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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8시 서울 이화여대 앞 골목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독립서점. ‘불금’(불타는 금요일)에도 20명 남짓한 이들이 간이의자까지 펴고 빼곡히 앉았다. 이 자리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를 위한 자발적 모임이었다. 내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의원에 직접 도전해 보려는 보통 사람들의 모의라고 할까. 행사명도 발랄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테마곡 ‘나야 나’를 패러디해 ‘오늘 밤 구의원은 나야 나’로 지었다. 그들이 바꿔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우리가 직접 우리 동네부터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프로젝트는 이 책방의 주인장인 김종현 씨(34)의 아이디어다. 노파심에 먼저 밝히면 그는 이른바 ‘멀쩡한’ 청년이다.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았고,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김 씨는 “촛불집회를 거친 20, 30대가 이번 대선 때 ‘투표에 참여하자’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왜 우리는 투표만 해야 하지? 직접 출마할 수도 있잖아’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의문은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인 구의원 선거에 직접 출마해 보자는 생각으로 귀결됐다. 동네 가로등 불이 안 들어오거나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모두들 ‘대통령 탓’만 하는 것도 문제 같았다고 한다. 생활에서 겪는 불편의 상당 부분은 구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며칠 뒤 책방에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한 30대 여성이 “서울에 구의원이 413명이나 되는데 나를 대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운을 뗐다. 다른 이가 “육아로 힘든 엄마, 패스트푸드점 알바생, 성소수자, 작업 공간을 못 찾는 예술가 등이 각각 대표성을 갖고 출마해 작은 단위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일베’(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 동참하겠다고 하면 어쩌느냐”는 문제 제기에 잠깐 논쟁도 일었다. 그러다 “벽을 둬선 안 된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라는 한 참석자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김 씨는 “출마하려면 지인에게 밥을 사거나 얻어먹는 일도 조심해야 하더라”며 공직선거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기성 정당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물었다. “정당의 지방선거학교나 청년아카데미에 참여하면 더 수월할 텐데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한창 정치지망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 중이거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어서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성 정당에 장식품이 되기도, 확성기 유세 같은 선거 방식도 싫다는 얘기였다. 다소 오해가 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여의도의 ‘책사’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겨울 촛불정국에 대해 국민들이 ‘정치적 각성’을 하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내가 나라의 주인이었구나. 내가 나서면 나라가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각성 말이다. 대선 이후 5개월, 국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의 각성을 수렴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집권여당과 보수야당이 악다구니하지만 정치 풍토에서는 도긴개긴이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같이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유럽의 ‘새 정치’ 물결처럼 번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취업준비생’(취준생)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결과적으로 ‘공시족’을 늘려 취업 관련 통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지난달 13일 발표된 ‘8월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5∼7월 취준생 수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매달 10만 명 안팎씩 늘어났다. 취준생 수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학원이나 기관에 다닌다는 응답자와, 혼자 집이나 도서실에서 준비하는 응답자로 파악한다. 이에 따르면 취준생 수는 5·9대선 전인 4월에는 65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만 명 늘어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에는 취준생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4000명(총 73만5000명) 늘었고, 6월에는 11만5000명(총 67만9000명), 7월에는 11만 명(총 72만8000명)이 각각 늘었다. 취준생 수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한다. 8월 청년실업률도 9.4%로, 외환위기 직후(1999년)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 의원은 “취준생이 향후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구직활동에 나선다면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긴 침묵 끝에 6개월의 구속 만기 마지막 날인 16일 정치적 복선이 깔린 첫 법정 메시지를 내놓자 정치권은 종일 술렁였다.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형사재판을 거부하고, 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직접적 메시지를 추가로 던지는 ‘옥중(獄中) 정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차 여론이 어디로 흐를지 가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정치 보복’ 주장하고 나선 전직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자신을 ‘정치 보복’의 희생자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단순히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불만, 재판에 대한 불신 차원을 넘어 옥중에서라도 정치의 한복판에 다서 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변호인단 전원 사퇴는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변호인단이 집단 사퇴하고 박 전 대통령을 혼자 남겨두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출당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에 실망과 분노만을 안겨주고 말았다. 국민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국정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운운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방어권 차원에서 본인의 심경을 얘기한 것으로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 홍준표 “방미 전 출당 문제 정리한다”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 새 출발을 모색하려던 한국당으로선 난감한 형국이 됐다. 한국당은 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르면 18일, 늦어도 홍준표 대표가 미국을 방문하기 전인 23일까지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 권유를 할 예정이었다. 전희경 대변인은 “어느 국민이 정권교체까지 된 마당에 증거 인멸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한 것에 납득하겠느냐. 사법부의 정치화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한다”고 말했지만 2차 구속기한 연장에 초점이 맞춰진 구두 논평이었다. 