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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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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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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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과 동맹, 인태 전략의 심장”…AI협력-주일미군 현대화 합의

    “미일 양국 간 불멸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됐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두 정상의 목표가 반영된 말이다.미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인공지능(AI) 연구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미국이 그간 AI 규제 분야에서는 영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왔지만 AI 기술 연구 및 개발에서는 일본과 처음 손을 잡는 것이다. 두 정상은 주일미군사령부 현대화, 무기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체 ‘방산정책조정회의(military industrial council)’ 출범,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군사 협력 또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일본은 이로써 군사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최고 동맹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본격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New norm)’이 됐다”라고 밝혔다.● AI 개발도 日과 먼저 손잡은 美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9일 “회담에서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친환경 등 핵심 신흥기술 연구 파트너십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협력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기업들이 지원하는 미 카네기멜런대와 일본 게이오대 간 AI 공동 연구,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또 다른 AI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MS는 이날 일본에 2년간 역대 최대 금액인 29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개발에 핵심적인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아시아 AI 연구 거점도 일본 도쿄에 두기로 했다.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양국 첨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반도체기업 인텔과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인 국책기업 라피더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 사이에 이 같은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달 공동 탐사 등 양국의 우주 협력 또한 강화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음 차례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日과의 협력, 인태 전략의 ‘심장’”미일 정상은 이날 양국 군사적 협력을 전에 없이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우선 주일미군사령부 개편과 관련해 사령관을 기존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고, 일본 주변에서의 유사 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보다 신속하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일부 지휘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 외교·국방장관급 ‘2+2 협의체’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동맹 출범 후 처음으로 주일미군 전력 구조가 바뀌는 것”이라며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가 됐다. 미 인태 전략의 ‘심장(heart)’에 미일 동맹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양국은 또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협의체인 방산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사시 필요한 무기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일본은 방산 기술과 생산 역량에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미일이 군사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됐던 일본의 안보적 위상에 대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아시아 사령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또 군사적 필요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일각에서는 이런 행보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9일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러 밀착 등으로 국제 정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으므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강력함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11일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소다자 협력체를 확대할 방침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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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정상회의, 내달 26~27일 서울 개최 검토”

    한국 중국 일본이 다음달 26, 27일 전후로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외교부 또한 한중일 3국이 정상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의견을 모았고, 마지막 논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9일 외교부 당국자는 “3국 정부 간에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여러번 재확인했다”며 “공감대를 바탕으로 개최 일자를 최종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또한 3국이 정상회의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強) 중국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방한이다. 리 총리는 지난해 3월 총리 선출 이후 첫 방한이다. 중국은 통상 한중일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닌 현직 총리를 보냈다.한중일 정상회의가 마지막으로 열린 시점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였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한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관계 악화로 열리지 못했다. 이번 한국은 그간 꾸준히 정상회의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중국이 개최에 소극적이라 일정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최근 중국 측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면서 회담 개최를 위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한중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 3국 경제 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 동중국해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기존 갈등이 여전하고, 한국과 중국 관계 또한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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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 오커스 확대로 中 ‘격자형 포위’… 첨단무기 협력도 강화

    “대전환 시기를 맞아 미국은 ‘격자형(Lattice)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2021년 9월 출범 후 처음으로 일본을 새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이기로 한 8일(현지 시간)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워싱턴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 주요국과 개별적인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일본, 필리핀 등 여러 동맹국들과 촘촘히 위협 세력을 에워싸는 ‘격자형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커스는 이러한 목적에서 첨단 군사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외연 확장에 나서며 첫 협력 대상으로 일본을 택했다. 이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고, 11일에는 사상 첫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도 열린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자율무기-극초음속 미사일 공동 개발 오커스 3개국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의 목표는 지역 안정과 안보 지원을 위해 각 군에 첨단 군사 능력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라며 “‘필라 2’(2단계 협력)에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이 참여하면 이러한 목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필라 2에 일본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라 1’에는 일본을 아직 참여시키진 않지만 극초음속 미사일 및 요격 기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인기(드론)와 로봇, 적국의 사이버 보안을 뚫어낼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 등 8개 최첨단 분야에서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일부 첨단무기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영국, 캐나다 등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주요 동맹을 결집시켜 차세대 무기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본격화해야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단계 협력을 통해 개발된 첨단무기는 개발에 참여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추진 잠수함 배치가 예정된 호주에 이어 일본에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첨단무기가 전진 배치될 수 있다.