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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카카오 출신이 창업한 당근마켓을 인터뷰하면서 카카오 출신 창업자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여러 창업자 가운데서도 카카오 설립 초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확영 그렙 공동대표를 실력가로 꼽았다. 그렙은 개발자의 코딩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평가 플랫폼을 구축해 사업화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카카오도 그렙을 통해 개발자들을 채용 중이다. 카카오톡을 만든 선배가 카카오를 나와서까지 카카오를 이끌 후배 개발자들을 찾고 검증해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과도 종종 만난다고 했다. 최근 그렙의 이 공동대표와 임성수 공동대표(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를 만났다. 두 사람은 상문고, 서울대 동기다. 오후 4시쯤 두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 했는데 사무실에 조금 일찍 도착해 이 공동대표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지하철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두 사람 모두 공유오피스인 회사로 출근 중이었다. 인터뷰가 끝나면 곧장 퇴근할 것처럼 보였다. 그렙 구성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꾸준하게 재택근무를 해왔다고 했다.―두 분 모두 따로 창업을 하셨다가 합치셨다고요. ▽이확영 공동대표(이하 이)=2014년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자 카카오를 나와 창업을 했어요. 그런데 시장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고민해보니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개발자들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죠. 그래서 개발자 교육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임성수 공동대표(이하 임)=저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어요. 교육 산업이 국가 주도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 대상 시장은 많이 커지지 않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이 친구(이 공동대표)가 교육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쯤 미팅을 하게 됐고 방향성이 같다고 판단해 합치기로 했습니다. ▽이=저는 개발자 중에서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친구(임 공동대표)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이니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서로 친구라 부르시는 군요. 고교 시절부터 두 분은 친했나요. ▽이=고교 시절에는 이름만 아는 정도였어요. 한 반에 정원이 60여 명일 때 학교 다닌 세대인데요. 지금은 20여 명 정도 된다죠. 당시에는 전교생이 1200명, 이과는 720명 남짓이었어요. 저나 이 친구 모두 전교 10등 안에 들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서 서로의 이름은 알고 있었죠. ▽임=대학 때는 항상 붙어 다녔어요. 석사 이후에는 서로 다른 진로를 택했죠. 이 친구는 산업으로, 저는 학교에 남아 박사 과정을 했고요. 물론 저도 박사 과정 직후에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요. 그 때 소프트웨어(SW)가 발휘할 폭발적 영향력에 대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창업에도 기웃거렸던 것이고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다니던 고교인 점이 눈에 띄었다. 카카오 CTO와 네이버 창업자를 배출한 고등학교라…. 이 창업자가 고교 4년 선배라고 했다.―카카오도, 네이버도 개발자 채용 시험을 볼 때 그렙을 활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왜 그들이 그렙을 쓰는 건가요. ▽임=안정성 이슈가 가장 큽니다. 온라인으로 개발자 코딩 시험을 치를 때 한 번에 1만 명 씩 몰리게 되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데 저희는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채용의 편의성이지요. 기존에는 해당 기업들이 직접 코딩 문제를 출제했었는데요. 채용 때마다 코딩 문제 만드는데 리소스를 투입하는 게 낭비라 느낀 것 같습니다. 그들의 가려운 곳을 저희가 긁어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저희가 가진 개발자 코딩 테스트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없어요.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국내 IT 기업들처럼 대규모 개발자 공채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원자에게 문제를 보내고 답변을 받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영위하거든요.―해외에도 드문 서비스를 이제는 국내 IT 대기업, 더 나아가서는 금융기업들까지도 쓰고 있습니다. 시작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임=저희의 첫 레퍼런스는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이었어요. 이후 네이버가 다른 솔루션을 쓰다가 저희 솔루션으로 전환하면서 업게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과거에는 기업들이 IT 직군이라고 해도 코딩 테스트를 안 봤어요. 좋은 학교, 좋은 회사 나왔으면 그게 레퍼런스였던 거죠. 어쩌다가 코딩 테스트를 한다고 해도 회의실에서 화이트보드에 써보라고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 이후로는 개발자 채용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개발자 채용 시 코딩 테스트가 필수’라는 인식이 생겨난 거죠.―학교 얘기가 나와서 궁금해졌는데요. 실제 그렙 코딩 테스트에 응시한 개발자의 대학교 분포는 어떠한가요. 특정 대학이 몰려있는 형국인가요.▽임=소위 좋은 학교라고 말하는 곳에서 지원자가 많고, 실력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요. 꼭 그렇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학교와 상관없이 골고루 실력자들이 분포되어 있는 형국입니다. 실제 저희 그렙에서 개발자를 채용하고자 그렙 내 테스트를 거치게끔 하고 면접을 보려 치면 다양한 학교 출신의 인재들이 지원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개발자 검증 플랫폼이니 마치 토익 시험을 연상케 하는데요. 실제 YBM과 공동으로 코딩 시험을 준비한 것 같더군요. ▽임=YBM이 자격시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코딩과 관련된 자격시험도 저희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희도 프로그래머스라는 채용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고요. ―자격시험처럼 등급이 나뉘겠군요. ▽임=레벨이 1~3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레벨3이 가장 높은 단계죠.―최근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임=인력을 확충하고 해외 사업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투자를 유치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고요.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시리즈A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저희 직원이 55명 정도 됩니다. 곧 60~70명 될 것 같아요. 국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면서 해외 사업을 하려고 하니 금액이 크지는 않으나 현재보다는 더 필요하게 됐습니다.―올해 매출 목표는요. ▽임=70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2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요. 지난해부터 화상감독 서비스(모니토)를 선보였는데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나아가서는 디지털 교육 관련 정부 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끌어올리려 합니다. 아울러 상반기(1~6월)에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요. 저희 사이트 위에서 클래스를 만들면 학습자들이 수업을 듣고 서로 교류하는 등 인터랙션이 일어날 수 있게끔 하려 합니다.―경쟁사 대비 그렙의 강점이 무엇인가요. ▽임=‘데브 매칭’이라고 해서 개발자 채용을 원하는 30~40군데 기업들과 프로그래머스 시험에 응시하는 구직자들을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응시자들은 프로그래머스에서 성적을 받은 뒤 참여 기업 중 5곳을 지원할 수 있어요. 당근마켓, 뱅크샐러드 등이 데브 매칭에 들어오기도 했죠. 이 밖에 고무적인 부분은 프로그래머스에 프로필을 등록한 개발자들이 검색을 통해 채용되는 사례들이 늘어난다는 점이에요. 기업들이 저희 플랫폼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면 일정 수수료(첫 해 연봉의 7%)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작년에만 5억 원 정도인데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벌써 10억 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머스에 프로필을 입력하고 있는데 올해는 20만~3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카카오톡 개발하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코딩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한 것 같나요. ▽이=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컴퓨터, SW가 활용되는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문제들이 전산화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는데요.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자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코딩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합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얼마 전 인터뷰 차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사무실을 찾았다. 유니티는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SW), 3차원(3D) 개발 플랫폼이라고도 부르는 게임 엔진을 만드는 회사다. 전 세계 수익 상위 1000개 모바일 게임 중 유니티 SW로 만들어진 것이 53%(2019년 기준)나 된다.미국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상장을 했다. 2일 현재 공모가(52달러) 대비 주가가 3배(153달러) 가까이 오르는 등 기업가치가 급상승했다. “게임 엔진이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들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자동차부터 삼성중공업, LG CNS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 회사의 게임 엔진을 활용하고 있다. 