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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7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서 대북제재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며 “(북한과) 절대로 이면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 대표 초청 오찬에서 “핵 폐기와 핵 동결 등 비핵화 문제는 남북 간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적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야 대표가 모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합의 결과에 대해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라며 “적어도 (북-미 간) 선택적 대화, 예비적 대화를 위한 미국의 요구 정도는 갖춰진 것 아니냐고 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를) 임의로 완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의사를 갖고 있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뭔가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 국제적인 합의 속에서 제재가 완화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이 조건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이다. 핵 확산 방지나 핵 동결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 폐기는 최종 목표이고, 바로 핵 폐기가 어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핵 폐기 전 단계까지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는 평양, 서울 또는 판문점 어디든 좋다고 제안한 것”이라며 “북한이 남쪽 평화의집에서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생각보다 솔직하고 대담하다.” 1박 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6일 귀환한 대북 특별사절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인상을 대부분 이렇게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했고 대부분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담은 6개항의 남북 공동 언론발표문에 대해 “합의 내용은 방북 첫날 시작된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거의 다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자 “걱정하지 말라. 나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며 남북 합의 6개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참모진에 실무협의를 맡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주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놨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핵무기는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다는 합의 내용은 우리 측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공개된 합의 내용 대부분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번 특사단과의 면담에선 모든 걸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을 보였다는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박학다식하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전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선정된 것 역시 면담에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서울, 평양 가운데 김정은이 직접 선택한 것이다. 5일 노동당사 본관에서 열린 김정은과 특사단의 면담과 만찬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는 김정은의 스타일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가량 특사단과 사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만찬이나 오찬을 앞둔 정상 면담은 30분가량 진행된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김정은과 특사단의 접견 및 만찬 영상을 네 차례 재방송했다. 노동신문은 6일자로 1, 2면에 걸쳐 면담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비핵화 의지 표명 등 청와대가 발표한 구체적인 남북 합의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대북 특사단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모두발언에서부터 “이제 시작”이라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선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도 했다. 북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상징적인 합의들만으로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것. 청와대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 전까지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을 다음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문 대통령, “北에 놀아난 것 아냐” 오찬에선 대북 특사단의 남북 합의 결과를 놓고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초당적 안보 협력을 위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 등 5개 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한 지난해 9월 회동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서 남북 정상회담 합의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며 제기되는 의혹과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남북이 비밀 접촉을 통해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판문점을 통한 비공개 접촉은 있었지만 비밀회동은 없었다. 국외에서 따로 비밀접촉을 가진 사실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상회담은 베를린선언부터 시작하면 우리가 제안한 셈”이라며 “북한 측에서 호응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김정은의 ‘시간벌기용 쇼’에 말려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한반도 운전석론’을 내건 정부가 주도해 얻어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은 “그냥 저쪽(북한)에 놀아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일도 아닐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4월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6월 지방선거로부터는 간격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우리가 의견 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선 “우리는 평양, 서울 또는 판문점 어디든 좋다고 제안했다”며 “판문점은 남북 각각 관할지역이 있는데 어디든 좋다. 우리 관할구역과 저쪽 관할구역을 하루씩 오가며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많은 합의 할 수 있다 생각 안 해”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대가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제재 완화를 약속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면서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우리 정부가 처음 문서로 인정하는 결과로 둔갑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점은 아예 말씀하실 필요조차 없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우리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임의로 풀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 폐기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쳐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도록 합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미국과는 아주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열더라도 남북 경협 등 대북 제재와 연계된 결정은 북-미 대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 합의로 북한이 미국의 대화조건을 맞춘 것으로 보고 4월 말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 접촉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선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선물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굉장히 많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철 방한 놓고 유감 표명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선 “지난달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왔을 때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며 “대체로 우리가 제시했던 부분들이 기대 밖으로 많이 수용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야당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수용한 것을 놓고서도 문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영철 방한 수용에 대해선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받아들인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최고야 기자}

