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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부장검사가 1억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전직 검사는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형식 서울시의원(45)의 친형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직 부장검사 출신인 김모 씨(48)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2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조모 씨(47)의 ‘아우디 Q7’을 훔쳐 타고 달아난 혐의다. 아우디 Q7의 신차 가격은 8000만∼1억2000만 원이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김 씨는 호텔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이날 오전 1시 57분경 안내데스크에 있던 차량 열쇠를 주차관리요원 몰래 빼내 차를 훔쳤다. 김 씨는 훔친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대교 근처의 한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김 씨는 이곳에 차를 버려두고 트렁크에 실려 있던 시가 500만 원 상당의 골프채만 챙겨 달아났다. 훔친 차를 버리기 전 블랙박스를 떼어버리기도 했다. 버려진 차량은 사흘간 방치됐다가 견인돼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날씨는 추운데 차도 안 잡히고 호텔 도어맨도 없어 홧김에 차를 타고 나갔다”며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어 16일 김 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1992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5년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옷을 벗었다. 이듬해 변호사 개업을 했으나 2007년 2월 정모 씨(47) 등 7명과 이권다툼을 벌이던 골프장 사장 강모 씨(67)를 납치해 감금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복역했다. 김 씨의 변호사 자격은 정지된 상태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절박했다. 12일 선고 당일까지 법원에 이런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총 7차례 반성문을 썼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 중 일부를 소개했다. 반성문에는 “어떠한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했으며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품지 못하고 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쓰여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생활에서 자신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이 ‘땅콩 회항’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것이 배려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다면 가정과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지만 1년, 10년 뒤에는 아마 이곳(구치소)에 있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일이 없었다면) 더 저를 크게 망치고 대한항공에 더 큰 피해를 입혔을지 모른다”고 적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성문보다 조 전 부사장이 공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에 주목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이 매뉴얼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재판장인 오성우 부장판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어 오 부장판사는 “그동안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면서도 “반성문을 보면 이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부사장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징역 1년은 재벌가의 딸이라 받을 수 있는 낮은 형량” “승무원들이 받은 충격에 비하면 가볍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형량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판결로 ‘갑질’ 문화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가볍지는 않은 형량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법조인은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고 실형을 선고한 것은 사회적 비난이 큰 사건에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초범이고 우발적인 사건임을 고려하면 비교적 충분한 양형”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실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이건혁 gun@donga.com·박성진 기자}

공사 중이던 대형 실내체육관의 지붕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작업하던 인부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부들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됐지만 일부는 중상을 입었다. 11일 오후 4시 53분경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지상 2층 높이의 지붕 일부가 갑자기 무너졌다. 당시 현장에는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작업 중이던 인부 가운데 일부는 약 15m 아래로 추락했고 지상에 있던 인부 11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 한 인부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서 와 보니 이미 일하던 인부들이 매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오후 5시 3분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 등 300여 명은 무너진 철골과 자재를 걷어내고 인부들을 모두 구조했다. 사고 초기 정확한 피해자 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방당국 최종 확인 결과 11명 외에 추가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중상은 3명이고 나머지는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중앙대 의료원, 강남성심병원, 동작경희병원, 보라매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은 시멘트 가루를 흡입하거나 골절, 타박상 등의 외상을 입었다. 병원 측은 “당장 생명이 위독한 환자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증세가 악화될 위험성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을 놓고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공사를 서두르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인부는 “다가올 휴일을 감안해 공기를 단축하려고 콘크리트를 한꺼번에 부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기습 한파로 5일간 공사를 중단했다가 날씨가 풀려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연된 공사를 단축하려 공정을 무시한 채 공사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건물의 철골구조가 잘못돼 시멘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는 “철골 구조 자체의 문제로 지붕의 하중을 견딜 수 없어 동작구에 구조변경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점검에 나섰을 때는 콘크리트 균열 관리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구조변경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구조변경을 승인했고 동작구가 이미 시공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박성민 min@donga.com·박성진 기자}
