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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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라 트라비아타, 돈 조반니… 8색 오페라 한상차림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4일부터 6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대전 서구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축제 주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개막작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5월 19∼21일)를 시작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5월 26∼28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6월 2∼4일)와 축제 초청작인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가 공연된다. 올해 페스티벌은 처음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벗어나 5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전 행사 격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6월 9∼11일 대전오페라단이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 ‘팔리아치’를 공연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신선섭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오페라 작품의 폭넓은 유통과 확산을 통해 앞으로 페스티벌이 전국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 동안 중단됐던 페스티벌 출연자 공동 오디션도 지난해 11월 열렸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소프라노 손가슬(‘로베르토 데브뢰’ 엘리자베타 역) 등 16명이 무대에 오른다.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하는 ‘로베르토 데브뢰’는 국내에서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은 도니체티의 ‘여왕 3부작’을 완결하는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이 오페라단은 여왕 3부작 중 ‘안나 볼레나’를 2015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2019년에 국내 초연했다.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드라마틱한 힘을 요구하는 배역이 많아 묻혀 있다가 20세기 중반에야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부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리는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시작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네 번이나 공연한 작품이다. 21세기 가상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갑을관계와 도시 재개발 등 세태를 반영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두 편 공연된다. 공연기획사 아트로가 현석주 작곡 창작오페라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5월 26∼28일)를, 오페라팩토리가 시모어 베래브 곡 ‘빨간 모자와 늑대’(6월 2∼4일)를 무대에 올린다. 5월 13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분수 잔디광장에서는 팝업 공연 ‘밖으로 나온 오페라’가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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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 네해째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8개 작품 상차림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4일부터 6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축제 주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개막작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5월 19~21일)를 시작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5월 26~28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6월 2~4일)와 축제 초청작인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가 공연된다. 올해 페스티벌은 처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벗어나 5월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전행사격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소프라노 김순영 등 아트플랫폼 모브 소속 성악가들을 중심으로 열린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6월 9~11일 대전오페라단이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 ‘팔리아치’를 공연한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작간담회에서 신선섭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오페라 작품의 폭넓은 유통과 확산을 통해 앞으로 페스티벌이 전국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동안 중단되었던 페스티벌 출연자 공동 오디션도 지난해 11월에 열렸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소프라노 손가슬(‘로베르토 데브뢰’ 엘리자베타 역) 등 16명이 무대에 오른다.글로리아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라 트라비아타’는 정부 수립 이전인 1948년 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 작품이다.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예술감독은 “국내 첫 오페라가 민간 단체의 오페라였고 당시 앙코르 공연 5회를 추가하는 대성황이었다. 그 75주년을 기념하며 1막 ‘축배의 노래’로 이 페스티벌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하는 ‘로베르토 데브뢰’는 국내에서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은 도니체티의 ‘여왕 3부작’을 완결하는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이 오페라단은 여왕 3부작 중 ‘안나 볼레나’를 2015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 초연했다.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드라마틱한 힘을 요구하는 배역이 많아 묻혀 있다가 20세기 중반에야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부활된 작품이다. 3부작의 마침표를 찍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리는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시작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네 번이나 공연한 작품이다. 21세기 가상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갑을관계와 도시 재개발 등 세태를 반영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두 편 공연된다. 공연기획사 아트로가 현석주 작곡 창작오페라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5월 26~28일)를, 오페라팩토리가 세이무어 바랍 곡 ‘빨간 모자와 늑대(6월 2~4일)’를 무대에 올린다. 5월 13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분수 잔디광장에서는 팝업(pop-up)공연 ‘밖으로 나온 오페라’가 열린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2만5000~20만 원(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2만~15만 원), 롯데콘서트홀 갈라콘서트 2만5000~12만 원, 대전예술의전당 공연 3만~10만 원,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어린이 오페라 3만~5만 원. 02-580-1300.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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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교향곡 ‘합창’, 우리말 가사로 듣는다

    “자유, 삶의 참 빛이여! 하늘 고운 님이여!/우리 가슴 불에 취해 그 빛 따르나이다/부드러운 그대 품에 억센 사슬 깨어져/모든 사람 형제 되는 큰 뜻 이루어지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초연됐다. 초연 후 199주년을 맞는 5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우리말 가사로 공연된다.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를 지낸 구자범이 지휘를 맡고 전국 교향악단 수석급 단원들이 주축이 된 참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참콰이어가 출연한다.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공병우가 솔로를 맡는다. 구자범은 2년 전 한 방송에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어 지휘자가 되었지만 경외심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이 곡을 지휘한 적이 없다”며 “우리말로 불러서 그 정신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독일 문호 실러가 쓴 가사를 직접 번역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번역 내용과 곡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번역한 가사는 기존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꾼 점에 눈길이 간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인 1989년 11월 베를린에서 세계 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 이 곡을 지휘하면서 ‘환희(Freude)’ 대신 ‘자유(Freiheit)’라는 가사를 쓴 바 있다. 