게임 회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 대 기업(B2B) 사업에서 그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어 유니티의 행보가 궁금했던 터였다. 인터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회사 관계자와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원 서너 명 정도만 출근해 있어 사무실은 썰렁했다.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홀로 회의실에서 태블릿PC를 보며 분주하게 화상 콜을 하는 한 직원의 모습과, 사무실 한 켠에 100여 명 남짓 되는 유니티 직원들의 사진이 흑백으로 찍혀 액자로 진열된 점 정도. 화상 콜 하던 직원의 열정과 사진 속 직원들의 모습이 빈 공간을 채워주는 듯했다. 가벼운 사무실 투어를 마치고 난 뒤 회사 관계자가 말한다. “대표님 화상 콜 끝나고 바로 오실 거예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 대표가 회사 로고가 새겨진 후드티를 입고 들어왔다. 화상회의 솔루션을 통해 개최된 연례행사 ‘유나이트 서울 2020’에서 얼굴을 보고 난 뒤여서 초면이지만 낯설진 않았다. 행사는 사전 녹화와 실시간 긴담회를 병행한 행사로 구성됐다. 게임 SW를 만드는 곳이어서 그런지 온라인 행사에서 특히나 시각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가 키노트를 하는 중간 중간에 게임 캐릭터, 포크레인 등 3D 영상들이 좌우로 떠오르고 사라졌다. 네이버의 아바타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제페토로 만들어진 유니티 쇼룸도 보였다. 온라인 행사 얘기부터 꺼냈다.―코로나19로 온라인 행사가 전방위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유니티의 온라인 행사도 볼거리가 많았어요. 예년에는 유나이트 서울 행사를 매년 5월 오프라인에서 진행했어요. 코로나19로 올해는 우선 2020년 8월로 미뤘었는데, 8월이 되도 팬데믹 진정세가 보이지 않자 12월로 연기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하지 못했는데 10월쯤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준비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전 영상에 활용된 SW는 유니티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시간 프로덕션 형식이었는데요. 싱크 엔지니어, 라이팅 엔지니어, 비주얼 엔지니어 감독들이 나란히 앉아 작업을 같이 하는 것이었어요. 사인에 맞춰 제가 무대 중앙에서 혼자 떠들면 이후에는 각 영역의 감독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에 시각물을 반영하고 고치고…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이런 가상현실 기반 영상 콘텐츠를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오프라인 행사의 온라인화, 가상화는 산업계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0에 신제품 홍보를 위한 3차원(3D) 가상 전시관을 열었는데 여기에도 유니티 솔루션이 활용됐다. 베를린 현지의 낮과 밤을 구분해 표현한 전시관 입구와 전시 공간 전체를 실제와 동일하게 꾸며 온라인에서도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행사에 네이버가 만든 소셜 앱 제페토가 활용된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제페토도 유니티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네이버에서 제페토를 만들 때 자체 엔진을 사용하려고 했어요. 저희가 유니티 엔진을 쓰라고 장시간 설득한 끝에 결국 저희 회사 솔루션 기반의 제페토 월드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기존에 가진 엔진을 포기하고 중간에 타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의사결정이었을 것인데 네이버에서 결단을 해주었죠. 고객사가 옳은 결정을 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유니티 직원들도 몇 개월간 네이버 사무실을 드나들며 서비스 개발에 도움을 제공했고요. 제페토가 유니티 온라인 행사인 유나이트 2020에 활용된 건 이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니티 SW로 만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반 서비스는 제페토뿐만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유니티 기반으로 점프 AR, 점프 VR 앱을, LG유플러스는 U+ AR 앱을 내놨다. KT는 유니티를 활용해 3D 아바타와 AR 이모티커 등 꾸미기가 가능한 영상통화 앱 ‘나를’을 만들었다. 스마일게이트의 국내 최초 버추얼 유튜버이자 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세아’도 유니티로 만들어졌다.―최근의 기업가치 상승은 유니티 SW가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니티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산업 영역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례로 현대기아차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자동차 데이터를 유니티 솔루션으로 손쉽게 만든 뒤 마케팅에 활용할 영상이든 포스터든 다양한 곳에 쓰려 하고 있어요.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차량 조작법을 AR로 안내하는 AR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데 이 또한 유니티로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차량 내부를 촬영하며 기본 매뉴얼부터 차량 버튼 조작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유니티라는 회사의 조직문화는 어떨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회사는 상하 간 소통을 다른 회사보다는 ‘세게’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달에 한 번 본사 최고경영자(CEO) 주재 하에 타운홀미팅을 개최해요. 회사에서 1년에 두 번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부문에서 점수가 높게 나오는 편이죠. 경영진들이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문화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손들고 질문하고 온라인에서는 슬랙 등을 통해 질의하기도 하죠.” 김 대표 말이다. CEO뿐만 아니라 임원들도 소통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일명 ‘컬처 미팅’. 전 세계 사무실을 돌면서 직원들의 고충을 듣는다. 주니어, 시니어 직원들 따로따로 ‘이 회사에 다니면서 어떤 것을 하면 만족하겠느냐’는 등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승리한다’(Best Idea Wins)는 문화를 전파하려고 한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여러 그룹 간 의견 충돌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과정을 거쳐 얻어내자는 것이다. 그리고 합의된 사안에 대해서는 딴지는 걸지 말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말했다.“한 회사의 서로 다른 두 팀이 각각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고 가정해보죠. 궁극적으로 한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쓴맛을 본 부서에서는 ‘저 팀 아이디어가 잘 되는지 두고 보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요. 이런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우리 주변에 꽤나 많죠. 유니티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정된 뒤에는 소모적인 경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떤 아이디어가 최고인지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되는 겁니다.”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문화에는 ‘대범해져라’(Go Bold)도 있다. 스타트업처럼 성장하는 회사인 만큼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혁신적인 도전을 하자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내비치기에 외국계 지사로서의 한계점도 궁금했다. 통상의 외국계 기업 지사에는 의사결정의 자율성이 없어 ‘본사 정책을 따른다’는 수직적 분위기가 강하다. 외국계 기업을 취재를 하다보면 ‘이미 다 나온, 하나마나 한 소리’를 입장이라고 내놓은 경우가 많아 앵무새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김 대표는 “유니티코리아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한국에서 만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타 지사에 접목시킬 정도로 주체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유니티 SW를 만들어 고객사에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활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더 나아가 그들이 원하는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주는 종합 컨설팅(프로페셔널) 서비스 얘기다. 한국에서 시작한 프로페셔널 서비스는 본사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이 같은 컨설팅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핑거푸드’라는 전문 기업을 사들이기도 했다. “본사에 리소스 투자를 요구했을 때 웰컴하는 분위기에요. 한국 시장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해달라는 이야기를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승인을 받는 거죠.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죠.” 유니티는 최근 유니티 퍼블리싱 포털(UDP)을 통해 구글, 애플 등으로 과점된 앱 생태계 시장에 변화를 주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UDP는 한국의 삼성 갤럭시 스토어, 원스토어를 비롯해 전 세계 11곳의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앱 스토어 플랫폼. 앱 개발자들은 각각의 플랫폼에 맞춤형으로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고도 UDP가 제시하는 개발 도구(APK)에 맞춰 앱을 출시하면 연합체에 속한 전 세계 앱스토어에 유통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전 세계 600여 개 개발사들이 UDP에서 1000여 개의 게임을 출시했다‘며 ”작은 앱 개발사들은 전통 앱 장터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쉽게 노출하기 어려운데 UDP에서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의 반, 타의 반 재택근무를 선택해야 하만 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근태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떠올릴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솔루션이 모바일 앱으로 출퇴근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시프티는 이 같은 솔루션, 쉽게 말해 출퇴근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회사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정하면 그 반경 안에 들어왔을 때 직원이 출근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구현된다. 