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89

추천

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여행61%
경제일반20%
문화 일반10%
교육3%
국제교류3%
사회일반3%
  • 고구려 고분벽화가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벽화인 이유는?[전승훈의 아트로드]

    “고구려 고분벽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화강암 위에 직접 색을 칠해 그렸다는 점입니다. 동서양의 벽화가 대부분 벽에 석회를 칠한 바탕 위에 그린 것과 다릅니다. 화강암 위에 직접 천연안료를 발라 그린 고분벽화는 채색과 도상이 수려한 걸작입니다.”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 연구 전문가이자 문활람 작가(한국채색화)가 고구려 고분 벽화 바탕재 재현 기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가 ‘화강말’로 이름 붙인 벽화 바탕재와 안료(특허등록번호 제10-2474297호)는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가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과정을 연구한 것은 일본 도쿄 예술대 박사과정 유학 시절 때부터 시작됐다.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 박사과정에서 연구를 이어간 문 작가는 지난해 지도교수인 방병선 교수와 함께 고구려 고분벽화를 복원하는 특허물질을 개발하고 바탕재의 복원방법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았다.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 연구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현장을 감상하거나, 실제로 똑같은 방식으로 벽화를 그려봐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쉽게 갈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고구려 고분벽화를 연구하거나 교육하고,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감상하게 하려면 최대한 유사하게 복원해낸 복제품(Replica)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것이 최첨단 IT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복원’이지요. 그러나 디지털 복원은 현장감을 느끼거나 벽화의 물성(마티에르·matiere)을 제대로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에 화강암 바탕재 재연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재연하려면 진짜 화강암 판석 위에 고분벽화를 직접 그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무게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내부 벽면을 장식하는 가로 3m, 높이 3m, 지붕까지 5~6m 높이의 화강암 판석을 쌓아올린다는 것은 엄청난 무게 때문에 재현하더라도 이동과 전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문 작가는 화강암 판석의 경량화와 이동성이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만든 화강암 바탕재는 화강암 원석을 잘게 분쇄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화강암을 깬 후 알갱이가 큰 것과 작은 것, 가늘고 고운 것 등 입자별로 다양한 크기로 만든다. 그리고 나무판 위에 전통한지를 바르고, 그 위에 전통 아교를 바른 후 화강암 돌가루를 알갱이별로 다양하게 쌓아올린다. 마지막으로 표면을 연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후 아교를 잘 말리면 화강암 돌가루는 갈라짐이 없고, 탄탄한 화강암 판으로 태어난다. “화강암 돌가루로 만든 화강암 판은 500배 배율의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봐도 화강암 원석과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돌판에 직접 그린 벽화하고 완전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화강암 특유의 마티에르(物性)를 느끼게 하는 효과를 낼 수가 있습니다. 두께가 0.5cm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무게가 화강암 원석보다 100배나 가벼운 것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아름다움의 비결은 무엇인가. “고구려 벽화의 도상은 거의 완전체다. 같은 현무라고 하더라도 도상의 수려함과 완벽한 비율은 다른 그림과 비교가 안된다. 필치도 색감도 엄청나다. 왜냐하면 석회벽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화강암이라는 원재료 자체에 직접 석채 안료를 발라 원래의 돌이 갖고 있는 영롱한 색감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돌판에 직접 그려진 경우는 없다. 라스코 동굴 벽화의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회 동굴에 그린 것이다. 고구려 벽화도 초기에는 석회 벽에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고구려 후기에 조성된 강서대묘, 강서중묘의 사신도는 화강암 돌판 위에 돌가루 천연안료로 그린 전무후무한 기법으로 그려졌다. 또한 고구려벽화를 보면 당시의 생활 풍속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문헌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고분벽화는 고구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문화를 향유했는지를 알 수 있는 예술품이다. 고구려 고분 안의 유물은 이미 도굴되고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벽화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다.” ― 화강암 위에 직접 그린 그림이 왜 회벽에 그린 그림보다 우수한가.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화강암 특유의 울퉁불퉁한 요철이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가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이유는 요철 사이로 물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요철 부분에 튀어나와 있는 곳에 묻어 있는 물감이 있고, 움푹 들어가 있는 물감이 있기 때문에 색감이 다채롭고 깊이가 느껴진다. 또한 색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화강암 위에 돌에서 채취한 천연안료를 직접 발라서 그림은 광물질이 빚어내는 매력과 아름다움이 오랜기간 보존될 수 있다. 반면에 석회벽의 경우에는 석회를 칠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원색이 갖고 있는 색감이 달라진다. 약간의 흰색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석회가 떨어지면 그림 자체도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석회벽에 그린 그림은 오래 보존하기가 힘들다.” 문 작가는 나무로 고구려 강서대묘 석실고분의 구조를 입체퍼즐처럼 짠 다음에, 내부에 자신이 특허를 얻은 화강암 바탕재료인 ‘화강말’을 씌워서 고분벽화를 재연해내는 복원과정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고구려 사람들의 돌을 만지는 기술은 어마무시했다.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장군총을 보면 거의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할 수준이다. 엄청나게 무거운 화강암을 정교하게 자르고, 다듬고, 쌓는 기술이 어마어마하다. 45도 각도로 계단식으로 쌓는 ‘들여 쌓기’ 공법이다. 화강암 표면에 홈을 파서 다음에 올라가는 돌을 끼워놓는다. 이게 사실은 고구려에서 성곽을 쌓는 공법인데 이걸 무덤에 적용한 것이다. 강서대묘 석실 내부를 보면 사방의 벽면 위로 지붕이 점점 좁혀지는 형태로 올라가 있는데, 모서리를 받치고 있는 삼각형 모양의 돌이 엄청나다. 삼각형 모양의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놨는데 고구려 사람들은 정말 돌을 갖고 놀았음을 알 수 있다.” 문 작가는 화강암 돌가루를 활용한 바탕재 뿐 아니라 채색하는 전통 안료도 개발했다. 그는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의 색깔이 나는 천연암석의 돌가루로 채색하는 전통안료인 ‘석채(石彩)’는 고구려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미 존재했다”며 “그러나 화강암을 분쇄하고 가공해서 안료로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채색화 화가로서 본 특허물질인 ‘화강말’과 특허기법인 ‘벽화바탕재 재현방법’을 창작작품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달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무우수 갤러리에서 열리는 문활람 초대 개인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고구려까지’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그는 “고구려의 벽화무덤이 내포하는 영원성과, 사막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의 생명성은 인류의 공통된 역사를 하나의 시간과 공간으로 엮는 ‘띠’”라며 “인류와 문화의 시원 및 동전(東傳)의 루트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전시를 설명했다. “제가 고구려벽화 고분의 연구복원을 진행하면서 고구려 문화의 기저에는 돌의 스토리가 배경에 있었음을 다시 한번 알게됐습니다. 천연석채라는 안료의 물성은 우주적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광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광물의 색소는 인위적인 혼합 없이 창조된 그대로의 DNA를 품고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화강암은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1-03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전남 순천의 승선교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 앞 계곡에는 무지개다리인 승선교(昇仙橋)가 있다. 돌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신비한 모습이다. 다리 밑 계곡에서 보면 무지개다리와 물에 비친 그림자가 하나의 원을 이룬다. 다리 너머로 아름다운 누각이 보인다. 선암사 문루인 ‘강선루’다. ‘선암사’의 선암(仙巖)은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위이고, ‘강선루’는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승선교’는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다. 온통 신선들의 놀이터인 셈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암벽화 트위터’ ‘빗물 분수’ 사우디 사막의 고대 문명 도시 헤그라를 찾아서[전승훈의 아트로드]

    파리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3년. 요르단 출장 길에서 만났던 사해(死海) 바다의 분홍빛 노을은 내 깊은 곳까지 고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한군데 잊을 수 없는 유적이 있었다. 바로 페트라의 붉은 사암에 새겨진 웅장한 건축물 ‘알 카즈네’였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마지막 성배’에 나왔던 신비로운 건물이다. BC1세기 경부터 이곳에 살았던 나바테아인들이 세웠던 고대왕국의 수도 페트라 알 카즈네에 가기 위해서는 1.2km에 달하는 반드시 붉은 사암 협곡인 시크(Al-Siq)를 지나야 한다. 협곡의 바위들에는 바람에 의해 풍화돼 신비로운 물결 무늬가 가득하다. 협곡의 아랫부분엔 수로가 형성돼 있어서 사막의 도시 페트라 시민들이 어떻게 빗물을 활용하고 도시를 운영했는지를 보여준다.알시크가 끝날 무렵 거짓말처럼 ‘알 카즈네’가 등장한다. 좁은 계곡의 틈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헬리니즘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이 나오니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다. 알카즈네를 지나면 페트라의 도시가 나오는데, 암반 속에 지어진 무덤과 왕궁, 로마시대 경기장, 신전까지 가득하다. BC1세기~AD1세기에 사막의 상업과 무역을 주도했던 캐러반들이 세운 나바테인 왕국은 특히 빗물을 저장하는 댐과 저수지, 수로 등 치수시설에 높은 기술을 갖고 있어 사막에서도 1년 내내 물 부족없이 살 수 있어 여행자와 상인들을 위한 도시로 융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9년에야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관광지로 개방한 고대도시 알울라에서 요르단 페트라와 똑같은 붉은 사암의 웅장한 건축물을 다시 만났다. 바로 페트라를 건설했던 나바테아 문명의 사람들이 와디럼 사막(붉은 모래 사막)을 건너 남쪽에 세운 도시가 알울라의 ‘헤그라’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7세기 이슬람 문명 이후의 문화유산만을 국가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문명이 얽혀 있는 문화유산은 외부인들에게 공개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을 발표한 이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알울라는 사우디 관광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헤그라에는 바위 전면부(파사드)을 깎아서 부조처럼 건물의 입구를 표현해놓은 110개의 건축물이 있다. 