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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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병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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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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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과 동맹, 인태 전략 심장”… AI협력-주일미군 현대화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 연구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미국이 그간 AI 규제 분야에서는 영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왔지만 AI 기술 연구 및 개발에서는 일본과 처음 손을 잡는 것이다. 두 정상은 주일미군사령부 현대화, 무기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체 ‘방산정책조정회의(military industrial council)’ 출범,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군사 협력 또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틀 전에는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새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이로써 군사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최고 동맹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본격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New norm)’이 됐다”라고 밝혔다.● AI 개발도 日과 먼저 손잡은 美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9일 “회담에서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친환경 등 핵심 신흥기술 연구 파트너십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협력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기업들이 지원하는 미 카네기멜런대와 일본 게이오대 간 AI 공동 연구,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또 다른 AI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는 이날 일본에 2년간 역대 최대 금액인 29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개발에 핵심적인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아시아 AI 연구 거점도 일본 도쿄에 두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양국 첨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반도체기업 인텔과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인 국책기업 라피더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 사이에 이 같은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달 공동 탐사 등 양국의 우주 협력 또한 강화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음 차례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日과의 협력, 인태 전략의 ‘심장’” 미일 정상은 이날 양국 군사적 협력을 전에 없이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우선 주일미군사령부 개편과 관련해 사령관을 기존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고, 일본 주변에서의 유사 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보다 신속하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일부 지휘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 외교·국방장관급 ‘2+2 협의체’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동맹 출범 후 처음으로 주일미군 전력 구조가 바뀌는 것”이라며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가 됐다. 미 인태 전략의 ‘심장(heart)’에 미일 동맹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애덤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NHK 인터뷰에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연계 기능 강화를 두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지휘통제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반겼다. 양국은 또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협의체인 방산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사시 필요한 무기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일본은 방산 기술과 생산 역량에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미일이 군사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됐던 일본의 안보적 위상에 대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아시아 사령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또 군사적 필요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9일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러 밀착 등으로 국제 정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으므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강력함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1일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소다자 협력체를 확대할 방침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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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장관 “반도체장비 中수출통제 美와 협의중…큰 방향에서 공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기본적으로 동맹들과 공조하는 큰 방향에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안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 차원에서 여러 협의를 해오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산업관계나 통상관계에 있어서는 한중관계를 최대한 안정화 시키는 노력도 해나가고 있다”며 “과도하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관련 조치들을 끌고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큰 틀에서 협력하되 중국의 보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 장관은 ‘미국, 일본과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공조한다는 기조 자체는 정해진 것이냐’는 질문에 “사안에 따라 공조하는 부분도 있고 입장이 다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미국이 반도체법에 따라 텍사스에 투자한 삼성전자에 지급할 지원금에 대해선 “우리 기업들이 최소한 다른 나라나 다른 기업들에 비해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했고 그 부분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약속을 받았다”면서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다음 주 중에 정확한 금액과 이런 것들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또 이날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공동연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선 “AI 반도체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것과 함께 AI 기술을 우리 제조업과 연동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며 “조만간 AI 산업정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취임 후 첫 방미에 나선 안 본부장은 12일까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첨단산업·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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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과 동맹, 인태 전략의 심장”…AI협력-주일미군 현대화 합의

