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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히말라야 설산이 보이는 네팔의 포카라에 있다. 2004년부터 네팔 카트만두와 포카라에서 포교와 봉사활동을 벌여온 원불교 모시은 교무(52)의 심경이 그렇다. 최근 전남 영광군 백수읍에 있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의 생가에서 그를 만났다. 모 교무가 태어나 지금도 거처하고 있는 집이 바로 그 옆에 있다. ―대종사 생가 옆에 집이 있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어릴 때는 들락거리며 놀던 곳이라 오히려 편안하다. 지난해 원형에 맞춰 복원했는데 멀리 네팔에 있을 때도 고향 하면 대종사 생가와 부모님이 있는 집이 함께 떠올랐다.” ―네팔의 코로나19 상황이 궁금하다. “최근 확진자는 25만 명, 사망자는 1500명이 넘었다. 코로나19 초기에 인도 등 해외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귀국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한 달 전 내린 국가봉쇄령은 경제 문제 때문에 해제됐지만,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거의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다.” ―현지와는 어떻게 연락하고 있나. “현지 상주 직원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 교당과 구호단체인 ‘함께하는사람들’(이사장 김상수 박사)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학비도 지원하고 식료품도 전달해 왔는데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도 3월 귀국한 뒤 한국 체류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2000년 출가한 그는 2004년 카트만두에 부임해 원광사회교육센터를 통해 글쓰기와 태권도 교실 등을 운영했다. 2014년 포카라 교당으로 옮겨 명상과 한글 교실, 의료 지원, 나무 심기와 식수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원불교는 현재 해외 24개국에 68개의 교당과 36개의 기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귀국한 뒤 현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교역자들이 적지 않다. ―네팔과 어떤 인연이 있나. “그냥 발령이 났다(웃음). 언어 문제만 빼면, 시내에 가려면 걸어서 가야 하고 사람들도 순박해 고향과 많이 닮은 곳이다.” ―네팔 포교 중 기억나는 일은…. “2018년 포카라의 너야버스티(네팔어로 새로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뜻) 마을에서 지하수를 찾아 상수도를 연결했다. 히말라야 아랫동네인데도 식수 부족이 심각했다. 30분을 걸어 우물물을 길어오거나 고인 물을 쓰는데 건기에는 그것조차 말라 버린다. 상수도가 설치됐을 때 마을 전체가 축제 현장이었다. 지난해 작고한 백인정화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물이 생겼으니 채소와 나무도 심을 수 있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대종사님의 가르침 중 무시선(無時禪)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공부와 일의 시기가 따로 정해진 게 아니라는 의미다. 오랜만에 부모님 곁에 있어 감사한 생각도 있지만 상황이 어려운 네팔 현지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영광=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이 16일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가 고통 중에 신음하고 있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은총과 평화를 청하게 된다”며 “곤경 속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성탄이 희망과 위로의 빛으로 다가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들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많은 수고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빈다”며 “소외받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형제적 사랑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은 저소득 홀몸 어르신을 돕기 위한 ‘똑똑! 안부마켓’ 기부 캠페인을 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기 위해 2010년 설립됐다. 바보의나눔은 외부 노인 전문단체와 협력해 김, 두유, 영양제, 두루마리 휴지 등 총 12개 생활 품목을 준비했다. 후원자들은 12개 중 홀몸 어르신에게 전달하고 싶은 품목을 직접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 바보의나눔 사무총장 우창원 신부는 “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같이 기부하고자 하는 물품을 골라 기부하면 바보의나눔이 대신 구매해 전달하는 신개념 기부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캠페인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바보의나눔 홈페이지의 ‘똑똑! 안부마켓’ 코너에 들어가거나 전용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나는 전임자들이 물려준 조직문화를 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변함없이 내려오는 단 하나의 충고였다. 바로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라는 것이다.” 책 서문의 일부다. 정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저자가 프릿 바라라(52)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2009∼2017년 미국 뉴욕남부지검장을 지낸 그는 월가의 내부자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2012년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바라라와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스티브 코언의 공방은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의 소재가 됐다. 바라라는 대형 은행과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에서 정치인 17명을 기소했는데 이 중 10명이 자신을 검사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당을 초월한 법집행으로 호평받은 강골이다. 책은 수사와 기소, 판결, 처벌 등 일선 검사가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과정을 4부로 다뤘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브랜던 메이필드 사건이나 억울하게 17년이나 수감됐던 에릭 글리슨 사건 등 여러 사건이 언급된다. 사법 시스템과 인간적 취약성의 문제 등 저자의 철학과 사례들이 흥미롭게 어우러졌다. 진정한 자유는 법과 제도보다는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의와 공정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그의 정의론은 경청할 만하다. “뭔가 근사하고 새로운 정의론을 내놓으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이던 2017년 초 유임을 제안받은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돌연 해임당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등 비리를 조사하자 해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수도자 3951인 선언’을 발표하고 “검찰 독립은 검찰의 독점권을 포기할 때 시작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런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이날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티끌 같은 일도 사납게 따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검찰총장의 이중적 태도는 검찰의 고질적 악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자신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이라도 거침없이 올가미를 들고 달려드는 통제 불능의 폭력성을 참아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관 사찰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은 뚜렷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언에는 전·현직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김희중 대주교,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이성효 김종수 옥현진 보좌주교 등 주교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제단이 밝힌 참여자 3951명은 전체 성직자 및 수도자의 약 23%다. 