물론 GPS 설정 없이 출퇴근을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으로 근태관리 시장이 커지는데서 기회를 발견했다. 코로나19의 수혜를 보기도 했다는데 올해부터는 50인 이상 50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이 도입됐다. 창업자는 사업을 확장하느라 아직 대학 졸업도 못했다고 했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지난달 신승원 시프티 대표를 랜선으로 만나봤다.―코로나19로 올해 바쁜 한 해를 보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팬데믹(대유행) 초반에는 근태관리 서비스 이용에 대한 니즈가 많이 떨어졌었어요. 재택근무에 필요한 협업 툴이나 화상회의, 인사제도를 만드는 게 더 우선순위였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일시적 아닌 일상이 되면서 도입 문의가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은 2019년 대비 2020년 3배나 늘었고요. 직원수도 30여 명까지 늘고…. 현재 13만 개 기업에서 이용 중이죠. 거기에 더해 2021년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 사업장 확대로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중소기업의 도입 문의가 많은 건가요. 재밌게도 직원이 수천 명 넘는 기업 고객사 비중이 늘어났어요. 대기업이죠. 상당수가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 당시에 자체 정보기술(IT) 팀으로 근태관리 서비스들을 만들던 곳들이에요. 그러다 1, 2년 정도 서비스를 돌려보니 못하겠다고 손들고 저희를 찾아온 것이죠. ―의외네요. 왜 자체 서비스를 돌리다 스타트업을 찾은 건가요. 지금도 작지만 당시에는 더 작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레퍼런스가 없어서 저희를 선택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근태관리 SW 시장 자체도 형성되지 않았었죠. 그러다가 주52시간 근무제도가 본격화되고 팬데믹 영향에 따른 재택근무 활성화로 근태관리 SW 시장이 커졌죠. 덩달아 시프티에 대한 레퍼런스도 생기면서 ‘이제는 저 회사의 서비스를 써도 되겠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봅니다. 사실 근로기준법과 같은 법 체계 변화를 대기업이지만 실무에서 따라가는 것은 버겁기도 해요. 법이 바뀌면 SW도 바꿔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내부 IT팀 혼자 할 수 없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야하는데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만만치 않죠. 무엇보다 클라우드 도입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이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운영하기 보다는 외부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저희 같은 솔루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거죠.―사업이 성장세라니 투자 유치도 고민 하시겠어요. 2018년 투자 유치(10억 원)을 받았지만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았어요. 다만 실적을 공개하기는 어려운 만큼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팬데믹 시대에 시프티 직원들은 시프티를 어떻게 활용하나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다보니 본인이 1개월 단위로 소정 근로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배분하고 있어요. 저녁 약속이 잡히면 퇴근을 빨리하고 다음날 더 일한다든지 말이죠. 근로자 자율적으로 별도 승인 없이 패턴에 맞게 근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아무래도 시프티 같은 근로시간을 트래킹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죠.―코로나19 전후로 이용자들의 변화 패턴이 있나요. 코로나19 전에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다음달 일정을 월말에 계획해서 정해뒀어요. 가능한 한 미리 계획하고 출근지 위치 반경에 들어오면 출퇴근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운영됐고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에는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재택근무 신청을 하고 자동 승인을 받으면 그날 근무일정은 근로시간으로 간주되는 기능들을 쓰고 있는 거죠. 출·퇴근지를 다수로 설정하게 하는 기능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앱을 통해 일정관리를 빡빡하게 하면 회사만 좋고 직원들은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 거 같아요. 주 52시간 근무제도, 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근무시간 관리나 재택근무를 필요로 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개별 기업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죠. 특히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업무에 비효율이 생기곤 하죠. 우리네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도장 문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시프티를 활용하면 관리자 입장에서 구성원들의 일정을 세세하게 체크할 수 있으니 저희가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원들에게도 순기능이 존재해요. 일과 삶의 경계가 확실히 구분되는 거죠. 집에서 근무하다보면 이 경계가 무너질 때가 많은데요. 앱으로 출·퇴근을 체크한다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업무의 시작과 끝을 나눠주는 것이죠. 무엇보다 저희는 개개인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아요. 외근이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부분인데요. 출근 버튼을 누를 때만 일시적으로 스마트폰의 위치를 확인한 뒤 폐기합니다.―향후에는 어떤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은가요. 병원, 제조업이나 물류업도 기존에 다루지 않은 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일정을 잘못 짜면 과로하게 되고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고…. 자칫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거든요. 택배 일정도 잘못 배정되면 비효율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이런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공해 사회적 이익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준비되셨으면 가상현실(VR)에서 뵐까요?”VR로 구현된 가상공간 ‘스페이셜’을 만든 이진하 스페이셜 창업자(34)가 약속 시간이었던 지난달 21일 2시 반쯤 이런 생소한 메시지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터뷰에 줄곧 활용해온 여느 화상회의 서비스들도 가상공간에 접속한다는 측면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인터뷰는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머리에 써야만 해서인지 ‘가상공간에, 접속한다’는 느낌이 더 크게 와닿았다. 경기과학고를 수석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삼성전자 최연소 수석연구원까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이진하 창업자는 VR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사다. 다만 미국에서 창업한지라 물리적, 심리적 거리 때문에 미팅 요청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선뜻 들지 않았다. (포털에 이 창업자를 검색하면 뜨는 가상공간 저 너머에서 온 듯한 인상을 주는 증명사진 또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상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마침 한국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종의 거리감이 사라져 ‘인터뷰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페이셜 앱에 접속한 뒤 ‘셀카’를 찍자 내 얼굴을 본 딴 아바타가 등장했다. 이 창업자가 빌려준 VR 기기와 연동해 가상공간 인터뷰룸에 접속했다. 곧 이 창업자가 들어왔다. 비록 아바타였지만 나도, 상대방도 실제 얼굴로 구현되니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 속 캐릭터 다루듯 행동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함께.―스페이셜은 왜 만들게 됐나요. 사무실에서는 상호작용이 중요해요.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그린다든지 포스트잇을 공유한다든지 옆에서 존재감을 느끼며 일해야 팀원 간 신뢰도를 쌓을 수 있죠. 이를 위해 스페이셜을 만들었는데요. 스페이셜 상에서 기존에 우리가 쓰던 문서 파일들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료들에게 내 컴퓨터의 화면을 공유하며 업무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요. 포스트잇 같은 것들을 가상공간에 붙여놓을 수도 있죠. 여느 기업들이 사무실 한쪽에 다트 같은 오락 공간을 두듯 스페이셜 안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요. 처음에는 데이터가 많은 3차원(3D) 데이터 기업, 금융 기업 등에서 협업을 할 때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일반인들도 쓸 수 있는 VR 플랫폼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현재는 무거운 VR 기기가 저변 확대의 걸림돌이지만 하드웨어가 글래스 형태로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 ‘홀로그래픽 오피스’가 일반화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창업자는 인터뷰 중간 중간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줬다. 스페이셜 안에서 파워포인트(PPT)를 띄우고, 포스트잇을 붙여보고, 웹사이트를 열어 검색해보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자신의 실시간 영상 모습까지….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접속 시간이 27분 40초를 지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터뷰가 아니라 체험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전날 이 회사가 ‘텔리’라는 앱을 출시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텔리는 오큘러스와 같은 VR 기기 없이도 스마트폰에서 스페이셜 공간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바타 기반 화상통화 서비스이기도 하고. 