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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최고예요. 대∼박.” 미소를 머금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한국어 멘트를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최근 국내 TV 전파를 타기 시작한 우즈의 브리지스톤 골프공 광고 영상이다. 브리지스톤골프 공식 에이전시인 석교상사 백영길 이사는 “브리지스톤 골프공 전 세계 매출의 10%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우즈가 처음으로 더빙이 아닌 직접 한국어로 말하게 된 것은 한국 시장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골프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표적으로 삼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의 2017년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국내 골프 경험 인구는 2007년 275만 명에서 10년 만에 500만 명가량 증가한 761만 명에 이른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의 골프 유입이 두드러진 가운데 한국 골퍼들은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필드나 연습장으로 달려가는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제품 교환 주기도 빠르고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일본 업체 야마하골프는 한국 전용 신제품 아이언 ‘RMX 파워포지드’를 출시했다. 야마하골프 공식 에이전시인 오리엔트골프 이동헌 사장은 “이 제품은 일본에 없는 모델로 한국 골퍼들이 좋아하는 아이언 특징을 충분히 반영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리엔트골프는 일본 본사에 손맛과 타구음을 중시하는 한국 골퍼들의 취향을 반영해 풀 단조 제작과 함께 편하게 칠 수 있도록 클럽 헤드의 두께 사이즈까지 조정하는 등 섬세한 부분까지 요청했다. 야마하골프 해외 영업 매니저인 보자키 료카 씨는 “신제품 개발에 앞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이언 디자인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의 주요 대리점을 수차례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헤드 전체를 단조로 만들어 타구감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고 안정성에 중점을 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언의 무게를 토(헤드 바깥쪽)에 집중시켜 타사 제품 대비 탄착군이 가로 48%, 세로 25% 향상돼 안정된 방향성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또 무게 중심을 낮춰 타구가 이상적인 포물선을 그리면서 런이 줄어들어 더 쉽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여기에 골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헤드 크기를 살짝 키웠다. 야마하골프는 일본을 제외한 해외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FJ는 최근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2019 봄여름 어패럴을 선보였다. 국내 FJ 어패럴팀은 지난 3년간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골퍼들의 의견을 분석해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에 반영했다. 테일러메이드 메탈우드 총괄 디렉터인 토모 바이스테드 씨는 “아시아 골프를 선도하는 한국 골퍼들은 일본 골퍼들보다 스윙이 강하고 빠르다. 한국 골퍼에게 맞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용품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민감한 이유에 대해 아쿠쉬네트코리아 FJ 브랜드 총괄 홍정완 전무는 “한국 골퍼들은 스트레치, 방수, 땀을 빨리 배출하고 말려주는 흡한속건 등 고기능성을 따진다. 또 몸의 라인을 살리기를 원한다”며 “한국 골퍼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제품은 미국, 유럽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골퍼들의 까다로운 취향이 세계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0대 골프 천재 소녀로 이름을 알리다 어느새 서른 살이 된 미셸 위(사진)가 4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다. 지난해 10월 오른쪽 손목 수술을 받은 그는 21일 태국 촌부리 시암CC(파72)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1989년에 태어난 미셸 위는 만 12세 때인 2001년 처음 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린 그는 2005년 16세 나이로 프로에 전향하면서 나이키, 소니 등과 연간 100억 원의 후원을 받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화려한 10대를 보냈지만 20대 시절 그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잦은 부상과 퍼팅 난조 등에 시달리며 LPGA투어에서 메이저 1승(2014년 US여자오픈)을 포함해 5승을 올렸을 뿐이다. 미셸 위는 최근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다. 최상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대한 꿈을 드러냈다. 현재 세계 랭킹 32위인 그는 “지난 세월 실수도 있었고 고쳐야 할 부분도 있었다. 이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이 내겐 중요한 과제다. 우선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셸 위는 다음 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공백기에 미국프로농구(NBA) 공식 엠블럼의 주인공인 코트의 전설 제리 웨스트 아들과의 교제 사실을 공개해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03년 만 18세 소년이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에 입단했다. 그의 유니폼에는 23번이 새겨져 있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6)의 분신과도 같은 숫자. 현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킹’ 르브론 제임스(35)는 “내 우상이자 코트의 영원한 스타인 조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등번호 선택 이유를 밝혔다. 30대 중반이 된 이번 시즌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유니폼에는 여전히 23번이 달렸다. 그는 18일 올스타전에 앞서 “위대한 조던을 닮고 싶다. 그의 업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던을 바라보고 달려온 제임스는 이제 조던을 넘어설 순간을 맞았다. 19일 현재 통산 3만2082점을 기록한 제임스는 통산 득점 4위 조던(3만2292점)에 210점 차로 다가섰다. 올 시즌 평균 26.8득점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8경기 정도를 더 뛰면 조던과 순위를 맞바꿀 수 있다. 때맞춰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조던과 제임스 중 누가 더 위대한가를 조명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조던은 ‘득점 머신’, 제임스는 ‘팔방미인’이다. 조던은 결정적인 순간 빛나는 해결사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에 특화됐다. 