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신나리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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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나리 기자입니다.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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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2~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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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의 에펠탑이 그렇게 부러웠나… 영국이 ‘런던 에펠탑’ 올리려던 사연

    19세기 말 영국이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질투해 ‘런던 버전 에펠탑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었다? 1889년 프랑스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이 세운 에펠탑은 명실공히 파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를 경계한 과거 영국 건축가들이 에펠탑을 능가할 ‘런던 그레이트 타워’ 디자인 공모전에 경쟁적으로 제출한 디자인 고문서가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7일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건설회사 타워는 1896년 런던을 상징할 만한 탑에 대한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었다. 촉망받는 건축디자이너 총 69명이 앞다퉈 제출한 디자인은 대다수가 에펠탑을 모태로 둔 ‘에펠탑 판박이’였다. 이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건축가 스튜어트, 매클래런, 던은 공동작품으로 에펠탑(약 320m)보다 무려 65m가 더 높은 탑을 디자인해 상금 500기니(약 93만 원)를 받았다. 원형이 에펠탑을 모사한 듯한 2등 작품에도 250기니(약 46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축가 세 사람의 런던 그레이트 타워는 재정난을 겪으면서 47m짜리 1층만 지은 후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마저 1907년 헐리고 그 자리에는 이번 런던올림픽 축구경기가 열렸던 웸블리 경기장이 세워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은 유럽 최고층 빌딩 ‘샤드’(310m)를 런던브리지 남서부에 지으면서 100여 년 전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샤드는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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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틀린 현실을 우울한 유머로… 오늘 개막 부천국제만화축제서 특별전 최규석 작가

    2003년 아기공룡 둘리의 탄생 스무 돌을 기념해 명예 주민등록증이 발급될 무렵, 만화계 일대에 파란을 일으킨 대학생이 있었다. 만화가 최규석(35)의 상명대 만화과 졸업작품 ‘공룡 둘리’는 확실히 문제작이었다. 초록빛 아기공룡을 추레한 국방색 파충류로 설정한 뒤 프레스에 마법의 손가락까지 잘린 이주노동자로, 허영심 많은 또치는 매춘부로, 희동이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폭력전과자로 그려놨기 때문이다. 처절한 현실에 섞인 우울한 유머는 데뷔작 ‘공룡 둘리’ 이후로도 계속됐다. 2년 후 자취방 경험을 살려 발표한 ‘습지생태보고서’로 그는 스타 만화가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은 올해 6월 KBS2 ‘드라마스페셜’로도 제작됐다. 제목만 본 사람들은 “요즘 환경 만화책도 내고 좋은 일 하네”라고 엉뚱한 덕담을 건넸지만, 여기서 ‘습지’는 비가 새들어 축축한 반지하 자취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였다. 만화입시생들의 좌충우돌을 담은 ‘울기엔 좀 애매한’으로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대상을 수상했던 최 작가의 특별전이 15일 개막하는 이 만화축제에서 열린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질끈 묶은 꽁지머리, 짙은 콧수염. 최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난 그는 강렬한 인상만큼 생각도 뚜렷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 싶어 하는 건 ‘모호하고 애매한 것들’이라고 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건 분노라든가 우애, 사랑 이런 이름이 붙어 있는 통속적이고 전형적인 감정들을 제외한 느낌들, 말로 설명하면 찌질해지고 사소해지는 상황들이에요. 입이 있어 외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제 작품의 단골 소재입니다.” 그는 불편한 진실을 능청스럽게 전달하는 재주가 있다. 군대 행정실 ‘의자’가 전화 줄에 목을 매 자살하는 이야기로 부속물 취급을 받는 군인들의 삶을 풍자한 ‘자살 방조’(2004), 가위바위보로 사회의 모든 규칙을 전하는 이야기가 담긴 우화집 ‘지금은 없는 이야기’(2011)가 대표적이다. 최 작가는 사회 비평집이나 평론서를 많이 읽는다고 했다. 최근엔 진보 논객 6명이 쓴 ‘우파의 불만’(글항아리)을 읽었는데 (다문화사회를 비판하는) 반(反)이주론자들의 담론을 분석한 박권일 씨의 글이 반가웠다고 소개했다. “이전부터 반이주론자들이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는데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이 되고 (조선족 오원춘의) 수원 여성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뒤늦게 이슈가 되더군요. 얼마 전 불거진 컨택터스 사건 같은 용역폭력 문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은 그가 만화가로서 그리고 싶은 만화는 재미있는 만화다. “진지한 주제를 재밌게 푸는 건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죠. 모든 소통의 생명은 재미입니다. 제 만화가 재미있게 널리 읽혔으면 좋겠어요.”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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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르타주 만화 ‘굿모닝 예루살렘’ 국내 출간한 佛작가 기 들릴

