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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생활의 고립감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부대와 부모, 병사 간 소통이 24시간 보장된다. 병사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갈 수 있는 ‘병 자율 휴가 선택제’도 시행된다.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최근 출범한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는 2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4개 안건을 즉시 추진이 필요한 ‘우선 조치과제’로 선정해 국방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중대와 대대급 부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활동을 활성화하고, 생활관(내무반)별로 수신전용 전화기를 설치해 부모와 병사, 간부가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병영 환경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부모가 전화하면 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병사가 언제든지 직접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들에게 휴가 사용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자율휴가 선택제 또한 조만간 도입된다. 군 당국은 현재 전체 병력의 15%로 제한된 일선 부대 휴가 허용 기준을 20%로 확대해 병사들의 휴가 사용을 장려할 방침이다. 아울러 혁신위는 일반전방소초(GOP) 부대는 주말 면회를 허용하고, 일반 부대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면회도 허용하라고 군 당국에 권고했다. 최근 군의 잇단 충격적인 사고를 감안해 9월에는 전 부대에 가족 초청 개방행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혁신위는 또 매트리스와 캐비닛 등 기본 장구류 보충 등 과밀하고 열악한 생활관 개선 차원에서 내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본격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12월까지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휴대전화와 녹음기, 카메라 등은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8일 낮(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데일에 있는 노스럽그루먼의 글로벌호크 제작공장.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고고도 무인정찰기(UAV)의 제작현장을 보려면 철저한 신원 확인과 보안 절차부터 거쳐야 했다. ‘특급 보안시설’인 이 공장을 업체 측은 미 국방부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 아시아 지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회사 측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들어서자 직원 30여 명이 글로벌호크의 동체 및 레이더 등 주요부품 조립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축구장 두 배 면적의 공장 곳곳에는 각종 기계설비와 컴퓨터 계측장비 등이 배치돼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날개와 꼬리날개 등 동체 각 부위와 엔진, 항전(航電)장비, 레이더 등 국내외 100여 개 협력업체들이 제작한 수천 개의 부품들이 이곳에 집결돼 최종 조립된다”고 말했다. 바깥은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사막지대였지만 공장 내부는 20도 안팎으로 쾌적했다. 제작과정에서 초정밀 전자부품과 컴퓨터 장비의 성능에 문제가 없도록 연중 항온항습장치를 가동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워런 코머 글로벌호크 홍보담당은 “이곳에서 연간 3대의 글로벌호크가 제작된다”며 “현존 최강의 무인정찰기를 제작한다는 직원들의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공장의 한쪽 벽면에는 글로벌호크가 전자광학(EO)카메라와 적외선(IR) 센서 등으로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돼 촬영한 정찰사진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 속 건물이나 차량, 선박의 형태가 선명하게 식별됐다. 글로벌호크는 약 18km 상공을 비행하며 야간과 악천후에도 지상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해상도의 카메라로 서울시의 10배 면적을 24시간 만에 샅샅이 훑어내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첩보위성급 정찰능력을 갖춘 글로벌호크는 미국의 핵심 감시전력이다. 괌과 일본의 미사와(三澤) 기지에 배치된 글로벌호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아시아 전역을 밀착 감시하고, 캘리포니아 주 빌 공군기지의 글로벌호크는 중동 지역까지 날아가 정찰임무를 수행한다. 1990년대 초 개발된 글로벌호크는 성능 개량을 거쳐 미 공군과 해군용을 비롯해 동맹국 수출용 등 8개 기종, 총 39대가 생산돼 실전배치됐다. 한국이 2018년부터 도입할 4대의 글로벌호크도 이곳에서 제작돼 성능시험을 거친 뒤 태평양을 논스톱으로 비행해 인도될 예정이다. 한국군은 글로벌호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 및 북한군 수뇌부의 차량 움직임 등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드루 플루드 글로벌호크 한국 프로그램 매니저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글로벌호크를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최종 조립을 끝낸 글로벌호크 한 대가 시험비행을 위해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차량으로 20여 분 걸리는 곳인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글로벌호크 성능시험 부대를 찾았다. C-130 수송기를 조종하다 4년 전 글로벌호크 조종사로 전환한 매트 버바 소령은 500시간 이상 실전임무를 수행했다. 대북 감시임무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자세한 내용은 보안이라 밝힐 수 없다”며 “적국의 깊숙한 곳을 훤히 들여다보는 글로벌호크의 가공할 정찰능력은 강력한 억지력 그 자체”라고 힘주어 말했다.팜데일=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 병영문화혁신위 산하 3개 분과는 군 사법제도 개혁과 군사옴부즈맨 도입, 전 장병 방탄복 지급 등을 안건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 당국은 국회 등 외부에 군사옴부즈맨을 두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병영문화혁신위 전체회의 때 민간 위원들과 군 관계자들 사이에 치열한 찬반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 관계자는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군사옴부즈맨 설치 조항이 담긴 ‘군인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에 대해 국방부가 군의 부정적인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6사단 남모 상병(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의 폭행 및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적된 군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군 수뇌부 공식 토론회가 열린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총장 등 군 수뇌부는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21일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군 사법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이 많다”며 “현 사법체계의 장단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사법제도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마련된 자리다. 