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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금강산에서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를 앞두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26명의 생사 확인을 요청했으나 북측은 국군포로 1명의 사망 사실만 확인하고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생사확인 불가’라고 통보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번에 생사 확인을 요청한 사람들은 2004년 12월 중국 옌지(延吉)에서 한국 영사관 진입을 앞두고 호텔에 머물다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된 한만택 씨(77) 등 국군포로 10명과 1975년 8월 동해에서 형과 함께 납북된 어부 허정수 씨(57) 등 납북자 16명이다. 한 씨는 2005년 납북자 관련 단체들을 통해 육성녹음이 공개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가족과 연락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 허 씨에 대해서는 정부와 가족들이 지난해에도 상봉을 위한 생사 확인 신청을 했으나 북측은 ‘연락두절’이라고 통보해 왔다.이런 북측의 태도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26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성의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올해까지 정부가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생사 확인을 요청한 국군포로는 모두 121명으로 이 가운데 28명의 생사가 확인됐고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14명 중 12명이 가족을 만났다. 정부가 같은 기간 생사 확인을 요청한 납북자 141명에 대해 북측이 생존을 확인한 경우는 17명에 불과했다. 이 중 16명이 가족상봉을 했다. 특히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의 상봉행사에서 남측의 국군포로 상봉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북측은 그 대신 남측이 국군포로가 아니라 이미 전사 처리한 ‘국군 출신’ 상봉자 5명(2009년 1명, 2010년 4명)을 북측 상봉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북측이 국군포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측과의 협상에 활용하기 위해 ‘국군 출신’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금강산에서 시작된 2차 이산가족 상봉에서는 북측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한 국군포로 서필환 씨(1927년생)의 아들 3명이 남측의 삼촌 익환 씨(72)를 만났다. 이번 상봉행사는 1차 때와 같은 방식으로 5일까지 진행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올해 대만과 중국이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양안(兩岸)관계 발전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대만 외교부의 초청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해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만난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한국의 통일부와 유사한 기관) 관계자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만이 아니다. 다른 대만 관료들에게서도 중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인 ECFA에 대한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국민당이 집권한 이후 대만이 제시해온 ‘유연한 외교(flexible diplomacy)’가 본궤도에 오른 듯했다. 확실히 대만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한층 가까워지고 있었다. 프로그램 참석자들을 안내한 대만 대학생은 “중국 관광객이 대만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돼 대만 어디에서나 중국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여전히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대만 대표단이 ‘타이완’이라는 이름으로 입장하려 하자 중국 측이 ‘차이나 타이완’ 같은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 결국 양측 모두 개막식에 불참했다. 프로그램 기간에 만난 대만인들은 중국의 이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대만인은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한 민진당 집권 시절(2000∼2008년)의 경제침체를 극복할 활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이 보였다. 대만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양안관계는 남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가해 새삼 주목한 사실은 대만은 한국의 9번째, 한국은 대만의 5번째 무역국일 정도로 양국 무역관계가 긴밀하다는 점이다. KOTRA 주타이베이 무역관의 이민호 관장은 “한국 기업의 정보기술(IT) 제품 상당수를 대만의 중소 제조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ECFA로 대만의 IT제조업체가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IT제품 생산을 대만에 맡긴 한국 대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한국의 IT산업에 위협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권외교를 구사하기 시작한 중국이 대만과의 경제협력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현실은 한국으로선 바다 건너 남의 일이 결코 아니다. 양안관계 강화가 한국 경제와 외교에 미칠 영향을 바야흐로 면밀히 고려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윤완준 정치부 zeitung@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교량국가’ 역할을 하면서 외교적 위상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만의 잔치였던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나, G8 국가에서 개최됐던 기존 G20 정상회의와 달리 서울 회의는 선진국과 저개발 국가를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특히 한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개발의제를 제안하면서 저개발 국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주제로 특화시켜온 과정은 한국이 외교에서 북한 문제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질서를 이끄는 리더로 변신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의제는 회의 시작 전부터 신흥국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신흥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외화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G20 정상들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논의한다는 것은 ‘의제 채택’ 이상의 의미가 있다. 1997년부터 논의가 거듭됐던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에 성과가 없었던 것은 미국 등 선진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따라서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선진국들이 금융안전망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안전망 설립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을 보여준다. 한국 주도의 금융안전망 구축 계획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8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대출 조건과 한도를 완화하는 개선책을 내놓으면서 신흥국들에 대한 IMF 대출의 문턱이 낮아졌다.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2단계 금융안전망 구축 움직임은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류의 지역안전망을 글로벌 안전망인 IMF와 연계하는 작업이다. G20 특임대사를 맡고 있는 안호영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G20 비회원국의 의견 수렴을 위해 8∼10월 베트남 이집트 에티오피아 칠레 등 비회원국 관계자를 잇달아 만났다. 안 조정관에 따르면 이들은 한결같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원조를 통해 성장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자는 개발의제를 중점 추진하고 있는 것을 환영했다. 