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신나리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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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나리 기자입니다.

journar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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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으로 가는 길 책 한 권 읽어요

    울긋불긋한 가을 산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등산객이 늘면서 산과 숲속 곳곳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과 독서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비싼 음료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분위기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는 매표소를 재활용한 ‘시 도서관’이 있다. 국내외 시집 4000여 권을 모아둔 곳이다. 10평 남짓한 단층 건물이지만 주말엔 100명이 넘는 등산객이 몰려와 시집을 보거나 빌려간다. 평일에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 입구에서 만난 등산객 전영훈 씨(56)는 “시집은 얇아서 휴대도 간편하고,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아 이곳에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입구 1광장에는 철거 예정이었던 관리초소가 ‘숲속작은도서관’으로 탈바꿈해 등산객을 맞는다. 환경 및 어린이책을 비롯해 2000권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이 밖에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낙성대공원 도서관 등 관악산 근처에만 독서공간이 5, 6곳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내에는 은평구 불광동 은평구립도서관과 연계된 ‘무인도서예약 대출 및 자가반납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북한산 등산객들과 주민들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이 시스템에서 책을 받아보고 반납할 수 있다. 대출 예약은 인터넷으로 미리 해두어야 한다. 떨어지는 낙엽이 소복하게 쌓인 숲속도 품격 있는 독서공간이 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남산도서관에는 ‘남산 다람쥐 문고’가 인기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에는 약 400권의 문학책이 있다. 책장에 조그맣게 자리한 표지가 정겹다. ‘남산공원에서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재활용해 손수 만든 작은 책장과 의자로 꾸며진 작은 쉼터 및 도서관입니다.’ 남산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부터 산책 도중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들른 노부부까지 나무 밑동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책읽기 좋은 곳이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의 ‘숲속 새참도서방’과 ‘팔각정자 고구려정 도서함’에서도 무르익은 늦가을 향기를 맡으며 운치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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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루소 연애소설 한편이 신분 경계를 허물다

    ‘논리’란 세상을 단순화하는 방법이다. 명징한 대신 편협하다. 그래서 논쟁을 부른다. 논리는 불편한 토론을 즐겨야 그 편협함을 극복할 수 있다. 만일 어떤 논리에 권력이 더해지면 독재가 시작된다. 논쟁이 사라지고 끔찍한 현실이 만들어진다. 반면 ‘스토리’는 세상을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규정하려고 들면 애매할지 모르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런 스토리는 공감대를 타고 느슨한 연대를 만든다. 저자의 의도보다 더 많은 것이 담긴다. 인간이 가진 소통도구인 말과 글이 신비로운 상징체계이기 때문이다. 논리가 그 신비스러움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면 스토리는 최대화하는 방식이다. 장 자크 루소가 이런 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저술은 ‘사회계약론’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평민과 귀족의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 ‘신엘로이즈’였다. 사실 ‘사회계약론’은 ‘논리적’인 지식인들에게 좀 인기가 있었을 뿐이다. 예를 들면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로베스피에르가 어디에나 들고 다녔던 책이다. 그는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공포정치를 열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였고 결국 자신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논리의 숙명을 그에게서 보는 듯하다. ‘신엘로이즈’는 명실공히 그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1761년에 출간된 뒤 1800년까지 프랑스어판만 115쇄를 찍었다. 세상에 115쇄라니! 인쇄소에서 책을 찍는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시간 단위로 돈을 받고 대여했을 정도다. 신분의 차이나 남자와 여자, 나이와도 상관없이 모두가 이 소설에 열광했다.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소설에는 신분 차이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분 제도가 그 절절한 사랑을 가로막은 것이다. 이야기는 여주인공인 쥘리가 죽으면서 끝난다. 쥘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를 갈라놓은 미덕은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맺어줄 거예요. 저는 그런 행복한 기대 속에서 죽어요. 당신을 죄 없이 영원히 사랑할 권리를, 그리고 한 번 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권리를 제 생명과 맞바꾸어 얻게 되어 너무 행복해요.” 당시 독자들은 이런 쥘리의 죽음에 슬픔이 아니라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그리고 수많은 독자들이 루소에게 편지를 썼다. 그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고통, 환각, 경련, 오열’을 체험했으며 감정이 격해져 미칠 것 같다고 했고, 눈물과 한숨 그리고 고통과 희열도 느꼈다고 했다. 독자들은 등장인물들과 매우 강렬하게 동일시됐고 귀족과 평민, 주인과 하인, 남성과 여성, 성인과 아동 간의 경계까지도 넘어선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그들은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들까지 모두 자신과 비슷한 감정과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로 보게 됐다. 프랑스 대혁명을 전공한 역사가인 린 헌트는 저서 ‘인권의 발명’에서 “이런 배움의 과정이 없었다면 평등이라는 낱말에 깊은 의미를 담지 못했을 것이며 또한 정치적인 성과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신엘로이즈’가 루소 전집의 한 권으로 다시 출간됐다. 그것도 ‘사회계약론’보다 먼저 나왔다. 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강창래 작가·북칼럼니스트}

    • 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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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덤블링 트리 外

    ○ 문학 덤블링 트리(신장현 지음·실천문학사)=사막의 매서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몸을 굴리다가 물을 만나면 뿌리를 내린다는 ‘덤블링 트리’. 세상 풍파에 몸을 맡겨 유랑하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들을 단편소설 8편에 담았다. 1만2000원. 대장군 흑치상지(신규식 지음·산마루)=백제 말기 용맹한 장수였지만 백제 패망 후 당나라의 장수로 살아갔던 비운의 맹장(猛將) 흑치상지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 1만3000원.○ 학술 모방의 법칙(가브리엘 타르드 지음·문예출판사)=저자는 19세기 말 에밀 뒤르켐과 함께 프랑스 사회학계를 대표했던 인물.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방적 존재이며 모방이 사회 형성의 원동력임을 설파했다. 2만8000원. 정치경제학의 대답(김수행·장시복 외 지음·사회평론)=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김수행과 후학들이 2008년 일어난 세계적 경제 공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전망한다. 2만5000원. ○ 인문·교양 마가렛 수녀는 왜 모두의 적이 되었는가(크레이그 할라인 지음·책과함께)=청빈한 삶, 기도, 명상, 순종…. 이런 단어들과 더 어울릴 법한 17세기 초 마가렛 수녀가 베들레헴 수녀원에서 추방됐다? 고해신부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수녀와 악령에 씌었다며 그를 거부하는 수녀원 동료 수녀들 간의 팽팽한 싸움을 통해 당대 수도원의 실상이 펼쳐진다. 1만7000원. 레볼루션 2.0(와엘 고님 지음·알에이치코리아)=지난해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1위, 이집트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된 구글 직원 와엘 고님이 들려주는 생생한 혁명 이야기. 1만5000원.○ 실용·기타 유머수첩(한승헌 지음·범우)=가공된 유머가 아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해학을 통해 각박한 현실과 악수한다. 규격화된 언어와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소소한 유머로 빡빡한 일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1만2000원. 한국의 첫 재속프란치스칸 오기선(김현·조동현 지음·한국재속프란치스코회 출판부)=복음 전파와 가난한 이웃 사랑을 위해 헌신한 한국 첫 재속프란치스칸 사제 오기선의 일대기. 6000원.}