남북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천명과 대화 기간 중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담은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전환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넘어 비핵화 대화 추진에 합의하면서 북-미 대화 성사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대북특사 활동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례적인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8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우리 특사단의 설명, 특히 김정은의 미공개 제안을 접한 뒤 긍정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평창 모멘텀’은 북-미 대화 또는 접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조건부 핵 모라토리엄으로 일단 화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한 언론발표문에서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비핵화에 대해 ‘선대의 유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실장은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는 걸 (김정은이)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차 언급하는 형태로 미국이 제시한 북-미 대화 조건을 맞추려 한 셈이다. 정 실장은 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 전 사전 신뢰회복 조치로 핵·미사일 도발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 청와대는 이번 합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김정은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은 정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걱정하지 말라”며 이번 합의 사항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합의 사항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전한 내용들이 뼈대를 이룬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푸는 방식을 미리 고민해 준비해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전 있다”는 트럼프, 김정은 제안 받을지가 핵심 이제 관심은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정 실장이 김정은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받고 워싱턴으로 향하는 만큼, 여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대화 기조를 이어갈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포기의 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를 내건 것을 보면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철회는 물론이고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이 남북 교류 활성화를 강조한 만큼 대북 제재 완화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상국가로서 제대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1차적 반응을 보면 어느 정도 기대를 갖게 한다. 트럼프는 이날 특사단의 발표가 나온 뒤 2시간 만에 트위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고 한 뒤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북핵) 관련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 뒤 “세계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취임 후 전개해 온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했고 김정은을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자평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게 헛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미국은 (외교적 해법이든, 군사적 옵션이든) 어떤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북-미 대화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또다시 군사적 옵션 카드를 꺼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보유국 선언까지 한 만큼 실제 비핵화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당장 북-미 간 대화를 시작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는 분위기이지만 대화를 하는 것과 비핵화를 이루는 데는 아직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며 “양측 간에 존재하는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면서 그 차이를 메우는 데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남북 간의 급속한 대화 기조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일 동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남북 합의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한 대북 압박을 약화할 이유가 없다”며 “회담 결과가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로 이어질지 앞으로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청와대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빚어진 팀워크 논란과 관련해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홍수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6일 청와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팀추월 종목에 출전한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적폐 청산을 요구한 국민청원에 답했다. 김 비서관은 여자 팀추월 사태 외에도 심석희 선수 폭행 사건, 노선영 선수 출전 문제, 국가대표 훈련단 나이 제한 논란 등 올림픽 전후 벌어진 각종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이 걱정하신 부분을 포함해 국가대표 선발과 관리 문제도 점검되도록 함께 살피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메달 수와 종합 순위가 가장 중요했으나 이제 국민은 과정이 얼마나 공정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체육 단체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운영을 개선할 수 있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은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공식 답변에 필요한 ‘한 달 내 20만 명 동의’ 기준을 충족했고 6일 현재 참여 인원이 61만2625명에 이르렀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조만간 ‘스포츠공정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스포츠 비리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을 만들 계획이다. 김 비서관은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반대서한을 보낸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에 대해 평창올림픽조직위원에서 파면해 달라는 청원과 관련해 “단일팀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서한 발송이 조직위의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청와대로서는 알 수 없다”며 “조직위 위원의 선임과 해임은 조직위 권한”이라고 답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헌재 기자}