실러가 원래 ‘자유의 송가’를 썼지만 군주정 아래서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환희’로 단어를 고쳤다는 추측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자범은 “베토벤이 처음 읽은 실러 초판본 시 1연은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도다’ 대신 ‘거지가 왕의 형제 되리라’로 쓰여 있었다. 평등과 형제애를 포함하는 총체적 혁명정신으로서의 자유를 노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곡을 붙이지 않은 8연에 ‘왕좌 앞에서 인간의 자존심/형제여, 이것은 선(善)과 피에 관한 것이다’라고 노래한 것을 보아도 이 시는 자유를 노래한 시가 맞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 공연과 별개로 최근 대구시 종교화합심의위원회가 가사 중에 ‘신’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에 베토벤 교향곡 9번 공연 금지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 직전인 4월 7일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구자범은 이 곡에 기독교의 신 외에 북구 게르만 신화 개념인 ‘신들의 빛’, 그리스 신화의 낙원인 ‘엘리시움’ 등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가사에 나오는 ‘다들 엎드렸느냐? 느껴지느냐? 창조주의 뜻이?’라는 말은 ‘창조의 뜻이 설마 너희를 계급으로 나누고 노예로 만드는 것이겠느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참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정하나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과 이윤의 경기필 제2악장, 변정인 인천시향 비올라 수석, 이재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더블베이스 수석, 이현옥 충남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이진아 대전시향 클라리넷 수석, 이민호 수원시향 바순 수석 등이 참여한다. 3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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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삶의 참빛이여”…우리말로 부르는 합창교향곡 화제

    “자유, 삶의 참 빛이여! 하늘 고운 님이여!/우리 가슴 불에 취해 그 빛 따르나이다/부드러운 그대 품에 억센 사슬 깨어져/모든 사람 형제 되는 큰 뜻 이루어지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초연 후 199년 되는 5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말 가사로 공연된다.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를 지낸 지휘자 구자범이 지휘를 맡고 전국 교향악단 수석급 단원들이 주축이 된 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참콰이어가 출연한다.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공병우 등 특급 성악진이 솔로를 맡는다.구자범은 2년 전 방송에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어 지휘자가 되었지만 경외심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이 곡을 지휘한 적이 없다”며 “우리말로 불러서 그 정신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독일 문호 실러가 쓴 가사를 직접 번역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번역 내용과 곡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베토벤 이전과 이후에도 실러의 이 시에 곡을 붙인 작곡가는 많았지만, 베토벤은 ‘오라토리오’처럼 시나리오를 구성해서 극음악화 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번역한 가사는 기존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꾼 점에 눈길이 간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인 1989년 11월 베를린에서 세계 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 이 곡을 지휘하면서 ‘환희(Freude)’대신 ‘자유(Freiheit)’라는 가사를 쓴 바 있다. 실러가 원래 ‘자유의 송가’를 썼지만 군주정 아래서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환희’로 단어를 고쳤다는 추측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자범은 “베토벤이 처음 읽은 실러 초판본 시 1연은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도다’ 대신 ‘거지가 왕의 형제 되리라’로 쓰여 있었다. 평등과 형제애를 포함하는 총체적 혁명정신으로서의 자유를 노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곡을 붙이지 않은 8연에 ‘왕좌 앞에서 인간의 자존심/형제여, 이것은 선(善)과 피에 관한 것이다’라고 노래한 것을 보아도 이 시는 자유를 노래한 시가 맞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 공연과 별개로 최근 대구시 종교화합심의위원회가 이 교향곡 가사 중에 ‘신’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이 곡의 연주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 직전인 4월 7일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구자범은 이 곡에 기독교의 신 외에 북구 게르만 신화 개념인 ‘신들의 빛’, 그리스 신화의 낙원인 ‘엘리지움’ 등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가사에 나오는 ‘다들 엎드렸느냐? 느껴지느냐? 창조주의 뜻이?’라는 말은 ‘창조의 뜻이 설마 너희를 계급으로 나누고 노예로 만드는 것이겠느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참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정하나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과 이윤의 경기필 제2악장, 변정인 인천시향 비올라 수석, 이재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더블베이스 수석, 이현옥 충남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이진아 대전시향 클라리넷 수석, 이민호 수원시향 바순 수석, 윤승호 국립심포니 호른 수석, 이나현 경기필 트럼펫 수석, 김솔 인천시향 트럼본 수석 등이 참여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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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보드 차트 신기록 경신… K팝 넘어 글로벌 스타 자리매김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선두로 K팝 가수들이 미국 음악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3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수출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을 많이 구입한 국가는 일본(8574만9000달러), 중국(5132만6000달러), 미국(3887만7000달러) 순이었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미국 시장이다. 2016년 K팝 음반의 미국 수출액은 81만 달러였다. 6년 새 수출 규모가 48배로 늘며 급성장한 것이다. K클래식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안방, 도시 점령한 BTS BTS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한국 음악의 대미 수출액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BTS는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아시아 가수 최초로 출연해 ‘DNA’로 축하 무대를 꾸미며 미국 안방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K클래식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BTS가 간 길은 ‘한국 가수 최초 기록’의 행진이었다. 2020년 8월 ‘Dynamite’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이어 ‘Butter’, ‘Savage Love’, ‘Life Goes On’, ‘Permission to Dance’, ‘My Universe’까지 총 6곡을 ‘핫100’ 1위에 올렸다. 지민은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 타이틀 곡 ‘Like Crazy’로 이달 4일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핫100’ 1위에 올랐다. BTS는 종합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도 2018년 5월 ‘Love Yourself: 轉 ‘Tear’’로 정상을 처음 밟은 후 ‘Love Yourself: 結 ‘Answer’’, ‘Map of the Soul: Persona’, ‘Map of the Soul: 7’, ‘BE’를 모두 1위에 올렸다. 지난해 6월에는 ‘Proof’로 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도 2017년부터 ‘톱 소셜 아티스트’에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수상했다. 202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4월 BT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를 BTS를 상징하는 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BTS는 지난해 5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인 혐오범죄 근절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화제가 됐다. 블랙핑크도 맹활약 중이다. 지난해 북미 7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었던 블랙핑크는 현재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이달 열리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주요 출연자로 무대에 선다. ● 임윤찬 조성진 필두로 인기 끄는 K클래식 미국에서 K클래식의 열기는 임윤찬 조성진을 비롯한 피아노 연주자들의 활약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인 김은선으로 대표된다. 임윤찬이 지난해 6월 우승한 미국 포츠워스의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1985년 구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미국 음악계의 자존심을 떨쳤던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대회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와 텍사스, 콜로라도 등에서 첫 미국 순회공연을 펼친 임윤찬은 올해 5월 10∼12일 뉴욕 링컨센터의 데이비드 게펜 홀에서 제임스 개피건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임윤찬은 내년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리사이틀도 연다. 