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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미 육군 군종 신부로 참전해 박애를 실천한 공로로 2013년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에밀 카폰 신부(1916∼1951)가 시복(諡福) 후보자인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됐다.26일(현지 시간) 가톨릭뉴스통신(CNA)에 따르면 폐렴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카폰 신부를 포함해 가경자 5명과 새로 성인이 될 2명에 대한 교령을 승인했다. 가경자는 ‘존엄한 자’란 뜻이다. 교황은 2017년 자의교서 ‘이보다 더 큰 사랑’을 통해 시복 절차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행위를 시복의 새로운 요소로 인정한 것이다.1916년 미국 캔자스 주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40년 사제품을 받고, 1950년 7월 미 육군 제 8기병 연대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당시 그는 안전한 후방 전선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전선에 남아 다친 동료들을 돌보고, 포로수용소에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다 이국땅에서 숨을 거뒀다. ‘6·25 전쟁의 성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카폰 신부의 공을 기려 한국 정부도 2021년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상대를 악마화해서야 되겠습니까.”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신동식·정병오·이상민)이 ‘극한 정치적 갈등 속에 있는 기독 시민을 위한 행동 지침’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사회는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도 갈등이 증폭되자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해야 할 행동 각각 9가지’를 제시한 것. △주장을 폭력으로 관철하려고 하지 말 것 △사실 확인 없이 카톡 내용을 전달하지 말 것 △돈 받고 정치 집회에 나가지 말 것 △설교 시간에 정치적 입장을 과도하게 표현하지 말 것 등이다.공동대표인 대한예수교 장로회(합동)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18일 인터뷰에서 “정치적 상황 탓에 교회 대부분이 내부에서 신자들끼리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라며 “설교 때 할 수 있는 평범한 말도 오해를 부를까 봐 신경을 쓰고 조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개최된 정치 집회에 종교단체가 관여하면서 한국 교계는 교회 안에서조차 정치 성향에 따른 진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목사의 말을 다르게 해석해 설교 시간에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가 하면, 신자들 간의 갈등으로 단체 채팅방을 폐쇄하는 곳도 있다.신 목사는 “한국 교회가 성경적 신앙이 아니라 자꾸 이념적 신앙으로 흐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앙은 성경을 기준으로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는지 끊임없이 묻고 수정해야 하는데, 이념적 신앙은 ‘내 생각, 내 이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기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 또 자칭 목사라는 특정인이 성경 위에서 성경을 지배하려는 것도 이념적 신앙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념적 신앙에 빠진 종교인들은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자기에게 필요한 구절만 뽑아서 이용한다”라며 “최근 일부 종교단체가 주도하는 집회, 시위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런 것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극단적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에서 구속력도 없는 이런 얘기를 귀담아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시민운동은 구속력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운동”이라며 “과거보다 양극단이 더 커진 건 사실이지만, 상식과 올바름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행동지침 발표 후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교회에서의 후원은 많이 끊겼습니다. 반대로 개인 후원은 엄청나게 늘었지요. 누구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비아냥대지만…계란인지 아닌지는 하나님만 아시겠지요. 하하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폐렴 등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은 모든 인류에게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병상 메시지를 발표했다.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교황이 직접 집전하려다 취소된 삼종기도 연설 내용을 공개했다. 교황은 이 연설문에서 “24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 3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또 희생된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과 미얀마,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등 모든 무력 분쟁지역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한편 교황청은 교황의 건강과 관련해 “추가적인 호흡기 위기는 없었지만, 고용량의 산소 공급을 받고 있으며 혈소판 감소증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상태가 복잡하고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예후에 대해서는 발표를 보류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청이 22일(현지 시간)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89)의 병세에 대해 “위중하다(critical)”고 밝혔다. 