안 조정관은 “이들은 한국이 짧은 기간에 인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며 ‘한국이야말로 개발의제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선 능력 배양(capacity building)과 복원력 있는 성장(growth with resilience)을 모토로 인프라 구조, 인적자원 개발, 무역, 투자와 일자리 창출, 식량안보 등 9개 분야에서 20여 개 실천 아이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핵 6자회담은 G20 정상회의 정식 주제와는 관련이 없지만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 간의 다양한 양자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5자의 의견을 결집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9일 북한군의 남측 최전방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은 일단 북한 병사의 오발에 무게를 두면서도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남북관계의 흐름을 짚어 보면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이 나타난다.북한은 지난달 7일 55대승호와 선원을 석방하고 10일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는 등 유화공세를 편 뒤 남북 대화 과정에서 그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같은 달 24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26일 개성에서 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는 노골적으로 쌀 50만 t과 비료 30만 t을 요구했다.그러나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요구에 대해 “관광객 피격 사망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요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또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대북 쌀 지원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총격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우발을 가장한 도발’을 선택해 남측의 반응을 떠보려 했을 수 있다.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의 저강도 무력행사를 통해 정상회의의 안전 개최를 위협하고 국제사회에 ‘한반도 리스크’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의 중요 행사 때마다 무력 도발을 감행한 전력(前歷)이 있다. 북한은 2002년 6월 29일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창 열리던 상황에서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또 1987년 11월 KAL기 폭파 사건은 다음 해로 예정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염두에 둔 테러행위였다.이날 총격을 불과 3시간 앞두고 나온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도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 남북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북한의 군사실무회담 개최 제의를 거부한 데 대해 “(남측의) 대화 거절로 초래되는 북남 관계의 파국적 후과(결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통감하게 될 것”이라며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을 위협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11곳에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위한 확성기를 설치한 것에 대해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해 왔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9일 날이 저물기 전인 오후 5시 26분경 강원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의 비무장지대(DMZ) 안 최전방초소(GP)에서 총성 2발이 잇따라 울렸다. 1.3km 떨어진 북한군 GP에서 14.5mm 기관총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2발이 한국군 GP 하단부에 맞은 뒤 먼지를 일으키며 차례로 튕겨나갔다. 총탄이 튕겨나가는 것을 목격한 한국군은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 K-6 12.7mm 기관총 3발로 대응 사격을 가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미 최고 수준으로 경계태세가 강화돼 있던 터라 DMZ 일대 GP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마침 이날 낮에는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강원 양구군의 ‘펀치볼’ 지구를 방문해 경계태세가 한층 높았다. 》총격 상황은 곧바로 합동참모본부까지 보고됐다. GP는 이어 두 차례에 걸쳐 “귀측의 총격 도발로 인해 자위권을 발동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귀측에 정전협정 위반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한국군 병사는 GP 밖으로 나가 GP 하단부에 2발의 탄흔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14.5mm 기관총은 단발과 연발 사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대응사격에 대해 군 관계자는 “비례성과 필요성에 따라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즉각적으로 이뤄진다”며 “현장 지휘관이 3발 넘게 대응사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군 당국은 총격사건 직후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총격이 일어난 지역의 GP와 DMZ 남방한계선에 있는 일반전초(GOP) 병력 전원을 경계태세에 투입했다. 또 전투기를 비롯해 육해공군 전력을 비상 대기시켰다. 합참에 따르면 총격 사건 이후 북한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일단 북한군 병사의 오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은 2발에 불과한 사격 발수와 1.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GP의 총안구 근처가 아닌 하단에 총격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오발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군 관계자는 “도발이라면 최소 3, 4발 이상이 돼야 한다”며 “북한군이 우리 군 GP를 겨누도록 거치된 기관총이 워낙 민감해 총알을 갈아 끼울 때 살짝만 잘못 건드려도 오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 2발의 오발 사례는 지금까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참은 탄흔 지점이 GP 총안구에서 얼마나 아래에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청와대 관계자는 “초소 하단에 맞은 것으로 볼 때 정확한 조준사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로는 북한의 도발인지 단순 사고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군 관계자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필요하게 긴장 상황을 높일 필요가 없다. 총격의 의도성 유무는 신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군 당국과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오발 쪽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총격의 의도성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30일 파견한 특별조사팀에 북한군이 얼마나 성의 있게 해명하는지에 따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북한군의 총격 사건은 1990년대 이후 14번째, 2000년대 이후 4번째다.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2007년 8월 6일에는 북한군이 강원 인제군 북방 DMZ에서 남측 초소를 향해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바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7일 국제전화로 들려오는 한지수 씨(27)의 잠긴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원래는 목소리가 크고 씩씩했다고 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1년 넘게 온두라스에서 겪은 고통이 커보였다. 