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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안모 씨(31·여)는 요즘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마다 직장 상사가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진엔 ‘요즘 여유롭나 봐’라는 댓글을 달고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는 사진에는 ‘업무는 다 끝내고 노는 건가?’라는 글을 올리곤 했다. 별 의미 없이 ‘떠나고 싶다’란 글을 올리자 상사와 동료가 찾아와 “회사 그만두려는 거야?” “남자 친구랑 요즘 안 좋아?”라고 물어봐 일일이 해명해야 했다. 부장이 글을 올리면 ‘나한테 관심없느냐’는 소리 듣기 전에 아부 댓글 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결국 안 씨는 회사 직원들에게 “페이스북을 접었다”고 공표했다. 그 대신 페이스북처럼 공개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 이른바 ‘폐쇄형 SNS’인 NHN의 ‘밴드’로 갈아타 가족과 친구들로만 이뤄진 소그룹에서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다. 회사 동료나 친하지 않은 지인은 초대하지 않았다. 이처럼 누구든 접근할 수 있는 기존 SNS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등장한 폐쇄형 SNS로 대거 옮겨 가고 있다.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처럼 SNS에서의 원치 않는 관계 맺기가 이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탓이다. 불특정 다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기존 SNS에서 ‘넓고 얕게’ 관계를 유지해 온 이용자들이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폐쇄형 SNS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이 공간에서 예전 인터넷 카페처럼 친밀도 높은 소수가 모여 사진과 게시글을 공유한다. 사용자가 지정한 집단에만 정보를 보여 주는 NHN의 ‘밴드’ 앱은 지난해 8월 출시해 최근 이용자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국내에서 이용자 500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500일이 걸렸지만 이 앱은 150일 걸렸을 정도로 인기있다. 일본 대만 태국으로도 진출했다. 연인 사이인 단둘이서만 사진과 글을 공유하게 해 주는 ‘비트윈’ 앱(2011년 12월 국내 출시)도 출시 1년여 만에 22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밴드와 유사한 다음의 ‘캠프’와 가족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패밀리북’도 이용자가 급증세를 보이는 등 국내에는 20여 개의 폐쇄형 SNS가 등장했다. 폐쇄형 SNS는 2011년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치가 150명이라는 이론에 근거해 인맥의 범위를 150명으로 제한한 ‘패스(Path)’ 등이 그 시초다. 전문가들은 여러 사람이 친밀함 없이 엮이는 개방형 SNS 대신 오프라인의 ‘실제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SNS 사용 행태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이 제자를 친구로 추가하고, 트위터에서 직장 상사가 나를 ‘팔로(follow)’하거나 얼굴도 모르는 택배 기사가 카카오톡 친구 추천에 뜨는 일들에 스트레스와 싫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SNS는 개인 혹은 집단에만 한정되어야 할 세세한 정보에까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갈등과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며 “이런 피로감 때문에 친한 사람들에게만 허용하는 폐쇄형 SNS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서희 NHN 차장은 “너무 많은 정보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 기사에 인용되는 경우까지 있다 보니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만 정보를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인 슬라보이 지제크(59·사진)가 경희대 교수로 온다. 경희대는 지제크를 외국어대학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에미넌트 스콜라(Eminent Scholar·ES)’로 임용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지제크는 7월 1일부터 교직원으로 정식 임용되고 계약기간은 1년이다. ES는 외국 대학의 전임교원에 준하는 연구 교육 경력의 소유자 중 논문, 저술 등의 실적이 있는 저명한 학자를 초빙하는 제도다. 지제크는 ES로 지내면서 경희대 소속으로 저술 활동을 하고 이택광 영미문화학부 교수(45)와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7월에는 국제서머스쿨에서 교수 세미나와 특강도 맡기로 했다. 학생 대상의 강의는 하지 않는다. 지제크는 독일 관념론과 정신분석, 마르크스주의를 통합한 사상을 토대로 사회학 심리학 등을 넘나드는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등 대중문화 비평과 현실 정치 참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9·11테러, 이라크전, 세계 금융위기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6월 방한해 대한문 쌍용자동차 해고자 분향소와 파주 임진각, 비무장지대(DMZ) 등을 찾기도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 비자 발급 결격자들을 모집한 뒤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미국 관광, 상용비자(B1, B2) 발급을 대행해 거액을 챙긴 혐의(사문서위조)로 정모 씨(43·여) 등 브로커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에게 비자 발급을 의뢰한 18명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해당 비자는 관광 또는 사업을 목적으로 90일 이상 미국에 체류하려는 사람에게 발급된다. 정 씨 등은 한인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나 뉴저지 주 등의 생활정보지에 ‘누구든지 미국 비자 100% 발급’이라는 광고를 내고 1인당 300만 원에서 7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아 재직증명서와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허위로 만들어 줬다.}

《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이던 서른두 살의 예비신부가 지난달 26일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성악을 전공해 독일 유학까지 다녀오고도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며 사회복지사의 길을 택한 이 여성이 1년도 안 돼 “근무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쓰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회복지사는 마치 말초신경처럼 최일선 현장을 누비며 복지정책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렇게 최전선에서 뛰는 복지사들이 벼랑 끝에 놓여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복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성공하기 힘들다. 동아일보는 2회에 걸쳐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실태와 대안을 점검한다. 》 ■ 서울 노원구 하계1동 주민센터 김학기 주민생활지원팀장“어르신, 어제도 쌀 드렸잖아요. 남은 건 다른 분들도 좀 드려야 하니 이해해 주세요.” 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1동 주민센터. 김학기 주민생활지원팀장(48)은 쌀을 달라는 60대 남성 기초수급자 A 씨와 2시간째 씨름 중이었다. 교회에서 기부 받은 쌀을 이미 이틀 전 A 씨 집을 찾아 나눠 줬지만 막무가내였다. A 씨는 김 팀장을 찾아와 웃옷을 벗으며 “당장 쌀을 더 내놓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 하게 드러눕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 씨에게 시달리는 동안에도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5시간 동안 30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날은 취약계층에게 국내 여행비를 지원하는 여행바우처 신청 첫날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복지사업이지만 주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전산망이 주민센터에 있다 보니 김 팀장에게 업무가 넘어왔다. 