● 韓 참여-오커스 확장 논의 본격화될 듯 그간 오커스 2단계 협력이 가능한 나라로 일본 외에도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거론됐다. 일본을 가장 먼저 선택했지만 오커스 확장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오커스 3개국과 물밑에서 2단계 협력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영국, 호주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3일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오커스는 ‘게임 체인저’”라며 “다른 동맹과의 협의도 곧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가을 2단계 협력 분야에 대한 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다만 오커스에 참여하려면 회원 3개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인태 안보에 대한 기여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커스 국방장관들은 이날 추가 파트너 참여 조건으로 정보보안 능력과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 등 5대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다른 당국자는 “참여한다 해도 어떤 식으로 들어갈지 등에 대해선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커스 확대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미국, 일본과 3개국 정상회의를 앞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9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 “더러운 세력들의 부당한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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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美국빈 방문 일정 시작…글로벌 파트너십 구축·中 견제 이어나가나

    8일(현지 시간)부터 14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8일미 수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도착하며 국빈대우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일본 총리의 국빈대우 방미는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백악관 인근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묵었다. 방미 첫날인 9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브레드 스미스 부의장 겸 사장을 비롯한 미국 주요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기로 했다.그는 10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 공식 만찬을 한다. 그는 미일 우호의 상징으로 왕벚나무 묘목은 물론 올해 초 지진이 발생한 노토반도의 전통 칠기 ‘와지마누리’ 등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11일에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초로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도요타자동차가 짓는 배터리 공장 등을 둘러본 뒤 일본으로 귀국한다. 미일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겨냥해 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방침을 담는다. 미국은 방위 장비 공동 개발 및 생산, 미군-자위대 간 지위통제 연계 등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에 맞서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이다. 양국 정상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탐지·추적을 위한 위성망 구축에도 협력한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저공 비행해 탐지,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로 북한이 최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공동선언 못잖게 공식 만찬과 미 의회 연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영어 연설을 하며 세계적 화제가 된 것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주최 공식 만찬에는 일본 인기 그룹 ‘요아소비’가 초청됐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 담긴 곡 ‘아이돌’로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영어 연설 원고는 미국 대통령 스피치라이터 경험자가 표현, 문법 등을 꼼꼼히 감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년 전 아베 총리도 당시 미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주일간 전문가가 붙어 매일 영어 연설을 연습하며 영어 발음을 교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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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北과 정상회담 위해 고위급 접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일본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8일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에서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미를 앞두고 7일(현지 시간) 보도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해결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의 안정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미해결 문제’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뜻한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한미일 3국 협력 균열 우려에 대해 “북한과 대화의 길이 열려 있다는 공통 인식을 근거로 미일, 한미일이 긴밀하게 협력해 대처하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거론하자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일 간에 신경전이 팽팽하지만, 양측이 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닫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일본 국내에 강조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군사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방위 장비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기 위한 조치, 주일미군의 자체 운용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 등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패트리엇 미사일, 크루즈 미사일, 훈련기 등의 공동 생산을 위한 ‘합동방위위원회(joint defense council)’ 설치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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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기시다 총리 “북일 정상회담 위한 고위급 접근 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일본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8일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에서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미를 앞두고 7일(현지 시간) 보도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해결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안정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미해결 문제’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뜻한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의 길이 열려있다는 공통 인식을 근거로 미일, 한미일이 긴밀하게 협력해 대처하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납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자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일 간에 신경전이 팽팽하지만, 북한이 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닫고 있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군사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방위 장비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기 위한 조치, 주일미군의 자체 운용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 등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패트리어트 미사일, 크루즈 미사일, 훈련기 등의 공동 생산을 위한 ‘합동방위위원회(joint defense council)’ 설치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양국의 안보 협력 관계를 심화하는 역사적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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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처럼 키우고 수확하고 다시 심고 ‘숲의 선순환’