카네기홀은 임윤찬의 공연을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거장 이매뉴얼 액스,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 우즈베키스탄의 베조트 압두라이모프, 한국의 조성진 등 피아니스트 4명의 공연과 함께 2023∼2024시즌 ‘건반의 거장’ 시리즈 공연으로 분류했다. 2015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월드스타로 떠오른 조성진은 카네기홀에서 지난달 12일 공연해 절찬을 받았다. 카네기홀에서만 세 번째 무대다. 201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 두 번째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지휘자 김은선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해 미국 내 주요 오페라극장과 오케스트라 지휘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오페라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지휘하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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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바이올린과 미디어아트의 만남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이 연주가들에게 공연을 기획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인하우스 아티스트’ 프로그램이 미디어아트를 만난다. 2023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은 22일 이진상의 무대를 시작으로 세 차례 미디어아트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경계 없는 예술 작업을 이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차진엽과 미디어 아티스트 황선정이 함께한다. 22일 이진상의 무대에서는 전반부에 리스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를 솔로 연주한 뒤 후반부에는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을 피아노와 타악기 합주로 편곡 연주한다. 퍼커셔니스트 김은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김은혜와 친구들’이 함께한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18일 열린 인하우스 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이진상은 “관객에게도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미디어아트를 결합하려면 극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므로 인간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곡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작품의 메시지인 만큼 전통의 형식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연주가는 재현예술가이므로 악보를 따라가며 해석하죠. 리허설을 해보니 미디어아트는 내용을 창의적으로 바로 표현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이진상) 시리즈 두 번째는 6월 22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과 차진엽의 협업 무대다. 공연 전반부에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를, 후반부에는 현대음악가 막스 리히터가 재해석한 ‘사계’를 선보인다. 윤소영은 “리히터의 곡은 백지장 같은 매력이 있는 곡이다. 미디어아트와 함께하면 관객들이 매우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선보이는 22일 공연의 형식에 대해 차진엽은 “환상 교향곡을 예로 들면 무용수 한 사람이 여주인공 스미드슨을 나타낸다.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아득한 상상을 표현한다. 공연장 곳곳을 활용하며 영상 프로젝션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새로운 공간이어서 제약이 있지만 제약이 오히려 창의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리허설을 하면서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악보를 보며 설명하는데, 음표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이진상은 2009년 스위스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슈만상, 모차르트상, 청중상 등 특별상까지 모두 휩쓸며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소영은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콰르텟 멤버와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다. 시리즈 마지막인 3회째는 11월 29일 이진상과 윤소영이 함께 무대를 마련한다. 3만∼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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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은 외출했을 뿐이라고”

    요한 미하엘 프리드리히 뤼케르트는 독일 에를랑겐대학교의 동양어학 교수였다. 그가 45세 때였던 1833년 불운이 찾아왔다. 그해와 다음 해에 걸쳐 두 자녀를 잇달아 성홍열로 잃은 것이다. 그는 두 아이에 대한 애끊는 마음을 428편이나 되는 시에 담았다. 일부를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네 엄마가 문으로 들어올 때 내가 고개를 돌려 보면, 엄마의 시선은 먼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네 사랑스러운 얼굴이 있던 그곳으로 향하는구나.” “자주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은 외출했을 뿐이라고, 곧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날씨가 좋지 않은가. 아아, 당황하지 말자꾸나. 아이들은 멀리 산책을 갔을 뿐이지.” 뤼케르트는 깊은 아픔이 담긴 이 시들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원고 뭉치로 내버려두었다. 가끔 꺼내 혼자만 읽었을 것이다. 이 시들은 그가 죽고 5년 뒤인 1871년에야 책으로 묶여 출판됐다. 30년이 지나 1901년, 이 시집이 41세의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마음을 울렸다. 어린 가족의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은 그에게 낯선 일이 아니었다. 보건위생 수칙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19세기, 그의 형제 중 여덟 명이 어린 시절 목숨을 잃었다. 유럽 음악계 최고의 지위인 빈 궁정오페라 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말러는 시집에서 세 편을 골라 곡을 붙였다. 이듬해 빈 최고의 재원으로 꼽히던 알마와 결혼하면서 이 노래들은 잠시 잊혔다. 말러가 이 시집에서 두 편을 더 골라 곡을 쓴 일이 아내 알마를 화나게 한 것은 당연했다. 1904년, 두 번째 딸을 낳고 불과 2주 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마는 ‘남편이 나쁜 운명을 유혹해 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3년 뒤인 1907년, 그의 첫딸인 마리아 안나는 뤼케르트의 자녀들과 같은 성홍열로 세상을 떠났다. 다섯 곡으로 짜인 말러의 가곡집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Kindertotenlieder)’가 빈에서 초연되고 2년 뒤였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한국 초연은 1974년 4월 16일 완공되고 갓 1년이 안 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이뤄졌다. 홍연택 지휘 국립교향악단의 124회 정기연주회였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메조소프라노 이정희가 솔로를 맡았다. 이날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도 함께 초연됐다. 말러가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보다 10년 앞서 1895년 발표한 ‘부활 교향곡’에는 오케스트라 외에 합창단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솔로가 등장한다. 한국 초연의 솔로는 이정희와 소프라노 김복희가 맡았다. 말러가 직접 쓴 5악장 피날레 부문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내가 얻어낸 날개를 달고 나 날아오르리라,/ 나는 죽노라, 살기 위하여!/ 부활하리라, 부활하리라/ 내 심장이여, 한순간에!/ 네가 울린 고동이/신에게 너를 데려가리라!” 기자는 신비주의적인 일화들을 중요시하지 않는 편이다. 예사롭지 않은 우연이 겹치면 ‘워낙 드문 일이니 놀랍게 느껴질 수밖에’라며 넘기곤 한다. 그러나 ‘부활 교향곡’과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가 한국에서 초연되고 딱 40년 되는 날, 바로 그날 우리 사회가 250명이나 되는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을 비롯해 304명의 귀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등골에 차가운 기운이 타고 흘렀다. 내년 4월 16일은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부활 교향곡’이 한국에서 초연되고 50년이 되는 날이다. 동시에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고 1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16일 두 곡을 들었다. 내년 4월 16일에도 종일 두 곡을 들을 것이다. 그것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떠난 희생자들을 기리는, 나의 보잘것없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런 날씨, 이런 폭풍 속이라면/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아이들이 병들 것을 걱정했었지만/이제 그런 불안은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있는 집에서처럼 쉬고 있을 것이다./어떤 폭풍우도 그들을 위협하지 못하고,/하나님의 손길이 그들을 보호하시리라.”(‘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5곡 ‘이런 날씨라면’)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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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세기만의 쇼팽 콩쿠르 여성 우승자… 내달 ‘올 쇼팽’ 들고 한국 관객 만난다

