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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무서워도 함께 모여 부활절을 축하할 겁니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시내 한 성당에 주민들이 모였다. 빵과 소지지, 햄, 치즈 등이 담긴 바구니를 들거나 꽃바구니를 들었다. 이 성당 신부는 이들을 환영하며 성수(聖水)로 축복의 기도를 베풀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축일인 부활절이었다.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토는 전쟁터로 변하고 공포에 휩싸였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활절 축하 행사를 열었다고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그들은 러시아군의 잔인한 공습과 상상도 못 할 희생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올해 가장 큰 기념일의 하나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보낼 부활절 달걀에 ‘살아 돌아오라’ ‘우크라이나 군대와 방공시스템에 영광을’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수도 키이우 성볼로디미르 성당 등에서도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부활절 미사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활절 연휴 러시아군이 군사행동을 늘릴 위험이 있다며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민 수백 명이 성당에 모였다.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생중계로 미사를 지켜봤다. 성당 내부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됐다. 몇 명이 모였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같은 정보가 러시아 측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민들은 서로 키스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미사에는 전투모를 ‘부활절 바구니’ 삼아 손에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참석했다. 전란을 피해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으로 갔던 사람들도 부활절을 기리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임신 9개월이던 안나 마리아 니키포친 씨(25)는 남편과 폴란드로 피신했다가 최근 르비우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피란 중에 태어난 딸도 함께였다. 그는 “부활절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 일이 정말 중요했다.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부활절 연설에서 “오늘은 기독교의 성토요일(聖土曜日),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부활 사이의 날”이라면서 “처음에는 죽음이 승리하고 신이 사라지지만 결국에는 부활이 이어질 것이고 삶이 죽음을 물리칠 것이다. 악은 벌을 받을 것”이라며 대(對)러시아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미 ABC뉴스는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모여 기도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 동남부 총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이 23일(현지 시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순항미사일로 공격해 생후 3개월 아기와 엄마 등 적어도 8명이 숨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아기가 러시아에 무슨 위협을 가했단 말인가. 개자식들(bastards)”이라고 분노했다.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에 피신한 여성과 아이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아이들은 “다시 햇빛을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 “두 달 가까이 하늘과 햇빛 못 봐”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발사한 최소 2발의 순항미사일이 오데사 민간인 주거시설을 타격했다. 이날은 러시아정교회 축일인 부활절 전날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가 진행될 동안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오데사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여성 발레리야 글로단과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숨졌다. 발레리야의 남편 유리 글로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사진을 올리며 “사랑하는 두 사람, 천국에서, 늘 내 마음에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격앙된 목소리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됐을 때 전쟁이 시작됐고, 석 달이 됐을 때 숨졌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 3000여 명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배수진을 친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 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지하 대피소에 있는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두 달 가까이 햇빛을 못 봤다. 한 소년은 “햇빛을 보고 싶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어서 눈이 침침해졌다”고 말했다. 한 소녀는 “2월 27일 엄마, 할머니와 집을 떠났고 그날 이후 하늘과 태양을 못 봤다”고 했다. 한 여성은 “어린이가 적어도 15명이 있다. 물과 음식이 떨어져 간다.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식량을 나눠 주는 동안 물과 음식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러軍, 부차에 어린이수용소민간인 수백 명이 살해된 ‘부차 학살’이 벌어진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이 사형집행장과 어린이수용소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마을 4층 건물을 거점으로 삼고 민간인을 이곳에 감금한 뒤 고문하거나 살해했다. 한 생존자는 “건물 지하에 130명 넘게 갇혔는데 러시아 병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버텼다”며 “복도 바닥은 피가 흥건했고 러시아군의 술판 뒤에 버려진 와인병, 맥주병이 곳곳에 뒹굴었다”고 증언했다. 이 생존자는 인근 다른 2층 건물은 사형집행장으로 쓰였다고 전했다. 근처의 또 다른 건물은 어린이들을 감금하는 수용소로 사용됐다.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나서 주민들은 이 건물 입구에서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시신 5구를 발견했다. WSJ는 “부차에 주둔하던 일부 군대는 러시아로 돌아간 뒤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았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러시아 병사들이 시신을 끌고 다닌 탓에 바닥 이곳저곳에는 피가 흥건했다. 양동이에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탁자 위에는 그들이 술판을 벌이고 남긴 맥주병과 와인병들이 뒹굴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외곽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마을의 한 건물을 ‘감옥 겸 사형집행장’으로 삼아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곳에 수감됐다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금된 지하 감옥에는 악취가 가득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23일(현지 시간) 말했다. 러시아군은 인근에 ‘어린이용 수용소’도 따로 마련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벌어진 ‘부차 대학살’ 당시 러시아군이 거점으로 사용했던 한 건물의 이야기를 전했다. 러시아 공수부대와 와그너 용병으로 구성된 병사들은 부차에 있던 옛 소련식 4층 건물을 점령해 기지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관료들에 따르면 약 100명의 러시아군이 이 건물에 주둔했고 작전에 필요한 무선전자장비 등도 갖춰졌다. 