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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에 오르느냐고? 거기 산이 있으니까.” 20세기 초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의 말이다. 귀에 닳은 표현이지만 지상의 최고봉들이 두려움을 넘어 선사하는 매혹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숨쉬기조차 힘든 고산에 왜 오르는 걸까. 저자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집에서 맬러리의 도전을 담은 ‘에베레스트와의 승부’를 읽고 매혹됐다. 산과 극지를 향한 도전기를 닥치는 대로 섭렵한 뒤 알프스에서 히말라야까지 세계의 고봉을 누비는 등산가이자 산악 전문 저술가가 되었다. 그가 정의하는 산은 “땅이 솟아오른 자연의 형태와 인간의 마음이 함께 구성한 ‘마음의 산’이며 문화적 산물”이다.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산은 악마가 머무는 곳이었고, 목숨을 건 등산은 정신 이상 취급을 받았다. 19세기 중반에야 ‘높은 곳에 대한 숭배’가 등장했다. 다윈은 “높은 곳의 웅대한 풍경이 전해주는 승리감과 자신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산에 도전하는 것에는 제국주의적 욕망도 함께했다. 19세기에 위험한 등반은 남자다움과 적자생존, 정복자의 자격을 일깨웠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짜릿한 자극이었다. 세계 최고의 봉우리는 네팔인에게 사가르마타, 티베트인에게 초모룽마로 불렸지만 영국인이 ‘에베레스트’라는 새 이름을 붙였고 다른 봉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져갈 수 없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자 일종의 식민주의였다. 책의 각 장은 지질학의 역사, 고산의 식물학, 지도의 역사, 산을 둘러싼 인류학과 종교사로 채워진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느슨해지지 않는 것은 저자와 다른 등산가들의 체험기가 긴장과 호기심을 놓지 않도록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첫 고산 등정이었던 스위스 알프스의 라긴호른부터 고난의 도전이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쫙 펴서 포크처럼 눈을 찍으며 오르다 손가락을 잃을 뻔했다. 이후에도 바윗덩어리에 옷을 찢기면서 간발의 차로 추락을 면하고,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를 산으로 이끌었던 맬러리는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실종됐다가 1999년 시신으로 발견됐다. 책 말미는 재구성한 맬러리 최후의 도전기로 채워진다. 바이런에서 바슐라르까지 사색의 달인들이 산과 관련해 남긴 수상록과 체험기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괴테는 달빛 비치는 몽블랑을 보며 “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더 높은 곳의 천체에 속한 것 같다”고 썼다. 이 책은 저자가 27세 때인 2003년 쓴 데뷔작으로, 서머싯 몸 상, 가디언 데뷔 저서상, 선데이타임스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그 사색은 20대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깊다. “산에서 무언가 잘못되면 시간은 산산이 부서지고 순간과 사건만을 둘러싸고 자신을 재구성한다. 모든 사정은 새로운 시간으로 이끌리거나 새로운 시간을 선회하여 빠져나온다. 일시적으로 당신은 새로운 존재의 중심축을 갖게 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성진 군이 열세 살 때 처음 연주를 들었죠. 재주 있는 아이 정도가 아니라 음악적인 면을 모두 이해하며 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저와 가장 자주 연주한 협연자이고, 그때나 오늘이나 길을 잘 가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입니다.”(정명훈) 지휘자 정명훈(70)과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에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2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에이드리언 존스 대표가 함께했다. 정명훈은 2012년 이 악단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돼 재임 중이다. 1548년 창립돼 475년 역사를 지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일곱 번째 내한인 이번 공연에서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과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조성진이 협연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정명훈과 조성진은 조성진이 예원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 5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에서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처음 만났고, 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조성진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은 열여섯 살 때부터 연주했는데 정 선생님과 10번 정도 협연했다. 특별하게 치려다 보면 자연스러움이 없어져 다른 연주는 안 듣고 악보만 보며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선생님과는 협주곡을 8곡 정도 함께 연주했는데 중3 때 처음 함께한 뒤 협연 지휘자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 힘이 들었다”고 웃음기도 없이 덧붙였다. 두 사람은 최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상주 공간인 드레스덴 젬퍼오퍼에서도 같은 곡을 협연했다. 조성진은 “이 악단은 현악기 소리가 깊고 벨벳 같다. 현악기가 중요한 협주곡이어서 매우 즐겁게 연주했다”고 말했다.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7,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교향곡 전곡 콘서트를 연다. 7일 브람스 교향곡 1, 2번, 8일 3, 4번을 연주한다. 존스 대표는 악단에 대해 “대작곡가 바그너와 베버 등이 카펠마이스터(수석지휘자 격)로 활동했고 여러 명곡이 이 악단에서 초연됐다. 브람스도 자신의 4번 교향곡을 이 악단에서 처음 자기 지휘로 선보였다. 정명훈이 그런 내력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명훈은 우리 악단에서 대부(代父)처럼 존경받는다. 그의 고희(70세)를 기념해 이번에는 한국에서만 연주하는 투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인구 7만의 도시에 있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밤베르크 심포니)는 그 위상도, 유래도 특별하다. 체코에 살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에서 체코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착해 악단을 이뤘고 대지휘자 요제프 카일베르트의 지휘봉 아래 정상급 악단으로 떠올랐다. 전 수석지휘자 조너선 노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전집은 2010년대 말러 음반 중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이 악단이 2016년 첫 내한 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3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지휘자 야쿠프 흐루샤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김선욱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체코 출신인 흐루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16년부터 이 악단을 맡아온 그는 2025년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2010년,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이 있습니다. “2010년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애국적 교향시 ‘나의 조국’을, 2013년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한 게 기억납니다. 