여행바우처 서류를 작성하려는 민원인이 이날 하루만 44명 다녀갔다. 사회복지사인 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처리하는 복지 업무는 400가지가 넘는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내려오는 업무는 물론이고 교육청, 정부 부처나 유관 기관에서 내놓는 대부분의 복지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김 팀장을 포함해 직원 8명이 기초수급권자 2456명과 영유아 보육료 지원 대상 691명의 업무를 처리한다. 홀몸노인 현황 조사 등 각종 현황 파악업무도 사회복지사의 몫이다. 김 팀장은 “정부가 새 복지정책을 내놓는다는 보도를 보면 기대가 되기보단 겁부터 난다”고 했다. 이곳 사회복지사 8명 중 4명은 이날도 점심을 걸렀다. 4명만 운 좋게 20분씩 교대로 먹고 돌아왔다. 당장 영유아 보육료 지원, 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 등의 업무가 눈앞에 쌓여 있어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김 팀장은 “업무야 밤 새워서라도 어떻게든 끝내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개 혜택을 기대하며 사회복지 공무원을 만나러 온다. ‘안 된다’라는 말을 들으면 행패를 부리는 것은 다반사다. 지원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주민들이 ‘옆집에선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받는다는데 우리 집은 왜 안 해 주느냐’, ‘몸이 아프니 빨리 치료비를 달라’며 억지 주장을 펴도 몇 시간이고 말로 타이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나 정신질환자를 상대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에 한 알코올의존증 환자 가정을 방문해 ‘규정상 지금보다 더 많이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하자 ‘당신네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 중 여성이 76%를 차지해 위험은 더 크다. 지난해에는 40대 남성이 가정방문을 한 20대 여성 사회복지사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 김 팀장은 이날도 오후 10시가 넘어 퇴근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업무가 많지만 다음 날 오전 7시에 출근해 처리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우리 집 가정 복지는 책임 못 지면서 남의 복지를 챙기는 게 우리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 서울 구로동 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성태숙 센터장4일 오후 서울 구로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교실에선 어린이와 정신장애 고교생 등 20여 명이 소란스럽게 뛰어놀고 있었다. 사회복지사 2명이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널브러진 장난감과 컵을 치웠다. 교사용 책상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곳 사회복지사들은 오전 7시부터 서류 작업을 하고 외근과 내근을 반복하다 오후 10시가 넘어 퇴근한다. 성태숙 씨(46·여·사회복지사)는 이곳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월급은 140만 원이다. 센터장이라 그나마 많은 편이고 일반 사회복지사 월급은 100만∼110만 원 선이다. 이 센터에서 돌보는 아이는 모두 30명. 정부에서 월 520만 원을 지원받는다. 아이들 교육에 들어가는 100여만 원을 뺀 돈이 복지사 3명의 월급이다. 웬만한 대기업 사원 한 명의 월급을 셋이 나눠 갖는 셈이다. 성 씨는 오전 7시부터 두 아들 등교 준비를 시키면서 센터의 서류 작업을 한다. 집에서부터 복지사로서의 일과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기 때문이다. 오전 9시 정식 일과가 시작되면 센터에 맡겨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담임교사와 면담을 하거나 후원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오후 늦게 센터로 돌아와 방과 후 센터를 찾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새 저녁.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와 면담을 하거나 문서 작업을 마치고 나면 오후 10시가 넘는다. 모든 활동은 서류로 남겨야만 정부로부터 정상 업무로 인정받는다. 학교에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민간 아동센터 복지사의 삶은 더 척박해졌다. 맞벌이 가정 자녀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려면 주말에도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쉬기 어렵지만 휴일 수당은 하루 1만 원이다. 성 씨는 “급여로만 따지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봉사정신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학교 측에서 부적응 아동들을 맡아 달라는 요청도 많이 해 온다. 봉사가 당연시되는 기관이다 보니 그런 요청을 거부할 수도 없다. 40대 후반인 성 씨는 격무 스트레스로 이가 많이 빠져 벌써 틀니를 하고 있다. 성 씨는 “내 몸이 내 몸뚱이가 아니다. 센터 아이들은 고사하고, 내 배로 낳은 내 새끼조차 지겹고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스쳤다. 큰 보상보다는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택한 직업이지만, 날이 갈수록 처음의 신념은 사라지고 스트레스만 남는다고 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나는 대한민국 아동복지의 노예인가 보다’라고 혼잣말을 해요. 사회복지사의 사기가 떨어지면 복지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성 씨는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동료 한 명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만삭 때까지 아이들을 돌봤던 그 동료는 출산 도중 과다출혈도 숨졌다. 당시 구로아동센터는 재정에 쪼들려 유족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 성 씨는 “우리 일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신념을 지켜 가려 하지만 복지사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지금 상황에서 누가 이 일에 뛰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준일·김수연·곽도영 기자 jikim@donga.com}
2일 0시경 서울 이태원에서 행인들에게 장난감 총(비비탄총·Ball Bullet)을 쏘아댄 미군은 차 안에 있던 3명 중 유일한 여성인 웬디 상병(22)을 비롯해 최소한 2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 헌병대에 구금돼 있는 웬디 상병은 6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소환돼 “차 안에 장난감 총이 있어 재미삼아 쐈다”고 시인했다. 당시 차 안에는 로페즈 크리스천 하사(26) 소유의 권총 모양의 장난감 총 3개가 있었다. 경찰은 웬디 상병 외에도 한 명 이상이 총을 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크리스천 하사와 리처드 딕슨 상병(23)은 서로 상대가 쐈다고 진술하고 있다.용산경찰서는 이날 크리스천 하사와 웬디 상병을 소환해 약 3시간 동안 대질 조사했다. 크리스천 하사는 “이태원에서 녹사평으로 갈 때까지는 내가 운전했지만 경찰관을 칠 때는 딕슨 상병이 운전했다”며 “이태원에서 달아날 때 경찰의 삼단봉에 유리창이 깨지면서 눈을 다쳐 딕슨 상병이 대신 운전석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웬디 상병은 “처음부터 끝까지 크리스천 하사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발포로 총상을 입은 딕슨 상병도 전날 경찰의 미군 영내 조사에서 웬디 상병과 같은 진술을 했다. 