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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파산에 내몰린 그리스의 몸값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급등하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그리스를 지정학적 안보를 이유로 이전보다 오히려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한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을 가장 반기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그리스를 향해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EU와 유로존 탈퇴를 부추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강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그리스를 통과하는 천연가스관 설치와 러시아 기업의 그리스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의 미끼를 던졌다. 모두 그리스의 일자리와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러시아가 그리스에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균열을 꾀하고 이 틈을 타 영향력 확대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국교가 동방정교회로 러시아와 같다. 만일 그리스를 NATO에서 빼낸다면 러시아의 영향력은 남부 유럽까지 확대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냉전 시절부터 그리스 내 미군 기지는 소련의 팽창을 막는 보루 역할을 담당했었다. 중국도 그리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일 중국이 최대 교역상대인 유럽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증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스 사태에 해결사로 개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에 금융 파워를 확장하는 중국이 대형 인프라 투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개발계획) 프로젝트를 해운(海運) 강국인 그리스에서 실현하는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와 중국이 손을 잡으면 중국은 유럽으로 들어가는 창구를 갖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그리스 위기를 ‘유럽의 문제’라며 방관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주요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리스가 EU에 잔류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6일 그리스에서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도록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놓고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가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 전선이 발칸 반도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와 가까운 중동의 안보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중국이 지중해까지 진출하는 상황도 좌시할 수 없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EU, NATO에서 탈퇴한다면 지중해 안보가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7일 주요 외신들은 ‘유로존과 EU가 붕괴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려 한다’고 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경제적 파산에 내몰린 그리스의 몸값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급등하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지정학적 강점을 가진 그리스를 지정학적 안보를 이유로 이전보다 오히려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한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을 가장 반기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그리스를 향해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를 부추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강한 지지의사를 밝히며 그리스를 통과하는 천연가스관 설치와 러시아 기업의 그리스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의 미끼를 던졌다. 모두 그리스의 일자리와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러시아가 그리스에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균열을 꾀하고 이틈을 타 영향력 확대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국교가 동방정교회로 러시아와 같다. 만일 그리스를 NATO에서 빼낸다면 러시아의 영향력은 남부 유럽까지 확대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냉전 시절부터 그리스 내 미군 기지는 소련의 팽창을 막는 보루 역할을 담당했었다. 중국도 그리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일 중국이 최대 교역상대인 유럽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증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스 사태에 해결사로 개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에 금융 파워를 확장하는 중국이 대형 인프라 투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개발계획) 프로젝트를 해운(海運) 강국인 그리스에서 실현하는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와 중국이 손을 잡으면 중국은 유럽으로 들어가는 창구를 갖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그리스 위기를 ‘유럽의 문제’라며 방관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주요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리스가 EU에 잔류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6일 그리스에서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도록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놓고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가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 전선이 발칸반도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와 가까운 중동의 안보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중국이 지중해까지 진출하는 상황도 좌시할 수 없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EU, NATO에서 탈퇴한다면 지중해 안보가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7일 주요 외신들은 ‘유로존과 EU가 붕괴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려고 한다’고 전했다.이유종기자 pen@donga.com}