남북이 다음 달 말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을 면담한 뒤 6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을 위해)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정 실장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이 조건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대화 성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실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별도로 갖고 있다”며 김정은의 또 다른 미공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미국에 제시할 별도 카드를 내놓았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제재 완화, 군사적 옵션 철회 등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 발표가 나온 지 2시간 후 트위터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하고 제대로 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헛된 희망일 수도 있으나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go hard)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김정은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 훈련은 규모와 기간과는 무관하게 일단 4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방미 뒤 중국과 러시아를,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북핵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방북 결과를 보고받고 “앞으로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고 정 실장은 밝혔다. 김정은은 정 실장 등 특사단과 5일 만나 “중대하고도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눴다. 북과 남이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합치고 성의 있게 노력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어떤 일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의 숙소는 ‘고방산 초대소’였다.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정부 당국자들이 주로 백화원 영빈관을 숙소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왜 이곳을 택했는지도 관심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특사단 일행은 오후 3시 40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표단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는 고급 휴양시설로 북측의 영접인사, 경호, 숙소 준비상황 등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대표단은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고방산 초대소는 행정구역상 평양시 삼석구역에 있는 북한의 귀빈용 휴양소. 대동강 5대 갑문 중 하나인 미림갑문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이 휴양소는 주변에 건물이 없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고급 별장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된 이 건물에는 숙박시설은 물론 연회장과 가라오케, 당구장 등 유흥 시설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무성이 관리하고 있는 고방산 초대소는 주로 미국과 중국 귀빈 방문 때 사용됐다. 2013년 3박 4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일행이 묵어 화제가 됐다. 2008년에는 당시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대사 부부와 북한 외무성 간부들이 이곳에서 신년모임을 갖기도 했다. 당초 특사단의 숙소로 거론됐던 백화원 영빈관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다. 2002년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을 만난 곳도 백화원 영빈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실무형으로 꾸려진 이번 특사단을 국빈급으로 예우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물론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1970년대 지어진 고방산 초대소는 김정일이 폐쇄했다가 김정은 집권 후 다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에 대한 북한 측의 영접 인사들도 관심이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이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의 기내 영접을 받았으며 공항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마중 나와 영접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9일 김정은의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방한 당시 한국 정부의 영접과 격을 맞춘 의전이다. 김여정 방한 당시 정부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공항에서 영접했으며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기내 영접에 나섰다. 특사단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표단을 영접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과 평양에서 접견 및 만찬을 했다. 대북제재와 국제적 고립 속에 김정은이 북핵 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과 향후 행보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중재 외교가 중대 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의 접견 및 만찬이 이날 오후 6시(이하 한국 시간)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한국 정부 당국자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2011년 김정일의 사망으로 집권한 지 7년 만에 처음이다. 특사단은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공군 2호기’ 편으로 출국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2시 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은 특사단은 오후 3시 40분경 숙소인 평양 인근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통전부장 등과 방북 일정을 협의했다. 김정은과 면담을 한 특사단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정은과의 만찬 자리에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북 첫날 첫 회담으로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한 것인 만큼 김 위원장도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김정은 면담에 이어 6일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실무회담을 하고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한다. 특히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신뢰 조치와 남북교류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귀국한 뒤 북한과의 합의에 따라 협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사단이 방북한 이날도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에 대해 “만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그 무슨 해상 봉쇄니, 자금줄 차단이니 하면서 우리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대북 특사단 파견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1박 2일 일정으로 5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의 면담을 추진한다. 이들은 방북 후 미국 워싱턴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대화를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이달 안에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면담도 추진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북핵 ‘중매 외교’가 이달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4일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특별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했다”며 “평창 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이 파견한 김여정 특사 방남에 대한 답방의 의미”라고 밝혔다. 사절단은 정 실장, 서 원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의 사절과 실무진 5명 등 총 10명이다. 사절단은 5일 오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로 방북한 뒤 평양에서 1박 2일간 머물며 김정은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윤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절단은 문 대통령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기간에 밝힌 ‘비핵화 방법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을 듣고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대화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북-미 대화의 첫발을 어떻게 뗄 것인지 북한 지도부의 구상을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한 뒤 곧장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반응에 따라 2차 방북 사절단을 파견해 추가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절단 발표 직전인 3일(현지 시간) 워싱턴 주재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 클럽’ 연례 만찬 연설에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 나는 북한 쪽에 ‘대화 요청에는 응하겠지만 그 전에 북한이 비핵화(de-nuke)를 해야 한다’고 답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지난 수십 년간 조미(북-미)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 탁자에 마주 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손택균 기자}