한국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도 박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가급적 삼가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지금 출당을 밀어붙이면 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내놓을지 몰랐다. (당이) 출당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의원도 “법정구속 이후 최초의 입장 표명이라 (전통 지지층에) 호소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옥중정치에 나선나면 사정 변경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있다. 이에 홍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방미 전에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정리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자신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 아니냐. 당으로서는 오히려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도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이다. 당이 이제 와서 그 정치적 책임을 면해줄 순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홍 대표도 류 위원장을 만나 “발언은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보수 통합 ‘숨고르기’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 통합 논의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 기간에는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자”며 11월로 통합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 당초 이들은 이번 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가 이뤄지면 11·13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인 26일 이전 집단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였다. 박 전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메시지가 나오면서 통합파 의원들은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보수야당 통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시간 조정의 문제일 뿐 통합을 해야 한다는 절대 명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나온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하면 (통합 과정에) 부작용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주택 부자’가 가장 많은 정당은 자유한국당이었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는 부동산 관련 정책과 법안을 1차적으로 심사하는 국토교통위원회에 다주택자가 가장 많았다. 이는 15일 동아일보가 3월 23일 국회 공보에 공개된 20대 국회의원 296명의 신고 재산 가운데 주택 보유 현황(배우자 보유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다주택 의원 수 1위는 국토위 상임위원회별 다주택자는 국토위(18명)에 가장 많았다. 국토위 소속 의원 30명 가운데 60.0%인 18명이 주택을 2채 이상을 갖고 있다. 국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이 다주택자였다. 한국당 간사인 이우현 의원과 국민의당 간사인 윤영일 의원, 바른정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1주택자로 조사됐다. 국토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토교통부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다. 앞서 중앙부처 조사에서는 국토부(소속·산하기관 포함) 1급 이상 고위공무원 32명 가운데 59.4%인 19명이 다주택자였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소속 의원 78.9%가 다주택자로, 비율로만 따지면 상임위 중에서 가장 높았다.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상임위는 국토위 외에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있다. 기재위는 부동산 세제 관련, 정무위는 금융 정책 관련, 행자위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취득·등록세 관련 정책을 다룬다. 기재위 소속 의원의 52.0%, 정무위 소속 의원의 50.0%, 행자위 소속 의원의 61.9%가 각각 다주택자였다. 현재 국회의원은 주식백지신탁제도의 적용을 받아 자신이 소유한 기업의 주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활동이 배제된다. 하지만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회의원, 고위공무원보다 다주택 비율 높아 조사 대상 의원 296명 가운데 54.7%인 162명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9월 22일까지 관보에 공개된 청와대, 국무총리실,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42.0%)보다도 높다. 다주택 의원 162명이 갖고 있는 총 주택 수는 522채로 집계됐다. 다주택 의원 1인당 평균 3.2채를 보유한 것으로, 주택 수로도 1급 이상 고위공직자(평균 2.5채)보다 많다. 정당별로는 한국당이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7명(68.9%)이 다주택자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의당, 민주당, 바른정당 순이었다. 정의당은 대통령 선거 때 생애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했다고 공개한 심상정 의원을 포함해 소속 의원 6명 중 다주택자가 없었다. 다만 다주택자라고 하더라도 보유 지역이나 주택 면적에 따라 총자산 규모는 고가의 1주택자나 무주택자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재산 1위’로 꼽히는 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전북 전주시에 부친 명의의 아파트 1채를 신고했을 뿐 정작 본인은 서울 강남구 등에서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주식 부자’다. ‘부동산 부자’이지만 주택 보유 순위에서는 뒤로 밀리기도 했다. 빌딩이나 상가를 가진 의원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부동산 부자’ 1위(총 324억 원 규모)인 민주당 박정 의원이 대표적이다. 주택은 경기 고양시 연립주택과 파주시 단독주택 등 2채를 갖고 있지만 서울 마포구에 307억 원짜리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 국회의원의 집은 어디에? 국회의원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국회가 있는 서울과 지역구에 모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국회가 열리는 주중에는 서울에서, 주말에는 지역구에서 활동하다 보니 양쪽 모두에 거처를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석 결과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전체의 53.4%인 158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제외한 인천, 경기, 지방에 지역구를 뒀지만 서울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도 전체 203명 가운데 95명(46.8%)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1주택 의원 중에서도 서울에 보유한 주택은 놔둔 채 지역구에선 전셋집을 얻는 경우도 상당하다. 서울과 지역구에 한 채씩을 보유한 2주택 의원의 경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당부한 “자기가 사는 집 아니면 좀 파시라”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억울해하기도 한다. 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 기자}
법원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사법부에 조종(弔鐘)이 울렸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전면 위배한 이번 결정은 법원이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국민은 오늘을 사법사(史)상 ‘치욕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국민들께 사과는커녕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며 “사법부의 구속 연장은 법과 원칙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구속 연장이 결정된 만큼 국정 농단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대변인은 “법원이 고심 속에 오직 법적 잣대로만 판단한 결론이라 믿고 그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세월호 참사 초기 상황 보고를 조작하고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지침을 불법 변경한 정황을 담은 문건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 대상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신인호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이다. 수사 과정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문병기 기자}

