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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수니파 맏형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소셜미디어의 가짜 계정을 이용한 ‘여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 5일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두 나라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거대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계정을 통해 자국 정부와 지도자를 옹호하고 적국(敵國)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열심이다.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팔레스타인, 카타르 같은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으로 가짜 계정을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스북은 최근 사우디 정부와 연관된 개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계정 350여 개를 폐쇄했다. 너새니얼 글레이처 페이스북 사이버보안정책 책임자는 “이 계정들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정책을 칭송하고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군이 벌인 활약을 주로 다룬다”고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가짜 계정의 활약은 최근 2년간 크게 두드러졌다. 2017년 6월 왕세자가 된 무함마드 왕세자의 부상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후 지금까지 사우디는 예멘 내전 개입, 친이란 성향의 카타르와 단교,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란도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으로 위장한 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행정부를 비난하는 특징을 보인다.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의 행보,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집중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트위터도 올 들어 이란산 가짜 계정을 7000개 이상 파악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UAE와 이집트에 관련된 마케팅 회사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400여 개의 가짜 계정도 폐쇄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가짜 뉴스 전문가 벤 니모는 “각국 간 매우 강한 경쟁의식이 있는 중동에서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전쟁터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이 최근 유튜브에 ‘앗쌀람 알라이쿰(아랍어로 안녕하세요) 카이로’ 채널을 개설해 ‘이집트 알리기’ 작업에 나섰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이집트인 10여 명을 출연시켜 대담 프로그램 형태로 이집트의 문화, 역사, 생활을 소개한다. 지난달 29일과 31일 각각 ‘젊은 국가 이집트’와 ‘이집트식 인사법’이란 주제로 1, 2회가 방영됐다. 현재 대사관측은 총 22편으로 구성해 10월까지 방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해외공관에서 일회성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주재국 소개를 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주재국 국민들이 중심이 된 소개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향후 앗쌀람 알라이쿰 카이로에서는 △이슬람교의 일부다처제 △젊은이들의 연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같은 주제들도 향후 다룰 예정이다. 윤여철 주이집트 대사는 “한국 국민들에게 이집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집트 젊은이들의 생각을 생생하게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해외공관들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한국 알리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시도로 주재국의 문화를 알리며 교류를 활성화하는 외교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한국대사관에서는 임상우 대사가 직접 유튜버로 ‘마다가스카르 소개’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마다가스카르 초대 대사인 임 대사는 ‘마다가스카르 대사’란 제목의 채널을 운영하며 이 나라의 문화와 자연, 외교 활동을 알리고 있다. 임 대사는 2016년 7월 문을 연 신생 공관의 활동을 알리고, 아직 생소한 나라인 마다가스카르를 좀더 효과적으로 한국에 알리기 위해 유튜브 활동에 나섰다. 그는 유튜브에서 직접 현지 음식을 맛보고, 열대림 탐방과 K팝 콘서트 공연 같은 생동감 있는 아프리카 현장의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미국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부 장관(사진)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자리프 장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주역으로 이란 외교의 대외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에 대한 제재로 향후 미-이란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미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대통령 행정명령 13876호에 근거해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에 대한 제재를 취했다. 그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이란 최고지도자를 위해 행동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자리프가 이란 최고지도자의 무모한 아젠다(의제)를 시행하고, 세계를 다니며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며 “미국은 최근 이란의 행동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6월24일 발표한 대통령 행정명령 13876호를 통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관련 기관을 제재 대상에 올린바 있다. 이번 조치로 자리프 장관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금융 거래도 금지된다. 또 자리프 장관의 미국 방문도 제한된다. 현재 자리프 장관은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 자주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미국이 그의 방문 목적에 따라 사례별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나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이유는 내가 세계를 상대로 한 이란의 핵심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진실이 그리도 고통스러운가”라고 썼다. 이어 “(제재는) 나와 가족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는 이란 밖에는 재산도 없다. 나를 당신들 아젠다에 큰 위협으로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꼬집었다. 