하지만 군 수뇌부가 비공개로 모여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자칫 분위기만 점검하는 형식적인 자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군 사법제도 개선안이 공식 논의되는 것은 6년 만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관할관 확인조치권과 보통군사법원의 폐지를 뼈대로 한 군 사법제도 개혁안을 확정하자 국방부는 2007년 6월 이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8월 이상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장급 콘퍼런스에서 개혁안 수용 결정을 번복한 이후 군 사법개혁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관할관 확인조치권과 심판관 제도, 평시 보통군사법원 폐지 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관할관 확인제도는 일선 지휘관의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감경해주는 제도로 군내 온정주의 문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폐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휘권 약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는 재판의 전문성 저하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대법원이 처리한 군사법원 사건의 파기율은 4.5%로 민간법원 사건 파기율(2∼3%)보다 높았다. 군사법원 판결의 오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군 법무관의 부족한 야전 경험과 군사적 전문지식을 보완해 재판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재판관 임명권과 형벌권 등 군 사법의 전(全) 단계를 관장하는 지휘관의 권한을 축소하고, 1심부터 법률가로만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 심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대만은 최근 군인 범죄도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군사심판법 개정안을 발표해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이 같은 개혁안에 대해 군내 반대 기류가 많은 만큼 이번 토론회에서 대폭적인 군사법제도 개선 결정이 내려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 관계자는 “현행 제도를 개선 보완하는 선에서 여러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육군이 ‘병폭(兵暴)과의 전쟁’에 나섰다. 김요한 육군참모총장은 20일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지속되거나 이를 은폐하는 부대는 해체하고 해당 부대원들을 다른 부대로 전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병영폭력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육군이 최근 일선 부대의 병영 실태를 정밀 진단한 결과 구타와 엽기적 인권 침해, 성추행 등 가혹행위 사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적발된 사안들을 군 수사기관에 넘겨 관련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김요한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반인권적이고 엽기적 가혹행위가 지속되거나 이를 은폐하는 부대는 즉각 해체하고, 관련 지휘관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간부나 선임병들이 병사들을 상대로 벌인 성추행 사례가 그냥 둘 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육군은 병영 내 동성 간 성추행 근절을 위한 총장 명의의 특별지시를 내리기로 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병영 내 가혹행위에는 성추행 사례가 상당수 포함됐다. 강원 양양군의 모 사단에 근무 중인 A 일병은 지난달 23일부터 최근까지 손과 발로 후임병의 성기를 툭툭 건드리거나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가 드러났다. 강원 화천군의 모 사단에선 선임병 3명이 올 4월부터 한 달여간 후임병 7명을 상대로 ‘볼에 뽀뽀하기’ ‘귀 깨물기’ ‘목덜미 핥기’ 등 30여 차례 추행한 혐의가 적발됐다. 강원 인제군의 모 사단 소속 B 상사는 6월 26일부터 8월 6일까지 행정병 5명의 성기를 만지거나 손으로 툭툭 치는 등 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경기 파주시의 부대 두 곳에서는 올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병장과 상병이 후임병 6명의 엉덩이를 만지고 껴안는 등 추행을 하고 임무수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강원 춘천시의 한 부대에서도 올 1월부터 8월까지 병장이 후임병 5명에게 행동이 느리다며 수십 차례 폭행하고 유성펜으로 허벅지에 성기 그림을 그리는 등 추행을 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반인권적 가혹행위도 적발됐다. 경기 포천시의 모 사단에서는 올 5월 C 상병이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후임병 2명을 대검으로 쿡쿡 찔렀다. 심지어 손으로 파리를 잡아 입에 넣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 화천군의 한 부대에서는 올 4월부터 7월까지 상병이 대검으로 후임병 4명을 쿡쿡 찌르는 등 여러 차례 폭행을 하고 폐품 반납 예정인 부식 보관용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오도록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부대에서는 D 중사가 병사들의 손을 줄로 묶은 채 구타하고 성기를 만지는 한편 안전띠로 목을 조르는 등의 가혹행위와 욕설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육군은 설명했다. 초급 간부 양성기관에서도 구타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 6월부터 7월까지 학군단 소속 교관 2명은 하계 입영훈련 도중 학군후보생 30여 명의 상체를 발로 차고, 팬티 차림으로 포복하고 ‘원산폭격(머리박기)’하게 만드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장난이나 친근감 표시라는 이유로 이뤄진 고질적 병영 악습을 척결하기 위한 감찰 및 헌병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초급 간부인 위관장교와 부사관 2명이 인터넷 도박에 빠져 거액을 탕진한 사실이 드러나 군 수사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20일 “최근 인터넷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한 혐의로 강원도 육군 모 부대 소속 A 중위와 B 중사를 적발했다”며 “B 중사는 구속, A 중위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같은 부대에 근무 중인 두 사람은 2010년부터 이달 초까지 인터넷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가입해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중위는 B 중사의 권유로 이 사이트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B 중사는 3억 원을, A 중위는 2500여만 원을 각각 도박으로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B 중사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 사이트가 해킹당해 우리 아이디가 털렸다. 