이곳에선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심문, 고문, 구금, 살해가 자행됐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이 건물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미콜라 자카르첸코 씨는 부차로 진격한 러시아군에게 지난달 4일 붙잡혀 이 건물에 구금됐다. 그는 “이미 그때 건물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었고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시신 7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생포한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끌고 와 시신 앞에 무릎을 꿇린 뒤 “당신이 우크라이나 군대 소속인 것을 실토하라”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러시아군은 자카르첸코 씨를 심문하면서 그의 아이폰을 압수했다. 그들은 아이폰 안에 들어 있던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겨 자카르첸코 씨의 경력을 조사하던 중 그가 2018년 러시아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군은 “당신도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였느냐”며 자카르첸코 씨를 죽이지 않고 지하에 가뒀다. 지하 감옥에 갇힌 130여 명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 병사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을 먹으며 버텼다. 이곳은 과거 소련 시대에 공습 대비를 위한 대피소로 쓰이던 곳이라고 WSJ는 전했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이 곳에 갇힌 시민들은 비좁은 공간 탓에 누울 자리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생존자들은 러시아군이 일부 포로들을 총으로 쏜 뒤 건물 여기저기에 끌고 다녔고 그 때문에 바닥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복도에는 술병들이 뒹굴었다. 인근의 다른 2층짜리 건물은 ‘사형집행 장소’로 쓰였다. 생존자들은 “차고가 딸린 노란색 2층 집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총살 당했다”고 말했다. 부차 시장 아나톨리 페도루크는 “러시아군이 도시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 살고 있던 정치인, 공무원 등 40여 명을 조사해 구금, 살해했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호스토멜에서는 시민들에게 구호 식량을 나눠주던 호스토멜 시장이 러시아군에 살해당했다. 러시아군은 인근의 다른 건물을 ‘어린이용 수용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입구에는 참호를 팠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한 뒤 현장을 조사한 지역 주민들은 건물 입구에서 시신 다섯 구를 발견했다. 나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모두 손이 뒤로 묶이고 뒤통수에 총을 맞은 채 숨져 있었다. 러시아군은 점령한 마을에서 슈퍼마켓, 병원도 무차별로 약탈했다. 수술 도구와 의료 기구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시신들이 계속 늘어나자 보다 못한 이 지역 의사는 러시아군에게 “이대로 시신들을 방치하다간 부패해 전염병이 돌 것이다. 무덤을 파고 묻어줘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일시적으로 철수한 이후 마을로 돌아온 주민들은 부차의 참상에 경악했다고 WSJ는 전했다. 주민들은 연료 공급이 끊긴 탓에 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목욕물을 데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부차에 주둔했다가 철수한 러시아 군 중 일부는 본국에서 훈장을 수여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차 점령부대 중 하나인 제64기동소총여단에도 러시아군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페도루크 시장은 “푸틴은 이곳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다른 나라 대법원과 달리 최종심과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데다 대법관 9명이 종신직이어서 대체 불가의 막강한 권위를 누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1789년 설립 후 233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워싱턴 항소법원 판사(52)가 7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약 절반인 4명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역대 대법관 116명 중 108명(93.1%)이 백인 남성일 정도로 소수계가 넘보기 어려웠던 유리천장에 상당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백인 여성 샌드라 데이 오코너(92)는 불과 41년 전인 1981년에야 미 최초의 여성 대법관에 올랐다. 2006년 그가 치매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자진 사퇴한 후 2009년 상반기까지는 ‘미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대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가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다. 같은 해 8월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68)가 취임했고 엘리나 케이건(62), 에이미 코니 배럿(50)에 이어 잭슨까지 등장했다. 미 대법원의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생전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명 전부”라고 했다. 대법관 9명이 모두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여성 9명이 무슨 문제냐는 의미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최초의 여성 부통령, 최초의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등이 탄생했고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아시아계 대법관의 탄생 등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 최후의 인종장벽 붕괴잭슨은 흑인으로는 남녀 통틀어 세 번째, 여성으로는 여섯 번째 대법관이다. 미 대법원에 최초의 흑인 판사 서굿 마셜이 등장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7년. 1991년 두 번째 흑인 판사 클래런스 토머스가 취임한 지 31년이 흐른 후에야 잭슨이 발탁됐다. 그는 고령을 이유로 종신 임기를 지키지 않고 6월 퇴임 예정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잭슨은 인준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대동한 채 백악관에 나타났다. 그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애호하는 흑인 여성 시인 마야 앤절루의 시구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을 인용하며 자신의 조부모 세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날 거의 모든 미 언론이 1면에 그의 인준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에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인종적 장벽이 무너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 법조인, 특히 흑인 여성 판사는 그야말로 희귀한 존재다. 미 연방판사 중 여성 비율은 35.7%이지만 흑인 여성만 놓고 보면 5.7%에 그친다. 3억3000만 명 인구 중 흑인 여성 비율(11.4%)보다 훨씬 낮다.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잭슨의 후임인 워싱턴 항소법원판사에도 흑인 여성이 발탁됐다. 