국립경찰병원 고위공무원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이후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해당 병원 간부들이 성추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을 파악하고도 아직 관련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경찰병원의 성추행 관련 진정서가 접수돼 진정인(피해자)과 피진정인(가해자)을 조사했다”며 “병원의 사건 은폐 의혹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경찰병원 치과 소속 치위생사인 A 씨(여)는 “회식 자리에서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13개 과를 담당하는 B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26일 병원 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경찰청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경찰병원 측에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16일 현직 총경인 병원 간부 등 4명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간부는 피해자 A 씨를 불러 “병원 길게 다닐 것이냐”고 묻는 등 사건을 덮으려는 발언을 했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은 아직 이 같은 은폐 시도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이 대책회의에는 총경 계급인 경찰 간부까지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도 “경찰청 산하 기관이다 보니 경찰병원이 성추행을 조용히 덮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의 조사 과정도 문제다. 경찰은 진정서 접수 후 1주일이 지난 2일에야 A 씨를 조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는 여기서 4일이 더 지난 6일 조사했다. 경찰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병가를 냈다. A 씨가 복귀하기 전까지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상사와 함께 근무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은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춰 상황을 조작할 가능성이 커 신속한 수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국립경찰병원의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병원 측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여직원이 병원 측에 제출한 징계건의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경찰병원 치과 소속 치위생사인 A 씨(여)는 회식 자리에서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13개 과를 담당하는 B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감자탕 집에서 1차로 식사를 마친 이들은 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잔이 계속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B 씨는 직속 상사에게 “진료를 잘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듣고 울고 있던 한 여성 수련의를 달래준다며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 깜짝 놀란 수련의가 손을 빼며 저항하자 B 씨는 A 씨에게 다가가 A 씨의 이름을 부르며 볼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사이 B 씨는 한 차례 더 입맞춤을 했다. A 씨는 당직을 서고 있던 선배에게 울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병원 측은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을 덮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한 A 씨를 사무실로 부른 상사는 B 씨가 있는 자리에서 “병원 길게 다닐 것 아니냐”며 “양심껏 행동하라”고 말했다. B 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A 씨는 이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를 냈다. 지난달 26일 A 씨의 남편은 경찰병원 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 씨는 경찰청 인권센터에도 성추행 사실을 신고해 이달 2일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직속 상사는 ‘B 씨가 단순히 술 마시고 실수한 일을 너무 크게 만들고 있다’며 나를 ‘이상한 애’라고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일부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형사처벌까지는 바라지 않아 입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본보는 B 씨의 얘기를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 기자}

법원이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회관 철거를 둘러싼 소송 진행 도중 ‘기습 철거’를 강행한 강남구청에 철거작업을 일주일간 중단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6일 구룡마을 땅주인들로 구성된 ㈜구모가 서울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에서 “철거작업을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은 4일 재판부에 ‘아직 (강남구청이 발부 권한을 갖고 있는) 대집행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6일까지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놓고는 그 사이 영장을 발부해 6일 새벽 대집행을 개시했다. 이전 진술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신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입을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으니 추가 심문 기간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6일 오전 8시부터 직원과 용역 등 수백 명과 중장비를 투입해 구룡마을 자치회관 철거에 나섰다. 약 2시간 뒤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건물의 상당 부분이 훼손돼 뼈대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집행을 막던 100여 명의 주민 중 일부가 다치기도 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신고한 건물에 ‘주민자치회관’ 간판을 걸고 사용해왔다. 구청은 이 건물이 허가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며 철거를 계획해왔다.신동진 shine@donga.com·박성진 기자}