페트라에 있는 알카즈네 신전과 똑같은 형식으로 깎아낸 건축물이다. 그 중 가장 큰 무덤 건축물은 ‘카스르 알파리드(Qasr AlFarid)’라고 불리는 쿠자의 아들의 무덤이다. 기둥이 4개나 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 묻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커다란 산에 가까운 붉은 사암을 비계도 설치하지 않고 어떻게 깎아냈을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바위 위에 올라가 발밑을 파내려오면서 전면부를 조각하면서 아래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밑그림도 없이 둥근 바위를 깎아 건축물처럼 만들어낸 솜씨가 놀랍다. 무덤 입구 위에는 독수리와 매 또는 머리카락이 뱀인 메두사의 얼굴이 조각돼 있다. 그 위에는 지붕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는데 무덤 주인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를 상징한다고 한다. 헤그라의 가이드는 “나바테아 왕국의 도시 헤그라에서 현재 남아 있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은 도시의 가장 높은 암벽에 조성된 무덤”이라며 “사람들이 살고 있던 주거지와 신전, 우물 등 도시 유적은 땅 밑에 묻혀서 현재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주도하는 발굴팀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북서쪽으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카라반 무역이 융성하던 고대왕국 다단왕국(BC 6~1세기)의 수도였으며, 요르단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 왕국의 주요 남부도시였다. 다단 왕국이나 나바테아 왕국 모두 사막의 대상무역으로 융성했던 도시다. 아라바이아 반도 남부에 있는 예멘으로 들어온 아시아의 향신료와 유황, 몰약 등의 값비싼 물품을 실은 대상들이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통로에 자리잡은 사막의 오아시스 무역 도시였기 때문이다. 헤그라에는 대추야자 숲이 울창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암 산맥인 ‘자발 이틀립’에는 바위 틈새 사이로 시원한 천연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좁은 협곡이 있다. 이 곳에는 2000여년 전에 인공적으로 바위 굴을 파놓은 ‘알 디완(Al-Diwan)’이라고 불리는 사각형 홀이 있는데 왕궁의 회의나 연회, 콘서트가 열리던 곳이라고 한다.12미터 높이의 홀은 목소리가 잘 울려 지도자들의 연설 장소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홀 안에는 돌로 만든 널찍한 벤치가 3개의 벽면에 놓여 있는데 로마시대 사람들처럼 비스듬히 누워서 음식을 먹으며 연회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나바테아 왕국의 사람들은 천연의 수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헤그라에도 페트라처럼 빗물을 저장하는 탱크와 수로 시스템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바테안 문명인들의 숙련된 물관리에 대한 명성은 이름과도 연관된다. ‘나바테안’은 아랍어 ‘나바투(Nabatu)’에서 연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바투는 ‘우물에서 샘솟는 물’이라는 뜻이다. 헤그라의 ‘디완’에서도 지붕 위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저장해 한쪽으로 흘려 손을 씻거나 음식을 준비하는데 쓴 시설이 남아 있다. 헤그라 바위 협곡에 있는 바위 중에는 우리나라 ‘반구대 암각화’처럼 수천년 전부터 새겨놓은 다양한 문자와 소, 염소, 새를 그린 암각화 그림이 있다. 사막을 건너는 대상들이나 여행자, 순례자들이 신에게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빌고, 제례의식을 하며 남겨놓은 메시지다. 아랍어로 ‘자발(Jabal)’은 산을 뜻하는데, ‘자발 이크마(이크마 산)’은 신성한 명상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곳 계곡 바위에는 아람어, 타무드어, 다단어, 나바테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등 온갖 고대 언어로 쓰인 명문과 암각화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곳을 ‘오픈 뮤지엄’ 또는 ‘고대의 트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알울라 지역은 수많은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발굴과 연구를 맡고 있다. 자발 이크마에서 만난 프랑스 학자 뮈라테 나탈리 교수는 “바위에 쓰인 수많은 고대 언어는 아랍어의 기원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헤그라에는 나바테아 왕국 이전의 고대도시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다. BC 8세기부터 AD1 세기까지 융성했던 다단 왕국과 리히얀 왕국의 유적이다. 거대한 붉은 암벽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이 남아 있는데, 그 중에는 입구 위쪽에 사자 조각상이 있어 ‘사자 무덤’(Lion Tomb)으로 불리는 무덤이 가장 유명하다. 다단에는 고고학 발굴이 현재 진행 중인데 거대한 저수조 탱크와 하늘의 신인 ‘두 가이바(Dhu Gaybah)’에게 바쳐진 신전도 발견됐다. 신전 주변에는 조각상과 향 촛대, 램프 등의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고, 시장과 주거지, 돌을 깎고 다듬는 공방과 학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헤그라의 황량한 대지에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의 기울기가 변할 때마다 바위에 조각된 그림과 글씨들은 다양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대추야자가 우거진 숲 속이나 울퉁불퉁한 바위 계곡 속에 앉아 있다보면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눈을 감으면 사막의 모래에 묻힌 오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1-01
    • 좋아요
    • 코멘트
  • 사우디에서 만난 외계 행성같은 풍경…‘알울라 매직’ [전승훈의 아트로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뜨거운 모래 사막과 낙타 밖에 없을까? 1970~80년대 ‘중동 붐’ 당시 한국의 건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곳.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대국을 꿈꾸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살만(MBS)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도 관광산업이다. 수도 리야드 공항에 내리는 순간, 사우디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깨지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사막에 비를 몰고 온 손님 지난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착륙하지 못하고 몇바퀴 선회를 했다. 창 밖을 보니 활주로에 빗방울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소낙비를 맞게 될 줄이야! 이날 새벽부터 낮까지 내린 비로 리야드 시내는 물바다가 돼 버렸다. 불과 10~20mm에 불과한 비에도 배수시설이 부족한 사우디에서는 곳곳에서 맨홀이 역류하고 도로가 끊겼다.마중나온 현지 여행사 ‘디스커버 사우디(Discover Saudi)’의 직원 지야드 알말키 씨(2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산을 써봤다”며 “여러분들은 귀한 비를 몰고 온 손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사우디는 요즘 겨울이다. 해발 700m의 도시 리야드에서 비가 온 것도 신기한데, 날씨도 쌀쌀했다. 영상 12도. 모래사막을 예상하고 반팔만 가져왔는데, 추웠다. 자세히 보니 리야드 남성들은 패딩점퍼를 입고, 여성들은 양털로 짠 두꺼운 아바야(외출할 때 입는 로브 드레스같은 겉옷)를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사우디는 남한 면적의 약 20배 정도로 큰 나라다. 홍해 해변이나 사막도 있지만, 알아흐사 같은 오아시스 도시에는 대추야자 숲이 정글처럼 펼쳐져 있다. 북쪽의 요르단·이라크와 가까운 타북 지방과 남쪽 예멘과 가까운 아시르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0℃ 가까이 떨어져 눈이 내리기도 한다. 사우디는 타북주 네옴시티 인근 트로제나 스키장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거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걸어다니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란에서 히잡 반대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수많은 여성들이 체포되고 있는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를 수호하는 보수적인 국가인 사우디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9년 여성들에게 운전면허가 허용된 이후로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버지 같은 후견인의 허락없이도 자유롭게 외출하고, 취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2016년 빈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이후 석유패권이 사라진 사우디가 석유없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계획이다. 제1의 중동특수가 건설붐이었다면 빈살만이 이끄는 ‘제2의 중동 특수’는 문화, 관광, 금융, 신재생 에너지 등에 집중돼 있다. 네옴프로젝트 말고도 리야드 시내의 중동최대의 금융도시를 표방하는 ‘킹압둘라금융지구’를 비롯해 해양리조트를 짓는 ‘홍해프로젝트’, 할리우드 10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시 ‘키디야프로젝트’ 등 사막과 해안에 엄청난 신도시를 짓느라 전국토가 공사 중이었다. 빈살만 왕세자의 네옴프로젝트 발표 이후 사우디에는 유럽발 관광열풍이 불고 있다. 비즈니스 업무 관련 비자 말고는 좀처럼 관광 비자를 발급하지 않던 사우디 정부가 2019년 온라인으로도 전자 비자를 발급해 관광의 문호를 활짝 열었기 때문. 사우디는 그동안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허용됐던 성지 메디나 방문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개방했다. (메카는 아직 이슬람 신자에게만 방문이 허용된다) 지난 9월부터는 인천~리야드~제다 직항 항공노선도 뚫려 한국인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가 됐다. 리야드 시내 외곽에는 ‘네옴 더라인(The Line) 체험관’이 있다. 더라인은 사우디 북서부 홍해인근 타북지방에 짓겠다고 하는 총연장 170km 짜리 500층 건물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체험관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관처럼 네옴 더라인의 내외부 모습을 미리 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홍해 연안의 요트 계류장부터, 3차원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물 내부 모습, 거울처럼 반짝이는 외양, 인근 산맥의 트로제나 스키장까지 실물처럼 꾸며놓았다. 그러나 네옴 더라인의 미래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비슷한 외관의 모델하우스는 사우디 북서부 사막지대인 알울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막의 고대도시 알울라 사우디 여행 중에 만나는 가장 놀라운 풍경은 북서부에 있는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AlUla)다. 리야드에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마치 화성과 같은 외계의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풍광에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5억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사암(砂巖) 산맥이 계곡을 이루고, 바람에 의해 풍화와 침식을 통해 기암괴석을 이룬다. 