텔리에 접속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텔리를 만든 취지는 무엇인가요. VR 기기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가상의 방에 들어가 실물과 같은 아바타를 만나고 파일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었어요. 모바일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스페이셜의 경험을 전달하고 싶기도 했고요. 텔리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증강현실(AR), VR 기기를 구입해 스페이셜과 같은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해보려는 시도들이 생겨날 것이라 생각합니다.―스페이셜을 적용한 사례들은 많나요. 직원 규모가 100여 명 정도인 일본의 한 인공지능(AI) 개발 회사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오피스를 아예 없애고 스페이셜을 본사로 두고 가상공간에서 미팅을 하며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다양한 사례들도 나오고 있어요. 미 애리조나대의 한 입문학 수업에서 사용하기도 했고, 유명 배우가 연극을 한 경우도 있어요. 올해 스페이셜에서 일어난 미팅만 42만 건, 3만 시간 정도 됩니다. 통상 30~40분 정도 이용하곤 해요. 물론 신기해서 써보는 사람들도 많아요. 한 번 접속하고 그 다음은 안 쓰는 경우죠. 아무래도 VR 기기라는 허들 때문에 스페이셜을 함께 즐길 사람이 적어 재접속하지 않는 것이라 봤습니다. 이번에 텔리를 선보인 이유도 이 지점에 있어요. VR 기기가 있는 사람이 놀이방을 개설해서 링크를 보내면 친구들이 모바일로 접속해서 가상공간에서 미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한국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묻자 “우리 기업들도 많지만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회사에서는 스페이셜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희 회사 직원이 인턴 포함 20여 명 되거든요. 그런데 미국 뉴욕, 캔자스부터 뉴질랜드 등 각지에서 근무 중이에요. 그러다보니 스페이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죠. 저희 같은 경우는 프로젝트별로 룸을 만들어뒀어요. 엔지니어링방, 디자인 채널방, 텔리 채널방 등등. 텔리에서 미팅이 있으면 그 방에 들어가서 리뷰 받고 피드백주고, 디자인 회의를 위해서 또 다른 방에 들어가서 리뷰와 피드백을 하는 식이죠. 구글 캘린더에 링크를 누르면 방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동해둬서 편하거든요. 하루에 네다섯 시간은 VR 기기를 끼고 일하는 거 같아요. 이사회도 스페이셜로 하는데요. 화상회의 솔루션들보다 몰입감이 있어서 두세 시간은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무엇보다 공간 자체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VR 기기를 썼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화상회의 서비스들이 더 편한 거 같아요. VR 기기는 매년 얇아지고 있어요. 현재 상황에서도 이용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먼저 의미 있는 유저 경험을 만들어 혜택을 주기 시작하면 시장이 커졌을 때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한편으로는 서비스 영향력이 더 커지면 빅브라더가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가상 공간 안에 들어오니 플랫폼 기업이 일거수일수족을 감시한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들거든요. 프라이버시 정책은 대기업 못지않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가상공간에서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데에는 공감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일례로 오프라인 출근이나 화상회의 대신 스페이셜을 쓰는 여성분들은 아바타가 자신의 실물을 대체하기 때문에 화장을 안 해서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비단 얼굴 얘기만은 아니에요. 코로나19로 자주 쓰게 된 화상회의 서비스들은 나도 모르게 나의 사적인 모습부터 공간까지 의도치 않게 나오게 되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가상공간이 오히려 나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는 거죠.―미국에서 창업하신 이유는 뭔가요. 4년 전 창업할 때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은 미국이 확실히 많았어요. 같이 일할 수 있는 인재들도 많았고요. 더 궁극적으로 저희는 기술을 만드는 곳이라기보다 홀로그래픽 오피스라는 새로운 종류의 문화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있으려면 문화적 다양성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보기도 했고요.―본인이 생각하는 가상현실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표현력을 이끌어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표현력을 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도구가 되진 못한 거 같아요. 나아가서는 지역과 공간, 거리에 관계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사회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느냐에 따라 교육 기회가 제한되는데요. 그런 제약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개인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은 비행기 출장이라고 합니다. 가상공간이 출장을 대체하면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정보기술(IT) ‘빅4’ 오너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4대 그룹 총수들의 보유분보다 5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IT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IT 빅4 오너들의 주식 가치는 24일 종가 기준 257억 달러(약 28조2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최고경영인들의 주식 자산을 합친 175억 달러(약 19조2500억 원)보다 47%나 많은 것이다. 개인별로는 김정주 대표가 13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로 가장 많았고 김범수 의장(79억 달러·약 8조6900억 원), 김택진 대표(28억 달러·약 3조800억 원), 이해진 GIO(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 순이다. 재계 오너별로는 이재용 부회장이 89억 달러(약 9조7900억 원)로 가장 많았고, 정의선 회장(34억 달러·약 3조7400억 원), 최태원 회장(30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구광모 대표(22억 달러·약 2조4200억 원)가 뒤를 이었다. IT 빅4 오너들의 자산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게임, 커머스, 콘텐츠, 온라인 광고 등 비대면 사업을 영위하는 디지털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30조7377억 원, 카카오는 13조2338억 원, 넥슨은 1조3310억 엔, 엔씨소프트는 11조8771억 원이었다. 27일 현재 이들 기업의 시총은 네이버 46조3323억 원, 카카오 33조280억 원, 넥슨 2조8190억 엔(약 29조8814억 원), 엔씨소프트 19조6928억 원으로 1년 새 50∼150% 가까이 상승했다. 이 회사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급증하는 수요를 기회로 바꾸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들어 매 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인프라 확장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은 데다 유연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전통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공급 지연 현상이나 셧다운이 발생하지 않았던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 전체로 보면 주식 부자 1위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었다. 그의 주식 가치는 170억 달러(약 18조7000억 원)였다. 2007년부터 부동의 1위였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월에 타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의 주식 가치는 타계 당시 포브스 기준 200억 달러(약 22조 원)로 알려졌다. 싸이월드 공동창업자인 이종원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디지털 역량이 있는 기업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역량 있는 한국 IT 기업 창업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만큼 전통 기업의 오너들보다 많은 부를 축적하는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정보기술(IT) ‘빅4’ 오너들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4대 그룹 총수들의 보유분보다 약 50%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IT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IT 빅4 오너들의 주식가치는 24일 종가 기준 257억 달러(약 28조2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주)LG 대표 등 4대 그룹 최고경영인들의 주식자산을 합친 175억 달러(약 19조2500억 원) 보다 47%나 많은 것이다. 개인별로는 김정주 대표가 13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로 가장 많았고 김범수 의장(79억 달러·8조6900억 원), 김택진 대표(28억 달러·3조800억 원), 이해진 GIO(20억 달러·2조2000억 원) 순이다. 재계 오너별로는 이재용 부회장이 89억 달러(9조7900억 원)로 가장 많았고, 정의선 회장(34억 달러·3조7400억 원), 최태원 회장(30억 달러·3조3000억 원), 구광모 대표(22억 달러·2조4200억 원)가 뒤를 이었다.IT 빅4 오너들의 자산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게임, 커머스, 콘텐츠, 온라인 광고 등 비대면 사업을 영위하는 디지털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30조7377억 원, 카카오는 13조2338억 원, 넥슨은 1조3310억 엔, 엔씨소프트는 11조8771억 원이었다. 27일 현재 이들 기업의 시총은 네이버 46조3323억 원, 카카오 33조280억 원, 넥슨 2조8190억 엔(약 29조8814억 원), 엔씨소프트 19조6928억 원으로 1년 새 50~150% 가까이 상승했다. 이 회사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급증하는 수요를 기회로 바꾸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들어 매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인프라 확장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은데다 유연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전통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공급 지연 현상이나 셧다운이 발생하지 않았던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 전체로 보면 주식부자 1위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었다. 