딕슨 상병은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 반 동안 탄환 제거 수술을 받다가 폐에 피가 차 중환자실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 이유에 대해 3명의 미군 모두 “경찰 조사를 받고 복귀하면 징벌위원회에 회부돼 처벌받을까 두려워 도주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은 또 “(딕슨 상병이) 한국 경찰 총에 맞은 것이 맞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경찰이 미8군 영내로 들어가 피의자인 미군을 직접 조사했다. 서울 도심에서 행인들에게 장난감 총을 쏘아댄 뒤 경찰과 시민을 차로 치고 달아나다 총에 맞은 미군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강력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경찰이 미군부대에 직접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4일 오후 2시경 서울 용산경찰서는 도주 당시 차를 몰았던 리처드 베커 딕슨 상병(23)을 조사하기 위해 미8군 121전투지원병원을 방문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임성묵 순경(30)이 쏜 총에 맞고 입원한 딕슨 상병을 약 3시간 40분 동안 조사했다. 딕슨 상병은 3시간에 한 번씩 진통제를 맞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팀은 담당 팀장과 조사관 2명, 통역 등 4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누가 주도적으로 장남감 총(비비탄 총·Bull Bullet탄)을 사용했는지’ ‘왜 도주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딕슨 상병과 웬디 상병(22·여)은 로페즈 크리스천 하사(26)를 운전자로 지목했지만 크리스천 하사는 이를 부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은 딕슨 상병이 차량을 운전한 주범이라고 추정해왔다. 경찰이 미군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때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경찰서에서 조사한 뒤 미 헌병대에 인계한다. 이날처럼 경찰이 미군 영내로 들어가 강력사건을 조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그동안 미군부대 영내 수사는 미군의 요청으로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피의자를 상대로 영내에서 직접 신문을 벌이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997년 이태원 살인사건 때 미군범죄수사대(CID)와 함께 영내에서 피의자를 체포하고 수색한 바 있다. 경찰과 공조 수사를 하는 CID 측은 경찰에 “미국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면 징역 5∼7년은 받을 텐데 한국은 법 집행이 약한 것 같다. 미국 같았으면 그를 파멸시킨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일 경찰 조사를 받은 크리스천 하사와 웬디 상병은 이태원에서 시민을 향해 장난감 총을 쏜 이유에 대해 “심심해서 장난삼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문구점에서 산 장난감 총은 도주한 뒤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인명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이들이 버린 장난감 총을 찾고 있다. 또 4일 최초 신고자가 경찰에서 “여군이 내게 총을 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웬디 상병은 부인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면 거짓말탐지기 사용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4일 조사에서 크리스천 하사와 웬디 상병이 자발적으로 약물검사에 응해 간단한 시약검사를 했지만 음성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딕슨 상병 재조사 시점은 치료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크리스 젠트리 주한 미8군 부사령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 입원한 임 순경을 찾아와 사과의 뜻을 전했다.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서울 도심에서 행인들에게 장난감 총을 쏘아댄 뒤 경찰과 시민을 차로 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한미군 3명 중 2명이 4일 경찰에 출석해 관련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이 쏜 총에 맞은 리처드 베커 딕슨 상병(23)은 상처 치료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경찰관의 생명이 위협당한 범죄가 발생했는데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강제수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 총상 입은 미군은 출석 안 해사건 차량인 회색 옵티마의 소유주 로페즈 크리스천 하사(26)는 이날 오후 2시 전투복 차림으로 미군 대표, 민간인 변호사 등과 함께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약 7시간 4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사고 차량 뒷자리에 탔던 여군 웬디 상병(22)은 같은 날 오후 6시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당초 뒷자리에 동승한 여성이 크리스천 하사의 부인으로 알려졌지만 미군 범죄수사대(CID)의 조사결과 웬디 상병으로 확인됐다.크리스천 하사는 이날 조사에서 “장난감 총(비비탄총·Ball Bullet)을 쏘고 경찰 검문에 불응해 차를 타고 도주한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도주차량이 경찰관을 들이받은 혐의도 시인했다. 경찰은 “크리스천 하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그는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이날 오전 경찰에서 조사받은 첫 신고자는 “미군들이 나를 겨냥해 (비비탄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크리스천 하사는 조사를 마친 뒤 미군 헌병대에 신병이 인도돼 구금됐다. 구금되면 출국이 금지되고 경찰이 요구하면 언제든 조사에 응해야 한다. 경찰은 이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미군은 도주차량을 운전하다 총상을 입은 딕슨 상병에 대해서는 “왼쪽 어깨를 다쳐 진통제를 맞으며 육군병원에서 치료 중이라 당장은 조사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딕슨 상병의 어깨에 박힌 유탄을 확보해 경찰이 발사한 총알인지 확인하려 했지만 딕슨 상병과 미군 의사는 몸에 박힌 유탄을 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미군 측으로부터 탄두를 제출받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경찰은 미군과 시기를 조율해 딕슨 상병의 조사 시점을 정할 계획이지만 2, 3일 내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영장을 발부받아도 강제구인은 SOFA 규정에 따라 미군의 동의 없이는 힘들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찰이 자체적으로 영내 조사를 벌일 수 있다는 규정은 없지만 미군 측에서 조사 자료를 실시간으로 보낼 정도로 협조적이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주 차량 혈흔과 함께 발견이날 오전 8시 55분경 경찰은 미군이 사용한 옵티마 차량을 용산구 문배동의 한 고가도로 밑에서 발견했다. 주한미군 부대 입구와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미군이 차량을 이곳에 버리고 걸어서 영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안에는 30여 개의 비비탄 총알과 뜯겨진 차량 앞 번호판이 있었다. 운전석과 운전석 문 손잡이에서 각각 한 점과 두 점의 혈흔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명확히 밝히려면 딕슨 상병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딕슨 상병의 음주 여부를 가리기 위해 CID에 그의 혈액 제출을 요구했다. 차량에서 발견된 혈흔과 유전자(DNA)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강세포 제출도 요구했다.미8군은 3일 해당 미군들이 음주를 하지 않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미군이 단지 비비탄총으로 행인들을 쏜 행위 때문에 도주했다는 설명은 석연치 않다고 보고 마약검사를 위해 미군에 모발 채취도 요구할 계획이다. 