소수계가 한번 발탁되면 그 후임 또한 소수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 법조계의 인종 다양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공공인재법무학) 또한 “그냥 여성 대법관 한 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 대법관의 탄생은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인종과 성별을 제외해도 하버드대 학사, 하버드대 로스쿨 우등 졸업,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원,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 판사, 연방 국선변호인 등을 지낸 엘리트 법조인 잭슨이 대법관에 오른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잭슨이 특히 형사 사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고 호평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지방법원 판사로 일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측근들이 의회 증언을 거부하자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며 출석해 증언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야당 공화당은 줄곧 그를 ‘좌파 급진주의자’로 평가하며 인준을 반대했다. 수전 콜린스(메인)를 포함한 공화당 내 중도 성향 의원 3명이 지지해 간신히 인준은 통과했지만 초당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 오코너의 인준 당시 표결에 참여한 의원 99명이 전원 찬성했고, 두 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 또한 불과 3명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배럿과 대조잭슨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인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탁한 배럿 대법관이다. 10대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는 점, 각각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대를 받았다는 점이 공통점이고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점이 다르다.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인 배럿은 미 법조계의 보수 대부 고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를 지냈다. 모교 노터데임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사람의 인생은 잉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낙태 반대 논문을 써서 유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대법관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발탁됐고 차기 대선이 불과 한 달 남은 2020년 10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으로 타계하자 곧바로 배럿을 지명했다.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했고 긴즈버그 또한 생전 “대선 전에는 나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보수 대법관을 늘릴 기회라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다. 당시 미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이었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콜린스 의원이 반대해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인준을 통과했다. 야당으로부터 단 1명의 찬성표도 얻지 못한 대법관은 미 역사상 배럿이 처음이다. 그는 7명의 자녀를 뒀다. 이 중 2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했고 직접 낳은 막내아들 벤저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의 지명 당시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배럿이 학령기 자녀를 둔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며 적극 홍보했다. 강경 보수 대법관의 탄생을 우려하는 진보 진영에 ‘모성애’로 맞선 것이다. 잭슨 또한 보스턴 명문가의 후손인 백인 의사 남편과의 사이에 각각 21세, 17세의 딸을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럿이 강조했던 모성애가 잭슨의 인준 과정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여성 대법관 2명 임명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여성 대법관 2명을 임명한 최초의 미 대통령이다. 이 중 푸에르토리코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현 대법관 9명 중 진보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판사 시절 “현명한 라틴계 판사가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할 수도 있다”며 사법부의 인종차별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보수 텃밭인 남부 텍사스주가 주법으로 ‘낙태금지법’을 강행한 후 대법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다수 대법관이 현실을 외면했다”며 동료를 비난했다. 대법원에서 금기시하는 동료 비판을 꺼리지 않은 것이다. 그의 급진 성향이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생지인 뉴욕 브롱크스는 빈민가이며 알코올에 의존하던 부친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친의 높은 교육열과 본인의 의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법관까지 올랐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폭발적인 불화로 계속된 긴장 상태’로 묘사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 많다. 2010년 임명된 케이건은 진보 성향이지만 보수와 진보 양측의 견해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는다. 별명 또한 좌우를 잇는다는 뜻의 ‘교량 건설자(bridge builder)’.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교수로 일했고 2003년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이 됐다. 다른 대법관과 달리 판사 경력이 전무한데도 대법관으로 뽑혔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로 활동할 당시 지역의 유명 인사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우위 대법원과 충돌하는 바이든여성 대법관의 증가가 성소수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잭슨은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여성의 정의’에 관해 묻자 “답하지 않겠다. 난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가 성소수자를 옹호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 또한 2020년 ‘기업이 특정 직원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끈 바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인 현 대법원과 거듭 충돌하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텍사스주의 ‘낙태 제한법’ 시행을 중지해 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임신 6개월 이전의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매우 우려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법원은 올 1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민간기업의 백신 의무 접종 조치 또한 개인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무효화했다. 3월에는 집권 민주당 소속인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흑인 인구가 늘어난 선거구를 분할해 기존 6개에서 7개로 늘리자 “위헌”이라며 불허했다. 