반면 제임스는 득점 외에 패스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에서도 크게 기여하며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통산 득점에서는 조던이 16번째 시즌을 맞은 제임스에게 추월을 앞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꾸준히 출전 경기 수를 늘려 가고 있는 제임스가 NBA 통산 득점 랭킹 3위 코비 브라이언트도 넘어설 공산이 크며 40세에 은퇴한 득점 2위 칼 멀론, 42세에 코트를 떠난 카림 압둘자바의 득점 1위 기록에도 도전할 만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격의 순도 면에서는 조던이 제임스에게 앞선다는 평가다. 조던은 15시즌을 뛰는 동안 부상, 야구 선수로의 변신 및 잠정 은퇴 등으로 코트를 자주 떠나 있었으면서도 경기당 평균 득점이 역대 최고인 30.1점에 이른다. 조던은 10차례 NBA 득점왕에 올랐다. 경기당 평균 27.1점을 기록한 제임스는 한 차례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조던은 절체절명의 순간 팀의 운명을 걸고 나서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다. NBA 선수 출신인 해설가 브루스 보언은 “조던은 내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언제든 짊어지고 결국 해냈다. 이런 면에서 제임스는 의문부호가 붙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조던은 시카고 시절 팀을 두 차례 3연패로 이끌며 통산 6번 챔피언 트로피를 안았다. 6번 모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제임스는 마이애미에서 2차례, 클리블랜드에서 1차례 등 3개의 우승반지를 끼었다. 조던의 장점 중에는 보는 이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시각적 화려함’도 있다. 탁월한 수비 능력과 창의적인 돌파, 곡예에 가까운 레이업슛 등 다양한 응용 동작 및 플레이가 그렇다. ‘에어’라는 별명처럼 2초에 가까운 체공 시간과 엄청난 탄력을 이용했다. 203cm의 제임스는 198cm의 조던과 비교하면 좀 더 힘을 앞세우는 플레이를 한다. 또 제임스는 통산 트리플 더블(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등에서 3개 부문 두 자릿수 기록)을 76차례 작성해 조던(28회)에게 크게 앞섰다. 트리플 더블은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조던이 천재라면 제임스는 노력형에 가깝다. 매직 존슨 레이커스 사장은 “제임스가 수년간 3점슛과 수비 능력을 끌어올리며 진화했고, 팀 동료들과의 융화에도 애를 쓴 점은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기량 향상과 컨디션 관리를 위해 연간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여제’ 박인비는 지난해 10년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준우승만 6번을 하다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9승(메이저 7승 포함)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그였지만 안방에선 주위의 높은 관심과 우승 부담감에 시달리며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현재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사진)도 박인비와 비슷한 심리 상태일까. 21일 태국 촌부리 시암CC(파72)에서 개막하는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를 앞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다. 쭈타누깐은 만 11세 때인 2007년 모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인 이 대회에서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뒤 지난해까지 9번 도전했지만 정상과는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3년 기억은 아직도 뼈아프다. 당시 2타 차 선두로 마지막 18번홀에 나서며 수천 명의 태국 팬들을 열광시킨 쭈타누깐은 트리플 보기로 무너진 뒤 눈물을 쏟았다. 이때 우승자가 박인비였다. 쭈타누깐은 LPGA투어 통산 10승을 올리도록 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대회에서는 무관에 그쳤다. 지난해 LPGA투어 올해의 선수, 상금왕, 최저타 수상 등 주요 타이틀을 독식하며 아시아 골프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그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쭈타누깐은 “아시아에서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 이번 주 홈 팬 앞에서 그 꿈을 이룬다면 최고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는 세계 랭킹 2위 박성현도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다. LPGA투어는 박성현과 함께 지난 2년 연속 이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한 에리야의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도 주목할 선수로 꼽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9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역대 최고의 상금 규모로 펼쳐진다. KLPGA투어가 18일 발표한 이번 시즌 일정에 따르면 대회 수는 29개이며 총상금은 역대 최대인 226억 원에 이른다. 지난 시즌에는 28개 대회에 총상금 206억 원이 걸렸었다. 대회당 평균 상금은 지난해보다 4500만 원가량 오른 약 7억8000만 원이다. 총상금 10억 원 이상 대회만도 4개에서 6개로 늘었다. 신설된 3개 대회는 1월 끝난 대만여자오픈, 4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10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과 1월 대만여자오픈으로 2019시즌을 시작한 KLPGA투어의 국내 첫 대회는 4월 4일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개막하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이다. 이 대회부터 7월 중순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까지 15주 연속 대회가 열리는 강행군을 소화한다. 시즌 하반기에도 추석 연휴 기간과 10월 마지막 주를 제외하고 매주 대회를 치르게 돼 선수들의 체력 유지와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10월에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제20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스타 챔피언십(이상 총상금 10억 원) 등 총상금 10억 원 이상인 특급 이벤트 3개가 쏟아져 상금왕, 대상 등 개인 타이틀 향방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한 이정은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뒤 최혜진 오지현 김아림 이소영 등이 새로운 필드 퀸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코르다 가문에 호주는 역시 약속의 땅이었다. 넬리 코르다(21·미국)는 17일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해 우승자 고진영을 2타 차로 제친 코르다는 시상식에서 점프한 뒤 공중에서 앞다리는 뻗고 뒷다리는 굽히는 ‘가위킥’ 제스처를 취했다. 이 세리머니는 앞서 아버지, 언니, 남동생이 차례로 호주에서 우승했을 때 했던 이른바 ‘코르다 킥’ 동작이다. 그의 아버지인 테니스 선수 페트르 코르다(51)는 1998년 호주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남동생 서배스천(19)은 지난해 호주오픈 테니스 주니어 단식 정상에 올랐다. 같은 골프 선수인 언니 제시카(26)는 2012년 이 대회 트로피를 안았다. 국내 기업 한화큐셀의 후원을 받고 있는 넬리는 “마침내 내가 우리 가족과 같은 클럽에 가입했다”며 웃었다. LPGA투어는 ‘코르다 슬램’이란 표현을 썼다. 