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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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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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칼럼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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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女골프의 전설’ 구옥희, 그린에 잠들다

    한국 여자 골프의 선구자인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장이 10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 현의 한 골프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57세. KLPGA는 11일 “구 전 회장이 일본 시즈오카 현 한 골프장 숙소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구 전 회장의 일본 측 지인이 알려왔다. 고인의 시신이 국내로 운구되는 대로 장례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숨진 당일에는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한국 여자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다. 고인 앞에는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골프 선수, 한국 선수 최초의 일본투어 우승, 한국인 최초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 등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고인은 1975년 경기 고양시의 집 근처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다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1978년 5월 경기 양주의 로얄컨트리클럽에서 처음 실시된 여자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 고 한명현 씨, 고 안종현 씨 등 3명과 함께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골프 선수가 됐다. 1979년 쾌남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그는 1980년에 열린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이듬해에도 4승을 거두며 한국 여자 골프의 1인자로 우뚝 섰다. 1983년 말 일본 여자 프로 골프 테스트를 거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했고 1985년 기분 레이디스를 시작으로 그해 3승을 올리며 일본 프로스포츠 신인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40대 이후에도 맹활약을 펼쳐 화제가 됐다. 40세이던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연속 일본 상금랭킹 톱10에 들었다. 같은 기간에 10승을 올렸고 49세이던 2005년에도 서클K 선크스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일본에서 들어올린 우승컵만 23개다. 1999년에는 일본투어 평균 타수 1위를 차지했다. 1988년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 문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LPGA투어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한국에서 20승, 일본에서 23승, 미국에서 1승 등 프로대회에서 총 44번이나 우승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KLPGA 명예의 전당에 제1호로 헌정됐다. 고인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KLPGA 부회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는 KLPGA 제11대 회장직을 맡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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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만 즐기던 골프장, 가족도 함께

    드넓은 초록색 잔디 위를 여유 있게 걷는 것은 골프장을 찾는 재미 중 하나다. 혼자만 즐겼던 이 재미를 가족과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은 11일부터 바다코스에 ‘빈폴 아웃도어 글램핑 빌리지’를 오픈하고 글램핑 서비스를 시작한다. ‘글램핑’은 ‘글래머러스(Glamorous·화려한)’와 ‘캠핑(Camping)’을 조합한 신조어로 필요한 도구들이 모두 갖춰진 곳에서 안락하게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 ‘스카이72 글램핑 온 더 그린’은 푸른 양잔디 페어웨이 위에 설치된 텐트와 식탁에서 최고급 바비큐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점심(오전 10시 반∼오후 3시)과 저녁(오후 5시 반∼10시) 등 1일 2회 운영한다. 이 골프장의 식음료를 맡고 있는 워커힐호텔이 쇠고기 등심, 양갈비, 양념돼지갈비, 고추장 삼겹살, 워커힐 수제 소시지, 왕새우, 활 전복 등을 제공하며 A코스는 8만 원(1인당·세금 포함), B코스는 10만 원. LPGA 기념관 옆 페어웨이에 설치된 글램핑 존 안에는 퍼팅 연습이 가능한 그린과 어린이 골프채, 축구공과 야구 글러브, 배드민턴 채 등이 구비되어 있다. 벙커에서는 모래 놀이도 할 수 있다. 오픈기념으로 드림골프레인지 60분 무료 이용 쿠폰 1장과 비치타월, 와인 2팩, 시세이도 선스크린 여행 키트, 선글라스를 텐트 단위로 선착순 증정한다. 사전예약제로 인터파크(1544-1555)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지역 주민에게는 1인당 1만 원을 할인해 준다. 032-741-8690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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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김다나의 최종병기, 국산 샤프트

    김다나(24·넵스)와 저스틴 로즈(33·남아공). 최근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두 선수에겐 공통점이 있다. 국산 골프채 샤프트를 사용해 우승했다는 것이다. 로즈는 지난달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우승했다. 당시 로즈가 사용한 샤프트에는 ‘OZIK(오직)’이란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오직’은 국산 샤프트 생산 업체인 MFS골프의 대표 브랜드다. 로즈 외에도 필 미켈슨(미국),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비제이 싱(피지), 김인경(하나금융그룹) 등도 ‘오직’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3연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박인비(25·KB금융그룹)도 하이브리드 클럽에는 ‘오직’ 샤프트를 쓴다. 미국의 리서치기관인 대럴 서베이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MFS골프의 점유율은 드라이버가 21%, 우드는 22.4%로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미국의 알딜라와 일본의 후지쿠라, 미쓰비시와 더불어 세계 4대 샤프트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7일 금호타이어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다나도 코브라골프 드라이버에 MFS골프가 만든 ‘IRUDA(이루다)’ 샤프트를 장착했다. 김다나의 우승을 포함해 이 회사 샤프트로 우승한 횟수는 한국, 미국, 일본 프로 투어를 통틀어 56번이나 된다. MFS골프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미즈노, 나이키, 아담스골프 등 주요 골프채 생산업체에 ‘OZIK’, ‘IRUDA’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 전재홍 대표는 “대한민국은 스포츠 강국이고 김연아와 박지성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배출했지만 아직 우리나라를 대표할 스포츠 브랜드가 없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MFS골프를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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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덩이’ 문우람… 넥센 3연전 싹쓸이

