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김재원 정무·우병우 민정·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와 함께 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전격 수리했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4)을, 신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58)을 각각 내정했다. 최 수석은 사법시험 27회 출신으로 대검 중수부장, 전주 대구 인천지검장을 지냈다. 배성례 수석은 KBS와 SBS를 거쳐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며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정무수석의 후속 인사는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태블릿PC’의 개통자로 지목된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39)의 청와대 입성 전후 행적에 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행정관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밖에서 광고 전문가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2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그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홍보와 상관없는 문구 납품업체 등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블릿PC 명의 업체이자 김 행정관이 2005∼2013년 대표를 맡은 마레이컴퍼니는 팬시용품을 수입해 대형마트 등에 판매하는 유통업체였다. 그가 이사로 등재된 또 다른 업체도 홍보나 뉴미디어와는 무관한 회사였다. 김 행정관 전까지 마레이컴퍼니 대표를 맡았던 A 씨(40·여)는 “김 씨에 대해 처음 듣는다. 창업자 최모 씨의 부탁으로 대표 명의만 빌려줬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 이사로 선임된 B 씨(38)도 “이 회사 출신인 김 씨가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건 알지만 그 배경이나 인맥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마레이컴퍼니의 전현직 직원들 가운데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배경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행정관의 주거지도 의문투성이다. 마레이컴퍼니 법인등기부에 김 행정관 주소 중 하나로 기재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는 그의 장인인 레미콘회사 대표 배모 씨(73) 부부가 살고 있었다. 배 씨는 2013년 5월과 6월, 현 정부 첫 방미·방중 경제사절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중소기업인이다. 배 씨는 “사위가 여기에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이 2008년부터 5년간 거주했던 것으로 등기부에 또 다른 주소로 기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은 공교롭게도 최 씨의 ‘비선 아지트’로 알려진 빌딩의 바로 뒤 건물이었다. 두 건물 모두 최 씨가 운영했던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와 200m 거리였다. 김 행정관은 최 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언론 접촉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의 태블릿PC를 최 씨가 갖게 된 경위는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장택동 기자}

정권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첫 번째 카드는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제출’이었다. 청와대 인적 쇄신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지지율이 오히려 더 떨어진 데다 참모진 교체 카드 역시 국민과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친 뒤에야 마지못해 끌려가듯 꺼내들어 국면 전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8%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 비율은 74%로 가장 높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9월 둘째 주 이후 6주 연속 하락하면서 학계에서 레임덕(권력 누수)의 기준으로 여기는 지지율 25% 아래로 떨어졌다.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뒷받침했던 TK(대구경북) 지역과 6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율은 지난주 52%에서 이번 주 36%로 16%포인트나 떨어졌다. TK 지역 지지율도 8%포인트 하락해 27%였다. 이는 최 씨 국정 농단 의혹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최 씨 및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꼽은 사람이 38%로 단연 가장 많았다.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7%가 ‘사실일 것’이라고 대답했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는 여론 악화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국민 사과 이후인 26, 27일 조사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이 주간 평균치보다 3%포인트 낮은 14%였고, 부정평가 비율은 4%포인트 높은 78%였다. 대국민 사과 직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만큼 국민에게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지만 민심의 분노는 깊었다. 국정 수습에 실패하면 임기 말 6%까지 떨어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12%를 기록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28일 예정된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일정을 연기한 채 수습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어 이날 저녁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대국민 사과 이후 사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30일 청와대 참모진 경질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석 참모들의 일괄 사표가 ‘자발적 제출’이 아닌 ‘제출 지시’라는 형식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교체 대상과 폭이다. 26일 바로 사표를 낸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 거금 모금 의혹에 깊이 연루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 관심은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교체 여부다. 만약 3인방 교체 없이 청와대 인사가 마무리된다면 국민의 비판 여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최순실 씨의 비밀 의상 사무실을 들락거린 부속비서관실의 윤전추 행정관과 최 씨 태블릿PC의 명의 업체 대표였던 김한수 행정관 등 최 씨와 깊이 관련된 인사들의 인사 조치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이후 후속조치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주목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국정 개입 의혹 확산으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밤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저녁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최 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정무적 책임이 있는 이 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이 인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3인방’까지 사표 제출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이르면 주말에 인사가 이뤄질 수 있지만 후임자 선정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다음 주에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순실 씨의 흔적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재계와 관가에도 넓게 퍼져 있다. ‘최순실 사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이들이 최 씨와 어떤 관계이고, 최 씨가 국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모두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만 커지고 있다. ○ 청와대부터 명백히 밝혀야 청와대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연결 고리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인물은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고 있고, 최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일부 문서파일의 작성자가 정 비서관으로 돼 있다. 정 비서관은 “매일 자정에나 퇴근하는데 언제 가서 전달하느냐. e메일로도 전한 바 없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다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하겠다”며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고 시인했다. 따라서 정 비서관은 최 씨가 언제까지, 어떤 자료를 받아봤고 연설문 작성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정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최 씨와의 연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세 사람은 모두 최 씨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를 통해 박 대통령을 보좌하게 된 공통점이 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및 운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다. 