온두라스에서 살인 혐의로 가택연금 중인 한 씨가 17일 오전 1시(현지 시간 16일 오전 10시)경 로아탄 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선고의 공식 공표는 다음 달 5일이고 그로부터 20일 이내에 검찰이 대법원에 항소하지 않으면 원심이 확정된다. 검찰이 대법원에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무죄가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씨와 연락이 닿은 건 재판이 열린 날 오후 10시(현지 시간)를 넘긴 시간이었다. 법원에서 비행기를 타고 연금 장소인 산페드로술라의 한인교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한 씨에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한 씨는 “몹시 피곤한 상태이지만 사건 초기 제 상황을 알려준 동아일보에 감사한다”며 기꺼이 통화에 응했다. 재판 결과를 물었다. “판사 3명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온두라스 검찰의 불충분한 수사를 지적했습니다. 검찰의 살인 주장 근거가 충분치 않고 현장에서 샘플 채집 등도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수사상의 허점이 많기 때문에 유죄를 확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날 재판에서는 무죄를 주장한 한 씨 측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한 씨는 2009년 8월 이집트 공항에서 인터폴에 체포됐다. 온두라스에서 사망한 네덜란드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온두라스로 이송돼 감옥에 수감됐다. “그때 일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한 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누구에게서도 당시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듣지 못해 막막함보다 공포감이 컸다고 했다. “아버지의 면회만 간절히 바랐습니다. 억지로 희망을 가졌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어요.” 한 씨는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내가 하지 않은 일로 붙잡힌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생면부지의 한국인들이었다. “인터넷 트위터와 구명카페 등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고 모금활동이 이어졌습니다. 단발성에 그칠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김주하 MBC 앵커는 올해 초부터 트위터에 수요일마다 ‘한지수요일(한지수와 수요일을 합친 말)입니다’라며 여론을 환기시켜줬죠. 제가 가장 두려웠던 건 유죄선고를 받는 것인데 설사 그렇다 해도 제게 관심을 준 분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든든함이 생겼습니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팀이 온두라스 검찰의 부검 결과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제기한 점도 무죄 판결에 기여했다. 한 씨는 “재판이 온두라스 관례보다 일찍 열린 것도 외교부가 노력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절망이 교차하던 한 씨가 작으나마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올해 6월 이명박 대통령과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였다. “수감 이후 제 마음은 ‘기대를 가지면 실망이 크다’는 쪽이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제 얘기를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우려하는 이상한 결과로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무죄 선고가 확정되는 즉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운이 안 좋았지만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의 치안이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면 자기도 모르게 위험한 상황에 연루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는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1년간 암흑 속에 멈춰 있었다”며 “이 일을 통해 전해줄 교훈이 있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피살자 부검보고서 바뀐뒤 살해용의자로 몰려”▼■ 한 씨가 말하는 사건 전말 2008년 8월 한지수 씨는 스킨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두라스에 머물고 있었다. 한 씨는 이중국적(영국과 호주)을 가진 다이빙 강사 대니얼 로스 씨의 집에 방을 얻어 살았다. 한 씨가 그해 8월 22일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로스 씨가 네덜란드 여성인 마리스카 마스트 씨와 함께 바에 와 술을 마셨다. 한 씨는 먼저 집에 돌아와 잠들었다. 한 씨에 따르면 다음 날 새벽 ‘우당탕’ 하는 소리에 깼더니 맞은편 방문에 로스 씨가 서 있었고 방 사이에 있는 화장실 문이 열리자 마스트 씨가 앞으로 쓰러졌다. 마스트 씨가 정신을 차린 뒤 로스 씨는 한 씨에게 들어가 쉬라고 했다. 그날 오전 6시경 마스트 씨는 로스 씨 방의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고 한 씨는 로스 씨의 요청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그날 오전 마스트 씨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로스 씨는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한 씨는 약 1개월 뒤 다이빙 강사 시험을 치르고 미국을 거쳐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이빙 강사를 하기 위해 이집트로 갔다. 2009년 8월 27일 한 씨는 이집트 공항에서 인터폴에 체포됐고 온두라스로 이송된 뒤 9월 23일 살인 혐의로 수감됐다. 12월 가석방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의 한인교회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한 씨에 따르면 원래 부검보고서는 마스트 씨의 사망 원인을 뇌가 부풀었기 때문이라고 봤지만 나중에 만들어진 보고서는 마스트 씨의 목이 졸렸고 거기엔 2명이 참여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상 로스 씨와 한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다. 한 씨는 “네덜란드 언론사 기자로부터 ‘로스 씨가 호주에 머물고 있고 거주지가 파악됐지만 호주와 온두라스 사이에 범죄인인도협정이 없어 데려오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교통상부 기획조정실장(1급)에 행정안전부 현직 관료가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17일 “외교부 인사 쇄신이 절실한 현 시점에서는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인사와 조직행정에 밝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행안부 관료를 대상으로 인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가 올 지는 행안부와 협의해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주 안에 임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정책기획국장과 문화교류국장에도 외부 인사를 기용하기로 하고 교수와 학자, 다른 부처 관료 등을 대상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국인 선원 2명이 탑승한 케냐 선적의 어선 금미305호가 9일 새벽(현지 시간) 인도양의 케냐 라무 인근 연안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한국인이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납치된 것은 2006년 동원호 피랍 이래 7번째다. 특히 올해 4월 유조선 삼호드림호는 납치된 지 200일 가까이 되도록 선원들이 석방되지 않은 상황이다.외교통상부와 케냐 현지의 금미수산 선박대리점 대표 김모 씨(58)에 따르면 납치된 241t급 대게잡이 트롤어선 금미305호에는 선장 김모 씨(54)와 기관장 김모 씨(67), 중국인 선원 2명, 케냐인 39명이 타고 있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4월피랍 ‘삼호드림호’ 197일째 진전 없어 ▼이 배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쪽에 있는 해적들의 근거지인 하라데레에 억류돼 있다가 소말리아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재외동포영사국과 주케냐 대사관에 각각 피랍대책본부와 현장대책본부를 설치했다.금미305호는 1개월 전부터 라무 지역에서 약 16km 떨어진 해역에서 선원들을 2개조로 나눠 24시간 조업을 해 왔다. 이 해역은 소말리아 해적의 본거지에서 400km 이상 떨어져 있고 케냐 해군들이 순시하는 안전지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랍 지점은 육지에서 통화가 가능한 지역이었지만 선원들이 해적 출몰이나 피랍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으로 미뤄 해적들이 야간에 기습적으로 어선에 올라 배를 장악한 것으로 선박대리점 측은 분석했다. 