미국의 그랜드캐년 대협곡, 버섯모양의 신기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중국의 장자계(장가계)를 화성에 펼쳐놓은 듯한 풍광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 본 듯한 사진이 찍힌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7세기 이슬람 문명 이후의 문화유산만을 국가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문명이 얽혀 있는 문화유산은 외부인들에게 공개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을 발표한 이후 알울라는 사우디 관광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또한 2021년 1월에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를 알울라에서 개최해 빈살만이 알울라 공항에서 각국 정상을 영접하는 광경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빈살만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알울라 관광지 개막축제는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마라야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500석 규모의 좌석과 음향시설을 갖춘 콘서트홀에서는 일디보, 야니, 라이오넬 리치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찾아와 공연을 했다. 마라야(Maraya)는 아랍어로 ‘거울’이라는 뜻.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로 덮인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콘서트홀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마치 신기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주변의 계곡과 바위, 모래사막을 거울로 반사해 비추기 때문에 마치 건물 자체가 없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건물은 네옴 프로젝트의 ‘더 라인(The Line)’의 외양과 닮았다. 총 연장 170km에 이르는 ‘더 라인’도 외벽을 거울처럼 반사되는 태양광 패널을 붙여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가 그만큼 생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막의 풍경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알울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는 코끼리 바위(Elephant Rock)다. 프랑스 북부 에트르타 해변에 있는 코끼리가 사막으로 걸어 온 듯한 풍광이다. 알울라 코끼리 바위는 해질녘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코끼리 바위 앞에 있는 모래 사막에는 구덩이를 파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는데, 해가 지고 횃불이 들어오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위의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로 놀랐던 것은 사막에 펼쳐진 수영장이다. 명상 수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해비타스 알울라 리조트는 기암괴석의 협곡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집트 레바논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출신 작가들이 만든 5개의 예술작품이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중앙의 커다란 바위 위에 파란색 히잡의 여인이 명상을 하고 있는 예술품이다. 이집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옆으로 코발트 블루 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 초록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막 한 가운데 인피니티풀장라니! 요즘 전세계 인스타그램에서 난리가 난 장면이다. 메마른 사막에서 과연 물은 어디서 구했을까. 해비타스 리조트 세일즈매니저인 로완 씨에게 혹시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얻은 물이냐고 물었다. 그는 “해비타스, 반얀트리 리조트가 있는 이 지역은 ‘아샤르 밸리’로 불리는 오아시스 지역”이라며 “땅을 파면 얻을 수 있는 천연 지하수”라고 말했다. 스파 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사막의 수영장은 최근 인도의 볼리우드 영화도 2편이 촬영을 마쳤다. 이 수영장에는 스위스, 인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사우디의 공공해변에서는 얼굴과 몸통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프라이빗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비키니도 가능하다는 것이 리조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알울라의 리조트는 최대한 자연적인 풍광을 살린 건축이 주목을 끈다. 기자가 이틀밤 머물렀던 ‘샤덴(Shaden) 리조트’는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바위로 둘러싸인 단층짜리 호텔이다. 밤이 내려면 사막의 별과 달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르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위 틈사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지저귀는 소리가 싱그럽다.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대추야자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사실 중 하나였다. 2024년에 완공 예정인 ‘샤란(Sharaan) 리조트’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발표한 알울라의 핵심프로젝트다. 루부르 아부다비를 설계했던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맡았다. 알울라의 모래 언덕, 바위 윤곽, 절벽 등 알울라의 초현실적인 자연풍광을 최대한 살리고, 모든 인공적 시설물은 바위 속으로 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개의 빌라, 40개의 주거 단지, 25개의 침실 과 레스토랑, 스파는 모두 동굴 내부에 위치하며, 80m 높이에 이르는 리프트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바람에 의해 풍화된 자연적인 바위 구멍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발코니는 사암 산맥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된다. “사막은 언제나 신비로움과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다. ‘살아있는 박물관’인 알울라의 풍경은 바람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순수한 자연풍경 속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특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풍경을 변화시키거나 방해해선 안된다. 단지 시적으로, 철학적으로, 감성적으로 건드릴 뿐이다.” (장 누벨)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31
    • 좋아요
    • 코멘트
  • 타투인 행성의 와인파티… 광야의 코끼리, 나의 마음 밟고 지나가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뜨거운 모래사막과 낙타밖에 없을까? 1970∼80년대 ‘중동 붐’ 당시 한국의 건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곳. 석유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대국을 꿈꾸며 글로벌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MBS)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도 관광산업이다.》○사막에 비를 몰고 온 손님이달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하고 몇 바퀴 선회를 했다. 창밖을 보니 활주로에 빗방울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소낙비를 맞게 될 줄이야! 이날 오전 내내 내린 비로 리야드 시내는 물바다가 돼 버렸다. 강수량은 불과 10∼20mm에 불과했는데도 배수시설이 부족한 사우디에서는 곳곳에서 맨홀이 역류하고 도로가 끊겼다. 현지 여행사 직원 지야드 알말키 씨(2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산을 써봤다”며 “여러분들은 귀한 비를 몰고 온 손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사우디는 요즘 겨울이다. 해발 700m의 도시 리야드에서 비가 온 것도 신기한데, 날씨도 쌀쌀했다. 영상 12도. 사막 날씨를 예상하고 반팔만 가져왔는데, 추웠다. 자세히 보니 리야드 사람들은 패딩 점퍼나 양털 가죽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우디는 남한 면적의 20배 정도로 큰 나라다. 해변이나 사막도 있지만, 대추야자 숲이 정글처럼 우거진 오아시스 도시도 많다. 북쪽의 요르단·이라크와 가까운 타부크 지방과 남쪽 예멘 인근 아시르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우디는 타부크주 네옴시티 인근에 건설 중인 트로제나 스키장에서 2029년 겨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거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걸어다니는 여성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로 수많은 여성이 체포·구금되고 있는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가 있는 사우디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9년 여성들에게 운전면허가 허용된 이후로 여성들은 취업과 외출, 복장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고 개인의 선택에 맡겨졌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빈살만 왕세자가 2016년 발표한 ‘비전 2030’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중동 특수가 건설 붐이었다면, 빈살만이 이끄는 ‘제2의 중동 특수’는 문화, 금융, 신재생 에너지로 넓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광이다. 사우디 정부는 2019년부터 온라인으로도 전자비자를 발급했고,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허용됐던 성지 메디나 방문을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처음 개방했다. 올 9월부터는 인천∼리야드∼지다 직항 항공노선도 뚫려 한국에서도 한 번에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사막의 고대도시 알울라요즘 사우디에서 유럽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AlUla)다. 리야드에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카라반 무역이 융성하던 고대 다단 왕국(기원전 6세기∼기원전 1세기)의 수도였으며, 요르단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 왕국(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의 중요 도시였다. 약 5억 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사암(砂巖) 산맥이 풍화와 침식을 거쳐 만들어진 알울라의 독특한 자연 풍경은 마치 외계의 행성처럼 보인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대협곡, 버섯 모양의 신기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튀르키예(터키)의 카파도키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알울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는 ‘코끼리 바위’. 알울라 코끼리 바위는 해 질 녘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바위 앞에 있는 모래사막에는 구덩이를 파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해가 지고 횃불이 들어오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의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기대하는 순간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수백만 개의 기암괴석 중에는 나바테아 문명인들이 조각해놓은 건축물도 발견된다. 역사문명 지구인 헤그라에는 바위 전면부(파사드)를 깎아서 부조처럼 건물의 입구를 표현해 놓은 110개의 건축물이 있다. ‘카스르 알파리드(Qasr AlFarid)’는 기둥이 4개나 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 묻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무덤 입구 위에 있는 계단은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를 상징한다고 한다. 헤그라의 바위 협곡에는 ‘반구대 암각화’처럼 수천 년 전의 문자와 암각화도 있다. ‘자발 이크마’ 계곡의 아람어, 타무드어, 다단어, 나바테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등 온갖 고대 언어로 쓰인 명문으로 가득하다. 사막을 건너는 여행자, 상인, 순례자들이 남겨놓은 메시지다. 그래서 이곳을 ‘오픈 뮤지엄’ 또는 ‘고대의 트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학자 뮈라테 나탈리 교수는 “바위에 쓰인 수많은 고대 언어는 아랍어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암 계곡인 ‘자발 이틀립’에는 시원한 천연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협곡이 있다. 