    지난달 3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쿠바 몬스터’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는 미국 현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7일까지 31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치며 19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0.409나 된다. 활기 넘치는 그의 플레이는 다저스의 팀 분위기를 되살렸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선수가 있다. 2011년 말 신고 선수로 입단한 넥센 외야수 문우람이 주인공이다. 문우람은 지난해 25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로 사실상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1군에 올라오자마자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그에게 ‘문이그’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5∼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3연전에서 문우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5일 경기에 3번 타자로 출전한 그는 데뷔 첫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2타점 4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2-10 승리에 기여했다. 6일에는 4타수 3안타 1타점을 올리며 6-3 승리의 주역이 됐다. ‘복덩이’ 문우람의 등장은 잠자던 넥센의 야성을 일깨웠다. 시즌 초반 한때 선두를 달리던 넥센은 6월 8일부터 21일까지 8연패에 빠졌고 이후 LG와의 3연전 이전까지 5승 5패로 다소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우람이 그라운드를 휘젓기 시작하면서 넥센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7일 경기에서 넥센은 장단 16안타를 집중하며 LG를 11-2로 대파했다. 박병호는 1-1 동점이던 3회말 주키치를 상대로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렸고, 강정호는 5회 쐐기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병호는 16홈런으로 이날 경기가 없었던 최정(SK), 팀 동료 이성열과 홈런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문우람은 이날도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4회말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하다가 오른손 중지를 다쳐 5회 수비부터 장기영으로 교체됐다. 7일 현재 타율은 0.438(48타수 21안타). 선두 삼성은 잠실에서 두산을 8-2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대전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SK-한화전과 롯데-KIA전은 우천으로 순연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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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 첫승 김다나, 잠실 시구 소원 풀겠네

    ‘미녀 골퍼’ 김다나(24·넵스·사진)가 야구장 마운드에 서는 꿈을 이루게 됐다. 7일 중국 산둥 성 웨이하이 포인트 골프장(파72·6091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덕분이다. 김다나는 야구와 인연이 깊다. 1993년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한 LG의 왕년의 에이스 김태원이 친삼촌이다. 그렇지만 김다나는 어릴 적부터 LG의 서울 라이벌인 두산을 좋아했다. 두산 관련 기사를 빼놓지 않고 읽으며 요즘도 틈날 때마다 야구장을 찾아 직접 응원을 한다. 그는 평소 “첫 우승을 한 뒤 두산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곤 했다. 넵스 관계자는 “다나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두산 측에 시구를 부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급 주방가구를 생산하는 넵스는 한때 두산의 서브 스폰서를 맡은 적이 있어 김다나의 시구는 큰 어려움 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다나는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우승했다. 배희경과 이정민(21·KT), 김지희(19·넵스) 등 공동 2위 그룹과는 1타 차. 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2003년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시작해 2007년부터 2년간 뉴질랜드 국가대표를 지낸 김다나는 2009년 2부 투어를 거쳐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김다나는 지난해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계기가 돼 시즌 후 넵스에 스카우트됐다. 넵스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팀에 소속돼 있던 김자영(LG)과 양수진(정관장)이 너무 거물이 돼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마침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김다나가 눈에 띄어 스카우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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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골프공 27만개 하루에 쏟아내

    포장을 뜯자마자 친 공이 해저드에 빠졌을 때의 당혹감이란. 스코어를 떠나 아까운 건 돈이다. 프리미엄급 골프공 가격은 개당 6000원이 넘는다. “통닭 한 마리가 날아갔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최근에 찾은 태국 라용의 타이틀리스트 볼 플랜트Ⅳ는 이른바 ‘통닭의 천국’이었다. 타이틀리스트의 프리미엄 공 프로(Pro)V1과 프로V1x가 천장에 설치된 분류기를 통해 날아다니고 있었다. 완성품 배출구에서는 윤기 나는 하얀 골프공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 공장은 하루 평균 27만 개의 공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6600만 개(약 550만 더즌)다. 여기서 생산된 볼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 공급된다. 이 공장을 총괄하는 맷 호리스 매니징 디렉터는 “골프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모든 공이 똑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제조 공정과 품질 관리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곳은 공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연구소 같았다. 공의 제조는 시작부터 끝까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고, 하얀색 가운 차림의 직원들은 정밀 측정 기계 등을 이용해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찾아내고 있었다. 프로V1 골프공에 나 있는 미세한 3개의 흠집도 품질 일관성과 관련이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공들을 삼발이에 올려 페인팅과 마무리 코팅을 한다. 흠집은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긴다. 볼을 이렇게 띄워 놓고 칠하는 것이 동일한 두께로 도포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로고와 측면 스탬프가 항상 일정하게 찍히는 것도 이 회사가 받은 특허 설비 덕분이다. 호리스 디렉터는 “하나의 공이 만들어지기까지 300여 가지의 공정을 거친다. 이중 삼중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포장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품질에 대한 신뢰는 투어에서 뛰는 프로 선수들의 사용률로 이어진다. 미국의 리서치기관인 대럴 서베이가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치러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7개 대회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5개 대회에서 선수들의 사용 용품을 조사한 결과 타이틀리스트는 각각 65%와 66%의 압도적인 사용률을 보였다. 타이틀리스트는 1949년 PGA 투어 사용률 1위에 오른 뒤 65년 연속 사용률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라용(태국)=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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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팅 비법 없다고?… 인비, 좀 알려줘!

