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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이 도발을 계속할수록 외교·경제적 압박을 받아 ‘몰락의 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걸 깨닫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다섯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하지만 18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엔 총회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고 했다. 다시 군사옵션을 강조하고 나선 트럼프 정부와 폭주하는 북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답답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군사옵션 앞세운 트럼프 정부 이날 한미 정상 전화통화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하루 뒤인 4일에 이어 13일 만에 다시 통화를 가진 것. 양측은 ‘엇박자’ 논란을 의식해 우리 정부의 대북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은 사전에 논의 안건에서 빼기로 했고 25분간의 통화 후 처음으로 브리핑 내용도 조율해 발표했다. 두 정상은 북한과의 대화, 또는 군사적 옵션을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한 실효적 제재와 압박,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과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첨단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국의 첨단무기 구입 및 기술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B2 장거리 스텔스 전략폭격기 등을 둘러본 뒤 “미국의 첨단무기가 미국의 적들을 산산조각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북 군사 옵션을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도 외교적 해법에 대한 회의론을 내비치며 군사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사적 옵션의 부재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다. 군사옵션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조치와 외교적 진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방식의 한계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도 “이 시점에 안보리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평화적 해결 설득할 것”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를 앞두고 이날 오후 발표한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문’에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며 “국제 사회가 우리와 함께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의 대북정책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이라며 “보수정권의 대결 일변도 정책과 다를 바 없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과 일본이 문재인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보수정권과 다를 게 없다’며 연일 도발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유엔 총회를 통한 북핵 외교전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접견에서 대북 특사 파견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의 역할 확대를 통해 꽉 막힌 북핵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은 무모한 도발을 지속하고 빈도와 강도를 높일수록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15일 북한 김정은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도발을 감행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오전 5시경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보고를 받은 상황. 한 시간 뒤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단호한 어조로 “북한의 도발에 분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냉·온탕 오가는 대북 메시지 문 대통령은 이날 NSC 전체회의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한층 더 옥죄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교안보 부처와 군 당국에 북한 도발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군사적 대응을 지시하며 “북한이 우리와 동맹국을 향해 도발해 올 경우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불능으로 만들 힘이 있다”며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해 달라”고 했다. ‘분노’ ‘몰락’ ‘분쇄’ ‘재기불능’ 등의 표현을 동원하면서 취임 후 가장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줄곧 강조하며 북한 붕괴를 연상시키는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전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뭇 톤이 달랐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경우 양자회담 또는 다자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대화 방안을 갖고 있다”고 했다. 비록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하는 등 “스스로 대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루 사이에 냉·온탕을 오가는 듯한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 김정은의 핵폭주를 가뜩이나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 사이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전날 오전 이미 북한의 도발 징후를 보고받고 현무-2 미사일 발사 훈련 등 무력시위를 사전 재가한 상황이었다. 통일부 역시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청와대의 승인하에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을 14일 오전 발표했다. 왜 하필 이 시점이냐는 지적이 나왔던 건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 청와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별개다. 북핵·미사일 문제의 당사자인 미국도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원유 공급 중단을 설득하며 “지금은 최대의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해 왔던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논리 구조’에 갇혀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층 의식한 행보란 비판도 문 대통령의 헷갈리는 대북 메시지는 지나치게 지지층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호응하다가도 ‘사드 불가’를 외쳤던 촛불 민심과 대북 정책의 변화를 원하는 지지층을 의식해 대북 유화 메시지를 틈틈이 낼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후 문 대통령은 베를린구상과 전쟁불가론을 강조하고 나서 한미 공조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6차 핵실험 이후엔 다시 강경 기조를 이어가다 전술핵 재배치 불가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결정에 나섰다. 미국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레이스 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4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북 지원 사업에 관해 불편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대대표는 “10·4 남북 선언 10주년을 앞두고 남북 회담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남북 대화만으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대북관에서 벗어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수연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의 지원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5시 37분부터 35분간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앞으로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한의 정책을 바꾸자”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UNICEF)가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에 대한 사업 지원을 요청해와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영유아와 임산부를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도발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시기 등 관련 사항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언젠가 인도적 지원을 하게 돼도 현금이 아니라 현물이어야 하고 모니터링도 제대로 될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 간 통화에서 상대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유엔 총회 기간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 결정이 미국, 일본과의 공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틀 만에 91억 원 규모의 첫 대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핵 폭주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원유 공급 동결 등 온갖 대북제재에 나서는 상황에서 왜 하필 이 시점에 대북 지원을 추진하느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아동, 임산부의 건강과 영양 지원을 위해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약 91억6000만 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동·임산부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다. 