자리프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대학 학부부터 박사까지 모두 미국에서 마쳤고, 영어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 미국의 협상 파트너로 적임자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부 이란 강경파들을 자리프 장관을 미국의 꼭두각시나 친미주의자로 비난해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영국에서 이혼 관련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미르(군주·70)와 그의 여섯 번째 부인 하야 빈트 알 후세인 요르단 공주(45) 간 첫 번째 법정 공방(예비 심리)이 지난달 30일 런던 가정법원에서 열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하야 공주 측은 “자식들을 강제 결혼으로부터 보호하는 명령을 내려 달라”고 주장했다. 또 폭행 및 괴롭힘에 대한 보호 명령도 요청했다. 하야 공주는 이미 둘 사이의 1남 1녀에 대한 후견권도 신청했다. 무함마드 에미르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변호인은 “자식들이 두바이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에 거주 중인 하야 공주는 영국 또는 독일로의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이복 오빠 압둘라 2세가 국왕으로 있는 고국 요르단행은 요르단과 UAE의 관계 냉각을 우려해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가 나지 않는 요르단은 이웃 팔레스타인 및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여 경제 상황이 어렵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부국의 경제 지원이 절실한 처지다. 하야 공주는 2004년 무함마드 에미르와 결혼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랍권 유명 왕실의 혼사였고 부부 모두 다양한 국제 활동을 펼치며 언론에 자주 등장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야 공주는 아랍 여성으로는 드물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둘의 결혼이 파탄에 이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대중지들은 하야 공주가 영국 군 장교 출신 경호원과 특별한 관계였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 두바이 및 요르단 왕실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미국이 중동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안전 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호위 연합체’에 독일의 참여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을 포섭해 다른 나라의 참여를 독려하고, 이란 압박을 강화하며, 비용 분담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독일의 참여 여부는 한국, 일본, 호주 등 이미 참여 요청을 받은 나라의 최종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주독일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호르무즈해협 안전을 돕고, 이란 공격을 물리치기 위한 활동에 독일의 참여를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은 지난달 19일 자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이란에 억류되자마자 해군 함정 2척을 이미 파견했다. 독일은 자국 선박이 이란에 억류되지 않았고, 이란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미온적 태도를 취해 왔다. 독일 외교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는 “미국 주도로 추진되는 안보 임무에 참가해 달라는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최근 “(호위 활동에 대해) 영국과 협의 중이지만 결정된 게 없다. 영국의 새 내각이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면 이를 들어 보고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인구 조사가 사실상 금기시되고 있는 레바논에서 한 민간 조사기관이 87년 만에 관련 조사를 시행해 화제다. 국민들의 종교가 기독교,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 유대교 등으로 복잡한 레바논은 종파 문제로 오랜 사회적 갈등을 겪어왔다. 1975~1990년에는 종교 갈등이 시발점이 된 내전을 겪기도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종교 비율을 파악할 수 있는 인구 조사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레바논인들 사이에선 종교를 물어보는 건 피해야할 행동으로 여겨진다. 29일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와 톰슨로이터 계열 중동뉴스매체 ZAWYA에 다르면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본사를 둔 조사기관 ‘인포메이션 인터내셔널’이 레바논 인구 조사를 시행한 결과 약 550만 명(해외 거주자 약 130만 포함)의 국민 중 시아파와 수니파를 믿는 비율이 각각 31.6%로 나타났다. 기독교인은 30.6%를 기록했다. 이는 1932년 레바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된 인구 조사 결과는 크게 다르다. 당시 인구 조사는 약 105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기독교인 비율이 58.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은 40% 정도였다. 레바논은 이 인구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대통령은 기독교,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 출신 중에서 선출하는 독특하면서도 불안정한 정치 시스템을 운용해 왔다. 레바논은 ‘아랍국가 중 유일하게 기독교인이 더 많은 나라’로 불려왔고, 시리아와 더불어 역시 유일하게 아랍국가 중 국교를 이슬람으로 정하지 않은 나라였다. 비록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인구 조사는 아니지만 기독교 인구 비율이 크게 줄어 든 게 이번 조사로 드러나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인포메이션 인터내셔널은 사드 하리리 총리가 소유한 회사인가?” 식의 반응이 나온다. 또 일부는 종교 간 분쟁이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인포메이션 인터내셔널의 설립자인 자와드 아드라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나타낸다는 게 놀랍다. 지난 50년간의 선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결과가 나올 것임을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레바논에서는 기독교인들이 다수였던 시절에도 기독교인들의 불안감이 컸다. 지속적으로 종교 간 갈등으로 사회적 혼란과 내전 발생하고, 주변 아랍국가들은 모두 무슬림들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계 무장세력과 시리아 군대가 레바논에 들어왔을 때는 이스라엘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레바논 기독교인들 중 적잖은 수는 유럽, 북미, 중남미 등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중에는 콜롬비아 출신의 유명 여가수 샤키라 같은 인물도 있다. 샤키라의 경우 조부모가 레바논 출신의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레바논을 떠나 처음 미국에 정착했고, 다시 콜롬비아로 이민 갔다. 