    “건강한 나무를 얻으려면 곡식을 키우는 것처럼 좋은 묘목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죠.”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로토루아시 양묘장에서 만난 직원 로런 앤더슨 씨(34)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논밭처럼 평지에 펼쳐진 양묘장에는 라디에타 소나무 묘목 180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마치 벼 모내기를 위해 모판을 짜듯, 나무를 숲에 옮겨 심기 위한 ‘묘목판’이 25ha(헥타르) 넓이의 양묘장에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톱날 장비가 달린 트랙터가 축구장(0.714ha) 35개에 달하는 양묘장 일대를 누볐다. 고르게 키우기 위해 일정한 크기로 묘목을 자르고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심은 묘목은 반년 만에 40cm 가까이 자랐다. 양묘장에서 나온 묘목은 조림지에서 두 번째 목생(木生)을 시작한다. 조림지는 나무를 수확하기 위해 만든 숲이다. 이날 일부 묘목은 양묘장에서 4.7km 떨어진 레드우드숲으로 옮겨졌다. 이 숲은 보존해야 할 천연림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조림지가 공존하는 곳으로,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뉴질랜드 산림 면적은 전 국토(2670만 ha)의 36% 수준인 950만 ha. 이 중에서 조림지는 180만 ha(2022년 기준)다. 뉴질랜드는 연간 목재를 4조9000억 원 가량 수출하는 등 국내총생산(GDP)의 약 5%가 숲에서 나오는 ‘임업 강국’이다. 뉴질랜드 산림과학원(SCION) 팀 페인 수석연구원은 “숲은 보호와 이용이라는 양쪽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잘 심는 만큼 잘 활용해야 지속 가능한 자연이 유지된다”고 말했다.28년 주기로 나무 年 200만그루 수확… GDP 5%가 숲에서 나와 [창간 104주년]‘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3〉 ‘木맥경화’ 뚫은 뉴질랜드상품성 좋은 품종 주력으로 키워… 숲 기능 포함 안정적 목재 공급 역할조림지내 자전거길 年 60만명 찾아‘숲환생’ 벌채, 연간 5조 원대 수출… “환경-자원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장” “숲 한가운데 길게 비어 있는 공간이 ‘완전한 순환’이 이뤄지는 경계선입니다.” 뉴질랜드 산림과학원 팀 페인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로토루아시 인근 레드우드숲 산등성이 중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집어낸 공간은 빽빽한 초록 숲 사이에 난 빈틈이다. 이곳에는 양묘장에서 키운 라디에타 소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텅 빈 곳처럼 보이는 묘목 식재 공간은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경계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처럼 레드우드숲 곳곳에선 15년 넘게 자란 나무들로 이뤄진 조림지와 나무를 베어낸 곳에 새로 묘목을 심은 공간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이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목(木)맥경화’를 뚫어냈다. 조림지엔 1ha(헥타르)당 묘목 약 1000그루를 심는다고 한다. 평평한 땅에 바로 심지 않고 약간의 흙을 쌓아 올린 뒤 심는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묘목이 상할 수 있어 흙을 보온재처럼 쓰는 것이다.● ‘보호와 이용’ 선순환 만드는 숲 뉴질랜드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조림지에 심은 나무는 평균 28년 키워내 상품성이 가장 좋은 시기에 수확한다. 조림지 조성 초기엔 다양한 수종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산인 라디에타 소나무가 뉴질랜드 기후와 잘 맞아 본토보다 빨리 자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엔 조림지의 91%를 채우고 있다. 페인 수석연구원은 “천연림에서는 다양한 나무가 어울릴 수 있도록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조림지에는 다양한 수종보다는 상품성 좋은 품종을 주력으로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솔송나무가 조림지의 약 5%를 차지하는데 수확하려면 평균 40년을 키워야 한다. 조림지는 천연림처럼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목재를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숲을 활용한 각종 레저산업을 파생시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페인 수석연구원은 “숲은 자라면서 물과 공기를 정화하고 탄소를 저장한다”며 “시간이 지나 울창해지면 이런 공익적 가치 외에도 숲을 활용한 여가 생활이나 스포츠 등 다른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레드우드숲은 산악자전거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활용 가치가 높다. 조림지 사이로 자전거길 160km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국제산악자전거협회(IMBA)는 2015년 이 길을 3등급 중 가장 높은 골드 등급으로 지정했다. 협회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은 곳은 세계에서 6곳뿐이다. 뉴질랜드 전역에 있는 자전거길은 매년 60만 명이 방문해 약 3.9일간 머물며 하루 평균 292뉴질랜드달러(약 23만 원)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우드숲 자전거길에서 만난 니콜 테일러 씨(32)는 “아들 네 명과 숲에 자주 온다. 광활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숲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연 살리려 나무 벤다” 환생 위한 벌채 뉴질랜드에선 숲을 키우고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적인 벌채로 선순환 고리를 이어간다. 벌채된 나무는 숲에서의 목생을 마치고 가공돼 다양한 목재로 환생한다. 레드우드숲에서 33km 떨어진 텍트 공원 주변 벌채지. 30ha에 달하는 광활한 벌판에선 최근 나무를 수확한 후 땅을 헤집어 놔 흙냄새가 가득했다. 벌채를 끝낸 민둥산 너머에는 푸른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조림지가 있어 경계선이 뚜렷하게 갈렸다. 뉴질랜드 산림과학원 더글러스 건트 책임연구원은 “이곳은 자연을 파괴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다시 살리는 공간”이라며 “나무를 벤 자리는 20년 뒤에 다시 풍성한 숲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질랜드는 연간 4000∼4500ha 규모의 숲을 벌채한다. 28년 주기로 벌채해 1ha당 약 500그루를 거둬들인다. 매년 2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베어내는 셈이다. 수확한 나무의 40%는 자국에서 쓰고 나머지 60%는 수출한다. 산림과학원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뉴질랜드에서 수출한 원목, 펄프, 합판 등 목재는 60억7300만 뉴질랜드달러(약 4조8937억 원)가 넘는다. 올해는 5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뉴질랜드산 목재 수입 상위 5개국은 중국 36억2400만 뉴질랜드달러(약 2조9202억 원), 호주 6억3800만 뉴질랜드달러(약 5141억 원)에 이어 한국 5억700만 뉴질랜드달러(약 4085억 원), 일본 4억7000만 뉴질랜드달러(약 3787억 원), 미국 3억8600만 뉴질랜드달러(약 311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산림 안보에도 숲의 활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대비해 국가가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목재 역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일정량을 스스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트 책임연구원은 “그린스완 시대가 시작되면서 산림과 목재 사용 자립도는 환경이나 자원의 문제를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나무를 어떻게 가꾸고 쓸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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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잦은 뉴질랜드, 유연한 ‘목재건축’ 선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로토루아시에 있는 산림과학원(SCION)에 들어서자 10m에 달하는 높은 층고가 한눈에 들어오는 1층 로비에선 알싸한 숲 향이 느껴졌다. 뉴질랜드 정부 국가조사연구소인 산림과학원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다. 건물 뼈대와 바닥, 계단 등 눈길이 닿는 곳곳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다. 로토루아 지역 산봉우리 모양을 따 삼각형으로 만든 입구 문을 열자마자 건물 안에서 참새 두 마리가 날아들었다. 새들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곳은 로토루아에서 심고 키워서 수확한 나무(550㎥)를 이용해 2020년 12월 건립됐다. 약 2000m² 넓이의 3층짜리 건물에는 3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 건물의 탄소저장 효과는 418t”이라며 “승객 160명을 태운 비행기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영국 런던을 왕복하며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다”고 했다. 건물 내부에 사용한 목재는 나무 성질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화학약품 처리를 최소화했다. 목재가 비나 바람에 노출되면 쉽게 부식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외관은 유리 등으로 마감했다. 유리에는 나무 이파리 색과 비슷하게 녹색과 노란색 등 마름모 문양을 채워 넣었다. 이처럼 뉴질랜드 땅에서 키우고 수확한 나무는 건축 재료로 많이 쓰인다.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보다 지진에 유연하게 반응한다. 과학원 관계자는 건물 중앙 마름모 모양의 나무 기둥을 가리키며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데, 건물이 뒤틀려도 목재는 유연하게 대응해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토루아시 곳곳에선 나무로 집을 짓는 공사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층 주택을 새로 만드는 공사 현장에선 인부들이 작업하려고 설치한 임시가설물(비계)만 철제를 사용했고 주재료는 촘촘하게 끼워 맞춘 목재였다. 주민 아라타키 펜더 씨(25)는 “햇빛이 들면 나무 기둥에서 ‘쩍’ 하는 소리가 나는데, 주민들은 ‘건물이 숨을 쉬는 소리’라고 부른다”며 “나무로 된 건물은 자연의 숲처럼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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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기시다, 아베파 대거 징계… 본인 빠져 ‘셀프 면책’ 논란