    “박인비에게는 4m 이내면 컨시드(일명 오케이)를 줄 수 있다.” 올해 초까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였던 쩡야니(대만)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다. 올해 US여자오픈 1, 2라운드에서 박인비와 동반 플레이를 했던 현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린 에지에서 한 퍼팅은 대개 홀을 비켜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박인비는 그런 퍼팅을 곧잘 집어넣는다. 공이 홀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좌절하게 된다.” 1일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시즌 6승과 올 시즌 3차례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게 된 ‘골프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주무기는 단연 퍼팅이다. 어지간한 거리의 퍼팅은 어김없이 홀로 빨려 들어간다. 먼 거리 퍼팅에서도 좀처럼 스리퍼트를 하는 법이 없다.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도 11∼13번홀 연속 보기로 위기를 맞았던 박인비는 14번홀에서 10.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올 시즌 박인비의 라운드당 평균퍼팅 수는 28.43개로 전체 1위다. 온 그린 시 퍼팅 수 역시 1.702개로 1위다. ‘컴퓨터 퍼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언론은 물론 동료 선수들도 그에게 퍼팅 비법을 묻곤 한다. 그때마다 그는 “솔직히 특별한 게 없다. 그냥 감각적으로 칠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한 골프 레슨 프로그램에 나와서 팬들에게 전한 ‘박인비식 퍼팅’은 다음과 같다. 그는 왼손을 오른손 아래로 내려잡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역그립)’을 쓴다. 이 그립을 하면 손목 움직임이 억제돼 방향성이 좋아진다. 그립은 약하고 부드럽게 잡는다. 가장 센 그립의 강도를 10으로 친다면 2 또는 3 정도의 힘만 준다. 백스윙 할 때 헤드가 지면에 닿을 정도로 최대한 낮추는 게 포인트다. 퍼팅 궤적은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로 한다. 사실 그리 특별한 게 없다. 그립은 다를지 몰라도 퍼팅 잘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하기 때문이다. SBS골프채널에서 US여자오픈 해설자로 나섰던 원형중 이화여대 체육학부 교수는 “박인비가 좋은 퍼팅을 하는 것은 스트로크나 템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퍼팅 라인과 브레이크 라인을 읽는 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박인비는 퍼팅에서도 샷을 할 때도 자신만의 일관성이 있다. 공이 가는 길을 정확하게 읽고 일관성 있게 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술이 특별하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감(感)이 기가 막힌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의 퍼팅은 여자 골프의 전설들도 매료시켰다. 2일 NBC스포츠에 따르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3승을 올린 조앤 카너는 “지금까지 낸시 로페스가 최고의 퍼팅을 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과감했고 종종 긴 퍼팅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박인비가 로페스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LPGA투어에서 47승을 올리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로페스도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박인비의 퍼팅을 보고 있으면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건 일정한 퍼팅을 한다.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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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LPGA 메이저 3연승]엄마 배 속부터 모태골퍼… “가족은 나의 힘”