통일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거의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북 인구 및 건강 조사’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800만 달러와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는 UNFPA의 올해 북한 인구 총조사에 600만 달러(약 67억9000만 원)를 지원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인도적 교류와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인 만큼 (지원)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다. 미국도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66.8%로 3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은 부정평가(48.6%)가 긍정평가(39.1%)를 앞지르는 등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세대와 지역을 중심으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11∼13일 전국 성인 15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매우 잘함’(41.4%) ‘잘하는 편’(25.4%)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6.8%였다. 이는 전주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인사 난맥상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북핵 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60대 이상의 지지율이 39.1%로 전주에 비해 10.6%포인트,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이 48.9%로 전주 대비 8.7%포인트 떨어져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념성향별로 중도보수층의 지지율이 55.9%로 전주 대비 11.2%포인트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를 보내던 보수성향 중도층의 이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술핵 재배치 논란에 대해선 자체 핵무기 개발이나 전술핵 도입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53.5%로 반대(35.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11일 만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지 이틀 만에 91억 원 상당의 인도적 대북 지원 재개 의사를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부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북한 취약계층 상황이 시급하다”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란 논리를 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왜 지원을 재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 왜 하필 이때? 통일부는 이날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가 아니라 당국자의 백브리핑(익명 전제의 기자간담회)을 통해 예고 없이 공개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배포된 보도자료에 내용이 빠져 구두로만 전달됐다. 청와대와의 조율하에 긴급하게 이뤄진 브리핑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당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은 남북 직접 교류를 통한 독자적 지원을 말한 거다. 남북 라인을 통한 독자 지원이 아니고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고 검증 가능한 지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제재 대상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문 대통령의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한반도 운전석론’을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 모드 조성에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수개월 전 국제기구에서 지원 요청이 왔고 검토 끝에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사전 공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적십자회담 제안 등을 거절했지만 또다시 구체적인 인도적 지원을 통해 대화 기조를 주도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국방부에서 내일 북한 도발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말이 돈다’는 기자의 언급에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것(도발)만 쫓아갈 것이냐. 대비는 대비대로 하고 지원 검토는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부는 이날 오후 논란이 커지자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서 지원 결정이 나도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시기 등은 북의 태도를 보며 추후 정하겠다는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 전용 가능성은?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핵 개발 자금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에 돈을 주면, 해당 기구가 의약품 등 물품을 사서 북에 배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금이 아닌 물품 지원인 만큼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어렵고, 해당 물품이 아동 등 일부 계층에 특정된 것이라 현금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기구는 자금 집행에 대해 엄격한 투명성을 갖고 있다. 주기적으로 의약품 등의 재고량을 체크하고 무작위로 현장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일반인이 아닌 취약계층 아동·임산부의 건강과 의료 분야에 지원이 집중된다고 강조했다. ○ 미일과 사전 협의는? 북한은 수십 년간 여러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을 ‘만성적으로’ 받아와서 문재인 정부가 지원을 재개한다고 해도 눈에 띄는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사전에 미국과 일본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대화 국면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북한의 정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 기자}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경우 양자회담 또는 다자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대화 방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북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운전석론’과 함께 북핵·미사일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한 것이냐”는 폴라 행콕스 CNN 서울지국장의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올 경우 북한과 협력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을 번영하게 하기 위한 방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북한의 핵개발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은 아마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한국은 국제사회와 북한의 핵개발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암살할 군대 조직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정권의 교체를 바라지 않고 북한을 흡수 통일한다거나 인위적으로 통일의 길로 나아갈 구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그리고 추가적인 고도화가 중단되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에 이어 핵탄두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동결할 때까지는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선 “북한의 석유류 수출입에는 밀무역 등 비공식적 교역이 많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비공식적 부분까지 확실히 차단해 준다면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는 대단히 실효성 있는 결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이) 폐기를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고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한미 FTA를 좀 더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미국의 희망에 대해선 한국도 충분히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18∼22일 미국 방문 기간에 유엔 총회 기조연설과 함께 미국, 이탈리아 등 5, 6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문 대통령은 금융경제인과의 대화를 통한 경제외교와 평창 겨울올림픽 행사 등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가 12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며 선을 그었다.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 검토한 바 없다”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술핵 재배치 불가 이유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위배 △북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 약화 및 상실 △동북아의 핵무장 확산 등을 들었다.