법원이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회관 철거를 둘러싼 소송 진행 도중 ‘기습 철거’를 강행한 강남구청에 철거작업을 1주일간 중단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6일 구룡마을 땅주인들로 구성된 ㈜구모가 서울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에서 “철거작업을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은 4일 재판부에 ‘아직 (강남구청이 발부 권한을 갖고 있는) 대집행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6일까지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놓고는 그 사이 영장을 발부해 6일 새벽 대집행을 개시했다. 이전 진술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신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입을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으니 추가 심문기간 동안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6일 오전 8시부터 직원과 용역 등 수백 명과 중장비를 투입해 구룡마을 자치회관 철거에 나섰다. 약 2시간여 뒤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건물의 상당부분이 훼손돼 뼈대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집행을 막던 100여 명의 주민 중 일부가 다치기도 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신고한 건물에 ‘주민자치회관’ 간판을 걸고 사용해왔다. 구청은 이 건물이 허가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며 철거를 계획해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다리를 잃었다. 2006년 2월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대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4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눈을 떴다. “군생활 잘하라”며 어깨를 토닥여주던 아버지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허리 아래로 두 다리가 멀쩡히 있는데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적인 충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3년 동안 병원 13곳을 돌아다니며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악몽이 현실이 됐다. 키 181cm, 몸무게 85kg 건장한 체격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노태형 씨(31)는 사고 이후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노 씨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들이 가자”는 가족의 말에도, “영화 한 편 보자”는 친구의 말에도 고민을 거듭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지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한 뒤에야 목적지를 정했다. 대중교통은 꿈도 꾸지 못했다. 손으로 가속과 정지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승용차에 휠체어를 싣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영화를 보기 위해 어렵게 극장을 찾아내도 현장에는 갖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주차구역에는 버젓이 비장애인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휠체어를 싣고 내리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주차장을 헤매다 끝내 영화 관람을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법적으로 장애인주차구역은 폭 3.3m, 길이 5m 이상으로 설계하도록 돼 있다. 일반주차구역에 비해 폭이 1m 이상 넓다. 장애인차량 표지가 없거나 표지를 붙여도 걸음이 불편한 사람이 타고 있지 않으면 주차금지다. 만약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애인주차구역 단속 건수는 2011년 4313건, 2012년 7402건, 2013년 1만4659건, 2014년 2만288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비장애인들의 배려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본보 취재진이 점검한 현장에서도 이런 ‘배려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웍스 지하 2층 장애인주차구역에는 표지가 없는 BMW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건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바로 앞이었다. 운전자 강모 씨(37)는 “주차할 공간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가까워 세웠다”면서도 끝내 차를 옮기지 않았다. 이 주차장에는 총 205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서울 성동구 비트플렉스 4층의 사정도 마찬가지. 장애인주차구역 11곳 중 2곳에 표지가 없는 차량이 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차주가 장애인인데 함께 타지 않았다. 표지 부착을 깜박했다”며 황급히 차를 옮겼다. 장애인들은 “사소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지체장애 1급인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장애인주차구역뿐 아니라 지하철역에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도 비장애인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며 “장애인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편의시설만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우리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change2015@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사례나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시면 본보 지면과 동아닷컴에 소개하겠습니다.}