바른정당 통합파가 자유한국당과의 재결합에 대한 결심을 굳히면서 바른정당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른정당 창당 주역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는 자강파 설득에 실패할 경우 이달 말 집단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급물살을 타는 보수 통합 움직임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연정(聯政)론까지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 국민의당-민주당 연정설, 통합설까지 국민의당은 정계개편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바른정당이 분당되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구심점으로 작동하면서 ‘제3지대’인 국민의당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2일 “한국당이 아직도 여왕 박근혜의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골수 친박(친박근혜)과 동고동락하면서 바른정당과 통합 운운하는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통합 움직임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론도 불거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는 나의 불행이 당신의 행복으로 가지 않는다”며 “당신이 깨지면 우리도 깨진다, 우리가 통합되면 당신도 통합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이) 고민스럽다”며 “모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이 되면 민주당은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만큼 국민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연정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안철수 대표와 중진 만찬에서도 논의됐지만, 여권의 공식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 등에서 협치를 잘하자는 얘기일 뿐 연정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연정론이나 통합론에 대해 “그건 옛날 이념정당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며 “그 논리는 우리 당을 왜 만들었는지에 완전히 반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10일 당 중진 만찬에 이어 이날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집안 단속’에 분주한 모습이다. 13일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이 조찬 연석회의를 열고 노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바른정당 분당, 관심은 탈당 규모 김무성 의원과 김영우, 김용태, 황영철 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11일 모임을 갖고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위한 집단행동 결행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바른정당 11·13전당대회의 후보 등록일인 26일까지 자강파의 ‘수장’인 유승민 의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김무성 의원은 12일 “(자강파 설득이 안 되면) 당 대 당 통합에 준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을 무력화할 만한 집단 탈당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유 의원의 입장도 강경하다. 전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희망도 없는 한국당과 합당하지 않겠다”며 “국민의당의 보수정치인이든, 한국당의 건전보수든 정치 노선과 가치를 중심으로 할 때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 등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이후 바른정당이 주축이 된 중도보수세력 통합을 노리고 있다. 이제 관심은 탈당 규모에 모아지고 있다. 통합파와 긴밀히 접촉하는 한 한국당 의원은 “다음 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의결이 이뤄지면 9명 정도가 탈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107석)에 15명이 합류하면 민주당이 1당인 현재 의회권력의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장관석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1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以前)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자”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11월 13일) 바른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보수 분열이) 고착화된다. 그 전에 보수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바른정당 새 지도부로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가 전면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도부 선출 뒤에는 보수 야당 통합이 어렵다고 보고 그 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통합) 형식에 구애되지 말라”며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열어 놨다. 기존에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뒤 개별 입당을 뜻하는 ‘흡수 통합’을 강조한 데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이는 바른정당 통합파에 탈당 결행의 명분을 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미국 방문 전인 20일경 최고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도 의결할 방침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영감님은 한국당 지지도나 신경 쓰시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전당대회를 파괴하려는 공작”이라며 “그 사람들(한국당) 뇌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분열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3선 의원 15명은 이날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발족에 합의하고, 각 당에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확정되는 20일부터 바른정당 당 대표 후보 신청을 받는 26, 27일까지가 탈당 결행의 1차 ‘디데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한 뒤 당 대 당 통합을 공식 제안하면 바른정당 통합파 8, 9명이 탈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통합을 논의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8·2부동산대책의 특징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셨으면 한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8·2대책 발표 직후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을 통해 한 발언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중앙부처 가운데 김 장관이 겨냥한 ‘집 많이 가진 사람’을 가장 많이 둔 기관은 어디일까. 1급 이상으로 한정할 경우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고위공직자가 가장 많은 부처는 44명이 있는 교육부(소속·산하 기관 포함)였다. 다주택자가 19명인 국토부는 두 번째로 많았다. 다주택자 275명이 갖고 있는 총 주택 수는 687채다. ○ 다주택자 많은 중앙부처는 어디? 교육부는 조사 대상 고위공무원 73명 가운데 44명이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해 중앙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박춘란 차관을 비롯해 본부 고위공무원은 3명이고, 나머지 41명은 국립대 총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 소속·산하 기관장이다. 7월 4일 임명돼 이번 분석에서 제외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포함하면 다주택자 비율은 더 높아진다. 김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경기 성남시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다주택자는 19명으로 공동 2위, 외교부는 18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16명)와 경찰청(14명), 문화체육관광부(13명)도 상위권이었다. 