    2010년 ‘45년 만의 쇼팽 콩쿠르 여성 우승자’로 음악계를 들썩이게 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38)가 서울에서 8년 만에 솔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쇼팽 콩쿠르 당시 결선 무대에서 조명이 꺼지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오스트리아의 잉골프 분더를 공동 2위로,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를 3위로 각각 밀어내며 놀라움을 안긴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올(all) 쇼팽 프로그램’으로 장식한다. 5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개인적으로도 13년 만에 쇼팽의 곡으로만 관객을 만나는 것”이라며 “쇼팽의 초기 작품부터 완숙기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3월 쇼팽의 생일을 맞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기념 콘서트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간 ‘쇼팽 스페셜리스트’로만 인식되진 않았습니다만…. “쇼팽으로 돌아오기까지 성장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시대의 음악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른 시대의 음악, 예를 들어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다가 쇼팽 연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최근 연주한 일본 작곡가 다케미쓰 도루의 곡도 제가 쇼팽의 음악적 컬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1965년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거의 반세기 만의 쇼팽 콩쿠르 여성 우승자라는 수식어가 늘 뒤따릅니다. “아르헤리치는 제가 우승할 당시 심사위원이셨습니다. 이후에도 함께 얘기를 나누며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었죠. 다른 위대한 여성 피아니스트이자 1949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벨라 다비도비치도 심사위원이셨습니다. 뉴욕과 도쿄에서 제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그분이 객석에 앉아계신다는 점만으로도 영광스러웠습니다.” ―프란스 브뤼헌 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와 함께 쇼팽 시대의 악기로 쇼팽 피아노협주곡 1, 2번을 녹음한 일이 있습니다. 옛 악기를 연주하는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요. “타임머신에 탄 것 같았습니다. 쇼팽의 시대로 저를 데려다주었죠. 쇼팽 시대의 악기는 소리의 지속 시간이 짧지만 쇼팽 음악의 페달 사용법, 강약, 분절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브뤼헌은 타계하셨지만 내년에도 18세기 오케스트라와 쇼팽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했습니다. 한국 관객이나 한국 음악가들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지난해 내한은 제게 코로나19 이후 대륙을 이동하며 갖게 된 첫 해외 공연이었고 잉키넨 감독의 취임 후 KBS교향악단의 첫 정기연주회였기 때문에 더 영광스러웠습니다. 제가 우승한 다음 회 쇼팽 콩쿠르(2015년) 우승자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자주 만났습니다.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연주자들입니다.”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에서 아르헤리치와 함께 우크라이나 구호 기금을 위한 연주를 한 바 있습니다. “음악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가깝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에 음악이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평화적인 공존을 위한 첫 발걸음입니다.” 리사이틀 전반부는 폴로네이즈 판타지 A플랫장조로 시작해 다양한 시기와 장르의 쇼팽 곡을 들려준다. 후반부에는 마주르카 작품 41의 네 곡과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4만∼10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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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의 오감 너머 그들만의 ‘감각의 제국’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고서야/어찌 알겠는가/광대무변한 세계의 즐거움이/당신의 오감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윌리엄 블레이크, ‘천국과 지옥의 결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본 것이 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은 1초에 20번보다 더 적게, 2만 번보다 더 많이 진동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파장이 1억분의 38m보다 짧거나 1억분의 75m보다 긴 빛은 보지 못한다. 다른 동물들이 느끼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소개하는 동물계 ‘감각의 제국’은 화려하며 장엄하기까지 하다. 채찍거미는 앞다리에 있는 긴 냄새 센서로 길을 찾는다. 이들의 뇌에는 후각으로 느낀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여러 뱀은 열을 감지하는 구멍이 있어 냉온(冷溫) 패턴을 시각 정보에 합성해 인식한다. 해달은 종일 물에 게으르게 떠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뇌를 살펴보면 발에서 신호를 받는 부분이 엄청나게 크다. 그 민감한 감각으로 물고기를 낚아채고 성게를 잡고 조개를 캔다. 해달에게 세계는 발이 느끼는 모양과 질감으로 넘쳐난다. 별코두더지는 열한 쌍의 더듬이가 돋아난 별 모양의 코를 갖고 있다. 1초에 열두 번씩 땅굴 벽을 두드리며 자신의 주변 세상, 특히 먹잇감을 파악한다. 땅속에 사는 이들에게는 더듬이가 시각 대신이다. 검은칼고기는 1400만 개나 되는 전기 수용체로, 오리너구리는 전기장으로 세계를 파악한다. 박쥐가 초음파로 주변을 ‘보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먼저 초음파를 발생시켜 돌아오는 파형을 인식한다. 100만분의 1초의 시간 차를 감지해 1mm의 거리 차이도 구분한다. 여기 대항하는 전략도 나왔다. 불나방은 옆구리에서 초음파를 내 박쥐가 혼선을 일으켜 놓치게 만든다. 시각은 인간이 비교적 잘 특화해온 감각이다. 같은 시야각 내에 구분할 수 있는 화소 수에서 인간은 맹금류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나다. 너구리나 고래는 세상을 단색으로 파악하고 개도 두 가지 색각세포만 갖고 있다. 영장류가 가진 세 가지 색각은 나무 위에서 살 때 싱싱하고 영양 많은 식물을 구별하는 데 큰 이점이 됐다. 하지만 인간도 시각의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는 않다. 인간과 가까운 돼지도 보는 자외선을 우리는 못 본다. 벌이나 어떤 새들은 네 가지 색각세포가 있어 훨씬 많은 색을 구분한다. 소는 시각세포가 집중된 첨예부(尖銳部)가 가로로 배열되어 한 번에 지평선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인간처럼 주변을 둘러보는 일은 여러 동물들에게 특이한 행동으로 비칠 것이다. 이 책은 ‘우월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종(種)마다 자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감각을 잘 진화시켜 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오만에 빠진다. 반려견을 산보시키면서 개가 길가 구석의 냄새를 맡는 데 몰두하면 “더러워, 빨리 가자”며 끌어낸다. 그러나 개에게 산보는 후각으로 가득 찬 감각의 향연이다. 저자는 ‘하나의 종이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하나를 잃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문어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문어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험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 선물은 자연이 준 것으로, 소중히 간직해야 할 축복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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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음파로 주변 보는 박쥐, 그걸 방해하는 불나방…동물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광대무변한 세계의 즐거움이/ 당신의 오감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윌리엄 블레이크, ‘천국과 지옥의 결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본 것이 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은 1초에 20번보다 더 적게, 2만 번보다 더 많이 진동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파장이 1억분의 38m보다 짧거나 1억분의 75m보다 긴 빛은 보지 못한다. 다른 동물들이 느끼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신간 ‘이토록 굉장한 세계’의 저자가 소개하는 동물계 ‘감각의 제국’은 화려하며 장엄하기까지 하다. 채찍거미는 앞다리에 있는 긴 냄새 센서로 길을 찾는다. 이들의 뇌에는 후각으로 느낀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여러 뱀은 열을 감지하는 구멍이 있어 냉온(冷溫) 패턴을 시각 정보에 합성해 인식한다. 해달은 종일 물에 게으르게 떠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뇌를 살펴보면 발에서 신호를 받는 부분이 엄청나게 크다. 그 민감한 감각으로 물고기를 낚아채고 성게를 잡고 조개를 캔다. 해달에게 세계는 발이 느끼는 모양과 질감으로 넘쳐난다. 별코두더지는 열한 쌍의 더듬이가 돋아난 별 모양의 코를 갖고 있다. 1초에 열두 번씩 땅굴 벽을 두드리며 자신의 주변 세상, 특히 먹잇감을 파악한다. 땅속에 사는 이들에게는 더듬이가 시각 대신이다. 검은칼고기는 1400만 개나 되는 전기 수용체로, 오리너구리는 전기장으로 세계를 파악한다. 박쥐가 초음파로 주변을 ‘보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먼저 초음파를 발생시켜 돌아오는 파형을 인식한다. 100만분의 1초의 시간차를 감지해 1㎜의 거리 차이도 구분한다. 