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깊이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정부 내에서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전술핵 재배치 불가 입장에 못을 박은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국방장관으로서 가용할 모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공식적으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군사적 반발 등을 감안하면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전술핵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북핵에 맞선 ‘핵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술핵 재배치가 정치 쟁점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74명은 외교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에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 차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것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북핵 불용의 의지,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강도 면에서도 매우 강력한 결의”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초안에 비해 수위가 낮아진 데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당초 미국이 마련한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원유공급 중단과 공해상에서의 북한 선박 강제 검색, 김정은 등 북한의 핵심 권력층 5명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등 초강력 제재가 포함됐지만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절충안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상임이사국들이 있는데 초안대로 채택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국제사회가 점차 가장 강력한 결의안에 다가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합의한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11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불과 9일 만에 신속하게 결의가 처리되면서 관심은 회원국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제재 내용을 집행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결의에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들의 원유 수출 제한조치가 명시됐다. 전량 중국이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400만 배럴(60만 t)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연간 450만 배럴(67만5000t)이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제유(휘발유 중유 등)는 200만 배럴(30만 t)로 제한돼 북한의 전체 유류 수입이 30% 줄어들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섬유와 노동자 수출 금지, 중국 기업의 해외 합작 금지 등이 포함된 이번 결의로 북한의 연 수입이 약 13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결의 채택 직후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다”며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면 나라의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 결의가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양국 정상 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전폭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북한은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겅솽(耿爽)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중국은 전면적이고 완전한 집행을 희망한다”면서도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해 다시 대화와 협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적 해결을 반대한 뒤 대북제재 결의 논평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문병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매체 보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금기시돼 왔던 한일 자체 핵무장까지 거론되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THAAD·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비해 외교안보적 폭발력이 몇 배는 더 강한 핵무장 이슈가 부상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한일 핵무장 빗장 해제? 미 NBC 뉴스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포함한 ‘대북 군사·외교 대응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선제타격 방안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핵 대응 조치 방안까지 논의됐다는 것. 특히 이 매체는 백악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한국의 요구 시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추진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한일 자체 핵무장까지 허용할 수 있다고 나온 것은 일단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더욱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한일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내비쳐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망설이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에서 이미 수차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번엔 단순한 엄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올해 3월 방한한 뒤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허용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는 환경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靑 “동북아 핵 갈등 뇌관 될 수도” 국내에선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전술핵 재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전술핵 재배치는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할 게 아니다”며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의 발언은 전술핵 자체 못지않게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등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 차원에서 전술핵 이슈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북핵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동시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중국의 보복은 물론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 ‘핵 도미노’를 불러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으로 보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의 ‘비수’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한중 관계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 북핵 위협을 계기로 역내 안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일본이 미국의 협조로 순항미사일 도입 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전술핵 재배치가 자칫 일본의 군사력 확대와 한미 동맹의 축소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이 원하더라도 우리가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며 “남북관계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 상황에서 우리 국익에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가 한미 양국 간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과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막지 않겠다는 뜻을 미국 관리들이 중국 측에 밝혔다”고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9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러시아 등의 핵 위협에 맞서 최신형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우리의 의사를 공식 타진한 바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현재로선 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11일로 못 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수용하도록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산 섬유 수출 금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협상 결과 단계적 원유 공급 중단 방안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문병기 기자}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9절을 계기로 추가 도발에 나설 징후가 포착되면서 8일 한반도 주변국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 옵션을 사용하게 되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9·9절 추가 도발의 고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통일부 등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시험장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추가 도발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3일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9일엔 5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 9·9절을 전후해 도발을 집중해 왔다. 