대전교구의 한 신부는 “광주대교구를 빼면 서울대교구를 포함해 15개 교구의 교구장이 모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가톨릭 전체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 교수 10인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추진을 비판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조영달 사회교육과 교수는 이날 오전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과 윤 총장 대립의 본질은 검찰을 권력에 복종하도록 예속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해 위법행위 확인도 없이 징계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조 교수와 실명을 밝히지 않은 3개 단과대 교수 9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신지환 기자}

“이 세상을 떠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부처님 제자로 살다 죽고서 20, 30년이 흘러도 이 책을 낸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낙산 묘각사에서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77)의 말이다. 스님은 2년여 작업 끝에 관음종의 근본 경전이자 대승불교의 정수로 꼽히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법화경·사진)을 번역해 풀이한 책을 최근 출간했다. 홍파 스님이 묘법연화경을 번역하게 된 인연은 1963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대의 강백(講伯)으로 이름을 떨친 운허 스님(1892∼1980)을 찾아가 번역 출간을 부탁했다. 그러자 운허 스님은 사촌인 춘원 이광수(1892∼1950)와 이 경전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춘원은 “묘법연화경은 기독교로 치면 성경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없으니 100독(讀) 뒤 번역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춘원은 8개월 만에 100번을 읽고는 번역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6·25전쟁이 터지고 납북돼 소식이 끊겼다는 것. 운허 스님이 춘원의 집에 가봤지만 원고는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동국대 역경원장에 취임한 운허 스님이 묘법연화경을 출간했다. 홍파 스님은 “당시 운허 스님은 ‘춘원의 묘법연화경이 세상에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아쉬워했다”고 회고했다. ‘불교계의 마당발’로 불리는 홍파 스님이 아니면 알 수 없었을 일화다. 홍파 스님은 운허 스님의 책이 나온 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언어 습관도 달라져 책을 새롭게 내게 됐다고 했다. 이번에 출간한 묘법연화경은 12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신라시대 원효대사부터 조선시대 김시습에 이르기까지 선지식들이 내놓은 해설과 일본 중국의 책을 참고했다. 각 품(品)의 말미에 주석을 달았다. 그는 “원효 스님은 법화(法華)의 문을 통과해야만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며 “묘법연화경은 부처님이 마지막 시기 설법한 것으로 모든 경전의 사상과 흐름을 나침반처럼 안내한다”고 말했다. 일본 불교계와도 교류가 활발한 홍파 스님은 일본어 서문이 든 책 100권을 일본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을 묻자 홍파 스님은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 힘을 줄 수 있다. 임금의 가마 대들보와 해인사 대적광전 대들보에도 적혀 있다”며 묘법연화경 ‘방편품’의 한 구절을 꼽았다. “금차삼계 개시아유 기중중생 실시오자 이금차처 다제환난 유아일인 능위구호(今此三界 皆是我有 其中衆生 悉是吾子 而今此處 多諸患難 唯我一人 能爲救護)라. 지금 이 삼계(중생이 살아가는 미망의 세계)는 모두 내 소유이고 그 안의 중생은 모두 내 자식이다. 지금 곳곳은 모두 환난 중이니 나 혼자만 능히 구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화하면서 교회가 더 이상 오프라인 중심의 예배와 모임 위주로 존재할 수 없다. 이제는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을 합친 ‘올라인(ALL-LINE)’ 시대다.”(분당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종교계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교회 성당 사찰 등의 공간에서 가정과 일상생활로 종교 활동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에서 만난 김병삼 목사는 “시대가 바뀌어 과거처럼 주일(일요일) 예배에 많은 신자들이 참석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시기가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미래의 올라인 시대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올해 7월 ‘코로나19와 신앙생활’을 주제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신자 84.4%(1만8089명)가 교구 차원의 온라인 신앙학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에 비해 신자들의 정기적인 신행 활동이 적은 불교계는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일부 도심 사찰을 빼면 사찰은 초하루 법회 위주로 운영되는데 코로나19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포교 활동이 향후 불교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계도 올라인 시대에 맞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은 12월 2∼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0 불교문화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문화대전에서는 총무원에 등록된 불교문화단체와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역대 수상자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불교음악 콘텐츠를 보급하고 있는 ‘좋은벗 풍경소리’와 녹야국악단의 공연,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의 찬불가곡108 기념콘서트, 총무원 문화부장 오심 스님이 진행하는 불서토크가 이어진다. 30일까지 진행하는 사찰음식 주간에는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로 이름을 알린 정관 스님, 한식의 대가이자 올해의 ‘미쉐린 멘토 셰프상’을 수상한 조희숙 셰프, 미식평론가 박준우 셰프가 자신의 철학과 해석이 담긴 사찰음식 조리 영상을 선보였다. 이 행사를 주최한 불교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비대면과 재택, 온라인 활동 확산 등 사회문화적인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맞춘 플랫폼을 활용해 사찰음식이 가진 건강함과 치유의 가치를 국내외에 계속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12월 5일까지 온라인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한 ‘가톨릭 온택트(Ontact) 예술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윤제연 서울대 교수의 ‘언택트 시즌의 스트레스 관리’를 시작으로 배우 겸 화가인 김현정의 전통화 이론 수업, 뮤지컬 배우 이슬의 뮤지컬과 함께하는 묵상, 허영엽 신부의 탈출기로 떠나는 인생 여행이 이어진다. 