소송비가 필요하니 대출을 받아 달라’고 A 중위에게 거짓말을 해 4500여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B 중사는 다른 민간인에게서도 1800여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다른 군 간부들이 있는지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5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만든 윤종빈 감독은 9년 전 군 당국과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갓 대학을 졸업한 가난한 무명감독 시절 여기저기서 빌린 돈을 보태 2000만 원으로 찍은 첫 장편영화 때문이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제목의 영화는 지옥 같은 군 생활과 폭력 등 병영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자신의 군 경험을 바탕으로 윤 감독은 비인격적이고 강압적인 병영 문화의 그늘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전락해가는 젊은이들의 고뇌를 세밀하게 그려 주목을 받았다. 군의 협조로 실제 병영에서 촬영해 사실감까지 더한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수상과 칸 국제영화제 초청 등 국내외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영화의 언론 시사 이후 국방부는 사전 협의한 내용과 다른 시나리오로 촬영됐다며 발끈했다. 윤 감독은 “영화의 본래 의도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국방부는 그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윤 감독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고 영화는 더 유명해졌다. 당시 군 당국은 병영의 ‘민낯’을 다룬 이 영화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선 군을 우롱한 신출내기 감독을 ‘시범 케이스’로 삼자는 주장이 나왔다. 병영을 모독한 감독의 의도가 불순하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군 관계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많은 현역 군필자들은 병영의 현실을 날카롭게 짚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타와 가혹행위를 ‘필요악’으로 여기는 군내 왜곡된 인식과 관행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도 많았다. 실제로 끊임없이 터지는 병영 내 사건사고는 영화 내용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병영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비극적이다. 영화보다 더 가혹하고 엽기적인 병영 악습이 대물림되는 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군 지휘부에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윤 일병 사건은 고질적이고 후진적인 병영 문화를 수수방관한 군 당국과 지휘부에 경종을 울린 대참사였다. “군대 많이 좋아졌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하는 지휘관들의 방심과 자만이 병영 비극을 초래한 주범이라는 얘기다. 군 일각에선 ‘왕따’ ‘학교 폭력’ 등 사회병리 현상을 군내 사건사고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인성적 결함이 있는 젊은이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군에 유입돼 ‘관심병사’가 되고, 이들이 사건사고의 불씨가 된다는 의미다. 군도 ‘피해자’라고 항변하지만 병영 내 고질적 폐습과 부조리를 간과한 무관심, 무소신, 무능력의 3무(無) 지휘관들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숱한 군내 사건사고 때마다 군 수뇌부는 병영 혁신과 군대 개혁을 다짐했지만 구호에 그친 채 흐지부지됐다. 군 지휘부의 안이한 인식은 이번 사건의 사후대책에서도 드러난다.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한 병영혁신안 중 ‘일반전방소초(GOP) 장병 면회 허용’ ‘구타가혹행위 신고제도(군파라치)’ 등을 빼면 과거 대책의 재탕 삼탕 수준이다. 국방 옴부즈맨과 병 계급체계 및 군 사법체계 개편 등 근본 처방으로 제시된 대안들은 군 임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쏙 빠졌다. 더욱이 군 당국은 윤 일병 사건의 보고 부실 책임을 물어 고위공무원과 장교 12명을 징계 및 경고 주의조치하고도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는 면죄부를 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병영 환경을 확 바꾸지 않는 한 공염불일 뿐이다. 지금보다 몇 배의 봉급을 준다고 한들 구타와 가혹행위가 판치는 병영에 자원할 젊은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사태 해결의 출발점은 병영 문화의 개혁과 혁신의 실천이다. 군 수뇌부는 ‘병폭(兵暴·병영폭력)과의 전쟁’ 선포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군 스스로 칼을 댈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과감히 외부의 수술칼을 받아들여야 한다. 군에 보낸 자식의 무사를 기원하는 부모들의 가슴을 짓밟는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는 군 통수권자의 경고가 빈말이 되어선 안 된다. 군 수뇌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병영 문화를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윤상호 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0년 부대 창설 이후 2012년 대선(大選) 기간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정치 관련 글의 인터넷 게재 등 정치 관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윗선’의 지시나 국가정보원과 연계된 조직적인 대선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사이버사 정치 댓글 의혹 최종 수사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오랜 수사를 벌였지만 군 수뇌부를 의식한 ‘꼬리 자르기’ ‘면죄부’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전직 사령관이 정치개입 위법행위 방조…‘윗선 개입’ 없었나 조사본부는 연제욱(육군 소장),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육군 준장·이상 육사 38기)을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사이버사 대북심리전단 요원 19명을 정치관여죄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 전 사령관 등은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옹호 또는 비판하는 위법적인 정치글 작성 행위를 인지하고도 이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모 전 대북심리전단장(불구속·군무원)에게서 보고받은 문건 등을 통해 심리전단 요원들의 탈법적인 정치 관여행위를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무리한 조사다” “정치관여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사실이 없다”라며 강력 반발했다. 연 전 사령관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령관 재직 때 부대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당시 사건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주요 작전 개요만 보고받아 정치글 작성 같은 위법 여부를 알 수 없었다는 것. 