그리스 사태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까지 흔들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메르켈이 어떻게 그리스와 유럽에서 실패했나’라는 제목으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지 못했다. 그의 무능은 그리스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며 매섭게 몰아세웠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독일이 그리스의 해법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독일 총리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는 방임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이런 리더십은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때는 효과적이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처럼 극단적인 사람에게는 한계를 드러낸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에서 경제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시장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긴축예산 등을 주장했고 이런 방법으로 적절하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에선 이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았다. 채권자의 요구는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했다. 복지 혜택에 익숙한 그리스에서 고통을 요구하는 해법은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메르켈 총리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으나 국내에서 하던 방식대로 부드럽게 문제를 풀려고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는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 그리스에 안전한 유로존의 길을 제시할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가 위기 해결의 전면에 적극 나서지 않고 보좌진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문가 집단 뒤에 숨어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슈피겔은 “그리스의 위기는 리더십과 계획을 요구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어느 것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뒤에 숨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에게 유럽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강한 확신 등 유럽 대륙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태양광에너지만 사용한 비행기가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날아 태평양의 하와이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조종사 혼자 가장 오랫동안 비행한 기록도 남겼다. 3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양광에너지 비행기 ‘솔라임펄스2’가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 공항에서 이륙해 3일 오전 6시 하와이 호놀룰루 외곽 칼라엘로아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시간은 117시간 51분, 비행거리는 5079마일(약 8200km)이다. 이 비행기는 2006년 미국인 스티브 포셋이 세운 76시간의 최장 논스톱 단독비행의 기록도 바꿨다. 솔라임펄스2 조종은 스위스의 태양광항공기 제작사인 솔라임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앙드레 보르슈베르그(62·사진)가 했다. 그는 한 평 남짓한 조종실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비행기를 몰았다. 온도와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도 없어 37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도 참아야 했다. 나고야∼하와이 구간은 태평양 상공이라 비상착륙이 불가능한 난코스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보르슈베르그는 트위터에 “하루 20분씩 낮잠을 자고 최장 45분 동안 요가를 했다. 요가는 마음을 가다듬는 데 아주 효과적이며 큰 버팀목이 됐다”고 밝혔다. 솔라임펄스2는 재생에너지와 혁신의 중요성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솔라임펄스가 2002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비행기 제작에만 1억 달러(약 1123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다. 날개에 부착된 1만7000개의 태양광전지판에서 에너지를 얻어 프로펠러를 돌린다. 밤에는 낮에 저장한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했다. 탄소섬유로 제작한 기체는 무게가 2300kg으로 미니밴이나 소형 트럭 정도다. 시속 45km로 비행할 수 있다. 3일 오전 6시 무렵 칼라엘로아 공항에서는 취재진 등 200명이 보르슈베르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르슈베르그는 작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부동의 자세를 유지한 탓인지 착륙한 뒤 한 시간 정도 비행기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보르슈베르그는 “항공 및 재생에너지 역사에 기록적 순간”이라며 “이제 누구도 재생에너지가 불가능에 도전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임펄스2는 3월 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바틴 공항에서 이륙하며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개월 동안 12차례 이착륙을 하며 세계 일주를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기상악화 탓에 중국 난징(南京)∼하와이 구간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대신 일본에 1개월 정도 머물렀다. 하와이에 도착한 솔라임펄스2는 미국 피닉스를 거쳐 뉴욕으로 향한다. 이 구간은 보르슈베르그와 교대로 비행하는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가 조종간을 잡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태양열에너지만 사용한 비행기가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날아 태평양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조종사 혼자 가장 오랫동안 비행한 기록도 남겼다. 3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태양열에너지 비행기 ‘솔라임펄스2’가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공항에서 이륙해 3일 오전 6시 하와이 호놀룰루 외곽 칼렐루아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시간은 117시간 51분, 비행거리는 579마일(약 8200㎞)이다. 이 비행기는 2006년 미국인 스티브 포셋이 세운 76시간의 최장 논스톱 단독비행의 기록도 바꿨다. 솔라임펄스2 조종은 스위스의 태양열항공기 제작사인 솔라임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안드레 보르슈베르크(62)가 했다. 그는 한 평 남짓한 조종실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비행기를 몰았다. 온도와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도 없어 37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도 참아야 했다. 나고야~하와이 구간은 태평양 상공이라 비상착륙이 불가능한 난코스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보르슈베르크는 트위터에 “하루 20분씩 낮잠을 자고 최장 45분 동안 요가를 했다. 요가는 마음을 가다듬는데 아주 효과적이며 큰 버팀목이 됐다”고 밝혔다. 솔라임펄스2는 재생에너지와 혁신의 중요성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솔라임펄스가 2002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비행기 제작에만 1억 달러(약 1123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다.날개에 부착된 1만7000개의 태양열전지판에서 에너지를 얻어 프로펠러를 돌린다. 밤에는 낮에 저장한 태양열에너지를 사용했다. 탄소섬유로 제작한 기체는 무게가 2300㎏로 미니밴이나 소형트럭 정도다. 시속 45㎞로 비행할 수 있다. 3일 오전 6시 무렵 칼렐루아공항에서는 취재진 등 200명이 보르슈베르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솔라임펄스2는 별다른 소음을 내지 않고 착륙했다. 