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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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헌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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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2025-12-05
칼럼100%
  • 오바마 지우기-언론과의 전쟁… 트럼프 첫발부터 ‘마이웨이’

     프랭크 시내트라가 묵직하게 불렀던 명곡 ‘마이 웨이(My way)’가 재즈 가수 에린 보헴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통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20일(현지 시간) 정오 취임 선서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이날 오후 9시 반 워싱턴 월터 E 워싱턴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축하 무도회에서 취임 후 첫 댄스에 나섰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움직였고, 때때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노래 중간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와 트럼프의 자녀들까지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추며 파티 분위기를 띄웠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는 취임 후 첫 댄스 선곡으로 자신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누가 뭐래도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20일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트럼프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역대 대통령들은 보통 취임 연설에서 대선 상대 후보를 언급했지만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어진 오찬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이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영광스러웠다”고 소개하며 기립박수를 이끌었다. 트럼프가 “나는 이들 두 사람에게 많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우자 클린턴 전 장관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CNN은 클린턴 측근의 말을 인용해 “클린턴은 정말 (취임식에) 가기 싫었지만,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오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앞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어 펜실베이니아가를 걸으며 백악관까지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대통령 전용 차량인 ‘비스트’를 타고 가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유한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부근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려 약 3분 동안 걸으며 환영 인파를 맞았다. 이어 오후 7시부터 시작된 3곳의 축하 무도회에 참석해 ‘마이 웨이’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등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하지만 ‘달콤한 트럼프’는 여기까지였다. 이날 밤 백악관 집무실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들여 만든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들어가는 예산 부담을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첫날부터 ‘오바마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취임 이튿날인 21일에는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트럼프는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한 자리에서 갑자기 “난 지금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언론인들은 가장 부정직한 인간 부류 중 하나”라며 “언론들은 내가 (러시아 해킹 건으로) 정보기관과 불편하다고 하는데 이는 정반대다. 그래서 내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취임식 인파 관련 보도에 대해 “내가 취임사를 했을 때는 꽉 찼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 뉴스를 보니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텅 빈 화면을 내보냈다. 50만 명은 넘었는데, 내가 취임사를 하려니까 비까지 그쳤는데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부 언론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흉상을 치웠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아니 거기 그대로 있는데, 내가 킹 목사를 얼마나 존경하는데 이런 보도를 하다니 얼마나 부정직한 언론이냐”고 질타했다.   ‘트럼프의 입’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이날 오후 첫 공식 브리핑에서 몇 가지 사실을 들이대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취임식 날 워싱턴 지하철 이용객은 42만 명으로 이는 4년 전 오바마 취임식 때의 31만7000명보다 월등히 많다”며 “언론이 고의로 (참가자 수를 줄이는) 거짓 보도를 했고 이런 시도는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 지하철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취임식 날 지하철 이용자 수는 57만1000명으로 4년 전 오바마 취임식 때(78만2000명)보다 적다고 반박했다.  열변을 토한 스파이서 대변인은 첫날부터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가버렸다. 뉴욕타임스는 너무 황당한 주장이라고 비판했고, NBC방송은 “뭐라고 이 상황을 표현할 형용사를 못 찾겠다”며 어이없어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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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미국이 못했던 일 해내겠다”

     부동산 재벌이자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71)가 20일(현지 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형성한 국제 질서에 문제를 제기해 온 그가 ‘미국호’를 이끌게 되면서 세계는 본격적인 ‘트럼프 롤러코스터’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경제 외교안보 사회 등 전 분야에서 트럼프식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표출된 민의를 ‘진정한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고 보고 △역대 최고 수준의 일자리 창출 △공항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확충 △제조업 부활 △멕시코 등 접경 지역 국경 수비 강화 등을 약속했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선 중국 등 주요 경쟁국과는 보편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되 세계 패권 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아메리카니즘’이 트럼프 행정부의 제1 국정 운용 기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을 테러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최강의 군사력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혀 북한 김정은이 연초 예고한 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경우 초강경 대응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12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취임 기념 콘서트에서 즉석 연설을 갖고 “나는 변화를 원하는 여러분의 메신저이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돼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한 뒤 “더 이상 (사회로부터) 잊혀진 사람들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수십 년간 이 나라에서 성사된 적 없는 일을 해 내겠다. 