안 수석은 대통령 순방과 관련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설립 과정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좋은 취지의 재단을 잘 만들었다’고 격려한 게 전부”라고만 하고 있다. 안 수석이 최 씨와 함께 모금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 씨와 안 수석의 지시를 받아 SK그룹에 체육인재 전지훈련 예산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했지만 안 수석은 “최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은 최 씨가 갖고 있던 태블릿PC의 소유주인 ‘마레이컴퍼니’의 대표를 지냈다. 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씨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태블릿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지만 열쇠를 쥔 김 행정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설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대선 때 이뤄진 일인 것 같은데 확인해봐야 한다”는 정도의 반응만 내놓았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윤전추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우 수석의 발탁, 윤 행정관 입성에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았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 해명 없이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윤 행정관이 최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의상을 준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이 최 씨 관련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재계와 관가에도 드리운 그림자 전경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대기업들은 미르에 486억 원, K스포츠에 288억 원의 돈을 모아 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재단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부회장은 먼저 안종범 수석과 최 씨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두 재단의 설립을 지시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오류투성이 설립 신청서까지 내가며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와 두 재단의 이사진을 구성할 당시 최 씨나 주변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이 말해야 할 때다. 이 부회장은 최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최 씨가 K스포츠재단을 사적 용도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맺은 장애인 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차관은 올 1월 13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 신청 하루 만에 문체부가 허가를 내준 과정에 개입했고,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차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다. 최 씨를 만난 적도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최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CF감독 차은택 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지도교수를 지냈다. 김 전 장관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내준 과정, 두 재단이 거액을 조성한 과정 등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장관은 통화에서 “차 씨의 추천으로 장관이 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김창덕·전승훈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국정 농단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대한민국호’가 침몰 위기다. 하지만 최 씨를 포함해 관련자들은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어 의혹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면 최 씨 의혹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있는 그대로 ‘양심 고백’을 하고 법과 여론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27일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무실 등 7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해명을 늘어놓으며 “당장은 귀국할 수 없다”고 밝힌 최 씨의 소재 파악은커녕 범죄 혐의도 특정하지 못한 채 국제사법공조에 따른 강제소환 검토만 운운하고 있다. 정치권도 ‘최순실 특검’에는 합의했지만 특별검사 임명 절차와 수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언제 합의가 이뤄져 특검 수사가 진행될지 기약할 수 없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규명되기엔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이에 민심은 급속히 흉흉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일간 집계에서 26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17.5%까지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10%대 지지율은 처음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하야’ ‘탄핵’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악의 국정 마비 위기 상황인데도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 등 청와대 참모들은 최 씨 관련 의혹을 부인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진상을 밝힐 의지도 없어 보인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문체부 2차관 등 문체부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을 빨리 정상화하려면 최 씨 관련자들이 더 이상 박 대통령 뒤에 숨지 말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고백해야 하며 그에 따른 인적 쇄신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최순실 씨 국정 개입 논란 확산으로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을 일부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청와대 핵심 참모 3, 4명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 대상에는 특히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르면 27일 박 대통령이 결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실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취임 첫날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고 지금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박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당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대표가 전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문하며 집중 공세를 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특검에 부정적이던 새누리당도 뒤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특검을 수용했다. 여야는 27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특검 방식 및 특검 추천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실익이 없고 정략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거대 정당이 찬성하고 있어 특검은 무난히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며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은 최 씨부터 귀국시켜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최순실 씨 국정 개입 논란 확산에 따른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오랫동안 교체 요구가 나왔던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고심했다. 25일 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핵심 참모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참모는 “분위기 일신을 위해 비서진이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근혜 대통령 주변 문제인데 비서진이 사표를 내는 게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공개 요구했고, 박 대통령이 “당의 제안에 대해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당 폭의 청와대 비서진 교체는 피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수석비서관 이상은 전원 사의를 표명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비서진 교체 폭과 시기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수석비서관 이상이 전원 사퇴하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 수석, 정 비서관 등 3, 4명 정도가 물러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은 7월부터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강남 땅 특혜 거래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 수석이 검찰의 최 씨 사건 수사까지 지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우 수석이 지휘하는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정 비서관은 201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교체 요구가 높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비서관들이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하겠느냐”며 옹호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해당 참모들이 비서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박 대통령이 결심을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다음 주 초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르면 27일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개각에 대해선 여론 흐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에게 연설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과 유출 경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무·경제·교육문화 등 각 수석비서관실은 먼저 해당 분야별로 주요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를 만든다. 