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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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4-05-03~2024-06-02
국제일반34%
인사일반12%
사회일반9%
국제정세9%
유럽/EU9%
국제정치6%
러시아6%
칼럼6%
중국6%
중동3%
  • ‘38도’ 포르투갈 청년대회, 앱으로 폭염 경고-분수대에 물탱크도

    유럽 대부분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는 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러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가톨릭교도 약 150만 명이 모였다. 한국 못지 않은 고온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우려됐지만 주최 측은 스마트폰을 통해 폭염 경고를 내리고 탈수 방지를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등 세심하게 대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로이터 통신과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스본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다. 150만 청년들은 대회장인 리스본 외곽 테호공원에 운집했다. 축구장(0.714ha) 140면 넒이인 100ha에 달하는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은 6일 예정된 미사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주최 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경고를 보내고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권고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 앱에서는 현장 기온은 물론이고 응급시설 및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한 비상 연락망도 공지됐다.대회장에는 그늘을 제공할 만한 나무나 구조물은 없었지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분수대를 설치했고 수도 시설도 400군데 새로 설치했다. 참가자들은 분수대 안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모자도 제공했다. 대회장 곳곳에는 물탱크가 달린 트랙터가 수십 대 운행하며 물을 뿌려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가비상시민안전 당국은 6일 미사 도중에도 폭염에 대비한 분무 시설을 가동할 준비가 됐다고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참가자들은 스스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란 영 모데스타 청 씨는 “쓰레기통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었다”며 “더럽고 냄새도 나서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 우리 텐트처럼 됐다. 일종의 기적 같다”고 말했다.올해 37회째를 맞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복음 전파를 위해 열리는 가톨릭 최대 행사로 꼽힌다. 교황이 선정한 도시에서 2~4년 간격으로 개최되며 교황도 참석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청년이나 무신론자도 참석할 수 있다. 올해는 리스본에서 1일부터 6일간 열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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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가’ 프랑스 사람들도 식비 줄였다[조은아의 유로노믹스]

    며칠 전 프랑스 파리의 한 마트에서 다음 날 아침식사용 식재료를 샀다. 장바구니엔 네 가족이 먹을 샌드위치 재료와 과일과 야채 약간만 담겼다. 지갑을 열 부담이 느껴질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영수증에 찍힌 액수는 거의 30유로(약 4만2000원). 외식비를 아끼려 굳이 장을 보러 갔건만 외식비 만만치 않은 돈이 나가버렸다. 바쁜 아침 샌드위치를 만드는 수고와 이 액수를 생각하면 동네 빵집에서 샌드위치 네 개를 사서 먹는 게 나을 뻔했다.사실 1년 전만 해도 파리의 식재료 가격이 이 정도는 높게 체감되진 않았다. 그간 물가가 많이 뛰긴 뛴 것이다. 오죽하면 음식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조차 사상 처음으로 외식비가 아닌 식품 소비마저 줄이기 시작했을까. ● 프랑스인들 식비 처음으로 줄였다프랑스인들은 외식뿐 아니라 집밥 식재료 소비까지 줄이며 ‘짠물 소비’에 안간힘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 6월 식품 소비는 2021년 12월 대비 10% 감소했다. 프랑수아 지롤프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 경제학자는 “INSEE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가정의 식품소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미식의 나라’ 프랑스인들이 식비마저 줄일 정도로 소비가 위축된 건 멈추지 않는 물가 고공행진 때문이다. 프랑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년간 5~6%대를 이어왔다. 프랑스 물가 수준은 유럽 내에선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유럽 다른 국가들 물가는 더 높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물가지표(HICP)를 보면 6월 프랑스는 5.3% 올랐다. 하지만 EU 회원국 평균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은 6.4%였다. ECB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미치려면 한참 멀어 보인다.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미국은 이에 비하면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해 여름 8~9%대까지 치솟던 미국 물가상승률은 올 6월 3%대다. ● 유럽 물가가 유독 비싼 이유유럽 물가는 왜 유독 안정을 찾지 못하는 걸까.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가 유럽에서 유독 올랐기 때문이다.우선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같은 유럽 지역 국가들이 ‘곡물가 폭탄’을 안았다. 세계 밀 수출 1위국인 러시아, 4위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며 유럽의 곡물 수급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여기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 국가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근 영향이 컸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가격 폭등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을 줄였지만 그간 의존도가 워낙 높았다.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ACER)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0년 국가별 가스 공급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핀란드, 라트비아가 각각 90%대, 불가리아는 70%대였다. 특히 유럽 경제의 맏형인 독일마저 가스 공급의 50%가량을 러시아산에 의존했다. 독일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은 에너지 값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렸다. 결국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는 독일 경제를 경기 침체 위험으로 내몰았다.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반면 인력 수요가 많은 영향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게 되니 결국 식품 기업을 비롯해 전반적인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ECB, 금리 인상 멈추나유럽 물가가 여전히 높으니 ECB는 계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억제할 법하다. 하지만 ECB가 최근 들어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CB는 7월 27일 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려 9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에 예전과 다른 신호를 보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7월 30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다음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 9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며 “금리 추가 인상이나 동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를 멈출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다만 그는 동시에 “9월이든 언제든 금리를 동결해도 반드시 (금리 동결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지속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금리의 향방을 알쏭달쏭하게 제시했다. 혹시나 9월 금리가 동결돼도 이후에 여전히 물가가 높으면 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CB가 여전한 고물가 속에서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비친 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CB가 기준금리 동결을 고려한 이유로 유럽 자산 가격의 급락 우려가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ECB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면 물가를 다스리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간 금리를 9회 높인 통화정책의 효과가 앞으로 찬찬히 나타난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7월 곡물 수출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시켜 곡물가격이 다시 급등했고, 폭염과 폭우 등 세계적 이상기후마저 작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물가 불안 요인이 이처럼 끝없이 터지는데 경기 침체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ECB의 고뇌가 여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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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가던 北무기, 우크라측서 압수” … 韓정부 “개연성 충분”