지난해 신인으로 67년 만에 공식 데뷔전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LPGA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은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50%)과 그린적중률(61.1%)이 떨어져 타수를 줄이지 못해(버디 3개, 보기 3개) 공동 10위(8언더파)로 마쳤다. 이정은은 톱10 성적표와 함께 앞으로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최초의 겨울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39·창성건설)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신의현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린스조지에서 열린 장애인노르딕스키 세계선수권대회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12.5km에서 45분2초7을 기록, 라드 타라스(우크라이나·43분15초0), 캐머런 콜린(캐나다·47분6초8)에 이어 3위를 했다. 시간은 콜린보다 앞섰지만 장애 등급에 따른 기록 조정으로 동메달이 됐다. 신의현은 지난해 평창 겨울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좌식 7.5km에서 우승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1959년 5월 23일자 동아일보 2면은 전체 지면의 절반 정도가 정구 기사로 채워졌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이벤트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37회 동아일보기 전국여자정구대회 예상평이었다. 특히 일반부에는 관심이 집중됐다. 그 해 창단한 NH농협은행(당시 농업은행)이 첫 출전을 앞두고 있어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출전단체의 부진으로 인하여 개인전으로 임시대체하였던 일반부는 금춘(올 봄)에 농업은행 팀이 구성됨에 따라 다시 단체전으로 서울의 한양 팀과 대결하게 되었음은 희소식이라고 아니할 할 수 없다. 농업은행 팀의 멤버를 보면 주장의 최정임 선수외에는 위명숙 심정현 장애준 박명자 및 박영옥 등 전 선수가 금춘에 졸업한 명장일 뿐만 아니라 신감독과 전영준 코치의 철저한 훈련을 받고 있으며 본 대회 개최 이래 일반부에서는 처음 보는 최강팀의 대진으로 고등 대학부를 능가하는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다. 요는 한양 팀의 노련한 타법과 작전을 신예 농업은행 팀이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의하여 승부는 결정될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농업은행은 데뷔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한국 라켓 스포츠의 명가 NH농협은행 여자 정구부의 화려한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환갑을 맞은 NH농협은행 여자 정구부가 선후배가 함께 하는 뜻깊은 60주년 창단기념식을 가졌다. 16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학교 도농협동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80대를 앞둔 창단 멤버와 손녀뻘인 20대 초반 현역 선수까지 한자리에 모여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선수 부모와 선수 자녀들도 함께 해 훈훈한 가족 잔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역 선수들은 선배들을 위한 흥겨운 댄스 공연으로 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후배들의 즐거운 무대에 선배들은 “앵콜”을 외치며 화답했다. 1959년 서울여상을 졸업한 뒤 창단 첫 해 팀에 입단한 위명숙 씨(79)는 “감회가 새롭다.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렀다”며 “예전에 운동할 때는 정구장에 관중도 많은 인기 스포츠였다. 정구는 노년층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에서 금 3, 은 2, 동 3개를 따낸 한국 정구의 간판 김애경은 “오랜 전통을 느낄 수 있어 자부심이 커졌다. 후배들도 이런 느낌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에 참석한 NH농협은행 이대훈 은행장은 “지난 60년동안 선배님들의 흘린 땀이 모여 지금의 훌륭한 정구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NH농협은행이 생활체육 저변 확대와 정구명가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배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정구가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금메달 13개를 수집했으며 세계선수권에서도 14개를 획득했다. 국내에서도 무적이었다. 동아일보기 전국대회에서 60번 출전해 37차례 정상에 올랐다. 전국체육대회에선 최근 단체전 4연패, 개인전 12연패 중이다. 정구부 감독 출신인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부단장은 “우리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효자 종목으로 이름을 날렸을 뿐 아니라 은퇴 후에는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NH농협은행은 80여명의 선수를 배출했으며 이 가운데 현재 30여명이 NH농협은행 전국 지점 및 본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NH농협은행 여자정구단은 유영동 감독과 김동훈 코치가 이끌고 있으며 나다솜, 백설, 문혜경, 이민선, 박지해, 김홍주, 한수빈 등 7명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박용국 스포츠단 단장은 “NH농협은행만이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비인기 아마추어 스포츠 육성과 활발한 재능기부 활동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다시 생각해도 떨려요. 촬영장을 향해 걸어가는 게 타이거 우즈가 연습을 하고 있어 잘못 본줄 알았어요. 가까이 다가서 봐도 믿어지지 않았죠.” 어느새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박성현은 여전히 지금 바로 자신의 앞에 우즈가 있는 것처럼 설렌 듯 보였다. 1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메인 스폰서 계약식에서 광고 촬영을 위해 우즈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던 순간이었다. TV나 사진으로나 보던 대스타와 마주한데 따른 수줍은 미소까지 머금은 박성현은 “악수도 하고, 말도 했는데 꿈만 같다.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생각보다 말랐다”며 웃었다. 우즈는 박성현의 우상이다.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우즈의 플레이에 환호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쫓기도 했다. 그런 우즈를 처음으로 대면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우즈도 박성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성현은 “우즈가 ‘열심히 하되 즐기면서 해라’, 자신을 위한 골프를 해라‘ 는 말을 해줬는데. 앞으로 좌우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어린 나이부터 골프에만 매달리다 보니 자칫 슬럼프나 부상이 오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선수 수명도 짧다. 비시즌에도 골프채를 껴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박성현도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인지 우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고맙게 느껴진다. 한국 골프의 개척자 박세리도 언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전설 낸시 로페스에게 비슷한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골프 대회장에 가면 꽃도 보고 멀리 산도 쳐다 보라”는 것이었다. 