여기 대항하는 전략도 나왔다. 불나방은 옆구리에서 초음파를 내 박쥐가 혼선을 일으켜 놓치게 만든다. 시각은 인간이 비교적 잘 특화해온 감각이다. 같은 시야각 내에 구분할 수 있는 화소 숫자에서 인간은 맹금류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나다. 너구리나 고래는 세상을 단색으로 파악하고 개도 두 가지 색각세포만 갖고 있다. 영장류가 가진 세 가지 색각은 나무 위에서 살 때 싱싱하고 영양 많은 식물을 구분하는데 큰 이점이 됐다. 하지만 인간도 시각의 모든 면에 뛰어나지는 않다. 인간과 가까운 돼지도 보는 자외선을 우리는 못 본다. 벌이나 어떤 새들은 네 가지 색각세포가 있어 훨씬 많은 색을 구분한다. 소는 시각세포가 집중된 첨예부(尖銳部)가 가로로 배열되어 한 번에 지평선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인간처럼 주변을 둘러보는 일은 여러 동물들에게 특이한 행동으로 비쳐질 것이다. 이 책은 ‘우월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종(種)마다 자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감각을 잘 진화시켜 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오만에 빠진다. 반려견을 산보시키면서 개가 길가 구석의 냄새를 맡는데 몰두하면 “더러워, 빨리 가자”며 끌어낸다. 그러나 개에게 산보는 후각으로 가득 찬 감각의 향연이다. 저자는 ‘하나의 종이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하나를 잃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문어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문어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험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 선물은 자연이 준 것으로, 소중히 간직해야 할 축복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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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 주제는 ‘다다익선’

    매년 봄, 서울을 파릇한 실내악의 선율로 물들여 온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26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린다. 18회째를 맞은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다다익선(多多益善): The More, The Merrier!(많을수록 즐겁다!)’이다.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연주되어온 실내악 편성은 2중주나 3중주, 4중주다. 이번 축제에선 이보다 큰 5중주 이상 8중주까지, 여러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실내악을 대거 소개한다. 한결 두터운 질감의 화음과 다양한 음색의 향연을 기대할 만하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10일 “다양한 음악가를 한 무대에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올해 연주할 작품들은 청중에게는 물론 공연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많다. 그러나 곡의 가치는 보물과도 같은 작품들이다”라고 말했다. 총 13회 공연 중 26일 개막 공연과 27일 공연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도 두 차례 음악회가 열리며 나머지 공연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체임버홀에서 진행된다. 개막 공연은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대(大)6중주곡으로 시작해 풀랑 등 네 작곡가의 6중주곡을 소개한다. 29일 공연은 ‘베토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베토벤의 스승인 하이든, 제자이자 친구이자 비서였던 페르디난트 리스, 서로의 존재를 잘 알고 존중했던 모차르트, 베토벤과 함께 살리에리의 가르침을 받았던 요한 네포무크 훔멜까지, 네 작곡가의 곡으로 꾸민다. 제목처럼 베토벤의 SNS 계정에 인사말이나 게시물이 올라올 것 같은 인물들이다. 5월 3일 콘서트는 우연히 E플랫장조라는 조성을 가진 곡인 브루흐, 생상스, 베토벤의 7중주 세 곡을 모았다. 서울스프링 실내악축제의 상징 공연이 된 윤보선 고택 음악회는 두 차례 열린다. 5월 1일 고택 음악회는 이번 축제의 주제와 달리 2중주와 3중주로 꾸몄다. 플루티스트 최나경, 기타리스트 박규희, 피아니스트 문지영 등이 출연한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고택 음악회는 비제 ‘아이들의 놀이’를 비롯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공연 후반부에는 마임 배우가 출연해 음악과 함께 마임을 보여준다. 6일 저녁 열리는 가족음악회에서도 5∼7중주 연주에 이어 마임 공연이 펼쳐진다. 5월 7일 폐막 공연은 ‘다다익선’의 절정으로 라프, 호프만, 멘델스존의 8중주곡을 연주하며 총 24명의 연주자가 출연한다. 개막·폐막 공연 2만∼7만 원, 고택 음악회 20만 원, 기타 공연 2만∼6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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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년 활동 마감 ‘에머슨 콰르텟’…“음악과 함께하는 삶은 계속”

    ‘그래미상 9회, 그래머폰상 3회 수상, 미국 최고 음악가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상을 실내악단 최초로 수상.’ 미 대륙 최고의 현악4중주단이자 세계 최고 권위의 현악4중주단 중 하나로 꼽혀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작별을 고한다. 1976년 미국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학생 네 명이 결성한 이 4중주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를 돌며 고별 투어를 열고 있다. 서울에서는 5월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벨 ‘샤콘’, 모차르트 4중주 15번, 하이든 4중주 29번, 베토벤 4중주 8번을 연주한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드러커, 필립 세처, 비올리스트 로런스 더턴, 첼리스트 폴 왓킨스로 구성됐다. 올해 모든 연주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한 이 4중주단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47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 우리의 녹음 활동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도이체 그라모폰(DG)이 발매한 우리의 연주 전집 박스는 CD 55장으로 구성됐고 그 외 6장 정도를 다른 레이블로 녹음했죠. 공연으로는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룬 연극 ‘쇼스타코비치와 검은 수사(修士)’가 떠오릅니다. 2018년 서울에서도 성공적으로 공연했죠. 우리의 공연과 음반이 청중의 감정에 끼친 영향을 들을 때마다 자랑스럽습니다. ―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드러커, 필립 세처는 4중주단 결성 후 멤버 교체 없이 죽 함께 활동했죠. 리더 격인 제1바이올린 자리를 번갈아 맡아온 점도 드문 일입니다. “우리의 레퍼토리마다 제1바이올린을 정하면 해당 곡을 연주할 때마다 그렇게 유지합니다. 서울 공연에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4중주를 드러커가, 베토벤은 세처가 제1바이올린을 맡습니다.” ―19세기 미국 사상가이자 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이름을 땄습니다. 그의 어떤 개념에 매혹됐습니까. “우리가 이 4중주단을 결성한 1976년은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는 해였기에 우리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를 택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에머슨의 철학에 대해 전문가들처럼 잘 알지는 못했죠.” ―2010년 당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했고 2017년에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한국이 클래식 음악에 높은 가치를 두고 젊은이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유럽이나 북미에 진출한 한국 음악가들을 보면서 한국의 음악 교육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비교적 친숙한 곡들입니다.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이든의 4중주 29번은 갑작스러운 침묵과 강세, 예상할 수 없이 긴 악구 등 청중에게 흥미와 놀라움을 주는 부분이 많은 곡입니다. 모차르트의 4중주 15번은 2악장 외에는 주로 어두운 분위기로 되어 있죠. 베토벤의 4중주 8번은 중기 작품인데, 베토벤은 이 시기에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상상하지 못한 음향적, 정서적 확장을 이뤘습니다. 느린 악장은 마치 중세 사람들이 ‘행성들이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천상의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 개념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에머슨 4중주단 활동을 마친 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에서 현악4중주를 계속 가르칩니다. 각자 다른 학교에서도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활동도 계속할 겁니다. 개인 활동이나 오케스트라 협연도 이어갈 것입니다. 에머슨 현악4중주 활동을 끝내는 걸 음악 활동의 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4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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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년 활동 마감 에머슨 콰르텟 “음악과 함께하는 삶은 계속”