    우크라이나군이 북한제 무기를 사용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하면서 지난해부터 제기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의혹의 실체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무기를 지원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북한제 무기는 122mm 다연장 로켓탄이다.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이 로켓탄을 사용했다. F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적 국가’가 러시아군 손에 건너가기 전 이 북한제 탄을 압수해 우크라이나군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러 지원 北 무기는 연평도 포격 때 쓴 방사포탄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 일대. 우크라이나군은 ‘방-122’ 등 한글이 찍힌 로켓탄을 정비하며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켓탄에는 러시아어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옮긴 북한식 외래어 표기법도 등장한다. 이는 FT가 이번에 사진과 함께 공개한 내용이다. ‘방’은 다연장 로켓의 북한식 명칭인 ‘방사포’를 뜻한다. 122mm 탄은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 타격을 위해 최전방 부대 등에 배치한 방사포용이다. 이 로켓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사용 중인 옛 소련제 다연장 로켓포 그라드(BM-21)에 탑재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된다. 과거 북한은 옛 소련 등에서 그라드 다연장 로켓포와 탄을 들여오면서 이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포와 탄 등을 자체 제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돼 122mm 탄이 빠르게 소진되자 북한에 이 무기를 여러 차례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이 로켓탄 대부분이 30∼40년이 넘은 만큼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 애물단지 탄을 대거 러시아로 보내면서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포병대 지휘관 루슬란은 “북한산 무기는 대부분 1980년대와 1990년대 제조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며 “불발률이 높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노후화된 탄을 러시아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새로운 운송방식 시도하다 발각 가능성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이 제기되면 일관적으로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미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한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이 철도를 통해 북한과 무기를 거래했다며 위성사진 등을 공개했을 때도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엔 로켓탄에 인쇄된 북한어까지 그대로 공개돼 북한이 더이상 무기 지원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29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절박하게 무기를 찾고 있다”며 “북한에서, 이란에서 (이런 행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에 대해선 “무기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러시아가 고위급인 국방장관을 보낸 것이나 외교장관이 아닌 국방장관을 보냈다는 사실 등을 보면 군사적 목적의 방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이미 시리아에 122mm 로켓탄을 공급했고 이란이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 등에도 무기를 공급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로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했다.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은 주로 북-러를 잇는 철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엔 대량 운송을 위해 ‘제3의 운송’ 방법을 시도하다 우크라이나 우방국 병력에 검문검색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단장은 “철로를 이용하면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데 속도가 느린 데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까지 너무 멀고 운송량이 적은 단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러가 대량으로 더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한 밀거래 방법을 택했다가 이번에 미국 등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에 발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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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바그너용병 100명, 국경 근처로 이동”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국경을 맞댄 폴란드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공격 위협이 잇따르며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남부 글리비체 무기 공장을 방문해 “바그너그룹 부대 약 100명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 근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로 위장해 불법 이민자들의 폴란드 입국을 돕거나, (스스로) 불법 이민자인 척하고 폴란드에 침투하려 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서 각각 15km,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그로드노는 양국 사이의 길이 96km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回廊)과도 가깝다. 수바우키 회랑은 발트해 연안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를 잇는 유일한 육상 통로다.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하면 발트 3국과 나토의 다른 회원국을 사실상 분리할 수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정규 및 비정규전과 사이비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보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벨라루스 방면 국경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27일 국경 폐쇄 가능성에 대해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협의 중이다. 바그너그룹이 나토와 EU 국경에서 심각한 일을 벌인다면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뜻하는 조처를 결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항상 준비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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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조은아]‘축구 경기’가 돼 버린 스페인 총선의 교훈