어느 때보다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핵무기 발사 코드 등 군 통수권을 이양 받으며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취임식 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일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며 핵심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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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계층 포용… 美 역사상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 될 것”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대기업 총수가 시무식 연설에서 핵심 사업 구상을 밝히는 듯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희망과 장밋빛 미래를 주로 이야기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철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이 처한 도전과 과제, 그리고 이를 헤쳐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그 해법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지난해 대선 의미를 되새기며 미국 사회가 워싱턴 기성 정치의 진정한 변화와 환골탈태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백인 중산층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 모든 계층을 포용하고, 나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트럼프식 어젠다를 취임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미 역사상 최고의 일자리 창출(job creating)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애매모호한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일자리 만들기라는 구체적인 목표에 트럼프 1기의 승부수를 거는 듯했다. 이를 위해 공항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부활을 약속했다. 멕시코 등 접경지역 국경 수비 강화도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동시에 국경 강화에 따른 건설 사업으로 관련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140자 트위터만으로 GM,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 약속을 받아낸 만큼 취임 후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요구 드라이브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아메리카니즘’을 더욱 확고히 천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각종 지역동맹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무역협정은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미 당선인 시절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對中) 압박 드라이브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도 이 같은 구도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라는 구호하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미군이 어느 때보다 나약해졌다고 보고 다시 강력한 미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연초에 이어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하고 나서, 오히려 중국보다도 북핵이 트럼프 취임 후 첫 번째 안보 과제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북한과 중국에 닿을 수 있는 ICBM인 미니트맨3 등 모든 핵무기 발사 코드를 넘겨받으면서 세계 최강 군대의 통수권자로서 임무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틈틈이 직접 원고를 썼으며 최근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집무실에서 수차례 예행연습을 가졌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개인적으로 진솔하면서도 자신의 국정철학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트럼프주의가 미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미국인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 글”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일부터 ‘엄청난 쇼’를 준비했다고 CNN 등이 전날부터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열린 오찬에서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이 사용하는 펜으로 매우 중요한 문서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행정명령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이민 및 로비 금지 조치에 관한 것이라고 예고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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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 “잊혀진 사람들 위해 변화 이루겠다”

    세계가 이제 본격적인 '트럼프 롤러코스터'에 오르게 됐다. 세계 2차 대전 후 형성된 국제 질서에 지각 변동을 예고해 온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1)가 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서 트럼프식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표출된 민의를 '진정한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고 규정한 뒤 △역대 최고 수준의 일자리 창출 △공항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확충 △제조업 부활 △멕시코 등 접경 지역 국경 수비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선 중국 등 주요 경쟁국과는 보편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되 세계 패권 경쟁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아메리카니즘'이 트럼프 행정부의 제1 국정 운용 기조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 본토에 대한 테러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최강의 군사력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연초 예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경우 초강경 대응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취임기념 콘서트에서 즉석연설을 갖고 "나는 변화를 원하는 여러분들의 메신저이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돼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한 뒤 "더 이상 (사회로부터) 잊혀진 사람들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말 열심히 일해서 지난 수십 년간 이 나라에서 성사된 적 없는 일을 해 내겠다. 어느 때보다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핵무기 발사 코드 등 군통수권을 이양 받으며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취임식 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일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며 핵심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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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와 백악관서 티타임… 反트럼프 시위속 취임 선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일정은 19일(현지 시간) 전야제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이어진다. 축하객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등 100만 명이 운집할 예정이어서 이 기간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대와 불안, 긴장감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취임식 당일에는 간간이 비(강수확률 70%)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전날 백악관 인근 국빈 전용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묵은 트럼프는 20일 오전 8시 반 걸어서 5분 거리인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의 기도회에 참석한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이 교회를 찾아 성공적 임무 완수를 기원했다. 이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티타임을 가진 뒤 함께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으로 이동한다. ○…스타들이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해 취임식 국가는 리얼리티쇼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준우승자인 10대 소녀 가수 재키 이뱅코가 부른다. “나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헌법을 수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신이여 도와주소서.” 이와 같이 선서한 직후부터 트럼프는 군 통수권 등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다. 트럼프는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사용했던 성경과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것 중 하나에 왼손을 얹고 선서한다. 20여 분간 이어질 취임사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주제로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이 끝나면 의사당 스태추어리 홀에서 오찬이 열린다. 