불치병을 치료해 주겠다며 신도들에게 소금물로 관장(항문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의료행위)을 시킨 목사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의료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 강동구 A교회 목사 조모 씨(56) 부부와 교회 관계자 등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 등은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9박 10일 동안 불치병을 치유한다며 캠프를 열어 무허가 의료행위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국 각지의 휴양시설을 돌며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매일 소금물로 관장을 시켰다. 건강보조제와 의료기기도 팔았다. 섭외한 한의사가 현장에서 직접 침을 놓게 해 정상적인 치료 캠프인 것처럼 보이게 꾸몄다. 캠프 참가 비용은 1인당 120여만 원 수준으로 높은 편. 하지만 참여자 대부분은 말기 암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액을 내고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캠프에서 약을 먹지 못하게 해 일부 중증 환자가 퇴소 후 숨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피해자 20여 명을 확인했지만 “그동안 캠프 참가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피해자를 더 찾는 한편으로 조 씨 등이 불법 의료행위로 받은 돈의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불치병을 치료해 주겠다며 신도들에게 소금물로 관장(항문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의료행위)을 시킨 목사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의료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 강동구 A교회 목사 조모 씨(56) 부부와 교회 관계자 등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 등은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9박 10일 동안 불치병을 치유한다며 캠프를 열어 무허가 의료행위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국 각지의 휴양시설을 돌며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매일 소금물로 관장을 시켰다. 건강보조제와 의료기기도 팔았다. 섭외한 한의사가 현장에서 직접 침을 놓게 해 정상적인 치료 캠프인 것처럼 보이게 꾸몄다. 캠프 참가 비용은 1인당 120여만 원 수준으로 높은 편. 하지만 참여자 대부분은 말기 암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액을 내고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캠프에서 약을 먹지 못하게 해 일부 중증 환자가 퇴소 후 숨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피해자 20여 명을 확인했지만 “그동안 캠프 참가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피해자를 더 찾는 한편으로 조 씨 등이 불법 의료행위로 받은 돈의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지난해 5월 2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신호기 관리 및 관제 업무 소홀과 신호설비 설계·제작상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사고로 중상자 24명 등 388명이 다치고 열차 13량이 파괴돼 28억 26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냈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전승수)는 업무상과실치상 및 업무상과실전차파괴죄로 정모 씨(39) 등 신호기 유지 및 보수 담당자 5명, 김모 씨(48) 등 관제사 2명, 신호설비 납품업체 개발팀장 박모 씨(48) 등 서울메트로 직원과 납품업체 직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선행열차 기관사 박모 씨(49)와 후행열차 기관사 엄모 씨(46)는 직접적인 사고 책임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기소되지 않았다. ① 부주의 검찰에 따르면 이번 열차 사고는 관리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서울 메트로 제 2신호관리소 운전취급실 직원 정 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4일 전인 지난해 4월 29일 오전 3시 10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연동제어장치의 데이터 수정작업을 위해 전원을 켠 채로 CPU 보드를 컴퓨터로부터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매뉴얼 상 전원을 켠 채로 CPU 보드를 꺼내거나 집어넣으면 전기적 충격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금지된 행위였다. 결국 정 씨가 무리하게 CPU 보드를 탈부착한 이후 상왕십리역의 신호기 2대는 열차 운행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녹색불(진행하라는 의미)이 켜져 있었다. 정 씨는 통신장애 및 신호오류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② 관행적인 업무 태만 서울 메트로 신호1팀 공사담당 김모 씨(45)는 신호기에 이상이 생긴 지난해 4월 29일 첫 열차 운행 시 정상작동 여부 확인을 하지 않고 오전 3시 40분경 일찍 퇴근했다. 정상 퇴근시간은 오전 6시였다. 사고 당일에도 오전 1시 30분경 신호 오류를 발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전 3시경 또 조기 퇴근했다. 제 2신호관리소장 공모 씨(59) 등 3명도 사고 당일 오전 9시경 김 씨를 통해 신호오류 사실을 알았지만 단순 표시 오류로 판단해 조치를 취하지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 수석관제사 김 씨 등 2명도 선행열차와 후행열차가 지나치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열차 간 간격을 조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지하철 추돌사고는 사고 관계자들의 업무태만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신호 설비 유지 및 보수팀, 관제업무팀, 신호설비제적업체 등 어느 한 곳에서라도 주의를 기울여 작은 오류를 시정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 지하철 전체 관제업무를 단 3명이 맡고 있다는 점과 운행하고 있는 열차의 위치를 관제소에서만 알 수 있고 정작 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기관사는 알 수 없다는 점 등 정책 및 시스템 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기자는 15년 동안 검은색 닥스훈트 ‘유진’이를 키우고 있다. 처음 봤을 땐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지만 한 지붕 아래서 살다보니 이젠 말썽꾸러기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유진이가 낯설 때가 있다.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다. 유진이는 어린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어린이들만 보면 사납게 짖었다. 목줄을 당기며 혼을 내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보다 서열이 높아!’라며 위세를 과시하려는 듯했다. 산책을 하는 시간보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에게, 아이의 어머니들에게 사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목줄을 최대한 짧게 잡고 멀리서 아이들이 보이면 일단 안아 올리는 방법으로 난감한 상황을 피했다. 기자에게는 가족이어도 남에게는 그저 사나운 짐승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견인들이 비애견인들을 무조건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태균 한국애견연맹 차장은 “애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매고 배설물을 바로 치울 수 있는 배변 봉투를 들고 다니는 기초적인 배려가 곧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본이자 전부다”라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애견인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1시경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을 찾은 이성우 씨(37)는 얼굴을 붉혀야 했다. 