    “미일 양국 간 불멸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됐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두 정상의 목표가 반영된 말이다.미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인공지능(AI) 연구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미국이 그간 AI 규제 분야에서는 영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왔지만 AI 기술 연구 및 개발에서는 일본과 처음 손을 잡는 것이다. 두 정상은 주일미군사령부 현대화, 무기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체 ‘방산정책조정회의(military industrial council)’ 출범,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군사 협력 또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일본은 이로써 군사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최고 동맹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본격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New norm)’이 됐다”라고 밝혔다.● AI 개발도 日과 먼저 손잡은 美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9일 “회담에서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친환경 등 핵심 신흥기술 연구 파트너십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협력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기업들이 지원하는 미 카네기멜런대와 일본 게이오대 간 AI 공동 연구,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또 다른 AI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MS는 이날 일본에 2년간 역대 최대 금액인 29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개발에 핵심적인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아시아 AI 연구 거점도 일본 도쿄에 두기로 했다.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양국 첨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반도체기업 인텔과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인 국책기업 라피더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 사이에 이 같은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달 공동 탐사 등 양국의 우주 협력 또한 강화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음 차례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日과의 협력, 인태 전략의 ‘심장’”미일 정상은 이날 양국 군사적 협력을 전에 없이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우선 주일미군사령부 개편과 관련해 사령관을 기존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고, 일본 주변에서의 유사 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보다 신속하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일부 지휘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 외교·국방장관급 ‘2+2 협의체’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동맹 출범 후 처음으로 주일미군 전력 구조가 바뀌는 것”이라며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가 됐다. 미 인태 전략의 ‘심장(heart)’에 미일 동맹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양국은 또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협의체인 방산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사시 필요한 무기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일본은 방산 기술과 생산 역량에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미일이 군사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됐던 일본의 안보적 위상에 대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아시아 사령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또 군사적 필요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일각에서는 이런 행보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9일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러 밀착 등으로 국제 정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으므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강력함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11일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소다자 협력체를 확대할 방침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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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주도 오커스 “日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가 8일(현지 시간)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에 일본을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일본의 강점과 미국, 영국, 호주와의 국방 파트너십을 감안해 오커스 ‘필러(기둥) 2’ 프로젝트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커스가 새 협력국을 공개한 것은 2021년 9월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오커스는 미국,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의 첨단 방위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를 추진하고 있다. 오커스 국방장관들은 또 “올해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대상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오커스 확장으로 미국은 아시아 주요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는 ‘전통적 안보동맹’ 대신 첨단무기를 공동 개발해 중국을 견제하는 ‘다자안보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중국은 9일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군국주의와 철저히 갈라서라”고 경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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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 오커스 확대로 中 ‘격자형 포위’… 첨단무기 협력도 강화

    “대전환 시기를 맞아 미국은 ‘격자형(Lattice)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2021년 9월 출범 후 처음으로 일본을 새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이기로 한 8일(현지 시간)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워싱턴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 주요국과 개별적인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일본, 필리핀 등 여러 동맹국들과 촘촘히 위협 세력을 에워싸는 ‘격자형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커스는 이러한 목적에서 첨단 군사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외연 확장에 나서며 첫 협력 대상으로 일본을 택했다. 이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고, 11일에는 사상 첫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도 열린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자율무기-극초음속 미사일 공동 개발 오커스 3개국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의 목표는 지역 안정과 안보 지원을 위해 각 군에 첨단 군사 능력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라며 “‘필라 2’(2단계 협력)에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이 참여하면 이러한 목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필라 2에 일본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라 1’에는 일본을 아직 참여시키진 않지만 극초음속 미사일 및 요격 기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인기(드론)와 로봇, 적국의 사이버 보안을 뚫어낼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 등 8개 최첨단 분야에서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일부 첨단무기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영국, 캐나다 등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주요 동맹을 결집시켜 차세대 무기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본격화해야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단계 협력을 통해 개발된 첨단무기는 개발에 참여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추진 잠수함 배치가 예정된 호주에 이어 일본에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첨단무기가 전진 배치될 수 있다.● 韓 참여-오커스 확장 논의 본격화될 듯 그간 오커스 2단계 협력이 가능한 나라로 일본 외에도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거론됐다. 일본을 가장 먼저 선택했지만 오커스 확장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오커스 3개국과 물밑에서 2단계 협력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영국, 호주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3일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오커스는 ‘게임 체인저’”라며 “다른 동맹과의 협의도 곧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가을 2단계 협력 분야에 대한 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다만 오커스에 참여하려면 회원 3개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인태 안보에 대한 기여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커스 국방장관들은 이날 추가 파트너 참여 조건으로 정보보안 능력과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 등 5대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다른 당국자는 “참여한다 해도 어떤 식으로 들어갈지 등에 대해선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커스 확대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미국, 일본과 3개국 정상회의를 앞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9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 “더러운 세력들의 부당한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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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남중국해 필리핀 난파선’ 대치… 군사충돌 ‘뇌관’ 우려