미국 동북부 메인산 바닷가재, 사프란 소스로 버무린 멕시코만 새우, 감자그라탱을 곁들인 버지니아산 쇠고기 스테이크 등 세 가지 코스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트럼프는 술을 안 마시지만, 모든 요리엔 캘리포니아산 와인과 샴페인이 곁들여진다. 오후 7시 열리는 축하 무도회 ‘리버티 볼’에서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에 맞춰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춤춘다. ○…이번 주말 워싱턴 일원에는 마리화나 합법화, 반전(反戰), 소수자 보호 등을 주제로 수십 개의 시위가 예고돼 있다. 특히 21일 여성단체들의 합동시위인 ‘여성들의 행진’에 20만 명이 참가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보안 인력 2만8000명이 배치된다. 보안 예산 1억 달러(약 1180억 원)를 포함해 사흘간의 취임식 행사에 최대 2억 달러(약 2360억 원)가 들어간다. 취임식 비용은 국가 예산과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한기재 기자}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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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 “中 악의적 무역행위 징벌” 시진핑 “무역패권 행사안돼”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1 표적은 예상대로 세계 패권 전쟁의 유일한 경쟁 상대인 주요 2개국(G2) 중국이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를 따라 그의 초대 내각 참모들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국제 문제의 양대 축인 안보, 통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팽창을 “용납할 수 없다”라는 초강경 메시지를 잇달아 던졌다. 이에 중국도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혀 양국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强) 대 강’의 충돌도 불사할 태세다. 대륙 강대국(중국)의 완충지대이자 해양 강대국(미국)의 교두보인 한반도 주변 정세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의 통상 정책 참모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8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을 ‘가장 보호무역주의가 강한 나라’ ‘악의적인 무역 행위’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CNN이 “트럼프가 로스 후보자를 통해 취임 전 중국에 (통상 전쟁) 최후통첩을 보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로스 후보자는 중국 통상 정책의 구체적인 문제로 국영 기업과 정부 보조금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꼽으며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며 퇴출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로스 후보자는 “중국 국영 기업의 30% 이상은 파산 직전이지만 이들은 국영 은행이 제공하는 저리의 대출과 정부 보조금으로 목숨을 이어 가면서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는 낮은데 중국만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관세는 협상 도구이자 우리가 제시한 무역 기준을 지키지 못한 국가나 기업을 징벌하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아주 심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한 무역을 위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통상 무대를 서로에게 공평하도록 평평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자유무역이라는 말뿐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현실성을 가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중국을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용으로 내건 대만 정책 재조정이나 남중국해에서의 강경 대치 등 ‘정치 외교 군사정책’ 최후통첩을 이미 보낸 상태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참모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는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호전적인’ 베이징에 대처하기 위해 대만과 좀 더 긴밀한 군사 유대를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군 철수 목소리가 높은 일본 오키나와나 필리핀 주둔 미군을 대만에 주둔시켜 남중국해 군사 분쟁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 참모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지난주 인사청문회를 통해 중국의 미온적 대북 제재에 대해 “더 이상 (말로만) 북한을 개혁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도록 만든 중국의 텅 빈 약속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과 함께 중국에 사실상의 전방위적 패권전쟁을 선언하자 중국은 일단 속내를 파악하면서 호흡을 고르는 분위기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 새 행정부의 집권 기간에 미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국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강대국은 상대방의 핵심 관심 사안을 존중해야 하며 갈등과 대립 없이 상호 존중과 윈윈할 수 있는 협력 관계에 기반을 둔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국이 무역 패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라며 무역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19일 “중국은 무역전쟁에 직면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은 보복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선 벌써 대미 보복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레스터 로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중국은 차기 미국 정부가 대(對)중 무역이나 투자에 제한을 가하는 등 통상 제재를 취하면 이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해 놓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보복 조치로는 △반덤핑 및 보조금 상계관세 부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조사 △세계 최대의 달러 국채 보유국으로서의 대미 반격 카드 △보잉 항공기 주문 취소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조치 등이 거론된다고 SCMP는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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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 격랑속… ‘Mr. 불확실’ 트럼프 시대 첫발

     글로벌 안보, 통상 질서에 대격변을 예고해 온 ‘워싱턴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20일(현지 시간) 공식 취임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경제 안보 패권 경쟁도 불사하겠다는 기세여서 세계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수장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사실상 ‘G2 통상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중국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큰 나라 중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더 이상 (경쟁국의) 악의적 무역행위, 정부 보조금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중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정책을 철회 또는 수정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 진출에 제약을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로스 후보자는 이어 “미국은 공정한 무역을 위해 우리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나라들에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지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혹한 징벌(severe punishment)을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 연설에서 “주권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대국은 자기만 옳다면서 억지로 (상대국에 상품을) 사고팔도록 패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어떤 국가도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국제 법질서를 파괴할 수 없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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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승헌 특파원]‘기자의 거친 질문’에 감사 표한 오바마

