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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변호사회(광주변회) 회원은 450여 명이다. 이들 가운데 50여 명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주에서 광주변회와 민변은 민주·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다. 특히 5·18 역사 왜곡 소송에서는 광주변회와 민변이 공동으로 법률지원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광주변회와 민변은 공익 소송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1970, 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광주시민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고 홍남순 변호사나 고 이돈명 변호사는 광주지역 변호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광주변회와 민변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전범 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5·18 역사왜곡 민형사 소송 등 시민들의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지역 변호사들이 공익적 가치를 위한 인권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관련 민형사 소송에는 정인기 광주변회 인권국제이사를 비롯해 강행옥, 임태호, 김정호, 서애련, 김영신, 안순례, 홍지은 등 변호사 8명이 참여하고 있다. 강행옥 변호사와 김영신 변호사는 형사사건, 김정호 변호사는 회고록 1, 2차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이달에 회고록 2차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고소장을 작성하고 있다. 2차 소송을 위해 변호사들이 20여 차례 회의를 할 정도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억장이 무너집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 유백형 씨(56)의 목소리에선 답답함을 넘어 원통함이 배어 나왔다. 유 씨는 23일 “유골이 없어 장례식에서 유품을 태웠는데 어떻게 유골 수습을 감출 수 있느냐. 너무 충격적이고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그는 “유골 수습 당시 미수습자 가족은 목포신항에 있었다. 세월호 선체 바로 옆에 가족들이 있었는데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것”이라며 어이없어했다. 유 씨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미수습자 가족이 (장례 진행 여부를) 선택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갈 정도다. 이건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 씨(63)는 이날 오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사과의 뜻을 전하는 김 장관에게 권 씨는 “장례식 전에 알렸어야 했다.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씨는 “4·16연대(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모임)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경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 법은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해수부가 유골 발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건 국민에게 진실을 숨기는 걸 이 나라가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밤새워 농성을 이어갔다. 국회 내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금지 구역이다. 하지만 경찰은 “유족들의 감정 등을 고려해 해산 조치 없이 농성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 / 김동혁 기자}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되는데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니 죽을 맛입니다.” 19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하고 군산시 나포면 십자들녘과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23일 인근 상가 분위기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군산시 비응도의 한 횟집 주인은 “철새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비응도에 들러 수산물을 사고 회도 먹고 갔지만 AI가 발생한 지난 주말부터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으로 지역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AI까지 덮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가 전면 폐쇄한 순천만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날 대형 철새 조형물이 장식된 정문에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출입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호남 서해안 벨트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이맘때면 ‘겨울 진객’인 철새를 보려는 탐조객들로 북적거렸다. 생태계 보고인 순천만도 늦가을이면 철새와 갈대밭의 장관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순천만이 폐쇄되자 주변 음식점 25곳과 펜션 등 숙박업소 50여 곳이 직격탄을 맞았다. 인근 음식점의 절반 정도는 문을 닫았다. 순천만은 AI 발생으로 2014년에는 1월부터 3월까지 52일간, 2016년에는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일간 폐쇄됐다. 순천만 인근 상인들은 AI가 마치 겨울 감기처럼 발생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종현 순천만상가번영회장(52)은 “AI를 예방하려면 순천만 폐쇄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AI 잠복기가 끝난 뒤 재검사를 해서 재개장 시기를 알려주는 등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순천만을 비롯해 해남 고천암 등 철새 도래지 10곳 전부를 폐쇄했다. 전북에서도 2006년부터 최근까지 166건의 AI가 발생해 닭과 오리 등 1554만여 마리가 도살처분됐고 농가 보상액도 2058억 원이나 됐다. 전북 고창군은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동림저수지의 출입을 22일부터 전면 통제하고 있다. 동림저수지는 올겨울 들어 AI가 처음 발병한 고창군 흥덕면의 오리농장에서 수백 m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최대 40만 마리의 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가 찾아오는 곳이어서 AI 전파의 진원지로 추정하고 있다. 전북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고 일선 시군에도 이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고창군은 21일부터 수렵장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엽사들의 왕래로 자칫 AI가 인근 시군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서다. 고창군은 수렵장 폐쇄로 당장 2억 원 안팎의 수입이 사라지게 됐다. 완주군도 22일부터 수렵장 운영을 중단했다. 완주군과 고창군은 농작물의 피해 예방 및 야생동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이달 1일부터 수렵장을 운영해왔다. 전북도는 24일 부안에서 열 예정이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성공 개최 범도민 성공 다짐행사’를 무기한 연기했고 24∼25일 도청에서 진행할 계획이던 김장시장도 취소했다. 전주동물원은 22일부터 AI 예방을 위해 조류 관람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동물원 측은 독수리,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와 큰고니, 앵무새 등 가금류 관람장으로 이동하는 길목 4곳에 펜스를 설치했다. 연례행사로 서해안 곳곳에서 해마다 열렸던 해넘이 행사도 불투명해져 숙박업계와 음식점 등 지역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오 kokim@donga.com·이형주 기자}