조사본부는 김 전 장관은 구체적 혐의가 없어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 전 사령관 등이 이 전 단장의 보고 내용을 어떤 형태로든 김 전 장관에게 올리거나 언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직적 개입 없었지만 국정원 연계 의혹은 여전 조사본부는 야당 등 일각에서 제기한 국정원과 연계된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휘계선을 포함해 관련자들의 통화 명세와 e메일, 관련 문서, 출입 현황,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하고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 조사본부는 국정원 요원으로 추정되는 ID 380여 개와 심리전단 요원 ID 150여 개의 리트윗 횟수가 1800여 회(전체 리트윗의 0.6%)로 나타났다고 밝혀 일부 상호 연관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글이 확인된 것만 7100여 건에 이르는데도 조직적 개입이 아니라는 수사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국정원 추정 ID는) 단지 추측일 뿐 국정원 요원으로 단정할 수 없고 7100여 건은 사이버사 창설 이후 요원들이 인터넷에 올린 전체 78만여 건의 글 가운데 0.9%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댓글 의혹 수사에서 드러난 SNS 등 인터넷 댓글의 자동확산프로그램이 사용되지 않은 점도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이유로 조사본부는 들었다.○ 도를 넘어선 사이버사 요원들의 일탈 행위 조사본부에 따르면 사이버사 요원들은 SNS와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현안에 대응하는 글을 작성하거나 유사한 글을 퍼나르는(리트윗) 방법으로 정치글 작전을 수행했다. 위법행위가 드러난 정치글 7100여 건 외에 처벌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정치 관련 글도 5만여 건에 달했다.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행위가 도를 넘어섰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 전 단장이 부임하면서 사이버사의 ‘일탈행위’는 더 과감해졌다. 이 전 단장은 국방 안보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이 작성한 글을 작전에 활용하도록 했으며 “대응작전 때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고 요원들을 독려하는 등 직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백낙종 조사본부장은 “극우 보수성향의 이 전 단장은 북한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조하는 개인과 단체를 국가안보 위협세력으로 간주했다”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천안함 폭침,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같은 국방 안보 사안을 왜곡하거나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며 대응토록 지침을 하달했다”고 설명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 28사단의 상급부대인 6군단의 이모 군단장(중장·학군 18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이 이달 초 물러난 이후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지휘책임을 지고 지휘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두 번째다. 군 관계자는 “이 중장이 최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부대의 상급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선 부대 지휘 공백과 올 10월 장성 정기 인사를 앞두고 후임 군단장 등 인력 사정 등을 고심 중인 국방부는 아직 이 중장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18일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 참관차 비공개 방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워크 부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이 처음 적용되는 UFG 연습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미 군 당국이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핵위기 상황을 ‘위협→사용 임박→사용’ 3단계로 구분해 외교·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크 부장관은 최근 북한이 잇달아 발사한 사거리 200km 이상 신형 방사포와 전술미사일의 경기 평택 미군기지 타격 위협 등도 검토한다. 한미 군 당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던 날인 14일 북한이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를 ‘신형 전술미사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워크 부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등을 만나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정보도 교환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김정안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발사하는 한편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출전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14일 KN-09 신형 방사포 5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9시 55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방사포 3발을 발사했다. 중국 영공을 거쳐 서해 쪽으로 들어온 교황의 전세기 항로와는 달랐지만 착륙 30분∼1시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동형 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방사포탄은 약 220km를 비행한 뒤 바다에 떨어졌다.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신형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210km였다. 북한이 이날 낮 12시 56분과 오후 1시 5분 같은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추가 발사한 신형 방사포 2발도 200여 km를 날아간 뒤 떨어졌다. ▼北 “인천 亞경기 14개 종목 352명 참가”▼군 관계자는 “북한이 사거리 연장 등 성능 개량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 군사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또 이날 인천 아시아경기 출전을 위한 참가 신청서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제출했다. 인천 아시아경기 조직위원회는 14일 “북한이 엔트리 마감 이틀 전인 13일 OCA를 통해 강세가 예상되는 14개 종목 선수 150명(남자 70명, 여자 80명)을 포함해 352명의 참가 신청서를 냈다”고 발표했다. 종목별 선수 수는 축구가 남녀 38명으로 최다이며 수영 16명, 양궁 8명, 육상 4명, 복싱 7명, 카누 2명, 체조 12명, 유도 10명, 공수도 5명, 조정 8명, 사격 9명, 탁구 10명, 역도 12명, 레슬링 9명이다. 북한 체조의 간판 이세광이 한국 양학선과 맞붙게 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종석 기자}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희생된 천안함 46용사 가운데 막내인 고 장철희 일병의 추모비 제막식이 고인의 모교인 서울 노원구 대진고에서 14일 거행됐다. 서울 출신인 장 일병은 고교 졸업 뒤 2010년 1월 해군 병 563기로 입대해 같은 해 3월 11일 천안함에 보수병으로 부임했다. 그로부터 보름 정도 지나서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19세의 나이로 산화했다. 장 일병의 추모비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한 병사들 중 가장 먼저 건립된 것으로 상반신의 청동 부조 형태로 제작됐다. 