이를 취합해 연설문 초안을 만드는 역할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맡는다. 각 수석실은 초안을 검토한 뒤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다듬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원고를 만든다. 박 대통령이 원고를 다시 한 번 점검해 수정한 뒤 연설문 최종본이 나오는 구조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연설문 내용이 상당히 바뀔 때가 종종 있다”며 “최종본은 행사 직전에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최 씨에게 전달된 연설문은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원고로 보인다. 최 씨의 PC에서 발견된 연설문에는 수정 흔적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최종 수정 단계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실무 작업을 맡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정 비서관이 최 씨에게 원고를 보내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씨가 아니라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에게 문건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유출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감사는 이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자료 전달은 e메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안에는 내부망과 외부망에 접속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청와대 문건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정황이 있다는 점도 e메일 발송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문서 관리는 엄격히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를 하면 e메일 발송자를 찾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것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연설문 유출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 포함될지 등 따져 봐야 할 쟁점이 많다. 연설문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지만 유출 행위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과 ‘정윤회 문건’ 파문 사건에서 법원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공개가 예정된 연설문이라도 연설 전까지는 기밀등급이 부여된 자료이므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박훈상·신나리 기자}

25일 오후 3시 43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네이비색 재킷과 정장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476자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1분 35초에 걸쳐 읽어 내려갔다. 발표 말미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박 대통령이 본인의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이 많이 놀랐을 테니 직접 설명을 드려야겠다”라며 참모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전날 저녁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청와대에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 도중 소식을 접한 이정현 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대응 방법을 논의한 뒤 청와대 관계자에게 연락해 “박 대통령이 회의 석상이 아닌 직접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경위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최 씨와의 인연, 대통령 취임 전과 후의 최 씨의 역할,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내 준 이유 등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오랜 인연으로 대선 때 연설·홍보에서 도움을 받았고, 취임 초반까지 최 씨의 의견을 들었다는 취지다. 이번 사안은 박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설문을 최 씨에게 전달한 청와대 참모를 문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연설문 전달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는 어차피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문책이 있더라도 수사를 지켜보면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즉각적인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의견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해명을 할 예정이지만 책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어물쩍 넘어가면 큰일 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에게도 연락해 “박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제외하고 특정 현안에 대해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대면한 건 지난해 8월 6일 노동 개혁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 발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날 낮에는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및 오찬 등의 일정이 있어서 회견 시점이 오후로 정해졌다. 전날 밤 보도가 나온 이후 청와대는 계속 침울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씨 문제가 불거지자 ‘식물 청와대’로 추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한 뒤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 사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무슨 내용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고,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전인 이날 오후 2시 비가 내리는 청와대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나라의 심각한 사태를 모르는 건지 할 말이 없네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수영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의 말, 즉 ‘메시지를 전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말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 무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박 대통령은 주요 기념일 경축사 및 기념사, 국회에서의 연설,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등을 통해 자주 메시지를 밝혀 왔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방향 및 평가가 담겨 있다. 여권의 실질적 수장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도 한다. “배신의 정치”라는 강렬한 표현으로 여당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게 중요한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는 수석비서관실별로 의견을 종합한 뒤 비서진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들고, 다시 박 대통령이 수정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언론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에게 미리 보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25일 이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지만 최 씨가 메시지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면 최 씨의 메시지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그동안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게 아니라 최 씨 연설을 들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를 보도해 온 기자로서도 참담한 심정이다. 설령 최 씨가 표현을 다듬는 자문 역할만 했다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공식 직위가 없는 최 씨에게 그런 일을 맡겨야 할 만큼 청와대 비서진은 능력이 없다는 뜻인가. 정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최 씨를 비서로 임명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했다. 본인이 직접 관련된 이번 사건에는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묻고 싶다. 장택동·정치부 will71@donga.com}