금미수산 대표로 2005년부터 케냐에서 수산사업을 해온 김 선장은 금미수산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7년 부산 사무실을 폐쇄하고 2년 전부터 직접 배를 몰며 조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장의 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 외교부로부터 납치됐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며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에는 전화도 안 된다”고 울먹였다. 한편 4월 4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드림호 사건이 17일로 197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석방 협상은 진전이 없다. 이 배에 타고 있던 김성규 선장(58)과 정현권 기관장(62) 등 한국인 5명과 필리핀 선원 19명이 현지에 억류돼 있다. 삼호드림호 선원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은 2006년 동원호(117일), 2007년 마부노1, 2호(174일) 협상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이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납치된 사건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해적과의 협상은 선사인 삼호해운이 맡고 있다. 석방 금액을 두고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삼호해운 측은 “석방 금액 등이 외부로 유출되면 해적이 협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랍 사태가 길어지면서 가족들은 이달 초 가족대표단을 구성해 정부와 삼호해운 측에 협상의 조기 타결을 촉구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대연합 정기총회에 참석한 에프티미오스 미트로풀로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과 소말리아 해적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9월 북핵 6자회담 재개 협의를 위해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 1차 순방을 마친 중국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사진)을 중국에 불러들여 6자회담 재개 2라운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15일 “12일부터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계관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중국 측에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으며 개혁 개방에도 관심이 있다. 북한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이 소식통은 “김 부상의 얘기에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이겠다는 각론이 없다”며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평화협정 얘기들이 선후 맥락 없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도서를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되 프랑스 측이 대여기간을 조건 없이 자동 연장하는 단서 조항을 협정문서에 명문화할 경우 ‘영구대여’라는 표현을 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혀 외규장각 반환 협상이 타결될지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영구대여가 원칙이지만 3년의 대여기간을 조건 없이 자동으로 계속 연장해 결과적으로 한국에 영구히 남게 되는 조항을 대여 협정문서에 분명히 포함시킨다면 프랑스 정부의 요구처럼 ‘영구’라는 표현을 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단서조항은 구두 약속이 아니라 공식 문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대여기간을 자동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부분은 프랑스 정부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프랑스 측은 한국의 영구대여 형식 반환 요구에 공공재산의 소유권 이전뿐 아니라 영구임대도 허용하지 않는 자국 법에 저촉된다며 난색을 표시해 왔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영구’라는 표현을 빼면 반환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비교적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한국 외교통상부와 최근까지 영구대여를 고수해 온 문화재청도 이런 자동연장 단서가 명시될 경우 ‘영구’라는 표현을 양보할 수 있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는 한-프랑스 양자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며 “이 회담에서 어떤 수준의 얘기가 오갈지는 현재의 양국 협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회담에서 반환 원칙에 합의하고 양국 수교 130주년인 2016년까지 도서 297권이 순차적으로 반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약탈된 것이 분명한 문화재를 영구대여도 아닌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는 데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일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교통상부가 최근 부적격 공관장을 걸러내는 평가를 하기 위해 모든 공관장에게 15일까지 자기평가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능력 없는 공관장은 3년 임기 만료 전이라도 불러들이겠다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사진)의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화됐다. 김 장관은 14일 외교부 인사·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기획관리실장 등 본부 고위직과 해외 공관장 직위를 정부 다른 부처와 민간에 대폭 개방하기로 했다. 또 능력 본위의 인사를 통해 평가 성적이 우수한 공관장에 대해서는 임기를 연장하고 보통 2회인 보임 횟수 제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를 위해 공관별 프로젝트의 지속 여부, 현지 인사들과의 교류 수준 등 A4 2장에 해당하는 50개 항목을 만들어 공관장들에게 자기평가를 하도록 했다”며 “여기에 다면평가 결과, 그리고 공관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신설하는 일종의 암행어사인 순회평가대사의 평가 결과를 종합해 부적격 공관장을 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해외 공관장의 고위공무원단 직위 70개 중 경제 관련 공사급 직위 14개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현재 선진국 공관에 배치된 차관급(14등급) 공관장 직위의 수를 줄여 신흥시장 진출에 필요한 거점 공관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또 외교부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관리실장, 장기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정책기획국장, 공공외교 같은 ‘소프트파워’를 담당하는 문화외교국장 등 본부 간부직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책기획국장은 미국처럼 교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정기인사에서 간부들의 대규모 인사이동이 예상된다. 외교부는 또 공관장 자격심사 2회 탈락자와 과장급(참사관급) 및 고위공무원단(국장급 및 심의관급) 역량평가 3회 탈락자의 직급 임용을 배제하는 ‘삼진아웃제’를 시행하고 국장 아래 직위인 심의관과 20년 이상 근무한 선임 과장도 능력에 따라 공관장 인사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인사심의위원회는 간부급과 실무직원 대상의 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과장급 이하 직원에 대해 상위 직급자가 함께 일할 부하 직원을 선택하는 드래프트제를 시행할 방침이라며 “다만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평가를 높게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감사에서 지적된 특별채용 관련 불공정 인사를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부당한 특채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는 자리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5급 이상 특채는 모두 행안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6, 7급 직원도 행안부가 주관하는 공채 위주로 선발하고 공채로 선발하기 어려운 특수 외국어 및 전문 분야 직원만 제한적으로 특채를 시행하되 계약직이 아닌 경력직(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한편 김 장관이 8일 취임한 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쇄신안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힌 뒤 불과 6일 만에 쇄신안이 공개된 것을 두고 지나치게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무 직원들의 불만도 나왔다. 