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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업체인 중국의 상하이샐비지가 한국 정부에 추가 비용 지급을 다시 요구하기로 했다. 요구 금액을 당초보다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샐비지 관계자는 “새 정부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임명하면 다음 달 중하순경 인양에 추가로 쓴 329억 원의 지급을 다시 요구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한국 정부와 상하이샐비지가 계약한 인양비용은 916억 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인양 방식 변경으로 리프팅빔을 설치하고 준비 기간도 5개월가량 늘어나면서 329억 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선 직전인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이뤄졌지만 결국 예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지급이 보류됐다. 상하이샐비지는 새로운 한국 정부가 출범한 만큼 추가 비용 지급을 적극 요구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329억 원은) 우리 측 요구로 지출한 것이기 때문에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기획재정부와 구체적인 지급 시기 등을 다시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무게가 수차례 바뀌어 인양이 지연되면서 쓴 비용도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샐비지 관계자는 “세월호 무게가 예상과 달리 3000t 이상 늘어났고 이로 인해 인양이 늦어지면서 지출한 돈도 상당하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기자}

16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의 한 병원. 환자 6명이 병원 앞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평소에도 흡연 공간으로 쓰이는지 건물 외벽 여기저기에 담뱃불 자국이 선명했다. 바로 근처 편의점 파라솔에서도 환자 2, 3명이 담배를 피웠다. 편의점에는 환자복을 입은 채 소주와 맥주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환자 정모 씨(41)는 “병원 직원들이 환자복을 입은 채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는 하지만 가까운 편의점이나 식당에 가면서 옷을 갈아입기는 귀찮다”며 “병실 점검을 하는 밤 12시까지 다시 들어가면 된다”고 귀띔했다. 사망자 38명, 학교 2700곳 휴업, 사회경제적 손실 10조 원(정부 추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남긴 피해다. 20일이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2년이다. 당시 메르스 확산의 원인 중 하나는 동네 병원은 물론이고 중소 병원과 대형 병원까지 환자와 보호자 출입 관리가 부실했던 탓이다. 메르스 사태 후 대형 병원은 전자 출입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 병원은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출증 없어도 외출 가능” 16일 본보 취재진은 서울 시내 100병상 안팎의 중소 병원 5곳을 둘러봤다. 사실상 감염병 확산에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오후 8시 서대문구 A병원. 중년 남성 환자 2명이 병원 현관문을 유유히 걸어 나갔다. 환자복을 입고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이를 말리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접수처에 직원 한 명이 있었지만 이어폰을 낀 채 컴퓨터로 뭔가를 하느라 환자들을 보지도 못했다. 이들이 주차장 옆 쉼터에서 20분가량 담배를 피우고 병원으로 돌아올 때도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다. 외출 허가를 받지 않고 병원 근처 가게를 찾는 환자들도 끊이지 않았다. 오후 9시 서대문구 B병원 앞 카페에는 환자 한 명이 면회 온 지인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환자는 얇은 옷 때문인지 연신 기침을 했다. 지인이 “들어가야 되지 않냐”고 물었지만 환자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환자 김모 씨(51)는 “편의점이나 식당을 갈 땐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나온다”며 “외출증은 필요 없다. 어차피 그냥 나와도 뭐라 하는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 앞 호프집은 늦은 밤마다 술을 마시러 오는 환자들로 붐빈다. 호프집 주인 민모 씨(50·여)는 “환자복을 입고 오는 건 물론이고 링거를 꽂은 채 오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병실 절반은 ‘활짝’ 보호자 등 면회객을 통해 감염병이 퍼질 수 있지만 제한 조치는 허술했다. 오후 8시에 찾은 종로구 C병원에는 55개 중 30개 병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대부분 침대 위에 누운 환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훤히 보일 정도였다. 가족들이 다른 병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가 1시간 동안 병원 안을 돌아다녔지만 신원을 확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메르스 사태 후 대형 병원은 병문안과 환자 외출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부터 병동에 미닫이문을 설치해 출입을 관리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바코드 출입증을 가진 보호자 한 명 외에 모든 방문객을 상대로 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병원은 재정 여건 탓에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중소 병원 5곳 모두 ‘환자와 보호자의 무단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만 붙였을 뿐 실질적인 출입 제한 시스템은 없었다. 한 중소 병원 관계자는 “늦은 밤에 병문안 오는 사람을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출입 관리를 하기는 어렵다”며 “환자들의 외출 제한도 불만이 커 강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면 체계적인 출입 관리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감염병 관리를 잘하는 중소 병원에 출입 관리 시스템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신규진·김하경 기자}
