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글에 댓글달기 지쳤어요 ㅠ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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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연인끼리만 교류… ‘개방형 SNS’ 지고 ‘폐쇄형 SNS’ 부상

친한 친구끼리만 볼 수 있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NHN에서 출시한 밴드 애플리케이션(왼쪽 사진)은 출시 7개월 만에 가입자 700만 명을 넘어섰고, 둘만을 위한 SNS ‘비트윈’ 앱은 연인 사이에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앱 화면 캡처
친한 친구끼리만 볼 수 있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NHN에서 출시한 밴드 애플리케이션(왼쪽 사진)은 출시 7개월 만에 가입자 700만 명을 넘어섰고, 둘만을 위한 SNS ‘비트윈’ 앱은 연인 사이에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앱 화면 캡처
직장인 안모 씨(31·여)는 요즘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마다 직장 상사가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진엔 ‘요즘 여유롭나 봐’라는 댓글을 달고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는 사진에는 ‘업무는 다 끝내고 노는 건가?’라는 글을 올리곤 했다.

별 의미 없이 ‘떠나고 싶다’란 글을 올리자 상사와 동료가 찾아와 “회사 그만두려는 거야?” “남자 친구랑 요즘 안 좋아?”라고 물어봐 일일이 해명해야 했다. 부장이 글을 올리면 ‘나한테 관심없느냐’는 소리 듣기 전에 아부 댓글 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결국 안 씨는 회사 직원들에게 “페이스북을 접었다”고 공표했다. 그 대신 페이스북처럼 공개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 이른바 ‘폐쇄형 SNS’인 NHN의 ‘밴드’로 갈아타 가족과 친구들로만 이뤄진 소그룹에서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다. 회사 동료나 친하지 않은 지인은 초대하지 않았다.

이처럼 누구든 접근할 수 있는 기존 SNS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등장한 폐쇄형 SNS로 대거 옮겨 가고 있다.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처럼 SNS에서의 원치 않는 관계 맺기가 이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탓이다. 불특정 다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기존 SNS에서 ‘넓고 얕게’ 관계를 유지해 온 이용자들이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폐쇄형 SNS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이 공간에서 예전 인터넷 카페처럼 친밀도 높은 소수가 모여 사진과 게시글을 공유한다.

사용자가 지정한 집단에만 정보를 보여 주는 NHN의 ‘밴드’ 앱은 지난해 8월 출시해 최근 이용자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국내에서 이용자 500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500일이 걸렸지만 이 앱은 150일 걸렸을 정도로 인기있다. 일본 대만 태국으로도 진출했다. 연인 사이인 단둘이서만 사진과 글을 공유하게 해 주는 ‘비트윈’ 앱(2011년 12월 국내 출시)도 출시 1년여 만에 22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밴드와 유사한 다음의 ‘캠프’와 가족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패밀리북’도 이용자가 급증세를 보이는 등 국내에는 20여 개의 폐쇄형 SNS가 등장했다.

폐쇄형 SNS는 2011년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치가 150명이라는 이론에 근거해 인맥의 범위를 150명으로 제한한 ‘패스(Path)’ 등이 그 시초다. 전문가들은 여러 사람이 친밀함 없이 엮이는 개방형 SNS 대신 오프라인의 ‘실제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SNS 사용 행태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이 제자를 친구로 추가하고, 트위터에서 직장 상사가 나를 ‘팔로(follow)’하거나 얼굴도 모르는 택배 기사가 카카오톡 친구 추천에 뜨는 일들에 스트레스와 싫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SNS는 개인 혹은 집단에만 한정되어야 할 세세한 정보에까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갈등과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며 “이런 피로감 때문에 친한 사람들에게만 허용하는 폐쇄형 SNS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서희 NHN 차장은 “너무 많은 정보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 기사에 인용되는 경우까지 있다 보니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만 정보를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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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비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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