슈트라우스의 이 곡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 무대가 떠오르죠.” ―밤베르크 심포니는 태생부터 체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체코 출신 지휘자가 이런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룬 음악가들의 선조는 오늘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선조와 함께 1787년 프라하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겠죠? 말러의 교향곡 7번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는데 당시 체코 음악가들이 독일어를 쓰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하죠. 오늘날 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와 독일의 공존이라는 역사적 의식에 악단의 정체성을 두고 있습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인구가 적은 도시에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있는 경우입니다. 지역민의 지지와 성원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밤베르크 심포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민의 10% 정도가 음악애호가로서 정기적으로 저희 공연을 관람합니다. 이 악단은 도시의 문화적 삶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밤베르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시내를 걷거나 멋진 언덕에 오르는 일상은 우리 연주가들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서울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죠. ‘보헤미아(체코 서부) 사운드’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에, 또 체코 지휘자인 저에게 이상적인 음악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애 처음으로 지휘한 오케스트라 작품이어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6만∼2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인구 7만의 도시에 있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밤베르크 심포니)는 그 위상도, 유래도 특별하다. 체코에 살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방에서 체코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착해 악단을 이뤘고 대지휘자 요제프 카일베르트의 지휘봉 아래 정상급 악단으로 떠올랐다. 전 수석지휘자 조나선 노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전집은 2010년대 나온 말러 음반 중 기념비적 산물로 꼽힌다. 이 악단이 2016년 노거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와의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3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지휘자 야쿠브 흐루샤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김선욱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다. 이 악단의 기원과 맞닿아있는 체코 출신 수석지휘자 흐루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16년부터 이 악단을 맡아온 그는 2025년 세계 최고 권위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런던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2010년,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 있습니다. 당시 연주와 청중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요?“2010년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애국적 교향시 ‘나의 조국’을, 2013년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한 게 또렷이 기억납니다. 슈트라우스의 이 곡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 무대가 떠오르죠.”―밤베르크 심포니는 태생부터 체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체코 출신 지휘자가 이런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룬 음악가들의 선조들은 오늘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선조들과 함께 1787년 프라하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겠죠? 베버, 바그너, 말러 등 지휘자를 겸했던 대작곡가들이 프라하에서 독일 오페라를 지휘할 만큼 두 나라 음악가들은 관련이 깊었습니다. 특히 말러의 교향곡 7번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는데 당시 체코 음악가들이 독일어를 쓰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하죠. 오늘날 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와 독일의 공존이라는 역사적 의식에 악단의 정체성을 두고 있습니다.”―밤베르크 심포니는 적은 인구의 도시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있는 경우입니다. 지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어떤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밤베르크 심포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민의 거의 10%가 음악애호가로써 정기적으로 저희 공연을 방문합니다. 이 악단은 도시의 문화적 삶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한편으로 밤베르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시내를 걷거나 멋진 언덕에 오르는 일상은 우리 연주가들에게 큰 영감이 됩니다. 크고 복잡한 도시가 아니라 호젓한 중세 도시에서 차분하고 집중적인 삶을 보내며 모은 에너지를 공연에서 쏟아내는 경험은 다른 도시에서 느끼기 쉽지 않죠.”―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서울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할 예정인데,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죠. 흔히 말하듯이 ‘보헤미아(체코 중심부) 사운드’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에게, 또한 체코 지휘자인 저에게 이상적인 음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과 함께 제가 생애 처음으로 지휘한 오케스트라 작품이어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첫 곡으로는 브루크너의 교향적 전주곡을 연주합니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제가 발견해 음반에도 수록한 아름다운 작품이죠. 교향곡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작품이지만, 적어도 체코와 독일을 잇는 레퍼토리의 첫 곡으로서 그 맥락 위에 여러 작곡가들의 개성과 특징을 탐구할 생각입니다.” 6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스의 환경소설 ‘오버스토리’가 음악 작품으로 탄생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음 달 16일 선보이는 콘서트 ‘세종솔로이스츠와 조이스 디도나토의 오버스토리 서곡’에서다.