한 외교부 직원은 “쇄신안에 따른 불이익은 아래 직원들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 중에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가 많다. 최초의 여성 정상(대통령 또는 총리) 3인방이 대표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56)는 동독 출신으로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대연정을 이끌고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긴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다만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대통령선거에서 집권연정의 대통령후보가 어렵게 당선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안정감 있고 낙천적인 성격에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동베를린의 대처’로 불린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57)도 아르헨티나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특히 그의 남편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으로 세계 최초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 기록도 갖고 있다. 집권 직후에는 75%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지만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했다. 현재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을 둘러싸고 영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49)도 호주의 첫 여성 총리다. 대학 시절부터 정치에 참여해 1983년 호주학생연맹(AUS)을 이끌었다. 강력한 정부를 주창하는 여장부로 통한다. ‘최연소’ 타이틀도 많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로 총리가 됐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45)도 최연소 러시아 대통령에 올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44)도 영국 정치사에서 1812년 42세로 총리가 된 로버트 젱킨슨 이래 198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다. G20 정상들의 평균 나이는 60.45세다.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60)은 이슬람 정당 출신의 첫 터키 대통령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55)은 이민자(헝가리) 2세 출신의 첫 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9)도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이다. 입지전적 인물도 눈에 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65)은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어린 시절 금속공장에서 일하다 새끼손가락이 절단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브라질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78)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현재 인도는 매년 8%라는 경제성장률을 이뤄내고 있다.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68)도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반대운동으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10년간 징역을 살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68)은 간쑤(甘肅) 성의 수력발전소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갑부 출신의 정상도 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86)은 최고령이면서 G20 정상 중 최고 부자로 알려졌다. 재산이 약 2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3)는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그룹 메디아세트를 소유한 언론 재벌이다. 정상들의 다양한 취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상임의장(63)은 일본의 전통 시(詩) 하이쿠 작시가 취미다. 4개 언어에 능통하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48)은 매일 오전 7시 경호원들과 함께 대통령궁 인근의 공원에서 25분간 자전거를 탄다. 축구도 잘한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뛰었고 올해 1월 전미대학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스포츠 프로그램 해설가로 나서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탈리아 축구클럽인 AC밀란의 구단주이자 축구광이다. 한편 정상들마다 특징적인 식단을 구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G20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인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이면서도 마늘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싱 총리는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국가 출신 정상의 경우 음식에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고기 기름도 쓰지 말아야 한다. 쇠고기나 양고기도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날카로운 칼로 정맥을 끊어 도살한 할랄 음식만 준비할 예정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에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10일 숨을 거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만하다. 이날 행사에서 북한은 3대 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주석단(귀빈석)에 올려 그가 공식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생중계로 알렸다. 바로 이날 망명 이후 13년간 북한의 세습 독재의 실상을 강하게 비판해온 황 전 비서가 눈을 감은 것이다. 황 전 비서는 탈북 후인 1999년 일본 문예춘추사에서 발간한 회고록 ‘김정일에 대한 선전포고’에서 김정일의 통치술과 전쟁관, 북한의 전쟁 준비 상황 등을 비판했다. 또 같은 해 한국에서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해 북한의 주체사상이 봉건사상으로 변질된 과정과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김일성 부자는 독일 제3제국(1934∼1945) 시절의 아돌프 히틀러처럼 주민들을 완전히 복속시켰다”고 말하는 등 망명 초기 황 전 비서의 북한 비판 발언은 거침없었다.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2000년부터 ‘남북 공조’에 비판적인 황 전 비서의 공개 활동 자유가 제약되기 시작했다. 그는 “당국이 생각을 밝힐 기회를 주지 않고 미국 방문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국가정보원이 “미국 방문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특별보호 대상에서 제외해 관광비자로 미국을 찾았다. 그는 미국에서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핵무기 포기를 대가로 김정일 정권의 독재체제 유지를 보장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희생시키면서 독재자와 흥정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중국식 개혁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무력 사용 없이도 북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다시 미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노무현 정부는 여권을 발급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04년 8월에는 한 해외 유명 방송사 기자가 취재 약속을 하고 그를 방문했다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정보요원들의 제지를 받은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황 전 비서에게 해외여행과 집필, 강연 등의 자유를 배려하기로 했다. 