    일본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국회의원 82명 중 39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4일 확정했다.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징계다.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징계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28일 3개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선전과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최고 책임자인 기시다 총리는 물론이고 그가 속한 ‘기시다파’ 의원들이 징계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당장 이달 선거에서 자민당이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는다면 당에서 ‘기시다 퇴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아베파 간부에게 ‘탈당 권고’ 중징계 자민당은 이날 회의를 열고 시오노야 류(鹽谷立)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전 당 참의원 간사장 등 2명에게 ‘탈당 권고’ 처분을 내렸다. 명목상으로는 권고 형식이나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이 뒤따라 탈당이 불가피하다. 시오노야 전 문부과학상은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다가 해체된 ‘아베파’ 좌장을 지냈다. 세코 전 간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최측근이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당 정무조사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 경제산업상은 ‘당원 자격 1년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정무조사회장,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전 총무상(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1년간 당 간부직을 맡을 수 없게 됐다. ‘당원 자격 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징계 중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사실상의 총리 선거인 총재 선거의 피선거권 및 투표권도 박탈된다. 무엇보다 비자금으로 징계받았다는 이력 자체가 불명예로 남기에 정치 생명에 상당한 타격이 뒤따른다. 징계 대상 39명 중 36명은 아베파다. 대부분은 장관, 당 간부 등을 지낸 거물급이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시다파 의원도 징계받지 않았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정치학)는 “비자금 사건을 마무리 지은 뒤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외교 성과를 거둬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재·보선 패배 시 ‘기시다 퇴진론’ 가능성 지난해 말 아베파 등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을 받아 일부를 뒷돈으로 챙긴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10∼20%대로 추락했다. 과거 일본에서 이 정도까지 지지율이 하락하면 총리가 퇴임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내에서 별다른 차기 총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리직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당 권고 중징계를 받은 시오노야 전 문부과학상은 “부당한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당 운영이 독재적”이라며 반발했다. 자민당은 이번 징계를 발표하며 500만 엔(약 4500만 원) 이상의 비자금을 받은 의원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기준을 500만 엔으로 정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징계 대상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은 아예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은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징계 기준도 모르겠고 기시다 총리는 빠져나갔다. 자민당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당 내부에서도, 국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면서 28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하면 ‘기시다 퇴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자민당은 전직 의원들의 불명예 퇴진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재·보선 지역구 3곳 중 시마네현 1곳에만 공천하기로 했다. 시마네현은 1996년 소선거구제 도입 후 줄곧 자민당이 승리한 일종의 ‘텃밭’이나 최근 여론이 좋지 않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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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일대사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전체 역사 반영해야”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가 4일 일본 사도(佐渡) 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윤 대사가 일본 니가타현청에서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니가타현 지사를 면담해 사도광산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사도광산은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다. 윤 대사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의 아픈 역사가 있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있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고 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윤 대사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등재를) 절대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 출신 강제노동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마이너스의 역사도 있다. 역사 전체를 표시할 수 있는 형태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하면서 대상 기간을 16세기∼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이렇게 되면 한인 강제노역 사실이 배제된다. 이는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꼼수로 사실상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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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기시다, ‘아베파’ 대거 징계…본인 빠져 ‘책임 회피’ 논란

    일본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국회의원 82명 중 39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4일 확정했다.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징계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그는 28일 3개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의 선전은 물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하지만 당의 최고 책임자인 기시다 총리는 물론 그가 속한 ‘기시다파’ 의원들이 징계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 총리가 책임을 회피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28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실망스런 성적을 받는다면 당 내에서부터 ‘기시다 퇴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아베파 간부에 ‘탈당 권고’ 중징계자민당은 이날 회의를 열고 시오노야 류(塩谷立)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전 당 참의원 간사장 등 2명에 ‘탈당 권고’ 처분을 내렸다. 명목상으로는 권고 형식이나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이 뒤따르기에 탈당이 불가피하다. 시오노야 전 문부과학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만든 파벌 ‘아베파’의 좌장 출신이다. 이런 그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것이다.이 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당 정무조사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 경제산업상은 ‘당원 자격 1년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정무조사회장,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전 총무상 겸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또한 1년간 당 간부직을 맡을 수 없게 됐다.‘당원 자격 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징계 중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사실상의 총리 선거인 당 총재 선거의 피선거권 및 투표권도 박탈된다. 무엇보다 비자금으로 징계받았다는 이력 자체가 불명예로 남기에 정치 생명에 상당한 타격이 뒤따른다.징계 대상 39명 중 36명은 아베파다. 나머지 3명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간사장이 만든 파벌 ‘니카이파’에 속했다. 대부분은 장관, 당 간부 등을 지내며 정계를 쥐락펴락하던 인사들이다.반면 기시다 총리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자금 추문에 연루된 몇몇 기시다파 의원도 징계받지 않았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정치학)는 “비자금 사건을 마무리 지은 뒤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미일 정상회담에서 외교 성과를 거둬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재보선 패배 시 ‘기시다 퇴진론’ 가능성지난해 말 아베파 등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을 받아 일부를 뒷돈으로 챙긴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10~20%대로 추락했다. 과거 일본에서 이 정도까지 지지율이 하락하면 총리가 퇴임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내에서 별다른 차기 총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리직을 고수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탈당 권고 중징계를 받은 시오노야 전 문과상은 “부당한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당 운영이 독재적”이라며 반발했다. 자민당은 이번 징계를 발표하며 500만 엔(약 4500만 원) 이상 비자금을 받은 의원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500만 엔 기준을 정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징계 대상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시에 적지 않은 국민은 아예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은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당 내부에서도, 국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28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하면 ‘기시다 퇴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자민당은 전직 의원들의 불명예 퇴진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 3곳 중 시네마현 1곳에만 공천하기로 했다. 1996년 이후 줄곧 자민당이 승리한 일종의 ‘텃밭’이나 최근 여론이 좋지 않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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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25년만에 최대 강진… TSMC공장 가동 일시중단