개별 주가 획정한 선거구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대법관 개개인의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의 부인이자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로비스트 지니 토머스는 2020년 대선 기간 중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29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법관의 배우자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긴즈버그 대법관 또한 생전 변호사 남편의 관련 소송에서 남편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 구설에 올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중립성과 신뢰도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결이 헌법에 근거해 중립적으로 내려지지 않고 법관 개인이 선호 또는 지지하는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 그리넬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대법원 판결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정치에 좌우된다”고 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오늘날 대법관들이 스스로를 일종의 정치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치기관으로 전락하면 헌법을 지탱하는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감안할 때 대법원의 자정 기능 강화, 더 많은 다양성이 추가된 대법관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관에게 종신 임기를 보장해준 것 또한 낙태, 대학 입시 등에서의 소수계 우대(어퍼머티브 액션), 총기, 투표법, 성소수자, 종교 자유, 사형제, 인종차별 등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의제에 대해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개전 두 달이 되도록 승기를 잡지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의 최측근 사이에서도 ‘이번 침공은 재앙적인 실수였다’는 후회와 탄식이 나오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달러화가 아닌 자국의 루블화로 상환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국제 금융기관의 결정까지 나오면서 러시아는 첫 디폴트(국가 부도) 위험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자 러시아 내부에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 등 극소수 강경파가 침공 결정을 주도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들의 말만 듣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크렘린 내부에서도 “푸틴, 치명적 오판”블룸버그는 러시아 정부 및 국영기업 고위 관계자 1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내부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침공은 러시아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응답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 후 오로지 강경파만 만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를 우려하는 관료들의 목소리는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의 장기화 이유 또한 강경파들이 제한적 정보에 근거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침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처럼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고도 우려했다. 일부 응답자는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단행한 전방위적 경제 제재의 속도와 강도에 푸틴 대통령과 최측근들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수십 년간 러시아에 투자한 서구 기업들이 단 하룻밤 만에 사업을 접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보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각별히 여기는 연방보안국(FSB)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패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104년 만에 첫 국가부도 임박러시아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산하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20일 “이달 초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 2건의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한 것은 변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달러화로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에 처한 것으로 간주된다. 1918년 소련 수립 이후 처음 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 내 은행에 보유 중인 자국 달러가 제재로 동결되고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에서도 퇴출당하자 “이자를 루블화로 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20일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서방의 경제 제재에 겁먹은 국민들이 지난달에만 은행 계좌에서 98억 달러(약 12조1275억 원)의 외환을 인출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서방의 금융 제재보다 공급망 봉쇄가 더 뼈아프다. 공급망이 무너지고 재고가 소진되면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전방위적 경제 제재로 국가부도(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전쟁에서도 승기를 잡지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사이에서도 ‘이번 침공이 재앙적인 실수였다’는 후회와 탄식이 나오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단 이틀이면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호언장담과 달리 침공 후 약 두 달이 흘렀음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퇴각한 채 남동부 일부만 차지했고, 막대한 피해 또한 잇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온건파들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 등 극소수 강경파가 침공 결정을 주도했으며 푸틴 대통령 또한 이들의 말만 듣고 있다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러 고위관계자들 “푸틴의 치명적 오판” 블룸버그는 러시아 정부 및 국영기업 고위관계자 1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내부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침공은 러시아를 수 십 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응답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 후 오로지 강경파만 만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를 우려하는 관료들의 목소리는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의 장기화 이유 또한 강경파들이 제한적 정보에 근거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침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처럼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고도 우려했다. 일부 응답자는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단행한 전방위적 경제 제재의 속도와 강도에 푸틴 대통령과 최측근들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수십 년 간 러시아에 투자한 서구 기업들이 단 하룻밤만에 사업을 접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보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각별히 여기는 연방보안국(FSB)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패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러 국민, 3월에만 12조 원 인출러시아 경제 역시 흔들리고 있다. 경제 당국자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쟁을 고집하면 공급망 붕괴, 급격한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거듭 조언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뜻을 꺾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일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서방의 경제제재에 겁먹은 국민들이 지난 달에만 은행 계좌에서 98억 달러(약 12조1275억 원)의 외환을 인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힘든 분기였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은 “서방의 금융 제재보다 공급망 봉쇄가 더 뼈아프다. 