보르슈베르크는 작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부동의 자세를 유지한 탓인지 착륙한 뒤 한 시간정도 비행기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공항에서는 훌라공연단이 춤을 췄고 환영의 노래도 불렀다. 관세청 직원이 그에게 다가와 여권을 보자고 말했다. 환영 인파는 작은 스위스 국기를 흔들기도 했고 일부는 보르슈베르크와 환영의 악수를 하려고 했다. 보르슈베르크는 “항공 및 재생에너지 역사에 기록적 순간”이라며 “이제 누구도 재생에너지가 불가능에 도전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임펄스2는 3월 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알바틴공항에서 이륙하며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개월 동안 12차례 이착륙을 하며 세계 일주를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기상악화 탓에 중국 난징(南京)~하와이 구간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대신 일본에 약 1개월 정도 머물렀다. 하와이에 도착한 솔라임펄스2는 미국 피닉스를 거쳐 뉴욕으로 향한다. 이 구간은 보스버그와 교대로 비행하는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가 조종간을 잡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헨리 키신저는 국무장관 시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매일 만났는데, 같은 국무장관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나는 무엇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이 2009년 3∼9월 자신의 보좌관과 주고받은 e메일에는 초조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초짜 장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보좌관에게 ‘대통령 집무실에 자주 방문해서 조언해야 하는 게 올바른 국무장관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 같은 e메일은 미국 공화당의 요구에 따라 지난달 30일 미국 국무부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클린턴 전 장관의 e메일은 내년 1월까지 공개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자신만 빼놓고 다른 부처 장관들을 모아 국무회의를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09년 6월 e메일에서 보좌진에게 ‘국무회의를 한다고 라디오에서 보도하는데 사실이냐. 내가 안 가면 누굴 보내느냐’고 묻기도 했다. 사실 그 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일부 관료가 실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가 취소된 것도 모르고 백악관을 갔던 일도 드러났다. 그는 2009년 6월 12일 ‘10시 15분 회의에 도착했는데 회의가 없다고 한다’며 보좌진에게 물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세계 경제를 혼돈 속으로 빠뜨린 그리스 경제의 문제는 단일 통화인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와 무리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의 부작용이 겹쳐 발생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역대 정권들이 노동생산성이나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재정을 풀어 복지 수요를 충당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경제의 기초가 망가진 것이다. 그리스의 사례는 가파른 엔화 약세와 미진한 경제 구조개혁 등으로 안팎의 악재에 직면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도 구조개혁 실패하면 그리스 꼴” 경제력이 다른 나라들을 하나의 통화로 묶은 유로존 체제는 1999년 처음 출범했을 때만 해도 꽤 성공적인 실험인 듯했다. 회원국들이 강한 유로화를 무기로 저금리의 해외 투자자금을 대거 유치하면서 가입 직후 경제성장률이 크게 올라가고 집값 등 자산가격도 뛰기 시작했다. 그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유로존의 축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고비로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에선 부동산 등 자산 거품이 꺼지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둔화됐으며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국가경제의 버팀목이던 관광 수입까지 줄어 경제난이 찾아왔다. 경제 구조개혁을 소홀히 한 채 연금확대 등 복지정책 남발에만 급급했던 대가를 그리스 국민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로 1980년대 초만 해도 30%가 채 안되던 그리스의 국가부채 비율(국내총생산 대비)은 지난해에 177%까지 불어났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유로존에 편입된 그리스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어서 수출 감소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정치권이 계속 선심성 복지정책을 펴고, 국민들의 고통 분담 의지가 약했던 점도 이번 위기를 키웠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위기는 경제 구조개혁 과제에 직면한 한국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공무원연금의 경우 낸 돈 대비 받는 돈을 뜻하는 수익비(比)가 한국과 그리스는 별 차이가 없다”며 “이런 경제의 고비용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우리도 그리스처럼 재정위기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석학들의 해법 제각각 해외 석학들이 이번 사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다소 엇갈린다. 그리스 자체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유로존 체제를 이끌어온 독일, 프랑스 등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강하다. 미국에 맞서 유럽의 힘을 키우겠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문제 국가’들의 가입을 묵인해 놓고 이제 와서 고강도의 긴축을 요구하며 그리스를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에 가혹한 재정적자 비율을 요구하면서 그리스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가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이참에 유로존을 떠나 아예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것보다 탈퇴하는 것(그렉시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에 지금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면서 유로존을 탈퇴해도 지금보다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이유종 기자}
미국 연방대법관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등에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법관 두명이 이에 동조하는 주장을 펴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6월 29일 오하이오 주 당국이 사형 집행 과정에서 수술용 마취제인 ‘미다졸람’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를 판결하는 과정에서 사형제 자체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재 재임 중인 미국 연방대법관 중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이날 독극물 주입 방식의 사형 집행 때 미다졸람의 약효가 떨어져서 사형수가 고통을 겪는다는 사형수들의 주장은 일축했다. 