교황청이 교황의 병세와 관련해 ‘위중’이라는 표현을 쓴 건 입원 9일 만에 처음이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교황께선 오랜 시간 천식과 유사한 호흡기 문제를 겪었으며, 호흡이 불안정해 고용량의 산소 치료를 받았다”라며 “혈액 검사 결과, 빈혈과 관련된 혈소판 감소증이 발견돼 수혈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께선 전날보다 고통이 심한 상태지만, 여전히 의식이 있고 안락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냈다”라며 “현재로서는 예후가 여전히 조심스럽다”라고 덧붙였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초부터 기관지염을 앓다가 상태가 악화돼 14일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18일 흉부 컴퓨터단층(CT) 촬영에서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되기도 했다. 교황은 21세 때 늑막염으로 폐 일부를 절제한 병력이 있다. 이 때문에 겨울이면 세균, 바이러스 등에 복합적으로 감염된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아왔다. 팬데믹 이후로 이러한 증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의료진은 현재 교황의 폐렴이 패혈증으로 번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교황 담당의인 세르지오 알피에리 박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교황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은 호흡기에 있는 세균이 혈류로 침투해 패혈증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호흡기 문제와 연세 등을 고려하면 (패혈증에 걸린다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병세가 악화된 뒤 일각에서 일고 있는 자진 사임설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2013년 생전에 자진 사임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도 베네딕토 16세의 전례를 따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베네딕토 16세는 2022년 12월 31일 선종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22일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지금은 교황의 건강과 회복, 바티칸으로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 측도 교황의 무사회복을 기원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거라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 광대한 우주 공간에 오직 우리만 존재할 거라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교수이자 칼 세이건 연구소 소장인 저자가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천문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술술 읽힌다. 행성 모형 제작과 빛 지문 연구의 선구자인 저자는 ‘우주의 빛’ 해독을 통해 마치 신대륙을 찾는 콜럼버스처럼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탐사한다.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에는 지문처럼 그 행성의 환경, 생명체와 상호작용한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구와 비교해 생명의 단서를 찾는 식이다.“우리는 먼 우주에서 잠재적 지구를 최초로 발견했다. … 우리는 발견한 행성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했다. 일관된 데이터가 도출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증을 거듭 반복했다.”(6장 ‘우주는 머나먼 상상이 아니다’에서)저자와 동료들이 발견한 행성은 지구에서 12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 있는 ‘케플러-62 e’와 ‘케플러-62 f’다. 케플러-62 e는 지구보다 60% 정도, 케플러-62 f는 40% 정도 더 크다. 또 호흡이 가능한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표면 온도가 상당히 따뜻하고 포근해 생명체가 거주하기 적합한 ‘암석형 행성’으로 파악됐다. 지구가 바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암석형 행성이다. 지구보다 질량이 크고 중력이 강해 더 많은 물을 유지할 수 있어 표면 상당 부분이 지구처럼 깊은 바다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쯤 되면 누구나 ‘외계인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는 “우리는 외계‘인’을 찾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구조차도, 지구 역사 대부분 시간 동안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행성에서 인간 같은 생명체가 있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생명체’는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극한 환경 미생물은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에도 적응한다. 만약 극한 환경 미생물이 말할 수 있다면, 이들은 인간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아마도 인간이 견뎌야 하는 끔찍한 조건을 두고 탄식할 것이다.”(4장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는 법’에서)뜨거운 유황 온천에 사는 미생물 입장에선 엄청나게 차고 산성도가 낮은 물을 먹고 사는 인간이 아마 슈퍼맨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처럼 진화하는 것은 우리 관점에서는 정상이지만 방대한 우주 환경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진화 경로가 지구와 다른 행성에서는 인간은커녕 지구 생물과 비슷한 생명체조차 있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저자는 이제 인류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외계 생명체 발견의 문턱에 와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미생물이든, 세포든, 곤충이나 그 어떤 모습이든 ‘외계 생명체 발견’이라는 어마어마한 뉴스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주장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발견하면 찾아가게 되고, 찾아가면 가지고 오게 된다. 그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슴이 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람이 자기 마음을 볼 수 있습니까?”(수불 스님)“그게 되면 득도한 것 아닌지요.”“하하하, 볼 수 있는데도 어렵다고, 그래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어리석음이지요. 간화선(看話禪)은 본래 볼 수 있는 그 마음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확인시켜 주는 길입니다.”