“학교에 멧돼지가 등장했습니다.” 17일 오후 10시 21분 경찰 112종합상황실로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멧돼지 한 마리가 연세대를 휘젓고 다닌다는 것. 뒤이어 10분 간격으로 “공관 쪽에 멧돼지 한 마리가 보인다” “어학당 쪽으로 간 것 같다”는 신고가 잇달았다. 멧돼지는 연세대 뒤편 안산에서 내려와 학교 북쪽을 돌아다녔다. 신고를 받자마자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가 바로 출동했다. 경찰 6명이 오후 10시 45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멧돼지는 바로 안산으로 도망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멧돼지의 정확한 크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북문과 동문 쪽에서 멧돼지를 봤다”고 말했다. 이날 연세대에서는 ‘숲속의 향연’이라는 동아리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축제 장소와 멧돼지 출몰 장소는 약 200m 떨어져 있었다. 멧돼지는 축제가 끝난 오후 10시 직후에 등장했다. 멧돼지가 조금만 일찍 교정에 난입했다면 축제에 참가했던 1500여 명의 학생들에게 달려들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부상자 및 물적 피해는 없었다. 학교에 멧돼지가 출몰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지난해 7월 강원 춘천시의 한 낡은 가정집. 한별(가명·6) 양과 서준(가명·5) 군 남매가 몸이 아픈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남매의 어머니는 20대 초반에 두 아이를 낳고 떠났다.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서준 군이 엄마를 찾으면 한별 양은 “엄마 찾지 마! 엄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멀찍이서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연세대 동아리 ‘리듬오브호프’ 팀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2014년에 만들어진 리듬오브호프는 소외된 이웃들의 생생한 삶을 영상에 담아 온라인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 봉사 동아리’다. 현재 학생 60명이 활동 중이다. 3년 동안 200명이 넘는 학생이 동아리를 거쳐갔다. 이들은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매달 10명 안팎의 어려운 이웃을 소개받은 뒤 이들의 일상을 영상에 담는다. 촬영부터 편집 작곡 디자인 시나리오 등 5명으로 구성된 촬영팀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 촬영이 끝나면 편집 과정을 거쳐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만든다. 직접 제작한 배경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소외 이웃들의 영상은 그동안 많은 기부자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3년간 총 5억 원의 후원금을 소외 이웃에게 전달했다. 리듬오브호프는 지난달 8일 열린 연세대 창립 기념행사에서 단체 부문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리듬오브호프의 최종 목표는 대학 동아리를 넘어 비정부기구(NGO)가 되는 것이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의 명의를 빌려 온라인 모금함을 개설할 수밖에 없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예원 씨(22·여)는 16일 “팀원들은 자비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지방 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영상 제작이라는 수단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계속 돕고 싶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당초 청와대는 14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5·9대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취임하면서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뒤인 지난달 5일 이후 하루도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북한의 갑작스러운 미사일 발사로 문 대통령은 오전 8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회의를 주재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도 그렇고 (기자) 여러분도 그렇고 쉴 팔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휴일인 13일에는 대선 기간 자신을 취재했던 ‘마크맨’(전담 기자)들과 북한산 산행을 했다. 60여 명의 기자들과 북악산을 2시간가량 등반한 문 대통령은 산행이 끝난 뒤 청와대 경내 직원 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임 비서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경 산행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섰다. 주황색 바람막이와 검은색 등산용 바지, 노란색 등산화 등 대선 당일인 9일 뒷산을 올랐을 때의 복장 그대로였다. 문 대통령이 떠난 뒤 부인 김정숙 여사는 자택에서 이사 준비로 분주했다. 2016년 1월 홍은동 자택으로 이사한 문 대통령 내외는 1년 4개월여 만에 홍은동을 떠나 이날 청와대 관저에 입주했다. 관저에 입주하기 전 김 여사의 행보도 화제였다. 오후 1시 반경 배모 씨(63·여)는 대통령 자택을 향해 “국토교통부의 정경 유착을 해결해 달라. 배가 고프다”고 외쳤다. 김 여사는 배 씨의 고성을 듣고 슬리퍼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배 씨는 김 여사에게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다 지하철역 증축 공사로 건물을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라면을 끓여 주겠다”며 배 씨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향했다. 몇 분 후 나온 배 씨의 손에는 컵라면 한 개가 들려 있었다. 배 씨는 “도저히 집 안까지 들어갈 수 없어 컵라면만 받고 왔다”며 “한마디라도 들어주려는 영부인을 보니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김 여사는 재개발 문제로 집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신송자 씨(62·여)와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신 씨는 9일 대구에서 올라와 문 대통령 자택 앞 대로변에서 농성 중이었다. 김 여사는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는 신 씨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고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는 청와대 관저로 옮길 이삿짐을 직접 꾸렸다고 한다. 청와대로 옮긴 이삿짐은 라면 박스보다 조금 큰 크기의 박스 10여 개 분량으로 1.5t 트럭 짐칸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대부분 당장 입을 옷과 신발 등이다. 김 여사가 특별히 아끼는 식기와 문 대통령이 소파에서 사용하던 쿠션도 포함됐다. 이사를 도운 유송화 제2부속실장 내정자는 “최대한 간소하게 이삿짐을 쌌다”고 말했다. 한편 김 여사는 ‘영부인’이란 호칭이 사용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개념보다는 독립적인 인격체인 ‘여사님’으로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규진 기자}