    투표 열기가 폭염처럼 뜨거웠던 지난주 스페인 총선 결과는 예상과 달리 미적지근했다. 제1야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PP)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 집권 사회노동당(PSOE)에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상은 달랐다. 국민당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하원 전체 의석 350석 가운데 1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33석을 얻은 극우 정당 복스(VOX)를 끌어들이더라도 과반 기준인 176석에 미치지 못한다. 좌파나 중도 좌파 정당과 손잡지 않으면 연립정부를 꾸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국민당이 사회노동당과 연정을 할 이유는 없기에 벌써부터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PSOE가 122석을 얻은 데서 알 수 있듯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투표율은 70%를 넘겼고 부재자 우편 투표가 사상 최다였다. 그만큼 좌우 양 진영이 지지자 결집에 애썼다는 얘기다. 우파 지지자는 스페인 국기 색상인 노랑과 빨강 리본을, 좌파 지지자는 무지개색 리본을 손목에 차고 거리로 나왔다. 그 결과 거대 정당인 국민당과 사회당 합산 득표율이 2019년 45%에서 65%로 뛰었다. 영국 BBC 방송을 비롯한 외신은 ‘선거가 축구 경기가 됐다’ ‘부족끼리 겨루는 격’이라고 논평했다. 이런 모습은 기성 거대 정당이 힘을 잃고 중도나 극우 성향 정당이 부상하며 다극화하는 다른 유럽 국가와 대조된다. 프랑스에서는 현대 정치사를 양분하던 우파 공화당과 좌파 사회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각각 당선 의석수 5위, 10위에 그쳤다. 초라한 몰락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20%대를 찍으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는 주요 3당을 제쳤다. 스페인 정치 양극화의 뿌리는 깊다. 1975년 파시스트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가 막을 내린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두 진영 갈등이 깊어졌다. 좌우가 열린 토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후회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경제 양극화가 이념 갈등에 불을 질렀다. 지난해 10%대로 치솟은 물가를 비롯해 경제가 어려워지자 집권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됐지만 물밑에서는 ‘극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심리가 견제하는 힘으로 작동했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양극화’라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결국 양당은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전에 좀 더 치중했고 이는 양 진영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런 스페인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산적한 민생 문제를 삼켜 버린 정쟁이 경제 규모 세계 14위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완화된 지난해 5.5% 성장했지만 올해는 2.1%, 내년에는 1.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양극화가 스페인의 현대화와 개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보다 경제 순위가 한 계단 앞선 13위 한국으로서는 스페인의 현실이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미국 홍보(PR) 컨설팅 기업 에덜먼 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은 브라질 멕시코 등과 함께 ‘정치, 경제 양극화 위험국’으로 꼽혔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진영 논리에만 빠져 선거를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축구 경기로 삼는 우를 범해 노동 금융 복지 같은 시급한 경제 개혁 과제들을 더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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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너 용병들, 폴란드 침투 가능”…동유럽 확전 긴장 고조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국경을 맞댄 폴란드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공격 위협이 잇따르며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남부 글리비체 무기 공장을 방문해 “바그너그룹 부대 약 100명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 흐로드나(그로드노) 근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로 위장해 불법 이민자들 폴란드 입국을 돕거나, (스스로) 불법 이민자인 척 폴란드에 침투하려고 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서 각각 15km, 3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흐로드나는 양국 사이 길이 96km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回廊)과도 가깝다. 수바우키 회랑은 발트해 연안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를 잇는 유일한 육상 통로다.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하면 발트 3국과 나토 다른 회원국을 사실상 분리할 수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규 및 비정규전과 사이비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보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벨라루스 방면 국경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27일 국경 폐쇄 가능성에 대해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협의 중이다. 바그너그룹이 나토와 EU 국경에서 심각한 일을 벌인다면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뜻하는 조처를 결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항상 시나리오에도 준비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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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굴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7일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54개국 중 21개국 정상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3명이 참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프랑스 등이 외교사절을 통해 명백하고 뻔뻔하게 아프리카 국가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약해진 아프리카를 다시 러시아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침략 규탄 성명을 채택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이 기권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아프리카 기아 문제가 더욱 악화됐고, 흑해 곡물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면서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 곡물 2만5000∼5만 t을 무상 지원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36시간 무장 반란’ 이후 존립이 불안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상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NYT는 “아프리카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외교관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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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면 구긴 푸틴…러-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자 절반 ‘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흑해 곡물 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해 아프리카 지역 식량 위기가 고조된 데다 이 지역 정상들을 보호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운명이 불투명해지면서 생긴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정상 21명이 참석한다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밝혔다.