(수불 스님)》알 듯 말 듯한 선(禪)문답. 14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안국선원에서 만난 선원장 수불 스님은 명상과 간화선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인자한 미소로 이렇게 말했다.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잘 살펴(看)’ 깨달음을 얻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 하지만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법이란 인식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30여 년간 대중에게 간화선을 가르쳐 온 수불 스님은 “스님들만 하는 것이란 선입견으로 접하려는 사람이 적지만 사실 현대인에게 더 효과적인 것이 간화선”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흙탕물일 때 차분히 명상하면, 흙은 밑으로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이 뜹니다. 하지만 흙 자체를 없애지 못하기에 어떤 상황이 생겨 마음이 흔들리면 다시 흙탕물이 되지요. 반면 간화선은 흙 자체를 없애 바람이 불고 흔들려도 언제나 늘 맑은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수불 스님은 “명상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달랠 수 있어 치유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인 내면의 변화는 불러오지 못한다”며 “선(간화선)은 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사람을 통째로 바꿔 놓는다”고 했다. 그는 1989년 부산 금정포교당을 시작으로, 2001년 서울 안국선원과 2005년 부산 안국선원을 세우며 본격적인 간화선 대중화에 나섰다. 지금까지 직접 지도한 사람만 약 6만 명.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선 체험을 한 사람도 약 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구글 엔지니어이자 세계적인 명상가로 활약하고 있는 차드 멍 탄이다. 수불 스님은 “오래전 멍 탄이 한국에 왔을 때 자기가 명상가로 활동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뭔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벽을 느끼고 있다며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간화선을 지도했는데, 어느 날 “풀려고 했던 숙제가 풀린 것 같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선 체험은 말과 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대신 이날 자리를 함께한 한 보살은 수행을 하면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벽이나 막이 앞에 있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는데, 수행을 계속 이어가니 어느 순간 ‘탁’ 하며 벽이 무너지면서 시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펑펑 울었단다. 안국선원은 5월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수불 스님의 간화선 지도 동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찾아오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가르쳤는데, 더 많은 사람이 간화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가르치는 과정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수행 과정, 화두를 깰 때의 모습 등을 세세히 담기로 했다. “간화선은 어려운 것이란 생각에 수행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요. 언제, 어디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수행 방법이란 걸 알리는 것도 제 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불 스님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한국 불교나 선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이 간화선을 체험하고 화두를 깨는 모습도 담았다”며 “간화선 수행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화를 가라앉히는 걸 넘어 화를 없애는 길에 이르렀으면 한다”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람이 자기 마음을 볼 수 있습니까?”(수불 스님)“그게 되면 득도한 것 아닌지요.”(기자)“하하하, 볼 수 있는데도 어렵다고, 그래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어리석음이지요. 간화선(看話禪)은 본래 볼 수 있는 그 마음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확인시켜 주는 길입니다.”(수불 스님)알 듯 말 듯 한 선(禪)문답. 14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안국선원에서 만난 선원장 수불 스님은 명상과 간화선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잘 살펴(看)’ 깨달음을 얻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 하지만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법이라는 인식 때문에 아직 대중적으로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30여 년간 대중에 간화선을 가르쳐 온 수불 스님은 “스님들만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접하려는 사람이 적지만 사실 현대인에게 더 맞고 효과적인 것이 간화선”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흙탕물일 때 차분히 명상하면, 흙은 밑으로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이 뜹니다. 하지만 흙 자체를 없애지 못하기에 어떤 상황이 생겨 마음이 흔들리면 다시 흙탕물이 되지요. 반면 간화선은 흙 자체를 없애서 바람이 불고, 흔들려도 언제나 늘 맑은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수불 스님은 “명상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달랠 수 있어 치유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인 내면의 변화는 불러오지 못한다”라며 “반면 선(간화선)은 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사람을 통째로 바꿔놓는다”라고 말했다.그는 1989년 부산 금정포교당을 시작으로, 2001년 서울 안국선원, 2005년 부산 안국선원을 세우며 본격적인 간화선 대중화에 나섰다. 지금까지 직접 지도한 사람만 약 6만 명. 