24일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자료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침묵했다. 청와대 주요 수석비서관들과 홍보라인은 일제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부 관계자는 “전혀 내용을 모른다”고만 말했다. 그동안 최 씨가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 청와대가 “말이 되느냐”고 적극 반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의 주요 연설이나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앞두고 수석실별로 자료를 올리면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든 뒤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동안 “비서실에서 올린 초안과 박 대통령의 검토를 거쳐 나온 최종본에 차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해왔다.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수정한 것으로 여겨왔지만 실제로는 최 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최 씨에게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발언 자료가 전달됐다면 청와대 내에서 누가 최 씨에게 자료를 보냈는지가 의문이다.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메시지를 관리하는 역할은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맡아왔다. 정 비서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최 씨에게 자료가 전달된 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청와대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비선 실세는 없다. 최 씨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 씨가 호가호위하고 다닌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뒤 최근까지 개헌을 ‘블랙홀’이라며 시기상조론을 펼쳐 왔다. 그러다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격 ‘개헌 카드’를 제시한 걸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미루면 개헌을 추진할 때를 놓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야당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비선 실세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靑 “더 늦어지면 개헌 일정 차질”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국정 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대북 외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개헌 논의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의 기존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은 불과 6개월 전인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지금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발표하자 대선 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개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다만 국정과제 이행에 집중하기 위해 논의를 미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까지 끝낸 뒤인 올해 말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씨 의혹 등 때문에 발표 시점이 당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이미 추석 연휴 기간에 개헌 결심을 굳힌 뒤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최 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일각에서 “지금 개헌 추진을 발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개헌 일정을 감안해 원래대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더 늦어지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다면 개헌에 반대할 텐데 개헌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국 주도권 회복 위한 포석” 분석도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난관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지난주 박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4·13총선 전에는 박 대통령이 개헌 관련 보고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여소야대 체제로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고 최 씨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개헌 제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 추진은 정치판을 흔들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선호하는 권력구조에 따라 정치권이 이합집산하면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이 약 40분간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총 23차례 박수를 받았지만 대부분 새누리당 의석에서 나왔다. 일부 야당 의원은 ‘그런데 비선 실세들은?’이라고 쓴 소형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과 5부 요인 간의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경질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의혹만 갖고 어떻게 사람을 자를 수가 있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내년 대선을 1년 2개월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의혹 등으로 곤경에 빠져 있는 박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야권 대선 주자들이 “‘최순실 의혹’ 등을 덮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개헌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17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며 “국회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지만 취임 이후에는 정치권의 개헌 논의 요구에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며 반대해 오다 이날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박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내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개헌 논의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며 “국회 논의를 봐 가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및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환영 의사를 밝히며 “‘제로그라운드(원점)’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에도 합의를 못 하면 난도가 높은 개헌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새누리당에서 자꾸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당분간 개헌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개헌론에 부정적인 태도였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0일 “의원들이 개헌 논의를 출발시키는 것에 대해 인위적으로 막을 이유는 없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을 이같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는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보안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수석은 24일 브리핑에서 “그날(10일) 사실은 내가 예산안 시정연설문에 포함된 개헌 관련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정 원내대표가 (개헌에 대해) 앞서 나가서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어 (언론에) 말을 했고 곧바로 정 원내대표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6월 9일 정무수석으로 임명됐을 무렵부터 수석들과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며 “최종 보고서는 추석 연휴 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연휴 마지막 무렵에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나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개헌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돼 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 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다"며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당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중요하고, 제 임기 동안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개헌을 제안한 이유로는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한국 사회의 인구지형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19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며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회 밖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국회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기 바란다"며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제안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대통령의 ‘좌순실, 우병우’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김영우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최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최근 “빨리 털어야 한다. 