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5명이 참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참석 정상이 준 것에 대해 “미국 프랑스 등이 외교 사절을 통해 절대적으로 명백하고 뻔뻔하게 아프리카 국가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약해진 아프리카를 다시 러시아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며 유대를 강화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 총회가 침략 규탄 성명을 채택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이 기권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원활하지 못하자 기아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식량난이 더욱 악화됐고 흑해 곡물 협정 종료로 곡물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 55개국 연합체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또 ‘36시간 무장 반란’ 이후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던 바그너그룹 존립이 불안해지자 정상들도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 NYT는 “이번 회담은 ‘곡물 정치’가 지배하겠지만 아프리카 수장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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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산불 8일째, 관광객 등 2만명 대피… 伊 남부지역 47도 폭염, 북부선 살인 강풍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관광객이 대피하고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지중해 수면은 20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쪽 휴양지 에비아섬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2명이 숨졌다. 현장에선 불에 탄 목축업자 시신도 발견됐다. 에비아섬에서는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해 소방 비행기 4대, 소방관 100명이 동원돼 진화하고 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로도스섬은 18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산불이 계속됐고 관광객을 비롯해 2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코르푸섬에서도 산불로 약 2500명이 피신했다. 지난 한 주 3만5000ha에 이르는 그리스 숲이 소실됐다고 현지 언론은 추산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선 25일 강풍이 불어 여성 2명이 숨졌다. 1억 유로(약 14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는 긴급 조치를 발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해양부 장관은 “내각은 비상 사태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는 지속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이날 기준 남부 16개 도시에서 심각한 폭염을 경고하는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칼라브리아에서는 한 주택에 불이 나 98세 남성이 숨졌다고 ANSA통신이 전했다. 시칠리아 섬에선 26일 노인 3명이 산불로 숨졌다. 시칠리아 일부 지역은 24일 기온이 섭씨 47.6도까지 올라 2년 전 이곳에서 기록된 유럽 최고 기온(섭씨 48.8도)에 근접했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는 이날 지중해 일평균 수면 온도가 섭씨 28.71도로 28.25도를 기록한 2003년 8월 23일 기록을 깼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에서도 25일 오후부터 수도 리스본 서쪽에 있는 자연공원에서 산불이 번져 소방관 600여 명이 구조 작업을 벌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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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유엔용사, 한국에 사후안장 19명… 콜롬비아 4명도 추진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가 콜롬비아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953년 정전 이후 콜롬비아 참전용사의 한국 사후 안장은 처음이다. 사후 안장이 최종 확정되면 11월경 호세 세르히오 로메로 씨 등 참전용사 4명의 유해가 본국에서 1만5000km 떨어진 한국으로 옮겨져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들 참전용사들은 생전 “70여 년 전 목숨을 걸고 싸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훈부는 전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韓에 묻히길”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의 사후 안장을 위해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11개국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1951년 6월 1개 보병대대를 시작으로 3차례에 걸쳐 연인원 5100여 명이 참전해 213명이 전사하고 448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1974년부터 한국을 포함해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등 전사자가 안장된 11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다. 이들 나라를 제외한 참전국 용사들의 사후 안장을 위해선 11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유엔 참전용사의 1호 사후 안장은 2015년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씨(1928∼2015)다. 이후 지금까지 19명의 참전용사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생전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표하며 한국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본격화된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으로 한국을 다녀간 뒤 사후 안장 요청이 잇따랐다고 한다. “전쟁 폐허에서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발전상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부산에 잠든 전우들 곁에 잠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 지난해 6월 사후 안장된 캐나다 참전용사 존 로버트 코미어 씨(1932∼2021)는 임종 전 뇌졸중을 앓아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에서도 동생을 통해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보훈부 관계자는 “자신의 참전이 옳았다는 확신과 함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 사후 안장을 결심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사후 안장을 신청하는 노병들은 “한국이 제2의 고향”이라는 심경을 빼놓지 않는다는 것.● “남편, 동지들과 함께 韓에 잠들고 싶어 해” “남편은 한국에서 (같이 싸운) 동지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한국에 묻히는 게 그의 꿈이었죠.” 지난해 11월 남편 로베르 피크나르 씨(1934∼2020) 유해의 사후 안장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엘리안 피크나르 씨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프랑스에 묻혔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이 원하던 바여서 만족한다”며 “남편의 사후 안장은 훌륭한 의식이었다. 남편이 너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남편을 만나러 한국을 찾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2019년 사후 안장된 영국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 씨(1927∼2018)는 한국(태극무공훈장)과 영국 정부(빅토리아 십자훈장)로부터 모두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2015년 방한 당시 자신의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며 “죽어서도 한국을 수호하겠다”, “영국 사람들에게 늘 한국의 발전상을 전하며 ‘내가 그곳에서 싸웠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잊혀진 전쟁’의 ‘잊혀진 영웅’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의 평화 번영을 일궈낸 주역이라는 자긍심을 재발견하면서 유엔 참전용사들의 사후 안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훈부는 예상하고 있다. 박 장관은 “유엔기념공원을 세계적 ‘보훈성지’로 가꾸려면 사후 안장 대상국을 더 확대하고 보훈부가 실질적으로 관리·관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외교부에 여러 차례 관련 요청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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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곡물수출 막으려… ‘나토 회원국’ 루마니아 인접, 다뉴브강 하류 창고도 공격