운동에만 몰입하지 말고 뭔가를 즐기라는 의미였다. 박성현은 이젠 정상에서 멀어진 줄만 알았던 우즈가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난해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부활한 사실을 누구보다 반겼다. 그는 “(우즈 우승 모습에) 눈물이 났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우즈에게 레슨받은 사실도 자랑했다. “내 스윙을 지켜보더니 ’공의 위치를 조금 왼쪽에 두고 쳐보라‘고 하더군요. 원래는 공을 몸 안에(가운데 부분) 두고 치는 편이거든요.” 공위치 변경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지만 우즈의 말에 시도해봤다. “공을 옮겨도 타이밍을 맞추는 요령을 알았다. 하지만 공 한 개 정도 옮기는 것은 여전히 어색해 반 개 정도 옮겼다. (웃음)” 박성현은 이번 시즌 우즈와 같은 테일러메이드 ’M5‘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박성현은 “우즈와 같은 채를 쓴다는 것도 신기하다. 비거리 늘리는 게 목표였는데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우즈는 전성기 시절 골프 선수로는 해마다 수입 랭킹 1위를 달렸다. 상금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액수의 스폰서 수입이 뒤따랐다. 박성현은 본격적인 시즌 출격에 아서 역대급인 2년 간 70억 원으로 추산되는 메인 스폰서 계약도 마쳤다. 후원 기업만도 10개에 이른다. 박성현은 평소 빨간색 티셔츠를 입으면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국내 투어 10승과 US여자오픈 등에서 우승할 때 그는 흰색이나 노란색 옷을 입었다. 그랬던 박성현이 2017년 LPGA투어 캐나다퍼시픽오픈에선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우승했다. 당시 우승 전날 박성현은 인스타그램에 2005년 마스터스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환호하는 우즈의 사진과 함께 ’보고 싶다. 당신 모습‘이라는 글을 올렸다. 마지막 날 상대를 공포에 떨게 한다는 우즈의 트레이드마크인 레드 셔츠 기운이 박성현에게도 전달됐을지 모를 일이다. 우즈와의 추억을 뒤로한 채 박성현은 17일 태국으로 출국해 21일부터 열리는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 출전한다. 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시즌 5승을 목표로 삼은 박성현이 올해 처음 오르는 무대다. 태국은 우즈 어머니 고향이기도 하다. 박성현은 “지난해 보다 시즌 준비가 잘 됐다.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현이 우즈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총알같이 날아간 공이 280야드 가까이 떨어진 페어웨이 가운데 안착했다. 타구 방향을 좇던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지난주 미국 올랜도의 한 골프장에서 테일러메이드 클럽 테스트에 나선 ‘남달라’ 박성현(26)이다. 박성현이 2019시즌을 함께할 최종 클럽 피팅 작업을 마쳤다. 현장을 지켜본 관계자는 “마치 기계가 휘두르는 것 같았다. 심각하게 멀리 똑바로 갔다”며 웃었다. 최근 CF 촬영을 위해 박성현을 처음 만난 타이거 우즈도 박성현의 스윙에 ‘와우’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69.8야드로 한국 선수 가운데 1위였다. 전체 LPGA 선수 가운데는 6위. LPGA투어에 ‘닥공’ 박성현이 있다면 국내 무대에는 ‘필드 여전사’ 김아림(24)이 있다. 김아림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2야드)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장타 맞수 박성현과 김아림. 흔히 골퍼의 자존심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거리라고 한다. 부러움의 대상인 두 선수의 장타에는 이유가 있었다. 박성현과 김아림의 최신 스윙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했더니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장타에 최적화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거리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는 클럽 및 볼 스피드, 론치 앵글(임팩트 직후 공이 날아갈 때의 초기 발사각), 스핀, 랜딩 앵글(공이 땅에 떨어지는 각도) 등이다. 박성현의 클럽 스피드는 시속 101.8마일이고, 김아림은 102마일이었다. 핑골프 강상범 마케팅부장은 “클럽 스피드가 100마일이 넘으면 여자 프로 중 매우 빠른 수준이다. LPGA투어 평균 기록은 92마일 정도”라고 했다. 한국미즈노 클럽피터 박재흥 팀장은 “두 선수의 데이터 편차가 거의 없다. 마치 한 사람의 자료처럼 보일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차이는 있었다. 공이 날아간 거리(캐리 거리)는 김아림이 255야드로 박성현(249.7야드)보다 길다. 하지만 공이 떨어진 뒤 굴러간 거리까지 포함하는 전체 비거리는 박성현이 270야드로 김아림(260야드)을 앞섰다. 박성현이 친 공이 땅에 떨어진 뒤 더 많이 굴러갔기(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이 자주 하는 ‘시동 끄고도 잘 달린다’는 말이 박성현에게 해당된다. 공이 날아갈 때의 회전량(스핀 레이트)과 랜딩 앵글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생긴다. 던롭스포츠 오창균 팀장은 “스핀이 지나치게 많으면 타구의 최고점이 높아져 높이 솟아오르지만 더 뻗지 못하고, 스핀량이 너무 낮으면 양력이 없어 체공 시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의 스핀 레이트와 랜딩앵글은 모두 김아림보다 낮다. 박성현의 공이 좀 더 완만하게 날아가고 완만하게 떨어지기에 땅에서 더 구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리가 90도로 틀어지는 역동적인 스윙을 하는 박성현은 다운스윙 때 머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그의 넓은 스탠스는 공을 강하게 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백스윙 톱이 그리 높지 않은 김아림은 임팩트 때 체중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그는 더 강한 임팩트를 위해 체중을 왼쪽에 좀 더 싣도록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 둘은 주말골퍼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샷의 일관성을 높이려면 그립을 손가락 한마디 정도 짧게 쥐면 좋아지고 감이 돌아온다. 티오프 직전 스트레칭을 할 때 반대로 스윙을 해보면 평소와는 반대쪽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이 더 빨리 풀리는 것 같다.”(박성현) “정타(正打)가 가장 중요하다. 나만의 팁을 알려드리면 티를 살짝 높게 꽂고 살포시 앉았다 일어나는 느낌으로 체중을 옮기면서 스윙하면 비거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팔로만 하는 스윙은 절대 안 된다.”(김아림) 지난해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박성현은 “올해 메이저 1승을 포함해 5승 달성이 목표다. 2019년에는 비거리를 더 내고 싶다. 꾸준히 275야드를 보내면 골프가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김아림은 “내 장점인 비거리를 극대화하고 싶다. 안정적으로 5∼10야드 정도 더 쳐야 한다. 그래야 쇼트게임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일반인들도 스윙 분석을 통해 구질과 비거리를 개선할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시즌 2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은 맷 쿠처(41·미국)가 ‘짠돌이’ 논란에 휩싸였다. 