     18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기자실.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러 기자실에 들어섰다. 그는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쳐다봤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인사에 뉴욕타임스 CNN 등 각 매체에서 나온 50여 명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오바마는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쓴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취재원과 기자) 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아첨하면 안 된다. 대통령인 나에게 회의적인 시각으로 거친 질문을 하는 게 맞다. 사정을 봐줘서도 안 된다. 언론이 그렇게 비판적 시각을 던져야 백악관에 있는 우리도 국민들에게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오바마는 계속 말했다.  “그런 당신들이 있어서 백악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더 솔직해지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했다. 사실 여러분이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왜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느냐’고 질타했을 때 나는 보좌진에게 돌아가서 ‘빨리 해결해서 다음 회견엔 저런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다그칠 수 있었다.” 웃음이 터졌다. 오바마는 그러면서 “미국과 민주주의는 언론을 필요로 한다. 여러분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도)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집요하게 진실을 끄집어내서 미국을 더 좋게 만들어 달라. 여러분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뛰어난 노력에 대통령으로서 감사를 표한다. 행운을 빈다”고 했다. 그런 후 40여 분간 평소처럼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임기 말 사면 논란 등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미국 기자들도 오바마가 풀어낸 ‘언론학개론’에 놀란 표정이었다. 일부는 웃기도 하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회견에 나섰지만 정작 질문은 안 받거나 언론이 왜곡 보도만 일삼는다는 대통령, 자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 언론 탓하는 대선 주자들을 갖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언론의 역할과 권력과의 이상적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는 대통령을 가져볼 수 있을까…. 회견을 지켜보면서 내내 부럽기만 했다.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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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정신은 낡은 워싱턴 질서 뒤엎어 바로잡겠다는 것”

     “트럼프 정신이 뭐냐고? 워싱턴에 있는 책상을 걷어차(kick over the table) 기존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 부위원장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74·사진)은 17일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트럼프주의(Trumpism)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특강 도중 ‘트럼프주의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는 워싱턴 사람들과 잘 지내러 온 게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새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는 대신 자칭 ‘트럼피즘 홍보대사’로 나선 그는 이 재단을 비롯해 요즘 워싱턴 곳곳에서 특강을 열고 트럼프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트럼프만큼 직설적인 화법으로 하원을 이끌어 유명세를 탔던 깅리치 전 의장은 이날도 거침없는 말로 “트럼프가 열어 갈 새 시대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는 미국인이나 외국 동맹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특강 이후 본보 등 일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가 기존 워싱턴 질서를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것인가. “트럼프 시대의 특징은 어떤 제약이나 규정,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 ‘신성한 소(sacred cow·지나치게 신성시되어 비판이나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관습)’는 없다. 외교든 경제든 다 마찬가지다.” ―미국 우선주의가 유일한 원칙인가. “정확히 말하면 미국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지를 고민한다. 가령 행정부는 더 작고 더 효율적으로 고쳐 최적화시키겠다는 게 트럼프주의다. 지금의 펜타곤(국방부·오각형)을 최소한 삼각형으로 줄여야 한다. 조직이나 인력 모두 40% 정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트럼프 내각에는 군인 출신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 등…. “이런 제길(Oh Gosh), 그럼 군인 출신 한두 명 빼고 (이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했던 식으로) 변호사나 하버드대 교수를 넣을까? 진보 정권이 그런 식으로 해서 지금 미국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일단 지켜보자. 트럼프에게 행정부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힐 시간을 줘야 한다.” ―트럼프가 언론과 너무 대립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현재 주류 언론은 미국 대중과 동떨어져 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에서 주류 언론에 기대지 않아 오히려 정확한 민심을 알 수 있었다. 당분간 그런 매체를 ‘뉴스 미디어’ 대신 ‘프로파간다 미디어’로 불러야 한다.” ―그래도 언론의 관심으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 아닌가. “서로 필요했으니까. 트럼프는 언론의 속성을 잘 안다. 쫓을 토끼(기삿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스스로 토끼를 만들어 쫓는 게 언론이다. 트럼프는 꾸준히 이를 제공했다.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밋 롬니 전 대선 후보는 2주일짜리 토끼였던 셈이다.” ―곁에서 본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가. “지난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보면 주인공(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커다란 곰이 나온다. 트럼프는 그 곰 같은 사람이다. 건드리면 깨어나고 당신에게 다가와서 어느새 당신의 얼굴을 할퀴고 결국 당신 몸 위에 앉으려 할 것이다. 포기를 모르는 승부사다. 임기 내내 그럴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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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목사 딸 “트럼프시대는 왔다가 가는것… 정의 위해 싸워야”

     “과연 이분 말씀대로 산더미 같은 절망에서 희망이라는 돌을 찾을 수 있을까요?” 16일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마틴루서킹 기념관에서 만난 앤서니 그레그 씨는 킹 목사의 석상 옆에 새겨진 그의 대표 어록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로 흑인인권운동의 상징이 된 킹 목사의 생일을 국가기념일(1월 셋째 주 월요일)로 지정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1도 안팎의 날씨에도 그레그 씨를 포함한 추모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1시간 넘게 운전해 이곳을 찾은 그레그 씨는 “나 같은 흑인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희망을 찾길 바랐지만 여러 번 좌절했고 지난해 대선에서 아예 쓰러졌다. 대놓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온 도널드 트럼프가 나흘 뒤 이 기념관 앞에 있는 집(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처음엔 화가 났는데 이젠 서서히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곳을 찾았을 때보다 흑인 추모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오전에 열린 공식 행사 참석자는 90%가량이 흑인이었다. “우리끼리라도 뭉쳐야 한다”는 무언의 시위로 보였다. 킹 목사 기념관에서 5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수전 멜로니 씨는 “기념일마다 관람객을 안내해 왔는데 오늘은 표정들이 유독 침울해 보인다. 