목줄을 매지 않은 시추 한 마리가 달려들어 사납게 짖는 바람에 딸이 경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 주인의 태도였다. 주인은 “이 개는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씨가 “개가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해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주민 김지현 씨(31·여)도 23일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했다. 출근하기 전 운동을 하기 위해 인근 양재천을 찾았다가 개의 배설물을 밟았다. 김 씨는 “평소에도 배설물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이 들어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심지어 식당에도 애견의 이름을 불러가며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개 주인들도 할 말은 있다. 애완견이 대접받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얌전히 지나가는 애견을 향해서도 발길질을 하려 들거나 주인을 비웃듯 혀를 차는 사례도 있다. 개를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행동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적으로 사육되는 반려견은 440여만 마리.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싫건 좋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선 우선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심야에 소리 내지 않기와 공공장소 출입 자제, 배변 봉투 휴대 등 크게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최소한 개를 ‘사람의 동반자’로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배려와 소통, 어렵지 않아요!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박삼봉 사법연수원장(59·사진)이 22일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박 원장은 이날 오전 6시 35분경 서울지하철 3호선 수서역 5번 출구에서 세곡동 사거리 방향으로 50여 m 떨어진 지점에서 왕복 8차로 도로를 건너다 이모 씨(42)가 운전하던 테라칸 승용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박 원장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지만 낮 12시 33분경 숨졌다.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에서 50여 m 떨어진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를 낸 이 씨는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고 회사에 출근하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차량 진행 방향의 신호등이 파란불이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박 원장은 점퍼와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박 원장이 서울 강남구 대모산 인근을 산책하고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이 씨의 과속 여부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 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0회에 합격한 뒤 판사로 임관해 서울북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 사법연수원장에 임명됐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박삼봉 사법연수원장(59)이 22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박 원장은 이날 오전 6시 35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역 5번 출구에서 세곡동 사거리 방향으로 5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다 이모 씨(42)가 운전하던 테라칸 승용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박 원장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오후 12시 33분경 숨졌다.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로부터 50여m 떨어진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를 낸 이 씨는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고 회사에 출근하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고 당시 차량 진행 방향의 신호등이 파란불이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박 원장은 점퍼와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박 원장이 서울 강남구 대모산 인근을 산책하고 귀가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이 씨의 과속 여부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 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1기를 수료하고 특허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사법연수원장에 임명됐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어두운 그림자 3개가 수풀 사이로 끈질기게 쫓아왔다. 겁이 났다. 발을 내딛는 속도를 높였다. 주변에도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림자는 오직 목표 하나만 노렸다. 하는 수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도 따라 달렸다. 밝은 곳으로 나와 잠시 뒤돌아 그림자의 정체를 살폈다. 한참을 보니 너구리였다.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너구리 3마리가 눈앞에 있었다. 너구리들도 쫓는 것을 멈추고 고개만 내밀어 동태를 살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책로를 벗어나 차가 다니는 도로로 나갔다. 너구리들도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끝까지 따라왔다. ‘아차’ 싶었다. 문제는 치킨이었다. 슬며시 손에 들고 있던 치킨 박스를 내려놓았다. 지인들과 먹으려 했던 치킨을 너구리 3마리에게 빼앗긴 셈이다. 어쨌든 추격전은 그제야 끝났다. 기자가 10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 산책로를 걷다 겪은 일이다. 