    • 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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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표절? 참고?… 저작권, 불법과 합법 사이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몸 풀기 퀴즈 하나. 다음 중 저작권을 침해한 이는 누구일까? 하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도학찬: 야한 영화들의 베드신, 속칭 ‘엑기스’만 모아 가내수공업으로 편집한 비디오를 친구들에게 돌려 여자친구 생일선물 값을 마련했음. 둘. 영화 ‘써니’의 하춘화: 라디오에 보낸 신청곡 사연이 떡하니 당첨, 흘러나오던 인기가요를 공테이프에 녹음. 셋. 홍길동 부장: 소싯적 좋아했던 브룩 실즈의 원본 사진을 다시 촬영해 현상하고 인화해 소장했으며 책받침 등으로 사용했음. 넷. 뮤직비디오 ‘대구스타일’의 대구사나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패러디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 100만여 건을 기록함. (정답은 마지막에) 해마다 시월이 되면 라디오 선곡표가 예측 가능해진다. 아마도 월초엔 바리톤 김동규의 중후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월말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들릴 것이다. 노래를 들으며 또 일부는 꼭 이렇게 한마디씩 할지도 모른다. “저 가수 저 노래로 엄청 벌었을 거야. 그치?” 이 책은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엔터테인먼트 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판례들을 소개한다. 위 퀴즈의 정답이 누구든, 가수 이용이 얼마를 벌든 분명한 사실은 저작권 문제가 이제 더이상 원작자와 관련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손쉽게 가수 2PM의 ‘Hands up’을 음원파일로 추출한다거나 미개봉된 외화를 한글 자막까지 달아 파일공유 사이트에 업로드할 수 있고, 개인 블로그에 인기작가의 소설작품을 연상시키는 아류작을 올릴 수도 있다. 그것이 원작에 대한 오마주든, 다 함께 즐겨보자는 ‘공리주의’의 발현이든, 원작으로부터 얻은 모티브든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향유하던 문화가 모든 이의 ‘산업’이 되면서 겪게 된 변화들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저작권법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현직 법률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예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총 4장에 걸쳐 크게 저작권, 초상권과 패러디, 저작물 다운로드, 전속계약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히 전속계약에 관한 마지막 장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돼 무료 법률상담을 받는 느낌을 준다. 익명처리가 돼 있지만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 법한 다양한 사례는 타산지석의 예로 삼을 수 있다. 부록으로 실린 연기자 중심, 가수 중심 표준전속계약서도 일반인이 한 번쯤 읽어봄 직하다. 잘 알려진 외화나 우리 영화와 얽힌 저작권 이야기도 흥미롭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속 휴 그랜트가 캐럴 하나 잘 작곡한 아버지 덕에 평생을 먹고살 걱정 없게 된 사연, 영화제작사가 원곡의 저작권료를 감당할 수 없어 비틀스 노래의 커버버전(다른 가수들이 재녹음한 곡)을 쓴 영화 ‘아이 엠 샘’의 뒷이야기 등이 그렇다. 매번 신곡이 나올 때마다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가수, 기획사와 전속계약 해지로 법정공방에 시달리는 연기자들…. 하루가 멀다 하고 포털 사이트를 뒤덮는 이런 뉴스들의 사연이 궁금했다면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정답: 대구사나이를 제외한 나머지 셋 모두다. 복제와 전송 기술이 원작만 못하다는 이유로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사례들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기술 발전에 따라 현재는 저작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대구스타일의 경우 원저작자인 싸이의 저작권 ‘방임’ 덕에 탈이 없었다. 그 대신 원저작물까지 후광을 입은 윈윈 패러디 사례로 기록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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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 불황 출판사 먹여 살리는 엉뚱한 장르의 ‘효자 책’들

    딸려 나오는 된장찌개가 맛있어 매일 장사진을 이루는 유명 고깃집, 색다른 디저트로 손님을 끄는 파스타 전문점. 맛집의 인기비결이 주메뉴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출판사도 그렇다. 인문교양이나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가 전혀 엉뚱한 장르의 책을 팔아 먹고살기도 한다. 출판계가 만년 불황과 침체기를 겪는다 해도 출판사에는 식구들을 지탱해주는 알토란 같은 효자상품이 하나씩은 있다. 인문교양서를 출간하는 그린비의 효자상품은 ‘삐뽀삐뽀 119’ 시리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의 필독서다. 1996년 초판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매년 10만 부 정도가 꾸준히 나간다. 유재건 대표는 “이 시리즈 덕분에 15년간 걱정 없이 인문서를 펴내고 있다”며 “철학책을 내서 철학책을 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철학서는 100부를 팔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사회평론에는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가 효자다. 1999년 출간 이후 2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지금도 매년 1만∼2만 부가 팔린다. 윤철호 대표는 “‘영어공부…’ 덕분에 직원 월급도 제때 못 주는 악덕 업주라는 오명을 벗었다”며 “이 책을 출간한 다음 해 14억 원이라는 빚을 갚고도 수익이 남아 사회과학 책을 여러 권 냈다”고 전했다. 사회평론은 이를 계기로 새로운 브랜드 브릭스에듀케이션을 만들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등에도 영어 교재 판권을 수출하고 있다. ‘소비본능’ ‘위험한 정치경제학’ 등 경제 경영서를 전문으로 내는 더난비즈도 이종(異種) 도서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자체 브랜드 북로드가 출간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5권짜리 시리즈가 약 50만 부 팔렸으며 월 2만 부씩 나간다. 경제 경영 전문 출판사인 한즈미디어도 월 1500부가 꾸준히 나가는 ‘쉽게 배우는 만화 캐릭터 데생’의 덕을 보고 있다. 문학과 인문서를 함께 내는 은행나무는 3부작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가 효자상품이다. 출판사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교보문고가 선정한 스테디셀러 목록에 5년간 이름을 올려 출판사 입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출판계에 따르면 분야별 손익분기점은 인문교양서가 1000∼1500부, 에세이나 실용서는 2000∼3000부 정도다. 의외의 책들이 선전하자 출판사는 출판 장르 다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기옥 한즈미디어 대표는 “경제 경영서 시장이 많이 축소돼 장르 다변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나 ‘대바늘 손뜨개의 기초’처럼 대상 독자와 수요가 분명한 책들이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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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 편집자, 보고 있나! 대표컷-제목 선정 둘러싼 웹툰 속 작가-편집자 신경전