‘대통령 안경 팝니다.’ 10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거래 희망 품목은 덴마크 브랜드인 ‘린드버그’ 안경테. 문재인 대통령이 쓰면서 유명해진 제품이다. 이 안경테가 대통령 선거 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른바 대통령 ‘굿즈(goods·관련 상품)’이기 때문이다. 린드버그 안경테는 정식 수입품의 경우 백화점 등지에서 70만∼150만 원에 팔린다. 문 대통령 안경과 같은 모델은 보통 70만 원 안팎에 판매된다. 병행수입(공식 지정이 아닌 업체가 들여오는 경우) 제품은 20만∼30만 원에 거래된다. 문 대통령 당선 후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병행수입 제품의 가격은 30만∼50만 원까지 올랐다. ‘문재인’ 이름표가 달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군복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 글이 게시된 지 30분 만에 팔렸다. 문 대통령을 표지 모델로 실은 미국 주간지 ‘타임’ 아시아판 최근호는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관계자는 “10일 오후 1시 40분부터 24시간 만에 7024권이 판매돼 기존 일간 판매량 1위였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운 5523권을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는 정가보다 1000원 비싼 8000원에 판매 중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 저서인 ‘운명’은 선거 전인 7, 8일에 비해 9, 10일 매출이 4배 늘었다. 유세 때 사용된 선거용품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중고시장에는 ‘기호1번 문재인’이 새겨진 점퍼나 티셔츠를 구입하겠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5만 원에 사겠다”, “나는 10만 원에 사겠다”며 구매 경쟁까지 벌어진다. 정책 공약집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 공식 굿즈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문재인 1번가’를 ‘청와대 1번가’로 바꿔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선거벽보 등을 팔고 수익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면 된다”고 제안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통령 굿즈 판매와 유통이 활발하다. 단순 홍보용품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상징물로 평가받는다. 곰 사냥을 즐겼던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그의 애칭인 ‘테디’에서 따온 곰 인형으로 사후 10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 인재학부 교수는 “굿즈를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치문화를 친숙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굿즈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신규진·손택균 기자}

“어버이날 선물 대신 선거 때 홍준표 찍어라.” 직장인 김모 씨(28)는 최근 장인어른에게 이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당황했다. 지난해 결혼한 후 50대 후반의 장인과는 정치 얘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더욱이 김 씨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김 씨는 “장인어른은 가족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홍 후보 이야기를 하신다”며 “행여 지지를 강요하실까 두려워 어버이날 찾아뵙는 것도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어버이날 선물로 홍준표’ 직장인 최모 씨(30)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아버지가 일주일간 매일 ‘어버이날 선물로 홍준표를 찍어라’는 내용의 글을 보내온 것이다. 결국 최 씨가 카카오톡 알람을 꺼버리고 읽지 않았더니 아버지가 갑자기 전화해 ‘왜 메시지를 읽지 않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최 씨는 “정치 때문에 부자 사이가 틀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받은 글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퍼뜨리고 있는 글이다. 이 글은 ‘애비가 자식들의 참정권을 참견하느냐고 한다면 부끄럽다’면서도 ‘어버이날 효도 선물 한답시고 홍준표를 기억해다오’라고 노골적으로 지지를 요구한다. 홍 후보의 선거 구호인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를 새긴 홍보물도 있다. 홍보물 배경엔 어버이날의 상징인 카네이션이 새겨져 있다.● ‘어린이날 선물로 문재인’ 어린이날을 앞세워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SNS에는 “어린이날 레고도 놀이공원도 필요 없다. 문재인 심상정 찍는 게 선물이다”라며 부모에게 호소하는 글이 퍼지고 있다. 이 글은 홍 후보 지지 글이 ‘국가관’을 언급한 것을 빗대어 “노동관이 확실한 사람을 뽑아야 정시퇴근 하지 않겠느냐”고 풍자하기도 한다. 이 글 역시 가족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서도 퍼졌다. ‘어린이날 선물로 문재인을 찍어주세요’ ‘문재인 심상정 뽑으면 어버이날 선물 드릴 수 있다’는 글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이를 겨냥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카네이션 대신 어린이날 선물 대신 문재인을 선물하세요’라는 현수막 샘플을 올리기도 했다. 대선 경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겨냥한 후보 지지 글이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대부분의 홍보물은 지지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안철수 찍는 게 선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는 홍보물도 있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를 언급한 이 홍보물엔 ‘어버이날 꽃도 필요 없고 선물도 필요 없다. 안철수 찍는 게 선물이다’라고 적혀 있다. 3대 가족이 해맑게 웃으며 안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홍보물엔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을 겨냥하며 ‘이번 어린이날에는 새로운 미래를 선물해주세요! 새로운 미래는 기호 3번 안철수래요!’라고 써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지지 호소 글을 퍼 나를 수 있다. 