    남중국해에 죄초된 필리핀 난파선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함이 미중 군사 갈등의 새 화약고로 떠올랐다. 중국이 필리핀이 사실상의 해상 기지로 운영하고 있는 이 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필리핀과의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이 이 사안에 개입할 뜻을 분명히 하며 중국과 맞섰다. 2022년 6월 집권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친(親)중국 노선을 버리고 미국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11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사상 최초로 미국, 일본, 필리핀 3개국 정상회담도 열린다. 필리핀은 7일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남중국해 공동순찰도 했다. 중국은 8일 “배타적이고 소수인 집단이 뭉쳐서 남중국해에서 대립을 유발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경고하는 등 미중이 우발적으로 군사 충돌을 벌일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美 “中, 필리핀 선박 공격하면 개입”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1일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담에서 시에라 마드레함에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남중국해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 조약은 필리핀 선원과 선박, 시에라 마드레함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중국이 해당 선박을 공격하면 필리핀 영토와 군대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미국이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시에라 마드레함은 1944년 미 해군이 건조한 상륙함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오키나와 전투, 이오지마 전투 등의 보급품 수송 작전에 투입됐다 퇴역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때 이 퇴역 함선을 남베트남공화국에 지원했다. 남베트남이 패망했을 때도 3000여 명의 난민이 이 배를 타고 필리핀으로 탈출했다. 이후 필리핀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시에라 마드레함이 국제적 주목을 받은 시기는 1999년 필리핀 해군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내 세컨드토머스 암초에 이 배를 일부러 좌초시키면서다. 중국이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설치하며 사실상의 영토 확장에 나서자 필리핀 또한 폐군함을 정박시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 연안에서 160km 가량 떨어진 세컨드토머스 암초를 포함한 스프래틀리 군도는 유엔 해양법에 따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 곳을 포함해 남중국해 전체의 90%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 베트남 등 이웃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이 일대에서 군사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에라 마드레함에 물자 등을 전달하기 위해 접근하려는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해 선원 4명이 부상을 입었다. 4일에도 보급선에 물대포를 쐈다.● 中 “美 남중국해 개입, 사라예보 사건 될 수도”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군 남부전구는 필리핀과 미국이 합동 순찰에 나선 7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해상 및 공중 합동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3, 4일 미 하와이에서 열린 미중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에서도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반대한다.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샤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해양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29일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이런 남중국해 충돌을 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사라예보 사건’에 빗대며 미국을 위협했다. 이어 “필리핀을 대신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주변 국가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니 글레이저 저먼마셜펀드 인도태평양프로그램 국장은 FT에 “현재 미중 군사 대결의 가장 큰 위험은 세컨드토머스 암초”라며 “중국이 필리핀 선박 및 군대를 직접 공격하면 미국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광범위한 군사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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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 中덤핑수출에 “세계시장 부담”… 리창 “경제를 정치화 말라”

    중국이 자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배터리 등을 헐값으로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밀어내기를 하자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저가 상품을 무기로 미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천명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 재계에서 중국의 덤핑을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고성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에 주력하며 ‘좁은 마당,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이제 범용 상품에까지 칼날을 겨누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베이징에 머무는 8, 9일 중국은 보란 듯이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해 양국 외교수장 회담을 열며 협력을 과시한다. ● 美 재계 “中 덤핑은 ‘제2의 차이나 쇼크’” 옐런 장관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두 나라는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자국과 세계의 복잡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중국의 덤핑 공세를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앞서 5일 중국 남부의 경제 중심지 광둥성 광저우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의 과잉 생산을 문제 삼았다. 중국은 경제를 떠받쳤던 국내 건설 투자 등 부동산 시장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자 내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한 뒤 ‘밀어내기 수출’로 덤핑 판매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게 미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미 재계에서는 중국의 덤핑 공세를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수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회담에서 옐런 장관의 지적에 대해 “미국은 공정 경쟁, 개방, 협력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범을 준수하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안보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또 “(중국의) 생산 능력 문제는 시장과 글로벌 비전, 경제법칙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변증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과잉 생산이 중국만의 문제라는 미국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으며 미국이 자신들의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핑곗거리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4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테무와 쉬인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현지 위구르족을 강제노동에 동원해 싼 제품을 생산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 연방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의 미 수출을 금할 수 있다.● 美 경고에도 보란 듯 中-러 협력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활용될 군사 목적의 위성사진과 탱크용 전자부품 및 장비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미국 측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 5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회원국에 요청했다. 옐런 장관도 6일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8,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한다. 왕 부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이 기간 옐런 장관이 베이징에서 공식 일정을 이어가고 9일 기자회견도 예고한 상황이라 이례적이다. 