이들 부처에서도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본부 고위공무원보다 소속·산하 기관장 중에서 다주택자가 다소 많은 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핵심 3부처’라고 언급한 기획재정부(6명), 공정거래위원회(3명), 금융위원회(11명)는 상대적으로 순위에서 밀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차남 명의로 총 21억6769만여 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이 가운데 보유 주택은 부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60m² 아파트(약 5억8800만 원) 한 채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절반 이상이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된 부처는 국토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이었다. ○ ‘집안 단속’ 쉽지 않은 국토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토부는 정작 ‘집안 단속’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소속·산하 기관을 포함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32명 가운데 59.4%인 19명이 주택 2채 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장관을 비롯해 부동산과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손병석 1차관과 교통 정책을 담당하는 맹성규 2차관이 모두 2주택자다. 현직 국회의원인 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 아파트와 경기 연천군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김 장관은 6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연천군 단독주택에 대해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투기가 아니다”라며 “남편이 은퇴하고 나서 농사를 짓고 책도 쓰고 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차관은 서울 서초구와 세종시에 각각 아파트를, 맹 차관은 인천 중구에 복합건물과 경기 부천시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손 차관은 8·2대책 발표 직후 “주무 부처 차관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세종시 거처를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았다. 국토부 요직으로 꼽히는 기획조정실장, 국토도시실장도 다주택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재정 기조실장은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와 복합건물을, 유병권 국토실장은 세종시에 아파트와 경기 안양시에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 ‘주택라인’의 핵심인 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은 서초구에 주택·상가 복합건물을 한 채 갖고 있어 1주택자로 분류됐다. 국토부 소속·산하 기관장 중에도 모두 6채의 주택을 보유한 유재영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을 비롯해 자녀 명의의 2채를 포함해 모두 주택 4채를 신고한 이광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3채), 한국국토정보공사 박명식 사장(3채) 등이 다주택자에 이름을 올렸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결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9월 22일까지 관보에 공개된 청와대,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중앙부처(18부 5처 17청 6위원회 2원)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배우자 보유 포함)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전수 조사해 나온 것이다. 7월 1일 이후 임용된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는 아직 관보에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655명 중에는 박근혜 정부 때 임명돼 재직하고 있는 공직자도 적지 않다. 일부는 퇴직했다. 또 다주택자라고 하더라도 보유 지역이나 주택 면적에 따라 총자산 규모는 고가의 1주택자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꼴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주택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투기과열지구에 소재하고 있으며, 투기과열지구이자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서울 강남4구에 위치한 주택도 2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강남4구 위주로 규제의 강도를 높여가는 것과 배치된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재산등록자료를 통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배우자 보유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 42%에 달하는 275명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가운데 2주택자는 195명, 3주택자는 47명, 4주택자는 17명이었다. 주택을 5채 이상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16명이나 됐다. 조사 대상 고위공직자들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90.7%에 달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일반 가구 가운데 주택을 보유한 가구는 절반 수준인 56.0%이고, 이 중에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가구’는 25.5%였다.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비율이 일반 국민의 3배가량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셈이다. 조사 대상 고위공직자 655명이 보유한 주택은 모두 1006채였다. 이 가운데 666채가 투기과열지구에 소재하고 있었고, 투기지역 주택은 461채였다. 1006채 가운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4구에 위치한 주택은 모두 289채로 전체의 28.7%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 국민들에게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본부와 산하 기관 1급 고위공직자의 절반 이상이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9월 22일 관보까지 게재된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송찬욱 song@donga.com·홍수영·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측이 제기한 자신에 대한 사찰 의혹에 대해 “제1야당 대표의 의혹 제기이니 공박으로 흐르지 않게 정성을 다해 있는 사항을 제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홍 대표 관련 의혹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비단 이 문제뿐 아니라 모든 사항에 대해 그렇게 대처하라고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적극 해명하거나 대처해 불필요한 정치 공방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미리 차단하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당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검찰, 경찰 등이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를 총 여섯 차례 들여다봤고, 그중 두 번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졌다”며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군, 검찰, 경찰은 문 대통령의 지시가 알려진 직후 일제히 홍 대표의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육군은 “육군 보통검찰부는 8월 전 39사단장의 비위행위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상대방(홍 대표 수행비서 손모 씨)의 휴대전화 번호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한 바 있다”며 “이는 가입자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수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도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다수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중 손 씨를 확인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으니 일단 정부의 설명을 더 들어보겠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 요청이 폭증한 사실이 있으니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수영 기자}

