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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강남에서 헬리콥터가 고층 아파트와 충돌한 사고를 둘러싸고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블랙박스 분석에만 6개월 이상 걸리는 등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헬기의 지상접근경고장치(GPWS)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조종사들은 충돌 직전까지도 비상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LG전자 소속 시코르스키 S-76 헬기가 16일 오전 8시 54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충돌한 뒤 아파트 화단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인규 씨(58)와 부조종사 고종진 씨(37) 등 2명이 숨졌으며 아파트 주민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사고 지점까지 한강을 따라 이동했다. 사고기는 당초 목적지인 잠실헬기장에 내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 안승권 사장 등 임직원 4명을 태우고 전북 전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직선거리 1.2km 전인 아이파크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으며 이후 이 아파트에 헬기 프로펠러가 부딪치며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서울지방항공청은 이 헬기가 아이파크 쪽으로 갑자기 우회한 이유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재영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사고 헬기가 한강을 비행하다 잠실헬기장에 내리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는 충돌 위험이 있으면 조종사에게 이를 경고하는 GPWS가 설치돼 있었다. 국토부 당국자는 “GPWS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혹은 작동했지만 조종사들이 이를 알지 못했는지 등을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헬기 조종사들은 외부에 사고와 관련된 긴급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수계 항공기 교신을 맡은 군 당국과 국토부 측은 “사고 과정에서 사고 헬기와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18일부터 연말까지 국내 헬기 보유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항공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이달 초 장경욱 전 국군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이 본보 인터뷰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 문제를 청와대에 직보(直報)했다고 밝히자 군이 발칵 뒤집혔다. 전(前) 기무사령관이 바로 얼마 전까지 직속상관이었던 국방부 장관과 군 인사를 놓고 공개적으로 ‘날선 공방’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진 것. 기무사의 위상과 역할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기무사령관이 어떤 자리이기에 국방부 장관과 ‘맞짱’을 뜨나” “국방부 장관도 기무사의 감시를 받는 건가” 등 수백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장 전 사령관의 발언과 행동에 대한 찬반양론도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아울러 장 전 사령관이 김 장관의 인사 전횡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직언하려다 ‘괘씸죄’에 걸려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교체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대통령과 기무사령관의 관계도 새삼 주목의 대상이 됐다. 더욱이 그의 후임에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와 육사 동기인 이재수 중장(육사 37기)이 전격 발탁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갖은 억측과 의혹이 불거졌다. 도대체 기무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대가 바뀌었지만 기무사는 여전히 비밀스러운 군 조직이다. 안보와 직결된 군 정보보안 업무를 다루는 기무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일반인에겐 ‘기무’라는 명칭조차 낯설다. 하지만 기무사를 빼놓고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논하긴 힘들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는 군사정부 시절 ‘절대권력’이자 공포와 억압정치의 상징이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 후 등장한 신군부의 쿠데타(군사정변)도 보안사를 주축으로 이뤄졌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엔 불법 정치사찰 파문 등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기무사의 연혁은 1948년 정부 수립과 시작을 같이한다. 광복 이후 대공업무 전담기구 창설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48년 조선경비대 정보처 내에 기무사의 모체라 할 수 있는 특별조사과가 설치됐다. 이후 특별조사대(1948년), 육군본부 정보국 특무대(1949년) 등으로 개편돼 간첩 검거와 부정부패 색출 업무를 맡아 왔다. 6·25전쟁은 기무사 조직이 확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육군 특무부대와 해군 방첩대, 공군 특별수사대가 창설돼 숙군 활동 및 군내 간첩 검거 활동을 했다. 당시 육군 특무부대 및 방첩부대원들은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차던 마패와 유사한 ‘메달’을 갖고 다녔다고 한다. 이 메달은 앞면에 ‘육군특무대’, ‘육군방첩부대’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뒷면에 영문 약자인 ‘K.A.CIC’라고 적혀 있었다. 각 군에 흩어져 있던 조직이 장관 직속기관 부대로 통합된 것은 1977년 10월 보안사가 출범하면서부터다. 기무사 역사에서 보안사 시절(1977∼1990년)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정치 개입이 가장 두드러졌던 시기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권력 공백을 틈타 보안사 조직을 동원해 12·12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거머쥐었다. 지금의 기무사로 이름을 바꾼 것은 ‘윤석양 이병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을 겪고 난 뒤인 1991년 1월이다. 기무(機務)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일’로, 조선이 1880년 설치한 ‘통리기무아문’과 1894년 갑오개혁 때 정치와 군사 사무를 관장한 ‘군국기무처’에서 처음 사용됐다. 기무사는 2008년 37년간의 청와대 앞 소격동 시절을 마감하고 경기 과천시의 현 청사로 이전했다. 어두운 과거를 털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의 한 단면이었다. 기무사 관계자는 “당초 국가정보원이 자리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기려다 정보기관이 한곳에 몰리면 유사시 국가정보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국정원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베일에 가려진 조직과 요원 선발 보안을 강조하는 군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조직이 기무사다. 지금까지 정확한 조직 규모와 편제가 공개된 바 없다. 기무사는 사령관을 정점으로 준장인 참모장이 사령관을 보좌하고 있다. ‘3부(部) 8처(處) 체제’가 기본 골격이다. 1부는 정보, 2부는 보안, 3부는 방첩과 대테러를 담당하며 각 부 산하에 8처가 편재돼 있다. 국정원과 유사한 편제로 국내 일반 정보와 군내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1부가 핵심 부서로 꼽힌다. 그 밖에 기무사는 국방부(100기무부대)와 합참(200기무부대)은 물론이고 일선 사단급 부대에서도 기무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무사는 ‘부 체제’를 ‘처 체제’로 바꾸는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보고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정보 담당인원을 대폭 줄이는 대신 보안과 방첩, 대테러 인력을 보강하고 사단급 기무부대를 군단급으로 통폐합해 몸집을 줄이는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 기무사 요원들은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다. 장교의 경우 임관 후 4∼6년차 장기복무자들 중에서 교육성적과 근무평정이 우수한 이들에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국방·군사·정보통신에 관한 소양평가와 군 안보 이슈에 관한 논술 시험 등 1차 관문을 통과한 뒤 개인발표-심층면접-종합면접으로 이어지는 3단계 면접을 본다. 합격자들은 22주간 전입 교육을 받은 뒤 본부와 일선 부대에 배치된다. 군 관계자는 “시험도 시험이지만 해당 부대의 추천서가 어떠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군무원이나 부사관도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친다. 병사들은 육군훈련소에서 전산 추첨과 철저한 신원조사를 거쳐 선발되면 기무사 부대에서 행정병과 특기병으로 근무한다. ‘기무사령관이 뭐기에…’ 기무사 수장인 기무사령관은 ‘3성 장군’ 직위다. 올 4월 소장인 장 전 사령관이 임명됐을 때도 하반기 인사에서 중장 진급이 유력시됐다. 과거 기무사령관은 출세로 가는 요직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도 보안사령관(1968∼1971년) 출신이었다. 대통령도 두 명이나 배출했다. 20대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21대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문민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령관의 ‘파워’는 급격히 축소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보기구 축소 원칙에 따라 기무사령관 계급을 중장에서 소장으로 격하시켰다. 비육사 출신 준장급 장성이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기무사령관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도 눈에 띈다. 35대 사령관을 지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안정권에 순번을 낙점받았고, 38대 사령관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도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 상주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박근혜 후보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문두식 전 사령관(34대)은 임기를 마친 이듬해인 2004년 전남 나주-화순에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허평환 전 사령관(37대)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직접 국민행복당을 창당해 대표를 맡았다. 군 관계자는 “군내 민감한 정보를 총괄했던 기무사령관 출신들이 정치권에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역 시절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관련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역대 주요 특무대-보안사-기무사 수장들 (이름/재임기간/기수/출신지) ▼ ▼ “정보수집 수단엔 軍수뇌부-주요 지휘관 감청도 포함” ▼대통령과 기무사령관 역대 정부에서도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직보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한 대통령들도 군사정권의 폐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면보고나 독대(獨對) 형태로 기무사령관의 직보를 받았다. 