    ‘그래미상 9회, 그래머폰상 3회 수상, 미국 최고 음악가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상을 실내악단 최초로 수상.’ 미 대륙 최고의 현악4중주단이자 세계 최고 권위의 현악4중주 하나로 꼽혀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작별을 고한다. 1976년 미국 줄리어드 음대 학생 네 명이 결성한 이 4중주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를 돌며 고별 투어를 열고 있다. 서울에서는 5월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벨 ‘샤콘’, 모차르트 4중주 15번, 하이든 4중주 29번, 베토벤 4중주 8번을 연주한다. 올해 모든 연주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한 이 4중주단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47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우선 우리의 녹음 활동에 자랑을 느낍니다. 도이체 그라모폰(DG)가 발매한 우리의 연주 전집 박스는 CD 55장으로 구성됐고 그 외 6장 정도를 다른 레이블로 녹음했죠. 공연으로는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룬 연극 ‘쇼스타코비치와 검은 수사(修士)’가 떠오릅니다. 2018년 서울에서도 성공적으로 공연했죠. 우리의 공연과 음반이 청중의 감정에 끼친 영향을 들을 때마다 자랑스럽습니다.―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드러커, 필립 세처)는 4중주단 결성 이후 멤버 교체 없이 죽 함께 활동했죠. 리더 격인 제1바이올린 자리를 번갈아 맡아온 점도 드문 일입니다.“우리의 레퍼토리마다 제1바이올린을 정하면 해당 곡을 연주할 때 마다 그렇게 유지합니다. 서울 공연에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4중주를 드러커가, 베토벤은 세처가 제1바이올린을 맡습니다.”―19세기 미국 사상가 겸 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이름을 땄습니다. 그의 어떤 개념에 매혹됐습니까?“우리가 이 4중주단을 결성한 1976년은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는 해였기에 우리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를 택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에머슨의 철학에 대해 전문가들처럼 잘 알지는 못했죠.”―2010년 당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했고 2017년에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습니다.“한국이 클래식 음악에 높은 가치를 두고 젊은이들이 높은 관심을 가진 사실을 느꼈습니다. 유럽이나 북미에 진출한 한국 음악가들을 보면서 한국의 음악 교육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비교적 친숙한 곡들입니다.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하이든의 4중주 29번은 갑작스런 침묵과 강세, 예상할 수 없이 긴 악구 등 청중에게 흥미와 놀라움을 주는 부분이 많은 곡입니다. 모차르트의 4중주 15번은 2악장 외에는 주로 어두운 분위기로 되어 있죠. 베토벤의 4중주 8번은 중기 작품인데, 베토벤은 이 시기에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상상하지 못한 음향적, 정서적 확장을 이뤘습니다. 느린 악장은 마치 중세 사람들이 ‘행성들이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천상의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 개념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에머슨 4중주단 활동을 마친 뒤의 계획은 어떻게 갖고 있는지요.“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현악4중주를 계속 가르칩니다. 각자 다른 학교에서도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활동도 계속할 겁니다. 개인 활동이나 오케스트라 협연도 이어갈 것입니다. 에머슨 현악4중주 활동을 끝내는 걸 음악활동의 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4만~15만 원. 1544-1555.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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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린계 우영우’ 공민배 “음악은 내 전부”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음악이 전부예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바이올린계의 우영우’ 공민배(19)가 얍 판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7일 열리는 ‘서울시향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1악장을 협연한다. 이 콘서트는 셋째 아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판츠베덴 감독이 올해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안해 성사됐다. 공민배는 열두 살 때 바이올린 독주회를 열었고 2021년 전국 학생 온라인 콩쿠르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향의 사회 공헌 콘서트에도 세 번 출연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바이올린을 할 때는 좋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멘델스존 협주곡은 우아하고 감미로워서 좋아한다”고 밝혔다. ‘연습이 힘들 때는 없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힘들지 않다”고 단언했다. 바이올린을 하면서 힘든 때를 묻자 “힘들지 않습니다. 진짜 없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좋아하는 음악가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아네조피 무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을 꼽았다. 취미를 묻자 그는 “관현악 동영상을 틀고 지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츠베덴 지휘자에 대해서는 “완전 좋아요. 그냥 좋아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어머니 임미숙 씨는 “민배가 처음엔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했다. 식사와 용변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음악을 한 뒤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지금은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말했다. “민배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맡아줄 데가 없어 음악학원에 맡겼어요. 짧은 레슨을 마치면 자기 혼자 집중해서 나머지 시간을 악기와 씨름했죠.”(임 씨) 이날 간담회에 깜짝 방문한 판츠베덴 감독은 “민배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한다. 리허설 때 그를 배려해 천천히 맞춰줬더니 빨리 해달라고 주문하더라”며 웃었다.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세상과 관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돌려줍니다.”(판츠베덴 감독) 판츠베덴 감독은 고국 네덜란드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의 사회 진출 준비를 돕는 ‘파파게노 하우스’ 네 곳을 운영 중이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파파게노 하우스의 스포츠 시설에 도움을 주고 있다. 7일 콘서트에서는 공민배의 협연 외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라벨 볼레로 등이 연주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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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T로 영화만 보시나요… ‘클래식 전용’ OTT 등장

    세계 유명 악단의 콘서트와 오페라, 발레 등을 PC와 모바일 기기로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전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나왔다. 해외 공연물의 위성 중계와 영화관 상영 등을 맡아온 케빈앤컴퍼니는 클래식 공연 영상을 고화질과 고음질로 시청할 수 있는 OTT ‘뮤직온에어’를 지난달 30일 선보였다. 포털사이트에서 뮤직온에어를 검색하면 PC 버전으로 볼 수 있고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임경환 케빈앤컴퍼니 대표는 3일 “호수 위의 오페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오페라 영상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세기 최고 지휘자들의 전설적 영상 등 세계적 수준의 문화예술 공연 200여 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앱을 내려받은 뒤 기자에게 제공된 시험용 시청 아이디로 뮤직온에어에 접속해 봤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리골레토’ ‘카르멘’ 등 야외 오페라, TV 시청자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클래식 팬이 접하는 영국의 BBC 프롬스 음악축제, 전설적인 베토벤 해석가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영상 등 다양한 메뉴가 가득 펼쳐졌다. 리골레토 메뉴를 누르니 기자가 현장에서 관람했던 장대한 야외오페라의 스케일이 풀HD 고해상도 영상으로 재생됐다. 뮤직온에어는 매달 새 작품을 올리고 분기별로 클래식 마니아들이 가장 기대하는 공연의 라이브 영상도 제공한다. 서비스 내 커뮤니티를 통해 전문가가 선정한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도 제공한다. 국내 클래식 콘텐츠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임 대표는 “국내 클래식 전문 TV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서비스 등을 통해 쉽고 다양한 클래식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나성동도서관 자료실에서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공공도서관과 대학교 내 정보학술관에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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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모니니’ 양인모 “한국 청중, 어려운 곡도 척척 받아줘요”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 1위,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1위를 차지한 뒤 팬들로부터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 ‘인모리우스’(양인모+시벨리우스)라는 별칭을 얻은 양인모(28)가 지난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의 낭보 이후 처음 서울에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1년 빈 베토벤 국제콩쿠르 공동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김다솔(34)과 함께 한다.