하늘처럼 먹구름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근 버지니아 주에서 온 제프리 그레이엄 씨는 “트럼프가 킹 목사와 인권운동을 했던 민주당 존 루이스 하원의원에게 ‘오로지 말뿐이고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세상이 됐다”며 트럼프와 루이스의 14일 설전을 상기시켰다. 이어 “트럼프 비판이 능사가 아닌 것은 안다. 킹 목사도 ‘어둠은 오로지 빛으로, 증오도 사랑으로만 지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부 추모객은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에이미 커티스 씨는 “대선 때의 트럼프보단 지금의 트럼프가 그나마 나아졌다”며 “미국이 대통령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님을 트럼프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간, 킹 목사의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그의 딸 버니스 킹도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는 어차피 왔다가 가게 된다. 백악관의 주인이 누구든 상관없이 사랑과 정의를 위해 계속 싸워 나가자”며 희망을 역설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취임을 코앞에 두고 자신과 루이스 의원 간의 설전으로 흑인 사회의 반감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듯했다. 그는 이날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로 킹 목사의 장남인 시민운동가 마틴 루서 킹 3세를 초대해 1시간가량 면담했다.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킹 3세는 면담 후 기자들에게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인 전체를 대표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면서도 “앞으로 (그의 발언과 행동을) 지켜보며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흑인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면담 소식을 접한 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은 악수하는 사진 촬영 따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당초 이날 워싱턴에 있는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하려다 경호상의 이유로 킹 3세와의 면담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킹 목사 기념관 인근의 이 박물관 앞에 갔더니 몇몇 흑인 방문객들은 “트럼프가 온다던데 그가 여기 올 자격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미국 사회는 내년 마틴 루서 킹 기념일에 트럼프를 어떻게 평가할까.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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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인수위, 공직배제 인사 블랙리스트 만들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문화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국내에서 화제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에도 이 같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공화당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인수위가 자신들을 포함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16일 이같이 보도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은 지난해 3월 ‘워 온 더 록스’라는 안보전문 사이트를 통해 반(反)트럼프를 선언한 122명과 지난해 8월 트럼프 반대 공개서한에 서명한 50명이라고 WP는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피터 피버는 WP 인터뷰에서 “대선 때 그런 서한에 서명한 것은 ‘트럼프가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선 후엔 ‘그때 서명한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어 새 행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역시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핵심 고위 관료는 지난주 트럼프 인수위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개최한 대책 회의에 자신의 전직 보좌관들이 초대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직 고위 관료는 WP에 “생각해 보니 내가 트럼프를 반대한 그 서한에 서명한 게 문제가 된 것 같다”며 “트럼프 인수위 내부에 나처럼 ‘적’으로 분류된 인사의 명단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인사로는 부시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톰 리지와 마이클 처토프,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칼라 힐스, 로버트 졸릭 등이 있다. 미 행정부 정보 수장인 국가정보국 초대 국장을 지낸 존 네그로폰테도 포함됐다. 트럼프 인수위는 이 같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WP는 밝혔다. 일각에선 대선 때 트럼프를 집중 성토한 인사들이 이제 와서 불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처토프 전 장관 등 50명은 지난해 서한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근본적 이익, 복잡다기한 외교적 과제, 필수불가결한 동맹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적을 이롭게 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동맹과 친구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캐슬린 맥팔랜드 NSC 부보좌관 내정자는 10일 미국평화재단 세미나에서 “워싱턴의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고 돕지 않았던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는 이겼다”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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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는 독일의 도구일뿐”… 대서양 동맹 흔드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20일 취임을 앞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평화를 떠받쳐 온 미국-유럽 대서양 동맹의 근본을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높이 평가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의 지역 내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보도된 영국 더타임스, 독일 빌트와의 연쇄 인터뷰에서 “EU는 독일의 도구(vehicle)일 뿐이다. 영국이 EU를 떠난 건 현명한 선택”이라며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더타임스 인터뷰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캠페인을 주도했던 마이클 고브 전 영국 법무장관과 함께 진행했다. 이어 “영국이 훌륭하게 브렉시트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브렉시트 후 영미 양자협상도 최대한 신속하게 잘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도 영국의 뒤를 따를 것”이라며 EU 해체를 유도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EU 국가들이 난민을 무리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브렉시트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건(난민 수용은) 조금씩 쌓여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last straw)였다”고 비유했다. 그 책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돌렸다. 트럼프는 “메르켈은 재앙적인 실수를 했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모두 취했다”며 독일의 난민 포용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일의 이민자 수용으로 유럽인들도 미국 여행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어 “독일 자동차회사인 BMW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면 35%의 국경세(border tax)를 물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 영토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협박도 했다. BMW는 멕시코 자동차 생산계획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16일 “우리는 약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며 트럼프에 맞섰다.  