기무사 관계자는 “군사정권이든 문민정권이든 정권 유지와 운영을 위해 더 많은 고급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권력의 공통된 속성”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군사정변을 경험한 상황에서 군 정보조직의 수장인 기무사령관의 직보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필요악’이었다는 얘기다. 기무사의 청와대 직보는 전신인 보안사령부 때부터 김영삼 문민정부를 거쳐 김대중 정부까지 계속됐다. 전직 기무사 고위 장성은 “김대중 정부 때까지 기무사령관의 ‘VIP(대통령)’ 대면보고는 월 한 차례 정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정보기관장의 독대 폐지를 선언하면서 기무사 직보는 국방부 장관을 통한 간접보고로 바뀌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기관장의 대면보고가 부활하면서 기무사령관의 독대보고도 재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매달 한두 차례 군내 동향과 방첩사건 등에 대해 기무사령관의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군 병사가 강원도 동부전선의 아군 전방초소(GP)로 귀순한 ‘노크 귀순사건’ 때도 이 대통령이 기무사의 직보를 통해 경위를 파악한 뒤 군 수뇌부의 미숙한 대응을 질책했다”고 소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는 다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재수 기무사령관도 지난달 기무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 독대보고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부터 일선 부대장들의 동향 등 군내 정보를 총괄하는 기무사령관에 누가 기용되느냐는 군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기무사령관의 위상은 역대 정권의 인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영삼 정부에서 기무사령관 2명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었고, 김대중 정부는 호남 출신 기무사령관을 세 번 연속 발탁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용된 김종태(새누리당 의원), 배득식 기무사령관은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다. 군 관계자는 “군 장악과 견제를 위해 정권과 지역적 기반이 같거나 ‘코드’가 맞는 인물을 기무사령관에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군 인사에서 장 전 사령관 후임에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와 육사 동기인 이재수 사령관이 발탁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의 군에 대한 친정(親政) 체제 강화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다.기무사의 빛과 그림자 기무사는 건국 이래 붙잡힌 간첩 4500여 명 가운데 43%를 검거하는 등 국가안보에 기여해왔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대간첩 대테러 임무를 전담하는 기무사의 역할이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첨단 방산기술의 유출과 사이버 테러 등 국익과 직결되는 미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능과 조직을 더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무사가 걸어온 길은 그림자가 더 짙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는 절대 권력기관으로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에 관여했다. 보안사의 서빙고 분실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남산 지하실, 경찰의 남영동 대공분실과 함께 야당 정치인과 재야인사, 운동권 대학생에 대한 불법 연행과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다. ‘억압정치’의 상징이던 보안사는 1990년 10월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불법 사찰 폭로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학생운동을 하다 입대해 보안사 예하부대에서 근무하던 윤 이병(당시 25세)은 운동권 동료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프락치 역할을 강요받고 괴로워하다 1300여 명의 민간인 사찰 카드와 컴퓨터 디스켓 등을 갖고 탈영해 이를 공개했다. 그가 폭로한 자료에는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 등 주요 정치인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의 성향과 행적을 추적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보안사는 1991년 국군기무사로 간판을 바꾸고, 정치사찰 중지를 선언했다. 지휘부 교체 등 조직과 직제를 개편하고 서빙고 분실도 해체됐다. 하지만 1년여 뒤인 1992년 이지문 육군 중위의 양심선언으로 기무사는 다시 홍역을 치렀다. 14대 총선 직전인 1992년 3월 당시 9사단 28연대 소속 이 중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무사가 군 부재자 투표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여당을 찍으라는 정신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는 군 정보기관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심심찮게 불법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2009년 야권에선 “기무사가 재일교포 어린이에게 책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엔 일선 기무부대 요원들이 한 대학교수의 e메일을 해킹한 사건에 연루돼 군 검찰에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기무사는 사상 처음으로 군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기무사는 조직 차원의 불법 행위를 부인했지만 과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기무사 고위 관계자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맹목적 충성을 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며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제도화한 현 상황에서 기무사의 정치 개입이나 불법 사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무사 권력의 원천은 동향보고 과거나 지금이나 기무사의 ‘파워’는 군내 동향을 밀착 감시하는 정보력에서 나온다. 군 당국에 따르면 기무사 요원 규모는 5000여 명(병 포함)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국방부와 예하 부대에 배치돼 군 수뇌부와 일선 지휘관 동향 등 내부 상황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각 군 등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엔 기무관계자의 배석이 관행처럼 이뤄졌다. 사단급 이상 부대의 경우 영관급 장교가 기무부대장을 맡아 위관급 장교, 준위급 요원들과 팀을 이뤄 활동한다. 이들은 군 안팎의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부대장의 충성도와 성실성, 국가관을 비롯해 비위 여부 등 세세한 동향까지 파악해 수시로 상부에 보고한다. 이런 실태를 보여 주는 에피소드.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현역 사단장 시절 사석에서 “술을 잘하는 지휘관이 일도 잘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몇 해 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기무사령관에 발탁된 그는 자신의 발언 내용이 그대로 담긴 동향보고서를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기무사 관계자는 “정보 수집 수단에는 군 수뇌부 등 주요 지휘관에 대한 합법적 감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기무사의 동향 보고서는 진급심사 때 주요 인사자료로 활용된다. 기무사 간부 출신인 김모 씨는 “기무사의 동향보고는 진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군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무사 보고서가 특정 인사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기무사 일부 고위층이 동향보고를 활용해 군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거나 좌지우지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기무사의 동향 보고서는 철저히 ‘케이스(사례)’ 중심으로 작성된다. 풍문이나 ‘∼카더라’ 통신이 아닌 ‘팩트(fact)’에 기반을 둔다는 얘기다. 기무사의 고위 장성을 지낸 한 인사는 “대통령 등 최고위층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육하원칙’에 따라 사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치밀하게 작성된다”고 말했다. 장 전 사령관 재임 당시 기무사가 청와대에 보고한 일부 야전 지휘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한 보고서도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기무요원들은 과거 보안사 시절부터 ‘특별대우’를 받았다. 1980년대 말 보안사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일선 사단장과 연대장이 위·영관급 보안사 장교에게 밥과 술을 사는 등 극진히 대접하는 게 통례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기무사 간부를 지낸 한 예비역 대령은 “국방부 고위 장성들도 기무사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확 바뀌었다고 기무사 측은 전한다. 육군 모 사단의 기무부대장으로 근무하는 A 중령은 “기무사의 역할이 군내 견제와 감시보다 보안 관련 지원과 업무 협조로 바뀌면서 과거의 특권과 월권적 관행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오히려 기무요원들이 괜한 구설에 오를까 행동에 각별히 주의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기무사 개혁의 관건 기무사의 주요 임무는 △군사보안 및 방첩업무 △군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처리 △정보작전 방호태세 및 정보전 지원 △군사법원법(제44조 2호)에 규정된 특정범죄 수사 △국방 정보통신 기반체계 보호지원 등이다. 군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군내 동향을 음성적으로 청와대에 직보하거나 군 고위 인사들의 사생활 조사를 통해 군 인사에 개입하는 관행 때문에 기무사가 방첩이나 보안이란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에는 현직 사단장이 기무사 요원의 ‘동향사찰’ 행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기무사 소속 장교 2명을 군 검찰에 고소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반영하듯 김관진 장관은 지난달 말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취임식에서 고강도의 내부 개혁을 주문했다. 김 장관은 기무사가 매진해야 할 본연의 임무로 △군 내외 불순세력 발본색원 △장병 보안의식의 획기적 제고 △군사보안 활동 강화 △방위산업 기밀유출 방지 등을 꼽았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해 왔지만 언제나 그때뿐이었다”며 “군 통수권자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영일 기자}

