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완준]한국경제 ‘대만 변수’ 대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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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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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만과 중국이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양안(兩岸)관계 발전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대만 외교부의 초청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해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만난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한국의 통일부와 유사한 기관) 관계자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만이 아니다. 다른 대만 관료들에게서도 중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인 ECFA에 대한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국민당이 집권한 이후 대만이 제시해온 ‘유연한 외교(flexible diplomacy)’가 본궤도에 오른 듯했다.

확실히 대만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한층 가까워지고 있었다. 프로그램 참석자들을 안내한 대만 대학생은 “중국 관광객이 대만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돼 대만 어디에서나 중국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여전히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대만 대표단이 ‘타이완’이라는 이름으로 입장하려 하자 중국 측이 ‘차이나 타이완’ 같은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 결국 양측 모두 개막식에 불참했다. 프로그램 기간에 만난 대만인들은 중국의 이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대만인은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한 민진당 집권 시절(2000∼2008년)의 경제침체를 극복할 활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이 보였다.

대만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양안관계는 남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가해 새삼 주목한 사실은 대만은 한국의 9번째, 한국은 대만의 5번째 무역국일 정도로 양국 무역관계가 긴밀하다는 점이다.

KOTRA 주타이베이 무역관의 이민호 관장은 “한국 기업의 정보기술(IT) 제품 상당수를 대만의 중소 제조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ECFA로 대만의 IT제조업체가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IT제품 생산을 대만에 맡긴 한국 대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한국의 IT산업에 위협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권외교를 구사하기 시작한 중국이 대만과의 경제협력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현실은 한국으로선 바다 건너 남의 일이 결코 아니다. 양안관계 강화가 한국 경제와 외교에 미칠 영향을 바야흐로 면밀히 고려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

윤완준 정치부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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