나바테아 문명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바위에 사각형 홀을 파놓은 ‘알디완(Al-Diwan)’이 있는데 정치적인 토론이나 연회가 열리던 곳이다. 홀 안에 있는 널찍한 돌벤치는 로마인들처럼 비스듬히 누워서 음식을 먹으며 연회를 즐기던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바위 벽면에 새겨진 글씨들이 오래된 시간 속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사막의 협곡 속에 지어진 수영장과 콘서트홀알울라의 사막을 다니다 보면 깜짝 놀랄 만한 건축물도 나타난다. 외벽이 온통 거울로 된 ‘마라야 콘서트홀’은 2019년 12월 알울라 개막축제가 열린 곳이다. 500석 규모의 이 홀에서는 일 디보, 야니, 라이어널 리치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 콘서트홀은 마치 신기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거울이 주변의 계곡과 바위, 모래사막을 비추기 때문에 마치 건물 자체가 없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총연장 170km의 네옴 프로젝트의 ‘더 라인(The Line)’의 외벽도 거울처럼 반사되는 태양광 패널을 붙일 예정인데, 마라야 콘서트홀은 더 라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처럼 보인다. 기암괴석의 사막의 협곡 속에 펼쳐지는 수영장도 놀랍다. 명상수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해비타스 알울라 리조트에는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이 참선을 하는 모습의 예술 작품이 놓여 있는 바위가 있다. 그런데 그 옆으로 코발트블루 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 초록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막 한가운데 인피니티 풀장이라니! 물은 어디서 구했을까. 리조트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오아시스 지역이라 땅을 파면 지하수가 나온다”고 했다. 사우디의 공공 해변에서는 온몸을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프라이빗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비키니도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자가 이틀간 머물렀던 사막의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바위 속에 숨어 있는 ‘샤덴(Shaden) 리조트’는 단층짜리 낮은 호텔이었다. 밤이 내려면 사막 하늘에 선명한 별이 떠오르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위 틈 사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대추야자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사실 중 하나였다.알울라(사우디아라비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테리어]한샘, 신학기 학생·자녀방가구 신제품 ‘조이S 2’ 출시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대표 김진태)이 다가오는 2023년 신학기를 맞아 학생·자녀방가구 브랜드 ‘조이’의 신제품 ‘조이S 2’를 출시했다.조이S 2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디지털 기기 활용 온라인 학습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책상에는 태블릿·노트북을 올려두기 편한 ‘멀티 거치대’와 모니터를 설치할 수 있는 ‘와이드 모니터 선반’이 기본으로 설치됐다. 서랍에는 크기별 정리함을 도입해 다양한 학용품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책상, 책장, 옷장, 수납패키지, 침대 등을 다양하게 조합해 취학을 앞둔 자녀가 올바른 생활·학습습관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조이S 2 책상은 일자·단독형 외에도 높이·각도 조절이 가능한 ‘매직데스크(magic desk)’, 각도 조절만 가능한 ‘라이트(LITE) 매직데스크’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조이S가 1200mm 단일 사이즈였던 것과 달리 1400mm 제품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모니터 선반과 2가지 상부장, LED 조명 4종과 조합해 다양한 형태를 완성할 수 있다. 컬러는 화이트를 메인으로 그린·핑크·베이지 포인트 컬러를 적용할 수 있다. 또 콘센트가 부착된 멀티선반과 소서랍 등의 소품을 추가할 수 있다.책장은 층별로 이동 선반과 고정 선반을 교대로 배치해 높이가 높은 물건도 편안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랩도어와 책장 2칸을 막아 주는 2단도어, 3칸을 막아주는 3단도어를 부착할 수 있어 책상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특수장은 자녀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멀티수납장 또는 화장대장을 선택할 수 있다. 수납패키지는 옷장·사이드장·슬라이딩장·4단서랍장·이동식 행거 등으로 구성됐다.조이S 2 침대는 △일반형 헤드 △멀티수납형 헤드 △조명형 헤드 △키즈 수납형 침대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일반형 헤드는 가격 대비 성능비를 높인 모델이다. 멀티수납형 헤드는 매립 콘센트와 오픈 수납공간이 적용돼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조명헤드를 활용하면 침대를 인테리어 포인트 디자인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키즈 수납형 침대는 올인원 대용량 벙커 수납공간과 교구수납장, 오픈 수납공간 등 다양한 수납 공간을 갖추고 있다.한샘은 조이S 2 출시와 함께 2023년 신학기 시즌을 맞아 신학기 이벤트를 전개한다. 조이S 2·아이디S·코티·티오(온라인 전용) 등 제품이 최대 30% 할인 판매된다. 신학기 이벤트의 키 메시지는 ‘공부도 건강도 처음이 중요하니까’다. 조이S 2가 처음 책상을 사용하는 자녀들의 올바른 자세와 공부 습관 형성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먼저 조이S 2·아이디S·코티를 오프라인 한샘 매장과 온라인 한샘몰에서 구매하는 고객은 최대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책상 구매 고객에게는 △의자 최대 20% 할인 △책상·옷장·조명 10% 할인 등 혜택이 제공된다. 또 침대·슈퍼싱글(SS)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30만원 할인이 즉시 적용된다.한샘몰에서는 전용 상품 ‘티오’ 할인행사가 추가로 진행된다. 다운로드 쿠폰 및 카드할인을 통해 한샘몰 신학기 가구를 최대 3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신학기 가구 구매 고객에게 40만원대 입학 선물이 추첨을 통해 증정된다. 또 △침대·책상·옷장 룸패키지 30% 할인 △책상 구매시 조명 최대 50% 할인 △옷장 3통 구매시 1통 50% 할인 △침대·옷장 구매시 침대 30%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한샘 정유진 서재·자녀방 상품부서장은 “앉는 자세가 완성되고, 정리하는 습관을 잡아야 할 초등학교 입학 시기 자녀에게 적합한 조이S 2 제품을 선보이면서, 합리적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프로모션을 함께 전개하게 됐다”며 “내년 신학기를 맞아 서재·자녀방을 구성하려는 계획이 있는 고객들이라면 가까운 한샘 매장 또는 한샘몰을 찾아와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BK기업銀 로비, 신진작가 예술공간 변신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로비가 신진 예술가들을 위한 미술전시장과 음악회 공간으로 변신해 주목을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행장 윤종원)은 올해 본점 로비에서 설치미술·회화 분야의 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 ‘IBK 아트스테이션’을 총 3회에 걸쳐 개최했다. 본점 로비의 전시 공간은 가로 45m, 세로 25m, 높이 7m로 널찍하고 층고도 높아 규모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설치미술 작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행은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직원과 시민에게 위로와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청년 음악인들이 출연하는 ‘IBK퇴근길 뮤직 라이브’도 개최했다. 콘서트는 본점과 한남동 고객센터, 부산 지역 등 총 11회 차에 걸쳐 진행됐다. 윤종원 은행장은 “한 곡의 음악으로도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퇴근길 음악회가 직원들에게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이어 11월 2∼6일에는 본점 옆 성큰가든과 지하 아케이드에서 시각예술 전시 및 아트마켓 ‘더아트프라자’도 열었다. 을지로 인근 직장인과 시민 1만3000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룬 더아트프라자는 창작자와 기획자, 갤러리 등 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를 연결해 지원하는 전시 행사. 입장료·참가비·수수료가 없는 대안적 아트마켓이다. 이번 전시는 기업은행 본점이 위치한 을지로 지하상가 공실을 재생해 작품을 전시했다. 지하상가에 있는 꽃집, 양복점 등의 공간 특성을 살려 플라워숍, 의상실, 디저트숍, ATM 등의 콘셉트로 연출된 12개 공간에서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기업은행은 이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인증하는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공문장 바로쓰기 자치단체장 대상에 이성헌·조규일·박경귀·이민근

    우리글진흥원(원장 손수호)은 26일 ‘2022년 공공문장 바로 쓰기 자치단체장’ 대상 수상자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교육 부분), 조규일 진주시장(문화 부분) 박경귀 아산시장(소통 부분), 이민근 안산시장(관광 부분)을 선정했다. 또 ‘2022 문화재 안내문 바로쓰기 대상’은 박일호 밀양시장이 받았다. 이 상은 바르고 쉬운 공공 문장을 일선 행정에 구현한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상으로 2013년 제정됐다. 이들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읽는 각종 안내문 등을 알기 쉽고 정확한 글로 선보이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에 애쓰는 등 공공문장 바로 쓰기에 모범을 보인 공적을 인정받았다. 우리글진흥원은 이와함께 ‘공공문장 바로 쓰기 시민운동상’ 대상 수상자로 서장원 씨(22․대학 3년)을 선정했다. 서 씨는 공공기관에서 잘못 쓴 공공문장을 지난 1년간 33회에 걸쳐 바로잡아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강에 황토돛배가 오가던 시절→황포 돛배’(마포구 안내문), ‘장애인에 대한 사회참여 증진을 위한 댄스 프로그램’→‘장애인 사회참여 증진을 위한 댄스 프로그램’(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등이다. 우리글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우리말글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이 큰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공공언어 사용에서 전 국민의 모범이 되게 하자는 운동이다. 공공기관이 만드는 공문서 등을 사전 감수하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며 잘못된 공공문장을 시민들이 바로잡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28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디오니소스 극장 객석

    국내외 오페라 극장에는 객석에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진 곳이 많다. 이런 전통은 BC 6세기에 만들어진 디오니소스 극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아래에 있는 세계 최초의 공연장으로, 맨 앞줄 67개의 등받이 의자는 특권층이나 후원자의 전용석이었다. 의자 아래 대리석에는 ‘디오니소스 엘레우테리오스의 신관을 위한 의자’라는 등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브뤼셀 대성당의 펠리컨[바람개비/전승훈]

    벨기에 수도 브뤼셀 대성당의 제대 앞에는 펠리컨 조각이 있다. 펠리컨 어미 새는 자식들에게 먹일 먹이가 없으면 자신의 가슴을 뜯어 피를 흘려 자식에게 먹인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 펠리컨은 중세 유럽에서 예수의 수난과 희생의 중요한 상징이 돼 왔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도 가슴에 피 흘리는 펠리컨 어미를 자신에 빗대 ‘영국 성공회의 어머니(mother of the Church of England)’라 칭하기도 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람개비]독일 연방의회 의사당

    19세기 말에 지은 베를린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은 장중한 석조건물 위에 투명한 유리돔이 얹혀져 있다. 히틀러 시절 방화로 불타기도 했던 이 건물은 베를린과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1999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은 벽만 남기고 건물을 모두 뜯어낸 뒤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돔을 덮었다. 돔 내부에 만들어진 경사로를 방문한 시민들은 발아래에서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내최대 공예축제 ‘공예트렌드페어’ 개막