트럼프는 나토에 대해서도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져 ‘한물간(obsolete)’ 조직이라는 것”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두 번째 문제는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미국에만 의존하고 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핵무기를 감축하는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 러시아와 핵 군비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최근 발언을 뒤집으며 러시아에 추파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는 중동 정책에서도 EU와 차이를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해결 방법으로 양국 존재를 인정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국제평화회의가 열렸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해온 ‘2국가 해법’ 대신 친이스라엘 쪽으로 방향을 잡은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독일과 프랑스 외교장관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대해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전 세계 70여 개국 외교장관이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영국은 트럼프 눈치를 보며 옵서버로 회의에 참여만 했다. 브렉시트 온건파였던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도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면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줄 것”이라며 영국이 유럽의 조세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EU를 압박했다. EU와 각을 세우는 트럼프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민들의 시선도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빌트암존타크 조사 결과를 인용해 독일 국민 68%가 트럼프 취임이 미독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지율은 90%에 달하지만 지난해 초 트럼프 지지율은 6%에 불과했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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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림 없다지만… 외교안보 갈수록 ‘사면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올 외교안보적 파고에 한국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한계가 뚜렷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유엔 주재 대사와 경제·외교안보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동북아·한반도 정세 점검 및 대책회의’를 열었다. 황 권한대행은 “주변국에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고 있음을 설명하고, 북핵 문제 등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들 대사와 주요 실국장 회의를 열고 “정책의 일관성,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정책의 변함없음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사드 관련 입장을 밝히며 사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라는 불확실성과 ‘북한 리스크’ 고조 속에서 외교 리더십 공백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예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난 뒤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대화할 시기가 아니다”며 낙관론을 펼쳤지만 불과 사흘 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동맹도 의무를 인정하라”며 방위비 이슈 공론화를 선언했다.  이러는 사이에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 도요타가 멕시코에 미국 수출용 공장을 건설하면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진의 파악에 비상이 걸리는 등 한국 기업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빠른 속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한국으로서는 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 등 사회 모든 분야가 트럼프 시대의 이중삼중 파고에 맞서 집단지성을 모으는 비상한 준비 태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우경임 기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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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의 중국 원칙도 협상 대상” 또 中 들쑤신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중국을 제재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미중-미러 관계 재설정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중국은 ‘연러제중’을 통해 중국을 포위·압박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이 강대강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979년 이후 미중 관계의 원칙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것은 ‘협상 중(under negotiation)”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외교 노선의 핵심인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중국과 대만을 하나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환율과 무역 정책에서 내가 생각하는 진전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트럼프가 ‘중국이 환율 조작을 끝내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정책도 없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환율·무역 전쟁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렛대(레버리지), 즉 협상 칩으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끝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13일(현지 시간) 경유지인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도널드 당선인 측과의 접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중 갈등의 핵심인 통상 문제에 대해 “취임 첫날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먼저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중국이 여전히 환율 조작 중이라고 비판하며 중국과의 통상 전쟁을 예고했다. WSJ는 “중국이 환율 정책을 수정할 최소한의 시간은 주겠지만 변화가 없다면 환율조작국 지정 등 고강도 보복 조치를 감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당분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면서도, 필요하면 언제든 제재를 해제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실제로 우리를 돕게 된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려는 누군가를 왜 제재해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러시아가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한다. 이는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와의 전쟁이나 중국 굴기(굴起)를 견제하는 데 러시아가 유용하다면 얼마든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관계의 정치적 기초이고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양국의 중요한 영역의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대만, 남중국해와 같은 중국 핵심 이익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도를 넘은 흥정은 중국의 강력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러시아와 연합하고 중국을 제재하겠다는 ‘연아제화’(聯俄制華·‘아’는 러시아를 가리킴)는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인 소망일 뿐 이뤄질 수 없다”며 “그런 생각을 포기하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자국 영해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메가톤급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적재한 최신형 094A형 전략 핵잠수함을 실전 배치했다고 미국 과학 전문매체 포퓰러 사이언스가 15일 전했다.  러시아는 미러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 당면한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5일 영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단 부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완준·황인찬 기자}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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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합 대신 분열로 가는 트럼프 취임식