수원교구도 신자들의 성경 공부를 돕기 위해 웹과 모바일 웹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이버 성경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성바오로딸 수도회를 비롯해 여러 수도회와 가톨릭계 출판사도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신교는 특성상 불교, 가톨릭과 달리 개별 교회 중심의 온라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사랑의교회의 사랑글로벌아카데미는 ‘21세기 영적 집현전, 영적 NGO’를 표방하고 있다. 제자훈련과 예배, 일터선교의 학문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기본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상담과 치유가 가능한 융합형 학습을 추구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 7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 하원 반(反)독점 청문회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황제’들의 등장으로 청문회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한 의원은 “우리 선조들은 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우리도 온라인 경제의 황제들에게 숙이지 않을 것”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며 애국심에 호소했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자신을 17세에 임신한 어머니와 쿠바 출신 양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며 호감을 얻으려고 했다. ‘돈 비 이블(Don‘t Be Evil)’, 즉 ‘사악해지지 말라’는 구글의 임직원 행동강령 첫 번째 조항이라고 한다. 이 책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주름잡는 빅테크 공룡들이 두려워할 만한 ‘반(反)독점 보고서’에 가깝다. 파이낸셜타임스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는 온라인 황제들의 청문회 실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은 ‘무법화의 전말’ ‘실리콘밸리의 신과 제왕들’ ‘네트워크 효과의 비극’ ‘빅테크는 항상 배고프다’ 등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허술하거나 따분한 보고서가 아니다. 빅테크의 과거 내부자와 소송에 휘말렸던 이들과의 인터뷰 및 꼼꼼한 취재를 통해 작은 기업 죽이기와 정계에 대한 치열한 로비 등 이들의 민낯을 고발했다. 고발뿐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는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미국 반독점사의 역사적 교훈을 언급하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주목할 것은 빅테크 공룡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전략이다.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사실상의 플랫폼 제국주의를 만들었다. 책에 따르면 지구 어디에서건 진행되는 인터넷 검색의 90%가 구글에서 이뤄진다. 30세 이하 성인의 95%는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미국 전자상거래의 절반은 아마존 몫이다.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그물망처럼 촘촘해질수록 그들의 힘도 더 커진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네트워크 효과다. 반면 작은 스타트업은 빅테크의 노예가 되거나, 저항할 경우 생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또 하나, 빅테크는 사용자들이 디지털 생태계에 남긴 데이터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인간 자체가 빅테크 수익의 원천이기 때문에 정당한 몫을 공익적으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빅테크들이 장악한 인터넷은 19세기의 철도와 같다. 당시 미국에서는 6개 회사가 철도를 장악해 무연탄 시장의 90%를 지배했다고 한다. 반독점 문제가 해결되고서야 독립적인 석탄 회사들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달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처음 공개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로 독점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들과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들을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을 터무니없을 만큼 야심은 크지만, 판단력이 부족하고 탐욕은 넘치며 단순하기 짝이 없는 영웅답지 않은 주인공이라고 여길 뿐이다.”(라나 포루하) 저자가 들어올린 반독점 깃발에 흔쾌히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공기처럼 필수불가결의 존재가 된 빅테크와의 공생을 위해 되새겨볼 만한 주장이 적지 않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유럽에서 토마토는 태양을 먹고 산다고 한다. 햇볕이 가장 뜨거울 때인 7∼9월에 향과 풍미, 영양가가 뛰어난 토마토가 익어가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6곳이 유럽의 보존 토마토(캔 토마토)를 활용해 특별 메뉴를 선보이는 ‘레드골드프롬유럽 레스토랑 위크’가 29일까지 개최된다. 레드골드프롬유럽은 100% 유럽에서 제조한 이탈리아 보존 토마토를 알리기 위해 구성된 유럽 연합의 프로젝트다. 이번 행사 중 가정식 파스타부터 토마토로 맛을 낸 해산물 스튜와 뇨키, 라타투이를 곁들인 항정살 스테이크까지 캔 토마토를 활용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홍신애 요리연구가(솔트)는 제철 식재료에 맞춰 메뉴를 바꾸고, 세계 각지에서 나오는 소금의 장점을 살려 건강한 요리를 내놓고 있다. 이번 행사 메뉴는 토마토 생치즈 파스타다. 김호윤 셰프(오스테리아 오르조)는 질 좋은 참숯인 비장탄(炭)에 구운 항정살과 토마토 라타투이를 선보인다. 이곳은 셰프의 공들인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노해동 셰프의 ebt는 유럽 스타일의 그릴 앤드 바를 표방하는 곳으로 세련된 요리와 다채로운 와인 리스트가 특징이다. 이번엔 그뤼예르 치즈 뇨키와 토마토소스를 내놓는다. 최지형 셰프의 PDR(Private Dining Room)은 이름처럼 비밀스럽고 감각적인 외식 공간을 지향한다. 최 셰프가 준비한 메뉴는 문어 파케리 파스타다. 김낙영 셰프(첸토페르첸토)는 카추코 해산물 스튜를 준비한다. 카추코는 지중해에서 잡히는 생선과 조개류를 푸짐하게 넣고 끓인 수프다. 시스트로는 깔끔한 요리와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레스토랑이다. 이번 주간에 선보이는 메뉴는 가지 볼로네제 파스타다. 행사 중 쇼퍼백, 캔토마토, 튜브형 토마토 소스, 파스타 등 상품과 레시피 카드를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한편 최 셰프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푸드 위크 코리아’에서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캔 토마토로 요리하는 쿠킹 세션을 진행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9일부터 2021년 11월 27일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禧年)’으로 최근 선포했다. 29일은 가톨릭 전례력의 새해 첫날이다. 김대건 신부(1821∼1846)는 한국의 첫 가톨릭 사제로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하여 1984년 성인품에 올랐다. 희년은 구약성경 시대로부터 유래된 가톨릭교회 전통으로 교회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100주년 또는 50주년 단위로 거행된다. 희년에는 용서와 해방의 정신에 따라 고해성사와 영성체, 기도와 신심 행위 등을 전제로 신자들에게 죄에 따른 잠벌을 면제하는 전대사(全大赦)를 수여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희년의 표어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다.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기 전 관아에서 심문당할 때 받은 질문이다.