“총액제한의 덫에 걸렸다.” 두 달 전 국방부의 원점 재검토 결정으로 표류 중인 차기전투기(FX) 사업의 현주소를 군 관계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군 당국이 FX의 전략적 중요성과 후보 기종들의 성능 및 기술이전 조건 등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도외시한 채 총사업비를 맞추기 위해 가격 조건만 따지다 패착을 불렀다는 의미다. 군은 최단기간 내 사업 재추진을 공언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차질이 빚어질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FX의 도입이 늦어질수록 전력 공백 개연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2019년경 노후 기종의 퇴역으로 전투기 보유대수는 현 430여 대보다 100여 대나 줄어들 것으로 공군은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유찰로 국제 신인도 저하와 사업 연기에 따른 총사업비 증가 개연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예산을 들여 최신예 전투기를 도입하려다 오히려 안보 공백과 예산 낭비를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을 빚은 셈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군 안팎에선 ‘FX 패러독스(역설)’를 계기로 국방예산의 현실적 한계와 적정 규모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 국방예산 규모와 구조로는 대내외적 안보 위기에 대처할 정예강군 건설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냉철히 한 번 따져보자.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환경은 ‘살얼음판’이다. 북한은 호시탐탐 대남 도발을 획책하면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올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가 2015년 말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재연기를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은 그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주변국은 영유권 분쟁 등을 빌미로 항모(航母)와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앞다퉈 도입하며 군비증강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동북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곧 닥칠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익을 지켜낼 수 있는 국방력 건설을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정부예산 가운데 국방예산 비율은 계속 떨어졌다. 1990년대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최근 5년간 국방비 실질 증가율은 5%에 그쳤고, 그나마 증액분의 70% 이상이 인건비와 급식비 등 경직성 경비로 충당돼 신규 전력도입 예산은 2%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는 군 개혁이 좌초되고, 정예강군 건설이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주변국은 어떤가.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국방비를 10% 이상 증액하고 신형미사일과 전략핵잠수함, 우주전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두 배 가까운 594억 달러(2012년 기준)의 국방비를 쓰는 일본은 북핵 위협에 대응할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2020년대 초까지 대형상륙함과 잠수함, 이지스함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국제분쟁연구소가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의 분쟁강도는 아랍국가와 잦은 충돌을 빚는 이스라엘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스라엘의 GDP 규모는 한국의 20% 수준이지만 국방비는 한국의 63%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은 2.5%(2010∼2012년 평균)로 세계 22개 주요 분쟁·대치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의 33배(2013년 기준)가 넘는데 군이 예산부족 타령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절감을 위한 군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규모와 예산구조가 다르고, 선군정치에 바탕을 둔 공산주의 자급경제체제인 북한과 한국의 국방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북한은 한국보다 훨씬 적은 국방비로 막대한 재래식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군은 보유한 첨단무기의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고가에 조달해야 하지만 북한은 야포와 전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기와 수리부속을 자급자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은 핵과 막대한 생화학 무기까지 갖고 있다. 엄중한 대내외적 안보상황을 인식하고, 미래 국가생존을 담보할 ‘적정 국방비’에 대해 정부와 국민이 심사숙고해야 할 때라고 본다. 경제규모와 위협수준에 상응하는 국방력 건설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단 한 사람도 열외는 없습니다.” A 중위는 부대장의 갑작스러운 회식 통보에 서둘러 개인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부대장 주관의 회식에서 불참은 용납되지 않았다. 술이 서너 순배 돌자 참석자들은 홍일점이었던 A 중위에게 술 돌리기를 권했다. 분위기에 맞춰 술잔을 돌리려던 그의 뒤통수로 B 중령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 “술은 역시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지. 잘 한번 제조해 봐.” 이전에도 몇 차례 야한 농담을 건네며 A 중위를 당혹스럽게 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지금은 전역을 한 A 씨에게 그날의 회식 건은 항상 가슴 한구석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A 씨는 “비단 그 일만이 아니었다. 선배나 동기는 물론이고 후배들조차 나를 ‘군인’이 아니라 ‘여자’로 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많은 여성 군인이 회식 자리에서 이 같은 일을 한두 번씩은 경험했다고 한다. ‘여자가 시집이나 가지 왜 군대에 왔느냐’ ‘화장은 당연한 에티켓’이란 식으로 여자를 무시하거나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추행이나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러니 정작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부대 명예를 실추시킨다’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조용하게 처리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이런 탓에 성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군대는 축소·은폐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다. 올해 4월 육군사관학교에서 여생도 성폭행이란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육사는 1주일가량을 쉬쉬했다.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군 당국은 공식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군의 특성상 군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육사 사건도 언론 보도가 없었으면 자체 조사로 조용히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軍이라는 특수성 남성 군인들은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관련 사건을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로 군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남성 장교는 “군부대가 지방, 그것도 오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외부인을 접할 기회가 적고 군대 내에서 계속 얼굴을 맞대다 보니 여군을 이성으로 느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관급 남성 장교는 “성범죄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성 군인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올바르지 못하다. 개인 문제를 조직 전체 문제로 여론을 호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대 성범죄가 단순히 욕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군대에서 계급은 곧 권력이라는 것이다. 여군에 대한 성 군기 사건도 결국 권력의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 강원 화천군 육군 모 부대 인근에서 자살한 오모 대위(28·여) 사건의 경우 권력에 의한 성 착취를 여실히 드러냈다. 노모 소령(36)은 오 대위가 자신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자 상관이란 직책을 이용해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 야근 등으로 오 대위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 간부의 권력 피라미드에서 최하위층에 놓여 있는 여군 부사관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군대 내에서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군 부사관을 남성 장교들이나 상급 부사관들이 계급을 앞세워 겁박한 사례가 적지 않다. 장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3월 특전사령관이 여군 부사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일로 보직 해임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장성이 자신의 부대에 근무하는 여군 하사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국방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성 군기 예방지침’ 등을 마련해 일선 부대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지침에는 △남녀 군인 및 군무원의 신체 접촉은 악수만 가능하다 △남녀 군인 및 군무원 2명만 사무실에 있을 때는 반드시 출입문을 열어놓아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2차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대규모 성폭력 예방 직장교육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군대 내 성범죄 발생률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성범죄 조사가 형식적이고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6월 말까지 여군이 피해자인 성 관련 범죄는 총 61건. 군별로는 육군이 40건(65.6%), 공군이 10건(16.4%), 해군이 9건(14.8%), 국방부 2건(3.3%)이었다. 특히 해군은 여군을 대상으로 한 범죄 9건 모두 성 관련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실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61건의 성 관련 범죄 중 단 3건(4.92%)에 대해서만 실형이 내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기소유예, 선고유예,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죄가 없음 등으로 죄를 묻지 않은 경우는 39건(63.9%)에 이르렀다. 여군들의 고충은 성범죄만이 아니다. 대다수 여군은 육아와 출산을 앞두고 진로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잦은 근무 이동 때문에 한곳에 정착하기 어렵고 훈련, 야근 등에 치여 제대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군인들 사이에선 ‘남편은 경상도, 아내는 강원도, 자녀는 서울에 있는 이산가족’이란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육아휴직을 택하는 여군이 늘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이다. 육아휴직을 했던 한 여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급에 불이익은 받지 않을까, 차후 보직을 받을 때 이런 것들이 반영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났다. ‘군대의 꽃’이란 지휘관으로까지 성장하는 여군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간호 등 일부 병과에서 장성이 배출되기도 했지만 전투 병과를 받고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는 대대장급 이상의 여군은 여전히 드문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들도 실제 전투대대를 맡기보다는 신병교육대대에 배치되기 일쑤다. 군 관계자는 “여군들은 지휘관의 참모나 담당 분야의 실무진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아직까지 지휘관으로서의 여군을 못미더워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일 정치부 기자 scud2007@donga.com}