경북 포항과 경주 지진과 관련한 대응 방안 및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의 역할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대한건축사협회 광주건축사회는 24일 오후 2시 광주 서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지역본부 3층 대강당에서 ‘광주 도시재생 뉴딜 정책과 지진에 안전한 도시 건축물을 위한 전문가 및 행정가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계적 지진 연구기관인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 구스노키 고이치(楠浩一·49) 교수가 ‘일본 도시 건축물 지진 피해 및 지진 위험에 대비한 재생 사례’를 발표한다. 구스노키 교수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의 모든 학교와 공공건물이 내진 대책을 마련한 배경과 향후 추진 방향을 설명한다. 박소영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와 건축사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이강석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포항 지진 피해 현황 긴급 보고회를 진행한다. 정명철 광주건축사회 회장은 “국내에서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물 내진 강화 대책과 이와 관련한 자치단체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장례식이 치러지기 하루 전인 17일 선체 내부에서 유골을 발견하고도 미수습자 가족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등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닷새가 지난 22일에야 뒤늦게 사실을 알렸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18일부터 장례를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유골 발견 사실을 숨긴 현장수습본부 담당자를 보직 해임했다. 세월호 선체 수색 등을 담당하는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세월호 객실 내부에서 발견된 목재 등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1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습본부는 “해당 유골은 17일 오전 11시 30분쯤 선체 외부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신원확인팀이 육안으로 확인한 것은 22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선체조사위 관계자는 “21일 오후 수습본부 관계자가 찾아와 ‘18일에 미수습자 장례가 예정돼 있어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수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 씨는 “유골 발견 사실을 알았으면 18일에 장례를 치르지 않고 미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골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미수습자 수습은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해수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광주=이형주 / 한상준 기자}
광주 북부경찰서는 22일 사귀던 여성 머리를 술병으로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특수상해) 등으로 박모 씨(33)를 구속했다. 박 씨는 19일 오후 7시경 광주 한 모텔에서 40대 여성 A 씨 머리를 술병으로 세 차례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올 5월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퇴원하고 지난달부터 사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A 씨가 “집에 가겠다”고 하자 때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북부경찰서는 역시 알코올 중독자 병원에서 만나 사귀던 여성을 상습 폭행한 혐의(특수상해)로 김모 씨(48)를 구속했다. 김 씨는 올 2월 10일 오후 9시반경 광주의 주택에서 40대 여성 B 씨를 주먹으로 마구 때려 척추 골절상을 입히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달아났다가 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순천대는 최근 범우사 윤형두 회장(82)이 현종실록자(顯宗實錄字) 금속활자본 고서를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증식에는 윤 회장과 박진성 순천대 총장을 비롯해 파주출판인클럽 단장인 동화기술 정우용 대표도 참석해 뜻을 같이했다. 윤 회장이 기증한 현종실록자 금속활자본은 중국 후한시대의 역사학자 반고(班固)가 지은 한나라 역사서 한서(漢書)다. 고서는 1677년 조선에서 인쇄된 귀중한 자료로, 국내 인쇄문화 및 판본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다. 윤 회장이 이번에 기증한 고서는 금속활자본과 목판본 등 총 100권이다. 그는 순천대 전신인 순천농림중고교를 졸업한 뒤 동국대 법학과 학사, 중앙대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2년 순천대 명예 출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도서출판 범우사를 설립한 뒤 한국고서연구회 회장,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출판문화 진흥에 앞장섰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모교인 순천대의 학술 발전을 위해 단행본 및 고서 2만4000여 권을 기증했다. 순천대는 도서관 3층에 ‘범우 윤형두 문고’로 명명한 별도의 서가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박진성 총장은 “지역과 대학 발전을 위해 귀중한 서적을 기증한 윤 회장과 파주출판인클럽 회원들께 감사하다”며 “기증받은 도서를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역사문화 연구 등 학술 활동에 소중하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북 고창군에 이어 전남 순천시 순천만의 야생 조류에서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도 20일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전남도는 21일 0시부터 순천만을 전격 폐쇄하고 관광객 입장을 금지했다. 