그의 주식가치는 170억 달러(약 18조7000억 원)였다. 2007년부터 부동의 1위였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월에 타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타계 당시 포브스 기준 200억 달러(약 22조 원)로 알려졌다. 싸이월드 공동창업자인 이종원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디지털 역량이 있는 기업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역량 있는 한국 IT 기업 창업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만큼 전통 기업의 오너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넥슨은 넥슨재단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병원 내 감염관리 체계 강화를 위한 운영 기금 3억820만 원을 기부했다고 15일 밝혔다. 기금에는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네코제9(넥슨콘텐츠축제)’를 통해 판매된 ‘슬리퍼 수제공방 카트라이더 슬리퍼’, ‘한정판 크리스마스 키트’의 판매 수익금과 ‘방구석 경매’ 수익금이 모두 포함됐다. 이번 기금은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간 재정비와 감염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전담하는 팀 운영 등 병원의 감염관리 체계 강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병원은 강화된 감염관리 체계를 통해 환아 및 보호자를 외부 감염원으로부터 보호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넥슨재단 김정욱 이사장은 “병원은 감염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는 공간으로, 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어린이들이 원활하게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2016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이후 ‘이른둥이(미숙아) 조기중재 치료 프로그램’ ‘장애아동 보호자 교육 및 심리치료 지원 사업’ ‘청소년 재활치료실 설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후원해 왔으며, 환아들의 재활치료 지원 및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올해까지 총 19억1560만 원을 기부했다. 앞서 10월 넥슨재단은 서울대병원과 국내 최초의 독립형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100억 원의 기금을 기부키로 약정했다. NXC와 넥슨코리아, 네오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 및 센터건립, 운영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2022년 개원을 목표로 서울시 종로구 원남동에 설립 추진 중인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가칭)에서는 중증 질환으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소아 환자, 가족에게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1회 입원 시 최대 6박 7일, 연간 14일까지 입원, 돌봄이 가능하다. 돌봄 의료시설 외에도 가족상담실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넥슨은 병원 건립 외에도 아이들에게 지식과 배움의 터를 마련해주고자 16년째 ‘넥슨 작은책방’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122곳, 해외 8곳의 작은 책방을 열었다. 2016년부터는 코딩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 제고와 역량 증진을 위해 매년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를 진행하고 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넷마블문화재단은 올해 넷마블 창립 20주년을 맞아 ‘건강한 게임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상생’에 방점을 둔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공모하는 ‘게임인라이프’를 실시했다. 게임으로 삶의 변화를 경험한 사연을 글, 영상, 사진 등 작품으로 모집해 시상하는 공모전으로 게임이 주는 다양한 가치를 삶의 경험을 통해 발견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공모전에는 300여 개의 작품이 응모해 심사를 거쳐 총 37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고 상인 넷마블문화재단 이사장상은 ‘내 삶의 BGM’을 만든 김정범 씨가 받았다. 넷마블문화재단은 매년 다른 테마를 가지고 오픈 포럼 형식으로 ‘게임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콘서트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게임업계 전문가 및 현업자의 토론형 강의를 통해 게임 산업의 트렌드와 미래 비전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다. 올해는 ‘게임과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8월, 10월 온라인 형태로 진행됐다. 12월에는 넷마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넷마블 경영진이 직접 연사로 참석하여 청중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2008년부터 시작하고 있는 ‘게임문화체험관’은 8월 넷마블 본사가 있는 서울 구로구에 34호가 건립됐다. 게임문화체험관은 특수학교에서 모바일, 태블릿, 가상현실(VR) 체험장비, 레이싱 기기 등 다채로운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장애학생들의 정보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다. 넷마블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34호 게임문화체험관은 특수교육기관이 아닌 장애복지시설에 개관돼 장애학생뿐 아니라 성인, 장애인, 지역주민 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만큼 규모도 기존 게임문화체험관에서 확대했다. 여가공간, 교육공간으로 나눴다. 공간 목적에 맞춰 모바일, 레이싱 컨트롤러, VR 기기 등 다양한 기기를 설치했다. 이외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개방성을 활용해 가족 간의 소통을 지원하는 ‘게임소통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게임을 매개체로 게임 산업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 자녀 간 게임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며 관계를 증진하는 과정을 통해 가정 내 건강한 게임 문화 정착을 도모한다. 이번 게임소통교육은 ‘게임소통캠프’라는 이름으로 12일 유튜브 채널 ‘넷마블TV’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번 게임소통캠프는 넷마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200가족을 비대면으로 초청하여 의미를 더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윤 창출은 기업이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기업은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1년 야구단 창단 승인을 받던 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을 이같이 밝힌 바 있다. 엔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로서 산업의 발전을 리드하고 있다. 동시에 리더의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에도 기부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게임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고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247곳(공기업 제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엔씨는 올해 들어 3분기(7∼9월)까지 약 151억 원을 기부해 상위 20위에 올랐다. 누적 기부금과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 모두 국내 게임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0.81%로 게임, 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가장 높다. 247개 기업의 올해 1∼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 집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9%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기부 문화도 위축된 영향이다. 반면 엔씨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약 119억 원) 대비 약 27.2% 증가했다. 기부금 증가액 규모로는 500대 기업 가운데 19위를 차지했다. 엔씨는 최근 3년간 평균 세전 이익의 1%를 NC문화재단에 기부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NC문화재단은 2012년 창립 15주년을 맞아 설립한 공익 목적의 비영리 재단으로 다양한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8월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 프로젝토리(Projectory)를 개관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창의적인 시도와 경험을 통해 도전정신을 기른다. 정해진 교과 과정이나 지도교사가 따로 없으며 모든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직접 세운 계획과 방법에 따라 진행된다. 엔씨는 올 한 해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빼놓지 않고 나섰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본격화된 2월, 피해 극복 성금으로 20억 원을 전달했다. 8월에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수재민들을 위해 성금 10억 원을 기부했다. 김 대표는 5월 플라워버킷 챌린지에도 동참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캠페인이다. 당시 입학식을 하지 못한 창원-마산 지역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공기정화식물 화분을 선물해 따뜻한 온정을 나눴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이 대형병원이나 제약회사 등 의료기관·업체를 상대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백신 정보 탈취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킴수키)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22일 오전 10시 55분쯤 연세대의료원 임직원들이 접속하는 그룹웨어를 본뜬 피싱 사이트를 개설했다. 해커 그룹은 실제 웹사이트 화면의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이미지들을 그대로 베꼈고, 사이트 주소(email.yuhs.○○)도 끝부분만 빼고 동일하게 만들어뒀다. 