대북 특별사절단을 5일 파견하는 청와대가 북한에 이어 미국과 중국에도 사절을 보낸다. 청와대는 북한과 미국 간 대화의 접점을 찾을 때까지 후속 방북 등을 통해 북-미 대화 중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사절단의 방북 성과다.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양보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 운전석’에 다시 앉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재외교가 별 진전 없이 마무리되면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한반도엔 다시 지난해의 긴장이 재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역풍 속에 작지 않은 외교적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정의용, 북-미-중 순차 방문한 뒤 2차 방북할 수도 1박 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6일 귀국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방북 성과를 보고한 뒤 미국 워싱턴으로 떠날 계획이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사절단은 귀국 보고를 마친 뒤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며 중국 일본과도 긴밀히 협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직접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특사 방북 결과를 공유하자”고 한 바 있어 가능성은 높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김정은 면담 결과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받아 돌아올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폐회식 때 북한 대표단으로 방한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사전 신뢰 조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답변을 받아 미국에 전하고 북-미 대화를 설득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 대화를 위한 미국의 추가 요구가 나오면 이를 전달하기 위해 정 실장이 다시 한번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을 다시 방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간극을 좁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절단은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관계 회복과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투 트랙’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남북 교류의 전면적 개선을 위해선 북-미 대화를 통한 제재 완화가 기본이지만, 북-미 대화가 안 된다고 남북 관계 회복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기류가 청와대에 확산되고 있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제재를 피해서 할 수 있는 분야부터 남북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인지 북-미 대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풀어나갈 것인지는 북한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靑 “중매는 한 번 안 되면 두 번, 세 번도 해야” 청와대는 북한, 미국 방문에 이어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도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정 실장이 직접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을 추진할 방침이며 일본, 러시아와의 협의 채널도 검토 중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공조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 분위기를 굳히고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면 유엔 제재 완화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중재외교가 단기간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며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의지 표명을 대화의 조건으로 앞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정가에선 한국의 북핵 중매 외교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방한했던 제임스 인호프 미 상원의원(공화당)은 3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대북 문제에 매우 유화적인 자세가 되었고 북한의 위협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사절단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 조건은 아직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한 차례의 방북과 방미로 답을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5일 방북하는 정부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맞으면 올해 들어 판이 깔린 남북대화 무대에 처음으로 직접 등판하게 된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 남측 조문단을 ‘상주’로 맞은 적은 있지만 집권 후 한국 측 인사를 맞는 것은 처음. 아직 대화의 장소와 형식, 내용은 ‘깜깜이’다. 김정은이 대화 기조를 이어갈 수도, 아니면 평창에 이어 ‘평양 선전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은, 안방에서 북핵 외교 무대 데뷔전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평창 교류’에 박차를 가했던 김정은이 평양으로 우리 인사를 불러들여 어떤 메시지를 낼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사절단이 5일 평양으로 간다는 사실만 확정됐을 뿐 이후 일정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누구를 만날지 최종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지난번 김여정 특사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2박 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네 차례 만난 만큼 우리 사절단도 1박 2일 동안 김정은과 최소한 한 번 이상 접촉하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 사절단이 김정은을 언제 어디서 볼 건지는 평양에 간 뒤 북한이 설명해줄 것으로 안다”며 “특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만나주겠다는 뜻이다. 오찬이나 만찬 같은 일정도 북한이 추후 통보해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단 사절단이 머물 것으로 보이는 백화원 초대소에는 서울과 연결되는 전화가 깔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정은과의 접촉면을 넓혀 의중을 직접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핵과 북-미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처음이다. 정상외교 경험이 없는 김정은은 2011년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후 6년여 동안 공식적으로 북한 땅을 벗어난 적이 없고, 평양에서 7차례 외교사절을 맞은 게 외교 행보의 전부다. 그것도 중국 4회, 쿠바 2회, 시리아 1회 등 우방국 위주였다. 마지막 외교행보는 2016넌 11월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망했을 때 북한 주재 쿠바대사관을 찾아간 것. 김정은이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1년 4개월 만에 외교행보에 나서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중국에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대외 관계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당시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중국중앙(CC)TV에 방영됐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김정은은 당시 “중국 것들에게 끌려다니지 말라”고 당과 군의 고위 간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결국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 중매 거부하고 직접 북-미 대화 시도할 수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들 사이에 평등한 입장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논의해결하는 대화”라면서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치는 조미회담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자)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를 앞세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절단도 당장 북-미 대화를 언제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조급해하기보다는, 김정은의 속내를 알아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이전에 남북 간 ‘상호 탐색적 대화’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일단 대화의 의견을 성숙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남북이 대북제재 아래에서도 펼칠 수 있는 인도적 교류 등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에게 남북교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어렵게 성사된 대북특사 파견인 만큼 이번 기회에 비핵화 대화만이 김정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면전에서 진솔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북-미 중매가 당장 결실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손 전 원장은 “김정은은 북-미 대화 성공의 공을 우리에게 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남측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말한 뒤 정작 트럼프와의 대화는 북-미가 공동선언을 통해 밝혀 각각 세계적 지도자임을 과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신나리 기자}