그러나 때 아닌 ‘5월 대선’이 만든 새로운 풍경이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모 자식 사이라도 서로의 신념은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서울 은평경찰서는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전 직원 최모 씨(29·여)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매년 서울시와 은평구로부터 약 7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의 범행은 201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씨는 후배의 대출 보증을 섰다가 빚 500만 원을 떠안았다. 금융기관의 상환 독촉에 당황한 최 씨는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하다가 자신이 일하는 센터 공금에 손을 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직원들의 근로소득세와 퇴직적립금을 센터가 세무서나 보험회사에 직접 납부하는 점을 악용해 330만 원을 자신의 금융계좌 3개에 나눠 이체했다. 대담해진 최 씨가 빼돌린 돈의 액수는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자치구 보건소에 제출하는 결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매년 센터의 남은 사업 예산까지 횡령했다. 2014년 5000만 원, 2015년 9600만 원, 지난해 1억2000만 원 등 올 3월까지 121회에 걸쳐 총 3억2000만 원을 빼돌렸다. 최 씨는 빼돌린 돈으로 남자친구와 일본 호주 프랑스 등지로 여행을 다녔다. 또 7000만 원대 외제차와 100만 원대 고양이 두 마리, 명품가방과 옷 등을 구입하는데 전부 탕진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서울마포경찰서는 자신의 건물을 허가 없이 용도 변경한 혐의(건축법 위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47)를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 대표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근처에 있는 6층짜 건물 일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변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양 대표는 2014년 4월 이 건물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근린생활시설로, 4층부터 6층까지 주택용도로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3층을 주택으로 사용한 혐의다. 지난해 9월 마포구는 불법 용도 변경 제보를 받아 단속을 실시했고 현장에서 싱크대와 침대 등 주거용 시설이 사용 중인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마포구는 양 대표에게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이행되지 않아 12월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올 2월 양 대표를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고 최근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양 대표는 2015년에도 자치구 허가 없이 YG엔터테인먼트 사옥 건물 2개 동에 연결통로를 설치한 혐의 등으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세월호 선체 수색 이틀째가 지났지만 미수습자를 찾는 일은 더디기만 하다. 1000일 넘게 배 안을 가득 채운 펄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이 수색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객실에서 휴대전화 같은 유류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색 작업 이틀째인 이날까지 4층 선수(船首) 객실에서 약 3m가량을 파고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경까지 이어진 수색작업에서 치운 펄만 약 2400kg 분량이다. 작업 첫날인 전날에는 약 4시간 작업을 통해 1m 정도 전진하는 데 그쳤다. 작업 도구는 모종삽. 이 작은 도구로 펄을 일일이 떠내고 있다. 펄을 제외한 선체 내부의 장애물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 세월호 선체의 길이는 145m다. 철로 된 벽을 제외하고 선체 내부의 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다. 침몰 직후 에어포켓(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 일부에 남아 있는 현상)이 생길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음을 추정케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양된 뒤 이날까지 세월호에서 나온 520t에 달하는 펄의 분류 작업도 이르면 20일 시작된다. 펄 안에 유류품이나 미수습자 유해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직경 3mm 구멍으로 된 철제망을 사용한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유해가 가장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층을 앞뒤에서 수색하기 위해 선미 부분 객실에도 구멍을 내고 있다. 미수습자 9명 중 4층 선수에 4명, 선미에 2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수색 결과 휴대전화 2개를 비롯한 유류품 41점이 수거됐다. 완전히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들 휴대전화에 침몰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사진이 있을지 유족들은 기대하고 있다. 복원 여부는 2주 후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휴대전화는 발견하자마자 증류수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복구 전문업체에 맡겨 복원 여부를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육상에 옮겨진 세월호 선체에서 미수습자 수색이 정식으로 시작됐다. 참사 발생 1098일 만이다.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미수습자 수색과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며 “앞으로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밝혔다. 미수습자 수색에 2개월, 침몰 원인 규명에 1개월 정도다. 수색은 선체 정리를 맡은 코리아샐비지와 해경 소방 등으로 구성된 총 9개 팀이 진행한다. 이들은 선체 진입 후 모종삽으로 펄을 제거하며 수색을 진행한다. 내부가 어두워 수색은 해가 지기 전에 종료된다. 안전을 위해 작업자들은 철제 망으로 된 구조물 안에서 일한다. 코리아샐비지 관계자는 “내부에 철로 만들어진 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벽이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해가 발견되면 작업은 일제히 중단된다. 현장을 보전하고 유해를 옮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유해는 안치실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져 3주 동안 신원 확인이 진행된다. 