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9년 금호 솔로이스츠 콘서트에서 타네예프의 5중주곡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됐죠. 제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석사과정으로 오게 되자 다솔 형이 연락을 주셨어요. 베를린의 ‘살롱 크리스토포리’에서 연주도 함께 했고, 서로 이해가 깊어졌죠.” 같은 프로그램으로 김다솔과 함께 현재 전국 투어 중인 양인모가 1일 통화에서 말했다. 독일어권 작곡가의 곡만으로 꾸민 이번 프로그램도 두 사람이 함께 상의했다. 브람스와 베토벤의 소나타 한 곡씩, 약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20세기 초 신빈악파 작곡가 베베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작품’, 스위스계 오스트리아 독일 작곡가인 베아트 푸러(69)의 1993년 작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가곡’이다. “지난달 부산에서 연주했을 때 청중이 푸러의 곡을 낯설어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베베른의 곡을 더 어렵게 느끼시더군요. 베베른의 곡은 당시로는 새로운 음악언어를 썼지만 제게는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져요. 드뷔시의 음악과도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고요. 여러 방식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아주 ‘달달하게’ 연주할 수도 있어요. 무대마다 다른 해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연주곡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대중적인 브람스의 소나타 1번으로 ‘비의 노래’라는 제목이 있다. 기자가 “연주 당일 서울에 봄비 예보가 있다”고 했더니 그는 “모두가 기다리는 비”라며 웃었다. 가장 최근 작품인 푸러의 곡은 미국 작곡가 몰턴 펠드먼의 ‘콥틱 라이트’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일곱 번째 곡 ‘냇가에서’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이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이고, 음 하나하나의 재료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현을 뜯는 등 특수한 테크닉도 나오죠. 청중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피아노 옆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바싹 붙어 연주합니다.”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 10곡 중에서 7번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은 피아니스트들이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다. “베토벤이 좋아했던 조성인 C단조고요. 앞의 곡들보다 베토벤 고유의 확실한 스타일을 구축한 느낌이 강하죠.” 그는 이달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수학한다. 이에 베를린을 매달 오가며 지낼 예정이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었던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하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5일 영국 런던에서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협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에서 베토벤 협주곡을 협연하는 등 연주 일정도 빼곡히 잡혀 있다. 그는 앞으로 고국 공연에서 여러 실험을 펼쳐보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진은숙 협주곡을 연주할 때 다소 어려운 곡으로도 청중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과감한 선택을 할 때 저를 가장 인정해줄 수 있는 곳도 한국이고요. 앞으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4만∼10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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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모니니’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韓서 다양한 시험 펼칠 것”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 1위,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1위를 차지한 뒤 팬들로부터 ‘인모니니’ (양인모와 파가니니를 합친말) ‘인모리우스’ (양인모와 시벨리우스를 합친말)라는 별칭을 얻은 양인모(28)가 지난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의 낭보 이후 처음 서울에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1년 빈 베토벤 국제콩쿠르 공동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김다솔(34)과 함께다.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019년 금호 솔로이스츠 콘서트에서 타네예프의 5중주곡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됐죠. 제가 베를린으로 오게 되자 다솔 형이 연락을 주셨어요. 베를린의 ‘살롱 크리스토포리’에서 연주도 함께 했고, 서로 이해가 깊어졌죠.”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국 투어 중 1일 전화를 받은 양인모는 “다솔 형에게 예술적으로 도움을 받은 편”이라고 했다. 독일어권 작곡가의 곡만으로 꾸민 이번 프로그램도 두 사람이 함께 상의해 꾸몄다. 브람스와 베토벤의 소나타 한 곡 씩, 약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20세기 초 신 빈악파 작곡가 베베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작품’, 스위스계 오스트리아 독일 작곡가인 베아트 푸러(69)의 1993년 작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가곡’이다.“먼저 부산에서 연주했을 때 저는 청중들이 푸러의 곡을 낯설어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베베른의 곡을 더 어렵게 느끼시더군요. 베베른의 곡은 당시로는 새로운 음악언어를 썼지만 제게는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져요. 드뷔시의 음악과도 맞물려있다고 생각하구요. 여러 방식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아주 ‘달달하게’ 연주할 수도 있어요. 무대마다 다른 해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연주곡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대중적인 브람스의 소나타 1번으로 ‘비의 노래’라는 제목이 있다. ‘연주 당일 서울에 봄비 예보가 있다’고 했더니 그는 “모두가 기다리는 비”라며 웃었다. 가장 최근 작품인 푸러의 곡은 미국 작곡가 몰튼 펠드만의 ‘콥틱 라이트’와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중 일곱 번째 곡 ‘냇가에서’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이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이고, 음 하나하나의 재료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현을 뜯는 등 특수한 테크닉도 나오죠. 청중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피아노 옆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바싹 붙어 연주합니다.”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 10곡 중에서 7번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은 피아니스트들이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다. “베토벤이 좋아했던 조성인 C단조구요, 앞의 곡들보다 베토벤 고유의 확실한 스타일을 구축한 느낌이 강하죠.” 그는 이달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수학한다. 베를린을 매달 왕복하며 지낼 예정이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었던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하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5일 영국 런던에서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협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에서는 베토벤 협주곡을 협연하는 등 연주 일정도 빼곡히 잡혀 있다. 그는 앞으로 고국 공연에서 여러 실험들을 펼쳐보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진은숙 협주곡을 연주할 때 다소 어려운 곡으로도 청중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과감한 선택을 할 때 시험에서 저를 가장 인정해줄 수 있는 곳도 한국이구요. 앞으로 여러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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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최초의 도서관은 세계화의 전초기지였다