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와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이 협연하고 보스턴 교향악단 부지휘자 얼 리(한국명 이얼)가 세종솔로이스츠를 지휘한다. ‘오버스토리’는 미 대륙의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인 아홉 사람을 그린 소설이다. 특히 2018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작곡가 토드 마코버에게 의뢰해 약 30분 길이의 ‘오버스토리 서곡’을 만들었다. 다음 달 7일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세종솔로이스츠가 이 곡을 세계 초연한다. 작곡가 마코버는 “‘오버스토리’는 인간이 세계에서 분리되면서 치를 대가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곡은 식물학자 역 메조소프라노가 연기하는 인간의 관점, 악단과 전자음이 표현하는 나무의 관점이 충돌하고 결합하며 진행된다. 식물학자 역 메조소프라노 디도나토는 2019년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중심으로 내한공연 ‘전쟁과 평화’를 열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세종솔로이스츠와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버스토리 서곡은 연기가 필요하죠. 저는 오페라 무대에 서왔기에 친숙하지만 실내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에게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종솔로이스츠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악단으로 알려져 있기에 큰 기대가 됩니다.” 지난 내한 연주의 주제 ‘전쟁과 평화’가 보여주듯 그는 사회 참여적인 성악가로 알려져 있다.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총감독이 마코버와 작품을 의논할 때 자연스럽게 제 이름이 떠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마코버와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그에게 위촉한 오페라 ‘부활’에 출연하면서 알게 됐죠.” 2019년 그가 내한공연에서 ‘평화’를 호소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면서 세계는 더 잔인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맞게 됐다. 디도나토에게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신뢰하는지 물었다.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창조라는 말이 있죠.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것들을 보살피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폭력이 승리할 테니까요. ‘오버스토리’를 통해 이 세계와 인간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오버스토리’ 외 스티븐 김이 협연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도 연주된다. 디도나토는 ‘오버스토리’ 공연에 앞서 다음 달 14일 피아니스트 크레이그 테리와 리사이틀 ‘스프링 콘서트’도 마련한다. 헨델과 하이든의 오페라에서부터 프랑스 샹송, 미국 재즈 레퍼토리까지 ‘천의 얼굴’을 보여줄 무대다. 16일 ‘세종솔로이스츠…’ 공연은 3만∼15만 원. 14일 ‘스프링 콘서트’ 4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른바 ‘임사체험’에 대한 보고들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심장이 정지되고 많은 경우 뇌파까지 소실됐다가 깨어난 사람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알려졌다. 이들은 의사가 자신의 사망을 선언하는 걸 보고, 가족들이 비탄에 잠긴 것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보았다고 말한다. 많은 경우 놀라울 만큼 실제 일어난 것과 같은 상황 또는 세밀한 대화 내용까지 전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지나간 삶을 본다. 이른바 주마등같이 스쳐 간다는 표현처럼 어릴 때부터의 중요한 순간들이 압축되어 빠르게 회상되었다고 한다. 그 뒤엔 어둡고 좁은 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터널, 원통, 어떤 사람은 깊은 계곡이라고 표현하는데, 날아가거나 헤엄치듯이 공간을 유영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 좁고 어두운 공간을 지난 다음에는 환한 빛이 다가왔다고 한다. 다가가자 그 빛은 사람이나 신처럼 말을 건다. 세세한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지금은 여기 들어올 수 없다’며 입장이 거부됐고, 의식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몇 년 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전곡을 듣다가 이 임사체험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등골이 서늘해졌기 때문이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은 다섯 악장으로 되어 있다. 1악장은 말러가 작곡 당시 ‘장송제’라는 제목을 붙였다가 출판하면서 삭제했다. 말러는 환상 속에서 자신의 시신이 꽃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임사체험을 보고한 이들이 자신의 죽은 모습을 내려다보듯이 보았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2악장은 느릿한 민속 춤곡이다. 말러는 이 곡에 대해 이렇게 썼다. ‘떠나간, 사랑하는 이의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 젊은 날의 슬픈 기억과 사라진 순수.’ 3악장은 흐르는 듯한 스케르초다. 긴 터널이나 계곡을 지나 흘러가듯이 이동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어쩌면 억지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말러가 이와는 다른 설명을 붙였기 때문이다. “회의와 거부의 영혼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수많은 어지러운 환영을 응시하고, 자신과 신에 대해 절망한다.” 어떤 광경을 그렸다기보다는 관념적인 표제다. 하지만 내게 이 악장이 어두운 곳을 흘러가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지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다음은 4악장이다. 알토 솔로가 들어가며 ‘태초의 빛’(Urlicht)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1인칭 화자는 천사에게 자신은 천국에 들어가고 싶으며 돌아가기 싫다고 한다. 제목부터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이 어둠 속의 유영 끝에 빛을 만나게 된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천사와 천상세계로의 입장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도 임사체험에서 보고된 얘기와 상응한다.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이 들려준다는 얘기가 죽어가는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인지, 사망한 뒤 우리의 영혼이 실제로 거치게 될 일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경험했다는 광경들 사이에 이런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부활’이라는 제목이 붙은 말러의 이 교향곡에서 임사체험을 연상시키는 일정한 흐름 또는 줄거리가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일까? 다음은 상상일 뿐이다. 말러는 동생이 많았는데 그중 여럿이 어릴 때 열병으로 죽었다. 아직 19세기 후반이니 흔했던 일이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동생의 정신을 잡아 일으키기 위해 형인 말러가 영웅의 얘기를 지어서 들려줬는데, 그만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동생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더라는 회상도 있다. 