또 평창 올림픽 개최지와 가까운 강원 양양군 남대천의 야생 조류 분변에서도 AI 바이러스가 발견돼 당국이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정부는 초동 대처를 강조하지만 고병원성 AI는 이미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고창군에서 확진 판정된 고병원성 AI가 축산 대기업과 계약한 농가에서 발견되면서 방역을 강화하겠다던 정부 대책이 공염불에 머물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AI를 최전방에서 막아야 할 수의직 공무원(가축방역관)도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는 등 정부 대책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바이러스 이미 확산 가능성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이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전북에 이어 전남의 철새 분변에 대해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이미 상당 수준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AI에 감염된 철새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변 농가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에는 강원 평창과 가까운 양양의 야생 조류에서도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돼 방역 당국이 이동통제 조치를 내렸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양양군 남대천과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군과는 약 80km, 강릉시와는 40km가량 떨어져 있다. 앞서 고병원성 확진이 나온 고창 AI 발생 농장은 축산 대기업과 계약한 곳으로 해당 기업이 방역과 축사 관리 등에 1차적인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이 농가의 관리가 소홀했던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는 축사시설이 오래돼 비닐이 찢어져 있고 야생 조류 분비물이 축사 지붕에서 다수 확인됐다”며 축사 환경이 열악한 상태였음을 전했다. 지난해와 올해 첫 고병원성 AI가 일반 농가와 대기업 계약 농가에서 번갈아 나타남에 따라 정부는 감시, 감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군의 일반 농가에서 첫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당시 정부는 “농가가 방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농가에 책임을 돌렸다. 올 4월 대대적인 AI·구제역 방역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는 축산 대기업의 방역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없었다.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감시 시스템 강화해야” 해마다 고병원성 AI가 반복되면서 사전 검사 강화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해처럼 조기 발견에 실패해 한꺼번에 감염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어렵더라도 검사 횟수를 늘려야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대비해서라도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쉬운 오리만이라도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잦은 지역에서는 겨울에 보상금을 주고 농장을 폐업하게 하는 휴업보상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방역업무를 최전방에서 담당하는 수의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 문제는 매번 거론되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진행한 가축방역관 신규 채용 결과 전남, 전북, 강원 등 3개 도에서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전남과 전북은 매년 AI가 가장 빨리, 많이 발생하고 강원은 평창 올림픽 대비가 필요해 인력이 가장 절실한 곳이다. 정부는 전국적으로도 334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모집이 진행 중인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185명만 뽑는 데 그쳤다. 가축방역관은 지자체에서 직접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등 고강도 업무에 투입된다. 하지만 업무 및 거주환경이 열악해 일부 지역에선 채용 희망자가 적고 이에 따라 만성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개 5급으로 채용되는 의사와 달리 6, 7급으로 채용되고 관리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 기회도 드문 점도 보완할 과제로 꼽힌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순천=이형주 기자}
조직폭력배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간부가 조폭 두목과 함께 계모임을 하다 감찰에 적발됐다. 이 간부는 전보 조치됐지만 황당하게 경찰서 특진 대상자로 추천됐다. 19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9월 조폭 수사를 맡은 50대 A 경위가 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B 씨와 계모임을 한다는 제보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 자체 감찰 결과 A 경위는 지인들과 만든 계모임에 참석해 B 씨와 함께 어울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계모임은 수년 전 지역 동년배들이 만든 것으로 B 씨는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감찰 조사에서 A 경위가 B 씨로부터 향응이나 금품을 받은 건 확인하지 못했다. 또 A 경위가 계모임에 자주 가지 않아 B 씨와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다만 조폭 전담 수사 담당자가 B 씨와 계모임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순천경찰서는 지난달 24일 A 경위를 경고 조치한 뒤 지역 파출소로 징계성 발령을 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A 경위는 특진 대상자로 전남지방경찰청에 추천됐다. 특진 추천은 순천경찰서 인사위원회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인사위원회에서 범인 검거에 공로가 있고 승진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징계성 전보 등 경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심사에서 탈락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폭과 부적절한 처신을 한 직원이 특진 대상자로 추천된 건 잘못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과 어울린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인사 조치를 했지만 징계를 받은 것이 없어 인사위원회에서 특진 대상자로 추천된 것 같다”고 말했다.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의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의 빈소. 권 씨의 딸 권모 양(8)은 천진했다. 노란 티셔츠에 까만 바지를 입고 상장(喪章) 대신 머리에 하얀 리본을 했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기 놀이 해야지”라고 외치며 조문객 사이를 뛰어다녔다. 오징어채를 간식 삼아 먹고, 테이블에 누워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다. 전날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합동추모식에서 주변의 어른들이 오열하자 “아빠” “오빠”를 부르며 따라 울었던 것과는 달랐다. 친척들은 말없이 권 양의 등을 쓰다듬었다. 