     축제 같았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이번에는 내전(內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20일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전국에서 산발적인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5일 현재까지 14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이 20일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까지 8명이었으나 하루 사이에 6명이 늘어났다. 불참자는 더 늘어날 조짐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 인권운동을 했던 민주당 중진 존 루이스 의원은 13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 사람(트럼프)이 대통령이 되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당선인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당선의 법적 정통성까지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14일 루이스 의원에게 “지역구나 신경 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위터에서 “루이스 의원은 대선 결과에 대해 거짓된 불평을 하기보다는 끔찍하고 무너져가는 지역구(조지아 주)의 문제를 고치고 주민들을 돕는 데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그는) 오로지 말, 말, 말뿐이고 행동이나 결과는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많은 이가 루이스 의원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공화당 벤 새스 상원의원도 “루이스의 말이 그동안 세상을 바꿨다”고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당초 취임식에서 기념 공연을 하려 했던 유명 가수들도 돌연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뮤지컬 ‘드림걸스’로 토니상을 받았던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는 14일 “트럼프 측이 ‘국민을 위한 환영 콘서트’ 무대에서 노래해 달라고 했을 때는 내 목소리가 양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을 돕는 희망의 응집력이 되기를 바랐지만, 내 공연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공연 철회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엘턴 존, 셀린 디옹 등 초특급 스타들은 트럼프 측의 공연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이민자를 중심으로 반트럼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14일 하루에만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에서 벌어진 집회에서 시위자들은 ‘트럼프의 증오에 저항하라’ ‘우리는 미국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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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안보 3인방, 북핵 ‘전략적 인내→초강경 압박’ 대전환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대 외교안보라인 핵심 3인방(국무장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 국장)이 12일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잇따라 고강도 대북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마무리 주장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것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듣기 어려운 초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며 북한이 도발하면 곧바로 응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몰두해 북핵 이슈를 뒤로 미룰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우려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적이 까불면 다 죽여버린다”는 강력한 지휘방침으로 전장에서 ‘미친 개(Mad Dog)’로 불렸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도 북한이 도발하면 ‘물어뜯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매티스 후보자는 워싱턴에서 논란이 일었던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미 본토는 물론이고 (한국 등) 동맹들의 미사일 방어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못 박으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추진에 따른 중국의 반발과 한국 내 찬반 여론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역시 군 출신으로 대표적 대북 초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자(공화당 하원의원)도 북한을 이슬람국가(IS)에 준하는 미국 위협 세력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미국에 위해를 가하려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선 긴 명단을 갖고 있는데, 그 외에 대표적인 게 북한 중국 러시아”라고 말했다.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이제는 공격적 사이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진입장벽을 극복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취임하면 90일 내로 정보기관의 대사이버테러 방어 전략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사업가답게 동북아 정세에 대한 현실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확고한 대북 압박 외교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틸러슨은 11일 청문회에서 “미국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북한과 같은) 악당들이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라고 했다. 중국의 미온적 대북제재 이행에 대해선 “중국의 빈 공약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에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13일 “트럼프 외교팀이 지금처럼 한다면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베이징의 불편한 속내를 반영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강경한 태도는 최근 북한의 ICBM 발사 및 6차 핵실험 준비 동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가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4%(복수 응답)는 북핵을 미국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러시아(54%) 중국(52%)보다 높은 것으로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위협이었다. 북한의 위협 수준은 IS(79%), 사이버 공격(71%)에 이어 세 번째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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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티스 “대북 선제공격 배제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뇌부들이 정권 출범 전부터 초강력 대북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폐기하고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과 힘의 외교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확실한 대북 억제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한국에 동맹으로서 책무를 다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 후보자는 12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조야의 강경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북한 도발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군사적 조치를 감행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매티스 후보자는 북핵 대응과 관련해 “미국은 특히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한미일 3각 동맹을 강조한 뒤 “우리는 미 본토는 물론이고 동맹들의 미사일 방어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오바마 행정부에서 결정한 대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정보를 총괄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자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테러집단과 함께 북한과 러시아, 중국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4대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매티스 후보자는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내가 아는 한 없다”면서도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 더 강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도 11일 인준 청문회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문제 제기 없이)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라인 투 톱이 잇달아 동맹의 책임을 강조함에 따라 차기 행정부 출범 후 본격적인 해외주둔 미군 분담금 인상 요구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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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틸러슨 “中, 대북제재 지키지 않으면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