국민적 의혹을 그냥 덮으려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나날이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해 당이 더 이상 부담을 안고 가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정우택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 “우 수석은 국민과 국회를 조롱하듯 자진 사퇴 촉구에도 끝내 눈과 귀를 닫았다”며 “현재 상황에서 남은 선택은 한 가지다. 대통령께서 우 수석을 해임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 ‘민심이반’ 해법 못 찾는 새누리당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8월 취임 이후 지금껏 침묵하던 이정현 대표도 우 수석 거취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을 22일 공개했다. 비록 이 대표는 “사퇴를 건의했다”는 자신의 말을 23일에는 “사퇴 건의가 아니라 여론과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전달했다”로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제기된 ‘우병우 최순실 의혹’을 돌파할 방법이 ‘선(先) 검찰 수사, 후(後) 조치’밖에 없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정진석 원내대표도 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불출석과 관련해 야당과 우 수석 고발 조치에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의혹을 덮으려고만 하다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비박계에서 시작된 ‘박 대통령 비판 원심력’이 여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송민순 회고록’에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 검증’ 공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당장 새로운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문 전 대표와 야권을 향해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 벌어진 국가적 사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기존 프레임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순실 의혹에 대해선 ‘개인의 문제’로 선을 긋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생각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마무리될 경우 여론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수사 지켜보자’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와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론 결집과 국회의 국정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정연설에 최순실 의혹 및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할 때 야당 측이 이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기존의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강력한 수사를 주문한 것이 여론의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당내 중진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느끼는 민심의 온도 차가 분명 있어 보인다”며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장택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지속 가능한 국가 혁신을 이뤄내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며 “작은 불법부터 ‘갑질 횡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 파괴행위까지 어떠한 불법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경찰에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1회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법 위에 군림하는 떼법 문화와 난폭운전, 불법 파업과 불법 시위, 온라인상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법질서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법질서가 무너지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사회에는 발전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낮아진 25%로 나타나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9월 둘째 주 이후 5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은 35%로 지난주(44%)에 비해 9%포인트 떨어졌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및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 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 감독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두 재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이다. 최 씨 관련 의혹이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혹이 의혹을 낳고 그 속에서 불신은 커져 가는 현 상황에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며 “심지어 재단들이 나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두 재단의 설립 경위 및 청와대와의 유착 의혹도 일일이 설명했다. 재단 설립에 대해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재단이 ‘코리아 에이드’와 ‘K타워 프로젝트’, 해외 순방 시 문화·스포츠 공연에 참여한 것에 대해선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 순방 과정에 참여했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도 거뒀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두 재단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오직 우리 문화가 세계에 확산돼 사랑받고 체육 인재들을 발굴해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 씨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최 씨와의 관계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한 ‘어느 누구라도’에 당연히 최 씨도 포함된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밝혀져야 하고 불법이 있으면 처벌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검찰, 특별수사팀 구성 검토 한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의 전화통화 기록을 조회하기 위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일 재단 설립 보고 라인에 있던 문체부 국장급 간부 2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김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및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에 대해 직접 대응에 나선 건 의혹이 계속 증폭될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두 재단 설립에 박 대통령이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을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두 축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2월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했다”며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도 했다. 최 씨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재단 설립 경위와 의도를 상세히 설명한 걸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소통”한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세간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설립 배경에 대해 왜 대통령이 그렇게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확산은 박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마무리하는 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넘어 지나치게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최 씨 관련 의혹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상당히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와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막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청와대와 관련이 없다고는 해도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 씨와 관련한 의혹이 커지고 여론이 나빠지면서 청와대 분위기는 무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의 해명”이라며 “위기의 주범인 측근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무작정 논란을 덮자는 발언은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