권 양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에서 네 식구 가운데 혼자 살아남았다. 빈소의 영정 하나에 아빠와 함께 담긴 엄마 한윤지 씨와 많이 닮았다. 한 씨 시신은 참사 직후 수습됐지만 그동안 장례를 미뤘다. 한 친척은 “아빠와 오빠 시신까지 수습하면 말해주려고 가족끼리 입단속을 했다”면서 “○○이(권 양)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며 착잡해했다. 권 양은 참사 당시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이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 지금은 개명했다.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시신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의 합동추모식을 마친 뒤 이날 오후 빈소가 차려졌다. 안산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와 학생 박영인, 남현철 군의 빈소는 경기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권 양의 아빠와 오빠 빈소는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이들의 관에는 시신 대신 고인들의 옷, 가족들이 보내는 편지 등이 담겼다. 양 씨의 아내 유백형 씨(56)는 양 씨의 손때가 묻은 ‘정치’와 ‘경제’ 교과서 2권을 넣었다. 두 빈소는 다소 쓸쓸했다. 19일 제일장례식장 1층 합동분향소 방명록에 적힌 이름은 300여 명으로 이들의 가족, 친척, 지인이 대부분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 남경필 경기도지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조문했을 뿐이다. 유족을 돕던 자원봉사자는 “일반 시민 발길이 점점 뜸해졌는데 이제는 정말 잊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 군과 초등학교 동창인 원동혁 씨(20)는 이날 오후 군복 차림으로 남 군의 빈소를 찾았다. 원 씨는 “나와 성격이 비슷한 현철이도 살아 있었다면 해병대에 함께 입대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일도 제일장례식장 대표(62)는 “장례식 수익금 등 3000만 원을 안산지역 학생 교복비 지원 등에 기부하겠다”는 말로 이들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미수습자 5인의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면서 3년 전 4월 참사 직후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설치한 희생자 합동분향소도 철거된다. 광주시는 20일 오전 시청 1층 시민홀에서 합동분향식을 열고 오후 6시 분향소 철거에 들어간다. 그동안 약 4만1000명이 분향했다. 전남도는 무안 도청 1층 분향소를 21일 오후 7시 치운다.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제외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던 분향소는 광주와 전남이 마지막이었다. 세월호 유족 일부는 목포신항 컨테이너에서 계속 생활하며 선체 수색과 조사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이들은 매일 수색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연말까지 이어질 선체 수색이 끝나야 이들도 컨테이너 생활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쪽 끝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은 당장 철거될 확률은 낮다. 천막을 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는 아직도 ‘진상 규명’을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월호와 관련한 여러 논의가 산적해 있어 정부에서 총체적으로 논의를 하면 거기에 따라서 (철거나 이동 등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불법 점용한 천막과 시설물에 대한 변상금은 계속 부과할 방침이다. 24일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현재 특별법안에서 위원 추천 규정(야당 6명, 여당 3명)을 수정하고 조사원 수를 120명에서 15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16연대 관계자는 “법안 통과 전까지 천막 철거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 / 안산=김배중 / 목포=이형주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에 암매장된 희생자가 기존에 알려진 27명이 아니라 최소 34명으로 추정된다는 새로운 사실이 각종 문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추정 장소 4곳과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추정 장소 4곳에는 1980년 5·18 직후 시민들이 시신 3구를 찾아낸 광주교도소 건너편 야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5월 단체는 그동안 5·18 직후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광주사태 진상 조사’ 문건에서 ‘광주교도소에서 민간인 27명(보안사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한 것을 암매장 기초 자료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각종 문서와 증언을 분석한 결과 암매장 희생자를 최소 34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5·18 직후 광주교도소 8구, 건너편 야산 3구 등 총 11구의 시신을 찾은 것을 고려하면 광주교도소에서 아직까지 희생자 23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암매장 첫 번째 장소(지도 ④번)는 5·18 당시 광주지검이 작성한 광주교도소 동향 문서에 기록됐다. 문서에는 ‘1980년 5월 21일 밤 군부대에서 시신 6구를 광주교도소 공동묘지에 묻었다’고 적혀 있다. 광주교도소과 광주지검 측은 사흘 뒤 “공동묘지에 묻힌 시신을 발굴해 옮길 때에는 검시할 것”이라는 통화를 했고 그 내용이 문서에 담겨 있다. 문서는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반란수괴죄로 재판을 받을 때 제출됐다.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에 희생자들이 암매장됐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두 번째(지도 ③번)는 5·18당시 3공수부대 사병으로 근무한 이모 일병이 제보한 곳이다. 그는 1989년 평민당에 “1980년 5월 22일 새벽 시신 5구를 광주교도소 관사 앞 소나무 숲에 묻었다”고 제보해 발굴이 진행됐으나 유골을 찾지 못했다. 그가 제보한 곳은 그동안 1980년 5월 30일 시신 8구를 찾은 곳(지도 ②)과 같은 곳으로 여겨졌다. 5월 단체는 각종 문서와 증언을 분석한 결과 이 일병의 제보 장소는 소나무 숲이었고 시신 8구가 발굴된 곳은 플라타너스와 옥향나무가 심어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1980년 5월 30일 시신들을 발굴한 유족 증언과 문서를 확인해보니 이 일병 제보 장소와 시신 8구가 발견된 장소가 서로 다른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네 번째(지도 ①번)는 5·18당시 3공수부대 대대장이었던 김모 소령이 1995년 검찰 조사에서 그린 암매장 약도 장소다. 김 소령은 검찰에서 “19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광주교도소 담장 밖에 시신 12구를 묻었다”고 진술하고 약도를 그렸다. 5월 단체는 약도를 토대로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바깥쪽 폭 3∼5m, 길이 117m 구간에서 발굴 조사를 하고 있으나 땅속에서 배관 9개가 나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굴이 진행되자 다른 3공수부대 부대원 2명이 전화로 “시신 12구 암매장 장소는 교도소 담장에서 더 떨어져 있다”고 제보했다. 