    우크라이나 남부 곡물 수출 항구도시 오데사를 일주일 연속 공격한 러시아가 다뉴브강 하류 곡물 창고까지 공격했다. 곡물 수출 우회로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루마니아와 가장 가까운 곳을 타격한 것이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데사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다뉴브강 하류 항구마을 레니의 곡물 창고가 러시아군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접경지인 다뉴브강 삼각주에 있는 레니는 오데사를 통한 곡물 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거점으로 꼽힌다. 레니 군사행정 책임자 올레 키퍼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4시간 동안 이어진 드론 공격으로 7명이 다쳤으며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레니 공격으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8.5% 올랐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몰도바 국경이 만나는 다뉴브강 삼각주 지역에서는 최근 매달 우크라이나 곡물 200만 t이 수출됐다. NYT는 이번 공격이 흑해 곡물 수출의 우회로마저 차단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면서 동시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나토 회원국 영토에 가장 근접한 곳을 공격해 서방과 직접 군사 대치할 확률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이날 공격은 수도 모스크바 국방부 인근 건물 두 동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일부 파손된 뒤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모스크바와 크림반도에 대한 드론 공격이 더 감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내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 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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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오려고 1년전 예약” 유럽 관광 폭증… 박물관 입장제한-관광세 신설 등 자구책

    “지난달 중순에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예약하려니 이달 말까지 매진이었어요. 직접 창구에서 표를 구하려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갑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네덜란드 유학생 술탄 카미야스바예브 씨는 매표소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못 봐서 아쉽다”며 휴가철이 지난 뒤 다시 노려보겠다고 했다. 미국인 관광객 앨런 블록 씨는 “파리행(行) 비행기표를 1년 전 끊었고, 박물관 입장권은 6개월 전 예약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분출되며 여름 휴가철을 맞은 프랑스 등 유럽에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 유명 관광지들은 입장을 제한하고 ‘관광세’를 도입하는 등 밀려드는 인파를 밀어낼 묘안을 짜내고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프랑스 호텔 이용자 수는 올 1분기(1∼3월) 426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9% 증가했다.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팬데믹 이전엔 관광객 1인당 하루 평균 카드 결제액이 356달러(약 45만 원)였지만 올 1∼4월엔 평균 390달러(약 50만 원)였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독일 숙박예약 업체 홀리두에 따르면 유럽에서 거주민 1인당 관광객 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2명), 아일랜드 더블린(11명), 에스토니아 탈린(10명), 파리(9명) 순이었다. 거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것이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올 1∼5월 스페인을 찾은 한국인도 16만720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한국인 방문객의 92.7% 수준이다. 관광객이 늘면 관광 수익이 늘어 당국이 반길 법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파가 몰리며 관광의 질이 떨어지고 지역 주민들과 마찰이 생겨나는 ‘오버 투어리즘’ 현상에 고민이 크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익숙해진 한적한 관광지를 선호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로 몰리고 있다”며 당황한 지역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루브르 박물관은 하루 방문 인원을 최근 4만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제한했다. 안전사고를 막고 쾌적한 관람을 돕기 위해서다. 건물 색상이 알록달록해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파리 크레미외 거리에는 일찍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세워졌다. 주민들이 “관광객들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포르투갈의 유명 어촌 마을 올량은 조만간 최대 2유로(약 3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한다. 한국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스위스 이젤트발트에 ‘인증샷’을 찍으려는 K드라마 팬들이 몰리자 최근 지방정부는 5스위스프랑(약 7000원)의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해안 마을 포르토피노에서도 석 달 전부터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급증하는 관광객에 에어비앤비 등 숙박시설까지 난립하자 파리,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렌체 등에서는 당국이 특정 지구에 한해 에어비앤비 신규 주택 단기 임대를 금지했다. 도심 주택들을 숙박시설이 차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집 찾기가 힘들어지고 집값도 오르기 때문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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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그만 와”…관광객에 질린 유럽, 인증샷 금지에 관광세까지

    “지난달 중순에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예약하려니 이달 말까지 매진이었어요. 직접 창구에서 표를 구하려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갑니다.”최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네덜란드 유학생 술탄 카미야스바예브 씨는 매표소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못 봐서 아쉽다”며 휴가철이 지난 뒤 다시 노려보겠다고 했다. 미국인 관광객 앨런 블록 씨는 “파리행(行) 비행기표를 1년 전 끊었고, 박물관 입장권은 6개월 전 예약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분출되며 여름 휴가철을 맞은 프랑스 등 유럽에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 유명 관광지들은 입장을 제한하고 ‘관광세’를 도입하는 등 밀려드는 인파를 밀어낼 묘안을 짜내고 있다.● 방문객 제한, ‘관광세’ 부여도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프랑스 호텔 이용자 수는 올 1분기(1~3월) 426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9% 증가했다. 관광객들의 돈 씀씀이도 커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엔 관광객 1인당 하루 평균 카드 결제액이 356달러(약 45만 원)였지만 올 1~4월엔 평균 390달러(약 50만 원)였다. 독일 숙박예약 업체 홀리두에 따르면 유럽에서 거주민 1인당 관광객 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2명), 아일랜드 더블린(11명), 에스토니아 탈린(10명), 파리(9명) 순이었다. 거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것이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올 1~5월 스페인을 찾은 한국인도16만720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한국인 방문객의 92.7% 수준이다. 관광객이 늘면 관광 수익이 늘어 당국이 반길 법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파가 몰리며 관광의 질이 떨어지고 지역 주민들과 마찰이 생겨나는 ‘오버 투어리즘’ 현상에 고민이 크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익숙해진 한적한 관광지를 선호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로 몰리고 있다”며 당황한 지역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이에 루브르 박물관은 하루 방문 인원을 최근 4만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제한했다. 안전사고를 막고 쾌적한 관람을 돕기 위해서다. 건물 색상이 알록달록해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파리 크레미유 거리에는 일찍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세워졌다. 주민들이 “관광객들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포르투갈의 유명 어촌 마을 올량은 조만간 최대 2유로(약 3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한다. 한국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스위스 이젤발트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K-드라마 팬들이 몰리자 최근 지방정부는 5스위스프랑(약 7000원)의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해안 마을 포르토피노에서도 석 달 전부터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신규 허가 금지” 급증하는 관광객에 에어비앤비 등 숙박시설까지 난립하자 당국이 신규 허가를 금하는 도시도 생겨났다. 도심 주택들을 숙박시설이 차지해 실수요자들이 집 찾기가 힘들어지고 집값도 오르기 때문이다. 