또 레바논에선 내전 뒤에는 사실상의 거주 분리 분위기가 강해져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를 물어보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거주지와 그곳에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를 물어보는 것도 레바논에서는 피해야 할 질문으로 여겨진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영국 해군 구축함 ‘덩컨함’이 28일 걸프 해역에 도착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이란에 나포된 것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덩컨함은 이미 파견된 ‘몬트로즈함’과 함께 영국 상선 보호에 나선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롭게 항해하는 건 영국뿐 아니라 우리의 국제 파트너들과 동맹에도 중요하다”며 “상선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합법적으로 항해하고 안전하게 교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현재 호르무즈에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상선들에 대한 이란의 적대 행위 가능성에 대응하는 호위 작전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덩컨함 파견이 당분간 영국과 이란 간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란은 4일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유럽의 제재 대상인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려 한 혐의로 영국 해군에 억류된 자국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풀려나기 전에는 스테나 임페로호 역시 석방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2015년 서방과 이란이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지키고, 사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을 제외한 JCPOA 당사국과 유럽연합(EU) 차관급 외교관들이 모여 핵합의 준수에 의견을 모았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럽 각국은 이란에 핵합의를 완전히 준수하라고 요구했고, 이란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對)이란 제재를 시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유럽은 핵합의 이행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이란산 원유를 아직 수입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이날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논의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차관은 “분위기가 건설적이었다”고 했다. 참가국들은 조만간 장관급 회의도 열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이란은 핵합의에서 규정한 우라늄 농축도, 저농축 우라늄 및 중수 저장 한도를 이미 초과했다. 또 유럽이 9월 5일까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25일(현지시간) 오후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이 92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외신기자클럽 인근 식당에서는 인터넷 뉴스를 통해 속보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신기자클럽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카이로에 오자마자 큰 일이 터진 것 같다. 튀니지 출장을 갈 예정이냐”고 물었다. 에셉시 대통령은 아랍권에서 나름 상징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중동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의 발원지(2010년 12월)인 튀니지에서 2014년 12월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발발 10년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혁명의 물결을 거친 나라(튀니지,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예멘 등)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전으로 나라가 엉망진창이 된 시리아 리비아 예멘, 잠시 민주화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군부독재로 회귀한 이집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에셉시 대통령은 집권 뒤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을 포용하려 했고,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튀니지의 정치적 안정을 만들었다고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튀니지를 중동 민주주의의 모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27일 진행된 에셉시 대통령의 장례식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에셉시 대통령에 대한 일반 튀니지인과 다른 나라 아랍인들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부정적인 평가의 핵심은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튀니지 젊은층에서는 에셉시에 대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무능한 대통령’이란 평가가 많다. 실제로 민주화된 튀니지의 경제 성적표는 엉망이다. 공식적인 국가 실업률이 약 15%다. 국제 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튀니지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약 35%다. 아랍의 봄이 터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을 견디지 못한 청년층의 분노였는데, 1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참고로 아랍의 봄은 튀니지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과일 행상을 하던 무함마드 부아지지(당시 26세)가 2010년 12월 경찰 단속에 리어카를 뺐기고 벌금까지 부과받자 절망을 못 이기고 분신한 게 도화선이 됐다. 튀니지는 이슬람교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한창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에는 IS의 본거지였던 이라크와 시리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가담자(약 6000명)를 배출하기도 했다. IS 가담자 중 상당수는 역시 일자리 부족으로 희망을 잃었다고 극단주의에 매료된 이들이다. 이들에게 지하드(성전)에 참여하면 월 수백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IS의 유혹은 탈출구나 다름없었다. 걸프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직 출신의 한 튀니지인은 “아랍의 봄 이야기만 나오면 서방 언론과 학자들이 튀니지를 찬양한다. 하지만 그들이 튀니지에서 살아본 적이 있냐”며 “튀니지 경제는 과거보다 더 어렵고, 여전히 사람들은 희망을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인들도 “처음에는 민주화를 이룬 튀니지가 부러웠지만 이제는 안 그렇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더 어려우면 어렵지 나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해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알제리와 수단 출신들도 “민주화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에셉시 대통령의 사망은 결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나아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가뜩이나 민주주의 경험이 부족한 중동에서 경제적 안정이 뒷받침 되지 않는 민주화는 더욱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에셉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튀니지 정국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은 수는 정치적 혼란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더 우려한다. “튀니지에서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 부진한 경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로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또하나 튀니지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에셉시 대통령과 달리 ‘젊고, 건강한 대통령’이 탄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대통령이 정치적 안정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어내는 튀니지의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까. 