추모비에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고인의 젊음과 열정이 불타던 이곳에 숭고한 뜻과 빛나는 정신을 새깁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해군 관계자는 “대진고 학부모 중 한 분이 고인과 천안함 46용사들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애국심을 영원히 기리자는 취지로 기부금을 출연함에 따라 추모비를 건립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진고 주관으로 열린 제막식에는 장 일병의 유족과 교직원 및 재학생, 동문회 관계자, 조용근 천안함 재단이사장, 해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장 일병 약력 및 공적보고, 대진고 학생회장의 헌시 낭독, 추모사 낭독, 헌화, 조총 발사 및 묵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보고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박모 국방부 인사기획관 등 고위공무원과 현역 장성 12명이 징계위원회 회부 및 경고 주의 조치를 받았다. 국방부는 14일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 보고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당시 수뇌부의 정점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 등 수뇌부와 주요 장성들은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처럼 ‘꼬리 자르기’용 면피성 감사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체적인 보고 체계 부실 국방부의 특별 감사 결과에 따르면 28사단과 6군단은 윤 일병 사망 다음 날인 올 4월 8일 오전 7시 10분 3군사령부와 육군본부, 국방부 등 상부에 윤 일병에 대한 반인륜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 내용이 담긴 ‘사고 속보’를 보고했다. 이는 국방 인트라넷 메일로 국방부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에 전달됐지만 안전상황센터장은 이를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8일 오전 헌병대장으로부터 윤 일병 사건의 전모를 보고받은 6군단장은 9일 3군사령관에게 이를 유선으로 지휘 보고했다. 하지만 3군사령관은 이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3군사령관은 현재 전역해 징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6군단 인사참모와 3군사령부 인사참모는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파악하고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실명 공개 거부”로 빈축 국방부는 보고 누락의 책임을 물어 박 인사기획관과 육군 인사참모부장인 류모 소장, 육군 헌병실장인 선모 준장, 육군 안전관리센터장인 정모 대령, 국방부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장인 김모 소령 등 5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또 박모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인 백모 소장 등 7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조치를 했다. 직속 부하에게 보고를 받지 못한 관리 책임이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징계위에 회부되지 않고 경고 및 주의 대상으로 빠진 것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온 당국자들의 태도도 빈축을 샀다. 김장호 감사관은 ‘징계위에 회부된 사람과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은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반적으로 감사 결과에서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버텼다. 국방부 대변인이 공개하라고 했지만 명단을 챙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희롱 혐의 소령 “그런 일 없었다” 한편 육군은 4년 전 강원 화천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여군 장교 자살 사건 재조사에 나섰다. 심모 중위(여)는 자살하기 전 근무하던 부대의 대대장이었던 A 소령으로부터 밤샘 술자리 강요, 성적 수치심 발언 등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A 소령이 심 중위에게 ‘장기 복무자로 선발되려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하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A 소령은 심 중위에게 500여 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500여 회의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소령은 올 6월 다른 여군 장교를 성희롱한 혐의로 보직 해임된 뒤 최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A 소령은 성희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근본 처방이 빠졌다.” “과거 대책의 재탕, 삼탕 수준이다….” 국방부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폭력과 가혹행위에 찌든 병영 악습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과거 군 부대의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시한 각종 대책의 ‘백화점식 나열’ ‘우려먹기 수준’이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번 개선안이 최종 확정안은 아니고, 군이 12월 말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충분한 반성을 담지 않았다는 것. 군 당국과 수뇌부가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 병영의 위기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회의에서 19개의 단기, 중장기 과제로 이뤄진 병영혁신안을 보고했다. 여기엔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 포상제도(군파라치) 도입 △현역 판정기준 강화 및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일반전방소초(GOP) 부대의 가족 면회 허용 △취약지역에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 등이 들어 있다. ‘군파라치’ 제도의 경우 구타 및 가혹행위를 신고한 장병에 대한 불이익과 보복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GOP 부대 면회는 해당 병사의 부모나 가족이 2주 전에 신청하면 영내에서 면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 중엔 본보가 제안한 초급 간부 및 부사관 리더십 강화(본보 8월 6일자 A3면, 8월 12일자 A4면)와 부대원 전우애 의식교육 강화(본보 8월 13일자 A10면) 방안도 포함됐다. 또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병사가 인터넷으로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국방통합 인권사이버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사와 간부 및 부모 대표로 이뤄진 ‘인권 모니터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장병 인권보장과 인성교육 강화 차원에서 인권 교관을 현 250명에서 2000명으로 늘리는 한편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아울러 최전방초소(GP)와 GOP 부대의 소대장을 장기복무 또는 연장복무 희망자 위주로 선발해 진급 혜택을 주고, 소대장 직위에 우수부사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병영혁신안 중 다수가 과거부터 추진되다 흐지부지되거나 효과를 거두지 못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있다. 