브레이어 대법관은 이날 심리 과정에서 “최근 수십 년간 100명 이상의 사형수들이 무죄로 석방됐고 일부 무고한 사람들은 억울하게 사형에 처해졌다”며 “사형제도 자체가 헌법에 합치되는지에 대한 논쟁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의 주가 사형 집행을 포기하고 있으며 지난해 7개 주만 사형을 집행했다”며 “나는 사형제도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한 수정 헌법 8조에 위배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브레이어 대법관은 또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사형수로 30년 동안 복역하다가 지난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헨리 리 매컬럼의 사례를 들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도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연방대법원은 1972년 사형제를 일시적으로 폐지했다가 1976년 부활시켰다. 현재 32개 주만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18개 주는 자발적으로 사형 집행을 포기하고 있다. 관련 당국에 따르면 미국의 사형 집행은 2009년 52차례에 달했지만 계속 줄어 지난해 35차례만 실시됐다. 올해는 6월 말 현재 17차례 집행됐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역대 연방대법관은 윌리엄 브레넌(1956∼1990년 재임)과 더굿 마셜(1967∼1991년 재임)이다. 브레이어 대법관의 전임자인 해리 블랙먼(1970∼1994년 재임)도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가능성이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29일 유럽과 아시아 주식 시장이 큰 하락 폭을 보이면서 ‘검은 월요일’ 공포가 확산됐다.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는 중국 증시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한국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인 26일보다 1.42% 내린 반면에 상하이종합지수는 3.3% 하락한 4,191.55로 마감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올해 가장 큰 하락 폭(2.88%)을 보였다. 독일(DAX)과 프랑스(CAC40)도 29일 개장과 함께 3∼4%대의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지수 선물(주식시장의 주가지수를 매매 대상으로 하는 선물 거래)도 약세를 보였다. 3대 지수(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나스닥지수) 선물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 사태가 사상 초유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거론되면서 그 불확실성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그리스 악재가 오랜 기간 이어진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이 그 충격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국가 중엔) 자신들의 국가적 실패를 유럽중앙은행(ECB) 등을 희생양 삼아 벗어나려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스 사태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남유럽 인접국에 직격탄 2013년 그리스와 비슷한 금융 위기를 겪은 키프로스의 미할리스 사리스 전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를 결정한 것은 ‘(국민의) 민주적 명령’이란 정치적 카드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이런 ‘벼랑 끝 전술’과 디폴트 가능성이 가져올 시장의 충격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디폴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2012년 유로존의 재정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발(發) 악재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5월 구제금융을 졸업했으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부채 비율이 GDP의 130% 수준에 도달하면 국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8일 미국 정책연구기관 미국외교협회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의 디폴트로 이탈리아 정부의 채무가 350억 유로(약 44조 원)에서 740억 유로(약 91조8000억 원)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14%로 급증해 119%인 포르투갈에 이어 2위가 된다. 프랑스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95%로 이 국가들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정부 적자가 GDP의 4.2%에 이른다. F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그리스발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영향권, 충격은 제한적”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증감률이 그리스의 디폴트가 발생하면 1.4%포인트, 그렉시트가 발생하면 7.3%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의 역내 성장률과 유로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원화 가치가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그리스 사태까지 겹친다면 한국 기업들이 받을 충격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해도 여파가 금융위기를 일으킬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일본 등의 양적완화 정책이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현재 유럽 은행들의 대(對)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42억 달러(약 36조9000억 원)로 2010년 1284억 달러(약 138조7000억 원)와 비교할 때 26%에 불과하다. 채권단도 과거와 비교할 때 매우 단순하다. 2012년 위기 당시에는 다국적 보험기관과 은행권 등 민간 채권자가 다수였다. 하지만 그리스의 경우 채무의 80% 정도를 국제통화기금(IMF), EU, ECB 등 3개 기관이 가지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은 최근 위기대응기금(CRA) 설치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해도 남유럽 국가들의 도미노 탈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실장은 “과거에 비해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그리 크지 않다”며 “이 사태가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로 글로벌 안전 통화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이유종·유재동 기자}
‘일본 욱일기(旭日旗) 역시 문제다.’ 미국 남부연합기가 인종 갈등의 상징으로 지목돼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군기(軍旗)인 욱일기가 일본 해상자위대 등에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어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 보도했다. 정치평론가 애덤 테일러 씨는 WP 기고문에서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등 나치와 관련된 상징물의 사용을 금지했다”며 “하지만 욱일기는 금지된 적이 없고 여전히 하늘에서 펄럭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고문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2차 대전 패전 이후에도 욱일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육상자위대로 욱일기를 일부 수정해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아사히맥주 캔과 아사히신문의 사기(社旗)에서도 욱일기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또 댄 스나이더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이 자신에게 보낸 e메일에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릭픽 때 일본에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일본 군함이 한국에 기항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욱일기 사용과 관련이 있다”라고 밝힌 내용도 소개했다. 이 기고문은 “전후 7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은 전쟁 범죄, 침략 등에 대해 주변국들에게 제대로 사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욱일기 사용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강조했다.이유종기자 pen@donga.com}