군내 ‘여풍(女風)’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쳤다. 1989년 여군병과라는 특수병과가 폐지되고, 여군들이 남성들과 함께 일반병과로 합치면서 군내 금녀(禁女)의 벽은 빠르게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여군이 사단급 신병교육대 소대장과 보병중대 중대장, 연대장 직책 등 일선 부대 지휘관에 잇달아 임명됐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육사(1998년)와 해사(1999년)가 여생도 입학을 잇달아 허용했고 2000년대 초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와 최전방 부대 소대장이 배출됐다. 2003년엔 해군 전투함에도 여군이 배치됐다. 2005년엔 해상작전헬기 조종사가, 지난해엔 해군의 전투함 중 가장 작은 고속정 정장에도 여군이 각각 기용됐다. 2010년엔 전투병과 출신 여성 장군까지 탄생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여성 장성은 3명으로 모두 육군이다. 여군 비율이 가장 낮은 해병대도 2001년 여성 장교를 처음 선발했고, 창설 63년을 맞은 지난해엔 첫 영관급 여성 장교(소령)를 배출했다. 3월 합동 임관식을 치른 초임장교의 면면에서도 ‘여성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육사 수석 졸업의 영예는 여생도가 차지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수석 졸업도 처음으로 여성이 차지했다. 해사와 공사는 여성 수석 입학과 졸업자를 이미 여러 차례 배출한 바 있다. 군내 여풍이 거세질수록 여군이 되기 위한 경쟁률도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 여생도 입학 경쟁률은 51.4 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6명을 선발하는데 822명이 몰렸다. 같은 해 육사도 여생도 28명을 뽑는데 1059명이 지원해 37.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해사의 경쟁률도 52.2 대 1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재 장교와 부사관을 합친 여군 수는 7640여 명으로 전체 군인의 4.4%를 차지한다. 국방부는 2015년까지 여군 규모(장교 7%, 부사관 5% 수준)를 1만 명 이상으로 늘려 비율을 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말까지 포병과 기갑, 방공 등 12개 전투 병과에 여군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잠수함 등 특수보직의 경우 여군 배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육사 37기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이런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기무사령관(이재수 중장)을 비롯해 합참 작전본부장(신원식 중장)과 특수전사령관(전인범 중장),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조보근 중장) 등 핵심 직위에 육사 37기들이 두루 기용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대장 진급과 함께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육사 37기는 지난해 10월 군 인사에서 중장이 처음 배출됐다. 당시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양종수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수도방위사령관과 군단장에 각각 임명됐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올 4월 인사에서 이재수 장군 등 3명이 추가로 진급된 뒤 지난달 전인범, 엄기학, 조보근 장군까지 나란히 ‘별 셋’을 달면서 중장 진급자는 총 8명으로 늘었다. 통상 육사 한 기수에서 5∼7명의 중장 진급자가 배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육사 37기의 중장 진급자는 많은 편이다. 더욱이 한 기수 선배인 육사 36기들이 군내에서 비교적 한직으로 평가되는 보직에 머문 반면 37기들은 주요 보직에 많이 포진해 향후 ‘고속 진급’이 유력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55)와 동기인 육사 37기들은 지난해 대선(大選) 정국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이 군 실세로 부상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속칭 ‘찌라시’) 등에는 특정인과 지만 씨와의 관계가 거론되며 ‘누구는 총장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가 오르내렸다. 지만 씨와 육사 37기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억측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7년 입교한 육사 37기는 지만 씨를 포함해 총 293명. 이 중 130여 명이 현재 군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급별로는 중장부터 대령까지 분포돼 있다. 37기 대령들은 내년에 만기 전역할 예정이다. 대학으로 치면 ‘77학번’인 육사 37기엔 다른 기수보다 현역 장성의 자제가 유달리 많았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육사 36기)은 “통상 기수당 1, 2명에 그쳤던 고위 장성의 아들이 37기엔 10명이 넘었다”며 “생도 시절 내 소대에도 장성 아들이 2명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한 현역 장성(육사 35기)은 “최고 권력자이자 군 통수권자의 외아들이 육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군 장성들이 앞다퉈 아들을 육사에 보내는 붐이 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만 씨의 육사 입교는 장안의 화제였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37기를 전후한 육사 출신들은 ‘박지만 생도’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지만 씨가 1학년 때 같은 소대에서 지낸 한 예비역 장성(육사 36기)은 “과묵한 편이었고 많은 친구를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머리가 비상한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다른 예비역 장성(육사 37기)은 “대통령 아들의 티를 내지 않고 평범했다. 3, 4학년 중대장 생도 때 리더십을 발휘해 후배들을 잘 챙겼다”고 떠올렸다. 지만 씨에 대한 특혜나 특별대우는 없었을까. 군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대통령 아들과 동기라는 이유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육사 35기)의 회고. “당시 상급생도들은 지만 씨가 포함된 37기에 ‘편견’을 갖고, 그냥 넘어갈 잘못도 더 엄하게 기합을 줬다.” 육군 A 준장(육사 37기)은 “지만 씨 등 37기가 선배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 고생했다”며 “이 때문에 37기가 다른 기수보다 결속력과 유대감이 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육사 36기)은 지만 씨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1977년 하계군사훈련을 앞둔 어느 날 훈육관이 3학년 소대장 생도들을 불러 누런 편지지를 꺼내 보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만 씨에게 자필로 쓴 편지였다.” 박 대통령은 편지에서 “지만이 보거라. 여름 훈련 땐 특히 물 조심해라. 나도 옛날 (생도 시절) 군사훈련 받을 때 목이 말라 물을 너무 급하게 먹어 배탈난 적이 있는데…”라며 각별한 부정(父情)을 전달했다고 한다. 생도 시절 지만 씨의 ‘단짝 친구’는 서울 중앙고 동창인 이재수 중장(현 기무사령관)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소대에서 동고동락하며 고교 때부터 맺은 우정을 더 돈독히 다졌다고 군 관계자들은 회고했다. 자신을 ‘대통령 아들’이 아닌 ‘친구 박지만’으로 스스럼없이 대하는 이 중장에게 지만 씨는 인간적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생도 시절부터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예비역 장성(육사 36기)의 전언. “지만 씨에게 이 중장은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죽마고우’였다. 학과 시간은 물론이고 휴가나 외박 때도 꼭 붙어 다녔다. 누나(박 대통령도)도 어머니(육영수 여사)를 잃고 방황하던 동생을 보살펴준 이 중장을 각별히 대했다.” 지만 씨는 생도 3학년 말인 1979년 아버지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아 서거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이후 1981년 2월 졸업 후 육군 방공포병 소위로 임관한 지만 씨는 군 생활에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1985년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해 의무복무기간을 채운 뒤 1986년 대위로 예편했다. 심신이 망가진 그는 방황을 거듭하며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다. 전역 후 그는 군과 거의 인연을 맺지 않았다. 동기 모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외부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잊혀진 인물’이 됐다. B 준장(육사 37기)은 “사업적 관계로 만났던 예비역 중령인 Y 씨와 K 씨 등 3, 4명의 동기를 빼곤 지만 씨와 육사 37기는 교류가 없었다”며 “구설수에 오르거나 진급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그를 만나길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시 부각되는 것이 지만 씨와 이 중장의 ‘특별한 관계’다. 지만 씨가 부친을 잃고 주위의 냉대 속에 누나(박 대통령)와 함께 청와대를 나올 때도 이 중장은 지만 씨를 위로하고 격려한 유일한 친구였다. 이후 지만 씨가 마약 사건으로 6차례나 구속과 재활 과정을 겪을 때도 이 중장은 ‘절친(절친한 친구)’의 곁을 지켰다. 한 현역 장성(육사 36기)은 “이 중장은 지만 씨가 공주치료감호소를 드나들 때 자주 면회를 갔고 가족이 나서 뒷바라지를 했다”며 “이 중장은 지만 씨가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었던 언덕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부풀려졌다는 증언도 있다. 한 예비역 장성(육사 37기)은 “이 중장이 한두 차례 면회를 갔지만 뒷바라지 운운은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 시절 현역 장교가 구설수에 오른 전직 대통령 아들과 가까이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장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의 기무사 국정감사에서 “지만 씨는 친한 친구라 예전엔 가족들과 식사도 했고, 한 달 전에도 통화했다”며 친분 관계를 인정했다. 이 중장을 제외하고 지난달 군 인사에서 요직에 기용된 육사 37기들은 지만 씨와 특별한 친소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도 때 중대와 전공이 달라 잘 모른다” “몇 년 전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억이 난다” “2011년 임관 30주년 동기회 모임에서 잠깐 얼굴을 본 게 전부”라고 말했다. 지만 씨도 자신과 육사 37기에 쏟아지는 주위의 관심과 따가운 시선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한 현역 장성(육사 36기)은 “현 정부 출범 직후 지만 씨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18년간 대통령 아들로 살았는데 대통령 동생이 뭐가 대수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현 정부에서 군 인사 등 어떤 사안에도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며 스스로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주변의 입방아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군 인사에서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독단적 인사를 청와대에 ‘직보(直報)’했다고 공개하면서 기무사령관 자리는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내내 지만 씨와 육사 37기에 불편한 시선이 쫓아다닐 것”이라며 “‘지만 씨와 가까운 군 인사가 누구냐’는 말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군 인사의 공정성에 더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군 기무사령부가 장경욱 전 사령관(소장·육사 36기) 재임 당시 일부 주요 야전 지휘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확인하고 주의와 경고를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지난달 군 인사에서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 장 전 사령관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문제와 함께 야전 지휘관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청와대에 직보(直報)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기무사는 올 4월 장 전 사령관이 부임한 직후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 주요 지역 야전부대의 전투준비태세와 해당 지휘관들의 관련 동향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였다. 