    만화가 독자를 사로잡기 위한 세 가지 충분조건. 첫째는 빼어나거나 개성적인 그림, 둘째는 매혹적인 스토리, 마지막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하지만 때로 상상력이 거세된 ‘날것 그대로의’ 사실을 담은 만화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수 있다. ‘르포르타주 만화’가 바로 그렇다. 프랑스 만화가 기 들릴(46)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3세계 탐방 르포르타주 만화가다. ‘평양’(2003), ‘굿모닝 버마’(2007)에 이어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굿모닝 예루살렘’은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근무하는 아내를 따라 1년 동안 예루살렘에서 체류했던 경험담을 그린 작품. 세계 최대 출판만화축제인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올해 최고 작품상인 황금야수상을 수상했다. 들릴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머물렀던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이 만화였다”고 말했다. 그의 만화는 엄숙한 메시지엔 관심이 없다. “그저 재미와 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는 것이 작품의 목표”라고 한다. 분리장벽 아래서 크로키(단시간에 그리는 스케치)를 하다 폭탄 소리에 놀랐던 경험, 각각 금, 토, 일요일에 문을 닫는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 상점 적응기 등은 외신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이다. 보통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도시에서 체류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들릴은 “나는 새로운 도시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며 “폐쇄적인 나라라고 해서 사람들까지 꽉 막혀 있진 않다. 그들은 외지인인 나에게 친절했고 나 역시 그 나름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평양’은 일부에서 북한을 왜곡된 이미지로 그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들릴은 “평양은 마치 1953년으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전형적인 서구의 시각으로 배우고 자랐기 때문에 내 만화가 100% 객관적일 순 없다”고 이를 수긍했다. 유령도시로 치부하던 외신보도와는 달리 평양은 분주히 오가는 행인들,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깨끗하게 청소된 거리가 있었다. 그가 더욱 르포르타주 만화작업에 열을 올리게 된 계기다. 최근 북한 김정일의 사망, 미얀마의 부분적 민주화 등 그가 다녀온 나라들이 차례로 큰 변화를 겪었다. 그는 “아웅산 수치가 외국을 방문한다든가 하는 버마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북한은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같은 체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프랑스 만화계는 지난 15년간 ‘아이들을 위한 만화’에서 어른 독자를 위한 만화 제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 앞장서는 만화가 중 하나다. “아직도 대다수 유럽인들은 버마나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잘 모릅니다. 어른들이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정보를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만화만을 만들 의무는 없어요.”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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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칼-활 금메달 뒤엔 ‘멘붕’ 막는 책 있었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결국 승리를 거머쥐는 국가대표 ‘멘털 갑(甲)’들은 어떤 책을 읽고 ‘멘붕(멘털 붕괴)’을 막았을까?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로 꼽히는 사격과 양궁에서 금메달 6개를 포함해 9개의 메달을 획득하면서 선수들의 심리훈련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9일 오후 태릉선수촌의 ‘북카페(도서실)’ 도서 대출대장을 살펴본 결과 레슬링 펜싱 배드민턴 빙상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독서로 마인드컨트롤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 버리기 연습’ ‘네 안의 적을 길들여라’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등 자기주문형 도서의 대출빈도가 높았다. 바쁘고 고된 훈련시간을 쪼개 틈틈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선수가 많았던 것.다독가로 알려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남자 50m 권총 2관왕 진종오(33·KT). 그는 출전을 앞두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다가 KT스포츠단 권사일 단장에게서 건네받은 ‘왓칭: 신이 부리는 요술’을 읽으며 내면을 다스렸다.여자단체전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양궁대표팀도 다양한 심리훈련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양궁협회 반미혜 홍보담당 대리는 “몇 년 전 협회장이 론다 번의 ‘시크릿’을 권장도서로 삼아 모든 선수가 읽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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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문화의 정치와 지역사회의 권력구조: 안동과 안동김씨 外

    문화의 정치와 지역사회의 권력구조: 안동과 안동김씨(김광억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안동 김씨를 대상으로 한 민족지적 현지조사를 통해 한국의 지역사회에서 문화가 어떻게 정치적 자원으로 작동하는지를 밝혔다. 3만 원. 부정변증법 강의(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세창출판사)=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사상가 아도르노가 1965, 66년 겨울학기에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열었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3만9000원. ○ 문학 미로의 정원(리앙 지음·은행나무)=1970년대 대만의 고도 성장기를 배경으로 남성중심주의 탈피를 비롯한 가치관의 변화, 대만인의 정체성 문제 등을 대만 작가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그렸다. 1만3000원.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방현희 지음·자음과모음)=한국인 아버지와 그 집안의 핍박으로부터 일본인 어머니를 잃은 남자 ‘장’은 프랑스, 일본 여자에게 가학적인 섹스를 강요한다. 피학적 사랑의 고통과 희열을 정면으로 다뤘다. 1만3000원. ○ 실용·기타 행복한 열 살 지원이의 영어 동화(배지원 지음·남해의봄날)=열 살짜리 평범한 한국 소녀인 저자가 영국 초등학교에 다니며 작문 숙제로 쓴 동화. 쌍둥이 토끼 로리와 도리의 학교생활 적응기, 재기발랄한 친구들과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1만2500원. 1억원대 집짓기 워너비 하우스(이세정 지음·주택문화사)=월간 ‘전원속의 내집’ 에디터로 10년간 수많은 주택을 답사한 저자가 1억 원대의 한정된 건축비로 30, 40평대의 주택을 지은 사례 17가지를 소개한다. 마당 있는 집을 로망이라 말하지만 정작 주택 자체에 대해 무지한 독자들에게 권한다. 1만5000원. 잠보, 탄자니아(손주형 지음·이담북스)=카메라를 도둑맞고 뺑소니 차주가 오리발을 내밀어도 괜찮다. 세렝게티 초원의 평화로운 동물들에게서 경외심을 느끼고 맨발로 뛰노는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보면 탄자니아에 흠뻑 빠지게 되지 않을까. 두 달간의 탄자니아 파견 근무를 다녀온 환경전문가가 기록한 글과 사진집. 1만5000원. 과학은 없다(맹성렬 지음·쌤앤파커스)=미확인비행물체(UFO) 연구자인 저자가 현대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의 진실을 파헤친다. 또 UFO와 미스터리서클, 초능력과 죽음 뒤의 삶이 향후 과학의 경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검토한다. 1만8000원.}

    •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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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그대는 명동스타일… 울퉁불퉁한 1950, 60년대를 감싸주다