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는 표어와 관련해 “이번 희년은 한국 교회의 귀중한 유산인 순교 영성을 삶의 중심 자리에 굳건히 세우고, 신앙이 주는 참기쁨을 나누는 초대의 잔치”라고 밝혔다. 희년의 첫날인 29일 낮 12시에는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개막 미사가 봉헌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앨프리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공동 집전하며, 주례와 강론은 이용훈 주교가 맡는다. 슈에레브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년 주요 행사는 △8월 21일 성인의 탄생지인 솔뫼 성지에서 봉헌될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8월 17∼19일 대전교구 희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 △10월 28일 수원교구 희년 기념 학술대회 등이 예정돼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전남 신안군 증도면 우전리 바닷가에서는 한국 기독교(개신교)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닌 인물을 만날 수 있다. 19일 찾은 이곳에는 ‘섬 선교의 어머니’로 불리는 문준경 전도사(1891∼1950)의 묘와 순교지 비가 있다. 17세 때 결혼했지만 가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문준경은 1936년 경성성서학원(현 서울신학대)을 졸업한 뒤 고향인 신안군에서 전도사로 활동한다. 그는 군내 14개 읍면을 돌며 18년 동안 임자진리 증동리 대초리 교회 등 3개의 교회와 재원리 방축리 우전리 등 3곳에 기도처를 설립했다. 이곳들이 이후 신안군 일대에 들어서는 100여 개 교회의 밀알이 됐다. 6·25전쟁 당시 전남 목포에 있던 그는 신자들을 돌봐야 한다며 신안으로 돌아왔는데, 좌익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순교지를 둘러보던 우전리교회 박성균 목사(61)는 “감시가 심해 8일 만에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순교지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성도(신자)들과 함께하려고 했던 문 전도사의 삶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준경은 돛단배와 징검다리처럼 돌을 놓아 바닷물이 빠질 때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노두길’을 이용해 한 해에 고무신 아홉 켤레가 닳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전도했다. 일제강점기에 더구나 보수적인 섬 분위기에서 여성이 전도사로 활동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국내 종교 지형도를 흔히 말할 때 ‘영남은 불교, 호남은 개신교’라고 하지만 신안군의 개신교 강세는 두드러진다. 신안 토박이인 방축리교회 고영달 목사(52)는 “신안군에서는 작고한 김준곤 이만신 목사 등 159명의 목회자가 배출됐고, 주민 중 신자 비율이 한때 90%에 달했을 정도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다”며 “높은 복음화 비율에는 문준경 전도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교회 박문섭 장로(70)는 “문 전도사는 단순히 선교만 한 게 아니었다. 당시에는 주변 섬들과의 왕래가 어려웠다. 그는 소식을 전하는 집배원이자 약을 전하는 약사, 심지어 출산을 돕는 산파였다”고 말했다. 문준경의 삶은 지역과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성결교)를 중심으로 알려지다 2005년 순교지 조성을 계기로 활발하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2013년 건립된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은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기념관을 중심으로 순례길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날 찾은 기념관은 3층 건물로 바깥에는 대형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건물 입구에는 그의 삶을 상징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장 24절) 부산에서 가족과 온 한 참배객은 “문준경 전도사가 ‘신앙의 어머니’로 불리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신안 주변과 함께 문 전도사 삶의 흔적을 살펴보고 싶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하루 1500여 명의 참배객이 몰렸다는 게 기념관 측 설명이다. 두 목회자는 “이곳은 50, 60대가 청년 대우를 받을 정도로 고령화돼 선교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문 전도사가 활동했던 시기만큼 힘들지는 않다. 그분의 하나님 사랑, 영혼 사랑을 본받아 새로운 부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신안=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의 군 불교 총본산 역할을 하는 호국 홍제사(弘濟寺)가 육해공 3군 통합기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 세워진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24일 오후 2시 계룡대에서 ‘육해공군본부 계룡대 호국 홍제사 건립 불사 기공식’을 봉행한다고 밝혔다. 홍제사는 계룡대 영외 4만1297m² 부지에 들어서며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한 법당 영역과 교육연수시설이 있는 교육관 영역으로 나뉜다. 3층 법당 건물은 불자들의 신행과 수행 공간으로 법당인 대웅보전과 다목적홀, 군 불교 역사전시실, 어린이 법당 등이 들어선다. 홍제사는 2021년 11월 완공되며 조계종과 군종교구, 군 예산 등 총 110억 원이 투입된다. 군종교구장인 혜자 스님은 “계룡대에 호국사가 있어서 그동안 포교를 잘해 왔지만 영내에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며 “영외에 건립되는 홍제사를 통해 지역민 포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군종교구는 불자들이 공부하는 홍제사 불교대학을 신설하고 참선과 명상, 다도, 서예 등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24일 기공식에는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과 육군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도대체 약사 삼촌이 (왜) 이런 끔찍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약사 삼촌’을 봤던 엘라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1944년 5월 대규모의 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던 아우슈비츠는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치친위대 장교는 엄지손가락 하나로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했다. 왼쪽은 죽음, 오른쪽은 강제노동과 실험실 대상이었다. 엘라가 말한 약사 삼촌은 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에서 복무했던 빅토르 카페시우스였다. 제약회사 직원인 그는 부모가 의사였던 엘라 가족과 수영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낼 정도로 다정한 삼촌이었다. 세 딸을 둔 아버지로 약국도 개업한 평범한 인물이었다. 책은 카페시우스를 중심으로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만행과 종전 뒤 전범재판의 문제점을 다뤘다. 그는 독가스를 지키는 수문장이자 생체실험의 조수였다. 심지어 살해당한 유대인들의 시체 더미에서 뽑은 금니를 가방에 가득 싣고 도망친 장본인이었다. 저자는 남편이자 작가인 제럴드 포즈너와 함께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의 천사’로 악명 높았던 요제프 멩겔레를 비롯한 전범자들의 행적을 추적해왔다. 특히 카페시우스는 우리 이웃으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책은 뜻밖의 장소에서 카페시우스와 조우했던 이들의 증언과 방대한 재판 기록, 나치 정권과 공생관계였던 기업들의 추악한 거래를 담아냈다. 