5명의 대북 특별사절단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다른 사절단과 달리 그는 지난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당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실장이 포함된 것은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명실상부한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윤 실장은 2012년 문 대통령 정계 입문부터 계속 곁을 지켰다.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당 대표 때는 정무특보, 대선 후보 때는 캠프 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윤 실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는 ‘티타임 회의’의 고정 멤버로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만났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문 대통령은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현재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거의 유일한 인물은 윤 실장”이라고 말했다. 또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윤 실장 등 ‘친문 핵심 3인방’ 중 유일하게 청와대에 있어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문 대통령이 이런 윤 실장을 정 실장과 함께 사절단에 포함시킨 것 역시 “대내외적 측근 인사가 다 포함됐다”는 신호를 북측에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현 참모진 중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까지 청와대에 근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윤 실장을 사절단으로 파견해 향후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했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급인) 정 실장을 보좌할 비서관급 인사 중 과거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사람이 윤 실장밖에 없다는 점도 이유”라며 “윤 실장은 사절단 복귀 뒤 기관별 후속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의 보고를 종합해 매일 아침 문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상황보고서를 작성한다. 한편 지난달 11일 김여정이 북한으로 떠날 때 환송 자리에서 “제가 평양을 가든, 또 재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이에 청와대는 “정 실장, 서훈 국정원장에 이어 조 장관까지 포함되면 장관급 인사만 세 명이 가야 해서 통일부에서는 천해성 차관이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미 대화는 정 실장이, 남북 대화는 서 원장이 중심이 돼 개입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일부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문 앞은 99년 전 전국을 뒤덮은 만세 삼창과 태극기의 물결이 재연됐다. 검은색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도 오른손에 태극기를 들고 선두에서 행진에 참여했다. 3·1절 기념식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식민지 폭압과 독립투사들의 항일 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3·1절 행사를 진행해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제강점기 동안 해마다 2600여 명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다”며 “열명 중 아홉 명이 사상범이라고 불린 독립운동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운동과 촛불시위를 ‘국민주권의 역사’로 연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기념사에서 “건국 100주년”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자문 작업을 이끌고 있는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사진)은 1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와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 원칙은 개헌안에서 다뤄질 것이며 권력 구조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말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중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촛불시위를 헌법 전문(前文)에 담을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전문에 넣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성동 특위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민감한 쟁점들을 피하지 않고 대통령 자문안에는 다 포함시킬 것이다. 다만 이를 대통령 개헌안에 최종 포함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위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형태 개편, 대선 결선투표제, 국회의원 소환제, 국민 발안제, 사법부 인사체계 개선 등 개헌을 둘러싼 22개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의견 수렴과 특위 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합의된 쟁점은 단일안으로, 의견 이 엇갈리는 쟁점은 1, 2안 형태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선 대선 결선투표와 비례성 강화의 원칙은 개헌안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개헌안의 핵심으로 국민 기본권, 지방 분권, 정부 형태, 국민 참여 등 4가지를 꼽았다. 특위는 국민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13일 문 대통령에게 개헌 자문안을 보고한다. 문 대통령은 자문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한 뒤 20일경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6·13지방선거 때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발의를 (20일보다) 늦추기 어렵다”며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발의를 늦추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20일의 공고 기간을 거친 후 국회가 60일 안에 기명투표 표결로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한반도 평화공동체와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을 둔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간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고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2006년 남북과 미-중-일-러가 채택한 9·19 남북 공동성명 합의에 담긴 내용.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북핵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내년을 북핵 문제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비핵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한반도 통일의 전(前)단계인 한반도 평화공동체와 남북 경제통일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27년 안에 평화협정과 평화적 군축을 달성하고 문 대통령이 제시한 신북방·신남방 정책 등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북한이 참여하는 남북 경제통합도 완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내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강산과 청진을 공동 개발하는 동해권 에너지 자원벨트와 신의주와 개성공단, 서울·경기를 잇는 서해안 경협벨트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통일과 같은 추상적인 목표 대신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오늘 국민들께 이 목표를 함께 이뤄갈 것을 제안한다”며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이후 다시 불거지고 있는 남남갈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중재를 통해 ‘한반도 운전석’에 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해구 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맡아온 자리들이다. 