이렇게 죽어간 동생 중 하나는 자신이 죽음 가까이 갔다가 경험한 얘기를 형에게 들려주지 않았을까. 또는 말러 자신이 당시 흔했던 열병이나 그 밖의 이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고, 그 지울 수 없는 경험을 교향곡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말러는 이 교향곡의 4악장까지 이런, 개인적 죽음의 체험과도 같은 세계들을 표현했고 이후 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5악장에서는 인간 전체의 죽음 이후 부활과 구원을 표현한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18년부터 스위스에선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면 처벌받는다. 갑각류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2020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문어와 인간 사이의 교감과 우정을 담아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진화의 계통수에서 우리와 멀리 떨어진 동물들도 마음이 있을까. 책의 제목은 일반인에게 낯설다. 후생(後生)동물이란 ‘다세포동물’과 비슷한 개념이다. 원서의 부제 ‘동물의 삶과 마음의 탄생’을 염두에 두면 저자의 의도가 한층 쉽게 다가온다. 호주 시드니대 과학사와 과학철학 담당 교수인 저자는 “‘인간 외의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나’라는 질문은 ‘예’나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신은 조금씩 나타났다는 점진주의가 그의 답이다. 의식 또는 정신은 종(種)에 따라 ‘더’ 또는 ‘덜’ 존재하며, 각각의 종이 가진 필요에 따른 것이지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신경망을 가진 동물이라면 주체성과 행위자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주체성은 개체가 얻는 경험, 즉 감각이다. 행위자성은 외부에 일으키는 것, 즉 동작이다. 하등해 보이는 동물도 자신이 일으킨 진동이나 전기 등을 외부에서 일어난 일과 분리해 이해한다. 자아를 인지하는 것이다.‘과학자 스쿠버다이버’로 유명한 저자는 기대대로 문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문어는 영리하다고 알려진 동물 중 인간과 계통적으로 멀어 비교하기 좋다. 우리처럼 호기심을 느끼고 장난을 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신경의 3분의 2가 여덟 개의 다리에 있어 각 다리의 움직임은 거의 그 다리가 독립적으로 맡는다는 것이다. 문어에게는 ‘1+8’개의 마음이 있는 걸까? 이 책은 ‘정신이 빠르게 오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지지한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가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두 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을 통해 의식을 조합하는 것과 같다. 문어도 집중된 행동이 필요할 때는 각 다리의 행동을 그치고 집중한다. 정신이 감각과 동작이란 실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마음은 큰 도약을 이뤘다고 저자는 본다. 가능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게 된 것이다. 인간 외의 포유류도 꿈을 꾸며 갑오징어도 인간처럼 두 수면 모드의 교차가 일어난다. 인간이 다른 점은 시뮬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제어한다는 데 있다. 의식적으로 상상을 해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인간에게 마음이란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지어내 보며 이미지를 조작해 볼 수 있는 장(場)이 되었다. 과학적이면서 철학적인 질문 하나가 남았다. 신경의 활동은 우리의 어디로 ‘보내져’ 마음을 이루는 것일까. 저자는 “정신이란 세포 활동의 연결과 전기적 호흡의 출렁이는 리듬이며 물질과 에너지의 배열과 활동이다. 이 활동의 결과로 정신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 자체가 바로 정신”이라고 설명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9일 저녁(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제15회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현악4중주부문에서 1위를 하고 모차르트 현악4중주 최고 해석상을 수상했다. 이 콩쿠르에서는 2014년 노부스 콰르텟이 우승한 바 있다. 아레테 콰르텟은 바이올린 전채안 김동휘,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을 멤버로 2019년 결성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네수엘라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42·사진)이 2026년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의 빈곤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를 통해 바이올린을 익혔으며 지휘자 곽승에게서 지휘를 배웠다. 1999년 엘 시스테마 출신 청소년들의 오케스트라인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이 됐다. 스웨덴 예테보리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거쳐 2009년부터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2021년부터 파리 국립 오페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직책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취임 즈음에 종료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 예술의전당이 듀오 콘서트에서 대규모 교향곡까지, 풍성한 축하 상차림 네 개를 마련했다. 예술의전당은 1988년 2월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을 갖춘 음악당을 가장 먼저 개관했고, 5년 뒤인 1993년 2월 15일 오페라하우스를 개관하면서 오늘날의 체제를 갖췄다. 14일에는 기악 연주가로 세계무대에 진출한 1세대 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듀오 콘서트를 연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호흡을 맞춰왔고, 정경화는 케너를 ‘기적처럼 만난 영혼의 동반자’ ‘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러왔다. 2018년 정경화의 솔로 앨범 ‘아름다운 저녁’에도 케너가 함께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정경화의 ‘최애’ 소나타인 그리그 소나타 3번과 브람스 소나타 1번, 프랑크 소나타 A단조 등 세 곡을 들려준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나면서 1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지만 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를 통해 합창석을 추가 판매한다. 개관기념일 당일인 15일에는 올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임기를 마치는 명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4관 편성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여성 성악가 두 명이 필요하고 연주시간만 80분에 이르는 5악장 규모의 대작이다. 소프라노 이명주와 메조 소프라노가 솔리스트로 함께 하고 고양시립합창단과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 에셴바흐는 2015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했고, 3개월 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사퇴하자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 긴급 투입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지휘하는 등 한국 음악 팬들과 폭넓게 접촉해 왔다. 