이후 황 전 비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정기적으로 안보강연을 하고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의 ‘민주주의 강좌’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등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에는 동아일보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강연했으며 “민간 비정부기구(NGO)와 탈북자들을 통한 북한 민주화 운동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국내 탈북자단체 300여 개를 자신이 위원장인 북한민주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동아일보 강연에서 “비정부기구가 나서면 (북한 민주화) 비용이 절약되고 효과적이고 도덕적이다. 미국이 파키스탄과 이라크전쟁 등에 1800만 달러를 썼다는데 내게 900만 달러만 줘도 북한 민주화에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3, 4월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으며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강연에서 김정은에 대해 “그깟 녀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수령 절대주의 사상으로 왜곡되기 이전 자신이 체계화한 주체사상에 애착을 보이며 이를 ‘인간중심철학’이라고 명명했고 ‘민주주의 정치철학’(2005년) ‘변증법적 전략전술론’(2006년) ‘인간중심철학원론’(2008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2009년) ‘논리학’(2010년) 등 최근까지 20여 권의 서적을 펴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 북한 독재체제를 연장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며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한 내의 친북 사조를 지적했다. 그는 남한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을 잃지 않았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국이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원자력협력 협정을 체결해 남아공 원자력발전소 건설 진출에 파란불이 켜졌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디푸오 피터스 남아공 에너지부 장관과 △원자력 기술 연구, 원자력발전소·원자로 설계 건설 분야의 협력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국 공동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협정에 서명했다. 남아공 정부는 전력난 타개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전력 수급 마스터플랜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2008년 말 중단된 원전 입찰 재개와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다. 남아공 정부가 계획 중인 원전 6기 공사는 총건설비가 1조3000억 랜드(남아공 화폐단위·약 210조 원)에 달한다.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 남아공 원전 건설 참여를 위해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번 협정 서명을 계기로 방한한 칼레마 모틀란테 부통령 일행을 접견하고 “한국의 원전은 경제적 경쟁력이나 안전성, 효율성에서 세계 어느 나라의 원전보다도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모틀란테 부통령은 “원자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 전체에 관심이 많아 방한하게 됐다”며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틀란테 부통령은 이날 오후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과 함께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원전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북한 문제로 중국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한 한국 정부에 커다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영토 문제를 놓고 중국이 평소 외쳐온 화평발전(和平發展) 외교원칙과는 달리 국제사회와 정면으로 충돌한 중국의 좌충우돌식 행보는 향후 한중관계에서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급한 정치 및 경제관계의 균형 찾기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파트너로 성장했지만 정치 및 안보 분야의 협력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북한을 의식하는 중국 정부가 한국과는 정치적 대화를 기피했고 이를 의식한 한국도 본격적인 접근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북한과는 정치군사 분야에선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시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는 모습도 익숙한 장면이다. 하지만 천안함 문제를 유엔에서 처리하면서 한중 양국의 진솔한 정치대화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천안함 문제는 한국으로서는 핵심 가치와 연결되는 문제였지만 중국에는 부차적인 문제였다”며 “핵심 가치를 둘러싼 논쟁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한중관계의 미래에도 중요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국에 빚을 졌다는 인식을 가진 것도 최근 한중관계에서 중국이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는 배경의 하나다. 그럼에도 한중 양국의 정치적 관계 발전이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일 정도로 성장한 중국은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의 급변사태 등 미래를 관리하려면 한미동맹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며 “미중 갈등보다는 미중 협력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포괄적인 관계 재설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 재설정, 중국 제대로 알기부터 중국 군부는 센카쿠 사건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의 서해훈련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미국과 감정적인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군사과학위원회 부비서장인 뤄위안(羅援) 소장은 7월 초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이 서해에서 한국과 합동훈련을 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용 과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7월 말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및 일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은 5월 경주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이 중국의 핵 군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의 공세적인 움직임에 대해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이 2008년 하반기의 국제적 금융위기 이후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과 성장에 따라 어떤 대외정책을 펼쳐야 할지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 내에서 “△전통적 강대국 지위에 향수를 가진 전통주의자 △중국을 세계가 아닌 지역강국으로 인식하는 발전도상국론자 △새로 부상하는 강대국에 걸맞게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신흥 강대국론자의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신흥 강대국론자의 입지가 다시 강화되고 있지만 천안함 사건 및 센카쿠 열도 사건 대처를 두고 전통주의자들이 강경론을 주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류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는 한중 양국의 젊은 세대 간 교류 증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인 1980년대 출생자인 바링허우(80後) 세대는 ‘소황제’로 자라 자존심이 강한 세대로 한국이 중국을 가볍게 대하는 것을 참지 못하며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중국의 신세대 이해를 위한 교류 증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국을 찾은 중국 유학생 8만 명을 지한파로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민간 교류가 