    “인간이 창안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책이다. 다른 도구들은 인간의 몸이 확장된 것이지만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책의 영어 제목은 ‘파피루스’다. 우리말 제목은 스페인어 원서 제목을 옮긴 것이다. 두 제목을 비교하면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세계가 책을 만들어낸 기록이자 책이 세계를 만들어낸 기록이다. 시대순으로 서술한 역사서는 아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감사의 말을 포함해 166편의 에세이를 모은 수상록에 가깝다. 저자의 언어는 종종 주술적이거나 비의(秘儀)적이다. 비의적 작가 보르헤스에 강한 오마주를 드러내는 점부터 그렇다. 이집트의 지중해변에 있는 알렉산드리아는 정복자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을 딴 도시다. 그의 친구이자 후계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는 지식의 보편성에 대한 최초의 꿈을 도서관으로 현실화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는 광대한 규모의 번역이 이뤄졌고 이곳은 오늘날 말하는 세계화의 전초기지였다. 기원전 3세기에는 장서 목록을 담당하는 칼리마코스라는 인물이 나타났다. 최초의 사서였다. 책을 대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4세기 로마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암브로시우스가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느껴 이를 ‘고백록’에 기록했다. 책을 필사로만 제작하던 시절에는 부수가 많아도 비용이 절감되지 않았다. 너무 많이 만들어두지 않는 게 오히려 중요했다. 책은 때로 권력자들에게 눈엣가시였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의 페르세폴리스를 점령한 뒤 조로아스터교의 책을 모두 불태웠다. 저자는 하이네가 1821년 희곡에 쓴 “책을 태우는 곳에서 사람을 태우게 되리라”는 말을 상기하며 나치의 유대인 책 분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목사가 코란을 태워 전 세계에서 보복 테러를 부른 사건, 독서가 금지된 세상을 그린 소설 ‘화씨 451’ 등을 잇따라 불러낸다. 프랑코 정권 시절 저자가 아버지와 함께 고서점에서 금지된 판본들을 찾던 일도 아련한 기억으로 소환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책의 일대기는 아니다. 본문의 163개 장은 문명의 시초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로 한정된다. 기원전 3세기 건립돼 7세기에 책들과 함께 소멸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그 중심을 이룬다. 저자는 중세 이후와 오늘날의 인터넷에까지 사유를 확장하지만 그것은 고대와의 비교나 연관성을 드러낼 때에 한한다. 흔한 풍문대로 책은 사라질까.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사물이나 관습은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미래가 있다. 22세기에 수녀와 책은 있겠지만 와츠앱과 태블릿은 없을 수도 있다. 미래는 과거를 바라보며 진보하는 것이다.” 저자의 이력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흰 수염이 더부룩한 노학자를 연상할 수도 있다. 여성 서지학자인 저자는 2019년 40세로, 이 책을 낸 뒤 스페인 국립에세이상과 서점조합상을 수상했고, 책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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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창안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책”…때론 권력자들에게 눈엣가시

    “인간이 창안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책이다. 다른 도구들은 인간의 몸이 확장된 것이지만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신간 ‘갈대 속의 영원’(사진)의 영어 제목은 ‘파피루스’다. 우리말 제목은 스페인어 원서 제목을 옮긴 것이다. 두 제목을 비교하면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세계가 책을 만들어낸 기록이자 책이 세계를 만들어낸 기록이다. 시대 순으로 서술한 역사서는 아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감사의 말을 포함해 166편의 에세이를 모은 수상록에 가깝다. 저자의 언어는 종종 주술적이거나 비의(秘儀)적이다. 비의적 작가 보르헤스에 강한 오마주를 드러내는 점부터 그렇다. 이집트의 지중해변에 있는 알렉산드리아는 정복자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을 딴 도시였다. 그의 친구이자 후계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는 지식의 보편성에 대한 최초의 꿈을 도서관으로 현실화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는 광대한 규모의 번역이 이뤄졌고 이곳은 오늘날 말하는 세계화의 전초기지였다. 기원전 3세기에는 장서 목록을 담당하는 칼리마코스라는 인물이 나타났다. 최초의 사서였다. 책을 대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4세기 로마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암브로시우스가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느껴 이를 ‘고백록’에 기록했다. 책을 필사로만 제작하던 시절에는 부수가 많아도 비용이 절감되지 않았다. 너무 많이 만들어두지 않는 게 오히려 중요했다. 책은 때로 권력자들에게 눈엣가시였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의 페르세폴리스를 점령한 뒤 조로아스터교의 책을 모두 불태웠다. 저자는 하이네가 1821년 희곡에 쓴 “책을 태우는 곳에서 사람을 태우게 되리라”는 말을 상기하며 나치의 유대인 책 분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목사가 코란을 태운 뒤 전 세계에서 보복 테러를 부른 사건, 독서가 금지된 세상을 그린 소설 ‘화씨 451’ 등을 잇따라 불러낸다. 프랑코 정권 시절 저자가 아버지와 함께 고서점에서 금지된 판본들을 찾던 일도 아련한 기억으로 소환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책의 일대기는 아니다. 본문의 163개 장은 문명의 시초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에 한정된다. 기원전 3세기 건립돼 7세기에 책들과 함께 소멸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그 중심을 이룬다. 저자는 중세 이후와 오늘날의 인터넷에까지 사유를 확장하지만 그것은 고대와의 비교나 연관성을 드러낼 때에 한한다. 흔한 풍문대로 책은 사라질까.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사물이나 관습은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미래가 있다. 22세기에 수녀와 책은 있겠지만 왓츠앱과 태블릿은 없을 수도 있다. 미래는 과거를 바라보며 진보하는 것이다.” 저자의 이력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흰 수염이 더부룩한 노학자를 연상할 수도 있다. 여성 서지학자인 저자는 2019년 40세로, 이 책을 낸 뒤 스페인 국립에세이상과 서점조합상을 수상했고, 책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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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의 실이 탁 끊어지는 순간… 아, 맥베스

    “베르디는 ‘맥베스’를 자신이 쓴 음악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로 그 뒤의 작품부터는 많은 것이 바뀝니다. 새로운 오페라를 쓰는 전환점이 된 거죠.”(이브 아벨·지휘자)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중기의 걸작 오페라 ‘맥베스’를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올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베르디 전막 오페라 네 작품으로 선보이는 ‘비바! 베르디’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를 주인공으로 욕망이 가져온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청년기 셰익스피어에 심취했던 베르디는 후기의 ‘오텔로’, ‘팔스타프’에 앞서 이 작품에서 처음 셰익스피어 극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주인공의 어두운 성격을 고려해 맥베스 역을 테너가 아닌 바리톤으로 설정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내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휘를 맡은 이브 아벨은 “극적인 힘을 다 내보이면서 노래하다가 다음 순간 아주 낮은 소리로 노래하는 등 성악가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사진)는 국립오페라단과 2016년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2022년 베르디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를 함께 한 바 있다. 그는 “‘맥베스’는 우리가 존재하기 전부터 운명이 주어졌다고 전제하는 극”이라고 했다. “운명을 대하는 자세는 배역마다 다릅니다. 맥베스 부인은 운명이 자신에게 오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맥베스는 운명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신화의 운명론은 한 사람의 삶에 모든 것이 가는 실로 연결돼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실이 탁 끊어지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무대미술을 맡은 티치아노 산티는 “눈(眼) 모양의 터널을 통해 운명을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널 안으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우리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 끝이 납니다.” 의상을 맡은 주세페 팔렐라는 처음에 흰색이었던 의상은 극이 흘러가면서 파멸을 상징하는 핏빛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맥베스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 이승왕, 맥베스 부인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에리카 그리말디, 맥베스의 친구 방코 역에 베이스 박종민 박준혁, 맥베스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하는 막두프 역에 테너 정의근 윤병길이 출연한다. 2만∼15만 원. 한편 지난달 취임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이날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립오페라단의 새 비전을 발표했다. 최 단장은 지금까지 1년에 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것을 2024년 6편, 2025년엔 8편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를 전국 10곳의 지역 문예회관으로 송출하고 오페라에 인문학을 곁들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성악 유망주에게 오페라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KNO스튜디오’를 소수정예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맥베스’로 시작하는 올해 국립오페라단 ‘비바! 베르디’ 시리즈는 6월 22∼25일 ‘일 트로바토레’, 9월 21∼24일 ‘라 트라비아타’, 11월 30일∼12월 3일 ‘나부코’로 이어진다. 내년에는 로시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과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바그너 ‘탄호이저’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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