그는 “의미 깊은 이번 무대에 관객의 기대가 큰 것을 알고 있다. 이 기회가 관객들의 지친 일상에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2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치(사진)가 4년 만의 내한 듀오 무대를 연다. 1부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1번과 브람스 소나타 3번, 2부에서는 모차르트 소나타 17번과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는 2019년 발매한 두 사람의 듀오 음반에 수록됐고, 같은 해 내한공연에서도 연주했던 곡이다. 김봄소리는 “첫 듀오 무대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생하다.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만큼 그때의 감동을 뛰어넘는 호흡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 무대는 마지막 날인 24일 가곡 콘서트로 이어진다. 김광현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박미자 이명주 황수미, 테너 김우경 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등이 출연한다. 나운영의 ‘달밤’에서 최진의 ‘시간에 기대어’까지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우리 가곡을 들려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 예술의전당이 듀오 콘서트에서 대규모 교향곡까지, 풍성한 축하 상차림 네 개를 마련했다. 예술의전당은 1988년 2월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을 갖춘 음악당을 가장 먼저 개관했고 5년 뒤인 1993년 2월 15일 오페라하우스를 개관하면서 오늘날의 체제를 갖췄다.14일에는 한국 기악 연주가의 세계무대 진출 1세대 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듀오 콘서트를 연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호흡을 맞춰왔고 정경화는 케너를 ‘기적처럼 만난 영혼의 동반자’ ‘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러왔다. 2018년 정경화의 솔로 앨범 ‘아름다운 저녁’에도 케너가 함께 했다.이번 무대에서는 정경화의 ‘최애’ 소나타인 그리그 소나타 3번, 브람스 소나타 1번, 프랑크 소나타 A단조 등 세 곡을 들려준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나면서 1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지만 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를 통해 합창석을 추가 오픈한다.개관기념일 당일인 15일에는 올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임기를 마치는 명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4관 편성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여성 성악진 두 명이 필요하고 연주시간만 80분에 이르는 5악장 규모의 대작이다. 소프라노 이명주와 메조 소프라노가 솔리스트로 함께 하고 고양시립합창단과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에셴바흐는 2015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했고 3개월 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사퇴하자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 긴급 투입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지휘하는 등 한국 음악팬들과 폭넓게 접촉해왔다. 그는 “의미 깊은 이번 무대에 관객의 기대가 큰 것을 알고 있다. 이 기회가 관객들의 지친 일상에 희망으로 다가왔으면 한다”고 공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2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가 4년만의 내한 듀오 무대를 연다. 1부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1번과 브람스 소나타 3번, 2부에서는 모차르트 소나타 17번과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는 2019년 발매한 두 사람의 듀오 음반에 수록됐고 같은 해 내한공연에서도 연주했던 곡이다.김봄소리는 “첫 듀오 무대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생하다.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만큼 그때의 감동을 뛰어넘는 호흡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축하 무대는 마지막 날인 24일 가곡 콘서트로 이어진다. 김광현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박미자 이명주 황수미, 테너 김우경 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등이 출연한다. 나운영 ‘달밤’에서 최진 ‘시간에 기대어’까지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우리 가곡들을 들려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헨델 곡 같은 바로크 건반음악은 해석의 폭이 넓습니다. 낭만주의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글렌 굴드처럼 칠 수도 있죠. 이번엔 제 방식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여섯 번째 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헨델의 건반 모음곡 2, 8번과 ‘흥겨운 대장간 변주곡’으로 유명한 모음곡 5번,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등을 실었다. 그는 4일 독일 베를린의 유니버설뮤직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과 올해 계획에 대해 화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조성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일상이 멈췄을 때 악보를 사서 쳐본 헨델의 곡들에 이끌렸다고 말했다. “바흐가 지적이고 복잡하다면 헨델의 건반음악은 더 선율적이죠.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습하면서 ‘헨델도 만만치 않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바로크 곡은 배우는 데 오래 걸린다. 어릴 때 선생님이 바흐 평균율곡집을 쳐보라고 했는데 그 뜻을 알 것 같다. 이번에 헨델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연습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헨델은 피아노의 조상 격 악기인 하프시코드를 위해 이 곡들을 작곡했다. “소프라노 임선혜 누나가 자신과 자주 협연하는 하프시코드 연주자를 소개해줬어요. 조언을 구했고, 도움을 얻었죠.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지만 피아노는 현을 때리고 강약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둘 다 건반이 있다는 점 외에는 다른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성진은 원곡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다채로운 색감을 담는 데 힘을 쏟았다고 했다. 앨범에 함께 실린 브람스의 변주곡은 헨델 주제를 사용했지만 표현의 특징과 범위가 다른 낭만주의 작품이다. 그는 음반 해설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가장 완벽한 변주곡이다. 브람스의 푸가는 테크닉이 복잡해 큰 산을 오르는 것 같지만 정상에 도착한 듯한 안도감도 준다”고 밝혔다. 