가령 군인복무기본법 추진은 2005년 ‘육군훈련소 인분가혹행위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입법 추진을 공언했지만 아직도 법제화되지 않은 사안이다. 군 당국은 국회와의 협조 문제를 이유로 들지만 정책 추진에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소원수리 및 고충처리제도 개선과 장병 언어순화 운동, 초급 장교 및 부사관 리더십 향상 등도 병영문화 개선의 ‘단골 메뉴’다. 병영 폭력과 부조리를 예방하기 위한 ‘국방 옴부즈맨’ 등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 설치 방안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는 옴부즈맨 제도는 군 본연의 임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허용 및 사이버지식방의 확충 방안, 열악한 병영 여건의 개선 대책도 포함되지 않았다. 왜곡된 위계질서로 이어지는 계급체계 개편 등 근본적인 대책도 논의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들도 “근원적이고 실효성 있는 처방을 도입해야 하는데도 대부분 간판과 포장만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군 셀프개혁’의 한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는 군내 여론도 적지 않다. 이날 회의에선 백승주 국방차관 주관의 토론회도 진행됐다. 구홍모 육군 7사단장(소장)은 “일과 후에 완전히 퇴근하는 개념의 생활관을 도입해 병사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일 공군 군종실장(대령)은 “구타 가혹행위를 신고한 병사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고, 병사들의 종교 활동 등 주말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본부 법무실장이 육군 검찰관들의 내부 전산망에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론에 밀려 예하 (28사단) 검찰관의 법적 양심에 기초한 법적 판단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이어 사건을 처음 조사한 28사단 검찰관에 대해 “한 달여에 걸친 폭행, 가혹행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완벽하게 특정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또 “참모총장이 사퇴했음에도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는 거기에 편승해 계속 기름을 붓는 상황”이라며 “불법으로 수사 기록을 유출하고 검찰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자성보다는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측은 “일부 표현으로 인해 오해를 발생시키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최근 연달아 터진 군부대 사건으로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와 가족들은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부모님들의 마음을 짓밟는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그 이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 최근 잇단 군대 내 사건사고를 계기로 소집한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는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병사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 통수권자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사단장급 이상 전군 주요 지휘관을 소집한 것도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군 지휘관은) 적과의 전투에서 앞장선 이순신 장군과 같은 지휘관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군 내 뿌리 깊은 적폐를 국가와 국방혁신 차원에서 꼭 바로잡아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최윤희 합참의장, 각 군 총장 등 군 수뇌부와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위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구타가혹행위 신고 포상제도(군파라치)와 일반전방소초(GOP) 장병 면회 허용 등을 뼈대로 한 병영문화 혁신 방안과 과제들을 보고했다. 군의 혁신 방안은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문화 정착 △안전한 병영환경 조성 △기강이 확립된 군대 육성 등 3개 분야로 구성됐다. 하지만 혁신안이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계획’(2012년), ‘선진 병영문화 비전’(2005년) 등 과거의 개선안을 답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장관과 심대평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이날 회의 내용을 토대로 부대 현장 방문 및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거쳐 올 12월에 병영문화 혁신안을 최종 채택할 계획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재명 기자}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 28사단에서 11일 두 병사가 휴가 중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모두 관심병사로 분류된 두 병사는 군 당국의 인성검사에서 자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군 당국은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특히 자살한 병사 가운데 1명은 한 선임병을 지목해 “죽이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번 동반 자살 사건도 병영 내 부조리가 원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폭력과 가혹행위 등 병영 악습의 척결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잇따르는 군 사건사고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겨우 엿새 고참병이 얼마나 괴롭혔기에…’ 11일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동반 자살한 육군 28사단 소속 병사 2명 가운데 이모 상병(21)이 유서에 욕설과 함께 죽이고 싶다고 지목한 김모 상병. 그는 이 상병보다 입대가 불과 엿새 빠른 선임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으로 고질적인 사병들의 위계질서가 병영 악습과 폐해를 초래한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났다. 시대가 변하고 병사의 복무기간은 계속 줄어든 반면 병 계급체계와 위계질서는 수십 년째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후진적 병영 폐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 상병은 지난해 8월 5일, 가해자로 지목된 김 상병은 같은 해 7월 30일 각각 입대했다. ▼“휴가때 동반자살” 두달전 예고에도 못막았다▼28사단 분대장, 관심병사 자살 징후 알고도 상부 보고 안해병사들의 선후임 관계는 입대한 달로 구분되고 지휘관들도 이를 용인하기 때문에 김 상병은 이 상병보다 입대가 엿새 빨랐지만 이른바 ‘한 달 선임병’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병 계급은 ‘4계급’이 아니라 ‘21계급’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12일 “입대시기로 보면 사실상 동기나 다름없지만 김 상병이 선임병 노릇을 하면서 가혹행위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김 상병과 부대 지휘관들을 상대로 구타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휴가 전 동반자살” 예고도 모른 척했다 군 당국의 병영생활 행동강령에 따르면 분대장이나 조장으로 임명된 병사를 제외하고 병 상호 간 명령 지시나 복종이 금지된다. 