이 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선 체험을 한 사람도 약 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구글 엔지니어이자 세계적인 명상가로 활약하고 있는 차드 멍 탄(Chade-Meng Tan)이다. 수불 스님은 “오래전 멍 탄이 한국에 왔을 때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가 명상가로 활동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뭔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벽을 느끼고 있다며 굉장히 답답해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간화선을 알려주고 지도했는데, 어느 날 “풀려고 했던 숙제가 풀린 것 같다”라며 굉장히 기뻐했다는 것이다.안타깝지만 어떻게 하면 선 체험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말과 글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 대신 이날 자리를 함께한 한 보살은 “간화선 수행을 하면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벽이나 막이 앞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굉장히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는데, 수행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탁’하며 벽이 무너지면서 아주 시원한 느낌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펑펑 울게 됐다는 것이다.안국선원은 5월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수불 스님의 간화선 지도 동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찾아오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가르쳤는데, 더 많은 사람이 간화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가르치는 과정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수행 과정, 화두를 깰 때의 모습 등을 세세히 담았다고 한다. “간화선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수행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요. 언제, 어디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수행 방법이라는 걸 알리는 것도 제 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수불 스님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한국불교나 선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이 간화선을 체험하고 화두를 깨는 모습도 담았다”라며 “간화선 수행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화를 가라앉히는걸 넘어 화를 없애는 길에 이르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현지 시각) 바티칸시국 행정부 장관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56)를 임명했다. 바티칸시국 행정부는 바티칸 보안과 인프라, 문화유산 등을 책임지는 곳으로, 바티칸시국 행정부 최고 직책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1969년 이탈리아 로마 출신인 페트리니 수녀는 이탈리아 자유국제사회과학대학교(LUISS)에서 정치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에서 사회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같은 곳에서 복지경제와 사회학을 가르쳤다. 2021년 11월에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바티칸시국 행정부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페트리니 수녀는 다음 달 1일, 80세로 은퇴하는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의 뒤를 이어 바티칸시국 행정부 장관에 취임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시간’이란 놈은 참 묘하다. 미드 ‘왕좌의 게임’은 밤새워 8편을 봐도 금방 지나가는데, 고작 50분밖에 안 되는 수업 시간은 어떻게 그렇게 느리게 갈 수 있는지. 아무도 없는 한적한 겨울 바닷가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누구나 한 번은 경험했을 일이다. ‘시간’이 어떤 마법을 부려서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지는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이 살아 돌아와도 아마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 대신 저자는 시간이라는 감각할 수 없는 추상적인 대상을 말하기 위해, 거꾸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시간을 알리던 사물의 행로를 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태양력이 채택된 1896년부터 일제강점기가 끝나는 1945년까지 시간을 알리던 사물의 변천사를 통해 ‘근대적인 시간’이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종, 오포(午砲·시간을 알리는 대포), 사이렌, 시계, 라디오 등 여러 장치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시보(時報)를 알리던 라디오의 등장으로 기존의 시공간 질서가 완전히 질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한다. “… 본격적으로 라디오 시대가 시작되었고, … 정확히 똑같은 시각에 조선 전 지역의 모든 사람이 같은 정보를 듣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라디오는 생각의 통일, 행동의 통일, 말의 통일을 달성함으로써 모든 사람을 같은 시간 안에 가둘 수 있는 막강한 근대적인 장치였다.”(4장 ‘라디오 시대’에서) 지역과 사람마다 서로 조금씩 달랐던 시간이 하나로 통일되고, 여기에 ‘정보’가 더해지면서 시간의 통일은 생각과 행동의 통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지금 우리는 등하교, 출퇴근, 수업과 근무, 점심 식사 심지어 쉬는 시간까지 대체로 통일된 시간에 종속돼 바쁘게 산다. 