차량에서 사건 당시 사용했던 비비탄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 도심 질주하는데 왜 순찰차는 보이지 않았나미군과 경찰의 심야추격전은 약 13분간 계속됐다. 하지만 미군을 뒤쫓은 것은 초급 경찰관 한 명과 택시운전사였다. 성수사거리 인근 막다른 골목에서 진로가 막혀 있는 미군의 위치를 제보한 것도 주민이었다. 난동을 부린 차량이 도심을 질주하는데도 왜 다른 경찰차는 출동하지 않았을까. 용산경찰서는 3일 0시 임성묵 순경(30)이 도주한 차량을 뒤쫓기 시작한 3분 뒤 관내 5곳에 경찰 인력 배치를 지시했다. 용산구 보광동 폴리텍대학 인근과 청화아파트 녹사평 교차로 등이다. 하지만 해당 교차로에는 도주차량이 지나가지 않거나 이미 떠난 뒤였다. 서울지방경찰청도 2일 오후 11시 53분경 112신고가 접수되자마자 13개 경찰서에 “총기관련 사건이 접수됐으니 긴급배치를 준비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사건 장소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경찰차가 도주하는 미군을 따라가지 못했다. 또 긴급배치도 이미 사전에 정해진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어서 해당 길목을 지나가지 않은 미군차량에는 아무 효과도 없었다. 강력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12지령실과 치안상황실을 합쳐 통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도주차량 추격에는 유명무실했던 것이다. 미군 차량을 뒤쫓다 부상한 임 순경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막다른 골목에서) 미군이 웅크리거나 당황하는 표정 없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며 “교육에서 배운 대로 했지만 실탄을 사용한 것에 대해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순경은 미군 차량에 치였지만 병원을 찾는 대신 바로 이태원지구대에 복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임 순경은 “아팠지만 사건을 수습하고 보고를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 미군범죄 2012년에만 344건 ▼■ 2007년 283건서 해마다 늘어 “獨-日 주둔 미군보다 불안정, 신변보호 특혜도 범죄 한몫”최근 주한미군에 의한 범죄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2007년 283건이던 미군 범죄는 2011년 341건, 지난해에는 344건으로 늘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부분이 뺑소니, 도로교통법 등 교통질서를 어긴 것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강간 추행 폭행 등 강력범죄도 매해 50건 가까이 일어났다.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씨는 “다른 나라에 파견되는 미군에 비해 한국으로 오는 미군의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미군들이 한국을 ‘전쟁 진행 중인 국가’로 알고 근무를 꺼리면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병력은 유럽이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2011년 미국 국방부 국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미군 병력 현황’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괌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6만5221명, 아프가니스탄에 10만9200명, 중동 국가에 1만4028명의 미군을 배치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사령부에는 7만985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박 씨는 “독일, 일본 등에는 가족들을 동반해 파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 주둔하는 장병은 대부분 홀로 파견된다”면서 “불안정한 상태의 미군이 많은 것도 범죄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최근 이라크 파병 인원이 많아지면서 미국에서는 병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집 인원이 늘면서 예전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장병이 유입돼 주한미군 범죄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군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특혜를 악용하는 게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범죄를 저질러도 미군 영내로 도망가면 신변을 보호받는다. 그 후 시간을 끌며 가벼운 선고를 받고 한국을 떠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주한미군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현행범은 우리가 체포해 1차 조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막다른 골목에서 미군 차량이 굉음을 내며 임 순경을 향해 후진을 했습니다. 그때 임 순경이 차량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경찰을 태우고 도주하는 미군을 뒤쫓은 택시 운전사 최모 씨(38)는 3일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성수사거리 인근 자양동 막다른 골목에서의 긴박했던 대치 상황을 설명하면서 “미군 차량은 머뭇거림도 없이 경찰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고 회상했다. 최 씨는 자신의 실명과 사진 공개를 원치 않았다. “성수사거리 인근 막다른 골목에서 미군 차량과 대치하게 되자 임 순경이 ‘멈춰! 스톱!’을 외치며 운전석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럼에도 미군 차량은 후진했고 임 순경은 차량에 매달린 채 벽에 끼여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잠시 후 미군 차량이 다시 전진했을 때 임 순경은 미군 차량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이 차량은 재차 후진했고 임 순경이 공포탄을 쐈습니다.” 최 씨는 “미군 차량이 세 번이나 들이받고 나서야 임 순경이 처음으로 실탄을 쐈다”고 전했다. 그는 “실탄을 발사한 뒤 미군 차량은 다시 빠른 속도로 다가와 임 순경을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달아나는 차량에 임 순경이 실탄 두 발을 더 쏘자 차 안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임 순경을 택시에 태운 뒤 미군 차량을 뒤쫓았으나 이미 사라진 뒤였다. 최 씨는 “나도 부사관 출신이라 총이 겁나지는 않았다. 임 순경은 미군 차량이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도주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심야에 서울 도심에서 행인들에게 장난감으로 보이는 총을 쏘아대던 주한미군 3명이 출동한 경찰과 시민을 차로 밀치고 달아났다. 이들은 추격하는 경찰과 도심에서 초고속 추격전을 벌이고 경찰을 차로 치는 등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다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광란의 도주…긴박한 추격 2일 오후 11시 53분경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할리스커피 매장 앞에서 미군이 새총이나 공기총을 시민들을 향해 쏘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곽광근 경장 등 출동한 경찰 2명은 커피 매장 앞에 시동을 켠 채 정차해 있는 옵티마 승용차 안에 딕슨 리처드 베커 일병 등 미국인 남자 2명과 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1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미군들은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차 앞을 붙잡고 있던 곽 경장을 차로 밀치며 달아났다. 미군이 모는 차가 보광동 방면으로 좌회전하자 곽 경장은 3단봉으로 차 앞 창문을 내리쳤다. 삼단봉이 부러지고 유리창은 박살났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함께 차의 도주를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군 차량은 이태원역 삼거리에서 보광동 방면으로 달아나려다 도로가 다른 차들로 막혀 있자 유턴해서 녹사평역 방면으로 향했다. 미군 차량은 유턴하는 과정에서 다른 차량 여러 대를 들이받았다. 