군 관계자는 “병영 악습을 대물림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병사들 간 잘못된 서열문화”라며 “병사의 계급체계와 위계질서의 전면적인 개편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참 문제뿐만이 아니다. 특히 이들은 6월 말경 자살을 예고했는데도 제대로 부대의 관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상병은 당시 같은 부대원에게 “8월 휴가 때 이모 상병(23)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원은 분대장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지만 간부들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아 관리소홀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28사단 자체가 ‘관심 사단’ 병사 동반 자살 사건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 28사단에서 잇달아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28사단은 부대 창설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8사단 자체가 이젠 ‘관심 사단’이 된 셈이다. 부대 관계자는 “윤 일병 사건으로 사단장이 보직해임되고 국민적 공분과 비판 속에 또다시 자살사고가 발생해 충격이 크다”며 “부대 전체 사기도 크게 떨어져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28사단은 경기 연천 지역의 최전방 경계임무를 전담하는 부대다. 1953년 11월 충남 논산에서 창설됐다. 신병 양성과 대간첩작전, 휴전선 경계임무 등을 수행해 온 이 부대는 44차례 대간첩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다. 이 부대가 운용 중인 태풍전망대는 군사분계선(MDL)과 불과 800m 떨어져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북한과 마주하고 외부와 단절된 병영 환경과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5년 6월에는 김모 일병이 최전방초소(GP) 생활관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지고, 김 일병을 포함해 4명이 다쳤다. 1985년 2월에는 예하 부대에서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이등병이 생활관에 총기를 난사했다. 2013년 8월에는 현역 장교가 무장 탈영해 자신의 차량으로 부대에서 약 350km 떨어진 전남 장성에 내려가 소총으로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폭력과 통제로 얼룩진 후진적 병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은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보안에 저촉된다’, ‘기강을 해친다’는 군 상층부의 반발에 부딪힌 것. 결국 각종 병영혁신 대책은 구호로만 끝났다. 2012년 국방부는 ‘병영문화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반입 등을 포함한 병영혁신안을 추진했지만 기무사와 일부 군 수뇌부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군 소식통은 “군 고위 지휘관들이 군사기밀 누출과 일선 지휘관들의 병사통제 부실 우려를 들어 끝까지 반대했다”며 “결국 수신자 부담 공중전화를 몇 대 늘리는 선에 그쳤다”고 말했다. 군 상층부의 집단 보신주의와 조직적 반발이 병영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환경 변화에 따른 변화를 모색하기보단 손쉽게 관행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최초 공개해 군내 구타 가혹행위 실태를 폭로한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는 병영 환경 개선을 위해 △독일식 국방감독관 제도의 의회 설치 △군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부활 △군인권법 법률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예비역 장병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예비역 장교인 곽용석 씨(28)는 “구타 가혹행위자는 처벌 외 타 부대 전출을 규정하는 등 피해자와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모 예비역 병장(22)은 “가혹행위를 당한 병사가 지휘관에게 반드시 신고하는 의무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곽도영 기자}

《 영화 ‘명량’의 관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선풍을 일으키면서 솔선수범으로 부하를 지휘한 ‘이순신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의 성패는 지휘관들의 역량과 소명의식에 좌우된다. 하지만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21세기 한국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는 국민적 공분과 비판에 흔들리고 있다. 》 ○ 지휘관의 방관과 무소신 척결 필요 일선 지휘관들의 방관과 무소신이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폭력을 ‘대물림’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건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지휘관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일병 사건도 상급 지휘관의 무관심과 사건 축소, 초급 간부(하사)의 폭행 가담이 빚어낸 21세기판 병영 대참극이었다. 11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육군 병사들은 “간부들이 바뀌지 않으면 병영혁신도, 군대개혁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 의정부의 모 사단에서 근무 중인 이모 상병은 “대개 간부들은 ‘진급’에 목을 매면서 부대 내 문제를 가급적 쉬쉬하고 덮으려 한다”고 말했다. 군인의 사명과 본분을 망각한 채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고 ‘보신주의’에 안주하는 지휘관들이 병영 내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병사들은 “일선 지휘관들이 부대 관리의 편의를 위해 고참병 위주의 ‘군기잡기’식 내무 부조리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탓에 병영폭력이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관들이 병사를 ‘부속품’이나 ‘소모품’으로 여기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선 부대를 다녀보면 병사를 하인이나 시종 취급하면서 잔심부름을 시키는 간부가 많다”고 말했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이런 문제는 징병제가 갖고 있는 숙명이자 병폐”라고 지적했다. 때가 되면 부하(병사)들이 충원되는 구조에서 일선 지휘관들은 부하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가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처럼 모병제 국가는 병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부하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윤 전 장관은 진단했다.○ “초급 간부 자질 향상이 병영 혁신 출발점” 초급 간부의 자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육군 28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건에는 함량 미달의 초급 간부가 사태를 방조하고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일선에서 병사와 직접 마주치며 이들을 챙겨야 할 초급 간부의 질적 저하가 병영 부조리의 불씨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매년 3100여 명의 부사관이 구타 가혹행위와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이 중 130여 명이 강제 퇴출되고 있다. 