휴가 때 찾은 겨울 바다에서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 종속된 시공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났기 때문은 아닐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는 13일 12·3 비상계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부 극우 개신교 집단의 폭력 행태와 관련해 “이들의 폭력적, 반헌법적 행보는 그리스도의 복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혐오 정치와 폭력을 조장하는 거짓 선지자들이며,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수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NCCK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기까지 ‘하나님도 내 손에 죽을 수 있다’라는 식의 신성 모독적 발언조차 방관하며,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일탈로 치부했던 우리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라며 “우리가 바로 잡지 않는 사이, 그들은 점차 광신에 빠져들었고, 이제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사회적 폭력 집단이 됐다”라고 주장했다.NCCK는 또 “극우 개신교 세력의 폭주와 타락은 결국 한국 개신교 내부에서 오랫동안 곪아온 상처가 터져 나온 결과”라며 “이제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우리 스스로 철저히 성찰하며 본래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5일 오후 2시 광주 무각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49재’를 봉행한다. 49재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명종 5타를 시작으로 대령(對靈·생과 사가 반복되는 윤회와 인생의 희로애락이 실존이 아님을 알려주는 의식)과 관욕(灌浴·영가의 고단함과 번뇌를 씻어주는 의식), 상단 불공(上壇佛供·공양을 올리며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추모사, 화엄시식, 유가족 대표 인사, 소전의식(燒錢儀式·극락세계로 보내드리는 의식)으로 마무리한다. 이번 49재에는 희생자 유가족과 호남지역 6개 교구본사 주지 스님 및 지역 주민 등 3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49재를 통해 희생자 극락왕생, 유가족 격려와 평안,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할 것”이라며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서울 은평구 진관사와 경남 양산 통도사, 전남 강진 백련사 등 전국에서 ‘사찰 음식’에 특화된 사찰과 사찰 음식 명장들이 총출동하는 ‘2025 사찰음식 대축제’가 6월 7,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만당 스님)은 11일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서 신년 간담회를 갖고 템플스테이 사찰 확대, 사찰 음식의 국가무형유산 등재 추진 등 올해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단은 사찰 음식의 국가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8월에는 음식학을 연구하는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영국 옥스퍼드대,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 등과 함께 ‘사찰음식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10월 말∼11월 초 열리는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불국사, 통도사, 범어사에서는 각국 참가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 및 사찰 음식 체험 등의 행사도 열린다. 만당 스님은 “사찰 음식과 템플스테이 등 대표적인 한국 불교문화 콘텐츠를 강화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서울 은평구 진관사와 경남 양산 통도사, 전남 강진 백련사 등 전국에서 ‘사찰 음식’에 특화된 사찰과 사찰 음식 명장들이 총출동하는 ‘2025 사찰음식 대축제’가 6월 7, 8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에서 열린다.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만당 스님)은 11일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서 신년 간담회를 갖고 템플스테이 사찰 확대, 사찰 음식의 국가무형유산 등재 추진 등 올해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사업단은 사찰 음식의 국가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8월에는 음식학을 연구하는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영국 옥스퍼드대,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 등과 함께 ‘사찰음식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10월 말~11월 초 열리는 2025경주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회의에 맞춰 불국사, 통도사, 범어사에서는 각국 참가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 및 사찰 음식 체험 등의 행사도 열린다.만당 스님은 “불교전통문화는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치유와 깨달음을 주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사찰 음식과 템플스테이 등 대표적인 한국 불교문화 콘텐츠를 강화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해 8월 스위스 루체른의 한 성당에서 인공지능(AI)이 신자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실험을 했다. 고해성사는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의식. 가톨릭에서 성스럽게 여기는 성사(聖事)에 AI가 도입된 것이다. 실험은 두 달 정도 관광객과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다 중단됐다. 워낙 파격적이라 사전에 교황청 허락까지 받았지만, 신자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최근 교황청의 ‘인공지능과 만남: 윤리적 인간학적 탐구’ 한국어판 번역·출간을 총괄한 이성효 주교(교황청 문화교육부 위원·천주교 마산교구장)는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 천주교 수원교구 제1대리구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의 삶을 혁신하고 편리하게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윤리적 문제는 물론이고 인간성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라며 “AI 사용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AI 시대에 대비해 2020년 문화교육부 안에 매튜 J 고데, 노린 헤르츠펠트 등 20여 명의 세계적 신학자, 철학자, 윤리학자로 구성된 ‘AI 연구 그룹’을 결성하고 지난해 12월 이 책을 발간했다. 영어판 외에는 지난달 초 한국어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 주교는 “AI라는 엄청난 문화적 변화도 우리가 온전한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제가 되지 않는 AI를 편리성에 취해 잘못 사용하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고해성사 내용은 절대적 비밀이 요구되지만, 해킹이나 시스템 오작동으로 유출될 수 있다. 