기무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에 맞서 일선 부대 지휘관들의 확고한 대비태세를 체크하는 차원에서 점검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등 일부 야전 지휘관이 전투태세 유지 등 본연의 부대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지인 등을 통해 알게 된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자주 어울려 술자리를 갖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군사대비태세를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대통령경호실장 등에게 보고하는 한편 해당 지휘관에 대해 주의나 경고 등 후속 조치를 건의했다”며 “조사 결과는 지휘계통을 통해 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육사 37기 인사들이 보고서에 거명된 것이 장 전 사령관의 전격 교체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기무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박지만 씨)과 육사 동기인 37기 출신 일부 지휘관의 불합리한 행태를 들춰냈다가 ‘부메랑’을 맞았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들이 청와대에 보고된 이후 군내에선 장 전 사령관에 대한 갖은 음해와 견제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관계자는 “장 전 사령관이 경질된 것은 김 장관의 인사 전횡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야전 지휘관의 부적절한 행태까지 청와대에 보고한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경기 과천 국군기무사령부 민원실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기무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장 전 사령관의 전격 경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장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가 공정했느냐”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질의에 이재수 기무사령관(중장·육사 37기)은 “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김관진 장관이 장 전 사령관을 승진시키지 않은 이유가 청와대 직보 때문인가”라고 묻자 이 사령관은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만사제통’(萬事弟通·모든 일은 동생으로 통한다), ‘누나회’(이 사령관의 육사 동기인 박지만 씨의 ‘누나’가 박 대통령임을 빗댄 것)란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김현 의원의 질의에 이 사령관은 “못 들어봤다”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김관진 장관과 야당 의원들이 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설전을 거듭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김 장관이 전날인 4일 “(사이버사의) 심리전은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도 하지만 대내 심리전도 포함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군의 정치 개입을 옹호하는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대남 선전선동을 막기 위해 정당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이 최근 본보 인터뷰를 통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독단적 인사를 비판하며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히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 장관의 인사방식과 이에 대한 기무사의 군내 동향 수집 및 보고체계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방부는 장 전 사령관의 행위를 ‘월권’으로 보고 있다.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는 기무사령관이 김 장관의 인사에 대한 내부 불만과 비판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비서실장 등에게 두세 차례나 직보(直報)한 것은 군 기강을 해치는 일탈 행위라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장관은 올 4월 임명된 장 전 사령관에게 기무사의 음성적 군내 동향보고를 철폐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달 말 장 전 사령관이 교체된 이후에도 고강도 개혁을 기무사에 주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사령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기무사 관계자는 3일 “장 전 사령관은 부임 이후 김 장관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의 많은 내용들이 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며 “기무사령관도 국방장관의 부하인데 지휘계통을 무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기무사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관련해 “특정 직위에 적합한 후보를 제쳐두고 진급 시기가 지났거나 다른 직위를 맡은 지 얼마 안 된 김 장관의 측근들이 잇달아 발탁되자 ‘해도 너무한다’는 일선의 불만과 비판이 많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장 전 사령관은 역대 사령관들처럼 절차와 규정을 지켜 직무를 한 것뿐인데 자기와 부하들이 쫓겨나듯 교체된 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기무사의 청와대 보고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이 엇갈린다. 김 장관은 기무사의 임무는 군사 및 방산 보안, 방첩수사, 간첩 색출 등인 만큼 군내 동향 수집 및 윗선 보고는 근절돼야 할 ‘폐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 전 사령관은 기무사의 당연한 임무라고 맞서고 있다. 기무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부대지표(指標)를 충성과 명예, 단결로 소개하고 있다. 이 중 충성은 ‘국가원수와 직속상관에게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기무사 관계자는 “직속상관인 국방장관뿐 아니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기무사의 특수관계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사령관은 업무지향적이고 원칙을 강조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직선적 성격이어서 고지식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방부는 4월 그를 기무사령관에 임명하면서 “국가관이 투철하고 개혁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우수한 군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되면서 이런 평가는 무색해졌다. 김 장관은 최근 국방부와 합참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능력이나 자질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근거해 진급 심사에서 누락돼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사진)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부적절한 인사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혀 큰 파장이 예상된다. ‘상명하복’이 어느 조직보다 엄격한 군의 핵심 인사가 장관의 인사 문제점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군 인사는 물론이고 김 장관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전 사령관은 1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4월 인사 때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군 내 불만과 비판 여론이 많다는 보고를 받고 여러 경로로 확인해보니 상당 부분 맞는 얘기였다”며 “(청와대에) 그런 여론과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다음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엔 김 장관이 각 군 총장의 인사 추천권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단행해 야전부대 등 내부에서 불만과 비판이 적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방부 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라며 “관련 규정과 절차를 지켜서 청와대에 보고했고, 필요한 부분은 김 장관에게도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죄를 졌는지도 모르고, 그 죄에 대해 통보받은 바도 없다”고 말해 자신에 대한 인사 조치가 청와대 보고서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피력했다. 그는 또 “기무사령관을 이런 식으로 교체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인격 모독적”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근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서 국군기무사령관의 교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군내 정보를 관장하는 핵심 요직인 기무사령관이 임명 6개월 만에 교체된 것도 이례적인 데다 신임 사령관에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와 육사 동기인 이재수 중장(육사 37기)이 기용됐다는 점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사 배경을 놓고 군 안팎에서 갖은 추측과 소문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령에 의해 그만뒀는데 자꾸 얘기하는 것은 취할 자세가 아닌 것 같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질문이 계속되자 작심한 듯 자신과 참모들에 대한 경질성 인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 조치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업무에 대한 군내 불만과 비판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기무사령관이 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업무의 부적절성을 청와대에 직보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좌천성 경질’을 당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전 사령관은 “올 4월 군 인사를 놓고 야전에서 불만과 비판이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와 여러 경로로 파악해 보니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며 “그래서 이런 인사가 다음부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취지로 청와대에 보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김 장관의 인사 방식에 대해 군 내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적지 않았다. 