    3일 대만 북동부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1999년 9월 21일 중부 난터우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2400여 명이 숨진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다. 대만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은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중부 타오위안 등 대만 전역은 물론 바다 건너 중국 남서부 푸젠성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산사태와 건물 붕괴가 이어져 대만에서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현재 최소 9명이 숨지고 946명이 다쳤다. 지진 발생 직후 건물들이 약 1분간 격렬하게 흔들렸고 일부는 무너지거나 중심을 잃고 심하게 기울어졌다. 붕괴된 건물에 최소 50여 명의 주민이 갇혀 있어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진 직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진원지에서 130km 떨어진 주난 지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대만에 인접한 일본 오키나와현과 필리핀에도 한때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오키나와에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된 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후 13년 만이다. 오키나와는 주일미군 기지 여러 곳이 있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요충지라 비상이 걸렸다. 다만 큰 피해는 없어 경보는 이날 오후에 해제됐다. 이번 지진은 진원으로부터의 거리나 에너지 전파 방향 등으로 한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만과 일본 등에서 지진이 이어지는 만큼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원폭 32개 위력에… 화롄 건물 붕괴-산사태, 대만 전체가 흔들 [대만 25년만에 최대 강진]150차례 여진 이어져 950여명 사상… 출근길 시민들 비명 “재난영화 방불”150km 떨어진 타이베이 5.0 진동… 오키나와 미군기지도 쓰나미 경보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창밖으로 산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3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동부 화롄으로 가는 기차를 탔던 타이베이 시민 훙모 씨가 현지 매체 롄허보에 전한 지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다. 그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까지 울려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현 남동쪽 25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은 대만 전역을 강타했다. 진앙에서 약 150km 떨어진 타이베이에서도 진도 5의 진동이 감지됐다. 출근길 타이베이 지하철에서는 심한 진동으로 곳곳에서 승객들이 주저앉고 비명을 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CG)은 지진 규모를 7.4, 일본은 7.7까지 높여 발표했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다. 인구 35만 명이 거주하는 북동부 거점도시 화롄은 진원과 가까워 피해가 특히 컸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산책로에서 등산객 3명이 낙석에 맞아 숨졌고, 동쪽 해안 인근 고속도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지진 당시 도심의 8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도로 쪽으로 기울어지자 행인들이 황급히 도망가고,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만 기상청은 “진원이 육지와 가깝고, 깊이도 매우 얕은 편이라 대만 전역에서 진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는 “기숙사 책상에 올려둔 커피나 향수병이 모두 쏟아졌다. 무서워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20∼30초 동안 진동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타이베이 지하철은 이날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고속열차는 운행 재개 이후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저속 운행했다. 또 대만 전역에서 36만8700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첫 지진 발생 약 10분 뒤 6.5 규모의 지진을 포함해 이날만 15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 또한 “앞으로 3, 4일간 6.5∼7.0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 난터우현 일대를 강타한 ‘921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꼽힌다. 당시 7.3 규모의 강진으로 2400여 명이 숨지고 8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만은 921 대지진 이후 공공과 민간 건물 모두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 버틸 수 있게 설계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1999년 지진 당시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진원 깊이가 15.5km로 얕아 내진 설계에도 건물이 무너졌다. 이웃 일본과 필리핀도 긴장했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지진 발생 이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공영 NHK방송은 정규방송 대신 긴급 특별 재난방송을 전했고, 필리핀 또한 해안 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경고했다. 다만 지진 발생 약 3시간 뒤 쓰나미 위협이 대체로 지나가 양국의 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아직까지 지진에 따른 대만 내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롄 일대에만 약 50명의 한국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은 즉각 구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본토(중국)는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 동포에게 애도를 표한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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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한국에 6월까지 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동참 요구”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미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통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 한국의 규제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3월 한미 당국자들이 한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동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미 상무부가 발표했던 대(對)중국 통제 수준에 한국이 맞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 상무부는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6월 13∼15일 열리는 G7 정상회의 전에 한국과 합의에 도달하려는 계획이다. 한미일 3국의 장관급 관계자 간 첨단 기술 및 공급망 협력 논의를 위한 회담도 6월 말 예정돼 있다. 미국은 늦어도 이때까지 합의를 이루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규제 발표 후 반도체 장비 기술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 일본 등을 압박해 규제에 합류시켰다. 당시만 해도 장비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는 지금처럼 세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legacy) 반도체 관련 기술 및 장비까지 수출 규제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고민은 상당히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데다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미 한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최첨단 반도체 장비는 물론이고 구형 장비의 중국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면 중국이 거센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한 후 중국이 한국 경제에 전방위적 보복을 가한 점을 거론하며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동맹을 희생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이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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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폭 32개 위력…35만 도시 화롄 건물 붕괴-산사태 ‘흙먼지 쓰나미’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창 밖으로 산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3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동부 화롄으로 가는 기차를 탔던 타이베이 시민 홍모 씨는 현지 매체 롄허보에 전한 지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다. 