우승에 도움을 준 캐디에 대한 사례가 너무 인색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13일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쿠처는 지난해 11월 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 캐디 다비드 오르티스(멕시코)에게 5000달러(약 560만 원)를 주급과 보너스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정도 호흡을 맞춘 캐디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당시 쿠처가 우승 상금으로 받은 129만6000달러(약 14억5000만 원)에 비하면 적정한 보너스가 아니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PGA투어에서 선수가 우승하면 캐디에게 10% 정도를 보너스로 주는 게 관례다. 여기에 따른다면 12만9600달러(약 1억4500만 원)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하지만 오르티스는 정식 캐디가 아닌 임시직이어서 쿠처와 계약 당시 캐디피 3000달러에 별도로 성적에 따라 추가 보너스를 받기로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계약이 있었더라도 트로피까지 차지한 마당에 자신이 받은 우승 상금의 0.39%를 지급한 건 적당한 대우가 아니었다는 게 쿠처가 구설에 휩싸인 이유다. 쿠처는 추가로 보너스 1만5000달러를 더해 총 2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오르티스는 최소한 5만 달러를 받아야겠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티스는 “쿠처는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선수였지만 대회 마무리는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평소 필드의 신사로 불리던 쿠처는 이번 시즌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위, 상금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미지 쇄신도 과제가 된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내 라켓 스포츠의 명가 NH농협은행 여자 정구부가 환갑을 맞았다. 1959년 창단한 NH농협은행 여자 정구부는 올해로 창단 60주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6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농협대 대강당에서 특별한 60번째 생일 축하 잔치를 갖는다. 이날 창단 60주년 기념식에는 창단 멤버를 비롯해 정구부 선후배와 가족, 이대훈 행장 등 NH농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해 뜻깊은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NH농협은행은 한국 정구 스타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아경기에서만 23개의 메달(금메달 13개, 은매달 8개, 동메달 2개)을 수집했다. NH농협은행은 국내 단일 스포츠 대회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코트도 지배했다. 창단 첫 해인 1959년 우승을 시작으로 제96회 대회였던 지난해까지 통산 37번 정상을 밟아 50%가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최근 단체전 4연패를 기록중이며 개인전에는 12연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NH농협은행 정구부는 선수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일반은행원과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다. 은퇴 후에는 은행 지점 등에서 일할 기회를 부여해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목에 건 한국 정구의 간판 김애경은 은퇴 후 이 은행 서울 면목동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3관왕 출신인 유영동 정구부 감독은 “회사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 선수들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다보니 소속팀에 대한 책임과 애착이 강해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훈련장과 숙소 등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정구부 감독 출신인 NH농협은행 장한섭 스포츠단 부단장은 “국내 스포츠 단일팀으로 보기드물게 창단 60년 전통을 지닌 데 긍지를 갖는다.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정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계속 앞 장 서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정구부는 창단 60주년을 계기로 비인기 엘리트 스포츠 육성 뿐 아니라 재능기부 활동과 생활 체육 정구 활성화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핫식스’ 이정은(23·대방건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놓고 고민할 때 1년 선배 고진영의 권유가 큰 힘이 됐다. 고진영은 지난해 LPGA투어에 뛰어들어 데뷔전부터 우승한 여세를 몰아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정은도 고진영의 뒤를 이어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14일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GC(파72)에서 개막하는 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될 듯하다. 이정은은 이 대회를 통해 LPGA투어 2019시즌을 시작한다. 지난해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합격한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전남 해남과 태국에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에 이어 스윙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9일 호주 현지에 도착한 이정은은 대회 코스를 돌며 적응에 공을 들였다. 이정은은 “첫 대회인 데다 새 캐디와 처음 호흡을 맞추게 돼 긴장된다. 코스가 까다롭고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어 신중한 공략이 필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은은 이번 시즌 목표로 신인왕을 우선 꼽았다. 그 꿈을 이루면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에 이어 한국 선수가 5년 연속 신인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정은은 “아직 최상의 몸 상태는 아니다. 시즌 내내 퍼팅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주최 측은 홈페이지에 ‘한국 슈퍼스타의 새 여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2년 연속 한국 투어 상금왕 출신인 이정은의 LPGA투어 데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은의 LPGA투어 등록명은 국내와 똑같이 이정은6다. 지난해 이정은은 LPGA투어 6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1회를 포함해 5차례나 20위 이내에 진입했다. 컷 탈락은 한 번뿐이었다. 지난해 신인으로 67년 만에 공식 데뷔전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지난해 행복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대회인 만큼 욕심을 버리고 긴 여정에 앞서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도 나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내 프로농구에는 설령 르브론 제임스가 뛰고 싶어도 못 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프로농구(KBL)의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 탓이다. KBL은 장신 200cm 이하, 단신 186cm 이하의 외국인선수만 등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인 제임스(LA레이커스)의 키는 203cm. 