전범재판 기간 내내 카페시우스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은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무고한 피해자이자 일개 하수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9년 형을 선고받은 그는 1968년 복역한 지 2년 만에 독일 연방대법원에서 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출소 뒤 그가 가족과 클래식 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은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책이 나와야 할 이유인지도 모른다. 흔히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지만 결코 끝나지 않아야 할 싸움도 있다. 부록으로 있는 카페시우스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전범재판 사진이 생생하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부동산 소유 논란에 휩싸였던 혜민 스님(47)이 참회의 뜻을 밝히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 스님은 15일 심야에 자신의 트위터 등에 올린 글에서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本分事·저마다의 역할)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에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한다”고 했다. 한편 혜민 스님을 ‘사업자이자 연예인’이라고 비판했던 베스트셀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56)은 16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님, 혜민 스님과 이른 아침 통화했다. 사랑과 존중, 깊은 감사로 가득 찬 70분간의 통화였다”며 “혜민 스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했다. 또 “내가 조계종에 있든 없든 나의 영원한 도반(道伴)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매우 존경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각 스님은 전날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혀 모른다” “진정으로 참선한 경험이 없다”며 혜민 스님을 질타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홍보팀은 16일 “논란이 됐던 서울 삼청동의 이른바 ‘남산 뷰’ 건물은 2018년 종단 선원으로 등록된 것이 확인됐다”며 “이렇게 종단에 등록된 재산은 종단 허락 없이는 처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부동산 소유 논란에 휩싸였던 혜민 스님(47)이 참회의 뜻을 밝히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 스님은 15일 심야에 자신의 트위터 등에 올린 글에서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本分事·저마다의 역할)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에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한다”고 했다. 한편 혜민 스님을 ‘사업자이자 연예인’이라고 비판했던 베스트셀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56)은 16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님, 혜민 스님과 이른 아침 통화했다. 사랑과 존중, 깊은 감사로 가득 찬 70분간의 통화였다”며 “혜민 스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라고 했다. 또 “내가 조계종에 있든 없든 나의 영원한 도반(道伴)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매우 존경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각 스님은 전날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혀 모른다” “진정으로 참선한 경험이 없다”며 혜민 스님을 질타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홍보팀은 16일 “논란이 됐던 서울 삼청동의 이른바 ‘남산 뷰’ 건물은 2018년 종단 선원으로 등록된 것이 확인됐다”며 “이렇게 종단에 등록된 재산은 종단 허락 없이는 처분할 수 없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푸른 눈의 수행자’로 불리는 현각 스님이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로 TV 출연과 강연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활동해 온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현각 스님은 15일 소셜미디어에 혜민 스님의 사진을 올리고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른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다”고 썼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혜민 스님을 진정으로 참선한 경험이 없는 “사업자이자 배우”라고 했다. 예일대와 하버드 대학원에서 공부한 현각 스님은 1990년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했으며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2016년 외국인 행자 교육의 문제점과 불교의 기복신앙화를 지적하며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누릴 것은 모두 누린 이가 할 말이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후 현각 스님은 유럽 지역에서 선 수행 관련 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혜민 스님은 7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남산 뷰’ 집을 공개하면서 부동산 보유 논란이 불거졌다. 혜민 스님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결되지 않았다. 혜민 스님이 출간한 ‘멈추면…’을 비롯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혜민 스님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고 미국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를 지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3일 경남 양산시 영축총림 통도사 서운암의 장경각 마당에는 장관이 펼쳐졌다. 야구팀 동계훈련에서나 쓸 법한 대형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수조 틀에서 폭 3m, 길이 100m의 거대한 한지가 제작됐다. 지난달 24m 길이의 한지 4장을 붙인 것과 비교해도 업그레이드된 작업이다. 100m의 한지 제작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게 통도사의 설명이다.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 종이를 떠서 2주간 건조한 뒤 이날 둥글게 마는 작업이 진행됐다. 2년 만에 만난 방장(方丈·총림의 가장 큰 어른) 성파 스님(81)은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옛날식으로 해야지”라며 “한지가 다섯 겹은 될 것”이라고 했다. ―100m 한지에 구경꾼들이 몰렸다. 어려움은 없었나. “1983년 금니사경(金泥寫經) 전시회를 했는데 작업을 문헌의 감지(紺紙·쪽물을 들인 전통 한지)가 아닌 흑지(黑紙)에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당시 감지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그 기법을 아는 분을 찾는 데 10년, 다시 몸으로 익혀 여기까지 왔으니 거의 30년이 걸렸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 세월이었던가 싶다. 허허.” ―대형 불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불화는 폭 3m, 길이 24m의 한지에 작업한다. 과거 불화들은 비단에 채색하고 뒤에 한지를 붙였다. 통도사 불화는 반대로 한지에 작업하고 뒤에 비단을 붙이는 방식이다. 앞으로 산중 의견을 모으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아야 하는데 최소 5년은 걸릴 듯하다.” ―어떤 마음가짐인가. “종교는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어야 한다. 종교인이 해야 할 의무도 있다. 우리가 정치나 경제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문화예술로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불화와 한지 작업을 얘기하다 보니, 동서양 미술에 대한 스님의 평소 생각이 자연스럽게 언급됐다. 