광주교도소와 화순 너릿재에서는 땅속탐사레이더(GPR) 조사가 진행돼 20일경 결과가 나온다. 5월 단체는 각종 문서와 5·18 당시 공수부대원, 교도관 증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암매장 시간과 장소, 희생자 수가 각각 다르다고 설명했다. 5·18 희생자를 묻었다는 각종 문서와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5·18이 일어난 지 37년이 흘러 각종 증거가 은폐되거나 사라져 5월 진실의 기초 사실마저 밝혀내기 힘든 상황이다. 5월 단체는 5·18 직후 신군부가 암매장 시신을 몰래 파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희생자들을 찾으려는 발굴 작업은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암매장 장소로 거론되는 옛 광주교도소와 주남마을 상황은 자료 은폐 등으로 기초적인 진실 규명조차 쉽지 않다”며 “5·18특별법 제정으로 5월 그날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치매를 앓는 70대 할머니가 강추위에 논에 있는 3m 깊이의 좁은 물구덩이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19일 전남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35분 화순의 한 마을에서 A 씨(77·여)가 실종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점심식사 후 80대인 남편이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A 씨가 없어졌다는 것. 노부부는 시골집에서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아내를 찾는데 실패한 남편은 딸에게 전화했고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치매를 앓고 있던 A 씨가 간혹 예전 농사를 짓던 밭으로 가곤 했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은 동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 씨가 과거 밭농사를 짓던 곳으로 걸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강추위에 경찰과 소방당국은 물론 마을 주민까지 나서 18일 오전 4시까지 동네 곳곳을 애타게 수색했지만 A 씨 행방은 묘연했다. 18일 오전 8시경 A 씨가 살던 마을 인근에서 고추 시설하우스를 설치하던 베트남 남녀 근로자 2명은 논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이들 베트남 근로자 2명이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니 논에 있는 지름 60㎝, 깊이 3m 정도 물구덩이가 있었다. 이 물구덩이가 있는 것을 아무도 몰랐고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그런데 안에 A 씨가 빠져있었다. 근로자들은 A 씨가 물구덩이에 빠져 있는 것을 경찰에 신고해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구조에 나선 소방관들은 물구덩이 입구가 지름 60㎝에 불과해 직접 꺼내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 굴삭기를 동원해 옆부분 흙을 파냈다. 이후 삽으로 흙을 조심스럽게 파내 1시간 만에 A 씨를 구조했다. 구조된 A 씨는 옷이 물에 젖어있었지만 건강한 상태였다. 17일 밤에서 18일 새벽 광주전남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좁은 물구덩이가 체온을 유지, 저체온증을 막아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한 관계자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애타게 찾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베트남 근로자 2명이 인기척을 들어 천운으로 구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군,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주십시오.” 16일 오후 2시경 전남 목포신항 하늘에 다섯 명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는 남현철 군 아버지 남경원 씨(47)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란히 선 다른 사람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훔쳤다. 이들이 가족을 기다린 시간은 이날로 1311일. 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을 알리는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했다. 기자회견이 끝나는 순간 소리 죽여 흐느끼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끝내 오열했다. 박영인 군의 어머니는 통곡하다 쓰러질 뻔했다.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 씨(56)는 소리 내 울다 목이 메었다.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 씨(63)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나머지 미수습자 가족을 챙겼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도 눈물을 훔쳤다. 한 유가족은 “세월호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면 좋았을 텐데. 혈육을 찾지 못하고 목포신항을 떠나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수습자 가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전해 듣고 전남 진도로 달려왔다. 단원고 2학년 6반이던 남 군은 5반 고(故) 이다운 군의 자작곡 ‘사랑하는 그대여’를 작사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 기타를 세워두고 남 군의 귀환을 기다렸다. 같은 반 박 군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통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와 야구 등을 좋아했다. 박 군의 부모는 아들이 원했던 새 축구화를 사고 후 뒤늦게 구입해 팽목항에 갖다 놓은 뒤 가슴을 쳤다. 양 교사는 듬직한 선생님이었다. 참사 당일 선체가 기울자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주고 다른 학생이 있는 배 안으로 향한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권 씨와 아들 혁규 군은 가족과 제주도로 이사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 권 씨의 막내딸은 구조됐지만 베트남 출신 아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혁규 군은 한 살 어린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때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안타까움과 부러움이 섞인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고대하던 세월호 선체 인양 뒤에도 8개월째 가족을 찾지 못하자 고통스러운 마지막 선택을 했다. 이들은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중이라 비통하고 힘들지만 혈육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 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며 지지해준 국민들을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이들은 “추후 선체 조사 과정에서 혈육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시기를 바라며 앞으로 일은 정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고 덧붙였다. 