    한반도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곳, 분초를 다투며 달라지는 패션의 공간, 최대 외국인 관광객 방문지, 보행인구 최고 밀집지역…. 명동의 이 같은 모습은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명동이 한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소비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근대 여성들을 현대로 끌어오게 한 명동이라는 공간을 분석한다. 여성학자인 저자는 ‘6·25전쟁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 소비문화를 통해 탄생한 명동은 과연 여성들의 해방구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박씨’하고도 긴 듯한 쟈�을 가진 투피스 스타일이 오바코트를 입은 것보다 한층 경쾌하고 씩씩해 보인다.” 명동의 일류 양장점인 국제 양장사를 운영하던 최경자 씨가 1959년 여성지 ‘여원’ 1월호에 기고한 ‘여성들의 거리패션’ 촌평이다. 이 글을 읽은 당시 독자들이 자신의 뒤태나 옷차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날 패션지나 여성잡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패션 분석과 팁의 기원이 1955년 ‘여원’의 패션모드 화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겨울철 돋보이는 눈 화장법’ ‘사무실에서, 데이트 나갈 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등의 기사들이 이미 1950, 60년대 잡지에 나온다. 전쟁을 겪고 난 지 얼마 안 돼 패션을 논할 만큼 일상을 되찾은 여성들이 놀랍다. 책에 따르면 명동은 여성들이 어울려 돈 쓰고 치장하는 공간만은 아니었다. 여성들은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옷을 디자인하는 양장점, 헤어스타일을 가꾸는 미용실에 들르던 여성들이 재봉과 미용 기술에 시선을 돌렸고, 차례로 노동과 사회 진출에 눈을 뜨게 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후 여성들을 지배했던 분위기는 ‘배워야 산다, 배우고 싶다, 일하고 싶다’로 요약된다. 저자는 당시 대중매체가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전쟁 과부들을 포함해 여성들에게 미용 재단 간호 등의 직업을 소개하면서 사회 진출을 장려했던 기사와 사진들을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세밀히 짚어냈다. 올 초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임응식 사진전: 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 속 명동 사진들과 서울역사박물관의 ‘서울 반세기 종합전3: 명동이야기’를 관람한 독자라면 한층 더 반가움을 느낄 만하다. 기존의 명동 관련 전시가 ‘명동백작’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봉구나 시인 박인환 등의 눈을 빌려 명동을 남성 예술인들의 낭만적인 문화공간으로 조명했다면, 이 책은 명동에 ‘여성’이라는 젠더를 투영시켜 명동이 당대 여성들의 소비문화 노동의 장소였음을 밝혀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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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사진에 담은 5일장 풍경

    마수걸이에 성공해 입이 찢어지는 아주머니, 몸집보다 큰 봇짐을 진 짐꾼, 고된 하루를 마치고 선술집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저자가 1987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의 5일장 82곳을 다니며 기록한 사진집. 사라져가는 장터 문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시골 장터가 많았던가’ 하고 놀라게 된다. 장이 서는 날과 지역 특산물 등 장터 정보도 꼼꼼히 적었다. 책 발간에 맞추어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는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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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서 인기 삼계탕-김치전 소개해줄 출판사 찾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은 중동 지역의 드라마 한류를 이끄는 선봉에 서 왔다. 오색찬란한 빛깔과 이야기가 풍부한 한식이 ‘그림이 되는’ 소재인 데다 만국 공통의 관심사인 ‘먹을거리’를 다뤘다는 점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장금이 중동지역 TV에서 방영되기 전 이미 한식에 푹 빠졌던 아랍 여성이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프리랜서 번역가 가다 야신 씨(37)다. 그는 최근 아랍어로 된 한식 요리책 ‘한국 요리의 비밀’을 탈고했다. 아랍인이 아랍어로 쓴 최초의 한식 요리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68쪽 분량의 원고에는 한식 요리의 기본인 고추장 간장 된장에 대한 해설을 비롯해 미역국 불고기 김치전 삼계탕 등 47가지 메뉴의 간단한 조리법을 담았다. 최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식은 아랍 지역에선 굉장히 신비로우면서도 생소한 음식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전역에 한식당이 하나둘씩 생겨 한식을 맛본 이들 사이에서 직접 한식을 만들어보는 유행이 서서히 일게 됐다는 것. 그는 온라인에서 ‘가다 아줌마’로 통한다. 유튜브에서 ‘가다 아줌마’ 혹은 ‘Ghada 662’로 검색하면 한식 조리법을 소개한 10분 분량의 동영상 11개가 나오는데 조회수가 총 7000건이 넘는다. 그는 “알제리 이라크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각지에서 쇄도하는 질문들에서 한식에 대한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다 아줌마의 보물 1호는 한국 친구들이 선물한 한국어 요리책과 레시피를 스크랩한 자료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모아둔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책을 보고 요리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우연히 한식을 맛본 뒤 1994년부터 집 근처 한식당 여주인에게서 한식 요리법을 배워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집 식단엔 한식이 빠지질 않아요. 한식 요리법이 손에 익어 시금치나물 무침, 배추김치, 부침개, 호박찌개 등으로 1시간이면 뚝딱 한상 차림을 내놓을 수 있어요.” 주로 빵과 치즈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집트인들에게 한식은 건강식으로 통하지만 매우 비싼 음식이기도 하다. 조개 등을 넣은 시원한 해물탕은 해산물이 귀한 중동 사막지대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해물이 들어가 얼큰하고 시원한 짬뽕을 제공하는 한식당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한국 음식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도 많다. 그는 “짜장면과 짬뽕이 한국 고유 음식이 아니라는 점도 이 책에서 분명히 밝혔다”며 으쓱해했다. 한 달 전쯤 원고를 탈고한 그는 아랍 전역에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줄 한국 출판사를 찾고 있다. “시중에 영어로 된 중식, 일식 요리책은 많지만 한식 요리책은 턱없이 부족해요. 한식에 관심이 있는 아랍인들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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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믹배우, K-코믹스 전도사로…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 영화배우 김인권 씨 인터뷰