그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까지 울려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현 남동쪽 25㎞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은 대만 전역을 강타했다. 진앙에서 약 150km 떨어진 타이베이에서도 규모 5.0의 진동이 감지됐다. 출근길 타이베이 지하철에서는 심한 진동으로 곳곳에서 승객들이 주저앉고 비명을 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CG)은 지진 규모를 7.4, 일본은 7.7까지 높여 발표했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다.인구 35만 명이 거주하는 북동부 거점도시 화롄은 진원과 가까워 피해가 특히 컸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산책로에서 등산객 3명이 낙석에 맞아 숨졌고, 동쪽 해안 인근 고속도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지진 당시 도심의 9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도로 쪽으로 기울어지자 행인들이 황급히 도망가고,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대만 기상청은 “진원이 육지와 가깝고, 깊이도 매우 얕은 편이라 대만 전역에서 진동이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는 “기숙사 책상에 올려둔 커피나 향수병이 모두 쏟아졌다. 무서워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20~30초 동안 진동이 이어졌다”고 전했다.타이베이 지하철은 이날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고속 열차는 운행 재개 이후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저속 운행했다. 또 대만 전역에서 36만8700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첫 지진 발생 약 10분 뒤 6.5 규모의 지진을 포함해 이날만 15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 또한 “앞으로 3,4일 간 6.5~7.0 사이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 난터우현 일대를 강타한 ‘921 대지진’ 이후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꼽힌다. 당시 7.3 규모의 강진으로 2400여 명이 숨지고 8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만은 921 대지진 이후 공공과 민간 건물 모두 리히터 규모 6.0에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1999년 지진 당시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진원 깊이가 15.5㎞로 얕아 내진 설계에도 건물이 무너졌다.이웃 일본과 필리핀도 긴장했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지진 발생 이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공영 NHK방송은 정규방송 대신 긴급 특별 재난방송을 전했고, 필리핀 또한 해안 지역 주민에 대피를 경고했다. 다만 지진 발생 약 3시간 뒤 쓰나미 위협이 대체로 지나가 양국의 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아직까지 지진에 따른 대만 내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롄 일대에만 약 50명의 한국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은 즉각 구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본토(중국)는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 동포에게 애도를 표한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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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슨 제철소, 숲으로 재탄생… 도시가 다시 푸른 숨을 쉰다

    “제철소 용광로를 구석구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신기하네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스부르크시의 란트샤프트 공원. 중앙에 우뚝 선 7m 높이 용광로 꼭대기에서 만난 주민 클라우스 페테르존 씨는 40여 년 전인 어렸을 때부터 제철소를 보고 자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제철소는 안전 조명만 드리워진 어두컴컴한 ‘접근금지 구역’이었다. 보안 직원들이 막고 있는 데다 너무 위험해 근처에 다가갈 상상도 못 했던 이곳이 가동을 멈춘 뒤 이제 전망대로 변했다. 이날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축구장 약 250개 크기(180ha·헥타르)의 터엔 용광로, 파이프 등 녹슨 제철소 시설과 푸른 녹음이 한데 어우러진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울타리 없이 개방된 공간에 방문객들이 유모차를 끌고 카메라를 멘 채 모여들었다. 이들은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라인강 지류 엠셔강 유역에 있는 뒤스부르크 란트샤프트 공원은 1985년 가동을 멈춘 티센그룹의 마이데리히 제철소가 ‘도시숲’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제철소를 살아있는 역사로 보존하면서 시민들에게 삭막한 도시의 쉼터를 제공했다. 거대한 흉물로 남을 뻔한 제철소에 숲이 생명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숲이 된 ‘녹색 제철소’ 年100만명 발길… 줄던 인구도 다시 늘어[‘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2〉 獨 뒤스부르크 ‘도시숲’ 제철소 폐쇄 9년만에 공원 탈바꿈자전거 씽씽, 암벽등반… 콘서트까지SNS ‘핫플’로 인기, 해외서도 찾아와… 정류장 신설 등 도시 인프라 확대 ‘녹슬고 거대한 제철소를 어찌할 것인가.’ 1985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스부르크시의 마이데리히 제철소가 경영 악화로 가동을 멈추자 지방 정부와 주민들은 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정치인들은 시설을 유지하면 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철거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가족의 일터였던 85년 역사의 랜드마크를 없앨 수 없다”며 반발했다. 주민들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지역 경제의 중심이 사라지자 도시가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생겨났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던 시민들은 ‘독일 산업유산협회’를 조직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제철소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를 설득했고, 정부가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국제건축전시회(IBA)를 열어 제철소와 주변 황무지를 개발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이때 선정된 페터 라츠 건축가의 사업안으로 제철소 본연의 모습을 보존하되 숲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 도시숲으로 재탄생한 뒤스부르크시의 란트샤프트 공원을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찾았다. 옛 광석 저장고 외벽에선 시민들이 암벽 등반을 하고 있었다. 석탄 수송용 기차가 달리던 철로에선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대형 탱크는 여름철 다이빙장으로 활용된다. 수시로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통시장도 열린다. ● 소셜미디어 시대 ‘이색 관광지’로 독일은 국토의 약 33%가 산림으로 뒤덮여 도시마다 숲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도시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휴양을 위해 조성되는 도시숲은 수도 베를린, 유럽 금융허브 프랑크푸르트 등에도 조성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뒤스부르크시 란트샤프트 공원은 독일에서 유일하게 산업시설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주목받았다. 독일 산업화의 역사를 품은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만든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런 이색적인 공원을 보기 힘들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학생 10여 명을 인솔해 견학을 온 사회복지사 조피 알더 씨는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직접 보여주러 왔다”며 “도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소중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색적인 경관은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딸과 함께 방문한 메시카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사진을 보고 독특한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최근 8년간 방문객이 연평균 100만 명이나 된다. 도시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창의적 아이디어가 해외 방문객도 불러 모으고 있다. 공원의 물 관리 노하우가 대표적이다. 공장 지붕이나 건물 표면 굴곡진 부분에서 모은 빗물은 공원 곳곳에 설치된 작은 수로를 따라 나무와 꽃으로 흐르고 있었다. 공원 개장 이후 30년간 이곳에 뿌리 내린 식물은 700종을 넘는다. 이 공원 홍보 담당 레나 시엘러 씨는 “제철소 대형 탱크는 이제 저수조로 쓰이며 가뭄 때 공원 곳곳에 물을 공급한다”며 “네덜란드 등 수자원에 관심이 많은 국가에서 찾아와 어떻게 빗물 공급 시설을 운영하는지 묻는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5년 이 공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오아시스’ 10곳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개방된 도심숲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운영 노하우도 주목받고 있다.● 낙후 지역에 인구 늘고 경제 활력 공원 개발로 뒤스부르크시는 활력을 되찾았다. 지역 방문객이 늘자 지방 정부도 도시 인프라에 투자하며 거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공원 옆에 있는 ‘란트샤프트 공원 북부’ 정류장은 지난해 말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 내년에는 인근에 약 600만 유로(약 87억 원)를 투입해 신규 정류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인근 낙후됐던 마르스로 지역은 공원으로 수혜를 입은 곳으로 꼽힌다. 마르스로는 1990년대 이민자들이 급격히 늘며 현재 주민 중 이민자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지역 경제가 침체돼 실업과 범죄가 늘었고, 경찰이 주시하는 지역이 됐다. 하지만 가까운 도시숲이 관광지로 발전하고 주기적으로 콘서트, 맥주 페스티벌 등 행사가 열리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일자리와 휴식을 얻었다. 제철소 폐쇄 뒤 인구가 급격히 줄었던 뒤스부르크시는 이민자 유입과 함께 란트샤프트 공원 조성 등 다양한 도심 재생 노력을 기울인 덕에 인구가 늘고 있다. 뒤스부르크시에 따르면 제철소가 가동을 멈추기 전인 1983년 54만1000명이었던 인구는 계속 내리막을 걸으며 2014년엔 48만6000명까지 줄어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인구가 점차 늘면서 지난해 52만5000명까지 회복됐고 올해는 5000명 더 늘 것으로 추산된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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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때 방문객 급증, 숲은 보건 인프라”… 獨, 숲길 걸으며 명상 ‘마음챙김’ 앱 개발도