돈독해질 때 장기적으로 큰 문제도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자적 접근-독자 브랜드 개발을 중국이 최근 드러낸 외교적 충돌은 현재의 지도부가 군부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중국이 추가 확전을 피한 것은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냉담한 기류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에서도 중국이 너무 빨리 이빨을 드러내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됐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냉기류를 형성했던 중국이 지난달 말 한중전략대화를 위해 베이징(北京)을 찾은 신각수 외교부 장관 직무대행을 환대한 것도 중국이 하나라도 우군을 얻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왕광야(王光亞)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이례적으로 골프회동을 제안하는 친밀감을 나타낸 것도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도 접근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류우익 주중대사는 부임 직후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가 중국 관료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중국을 북한 문제 해결의 창구로만 보지 않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의 위상에 맞는 세계전략을 논의하는 파트너로 존중할 필요성도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나 북한 급변사태, 주변국 정세 등 한반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간 안보협력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일, 한중, 중-일 영토 문제나 역사 문제 등은 양자외교로는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독자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남북관계를 통해 주도적으로 이끌고 △한국의 브랜드를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나라로 특화시켜 중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 한국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전문가 제언 “한국 외교, 구한말 自强均勢서 갈 길 모색을” ‘스스로 강해야 한다’는 뜻의 자강(自强), ‘길러진 힘을 바탕으로 외세를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의 균세(均勢). 전문가들은 19세기 말 조선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던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개화파가 제시한 ‘자강과 균세’의 비전에서 한국 외교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개화파의 실패한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화파는 자강과 균세를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한 세력을 이용해 다른 세력을 제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1884년 갑신정변을 통해 근대적 개혁을 시도했지만 3일 천하에 그쳤고 조선 내부에서 친청(淸)파, 친일파, 친러파 등으로 갈라져 반목하면서 힘을 결집하지 못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싸우다 국제정치의 냉정한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국권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조선은 내부의 분열로 균세는커녕 자강도 이뤄내지 못했다”며 “부상하는 중국과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균세를 이뤄내려면 외교 전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개화파들이 자강과 균세를 주장하면서 모델로 삼은 영세중립국 스위스의 사례도 생각해볼 만하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 원장은 “19세기 유럽 각국은 프랑스의 팽창을 막기 위해 스위스(1815년)를 영세 중립화하는 데 찬성했다”며 “이후 스위스는 군사력을 꾸준히 키워오면서 지금까지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스위스와 같은 중립화를 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중국이 언제든 기존 세계규범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이 중국에 대해 독자적인 전략적 가치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방안으로 서진영 교수는 “동남아시아의 지역협력기구인 아세안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의 개별 국가는 중국과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약하지만 하나의 협력체로 모이자 동남아시아 전체를 적으로 만들 수 없는 중국에 다소나마 견제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으로서는 한중일 3국 협의체를 만들어 이 기구를 통해 한국이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9월 4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특별채용 파동으로 사퇴한 뒤 1개월 넘게 공석이었던 외교부 장관에 김성환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 이에 따라 김 신임장관이 특채 파동으로 불거진 외교부의 고질적인 인사운영 문제를 해결하면서 외교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외교부가 외교 역량을 더 강화하고 전문성도 더 길러야 한다. 특히 파견된 나라에서의 현지 경쟁력을 강화해 달라.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장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외부 인사보다는 외교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외교부를 개혁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며 나름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외교부 인사를 위한 새로운 평가팀을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공관장들도 3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사와 평가를 전담하는 대사직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연령에 맞춰 누구나 같은 횟수로 공관장을 맡는 관행을 없애고 나이에 상관없이 잘하는 사람은 횟수에 관계없이 공관장에 부임할 수 있게 하겠다”며 “현지어가 가능한 사람 위주로 공관장에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2외국어권(비영어권) 근무자들이 외교부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며 “외교관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 자녀는 특별 관리해 채용 단계에서 한 번 더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인사위원회 기능을 통해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이른바 ‘3진 아웃제’를 도입해 보직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부적격자를 퇴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재외공관의 고위직을 외부에 개방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 장관에게는 특채 파동으로 생긴 내부 분열과 갈등의 골을 치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취임식 대신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내 방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향후 외교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외교부가 외교를 독점하지 않고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총력외교(total diplomacy)와 복합외교(complex diplomacy)를 제시했다. 그는 또 “한국이 중견국가로서 소프트파워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여야는 보고서에 김 후보자가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원칙과 안목을 가지고 있어 장관 직무 수행에 적합하다는 의견과 함께 병역 및 주식투자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아 부적격자라는 의견도 포함시켰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7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과 주식 투자, 학력 허위기재, 현역 입영 기피 의혹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또 정책 검증 과정에서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대한 김 후보자의 시각이 드러났다. 