    황제나 영웅은 어릴 적부터 남다른 게 있다.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는 세 살 때 이미 9홀에서 48타를 쳤고 다섯 살 때는 골프다이제스트에 등장했다. ‘차세대 황제’로 평가받는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는 두 살 때 드라이버로 40야드를 날렸다.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과 함께 시즌 6승째를 올린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들에 비해 시작은 미약했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열 살 때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TV에서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맨발 투혼’을 앞세워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걸 본 직후였다. 3개월간의 맹훈련 끝에 출전한 첫 대회에서 박인비는 126타를 쳤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50)는 “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 소녀가 15년 뒤 LPGA 투어를 평정하는 세계적인 골퍼가 될 줄을…. ○ 배 속에서부터 골프 친 ‘모태골퍼’ 박인비가 골프 선수가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아버지 박건규 씨(52)는 한때 언더파를 칠 정도로 아마추어 고수였다. 어머니 김 씨 역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김 씨는 “우리 부부가 정말 골프를 좋아했다. 인비를 임신하고 5개월쯤 됐을 때다. 너무 골프가 치고 싶어 출장 간다고 둘러대고 골프 치러 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까지 3대가 종종 라운딩을 하곤 했는데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요즘도 박인비가 귀국할 때는 가족 라운딩이 열리곤 한다.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든 박인비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1년 만에 박인비는 최고 유망주가 돼 있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갖고 돌아왔다. 김 씨는 “당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비가 나오면 출전하나마나 똑같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박인비가 중학생이 되자 부모는 딸을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냈다. ○ 박인비를 일으킨 사랑의 힘 성공적인 아마시절을 보낸 뒤 2007년 LPGA 투어 무대에 데뷔한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덜컥 우승했다. 19세의 나이에 이뤄낸 대회 최연소 우승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우승이 독이 됐다. 갑자기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고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당시 박인비의 샷은 들쭉날쭉했고,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박인비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때다. 당시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약혼자인 남기협 씨(32)였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출신으로 미국 전지훈련 중 만난 남 씨는 힘든 상황에 빠져 있던 박인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박인비는 “오빠가 내 스윙을 정말 잘 본다. 그리고 항상 경쟁에 지쳐 있는 투어 생활에서 누군가 항상 내 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또 분위기 전환을 위해 2010년부터 뛴 일본 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약혼자 남 씨와 항상 함께하는 박인비는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1일 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에 4타 뒤진 2위를 차지한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은 “인비는 요즘 골프 안팎으로 행복해 보인다. 항상 가족, 친구와 함께하면서 여유를 갖는 게 좋은 플레이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작년부터 내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시겠다고 했는데 이미 결혼 허락은 받은 것 같다. 결혼은 때가 되면 할 것이다. 급할 것 없다”고 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골퍼 박인비의 플레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거리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스윙 폼이 교과서적인 것도 아니다. 스스로도 “샷을 할 때건 퍼팅을 할 때건 몸에 배어있는 감(感)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도 박인비는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코스에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공을 친다. 아버지 박 씨도 이런 성격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스릭슨 클럽 등 장비를 후원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 관계자는 “클럽과 공에 관해서도 박인비 선수는 상당히 쿨(cool)하다. 한 번 세팅을 한 뒤에는 큰 불만 없이 사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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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63년만에 LPGA 메이저 3연승

    그는 험난한 코스에서도 특유의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에 경쟁자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새로운 골프 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1일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 서보낵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 정상에 등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 시즌에 메이저 대회 3연승을 차지한 건 1950년 베이브 저하리어스(미국) 이후 63년 만의 일이다. 전대미문의 ‘한 시즌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둔 박인비는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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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LPGA 메이저 3연승]우즈도 못한 ‘시즌 그랜드 슬램’ 성큼

    “타이거 우즈는 남자 골프계의 박인비다.”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홈페이지가 선정한 ‘오늘의 트윗’이다. 올해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활약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 최고 골퍼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14번을 포함해 모두 78승을 거뒀다. 우즈는 올해도 4승을 더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박인비는 동료 선수들마저 경탄할 정도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1일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2오버파를 친 박인비는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4월 열린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지난달 LPGA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대회 3연속 석권이다. 시즌 6승째로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갖고 있던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5승)도 넘어섰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랜드 슬램 달성으로 쏠리고 있다. 남은 메이저대회는 브리티시여자오픈(8월 1∼4일), 에비앙 마스터스(9월 12∼15일) 등 2개다. 워낙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어 1년에 모든 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 달성도 바라볼 수 있다. 우즈는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4연속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지만 한 해에 모든 메이저대회를 석권하진 못했다.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이 시즌을 시작할 때의 목표였다. 주변에서 캘린더 그랜드 슬램의 기회가 있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시는데 많이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고 그런 위치에서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즐겁다”고 말했다. 한편 우승 상금 58만5000달러를 더한 박인비는 시즌 상금(210만 달러)과 세계랭킹, 올해의 선수 포인트(281점) 등에서 1위 자리를 더욱 굳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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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PGA 역사를 ‘한국 용띠’들이 바꾸고 있다