     미국 워싱턴이 11일(현지 시간) 태평양 건너에 있는 북한과 중국을 향해 하루 종일 정치 외교적 경고 사격을 가했다. 오랜만에 신구(新舊) 권력이 합심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지휘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강도 높은 대북, 대중 정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20일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지막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북한을 ‘적(adversary)’으로 규정한 틸러슨 후보자는 “우리가 최근 그렇게(북한이 합의를 지키도록) 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전 세계 악당들이 약속을 깨도록 고무시킨 결과를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차원이 다른 대북 강공 드라이브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현실론적 외교 구상과 무관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면적 외교 마찰을 우려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위한 모든 법적 체제를 갖추고도 정작 시행하지 못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틸러슨은 “중국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라며 역시 강력한 대중 정책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은 남중국해, 경제 통상, 무역, 지식재산권, 해킹 등 사이버 이슈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자기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멋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 주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영토주권과 정당한 권익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루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주권 문제에서 (특정 국가를) 편드는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며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자국 영토에서 주권 범위에 있는 활동을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거론할 바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김씨 권력의 핵심인 김여정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압박과 제재라는 대북 정책을 연속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신구 정권의 공감하에 이뤄진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은 당초 제재 대상이 아니었으나 발표 직전 최상층부의 결정으로 포함됐다. 트럼프 인수위 측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무부는 이날 제재의 근거가 된 북한인권보고서에서 “김여정은 1989년 9월생으로 27세”라고 밝힌 뒤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사상 검증을 통해 주민을 선동해 왔다”라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민병철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대해선 “무차별적 숙청으로 ‘저승사자(angel of death)’로 불린다”라고 명시했다. 이번 조치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말한 대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이야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핑계로 트럼프 임기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 조치를 포함한 추가 제재와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 동시다발적 제재 조치를 들고 나오며 북-미 관계가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수연·윤완준 기자}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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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장관 후보자 “주한미군 철수 없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후보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내가 아는 한 향후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매티스 후보자는 12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근본적인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한국 등 동맹과 함께 미사일 방어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1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7명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적(adversary)’과 ‘악당(bad actor)’으로 규정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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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 질문의 포화속에도… 흔들림 없는 틸러슨의 내공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은 11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작심한 듯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후보자인 렉스 틸러슨 전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65)를 몰아세웠다. 케인 의원은 엑손모빌이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해 왔다고 공격하다가 기대했던 답변을 못 얻자 “내 질문을 이해 못 하는 것이냐, 아니면 답변하길 꺼리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틸러슨 후보자는 “둘 다”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인준청문회를 지켜본 외신들은 틸러슨이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러시아와의 관계, 기후변화, 핵 확산 등에 관한 날 선 질문을 퍼부었지만 글로벌기업 CEO 출신답게 틸러슨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간결하고 명확한 논리로 답변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화를 내지도, 표정 변화도 거의 없는 전형적인 ‘포커 페이스’의 내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틸러슨은 거친 질문들의 포화 속에서도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1975년 23세에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오르며 샐러리맨 성공 신화를 써 온 틸러슨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상적인 정치인’보다는 ‘현실적인 기업가’로서의 장관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루는 것에 솔직하고 진실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나는 오랜 트레이닝을 거친 공학도다. 사실을 이해하고 노력하고 그대로 따라간다”고 말했다.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사에 등장했던 ‘희망’, ‘보다 나은 미래’ 등 형이상학적인 표현과 개념을 철저히 배제한 채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틸러슨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우리가 세상을 이끌지 않으면 세상은 더 깊은 혼란과 위험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됐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제시했는데 내가 장관으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집행하겠다”고 미국 대외정책 장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 기자}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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