    “까치의 반곱슬 머릿결만 봐도 가슴이 설레죠.” 만화방에서 빌려온 만화책을 앉은키만큼 쌓아두고 읽던 소년이 배우가 되어 어엿한 ‘K-코믹스’의 전도사로 나섰다.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2012)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김인권(35)을 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해운대’ ‘마이웨이’에서 조연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그는 이현세 작가의 만화를 빠짐없이 읽었다는 만화광이다. 그는 인생 최고의 만화 캐릭터로 ‘까치’를 꼽으며 남다른 만화 사랑을 고백했다. “초등학생 때 직접 만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같이 어울리던 친구 3명과 제가 주인공인데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작품이었죠. 저는 로봇들을 타고 다니고 일부 친구는 거지가 됐다는 조금 유치한 내용이긴 하지만요.” 만화가 연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즐겨 봤던 만화 캐릭터의 눈빛을 떠올려 ‘우수에 찬 눈동자’ 같은 대본 지문 속 표현들을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며 “스토리라인에서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려 갈 때도 유용하다”고 답했다. 주변에서는 코믹한 그의 캐릭터 때문에 직장인 만화 ‘용하다 용해 무대리’의 무대리나, 외모 때문에 좌절하는 주인공이 어떤 정장을 입으면 꽃미남이 된다는 일본 만화 ‘핸섬슈트’의 ‘변신 전 주인공’ 역할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웹툰도 즐겨 본다는 그는 “직접 연출한다면 사소한 소품 하나하나가 이끌어가는 에피소드가 매력적인 최규석 작가의 웹툰 ‘습지생태보고서’를 꼭 영화화하고 싶다”면서 “양담배와 국산담배가 대화를 나눈다든가 하는 디테일을 살리면 꽤 재밌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어린이 만화 ‘뽀롱뽀롱 뽀로로’를 마스터한 딸 셋을 둔 아빠로서 이번 Bicof 2012 홍보대사로 임하는 그의 각오도 남다르다. “극장에 걸린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외화들이 사랑받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만화원작들이 영화화돼 K-코믹스가 세계를 주름잡는 계기를 만들길 기원합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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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詩의 세계에서 건져올린 과학의 샘물

    “별이 다 똑같은 별이 아님을 아는 데 10년이 걸렸다.” 소설 ‘은교’의 주인공 이적요 시인이 공대 출신의 제자 서지우를 두고 한 말이다. 시인과 제자가 경쟁적으로 좋아하는 여고생 은교. 세 사람은 어느 날 산행을 하고, 은교는 절벽 아래로 손거울을 떨어뜨린다. 시인은 목숨을 걸고 손거울을 찾아내 은교 손에 쥐여 주지만, 서지우에게 그 손거울은 다시 또 사면 그만인 ‘one of them’일 뿐이다. 그렇게 작품 속 ‘공대생’은 ‘태생적으로 낭만이 결핍된 인간’으로 그려진다. 합리적 이성의 최전선에 과학이 있다면 문학적 감성의 으뜸은 시일 터다. 정녕 과학과 시는 한데 어우러질 수 없는 것일까. ‘진정일 교수, 詩에게 과학을 묻다’의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시’와 ‘과학’은 창조로 통한다”고. 책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을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 문학작품이 ‘시’라면, 자연의 법칙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단어들이 곧 ‘과학’이므로 둘은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저자는 한국시에 자주 등장하는 불 물 바람 꽃 나무같이 형상화된 자연에서부터 사랑 고통 등과 같은 추상적인 시어들을 과학을 이용해 설명한다. 시인 김소월의 ‘초혼’과 박인환의 ‘이국항구’에 쓰인 ‘사랑’의 의미를 비교하고, 호르몬 분비로 보는 생물학적인 ‘사랑’을 분석하는 한편,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겨나기까지 겪게 되는 특징들을 ‘본능적 욕구, 이끌림, 집착’이라는 3단계로 구분한 심리학 연구를 소개한다. 김동환의 ‘국경의 밤’에 등장하는 ‘바람 소리’와 ‘고기잡이 얼음장 끄는 소리’에서 소리 전달속도와 소리파의 사인곡선, 주파수로 옮겨가며 시와 과학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별빛부터 이슬까지’는 시적인 상상력과 감수성이 충만한 관찰, 간단한 실험을 통해 독자들을 자연과학의 세계로 초대하는 책이다. 망망대해를 거쳐 외딴 섬에 도착한 도마뱀 한 쌍이 후손을 낳고 점차 번성해 새로운 도마뱀 왕국의 기초를 세운다. 이들의 후손 중 시적 재능을 가진 도마뱀이 어느 날 두 마리의 선조 개척자를 회고하며 영웅 서사시를 쓴다면 모험과 기적을 다룬 세계 문학계의 위대한 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우리가 다큐멘터리에서 만나는 도마뱀 한 마리는 어쩌면 ‘로빈슨 크루소’와 ‘오디세우스’의 후예일지도 모른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의 과학·철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시종일관 유머와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자연을 묘사한다. 부제는 ‘망원경을 버리고 시인의 눈으로 재구성한 자연관찰기’. 눈의 생성원리를 설명하는 대신 탄산수 제조기와 투명한 호스로 비와 눈을 직접 만들고, CD를 통해 햇빛과 인공 빛을 분광시키는 법을 소개한다. 형광등이 자외선 빛을 방사하는 원리와 빛이 합쳐져 흰색이 되는 원리가 아이팟에서 추출한 음악의 이동과 보관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데이터양을 줄이는 원리와 비슷하다는 설명도 인상 깊다. 책 속에 실린 일러스트레이션은 설명을 한층 돋보이게 해줄 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유럽 동화책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휴가철을 맞아 산과 바다로 떠나는 이들에게 당장 자연은 풍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그곳에서 만진 조약돌, 푸른 숲 내음, 짭짤한 바닷물 등 자연 전체를 두루 경험한 여행이었음을, 나아가 자연과학은 결코 엄숙하고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님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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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모던 아랑전 外