    전통공예를 현대에 맞게 재탄생시킨 공예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공예축제인 ‘2022 공예트렌드페어’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개막했다. 11일까지 열리는 이 공예전문 박람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이 주최한다.  소비자와 공예가를 잇는 교류의 장인 ‘공예트렌드페어’에는 공예작가, 화랑(갤러리), 공방, 기관 등 330여 개사가 참여한다. 올해는 양태오 총감독과 함께 주제관, 갤러리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 공진원(KCDF) 사업관 등 다양한 전시관을 마련했다. ‘주제관’에서는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공예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예는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손으로 만들어 인간적 감성을 전달하며, 지속 가능한 신소재나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제관에서는 이러한 공예의 속성을 살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인 ‘획일화된 일상’, ‘인간성 상실’, ‘자연과 환경 파괴’라는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는 공예작가 42개 팀의 작품을 전시한다. ‘갤러리관’에서는 전문 갤러리와 문화예술기관의 작품을 전시하고, ‘브랜드관’에서는 공예기업과 공방들의 시장성 있는 공예품을 소개한다. ‘창작공방관’에서는 역량 있는 공예작가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공예품을 선보인다. ‘대학관’에서는 대학/대학원생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고, ‘공진원(KCDF) 사업관’에서는 공진원의 다양한 사업 결과물을 소개한다. 특히 올해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사전 전시와 해외홍보, 실시간 구매, 전문안내(도슨트), 신진작가 발굴 등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다양한 출품작들은 지난 6월부터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전시하고 있으며, 주제관은 현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국내외 관람객들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전시 공간(뷰잉룸)으로도 구현했다. 행사 기간 중 현장에서는 공예 분야 전문가 12인이 특별 전문 안내원(도슨트)으로 나서 다양한 시각으로 박람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참가사 공모시 전년 대비 지원신청사가 약 40% 증가해 공예트렌드페어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보인 바 있다”며 “이번 공예트렌드페어가 유통과 교류의 장으로서 다채로운 공예작품들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께도 깊은 영감을 주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2-12-08
    • 좋아요
    • 코멘트
  • [바람개비/전승훈]스페인 항구도시 바이오나

    스페인 서부 대서양 주변에는 항구도시 바이오나가 있다. 1493년 3월 1일 콜럼버스 아메리카 원정대 3대 중 하나인 라핀타호가 가장 먼저 도착한 항구다. 항구에는 라핀타호와 똑같은 형태로 복원된 배가 떠 있다. 전장 17m의 라핀타호는 테니스 코트보다도 작은 크기다. 저렇게 작은 범선으로 대양을 건너 인도까지 갈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주변에는 이사벨라 여왕과 신대륙 원주민을 조각한 ‘두 세계의 조우’ 작품이 세워져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로 ‘탄생’한 성 김대건 신부가 표착한 제주 차귀도 [전승훈의 아트로드]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삶을 그렸다. 영화 속에서는 김 신부가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후 작은 배를 타고 풍랑에 표류하다가 제주도 차귀도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주에서 최서단에 있는 차귀도는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섬이다. 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해안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걷는 ‘생이기정길’은 억새가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으로 손꼽히는 길이다. ●격동의 19세기 동아시아의 탐험가 “길이 없다고요?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바다라는 게 모르면 공포의 대상이지만, 알면 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영화 ‘탄생’을 보면 배우 윤시윤이 주인공 역할을 맡은 성 김대건은 최초의 조선인 가톨릭 신부이자 순교성인이라는 틀에서만 가둬놓아선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서양 학문을 배우기 위해 유학한 학생이며, 5개 국어(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를 구사한 언어 천재이자, 서해를 횡단한 모험가였고, 서양의 항해술과 독도법, 측량에 관심 많던 지리학자였다.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유교 사회 조선에서 평등한 나라를 꿈꾸던 선각자였으며, 19세기 열강의 침탈 속에서 한국의 근대를 꿈꾸었던 탐험가이자 국제인이었다. 실제로 김 신부는 옥중에서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지리의 개략을 편술했고, 영국이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김 신부가 15살에 최양업, 최방제 형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길에 오른 후 25살의 나이에 새남터에서 순교할 때까지, 3574일간 마카오와 필리핀, 청나라와 몽골, 만주,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여정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제물포에서 길이 7.5m, 너비 2.7m에 불과한 목선 ‘라파엘호’를 타고 상해까지 갔다가 서해바다의 폭풍우를 뚫고 오가는 장면이다. 김 신부는 이 배를 타고 상해 진자샹(金家巷)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서품을 받았다. 라파엘호는 구약성서에서 토비아의 여행길을 인도해 여행자들의 주보성인이 된 라파엘 대천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조선인 신자까지 총 13명이 탄 라파엘호는 28일간의 표류 끝에 남쪽으로 흘러가 제주도 최서단 섬인 죽도(차귀도)에 닿았다. 배 위에서 망원경으로 한라산을 확인한 김대건 신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김 신부 일행은 차귀도에서 사제서품 이후 한국에서의 첫 미사를 봉헌한다. 이후 라파엘호는 용수리 포구에 정박해 반파된 배를 수리하고, 식량을 얻어 충남 강경 황산포구에 도착한다. 용수리 포구 주변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다. 입구에는 갓을 쓴 김대건 신부 상이 순례객을 마주하고, 그 뒤로 등대 모양 종탑이 인상적인 기념성당과 배 모양을 형상화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2008년에 건립된 기념성당의 정면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 진자샹 성당 정면 모습을 재현했고, 지붕은 거센 파도와 맞서 싸우는 라파엘호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에도 김대건 신부가 바다를 헤치고 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념관 2층 전시실에는 1845년 9월28일 김대건 신부 일행이 차귀도에 표착 후 첫 번째로 봉헌한 미사를 실제처럼 만든 모형도 눈길이 끈다.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수월봉과 차귀도, 용수포구 등 제주 서북해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독수리가 지키고 있는 차귀도차귀도(遮歸島)란 이름은 고려 16대 임금 예종 때 송나라 복주출신의 술사 호종단(胡宗旦)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종단은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을 경계해 제주의 혈맥과 지맥을 끊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신인 광양당신이 독수리(매)로 변하여 폭풍을 일으켰고, 이에 호종단의 배가 난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의 이름이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차귀도가 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차귀도는 김대건 신부가 타고 돌아온 라파엘호는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김대건 신부의 표착기념 미사를 차귀도에서 봉헌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 차귀도(遮歸島)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22호이다. 본섬인 죽도를 비롯해 주변의 지실이섬(매바위섬), 누운섬(와도)를 포함하고 있다. 섬 곳곳에 집터나 우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한 때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현재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차귀도 인근 바다는 물반 고기반으로 불릴 정도로 낚시로 유명한 섬이다. 오징어를 줄에 걸어 말리는 풍경이 인상적인 자구내 포구에서 유람선이나 낚시배를 타면 10여 분 만에 차귀도에 도착할 수 있다. 유람선(성인 1만8000원)을 타고 들어가면 약 한 시간 정도의 관람시간이 주어진다. 섬내의 트래킹 코스를 돌며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섬에 들어가면 오른쪽은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왼쪽엔 푸르게 빛나는 제주의 바다가 펼쳐지는 등대가 있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유람선이 정기점검 중이라 뜨지 않았다. 그래서 차귀도 낚시체험을 할 수 있는 배(1만2000원)를 탔다. 차귀도에 내려 트레킹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을 한바퀴 돌면서 장군바위와 독수리(매)바위, 병풍바위, 쌍둥이 바위, 와도의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 위에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차귀도의 본섬은 대나무가 많아 대섬 또는 죽도로 불려왔다는데, 부드러운 언덕이 이어지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본섬 옆에 잇는 ‘와도(臥島)’는 사람의 옆얼굴과 입, 치아까지 보일 정도로 영락없이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눈섬’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곧 날아오를 듯 잔뜩 웅크려 있는 독수리(매)바위는 호종단의 배를 침몰시킨 바로 그 독수리(매)의 형상이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차에 옆에서 낚시를 하던 체험객이 70~80cm 정도의 큼지막한 자연산 광어를 낚았다. 차귀도 갯바위에 왜 그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길차귀도에서 돌아온 후 김대건 신부표착 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포구에서 당산봉 방향으로 해안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생이기정길’이다. 제주올레길 12코스이기도 한데, 안내표지에는 ‘겨울철새의 낙원으로 가마우지, 재갈매기, 갈매기 등이 떼지어 산다’고 돼 있다. 용암이 굳어진 기암절벽인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한마디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라는 뜻이다. 절벽 옆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 새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억새물결과 그 소리는 절벽 너머 보이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광이 어우러져 인생샷을 건질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 올레 12코스이기도 한 생이기정길(약 1.5km)은 당산봉을 형성한 화산재가 쌓인 위로 용암이 다시 분출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해안절벽이 있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멀리 보이는 차귀도가 각도에 따라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제주도의 오륙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국적 경치에 취한 순간 외국인 순례객들이 앞서 걸어간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 해안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길이다. 검은 현무암이 평평히 쪼개진 해안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비가 서 있다. 이 곳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언덕에 오르면 작은 만이 나온다. 옥빛 물빛과 생이기정이 더해져 아주 아름답다. 이 만을 향해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차귀도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기에 좋은 명소다. 당산봉의 바다 쪽은 절벽에는 갈매기가 많이 살고 있다. 절벽은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흰색으로 덮여 있는데 갈매기의 배설물로 생긴 것이다. 당산봉 정상까지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면서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는 신창 풍차해안도로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수월봉, 산방산까지의 푸른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2-12-03