물론 한해 연봉이 3800만 달러(약 427억 원)에 이르는 제임스의 국내 무대 입성은 현실성이 없지만 아예 자격조차 안 되는 KBL 현실을 조롱하는 농담이다. 농구는 키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기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해괴한 룰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지난 시즌 득점왕 데이비드 사이먼(인삼공사)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 테리코 화이트(SK)는 신장 초과로 국내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앞으론 프로농구 감독들이 외국인선수 선발을 위해 해외출장을 나갈 때 신장 측정 도구를 갖고 나가지 않아도 되게 됐다. KBL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을 다음 시즌부터 없애기로 했다. 이 결정에 대해 한 감독은 “용병 뽑으러 해외 출장가서 선수들에게 키 좀 재자고 했더니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젠 그런 일은 사라지게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전자랜드 찰스 로드는 2015년 신장 측정 당시 키가 200.1cm이었다. 이대로라면 국내 재입성이 불가능했던 그는 지난해 신장 측정에서 199.2cm가 나오자 무릎을 꿇고 만세라도 부를 표정으로 기뻐했다. 로드는 더 이상 자신의 고무줄 키를 둘러싼 노심초사를 안 해도 되게 됐다. KBL 고위 관계자는 “농구에서 키 제한을 없애는 건 당연하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1~2cm 차이로 뛸 수 없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선수 입지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KBL은 외국인선수 기용도 모든 쿼터에 한 명씩만 하도록 했다. 현재는 1,2,3쿼터 가운데 2개 쿼터에 한해 외인 두 명이 동시에 코트에 나설 수 있다. 또 미국프로농구(NBA)에 최근 3시즌간 1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KBL에서 뛸 수 없다는 경력 제한도 없앴다. 이번에 변경된 외국인 선수 제도는 3개 시즌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자고 나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시로 변경된다는 비난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박건연 해설위원은 “외국인선수 한 명 보유에 70만 달러 이하로 바뀌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실력이 뛰어난 외인을 영입하면서 국내 선수도 보호할 수 있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외국인선수 제도 뿐 아니라 국내 스타 발굴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정부의 스포츠 개혁안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다시 비난했다. 정부관계자들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 10년 만에 불참했다. 이 회장은 충북 진천 선수촌 개시식이 열린 11일 오후 선수촌 내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도쿄 올림픽 남북 단일팀 추진, 2032년 올림픽 유치 등 다양한 상황을 앞뒀는데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추진은 앞뒤가 안 맞는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엘리트 스포츠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일반 스포츠 업무, KOC는 올림픽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체육회와 KOC가 분리되면 대한체육회로부터 올림픽 업무 등 엘리트 스포츠 업무가 분리된다. 대한체육회의 KOC 분리에 대한 반발은 엘리트 스포츠 축소에 대한 반발로도 보일 수 있다. 대한체육회가 최근 자체 개혁 모습은 보이지 않고 위상 축소에 대한 반발만 앞세운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반면 체육계는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단체인 KOC를 분리시킨 뒤 대한체육회를 손쉽게 통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노태강 차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체부 장관 또는 차관이 선수촌 개시식에 불참한 것은 대한체육회와 KOC가 통합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도 장관은 세종시에서 열린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의 오찬에 참석하느라 불참했다. 노 차관은 이날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스포츠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는 스포츠 분야 혁신을 위한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는 ‘폭력 근절’과 ‘선수 인권’이 행사 내내 강조됐다. 이날 행사에는 체조 사이클 레슬링 등 15여 개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등 총 400여 명이 참석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성)폭력 사태와 내홍 등에 시달린 겨울 종목 선수들은 대부분 해외 경기 출전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겨울 종목 중에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종목 선수들만이 참석했다. 이날 선수촌 내에는 인권센터가 새로 생겼다. 인권센터 개소식은 훈련 개시식보다 30분 먼저 열렸다. 상담실은 여성 선수 숙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됐다. 방문 신고나 상담뿐 아니라 비밀 유지를 위해 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김종석 kjs0123@donga.com / 진천=이원주 기자}

온몸에 로고를 붙인 후원 기업 수만 해도 10개에 이른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따로 없다. ‘남달라’ 박성현(26) 얘기다. 박성현은 지난해 말부터 후원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고 있다. 주방가구업체 넵스, 대한항공, 테일러메이드, 고진모터스 아우디, 드루벨트와 차례로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명품 스포츠 시계로 알려진 태그호이어와 새롭게 사인한 데 이어 7일에는 필리핀 기업 솔레어 리조트 앤드 카지노와 메인 스폰서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LG전자, 빈폴골프(의류), 나이키(신발)와도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모자, 티셔츠, 바지 등의 외부 노출이 잘되는 위치에는 대부분 기업 로고가 빼곡히 채워졌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세마스포츠마케팅 홍미영 상무는 “티셔츠 왼쪽 깃 정도가 비어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골프 스토브리그에서 박성현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자로 떠오른 데는 우선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 1승을 포함해 3승을 거둔 성과 덕분이다. 박성현은 지난해 유일한 한국 다승 선수이다. 그만큼 광고 효과도 컸다. 