    ○ 문학 모던 아랑전(조선희 지음·노블마인)=인당수에서 돌아온 심청이 사실은 죽은 사람이라면, ‘금도끼 은도끼’의 나무꾼이 원래 원한 것은 금도끼였다면…. 익숙한 전래 동화들이 공포소설집으로 재탄생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의외성보다 기괴한 기분 자체를 즐기는 이에게 추천. 1만3000원. 황금광 시대(표명희 지음·자음과모음)=도박으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한 ‘현’은 불어난 채무를 갚기 위해 다시 도박판으로 빠져든다.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인간 군상의 좌절과 깨달음을 그린 장편소설. 1만3000원. ○ 인문·학술 한 권으로 읽는 동양 미학(한린더 지음·이학사)=중국을 중심으로 동양 미학의 세계관을 정리한 책. ‘깊은 뜻은 형상 너머에 있다’는 부제처럼 예술작품의 객관적 미가 아닌 주관적 의미를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둔다. 2만8000원. 과학자들의 돈 버는 아이디어(이종호 지음·사과나무)=천재성과 아이디어로 학문적 성취 뿐 아니라 부와 명예까지 누린 28명의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1만3800원.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조흥식 지음·이매진)=한국이 어떻게 복지국가를 실현해야 할지 모색한 책. 집필에 참여한 교수와 연구자들은 ‘한국형’ 복지 국가의 실현보다는 어떻게 복지국가로 이행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1만8000원. 언어로의 도상에서(마르틴 하이데거 지음·나남)=하이데거의 언어학 강연 6개를 묶어 언어의 본질에 이르는 그의 여정을 담았다. 하이데거 전문가인 고(故) 신상희 건국대 교수가 번역했다. 2만8000원. ○ 실용·기타 꿈을 이뤄드립니다(이채영 지음·달)=미국의 정치, 과학, 부동산, 법조계, 미술, 요리 등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한국인 9명을 인터뷰한 책.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9인의 열정과 꿈,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만5000원. 저널리즘 생존 프레임, 대화·상태·전략(김사승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저널리즘의 의미와 생존방식을 대화, 생태, 전략이라는 세 가지 프레임으로 정리한다. 생존 프레임의 목적은 저널리즘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예측 가능한 변화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만5000원. 힐링(신병천 코칭·박자은 엮음·스마트인)=각종 코칭과 강연으로 좌절과 희망의 갈림길에 놓인 직장인들을 일으켜 세운 저자가 시대적 화두인 ‘힐링’을 이야기한다. 궁극적 행복의 원리에 바탕을 둔 ‘힐링 5원칙’을 중심으로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1만3500원. 만화 판례헌법(1)(성낙인 지음·법률저널)=만화를 통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주요 판례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1만6000원. 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사이토 히토리 지음·한성례 옮김·비전코리아)=인생을 4구 당구처럼 생각하기, 박수칠 때 퇴사하기, 학벌콤플렉스 극복하기…. 일본의 괴짜 부자 사이토 히토리가 전하는 ‘행복한 성공론’에 귀 기울여 보기. 1만3500원.}

    • 201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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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떡된 닭튀김? 괜찮아요 ‘야매요리’니까!

    소금을 ‘소금소금’, 후추를 ‘후추후추’ 넣고 밀가루 옷을 입힌 새우반죽에 계란 ‘로션’을 발랐다. 반죽은 그에게로 와서 ‘랍새우’, 랍스터 맛을 흉내 낸 새우가 됐다. 속세에서 품고 온 온갖 먼지를 서울 수돗물로 씻어낸 닭에 치킨파우더를 입히고 야심차게 튀겼다. 물결무늬 닭튀김을 기대했는데 물컹물컹한 ‘닭떡’이 됐다. 뭐, 그래도 괜찮다. ‘야매요리’니까. 네이버 토요웹툰 ‘역전!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21)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그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부엌을 어지럽혔을 때나 ‘엄마 명의의 냉장고 속 재료’들을 건드렸을 때 뒤에서 날아오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뿐이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정 작가를 만났다. ―소금을 ‘소금소금’ 뿌리고, 오이를 ‘오잇오잇’ 썬다는 표현이 재밌다. “요리를 설명할 때 ‘소금 두 스푼 넣고, 오이를 가지런히 몇 mm 두께로 자르세요’ 하는 표현이 와 닿지 않았다. 그냥 단순하게 재료를 두 번 반복해서 말하니까 의도했던 느낌이랑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독자들이 이런 표현법을 식상해하는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계량도 ‘아빠 숟갈 2개, 아빠 밥그릇 1개’ 하는 식인데…. “요리는 ‘감’인데 몇 g, 몇 스푼하면 머리 아프지 않나. 하지만 정식 레시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설탕 3g에 밀가루 6g이면 설탕과 밀가루를 1:2의 비율로 넣는다. 계량스푼 대신 아빠 숟갈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요리 웹툰을 그리게 된 연유는…. “원래 먹는 걸 무척 좋아했다. 지난해 9월 말쯤 요리 블로그를 통해 자유롭게 사진과 막 그린 그림, 간단한 레시피를 올렸는데 네이버 웹툰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보통은 만화가 단계를 밟고 데뷔하는데 난 ‘야매’(일본어 ‘야미(暗)’에서 기원한 속어로 비정통적인 방법을 가리킴)로 데뷔한 느낌이랄까. 그렇다 보니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게 일종의 콤플렉스지만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의 모자이크와 같다.” ―외고를 다니고 유학도 갔다 온 엘리트라고 들었다. “외고라고 하니까 다들 공부를 무지 잘했겠구나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부산외고를 다니면서 ‘명문대 입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사는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했다. 가출도 했다. 결국 1학년 마치고 외국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혼자 갔다.” ―요리 웹툰 작가가 될 거라고 상상했나. “지난해 초 미국에서 고교 졸업을 하고 귀국했을 땐 그냥 입시준비생일 뿐이었다. 우연찮게 데뷔했지만 부모님은 탐탁지 않아 하셨다. ‘요리를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게 아니면 공부를 열심히 하든가’ 하는 식이셨다. 나는 왠지 대학을 안 갈 것 같다 싶었고 그래서 이 일에 더욱 매달렸다.” ―웹툰을 연재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또래라면 보통 길거리에서 파는 옷이나 액세서리에 눈길이 갈 법도 한데 나는 요즘 주방용품에 눈이 돌아간다. 요즘은 야채 탈수기가 그렇게 갖고 싶다. 샐러드 만들 때 물기가 있으면 짜증난다. 사회생활을 조금 일찍 경험했고 만나는 이들도 대체로 어른들이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 노동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즐겁게 실패하자!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덤비자. 과정이 즐거우면 된다. 웹툰 독자층이 주로 청년층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씀과 별다를 바 없어서 실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곧 산증인 아닌가. 20대 또래들의 영감이자 에너지가 되고 싶다.” 정 작가는 웹툰 연재작을 한데 묶어 곧 단행본을 낼 계획이다. 웹툰에서 소개했던 메뉴들을 요리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개선한 레시피도 부록으로 넣을 예정이다. “요리 따라하고 맛이 없다는 분들, 잘 따라하고 계신 겁니다”라며 넉살을 부리던 그가 인터뷰 말미에 한마디 툭 던졌다. “‘야매요리’의 생명은 실패인데, 요즘 요리 실력이 자꾸 늘어서 걱정이에요.”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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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자료실 확 줄인 국립중앙도서관… 어르신들 “우린 어떡하라고”