공급망이 무너지고 재고가 소진되면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루블 가치가 폭락하자 한때 사표를 냈다는 설에 직면했다. 수도 모스크바의 세르게이 소뱌닌 시장은 “20만 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리의 최후까지 겨우 며칠 혹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러시아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포위한 러시아에 맞서 50일 넘게 저항해 온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결사항전 의지와 함께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배수진으로 삼은 이들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 같다”며 남은 민간인과 부상병들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지휘관인 우크라이나 제36해병여단 소속 세르히 볼리나 소령은 영상에서 “적들은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공중과 지상병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압도한다”며 “공장 지하에 500명이 넘는 부상병과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해 있다. 다친 사람들이 지하실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치료할 약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약 2500명이 공장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이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며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거짓말”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볼리나 소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여기에 있는 병사와 민간인들 구출 작전을 결행해 이들을 제3국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WP는 “모스크바함 침몰로 굴욕을 당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함락시킨다면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리의 최후까지 겨우 며칠 혹은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러시아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포위한 러시아에 맞서 50일 넘게 저항해온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결사항전 의지와 함께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배수진으로 삼은 이들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 같다”며 남은 민간인과 부상병들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지휘관인 우크라이나 제36해병여단 소속 세르히 볼리나 소령은 영상에서 “적들은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공중과 지상병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압도한다”며 “공장 지하에 500명이 넘는 부상병과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해 있다. 다친 사람들이 지하실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치료할 약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약 2500명이 공장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이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며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거짓말”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볼리나 소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여기에 있는 병사와 민간인들을 위한 구출 작전을 결행해 이들을 제3국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감청한 러시아군 무전에서 “러시아에서 놀라운 것이 날아오고 있다. 마리우폴 하늘에서 3t(톤)짜리가 떨어질 것이고 지상의 모든 것은 무너질 것”이라는 내용이 포착됐다. WP는 “모스크바함 침몰로 굴욕을 당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함락시킨다면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0일 열리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러시아 측 인사가 참석하는 일정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러시아를 국제 외교 무대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18일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서도 러시아와 러시아를 돕는 국가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이 같은 보이콧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 재무부 관료는 “다른 주요 국가의 관료들도 (미국의 보이콧에) 동참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 대신 옐런 장관은 우크라이나 총리와,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우크라이나 재무장관과 각각 양자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러시아의 군산복합체와 공급망을 파괴하고 러시아의 전쟁 기계들을 해체해 조각조각 분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과 기축 통화국이 결행하는 제재를 피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한지가 이번에 드러났다”며 “중국도 러시아와의 거래보다 다른 국가들과의 거래 규모가 훨씬 큰 점을 감안할 때 제재를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러시아를 두둔해 온 중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IMF와 WB 회원국을 향해 대러 압박 강화를 촉구하며 ‘반러 연대’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또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회피하도록 지원하는 국가들을 단속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티 마시카스 EU 주재 대사에게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 후보 지위를 얻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를 작성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의 최고령 현역 ‘파크 레인저’(국립공원 순찰대원)로 큰 사랑을 받은 흑인 여성 베티 리드 소스킨 씨(101)의 은퇴식이 16일(현지 시간) 서부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의 한 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함께한 300여 명의 주민,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직원들은 그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는 “파란만장했던 내 삶의 경험이 역사적인 장소들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21년 북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남부 루이지애나주 빈민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조선소 노동자, 흑인음악 음반 판매점 사장 등으로 일했고 첫 남편과 결혼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남들이 이미 은퇴한 나이인 86세에 NPS와 인연을 맺고 국립공원 투어 관리 및 해설 등의 업무를 맡았다. 관람객과 지역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인종차별, 가난 등을 경험한 그가 자신의 삶을 역사 지식과 버무려 들려주는 해설에 열광했다. 