성파 스님은 “우리나라 불교 미술은 서양과 비교할 때 시기적으로도 앞서 있고, 예술적 품격도 높았는데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산중 스님들이 하는 것 정도로 취급됐다”고 말했다. 불화의 경우 티베트를 빼면 남방 불교는 벽화 위주이고, 중국도 불상과 벽화로 마무리하지 후불탱화나 괘불은 드물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한지에 대한 강한 집념이 느껴진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서구에서 한지를 연구해 보니, 보존성과 질에서 월등히 뛰어나다고 한다. 한지의 전통을 살려 불화를 조성해봐야겠다는 원력이 생겼다.” ―30일까지 서울 나마갤러리에서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한 ‘지음지교(知音之交)’전이 열린다. “그분과는 오랜 인연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옻칠 민화 특별전이 열렸는데 그분이 마음에 드는 작품 17점을 골랐다. 사람은 오래 봐도 모를 수 있고, 잠시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우리 둘은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리 미술과 민족문화에 대한 그분의 애착과 자부심은 존경받을 만하다.” ―예술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예술가로서의 성취? 스스로 그런 뜻은 없다.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어느 정도 되면 다른 쪽으로 찾아 맛만 봤으면 됐다는 식이다. 출가자가 본분이고 예술 작업은 수행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 분야에 몰두하면 벗어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시계를 봐라. 핵심, 중심만 제대로 잡혀 있으면 물려 있는 톱니바퀴가 100개라도 째깍째깍 제대로 돌아간다. 중심이 있으면 한 부분에 몰두해도 빠져 죽지 않는다. ‘백옥투어니도 불능오예기색(白玉投於泥塗 不能汚穢其色)’이라 했다. 백옥은 진흙 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 “시대와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것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사람도 일도, 심지어 지구상의 모든 변화도 같은 이치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 배가 전복되지 않으려면 뭍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그것은 배가 아니다. 사람들도 배와 물의 관계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좋은 경구를 들려주시면…. “어려움을 견뎌내면 봄이 온다. ‘지득설소거 자연춘도래(只得雪消去 自然春到來)’, 눈만 녹으면 자연히 봄이 오게 돼 있다. 내면을 잘 가다듬으면서 봄을 기다리자.”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부동산 소유 논란에 휩싸였던 혜민 스님(47)이 15일 늦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를 통해 참회와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혜민 스님은 이 글에서 “지금까지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습니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큽니다”라고 썼다. 스님은 이어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합니다.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스님은 불교계와 우리 사회에 대한 미안함도 표시했다. “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합니다.” 혜민 스님은 7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남산 뷰’ 집을 공개하면서 부동산 보유 논란이 불거졌다. 혜민 스님이 출간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비롯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혜민 스님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고 미국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를 지냈다. 한편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현각 스님은 15일 혜민 스님의 사진을 올리고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른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다”고 썼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혜민 스님을 진정으로 참선한 경험이 없는 “사업자이자 배우”라고 했다. 예일대와 하버드 대학원에서 공부한 현각 스님은 1990년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했으며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2016년 외국인 행자 교육의 문제점과 불교의 기복신앙화를 지적하며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누릴 것은 모두 누린 이가 할 말이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후 현각 스님은 유럽 지역에서 선 수행 관련 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음은 혜민 스님의 글 전문입니다혜민입니다.며칠 사이의 일들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금까지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습니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큽니다.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합니다.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습니다.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합니다.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사람은 살기가 힘들면 둘 중 하나를 떠올린다고 한다. 하나는 극단적인 생각이다. 스스로 삶의 벼랑 끝으로 걸어간다. 거기서 자신의 삶을 절벽 아래로 던져버리고 싶어한다. 다른 하나는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때 붙잡는 게 신(神)이고 종교다. 사람은 누구나 신을 찾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신은 ‘영혼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울 때 신을 찾는다. 정말 힘들고 삶이 벼랑 끝에 몰릴 때 본능적으로 신을 찾고 종교에 귀의한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을 식민통치했던 아닥사스다 왕도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졌을 때 오히려 이스라엘 제사장들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며 자신과 왕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에스라6:9-10).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는 코로나 블루와 포비아라는 기나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사람들이 종교를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거부하고 교회를 향해서 분노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왜 그럴까. 저명한 기독교 신학자 한스 큉(Hans K¨ung)은 이런 예견을 한 적이 있었다. “21세기, 즉 미래로 갈수록 현대인은 기존 교회에 대해서는 저항하고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더 나타나겠지만, 하나님을 향한 신심과 종교적 욕구, 또한 영성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질 것이다.” 그의 예견대로,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을 향한 영성의 본질과 목마름을 보여주는 교회가 아니라 제도나 경영 측면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교회들 역시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는 것이 매너리즘으로 고착됐다. 