해커들은 연세대의료원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실제 사내 그룹웨어에 접속해 정보를 캐내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임직원들에게 메일이 보내졌는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정보가 탈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서는 피싱 사이트 개설 목적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 탈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연세대의료원은 5월 경남바이오파마, 리퓨어생명과학 등과 코로나19 치료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개설된 피싱 사이트는 11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시스템에 침입했던 북 해커들이 사용했던 서버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화이트해커는 “해당 피싱 사이트는 개설 단계에서 발견됐고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제 막 공격을 감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의료계에 대한 공격이 빈번한 만큼 각별히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북한 추정 해킹 공격이 의료 분야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6월에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찾는 대한의학회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관리자 권한을 획득한 뒤 업로드된 문서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뒀다. 최근에는 셀트리온, 제넥신, 보령, 신풍 등 국내 제약사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이 대형병원이나 제약회사 등 의료기관을 상대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백신 정보 탈취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킴수키)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22일 오전 10시 55분쯤 연세대의료원 임직원들이 접속하는 그룹웨어를 본뜬 피싱 사이트를 개설했다. 해커 그룹은 실제 웹사이트 화면의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이미지들을 그대로 베꼈고, 사이트 주소(email.yuhs.○○)도 끝부분만 빼고 동일하게 만들어뒀다. 해커들은 연세대의료원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실제 사내 그룹웨어에 접속해 정보를 캐내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임직원들에게 메일이 보내졌는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정보가 탈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서는 피싱 사이트 개설 목적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 탈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연세대의료원은 5월 경남바이오파마, 리퓨어생명과학 등과 코로나19 치료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개설된 피싱 사이트는 11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시스템에 침입했던 북 해커들이 사용했던 서버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화이트해커는 “해당 피싱 사이트는 개설 단계에서 발견됐고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제 막 공격을 감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의료계에 대한 공격이 빈번한 만큼 각별히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북한 추정 해킹 공격이 의료 분야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6월에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찾는 대한의학회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관리자 권한을 획득한 뒤 업로드된 문서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뒀다. 최근에는 셀트리온, 제넥신, 보령, 신풍 등 국내 제약사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내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 전시회(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캐런 춥카 수석부회장(사진)은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아태 지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CES 2021에서는 팬데믹(대유행) 영향으로 원격 의료와 디지털 세러피와 같은 산업을 비롯해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교육 분야에서 신기술들이 등장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CES 2021은 내년 1월 11일부터 나흘간 100% 온라인으로 열린다. 1967년 CES가 시작된 이래 온라인으로만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조연설에는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CEO), AMD 리사 수 박사, 워너미디어 앤 사노프 CEO 등이 참여해 5세대(5G), 인공지능(AI), 교통, 지속가능성 등을 주제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춥카 수석부회장은 “올해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 엔터테인먼트, 홈 연결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면서 성장했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관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0 5G’를 비롯한 모바일, TV 부문에서 최고혁신상 4개를 포함해 44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CES 마지막 날인 내년 1월 14일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도 ‘48인치 올레드 TV’등 최고혁신상 2개를 포함해 24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10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44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올해 초 CES 2020에 비하면 규모가 줄었지만 랜선으로 진행되는 만큼 글로벌 참관객의 방문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TA는 이 같은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행사 전반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맡겨 참여 기업과 관람객 간의 ‘연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년과 달리 테크 미디어들을 한 데 모아 주요 행사와 소식들을 요약하고, 주요 연사와의 인터뷰를 전달해주는 ‘라이브 앵커 데스크’를 마련한다. AI 기술을 도입해 100여 개 콘퍼런스에 한국어를 비롯한 17개 언어의 자막을 지원하기로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구글이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의 수수료를 애플과 동일하게 매출의 30%로 올리는 방침을 강행하자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반(反)구글·애플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양대 앱 마켓에 게임을 내는 대신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로 론칭 무대를 옮겨가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테크인 페이스북도 구글 애플과 싸우는 게임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반구글·애플 전선에 동참을 선언했다. 20일 전 세계 게임 개발사 50% 이상에 게임 개발용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고 있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에 따르면 글로벌 앱 장터 연합체 성격의 ‘유니티 퍼블리싱 포털(UDP)’을 통해 최근까지 600여 개 게임 개발사들이 1000여 개의 게임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게임 그래픽 SW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업체로 ‘게임 업체들의 지원군’으로 통한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화웨이 앱 갤러리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 사업자와 UDP를 구축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로서는 자사 SW를 이용하는 게임업체가 늘고 게임 개발사들은 구글이나 애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윈윈이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파, 엔젤게임즈, 넥셀론 등 중소 게임사들이 UDP를 통해 최근 게임을 출시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2023년까지 17억 명의 모바일 게이머들이 구글, 애플 외에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UDP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양대 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원스토어는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 태국 통신사 AIS 등 동남아시아 통신사들과 연합해 이 지역 진출을 위한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원스토어에 게임을 내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곧장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차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으로 내년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덩치 큰 글로벌 게임사 가운데는 아예 구글, 애플과 맞짱을 뜬 곳도 있다. 전 세계 이용자 2억5000만 명을 보유한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8월 구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높은 수수료에 반발해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을 추가하자 양대 앱 마켓이 정책 위반이라는 이유로 앱을 삭제한 데 따른 조치였다. 페이스북도 앱 마켓 사업자의 독단적 정책 변경을 지적하며 에픽게임즈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서류와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세한다고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자 양대 마켓 모두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다. 