    우승컵을 들고 있는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모습은 무척 익숙하다. 박인비는 지난주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벌써 5승을 거뒀다. 올해 절정의 샷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68회 US여자오픈 3라운드 현재 박인비가 단독 선두라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게 아니다. 박인비는 30일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파72·6821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치면서 선두를 이어갔다. 이날 참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타수를 줄인 그는 중간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2위와는 4타 차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이 유력하다. 이미 올 시즌 두 차례 메이저대회(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를 제패했기에 이번 대회마저 우승하면 박인비는 1950년 베이브 저 하리어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세 차례 연속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된다. 또 시즌 6승으로 박세리가 2001년과 2002년에 세운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5승)도 넘어선다. 그렇지만 박인비는 평소처럼 담담하다. 그는 이날 LPGA 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사흘간 했던 대로 할 것이다. 최종 라운드가 큰 의미를 가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많은 라운드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저 내 플레이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익숙한 것은 또 하나 있다. 박인비를 4타 차로 뒤쫓는 선수는 동갑내기 친구인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이다. 둘은 아마 시절이던 2005년 US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매치플레이로 열린 당시 대회에서는 김인경이 박인비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cm 퍼팅을 놓쳐 준우승했던 김인경은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 절실하다. 김인경은 “골프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스포츠다. 그래서 4라운드를 치르는 것”이라며 우승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1일 열리는 최종 라운드에서 둘 중 누가 우승하든 올 시즌 LPGA 투어는 한국 선수들의 잔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전까지 14번의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7승을 합작했다. 이 7승은 모두 1988년에 태어난 용띠 선수들의 손에서 나왔다. 5승을 거둔 박인비 외에도 신지애(25·미래에셋)가 개막전인 한다 호주오픈에서 우승했고, 이일희(25·볼빅)는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7년 만에 우승했다. 올해 우승은 없지만 같은 용띠인 최나연(SK텔레콤), 김송희(한화) 등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에서 황금세대를 꼽자면 단연 1988년 용띠라 할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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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메이저 3연승’ 어프로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과 유독 좋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앞세워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까지 모두 6명의 한국 선수가 챔피언이 됐다. 28일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파72)에서 막을 올린 올해 대회에서 한국 낭자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갈 기세다. 선두주자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다. 올 시즌 벌써 5승을 거둔 박인비는 이전 2개의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을 휩쓸었다. 이번 대회마저 우승하면 메이저대회 3연속 제패다. LPGA에 4대 메이저대회(올해부턴 5개)가 자리 잡은 1983년 이후 3대회 연속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1950년 3대회 연속 우승했는데 당시엔 메이저대회가 3개밖에 열리지 않았다. ‘박인비 우승=새 역사’로 현지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친 박인비는 단독 2위에 오르며 3대회 연속 우승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선두는 6언더파 66타를 친 김하늘(25·KT)이 달리고 있다. 지난 2년간 한국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김하늘은 올해 출전한 8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김하늘이 미국에서,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4언더파를 친 김인경이 공동 3위, 2언더파의 양제윤은 공동 9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US오픈(최나연)을 시작으로 브리티시오픈(신지애), 올해 2개 메이저대회(박인비)까지 메이저대회에서 4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국 선수들은 5대회 연속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지난해 세운 한 시즌 최다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3회)과 타이가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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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죽지 말자 ‘태’양을 품자”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은 팀은 강팀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LG는 항상 반대였다. 이기고 있어도 질 것 같았다. ‘DTD.’ 현대 시절 김재박 감독이 남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라는 ‘콩글리시’에서 유래한 이 말은 지난 10년간 LG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지난해 LG는 시즌 초반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2일 롯데전 이후 한순간에 꼬꾸라졌다. 이날 LG는 마무리 봉중근이 강민호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은 뒤 역전패했다. 봉중근은 홧김에 오른 주먹으로 소화전을 쳐 골절상을 입었고, LG는 이튿날 또다시 9회 이후 역전패했다. 2012년의 LG는 그렇게 내리막길을 탔고 다시는 올라오지 못했다. 그랬던 LG가 올해 달라졌다. 5월 2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28경기에서 21승 7패(승률 0.750)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5할 승률에서 ―5까지 내려갔던 승차는 36승 27패로 +9가 됐다. LG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올 시즌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LG 김기태 감독을 25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모래알을 신바람으로 LG 선수단은 그동안 모래알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자기만 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했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늪 이론’을 이야기했다. LG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당시에는 9년 연속) 늪에 빠져 있으니 내 탓 네 탓을 하기보다는 일단 늪에서 빠져나오고 보자는 것이었다. 요즘 팀이 잘나가면서 ‘모래알 LG’는 남의 얘기가 됐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 팀은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자기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선수들이 넘친다. 지금 분위기라면 예전처럼 위기가 닥쳤을 때 한순간 허물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LG는 지난달 말 임찬규가 수훈선수 인터뷰 중 한 여자 아나운서에게 물을 뿌린 ‘물벼락’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예전 같으면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LG 선수단은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됐고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지난해 봉중근 사건이 LG 내리막의 시작이었다면 올해 급상승세의 계기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에서 나온 권용관의 ‘홈 쇄도’다. 1-1 동점이던 6회 초. 3루 주자 권용관은 삼성 포수 이지영이 투수 윤성환에게 공을 느리게 던지는 틈을 타 번개처럼 홈을 파고들었다. 야수선택으로 기록됐지만 팬들은 홈스틸로 받아들였다. 예전의 LG였다면 나올 수 없는 플레이다. 김 감독은 “오랜 기간 4강 진출에 실패하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혹시 나 때문에 지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속칭 ‘안전빵’인 플레이가 나오기 일쑤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권용관의 플레이는 LG 선수단을 감싸고 있던 두려움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최강 삼성을 상대로 홈스틸로 결승점을 올린 것은 농구로 비유하자면 경기 종료 직전 장신 수비수를 앞에 두고 호쾌한 덩크슛을 꽂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해 왔다. 고비를 넘으려면 과감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팀이 우리를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용관이의 플레이를 통해 우리의 팀 컬러가 한층 강해졌다”고 말했다. ○ 더 높이 보고, 더 큰 꿈을 꾼다 올해 LG는 어딜 봐도 되는 집안이다. 한때 유망주의 무덤이라 불렸지만 올해는 문선재, 김용의 같은 어린 야수들이 튀어 나왔고, 신정락과 우규민은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에서 트레이드해온 포수 현재윤과 내야수 손주인은 핵심 전력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단한 투수 류제국은 승리의 보증수표가 됐다. “올해는 가을잔치를 기대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이제 그런 건 말 안 해도 다 알지 않나.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감독은 “꿈은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 아마 선수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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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프로야구 고졸신인 오타니 ‘올스타 신화’