차의 도주를 막던 시민들도 넘어지며 다쳤다. 미군 차량이 달아나자 근처에 있던 택시운전사 최모 씨(38)가 뒤쫓았다. 경찰은 사건 장소가 이태원지구대 근처라 순찰차 없이 출동했고 도로도 아수라장이 돼 바로 뒤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 씨는 커피매장에서 약 400m 떨어진 노스페이스 매장 앞에 임성묵 순경(30)이 보이자 차를 세우고 “앞에 도망가는 옵티마 차가 경찰과 시민을 치고 달아나고 있다”며 옆좌석에 태웠다. 임 순경은 ‘외국인이 현금지급기 부스 안에 갇혀있다’는 신고를 받고 사건을 처리 중이었다. 그 후 경찰과 미군의 차량 추격전이 13분간 벌어졌다. 택시가 두무개길에서는 최고 시속 170km로 쫓았지만 따라잡지 못할 만큼 미군 차량은 광란의 질주를 했다. 미군 차량은 신호를 무시했고, 수시로 불법 유턴을 했다. 성수역 부근 골목에서 미군 차량을 놓쳤지만 주변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시민이 차가 도망간 방향을 알려줬다. 최 씨와 임 순경은 성수사거리 인근 막다른 골목에 미군 차량이 진로가 막힌 채 멈춰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차량 운전석 쪽으로 간 임 순경은 미군 차량 보닛에 손을 올리고 “멈춰”라고 반복해 외쳤지만 미군 차량은 굉음을 내며 후진했다. 임 순경은 하늘을 향해 공포탄 한 발을 쐈다. 미군은 앞으로 갔다가 두 번 더 임 순경을 향해 후진했다. 그러자 임 순경은 38구경 권총 실탄 1발을 차량 왼쪽 바퀴에 쐈다. 그러고는 다시 후진하는 차량을 향해 실탄 2발을 더 쐈다. 임 순경의 목숨을 건 저지에도 미군 차량은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차량은 임 순경의 왼쪽 발을 밟고 지나갔다. 쓰러진 임 순경이 일어나 최 씨와 함께 뒤쫓았지만 도주차량은 사라져버렸다. 달아난 미군들은 3일 오전 1시 3분경 미8군 용산기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주한미군은 베커 일병이 왼쪽 어깨를 유탄에 맞아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행인에게 장난감 총 발사” 경찰은 베커 일병 등이 커피 매장 앞에서 사용한 총이 장난감 총(비비탄총·Ball Bullet)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사건 장소 주변에서 비비탄이 다량 발견됐기 때문이다. 인근 시민도 “비비탄총에 맞았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까지 서울 용산경찰서로 미군의 난동으로 시민 2명이 부상당하고 차량 4대가 손상을 입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아직 접수되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옵티마 차량 번호를 조회해 차량 주인인 로페즈 크리스천 하사와 그의 부인을 소환 조사했다. 두 사람은 3일 오전 9시에 경찰에서 한 시간가량 조사받았다. 경찰은 “크리스천 하사와 그의 부인이 사건 당시 옵티마 차량에 베커 일병과 함께 있던 남녀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미군 대표부와 통역, 미군범죄수사대(CID)가 입회해야 하는데 CID만 동행해 정식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하사 등은 경찰에서 한국 경찰을 차로 치고 도망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천 하사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아랍인이 총을 쏘고 차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는 것. 베커 일병도 미 헌병대에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은 경찰이 아닌 아랍인에게 총을 맞은 것이며 차를 빼앗긴 이후 일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산경찰서는 정확한 수사를 위해 CID와 협조해 베커 일병 등을 4일 오전 중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소환할 예정이다. 베커 일병이 치료를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면 직접 부대로 찾아가 조사할 계획이다. ○ 미8군 부사령관 용산署 사과 방문 한편 크리스 젠트리 주한 미8군 부사령관은 3일 오후 1시 55분경 용산경찰서를 찾아 “어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며 “부상당한 베커 일병은 미 육군병원에서 안정적인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과 추격전을 벌인 임 순경은 추격전 뒤 순천향대병원에서 1시간가량 치료받고 퇴원했지만 왼쪽 다리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임 순경은 사건 직후 지구대로 복귀한 뒤 동료들에게 “실탄을 발사한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동행했던 최 씨가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에선 경찰 요구에 불응하는 용의자를 죄질에 따라 헬기까지 투입해 추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번 사건처럼 경찰을 향해 차를 몰아 충돌한 경우는 공권력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하고 조준 사격까지 할 수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엄격한 규제 탓에 총기 사용의 결과를 우려해 위축되는 한국 경찰과 달리 미국에선 매뉴얼만 준수했다면 책임을 묻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준일·김성모·김호경 기자 jikim@donga.com}

20대 여성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본명 박평호·35) 씨가 1일 오전 10시경 출석 요구 세 번째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10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오후 7시 50분에 귀가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함께 피소된 동료 연예인 김모 씨(24)도 같이 조사를 받았다. 박 씨는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 “드릴 말이 많지만 경찰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와 김 씨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다”며 “박 씨의 재출석이나 피해 여성의 소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14일 피해여성 이모 씨(22)가 박 씨의 집에 업혀 들어간 이유와 성관계 전 박 씨가 이 씨에게 위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피해여성의 체액 및 혈액 분석을 의뢰한 결과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이 씨가 지난달 15일 오후 8시 경찰에 신고하기 4시간 전에 김 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이때 김 씨에게 “아직도 술이 깨지 않는다”, “이따가 클럽 같이 가자”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와 김 씨는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박 씨 변호인 측은 지난달 26일 김 씨와 피해여성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 대해 카카오톡 본사를 관할하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씨는 이날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서울 서부경찰서에 도착했다. 하늘색 와이셔츠에 짙은 남색 양복을 입은 박 씨는 수척해진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박 씨는 대기하고 있던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간단히 말했다. 이어 박 씨와 김 씨는 변호사 2명과 함께 서둘러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취재진을 제외한 외부인의 경찰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박 씨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 씨의 팬과 동네 주민들이 박 씨의 모습을 보기 위해 경찰서 앞에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박 씨가 경찰서를 떠날 때는 20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김준일·최지연 기자 jikim@donga.com}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은 3·1절에 태극기를 얼마나 달았을까.