이날 4층에서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4층에 구멍 4개를 뚫고 먼저 조명과 통풍구 등을 설치했다. 1개의 구멍으로 들어가 내부에서 4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했는데 전진 거리는 약 1m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표가 달린 가방과 옷가지 등 18개의 유류품이 나왔다. 수색은 3층에서도 이어질 계획이다. 해수부와 선조위, 미수습자 가족은 세월호 안에 있던 폐쇄회로(CC)TV와 생존자들의 목격담을 토대로 미수습자의 위치를 3, 4층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습을 위해 유해 발굴 전문가들도 속속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모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1일부터 작업에 투입된다. 유해 발굴의 권위자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6·25전쟁 당시 사망한 400명의 유해를 발굴한 경험도 있는 만큼 9명의 유해도 최선을 다해 찾겠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토요일인 15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여객터미널. 출항 준비 중인 한 여객선 선실 안 TV에 안전수칙을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한창이었다. 백령도로 가는 이 여객선에는 약 400명이 승선했다. 그러나 TV를 지켜보는 승객을 찾기는 힘들었다. 대부분 일행과 이야기하거나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잠을 자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고 식사를 하는 승객도 있었다. TV에서는 ‘갑판 난간에 기대지 말라’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하지만 소리 없이 자막을 곁들인 화면만 나오는 탓에 승객들의 시선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세월호 참사 3년이 흘렀다.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각종 안전관리 규정이 마련됐다. 특히 여객선 운항 규정은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일부 항로의 여객선 운항 실태를 확인한 결과 규정만 바뀌었을 뿐 ‘안전의 생활화’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바다 위 떠도는 ‘안전 불감증’ 동아일보 취재진은 이날 백령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매표소에서 안내받은 대로 신분증과 승선권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러나 정작 승선 때 별도의 검사는 없었다. 배가 떠난 뒤에도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승선 전 탑승객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한 40대 남성 승객에게 구명조끼 위치를 물었다. 이 남성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저기 있네”라며 15m가량 떨어진 비상용 구명조끼함을 가리켰다. 여객선 좌석 아래에도 1인당 한 개씩 구명조끼를 비치하고 있지만 남성은 이를 알지 못했다. 당연히 착용법도 몰랐다. 남성 승객은 “안 알려주는데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말을 흐렸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여객선이 출발하고 1시간가량 지난 무렵부터 너울성 파도로 배가 출렁거렸다. 승무원들은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승객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승객들은 “화장실을 가야 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 승객은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추락 위험이 있는 갑판 상층부로 올라가기도 했다. 한 승무원은 “안전수칙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깐깐하게 군다고 항의하는 승객도 있다”며 “승객을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갑판 위에서는 양주까지 동원된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지하는 승무원에게 한 승객이 “뱃멀미가 심해 술을 마셔야 한다”고 변명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승무원도 “또 드시면 압수할 거예요”라며 넘어갔다. 만취 상태에서 승객이 난동을 부릴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선내에서는 음주가 금지돼 있다. 16일 오후 1시 전남 목포시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제주행 대형 여객선. 이번에도 승선 때 승객 확인 절차가 따로 없었다. 출입이 제한돼야 하는 화물칸으로의 이동이나 운항 중 작동을 멈춰야 할 승강기 탑승도 자유로웠다. 출입제한구역 표기도 없었다. 여객선에는 곳곳에 비상용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다. 위급상황 때 어디서든 손쉽게 꺼내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명조끼에 달린 구조용 전등은 작동되지 않는 것이 많았고 일부는 배터리가 없었다. 선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를 대비해 시설물을 고정해야 하지만 복도 등에 설치된 높이 90cm 정도의 대형 쓰레기통 일부는 고정돼 있지 않아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흔들렸다.○ 규정 강화보다 생활화가 중요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여객선마다 화물 과적 단속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백령도행 여객선의 경우 개인화물을 15kg으로 제한하고 있고 차량 선적도 60.52t을 넘을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그보다 규모가 큰 제주행 여객선은 1t 이상 모든 화물차량을 실을 때 반드시 증명서를 발급받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선내 화재에 대비한 소방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객실 내 소화기뿐만 아니라 비상탈출용 망치와 손전등도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 매달 20일 점검도 이뤄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규정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규정이 몸에 배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구원 교수는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규정 강화가 선행된 만큼 실천이 뒤따라야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백령도=김동혁 hack@donga.com / 목포=신규진 / 조윤경 기자}