이런 모습이 현실이 된다면 튀니지를 중동 민주화의 모델로 인정하는 ‘일반인’들도 많아지지 않을까.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방탄소년단(BTS)은 이집트에 안 오나요?” 24일(현지 시간) 오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예술대학 내 사예드 다르위시 극장에서 열린 ‘2019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이집트 예선전’. 관객석을 가득 메운 이집트 젊은이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BTS 등 한국 스타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이들은 혼잡스러운 행사장 출입구에서 한국인 관계자나 교민과 몸이 부딪치면 고개를 숙이며 한국어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이날 행사는 올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이집트 대표를 뽑기 위한 자리였다. 노래와 춤 부문에서 6개 팀씩, 총 12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BTS, 포미닛, 블랙핑크, 다비치 같은 한국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노래 부문은 에일리의 ‘헤븐’을 부른 옴니아 이브라헴 파델이, 춤 부문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에 맞춰 춤을 춘 AMM.Bro팀이 우승했다. 이들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선발된 팀들과 한 번 더 경선을 거쳐 최종 선발되면 10월 본행사에 참가하게 된다. 관객 1000여 명은 행사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스타의 이름을 외치거나,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는 ‘떼창’을 선보였다. 윤여철 주이집트 한국대사는 “이집트 한류팬들은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팬클럽을 조직하고, 케이팝 콘서트까지 개최할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들이 케이팝 스타들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랍권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이집트(약 1억 명)는 최근 한국문화원의 한국어와 한국요리 강좌 수강 경쟁률이 각각 6 대 1(정원 120명), 30 대 1(정원 60명)을 기록할 만큼 한류가 유행이다. 지난해에는 현지 방송국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질투의 화신’을 방영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간 한국문화원이 케이팝 강사를 초청해 진행한 ‘케이팝 아마데미’도 큰 관심을 받았다. 케이팝 아카데미는 총 80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날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이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받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비해 이집트에선 아직 한국 가수의 공연이 열린 적이 없다.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두 나라 간 직항편도 없어져 방문이 예전보다 불편해진 상황이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55)가 24일 공식 취임했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성론자를 대거 신임 장관으로 발탁했고, 전임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EU 탈퇴 의지를 강조했다. BBC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취임 연설 자리에서 “(메이 총리 재임) 3년의 우유부단과 자기불신으로 영국에 비관론자가 많아졌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EU와 재협상에 나서 브렉시트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겠다. 만일에 대비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도 준비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정식 임명을 받고 주요 각료에 브렉시트 찬성론자를 전진 배치했다. 메이 내각 구성원(22명) 중 무려 17명을 교체하고 메이와 척을 진 이들을 대거 복귀시켰다. 전임자 흔적을 싹 지우고 친정 체제를 구축한 이날 개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름날의 대학살’로 부른다. ‘내각 2인자’ 재무장관에는 파키스탄계 사지드 자비드 현 내무장관(50)이 임명됐다. 지난달 초부터 다섯 차례 이뤄진 보수당 의원들의 당 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존슨과 경쟁했지만 패배 후 존슨을 지지했다. 내무장관은 인도계 프리티 파텔 전 국제개발부 장관(47), 외교장관 겸 초대 국무장관은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45)이다. 셋 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파다. 특히 라브 장관은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며 반발해 사표를 냈다가 복귀했다. 그는 이날 총리와 보조를 맞추며 “무슨 일이 있어도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국가안보회의 내용을 유출했다가 해임된 개빈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은 교육장관, 2016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메이와 최종 경쟁했던 앤드리아 레드섬 전 원내대표는 기업에너지부 장관이 됐다. 역시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다. 존슨 총리의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31)가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주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해부터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식 혼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시먼즈는 지난달 초부터 이뤄진 보수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 빨간색 옷을 입고 등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더선은 “보좌진은 시먼즈의 등장을 꺼렸지만 총리가 듣지 않았다. 시먼즈 본인도 주목받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은 신임 총리가 배우자와 함께 관저 상징인 까만 대문으로 같이 들어가는 모습은 연출하지 않았다. 영국 언론은 총리의 이혼 절차가 끝나야 두 사람이 관저에 같이 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존슨의 취임을 터키도 반기고 있다. 그의 증조부는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내무장관 알리 케말(1867∼1922)이다. 그가 터키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와의 정쟁(政爭)으로 숨지자 그의 영국인 부인은 아들을 데리고 귀국했고 자신의 성 존슨을 붙여 후대에 이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문 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이날 터키 언론은 ‘오스만제국의 후손이 영국 총리가 됐다’며 집중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위터에 축하 글을 올리며 “터키와 영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23일 한국 영공을 침범하며 전례 없는 공동 군사 도발을 자행한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중동에서도 부쩍 밀착하고 있다. 