지난해 중반 평양에는 ‘KKG’라는 영문 로고가 새겨진 신형 택시가 등장했다. KKG 택시는 달러, 유로, 위안 등 외국 화폐로만 택시비를 받는다. 또 대동강 강변에는 ‘KKG 거리’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미국과 아시아 각국의 외교 당국자와 홍콩의 법원 자료 등을 근거로 “KKG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이 외국계 자본과 공동으로 세운 합작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강도 높은 경제제재에 직면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홍콩 투자사인 퀸스웨이그룹과 함께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합작 기업을 세웠다는 것이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료들도 “노동당 39호실의 지원을 받는 KKG가 북한이 벌이는 문어발식 사업의 핵심 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은 KKG가 단순한 브랜드 이름인지 아니면 북한 국영기업의 명칭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홍콩 금융지구 퀸스웨이 88번가에 본사가 있는 퀸스웨이그룹은 홍콩뿐만 아니라 영국 석유회사 BP가 추진하는 앙골라 유전과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개발 등 각종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과 싱가포르에도 부동산을 갖고 있다. 퀸스웨이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계 재벌 샘 파는 중국의 정보기관 및 국영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KG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요트, 모피 등 고가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북한이 경제제재로부터 자유로운 홍콩 투자사 KKG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2008년 이후에는 평양 시내 광고판에 KKG라는 로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홍콩 법원 자료에 따르면 퀸스웨이가 KKG를 통해 투자한 사업 분야는 택시, 부동산, 자원 개발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석유 탐사와 광물자원 개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북 경제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북한은 돈줄을 거머쥐고 있는 노동당 39호실이 김정일 정권때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아 버거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 39호실은 돈을 흐르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맡고 있다. 북한 정권을 버티게 하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직장 상사의 무례한 언행은 부하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앗아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까지 하락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틴 포러스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직장에서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19일 뉴욕타임스에 이런 내용을 분석한 ‘직장에서 친절하게 행동할 만한 시간이 없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포러스 교수는 최근 20년 이상 17개 업종을 대상으로 직장 상사의 무례한 언행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무례한 언행을 접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1998년 25%에서 2011년 50%로 배로 늘었다. 무례한 언행은 폭언을 하거나 개인적인 결함, 특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떠벌리는 것이다. 부하 직원의 업적을 가로채는 행동도 여기에 해당된다. 직장인들이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소극적으로 변해 협업과 아이디어 공유를 중단하게 된다. 실수도 잦아진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는 상사의 무례한 언행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124년 만에 미국 지폐에 여성 인물의 얼굴이 새겨진다. 미 재무부는 17일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9조 시행 100주년이 되는 2020년부터 10달러짜리 지폐(사진)에 여성 인물을 넣겠다고 밝혔다. 가장 마지막으로 미국 지폐에 얼굴을 드러낸 여성은 1891∼1896년 통용된 1달러짜리 은 태환 증권(silver certificate)의 주인공인 마사 워싱턴. 그녀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퍼스트 레이디였다. 이에 앞서 1865년부터 1869년에 발행된 20달러 지폐에는 인디언 추장의 딸로 알려진 포카혼타스가 등장했다. 124년 만에 미국 지폐에 새겨질 영광의 주인공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된다. 재무부는 10달러의 주인공이 될 여성을 추천받기 위해 별도의 웹사이트를 개설할 방침이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제안을 접수한다. 재무부는 “미국의 포용적인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인물이 선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10달러 지폐에는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등장한다. 해밀턴은 1929년 미국의 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을 대신해 10달러 지폐에 들어갔다. 잭슨 대통령의 초상화는 이후 20달러 지폐로 옮겨졌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리히텐슈타인은 인구가 3만7000명에 불과한 유럽의 소국(小國)이다. 면적은 서울의 4분의 1 정도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다. 별다른 부존자원이 없는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2013년 기준 1인당 GDP는 무려 15만2933달러(약 1억7000만 원)에 달한다. 관광국가 모나코(17만3377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중동 산유국인 카타르(9만3352달러)와 쿠웨이트(5만2198달러)보다 많다. 국가 채무는 없다시피 하고 실업률도 2.3%(2012년 기준)로 대단히 낮다. 리히텐슈타인은 어떤 방법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었을까. 입헌군주국인 리히텐슈타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정부 재정이 부족해 군주가 소유한 미술품을 팔아 국가 재정에 보태야 할 정도였다. 리히텐슈타인은 우선 금융업 육성부터 시작했다. 인접 국가인 스위스에서 금융업이 발달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유럽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잘 활용해 전 세계 자산가들의 재산을 유치한다면 금융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50년대에는 저축은행 수준의 은행 2개가 수도 파두츠에서 영업하고 있었다. 군주가 직접 프라이빗뱅킹(PB) 은행인 LGT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금융업을 일으켰다. 현재 파두츠에는 10여 개의 대형 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업의 규모는 상당하다. 민간 PB 은행 중 하나인 VP은행의 고객자산이 지난해 385억 스위스프랑(약 46조 원)에 달할 정도다. 지리적 이점은 살리면서 약점은 보완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인구가 적어 기업들이 성장하기엔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인접국의 전문인력을 적극 유치했다. 