또 데이터를 보관하는 기관, 국가 등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불거진 중국 AI ‘딥시크’가 고해성사에 활용될 경우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주교는 “더 큰 문제는 AI가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 제공하기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만약 어떤 윤리적 규범이나 통제 장치 없이 AI를 고해성사 등에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우려와 부작용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발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AI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해치지 않도록 도덕적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그런 호소와 함께 AI에 담아야 할 구체적인 기준을 책에서 제안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황청이 제안한 AI에 담아야 할 기준은 △인간 존엄성 존중 △생명 보호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윤리 △진리와 조작 방지 △AI의 결정에 대한 인간의 궁극적 책임 강조 △정의와 형평성 △노동과 공동선 등이다. “AI에 종속된 삶이 아닌, AI를 타인 및 세상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는지, 컴퓨터, 스마트폰 등 AI 기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얼마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늘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주교는 “편리성에 취해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AI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AI의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세상을 한눈에 보는 지도책’이라기에 뭔가 삶의 지혜와 통찰,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 이런 것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한눈에 세상을 보는 지도책’이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던 세상이 얼마나 한쪽으로 편중돼 있고 선입견으로 가득 차 있었는지 알게 된다. 프랑스 지도 제작자들이 펴낸 이 책은 흔히 보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린 평면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돌려야 다른 쪽을 볼 수 있는 지도가 아니다. 지구본을 반으로 나눠, 평면으로 그린 ‘반구 세계지도’다. 쉽게 말해 평면에 그려진 두 원(OO) 안에 육지와 바다, 각종 생태는 물론이고 지구상의 기후·사회학적인 내용까지 담았다. ‘헝클어진 반구 세계지도: 바람의 움직임’, ‘진동하는 반구 세계지도: 지진 에너지’ 등 지구에서 벌어지는 기후·지질 양태뿐만 아니라, ‘세계의 언론자유 현황’, ‘여성혐오의 반구 세계지도’ 등 인문·사회학적인 분야도 시각화해 전 지구에 걸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구글맵을 켜거나, 아니면 분명히 한가운데 있는데 왜 대한민국이 극동에 있다고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각각 북극점과 남극점을 중심에 놓고 그린 등온선 반구 세계지도를 보면, 왜 이 장의 부제가 ‘깨진 온도계’인지, 기후변화로 북극이 얼마나 녹고 있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모두 녹은 지구의 모습을 담은 지도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반도와 네덜란드, 덴마크는 지도에서 사라지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한복판에는 흑해나 카스피해 정도 크기의 바다가 들어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구글맵으로 얼마든지 세계지도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왜 이런 옛날식 지도책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구글맵은 메르카토르 투영법 한 가지만을 사용해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이 빈곤해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인류가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독특한 지도책을 펴냈다는 설명이다. 원제 ‘Mappemondes(반구 세계지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나 비기독교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새한글성경’(사진)이 출간됐다.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사용하는 개역개정판에 나오는 교회 전통어를 쉬운 말로 번역하고, 장애나 질병 관련 용어, 도량형과 아라비아 숫자 등을 현재 공식 사용하는 것으로 바꾼 성경을 내놓았다. 개역성경(改譯聖經)은 1938년 출간된 ‘셩경 개역’과 이를 개정한 한국어 번역본을 아우르는 말이다. 현재 한국 개신교계는 2005년 최종 개정된 개역개정판(4판)을 사용하고 있다. 새한글성경에선 ‘번제(燔祭·구약 시대 짐승을 통째로 태워 제물로 바친 제사)’는 “다 태우는 제사”, ‘삼백 규빗(히브리인이 사용했던 길이 단위)’은 “150m”, ‘적신(赤身·벌거벗은 알몸뚱이)’은 “헐벗음”, ‘애굽’은 “이집트” 등으로 바꾸거나 풀어 썼다. 개역개정판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처음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로 풀어 썼다. 한 문장이 50자 내외를 넘지 않게 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매체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새한글성경은 2011년부터 개신교 성서학자 30여 명이 참여해 13년간의 연구와 번역을 거쳐 지난해 12월 첫 완역본이 발간됐다. 대한성서공회는 “개역개정성경이 역사성을 담은 고전체로 쓰여 현대인이 읽기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며 “새한글성경은 고전체가 담고 있는 높이와 한계를 보완하고, 비기독교인도 쉽게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한성서공회는 기존 개역개정성경도 계속 활용하되 각 교단을 중심으로 새한글성경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새한글성경은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가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 비기독교인도 쉽게 읽고 접근할 수 있는 ‘새한글성경’을 출간했다. 