구글은 최근 국내에서 비게임 앱 수수료 부과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나아가 내년 초 결제 수수료 관련 추가 정책 발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애플처럼 일정 규모 이하의 개발사에 수수료를 깎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하인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내년부터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구글이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의 수수료를 애플과 동일하게 매출의 30%로 올리는 방침을 강행하자 전 세계 중소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반(反) 구글·애플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양대 앱 마켓에 게임을 내는 대신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로 론칭 무대를 옮겨가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테크인 페이스북도 구글 애플과 싸우는 게임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반 구글·애플 전선에 동참을 선언했다. 20일 전 세계 게임 개발사 50% 이상에 게임 개발용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고 있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에 따르면 글로벌 앱 장터 연합체 성격의 ‘유니티 퍼블리싱 포털(UDP)’을 통해 최근까지 600여 개 게임 개발사들이 1000여 개의 게임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게임 그래픽 SW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업체로 ‘게임업체들의 지원군’으로 통한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화웨이 앱 갤러리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 사업자와 UDP를 구축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로서는 자사 SW를 이용하는 게임업체가 늘고, 게임 개발사들은구글이나 애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파, 모비릭스, 엔젤 게임즈, 넥셀론 등 중소 게임사들이 UDP를 통해 최근 게임을 출시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2023년까지 17억 명의 모바일 게이머들이 구글, 애플 외에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UDP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양대 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원스토어는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 태국 통신사 AIS 등 동남아시아 통신사들과 연합해 이 지역 진출을 위한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원스토어에 게임을 내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곧장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차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으로 내년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게임 상품성을 인정받은 덩치 큰 글로벌게임사 가운데는 아예 구글, 애플과 맞짱을 뜬 곳도 있다. 전 세계 이용자 2억5000만 명을 보유한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8월 구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높은 수수료에 반발해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을 추가하자 양대 앱 마켓이 정책 위반이라는 이유로 앱을 삭제한 데 따른 조치였다. 빅테크 기업인 페이스북도 앱 마켓 사업자의 독단적 정책 변경을 지적하며 에픽게임즈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서류와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세한다고 16일(현지시각)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자 양대 마켓 모두 한 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다. 구글은 최근 국내에서 비게임 앱 수수료 부과 정책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나아가 내년 초 결제 수수료 관련 추가 정책 발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애플처럼 일정 규모 이하의 개발사에 수수료를 깎아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하인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내년부터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1.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20대 남성 A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집이라도 발리처럼 꾸며야지’ 마음먹었다. 몇 해 전 동남아 어디선가 사뒀다가 처박아 둔 먼지 쌓인 소품을 창고에서 소환해봤지만 영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아! 테스형, 내 집만 왜 이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찬스를 쓰는 수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휴양지인테리어 #동남아인테리어를 검색해 이른바 ‘테스’(인테리어 스페셜리스트) 형, 누나들을 팔로했다. 테스형들은 사진, 영상으로 이렇게 가르쳐주는 듯했다. ‘바보야, 문제는 라탄이야….’ 라탄 소재의 의자, 거울, 화병, 러그까지 ‘결제 완료’. 집 안 곳곳에 놓으니 동남아 휴양지가 따로 없었다. #2. 맞벌이 부부인 30대 여성 B 씨는 얼마 전부터 ‘남의 집’을 엿보는 취미가 생겼다.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집 꾸미기 후기 사진을 통해서다. 코로나19로 시작한 재택근무 초창기에 사무실에서 쓸 법한 30만 원대 의자와 발받침을 할인 쿠폰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샀는데, 그게 욕망의 서막이 될 줄이야…. 거실 조명부터 안방의 침구, 작은 방에 놓인 블라인드, 화장실에 걸어둘 그림까지 ‘북유럽 스타일’의 집들을 계속 접하다 보니 우리 집의 부족한 부분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뭐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성탄절을 앞두고 트리와 조명부터 구매했다. 이제부터 ‘지름’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 잊고 살았던 내 집 꾸미기에 대한 욕망이 불붙고 있다. 카페부터 헬스장, 술집까지 일상 공간의 출입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공원조차도 나서기가 불편해지면서 차라리 해당 공간을 집 안으로 끌어오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동남아 휴양지까지도 말이다.○ 집 안으로 눈 돌린 사람들 14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 외식 등 집 밖 활동에 관심이 많아 유럽 사람들과 달리 집 안에서의 경험이 적었는데 코로나19로 양상이 크게 바뀐 것 같다”며 “집을 좀 더 좋게 꾸미고, 바꾸는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창업했는데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팬데믹(대유행) 이후 흐름이 수년은 빨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4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하루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2020년 현재 13.7시간으로, 2015년 12.3시간보다 크게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곳저곳 손볼 곳이 눈에 띄게 됐고 SNS를 통해 부러움을 살 만한 인테리어 집을 쉽게 접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도 많아진 데다 온라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공업체 단가가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현재 오늘의집 이용자 중 35∼54세 비중은 1년 전 35%에서 50%까지 올라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5∼35세 비중이 50%였는데 역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매력 있는 이용자들이 더욱 증가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시작은 이불, 조명부터 차근히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성향을 가진 이른바 ‘홈루덴스’(집을 뜻하는 홈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합성어)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바깥 활동을 통해 소비했던 공간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집 안 활동과 관련한 검색량이 크게 늘고 있다. 네이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올해(1∼11월) 월평균 검색량이 ‘홈카페’는 78%, ‘홈짐’은 120%, ‘홈바’는 24%, ‘홈가드닝’은 100% 증가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인테리어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이불과 조명부터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단돈 몇천 원, 몇만 원으로 집 안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조명은 전구색(노란빛)을 추천한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내기 좋다. 이케아 전시장은 90% 이상 전구색을 사용한다고 한다. 재택근무 장기화로 홈오피스를 구현하고 싶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엔 ‘가벽’을 두는 것도 추천한다. 식물을 두는 플랜테리어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집 전체 대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페인트·도배, 바닥 깔기(타일 장판), 조명, 공간배치(가구), 수납·정리, 패브릭(이불 베개 쿠션 커튼 등), 벽 꾸미기(선반 액자) 순서로 하라는 게 인테리어 업계의 조언이다.○ 인테리어 산업도 성장세 인테리어 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오늘의집은 11월 현재 누적 거래액이 1조1000억 원에 이르면서 지난달 홍콩계 펀드로부터 7000만 달러(약 77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주요 인테리어 3개사도 마찬가지다. 한샘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6.4% 급증했다. LG하우시스의 영업이익은 281억 원, 현대리바트는 8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0%, 29.2% 늘었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부문이다. 한샘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채널 등 B2C 사업 부문이 31.7%나 성장했다”며 “연매출 2조 원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노후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집값이 너무 오른 신축 아파트가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구축 아파트를 매수해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신무경 yes@donga.com·박성진 기자}