    “서민들이 결혼식을 올리도록 도서관을 개방하면서 왜 노인들이 마음껏 신문을 보던 공간은 줄이는 겁니까.”(신종섭 씨·50)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이 신문자료실을 개편해 종이신문을 자유롭게 볼 수 없게 되면서 중·노년층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국립중앙도서관 3층 신문자료실에선 28개 일간지 15일 치를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6월 신문자료실 개편 이후 고(古)신문과 외국신문, 전문신문의 열람만 가능하다. 일간신문을 보려면 2층 휴게실인 ‘만남의 자리’에 가야 하는데 10일 이상 지난 일간지의 경우 신문자료실에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이용할 수 있다. 신문자료실의 공간 배치가 바뀌면서 예전의 책상 40개, 의자 100개도 지금은 책상 5개와 의자 10개로 줄어들었다. 1층에 있던 신문 게시대도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에서 인터넷으로 일간지를 읽을 수 있지만 컴퓨터에 서툰 노년층은 이곳을 잘 찾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서관에 나와 신문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노년층 이용자들은 “도서관에서 늙은이들을 몰아내려고 자료실을 개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과 31일 이용자들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 도서관을 취재한 결과 일간지가 배치된 2층 ‘만남의 자리’엔 10∼20명의 이용자가 몰려들었지만, 일간지를 볼 수 없는 3층 신문자료실엔 2, 3명의 이용자만 앉아 있었다. 만남의 자리에서 신문을 보던 최모 씨(69)는 “열람실엔 냉방이 되지만 2층 만남의 자리는 덥고 자리도 비좁다”며 “신문도 중요한 자료이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데 홀대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외국 신문과 전문지를 배치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신문자료실을 개편한 것”이라며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접수해 이달 중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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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음악, 그들에겐 예술이 아닌 도구였다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던 베토벤의 ‘영웅교향곡’, 히틀러가 40번도 넘게 봤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예술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지배수단이자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사용됐던 음악을 조명한다. 김일성부터 카스트로까지 동서양의 독재자들이 대중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음악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 연구서다. ‘왜 불러’와 ‘거짓말이야’ 등 박정희 정권 시기의 숱한 금지곡도 소개한다. 다양한 그림과 악보를 실어 한층 눈길을 끈다. 책을 덮은 뒤 직접 해당 음악을 찾아 들어볼 만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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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최소한의 사랑 外

    ○ 문학최소한의 사랑(전경린 지음·웅진지식하우스)=치매에 걸린 새엄마가 이제는 소식이 끊긴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한다. 여동생을 찾아 몽환적 도시를 헤매는 희수는 사람 사이의 ‘최소한’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불같은 남녀의 사랑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로 작가의 시선이 옮겨간 작품. 1만3000원. 한산 수첩(유익서 지음·산지니)=중견 소설가 유익서가 한산도에 머물면서 쓴 소설집. ‘오구굿’ ‘바람신 전설’ 등 향토색 짙은 소재가 가득하다. 1만3000원. ○ 인문·학술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한빛비즈)=라디오헤드는 왜 전 세계 청춘들의 송가가 된 ‘Creep’를 더이상 부르지 않을까. 음악과 가사, 그리고 그들만의 획기적인 음악 유통 방식을 철학으로 접근한 인문서. 1만7000원.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유승훈 지음·푸른역사)=민속학과 문화사 전반에 대해 사유해온 저자가 소금으로 본 한국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소개한다. 2만 원. 지식과 소설의 연대(구장률 지음·소명출판)=근대 지식을 수용하면서 소설의 위상이 전환된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지적 시스템이 전환됐는지 분석했다. 3만 원. 문화 이론 사전(앤드루 에드거, 피터 세즈윅 엮음·한나래)=문화 이론의 핵심 개념 350여 개를 풀어썼다. 국내에 2003년 출간된 것을 최신 연구에 걸맞게 수정·보완한 개정판. 3만 원.대한민국과 국제정치(김영호 지음·성신여자대학교 출판부)=대한제국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패권안정이론’과 ‘권력전이이론’ ‘세력균형이론’과 ‘신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등 다양한 국제정치이론을 설명한다. 2만1000원.○ 실용·기타 서핑에 빠지다(이규현 지음·황금시간)=무더운 여름, 대한민국 서핑 초보를 자처하는 저자가 서핑 입문자들에게 쉬운 언어로 손을 내민다. 자세한 일러스트레이션과 다채로운 사진들, 부록 속 서핑 관련 정보는 덤이다. 1만3800원. 신규식 영어회화(신규식 지음·학문사)=영어학원에 영어동화책, 원어민 선생님 초대, 외국인 교회에서 예배 보기…. 아들에게 가르쳐 준다고 시작한 영어가 외려 저자 본인에게 도움이 됐다. 경험을 토대로 만든 영어회화책. ‘why’ ‘how’ 등 의문사(疑問詞)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1만2000원. 경제교과서, 세상에 딴지걸다(이완배 지음·푸른숲주니어)=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기초부터 확장된 시사상식까지 전달해 경제의 기본기를 다져준다. 드라마, 영화, TV 광고, 리얼리티 쇼 등 다양한 소재를 녹여 경제 개념을 설명한다. 1만3800원. 진정으로 한국을 걱정하다(김경수 지음·이담북스)=최근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한국의 외교안보와 관련된 저자의 의견 90여 개가 소개돼 있다. 1만8000원.}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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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밥벌이 하고 남는 시간에 유럽인은 어떻게 삶을 즐겼나