    포털 다음의 웹툰을 담당하는 박정서 편집장은 웹툰 속에 심심찮게 ‘박PD’로 등장한다. 네온비 작가의 ‘결혼해도 똑같네’ 3화를 보면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하는 박PD와 작가의 전화 통화 내용이 나온다. “‘만화가의 집’ 어때요?”(작가) “좀 더 클릭을 유도하면서 신선하고, 살짝 엘레강스하면서 귀여운 느낌의 제목 없을까.”(박PD) 웹툰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작가와 편집자의 미묘한 신경전이 웹툰 보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웹툰 작가들에겐 ‘PD’로 불리는 포털 측 편집자가 있다. 편집자는 마감을 독촉하고, 작가와 상의해 제목을 정한다. 때로는 게임에 빠진 작가를 찾아 게임 서버에 들어가거나 만화를 접겠다는 작가를 만류하는 등의 업무를 맡기도 한다. 작가가 보내온 컷 중 대표 이미지인 ‘섬네일’을 고르는 것도 편집자의 몫이다. ‘결혼해도 똑같네’ 5화에는 소심한 작가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섬네일 테러’에 대해 불평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편집자는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극적인 장면을 고르기 마련.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작가가 공들여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나 스토리상 반전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이를 ‘섬네일 테러’라고 부른다. 이동건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하는 ‘달콤한 인생’ 102화 ‘우주를 느끼다’에도 외주작업 담당자와의 신경전이 그려진다. 이 에피소드에는 작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개의치 않고 수정사항을 요구하는 담당자가 등장한다. 이 작가는 “문자메시지만 봐도 알아챌 수 있는데 ‘작가님…’ 이렇게 뒤에 점을 붙이면 십중팔구 수정 요청이고 ‘작가님!’ 하고 느낌표가 붙으면 확정이 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편집자가 악당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연재를 거르자는 제안을 하고(추혜연 ‘창백한 말’), 작가들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주선하기도 한다(디디 ‘아귀’). 김준구 네이버 만화서비스팀장은 “편집자는 작가의 스타일이나 스토리에는 거의 손대지 않는다. 특히 결말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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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人]“명연주자의 자서전 읽으며 연주 내공 쌓아요”

    단정한 차림새와 해맑은 미소, 뛰어난 기교로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58). 연세대 관현악과 교수이자 프랑스 쿠르슈벨에서 열리는 뮤직알프여름음악캠프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를 19일 오전 전화로 만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오래했던 터라 외국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좋아해요.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과 도전하는 모습이 꼭 예술가들의 삶과 닮아 있다고나 할까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를 음미하며 ‘인생이란 건 순리대로 흘러가기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힘들다’는 진리를 얻기도 했다. ‘싯다르타’는 주인공이 내면의 자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노장사상과 같은 동양의 초월주의를 강조한 작품이다. ‘인간의 굴레’는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 필립 케어리라는 기형아이자 평범한 한 시민의 유년 시절부터 30세까지의 반생을 그렸다. 강 교수는 예후디 메뉴인, 조지프 시게티 등 20세기에 활동했던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자서전도 즐겨 읽는다. 별로 연주되지 않은 곡들을 연주하거나 재발견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메뉴인, 깊고 절제된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시게티. 둘은 음악뿐 아니라 글로도 강 교수에게 자극을 주었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공연 당일에 스스로 만족하는 완벽한 연주를 해내는 건 아직도 어려워요. 그런 책들을 읽으면 내면을 다스리거나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때 큰 도움이 되지요.”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뉴스나 잡지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휴먼 드라마가 픽션보다 더 흥미로울 때가 있다”고 했다. 애정을 가지고 음악과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것도 뉴스 덕분이라는 것이다. 여덟 살에 첫 연주회를 가진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는 열두 살 때 동아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뒤 1967년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악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재단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유럽으로 건너가서도 각종 콩쿠르를 연달아 석권하고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강 교수는 어려운 이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베풀 줄 안다. 2000년부터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열어 온 희망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번 콘서트는 17일 부산 첫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20일), 대구(21일), 서울(22)에서 차례로 열린다. 공연 수익금은 저소득·보호 아동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행복한 홈스쿨’의 야간보호교실인 별빛학교 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또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무료로 제공하고 레슨해주는 ‘사랑의 바이올린’ 정기 연주회에도 참여하고 저소득 아동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비행기 위에서 보면 조그만 땅에서 사람들이 아등바등 제 할 일 하고 살기 바쁜 게 사소한 일처럼 보이잖아요. 사람들이 욕망을 이루고 목표를 높이 두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은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모두가 자신보다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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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젊은 中지식인, 모국의 오만에 일침 날리다