양측은 유엔, 브릭스(BRICS) 등 다자 플랫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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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틱톡, 美안보 위협” 시진핑 “中 기술발전 억압 좌시 안해”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쓰이는 것을 막겠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면 좌시하지 않겠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2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첨단기술 통제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의 보조금 살포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과잉생산과 ‘덤핑 목격’ 등을 경고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거듭된 규제를 두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아니라 ‘위험 창출’”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3∼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에서도 양국의 대립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美中 정상, 첨단기술 두고 날 선 대립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약 1시간 45분간 통화했다.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대면 회담 이후 139일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 비(非)시장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고 이에 따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 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또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존 최첨단 반도체 규제에 이어 중국산 범용(legacy)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해운·물류·조선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으로 미 국가안보가 위협받으면 해당 물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우리의 관심은 (틱톡 지분) 매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달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6개월 이내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에 끝없는 경제, 무역, 기술 억압 조치를 취했고,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목록 또한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디리스킹이 아닌 위험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이 발전할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려 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정상의 기싸움은 양국 모두 첨단기술 전쟁에서만큼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경기침체 위기 속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시 주석 모두 기술패권 선점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려 하고 있다.● 옐런 “中 시장 지배 내버려두지 않을 것”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과 글로벌 공급망 질서 위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방중 전날인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에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시장을 지배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그간 관계 안정을 위해 애써온 두 경제대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중국의 리창(李强)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 판궁성(潘功勝) 런민은행 총재 등을 만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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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첨단기술 접근제한 계속” vs 시진핑 “발전권 박탈 좌시 안해”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쓰이는 것을 막겠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면 좌시하지 않겠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2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첨단기술 통제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의 보조금 살포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과잉생산과 ‘덤핑 목격’ 등을 경고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거듭된 규제를 두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아니라 ‘위험 창출’”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3~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에서도 양국의 대립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美中 정상, 첨단기술 두고 날선 대립두 정상은 이날 오전 약 1시간 45분간 통화했다.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대면 회담 이후 139일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 비(非)시장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고 이에 따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 하는 행태를 비판했다.또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존 최첨단 반도체 규제에 이어 중국산 범용(legacy)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해운·물류·조선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으로 미 국가안보가 위협받으면 해당 물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우리의 관심은 (틱톡 지분) 매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달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6개월 이내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에 끝없는 경제, 무역, 기술 억압 조치를 취했고,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목록 또한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디리스킹이 아닌 위험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려 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정상의 기싸움은 양국 모두 첨단기술 전쟁에서만큼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경기 침체 위기 속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시 주석 모두 기술패권 선점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려 하고 있다.● 옐런 “中 시장 지배 내버려두지 않을 것”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과잉생산과 글로벌 공급망 질서 위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방중 전날인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에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시장을 지배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그간 관계 안정을 위해 애써온 두 경제대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중국의 리창(李强)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 판궁성(潘功勝) 런민은행 총재 등을 만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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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무역대표부 “韓망사용료 법안, 독과점 강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한국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법안이 “기울어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다. USTR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내놓은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사업자이기도 해, 넷플릭스 등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TR은 2021년부터 NTE를 통해 망 사용료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USTR은 “해당 법안이 한국 3대 ISP(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독과점을 강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아마존 스트리밍플랫폼 ‘트위치’는 올해 2월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한국 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USTR은 보고서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도 언급했다. NTE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대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미 정부는 한국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규제가 모호하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한국 자동차 등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USTR은 올해 현지화 부품 비율 규정에 대한 ‘우려국’에선 한국을 제외했다. 지난해 한국 포함 19개국이던 우려국을 중국 등 4개국으로 줄였다. 