비용을 이유로 미군의 해외 주둔을 극도로 꺼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7년 1월 출범한 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러시아는 군사력, 중국은 경제력을 앞세워 중동 내 미국 견제에 주력하고 있다.○ 친미 이스라엘·이집트서도 중-러 입김 알자지라와 미 싱크탱크 워싱턴 아랍센터 등에 따르면 아랍의 대표적 친미 국가 이집트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 예가 미그 및 수호이 전투기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무기 도입, 2022년 완공될 예정인 신(新)행정수도 건설에 투입된 약 45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의 중국 자본 등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 이스라엘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5년 이후 러시아만 무려 아홉 번 방문했다. 2011년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후 러시아는 시리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5년 중국 상하이항만국제그룹에 향후 25년간 전략적 요충지인 하이파항의 개발 및 운영을 맡겼다.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중동에 군대를 대규모로 주둔시켰던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큰 피해를 봤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통해 사실상 중동에서 발을 뺐다. 이로 인해 시리아 내전, 이슬람국가(IS) 준동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역대 미 정부가 불필요한 국제경찰 노릇을 하며 국력을 낭비했다”고 주창했다. 최근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중동에 일부 병력을 보내고 있지만 ‘최강대국 영향력’보다 ‘돈’을 중시하는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군사력 앞세운 러 vs 경제력 내세운 中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손잡고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압도적 위력을 보유한 러시아 공군의 융단폭격이 반군과 IS에 밀렸던 정부군이 전세를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발판 삼아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이란, 시리아와 이라크 거주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으려는 터키 같은 중동 내 다른 강국의 외교안보 전략까지 견제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회원국인 터키도 최근 미국의 거센 반발에도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S-400 미사일을 도입했다. 마크 캐츠 미 조지메이슨대 정치학과 교수는 알자지라에 “러시아는 중동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각 중동국에 ‘러시아와 협력하면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최근 쿠웨이트와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북부의 신도시 ‘실크시티’를 건설하기 위해 쿠웨이트 정부와 100억 달러(약 11조7800억 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침공 당한 쿠웨이트는 안보 불안감이 크고, 수도 쿠웨이트시티와 다른 지역 간 인프라 격차가 심하다. 여러모로 중국과 손잡고 경제 및 군사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對)중동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한 중동 전문가는 “미국은 각종 지원을 할 때 민주주의, 인권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이익에만 부합하면 이런 부분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전제왕정이나 군부가 집권하는 대다수 중동 국가로선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23일 한국 영공을 침범하며 전례 없는 공동 군사 도발을 자행한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중동서도 부쩍 밀착하고 있다. 비용을 이유로 미군의 해외 주둔을 극도로 꺼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7년 1월 출범한 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러시아는 군사력, 중국은 경제력을 앞세워 중동 내 미국 견제에 주력하고 있다. ●친미 이스라엘·이집트서도 중-러 입김 알자지라와 미 싱크탱크 워싱턴 아랍센터 등에 따르면 아랍의 대표적 친미 국가 이집트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 예가 미그 및 수호이 전투기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무기 도입, 2022년 완공될 예정인 신(新)행정수도 건설에 투입된 약 45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의 중국 자본 등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 이스라엘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5년 이후 러시아만 무려 9번 방문했다. 2011년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후 러시아는 시리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5년 중국 상하이항만국제그룹에 향후 25년간 전략적 요충지인 하이파항의 개발 및 운영을 맡겼다.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중동에 군대를 대규모로 주둔시켰던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큰 피해를 봤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통해 사실상 중동에서 발을 뺐다. 이로 인해 시리아 내전, 이슬람국가(IS) 준동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대선 시절부터 “역대 미 정부가 불필요한 국제경찰 노릇을 하며 국력을 낭비했다”고 주창했다. 최근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중동에 일부 병력을 보내고 있지만 ‘최강대국 영향력’보다 ‘돈’을 중시하는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군사력 앞세운 러 vs 경제력 내세운 中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손잡고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압도적 위력을 보유한 러시아 공군의 융단폭격이 반군과 IS에 밀렸던 정부군의 전세를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발판 삼아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이란, 시리아와 이라크 거주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으려는 터키 같은 중동 내 다른 강국의 외교안보 전략까지 견제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회원국인 터키도 최근 미국의 거센 반발에도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S-400 미사일을 도입했다. 마크 캐츠 미 조지메이슨대 정치학과 교수는 알자지라에 “러시아는 중동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각 중동국에 ‘러시아와 협력하면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최근 쿠웨이트와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북부의 신도시 ‘실크시티’ 건설을 위해 쿠웨이트 정부와 100억 달러(약 11조7800억 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침공 당한 쿠웨이트는 안보 불안감이 크고, 수도 쿠웨이트시티와 다른 지역 간 인프라 격차가 심하다. 