양재천을 중심으로 출몰하는 너구리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행성인 너구리가 해가 지고 나면 먹이를 찾아 사람들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서 먹이를 구하는 것에 익숙해진 일부 너구리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인근 아파트 단지에까지 침투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양재천은 1995년부터 진행된 서울시 생태하천 복원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 지역 너구리들은 다른 동식물들과 함께 생태계 복원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서식하기 좋은 환경에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서식지 경쟁이 심해지고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너구리들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음식물 쓰레기통 등을 뒤져 먹이를 구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달 21일까지 들어온 너구리 관련 신고 건수는 총 25건이다. 강남구에도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총 1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대부분 너구리가 나타나 무서우니 포획해 달라는 신고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임모 씨(31)는 “양재천 인근 공원 의자에 앉아 있는데 너구리가 눈앞에 나타나 소리를 지르고 도망간 적이 있다”며 “평소 양재천에서 운동을 많이 하는데 너구리를 자꾸 마주치다 보니 아예 운동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딸을 둔 김모 씨(34)도 “혹시라도 병원균이 옮을까 걱정돼 딸을 데리고 양재천에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옴이나 진드기와 같은 피부병 또는 광견병이 옮을 수 있어 너구리와의 접촉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이 물리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너구리가 갯과 동물이기 때문에 치사율이 매우 높은 광견병 같은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이 일대에 서식하는 너구리 개체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조사했지만 정확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4시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개체 수 및 서식지 파악은 불가능하다”며 “지역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잘하고 펜스를 설치하는 등 가능한 한 너구리와 접촉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민·손가인 기자}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강남을지병원 사거리. 고급 사무용 빌딩과 유명 병원이 밀집해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5층짜리 낡은 건물이 눈에 띈다. 균열이 생긴 부분은 콘크리트로 메워져 있고, 1층 유리창에는 검은 셀로판지가 붙어 있다. 외벽에 간판도 없어 무슨 건물인지 알기 어렵다.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 대로변의 이 정체불명 건물은 국세청 직원들이 기숙사로 쓰는 ‘서울세우관(稅友館)’이다. 정부는 이 건물을 1993년 말 세금 체납자에게서 세금 대신 받았다. 옛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은 1995년 강남에서 세무서 신설을 준비하던 국세청에 ‘세무서 지을 자금을 마련하라’며 건물소유권을 넘겼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 건물을 1999년부터 직원 기숙사로 사용해왔다. 서울세우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 180억 원. 시세는 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도산대로를 따라 대로변에 있는 건물이라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전국 각지의 값비싼 국가재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나라 가계부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릴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싸라기 땅에 방치된 나라 부동산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유재산 총액은 912조 원(장부가 기준)으로 2012년에 비해 20조 원(2.2%) 증가했다. 국유재산 규모는 2005년만 해도 264조 원이었지만 2008년 300조 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11년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이 국가 재산에 포함되면서 1000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나라 부동산의 덩치는 커졌지만 활용도는 저조하다. 2013년 국유재산 912조 원 가운데 국가가 민간에 위탁해 리모델링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발한 규모는 569억 원(0.006%)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공시지가 기준 3600억 원 규모의 국유재산이 민간에 위탁돼 개발이 진행돼 개발 규모가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개발 비율이 0.1%도 안 된다. 일선 공무원들은 부처와 산하기관 보유 부동산을 개발해 수익을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개발을 추진하다가 실패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리모델링 등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 일례로 국토교통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에 있는 1만 m² 규모의 166억 원짜리 나대지를 1999년부터 줄곧 활용하지 않고 방치해 뒀다. 기재부는 항만청이 개발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2013년 관리권을 박탈했다. 기재부는 서울 논현로의 국세청 기숙사 건물도 이달에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기로 했다. 앞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관리를 하면서 개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공무원 발상은 한계, 민간 창의가 절실” 정부는 국유재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올려 나라 곳간을 채우는 선순환 구조를 공무원 조직이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뒷일’을 걱정하는 공무원식 발상으로 수익형 부동산 개발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간이 국유재산의 성격과 주변 입지를 분석해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라야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조만간 전국에 방치돼 있는 국유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민간투자 확대 방안을 구체화해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세무서와 우체국 등을 유망한 개발대상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심의 3층짜리 세무서를 민간 자본이 15층으로 재개발하면 관공서가 사무실을 공짜로 쓰는 대신에 나머지 층은 개발업자가 30년 한도로 임대사업을 해 임대수입을 올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국유재산을 적극 개발하면 나라 살림살이를 불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자리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용 / 박성진 기자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동아일보 