그러다가 일부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으로 지목되면서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코로나 상황일수록 교회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를 기피하고 거부하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중세 교회도 흑사병이 창궐할 때 그런 실수를 하였다. 오늘날도 같은 예배라 할지라도, 예배를 향한 견딜 수 없는 사모함과 하나님을 만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영적 목마름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과, 중세적인 사고와 전통적인 매너리즘에 젖어 맹목적으로 현장예배를 강행하려고 한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정말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 때문에 예배를 드린다면, 방역당국이 요구하는 식사나 소그룹 모임 금지 같은 방역지침을 따라야 한다. 예배가 소중한 만큼 이웃의 생명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는 중세적 사고를 가지고 종교적 전통만 지키려고 했던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일부의 현상을 보고 종교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집회를 스스로 취소한 타 종교와 교회엔 무조건 호감을 갖게 되고, 현장예배를 강행한 교회를 향하여는 집단적으로 분노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교회를 향한 집단적인 분노나 비난은 평소 교회나 그리스도인을 향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 안에 잠재된 종교적 본성과 영성이 미움과 증오, 분노로 투사되어 일어났는 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코로나 포비아로 인하여 하나님을 향한 갈망과 영성의 갈증으로 더 목말라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마른 영성이 오히려 제도권 교회를 향한 분노로 투사된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영성을 준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다(마태복음9:17). 따라서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고착화된 기존의 제도와 외형적 전통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제도에서 본질을, 의식에서 콘텐츠를 추구하고 종교적, 제도적, 교권(敎權)적 욕망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순수한 진리, 생명, 영성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웃과 소통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도 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예배의 형식보다 본질을 더 붙잡았다면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이웃의 생명을 좀 더 배려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더 사랑하고 안식처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 있는 중세적 사고가 교인들마저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였고, 현장예배보다 온라인예배를 더 선호하는 여론을 높아지게 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회가 전통적 제도나 공간의 권위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교회는 예배의 본질과 숭고하고 존엄스러움을 회복해야 한다. 새로운 영성의 붐이 일어나게 하며 영적 생명을 강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 바로 이 일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영적인 방역이고 정신적, 영적 항체가 될 것이다. 정부도 깨달아야 한다. 물리적 방역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정신적, 영적 방역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무조건 물리적으로 예배를 제재하고 제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교회되게 하고 예배를 숭고하고 존엄하게 잘 드릴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가 진정한 영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참된 영적, 정신적 방역의 지킴이가 되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메디컬 처치’ 만들어 코로나 방역과 의료사역 ▼ 새에덴교회는 코로나19가 광풍처럼 몰아칠 때 현장예배를 지키면서도 한국교회 최초로 화상 줌(Zoom) 온라인예배를 도입해 교회에 오지 못하는 성도들과 영적 팬덤을 이루는 홀리 트라이브(Holy Tribe), 새에덴 공동체를 유지했다. 유튜브로 예배에 참여한 성도들은 유튜브 예배에 동화되지 않고 오히려 교회와 현장예배를 그리워했다. 그래서 교회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도 모든 예배를 온·오프라인으로 드리게 된 것이다. 새에덴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교인 수는 줄지 않았고 헌금도 마르지 않아 변함없이 구제와 선교 등 각종 사역을 할 수 있었다. 교회 운영뿐만 아니라 교단 총회를 준비하고 한국교회와 사회를 섬기면서 14년째 이어온 참전용사 행사까지 멈춤없이 감당할 수 있었다. 코로나 위기 속에 소강석 목사는 클래식한 설교만 한 것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설교의 온도와 몸짓, 눈짓을 다하여 몸부림치며 영성 있는 ‘파워 설교’를 했다. 그러자 2%의 골수 팬덤 성도들이 20%를 움직였고, 그 20%가 100%의 성도들을 움직여 한국교회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예배 때면 100개 화면의 화상 줌과 유튜브를 통해 성도들이 말씀을 듣고, 찬양하고, 웃고 울며 감동하는 게 요즘 모습이다. 새에덴교회 성도들이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으면서 언택트와 온택트 코로나 시대에 더 응집력이 강한 영적 공동체로 성숙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교회 내 감염 예방과 보건 대책이 대두되면서 이 교회의 ‘메디컬 처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교회는 올 8월 의료봉사위원회를 조직하고 교회 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선포했다. 위원회는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30여 명의 전문 의료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예배당 보건방역을 책임지면서 의료와 사역을 접목한 의료목회상담까지 담당한다. 소 목사는 “새로운 미래사회가 오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위드(with) 코로나’에 영적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코로나 이후 역설적 슈퍼 처치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세계와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공포와 절망이 이렇게까지 세계적으로 넓고 깊게 퍼진 적이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모든 국가의 경제상황에 비상이 걸렸고 수많은 사람이 생존과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우리 가족이, 내가 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해낼 수 있을까를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심과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혀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습니까.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우리는 유한한 실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결코 무한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희망은 말없이 노래하며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고 노래했습니다. 