조사위원회는 내년 1월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운 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가족들은 “국민들의 마음이 모여 세월호 인양이 가능했다. 이제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국민들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18일 오전 8시 반 목포신항에서 유해 없는 추모식을 치른다. 1313일간의 기다림이 끝나는 날이다. 추모식에는 3년 7개월간 동고동락한 진도군민들도 함께한다. 이어 한 사찰에서 옷과 책 편지 등을 태우고 남은 재를 유골 봉안함에 안치할 예정이다. 이때 마른 갯벌도 태울 계획이다. 미수습자 영혼이 갯벌에 배어 있다고 믿어서다. 가족들은 같은 날 오후 경기 안산시 제일장례식장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세계 굴지의 배터리 제조 기업인 중국 초위그룹 양신신 총재가 전기차 부문에서 광주시와의 협력 의사를 밝혔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윤장현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양 총재를 만나 광주시와 초위그룹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국현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 회장이 함께 했다. 중국 주룽자동차 투자협약, 유럽 최고 자동차 연구기관인 호리바 마이라 친환경자동차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에 이어 초위그룹이 협력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광주시는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에 있어 더욱 긍정적인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총재는 “광주가 추진하는 친환경자동차산업과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에 관심을 갖고 있다. 광주시와 기술·창업적 협력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가능한 부문부터 상호 투자와 협력을 기대한다. 광주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총재는 광주에 있는 배터리 제조업체인 세방전지와도 기술협력과 공동생산을 하는데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총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국면에서도 광주시가 칭화대와 자동차포럼을 여는 등 중국과 함께 하려는 정책을 펼치며 교류·협력을 지속하는 걸 보고 감명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중 두 나라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에서 광주와 전향적 협력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양 총재는 앞으로 광주를 찾아 분야별 협력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윤 시장은 “광주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조립했고 기아차 광주공장과 부품 협력업체 284개가 있는 자동차 도시”이라며 “친환경자동차와 에너지, 문화콘텐츠산업 등 3대 산업은 광주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사업”이라고 했다. 또 “이번 만남을 계기로 초위그룹과 광주가 친환경자동차산업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98년에 설립돼 중국 절강성에 본사를 둔 초위그룹은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배터리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저장 배터리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초위그룹은 중국에서 1위, 세계 4위의 배터리 제조기업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밤바다가 아름다운 전남 여수가 3년 연속 관광객 1300만 명을 돌파하며 국제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올해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때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지난달까지 여수를 찾은 관광객이 1331만 명이라고 15일 밝혔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1300만 명을 넘어섰다. 나비 모양 반도인 여수는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해양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여수(麗水)는 ‘물이 곱다’는 지명처럼 바닷물이 맑다. 해안선 길이가 879km에 이르고 평균 기온은 섭씨 14.7도로 온화하다. 천혜의 해양도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여수로 오는 접근성은 떨어졌다. 그러나 여수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고속철도(KTX),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해 교통 편의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더불어 여수 구도심 밤바다가 인기를 끌었다. 여수엑스포 시설과 해상케이블카는 물론 종포해양공원 주변에서 벌어지는 길거리 공연 ‘낭만버스킹’,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낭만포장마차 등 각종 즐길거리도 많아졌다. ‘이순신 마리나’가 있는 여수 신도심 웅천지역은 해양레저스포츠 1번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양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여수에는 호텔 19곳, 객실 1567개가 들어섰다. 김광중 여수시 관광문화교육사업단장은 “여수지역 호텔은 평일에도 숙박률이 70%에 육박한다”며 “올해 관광객 규모가 여수엑스포 때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이 커지면서 여수지역 음식점은 지난해보다 723곳, 관광숙박업소는 108곳이나 늘었다. 한국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있는 데다 해양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여수 경제는 전남지역 경제의 3분의 1일을 차지한다. 여수 시민소득이 전국에서 울산 다음으로 높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인 여수, 특히 구도심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교통 체증, 물가 인상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수시민협의회 관계자는 “관광객과 여수시민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구도심 셔틀버스 운영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해양관광산업 명품화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 편의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민평가단 260명을 투입해 음식점 위생상태와 친절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해결을 위해 요금 사전신고제를 추진하는 한편 내년부터 숙박통합예약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영주차장 2921면을 확보하고 1시간 무료 이용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말 교통체증 구간인 돌산대교 입구 회전교차로는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다. 특히 시민이 중심되는 관광정책 수립을 위해 지역 목소리를 듣고 있다. 