여야는 12일부터 20일간의 국정감사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번 국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첫 국감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현 정부의 첫 국감이어서 여야 간 격렬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적폐 청산 목표는 공적 정의 회복”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이명박(MB) 보수 정부 9년의 적폐 청산을 이번 국감의 지상과제로 천명했다. 추미애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 운영과 통치를 함에 있어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 운영과 통치행위에서 상실된 공적 정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불공정, 불평등의 기득권 중심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추석 전 MB 정부 문건 일부를 공개하며 전의를 다진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는 이재정 의원실이 대량 입수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공격할 포인트도 정비해 놓았다. 국정원의 대선 및 국내 정치 개입을 비롯해 강원랜드 등 불법 특혜 채용, MB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문건이 이미 확보돼 있고 이와 관련해 수백 개의 질의 사항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게 원내대표실의 주장이다. 특히 강원랜드 의혹과 관련해선 취업 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간 단서까지 확보했다는 것.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보수 정권의 암 덩어리와도 같은 적폐를 하나둘 공개하고 철저한 수사로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국당, ‘정치 사찰’ 의혹 제기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적폐 청산 공세를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일축하며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신(新)적폐’, 노무현 김대중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하며 되치기에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 한심한 안보의식, 정치 보복에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국정감사를 최후의 낙동강 전선이라 생각하고 원조 적폐와 신적폐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또 이명박 정권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사정(司正)에 대해 ‘정치 사찰’ 의혹으로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사실을 공개했다.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는 최근 1년간 수사 기간 외 6차례 조회됐으며 이 중 2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8월 21일(육군본부)과 8월 7일(서울중앙지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 대표는 “내가 (개인) 전화기는 사용하지 않으니까 수행비서 전화기만 군, 검찰, 경찰 등 5군데서 (조회)했다. 정치 사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의당, 어디를 공격하나 “‘적폐 청산’이냐 ‘정치 보복’이냐. 이 중 하나만 선택하면 국감은 오히려 수월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정이 좀 다르다.”(국민의당 소속 보좌관) 국민의당은 이번 국감에서 여권과 야권 가운데 어느 쪽으로 대치 전선을 형성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의당도 보수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민주당이 적폐 청산의 정치적 과실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큰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를 정면 겨냥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지지 기반인 호남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민주당과 선거구제 개편 협상 등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의 ‘협치 모드’가 깨져 버리면 더욱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MB를 구속 수사하라”(박지원 전 대표)는 말과 “적폐 청산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그것이 미래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김동철 원내대표)라는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수영 기자}

긴 추석 연휴 기간 여야 정치권은 ‘불확실한 산수’에 빠졌다. 바른정당발(發) 야권 정계 개편 움직임 때문인데, 단순해 보이지만 경우의 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은 연휴 기간 내내 회동과 전화 통화를 거듭하며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여당인 민주당도 야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연휴 직후부터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연쇄 회동이 예정돼 있어 국정감사 일정과 별개로 야권 통합 여부가 정국의 주요한 흐름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고 있다.○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추진’ 논의 돌입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파는 이미 행동에 돌입했다. 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과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 등 보수 통합을 주장하는 양당의 3선 의원들은 11일 국회에서 공개 모임을 갖고 실무 협의체격인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최고위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당 지도부에 통추위 구성과 관련된 보고를 했다”면서 “11일 모임에서는 통추위 구성 방안과 보수 통합의 시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인 16일 이후부터 바른정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27일까지 통합의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11월 13일로 예정된 바른정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자강파의 반발이 거세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개별 탈당과 한국당 복귀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바른정당 통합파와 자강파 간 설전은 이날도 벌어졌다. 통합파인 김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보수가 하나로 뭉치자”고 하자 자강파인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지금 당장 힘들다고 야합한다면 보수 재집권은 영영 불가하다”고 맞섰다. 유승민 의원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 통화를 통해 “힘을 합쳐 함께 잘 헤쳐 나가자”는 뜻을 전하는 등 당을 유지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 “원내 1당 지위 뺏길라” 고심 민주당에선 야당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정계 개편의 폭을 가늠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정계 개편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움직임에 20대 후반기 ‘국회권력’의 향방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반기 국회가 내년 5월 마무리되면 여야는 새로 국회의장을 뽑고 정당별 상임위원장도 다시 배분한다. 107석으로 원내 2당인 한국당이 바른정당과 손을 잡고 원내 1당을 차지하게 되면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직을 되찾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과제 법안 처리 등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놓쳐 버리면 국정 운영의 엔진 하나가 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민주당 출신 정세균 의장이 직권 상정한 것과 같은 ‘협조’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국민의당의 호남 지역구 의원 가운데 일부가 민주당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어 ‘국민의당발 정계 개편설’ 역시 꺼지지 않은 불씨다. 