리치먼드의 한 중학교는 그의 이름을 따 학교 이름을 바꿨을 정도. 2019년 뇌중풍을 겪었고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지난달 31일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 버락 오마바 전 미 대통령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알아 달라”고 치하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의 최고령 현역 ‘파크 레인저(국립공원 순찰대원)’로 큰 사랑을 받은 흑인 여성 베티 레이드 소스킨 씨(101)의 은퇴식이 16일(현지 시간) 서부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의 한 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함께한 300여 명의 주민,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직원들은 그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는 “파란만장했던 내 삶의 경험이 역사적인 장소들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21년 북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남부 루이지애나주 빈민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조선소 노동자, 흑인음악 음반 판매점 사장 등으로 일했고 첫 남편과 결혼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남들이 이미 은퇴한 나이인 86세에 NPS와 인연을 맺고 국립공원 투어 관리 및 해설 등의 업무를 맡았다. 관람객과 지역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인종차별, 가난 등을 경험한 그가 자신의 삶을 역사 지식과 버무려 들려주는 해설에 열광했다. 리치먼드의 한 중학교는 그의 이름을 따 학교 이름을 바꿨을 정도. 2019년 뇌졸중을 겪었고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지난달 31일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 버락 오마바 전 미 대통령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알아달라”고 치하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4일(현지 시간) 육군사관학교 79기 송현제 생도(사진)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등을 배출한 영국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처음 졸업했다. 영국 버크셔주 샌드허스트에 있는 왕립육사는 1741년 설립된 울위치 왕립군사학교와 1801년 생긴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가 1947년 하나로 합쳐지면서 창설됐다. 처칠 전 총리를 비롯해 벤 월리스 현 영국 국방장관, 영국 해리 왕손 등이 샌드허스트를 거쳤다. 실전 훈련 위주의 1년 단기 교육 과정으로 운영된다. 송 생도는 곧 귀국해 육사 4학년에 복학할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송 생도의 졸업 소식을 접하고 “왜 이제야 한국 졸업생이 배출됐는가. 한국과 영국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군사외교 인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등을 배출한 영국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처음 졸업했다.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과 육사 등에 따르면 14일(현지 시간) 육사 79기 송현제 생도가 영국 버크셔주 샌드허스트에 있는 왕립육사를 졸업했다. 송 생도는 영국 뿐 아니라 미국, 헝가리, 태국 등에서 온 생도 135명과 함께 훈련을 마쳤다. 그는 곧 귀국해 육사 4학년에 복학할 예정이다. 버크셔주 샌드허스트에 있는 왕립육사는 1947년에 장교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됐다. 처칠 전 총리를 비롯해 벤 월러스 현 영국 국방장관, 영국 해리 왕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반(反) 탈레반군을 이끌고 있는 아흐마드 마수드 사령관 등이 샌드허스트를 거쳤다. 실전 훈련 위주의 1년 단기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송 생도의 소식을 전해듣고 “왜 이제야 한국 졸업생이 배출됐는가. 한국과 영국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군사외교 인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사는 한영 군사 교류를 확대하고 영국의 군사기술을 익히기 위해 2019년 샌드허스트와 위탁교육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해 처음 생도를 파견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에서 러시아 흑해함대의 주력 전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탄약 폭발사고와 화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대함 미사일로 모스크바호를 격침 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흑해 함대의 모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것은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이 침몰한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연안 흑해를 항해하던 모스크바호는 폭발한 뒤 선체에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호가 심각하게 파손됐고 선원 510여 명이 대피했으며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군함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예인 중이었으나 거친 파도 때문에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이 모스크바호에 명중했고 전함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넵튠의 사정거리는 최대 280㎞. 이동식 대함 순항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의 미사일을 토대로 개발했다. 미사일 길이는 약 4.9m, 최대 발사 속도는 시속 900km다. 총 무게 870kg에 150kg 탄두를 탑재했다. 이 작전에는 터키제 무인항공기(드론) 바이락타르 TB2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공시스템을 갖춘 모스크바호를 먼저 TB2로 유인해 시선을 끈 뒤 넵튠 미사일로 공격했다는 설명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클럽에서 모스크바호가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에 대해 “이 사안은 둘 중 하나다. 러시아군이 무능하거나, 혹은 그들이 공격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 주장대로 주력 전함이 단순 화재 사고 때문에 침몰까지 이어졌다면 그 자체로 러시아군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주장대로 격침된 것이라면 이 또한 러시아에게 큰 타격이라는 것이다. 모스크바호 침몰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러시아 군함이 피해를 입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게다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이름을 따라 명명했을 정도로 중요한 주력 전함인 모스크바함이 침몰했다는 것은 러시아군에게도 충격이다. 현재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수상함 중 가장 규모가 큰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은 노후화 된 탓에 수리 중이다. 1990년에 취역했고 만재 배수량은 5만7500t(톤)이다. 그 다음으로 강한 전함이 키프로급 원자력추진 순양함인데 2척을 보유하고 있다. 1척은 운용 중이고 나머지 1척은 아직 무장이 진행 중인 예비함이다. 만재 배수량은 2만8000 t이다. 이번에 격침된 모스크바호는 이보다 한 단계 아랫급인 슬라바급 미사일 순양함이다. ‘슬라바’는 러시아어로 ‘영광’을 뜻한다. 러시아 해군은 슬라바급 3척을 보유했는데 1척이 이번에 격침됐고 이제 2척만 남았다. 