한국 개신교가 사용하는 개역개정판에 나오는 교회 전통어를 쉬운 말로 번역하고, 장애나 질병 관련 용어, 도량형과 아라비아 숫자 등도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바꾸어 해석한 것이 특징. 개역성경(改譯聖經)은 1938년 출간된 ‘셩경 개역’과 이를 개정한 한국어 번역본을 아우르는 말로, 현재 한국 개신교계는 2005년 최종 개정된 개역개정판(4판)을 사용하고 있다.새한글성경에서는 ‘번제(燔祭· 구약시대에 짐승을 통째로 태워 제물로 바친 제사)’는 ‘다 태우는 제사’, ‘삼백 규빗(히브리인들이 사용했던 길이 단위)’은 ‘150m’, ‘적신(赤身·벌거벗은 알몸뚱이)’은 ‘헐벗음’, ‘애굽’은 ‘이집트’ 등으로 바꾸거나 풀어썼다. 또 한국 맞춤법 규정에 따라 문장 부호도 사용하고, 현대 한국어의 종결어미와 대화문 입말, 상황에 맞는 다양한 높임법을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한 문장이 50자 내외를 넘지 않게 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매체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개역개정판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를 ‘처음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새한글성경)’로 풀어쓰는 식이다. 또 잠언 10장 2절 ‘불의의 재물은 무익하여도 공의는 죽음에서 건지느니라’(개역개정판)는 ‘불의하게 모은 것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공의는 사람을 죽음에서 건져 내 주지’로 구어체로 바꿨다.새한글성경은 2011년부터 개신교 내 각 교단 30여 명의 성서학자들이 참여해 13년간의 연구와 번역을 거쳐 지난해 12월 첫 완역본이 발간됐다. 대한성서공회는 “개역개정성경이 역사성을 담은 고전체로 쓰여 있다 보니 현대인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라며 “새한글성경은 고전체가 담고 있는 높이와 한계를 보완하고, 비기독교인도 쉽게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대한성서공회는 기존 개역개정성경을 계속 활용하되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각 교단을 중심으로 새한글성경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새한글성경은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선거 때는 특정 정당과 인물을 사실상 지원하면서, 불의한 일에는 정교분리를 앞세워 침묵하면 되겠습니까.”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한국 교회의 대응에 아쉬움이 많았다. NCCK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회원 교단 내 의견이 다양하다”며 따로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김 총무는 “정교분리는 정치권력이 종교를 이용하지 말고, 종교도 정치권력에 편승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불의를 보고도 눈감는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쓰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법과 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에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종교인의 직무 유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성서에는 예언자·성직자들이 부패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정치권력자에게 날 선 목소리로 비판하는 일화가 많이 나온다”며 “정치권력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소에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나라가 어지럽고 정의가 훼손된 상황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말하는 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마태복음(5:13∼16)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상이 오염돼 곁길로 가면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세상이 어두워 갈 바를 찾지 못하면 빛이 되어 길을 밝히라는 가르침이지요. 불의에 침묵하는 건 예수의 뜻을 외면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 총무는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20대였던 그는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가 ‘국가전복 음모(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가담자로 몰려 2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다. 당시 신군부는 계엄군을 동원해 대학가는 물론이고 시민 모임도 통제했고, 민주화운동 세력은 모두 반국가 단체로 몰아가던 시절이었다. 김 총무는 “운동권 단체도 아니고 순수한 성경 공부 모임이었다”며 “젊은이들이 모이다 보니 당시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차례 조사 뒤 모임 회비는 국가전복(내란) 단체의 기금으로, 자신은 서열 2위의 수괴가 돼버렸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정교분리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규탄하는 성명도 낼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전 씨가 교회와 목사 호칭 등을 쓰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다 보니, 잘 모르는 이들은 그의 발언과 행동이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 총무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종교와 결합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과 행동을 종교적 자기 확신으로 연결하고, 결국 이들에게 정치는 종교가 된다”며 “전 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국민저항권을 밀고 나가야 한다’ 등 근거 없이 폭력을 부추기는 막말로 선동하고 자극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라고 비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선거 때는 특정 정당과 인물을 사실상 지원하면서, 불의한 일에는 정교분리를 앞세워 침묵하면 되겠습니까.”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한국 교회의 대응에 아쉬움이 많았다. NCCK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회원 교단 내 의견이 다양하다”며 따로 성명서를 밝히지 않았다.