앞으로도 세계무대에서 다승을 할 가능성이 크기에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여자 스포츠 스타 가운데 박성현은 김연아의 뒤를 잇는 쏠림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실력과 외모를 겸비했다는 사실 외에도 기업들이 원하는 스토리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적극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한 대표적인 팬 친화적 선수로도 유명하다. 박성현은 이번에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역대 한국 골프 최고 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 기록은 2003년 박세리가 CJ와 계약하면서 받은 5년 150억 원(연간 최대 인센티브 10억 원 포함)으로 알려졌다. 박성현이 연간 30억 원 이상을 보장받았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다. 따뜻한 겨울을 보낸 박성현은 21일 태국에서 개막하는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로 시즌을 시작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중계 화면에 남녀 선수들이 번갈아 등장했다. 막 TV를 켠 골프 팬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했다. 7일 호주 빅토리아의 13번 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ISPS 한다 빅오픈 1라운드 모습이었다. 이 대회는 남자 단체인 유러피안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공동 주최하고 있다. 이날 남녀 각각 156명 선수들은 같은 코스에서 10분 간격으로 티샷을 날렸다. 남녀 선수가 같은 무대에 올라 엇갈려 라운드를 하는 이색 이벤트였다. 2017년 국내에서도 남녀 프로 대회를 겸한 카이도오픈이 같은 시기,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적이 있지만 서로 다른 코스를 사용해 마주칠 일은 없었다. 호주 프로 출신인 이신 해설위원은 “골프 대회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 시대다. 양대 투어가 팬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 규모가 매머드급이다 보니 여자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라커룸을, 남자 선수들은 골프장 외곽에 있는 리조트 라커룸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 투어는 남자 대회 총상금이 여자 대회보다 많은 게 일반적이다. 2년 전 미국 ESPN 설문조사에 따르면 LPGA 선수 78%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비교할 때 공평한 보수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엔 남녀 대회 총상금이 각각 150만 호주달러(약 12억 원)로 같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최진호는 “새로운 시도라 낯설고 연습장과 휴식공간이 복잡하긴 해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뒤로 여자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의 대회가 생긴다면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라운드에서는 남자 선수 126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여자 선수는 같은 코스지만 남자보다 400야드 정도 짧게 세팅된 가운데 76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었다. 남자 선수에게는 전장이 7000야드를 넘지 않아 짧았고, 난도도 다소 낮았다는 분석이다 현장을 지켜본 이근호 스포츠 인텔리전스 그룹 이사는 “몇 개 홀은 남녀 선수들이 비슷한 전장에서 치게 돼 서로 다른 코스 공략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진기록도 쏟아졌다. 세계 랭킹 668위 제임스 니티스(호주)는 10번 홀에서 출발해 15번홀부터 5번홀까지 9개홀 연속 버디를 낚아 공동 2위에 올랐다. 9홀 연속 버디 행진은 2009년 캐나다오픈에서 마크 캘커베키아가 세운 PGA투어 최다 기록과 타이다. 호주 교포 오수현은 149m의 15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낚은 데 힘입어 공동 2위(6언더파)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최연소 선수로 공식 데뷔한 전영인(19)은 4오버파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때 그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자 상처가 이젠 찬사의 대상이 된 듯하다.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출전을 앞둔 ‘낚시꾼 골퍼’ 최호성(46)은 당당히 첫 마디가 없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공식 기자회견.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최호성은 지난해 우승자 테드 포터 주니어(미국) 등에 이어 취재진 앞에 나섰다. 스폰서 초청선수로는 이례적인 예우를 받았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날 최호성은 역경을 극복하고 뒤늦게 골프에 입문한 사연을 공개했다. “고교(포항 수산고) 시절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 고교 졸업 후 2년 동안 방황하다 골프장(안양CC)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다. 골프백도 나르고, 라커 청소도 하고, 여름엔 물수건을 코스에 전달했다. 그러다 25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어느새 세계적인 화제가 된 ‘낚시꾼 스윙’에 대한 예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내 특이한 동작은 공이 홀로 들어가라고 주문을 걸어주는 리모컨 같다. 내 스윙을 사랑한다. 바꾸지 않을 것이다”며 “나이가 들어 떨어지는 유연성을 보완하려고 큰 동작으로 비거리를 만들 수 있는 연습을 하다 보니 지금의 스윙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최호성은 평소 269야드 정도였던 드라이버 비거리를 세상에 없던 스윙을 통해 290야드까지 늘렸다. 지난달 25일 아내, 두 아들과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은 최호성은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PGA투어는 홈페이지에 최호성 특집 기사를 실었는데 그가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태어났으며, 두 아들은 골프가 아닌 음악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최호성 관련 기사를 온라인 톱으로 게재하며 시차 적응을 빨리 하려고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비행기 안에서 13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회는 투어 선수 156명이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과 2인 1조를 이뤄 플레이한다. 최호성은 ‘삼총사’ ‘여인의 향기’ 등에 출연한 배우 크리스 오도널(핸디캡 5.2)과 한 조를 이뤄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에서 3승씩을 올린 제리 켈리(53)-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에런 로저스(그린베이) 조와 사흘 내내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최호성을 같은 조에 넣어 달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로저스는 소셜미디어에 ‘골프를 치자’는 한글 표현까지 달았다. 