    • 좋아요
    • 코멘트
  • 억새 춤추는 바당길 너머 작은 섬… 저 기암괴석 못보면 돌아가지 않으리[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1821∼1846)의 파란만장한 삶이 그려진다. 김 신부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작은 배를 타고 출발해 풍랑에 표류하다 제주도 차귀도에 도착한다. 제주 최서단에 있는 섬 속의 섬인 차귀도는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해안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걷는 ‘생이기정길’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인상적인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다.》 ○ 격동의 19세기 동아시아의 탐험가 “길이 없다고요?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바다라는 게 모르면 공포의 대상이지만, 알면 길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영화 ‘탄생’에서 성 김대건은 최초의 조선인 가톨릭 신부이자 순교 성인이라는 틀에서만 조명되지 않는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서양 학문을 배우기 위해 유학한 학생이며, 5개 국어(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 언어 천재였다. 또한 서양의 항해술과 독도법, 측량에 관심 많던 지리학자로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서해를 횡단한 모험가였다. 유교적 신분 질서를 벗어나 평등한 나라를 꿈꾸던 선각자였으며, 19세기 열강의 동아시아 침탈 속에서 조선의 근대화를 꿈꾸었던 국제인이었다. 실제로 그는 옥중에서 조선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지리의 개략을 편술했고, 영국이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5세 소년이었던 김대건이 최양업, 최방제 형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길에 오른 후 25세의 나이에 새남터에서 순교할 때까지, 3574일간 마카오와 필리핀, 청나라와 몽골, 만주, 한반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여정을 보여준다.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다 장면이다. 김 신부는 제물포에서 길이 7.5m, 너비 2.7m에 불과한 목선을 타고 서해 폭풍우를 뚫고 중국 상하이와 제주를 오간다. 이 배의 이름은 ‘라파엘호’. 구약성서 토빗기에서 토비아의 여행길을 인도한 라파엘 대천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그는 상하이 진자샹(金家巷)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조선인 신자까지 총 13명과 함께 라파엘호를 운항해 조선 잠입을 시도한다. 라파엘호는 28일간의 표류 끝에 제주도 최서단 섬인 죽도(차귀도)에 닿았다. 배 위에서 망원경으로 한라산을 확인한 김대건 신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이후 라파엘호는 용수리 포구에 정박해 반파된 배를 수리하고, 식량을 얻어 충남 강경 황산포구에 도착한다. 용수리 포구 주변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다. 입구에는 먼저 갓을 쓴 김대건 신부상이 순례객을 마주한다. 그 뒤로 등대 모양 종탑이 인상적인 기념성당과 배 모양을 형상화한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08년에 건립된 기념성당의 정면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 진자샹 성당 정면 모습을 재현했고, 지붕은 거센 파도와 맞서 싸우는 라파엘호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김대건 신부가 바다를 헤치고 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기념관 2층 전시실에는 1845년 9월 28일 김대건 신부 일행이 차귀도에 표착 후 한국에서 첫 번째로 봉헌한 미사를 재현한 모형이 눈길이 끈다.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수월봉과 차귀도, 용수포구 등 제주 서북 해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독수리가 지키고 있는 차귀도차귀도란 이름은 고려 16대 임금 예종 때 송나라 복주 출신의 술사 호종단(胡宗旦)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종단은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을 경계해 제주의 혈맥과 지맥을 끊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신인 광양당신이 독수리로 변하여 폭풍을 일으켰고, 이에 호종단의 배가 난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의 이름이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차귀도(遮歸島)가 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차귀도는 김대건 신부가 타고 돌아온 라파엘호는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그래서 지난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제주교구는 김 신부의 표착기념 미사를 차귀도에서 봉헌했다. 차귀도는 1970년대까지 7가구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래서 섬 곳곳에 집터나 우물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아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남아 있다. 낚시로 유명한 차귀도는 자구내 포구에서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람선(성인 1만8000원)을 타면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면 섬 안의 억새가 흔들리는 풍경을 둘러보는 데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섬 트레킹 코스 오른쪽에는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왼쪽엔 푸르게 빛나는 제주의 바다가 펼쳐지는 등대가 있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유람선이 정기 안전점검 중이라 뜨지 않았다. 그래서 차귀도 낚시체험을 할 수 있는 배(1만2000원)를 탔다. 차귀도에 내려 트레킹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장군바위와 독수리바위, 병풍바위, 쌍둥이바위, 와도의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 위에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차귀도의 본섬(죽도)은 부드러운 언덕이 이어지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본섬 옆에 있는 ‘와도(臥島)’는 사람의 옆얼굴과 입, 치아까지 보일 정도로 영락없이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눈섬’이라고도 부른다. 곧 날아오를 듯 잔뜩 웅크리고 있는 독수리바위는 호종단의 배를 침몰시킨 바로 그 독수리의 형상이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차에 옆에서 낚시를 하던 체험객이 70∼80cm 정도의 큼지막한 자연산 광어를 낚았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차귀도 갯바위에 왜 그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서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길차귀도에서 돌아온 후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포구에서 당산봉 방향으로 해안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생이기정길’이자 제주올레길 12코스이자 성김대건해안길에도 포함되는 구간이다. 안내 표지에는 ‘겨울철새의 낙원으로 가마우지, 재갈매기, 갈매기 등이 떼 지어 산다’고 돼 있다. 용암이 굳어진 기암절벽인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한마디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라는 뜻이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 새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은 절벽 너머 보이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광이 어우러져 인생 샷을 건질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생이기정길(약 1.5km)에는 용암이 다시 분출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해안절벽이 있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차귀도가 각도에 따라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제주도의 오륙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국적 경치에 취한 순간 외국인 순례객들이 앞서 걸어간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 해안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길이다. 검은 현무암이 평평히 쪼개진 해안을 넘어 언덕에 오르면 작은 만이 나온다. 생이기정 밑의 바닷물이 옥빛이다. 이 만을 향해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차귀도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하는 숨은 명소다. 당산봉 정상까지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면서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는 신창 풍차해안도로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수월봉, 산방산까지의 푸른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몬테카를로 카지노[바람개비/전승훈]

    지중해 남부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는 매혹적인 카지노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를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 건축했다. 벨 에포크 양식의 화려한 입구 주변에는 고급 차와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이 지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첫 소설 ‘카지노 로열’의 배경도 이곳. 모나코는 재정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이 카지노 덕분에 세금 없는 나라가 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섬 전체가 자연 테마파크… 가족과 함께하는 제주여행[전승훈의 아트로드]