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은 1일 새 정부 내각을 이끌 예비 수장들의 집을 찾아 태극기 게양 여부를 확인했다. 게양 확인 시간은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전체 17명 가운데 15명이 태극기를 단 것으로 확인됐다. 태극기를 달지 않은 2명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조윤선 여성부 장관 후보자로 나타났다. 진 후보자가 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한강대우트럼프월드는 주상복합 아파트로 발코니 쪽에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 중에도 태극기를 단 가구는 없었다. 경비원은 “2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라 바람이 강해 외부에 달려있는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 태극기 꽂이가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집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도 창문 쪽에 별도의 꽂이가 달려있지 않았다. 이 아파트의 다른 집들도 태극기를 단 가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08년 3·1절에는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후보자 포함) 13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명이 태극기를 달지 않았다. 2010년 8·8 개각 때도 장관 후보자 9명 중 이재오 특임장관 등 8명이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지 않아 빈축을 샀다. 이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이 태극기 게양에선 나은 성적을 보인 셈이다. 일반 국민의 태극기 게양률에 대한 전국 차원의 조사 결과는 나온 게 없다. 지난해 3·1절 강원 춘천지역 42개 아파트단지 3390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7.5%인 594가구가 태극기를 게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월 27일 성인 남녀 765명을 대상으로 3·1절에 태극기를 달 계획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64.1%가 ‘태극기를 달 것이다’라고 답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3·1절에 태극기를 다는 행위는 사소해 보이지만 3·1절의 의미를 스스로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도자급의 고위 공직자라면 그 정도 역사의식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고정현 채널A 기자 jikim@donga.com}
지난해 11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주택. 이사를 위해 집을 정리하던 이모 씨(40)는 안방 컴퓨터 뒤에서 성인 남성 손바닥 절반 크기만 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이 씨의 부인 홍모 씨(43)와 딸(19)도 카메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 씨는 자신의 집을 자주 드나들던 조모 씨(36)를 의심했다. 조 씨는 인테리어 일을 함께하며 형 동생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이 씨는 조 씨에게 “내 데스크톱 컴퓨터가 고장 났는데 하드디스크를 좀 빌려달라”고 했다. 조 씨가 당황해 했지만 이 씨는 하드디스크를 빼앗다시피 집으로 가져왔다. 이 씨는 조 씨의 하드디스크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동영상 파일에 자신의 부인과 딸이 샤워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 조 씨가 안방과 욕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던 것. 욕실의 몰래카메라는 창문 옆에 걸어둔 우비 뒤에 숨겨놓았다. 조 씨는 홍 씨가 오후 4시면 아르바이트를 가기에 앞서 샤워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2010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총 64차례나 몰래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남몰래 홍 씨 집을 드나들며 몰래카메라에 촬영된 동영상을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한 뒤 수시로 이를 시청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2월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 씨를 구속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항공사 승무원 복장을 한 여성과의 문란한 애정행각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여승무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 2단독 조규현 판사는 여승무원과 성행위를 한 뒤 그 사진과 후기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여승무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3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2010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한 항공사 여승무원 2명과 잇따라 사귀며 성관계를 가졌다. 그는 여성이 상반신을 노출한 사진 등 성관계를 가졌음을 암시하는 모습을 촬영해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사진 속 여성은 승무원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얼굴과 신체 주요 부위는 사진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여승무원을 만난 지 일주일 만에 펜션으로 여행을 떠나 성관계를 갖고 다음 날 비행을 떠나는 그녀를 바래다주러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야외 주차장에서 또 성관계를 가졌다’ 등의 후기도 함께 올렸다. 관련 글이 온라인에 퍼지자 사진 속 여성들과 해당 항공사 여승무원회는 “김 씨가 공공연하게 음란물을 유포하고 회사 전체 여승무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하지만 조 판사는 “한두 명의 자유분방한 애정행각이 적시됐다고 해서 해당 항공사 여승무원들에 대한 기존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음란물을 유포해 사진 속 여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는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았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20대 여성 연예인 지망생 이모 씨(22)를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본명 박평호·35) 씨가 경찰 출석 요구에 또다시 불응했다. 22일에 이어 두 번째다. 박 씨 측은 24일 오후 7시로 예정돼 있던 서울 서부경찰서 출석을 2시간 20분가량 앞두고 “해당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로 이관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함께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동료 연예인 김모 씨(24)도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씨는 이날 자신의 변호인을 법무법인 화우에서 푸르메로 변경했다. 변호를 맡은 푸르메 신동원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씨 사건은 ‘고소·고발사건 이송 및 수사촉탁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박 씨의 주소지에서 가까운 강남경찰서로 이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 사건은 피해자의 상담 요청을 받아 경찰이 절차를 안내해 고소장을 접수한 인지사건이므로 이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미 수사가 진행돼 다른 경찰서로 이송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부경찰서는 “이번 주에 출석하라고 25일 다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때도 경찰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박 씨는 강제 구인될 개연성이 높다. 