김 장관이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워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을 지나치게 챙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장관을 보좌했거나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본 사람들이 잇달아 진급하자 군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장 전 사령관은 “장관의 독단 등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며 이번에도 관련 규정과 절차를 지켜 그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과거 사령관들도 그렇게 (청와대 보고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군 장성 인사 발표 전까지 대통령비서실장 등에게 두세 차례 그런 취지의 보고를 했다”며 “(김 장관이) 여러 가지로 잘하는데 인사 관련 불만이 제기되니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청와대가 기능과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가 (기무사령관으로서) 못할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군의 인사 문제를 살피고 견제해야 할 청와대의 군 출신 인사들도 과거 데리고 있었던 사람들을 다수 진급시켰다”며 “이는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이고 이런 일들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부하들에 대한 경질성 인사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사 발표 당일 오후에 국방부 관계자가 ‘내일 새 사람이 오니 이임식을 하려면 오후에 하라’고 했다”며 “소대나 분대도 아니고 기무사 규모의 부대장을 이런 식으로 교체한 전례가 없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계획적인 처사이자 인격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아무 죄 없이 평생을 조직에 헌신한 참모와 부하들까지 원대 복귀와 야전 방출 조치를 당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적 성향 댓글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이 교체 이유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기무사가 일반인 아이디로 댓글 작업을 하는 사이버 요원들을 조사하기란 현 규정상 불가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부와 합참 국정감사에서 기무사령관 출신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육사 27기)은 김 장관(육사 28기)에게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송 의원은 “기무사령관의 전격 교체 배경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번 인사로 장관의 위상은 추락했고 재임 기간 큰 오점을 남겼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송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군 내부에선 장 전 사령관 경질 이유의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군 인사를 둘러싼 곪았던 상처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군 일각에선 ‘김장수(대통령국가안보실장)-김관진’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장성 진급 인사에서 특정인을 민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김 장관은 “장 전 사령관이 대리 근무 체제였고 여러 능력이나 자질 등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근거해 진급 심사에서 누락돼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영일 기자}

■ 호국인물 손원일 제독전쟁기념관은 ‘한국 해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손원일 제독(1909∼1980·사진)을 11월의 호국인물로 31일 선정해 발표했다. 손 제독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창설된 해군의 초대 참모총장을 맡았다. 6·25전쟁에서 유엔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금성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독립운동가 노병대 선생국가보훈처는 노병대 선생(1856∼1913·사진)을 11월의 독립운동가로 31일 선정해 발표했다. 경북 상주군 출신인 선생은 을사늑약 체결에 항거하며 1906년 속리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항일운동에 앞장서다가 1908년 일경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으며 1913년 다시 체포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선생은 옥중에서도 단식으로 항거하다 순국했다.■ 6·25 영웅 고태문 육군대위국가보훈처는 ‘11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고태문 육군대위(1929∼1952·사진)를 31일 선정해 발표했다. 제주 북제주군 출신인 고 대위는 1952년 11월에 제5사단 27연대 9중대장으로 부대원들과 함께 적과 사투를 벌이며 강원 고성지역의 351고지를 방어하다가 전사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소장 백홍열)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산전시회(ADEX) 2013’이 열리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민군기술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31일 개최한다. 1970년 창설된 ADD는 각종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하는 국방부 산하기관이다. ADD는 이 행사에서 민간 분야에 이전할 수 있는 100건의 군사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민수사업화 아이디어 100선’으로 꼽힌 이 기술들은 국방기술을 민간업체에 이전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ADD창조국방사업단(단장 김인우)이 내부공모를 거쳐 선정한 것이다. 100건 중 최우수상을 받은 ‘압전 단결정 응용 초음파 센서’는 어뢰의 음향센서에 사용되는 기술이지만 의료장비에 적용하면 고성능 초음파 진단장비를 제작할 수 있다. 또 적의 방사능이나 화학무기 공격을 막는 화생방 분야의 군용 기술은 민간에서 환경 오염 감시와 농약 해독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ADD는 킨텍스 행사장 내 별도 전시관을 만들어 100건의 군사기술과 민간 활용 방안을 자세히 소개할 계획이다. ADD 관계자는 “군사기술의 상용화를 통한 방산 창조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군사기술의 민간 이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토론회에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각 군 관계자, 방산업계 및 연구기관 관계자 등 다양한 분야의 민군 기술협력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각축장인 세계 무인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KUS-TR’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틸트로터(tilt-roter·프로펠러가 이착륙할 때는 수직으로, 비행할 때 수평으로 전환)’ 방식의 신개념 무인 실용기를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무인기를 개발한 대한항공은 1976년 500MD 헬기 생산을 시작으로 국산 항공기 제작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1980년대 국산 전투기 제작 과정에서 축적한 항공기 설계와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UH-60 헬기의 부품 제작과 최종 조립, 시험비행까지 완벽한 국산화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KUS-TR를 비롯해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무인항공기 개발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2004년부터 무인기 연구 개발에 착수한 대한항공은 2007년에 ‘KUS-7’, 2009년에 ‘KUS-9’이라는 고정 날개형 무인기를 잇달아 개발했다. 이번에 시험비행에 성공한 KUS-TR에 적용된 틸트로터 기술은 초정밀 첨단 제어능력이 요구된다. 미국도 이 기술로 유인기는 개발했지만 무인기는 아직 실용화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시장이 원하는 성능과 장비 등을 갖춘 KUR-TR의 양산모델을 만드는 체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인 ‘KUS-DUAS’도 내년 중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이다. 이 무인기는 육군과 해병대 사단에 실전배치돼 주·야간 감시정찰과 적 표적 획득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좁고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은 야전 현장을 고려해 차량 발사대에서 손쉽게 이륙할 수 있고, 비상시 낙하산을 펼쳐 착륙할 수 있다. 기체의 95% 이상이 복합 소재로 제작돼 가볍고, 첨단 비행조종컴퓨터로 작동해 신뢰성과 임무 성공률을 높였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 전략표적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중고도 무인정찰기 ‘KUS-15’도 개발 중이다. 이 무인기는 10km 상공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200km 떨어진 지상표적의 움직임을 샅샅이 볼 수 있다. 민수용으로 개조하면 광대역 해상감시와 국경 감시, 환경재해 예방 임무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정비 및 개조 분야에서도 독보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1978년부터 한국군 항공기는 물론 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를 비롯해 3500여 대의 항공기를 정비하거나 개조했다. 이를 통해 태평양 전역에서 운용 중인 미군의 전 기종 항공기를 정비 및 수리할 수 있는 동아시아 최대의 군용기 종합정비기지로 성장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수한 정비품질과 정확한 납품 능력을 평가받아 미 공군으로부터 최우수 정비업체로 두 차례나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1995년 해군이 도입한 해상초계기(P-3C)에 신형 레이더와 주야간 식별장치 등 10여 종의 최신장비를 장착하는 성능개량 사업도 2017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북 감청임무를 수행할 신형 정찰기 개발 사업도 추진 중이다. 기존 백두 정찰기의 신형인 이 정찰기는 첨단 감청장비를 탑재해 북한의 레이더 장비 운용 실태와 유·무선 통신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과 일본이 다음 달 11∼1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안보대화(SOD)에서 양국 국방차관 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20여 개국의 국방차관과 유엔 등 국제기구 고위 관계자 등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서 한일 양국은 백승주 국방부 차관과 니시 마사노리(西正典) 일본 방위성 사무차관 간 양자 회담을 열기로 하고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양국 국방차관 회담은 2011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한일 양측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동북아 주요 안보 현안과 양국 간 국방교류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공격받은 우방을 대신해 반격할 권리)에 대해 한국 정부의 주권 침해 우려 등이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동북아 안보 현안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유로파이터를 먼저 도입해 전력 공백을 메운 뒤 F-35(미국 록히드마틴)를 구매해 보완하는 것이 차기전투기(FX) 사업의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봅니다.” 