    섬 전체가 테마파크인 제주도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으로도 최고의 여행지다. 숲과 바다에 아이들도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와 전시가 어우러진 명소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천혜의 절경과 원시적인 자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엄마 아빠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준다. 제주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행복한 연말 가족여행 코스를 뽑아보았다. 곶자왈 속 놀이공간 인터넷 여행플랫폼 아고다가 전세계 12개 국가 1만4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지에서 할 활동’ 우선순위를 물었다. 제일 먼저는 랜드마크 명소(69%) 방문이고, 두 번째는 놀이공원(55%)이었다. 그 밖에 해변(54%), 박물관(32%), 동물체험(16%)의 순이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이 품고 있는 원시림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이 뒤엉킨 모습을 일컫는 ‘자왈’이 합쳐진 토속 방언이다.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에코랜드는 약 991.735㎡(30만 평)에 이르는 곶자왈 원시림에 기찻길을 놓고 호수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숲 속을 달리는 장난감처럼 예쁜 기차에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한다.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을 모델로 영국에서 주문제작한 링컨기차는 마치 19세기 유럽 시골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한 칸에 4~6명의 인원이 타면 이내 기차는 다음 역으로 출발한다. 기차는 출발 후 에코브리지 역, 레이크사이드 역, 피크닉가든 역, 라벤더&로즈가든 역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기차는 8~10분 간격으로 운행되므로 원하는 역에 내리고, 자유롭게 타면 된다. 에코브리지 역은 호수 위에 약 300m의 수상데크를 설치했다. 피크닉가든 역에는 어린이를 위한 키즈타운과 곶자왈 숲길인 에코로드가 있다. 제주도 보존자원 1호인 화산송이로 전 구간을 포장한 산택코스도 있다. 유모차도 쉽게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길을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보자.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라벤더&로즈가든역에서는 노천 족욕탕, 목장카페에서 조랑말에게 당근주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체험할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에도 곶자왈 산책코스가 있다. 마라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놓여 있는 동백꽃 정원에는 벌써 새빨간 동백꽃이 피었다. 야외 자동차 놀이터에는 살아 있는 꽃사슴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사슴에게 당근을 주며, 가까이서 함께 놀 수도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남녀 아이 모두 즐거워하는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희귀한 클래식 자동차와 오래된 피아노들을 실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동차박물관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미니카를 타고 전시장을 관람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최초의 자동차부터 벤츠, 롤스로이스 등 전 세계에서 수집된 100여 대의 클래식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어린이교통체험장도 놓칠 수 없다. 세계 여행 명소로 꾸며놓은 도로에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아보는 코너다. 각종 신호 체계가 갖춰져 있는 코스를 완주하면 어린이국제면허증을 발급해주니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 피아노박물관은 베토벤, 하이든, 쇼팽, 리스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피아노들이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1888년 직접 조각한 단 하나 뿐인 피아노 작품도 전시돼 있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와 놀기 제주 구좌읍 송당리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있는 ‘스누피 가든’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스누피 캐릭터를 이용한 테마공원이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소년이 키우는 반려견인 스누피는 밝고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유머로 인생의 철학을 툭툭 던진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삶에 지친 엄마, 아빠도 스누피의 명대사에 뜻밖의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는 테마파크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에는 피너츠 사색 들판, 찰리브라운의 야구광장, 비글 스카우트 캠핑장, 호박대왕의 호박밭, 루시의 가드닝 스쿨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숲 속에는 수많은 스누피의 페르소나 인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잔잔한 호숫가에 스누피와 단둘이 어깨를 기대고 앉아 있는 뒷모습을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또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스누피 돌하르방’도 커플끼리 사진찍기 좋은 명소다.제주도에서 테디베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테지움과 테디베어뮤지엄이다. 영유아와 함께라면 테지움을 추천한다. 테지움은 무엇보다 인형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테지움 1층은 사파리존으로 기린, 호랑이, 코끼리, 사자, 새, 하마, 악어 등 갖가지 동물 인형이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다. 2층에는 테디베어를 테마로 한 아쿠아존과 동화나라가 있다. 4m에 이르는 커다란 테디베어 인형은 아이들이 매달리고 귀찮게 해도 마냥 환한 미소로 맞아준다. 우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건축가 겸 미술가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으로 꾸민 테마파크다.양파돔을 비롯한 알록달록 예술작품과 어우러지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겨울에도 물 속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에는 수달, 돌고래, 바다코끼리, 바다거북, 펭귄, 물범 등 바닷속 동물 친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물고기와 불가사리를 직접 만져보는 ‘터치풀’도 있고, 아이들이 놀면서 체험하도록 꾸며놓은 ‘키즈플라넷’도 있다. 오션아레나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초대형 메인 수조에서 진행되는 ‘가오리 식사시간’과 ‘해녀의 아침’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자. ‘해녀의 아침’은 해녀 할머니들이 물질 시연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엄마 아빠에게도 흥미로운 시간이다.가족과 함께 쉬며 즐기는 카페연말 국내 가족여행을 준비할 때 큰 편리함을 주는 것은 디지털 여행 플랫폼이다. 호텔, 숙소, 항공편 및 액티비티 예약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고다 홈페이지는 호텔을 비롯해 아고다 홈즈 등 폭넓은 종류의 숙소를 구비하고 있어 가족수, 여행목적에 따라 최적의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300만 개가 넘는 숙박 시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아고다에서는 호텔, 아파트먼트, 빌라, 장기 투숙(한달 살기) 등 다양한 종류의 숙소를 여행 목적과 예산에 맞춰 쉽게 예약할 수 있다. 항공권과 숙소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도 서비스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목장 카페 드르쿰다’는 온순한 동물친구를 만나고, 제주의 목가적 경치를 구경하는 카페가 있는 곳이다. 건물 2층에 있는 통유리창 너머로 확 트인 목장 전경이 보인다. 온순한 토끼와 산양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경치를 즐기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곳. 쉼과 놀이가 적절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합한 공간이다. 당근 먹이를 주는 동물 체험부터 체험 승마와 카트,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오설록 바로 옆에 자리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제주 검은콩 미숫가루 두유, 제주 콩가루 아이스크림, 제주 한라봉티 등 청정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제주 유채꿀이나 제주 감귤, 제주 콩가루 등을 넣은 여러 가지 맛의 오름눈꽃빙수는 사계절 인기다.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도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제주의 청정 원료인 화산송이, 감귤, 녹차 중 하나를 선택해서 비누를 만든다.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1-27
    • 좋아요
    • 코멘트
  • 섬 전체가 자연 테마파크… 제주에 가면 추억이 솟아난다

    《섬 전체가 테마파크인 제주도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으로도 최고의 여행지다. 숲과 바다에 아이들도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와 전시가 어우러진 명소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천혜의 절경과 원시적인 자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엄마 아빠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준다. 제주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행복한 연말 가족여행 코스를 뽑아보았다.》곶자왈 속 테마파크 인터넷 여행플랫폼 아고다가 전 세계 12개 국가 1만4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지에서 할 활동’ 우선순위를 물었다. 제일 먼저는 랜드마크 명소(69%) 방문이고, 두 번째는 놀이공원(55%)이었다. 그 밖에 해변(54%), 박물관(32%), 동물체험(16%)의 순이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이 품고 있는 원시림 곶자왈이다. 곶자왈 속에는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공원도 있다.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에코랜드는 약 991.735m²(약 30만 평)에 이르는 곶자왈에 기찻길을 놓고 호수를 만들었다.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이 모델인 링컨기차를 타면 마치 19세기 유럽 시골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기차가 8∼10분 간격으로 운행되므로 원하는 역에서 자유롭게 내리고, 다시 타면 된다. 호숫가 수상덱을 걷기도 하고, 제주도 보존자원 1호인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곶자왈 숲길도 아이 손을 잡고 걸어보자. 모두 유모차도 다닐 만큼 편한 길이다. 노천 족욕탕, 조랑말에게 당근 주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체험할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에도 곶자왈 산책코스가 있다. 마라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놓여 있는 정원에는 벌써 새빨간 동백꽃이 피었다. 야외 놀이터에는 꽃사슴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실내에는 남녀 아이 모두 즐거워하는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최초의 자동차부터 벤츠, 롤스로이스 등 클래식 자동차와 오래된 피아노들을 실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교통체험장에서는 각종 신호 체계가 갖춰져 있는 코스를 전기자동차를 타고 완주하면 어린이국제면허증을 발급해준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와 놀기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스누피 가든’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를 이용한 테마공원이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소년이 키우는 반려견인 스누피는 밝고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유머로 인생의 철학을 툭툭 던진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엄마 아빠도 스누피의 명대사에 뜻밖의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과 숲 속에는 스누피의 페르소나 인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제주도에서 테디베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테지움과 테디베어뮤지엄이다. 영유아와 함께라면 애월읍에 있는 테지움을 추천한다. 