파리시는 올 5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서 신규 에어비앤비 허가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렌체도 역사지구 내 신규 단기주택 임대를 금지했다고 지난달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가 전했다.앞으로 유럽 유명 관광지에선 각종 입장권과 숙박 장소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리의 여행사 ‘임팩트’ 직원 베베르리 페브리 씨는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관광지가 훼손되지 않게 사람들을 많이 받지 않으려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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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학폭 가해자 부모에 벌금… 日, 교사 폭행땐 경찰 넘겨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학생이 교권을 침해할 경우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수업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교권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폭력 행위에 대해 그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 책임을 묻고 있다. 미국은 교권 보호를 위해 학교장이 문제 해결 주체로 나선다. 규율을 어긴 학생을 직접 지도하거나, 그 학부모와 소통한 후에도 계속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면 학교는 징계, 강제 전학 혹은 법적 조치를 취한다. 체벌이 금지된 미국에서 교권이 보장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사이버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가해 학생 부모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뉴욕주 노스토나완다시(市)는 2017년 학교 폭력을 자행한 학생 부모에게 최장 15일 구금이나 벌금 250달러(약 32만 원)를 물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위스콘신주 위스콘신래피즈시 의회도 2019년 가해 학생 부모에게 최대 313달러(약 40만 원)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일본 문부과학성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폭력 행위 중 약 12%인 9426건이 학생의 교사 폭행이었다. 2020년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로 생긴 정신질환 때문에 휴직한 교사는 5180명, 1개월 이상 병가를 낸 교사는 9452명이었다. 이처럼 교권 침해가 늘어나자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사 교육 활동 보호 매뉴얼을 만들었다. 오사카시에서는 문제가 되는 학생 행위를 5단계로 나누고 교사에게 전치 3주 이상 피해를 입히는 등 가장 높은 단계 학생은 바로 경찰에 넘긴다. 경찰은 지자체와 함께 아동자립지원시설에서 학생 갱생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기후현(縣)에서는 교사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언성을 높여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는 녹음을 하겠다고 알리도록 했다. 교사가 조용히 말하도록 두세 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학부모 태도가 바뀌지 않거나 구체적인 폭력 행위나 협박 표현을 할 때는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교권 보호를 위해 2013년 교직원이 학생을 통제하고 제지하는 방식을 제시한 ‘타당한 처벌 권고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훈육을 거부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야 할 때, 학교 행사나 수학여행 등을 방해할 때, 학생이 교원이나 다른 학생을 공격할 때는 교사가 해당 학생을 처벌할 수 있다. 교사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 사이에 서서 싸움을 막거나 물리적 접촉을 통해 해당 학생을 교실에서 쫓아낼 수 있다. 물론 물리적 접촉이 있을 경우 ‘학생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부상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해 교사들의 적극적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에선 교사의 징계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교권 보호 제도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교육법에 교사가 수업권을 침해당했을 때 교장이나 교원위원회 임명 협의체가 논의해 학생 수업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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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서 곡물 선박 겨냥 실사격 훈련… 쌀 수출 1위 인도, 수출 절반 축소 ‘비상’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을 적(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러시아가 흑해 북서 해상에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흑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 해군) 흑해함대가 흑해 북서부 훈련장에서 표적함(艦)을 향해 순항미사일 사격을 했다. 표적함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 훈련에서는 일시적 항행 통제된 해역을 고립시켜 위반 선박을 억류하는 조치도 취했다”고 했다. 17일 흑해곡물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 대체 항로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우크라이나행 선박을 적함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데 이어 실사격 훈련까지 벌인 것.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러시아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짜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나흘 연속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에 미사일 7발을 날려 곡물 저장소 등을 파괴했다고 오데사 주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일 성명에서 “21일 0시부터 러시아가 통제하는 흑해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위험이 될 군용 화물 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흑해가 긴장감에 휩싸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논란이 된 집속탄을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남동부 전선에서 집속탄을 썼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모(母)폭탄 속의 수백 개 자(子)폭탄이 함께 터져 여러 목표를 동시다발로 공격할 수 있어 민간인 살상이 우려되는 무기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을 제외한 세계 120여 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차단될 위기 속에서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해 1위 국가인 인도가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을 이유로 기존 수출량 절반가량의 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국내 시장 쌀 공급 보장과 쌀값 상승세 진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한 달 전보다 3%, 지난해보다 11.5% 올랐다. 수출 금지 쌀 품목은 비바스마티 백미와 깨진 쌀로 지난해 인도 쌀 수출량 2200만 t 중 약 45%인 1000만 t을 차지한다. 농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그로 인텔리전스’는 이번 조치로 인도산 쌀 주요 수입국인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식량 불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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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서 곡물 선박 겨냥 실사격 훈련…우크라, ‘맞불’ 경고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을 적(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러시아가 흑해 북서 해상에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흑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 해군) 흑해함대가 흑해 북서부 훈련장에서 표적함(艦)을 향해 순항미사일 사격을 했다. 표적함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 훈련에서는 일시적 항행 통제된 해역을 고립시켜 위반 선박을 억류하는 조치도 취했다”고 했다. 17일 흑해곡물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 대체 항로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우크라이나행 선박을 적함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데 이어 실사격 훈련까지 벌인 것. 