여야의 이런 복잡한 사정이 겹치면서 정계 개편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20석이 합쳐지면 127석의 명실상부한 원내 1당이 되지만 바른정당의 최소 4명은 한국당 합류에서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123석 안팎의 원내 1당이 야당의 희망 섞인 계산이다. 현재 121석인 민주당은 정 의장이 내년 당에 복귀해 122석으로 늘어나지만 김부겸 김영춘 의원의 6월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고려하면 120석으로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일부 의원(+α)의 입당 등으로 원내 1당 유지가 가능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최우열 dnsp@donga.com·홍수영·박훈상 기자}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추석 연휴 뒤 정치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13일 정부가 개정 협상 절차의 개시를 국회에 보고하면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익 우선’을 내세웠다. 김현 대변인은 5일 “관계 당국은 국익에 우선해 한미 FTA 개정을 충실하게 논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면서도 야당을 향해 “한미 FTA 개정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2011년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때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대표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반미를 외치면서 한미 FTA를 극렬하게 반대한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이번에 거꾸로 국익 시험대에 올랐다”고 적었다. 전희경 대변인은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큰 파급이 미치는 한미동맹을 흔드는 반미세력에 대해서도 엄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안철수 대표는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 지금까지 재협상이 없다고 얘기했다가 갑자기 재협상에 나서게 된 게 정부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국민을 속인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철저하게 대비해 농민, 어민, 임업인, 축산인들이 다시 한 번 피눈물을 흘리는 국제적인 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모든 (재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12∼31일 진행되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에 대한 ‘묻지 마 호출’ 관행이 재연되고 있다. 올해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올 기업인은 대기업 총수를 포함해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국감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자칫 ‘기업 감사’로 흐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환경노동위 등에서 채택한 증인 리스트에는 주요 기업인이 줄줄이 올라 있다. 정무위는 28일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장동현 SK㈜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갓뚜기(God·신+오뚜기)’로 치켜세우며 모범기업으로 꼽은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도 자유한국당의 요구로 증인에 포함됐다. 이날 합의한 증인 및 참고인 54명 가운데 53.7%인 29명이 기업인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당초 여야가 각각 100여 명의 증인 및 참고인 신청 명단을 가져왔으나 기업 부담을 줄이자는 위원장의 당부로 그나마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위는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대표, 나지용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기업인 9명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정했다. 국회의 ‘단골 증인’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에는 빠졌다. 산업위 관계자는 “당초 신 회장에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피해를 들으려 했으나 피해 기업을 국감에 부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데 여야 간사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과방위는 제조사와 이통사 간 ‘단말기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줄소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내 양대 포털을 이끄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포함됐다. 국감이 시작된 뒤에도 기업인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6일 국회 상임위원장 간담회에서 “이번 국감에서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등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야가 각각의 ‘입맛’에 따라 경쟁적으로 증인 및 참고인 요청을 하면서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 호출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담당 임원이나 실무자가 나와도 될 사안에까지 일단 대기업 총수를 불러 놓고 몰아세우는 ‘군기 잡기’식 국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해 처음으로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에서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의원들이 앞다퉈 증인 명단을 공개하며 이른바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인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17일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며 삼성전자 금호아시아나 네이버 등 대상 기업 10곳을 발표하기도 했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8일 “퇴행적 시도”라며 반격을 시작했다. “적폐 청산이냐”, “정치 보복이냐”를 둘러싼 정치권의 여론전에 전직 대통령이 직접 가담함으로써 전·현 정권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추석 연휴 이후 국회의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에 따라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 MB “퇴행적 시도, 국익 해쳐” 이 전 대통령이 여권이 추진하는 적폐 청산 작업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 전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단히 격앙됐고, 오히려 주변에서 좀 말리기도 했다”면서 “오늘 페이스북에 쓴 표현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보통 연말이나 명절에 즈음해 메시지를 내왔다. 이번에 마침 추석 연휴를 앞두고, MB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 관련 문건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줄줄이 공개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것이다. 최근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기류가 노골적으로 감지됐다. 특히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가정보원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 운영 실태 및 대응 방안’ 문건 작성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고발한 데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검찰이 출국 금지하는 등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 다녔다. ○ MB 향하는 여권의 적폐 청산 칼날 현재 MB 정부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긴밀한 공조로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 청산 TF가 MB 정부 당시 국정원 기밀 자료를 찾아내면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받아 수사하는 방식이다. 