정부는 북한이 올해도 9·9절(정권수립일)과 10·10절(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의 도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북이) 서두르고 있다”며 “특히 김정은이 속도를 강조하고 다그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 완성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 고각(高角) 발사 대신 정상각도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6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 완성을 주장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ICBM 추가 발사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사거리를 증명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ICBM급 화성-14형 실전배치를 위해 양강도의 구형 지하 미사일발사대 보수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다만 11일 원유 공급 중단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정은이 도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이 부분 원유 중단에 합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력과 명분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 “군사옵션 사용하면 북한에 슬픈 날 될 것” 강경 대치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과 미국은 이날도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사바 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정상회담 직후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군사적 길을 가고 싶진 않지만 그건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군사 옵션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 군사력이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은 없었다. 나는 과거 정부와 달리 협상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는다”며 현 단계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25년간 역대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 대화, 또 대화했지만, 북한은 합의 다음 날 곧바로 핵 개발을 계속했다”고 말한 뒤 “(북핵 문제)를 해결할 다른 뭔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 직후 미국 본토 및 미국령을 향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미 인터넷 매체 뉴스맥스가 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백악관 국가안보팀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이같이 지시했다. 북한의 위협이 대통령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 취임식에 참석한 뒤 연합뉴스와 만나 “국방부는 매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며 “한국이 그런 상황(북한의 도발)을 혼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동맹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반면 북한의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도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강점과 식민지 지배가 계속되는 한 우리 민족은 언제 가도 불행과 재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해결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합의(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징용자 개인의 민사적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례”라고 밝힌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부 언급들이 있었지만 과거사 문제를 보다 미래 지향적인 문제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차원”이라며 “전체적인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가장 좋은 관계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북핵 대응에 대한 공조를 위해 한일 관계 정상화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음에도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먼저 언급한 의도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면서 “그 이전에라도 방문해 주신다면 환영한다”며 일본 방문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중일 3국 회의가 열리면 기꺼이 참석하겠다”며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 대신 아베 총리에게 “내년 평창 올림픽이 열릴 때 한국을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들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카드가 한미 동맹에 커다란 생채기만 남긴 채 나흘 만에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6차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에 몰린 동맹국을 ‘장사꾼 논리’로 곤란하게 한다는 여론이 한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들끓자 백악관이 결국 한 발짝 물러섰다. 정부는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기간에 언제라도 한미 FTA 폐기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언제라도 다시 제기할 수 있는 무리한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철저하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혈맹과 통상전쟁 부적절 지적에 물러선 트럼프 6일(현지 시간)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를 비롯한 외신들은 “미 백악관이 한미 FTA 폐기 관련 논의를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뜻을 미 의회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을 비롯한 의회 인사들이 백악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이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현지 시간)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다음 주부터 논의하겠다”며 폐기 이슈를 촉발한 이후 현재까지 한미 FTA와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측은 “미국의 공식 입장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도 이에 대해 평가를 할 이유가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이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접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에서 감지됐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국 정부와 한미 FTA를 놓고 ‘약간의 개정(some amendments)’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했던 분위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폭스비즈니스는 “백악관 참모들이 북한과 충돌하고 있는 이 시국에 동맹인 한국과 통상전쟁을 벌이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00만 개 이상의 미국 업체를 대표하는 미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너휴 회장이 “무모하고 무책임한 한미 FTA 폐기”라고 밝히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에서 연일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언제든 ‘폐기’ 재부상할 수 있어 하지만 당장의 논의가 중단됐을 뿐 한미 FTA 폐기 문제가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 폭스비즈니스도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당국자들은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완전히 접었다고 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더 이상 시급한 사안으로 고려하지 않을 뿐”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위협 수준이 낮아지거나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한반도 안보 상황이 진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FTA 폐기를 거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마무리되면 USTR 실무 인력들이 한미 FTA의 전면 개정 작업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일단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안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를 폐기하면 미국의 피해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와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당당하게 협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인 것도 정부가 믿는 구석이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 FTA 폐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닌 만큼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한국은 그동안 FTA 현상 유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개정 가능성은 고려했겠지만 폐기 주장에 대한 대비책이 완벽히 준비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미국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했지만 앞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모든 부처가 머리를 맞대 미국에 요구할 사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은아·문병기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정상들의 동시다발적 북핵 외교전이 7일 마무리됐다. 한국과 일본이 러시아, 미국이 중국 정상을 상대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설득하는 구도로 치러진 이번 외교전이 뚜렷한 가시적 성과 없이 막을 내리면서 이제 공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신(新)북방정책’ 구상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 북핵 해법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한일 “긴밀 공조”에 푸틴 “제재 무용”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서 귀국하기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추진하는 데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일본 국민도, 한국 국민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일 양국의 긴밀한 관계가 절실해졌다”고 했다. 6차 핵실험 이후 대화보다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문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이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북핵 공조를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것. 