카카오는 신분증, 자격증 등을 카카오톡에서 보관, 관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지갑을 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카톡 지갑은 카카오톡 최신 버전 업데이트 후 ‘더 보기’ 탭에서 생성할 수 있다. 약관 동의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만들면 카카오 인증서와 각종 자격 증명·신분증을 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개인의 신원 확인과 인증, 전자서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공동인증서 대신 지갑 내 카카오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 이달 중 행정안전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의 최종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정부 각 기관의 주요 서비스를 신청하고 각종 증명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온라인 국민참여 포털 ‘국민신문고’,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카톡 지갑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내년 1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전자출입명부인 QR체크인,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급하는 495개 종목의 국가기술자격증 등이 담기게 된다. 다만 출시 첫날인 16일 일부 기기에서 서비스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갑 생성 페이지에 트래픽이 몰려 접속이 지연됐다”고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번 주에 (영화) 매트릭스2 봐요 ㅋㅋㅋ”. 2003년 5월 20일 게재된 네이버 블로그 첫 게시물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지난 17년여간 네이버 블로그에는 21억4317만여 개의 게시글이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15일 ‘2020 블로그 리포트’를 발간하고 2800만 개 블로그에서 초당 7개의 콘텐츠가 생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 한 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글 주제는 맛집과 일상, 패션·미용 순으로 나타났다. 매해 인기 글 주제였던 세계여행과 국내여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블로거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장소 1위는 경기 지역이고, 서울과 제주가 뒤를 이었다. 월요일에 가장 많은 블로그 글이 포스팅되며, 토요일은 가장 활동이 적었다. 블로그 게시글에 남겨진 전체 댓글과 공감은 각각 6300만 개와 9500만 개였다. 블로그 이용자의 연령대는 20대(34.6%)가 가장 많았고 30대(28.5%), 40대(19.4%), 50대(8.2%), 10대(5.6%), 60대(3.6%)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2%)이 남성(38%)보다 많았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최근 일본 검색 서비스 시장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낸 네이버가 ‘가두리 포털(가두리 양식+포털)’이라는 한국식 성공 방정식을 통해 일본에서 구글을 넘어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검색 후에 다른 웹페이지로 넘어갈 필요 없이 쇼핑, 인물 정보 같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들이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4일 네이버 등에 따르면 시마무라 다케시 라인 선임 집행임원 겸 포털 미디어사업 총괄은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네이버 검색의 성공은 다른 웹사이트에서는 구할 수 없는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며 “라인 검색도 콘텐츠의 입구(검색창)에서 출구(결과값)까지 체험의 일관성을 제공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시장 세 번째 도전에 나선 네이버의 방향성은 지식in부터 블로그, 카페, 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직접 보여주는 ‘스마트 포털’이다. 한 페이지(화면)에서 정리된 형태로 답이 나오는 검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이용자 대부분이 쓰고 있는 구글은 검색 결과가 나열될 뿐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개별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네이버는 2000년과 2007년 일본 검색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네이버 측은 자신하고 있다. 메신저 라인을 통해 현지 시장에서 ‘이용자 접점’이 확보됐기 때문. 앞서 일본 진출 때는 ‘차별화된 검색 엔진’을 내세웠지만 이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검색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포토 앨범 서비스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매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라인이라는 메신저가 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회사 내부에서는 ‘라인이라는 큰 접점에 기술과 데이터, 좋은 엔지니어들을 통해 구글과 싸워 (검색 시장의) 일본 통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 커머스의 콘텐츠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네이버가 쇼핑 검색 결과를 고도화하기 위해 대형 이커머스 사업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스마트스토어(네이버 쇼핑 입점을 위한 홈페이지) 같은 자체 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인 측은 “네이버에서 한 인물을 검색하면 그 사람이 출연했던 작품이 표시되고, 그 작품을 누르면 다른 작품의 출연자 정보가 나온다”며 “사용자 참여, 데이터 구매 등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검색 결과가 이용자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일본 검색 진출은 구글이 일본 인터넷 생태계를 독식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시마무라 총괄은 “일본에선 모든 웹페이지가 사람에게 읽히기보다 구글에 읽히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다”며 “라인은 차별화된 콘텐츠 등 선택 사항을 제공해 구글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새로운 대고객 정보기술(IT) 서비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본 시스템 개발 플랫폼을 준비하는 데만 최소 4~5일이 걸렸습니다. 이제 클라우드 컨테이너(서버 가상화) 기술을 통해 반나절 만에 기반 환경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상욱 오렌지라이프 IT그룹 상무(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 회사는 무료 개방 소프트웨어(오픈소스)를 기업의 필요에 맞게 설계해주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기존 기업이 구축한 서버를 운영함과 동시에 클라우드도 활용하는 방식) 구축을 지원하는 기업 레드햇의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는 “설문조사와 같은 대고객 서비스 10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10개의 서버를 주문한 뒤 서버 각각에 운영체제(OS)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야만 했다”며 “이제는 하나의 서버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해져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 컨테이너로 전환해 비용을 기존 대비 40~50% 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구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설문조사다. 온라인 설문조사 특성상 2, 3일 정도의 짧은 기간 내에 수십만 명의 이용자가 접속하게 되므로 큰 용량의 서버 인프라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인력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항상 이를 준비할 수 없다. 클라우드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하면 특정 시점에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속도 지연 등의 문제를 겪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365일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이 밖에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시스템 점검 명목 하에 새벽 시간대에 서비스를 중단하곤 하는데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을 활용하면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상무는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오렌지라이프 60% 이상의 고객들이 보험료 납입부터 대출, 해약까지 모바일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에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민첩하고 유연하게 조직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IT 기술들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비인기 쇼핑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고려대 경영대학 이건웅 교수 연구진이 분석한 ‘D-커머스리포트 2020’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기반 쇼핑 상품 추천 기술 ‘AiTEMS’를 통한 이용자 선택률은 인기 상품 대비 리뷰가 적은 비인기 상품에서 약 6.2배 높게 나타났다. 신규 상품에 대한 이용자 선택률은 비신규 상품에 비해 약 1.2배 높다. AiTEMS가 기존 검색서비스에서 중요 요소로 판단하던 리뷰 수, 상품생성 시점 등 ‘인지도’의 중요성을 감소시키고 사용자 취향 추천 상품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더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상품군(패션의류, 스포츠·레저 등)의 선택률이 검색만으로도 상품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상품군(전자제품, 식품류 등) 대비 5.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네이버의 AI 추천기술이 상품 간, 상점 간 양극화 현상을 줄여주는 이른바 ‘슈퍼스타’ 쏠림 현상을 완화해 주고 있다”며 “최첨단 기술 역량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이 없는 중소상공인들의 온라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