현재 리히텐슈타인에서 발생한 3만6000개의 일자리 중 절반이 인접국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의 몫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을 낮게 책정하고 전 세계 기업에 문호를 개방했다. 그 결과 리히텐슈타인의 최대 기업은 글로벌 직원 수가 리히텐슈타인 전 국민의 60%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1941년 설립된 공구·건설장비 생산업체 힐티는 120여 개국에서 2만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국가원수가 직접 기업의 CEO를 겸임할 정도로 친기업 환경을 갖춘 리히텐슈타인에는 현재 4000개가 넘는 기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한국과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경제를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성장과 관련해서 대동소이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장점과 약점을 꼼꼼히 따져 먹거리를 발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성장전략이 겹치며 청사진에는 ‘첨단’이라는 단어만 난무한다. 장점과 단점을 처음부터 다시 파악하고 장기 성장전략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 백제인 왕인(王仁)은 4, 5세기 정도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대 일본에 백제 문화, 나아가 선진적 한반도 문화를 전한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백제에서도 박사(博士) 칭호를 받은 당대 석학으로서 일본으로 건너가 문자를 만들어 주고 학문을 가르치고 도자기, 기와 기술까지 전해줬다. 일본 고대 역사서들에 기록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15대 천황인 오진(應神) 천황이 백제국에 “만약 현인(賢人)이 있다면 보내 달라”고 청했다. 백제왕은 왕인을 추천했다. 일왕은 백제에 사신을 보내 왕인을 초청해 왔다. 왕인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갖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16년 봄 2월의 일이다.…태자는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전적(典籍·여러 사상 등이 적힌 책)을 배웠는데 (왕인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일본 역사서 고사기(古事記·712년), 일본서기(日本書紀·720년), 속일본기(續日本紀· 797년) 종합> 이러한 일본 고대서의 기록들은 왕인이 당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고 일본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덧붙여 고대 왜(倭)와 백제 왕실이 당대 석학을 청하고 또 선뜻 보내줬다는 것을 보면 두 나라가 매우 가까운 관계였으며 또 백제가 왜에 문명 전달자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일본 전역에 흩어진 왕인 박사의 흔적 왕인 박사의 흔적은 일본 전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699년 건립된 사가(佐賀) 현 간자키(神埼) 시에는 왕인신사(王仁神社)와 왕인천만궁(王仁天滿宮)이 있는데 ‘천만궁’은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라는 뜻이다. 교토 야사카신사(八坂神社) 경내에도 왕인신사가 있으며 오사카 마쓰하라(松原) 시 왕인성당지(王仁聖堂址), 사카이(堺) 시의 다카시노신사(高石神社) 등도 왕인을 신으로 추앙하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라 불리는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도 왕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수목 울창한 경내에 각각 높이 3m, 1.5m에 달하는 두 개의 대형 대리석 비(碑)가 있는데 비석 앞뒷면에 박사의 위업이 앞뒤로 빼곡히 적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박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오사카(大阪) 히라카타(枚方) 시에 있는 박사의 묘이다. 올 4월 9일 관광책자에 적힌 대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진 히라카타 시 나가오(長尾) 역에 내렸다. 작은 간이 역사가 말해주듯 일본의 작고 조용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 옛날에는 이 일대가 일본 고대국가 형성의 요람으로서 군사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했던 가와치(河內) 국의 영역이었다고 한다. 왕인묘가 역에서 멀지 않다고 책자에 적혀 있어 금방 찾으리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어디에서도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 길 가던 일본 청년을 붙잡고 ‘왕인묘’의 일본어 발음인 ‘와니쓰카(王仁塚)’라고 물으며 종이에 한자로 ‘왕인(王仁)’이라는 단어를 적어 보여 주었다. 청년은 대번에 알고 있었다. 손짓 발짓으로 그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걸으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많은 기록들을 왜곡하고 은폐하려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도 다행히 아직도 일본인들이 왕인 박사를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으쓱했다. 10분 정도 걸으니 기와를 얹고 ‘백제문’이라는 현판을 단 한국식 전통 문이 나왔고 그 앞에 사람 키만 한 커다란 돌에 ‘오사카부 지정 사적 전 왕인묘’라는 글이 한자로 새겨진 조형물이 보였다. 드디어 왕인 박사 묘에 온 것이다. 묘역에는 한국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백제문 왼쪽에 설치된 철제 표지판에는 ‘이 백제문은 2006년 10월 한일 양국의 문화친선협회가 건립했다’는 내용과 ‘왕인 박사는 왕실의 사부로 학문과 경사(經史)를 전수하시어 일본 문화의 원류인 아스카 문화의 시조라고 전해지고 있다’는 소개 글이 적혀 있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999년 9월 5일 심은 기념식수도 보였다. 2008년 2월 29일 전남 영암군수의 무궁화 기념식수도 있었다. 정자도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왕인묘를 사적으로 지정한 60주년을 맞아 축하한다는 내용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1998년 5월 9일)이 적힌 액자가 보였다. 눈을 돌려 앞을 보니 ‘박사 왕인지묘’라고 해서체로 쓰인 비석이 있었다. 높이는 1m 정도 됐고 앞에는 누가 갖다놓았는지 생화 몇 송이도 있었다. 묘비 앞에 서니 만감이 교차했다. 천년도 더 전에 이 낯설고 물선 땅에 와 일본인들에게 문자를 가르치고 학문을 전해준 왕인 박사의 혼(魂)이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전해지는 듯 숙연해졌다. 짧은 참배를 하고 밖으로 나와 10∼15분 정도 걸어가니 테니스장에 수영장까지 갖춘 꽤 큰 공원이 나왔는데 이름이 ‘왕인공원’이었다. ○ 왕인박사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묘역 백제인 왕인, 그는 일본에서 과연 어떤 일을 했기에 이렇게 천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서도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고대 일본 역사서들은 왕인 박사가 일본에 문자를 만들어 준, 이를테면 한국의 ‘세종대왕’에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751년 편찬된 일본 최초의 한시집 가이후소(懷風藻)에서는 ‘왕인은 왜어(倭語)의 특질을 훼손하지 않고서 한자를 이용해 왜어를 표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표현해 그가 일본 문자 가나(假名)를 창안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 ‘고사기’와 ‘일본서기’에는 ‘서수(書首)와 문수(文首)의 시조’라고 적고 있다. 즉, ‘책(書)과 글(文)을 다루는 전문직의 우두머리(首)’라는 뜻이다. 왕인 박사는 또 고대 일본 귀족들이 짓거나 암송했던 전통 정형시 와카(和歌)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905년 발간된 노래집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는 ‘난파진에는, 피는구나 이 꽃이, 겨울잠 자고. 