    “괜히 프로가 아닙니다. 고교 때 날고 기던 ‘슈퍼 루키’가 30대 후반의 평범한 선수에게 밀리는 곳이 프로입니다.” 수도권 한 구단 스카우트의 말처럼 프로야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25일 한국 프로야구 현역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졸 신인 선수는 조지훈과 송창현(이상 한화) 단 두 명뿐이다. 두 명 모두 투수로 야수는 아예 없다. 초(超)고교급 투수란 평가를 들으며 6억 원의 거액 계약금을 받고 NC에 입단한 투수 윤형배(19)는 여전히 2군에 머물고 있다. 고졸 신인 투수들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량 차이다. 아마에서는 팀별로 잘 치는 선수 1, 2명만 경계하면 되지만 프로 선수들은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누구나 홈런을 칠 힘과 기술을 갖고 있다. 아마에서 통하던 평범한 변화구는 프로 타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한층 엄격한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야수가 데뷔 첫해 1군 무대에 올라오기는 더 힘들다. 일단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스프링캠프의 강도 높은 훈련, 매일 치르는 경기와 이동을 버텨내려면 강한 체력은 기본이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쟁쟁한 선배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힘과 체력, 그리고 기술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 프로 선수다운 몸을 갖추는 데만도 대개 3, 4년 정도가 걸린다. 한국 프로야구보다 선수층이 훨씬 두꺼운 일본 프로야구에서 고졸 신인이 첫해부터 주전이 되는 건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니혼햄의 신인 오타니 쇼헤이(19)는 진정한 ‘괴물’이라 불릴 만하다. 투수뿐 아니라 야수를 겸하면서 1군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다. 고교 시절부터 그는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진 유망주였다. 프로에 와서도 최고 157km의 공을 뿌리며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5일 현재 3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5.14를 기록 중이다. 타자로서는 더욱 뛰어나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율 0.311(74타수 23안타)에 5타점, 6득점을 올렸다. 오타니는 24일 올스타전 팬 투표 결과 퍼시픽리그 외야수 부문 3위로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고졸 신인 외야수가 팬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되기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일본 올스타전은 두 경기가 열리는데 오타니는 한 경기는 투수로, 또 한 경기는 야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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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된 인비, 세리도 못한 ‘올해의 선수’ 쥔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지금도 가수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 가사 일부를 생생히 기억한다.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한 뒤 한동안 박세리의 우승 장면이 TV에 나올 때마다 이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세리 키즈’의 선두 주자 박인비가 마침내 ‘우상’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4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6389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최종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동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1.2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파에 그친 유소연을 꺾었다. 시즌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인비는 2001년과 2002년 박세리가 세운 한국 선수 LPGA 한 시즌 최다승 기록(5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PGA 개인 통산 8번째 우승. 같은 5승이지만 페이스는 박인비가 훨씬 빠르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세운 2002년 박세리는 21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뒀다. 반면 박인비는 올 시즌 12개 대회 만에 5승을 올렸다. 아직 시즌이 절반가량 남아 있기 때문에 박세리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박인비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2000년대 ‘골프 여제’로 군림했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소렌스탐은 2002년 11승, 2005년에 10승을 각각 올렸다. LPGA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1963년 미키 라이트가 세운 13승이다. 박인비는 이미 올 시즌 두 차례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해 남은 3개 대회 가운데 1승만 더하면 한국 선수 한 시즌 메이저 최다승 기록도 새로 쓴다. 종전 기록은 역시 박세리가 갖고 있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며 2승을 올렸다. 이르면 27일 개막하는 US오픈에서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US오픈에 이어 브리티시오픈과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마스터스까지 우승하면 한 시즌에 모든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그랜드 슬램’도 달성할 수 있다. 박인비가 시즌 전 목표로 세웠던 한국인 최초 ‘올해의 선수’상 수상도 유력해졌다. 박인비는 벌써 221점을 얻어 2위 스테이시 루이스(92점·미국)를 100점 차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박인비는 “두 대회 연속 우승했지만 빨리 그런 기분을 가라앉히고 코스에 집중할 것”이라며 “LPGA투어 사상 몇 번째라거나 누구의 기록을 깬다거나 하는 말들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US오픈을 앞두고 좋은 결과를 내 자신감이 생겼다. 다가오는 US오픈이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인비는 이날 발표된 세계 여자골프 랭킹에서 12.04점을 받아 2위 루이스(8.52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갖췄다. 11주 연속 세계 1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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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빅 ‘화이트칼라 볼’, 입소문 타고 인기몰이