윌리엄 번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러시아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짜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나흘 연속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에 미사일 7발을 날려 곡물 저장소 등을 파괴했다고 오데사 주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일 성명에서 “21일 0시부터 러시아가 통제하는 흑해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위험이 될 군용 화물 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흑해가 긴장감에 휩싸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논란이 된 집속탄을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남동부 전선에서 집속탄을 썼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모(母)폭탄 속에 수백 개 자(子)폭탄이 함께 터져 여러 목표를 동시다발로 공격할 수 있어 민간인 살상이 우려되는 무기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세계 120여 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차단될 위기 속에서 세계 쌀 수출 40%를 차지해 1위 국가인 인도가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을 이유로 기존 수출량 절반가량의 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국내 시장 쌀 공급 보장과 쌀값 상승세 진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한 달 전보다 3%, 지난해보다 11.5% 올랐다. 수출 금지 쌀 품목은 비바스마티 백미와 깨진 쌀로 지난해 인도 쌀 수출량 2200만 t 중 약 45%인 1000만 t을 차지한다. 농업 분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그로 인텔리전스’는 이번 조치로 인도산 쌀 주요 수입국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식량 불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 쌀 수출협회 명예회장 추끼앗 오파스웡세는 “일부 상인들은 가격이 t당 700~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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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학폭 가해자 부모에 법적 책임…日, 교사 폭행땐 경찰 넘겨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학생이 교권을 침해할 경우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수업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교권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폭력 행위에 대해 그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 책임을 묻고 있다. 미국은 교권 보호를 위해 학교장이 문제 해결 주체로 나선다. 규율을 어긴 학생을 직접 지도하거나, 그 학부모와 소통한 후에도 계속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면 학교는 징계, 강제 전학, 혹은 법적 조치를 취한다. 체벌이 금지된 미국에서 교권이 보장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사이버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가해 학생 부모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뉴욕주 노스토너원더시(市)는 2017년 학교 폭력을 자행한 학생 부모에게 최장 15일 구금이나 벌금 250달러(약 32만 원)를 물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위스콘신주 래피즈시 의회도 2019년 가해 학생 부모에게 최대 313달러(약 40만 원)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일본 문부과학성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폭력 행위 중 약 12%인 9426건이 학생의 교사 폭행이다. 2020년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로 생긴 정신질환 때문에 휴직한 교사는 5180명, 1개월 이상 병가를 낸 교사는 9452명이었다. 이처럼 교권 침해가 늘어나자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사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만들었다. 오사카시에서는 문제 되는 학생 행위를 5단계로 나누고 교사에게 전치 3주 이상 피해를 입히는 등 가장 높은 단계 학생은 바로 경찰에 넘긴다. 경찰은 지자체와 함께 아동자립지원시설에서 학생 갱생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기후현(縣)에서는 교사에게 위압적인 태도나 언성을 높여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는 녹음을 하겠다고 알리도록 했다. 교사가 조용히 말하도록 두세 차례 주의를 줬는데도 학부모 태도가 바뀌지 않거나, 구체적인 폭력 행위나 협박 표현을 할 때는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교권 보호를 위해 2013년 교직원이 학생을 통제하고 제지하는 방식을 제시한 ‘타당한 처벌 권고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훈육을 거부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야 할 때, 학교 행사나 수학여행 등을 방해할 때, 학생이 교원이나 다른 학생을 공격할 때는 교사가 해당 학생을 처벌할 수 있다. 교사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 사이에 서서 싸움을 막거나 물리적 접촉을 통해 해당 학생을 교실에서 쫓아낼 수 있다. 물론 물리적 접촉이 있을 경우 ‘학생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부상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해 교사들의 적극적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에선 교사의 징계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교권 보호 제도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교육법에 교사가 수업권을 침해 당했을 때 교장이나 교원위원회 임명 협의체가 논의해 학생 수업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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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 우크라行 선박, 적으로 간주”… 밀 가격 8.5% 급등

    흑해곡물협정의 일방적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적(敵) 선박’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민간 선박이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잇단 위협에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밤 텔레그램을 통해 “흑해곡물협정 만료 및 인도주의적 해상 회랑(回廊) 종료와 관련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 20일 0시(한국 시간 오전 6시)부터 흑해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 선 분쟁 당사국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9일 “미국 정부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에 접근하는 항로에 해상 기뢰를 추가 설치했다”며 흑해를 항행하는 민간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19, 20일 이틀 연속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오데사 항구 곡물 저장시설과 원유 저장고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오데사에서 소실된 곡물은 약 6만 t으로 집계됐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 수출 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안전하게 보장하되 러시아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됐다. 하지만 이달 17일 러시아가 자국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19일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 곡물 수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임시 운송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곡물 수송선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에까지 위협을 가한 것이다. 세계 곡물가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밀 선물 가격은 19일 8.5% 급등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최대 폭으로 뛰어올랐다. 한편 지난달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행방이 묘연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처음으로 자신의 공식 텔레그램에 등장했다고 이날 로이터가 전했다. 프리고진은 영상을 통해 벨라루스에 도착한 자신의 병사들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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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흑해해역 우크라行 선박 적으로 간주”…밀 가격 최대폭 상승