현지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정을 강화하는 흐름이 NTE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미 무역장벽보고서는 각국 무역장벽 조치의 국제법적 근거를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도 올해 보고서 서문에 “각 무역 파트너는 공공 목적을 증진하는 수단을 채택할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반면 미 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외국 정부에 대미 무역장벽을 높이도록 ‘그린라이트’를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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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시진핑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지속 추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10일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 등을 제어하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 회담을 한 지 139일 만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며 국제사회에서 전선 확대를 경계하고 있고, 시 주석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국내 이슈로 고군분투 중인 두 정상이 최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같은 통상 분쟁부터 한반도, 대만해협 등에서의 긴장 고조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갈등이 더 번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바이든, 시진핑에 “북-러 협력 우려”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대만해협,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미 전장이거나 우발적인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역들이다. 두 정상 간 통화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전 미중이 서로 험악한 경고를 주고받았던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협력 분야와 이견이 있는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문제와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가졌다”고 밝혔다.북핵 문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 러시아와의 경제·군사·기술 협력관계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 우려를 중국에 계속 강조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높아지는 대만해협,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본, 필리핀은 11일 미 워싱턴에서 사상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회의의 목적 자체가 중국 견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무역과 투자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반도체 규제 등 추가 수출통제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범용(legacy) 반도체 장악을 막기 위한 공급망 협력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첨단 분야에선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이 중국보다 월등히 앞서지만, 범용 분야에선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 美, 中에 대선 개입 경고두 정상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연쇄 방중 등 양국 고위급 교류 재개,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단절됐던 군사소통 전면 복원 등도 논의했다. 미중은 이번 주 미 하와이에서 양국 해상 충돌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 회의를 개최하기로 한데 이어 미중 국방장관 회담도 추진하기로 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양국 군사소통 채널은 전면 복원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또 “향후 몇 주 안에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미중 대화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 등 중국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도 시 주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인으로 사칭한 수백 개의 중국 정부 연계 소셜미디어 계정이 바이든 대통령을 ‘사탄에 물든 소아성애자’로 비방하는 등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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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시진핑과 139일만에 통화… 美 “북러 협력-北 도발 우려 전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한국 총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 등을 제어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 회담을 한 지 139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며 국제사회에서 전선 확대를 경계하고 있고, 시 주석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최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통상 분쟁부터 한반도, 대만해협 등의 긴장 고조까지 양국 갈등이 더 번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대만해협,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미 전장이거나 우발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역들이다. 백악관은 통화 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노력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 러시아와의 경제·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를 강조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은 11일 미 워싱턴에서 사상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반도체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도 예고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범용(legacy) 반도체 장악을 막기 위한 공급망 협력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첨단 분야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이 앞서지만, 범용 분야에선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양국 고위급 교류 재개, 군사소통 전면 복원 등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이달 미 하와이에서 양국 해상 충돌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6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회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시 주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으로 사칭한 수백 개의 중국 정부 연계 소셜미디어 계정이 바이든 대통령을 ‘사탄에 물든 소아성애자’로 비방하는 등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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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전쟁’ 트럼프 저격수로 나선 해리스

    미국 미네소타주 낙태클리닉 방문, 1965년 참정권을 요구한 흑인들을 유혈 진압한 앨라배마주 셀마 다리에서의 연설, 마리화나 규제 개혁 논의를 위한 래퍼 팻 조 초청 간담회….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11월 대선 캠페인에서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종횡무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따른 직무 수행 능력을 둘러싸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보완재’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왔다. 그랬던 그가 성소수자, 낙태, 인종 등 문화전쟁 의제에서 뚜렷한 진보 성향을 내세우며 ‘보수 가치 수호자’를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메시지에서 “여러분을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도 자신이 되기 위해 용감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각국 성소수자 단체의 움직임에 동참해 출범 첫해인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연방 기념일로 선포했다. 올해 이날이 성소수자에게 부정적인 기독교의 부활절과 겹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기념일 지정에 대해 “미 전역의 가톨릭 및 개신교 신자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가톨릭 교도인 바이든 대통령은 문화전쟁 의제에서 진보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우방인 이스라엘을 고려해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 발언을 피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같은 공백을 메우며 청년층, 여성, 비(非)백인 등 집권 민주당의 기존 지지층을 공략하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이 좌파 성향 민주당원이 요구하는 논쟁적인 의제를 다루면서 대선 캠페인의 주역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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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문병기]‘트럼프 청구서’ 나오기 전 방위비 협상 마쳐야