목에서 쇳소리가 나왔다. 헛기침이 말을 막았다. 3년 전에는 막힘없이 나오던 목소리였다. 딸이 살아 있었으니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58). 3년 동안 김 씨는 참 많이도 울었다. 결국 그는 성대를 잃었다. 그래도 생존 학생 등 고통을 나눈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년이다. 그리고 김 씨의 딸 초원 씨의 생일이기도 하다.○ 목소리마저 고장 난 아버지 초원 씨는 참사 당시 탈출이 쉬웠던 5층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주검은 4층에서 발견됐다. 4층은 단원고 아이들이 있던 곳이다. 아이들의 몸에는 구명조끼가 입혀져 있었지만 초원 씨에게는 없었다. 아버지가 전해 들은 초원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초원 씨는 참사 당일 세상에 나왔다. 단원고 아이들은 75명이 구조됐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이후 다가올 시간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했다. 김 씨는 딸의 시신이 발견되고 며칠 뒤 회사를 그만뒀다. 그 대신 매일 오전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종종 전남 진도군으로 가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기다렸다. 우울증은 김 씨 가족 모두를 덮쳤다. 김 씨 부부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초원 씨의 남동생도 군 전역 후 우울증으로 1년간 대학에 복학하지 못했다. 마음의 병은 몸으로까지 번졌다. 김 씨는 얼마 전 성대 제거 수술을 했다. 그 대신 인공성대를 넣었다. 그는 결국 안산을 떠나 고향인 경남 거창군으로 내려갔다. 단원고 이지혜 선생님의 가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혜 씨와 초원 씨는 모두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다. 지혜 씨의 아버지 이종락 씨(63)는 2014년 4월 15일이 가슴에 사무친다. 이날 그는 딸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갔다. “사고가 나면 학생이 우선일까요, 제가 우선일까요”라는 딸의 질문에 무심코 “학생이 우선”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씨는 참사 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그 역시 안산을 떠났다. 이 씨는 “아내는 세월호 인양 이후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그저 딸의 삶을 인정받고 싶어서 두 아버지는 2014년 6월 딸들의 죽음을 순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순직으로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라”고 밝혔다. 순직과 산재에 따른 보상은 별 차이가 없다. 두 아버지가 나선 건 학생들을 사랑했던 딸의 마음이 인정되길 바랐던 것이다. 2015년 가을 김 씨와 이 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온몸을 아스팔트 바닥에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2016년 6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다음 달 초 서울행정법원에서 4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달 말 “안타깝지만 법률적 방법이 없다”며 “기간제 교사가 4만6000명인데 두 교사에 대해서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이제 생존 학생들의 ‘아버지’로… 3년을 버틴 건 기꺼이 두 사람의 힘이 돼 준 사람들 덕이었다. 김 씨에게는 딸이 가르쳤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초원 씨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3반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밥을 먹었다. 아이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 생존 학생은 김 씨와 갔던 빵집 앞을 지나다 “아버지(김성욱 씨)가 문득 생각났다”며 전화를 했다. 이 씨에게도 생존 학생들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 학생은 잊을 만하면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딸이 담임이었던 2학년 7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다. 참사 당일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숙소가 5층이었으니 오늘 구조된 사람들처럼 살아나올 거다”라고 말했던 학생이다. 두 아버지는 “딸이 눈앞에 없어 마음이 아픈데 차별받아 더 아프다”며 “그래도 학생들과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안산=신규진 newjin@donga.com / 황성호 기자}

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되면서 12일부터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중국 업체인 상하이샐비지는 인양을 마무리 짓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수중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업체 선정부터 최종 인양 종료까지 상하이샐비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양 비용이나 방식, 시기 그리고 한국 정부와의 계약 관계 등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인양 비용도 그중 하나다. 훙충(洪충·사진) 상하이샐비지 사장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양을 위해 빌린 돈은 총 1억3000만 달러(약 1492억 원)”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출금(1억 달러·약 1141억 원)보다 무려 300억 원 이상 많은 돈이다. 자체 조달한 사업비를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최소 1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추가 비용을 낸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훙 사장은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등 추가로 장비를 투입한 비용도 우리가 부담한다”며 “이는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인양으로 발생한) 적자를 한국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싶다”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해양수산부가 상하이샐비지에 줄 돈은 9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부러 세월호 인양을 미뤘다는 소문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훙 사장은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리프팅빔 설치 과정 등에서 3개월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으로 ‘정밍(증명·證明)’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고조가 인양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축했다. 