    국산 컬러 골프공의 대명사 볼빅이 후원하는 선수들은 대개 컬러 볼을 쓴다. 이달 초 볼빅 소속의 이일희(25)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했는데 그가 사용한 노란색 컬러 볼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볼빅이 지난달 ‘화이트칼라 S3’와 ‘화이트칼라 S4’ 등 두 가지 모델의 흰색 공을 내놓으면서 흰색 공으로 투어에 뛰는 선수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선수는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뛰는 박현빈(26)이다. 박현빈은 지난달 열린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에서 19언더파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화이트칼라 S3를 쓴 지 두 번째 대회 만에 거둔 호성적이었다. 박현빈은 “처음엔 타구감이 부드러워 치기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공을 몇 번 더 시타해 보니 비거리도 우수하고, 스핀도 잘 먹고 방향성도 좋아서 컨트롤하기가 훨씬 쉬웠다”며 “올 하반기에는 화이트칼라를 사용해 국산 볼로 우승하는 첫 남자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출시 후 50일가량이 지난 현재 화이트칼라는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골프 동호회 부문으로 신제품 체험단에 참여한 유승주 씨는 “맞바람 불 때 티샷을 치면서 깜짝 놀랐다. 마치 맞바람을 이기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블로거 체험인의 이재영 씨는 “그린 주변의 웨지 공략에서도 스핀이 제대로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화이트칼라를 사용해 본 골퍼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주문량도 급격히 늘었다. 골프장 내 입점샵의 주문을 관리하는 N업체의 경우 지난달 볼빅 제품의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0%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7배가량 매출이 늘어난 골프장도 있었다. 볼빅 골프공 생산 총괄을 맡고 있는 문태환 부사장은 “신제품 출시 후 예상 물량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와서 공장을 전력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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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영재가 들어올린 골프 우승컵

    골프를 쳐 본 사람들은 안다. 골프는 마음같이 되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을. 수학도 그렇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수학은 쉽지 않은 과목이다. 그런 면에서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특별했다. 수학도 잘했고, 골프도 잘 쳤다. 전인지는 충남 서산 대진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어릴 때부터 싹이 보였다. 그런데 그해 수학경시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받았다. 아버지 전종진 씨(54)는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어 했지만 학교 선생님은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전 씨는 선생님과의 말다툼도 불사한 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만약 그때 공부를 택했다면 전인지는 지금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23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642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은 다른 선수가 차지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영재였던 전인지가 데뷔 첫해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의 우승자로 탄생했다. 라운드 초반만 해도 박소연(22·하이마트)의 페이스였다. 박소연은 3번홀부터 7번홀까지 다섯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렇지만 전인지의 뒷심은 더욱 강했다. 전인지는 14번 홀(파4)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3번째 샷을 홀 3m에 붙인 뒤 파로 막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전인지는 15번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막판 대역전극을 일궜다. 전인지는 12언더파로 동률이던 18번홀(파5)에서 1.7m 버디 퍼팅을 홀에 떨어뜨렸다. 최종 스코어는 13언더파 275타. 전인지는 우승 상금 1억3000만 원과 함께 타이틀스폰서인 기아자동차가 주는 K9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신인 선수가 우승한 것은 1996년 김미현(은퇴), 2004년 송보배, 2005년 이지영, 2006년 신지애, 2011년 정연주에 이어 여섯 번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학과 골프 중 어느 것이 더 쉽나”라는 질문을 받은 전인지는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답했다. 그는 “수학은 공식이 있어 계산만 잘하면 답이 나오지만 골프는 언제 어디서 해야 할지 그때그때 다르다. 골프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 4위로 도약한 전인지는 “국내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박소연은 상금 7000만 원과 함께 5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K5 승용차를 받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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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디가 나침반을? 안선주 ‘황당 실격’

    일본 투어에서 11승을 거둔 안선주(26·사진)가 캐디의 실수로 황당한 실격을 당했다. 캐디가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게 실격 이유였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일본 골프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22일 일본 지바 현 소데가우라CC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니치레이디스 2라운드. 안선주가 5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기 전 캐디는 바람의 방향을 체크하기 위해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이 캐디는 프로선수 전문 캐디가 아니라 이 골프장에 소속된 하우스 캐디였다. 평소 주말 골퍼들을 보조할 때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나침반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반 플레이 선수의 캐디가 전반이 끝난 후 경기위원회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경기위원회는 캐디에게 사실 확인을 한 뒤 안선주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골프규칙 14조 3항 ‘인공의 장치와 비정상적인 용구’에는 “플레이어가 라운드 중 바람의 방향이나 잔디 결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은 규칙에 위반된다”고 명기되어 있다. 안선주는 남은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골프장 측은 지배인 명의로 즉시 안선주와 대회 주최 측에 사과를 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캐디에 대한) 지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캐디의 실수로 선수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01년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언 우즈넘(웨일스)이 캐디가 15개의 클럽을 갖고 나오는 바람에 2벌타를 먹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14개의 클럽까지만 캐디백에 넣을 수 있다. 우즈넘은 캐디의 실수를 감싸 안았지만 그 캐디는 2주 후 스웨덴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오픈에서 지각을 하는 바람에 결국 해고됐다. 2011년 한국 투어 매경오픈에서는 홍순상이 캐디가 다른 선수 캐디백에 클럽을 집어넣는 바람에 2벌타를 먹고 컷오프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0년 한국 여자 투어에서는 당시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이 캐디의 실수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캐디가 놓아둔 골프백이 하필 홀 방향으로 서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먹었고, 결국 연장전 끝에 패했다. 200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는 마크 윌슨(미국)이 캐디가 동반 플레이를 펼친 다른 선수에게 조언을 해 줬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았다. 그렇지만 윌슨은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며 해피엔딩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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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산 최다홈런 기록 깨진’ 양준혁의 축하편지