    “숲은 국가 공중보건의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유럽 3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 유럽산림연구소(EF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기간 독일의 숲 이용객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개방된 장소인 숲은 전염 우려가 적고, 고립된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공간으로 주목받으며 공중보건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EFI에 따르면 2020년 3월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되기 전 독일 서부의 본 주변 도시지역 숲 방문객은 하루 평균 290명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22일∼4월 28일 방역 대책 시행 중에는 방문객이 하루 평균 690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방문객이 약 140%가 증가한 것. 방문객 최고치는 봉쇄가 풀린 직후인 같은 해 6월 4일 1275명이었다. 숲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도 달라졌다.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20, 30대 젊은층,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지역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EFI는 “새로운 방문객들이 늘어나 숲이 사회 전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도시 지역의 산림 정책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숲은 마음먹고 찾아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수시로 숲을 찾게 됐다. 코로나19 봉쇄 전엔 방문객들이 주로 평일 출퇴근 직전이나 직후에 숲을 방문했다. 하지만 봉쇄 기간엔 재택근무로 인해 대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 토요일은 숲이 가장 한산했던 날에서 가장 붐비는 날로 바뀌었다. 주로 쇼핑하던 인구가 숲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숲이 ‘정서적 치유 공간’으로 여겨진다. 독일어에 ‘숲속에서 느끼는 편안한 고독감’을 뜻하는 발타인잠카이트(Waldeinsamkeit)란 고유한 단어가 있을 정도다. 이런 숲의 정서적 가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잔 라자야 루 EFI연구원은 “방문객들이 숲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평온함 찾기’로 조사됐다”며 “숲의 영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산림보호협회는 이런 수요를 고려해 ‘마음챙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방문객이 스스로 숲길을 걸으며 호흡하고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이 앱은 구체적으로 몇 초간 걷다가 몇 초간 호흡할지, 나무 향을 어떻게 맡을지 소개하고 있다. 마음챙김 앱이 나온 뒤 독일 전역에는 ‘마음챙김 숲길’ 9곳이 추가로 조성됐다. 이 숲길에선 방문객들이 표지판에서 QR코드를 스캔해 숲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서비스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토르스텐 뮐러 씨는 BBC 인터뷰에서 “앱은 숲 방문객이 호흡에 집중하도록 돕거나 숲의 색상 구조 질감 등 세부적인 모습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며 “독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숲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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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타케, 도쿄 중의원 보선 출마

    한국에서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48·사진) 씨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추천을 받아 이달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2일 보도했다. 오토타케 씨는 28일 열리는 도쿄 15구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 도쿄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가 설립한 ‘퍼스트회’의 부대표로서 선거에 나선다. 자민당 소속이던 전직 의원은 불법 선거자금 등으로 체포돼 의원직을 사퇴했다. 자민당은 책임을 지는 의미로 해당 지역 공천을 포기하는 대신에 오토타케 씨를 추천하기로 했다. 오토타케 씨는 선천성 사지 절단증으로 두 팔,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일본 명문 와세다대 출신으로 1998년 펴낸 자서전 ‘오체불만족’이 일본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한 건 아니다” “감동은 필요 없다. (내 장애를) 참고만 해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는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여성 5명과의 불륜 사실이 드러나 이혼을 하기도 했지만 도민퍼스트회를 이끄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민당으로서는 공천을 포기하면서까지 추천한 그의 당선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달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할 경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책임론이 불거지며 퇴진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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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승리→불륜스캔들’ 오체불만족 저자, 日보궐선거 출마

    한국에서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48) 씨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추천을 받아 이달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2일 보도했다. 오토타케 씨는 28일 열리는 도쿄 15구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 도쿄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가 설립한 ‘퍼스트회’의 부대표로서 선거에 나선다. 자민당 소속이던 전직 의원은 불법 선거자금 등의 체포돼 의원직을 사퇴했다. 자민당은 책임을 지는 의미로 해당 지역 공천을 포기하는 대신 오토타케 씨를 추천하기로 했다. 1976년생인 오토타케 씨는 선천성 사지 절단증으로 두 팔,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부모가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에 보내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재수 끝에 일본 명문 와세다대에 입학했다. 1998년 펴낸 자서전 ‘오체불만족’이 일본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에서도 번역돼 인기를 모았다.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한 건 아니다” “감동은 필요없다. (내 장애를) 참고만 해 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던 시대에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의 유명 ‘셀럽’이 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 때인 2016년 자민당은 그를 공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때부터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 2016년 한 주간지에 불륜 스캔들이 폭로되며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결혼한 유부남인데도 5명의 여성과 해외 여행을 다니고 육체 관계까지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출마가 무산됐고 15년 간 살았던 부인과 이혼을 했다. 2020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팔 다리 없이 하는 요리, 여행 등의 콘텐츠를 올리며 유튜버로 활동했다. 두 번째 정치 도전에 당시의 불륜 논란이 있지만, 도민퍼스트회를 이끄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민당으로서는 공천을 포기하면서까지 추천한 그의 당선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지지율은 10~20%대에 머물러 있다. 자민당은 비자금 사건 책임이 있는 아베파 간부에 탈당 권고를 하며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달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할 경우 기시다 총리 책임론이 불거지며 퇴진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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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왕실, SNS 소통 시작… 인스타 첫날 팔로어 30만명