그는 “대략 1년 전부터 ‘한국인은 왜 음악을 잘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유럽인은 동양인 연주자를 보면 우리가 국악을 하는 외국인을 보듯이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역시 뛰어난 한국 음악가가 많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한국인이 콩쿠르에 많이 나가는지 묻는 기자도 많았는데, 콩쿠르는 음악가에게 가장 용이한 등용문입니다. 콩쿠르에서 주목받으면 세계 연주계와 연결되죠. 그런데 이런 답변을 기사에 실어주지는 않더군요.(웃음)”‘성공했다고 느끼는지’ 묻는 물음에 그는 “좋은 음악과 좋은 커리어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많은 걸 해봤어요. 이제는 유명한지를 떠나 마음이 맞는 사람과 연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바쁘게 사는 게 좋다”고도 했다.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내가 쓸모가 있구나 싶고, 그게 제 성격인 것 같아요.” 조성진은 3월 2∼5일 내한하는 정명훈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7월에는 새 음반에 실린 헨델 곡 외 20세기 작곡가 구바이둘리나의 ‘샤콘’, 슈만 ‘교향적 변주곡’, 라벨 ‘거울’ 등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 다섯 차례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음반에 수록된 헨델의 미뉴엣 G단조(빌헬름 켐프 편곡)는 5일 도이체그라모폰 스테이지 플러스에서 스트리밍으로 공개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프랑스 왕가의 저녁을 화려한 선율로 물들인 바로크 오페라가 뚜렷한 개성을 지닌 세 카운터테너와 함께 찾아온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19일 열리는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3 카운터테너 콘서트’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극장과 왕실 예배당에서 활동하는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 악단 음악감독인 스테판 플레브니아크가 지휘하고, 카운터테너 정시만, 사무엘 마리뇨, 휴 커팅이 출연한다. 베르사유 오페라극장은 베르사유 궁전이 들어서고 20년 뒤인 1681년 지어졌다. 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와 가수들이 왕족 앞에서 실력을 겨뤘고, 1770년 현재의 극장이 완공됐다. 대혁명 후에는 공화파의 연회와 콘서트, 토론회 장소로 사용됐다. 1957년 오페라 극장의 원형을 복원한 뒤 바로크 오페라를 중심으로 음악극과 발레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콘서트는 17세기 작곡가 아리오스티의 ‘베스파시아누스’ 서곡을 시작으로 바로크 대표 오페라 작곡가인 헨델, 비발디, 포르포라 등의 오페라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카운터테너란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높이를 노래할 수 있게 된 남성 성악가를 뜻한다. 카운터테너 고유의 영역을 위해 작곡된 노래뿐 아니라 바로크 시대에 카스트라토(거세 가수)나 소프라노가 맡았던 역할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다. 카운터테너 정시만은 미국 매네스음대 졸업 후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며 2017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스페인 비냐스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최고 카운터테너상을 받은 바 있다. 베네수엘라 태생인 사무엘 마리뇨는 남미 대표 카운터테너로 꼽히며 유럽을 중심으로 활약해 왔다. 오르페오 레이블로 출반된 데뷔 앨범은 2021년 ‘오푸스 클래식’ 음반상 3개 후보에 올랐다. 영국 카운터테너 휴 커팅은 2021년 영국의 전설적인 알토 캐슬린 페리어를 기념하는 페리어상을 카운터테너 최초로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지휘자 플레브니아크는 폴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지휘자. 오스트리아 빈 ‘자르디노 다모레’(사랑의 정원)와 폴란드 크라쿠프의 ‘베네치아 구호원 악단’을 창립하는 등 바로크 바이올린 합주에서 역량을 증명해왔다. 16일에는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 17일에는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공연이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가 독일 명문 음반사 DG에서 6년 만에 세 번째 협주곡 음반을 내놓았다. 20세기 미국 작곡가 새뮤얼 바버의 협주곡과 19세기 독일 작곡가 브루흐의 협주곡을 바실리 페트렌코 지휘에 맞춰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2021년 로열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페트렌코가 이 악단과 처음 내놓은 스튜디오 녹음 음반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스더 유는 “각각 브루흐가 28세, 바버가 29세 때 작곡한 곡이다. 지금 내 나이와 어울리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브루흐의 협주곡은 어릴 때부터 익혔고 인생의 여러 단계를 경험하면서 이 작품과 함께 자라난 느낌이 들어요. 바버의 곡은 최근 연주하기 시작했지만 익힐 때부터 친숙한 느낌이었죠.”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벨기에로 이주했다. 이 음반에는 미국과 유럽의 성장 배경이 모두 담긴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두 협주곡 외에 브루흐의 ‘아다지오 아파시오나토’(열정적인 아다지오)와 벨기에 작곡가 뷔탕의 ‘아메리카의 추억―양키 두들’도 담았다. 그는 뷔탕의 곡에 대해 “벨기에 작곡가가 미국의 추억을 묘사했으니 내게 꼭 맞는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열여섯 살이던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바이올린계의 주목을 받았다. DG 전속 아티스트가 되면서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시벨리우스와 글라주노프의 협주곡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의 협주곡, 영화 ‘체실 비치에서’ OST 음반 등을 내놓았다. 이른 나이에 탄탄한 경력을 쌓았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도 경험했다. “벨기에에서 여러 연주가가 참여한 콘서트를 한 후 왕실 가족을 접견하러 가는데, 먼저 들어간 상급자가 문을 쾅 닫아버리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죠.” 그 순간이 생각났는지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대부분 한국에서 지내면서 ‘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장 먼저 배운 말도, 집에서 쓰는 말도 한국어고, 외국에서도 도시락으로 쌀밥과 계란말이를 가져갔죠. 된장찌개도 직접 끓입니다.(웃음)” 그는 친한 사이인 첼리스트 나레크 하흐나자랸, 피아니스트 장쭤와 3중주단 ‘젠 트리오’도 결성해 활동 중이다. DG에서 쇼스타코비치의 3중주 2번 등을 담은 음반 두 장도 발매했다. 그는 젠 트리오 내한 공연도 기회가 되는 대로 열고 싶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해금 연주자 고수정이 앨범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를 내놓았다. 표제곡인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외 우리 민요 ‘아리랑’과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 마누엘 폰세 ‘작은 별’ 등을 담았다.‘대니 보이’와 ‘아리랑’에는 국악 민속 장단의 구성진 느낌과 산조에서 볼 수 있는 해금의 농현이 담겨 독특한 느낌을 준다. 고수정은 “오후의 홍차 한 잔과 함께 하고 싶은 음악을 담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기타리스트 박윤우가 편곡과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재즈피아니스트 데이브 유와 베이시스트 송미호가 연주에 함께 했다. 