    승엽아, 축하한데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은 원래 네 것이었다. 네가 8년간 일본에서 뛰는 동안 내가 잠시 맡아두고 있었을 뿐이지. 올해 타격감이 안 좋아 맘고생이 심했을 거다. 그 심정 내가 잘 안다. 그래도 이렇게 거뜬히 이겨낼 줄 알았다. 내가 10년 넘게 봐 온 이승엽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보란 듯이 일어나는 선수니까. 한때 너를 시기하고 질투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잘나가는 스타였지만 네가 프로에 입단한 뒤로는 항상 네 그림자에 가려 있었다. 1998시즌이 끝나고 내가 정든 삼성 유니폼을 벗고 해태로 트레이드된 것도 너 때문이었다. 같은 왼손 타자에 같은 포지션. 그런 경우라면 2명이 한 팀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결국 2인자인 내가 밀렸지. 당시엔 충격이 너무 컸고, 원망도 많이 했다. 그래도 널 인정하지 않을 순 없었다. 덩치도 작고, 투수로 입단해 타자 경력도 오래되지 않았지만 펑펑 홈런을 때려내는 네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때 이미 난 깨달았다. 너는 내 라이벌이 될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2002년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뒤 또 한 번 네게 놀랐다. 그때까지 난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한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야구를 가장 사랑하는 선수는 바로 너였다. 순한 얼굴이었지만 10번 잘 치다가 한 번 못 쳐도 너는 확 돌았지. 텅 빈 야구장에서 새벽 두세 시까지 방망이를 돌리던 네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넌 야구를 사랑하는 만큼 노력했고, 그래서 꼭 이겨냈다.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너일 거다. 나이 어린 선수에게 뭔가를 배워야겠다고 느낀 건 네가 처음이었다. 2002년 스프링캠프 때 네가 타격 폼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 내가 “너 바보냐”라고 했던 거 기억할지 모르겠다. 1999년 54개, 2000년 36개, 2001년 39개 홈런을 쳤는데 뭐가 아쉬워서 타격 폼을 바꾸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나중에 후회하니까 절대 바꾸지 말라”고 하니까 너는 그냥 씩 웃고 말았지. 그런데 넌 2002년 47홈런에 이어 2003년에는 한 시즌 아시아 신기록인 56호를 쏘아 올렸지.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을 때 난 너를 떠올렸다. 널 생각하면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각종 타격 기록을 경신한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네 덕분이었다. 나는 네 선배고, 항상 너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너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한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너를 인정하고, 너의 노력을 받아들이는 순간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승엽아, 지금 이 순간도 353호, 354호 홈런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을 승엽아. 앞으로 네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400홈런, 500홈런도 쳐 줬으면 좋겠다.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팬들에게 큰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 내게 넌 영원한 스승이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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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타자 이승엽… 폐암투병 열성팬 시구 소식에 23일 안방경기에 선뜻 자원

    이승엽이 1995년 프로 데뷔 후 처음 시타자로 나선다.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안방경기에서다. ‘홈런왕’ 이승엽이 시타를 자원한 것은 시구자가 특별한 손님이기 때문이다. 삼성 구단은 열성 삼성 팬으로 대구 토박이인 최장옥 씨(73)가 23일 시구를 한다고 밝혔다. 포구는 아들 민석 씨(28)가 맡는다. 현재 최장옥 씨는 폐암 투병 중이다. 캐나다 유학생활 중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들은 민석 씨가 열성 야구팬인 아버지를 위해 구단에 시구를 신청했다. 민석 씨는 구단에 보낸 e메일에서 “평소 매일 야구를 시청해 오신 아버지가 최근 폐암 말기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야구장 한 번 제대로 모시고 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립니다. 마지막 추억이 될지도 모를 시구, 시타를 신청합니다”라고 밝혔다. 또 민석 씨는 “아버지는 이승엽 선수의 열성 팬”이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전해들은 이승엽은 민석 씨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로 마음먹고 시타자로 타석에 들어서기로 했다. 이승엽은 “아들이라면 누구나 민석 씨의 지금 심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까지 따뜻한 이승엽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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