피고인이 출석요구에 3번 불응하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박 씨의 반복된 출석 불응에 대해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박 씨가 피해자의 신상 노출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사를 지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미 인터넷에는 피해자 이 씨로 지목된 여성의 사진과 함께 방송출연 전력과 출신 대학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연예인 되고 싶어 환장했나’ 등의 악성 댓글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여성은 피해자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간과 약물복용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피해 여성의 체액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김준일·박훈상 기자 jikim@donga.com}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 보도와 관련해 허 내정자는 20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학위를 수여한 건국대도 자체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허 내정자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1999년 논문 작성 당시, 논문작성 방법이나 연구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연구윤리 기준을 충실히 지키지 못한 점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다면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멸사봉공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정은혜 부대변인은 20일 ‘논문을 도둑질하고 사과로 끝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표절이 사실이라면 해당 학교의 명예는 물론이고 수년에 걸쳐 어렵게 박사학위를 받은 다른 학위자를 생각해서라도 학위를 취소해야 마땅하다”며 “공직 후보의 허위학력기재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므로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나온 허 내정자가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할 적임자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건국대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규하 건국대 부총장은 이날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박사학위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에 따라 5년 이내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만 취소할 수 있지만 허 내정자의 논문 표절에 대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교과부에 유권해석을 문의해 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건국대는 교과부에서 답변이 오는 대로 예비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허 내정자의 논문 지도교수였던 박영희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날 취재팀과 만나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회에서 표절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인정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준일 기자·고정현 채널A 기자 jikim@donga.com}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1999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연세대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 절반가량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된다. 논문 서두에 나오는 이론적 배경이 일부 겹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허 내정자 논문처럼 연구방법론과 결론까지 특정 논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도 너무했다. 이런 표절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허 내정자는 이 교수가 개발한 이론 모형을 적용해 이 교수와 똑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며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예를 들어 이 교수가 자기 논문의 한계를 지적하며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복잡하고 분석가 스스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을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매우 복잡할뿐더러 연구자가 자의적으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표현만 살짝 바꾸는 식이다.영남지역 국립대 A 교수는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는 저자가 고유로 판단하는 부분인데 이것마저 같다면 표절 논란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치인이 학력 세탁을 위해 지적재산을 훔치는 행위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일각에서는 허 내정자가 논문을 대필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B 교수는 19일 취재팀의 요청으로 허 내정자와 이 교수 논문을 비교한 뒤 “표절 사례를 여러 번 봤지만 이 정도로 똑같이 베낀 경우는 처음 본다”며 “정치인이 보좌진이나 대학원생을 시켜 논문을 대필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 내정자의 논문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1995∼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상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은 뒤 건국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허 내정자의 표절은 다른 논문을 표절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당선 9일 만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문대성 의원보다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의원은 2007년 명지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땄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 의원의 경우 연구 주제와 목적 일부가 명지대 논문과 중복됐는데도 참고문헌 표기를 하지 않았으며 오기로 보이는 문구까지 그대로 인용했다. 허 내정자는 19일 취재팀과 전화통화에서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상황에서 대학 측이 논문 제출을 독촉해 미숙하게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논문지도를 해준 후배를 통해 원저자인 이종수 교수를 만나 자문을 받았다. 원저자가 알고 있어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각주를 달지 않은 것은 내가 잘못했다”고 덧붙였다.신광영·김준일 기자 neo@donga.com}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던 2006년 11월부터 약 16개월간 연합사에서 함께 근무한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김 후보자를 높이 평가하는 서신을 보냈다. 