여야는 8일 오전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다운계약서 작성, 주식 투자 논란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2004년 빌라와 아파트를 각각 사고 파는 과정에서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데 대해 “세무사가 알아서 했지만 (나도) 관행에 따라 계약서 작성에 동의는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계약서 작성에 동의했다면 조세를 포탈한 범죄행위로 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김 후보자는 “세무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실거래가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법은 2006년부터 시행됐고 2004년에는 기준가격을 정해 놓고 그 이상 신고한 금액은 다 적법했다”고 반박했다.김 후보자가 주우즈베키스탄 대사로 근무하던 2003년부터 3년 8개월 동안 인터넷으로 K업체의 주식을 107차례에 걸쳐 사고 판 것도 문제가 됐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다른 모든 주식을 팔고 한 회사의 주식에만 ‘몰빵 투자’를 했고 2006년 주가가 급등했을 때 주식을 팔았다”며 “회사 내부자 등 누군가 확실한 정보를 주는 사람 없이 어떻게 이런 투자를 할 수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이에 김 후보자는 “내부에서 정보를 받았다면 샀다 팔았다 했겠느냐. 손해를 보다가 약간 이익이 나서 팔았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도 “주식 작전이 3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한 달에 한두 번 거래한 것을 자주 거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위 학력 기재 논란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김 후보자가 서울대 대학원(국제경제학)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고 제적됐음에도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 ‘수료’라는 허위 학력을 기재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수료한 것으로 알았다가 오늘 아침 최 의원 말씀을 듣고 확인해 보니 당시 4학기를 등록했지만 학점 미달로 제적된 사실을 알았다. 해외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제적 통지서를 못 받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역 입영 기피 의혹김 후보자가 1977년 징병검사에서 아랫니가 윗니보다 튀어나와 음식물을 씹는 데 장애를 일으키고 턱이 자주 빠지는 ‘선천성 부정교합 탈구’를 사유로 보충역(방위병)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민주당 신낙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신 의원은 “1975년 1차 징병검사 당시 71kg이었던 체중이 1977년 2차 징병검사에서 75kg으로 늘었다. 제대로 씹지 못하면 체중이 주는 게 정상 아니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늘 턱이 빠진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2차 징병검사 때 턱이 한 차례 빠진 사실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국방부의 기준은 1년에 5차례 이상 턱이 빠져야 선천성 부정교합 탈구”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김 후보자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진단서를 작성한 서울대병원 의사도 전화 통화에서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 측과는 통화한 적 없다. 김 후보자의 증상을 보니 1977년 당시 군대에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긍정적 전망김 후보자는 최근 미국 일본과 중국 간 분쟁에 대해 “결국 갈등의 요소가 중국에 있다.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증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처음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속내에 있는 얘기를 했다. 한중 관계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한편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은 ‘이 작전(천안함 폭침)을 명령한 최고 결정권자는 누구냐’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라고 답했고, ‘북한 군부를 통솔한 제1인자는 누구냐’는 물음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말했다.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는 5일 유럽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국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여행경보를 조정하기보다 유럽으로 여행을 가거나 체류하는 국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근 외신을 통해 알 카에다가 유럽의 관광지를 테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 1면 전면에 걸쳐 편집국 논설을 싣고 ‘영도자 중심의 일심단결’을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공식화한 직후여서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일심단결은 조선의 힘이고 승리’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영도자가 구상을 펼치고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돼 영도자의 결심을 결사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일심단결의 정신력만 있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며 “이 세상에 우리 군대와 인민처럼 자기 영도자에게 매혹되어 자기 운명을 전적으로 의탁하고 따르는 군대와 인민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김일성 동지의 후손이라는 자각을 한시도 잊지 말고 싸워 나가야 한다”며 “김일성 동지의 후손이라는 자각을 갖고 살며 투쟁한다는 것은 수령님의 은덕을 순간도 잊지 않고, 수령님의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몸 바쳐 싸운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는 리비아의 한국 국가정보원 소속 외교관 추방을 둘러싼 외교 갈등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장동희 주리비아 대사를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외교소식통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만나 장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일 귀국한 이 의원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측에 우리가 잘못한 점을 인정했고 담당자도 문책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장 대사 소환이) 후속 조치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며 “그러나 석방이나 타결 조건으로 거론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외교 갈등에 따른 문책으로 현지 대사를 소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리비아는 이 의원이 카다피 원수를 만난 지 이틀 만인 2일 저녁(현지 시간) 현지법 위반 혐의로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구모 씨와 농장주 전모 씨를 전격 석방했다. 외교부는 3일 “리비아 당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구 씨와 전 씨를 석방해 현지에서 가족들에게 인도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일에 석방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 씨와 전 씨에 대한 기소나 재판 등 사법절차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구 씨 등은 애초 석방 뒤 자진출국 형식으로 추방될 것으로 관측됐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리비아 외교부 부국장이 2일 오후 6시 반 장 대사에게 석방 의사를 밝혀 왔으며 2시간 만인 오후 8시 카다피 원수의 차남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리비아 인권협회의 사무총장이 배석한 가운데 구 씨와 전 씨가 석방됐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