    젊기 때문인가. 모국을 겨눈 비판의 칼날이 거침없고 예리하다. 문화대혁명(1966∼1976) 직후에 태어난 저자가 이념에 종속돼 현실비판적인 시각을 상실한 중국 지식인층과 지도층에 새로운 목소리를 내놓는다. ‘독재와 자본의 유혹에 빠져 있는’ 중국의 새로운 이미지, 검열제도, 사회 심리, 체제 비판가에 대한 이야기를 11장에 걸쳐 자유롭게 서술했다. “중국이 대외를 향한 문을 걸어 잠그고 거만한 목소리로 다른 나라를 꾸짖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따끔한 지적은 영토분쟁 등으로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현재 상황을 시사하는 듯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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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물의 연인들 外

    ○ 물의 연인들(김선우 지음·민음사)=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세 번째 장편소설. 와이 강(江)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강이 처한 위기와 동일시하며 인간과 강이 함께 상생하는 길을 찾으려 한다. 1만2000원.○ 레오파드(요 네스뵈 지음·비채)=올해 초 장편 ‘스노우맨’으로 관심을 모은 저자의 차기작. 또다시 연쇄살인자를 쫓게 된 주인공 해리 홀레가 전작의 범인인 ‘스노우맨’에게서 조언을 얻는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1만8500원.○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릭 홉스봄 지음·까치)=최근 작고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1956년부터 2009년까지 쓴 글을 모은 마지막 저작.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마르크스 사상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3000원. ○ 종의 기원 이펙트(재닛 브라운 지음·세종서적)=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오기 전에도 창조론에 회의를 품은 학자들은 이미 다윈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종의 기원’이 어떻게 위대한 과학서로 평가받게 되었는지 파헤친다. 1만4000원. ○ 언론과 인격권(김재형 지음·박영사)=명예훼손, 피의사실의 보도, 정정보도청구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언론보도의 인격권 침해 사례와 법률 규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현직 언론인들이 참고해도 유용할 듯. 2만5000원. ○ 뇌의 미래(미겔 니코렐리스 지음·김영사)=영화 ‘아바타’ ‘매트릭스’ ‘공각기동대’처럼 인간의 생각을 그대로 주입하는 첨단기술은 실현 가능할까. 인공지능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가 공개하는 최첨단 뇌과학의 역사와 미래가 담겨 있다. 2만2000원. ○ 인도여행(전세중 지음·문현)=인도는 아직 멀었다? 7박 9일간 인도 북부지방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인도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은 여행기. 아름다운 색채의 사진들과 생생한 글이 인도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 2만1000원.○ 고릴라를 쏘다(한상균 지음·마로니에북스)=정답도 오답도 없는 사진의 세계.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에 생생한 경기 현장을 담기 위해 선수들의 ‘굴욕사진’을 자주 찍어 ‘안티기자’라는 별명을 얻은 저자의 포토에세이. 1만5000원.}

    •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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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웨이트, 무상복지로 생산성 정체… 부지런한 한국 고속성장에 놀라움”

    “‘쿠웨이트는 동아시아를 바라보고 있다’가 우리의 외교 모토다.” 쿠웨이트 외교의 상징적인 존재인 압둘라 비샤라 전 유엔 대사(70·사진)는 대아시아 외교정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걸프 만 연안의 산유국이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해 종합적인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1981년 설립한 걸프협력이사회(GCC) 초대 회장을 13년간 지냈다. 16, 17일 이틀간 열리는 아시아협력대화(ACD) 정상회의를 앞둔 14일 비샤라 전 대사를 만났다. 동아시아의 눈부신 발전과 다양성을 높이 평가한 그는 특히 한국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내던 1970년대만 해도 남한 경제상황은 파키스탄, 이집트,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성으로 단시간에 국제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룩했다.” 그는 최근 중동 지역에 세를 확장한 중국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리아 유혈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 거부에 “실망스러웠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아랍의 봄에 대해 그는 “국가별로 다양한 민주주의의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고 개인이 자유의사를 표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왕정국가의 연합이기도 한 GCC는 아랍의 봄을 피해갔다. 석유 수입으로 번 돈을 풀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쿠웨이트는 국내총생산(GDP)의 73%, 정부 재정수입의 94%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산유국형 경제구조. 석유가 고갈되면 국가 경제가 한순간에 파탄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인데도 교육,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혼부부에게 보조금 2만 달러(약 2213만 원)를 지급하고 희망자에게 주택용지를 무상 제공하는 등 시혜성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오일머니로 국민을 배부르게 해도 국가생산성에는 도움이 안 되는 낭비성 복지가 문제”라며 “인센티브가 없어 일할 의욕을 상실하고 생산성이 제로가 된다”고 지적했다. 비샤라 전 대사는 이번 ACD 정상회의가 쿠웨이트와 아시아의 경제, 문화적 협력을 도모하는 첫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미래를 아시아의 풍부한 성장 경험에서 찾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쿠웨이트=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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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웨이트에 부는 K-pop, 한국드라마 열풍 “무지한 무슬림? 몰라! 강남스타일? 봤죠!”