    한미 방위비 협상이 곧 시작된다고 한다. 이번 협상에서 논의될 방위비 분담금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 유효 기간이 1년 9개월가량 남은 기존 협정을 두고 벌써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올 11월 열릴 미국 대선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기 협상 제안은 미국이 먼저 꺼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방위비 문제가 한미동맹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트럼프 측 “주한미군 변화 불가피” 일각에선 이른 방위비 협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각각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의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를 되짚어 보면 트럼프 2기 출범 시 방위비 협상은 1기 때보다 더욱 폭발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방위비 협상의 원칙부터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미가 주한미군 방위비의 절반씩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과 밀러 전 대행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인식을 드러냈다. 밀러 전 대행은 더 나아가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100%를 부담해야 한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실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기 어려운 셈이다. 방위비 협상이 주한미군 역할과 구성 재조정 논의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과 밀러 전 대행은 모두 최대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들의 안보 부담 분담을 강조했다. 미국에선 이미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이 중국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을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한 지 오래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미군 전력과 인도태평양 동맹의 전력을 조화시켜 중국을 억제하느냐는 것”이라며 “미군 병력과 항공기, 함정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가 없을 수 있고, 이러한 전력은 중국을 더 억지하는 방식으로 분산될 수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이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부쩍 강조하고 있는 방위산업 협력은 한미가 방위비를 포함한 ‘방위 분담(burden-sharing)’에서 윈윈할 수 있는 분야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미 조선(造船) 협력을 제안하며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다”고 했다. 밀러 전 대행도 “미국과 동맹국 재무장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청구서가 날아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밀러 전 대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국빈 방한 당시 방문한 ‘캠프 험프리스’의 건설 비용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방위 분담의) 모델이며 그런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美대선 전 안전장치 마련해야 일각에선 미국 대선 전 방위비 협상을 타결했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합의된 방위비를 기준으로 추가 증액을 시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벌써 협상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불확실성이 크다면 안전장치는 많을수록 좋다.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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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대북제재패널, 러 거부권에 활동종료… “대북 감시 CCTV 사라진 것” 우려 목소리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폐쇄회로(CC)TV가 사라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기권으로 부결됐다. 추가 조치가 없으면 현 패널의 활동은 다음 달 30일 종료된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2009년 설립 후 15년 만에 해체되는 것이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남용,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 북핵 활동에 대한 중국의 묵인 등으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대북 제재 체제가 거의 붕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유엔 안보리는 28일(현지 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의 거부로 부결됐다. 중국 또한 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 상임 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외교가에서는 그간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부쩍 강화된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 정황을 상세히 감시했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성격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북한과 추가 무기 거래를 할 때 방해받지 않기 위해 패널을 없앴다는 의미다. 실제 20일 공개된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는 경로를 상세히 분석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을 꾸준히 오간 사실이 위성사진에 생생히 담겼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또한 “북한과의 ‘타락한 거래(corrupt bargain)’를 위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깊이 실망했다”고 가세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 또한 “한국,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긴밀히 협력해 추가 대응하겠다”고 동조했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를 만들었다. 2009년 2차 핵실험 후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매년 활동을 연장해 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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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대북제재패널, 러 거부권에 해산…“대북감시 CCTV 사라져” 우려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폐쇄회로(CC)TV가 사라졌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기권으로 부결됐다. 추가 조치가 없으면 현 패널의 활동은 다음달 30일 종료된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2009년 설립 후 15년 만에 해체되는 것이다.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남용,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 북핵 활동에 대한 중국의 묵인 등으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대북 제재 체제가 거의 붕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유엔 안보리는 28일(현지 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의 거부로 부결됐다. 중국 또한 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 상임 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외교가에서는 그간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부쩍 강화된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 정황을 상세히 감시했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성격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북한과 추가 무기 거래를 할 때 방해받지 않기 위해 패널을 없앴다는 의미다.실제 20일 공개된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는 경로를 상세히 분석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을 꾸준히 오간 사실이 위성사진에 생생히 담겼다. 이 컨테이너가 우크라이나 접경지 탄약고로 이송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진단했다.국제 사회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또한 “북한과의 ‘타락한 거래(corrupt bargain)’를 위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깊이 실망했다”고 가세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 또한 “한국,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긴밀히 협력해 추가 대응하겠다”고 동조했다.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를 만들었다. 2009년 2차 핵실험 후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매년 활동을 연장해 왔다. 이들은 북한의 제재 위반, 불법 무기 개발 및 환적, 가상화폐 탈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치품 수입 등을 감시하며 이 내용을 매년 2회씩 보고서로 공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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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딥페이크’ 우려에…美 “공항서 안면인식 스캔 거부권 보장”