구도심과 돌산도(읍)에 몰리는 관광객을 국동수변공원, 웅천친수해변, 소호동 등 도시전체 권역과 화양면으로 분산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장도 근린공원과 웅천, 소호동을 연결하는 해상 교량을 추진하고 있다. 화양면에 대규모 체험형 관광시설도 조성하고 있다. 주철현 시장은 “1조1000억 원 투자가 결정된 여수 도심 인근의 섬 경도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에 편입돼 명품 리조트 건설에 탄력을 받게 됐다”며 “주차난 해소와 음식, 숙박 서비스를 개선해 명품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 시민과 관광객 편의 증진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준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15∼17일 코르넬 머르쿨레스쿠 사무총장, 와킨 푸욜 시설위원장 등 국제수영연맹(FINA) 대표단이 광주를 찾는다고 14일 밝혔다. 광주시는 각종 시설 설계 단계부터 FINA 대표단에 자문을 하고 있다. 경기장 시설 공사 과정에서 규정 미달 사항이 나오지 않도록 하여 공사 기간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FINA 대표단은 15일 광주수영대회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시장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간담회에서 윤 시장은 광주대회에 세계적 관심을 모으려면 북한팀 참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FINA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FINA 대표단은 16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광주대회 추진 상황 등을 청취한다. 경영·다이빙 경기장인 남부대 수영장과 수구 경기장인 진월국제테니스장도 둘러본다. 조영택 조직위 사무총장은 “대회 참가 선수와 관중에게 최적의 여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FINA 자문 결과를 반영해 경기장 시설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후원사 유치에도 나섰다. 수영대회의 범시민적 참여 분위기를 높이기 위한 자원봉사자 모집과 홍보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29일 광주시청에서 자원봉사 신청자 650명이 참여한 가운데 자원봉사 관계기관 협약식과 자원봉사 교육 아카데미 개교식을 갖는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2019년 7월 12일부터 8월 11일까지 31일간 진행된다. 세계 207개국 선수, 임원 등 1만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3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 입구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밑에는 ‘엄마 나가고 싶어요…’ ‘제발 찾아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세월호 침몰 1308일째. 단원고 2학년 6반 남현철 박영인 군과 양승진 선생님, 일반 승객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은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미수습자 찾기를 기원하며 만든 이동식 플래카드에는 빈칸이 4개 있었다. 미수습자 9명 가운데 유해를 수습한 네 명 사진이 빠진 자리였다. 목포신항에는 세월호가 여전히 기운 채 누워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만간 목포신항, 그리고 세월호와 이별한다. 남은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은 이르면 16일 목포신항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떠날 것으로 보인다. 입구에서 세월호를 살펴보던 최모 씨(61·전북 임실군)는 “큰형님 생일을 맞아 가족 10여 명이 추모하려 목포신항을 찾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목포시 현장민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올 4월 세월호를 인양한 뒤 이곳을 찾는 추모객은 하루 평균 약 100명이었다. 그러나 피붙이를 찾지 못한 네 가족이 조만간 이곳, 세월호 곁을 떠난다는 말이 전해진 이날 추모객은 200여 명이 모였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바다에서 건져 올려져 올 4월 11일 여기에 거치됐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후 200일 넘게 임시숙소에 머물며 유해 수습 상황을 챙겼다. 남은 미수습자 네 가족은 14일 목포신항에서 해양수산부 관계자들로부터 세월호 선체를 똑바로 세운 뒤 어떻게 수색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예정이다. 이들 가족은 선체를 바로 세우더라도 유해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가족은 3년 넘은 기다림으로 몸과 마음이 극한에 처한 상황이다. 이들 가족은 16일 또는 17일 목포신항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성명에는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찾기에 힘써 준 정부와 지지해 준 국민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목포신항에서 유해 없는 영결식을 지낼 예정이다. 이후 경기 안산과 서울로 이동해 장례식장을 차리고 20일까지 삼일장을 치른다. 이들이 떠나도 세월호 선체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일부 진도군민은 목포신항을 찾아 이들 남은 네 가족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진도범군민대책위원회는 15일 미수습자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일부 미수습자 가족이 생활고를 겪는다는 소식에 도움의 손길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박재홍 영무건설 회장(61)이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60호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11일 밝혔다. 아너스클럽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한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박 회장은 광주전남지역 3호 회원이다. 박 회장은 평소 나눔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공헌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05년부터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 및 물품 지원, 노후주택 개·보수, 회사 동호회 밴드 무료 공연, 해외봉사 및 갤러리 운영을 통한 신인작가 창작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무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 100여 명으로 ‘영무예다음 봉사단’을 만들어 국가유공자 및 유족, 그리고 소외계층 가정의 낡은 집을 고쳐주거나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라오스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도 봉사활동을 한다. 광주전남지역 아너스클럽에는 앞서 최상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회장이 첫 회원으로,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두 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중곤 광주전남지사 사회협력팀장은 “아너스클럽 기부금은 지역 재난 구호나 소외계층을 돕는 데 전부 사용된다. 