    “‘무지한 무슬림’은 못 봤어도 ‘강남스타일’은 봤죠.” 11일 오후 수업을 마친 쿠웨이트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담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 이슬람권에서 반미시위를 촉발시킨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내용의 ‘무지한 무슬림’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듣고자 경영대, 사회대, 학생회관 등에서 무작위로 학생들을 붙잡고 물었다. 5명 중 4명꼴로 “안 봤다. 그게 뭔가?”라며 되레 질문을 해왔다. 영상을 설명하다 유튜브가 언급되고,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히자 학생들은 “‘강남스타일’ 정말 웃긴다”며 말춤 동작을 보이고 먼저 알은체를 했다. 지리학과에 재학 중인 무바라크 씨(19)는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게 있었다. ‘여자’가 도대체 무슨 뜻인가? 강남은 어디에 있는 건가?”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매스미디어 전공인 아와드 알다피어리 씨(24)도 “쿠웨이트 젊은이들 사이에서 말춤이 큰 인기”라며 옆에서 거들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공항을 빠져나와 취재장소로 이동하는 중에도 차량 내에서 현지 라디오방송을 통해 ‘강남스타일’을 두 차례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김단아 씨(24)는 “얼마 전 스쿨버스 안에서 아랍어 가요 중간에 ‘강남스타일’이 중간 중간 삽입된 리믹스곡을 들었다”며 “유럽에서 온 교환학생들에게도 뒤늦게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고등학생인 사라 알 샤틀(17)은 “바깥에서는 차마 할 수 없지만 집에 모여서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여러 명이 말춤을 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버전의 패러디 음악도 성행하고 있다.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가 이미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전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2월부터 쿠웨이트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고 있는 ‘한국 문화 디와니야(Diwaniya)’는 쿠웨이트에 한국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디와니야는 쿠웨이트 부족사회 전통에서 나온 하나의 문화로 사랑방 좌담회, ‘타운홀 미팅’ 같이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1년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 행사는 쿠웨이트 자원봉사자들과 운영위원회 격인 디와니야 위원회가 주축이 돼 양국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오프라인 회원 150명, 온라인 회원 400명 정도의 규모다. 김은정 참사관은 “한복과 한식, 한글, 추석 등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쿠웨이트 전통문화와 풍습을 한국 교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와니야 위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기획회의를 열고 행사를 준비한다. 또 교민 중 주부 12명으로 구성된 ‘우리문화 홍보사절단’은 지난달 추석을 주제로 열린 디와니야에서 송편 빚기를 가르치고 서예, 전통혼례 준비 등 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20년 전 쿠웨이트와 이라크 전쟁을 연상시키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제일 좋다는 마리암 알미스바 씨(26)는 “디와니야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꽤 반응이 좋다”며 “나처럼 가요나 드라마로 한국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디와니야 위원회를 총괄하는 루루와 알 바삼 씨(27)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한국 문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데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한국에서 보다 많은 전문 인력이 파견돼 현지에서 활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쿠웨이트=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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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서태지부터 크라잉넛까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정사(正史)는 신비롭고 야사(野史)는 흥미롭다. 권력이 만든 ‘알아둬야 하는’ 역사와 ‘알고 싶은’ 민심이 반영된 역사 사이엔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때론 정사가 갖는 권위와 야사의 말초적인 즐거움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가공할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책엔 한국 가요계의 정사와 야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20여 년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인터뷰와 취재자료, 리뷰 등을 토대로 만든 41명의 가수 이야기집이다. 이미자 신중현 조용필부터 서태지와 크라잉넛까지 시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의 음악철학과 음악 외적인 사연이 담겨 있다. 가수를 말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해당 가수가 만들어온 음악의 궤적을 따라 한국 가요사를 짚어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 41명으로 한국 가수들과 가요계를 모두 읊을 수 있을까.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 의구심부터 든다. ‘과연 이 가수를 다뤘을까’ 하는 두 번째 의심은 ‘영원한 전설’, ‘K-pop 아이콘’ ‘고인이 된 아티스트’ 등 CD 트랙을 연상시키는 목차 앞에서 힘을 잃게 된다. 예상 가능한 가수들은 물론 가요계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가수들도 시쳇말로 ‘깨알같이’ 실려 있다. 이 모든 의혹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자는 가수마다 10쪽 내외로 알차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루할 틈이 없다. 책에 수록된 비화나 가수의 인터뷰 편집본은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다만 에피소드와 저자 나름의 음악적 평가가 적절히 어우러져 가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이 갖는 강점이다. 특히 간간이 소개되는, ‘전설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흥미진진하다. 어디선가 들어는 봤지만 내막은 자세히 모르는 에피소드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마저 안겨준다. ‘가리워진 길’만 김현식의 간택을 얻어 유재하가 봄여름가을겨울을 박차고 나온 이야기, 부활 김태원과 이승철이 소원했던 이유,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로 평가받을 것인가 시간이 흐른 뒤 전설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남진과 나훈아의 위상 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읽다 보면 소개된 일부 곡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개된 곡들을 모두 담은 CD가 수록돼 있어서 책을 읽는 동시에 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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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인센티브가 풍요로운 국가를 만든다

    두 나라 한 도시 ‘노갈레스’는 담장을 경계로 갈라진다. 담장의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 주 노갈레스 시며, 남쪽은 멕시코 소노라 주 노갈레스 시다. 몇 발짝 떨어지지도 않은 이 두 지역 사람들은 조상도 같고 즐겨 먹는 음식도 같으며 즐겨 듣는 음악마저 비슷하다. 하지만 남북의 삶은 사뭇 다르다. 북쪽 주민들은 연평균 가계수입이 3만 달러 이상, 성인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인 상당수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공공건강보험) 수혜자다. 반면 남쪽은 멕시코 안에서는 비교적 잘사는 편이라지만 평균 가계수입은 북쪽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수두룩하며 영아 사망률도 높다. 한쪽에서는 국가로부터 제공되는 공공서비스가 당연한 국민의 권리인데 담장 너머 다른 곳에서는 뒷돈과 부패로 얼룩진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치안 수준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무엇이 노갈레스의 운명을 둘로 나눴을까. 멀리 갈 것 없다. 휴전선으로 두 동강 난 한반도의 상황은 노갈레스 사례를 능가한다. 1인당 국민소득, 건강상태, 평균수명까지 두 곳이 빚어낸 다른 삶의 모습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경제 제도와 정치 체제를 받아들였는가, 즉 선택의 문제다. 책에 따르면 한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지도자를 잘못 택한 탓도 아니요, 지리적 위치 때문도 아니다. 저자는 ‘정치 경제 제도가 포용적인가, 착취적인가’를 두고 실패 원인을 설명한다.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 경제 제도가 발전과 번영을 불러오는 반면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 포용적인 제도의 핵심은 유인(인센티브)이며 이것을 말살하는 수탈적인 제도가 곧 국가 실패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책이 말하는 인센티브는 국가가 발전하기 위한 초석임과 동시에 실패의 굴레를 벗는 열쇠이기도 하다. 저자는 총 15장에 걸쳐 국가 간 빈부가 생기는 원인을 경제사적인 측면에서 꼼꼼하게 살펴본다. 물론 우리에게 가장 눈에 띄는 장은 한반도의 경제상황을 비교한 3장 ‘번영과 빈곤의 기원’이다. 저자는 “한반도에서 발생한 제도적 차이에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나뉘게 된 것을 설명하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북한 경제의 패인은 한마디로 주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유인, 즉 인센티브가 체제 내에서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포용, 인센티브, 수탈과 같은 단어들이 전 세계 빈부격차를 설명하는 혁신적인 도구는 아니다. 700여 쪽에 달하는 두께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15장을 내내 힘 있게 이끌어가는 비결은 흥미로우면서 읽기 쉬운 사례들, 그리고 ‘포용적인 제도만이 국가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저자의 확신에 있다. 이 책을 두고 프랜시스 후쿠야마, 니얼 퍼거슨, 재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1776년 애덤 스미스 ‘국부론’ 이후 ‘신국부론’의 탄생이라며 찬사를 보낸 것도 이런 요소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국가와 선순환 논리의 사례가 영국과 미국 위주라는 점, 실패의 전형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지목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서구 중심주의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왕정 붕괴와 다원적 정치 제도로의 발전 덕분이고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은 착취적인 정치 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착취적 제도는 영국과 같은 식민열강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저자 역시 이를 지적하고 있지만 그런 외부적 요소보다 내부적 요소를 더 부각시킨다. 이미 성공한 서구 국가들의 정치 제도 변혁은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었고, 실패 국가로 분류되는 빈국의 경제 악화는 과연 외부(특히 영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와는 상관없는 내부의 이권다툼 때문인 걸까.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성공 국가의 씨앗’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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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문명의 대가 外