전체 부사관 7만5000여 명의 평균 4% 이상이 범죄와 결격사유로 해마다 징계를 받는 셈이다. 또 대학 재학 및 졸업자가 전체의 51%인 병사들과 달리 부사관은 4%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로는 부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맡는 부사관이 병영을 장악하고 병사를 관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은 장교보다 보수 및 처우가 낮은 데다 사회적 인식도 낮아 갈수록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초급 장교의 질적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체 소대장(중·소위) 가운데 학군장교(ROTC) 등 단기 복무장교 비율은 89%에 이른다. 중대장(대위)의 단기복무 장교 비율도 35.6%에 달한다. 육군 관계자는 “단기복무 장교들은 장기복무 장교보다 직업적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일선에서 병사를 관리하는 초급 간부의 자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병영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간부의 인사적체 해소와 예산 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통이 필요해…” 일선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소통시간이 부족한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중대장 이하 초급 지휘관은 교육과 훈련은 물론이고 잡다한 행정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부대원 중에 ‘관심병사’라도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은 아예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양구의 모 사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 대위는 “사고라도 터지면 상부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페이퍼 워크’를 처리하느라 일선 지휘관들은 진이 다 빠진다”며 “병사들과 스킨십은 고사하고, 개별 면담도 건성건성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상부의 보고시간에 맞추기 위해 별문제가 없는 병사는 아예 면담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상급부대의 지나친 간섭이 초급 간부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장교를 지원하도록 양성 및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초급 간부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해 병사 관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구타 등 군내 반인권적 가혹행위를 근절하려면 일선 지휘관들이 이를 숨기거나 쉬쉬할 수 없도록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확실하고 강도 높은 ‘페널티 처방(처벌 조항)’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지휘관들이 병영악습을 숨기거나 방조할 경우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가혹행위를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도 초급간부(하사)의 방조 및 가담, 지휘체계의 은폐 의혹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며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를 숨기는 지휘관은 사기와 전투력을 좀먹는 암적 요소로 보고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영폭력을 눈감거나 은폐한 지휘관은 인사기록에 이를 ‘중대 과실’로 반영해 진급에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도록 함으로서 불명예전역 조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고의성이 의심되면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해 혐의가 입증되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군내 악습을 은폐했다가 적발돼 불명예 전역한 지휘관에 대해서는 군인연금을 깎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인사회의 무능과 기강 해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군인연금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 아울러 반인륜적 반인권적 병영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지휘책임을 물어 해체함으로써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육군 관계자는 “모든 지휘관들이 병영폭력과 가혹행위는 반드시 공개하는 것이 자신과 상관은 물론이고 부하에게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실히 들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우리 병영문화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 악습에 찌든 21세기 한국군의 ‘민낯’을 목격한 국민의 공분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적폐의 대물림을 끊는 병영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폭력을 정당화하는 병영 내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0년대부터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내 일제문화 척결에 노력했지만 안보현실과 징병제의 한계를 이유로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성향과 시대적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병영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도 절실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과거의 틀과 규칙으로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젊은 세대가 단체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군처럼 2, 3인용 생활관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병영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점호와 같은 통제감시 제도를 없애고, 훈련은 강하게 하되 생활관에 복귀하면 이등병도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관을 맡는 장교의 역량과 질적 향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진급 등 자신의 안위보다 책임과 명예심, 역량을 갖춘 지휘관이 많아야 군이 바뀔 수 있다”며 “특히 매년 임관장교 7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을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에 우수인력이 지원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존중이 전투력의 근간인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을 군내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군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중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학교폭력 등 사회적 배경과 함께 병영문화 개선과 강군 육성정책이 균형을 잃고 혼선을 빚은 측면이 크다”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윤완준·정성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