크리스티앙 셰레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카시디안 해외사업본부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말 F-15SE(미국 보잉)가 FX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이 유럽 전투기를 도입하면 한미동맹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杞憂)’”라며 “한국이 (유로파이터) 도입 대수를 줄이더라도 당초 제안한 기술이전 약속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29일 개막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13’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유로파이터의 해외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F-15SE의 기종 결정이 부결되면서 FX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는데…. “FX사업의 전략적 중요성과 의미를 꿰뚫어 본 한국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F-15SE는 가격 외에 성능과 기술이전 등 다른 요건과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가격만 싸다고 FX로 선정할 수 있겠나. 더욱이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FX의 산업 기술적 측면에서도 F-15SE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유로파이터가 FX사업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FX 같은 전략무기는 성능 등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기술적 산업적 정치적 측면까지 두루 고려해야 한다. 유로파이터는 이런 조건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전투기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서울 ADEX 2013을 계기로 이를 확신시켜 드리고 싶다.” ―경쟁 기종과 비교해 유로파이터의 강점은…. “유로파이터는 실전에서 충분히 검증된 현존 최고 성능의 다목적 전투기다. 경쟁 기종보다 앞선 첨단 레이더와 항법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다. 스텔스기인 F-35는 개발이 계속 늦어져 지금 도입을 결정해도 언제 실전 운용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최근 F-35 같은 스텔스기를 FX로 들여와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한국 외 다른 국가들도 신기술이 적용된 스텔스기 도입을 원하고, 실제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F-35는 훌륭한 전투기이지만 당장 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우선 유로파이터를 구입하고, F-35는 개발이 끝나 검증이 되면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FX사업도 한 기종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유럽 전투기를 도입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강력한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익에 크게 기여해왔다. 한국이 유럽 전투기를 선택해도 양국 관계는 저해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유로파이터를 운용 중인 나토 회원국들과 정치 군사적 관계를 확대해 한미동맹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로파이터가 한국 공군의 미제 무기나 장비와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유로파이터는 한국군이 보유한 미제 무기 및 장비와 완벽히 호환된다. 스페인과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도 유로파이터를 운용하면서 미국 무기나 장비와의 상호운용성이나 호환성이 문제된 적이 없다.” ―FX 기종이 유로파이터를 포함한 복수로 결정돼도 기술이전 조건은 변함없나. “원칙적으로 기술이전은 당초 제안대로 진행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는 방위사업청과 협의할 예정이다. 우리는 유로파이터의 유지 보수용 ‘소스코드’를 비롯해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방대한 핵심기술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아울러 FX사업을 고리 삼아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에어버스 등 세계 일류업체와 전방위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서울 ADEX 2013’에 어떤 무기와 장비를 출품했나. “행사장인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유로파이터의 실물 모형을 전시 중이다. 관람객들이 조종석에 직접 앉아보고 조종사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조종석을 옮겨놓은 180도 모의비행장비와 유로파이터에 장착되는 첨단 레이더와 조종사용 스마트헬멧시스템(HMSS)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유로파이터의 뛰어난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적의 핵심 표적을 몇 m 오차로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는 현대전의 핵심 전력이다. 29일 개막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13’에 참가한 LIG넥스원(이하 넥스원)은 정밀유도무기와 전장의 두뇌에 해당하는 지휘통제통신정보(C4ISR)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갖고 있다. 1976년 나이키와 호크 미사일의 창정비를 시작으로 정밀유도무기 개발과 양산 기술을 축적해 육해공 핵심 유도무기를 독자 생산할 수 있는 종합방산업체로 발전했다. 대한민국 영공을 방어할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인 ‘천궁(天弓)’은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넥스원이 참여해 개발됐다. 2015년 실전 배치되는 천궁은 중고도로 침투하는 적기를 요격하는 방공무기로 호크보다 대(對)전자전 능력과 명중률이 크게 향상됐다. 다기능 레이더와 교전통제소, 발사대로 구성된 천궁 1개 포대는 동시에 여러 표적과 교전할 수 있고, 차량 탑재형 수직발사 시스템을 갖춰 발사 후 신속한 이동과 은폐가 가능하다. 천궁의 국내 개발과 양산으로 연간 3조740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해성(海星)은 넥스원의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함대함 유도무기다. 최신 유도탐색 및 터보제트 엔진 기술이 적용돼 최대 사거리가 150km에 이르고 발사된 뒤 물 위를 스치듯 초저고도로 비행해 요격이 힘들다. 2006년부터 한국형 구축함에 실전 배치돼 다국적 해군 연합기동훈련인 ‘림팩(RIMPAC)’ 등 실사격훈련에서 탁월한 명중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하푼과 프랑스의 엑조세 미사일 등 경쟁 기종을 능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5년간 4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공대지유도폭탄(KGGB)은 무게 500파운드(약 225kg)짜리 재래식 폭탄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 날개장치를 장착한 것이다. 전투기에서 발사된 뒤 최대 100km 떨어진 지상 표적을 주야간 구분 없이 몇 m 오차 범위로 전천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산 뒤에 숨겨둔 장사정포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군은 F-15K를 비롯해 KF-16, F-4, F-5, FA-50 등에 탑재해 실전 배치했다. 유사 기종인 미국의 합동정밀직격탄(JDAM)보다 사거리가 3배 이상 길면서 가격은 낮아 1500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지대지(地對地) 유도무기인 ‘현무’를 개발 생산한 넥스원은 앞으로 중장거리 지대지유도무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8월 ‘유도무기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대공과 대지, 대잠, 대함, 대전차 등 모든 분야의 정밀유도무기 개발과 양산을 선도하는 선두 기업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갈 계획이다. 넥스원이 축적한 기술력의 원천은 전체 임직원의 46%에 이르는 1350여 명의 연구인력이다. 국내 방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두뇌’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인력 가운데 57%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다. 넥스원 관계자는 “우수인력이 기술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으로 매년 연구인력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2016년까지 연구인력을 18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 확대와 연구인력 증가에 따른 연구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경기 판교와 용인, 대전 연구소에 이어 대전 죽동지구에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고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3(서울 ADEX 2013)’ 행사가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해 다음 달 3일까지 열린다. 일종의 사전 행사인 에어쇼 및 항공기 전시는 25∼27일 청주국제공항에서 진행됐다. 킨텍스에선 실내외 무기와 군수장비 전시 및 기업 간 거래회의, 학술세미나 등이 개최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명예대회장을,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동 명예부대회장을 맡은 범정부적인 행사다. 1996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다. 2011년 행사에는 31개국 314개 업체가 참가했고 2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올해 행사엔 역대 최대 규모인 360여 개의 각국 항공우주 및 방산업체가 참가해 첨단 항공우주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계획이다. 민·군용기와 지상과 해상의 첨단무기, 우주분야 발사체, 위성 등이 전시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첨단 무인기 5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비행접시형 미확인비행물체(UFO)나 축구공 모양이고 기동성이 좋고 소음이 적은 ‘사이클로콥터’ 등 신개념 무인기들은 향후 재해 현장과 범죄예방, 시설물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ADEX 2013’ 공동운영본부 측은 이번 행사가 ‘군사외교’와 ‘비즈니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비즈니스 데이’ 기간에는 해외 70여 개국에서 국방부 장관, 육해공군 총장, 방산획득청장 등 90여 명의 고위 인사가 참석해 활발한 군사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공동운영본부 관계자는 “한국군 관계자들도 행사 기간에 열리는 세계참모총장회 모임에 참가하고, 외국군 관계자들을 한국군 일선 부대에 안내해 국산 무기와 군사장비의 우수성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산업적 파급효과, 산업 간 융합 등을 이뤄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 구현에 최적화된 산업으로 조선, 자동차, 반도체 산업과 함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을 한국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발전과 항공우주 및 방산제품의 수출 기회 확대를 통한 국가이익 창출을 극대화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효과적 지원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2010년 ‘항공산업 글로벌(Global)7 도약’을 위해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2020년까지 △국내 항공산업 생산 200억 달러 및 수출 100억 달러 달성 △항공기업 300개 육성 △고급 일자리 7만 개 창출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범정부적인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지원과 연구개발(R&D) 예산 확충, 인력 양성, 전시 마케팅 지원 등이 시급하다”며 “항공우주산업은 상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산업이므로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육성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우리 방위산업이 민간의 창의력과 결합해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핵심동력이 돼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의 전력화 기념축사에서 ‘방산(防産)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이같이 역설했다.