    ○ 인문·경제 문명의 대가(제프리 삭스 지음·21세기북스)=미국 경제위기가 일어난 근본 원인은 정치 경제의 엘리트층 내부에서 시민적 미덕이 쇠퇴한 데 있다며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요구한다. 2만8000원.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랑셴핑 지음·다산북스)=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향하는 중국의 치명적 약점을 중화문화의 특성, 중국인의 숨겨진 심리와 콤플렉스 등을 통해 살펴본다. 1만8000원. ○ 학술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2(하영선 손열 엮음·창비)=사대, 자유, 국가, 외교, 독립, 민권, 기술, 국제협조, 동아시아질서 등 전통적 천하질서로부터 21세기 복합질서로 이어지는 과정의 주요 개념을 고찰한다. 3만 원. 민의와 의론(장현근 외 지음·이학사)=현대 민주주의의 틀에서만 바라보던 ‘정치와 민의(民意) 소통’이라는 주제를 한국 중국 일본의 정치사상사로 확장해 살펴본다. 2만8000원. ○ 문학 영원의 숲(스가 히로에 지음·포레)=미래의 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는 소행성 하나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학예사들은 미술품 등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1만3000원. 당분간 인간(서유미 지음·창비)=가사와 직장 일에 지쳐 ‘로봇 도우미’를 고용했다가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싱글맘 등 서민들의 지친 삶과 이채로운 상상력이 결합한 단편 8편을 묶었다. 1만2000원.○ 실용·기타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존 맥스웰 지음·비즈니스북스)=리더십 전문가인 저자가 15가지 성장법칙을 제시해 실패와 고통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1만4500원. 유령과의 역사투쟁(황성준 지음·미래한국미디어)=좌익운동권 활동에 매료돼 소련까지 건너갔던 저자가 바라본 선거정국의 책략과 한때 동료였던 특정 정치세력을 바라보며 내놓는 이야기. 1만2000원.}

    • 201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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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람실서 신문 뒤적이다 일생의 천직 찾아”

    “시내 명치뎡(서울 중구 명동)에 잇는 경성부립도서관(남산도서관의 전신)은 작일(어제)에도 초대를 받은 관람객들이 뒤를 이어 들어오며… 아래층에는 아해(아이)들의 열람실을 설비하야 자미스러운(재미있는) 동화의 서적을 갓추어 노아 처음으로 설비한 것으로는 매우 정돈이 되야잇다.… 아래층 우편에 잇는 인사상담소에서도 매일 직업을 구하는 사람과 여러 가지의 사정을 문의하러 오는 사람이 만타더라.” 남산도서관의 개관을 다룬 1922년 10월 3일자 본보 기사 일부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의 ‘꿈자람터’이자 시민들의 독서 및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온 남산도서관이 5일로 개관 90주년을 맞는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4500여 명이 찾는 남산도서관은 50만여 권의 자료를 소장한 시립공공도서관이다. 1922년 서울 중구 명동2가에 개관한 남산도서관은 1964년 12월 31일 현재의 위치(용산구 후암동)로 신축 이전했다. 90주년을 기념해 도서관은 8월부터 한 달간 이용객들로부터 도서관에 얽힌 사연과 추억담을 모집해 총 185건 중 7건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김석원 씨(54)는 1977년 겨울을 잊을 수가 없다. 대학입시에 낙방한 그는 남산도서관에서 멸치맛과 간장맛이 나는 10원짜리 국 한 그릇에 도시락 찬밥을 말아먹고 일간지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가 우연히 지방지에 난 강원도 소방공무원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했던 순간은 아련하기만 하다. 34년간 소방관으로 몸담았던 그는 2년 전 문득 아내와 함께 도서관 식당을 찾았다. 더이상 10원짜리 눈물의 간장국물은 판매하지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꿈을 키워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때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후암동으로 옮겨 온 도서관에 첫발을 내디뎠던 열다섯 살의 용산중 학생 이창성 씨(62)는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이용객들이 차도까지 길게 줄을 선 광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입장 인원이 꽉 차면 중지했다가 시간이 흐르고 독서객이 빠졌을 때 입장하던 뿌듯함. 도서관에서는 한니발과 시저도 될 수 있었고 이순신도, 니체도, 헤르만 헤세도 될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돼 아름다운 여인과 연애도 할 수 있었고 위험한 모험도 마다않고 상상할 수 있었다. 60을 넘긴 지금 직장도 그만두고 다시 찾은 도서관이지만 자유롭게 읽을 책이 잔뜩 있어 행복하다. 뒤늦게 시작한 임용 준비가 여러 해 동안 결과가 좋지 못했던 고시생 이모 씨. 참고도서가 한 권 두 권 옆에 쌓여갈 때마다 상실감과 무력함도 겹겹이 쌓였다.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참여했던 독서치료 프로그램으로 다시 열정을 불태우게 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몸이 불편한 관계로 이동문고를 이용해 쌍둥이 아들에게 책을 읽히는 지체장애인, 라면자판기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자주 고장 났던 기계가 나까지는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는 주부, 언니 손을 잡고 수선을 피웠던 여고생이 어느덧 애인과 함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러 다니며 복도와 열람실이 키와 마음의 깊이로 서서히 작게 느껴졌다는 사연까지, 남산도서관과 함께 숨쉬며 자라온 이야기들은 추후 도서관 소식지에 선보일 예정이다. 남산도서관은 구조 보강 및 시설 보수를 위해 이달 10일부터 내년 3월 초까지 임시휴관에 들어간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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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한도-화조도 패러디… 추사도 단원도 껄껄껄?