킹 목사와 디킨슨 시인이 희망에 대해서 한 말들은 그들의 깊은 종교적 신념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는 실망과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절망을 체험하지 않고 평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100세가 될 때까지 자녀가 없었습니다. 야곱은 초년에는 떠돌이 인생을 살았으며 말년에는 기근으로 인해 굶어죽을 위기에까지 몰렸습니다. 다윗은 억울하게 모함을 당해서 지명수배범이 되어 쫓겨 다녔으며,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영혼이 찢겨지며 망국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바울은 엘리트 코스를 버리고 복음을 위해 매 맞고 끌려 다니면서 끝내는 목이 베이는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그 희망을 누렸습니다. 성경은 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희망을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에 소원을 품어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무너져가는 사업장을 바라보면서, 막막한 앞날을 생각하면서, 삶에 절망하고 마음마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의 뒷골목에 쌓아놓았던 우리 사회의 취약성과 아픔을 대낮 밝은 길에 쏟아놓았습니다.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삶에 대한 두려움과 공허함을 마음의 수면 위로 띄워 올렸습니다. 결국 우리가 쌓아올린 문명과 시스템은 우리의 발전과 생존을 보장해줄 만큼 튼튼하지 못하며, 결국 인간의 삶은 그렇게 강하고 안전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은 이미 성경에 나와 있는 것이며 그에 대한 해결책 또한 성경이 2000년 전부터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결책은 또한 기독교인이 자신의 실수와 허물에도 실천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온 메시지입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은 인류를 절망으로부터 구해주시기 위해서 값없이 은혜를 베풀어주셨으며 그 은혜와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주어졌다는, 놀라운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십자가에서의 고통스러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의 새 아침과 새 소망이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절망 속에 주어진 이 희망을 받아들인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 희망을 나누기 위해 로마인들이 아무런 법적 제약 없이 내다 버린 영아들을 데려다 키웠습니다. 서기 165년 로마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하는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로마의 모든 관리와 의사들은 환자를 버려두고 떠났지만 당시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은 남아 전염병자들을 돌봐주었습니다. 251년에 다시 전염병이 퍼졌을 때도 절망에 빠져 도시를 빠져나간 로마인들을 대신해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버려진 병자들을 간호하고 음식과 침상을 제공해줬습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독교 선교사들도, 한국교회도 같은 일을 했습니다. 시체를 내버리던 수구문 바깥으로 가서 가족들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전염병자들을 데려다가 씻기고 먹이며 치료해줬습니다. 전염병의 절망을 하나님의 희망으로 바꾸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치료하고, 학교를 세워 자녀들을 미래의 일꾼으로 키워 냈습니다. 양반과 상놈의 인권차별적 신분구조를 깨고 천민조차도 하나님 앞에서 모두 평등함을 일깨웠습니다.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는 일에 앞장서 생명을 바쳐 헌신하게 했습니다. 만약 그동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의 상처 입고 소외된 이웃을 잘 섬기지 못하고, 본래 한국교회가 나누고자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과 사랑을 잘 전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우리 한국교회의 책임이고 아픔입니다. 한국교회는 이 점을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다시금 희망의 메신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부활의 승리와 회복으로 바꿔주신 하나님의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삶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 희망이, 등불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허한 행복과 허전한 웃음에 만족하지 않고, 어둠과 공포와 아픔을 뚫고 다가오는 진정한 희망의 빛을 발견하도록 한국교회는 새로운 마음으로 사회를 섬기겠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를 위한 사랑의 실천자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코로나로 어려운 이웃에 ‘희망박스’ 전달 ▼ 올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모범적인 방역활동과 함께 세상에 희망을 주는 교회의 본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이 교회는 무엇보다 철저한 방역을 통해 내부에서 단 한 차례의 감염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이 교회의 방역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교회는 성도 수가 57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외부 사회활동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경우 구역과 지역조직을 통해 빠른 자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내부에서의 2차 감염을 차단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올해 2월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급증하자 긴급의료지원금 10억 원을 보내 현지에서 수고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 지역주민들을 위로했다. 그 후에도 연세의료원과 성애병원 등 교회가 꾸준하게 지원해온 병원에 코로나19 의료지원금으로 각각 1억 원을 전달했다. 온라인예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작은 교회가 적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두 달치 임대료를 앞장서 지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5000가구에 ‘희망박스’를 전달하고, 경기도 안산의 재래시장을 찾아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곳에서는 이영훈 담임 목사와 박경표 장로회장을 비롯해 교회 성도들이 함께 ‘사랑의 장보기’ 행사를 가졌다.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해왔다. 교회는 코로나19 초기에 대구에서 환자가 대거 발생해 병실 부족 현상이 우려될 때 수련원 시설을 경증 환자들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환자 급증이 우려될 때는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시 수련원 시설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영훈 담임 목사는 “우리 교회는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교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전통을 세웠다”며 “교회는 개인 구원의 기능을 사회 구원의 역할로 확대함으로써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