    기자는 석 달 전 스페인 도시 5곳을 홀로 여행했다. 난생 첫 유럽 여행…. 손에 쥔 지도에는 프라도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후안 미로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등 도시를 대표한다는 미술관마다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이드북에 소개된 명소들의 8할은 성당 아니면 미술관이었다. 깃발을 꽂듯이 대표작들을 찾아 부지런히 뛰어다녔고, 평소 한국에서는 잘 듣지도 않는 오디오 해설(무려 영어였다)을 들으며 ‘폼을 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기억에 남는 건 “나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를 봤다”라는 정도뿐이다. 애석하게도. 미술을 빼놓고 유럽의 문화사를 논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답은 ‘예스’다. 이 책이 담은 내용은 유럽문화사라기보다 ‘유럽근대문화산업사’에 가깝다. 산업혁명 이후인 19세기에 유행했던 음악과 신문, 소설, 연극부터 20세기의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그리고 게임까지 다양한 형식의 문화를 총망라한 백과사전식 유럽문화통사다. 방학을 이용해 유럽여행을 계획한 이들 가운데 기자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무지한(!) 감식안을 가진 독자가 있다면 주목해볼 만하다.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대 퀸메리칼리지 유럽비교사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을 배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문화란 단어는 넓은 의미를 포함한다. 만화도 그래픽디자인도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레이션도 모두 미술이다. 하지만 유럽을 이야기할 때의 ‘미술’은 흔히 한정된 엘리트들을 겨냥해 예술이라고 규정한 유일무이한 물건을 매매하는 투기시장을 전제로 한다.” 그가 2001년 ‘모나리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유럽인들이 문화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구분하는 행위를 마케팅으로 해석했다는 것. 오늘날 고급문화로 분류되는 문화상품들은 산업화 이후 문화적 가치의 위계서열을 규정하는 투쟁 과정에서 다른 사회집단과 차별화를 담보하는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급문화’로 치부되는 분야와 산업 양상을 이 책은 생생히 서술한다. 지난 200년간 유럽의 보통 사람들이 밥벌이를 하고 남는 시간에 삶을 즐기거나 시름을 잊는 방식을 조명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기존의 문화사 연구들이 개별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책은 출판업자, 편집자, 서적상, 도서대여점 등으로 이뤄진 소설의 상업적 그물망, 오페라하우스와 연주회장의 운영이나 가수의 벌이와 위상, 카바레나 민중극이 인기를 얻은 이유 같은 구체적 일상사를 파고들었다. 20세기를 다룬 후반부는 유럽시장을 정복하는 미국 대중문화의 힘과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유럽의 일부 흐름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배우가 아닌 사업가로서의 찰리 채플린을 조명한 대목이나 미국 연재만화를 혐오했던 유럽 문화 엘리트에 대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다만 통상적인 유럽문화사의 국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사례가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남유럽 몇몇 국가 위주라는 점도 아쉽다. 총 2790쪽, 5권에 걸친 방대한 분량이 독자를 압도하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지만 무겁지 않은 서술 덕에 책장은 쉽게 넘어가는 편이다. 저자는 e메일 인터뷰에서 넉살 좋게 “내가 생각해도 길긴 길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강제로 읽을 필요는 없다”며 “우선 처음과 마지막 챕터를 읽은 뒤 개인의 취향에 맞춰 골라 읽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가 상품으로서 생산과 유통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거친 시기를 다룬 4권 ‘혁명’은 꼭 읽어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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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히포크라테스, 귀신 속에서 간질을 보다

    미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우엔훅은 사업가였지만 작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50∼200배율 현미경을 400대가량이나 직접 제작했다. 온몸을 떨어대는 환자를 보고 모두가 귀신 들렸다고 할 때 히포크라테스는 간질을 발견했다. 생물 교사와 통합형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 및 일반인이 모두 만족스럽게 읽을 만한 ‘교실 바깥의 교양생물학’ 책이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멘델의 유전이론 같은 교과서적 지식 외에도 해부학과 백신 등 생물학의 다양한 세계를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담았다. 한 쪽의 절반 이상씩을 차지하는 이미지 자료와 한눈에 보는 생물학의 역사 연표가 소장 가치를 높인다.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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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 마케팅 신풍속 “제목-표지-필자 발굴, 페이스북에 물어봐”

    “앞으로 10년 뒤 출판계를 주름잡을 인물들은 모두 지금 페이스북 하는 사장들일 겁니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51)는 페이스북 마케팅의 매력에 빠져 있는 출판인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출간한 ‘개념 연예인’의 표지도 김 대표의 페이스북이 만든 작품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지 갓 6개월을 넘겼지만 그는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1400여 명이나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 나올 책 제목 공모는 물론이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래의 필자를 발굴하는 데도 여념이 없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게 된 필자 5, 6명과 아이템 구상뿐 아니라 원고 마감도 함께한다. 다양한 직업의 필자들이 여성 심리 치유, 글쓰기, 10대의 목소리 등을 담은 책을 하나씩 펴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트위터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고 외치는 ‘시장’이라면 페이스북은 아는 이들끼리 소통하는 ‘사랑방’”이라며 “페이스북은 포털 검색처럼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에 꼭 출판이 아니어도 지식기반산업이나 문화산업의 창조자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출판계에서 페이스북 파워유저로 손꼽히는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51)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친 여러분들의 고견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소금이라는 주제로 한국문화사를 들여다보는 책이 마무리 단계인데 제목을 정하기가 어려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 게시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대표가 제안한 3개의 제목을 두고 130여 명이 답글을 달았다. 박 대표는 “1번 ‘소금, 짜게 본 한국사’가 제일 대중적인 반응이었는데 결정은 3번 ‘작지만 큰 한국사, 2000년 소금이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득표수보다 누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반응이 좋은 것과 실제 구매할 독자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제 자체가 대중적인 편이 아니라서 전문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페친이 된 분들 중에는 우리 출판사가 낼 책과 연관된 주제를 연구하는 분도 많아요. 오프라인에서는 역사 연구를 하는 분들만 만났지만 요즘은 제가 출판 일만 했다면 몰랐을, 인접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도 폭넓게 만나게 됐죠.” 책 선물 이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출판사도 있다. 돌베개와 마음산책이 대표적이다. 돌베개는 매주 금요일 정기 이벤트 ‘책또’에서 당첨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책 선물을 받는 기쁨을 선사한다. 여러 출판사가 연계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고 국제도서전이나 책 장터 등 다양한 도서 관련 행사 소식도 전한다. 이처럼 페이스북이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는 페이스북을 일방적인 홍보 또는 공지가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달 초 출간된 ‘페이스북의 비밀’의 저자인 컨설턴트 진범신 씨(38)는 “‘너무 좋은 책이 나왔으니까 이걸 사세요’라는 식이라면 반감을 살 수 있다. ‘이 책의 알짜배기 메시지는 이겁니다’ 하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책이 팔리기 전에 개인 브랜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책 매출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저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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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만화 ‘스바루’ ‘카페타’ 작가 소다 마사히토 씨 “역경을 극복해가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 전하고 싶어”