지금은 봄이라고, 피는구나 이 꽃이’라는 내용의 ‘난파진가(難波津歌)’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왕인 박사가 지은 최초의 와카’라며 박사를 ‘와카의 아버지’라고 적고 있다. ‘일본서기’는 또 박사가 오진 일왕의 4남인 닌토쿠(仁德) 일왕을 ‘난파(難波) 일왕’이라고 부르며 즉위할 것을 권고하며 난파진가를 지었다고도 했다. 이 기록들로 미뤄 볼 때 박사가 일왕에게 직접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왕인 박사의 위업은 당대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일본 조정에서 문필과 외교, 군사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계에도 진출해서 큰스님이 된 사람도 많다. 특히 설법과 사회 사업을 병행한 생활불교를 펴서 ‘민중의 구제자’로 일본인들이 흠모하는 대상인 교키(行基·668∼749) 스님도 왕인 박사의 후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왕인의 가문 전체가 일본 문화 확립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오사카에서 만난 오사카오타니대 다케타니 도시오(竹谷俊夫)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한류(韓流), 한류 하지만 사실 고대 일본에도 한류가 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왕인 박사야말로 한류의 1대 전도사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 도래인(渡來人) :: 일본 말로는 ‘도라이진’이라 읽으며 ‘물을 건너온 사람’이란 뜻이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인을 일컫는 말이다. 도래인의 유형은 왕인 박사처럼 일본에 문명을 전해주러 갔다가 눌러앉은 사람과 고구려나 백제처럼 나라가 망해 삶의 기반을 잃자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갔던 사람, 두 유형으로 나뉜다. ※ 4회는 오사카에서 만난 백제 도래인들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히라카타=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 사법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40년 이상 감옥에 갇혔던 60대 흑인 남성은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단 한 번도 재판을 받지 않고 3년이나 수감됐던 20대 흑인 청년은 풀려난 뒤 정신질환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미국판 사법살인’이라 부르며 사법제도의 허점을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1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 법원의 제임스 브레이디 판사는 8일 교도관 살해 등의 혐의로 43년 동안 수감된 앨버트 우드폭스(68)를 무조건 즉각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브레이디 판사는 “교도관을 살해했다는 물증이 나오지 않아 그를 수감할 명백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브레이디 판사는 또 우드폭스의 나이, 건강 악화,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의 이유로 우드폭스가 나머지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주 법무부는 항소할 뜻을 밝히며 9일 연방항소법원에 우드폭스의 석방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우드폭스는 12일까지 석방이 보류된 상태다. 우드폭스는 1971년 무장강도 혐의가 인정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1972년 동료 재소자 로버트 킹, 허먼 월리스 등과 함께 폭동을 일으켜 백인 교도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혔다. 이들은 수감된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 소재지인 앙골라의 이름을 따서 ‘앙골라 3인방’으로 불렸다. 흑인 급진주의 좌파 단체인 블랙팬서당 출신인 우드폭스는 당시부터 “교도소 환경 개선을 요구했을 뿐 백인 교도관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드폭스가 교도관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는 43년이 걸렸다. 1992년 ‘인종 차별’을 이유로 주 법원에서 우드폭스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 1998년 배심원 판결로 유죄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후에도 올 2월까지 주 법원과 연방 법원을 오가며 유죄 판결과 번복이 이어졌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우드폭스는 문제투성이의 법적 절차 때문에 43년이나 독방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우드폭스는 현재 신부전, C형 간염,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다. 보석금 330여만 원이 없어서 3년 동안 교도소에 갇혔던 20대 흑인 청년은 출소 후 정신질환을 앓다 자살을 선택했다. 9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가방을 훔친 혐의로 2010∼2013년 소년범 교도소인 뉴욕 라이커스교도소에 수감됐던 칼리프 브라우더(22)가 6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2010년 가방 절도 혐의로 체포된 10대의 브라우더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단 한 번도 재판을 받지 못했다. 수감된 3년 동안 재판만 기다렸다. 가난한 가족은 보석금 3000달러(약 333만 원)를 마련하지 못했다. 2년 동안 독방에 갇혔고 자살을 4번이나 시도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교도관과 동료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우더는 2013년 검찰이 공소를 기각하면서 가까스로 풀려났다. 하지만 석방 이후의 삶은 더 비참했다. 그는 독방 수감으로 발생한 피해망상과 불안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출소한 뒤에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갇혀 지냈다. 경찰이 자신을 쫓는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는 등 극심한 정신질환을 앓았다. 급기야 6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에게는 전날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90대의 중국 조선족 할머니가 옛 소련을 도와 일본군과 맞서 싸운 공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9일 중국 교포신문 흑룡강신문에 따르면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 시 외사판공실은 최근 선양(瀋陽) 주재 러시아총영사관의 위탁을 받아 하얼빈에 거주하는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 출신 이민(李敏·91·사진) 할머니에게 ‘러시아 2차 대전 승리 70주년 기념훈장’과 증서를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 명의의 훈장을 받은 중국 항일 노전사는 이 할머니를 포함해 모두 40명에 이른다. 주중국 러시아대사관 측은 “조선족 등 중국인이 옛 소련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훈장을 수여해 파시즘과 싸운 공로를 기념하려고 한다”고 수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훈장을 받은 뒤 “전쟁의 승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희생으로 이룬 것이다. 후대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24년 헤이룽장 성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2세 때 항일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특히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활동했던 항일 무장단체인 동북항일연군에 가담해 김 전 주석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가 천레이(陳雷·1917∼2006) 전 헤이룽장 성장과 결혼할 당시 김 전 주석이 주례를 맡았을 정도다. 