회원에게는 국내외 봉사활동 및 적십자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장성 고려시멘트는 지난해 9월 ‘레미콘 공장을 추가로 운영하겠다’며 장성군에 사업 승인을 신청했다. 장성군이 주민생활권 보호 등을 이유로 불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근 ‘시멘트에 이어 레미콘 공장까지 들어서면 환경 침해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장성군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농어촌 축산, 발전시설 신축 등을 놓고 갈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권한과 주민 환경권을 우선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성에 고려시멘트가 들어선 것은 1972년이다. 호남지역 최초 시멘트 공장으로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도 줬지만 인근 주민들은 비산먼지와 분진 피해를 호소했다. 고려시멘트는 지난해 장성군에 규모 4만3496m² 레미콘 공장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공장 증설 및 업종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장성군은 1개월 만에 레미콘 공장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주민 의견을 듣는 등 행정절차를 거친 끝에 장성군이 든 핵심 사유는 두 가지. 시멘트 공장이 있는데 레미콘 공장까지 들어서면 인근 주민과 마찰이 우려되고, 주거와 생활환경에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장성군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 주변에 주민 4136가구, 9494명이 산다. 관공서 14곳에 공무원 700여 명이 일한다. 국도 1, 24호선과 고속철도가 통과하며 재래시장과 농경지가 있다. 초등학교가 공장에서 40m 떨어져 있어 레미콘 공장까지 가동되면 소음, 분진 피해가 악화되고 대형 차량이 드나들어 교통사고와 체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레미콘 공장 터가 장성 관문에 있어 도시 발전과 인구 유입, 친환경도시(‘옐로시티’) 조성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고 군은 설명했다. 고려시멘트 측은 올 1월 ‘장성군이 레미콘 공장 승인 거부 처분을 하면서 구체적 근거와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장 측은 장성군이 인근 주민이 아닌 마을 이장들에게 의견을 들은 데다 주민 생활환경이나 초등학교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주민 반대는 신청 불허 사유가 아닌데도 장성군이 권한을 넘어서 승인을 거부했다는 논리도 폈다. 주민들은 9월 ‘동의 없이 레미콘 공장 신축을 강행하려 한다’며 반대집회를 열고 장성군의회는 신축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갈등은 커졌다. 광주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훈)는 12일 장성군이 레미콘 공장 증설을 불승인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성군의 승인 거부 처분의 근거와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고 주민 대표인 이장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 장성군이 헌법상 권리인 주민 환경권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재량권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멘트 공장 환경 침해에다 레미콘 공장 가동에 따른 침해가 가중돼 주민 생활환경이나 학습환경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며 “레미콘 공장이 가동되면 사후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고 대형 트럭 통행으로 사고 위험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고려시멘트 행정소송 관련 장성군 입장 발표문’을 내고 사법부 판단을 환영했다. 유 군수는 “사법부 결정은 기업이 주민 희생만을 요구할 수 없다는 판단과 주민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경우 협의하고 설득하라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수문을 전면 개방하는 경남 충남 광주 5개 보 주변 농민들은 대체로 물이 부족해 농사를 망칠 것을 우려했다. 가뭄에 대비해 보 수문 개방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10만 m²에서 겨울철 미나리 농사를 짓는 한모 씨(54)는 승촌보 물을 뺀다는 말에 “8년 전 승촌보를 짓기 위해 강물을 뺐을 때 한동안 지하수가 고갈돼 민원이 쏟아지고 ‘지하수 확보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그 물을 다시 뺀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쉬었다. 겨울철 미나리는 시설하우스에서 수온 섭씨 8도 안팎의 지하수를 공급해 키운다. 경남 합천창녕보 옆 창녕군 이방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임모 씨(64)는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올겨울과 내년 봄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강 백제보 인근인 충남 부여군 부여읍 중정리에서 비닐하우스(3만 m²)에 토마토 멜론 수박을 재배하는 이광렬 씨(54)는 “시설하우스는 대부분 지하수를 쓰는데 보를 개방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강 주변 일부는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시설채소를 하는 창녕과 함안 농민도 안개나 저온 피해 등이 줄어들게 돼 보 전면 개방을 반긴다”고 주장했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지정된 공주시는 주요 관광지인 공산성의 수변 경관이 훼손될까 걱정이다. 윤도영 공주시 안전관리과장은 “현재 공산성을 끼고 도는 금강 수심이 약 3m인데 공주보를 개방하면 강바닥이 드러나 아주 보기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만 창녕군 이방면 부면장은 “낙동강 주변 저습지는 홍수 피해가 많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홍수와 가뭄 걱정이 없어졌다. 아까운 물을 그냥 흘려보낸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100여 개 시민·환경단체 모임인 ‘5대강유역보전실천협의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보 수문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무조정실 산하 4대강 보 모니터링 자문회의에 4대강 사업 찬동 인사를 배제하고 민관 재자연화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추가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면 혹시 내년 봄에 가뭄이 들었을 때 농업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농민들이나 관련 단체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일부를 개방해 일단 그 효과를 분석해 보자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겨울철에 실시하는 데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유 교수는 “온도가 낮은 겨울철엔 남조류 양이 많지 않을 텐데 보 개방 효과가 가시적으로 보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금강=지명훈 mhjee@donga.com / 광주=이형주 / 창녕=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