    《 1977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야구만화 ‘도카벤’을 따라 그리는 여덟 살 소년이 있었다. 4년 뒤 노트에 10쪽짜리 야구만화를 그리자 반 친구들이 돌려가며 읽고는 재미있다며 계속 그려달라고 졸랐다. 집에 박혀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이렇게 만화로 친구를 더 많이 사귀게 됐다.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 씨(44)는 ‘스바루’ ‘카페타’로 한국 팬들과도 친숙한 인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적을 이뤄내는 천재의 성장 과정을 그려 감동을 주는 작가로 알려졌다. 》 ‘스바루’는 죽어가는 쌍둥이 동생을 깨우기 위해 병상 곁에서 춤추던 주인공이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된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카페타’도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아가던 의욕 없는 소년이 카레이서가 되는 훈훈한 성장만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특별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를 2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코믹코즐에서 만났다. ―발레나 카레이싱을 실제로 해본 일이 있나. “2001년쯤 일본의 한 프로발레단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할 때 군무에 참여한 일이 딱 한 번 있다. ‘스바루’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지인이 참여를 제안했고, 처음엔 거절했지만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했다. ‘스바루’ 뒷부분은 그 경험을 새기면서 그렸다. 카레이싱은 해본 일이 없다.” ―만화를 그릴 때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나. “‘스바루’의 경우 소녀의 얼굴을 먼저 그려놓고 생각하다 ‘이 아이는 발레에 어울릴 것 같다’는 영감을 뒤늦게 얻었다. 발레를 전혀 모르고 그리다 보니 1, 2권까지는 감이 안 왔다. (동행한 편집장의 눈치를 보며) 지금 돌아가면 2권을 좀 더 재밌게 쓸 자신이 있다. 물론 그림도 훨씬 깔끔하게!”(이 대목에서 편집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익살스럽게 그를 흘겨봤다.) ―당신의 만화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온갖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재능이 모든 걸 압도한다는 것.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웅변가도, 소설가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만화뿐이다.” ―주인공 친구인 ‘스바루’의 마나, ‘카페타’의 노부는 주인공의 경쟁자면서 천재의 빛에 가려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 조력자를 자처한다.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 주변에서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캐릭터화한 것 같다. 카페타를 예로 들면 운전 외는 ‘젬병’이다. 누군가가 다른 부분을 도와주지 않으면 레이서로 성장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혼자 힘으로만 재능을 꽃피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단연 스바루다. 내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내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에 큰 결함이 있다. 당시 내 상황과 많이 겹쳐 더 애착이 간다. 처음 ‘스바루’를 연재할 때 독자들은 ‘만화가 우울하다. 굳이 만화에서 어두운 면을 그려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독자들은 달랐다. 한국에서 잡지 연재를 시작했을 때 독자들이 ‘어렵게 자라는 스바루가 내 모습 같다’며 보내준 엽서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징크스를 물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선이 삐져나가면 수정액을 쓰지 않고 커터로 긁어내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선 하나를 지우는 데 30분이 걸리고 종이도 너덜너덜해진다. 사람들이 답답해하지만 꿋꿋이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문득 그의 고집스러운 면모가 발레, 레이싱 등 외길을 걷는 작품 속 주인공들과 겹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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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메이터는 마음의 병 치료하는 의사” 의사출신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

    한국에서 명문대 의대를 나와 레지던트로 일하던 젊은이가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애니메이터가 됐다. ‘라따뚜이’ ‘업’ ‘토이스토리3’ 등에 그의 손길이 들어갔다.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2012)’ 참석차 고국을 찾은 김재형 씨(39)를 22일 서울 중구 예장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그는 연세대 의대 본과 1학년을 마친 뒤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어 1년간 휴학했다. 쉬는 기간에 학원을 다니며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달랐지만 미술동아리의 전시회 홍보 책자를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다시 의대로 돌아와 공부하면서도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비뇨기과 레지던트 1년차였던 그는 결국 병원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 들어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졸업 후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인턴으로 픽사에 취업했다. ‘라따뚜이’를 작업하던 그는 인턴 기간 만료를 앞두고 게임업체 블리자드로 들어가 ‘스타크래프트 2’의 영상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 “블리자드는 다방면에 경험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많고, 픽사는 엄청난 경력과 연차의 소유자들이 꾸려가는 회사입니다. 둘 중 어느 곳에서 일을 할지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결국 규모도 크고 등만 돌리면 바로 실전을 배울 수 있을 만큼 스승이 많은 픽사를 선택했죠.” 픽사로 돌아온 그는 ‘업’ ‘토이스토리3’에 이어 9월 개봉 예정인 ‘메리다와 마법의 숲’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은 내년 여름 개봉할 예정인 ‘몬스터 대학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토이스토리3’를 보고 어른들이 눈물을 흘리고, 나이든 관객들이 ‘업’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습니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지만 애니메이터도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해 줄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만족을 느낍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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