여러모로 중국과 손잡고 경제 및 군사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對)중동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한 중동 전문가는 “미국은 각종 지원을 할 때 민주주의, 인권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이익에만 부합하면 이런 부분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전제왕정이나 군부가 집권하는 대다수 중동국가로선 무시 못할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영국이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을 이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유럽 국가가 주도적으로 호위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이란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된 17명의 자국민 간첩을 체포했다고 발표하는 등 서방과 이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했다. 그는 유럽 주도의 호위 작전이 “이란의 국가적 해적 행위로 인한 불법 행동으로부터 선원과 화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이미 몇몇 국가와 의견을 나눴고 추가 논의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억류한 뒤 아직 석방하지 않고 있다. 다만 헌트 장관은 이 작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호위 연합체’와 별개임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22일 CIA에 포섭돼 활동한 간첩들의 체포 경위 및 이들의 활동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첩들이 미국 비자를 받는 조건으로 △경제 △핵 △군 △사이버 기관에서 간첩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 중 일부에게 이미 사형 및 장기 징역을 선고했다. 서방의 안보 위협을 강조해 이란 국민을 단합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에 두 달 넘게 억류됐던 이란 유조선 ‘해피니스1호’가 20일 풀려났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이란과 서방의 갈등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사우디 측이 더 이상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해피니스1호는 올해 4월 30일 홍해에서 엔진실 침수로 침몰 위기를 맞았다. 5월 2일 사우디 해안경비대에 구조됐고 지다항으로 견인됐다. 사우디 측은 수리가 끝났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 배의 출항을 허가하지 않았다. 또 하루에 20만 달러(약 2억3000만 원)의 비용도 요구했다. 선박 소유사인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NITC)가 이 돈을 냈는데도 출항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이에 이란과 적대 관계인 사우디가 해피니스1호의 선원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이란이 억류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나포 당시 오만 영해에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호르무즈해협에 있었다는 이란 주장과 다르다. 밥 상기네티 영국 해운회의소 회장은 “영국 정부가 배포한 해도를 보면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 배에 승선했을 당시 오만 영해에 있었음이 명백하다. 억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19일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港)을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항으로 가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억류했다. 이날 미국도 사우디에 2003년 후 16년 만에 군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1일 이란에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하기로 하는 등 서방과 이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 “영국군이 해당 선박 호위” 주장 이란은 스테나 임페로호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채 항해했으며 이란 어선과 충돌했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억류했다고 주장했다.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당 선박이 영국 해군 전함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또 해양법 규정을 무시하고 역방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는 세계 일평균 원유 해상 물동량(약 5300만 배럴)의 32% 정도가 통과하는 원유 수송로다. 당시 이 배에는 인도, 러시아, 라트비아, 필리핀 국적 선원 23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선주들은 억류 당시 선박이 공해에 있었고 규정도 완벽히 준수했다고 맞섰다. 영국은 이달 4일 지브롤터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시리아로 원유를 밀반입하려 했다는 혐의로 억류했다. 이후 이란은 줄곧 영국에 보복 의사를 밝혀 왔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용납할 수 없다. 항해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며, 모든 배는 안전하고 자유롭게 그 지역을 항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영국의 데일리미러는 21일 영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스테나 임페로호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교란시키는 등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2015년 이란 핵합의를 탈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핵합의를 탈퇴한 미국이 이란에 대해 민간 핵 프로그램 운영 제재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표적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과 대화의 필요성을 밝히는 등 일각에서는 협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군의 사우디 파견 장기화? 미군의 사우디 파병도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정확한 파병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AP통신 등 외신들은 약 500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사우디에 주둔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미 감정이 높아지자 이를 우려해 일부 공군과 미사일 지원 병력만 남긴 채 같은 해 철수했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철천지원수’ 사이다. 이곳에 16년 만에 미군이 공식 발표와 함께 수백 명을 파병하는 건 이란 압박을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도 파병 이유를 “긴급하고 확실한 위협에 대한 추가 억지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군의 해외 주둔을 꺼렸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전략을 바꿔 미군의 사우디 장기 주둔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가까운 친(親)트럼프 인사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미국이 18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중동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 지난달 20일 이란이 미 드론을 격추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또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 위한 다국적 호위연합체 구성에도 나서는 등 중동 전체가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접어들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방금 ‘빅 이벤트’가 일어났다”며 직접 드론 격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란 드론 한 대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의 약 914m까지 접근했다. 