청와대가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는 이 정부 시절 문건도 수사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하고, 댓글사건 수사팀 검사 여러 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치하면서 ‘국정원 수사 시즌 2’를 예고했다. 수사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불이익을 받았지만 수사는 공교롭게도 MB 정부 시절 위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검찰은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66)을 첫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추석 연휴 중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비로 유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MB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정치 공세 의혹도 수사 중이다. 여당도 협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이날 MB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원 등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7건을 공개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보좌관이 자택으로 유출했다가 디도스 특별검사팀에 압수됐던 문건이다. 먼저 공개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실태’ 문건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당시 야권 광역·기초단체장 31명의 성향이 분류돼 있다. 또 ‘KBS 관련 검토사항’ 문건에는 핵심 인사들의 정치 성향 분류와 더불어 “김인규 사장으로 KBS 정체성 확립이 어려울 경우 사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적혀 있다. ○ 전·현 정권 전면전 비화 가능성도 이 전 대통령은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수사를 지켜본 뒤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적폐에 대한 맞불 공개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떠한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만 말했다. 자칫 전·현 정권, 또 진보-보수 진영 간 대립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즉각 “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전전직 대통령은 침묵하시면 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장관석 기자}

이달 중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속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 서울 여의도의 한 안과를 찾았다. 나이가 지긋한 의사는 불편한 속눈썹 몇 개를 제거한 뒤 유 의원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보수가) 통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뒤이어 들른 약국에선 약사 부부가 대선 후보였던 유 의원을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약사 부부는 “우리는 자유한국당 고정표”라면서 “왜 안 합치느냐”고 물었다. 유 의원은 웃음으로 넘겼다. 그러나 안약을 봉지에 담아 뒤돌아 나오면서 ‘개혁 보수’라는 가치를 떠올리고는 자못 씁쓸했을 것이다. 바른정당에서 유 의원처럼 ‘자강파’로 불리는 의원들도 앞날이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역에서 지지율이 제법 탄탄한 한 3선 의원은 자신을 믿고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한 기초·광역의원들을 걱정했다. 그는 “지역구에 노령 인구가 많은 동시에 대학도 있어 보수, 진보 성향이 각각 강하다”며 “바른정당이 이쪽(한국당)과 저쪽(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섬처럼 있는 구도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가 사실 쉽지 않다”고 했다. 앞서 ‘통합파’ 김무성 의원은 “나를 따라 나온 동지들이 울고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느냐”고 자강파 의원들에게 물었다. 바른정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11·13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통합파와 자강파 간 내홍이 봉합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폭풍 전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인 10월 16일 이후부터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0월 30일까지 보수 정치권은 ‘재결합’을 놓고 격동의 보름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통합파와 자강파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둘러싼 갈등이지 종착점으로 보수 대통합에 반대하는 인사는 없기 때문이다. 20석의 ‘미니 정당’이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도 깊다. 통합파는 자강파를 ‘보수야 어찌 되든 자기 정치 하는 사람들’이라고 오해한다. ‘보수 정치’에 대한 충정을 독점하려 들면서 생긴 오해다. 반면 자강파는 통합파를 ‘애초 반기문 보고 탈당한 사람들’이라고 오해한다. ‘보수 개혁’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불신이 빚은 오해다. 말 그대로 오해다. 자강파도 매일 현장에서 골수 보수층을 맞닥뜨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동시에 통합파도 자신들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보수 통합과 친박 청산 중 무엇이 우선인지 매 순간 씨름하고 있다. 양측 의원들로부터 그들의 고심을 듣다 보면 그렇게 평행선을 달릴 일도 아니다. 적어도 이들 간의 거리가 한국당 여느 친박(친박근혜) 의원들과의 거리보다 멀진 않다. 이에 내홍이 노선 차이라기보다는 양측 수장격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 간 감정의 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1명만 이탈해도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는 바른정당을 향한 얘기다. 언젠가 보수 통합이 절실한 과제인 순간이 올 것이다. 지방선거 전일 수도 있고, 후일 수도 있다. 다만 내세웠던 ‘개혁 보수’의 가치를 어느 정도 관철할 수 있는 여건이어야 한다. 이는 다 합쳐서 58선(選)인 의원 20명이 똘똘 뭉칠 때에만 가능하다. 한국당과 섣불리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기에 앞서 ‘합친다고 보수가 살아나느냐’는 의구심이 든다면, “정치를 바로 하겠다”며 무릎 꿇었던 모습이 눈에 밟힌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3선 의원들이 보수 통합 논의의 깃발을 들었다. 이들은 보수 원로를 포함해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해 보수 통합 논의에 물꼬를 트기로 공감대를 모았다. 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과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 등 양당의 3선 의원 12명은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 최고위원은 “통추위 구성 계획을 각 당 지도부에 얘기하고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 11일 만나서 다시 의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독주에 대해 힘 있게 견제하려면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되던 양당의 통합 논의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석 연휴 직후 통추위 구성과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프로세스가 맞물려 양당의 재결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다만 바른정당이 11·13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내홍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바른정당의 한 자강파 의원은 “한국당의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 논의는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과 장외 설전을 벌였다. 하 최고위원이 전날 “대한민국에 두 명의 적이 있다. 외부의 적은 김정은이고, 내부의 적은 홍 대표”라고 한 데 대해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떻게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 공천을 줘 만들었는지 참 어이가 없다. 