최호성은 로저스에 대해 “미국에서도 최고의 선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나와 같이 플레이하고 싶다고 트위터에 남겨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오도널 같은 유명인과 치게 된 것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사흘 동안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몬터레이 페닌슐라CC, 스파이글라스 힐 GC 등 3개 코스를 돈 뒤 54홀 컷을 적용해 최종 라운드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치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아직 무대에는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그를 향한 듯 하다. ‘낚시꾼 골퍼’ 최호성(46) 얘기다. 최호성은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초청 선수로 나선다. 그의 미국PGA투어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5일 가족과 함께 난생 첫 미국 땅을 밟은 최호성은 마치 할리우드 유명 스타처럼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최호성 관련 기사를 온라인 톱으로 게재했다. 인천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비행기 안에서 13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일화를 소개하며 긴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차 적응을 빠르게 할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아내, 두 아들과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인 앤 아웃 버거를 먹었다는 등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도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회 소셜 미디어는 5일 최호성이 현지 방송과 인터뷰하는 사진과 함께 “최호성이 도착했다. 미디어들이 모여들고,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최호성 열풍이 더욱 거세졌다. 최호성과 동반 플레이 희망 의사를 밝혔던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애런 로저스(그린베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최호성 도착 사실과 함께 ‘골프를 치자’는 한글 표현까지 달았다. PGA투어 선수 라이언 러플스(호주)는 최호성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내 생애 최고의 날, 아이돌 최호성을 만났다’고 적었다. 함께 사진을 찍은 행크 레비오다(미국)도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골프 장비 리포터인 앤드류 터스키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호성이 김밥 먹는 사진, 최호성 캐디백과 헤드커버에 새긴 ‘낚시꾼 스윙’ 마크를 소개했다. 이 대회는 투어 선수 156명이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과 2인 1조를 이뤄 플레이한다. 사흘 동안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816야드),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6천958야드), 스파이글래스 힐 GC(파72·6천858야드) 등 3개 코스를 돈 뒤 54홀 컷을 적용해 최종 라운드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치른다. 최호성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던 그의 스윙 때문이다. 그는 비거리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스윙 후 동작이 마치 낚싯대를 잡아채는 모습 같다고 해서 ‘낚시꾼 골퍼’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한국오픈 당시 이 스윙이 담긴 동영상이 세계적인 화제를 뿌린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월드오픈에서는 우승까지 했다. 타이거 우즈는 최근 인터뷰에서 “최호성 피니시 동작을 보면 내 허리가 아픈 것 같다”고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 연말 일본에서 귀국한 뒤 사인과 사진 요청 등 유명세를 치렀던 최호성은 “좋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드라이버 비거리가 269야드 정도였는데 이젠 힘 좀 쓰면 290야드 가까이 친다. 두 클럽 이상을 짧게 잡게 되니 하이브리드 대신 아이언을 치게 된다”며 낚시꾼 스윙의 효험을 설명했다. 포항 수산고 3학년 때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첫 마디를 잃어 4급 장애 판정을 받은 최호성은 안양골프장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25세 때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다. 역경 극본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최호성은 “재밌게 긍정적으로 살았을 뿐이다. PGA투어에서도 이런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리는 페블비치에는 며칠전 태풍이 휘몰아쳤다. 최호성 열풍도 이미 PGA투어를 강타하고 있는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중간 그룹에서 달리던 6번 말이 마지막 4코너를 돈 뒤 직선 주로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앞선 말들을 차례로 제친 이 말은 결승선을 50m 앞두고 맨 앞으로 나서더니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실버울프’가 대회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실버울프는 3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제9경주(1800m)로 열린 제23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에서 1분52초9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청수여걸’을 4분의 3 마신(1마신=약 2.4m) 차로 제쳤다. 이로써 디펜딩 챔피언 실버울프는 지난해에 이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1마리 경주마 가운데 최고령(7세)인 실버울프는 비가 내리는 악조건에도 노련한 경험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실버울프와 승리를 합작한 유승완 기수는 “비가 많이 와서 주로가 미끄럽고 계획보다 출발이 늦어져서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실버울프였기에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경주를 전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우환 실버울프 마주는 “날씨가 안 좋으면 선행이 좋은 말들이 끝까지 앞서는 경우가 있어 뒤따르는 말이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실버울프가 탁월한 추입 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태어난 실버울프의 구매가는 3만5000 달러(약 4000만 원)로 일반 경주마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 우승 상금 1억4250만원을 받은 실버울프는 총 수득상금 19억9242만 원을 기록해 2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윤 마주는 “가성비가 좋은 말이다. 처음엔 외형도 작고 가격도 저렴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잘할줄 몰랐다. 동아일보배 우승을 계기로 올해 전망도 밝게 했다”며 웃었다. 실버울프는 2017년 ‘퀸즈투어 시리즈’로 지정된 3개 대상 경주 ‘뚝섬배’, ‘KNN배’, ‘경상남도지사배’를 석권하며 한국 경마를 대표하는 여왕마에 등극했다. 국내 최강의 암말을 가리는 이번 레이스에는 짓궂은 날씨에도 3만 명 넘는 관중이 몰렸으며 총 매출액은 약 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국마사회 김종국 경마본부장과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과천=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