만재 배수량은 1만2500 t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러시아 해군이 운용 가능한 수상함 중 ‘넘버2’가 해군 전력도 전무한 우크라이나군에게 격침당한 셈이다. 14일 미국 펜타곤(국방부) 관계자는 브리핑 중 “이것은 틀림없이 미사일에 당한 결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사건 직후 러시아 흑해함대를 총 지휘하고 있는 이고르 오시포프 흑해함대 사령관이 의문의 요원들에게 체포당했다는 소문도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러시아 연방정보국(FSB)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복 요원들이 그를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시포프 사령관은 모스크바함에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군의 사기와 명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칼 슈스터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모스크바호 침몰보다) 더 큰 타격이 있다면 러시아의 유일항 항공모함인 쿠츠네초프호가 파괴되거나 탄도미사일 잠수함이 공격 받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의 안보 불안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이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이후 200여 년간 고수했던 중립국 노선을 깨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13일 복수의 스웨덴 언론이 전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집단 안보체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역시 중립국인 핀란드 또한 나토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스웨덴 유력지 스벤스카다그블라데트, 더로컬스웨덴 등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나토에 가입하기로 결정했고 6월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때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수도 스톡홀름에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안데르손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스웨덴 안보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분석하고 있다”며 나토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마린 총리 또한 “몇 주 안에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과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상비군 약 3만8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전투기, 전차 등을 자체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군사기술 강국이다. 이런 스웨덴이 가입하면 나토의 전력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대중지 메트로는 스웨덴의 가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큰 일격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스웨덴은 2월 말 우크라이나에 대전차용 무기, 헬멧, 방탄복 등 각종 군사물자를 지원했다. 82년 만의 해외 군사 지원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침공 빌미로 삼은 러시아는 두 중립국의 나토 가입 움직임을 경고해왔다. 스웨덴의 이번 결정에도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전 세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억 명을 넘어섰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감염 사례가 처음 발견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각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와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3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세계의 누적 확진자는 5억118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인구 79억3464만 명 중 약 6%가 코로나19에 걸린 셈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저개발국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누적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213만 명의 누적 확진자를 보유해 가장 많았다. 인도(4303만 명), 브라질(3018만 명), 프랑스(2716만 명), 독일(2293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583만 명으로 세계 8위다. 누적 사망자는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멕시코 순으로 많았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는 세계 41위(30만8304명), 사망자는 135위(390명)였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중 58.9%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마친 인구는 22.1%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델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등장, 각국의 방역 완화 조치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 모크다드 미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이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코로나19 검사를 축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어떤 변이가 새로 생겼는지 알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전 세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억 명을 넘어섰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감염 사례가 처음 발견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각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와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확진자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3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세계의 누적 확진자는 5억118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인구 79억3464만 명 중 약 6%가 코로나19에 걸린 셈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저개발국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아할 때 실제 누적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213만 명의 누적 확진자를 보유해 가장 많았다. 인도(4303만 명), 브라질(3018만 명), 프랑스(2716만 명), 독일(2293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583만 명으로 세계 8위다. 누적 사망자는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멕시코 순으로 많았다. 한국의 인구 100만 당 누적 확진자는 세계 41위(30만8304명), 사망자는 135위(390명)였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중 58.9%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마친 인구는 22.1%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델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등장, 각국의 방역 완화 조치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 모크다드 미 워싱턴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박사는 뉴욕타임스(NYT)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이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코로나19 검사를 축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어떤 변이가 새로 생겼는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레샤 우크라이나 국립학술극장. 어두운 무대 중앙에 한 줄기 조명이 내린다. 빛줄기 안에서 춤추는 배우는 아이보리 옷에 붉은 허리띠를 둘렀다. 관객들은 숨 죽여 그 몸짓에 집중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도시 곳곳이 파괴되고 학교나 극장 같은 문화시설도 폐허가 된 지 6주 만이었다.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퇴각한 틈을 타 집과 일터로 돌아온 키이우 시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이들은 일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청소하고 요리하며 아이들을 먹이고 예술 활동을 펼쳤다. 