적폐 청산(국정원 개혁발전위), 100대 국정과제 이행(정책기획위), 대통령 개헌안 마련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그의 몫이 됐다. 여권 관계자는 “현실 정치와 시민사회 경험을 갖춘 학자(성공회대 교수)인 정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생각 이상”이라며 “이번 개헌안이 향후 개헌 논의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 위원장에게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1일 서울 종로구 정책기획위원회에서 1시간에 걸쳐 민감한 개헌 쟁점에 대해 “접어두지 않고 다 자문안에서 다루겠다”며 소상히 설명했다. 국회 통과를 위해 소극적으로 대통령 개헌 자문안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 ―‘촛불’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촛불 시위’를 새 헌법 전문(前文)에 반영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 사건의 성격은 20∼30년 뒤에 평가해야 열정이 가라앉고 냉정하게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1987년) 6월항쟁은 (지금 개헌 논의 과정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촛불 항쟁은 (의미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나중에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헌법 전문에) 넣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넣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1987년 개헌이 ‘직선제 개헌’이었다면, 이번 개헌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87년에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뚜렷한 하나의 화두와 초점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번 개헌은 ‘다(多)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 사이에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방 분권과 정부 형태, 국민 직접 참여까지 4개 분야가 이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하고, 쟁점적인 부분이다.” ―정부 형태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일 수밖에 없다. 이걸 빼고 개헌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나. “특위가 대통령의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자문안 작성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많이 고려될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안도 자문안을 만드는 입장에서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이 문제를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시킬지는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일각에선 ‘국무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줘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면,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가 섞여 버린다. 총리가 장관 제청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어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이원집정부제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정부 형태는 두 가지를 섞는 것은 좋지 않다. 섞으면 좋게 말하면 협치인데, 나쁘게 이야기하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자가 두 사람(대통령, 총리)이니 싸움이 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선거 제도에 대한 복안은…. “정부 형태를 포함한 많은 문제들이 선거 제도와 연관이 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선거 제도는 국회에서 정당 간 합의에 의해 법률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특위) 개헌안에는 대선 결선투표제와 국회의원 비례성의 원칙만 다루고, 나머지는 다뤄서는 안 될 것 같다.” ―사법부 개혁 방안은 어떻게 담기게 되나. “한국에서는 검찰 권력이 굉장히 세다. 검찰이 그동안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한 측면도 있고,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게 논란이 됐고 그런 부분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또 사법부에서도 이번에 파동이 났지만 대법원장 권한이 너무 크고 권력이 집중돼 있다. 그런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찾도록 할 것이냐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특위 홈페이지에서 사법부 개혁 등 민감한 22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는데, 자문안에 모두 포함되나. “그렇다. 피해가지 않고 다 다뤄야 한다. 개헌 요강 및 조항까지 만들 것이다. 특위 위원들이 합의하는 것은 하나의 안으로 담긴다. 다만 위원들끼리 의견 차가 있는 경우는 1, 2안 형태로 보고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선택하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홈페이지를 통한 여론 수렴이 화제에 오르자 정 위원장은 “정치 불신의 문제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를 임기 종료 전 유권자들이 투표로 파면시키는 ‘국민소환제’의 경우 찬반 투표에 참여한 시민 중 약 92%가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 정 위원장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열망이 강한데, 국민이 뽑은 대표를 못 믿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도 관심사인데…. “이번 개헌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이다. 대의정치를 넘어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요구가 강하다. 그래서 직접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두 제도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싶다. 악용 가능성 등 포퓰리즘적 요소가 있지만, 국민 참여가 본질이고 포퓰리즘적 요소는 부작용이지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개헌안 마련에 어려운 점은 뭔가. “무엇보다 촉박한 시간이 문제다.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서 ‘헌법에 넣어 달라’는 요구 사항이 많은 것도 그렇다. 그걸 다 수용하면 지금 헌법의 2, 3배 정도 분량이 되겠더라. 대다수가 법률 사항인데, 법률을 만드는 국회를 못 믿으니 헌법에 포함시켜 달라는 거다. 하지만 헌법은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부분을 담고, 구체적인 것은 법률에 위임해야 한다.” ―왜 문 대통령이 개헌안 마련을 정책기획위에 맡겼다고 보나. “처음엔 범정부적 차원의 별도 특위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에서 개헌 논의 중인데 대통령이 (국회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문 대통령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국회도 존중하면서 대통령 발의안을 만들기 위해 (이미 구성된) 정책기획위가 맡게 된 것이다. 정책기획위 안에 크지 않게 헌법특위를 만든 것이고.” ―문 대통령이 “국민 공감대에 맞는 현실적 개헌”을 당부했는데…. “예를 들어 지방 분권이 그렇다. 시민사회 쪽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지방 분권을 요구한다. 그런데 국민은 ‘단체장들에게 권한을 줬을 때 잘할까’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권한 남용에 대한 걱정인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도 지방 분권에 대한 의지는 확실하지만, 당장 너무 이상적인 수준에서 시작하면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 개헌안의 발의를 늦추거나, 제3의 방법을 찾을 가능성은…. “문 대통령이 복잡하게 계산하는 성격은 아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 후보가 다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선거도 아닌 대선 때 한 약속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등 야당이 뭉치면 부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 쪽에서 자치 분권을 바라는 기류가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문제 때문에 야당 의원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어찌됐든 개헌안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률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지만 헌법은 국민의 의사를 묻는 문제다. 헌법은 국민이 결정권자인데, 중간에 있는 정당이 (국민투표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학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개헌 국민투표가 성사되려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안이 부결되면 개헌 동력이 사라진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반대로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개헌에 대해 본격적 의미의 국민적 토론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 개헌안이 나오면 국민이 접할 수 있는 구체화된 안이 있으니 오히려 토론이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이번 개헌에 대한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도, 민주화도 상당 부분 됐다. 