연중기획 시리즈 ‘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태스크포스(TF)가 독자 여러분의제보를 기다립니다. △개인이나 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 △탈세 및 탈루 사례 △세금 및 재정 제도가 비효율적으로운영되는 사례 등을 tax@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화재에 취약한 도심 속 건물들의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인 의정부 아파트는 하나뿐인 탈출구와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허술한 소방안전 관리 체계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2일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학원과 1인 가구가 많은 고시촌 일대의 화재 대비 상태를 점검한 결과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됐다. ○ 탈출 불가능한 비상계단 취재팀이 학원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관악구 신림동 학원 15곳을 확인한 결과 이 중 7곳은 외부로 연결된 계단이 하나뿐이었다. 참사를 빚은 의정부 아파트처럼 별도의 비상계단이 없어 계단 쪽에서 화재가 날 경우 탈출로가 출입구와 연결된 계단 하나뿐이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처럼 불티가 출입구에 옮아 붙으면 탈출로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다. 비상계단을 갖춘 학원도 신속한 탈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대피로 표시등이 꺼져 있어 화재로 인한 정전 시 계단 출입문을 찾기가 어려웠고, 학원 복도와 계단은 폭이 약 1.5m에 불과해 한꺼번에 사람이 몰릴 때는 압사 등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학생 수가 100여 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원들(8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A학원 관계자는 “우리 학원은 다중이용업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업소는 수용 인원 300명 이상(570m² 이상)인 학원을 뜻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소규모 학원들은 스프링클러, 비상벨 등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뿐만 아니라 도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건물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실한 화재 대피시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신림동의 B학원에서는 완강기함 외부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내부는 절반 이상 물이 차 있었다. 완강기 고리의 철제 부분도 녹이 슬어 안전한 탈출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일부 학원에서는 소화기가 지정된 곳에 있지 않았고 출입문이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화재장비 없이 위험에 노출된 고시생들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 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고시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가구가 살고 있는 C고시원의 각 방과 복도를 점검한 결과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등 안전장비는 물론이고 비상 탈출구조차 없었다. 출입문을 제외한 유일한 탈출구는 창문이었으나 이마저도 창문을 열면 옆 건물의 벽이 맞닿아 있어 탈출이 어려웠다. 22가구가 사는 D고시원은 각층 복도 끝에 비상문을 설치했고 문을 열면 비상사다리를 통해 탈출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러나 비상문 앞에는 대형 정수기가 놓여 있어 쉽사리 문을 열 수 없었다. 이 경우 유일한 대피로는 옥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자가 화재 상황을 가상해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달려 올라가 봤다. 18초가 걸려 힘들게 옥상문 앞에 도착했지만 옥상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 교수는 “원룸 형태인 고시원은 면적이 좁아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아파트보다 빠르다”며 “특히 혼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재 발생을 파악하지 못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고시원 앞에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아 보였다. 서울 관악소방서 관계자는 “대학동의 경우 불법 주차로 인해 통행로의 폭이 좁아져 화재 현장 진입 시간이 지체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모 씨(48)에게 목 졸려 살해된 아내와 큰딸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강 씨가 가족들을 잠들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시신을 부검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강 씨의 아내(44)와 큰딸(14)의 시신에서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 성분을 검출했다. 작은딸(8)의 시신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국과수는 9일 시신에서 수면제 의심 성분이 검출돼 추가 정밀 조사를 벌였고 11일 3차 조사 끝에 의심 성분이 졸피뎀임을 확인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시신에서 검출된 졸피뎀의 양만으로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다”며 “졸피뎀 외 다른 성분도 검출됐지만 범행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환각 증세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경찰은 강 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말 가족과 자동차로 여행을 다녀오다 고의로 차 사고를 내 함께 세상을 떠나려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지 않아 실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범행에 실패한 강 씨는 1일 가족과 함께 서울로 돌아왔으며 5일 뒤 자택에서 세 모녀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 결과 졸피뎀 성분이 시신에서 발견됐고 강 씨가 범행 전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혀 계획범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면제 입수 경로와 시기 등을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 씨의 아파트에서 현장 검증을 할 예정이다.박성진 psjin@donga.com·정윤철 기자}