이 드론은 수차례의 물러나라는 신호를 무시했고 복서 및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즉시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추 발표 직전 백악관 집무실에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체결된 이란과의 핵 합의는 매우 단기적이다. 100년 효력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 합의를 하면) 이란은 향후 몇 년 안에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 당시 합의는 재앙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은 후퇴하고 있다.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후퇴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 물러나고 있다. 이란의 인플레는 75%이고 원유도 거의 팔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미 재무부는 핵농축 과정에 쓰일 수 있는 알루미늄을 이란에 조달해 준 벨기에, 중국 등 기업 7곳과 개인 5명을 제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호위연합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자국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갈 때 이를 보호해야 한다. 앞으로 미국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19일 워싱턴 주재 외교단을 상대로 이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미 몇몇 국가로부터 동참 의사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일평균 원유 해상물동량(약 5300만 배럴)의 약 32%가 통과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다. 이란은 즉각 격추 사실을 부인했다. 아바스 아락치 외교차관은 19일 트위터에 “호르무즈해협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드론을 잃지 않았다. ‘복서’가 미 드론을 실수로 떨어뜨린 게 아니냐”고 비꼬았다. 전날 알리 파다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미국 배는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으로 들어올 때마다 지옥에 온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날 나흘 전 조난 신호를 받고 구조한 파나마 선적 유조선 리아호 및 선원 12명도 석유 밀수 혐의로 억류했다. 미 국무부는 “해당 배와 선원을 즉각 석방하라”고 맞받아쳤다. 다만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움직임도 감지된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뉴욕 주유엔 이란대표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이 원하면 이란은 즉시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 의정서를 비준할 수 있다. 그러면 그가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재만 풀어주면 핵합의 당시 2023년으로 예정됐던 NPT 비준 시점을 대폭 앞당기겠다고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구 사찰 허용’ 등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전채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많은 진전(progress)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이란)와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미·이란 간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에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미국과의 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15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이 우리 미사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우선 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무기를 중동에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뒤 이란 측은 “탄도미사일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자리프 장관의 발언은 한동안 협상 가능 메시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리프 장관의 발언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상한선 위반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공격 △이란의 미국 무인기(드론) 격추 등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던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그러나 중동 외교가에선 실제 두 나라가 대화를 재개하고, 성과를 만드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관련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동안 하메네이는 수차례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고 밝혀왔다. 이란으로서는 미국과 대화에 나서면 자국에서 절대적인 권한과 위상을 지니는 최고지도자의 공식 발언을 부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은 하메네이와 그의 친위조직으로 이란 내에서는 ‘정부 위의 정부’로 여겨지는 혁명수비대(IRGC)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메네이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인데, 이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 역시 명분이 약하다. 대화가 시작돼도 난관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란의 핵 개발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과 주변국 정치권과 민병대에 대한 영향력 행사까지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이 이슈들을 올리는 데 부정적이다. 개발이 중단된 핵무기와 달리 탄도미사일과 지역 영향력은 사실상 완성됐고, 성과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일부 물밑 접촉은 있을 수 있지만 정식 협상에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란은 최대한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2015년 핵합의 수준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럿 블랑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시니어펠로(오바마 행정부 때 핵합의 실무자)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오바마가 만든 것이라 핵합의를 폐기했다. 