고수정은 서울대 국악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지난해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독일 뮌헨 국립음대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최근 ‘2023년 뮌헨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젊은이들’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가 독일 명문 음반사 DG에서 6년 만에 세 번째 협주곡 음반을 내놓았다. 20세기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협주곡과 19세기 독일 작곡가 브루흐의 협주곡을 바실리 페트렌코 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2021년 로열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페트렌코가 이 악단과 처음 내놓은 스튜디오 녹음 음반이기도 하다. 1월 2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스더 유는 “각각 브루흐가 28살, 바버가 29살 때 작곡한 곡이다. 지금 내 나이와 어울리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브루흐의 협주곡은 어릴 때부터 익혔고 인생의 여러 단계를 경험하면서 이 작품과 ‘함께 자라난’ 느낌이 들어요. 바버의 곡은 최근 연주하기 시작했지만 익힐 때부터 친숙한 느낌이었죠.”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6살 때 벨기에로 이사했다. 이 음반에는 미국과 유럽의 성장배경이 모두 담긴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두 협주곡 외에 브루흐의 ‘아다지오 아파쇼나토(열정적인 아다지오)’와 벨기에 작곡가 뷔탕의 ‘아메리카의 추억-양키 두들’도 담았다. 뷔탕의 곡은 “벨기에 작곡가가 미국의 추억을 묘사했으니 내게 꼭 맞는 셈”이라며 그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16살 때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바이올린계의 주목을 받았다. DG 전속 아티스트가 되면서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시벨리우스와 글라주노프의 협주곡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의 협주곡, 영화 ‘체실 비치에서’ OST 음반 등을 내놓았다. 이른 나이에 탄탄한 커리어에 들어섰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도 경험했다. “벨기에에서 여러 연주가가 참여한 콘서트를 가진 후 왕실 가족을 접견하러 가는데, 먼저 들어간 상급자가 문을 쾅 닫아버리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죠.” 그 순간이 생각났는지 그의 말이 잠시 멈췄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유행 시기에 대부분 한국에서 지내면서 ‘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장 먼저 배운 말도, 집에서 쓰는 말도 한국어고, 외국에서도 도시락으로 쌀밥과 계란말이를 가져갔죠. 된장찌개도 직접 끓입니다.(웃음)” 그는 친한 사이인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랸, 피아니스트 장 주오와 3중주단 ‘젠 트리오’도 결성해 활동 중이다. DG에서 쇼스타코비치의 3중주 2번 등을 담은 음반 두 장도 발매했다. 그는 젠 트리오 내한 공연도 기회가 되는 대로 열고 싶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런 느낌, 이런 소리가 현대음악이라면 나도 팬이 될 수 있겠다.” 독일 출신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56)의 음악에 대해 흔히 나오는 청중의 평가다. 음악을 듣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색, 위안, 힐링을 위해 음악을 듣는다면 리히터의 음악은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 말러의 느린 악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무대 음악과 오페라, 발레, 영화, TV 음악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온 리히터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콘서트 ‘막스 리히터: 레볼루션’이 2월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아드리엘 김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이 연주를 맡고, 2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협연한다. 리히터는 피렌체에서 이탈리아 전위음악의 대표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루차노 베리오를 사사했지만 주된 음악문법은 1970년대 이후 세계 작곡계를 휩쓴 미니멀리즘(극소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된다. 간명한 동기 또는 주제를 반복하며 서서히 변주하는 기법이다. TV 드라마나 영화, 무대에서 듣는 그의 음악은 미니멀리즘과 대중적인 이지리스닝 계열의 오케스트라 음악, 뉴에이지 음악 등 주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음악적 경향을 떠올리게 한다. 콘서트 첫 곡은 리히터가 아닌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68)의 ‘프리마베라(봄)’가 장식한다. 에이나우디도 베리오를 사사했으며 그의 음악 역시 ‘세계 민속음악과 팝음악, 미니멀리즘 등 다양한 양식이 혼합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자연에서 얻은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해 많은 팬이 있다. 리히터의 작품은 2002년 앨범 ‘메모리하우스’ 중 하이라이트 다섯 곡으로 시작한다. 영국 BBC가 ‘신고전주의 작품의 걸작’으로 소개한 이 앨범은 코소보 전쟁이라는 인류사의 비극에 작곡가 자신의 유년기 추억을 엮었다. 이어 공상과학(SF) 영화 ‘어라이벌’에 삽입된 ‘On the Nature of Daylight(햇빛의 성질에 대하여)’로 1부를 마친다. 2부는 리히터가 재작곡한 비발디 ‘사계’ 한 곡으로 꾸민다. 편곡(Arrange)이 아닌 재작곡(Recompose)이란 표현을 사용한 데서 보이듯 비발디의 주제들에서 영감을 받아 완전히 새로운 음향의 물결로 채운 실험적 작품이다. 대니얼 호프가 솔로를 맡은 음반은 2012년 발매 즉시 아이튠스 클래식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은 2021년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창단한 신생 악단이다.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영상 작업 등 실험적인 작업과 함께 연주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드리엘 김은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지냈고, 영화 ‘승리호’ 음악의 지휘를 맡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만든 지 3세기 이상 지났는데 여전히 현역일 뿐 아니라 최상의 품질로 평가받는 도구가 있다. 스트라디바리 가문으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크레모나산(産) 바이올린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6년 제작한 ‘메시아’ 바이올린은 2000만 달러(약 25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인으로, 이탈리아 문화 전문 작가인 저자는 웨일스 한 작은 마을의 콘서트에서 들은 바이올린 소리에, 엄밀하게는 그날 연주된 악기에 매료됐다. 연주자는 이 악기를 전 소유자의 이름에 따라 ‘레프의 바이올린’이라고 불렀다. 그에게서 “러시아에서 구입했다. 크레모나에서 제작된 악기지만 가치는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저자는 이 악기와 동시대 크레모나 악기들이 거쳤을 여정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크레모나에서 바이올린의 전설로 불리는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가문의 자취를 둘러본 뒤 이 악기들의 앞판을 공급해준 이탈리아 알프스의 가문비나무 숲을 찾아간다. 나무들은 포(Po)강을 따라 베네치아로 옮겨졌고, 이곳 상인들이 최상의 나무를 선별했다. 