마나 형편없는 전형성과 수학적 무지를 드러내는지를 지적한 ‘수사학과 수학 멜로드라마’ 역시 흥미롭다.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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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제는 더 좁게, 내용은 더 깊게

    음식 종류나 특정 단어같이 주제와 내용을 작고 사소한 것으로 좁히되 내용은 더 깊게 파고드는 ‘정밀 취향’ 에세이 시리즈가 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메모, 요가, 순정만화 등 특정 분야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온 말)들의 에세이집 ‘아무튼 시리즈’가 28권까지 나오며 큰 인기를 끌자 분야를 더 좁혀 차별화한 기획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 ‘세미콜론 ‘띵’ 시리즈’는 살면서 마주한 음식 이야기만 모은 에세이집 시리즈다. 첫 책은 조식(朝食)을 주제로 했다. 여행지 호텔에서 먹는 조식, 소풍날 할머니가 싸준 김밥, 취재지에서 먹은 국밥 등 일상의 다양한 곳에서 등장했던 아침밥을 회상하며 감상을 풀어낸다. 해장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책은 제목도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만화계에서 애주가로 이름난 작가 ‘미깡’이 설렁탕, 고사리육개장, 커피, 햄버거 등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해소를 위해 먹게 되는 음식에 관해 썼다. 이 작품들은 반응도 좋아서 출간되자마자 2쇄를 찍었다. 야채, 평양냉면, 짜장면, 직장인 점심 등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근간도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 시간의흐름은 ‘말들의 흐름’이라는 에세이 시리즈를 내놨다. ‘끝말잇기’를 테마로 특정 단어와 저자의 특별한 일화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책은 소설가 정은이 ‘커피와 담배’로 썼다. 작가이자 바리스타인 저자가 커피와 얽힌 일화들을 풀어놓는다. 서평가인 금정연 씨가 ‘담배와 영화’로 바통을 이어받고, 뒤이어 소설가 정지돈 씨는 ‘영화와 시’를 주제로 글을 풀어낸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시리즈가 연이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에세이 시장의 부흥과 함께 관심사를 좁혀 타깃 독자층을 명확히 한 작품이 각광받는 새로운 트렌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지향 세미콜론 차장은 “취향이란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라며 “개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에 대한 높은 관심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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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학100년 연재 요청받고 바뀐 인생… 세상이 놀랄 ‘전봉준 평전’ 내놓을 것”

    소설가이자 역사학자인 송우혜 씨(73)는 역사적 사실에 전문적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해 ‘윤동주 평전’ ‘마지막 황태자’ 같은 굵직한 평전이나 역사소설을 주로 써왔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그가 천착해온 중요한 소설적 주제였다. 그런 그에게 동아일보는 1980년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으로 작가의 첫발을 뗄 수 있게 해줬을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 고증한 힘 있는 역사소설을 발표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1993년 11월 당시 동아일보 문화부장에게서 이듬해 동학(東學) 100주년을 맞아 기획물 연재를 제안 받은 것이 계기였다. “세상적인 성공이나 관심보다는 ‘쓰고 싶은 걸 쓰자’는 것이 작가로서 지켜온 소신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음 해 신년호부터 ‘동학 100년’을 연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겁니다. 처음에는 ‘나는 동학을 모른다’고 손사래 치며 거절했죠.” 사실 그전에 전문 역사서를 읽으며 동학을 공부해본 적도 있었지만 그에게 납득되지 않는 영역이 많았다. 예를 들어 동학 2차 기의(起義) 때 수만의 신도를 거느린 대접주 김개남과 손화중이 왜 백면서생인 전봉준의 수하에 들어갔는지 같은 핵심 문제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 하지만 “선생이라면 할 수 있다”고 전적으로 신뢰하는 동아일보의 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직접 연구해서 내 것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연재를 맡았다. 곧 지옥이 시작됐다. 동학을 다룬 기존 서적들을 맹렬히 찾아 읽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해결의 실마리를 경기 과천시에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찾았다. “국사편찬위에서 동학운동 전후의 1차 사료를 구해 읽으면서 동학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 기밀문서인 정보보고서, 동학이 일어나고 퍼진 지역 조선인의 체험 기록 등 당대 사료들 안에 동학의 실상이 눈부시도록 생생하게 살아 있었거든요.” 그는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찾아 읽으며 공부했다. 그리고 전봉준이라는 영웅의 진정한 위대함을 발견하고 깊이 전율했고 행복함을 느꼈다. 그렇게 1994년 1월 1일부터 시작한 ‘근대화 1세기 특집 동학 100년’ 연재는 ‘동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연재를 마치고 나자 오히려 아쉬움이 찾아왔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위대하고 장렬한 역사가 그토록 초라한 그늘에 묻혀 있었던가’ 싶어서였다. 작가로서 새로운 목표와 사명감이 싹텄다. 전봉준에게 매혹된 송 씨는 ‘세상에 그를 제대로 알릴 평전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정식으로 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치열하게 고증하고 연구해 쓴 글이 ‘소설가의 소설’ 정도로 치부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는 2003년 이화여대 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2009년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오직 독자에게 전봉준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일’이었다. 건강이 나빠진 데다 먼저 시작한 다른 작업에 쫓기며 아직 완성하지 못했지만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전봉준 평전을 내놓는 것은 여전히 그의 일생의 숙제다. 그는 “정말 자랑스러운 이 영웅을 제대로 평가하고 조명하는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열렬하며 꼭 그렇게 하겠다”며 “내 인생에 이 결정적인 꿈을 심어준 동아일보가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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