김 총무는 “정교분리는 정치권력이 종교를 이용하지 말고, 종교도 정치권력에 편승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불의를 보고도 눈 감는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쓰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법과 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에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종교인의 직무 유기라는 설명이다.그는 “성서에는 예언자·성직자들이 부패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정치권력자에게 날 선 목소리로 비판하는 일화가 많이 나온다”며 “정치권력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소에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나라가 어지럽고 정의가 훼손된 상황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말하는 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마태복음(5:13~16)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상이 오염돼 곁길로 가면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세상이 어두워 갈 바를 찾지 못하면 빛이 되어 길을 밝히라는 가르침이지요. 불의에 침묵하는 건 예수의 뜻을 외면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김 총무는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20대였던 그는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가 ‘국가전복 음모(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가담자로 몰려 2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다. 당시 신군부는 계엄군을 동원해 대학가는 물론 시민 모임도 통제했고, 민주화 운동 세력은 모두 반국가 단체로 몰아가던 시절이었다.김 총무는 “운동권 단체도 아니고 순수한 성경 공부 모임이었다”며 “젊은이들이 모이다 보니 당시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차례 조사 뒤 모임 회비는 국가전복(내란) 단체의 기금으로, 자신은 서열 2위의 수괴가 돼버렸다고 한다.그는 “진정한 정교분리를 위해 빠른 시간에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규탄하는 성명도 낼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전 씨가 교회와 목사 호칭 등을 쓰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다보니, 잘 모르는 이들은 그의 발언과 행동이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이다.김 총무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종교와 결합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과 행동을 종교적 자기 확신으로 연결하고, 결국 이들에게 정치는 종교가 된다”며 “전 씨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국민저항권을 밀고 나가야 한다’ 등 근거 없이 폭력을 부추기는 막말로 선동하고 자극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라고 비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1년 1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통과시켰다. 혐의는 ‘내란 선동’.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인증을 방해하려고 지지자들이 의회를 공격하도록 선동했고, 이는 미국의 안보와 민주주의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이유였다. 며칠 전인 6일 국회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인하고 공식 인증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국회를 점거하고 무산시키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국회 난입 직전에 백악관 남쪽 공원에서 열린 ‘미국을 구하라(Save America)’ 집회에 참석해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이겼고, 압승했다”,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다”라며 선동했다. 결국 난동으로 5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탄핵안 토론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 그는 물러나야 한다. 이 나라의 명백한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대한민국에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내전과 정치적 폭력, 테러리즘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이런 사례에서 보듯 ‘민주주의는 최고의 시스템이고, 확고한 안정성을 지녔기에 위기가 닥쳐도 금방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근거 없는 오판인지를 책에서 신랄하게 지적했다.저자는 현재 많은 국가들이 내전의 가능성이 가장 큰 정치 체제인 ‘아노크라시(anocracy)’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아노크라시는 독재(autocracy)도 민주주의(democracy)도 아닌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거나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하강하는 중간 상태를 말한다. 독재 정권은 반란 세력을 누를 힘이 있고,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는 폭력(내전)이 벌어지기 전에 불만을 해소할 능력이 있어 내전이 벌어지지 않는다. 반면 아노크라시 체제는 당근과 채찍 어느 쪽도 제대로 내놓을 능력이 없다. 인종, 종족, 종교, 이념 등을 앞세우는 파벌주의의 물결을 막지 못한다. 가짜뉴스 등을 통해 분노와 혐오를 증폭시켜 내전을 부추기는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 ‘촉매’도 제어하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 국가로 변신하는 것은 …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안전장치에는 대통령에 대한 제약과 입법, 사법, 행정의 견제와 균형, 책임성을 요구하는 자유로운 언론, 공정하고 개방된 정치적 경쟁 등이 있다.’(1장 ‘아노크라시의 위협’ 에서)작금의 우리 현실과 얼마나 똑같은지, 소름이 끼친다. 원제 ‘How Civil Wars Start: How To Stop The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