좌파에서 배신자로 비난받고 우파에서도 몰염치한 배신자로 비난받는다면 갈 곳이 없을 텐데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여야가 이명박(MB),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두 전직 대통령의 과(過)를 들추는 데 몰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부부싸움’ 등과 연결짓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MB 정부 시절 발생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각종 의혹이 문서 등을 통해 구체적 형태로 드러나자 한국당이 궁지에 몰려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반전을 노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이 아무리 노 전 대통령을 부각하며 정치 보복 프레임 구축을 시도한다 해도 국민은 그 의도를 간파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 친노(친노무현)인 민주당 박남춘 의원도 “(보수정권 시절) 국정원의 정치공작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적폐 청산의 시작”이라며 “보수진영의 치부가 드러날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하고 치졸한 행태는 더는 용납되지 않으며 행동에 맞는 역사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대표까지 노 전 대통령 서거 논란에 가세했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이 침소봉대해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사건’ 재수사 문제와 ‘640만 달러 범죄수익’ 환수 문제에 귀착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확전 자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지만 홍 대표가 직접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관련 사건의 재수사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홍수영 기자}
“본부중대와 1·2·3중대만 불러서 회의하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추석 연휴 전 회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정치보복에 여념이 없는데 적폐세력의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이같이 썼다. 그는 “정치적 쇼로 소통한다는 것만 보여주려는 회동은 안 하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본부중대로, 야당인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1·2·3중대로 빗대 조롱한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홍 대표는 7월 19일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첫 회동에도 바른정당 대표 등과 ‘겸상’을 할 수 없다며 불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까지 회동 참석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청와대는 난처한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대한 (홍 대표를 포함한) 5당 대표를 모시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번 회동의 주제가 야당에서도 요구했던 안보와 협치인 만큼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에 대한 여야 배분을 현 체제대로 인정하고, 변동 요인이 있는 상임위원장만 조정해 28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뒤 한국당에 ‘여당 몫’이라며 돌려 달라던 운영, 정보위원장 자리를 협치 등을 감안해 포기하기로 잠정 결론 낸 것이다. 그간 민주당은 김영춘, 김현미 의원의 입각으로 공석이 된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 자리를 ‘맞교환용’으로 3개월째 비워 뒀다. 당 관계자는 “추석 직후 시작될 국정감사 때까지 공석인 상임위원장 자리를 비워 두고 자리싸움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방침에 따라 주요 상임위원장이 상당수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몫으로 이철우 의원이 맡고 있던 정보위원장은 강석호 의원이, 권성동 법사위원장 후임은 여상규 의원이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맡고 있는 국방위원장은 이학재 의원이, 공석인 농해수위원장은 민주당 설훈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최우열 기자}

2009년 1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출입을 시작한 뒤 처음 찾아간 정치인은 이정현 의원이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의 ‘대변인 격’이던 그는 ‘박근혜 전 대표 발언 모음(2004년 3월∼2008년 6월)’이라는 A4용지 343쪽짜리 문서부터 건넸다. 현안이 생길 때 공식처럼 비슷한 사례에 집어넣으면 ‘초짜 정치부 기자’도 박 의원의 향방을 유추할 수 있어 읽고 또 읽었다. 일종의 ‘박근혜 원론(原論)’이었다. 그 뒤 2권도 나왔다. 한 인물의 발언을 그렇게 좇아야 할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말은 10여 년 동안 보수 정치권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한국당 의원들에게 그 존재감은 더 했을 것이다. 당이 위기에 처하면 ‘박근혜’만 쳐다봤다. 선거 때는 박 전 대통령의 일정팀을 통해 지역에 한번 들러 달라 읍소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보수 정당에선 ‘박근혜 없는 보수’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넘었다. 한국당도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아직도 박근혜 얘기냐’고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또다시 꺼내든 이유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 ‘박근혜 없는 보수’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뒤 보수층을 붙들 무기를 아직 장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통 지지층의 이탈에 대한 불안감도 엿보인다. 출당 문제가 공식화된 뒤 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지금 한국당 지지율이 누구 지지율인 줄 아느냐. 박근혜 지지율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해야 할 ‘박근혜와의 절연(絶緣)’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정치에 남긴 오랜 폐단을 바로잡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책임 의식’을 비교우위로 내세웠던 보수 정당에 큰 상처를 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이 보수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아니냐’는 물음에 “내가 속은 것 같다. 그럴 사람이면 탄핵 정국 이후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였겠느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친박계에서 책임지는 인사 한 명 나오지 않는 것도 계파 ‘오너’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이보다 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정치 내 역동성을 없앤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배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공포정치’로 적막했다. 2015년 ‘유승민 사태’로 표출됐듯 다른 목소리는 곧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한 전직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적힌 시계를 의원들에게 몇 개 더 나눠주자는 건의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기가 어려워 보고서로 썼다”고 털어놨다. 보수의 미래가 될 인물도 키우지 않았다. 정당 최고 지도자로서 역대 대통령이 모두 해왔던 역할을 방기한 셈이다. 그렇기에 ‘박근혜 없는 보수’는 비단 박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를 뜻하는 게 아니다. 뒤늦게 박 전 대통령을 출당한다고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구여권의 책임이 자동 세탁되지는 않는다. 손으로 자기 눈을 가리고 “띠리리 리리리∼ 박근혜 없∼다”고 하는 ‘영구 개그’는 이제 국민들에게 안 통한다. 보수 정당은 이제 진정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박정희 보수’, ‘영남 보수’, ‘기득권 보수’와 같이 무언가에 기댄 보수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21대 총선도, 20대 대선도 아직은 멀찌감치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