그런데 ‘헬조선’ ‘흙수저’ 등의 말이 상징하듯 사회는 많이 망가진 것 같다. 젊은층이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권 등을 강화해 미래 세대가 인간적으로,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그런 틀을 헌법이 제공했으면 좋겠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의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통화를 갖고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이뤄진 남북 대화의 결과에 대해 협의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2일 이후 27일 만이고, 김여정 방한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를 파견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가 다녀와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달 중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특사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보낸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초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도는 우리 고유의 영토이며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입니다. 우리 고유의 영토입니다.”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 단상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잘못된 역사를 우리의 힘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며 강도 높은 어조로 일본을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독도 언급을 통해 과거사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역사 도발 중단과 재발 방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12년 전 盧 독도 발언 언급한 文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2006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일관계 특별담화문’의 내용과 거의 같다. 당시 노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 땅이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이라며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倂呑)되었던 우리 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다시 언급한 것은 최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12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한 대일청구권 합의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으로 과거사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장을 직접 연설문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靑 “대일 투트랙 기조는 지속” 취임 후 줄곧 대일 실리외교를 중시했던 문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 정상 간 이견도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달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직전 가졌던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과거사에 대한 간극을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회담이 역대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터프’한 회담이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준수와 소녀상 철거 등 준비해온 발언들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읽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날 발언으로 과거사에 대한 한일 관계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과거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업이라는 대일 ‘투트랙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해 서로의 생각을 알아야 앞으로 관계 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약속했고 일본은 합의에 기초해 할 일을 모두 했으니 한국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지난달 27일 북한으로 돌아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사진) 등 북한 대표단이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 특히 한미가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탐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양보할 수 없는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못 박은 가운데 북한이 이번 대표단 방한을 통해 백악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우리는 북한 대표단에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조건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추가 도발 중단과 핵·미사일 개발 유예 등 신뢰 회복을 위한 전 단계의 사전 조치뿐만 아니라 비핵화 원칙에 대한 동의까지 요구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영철은 명백하게 수락 또는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으나 북-미 대화와 관련해 한미가 검토하고 있는 협상 카드를 우리 측에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의 원칙”이라며 “이를 양보하고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로 올리면 마지막에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철 통전부장은 이번에 뭔가 결정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요구 조건들을 파악하러 온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의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 구상을 파악한 뒤 김정은 등 수뇌부의 재가를 얻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김영철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27일 평양에 도착하였다”면서 “고위급 대표단을 관계부문 일꾼들이 마중했다”며 북한 대표단의 평양 귀환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은 앞서 김여정 등 개회식 대표단과 예술단 등의 귀환 때와 달리 사진은 물론이고 마중을 나온 인사들의 면면도 공개하지 않았다. 한 정부 소식통은 “김영철은 바로 김정은을 만나 방한 결과를 보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매체가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 방한 결과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논평에서 “코앞에 있는 손바닥만 한 남조선이나 타고 앉자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핵무력을 건설하고 대륙간탄도로켓까지 보유했다고 하면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라며 최근 북핵이 ‘적화통일용’이라는 해리 해리스 미군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비난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돌아가면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인사가 모두 되돌아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남북이) 대화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김영철과 우리 측이 합의를 했다든지, 뭔가 안을 만들어 미국 쪽에 전달한다든지 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영철 방한 기간) 전체적으로 북-미 대화를 위한 여러 조건들,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인지 등의 대화가 오갔다”며 “우리는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중매를 서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영철의 귀국 보고를 받고 어떤 메시지를 낼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그들(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s)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적절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핵화 대화로 나아가기 위해 북한이 뉴욕채널 등을 통해 추가 핵도발 중단 의사를 뚜렷하게 피력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냐고 외교가에선 보고 있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