    창문 하나 낸 외딴집, 앙상한 가지의 소나무와 구부러진 나무. 고고하나 쓸쓸해 보이는 선비의 삶을 담아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가 만화가의 손에 유쾌하게 비틀려 환생했다. ‘식물탐정완두’ ‘꼬마애벌레말캉이’ 등 생태만화를 그리는 황경택 작가(40)는 이 고전을 소방수가 허망하게 쳐다보는 불에 다 타버린 소나무, 고사해서 영양주사를 맞고 있는 소나무로 과감하게 패러디했다. “처음엔 세한도를 좋아하고 김정희를 존경하는 분들이 보시고 왜 그림으로 장난을 하느냐며 호통 칠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좋아요.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본 뒤 갤러리를 찾은 외국인들도 즐거워하더군요.” ‘대중이 범접하기 어려운 세한도를 만만한 만화로 표현해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 보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먹혀든 셈이다. 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갤러리 ‘가회동 60’에서 열리는 ‘환생도(環生圖)’는 생태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재해석한 옛 그림들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전시 제목엔 ‘다시 살아난다(還生)’는 뜻과 ‘환경(環境)’과 ‘생물’의 줄임말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생태세밀화를 그리는 작가들의 모임인 ‘코드(CODE·colour of drawing for ecology)’의 첫 번째 기획전으로, ‘오래된 민화에 나오는 생물들은 과연 실재했을까’ ‘그 종은 무엇이었으며 지금도 현존하는 생물인가’ 등의 물음에 답하는 전시다. 원작과 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해가며 생태학 지식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승업의 ‘호응도(豪鷹圖)’에 등장하는 중국산 매를 정용훈 작가는 한국의 ‘참매’로 대체해 그려 넣었다. 김홍도의 ‘화조도(花鳥圖)’ 속 출신불명의 새는 천지현 작가의 그림에선 한국의 쇠박새로 바뀌었다. 황 작가의 ‘짝짓기’는 연못가 앞에서 서로 얽혀 노는 남녀를 그린 신윤복의 ‘청금상련(聽琴賞蓮·가야금을 들으며 연꽃을 감상한다)’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연못을 길게 늘여 연꽃 위에서 잠자리가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확대해 그렸다. 정해진 작가는 ‘신모란도(新牡丹圖)’에서 부귀영화를 불러들이기 위해 집 안에 모셔두던 모란도를 벽지의 무늬처럼 사용해 부와 명예의 덧없음을 표현했다. 남계우의 ‘석화접도대련(石花蝶圖對聯)’에서 봄을 상징하는 나비들을 윤영아 작가는 나방으로 대체해 ‘석화아도대련(石花蛾圖對聯)’을 그렸다. 김광식 작가는 김홍도의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 속 미니멀리즘에 반기라도 들 듯 참게를 펜으로 세밀하게 표현했다. CODE의 회원 6명은 ‘복제’라는 세밀화의 한계를 벗어나 수묵 아크릴 만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황 작가는 “생물을 그대로 그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의미가 부여돼야 진정한 작품”이라며 “CODE는 앞으로도 유쾌한 웃음과 생태학적인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CODE는 다음 전시로 △화투 그림 속 생물들과 환경을 월별로 재조명하는 기획전과 △지조와 절개의 사군자(四君子)가 아니라 지혜, 희생, 배려 등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가치를 표현하는 ‘도심 속의 사군자’ 등 다양한 전시들을 계획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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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트로이 목마 속 병사 비상식량은 당근?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튼스쿨 학생들은 1년 365일 점심 저녁을 감자만 먹어야 했다. 그나마 일요일 하루 나오는 자두 푸딩으로 ‘감자 지옥’을 면할 수 있었다. 불운의 씨앗은 열렬한 감자애호가 파이 헨리 채바스가 쓴 책이었다. 1844년 베스트셀러 ‘자녀 양육에 관해 어머니에게 들려주는 조언’ 속 “푸슬푸슬하도록 푹 삶긴 묵은 감자야말로 어린이가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채소다”라는 문장 하나 때문에 학생들은 싫으나 좋으나 감자를 섭취해야 했다.같은 감자지만 지역에 따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역사도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성경 속에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자가 금단의 열매 취급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인들이 감자를 전해준 뒤 19세기 말 천황이 시식하기 전까지 2세기가량을 소 사료용으로 썼다고 한다. 책은 감자를 포함해 매일 식탁에 오르는 스무 가지 채소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격식 있는 고매한 역사서라기보다는 ‘채소를 매개로 한 잡학상식교양서’에 가깝다. 미처 몰랐던 채소와 관련된 세계사적 사건들의 배경을 따라가다 보면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콩이 출현하면서 전쟁과 전염병으로 얼룩졌던 중세 유럽의 암흑기가 사라졌다는 내용, 아가멤논의 병사들이 트로이 목마 안에서 설사를 멈추게 하려고 당근을 먹었다는 일화 등이 펼쳐진다. 채소와 관련된 격언이나 고대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레시피의 변천사는 덤이다.오랜 기간 오해를 받아온 채소의 사연들은 기구하기까지 하다. 가지의 별명인 ‘발광 사과’ ‘미친 사과’는 먹으면 바로 발광하게 된다는 오해에서 유래했다. 가지를 처음 맛본 서양인이 날로 먹어 치우고는 곧바로 발작을 일으킨 게 화근이었다. 훗날 실제 병명이 급성 위염으로 밝혀졌지만 한번 ‘불길한 채소’라는 프레임에 박힌 가지는 오랫동안 억울한 누명을 써야 했다. 존 밀턴의 ‘실락원’에서는 사탄 루시퍼가 타락 천사들에게 먹이는 채소로 등장하기도 했다.지식과 음담(淫談)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점도 책의 묘미다. 거의 모든 장에 걸쳐 채소가 강장제와 정력제로서 어떤 효능을 발휘하는지를 상세히 소개한다. 아스파라거스를 설명한 대목이 특히 압권이다. “아스파라거스는 역사적으로 순전히 성적인 음식이었으며 최음제로서의 명성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도입부부터 솔깃해진다. 남성의 성기를 닮은 줄기가 외설스러워 감수성 예민한 10대들의 상상력을 자극할까봐 19세기 프랑스 여학교에서는 배식을 금지했다는 웃지 못할 역사도 있다. 인도의 전설적 성애 교본 ‘카마수트라’에서 시들해진 연인들의 원기를 북돋는 ‘아스파라거스 페이스트’ 레시피도 소개된다.책 속 내용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거나 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과 관련된 역사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악마의 정원에서’(생각의 나무)를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특정 사회에서 악덕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금기시하는 음식들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과 상응하는 항목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당근…’에 맛보기로 등장하는 채소 혐오론자들의 비상식적인 주장과 연결해가며 읽어도 좋겠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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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잘 알려진 명화들에 담긴 부엌 침실 욕실의 변화상