레샤 극장 공연은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모든 배우와 관객은 근처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연극에 앞서 무대에 오른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문화부 장관은 “예술이 상처를 치유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는 슈퍼마켓 900곳 이상, 카페 460여 곳이 다시 문을 열며 도시가 활기를 되찾아갔다. 드니프로강 주변에서 시민들은 조깅을 했고 술 판매와 지하철 운영도 재개됐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서부로 대피했던 이리냐 스토니엔코비호프스카 씨(28)는 남편과 아들 다비드(7), 딸 에스테르(3)를 데리고 돌아왔다. 다비드가 다니던 학교는 폭격으로 무너졌다. 이리냐 씨는 “아이들이 건물 잔해나 시신 등을 못 보게 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다비드는 길을 걷다가 종종 엄마에게 “지뢰가 있으면 어떡해”라고 묻는다. 키이우에서 스테이크 식당을 하는 올하 아키자노바 씨(28)는 인근 병원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매일 음식 150인분가량을 만들기 시작했다. “환자는 350명인데 조리사는 2명뿐이라네요.” 그의 식당은 부차의 식료품업체에서 고기와 해산물을 공급받아 왔으나 그 업체 물류창고가 러시아군의 공격에 타버렸다. 아키자노바 씨는 “러시아군이 철수하면 ‘구운’ 요리는 얼마든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라며 웃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증언이 나왔다. 현지 언론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2월 24일 침공 이후 첫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은 화학무기 사용 시 대량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러시아가 이를 사용할 경우 강력한 제재와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러, 무인항공기로 화학물질 살포”11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 소속 아조우연대는 이날 “러시아가 독성을 지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화학물질을 살포했다고 아조우연대는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군인과 민간인 등 3명이다. 이들은 호흡 곤란, 심각한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도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러시아는 모든 인도주의의 선을 넘었다”고 규탄했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에 강력히 경고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정무차관은 12일 “화학무기 사용은 혐오스럽고 선을 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정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화학무기 관련)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동부의 핵심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도시 전체가 포위당한 상태다. 도시 기반시설의 90% 이상이 파괴됐고 식량, 식수, 전기도 끊겼다. 40만 주민이 거주했던 마리우폴에는 약 12만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거리에 시신들이 카펫처럼 덮여 있다.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을 것이다. 군인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2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11일 AP통신에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도시 곳곳에 사상 검증을 하겠다며 ‘여과 캠프’를 설치하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민간인을 임시 감옥에 가둬 고문, 학살하고 있다.○ “러 병사가 성폭행하고 남편 살해”러시아군의 잔학 행위는 다른 도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11일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퇴각한 수도 키이우에서 폭발물이 숨겨진 세탁기, 자동차 등이 다수 발견됐다. 러시아군은 가정집에서 각종 물품을 약탈한 뒤 우크라이나 경찰과 구조대원 등을 겨냥해 건드리면 폭발하는 부비트랩형 폭발물을 곳곳에 설치했다. 민간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도 자행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성노예’로 납치해 성폭행한 뒤 알몸으로 감자 저장고 등에 가두고 살해했다. 키이우 인근 마을에 사는 한 여성은 “러시아 병사가 나를 성폭행하고 남편까지 살해했다. 병사들이 떠난 자리에는 마약과 비아그라만 남아있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남부에 대규모 전면전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과 방공 시스템, 전차, 장갑차, 대포 등 중화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미국 CNN이 전했다. 유럽연합(EU)도 11일 우크라이나에 5억 유로(약 6721억 원)를 추가 투입하고 무기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은 1950년 전쟁을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이겨냈습니다. 우리가 러시아의 탱크, 군함,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군사 장비들이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15분간의 국회 연설에서 우리 정부에 무기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이런 무기들이 있으면 우리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 우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게 대한민국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군 소식통에 따르면 8일 양국 국방장관 전화회담에서 휴대용 대전차미사일(현궁)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신궁) 등 무기를 지원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우리 군이 거절했다. 그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지원을 재차 요청한 것. 연설 이후에도 국방부 관계자는 “살상무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지 않고 세금을 내고 러시아 경제를 지지한다면 러시아는 세계와 타협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한국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족과 문화, 언어를 없애려 한다. 점령지에서 민족운동가와 국어 선생님들부터 찾아내 학살하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도 했다. 통역을 맡은 올라나 쉐겔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연설 막바지 울먹였다. 이날 연설은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전체 의원 300명 중 약 60명만 참석해 좌석 300석의 상당수가 비는 등 썰렁한 분위기였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참석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장단은 국회를 방문한 스웨덴 국회의장과 면담 뒤 의장실에서 함께 연설을 시청했다”고 말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으나 미국 영국 일본 등 23개국 의회 화상 연설 때마다 어김없이 터져 나온 기립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연설 때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의원들이 의회 강당을 가득 메웠다. 영국 의회는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하원 회의장을 내줬고 보리스 존슨 총리도 참석했다. 일본 의회 연설 때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외상, 방위상 등과 함께 참석했고 빈자리가 없어 일부 참석자는 서서 연설을 들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