하루 지연 때 수억 원의 손실을 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인양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훙 사장은 “감독업체(TMC)도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인양 지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최저가 응찰도 부인했다. 훙 사장은 “우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도전한 업체도 있었다”며 “낙찰 성공은 가격보다 회사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가 최저가로 응찰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샐비지의 입찰액은 851억 원이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김배중 기자}
세월호가 참사 발생 1091일 만에 육상에 완전히 거치됐다. 이로써 모든 인양 과정이 마무리됐다.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미수습자 수색 등 다음 과정이 시작된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11일 해양수산부는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겨 고정하는 작업이 완료됐다. 이제 인양이 끝나 수색 작업 등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15년 8월 7일 인양 작업이 시작된 지 613일,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른 지 20일 만이다. 세월호를 싣고 육상으로 옮긴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600대가 이날 선체 밑에서 모두 빠져나오면서 육상 거치가 끝났다. 세월호는 선체 변형이 발견돼 계획보다 바다에 더 가까운 지점에 거치됐다. 세월호가 고정된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 부두에는 12일까지 현장수습본부가 만들어진다.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조직뿐 아니라 입관과 추모식을 담당하는 장례지원팀 등도 현장에 꾸려진다. 현장수습본부는 해수부와 해경 직원 등 전체 100명 안팎으로 이뤄진다. 수색을 위한 각종 장비도 세월호 옆에 설치된다. 미수습자 수색을 위해 26m 높이의 워킹타워 2대가 세워진다. 또 세월호 선체 밖에 안전 난간도 설치돼 작업 인부들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시작될 예정”이라며 “수색은 배가 눕혀진 상태에서 선수와 선미의 윗부분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선조위는 인력과 사무소 위치를 확정하며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선조위는 50명의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사무소는 목포와 서울에 둔다. 다만 세월호에 알려지지 않은 화물이 더 있는지 살펴보는 등 현장 중심의 조사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목포에서 주로 활동한다. 김창준 선조위 위원장은 “세월호 관련 노하우가 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양 업체인 상하이샐비지 측은 이날 세월호 인양 작업으로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 입찰 때 최저가를 써 내 선정됐다.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에 916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힌 상태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현재 은행에서 1억 달러(약 1146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인양 작업을 위해 쓴) 정확한 금액은 추가적인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조윤경 기자}

“TV에 소개된 곳이라 믿었다.” 개업 1년 만에 폐업 위기에 놓인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말이다. 창업 경험이 많지 않은 주부나 은퇴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내놓는 매출 실적과 성공 신화가 사실상 유일한 판단 근거다. 이를 바탕으로 목 좋은 곳은 어디고, 앞서 개업한 가맹점은 장사가 잘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 자체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게재된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보공개서는 프랜차이즈가 가맹 희망 점주에게 공개하는 자료다. 재무 현황과 지역별 가맹점 수, 평균 매출액, 창업비용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현기 초보창업연구소(CHK) 대표는 “계약 체결 전 가맹사업 희망자 스스로 해당 업체 정보를 분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프랜차이즈와 다른 프랜차이즈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공정위는 업체별로 평균 영업 기간, 매출액, 법 위반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업체별 폐점률을 꼼꼼히 따져 오래가는 장수 기업을 고르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가 최소 10년 이상 한길을 걸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며 “눈에 띄지 않게 오래 전통을 유지하는 가맹사업 브랜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유사업체 난립도 확인해야 한다. 사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상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뜨는’ 제품으로 인식되면 하루에 한 개씩 브랜드가 생겨나고 거품이 꺼지면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게 프랜차이즈의 속성이다. 자칫 가맹비만 노리는 프랜차이즈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처음 제시했던 내용과 달리 로열티와 광고비를 제때, 정확히 산정하지 않거나 물류비와 재료비 비중이 50% 이상인 프랜차이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기간이 짧은 곳도 위험하다. 이런 회사는 수익구조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하경 기자}