테지움은 무엇보다 인형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우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작가 훈데르트 바서의 양파돔을 비롯한 알록달록한 예술작품과 어우러지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산에 있는 아쿠아플라넷에는 수달, 돌고래, 바다코끼리, 바다거북, 펭귄, 물범 등 바닷속 동물 친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물고기와 불가사리를 직접 만져보는 ‘터치풀’도 있고, 아이들이 놀면서 체험하도록 꾸며놓은 ‘키즈플라넷’도 있다. 초대형 메인 수조에서 진행되는 ‘가오리 식사시간’과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물질 시연을 하는 ‘해녀의 아침’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자.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카페 오설록 바로 옆에 자리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서는 제주 검은콩 미숫가루 두유, 아이스크림, 한라봉티 등 청정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유채꿀이나 감귤, 콩가루를 넣은 오름눈꽃빙수는 사계절 인기다. 제주의 청정 원료인 화산송이, 감귤, 녹차를 넣은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도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목장 카페 드르쿰다’는 온순한 동물 친구에게 당근 먹이 주기 체험도 하고, 제주의 목가적 경치를 구경하는 카페가 있는 곳이다. 건물 2층에 있는 통유리창 너머로 확 트인 목장 전경이 보인다. 연말 국내 가족여행을 준비할 때 큰 편리함을 주는 것은 디지털 여행 플랫폼이다. 호텔, 숙소, 항공편 및 액티비티 예약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고다 홈페이지는 호텔을 비롯해 아고다 홈즈 등 폭넓은 종류의 숙소를 구비하고 있어 가족 수, 여행 목적에 따라 최적의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300만 개가 넘는 숙박 시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아고다에서는 호텔, 아파트먼트, 빌라 등 다양한 종류의 숙소를 여행 목적과 예산에 맞춰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아고다에서는 공항이동 교통편, 렌터카 등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며 항공권과 숙소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도 서비스한다.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이로이트 축제[바람개비/전승훈]

    독일 남동부의 바이로이트는 인구 7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인이 사랑하는 유명한 도시다. 1876년부터 시작한 ‘바이로이트 축제’ 때문이다. 작곡가 바그너가 직접 설계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박스석을 없애고 무대에만 집중하도록 해 바그너의 ‘음악극’에 최적화된 건축과 음향설비를 갖추고 있다. 여름에 한 달간 열리는 축제는 10년 후의 표까지 예매 완료될 정도로 인기다. 150년 전에 지은 극장 하나가 지금까지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벌레가 날면, 곧 흰 눈이 내린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홋카이도는 눈으로 유명한 여행지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였던 오타루는 겨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여름에 시원한 홋카이도는 골프와 단풍여행 명소로도 인기다.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고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이 바라보이는 니세코와 시코쓰도야 국립공원 지역은 온천과 등산, 스키, 골프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귀여운 ‘갓파’가 살고 있는 조잔케이 온천 홋카이도 삿포로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시코쓰도야 국립공원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요테이산과 시코쓰(支芴) 주변이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칼데라 호수(화산의 분출로 생긴 호수)인 시코쓰는 해발 250m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이지만, 깊이가 363m나 되기 때문에 호수 바닥은 바다보다 아래다. 일본 내 청정 수질 1위로 꼽힌 시코쓰 호수에서 투명 카약을 타면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조잔케이 호헤이쿄 협곡은 거대한 호헤이쿄 댐 위에서 펼쳐지는 붉은빛 단풍 바다는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절경이다. 스키와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조잔케이(定山溪)는 도야코 온천, 노보리베쓰 온천과 더불어 삿포로를 대표하는 3대 온천마을 중 하나다. 1866년에 미이즈미 조잔(美泉定山)이라는 수도승이 아이누족 원주민의 안내로 도요히라강(豊平川) 상류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을 발견했다. 조잔은 그곳에 초막을 짓고 몸 아픈 사람들을 데려와 치료했고, 그때부터 이곳의 명성이 조금씩 퍼져 나갔다. 조잔케이 지역에서는 56개의 온천이 발견됐는데, 1분당 8t 이상의 온천수가 샘솟고 있으며, 수온은 80도에 이른다.도요히라강 양쪽 계곡에는 20여 개의 료칸과 온천호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계곡을 연결해주는 쓰키미바시(月見橋) 다리에 서면 강바닥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온천수가 하얀 김을 내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조잔 스님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조잔원천공원(定山原泉公園)이 있다. 공원 안 스님 동상 앞에는 족탕(足湯)이 있어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폭포 밑에는 ‘달걀 삶기 온천수’가 있어 관광객들이 달걀을 가져와 온천수에 삶아 먹기도 한다. 다리 주변에는 조잔케이의 수호신인 물의 요정 ‘갓파’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거북이와 개구리를 닮은 갓파는 수륙 양생의 상상의 동물로, 머리에는 쟁반을 올리고 있고, 손과 발에는 물갈퀴가 달렸으며, 입이 튀어나온 귀여운 모습이다. 마을 산책길에는 갓파 대왕을 비롯해 엄마 갓파, 아기 갓파 등 곳곳에 숨어 있는 20개의 물 요괴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는 갓파 캐릭터로 만든 쿠션, 티셔츠, 온도계, 장난감 등이 즐비하다. 조잔케이 마을에는 갓파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도요히라강은 1909년 상류에 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물고기도 많이 살던 강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던 세야마 모씨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다 강에 빠져 행방불명이 됐는데 탐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세야마의 아버지 꿈속에 그가 나타나 ‘갓파 부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익사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조잔케이의 전통 료칸인 시키시마 벳테이(別邸)에서 온천을 한 후 이른 아침 도요히라강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후타미 현수교(二見吊橋)’ 위에서는 화려한 단풍이 수면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다리 주변 숲에서는 밤이면 루미나리에 조명 쇼가 펼쳐져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모험’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홋카이도의 니세코 파우더 스키장으로 유명한 니세코의 호텔 리조트의 창가에서는 ‘홋카이도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의 설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니세코는 1990년대 호주의 스키어들이 터를 잡으면서 글로벌 명소로 떠올랐다. 니세코의 스키장이 몰려 있는 안누푸리산 주변에는 현재 한화그룹이 콘도를 짓고 있고, 그 앞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국적 자본이 투자한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하다. 홋카이도의 가을에는 ‘유키무시(雪蟲·눈벌레)’라고 부르는 작은 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날아다닌다. 유키무시는 홋카이도 겨울의 전령사다. 스키어와 보더 사이에서 니세코의 눈은 ‘니세코 파우더(Niseko Powder)’라고 불린다. 시베리아의 찬 대기에 부딪혀 홋카이도 니세코에 내리는 눈은 건조하고 가벼워 마치 가루와 같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무려 15m씩 내리는 눈이 니세코를 파우더 스키의 성지로 만들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가루를 헤치며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슬로프를 내려올 때의 쾌감은 대단하다. 홋카이도에는 넓은 들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흔히 볼 수 있다. ‘칭기즈칸’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요리는 불판에 채소와 함께 구워 먹는 양고기의 쫄깃한 맛이 매력적이다. 니세코 로프트 클럽(Loft Club)에서는 1인분(250g)에 2310엔(약 2만2000원)인 양고기가 동그랗게 썰려 나오는데, 양배추와 양파, 피망, 감자, 호박 등 야채와 함께 숯불에 구워 먹는다. 보통 홋카이도식 칭기즈칸은 철판 냄비에 양고기와 야채가 주방에서 조리돼 나오는데, 요즘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식당처럼 환기 장치가 달려 있는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먹는 칭기즈칸 요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로프트 클럽에서는 별미로 사슴고기 구이도 맛볼 수 있다. 붉은색이 감도는 사슴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살짝 구워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홋카이도 관광청 관계자는 “홋카이도에서는 민가에 피해를 주는 늑대를 없애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사슴 수가 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생태계 파괴가 골칫거리로 떠올라 사슴고기 구이, 사슴고기 버거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의 ‘붓다의 언덕’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는 자연, 바람, 물, 빛을 이용한 종교 건축으로도 이름이 높다. 그는 콘크리트 벽 사이 틈으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오는 ‘빛의 교회’(오사카), 물 위에 떠 있는 십자가 주변에 자연이 비치는 ‘물의 교회’(홋카이도)로 영적인 충만함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낸 바 있다. 홋카이도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붓다의 언덕(Hill of the Budda)’이 있다. 삿포로시 인근에 있는 북해도 공립공원묘원인 마코마나이 다키노 레이엔(眞駒內瀧野靈園)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신성한 공간인 ‘두대불(頭大佛)’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모아이 거석상이 줄지어 서 있고, 라벤더가 심어진 언덕 위에 불쑥 솟아오른 부처님의 머리가 보여 호기심을 자아낸다. 입구에 다다르니 언덕 아래로 콘크리트로 만든 석굴이 조성돼 있다. 우선 직사각형의 연못을 만나는데, 영혼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라고 한다. 석굴 입구에서는 불상의 발치만 보이다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실크로드의 둔황 석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불상 위 천장에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빛의 교회’에서 십자가 모양의 빛이 들어왔다면, ‘붓다의 언덕’에는 불상 위에 원형의 하늘이 신성한 느낌을 준다. 석굴에는 불교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울림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석굴은 물론 불상까지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졌다. 불상의 옷 주름까지 콘크리트로 표현해낸 사각형 판을 붙여서 만든 모습이 이채로웠다. 불상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정면과 옆면, 어깨, 등까지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라지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1-19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