악기와 범선의 돛대 모두 옹이 없는 나무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제작이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크레모나의 명장들이 사라진 뒤의 이야기는 악기 거래상과 수집가들이 대신한다. 다음 세대의 악기 명장 과다니니는 부호 코치오가 크레모나 명품들을 수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코치오가 소유한 명품들은 19세기 초 악기상 타라시오의 손을 거쳐 프랑스의 명제작자 뷔욤에게 이어진다. 이렇게 명품 악기들의 ‘유랑사’를 살펴본 저자는 레프의 바이올린이 러시아 남부까지 흘러갔다가 영국으로 오게 된 경로도 샅샅이 탐색한다. 레프의 바이올린의 진짜 정체는 허망했다. 지문처럼 나이테를 스캔해 성장 연대와 지역을 밝히는 연륜연대학(年輪年代學) 전문가는 이 악기가 크레모나산이 아니라 19세기 중반 독일산 악기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 악기를 둘러싼 남다른 열정은 저자에게 바이올린에 대한 거대한 지식과 추억을, 우리에게는 이 책을 안겨주었다. 원제 ‘Lev′s Violin’(2021).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김준형(26)은 2021년 12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해 9월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 시대 주목해야 할 피아니스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의 ‘아름다운 목요일’ 주인공으로 26일 리사이틀을 연다. 독일 뮌헨음대에서 현대음악 연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를 13일 전화로 만났다. ―올해 독일의 겨울이 따뜻하다고 들었습니다. “날씨도 엊그제까지 좋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뮌헨 올림피아 공원에 가서 해지는 걸 보고 사진을 찍기도 했죠. 기름값과 전기요금, 집세가 많이 오른 것 외에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ARD 콩쿠르 준우승을 했는데 1, 2위는 ‘간발의 차’일 수 있잖아요. 아쉬웠겠습니다. “일정이 빡빡해서 정신이 없었기에 아쉽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어요. 결선 지정곡을 4, 5곡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열심히 준비했던 베토벤 협주곡 4번이 있어서 그걸 택했죠.” ―뮌헨음대 스승인 안티 시랄라 교수(핀란드)가 칭찬하시던가요. “크게 좋아하시는 티는 안 내시던데 주변에 자랑을 많이 하셨더라고요.(웃음) 교수님이 2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여시는데, 일정이 맞아 보러 가려고 합니다.” ―이번 연주곡은 무엇이고 어떻게 골랐는지요. “1부 프로그램으로는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생각하다 현대 작곡가 외르크 비트만의 ‘유머레스크’와 슈만의 ‘유머레스크’를 골랐습니다. 각기 다른 시대 작품이지만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듯한 곡들이죠. 슈만은 유머레스크에서 자신의 두 가지 다른 자아를 표현했는데, 비트만도 로맨틱한 면과 현대적인 면을 대립시키면서도 조화롭게 표현했습니다. 2부에서는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제2년 ‘이탈리아’를 연주합니다. 엄두를 못 냈던 곡인데, 지금 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7개 곡으로 구성돼 있지만 한 번에 연주했을 때 훨씬 그 서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박사과정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하기로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쓴 곡을 만날 때의 재미가 있어요. 실내악 연주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현대음악과에서는 앙상블의 일원으로 실내악을 꾸준히 하게 됩니다. 마음에 들었죠.” ―카카오톡 프로필에 ‘눈사람’이라고 썼습니다. “첫 스승인 정경록 선생님이 ‘눈사람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요. 점점 많은 것을 흡수해서 큰 존재가 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전석 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김준형(26)은 2021년 12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해 9월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 시대 주목해야 할 피아니스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26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목요일’ 주인공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독일 뮌헨음대에서 현대음악 연주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그를 13일 전화로 만났다.―올해 독일의 겨울이 따뜻하다고 들었습니다.“날씨도 엊그제까지 너무 좋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뮌헨 올림피아 공원에 가서 언덕에서 해지는 걸 보고 사진을 찍기도 했죠. 기름값과 전기세, 집세가 많이 오른 것 외에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지난해 ARD 콩쿠르 준우승을 했는데 1, 2위는 ‘간발의 차’일 수 있잖아요. 아쉬웠겠습니다.“규모가 큰 콩쿠르고 일정이 빡빡해서 정신이 없었기에 아쉽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어요. 결선 지정곡이 매우 적어 4~5곡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열심히 준비했던 베토벤 협주곡 4번이 있어서 그걸 택했죠.”―뮌헨음대 스승인 안티 시랄라 교수(핀란드)가 칭찬하시던가요.“크게 좋아하시는 티는 안내시던데 알고 보니 주변에 자랑을 많이 하셨더라고요.(웃음) 교수님이 2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여시는데, 일정이 맞아 보러 가려고 합니다. 사실은 교수님의 리사이틀을 그동안 볼 기회가 없었어요.”―이번 연주곡은 무엇이고 어떻게 골랐는지요.“1부 프로그램으로는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생각하다가 현대 작곡가 외르크 비트만의 ‘유머레스크’와 슈만의 ‘유머레스크’를 골랐습니다. 각기 다른 시대 작품이지만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듯한 곡들이죠. 슈만은 유머레스크에서 자신의 두 가지 다른 자아를 표현했는데, 비트만도 로맨틱한 면과 현대적인 면을 대립시키면서도 조화롭게 표현했습니다. 2부에서는 리스트 ‘순례의 해’중 제2년 ‘이탈리아’를 연주합니다. 그동안 엄두를 못 냈던 곡이고, 지금 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곱 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번에 연주했을 때 훨씬 그 서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박사과정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하기로 한 이유는.“전혀 몰랐던 새로운 방식으로 쓰인 곡을 만날 때의 재미가 있고요, 실내악 연주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현대음악과에서는 앙상블의 일원으로 실내악을 꾸준히 하게 됩니다. 그게 마음에 들었죠.”―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입상 때 심사위원들의 평에는 ‘객관성, 차분함, 노련함, 설득력’ 같은 표현들이 두드러졌습니다. 성숙한 연주면서 튀지 않는다는 느낌이 읽혔는데요.“성격이 내향적인 편이지만 가까운 사람에겐 감정 표현을 곧잘 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들이 음악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카카오톡 프로필에 ‘눈사람’이라고 쓰여 있습니다.“첫 번째 스승인 정경록 선생님이 ‘눈사람 같은 사람이 되어라’고 하셨죠. 점점 많은 것을 흡수해서 큰 존재가 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