벨 전 사령관은 13일 김 후보자에게 보낸 서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귀하를 선택한 것은 국가방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최고의 자격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탁월한 능력으로 볼 때 귀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방장관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이 서한은 김 후보자 측이 공개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원동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내정자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시절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2006년 10월 권오규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조 내정자를 차관보로 낙점했으나 청와대 인사 검증 단계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 탈락했다. 조 내정자는 이전에도 한 차례 더 음주운전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현역 국회의원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군 부대장에게 사업 관련 청탁을 하려는 지역구 기업가와 군 장성의 만남을 주선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009년 유 후보자의 주선으로 해병 2사단장 A 씨를 만나 금두꺼비를 건넨 김포CC 사장 한모 씨(69)는 1995년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 골프장을 열 때부터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있었다. 골프장 용지가 해병대 부대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내부 경사가 심해 골프장을 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A 씨는 18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이 지역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누가 이런 곳에 골프장 허가를 내 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해병대 병사들이 골프장 바로 10m 옆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고 사격장과도 가까워 오발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취재팀이 골프장 주변을 둘러본 결과 민간인통제구역임을 알리는 해병대 철책 주변에 ‘골프공 주의’ ‘코스 내 금연’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부대 안에선 주기적으로 사격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주민 남모 씨(41)는 “군부대로 둘러싸인 이런 곳에 골프장을 지으려면 해병대 사령관에게 로비를 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골프장 사장은 군 장성 출신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라고 전했다. A 씨가 골프장 증설에 동의해 달라는 한 씨의 요청을 두 차례나 반려한 이유도 골프장이 정상적인 부대 운영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군부대 등 국가 주요시설이 인접한 곳에 골프장 등 시설물을 지으려면 군 책임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A 씨는 “부대 사격장이 근처에 있어 골프장 이용객이 총에 맞을 우려가 있고 훈련에 지장도 크다는 이유로 동의 요청을 두 차례 연달아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동의 요청이 계속되자 A 씨는 골프장 입구 위치를 바꾸고 골프장 측이 일부 군 훈련장을 옮겨 주는 등의 여러 조건을 내걸었는데 한 씨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해 조건부 승인만 내줬다. 사실 한 씨는 A 씨의 전임 사단장에게서 2004년 골프장 증설 동의를 받았으나 군사동의를 받은 뒤 2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새 부대장에게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A 씨에게 다시 동의를 요청한 상황이었다. A 씨는 “한 씨로선 전임 사단장에게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후임인) 나에게서도 군사동의를 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증설 계획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조건부 승인을 내줬지만 한 씨는 용지 매입 등에 어려움을 겪어 현재까지도 증설을 못 하고 있다. A 씨는 금두꺼비를 돌려준 뒤 국군 기무사령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기무사가 조사를 벌였다. 이어 이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이 한 씨가 유 의원에게도 금품을 건넸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입증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한 씨가 금두꺼비를 건넨 것은 공사 허가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이후에도 군의 협조를 요구하는 성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라고 전했다. A 씨는 한 씨에게 금두꺼비를 돌려보낸 사실이 확인돼 뇌물수수 혐의를 벗었다. 한 씨도 이 건과 관련해 사정 당국의 정식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씨는 2007년부터 2년여간 회삿돈 6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0년 6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 후보자는 18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두 사람을 불러 식사자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어떤 경위로 그런 자리를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한 씨에게서 금두꺼비나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김포=김준일 기자·김민지 채널A 기자 jikim@donga.com ▼ “劉의원이 불러 가봤더니 골프장 사장과 함께 있어” ▼■ 당시 해병 2사단장 인터뷰… “뇌물 오해받아 인사 불이익”2009년 유정복 후보자의 주선으로 골프장 업자 한모 씨를 만났던 전 해병 2사단장 A 씨는 18일 취재팀과 만나 “한 씨가 준 금두꺼비를 곧바로 돌려줬는데 그 일로 ‘뇌물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아 인사에서 계속 불이익을 당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A 씨와의 일문일답. ―그날 유 후보자와의 식사 자리 분위기는 어땠나. “한정식집에 도착해보니 두 사람이 함께 있더라. 내가 당황해하니까 유 의원이 겸연쩍어 하면서 ‘두 분 예전부터 아는 사이 아니냐. 그래서 같이 밥 먹자고 했다’고 얼버무렸다.” ―한 씨와는 어떤 관계였나. “부사단장 시절 선임 사단장이 한 씨를 만나는 자리에 두 번쯤 동석한 적이 있어 안면은 있었다. 사단장이 된 뒤에는 나와 사고방식이 안 맞아 관계를 딱 끊었다. (골프장 증설 동의 요청을) 내가 계속 커트하니까 한 씨가 다른 사람을 통해 연락을 많이 해왔다. 한 씨 전화는 계속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유 의원이 불러서 나간 자리에서 한 씨를 보게 됐다.” ―금두꺼비는 어떻게 받게 됐나. “부관한테 물었더니 ‘한 씨가 식사 도중 나와서 사단장과 다 얘기가 됐다고 하면서 차에 실었다’고 했다. 열어보니 금두꺼비더라. 물건을 돌려보내면서 점잖게 편지를 썼다. ‘내가 당신보다 깨끗이 살아서 돌려주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편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식사 자리에선 어떤 대화를 했나. “골프장 증설은 내가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봤는지 별다른 얘기를 안 한 것 같다. 유 의원이 ‘사단장님하고 한 회장님하고 잘 지내시죠’라고 묻긴 했다. 그 외엔 두 사람이 ‘사단장 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나를 위로하는 얘기를 주로 했다.” ―유 의원이 왜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보나. “유 의원이 시장을 오래 하고 지역구 의원도 하니까 (한 씨가) 후원을 좀 하는 것 같더라. 가깝게 지내는 사이는 맞는 것 같았다.”신광영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neo@donga.com}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국악대 학위수여식에서 조선시대 선비 복식인 ‘학창의’를 입은 졸업생들이 교수를 헹가래 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