또 이 할머니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옛 소련에 머물렀을 때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돌보는 등 김씨 가문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의 저명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전 세계적 유행병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네이처는 5일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전 세계적 위협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발생하려면 사람을 통한 전염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을 통한 전염이 병원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통해 폐 깊숙한 곳에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네이처는 설명했다. 병원 등 특수 공간이나 감염된 사람과 매우 가깝게 접촉할 때에만 전염될 수 있다는 것. 병원에서는 기도 삽관 등 기계호흡 치료를 하면서 생성되는 ‘수분 미세입자(에어로졸)’ 형태로 가까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전염되려면 바이러스의 변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역학 조사 정보를 보면 변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독 널리 퍼진 이유는 최초 환자가 증상을 보이고도 오랜 기간 격리되지 않은 채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55명의 감염 사태를 일으켰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사례에 비하면 한국의 환자는 매우 적다고도 했다. 또 한국 정부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한국에서는 메르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누구라도 바로 격리된다”며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과 스위스의 사정 당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 스캔들’ 조사에 한층 더 고삐를 죄고 있다. 각국의 축구단체들도 이 스캔들의 여파로 조사를 받아야 하거나 단체장 퇴진 압박을 받는 등 후폭풍이 외부로도 향하는 양상이다. 스위스 검찰은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소환할 수도 있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안드레 마르티 스위스 검찰 대변인은 전날 “FIFA 고위 간부들이 참고인 성격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블라터 회장도 필요하면 소환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당시 러시아와 카타르에 표를 던진 FIFA 집행위원들을 우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2008년 스위스 FIFA 계좌에서 빠져나간 1000만 달러(약 111억 원)의 사용처와 송금 승인 과정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돈은 3차례에 걸쳐 FIFA 부회장과 잭 워너 전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의 관리 계좌로 들어갔다. 1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축구협회는 전날 비상 대의원 회의를 열고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터 FIFA 회장을 두둔한 니콜라이 톨스티흐 현 회장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대의원들은 러시아축구협회 집행부가 무능한 것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8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사태에 따른 비난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해임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라질축구협회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제 에두아르두 카르도주 브라질 법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브라질축구협회와 후원업체들이 FIFA 비리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하라고 연방경찰에 지시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이번 조사를 찬성했다. 브라질 연방 상원의원들은 브라질축구협회가 담당하는 모든 축구대회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파라과이 의회는 수도 아순시온에 본부를 둔 남미축구연맹이 각국 대사관 수준으로 받아온 특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스 랴노 파라과이 상원의장은 남미축구연맹의 면세, 본부 사무실 조사 불허 등 1998년부터 누려 온 특권을 없애는 법안을 공개했다. 랴노 의장은 “미국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남미축구연맹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블라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존 휘팅데일 영국 문화언론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월드컵 보이콧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는 월드컵과 경쟁할 새로운 축구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란 한센 전 덴마크 축구협회장은 4년마다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월드컵에 대항할 세계적인 축구대회로 키우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캔들의 몸통인 블라터 회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딸 코린 블라터는 지난달 31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2, 3주 지나면 아무도 더 이상 블라터 회장의 사임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블라터 회장이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막후에 누군가 분명히 있다”며 음모설까지 내놓았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 국무부의 대테러 훈련에 참가한 타지키스탄 특수 경찰이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해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CNN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경찰 특수부대 ‘오몬(OMON)’의 지휘관 출신인 굴무로드 칼리모프는 IS가 인터넷에 올린 10분짜리 동영상에 등장해 “미국에서 실시된 테러 대응 전술 훈련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했다”며 “너희들이 어떻게 무슬림을 죽이도록 훈련시키는지 지켜봤다. 너희들을 찾아내 죽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리모프는 동영상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에 놓은 토마토를 소총으로 쏴 맞히는 모습도 보여줬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칼리모프는 2003∼2014년 안보분야에서 미국에 협력하는 국가의 경찰과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테러 훈련에 모두 5번 참여해 위기대응, 특수 전술 운용, 전술 리더십 등의 훈련을 받았다. 칼리모프의 IS 합류로 미국의 대테러 전술·전략이 통째로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칼리모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미 육군 장교 출신 인사들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칼리모프는 대테러 작전 수립 과정, 대테러 요원의 사고방식, 대사관 보호 계획 등 모든 노하우를 알고 있다”며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요원이 적으로 돌아설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고 경고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