11일 오후 2시경 서울 양천구 A아파트. 11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10일 오전 화재가 난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와 크기만 다를 뿐 구조와 주변 환경이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A아파트 1층에는 차량 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2∼7층에 주민이 살고 있었다. 11층 이상 건물에만 설치 의무가 규정된 탓에 스프링클러는 보이지 않았다. 7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화재감지기 1개가 설치돼 있었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은 3개. 왼쪽에는 7층짜리 아파트가, 뒤쪽에는 5층 빌라가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는 약 2m.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옆 건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 서초구 B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층은 주차장, 2∼7층은 주거용이고, 역시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근처엔 지하철 2호선 교대역 먹자골목이 있어 야간에는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다. 아파트 진입로의 폭은 3m 정도. 차량 1대만 주차해도 평균 차폭이 2.5m인 소방차는 아예 진입할 수가 없다. 두 아파트와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건축 붐이 일면서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화재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곳이 많다. 박두석 국민안전처 소방정책국장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관련해 스프링클러 설치와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 관련 소방법령을 강화하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은 화염이나 유독가스 확산 속도가 빠르고 탈출에 걸리는 대피 시간도 길다. 도시형 생활주택처럼 기본적인 방화시설조차 없으면 더욱 위험하다. 11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47.1%(2010년 기준)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사무용 고층 건물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치명적인 화재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화재 전문가들은 “아파트든 사무실이든 고층건물에 불이 났다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불길과 연기가 수직계단과 복도를 통해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우선 현관문의 손잡이를 살짝 잡아 뜨겁지 않다면 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살핀다. 연기가 적어 호흡이 가능하면 젖은 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린 뒤 낮은 자세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가야 하지만 힘들면 옥상으로 피신해야 한다. 고층 빌딩 중에는 대피층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30층마다, 50층 미만 고층 빌딩은 중간층에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미 불이 확산돼 유독가스가 복도에 자욱할 때다. 연기를 마시면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대피하면 안 된다. 젖은 옷이나 이불로 문틈을 막아 최대한 연기 유입을 막고, 창문도 닫는다. 커튼에도 물을 뿌려 열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아파트 베란다의 비상탈출구(얇은 칸막이)를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옷가지나 귀중품을 챙기려다 대피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시간 여유가 있는데 서두르다 화를 당할 수 있다”며 “미리 대피요령을 잘 기억한 뒤 화재 때 침착하고 냉철하게 행동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박성진 기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 인상을 기대했던 아파트 경비원들이 ‘무급 휴식시간 연장’이라는 입주자 측의 대응으로 임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비원 분신사건 이후 고용승계 논란을 빚었던 서울 압구정동 A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해까지 식사 때 하루 2시간의 휴식을 보장받았다. 한 달 급여는 평균 186만 원이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이 350원 오르고 이를 100% 보장받게 되면서 경비원들이 수령할 한 달 급여는 230여만 원.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휴게시간 3시간 연장’을 결정하면서 실제 월급은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유급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 상승을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휴게시간에도 완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사 중에도 주차 관리나 입주민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일이 많다. 경비원 이모 씨(71)는 “밥을 먹다가도 차를 빼러 나가야 하는데 휴게시간에 어떻게 쉬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승계를 보장받았지만 A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을 맞은 경비원 7명이 퇴직하지만, 16일부터 새 고용계약을 맺는 용역업체 측은 추가 인력 충원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역업체 측은 “경비원 고용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의사항이라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비원들의 시름은 A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재진이 서울 강남과 양천구 목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 경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며 휴게시간을 연장했다. 목동에서 만난 경비원 박모 씨(66)는 “월급이 20만 원 정도 올라야 하지만 휴게시간이 2시간 늘면서 수령액은 사실상 그대로다. 지하에 쉴 공간이 있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휴게시간이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는 경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며 ‘주간 4시간, 야간 6시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24시간씩 격일제 근무이지만 실제 유급 노동시간은 이틀 동안 14시간에 불과하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2011년 경비 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 범위가 80%에서 90%로 올랐을 때엔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 손모 씨(32·여)는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잘 알지만 관리비 인상 등을 고려해 입주자 대표들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성민 min@donga.com·정윤철·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