    일본 왕실의 사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이 1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궁내청은 이제까지 공식 홈페이지만 운영했는데 보수적인 일본 왕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을 시작한 데다 개설한 첫 플랫폼이 젊은층이 즐겨 쓰는 사진, 동영상 위주의 인스타그램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개설 당일 30만 명 이상의 추종자를 모았다. 궁내청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나루히토 일왕, 마사코 일왕비, 두 사람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공식 행사에 등장한 사진을 올렸다. 일본 적십자사에 입사한 아이코 공주가 지난달 적십자사 사장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사진 등이 특히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이 계정에서는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만 있고 댓글은 달 수 없다. 다이렉트메시지(DM)도 보낼 수 없다. 궁내청은 “의견, 감상 등은 홈페이지를 통해 받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 왕족처럼 왕가 개개인 명의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하지 않고 궁내청 명의로만 만들었다. 일본 왕실은 2021년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 겸 후미히토 왕세제의 장녀 마코 전 공주와 일반인 남편 고무로 게이의 결혼을 두고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지면서 젊은층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무로 모친의 불투명한 금전 관계 등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왕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왕가 전체의 이미지 손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혼 후 평민이 된 마코 전 공주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자극적 보도도 잇따랐다. 영국 등 서구 주요국 왕실은 인스타그램 외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로 대중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일본 왕가는 그간 궁내청이 왕실 가족의 생일, 새해 등 특별한 날에만 제한적으로 사진, 영상 등을 공개해 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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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나무’ 77%… 한국, 숲도 고령화

    “무조건 심고 키우기만 한다고 좋은 숲이 아닙니다.”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가리산. 잣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은 멀리서 봤을 땐 풍성해 보였다. 하지만 숲속으로 들어가자 키 큰 나무들 사이에 갇혀 썩은 나무들이 보였다. 김아름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다닥다닥 붙어서 자라는 탓에 햇빛을 못 봐 광합성도 못 하고 말라 죽은 것”이라며 “나무들도 전반적으로 고령화돼 탄소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가리산뿐만이 아니다. 국내 숲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한민국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세계 평균(31%)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산림 선진국에 비해 숲을 활용하지 못해 무늬만 ‘숲의 나라’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경제적 충격과 재난 위기가 일상화된 ‘그린스완(Green Swan)’ 시대에 숲 활용도를 높이는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6∼28일 해외 산림 선진국을 취재한 결과 일본은 ‘명품 숲’을 만들어 인구 유입과 지역 소득 향상의 계기로 삼았고, 지역소멸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독일은 멈춰버린 제철소 위에 도시숲을 조성해 생명을 불어넣거나 숲에서 나온 목재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생물자원)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뉴질랜드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쓰는 선순환으로 이른바 ‘목(木)맥경화’를 뚫어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반세기 넘게 약 115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된 숲이 다시 푸르러졌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6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네 번째로 높다. 동시에 한국은 열대 목재 수입량 세계 4위로, 자급률은 15%에 그친다. 영국 프랑스 등은 자급률이 50∼80%에 달한다. 국내 숲은 탄소 저감 효과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나무 중 77.2%가 30년생 이상이기 때문이다. 주요 수종은 심은 후 평균 25년이 지나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이제는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양적 성장을 넘어 탄소 저감, 산림안보, 지역경제와의 연계 등 숲을 제대로 활용하는 질적 성장을 꾀할 때”라고 강조했다. 31일 산림청 분석 결과 숲 활용도를 높일 경우 산림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등 부가가치를 더한 전체 매출액은 현재 161조 원(2021년 기준)에서 2030년 206조 원, 2073년 606조 원까지 커진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매출액 162조 원의 4배 수준이다. 산림산업 일자리도 현재 61만 명에서 2073년 204만 명까지 증가한다.그린스완(Green Swan)기후변화가 초래할 사회 경제적 충격과 극단적 재난 위기 등을 일컫는 용어.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을 변형한 것으로,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했다. 韓 ‘목맥경화’… 115억그루 심었지만 늙은 나무 방치, 선순환 안돼[‘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1〉 韓日 ‘숲 정책’ 살펴보니 나무 다닥다닥… 어린 나무까지 ‘골골’필요 목재 85% 수입… 年 7조 달해선진국, 청년-중년나무 고루 분포… “숲, 양적성장 넘어 이젠 질적 성장을” 성인 1명이 쉽게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 나무 직경은 평균 30cm에 불과했다. 양팔로 나무를 안고도 두 손이 포개질 만큼 얇았다. 다닥다닥 붙어 자란 탓에 생장이 억제돼서다. 나뭇가지도 뿌리에 가까운 아래쪽부터 많이 나 있었다. 나무는 가지가 뻗어 나간 자리에 생기는 옹이가 많을수록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지난달 27일 찾은 강원 춘천시 가리산의 풍경이다.● 아직까진 ‘무늬만’ 숲의 나라 반면 같은 잣나무인데도 관리를 해준 숲의 풍경은 달랐다. 산림청이 ‘숲가꾸기 시범림’으로 관리하고 있는 공간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굵고 곧게 뻗은 나무가 많았다. 2년생 묘목을 심은 뒤 건강한 나무만 남기는 솎아베기 과정을 거쳤다. 우량한 나무 주변에 있는 병든 나무, 굽은 나무, 노쇠한 나무는 잘라줬다. 그 결과 방치된 숲의 잣나무는 직경이 30cm 안팎에 불과했지만, 관리된 숲에선 잣나무 직경이 50cm 안팎까지 자랐다. 굵을 뿐만 아니라 길고 반듯하게 자라 목재로서 쓰임새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리를 받은 나무는 뿌리가 깊이 들어가 산사태 발생 시 말뚝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윤석범 춘천국유림관리소장은 “국내 대부분의 산이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꿔 주지 않아 적정 밀도보다 과밀한 상태”라며 “나무도 농작물처럼 제때 ‘수확’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아야 자연이 선순환한다”고 말했다. 국내엔 전국 어디에나 푸른 숲이 있고 나무도 빼곡하게 심어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숲 관리는 빈약하다는 의미다. 국내 목재 수요량의 8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하는 열대 목재만 매년 7조 원 규모로 세계 4위다. 수입량이 많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 원목 수출을 제한하면 국내 목재 가격이 요동치기도 한다. 윤 소장은 “목재를 해외에서 벌크선으로 수입해 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며 “자국에서 생산한 목재를 자국에서 소비하는 게 탄소 중립 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숲에는 30년생이 넘어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기 시작한 나무가 10그루 중 7그루(77.2%)가 넘는다. 중부지방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0년생일 때는 1ha(헥타르)당 12.1t 이지만 60년생이 되면 1.8t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국내 산림면적에서 탄소 흡수량이 비교적 높은 ‘어린 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1∼10년생 4%, 11∼20년생 3%, 21∼30년생 11%에 불과하다. ● ‘목(木)맥경화’ 뚫어 미래 성장기반으로 산림 선진국은 나이 든 나무를 수확해 목재로 활용하고 새 나무를 심는 ‘산림 선순환’이 자리 잡았다. 어린 나무, 청년 나무, 중년 나무를 고루 분포시켜 탄소를 계속 흡수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 철근, 콘크리트, 플라스틱은 한 번 사용하면 끝이지만 목재는 수확한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 20, 30년 뒤에 다시 목재로 쓰인다. 사실상 지속가능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인 셈이다. 일본 독일 등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숲은 녹화사업 이후 숲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많지 않아 이른바 ‘목(木)맥경화’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산촌의 89.5%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0세대 가임여성 인구 비율이 0.2 미만인 지역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전남 장흥군 등의 사례처럼 ‘명품 숲’을 발굴해 관광 자원화하고 산촌 주민 공동체와 연계한 소득 사업을 발굴하면 인구 절벽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흥군은 편백숲에 치유의 숲, 숙박 및 체험시설을 조성해 연간 67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장흥군 인구 3만6000명의 18배가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고 연계소득 1240억 원을 창출했다. 경북 울진군도 금강소나무 지역에 숲길을 조성해 인구 4만7000명의 3배가 넘는 15만 명이 매년 방문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산림 선진국은 숲을 산업과 문화관광 자원이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을 넘어 이젠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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