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3(서울 ADEX 2013)’은 세계 10위권의 방산수출국으로 성장한 한국 방산업계의 현 주소와 성장 가능성을 진단하는 자리이다. 서울 ADEX 2013을 계기로 방산 창조경제를 견인할 주요 업체들의 기술력과 연구 성과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전차는 ‘지상전의 왕자’, ‘기갑전력의 꽃’으로 불린다. 최단 시간 내 전선(戰線)을 돌파해 적진에 깃발을 꽂는 기동전의 핵심전력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개발돼 1000여 대가 실전 배치된 K1A1 전차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성능을 가진 K2 차기전차 등을 개발한 현대로템은 지상장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현대로템은 ‘서울 ADEX 2013’에 차륜형(車輪形) 전투차량과 미래전투차량 등 국내외 방산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지상장비를 선보인다. 이들 차량은 궤도가 아닌 바퀴로 움직이는 전투용 차량이다. 지난해 우리 군은 일선 부대의 신속한 이동과 전투력 전환, 생존성과 타격력 증강 등을 위해 기존 전차나 장갑차와 같은 궤도형 차량보다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차량을 국내기술로 연구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현대로템과 기아자동차 컨소시엄이 경쟁업체를 제치고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현대로템은 킨텍스의 행사장 부스에 차륜형 전투차량의 시제품을 전시하고 그간의 연구성과를 소개한다. 차륜형 전투차량은 기본형인 ‘6×6형(좌우 바퀴 3개씩) 차량’과 보병전투용인 ‘8×8형(좌우 바퀴 4개씩) 차량’ 등 두 종류다. 6×6형 차량은 후방지역의 도심 작전과 지역 수색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군단과 향토사단, 공군비행단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8×8형 차량은 전방의 광범위한 산악지역에서 신속한 전투와 수색정찰을 위해 육군과 해병대에 우선 배치될 계획이다. 차륜형 전투차량은 육상은 시속 100km, 수상은 시속 10km로 달릴 수 있고 뛰어난 방호력 등 전천후 작전능력까지 갖춰 한국군의 차세대 지상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무기체계의 개발은 기본 설계와 부품 제조, 완제품 생산까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과정에 비유된다. 신기술과 신공법으로 한정된 수량만큼 제작하다 보니 부품의 공용화와 표준화가 힘들다. 이는 유지보수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실전에서 장비 운용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로템은 차륜형 전투차량의 표준품과 공용품 사용비율을 90%로 높이고, 단위 부품의 모듈화 방식을 도입했다. 두 차량을 별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을 최소화해 생산성 향상과 부품수 축소, 원가 절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김종현 현대로템 수석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술력과 현대로템의 방산기술을 융합한 새 개발방식으로 도입단가를 낮추는 한편 수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업체가 개발 중인 미래전투차량은 하이브리드 동력방식과 첨단 자기공명 현수장치를 장착해 험준하고 협소한 지형에서 제자리 선회 등 고속기동이 가능하다. 이 차량은 향후 복합센서를 갖춘 미래 지능형 유·무인 차량으로 개발될 예정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부는 25일 중장급 이하 장군에 대한 진급 및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그간 해·공군 장성이 기용됐던 합참차장엔 김현집 육군 중장(현 국방정보본부장·육사 36기)이 임명됐다. 지난달 군 수뇌부 인사에서 창군 이래 최초로 해군 출신인 최윤희 합참의장이 기용됐기 때문이다. 특전사령관에는 전인범 소장(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육사 37기), 수도방위사령관에는 김용현 소장(현 합참작전부장·육사 38기)이 중장 진급과 함께 각각 임명됐다. 또 기무사령관에는 이재수 중장(현 육군인사사령관·육사 37기), 육군인사사령관에는 모종화 중장(현 1군단장·육사 36기)이 각각 발탁됐다. 신원식 중장(현 수도방위사령관·육사 37기)은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종배 소장(현 육군교육사 교육훈련부장·육사 36기)과 조보근 소장(현 합참 북한정보부장·육사 37기)은 중장(임기제)으로 진급해 교육사령관, 국방정보본부장에 각각 보임됐다. 해군에선 엄현성 소장(현 국방운영개혁추진관)과 이기식 소장(현 합참 해외정보부장·이상 해사 35기)이 중장으로 진급해 해군 참모차장과 해군사관학교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육사 41기인 이석구 준장 등 7명이 소장으로 진급해 사단장에 보임됐다. 이번 군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와 육사 동기인 37기들이 주요 직위에 두루 기용된 점이다. 박 씨와 중앙고 동기이기도 한 이재수 중장은 박 씨와 절친한 군내 대표적인 인물로 주목을 받아왔다. 현 정부 출범 두 달 만인 올 4월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육군인사사령관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군내 정보를 관장하는 기무사령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기무사령관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다. 올 4월에 임명된 장경욱 현 기무사령관은 이번 진급 대상에서 제외돼 올해 말 전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식 중장은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진급한 뒤 수방사령관을 거쳐 합참 요직인 작전본부장에 기용됐다. 300여 명이 임관한 육사 37기 가운데 중장급은 이번 인사로 모두 8명으로 늘었다. 군 안팎에선 ‘육사 37기 전성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기용된 육사 37기 출신들이 현 정부에서 대장급 수뇌부 등 군 핵심 요직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현직 대통령의 남동생과 육사 동기라는 덕을 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기수를 고려할 때 육사 37기가 주요 보직에 진출할 시기”라며 “투철한 안보관과 능력, 리더십을 갖춘 인물들이 발탁됐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명확히 얘기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가입하지 않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국의 미국 MD체계 편입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은 미국 MD체계에 참여할 여건이 안 되고, 수조 원에 이르는 관련 예산도 부담할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미국 MD체계 참여를 연계한 ‘빅딜설’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독자적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MD의 핵심은 구형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이 뛰어난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교체하고, 장거리(L-SAM)·중거리(M-SAM) 지대공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Kill Chain)과 함께 KAMD를 구축하면 북한의 ‘핵도발’에 능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군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벌써부터 KAMD의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PAC-3 미사일의 최대 요격고도는 30km 안팎이다. 음속보다 6, 7배 이상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 10여 초면 지상에 닿을 수 있는 고도다. 북한 미사일을 탐지, 식별해 PAC-3 미사일을 발사하기까지 요격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우리 군에 주어진 대응시간은 단 몇 초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으로 낙하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직 한 번뿐이라는 얘기다. PAC-3 미사일이 북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요격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에 실린 핵탄두가 폭발할 경우 열폭풍과 방사능 낙진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군은 PAC-3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한다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대안 중 하나로 고고도 요격체계(THAAD) 도입 검토설이 보도되자 김 장관은 “검토한 바도 없고, 고려한 바도 없다”고 서둘러 진화했다. THAAD의 도입은 미국 MD 편입 수순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했다. 2020년대 초까지 장·중거리 요격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군의 장담도 낙관하기 힘들다. 첨단기술과 초정밀도가 요구되는 고성능 유도무기는 기술적 난제와 예산 부족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개발이 늦어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몇 년 안에 핵탄두 소형경량화에 성공한다면 ‘뻥 뚫린 방공망’을 가진 한국은 북한의 ‘핵볼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걸까. 북한의 핵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한 정부와 군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이 6자회담을 방패삼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다걸기(올인)’하는 동안 정부와 군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이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인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실전배치하자 그제야 대북 요격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MD 편입과 과다한 전력투자를 문제 삼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치자 정부와 군은 능력이 떨어지는 중고 요격미사일(PAC-2)을 도입했다. 북한의 핵위협은 날로 가중되는데 한국은 부실한 방공망을 자초하는 ‘역주행’을 벌인 셈이다. 그 결과는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현 공정거래위원장)은 “향후 10년 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실질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지 않으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렇다”고 시인해 파장이 일었다. 미국 MD 편입 논란이나 예산 타령을 반복하며 허술한 방공망을 방치하는 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와 군의 직무유기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수단과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다. 더는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