비슷한 내용이라도 ‘트럼프 합의’란 이름이 붙는다면 아마 감격해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위해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외의 다른 지역도 자유롭게 여행하도록 허가할 방침이라고 현지 영자신문 아랍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은 뒤 국가경제에서 석유 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제조업과 관광·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관광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워밍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움라를 통한 자유여행의 활성화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자국 내 어느 곳이든 성지순례자가 입국할 수 있도록 출·입국 관련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제2의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제다를 통해서만 입국할 수 있었다. 또 여행을 하려면 성지순례 비자로 입국한 뒤 관광비자로 바꿔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비자 재발급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성지순례자들에게 왕국(사우디) 여행은 문화와 관광 장소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라며 “성지순례자들이 더욱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전 2030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기획한 사우디의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은 현재 연간 약 800만 명인 움라 참여자 수를 3000만 명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성지순례자를 중심으로 사우디 방문자 수를 늘려 자연스럽게 관광산업을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사우디는 이슬람교 성지뿐 아니라 홍해 지역의 자연경관을 기반으로 한 리조트 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대 유적지도 많아 대형 박물관 건립 등으로 이어지면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사우디는 음식점과 상점들의 주 7일, 24시간 영업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지에선 영업시간 확대 결정이 사우디의 레저, 관광, 운수 사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드 알 카사비 상무투자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 거주 반체제 인사들을 자국으로 귀국시키려 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반체제 인사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개혁과 국정운영에 대해 해외에서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FT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정부는 해외에 있는 일부 반체제 인사들을 접촉해 “왕세자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사우디로 돌아오면 위해를 가하거나 감옥에 보내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반체제 인사들을 귀국시키려는 이유는 왕가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급속히 늘어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왕실이 의뢰해 진행한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사우디 출신 정치적 망명 희망자는 약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가 지난해 10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게 드러나면서 국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도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접근법을 바꾼 계기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해외 거주 사우디 반체제 인사를 하나로 묶는 조직은 없다. 하지만 언제든 이들이 단합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의 사우디 출신 활동가는 “사우디 정부가 우려하는 건 해외 반체제 인사들이 유엔, 유럽연합(EU), 미국 의회 같은 곳을 대상으로 로비에 나서는 것”이라며 “반체제 인사들은 최근 사우디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전격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논란이 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6박 7일)’이 16일(현지 시간) 마무리됐다.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동부(에티오피아), 서부(가나), 남부(남아공)를 동시에 방문한 것이다. 외교부는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 중 하나로 주목받는 아프리카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강 장관은 순방 중 열린 제1차 한-아프리카 경제포럼과 아프리카 지역 공관장 회의에서 올해 5월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협정(AfCFTA)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 지원을 강조했다. 사하라 이남의 서부 국가 중 가나를 순방 대상 국가로 선택한 배경에도 경제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8.8%)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나라다. 최근에는 AfCFTA 사무국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모습 속에서도 한국 정부의 아프리카 경제에 대한 관심과 외연 확장 전략은 겉만 화려하고 내실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아프리카 경제 관련 업무를 하는 인력과 조직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아프리카 지역의 외교 공관에서 해당 국가와 지역에 대한 경제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공무원인 ‘재정경제관(재경관)’은 한 명도 없다. 재경관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중심으로 12개국 16개 공관에 배치돼 있는데 ‘너무 선진국 중심이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 지역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에도 태국에만 배치돼 있어 논란이 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대표 국제기구인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도 한국 정부에서 파견 나가 있는 인력은 2명뿐이다. 이마저도 지원자가 늘 부족한 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부에서도 아프리카 관련 업무는 한 개 과에서 전담한다. 그나마도 국 차원에서는 중동·아프리카국으로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과 경제나 안보적으로 더 밀접한 중동 업무보다 후순위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국내 지역학 전문가들 중에는 “한국 만큼 대외 의존도가 큰 나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이처럼 대충 다루는 경우도 드물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제조업과 수출 기반 경제구조를 갖춘 한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야 한다. 그러나 고위 인사 방문과 행사 개최 같은 상징적인 경제협력에 비해 실질적인 노력은 너무도 부족한 것 같다. 강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아프리카에 대한 내실 있는 전략과 시스템을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