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 좋은데… AI발생에 지역경제 위축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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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횟집에 관광객 발길 급감… 전면폐쇄 순천만도 적막감 가득
고창군은 수렵장 운영 전면중단… 서해안 ‘해넘이 행사’도 불투명

국내 대표적 철새도래지이자 생태계 보고인 전남 순천만(2800㏊)은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돼 21일부터 탐방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순천시 제공
국내 대표적 철새도래지이자 생태계 보고인 전남 순천만(2800㏊)은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돼 21일부터 탐방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순천시 제공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되는데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니 죽을 맛입니다.”

19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하고 군산시 나포면 십자들녘과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23일 인근 상가 분위기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군산시 비응도의 한 횟집 주인은 “철새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비응도에 들러 수산물을 사고 회도 먹고 갔지만 AI가 발생한 지난 주말부터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으로 지역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AI까지 덮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가 전면 폐쇄한 순천만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날 대형 철새 조형물이 장식된 정문에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출입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호남 서해안 벨트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이맘때면 ‘겨울 진객’인 철새를 보려는 탐조객들로 북적거렸다. 생태계 보고인 순천만도 늦가을이면 철새와 갈대밭의 장관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순천만이 폐쇄되자 주변 음식점 25곳과 펜션 등 숙박업소 50여 곳이 직격탄을 맞았다. 인근 음식점의 절반 정도는 문을 닫았다.

순천만은 AI 발생으로 2014년에는 1월부터 3월까지 52일간, 2016년에는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일간 폐쇄됐다. 순천만 인근 상인들은 AI가 마치 겨울 감기처럼 발생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종현 순천만상가번영회장(52)은 “AI를 예방하려면 순천만 폐쇄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AI 잠복기가 끝난 뒤 재검사를 해서 재개장 시기를 알려주는 등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순천만을 비롯해 해남 고천암 등 철새 도래지 10곳 전부를 폐쇄했다.

전북에서도 2006년부터 최근까지 166건의 AI가 발생해 닭과 오리 등 1554만여 마리가 도살처분됐고 농가 보상액도 2058억 원이나 됐다. 전북 고창군은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동림저수지의 출입을 22일부터 전면 통제하고 있다. 동림저수지는 올겨울 들어 AI가 처음 발병한 고창군 흥덕면의 오리농장에서 수백 m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최대 40만 마리의 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가 찾아오는 곳이어서 AI 전파의 진원지로 추정하고 있다.

전북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고 일선 시군에도 이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고창군은 21일부터 수렵장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엽사들의 왕래로 자칫 AI가 인근 시군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서다. 고창군은 수렵장 폐쇄로 당장 2억 원 안팎의 수입이 사라지게 됐다. 완주군도 22일부터 수렵장 운영을 중단했다. 완주군과 고창군은 농작물의 피해 예방 및 야생동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이달 1일부터 수렵장을 운영해왔다.

전북도는 24일 부안에서 열 예정이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성공 개최 범도민 성공 다짐행사’를 무기한 연기했고 24∼25일 도청에서 진행할 계획이던 김장시장도 취소했다.

전주동물원은 22일부터 AI 예방을 위해 조류 관람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동물원 측은 독수리,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와 큰고니, 앵무새 등 가금류 관람장으로 이동하는 길목 4곳에 펜스를 설치했다. 연례행사로 서해안 곳곳에서 해마다 열렸던 해넘이 행사도 불투명해져 숙박업계와 음식점 등 지역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오 kokim@donga.com·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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