    올 12월부터 미국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안면 인식 스캔을 거부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료에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을 감독해야 한다.미국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AI 정책 규칙을 발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AI를 활용할 때 미국 국민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지 확인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이런 국내 정책이 전 세계에 모범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내놓은 AI에 대한 새 정책 규칙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 행정명령을 내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백악관은 새로운 규칙을 통해 정부 기관이 AI를 활용할 때 개인정보 침해나 인종 차별 등의 위험이 없도록 보호 장치를 구축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교통안전청(TSA)에 여행객들이 불이익 없이 안면 인식기 스캔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또 연방 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해 병명 진단과 의료 서비스를 하면 별도 감독자를 두도록 했으며 부정 복지 수급 탐지에 AI를 사용할 경우 오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구제권을 보장하도록 했다.이와 함께 모든 연방 기관은 AI 기술 활용을 감시할 수 있는 ‘최고 AI 담당관(Chief AI Officer)’을 임명하고 AI 기술 사용 현황과 위험성 등을 평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AI 안전장치를 올 12월까지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백악관은 적절한 안전장치를 도입하지 못한 연방 정부기관에 대해선 AI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I 무기 도입 중을 추진하고 있는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이번 규칙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백악관은 AI를 통한 정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올 여름까지 AI 전문가 1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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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최대 車수송 관문’ 볼티모어항 무기한 폐쇄… 美동부 물류 마비

    “여기는 C13 파견! 다리 전체가 무너질 듯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12초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진 것은 26일 오전 1시 29분이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로 컨테이너선이 불을 깜빡거린 채 다가오다 교각에 충돌한 것을 본 교통당국 관계자의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다리 양끝에서 진입 차량을 멈춰 세웠다. 1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1977년 건설된 노후 교량인 이 다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와 충돌한 뒤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인부 8명이 수십 m 아래 퍼탭스코강으로 추락했다. 2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6명 중 1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했다. 교통 당국과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송 항구 겸 석탄 수송 2위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 동부 물류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종 능력 상실… 충돌 20초 만에 ‘와르르’ 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m에 약 9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달리호는 충돌 약 4분 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튼 뒤 1분 만에 충돌했다. 항만 관계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닻을 내리고 왼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도록 지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은 충돌 직전에 당국에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조난신호(Mayday call)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빌딩 높이의 대형 선박이 시속 14.8㎞로 교각을 들이받은 여파로 20초 만에 총 길이 2.6km 다리에서 56m 구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47년 된 이 다리에 교각 보호물이 없었던 것도 피해를 키웠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다리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볼 줄 상상도 못했다. 마치 액션영화 장면 같았다”고 했다. 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사고 초기 조사 메모에서 “충돌 전 선박 추진체의 동력은 상실된 상태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비상 발전기로 선박의 조명은 다시 켜졌지만 엔진은 복구되지 않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선박은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지난해 6월에도 추진체, 보조 기계 관련 결함을 지적받았다.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서도 충돌 사고를 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곧 선박의 결함 여부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할 예정이다. ● “美 동부 해안 오가는 물류 흐름 차질” 볼티모어항은 미 동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기지다.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5230만 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한 물동량 기준 미 9위 항구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 및 소형트럭 약 84만7000대를 하역하며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이 모두 이용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석탄 수출의 27%를 수출한 석탄 수송 2위 항구이기도 하다. 다리 붕괴 전 최소 12척의 선박이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볼티모어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과 이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과 차량들이 대체 항구를 찾거나 우회로를 택하면 운송 시간 및 비용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뒤따를 수 있다. 폭스바겐도 성명에서 “볼티모어항 인근 교통 경로가 변경돼 선적 처리 후 운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주로 미 서부 항구를 이용한다”며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이 항구를 다시 가동할 것이다. 5만 개의 일자리가 이 항구에 달려 있다”며 조만간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연방정부가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당시 2년 후 새 다리가 개통된 점을 들어 빨라도 재개통에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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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 수도’ 오명 쓴 美 워싱턴… “중범죄 처벌강화” 대책 마련 나서[글로벌 현장을 가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북동쪽의 쇼(Shaw) 구역. 벽면 곳곳에 낙서가 가득한 단층 건물들 사이로 여기저기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잡초만 무성한 공터 앞에는 마약에 취한 몇몇 부랑자들이 모여 행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이트클럽 등을 중심으로 갱단, 마약거래상 등도 자주 모인다. 여기가 세계 최고 권력자가 머무는 백악관에서 불과 1.6km 떨어져 있는 곳이라니 믿기지 않았다.이곳의 교차로에서는 17일 새벽 총기 난사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9월에도 10대 소녀 3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치는 총기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레예스 씨는 “5년 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요즘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다. 강력 범죄가 급증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전체의 강력 범죄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유독 워싱턴에서만 살인, 강간, 강도, 집단폭행 등 4대 강력 범죄가 모두 증가해 우려가 높다. 이유를 둘러싼 논란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2020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미국 내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되고 경찰 수와 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안에 관해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며 대선 쟁점으로 삼을 뜻을 밝히고 있다.살인 등 4대 강력 범죄 급증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에서 발생한 살인으로 274명이 숨졌다. 1997년 이후 26년 만의 최고치다. 이에 따라 워싱턴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인디애나주 클리블랜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테네시주 멤피스에 이은 미국 ‘5위 살인 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얻었다. 워싱턴 살인 사건의 90% 이상은 총격에 의해 발생했다. 희생자 274명의 연령대는 노인, 성인, 청소년, 영유아 등으로 다양했다. 사망 장소 또한 집, 지하철역, 자동차 안, 골목길, 공원 등을 가리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저소득층 및 흑인 밀집 지역인 워싱턴 동부 애너코스티아 일대에서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는 뉴욕, 시카고 등 다른 미 대도시와 비교할 때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다. 지난해 1∼9월 미 70대 주요 도시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살인 사건이 늘어난 도시는 18곳(25.7%)에 불과했다. 워싱턴과 멤피스에서는 같은 기간 4대 강력 범죄가 모두 증가했다. 