아베 총리 역시 “여러 가지 과제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 더 강력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북한을 겁먹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외교적 수단으로 북핵 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다음 단계는 무덤으로의 초대라고 생각한다”고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 “극동 개발이 북핵 근원적 해법” 문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신북방정책을 발표하며 남·북·러 3각 협력 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이어진 사회자와의 일문일답에서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경제적 유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철도가 북한을 넘어 시베리아 철도로, 중국의 철도로 연결되길 바란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으로, 런던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러시아 가스가 북한을 거쳐 가스관을 통해 한국까지 올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며 “극동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력 속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개최하는 경제포럼에 집중적으로 참여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철도와 항만 등 북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넓혀 나가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러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끌어들이는 역발상이 신북방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주변 정상들이 김정은의 6차 핵실험 후 최고조에 이른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미와 중러는 물론이고 각국의 북핵 해법과 스탠스가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어 김정은의 핵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북제재 마련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여기서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인 만큼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게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에 연 4만 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핵 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이 병원 등 북한 민간 영역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긴장 완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 대신 자신들의 방식을 제시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이야말로 긴장 완화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처음으로 6일(현지 시간) 통화를 갖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안 강도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압박하며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이 11일로 예고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안 표결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며 비판한 시 주석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이세형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드에 대한 질문을 먼저 꺼냈다고 한다. 이날 통화의 핵심인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를 논의하기 전에 사드가 제대로 배치되고 있는지부터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임시 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일단 이날 통화로 한미 정상 간 공조 균열에 대한 우려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드 문제부터 물어본 데서 알 수 있듯, 김정은의 핵폭주를 억제할 만한 수준의 완벽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한미 공조가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주한미군은 현재 추진 중인 사드 배치와 별개로 사드 포대의 추가 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가 현실화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포함해 한국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사드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군 소식통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사드 포대의 추가 배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에 대표적인 진보 성향 학자인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사진)를 위촉했다. 진보 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 창립 멤버인 정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뒤 2003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 선거캠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 간사를 맡았으며, 당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 측 협상팀장을 맡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는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자문위원을 거쳐 6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어젠다를 개발하는 자문기구로서 위원장은 비상임이다. 정책기획위는 김대중 정부에서 신설됐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으나 최근 문 대통령이 부활시켰다.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 등 정치 개입 의혹 사건들을 조사해 온 정 위원장은 정책기획위원장까지 겸직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과 핵심 국정과제 개발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전남 순천(62) △명지고 △연세대 행정학과 △고려대 정치학 박사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규탄하고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45분부터 4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 “이제는 차원이 다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대응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특히 한미 정상은 한국군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해 북한에 대한 한국군의 자체 공격 역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4일(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강력한 새 대북 제재안 논의에 착수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유엔 안보리의) 24년간 노력에도 북한 핵프로그램은 더 발전했고 위험해졌다”며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the strongest measure)를 채택해야 한다”고 유엔 차원의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헤일리 대사는 “김정은은 핵보유국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핵 위협이 전쟁을 구걸(begging for war)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김정은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연쇄 도발을 벌이는 데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과정에서 대북 원유 공급 등에 전격적으로 찬성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미국은 3일(현지 시간)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완전히 전멸(total annihilation)’시킬 군사옵션이 있다며 전례 없는 군사적 위협을 날렸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란 나라를 완전히 전멸시키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고 보자(We‘ll see)”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3일(현지 시간)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북한 6차 핵실험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로 합의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과 무역을 하거나 사업거래를 하는 어느 누구도 우리와 무역 또는 사업거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불량 국가(rogue nation)인 북한의 말과 행동은 미국에 적대적이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국은 내가 말했듯, 북한과의 유화적 대화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저들(북한)은 한 가지(도발)만 안다!”며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핵실험 전과 후 두 차례나 통화하면서 문 대통령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3일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의 고립을 더욱 가중시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라며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전군 경계태세를 높이고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등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한국에 전개하는 무력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반가량 NSC를 주재하고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한기재 record@donga.com·조은아·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