    흑해 곡물 협정의 일방적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적(敵) 선박’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민간 선박이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잇단 위협에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밤 텔레그램을 통해 “흑해 곡물 협정 만료 및 인도주의적 해상 회랑(回廊) 종료와 관련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 20일 0시(한국 시간 오전 6시)부터 흑해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 선 분쟁 당사국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9일 “미국 정부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에 접근하는 항로에 해상 기뢰를 추가 설치했다”며 흑해를 항행하는 민간 선박이 공격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19, 20일 이틀 연속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오데사 항구 곡물 저장시설과 원유 저장고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오데사에서 소실된 곡물은 약 6만t으로 집계됐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 수출 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안전하게 보장하되 러시아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유엔과 튀르키예(터기)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됐다. 하지만 이달 17일 러시아가 자국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19일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 곡물 수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임시 운송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곡물 수송선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에까지 위협을 가한 것이다. 세계 곡물가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밀 선물가격은 19일 8.5% 급등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최대 폭으로 뛰어 올랐다. 한편 지난달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행방이 묘연하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처음으로 공식 영상에 등장했다고 이날 로이터가 전했다. 이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도착한 자신의 병사들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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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최저임금 9860원… 1만원 코앞서 속도조절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19일 결정했다.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인상) 오른 금액이다. ‘1만 원’을 넘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경제 위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전날(18일)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6시경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반영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209시간 기준)이다. 지난달 노동계는 최초안으로 1만2210원(26.9% 인상)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9620원)’을 요구했다. 거듭된 회의 끝에 양측은 18일 8차 수정안에서 775원(노동계 1만580원, 경영계 9805원)까지 차이를 좁혔다. 이후 공익위원들이 하한 9820원(2.1% 인상), 상한 1만150원(5.5% 인상)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18일 밤 12시를 넘겨 노사는 10차 수정안에서 180원(노동계 1만20원, 경영계 9840원)까지 차이를 좁혔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후 공익위원은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최임위는 19일 오전 노동계 제시안(1만 원)과 경영계 제시안(9860원)을 두고 표결했다. 총 26명의 위원이 참석해 경영계 안이 17표, 노동계 안이 8표를 받았고 무효(기권) 1표가 나왔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2016년(108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기간 심의’였다. 매년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다른 국가들도 임금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25%나 끌어올렸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만 올리기로 했다. 경제 위기,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 악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최저임금 6년새 49% 올라… 공익위원들, 불황속 경영계案 몰표 1만원 앞 속도조절해 9860원공익위원 제시한 ‘9920원’ 중재안민노총 위원들 1만원 고집에 무산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최종 심의 결과 9860원으로 19일 결정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2.5%)이다.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은 약 50% 올랐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시간당 1만 원을 넘었다. 여기에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영 악화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임위가 속도 조절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1만 원까지 140원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2021년(1.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기획재정부 기준 3.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직후 “(한국)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절대 금액이 절반밖에 안 될 때는 팍팍 올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지금은 2.5% 인상도 액수로 따지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었던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도, 2019년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급등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이후 인상률은 급락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470원)과 비교하면 48.7% 오른 금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2%로, 분석 대상 30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 프랑스(61.9%), 독일(54.2%), 일본(46.2%) 등보다 높다. 중위임금은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뜻한다. 중위임금 대비 비율이 높다는 건 해당 국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중간값과 비교할 때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절대 금액 역시 아시아 최고 수준인 일본과 비슷할 만큼 높아졌다. 일본의 올해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961엔(약 8725원)이다. 엔저 현상을 고려해도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안에 사실상 몰표를 던진 데는 이 같은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 “실질임금 삭감” vs 소상공인 “고용 감소”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모두 불만을 표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임위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고 그 결과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돼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공익위원 중재안(9920원)을 거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용자위원 9명과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동의했지만 민노총 위원 4명이 ‘1만 원’을 고집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중재안은 무산됐다. 결국 중재안보다 60원 적은 금액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노동계 내부에서도 “1만 원에 가까운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결정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세종=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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