워싱턴 경찰 노동조합 또한 최근 시 의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워싱턴의 살인, 강도, 성폭력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88%, 66%, 42%씩 증가했다고 우려했다.플로이드 사태 후 경찰 급감 강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도심의 슬럼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식당과 상점은 강도 사건이 거듭되자 심야 경비를 고용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근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는 차량 서비스를 도입했다. 워싱턴 상인 연합회는 최근 집권 민주당 소속의 흑인 여성 시장 뮤리얼 바우저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워싱턴 전역에서 강력 범죄가 급증해 1990년대 잠시 등장했던 ‘미국의 살인 수도’란 오명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속히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워싱턴 내 강력 범죄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급증하면서 도심 공실률이 높아진 가운데, 치안을 유지할 경찰관 수가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ABC방송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태 이후 사표를 낸 워싱턴 경찰관은 전체 경찰관의 약 3분의 1인 1426명에 달한다. 당국이 신입 경찰 채용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플로이드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경찰관 수가 500명 이상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강력 범죄에 시달리는 멤피스 역시 최근 경찰관 수가 20% 이상 감소했다. 당국이 그간 중범죄에 지나치게 관용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의회는 이달 초 마약 거래와 불법 총기 소지, 강도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살인, 성폭력 등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거나 연장하고, 마약청정구역(drug free zone)을 설정해 마약 거래 의심자에 대해선 검문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워싱턴 의회는 2년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절도, 차량 탈취, 강도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주민 불만이 높아지자 불과 2년 뒤 정반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중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미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된다. 루이지애나주는 이달 초 살인, 성범죄 등을 일으킨 청소년에 대한 감형을 제한하고 차량 강도와 마약 범죄에 대한 최고 형량을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주리주 의회 또한 지난달 총기 범죄와 중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했다. 켄터키주, 뉴멕시코주 등도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범죄 감소세” vs “軍 동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안에 정반대 태도를 취하며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1월 유세에서 “워싱턴에선 매일 총격이 발생하고 있다. 재집권하면 군(軍)을 동원해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 급증이 미국 내 강력 범죄 급증의 원인이라며 이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펴겠다고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때보다 오히려 각종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19일 성명에서 “폭력 범죄는 5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살인 범죄율도 역사상 가장 급격한 감소세”라며 “2020년 전임 행정부에선 살인 사건 증가율이 역대 최대였다”고 맞받았다. 실제 같은 날 연방수사국(FBI)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체의 살인 범죄는 13.2%, 폭력 범죄는 5.7% 감소했다. 또한 작은 정부, 감세 등을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오히려 경찰 예산이 삭감돼 치안이 지금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공화당은 지역 법 집행기관에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을 삭감하고 FBI의 범죄대응 부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달리 경찰 예산 삭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치안 수준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7%는 “치안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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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최대 車수송 관문 볼티모어항 무기한 폐쇄 …물류 흐름 차질

    “여기는 C13 파견! 다리 전체가 무너질 듯 합니다!”무전기를 통해 12초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진 것은 26일 오전 1시 29분이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로 컨테이너선이 불을 깜빡거린 채 다가오다 교각에 충돌한 것을 본 교통당국 관계자의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다리 양끝에서 진입 차량을 멈춰 세웠다. 1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와 충돌한 뒤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인부 8명이 수십 m 아래 퍼탭스코강으로 추락했다. 2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6명 중 1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했다. 교통당국과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송 항구 겸 석탄 수송 2위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 동부 물류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종 능력 상실… 충돌 20초 만에 ‘와르르’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m에 약 9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달리호는 충돌 약 4분 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튼 뒤 1분 만에 충돌했다. 항만 관계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닻을 내리고 왼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도록 지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은 충돌 직전에 당국에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조난신호(Mayday call)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빌딩 높이의 대형 선박이 시속 14.8㎞로 교각을 들이받은 여파로 20초 만에 총 길이 2.6km 다리에서 56m 구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다리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볼 줄 상상도 못했다. 마치 액션영화 장면 같았다”고 했다.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사고 초기 조사 메모에서 “충돌 전 선박 추진체의 동력은 상실된 상태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비상 발전기로 선박의 조명은 다시 켜졌지만 엔진은 복구되지 않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선박은 2015년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했다. 지난해 6월에도 추진체, 보조 기계 관련 결함을 지적받았다.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서도 충돌 사고를 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곧 선박의 결함 여부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할 예정이다. ● “美동부 해안 오가는 물류 흐름 차질”볼티모어항은 미 동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기지다.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5230만 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한 물동량 기준 미 9위 항구다.특히 지난해 자동차 및 소형트럭 약 84만7000대를 하역하며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이 모두 이용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석탄 수출의 27%를 수출한 석탄 수송 2위 항구이기도 하다. 다리 붕괴 전 최소 12척의 선박이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볼티모어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과 이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과 차량들이 대체 항구를 찾거나 우회로를 택하면 운송 시간 및 비용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뒤따를 수 있다. 폭스바겐도 성명에서 “미 북·동부와 중부 대서양에 있는 미국 딜러들을 위해 차량 약 10만 대를 실어 보냈다”면서 “볼티모어항 인근 교통 경로가 변경돼 선적 처리 후 운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주로 미 서부 항구를 이용한다”며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이 항구를 다시 가동할 것이다. 5만 개의 일자리가 이 항구에 달려 있다”며 조만간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연방정부가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당시 2년 후 새 다리가 개통된 점을 들어 이번에 빨라도 재개통에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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