    명절만 떠올리면 짜증이 확 솟구치는 주부라도 시곗바늘을 중세시대로 돌린다면 오늘날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18세기 이전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던 때의 설거지는 고역이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담았던 그릇들은 아궁이에서 꺼낸 식은 재를 축축한 헝겊에 묻혀 닦아 헹궜고, 냄비 바닥에 음식이 눌어붙었을 때는 고운 모래나 벽돌 가루를 묻힌 헝겊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시커먼 아궁이, 그을음이 눌어붙은 벽에 줄줄이 걸린 구리 냄비들, 하수구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환기용 굴뚝이 중앙에 자리 잡은 부엌은 지옥 같은 열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산업시대 산물인 요리용 화덕이 19세기 말 조리용 레인지로 변모하면서 부엌은 ‘하찮고 후미진 곳’에서 실험실처럼 깔끔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책은 잘 알려진 명화들 속 여성과 물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 부엌 뿐 아니라 침실 욕실 거실 등 다양한 실내 공간과 인테리어를 통시적으로 훑는다. 샤워가 신경증에 걸린 여성을 위해 의사들이 내린 처방이었고, 가장의 침대는 본래 거실에 두어 권위를 살렸다는 내용 등도 흥미롭다. 명절날 한데 모여 머리 맞대어 명화도 보고, 옛 그림 속에서 리모델링 아이디어도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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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 1, 2 外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 1, 2(조이스 캐럴 오츠 외 지음·홍시)=존 치버, 조이스 캐럴 오츠, 리처드 예이츠 등 영미권 스타작가 32명의 대표 단편을 묶었다. 1만3800원. 행자(틱낫한 지음·소담출판사)=‘화’ ‘화해’ 등의 명상집으로 알려진 베트남 틱낫한 스님의 소설. 베트남에 전해 내려오는 관음보살의 현신(現身) 꽌암 티낀의 이야기를 담았다. 1만1000원. 시민의 역습(팀 지 지음·초록물고기)=인도의 독립운동, 베트남전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철폐, 이집트 독재정권 종식…. 오랜 기간 피고 진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을 살펴보고 운동을 혁명으로 성공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1만4800원. 손정의(사노 신이치 지음·럭스미디어)=기업가 손정의의 화려한 성공에만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다. 성공의 이면에 감춰진 그의 성장 배경과 파란만장한 삼대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만5000원. 신음악의 철학(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세창출판사)=작곡가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세계를 역사철학적 인식론적 사회이론적 예술이론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한 현대음악 이론서의 고전. 2만9000원. 현대시의 사유 구조(박주택 지음·민음사)=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생태환경시와 여성시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 시에 나타난 사유 구조를 탐구했다. 2만2000원. 치수, 물은 사람의 마음이다(한철협 지음·화옥)=물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만화 형식을 빌려 물과 같은 사람의 마음을 파악함으로써 지혜의 세계에 입문하게 만드는 책. 1만6000원.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차동엽 지음·위즈앤비즈)=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기 전 병상에서 육성이 담긴 메시지를 엮었다. 김 추기경이 들려주는 참 행복의 길,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묘책이 생생한 목소리에 담겼다. 1만4000원. 박해전의 생각(박해전 지음·사람일보)=박해전 사람일보 회장이 쓴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공개질의서. 6·15선언, 10·4공동선언 등 남북관계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 1만 원. 일인자(김종찬 지음·참글세상)=각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장인 50명에 대한 인물 탐구서. 서예, 요리, 제빵, 건축, 표구, 그림, 음악, 자동차, 문화기획 등의 일인자가 된 비법을 들려준다. 1만7000원.}

    • 20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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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 소르망 강연 등 23일까지 130개 프로그램 선보여

    아시아 최대 규모의 책 축제 ‘파주북소리 2012’가 15∼23일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를 기치로 내건 이번 축제는 책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시, 강연, 퍼포먼스 등 13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시아와 유럽의 출판계 인사들과 국내외 200여 개 출판사, 300여 개 문화예술 단체가 참가한다. 전시행사로는 축제 기간 내내 열리는 ‘한글 나들이 569’가 눈길을 끈다. 한글 탄생 569주년을 맞아 한글이 새겨진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잡지 ‘소년’(1908년 창간) 등 희귀 잡지를 선보이는 ‘추억의 그 잡지’ 특별전도 볼거리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아시아 출판문화상인 ‘파주 북어워드’와 전 세계 주요 책마을 13곳이 참여하는 ‘세계책마을심포지엄’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프랑스의 저술가 기 소르망, 일본의 역사소설가 사토 겐이치 등 세계적인 저자들과 신영복, 도정일 교수 등 국내 유명 저자들의 강연도 독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연과 문화행사도 열린다. 시인 김소월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김소월 문학의 날’ 행사에는 수많은 후배 문인과 문학도의 시 낭송과 가곡 공연, 강연회가 포함된다. www.pajubooksori.org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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