“서울중앙지검 김준호 검사입니다.” 지난달 15일 휴대전화를 타고 흘러나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이모 씨(25·여)는 깜짝 놀랐다. 검사는 물론이고 수사기관에서 걸려온 전화도 처음 받아본 이 씨였다. “네, 네” 하며 당황한 이 씨에게 ‘김 검사’의 말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당신은 사건번호 ○○○○○의 소환조사 대상자다.” “피해자가 26명이나 되는 사건이다.” “일단 명의 도용만 간략히 조사하겠다.” 이 씨는 처음 들어본 단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때 ‘김 검사’가 갑자기 친절한 목소리로 “일단 현금을 인출해라. 국가연계통장에 보관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곧바로 통장에서 1500만 원을 인출했다. 그리고 한 카페에서 ‘김 검사’가 보낸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만났다. 이 씨는 ‘금융감독원 이성훈 대리’라는 사람에게 돈을 건넸다. 하지만 김 검사와 이 대리 모두 조선족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 일당이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금감원 이 대리’로 가장한 김모 씨(31) 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이들에게 돈을 빼앗긴 피해자 6명은 모두 20대 여성이었다. 피해 금액은 무려 1억7000만 원이었다.○ 사회 초년생 여성을 노린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둔 부모나 노인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많이 보는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가장 큰 피해자는 20, 30대 젊은 여성이었다. 5일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 건수 중 74%가 20, 30대 여성 대상 범죄였다. 20, 30대 여성의 피해는 2152건으로 피해액은 무려 175억4100만 원. 반면 20, 30대 남성은 233건, 19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같은 연령대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 40, 50대 여성의 피해도 238건, 23억6300만 원으로 젊은 여성보다 훨씬 적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의도적으로 사회 초년생 젊은 여성만 골라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원 허모 씨(28·여)도 이 중 한 명이다. 허 씨도 검사를 사칭하며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 범인들에게 6000만 원을 직접 건넸다. 돈을 받아 챙긴 범인들은 말끔한 정장에 검은색 서류가방, 금감원 직인이 찍힌 가짜 서류까지 들고 왔다. 허 씨는 신상정보를 기입하라는 범인들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허 씨가 빼앗긴 돈은 월급을 저축한 돈 1000만 원과 자신이 관리하던 교회 공금 5000만 원이었다. 피해자들 중에는 교사, 영양사, 회사원 등 직업이 다양했으나 목돈을 가진 사회 초년생 여성이라는 점은 동일했다. ○ 사회경험 부족과 심리특성 악용 20, 3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타깃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사회경험 부족을 꼽았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고 남성들과 달리 범죄 관련 용어나 정보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 나이가 어릴수록 검찰, 금감원 등 국가 기관 이름을 대며 권위와 신뢰감을 조성하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막상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닥치면 대처 능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정도가 높은 것도 원인이다. 범인이 급박하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경우 이성적 판단보다 불안한 감정이 앞서 범인에게 동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몰입 효과가 너무 뛰어나 자신이 첫 번째 내렸던 판단에 집착하는 편향적 성향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올 1월 26일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의 한 카페를 찾은 손님 A 씨(23)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자신의 노트북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테이블 옆 의자 위에 접어서 놔뒀던 100만 원 상당 노트북이 사라진 것이다. 주변에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노트북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노트북을 훔친 최모 씨(39)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 넘어 이미 멀리 도망 친 뒤였다. 최 씨는 지난달 23일까지 서울시내 카페, 서점, 어학원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총 25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주로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짐을 봐줄 사람이 없는 혼자 온 사람들을 노렸다. 최 씨는 카페 쓰레기통에서 다른 손님이 버리고 간 컵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은 뒤 손님으로 가장해 혼자 온 사람들을 30분~1시간가량 관찰하다 자리를 비우면 돈이 될만한 물건을 챙겨 재빨리 도망치는 수법을 썼다. 절도품은 29만 원짜리 이어폰부터 400만 원짜리 명품가방까지 약 2500만 원에 달했다. 훔친 물건은 전당포에 맡기고 현금화해 주로 경마장에서 도박비용으로 대부분 탕진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최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순조롭게 진행되던 세월호 인양 마무리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면서 30일 목포신항으로의 출발이 불투명해졌고, 선체 조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일고 있다.○ ‘합의’와 ‘협의’ 놓고 충돌 29일 오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 8명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28일 출범 후 첫 공식 활동이다. 조사위원들은 미수습자 가족 10명과 함께 이동식 조립주택에서 수습 원칙을 논의했다. 오후 2시경 시작된 협상은 약 4시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습 방식 결정 전에 가족들과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또 목포신항 육상에 거치가 완료되면 즉각 미수습자 수습에 돌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3가지 항목을 더해 총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는 ‘합의’라는 용어를 ‘협의’로 바꾸자고 했다. 미수습자 수습 시기에 관한 항목도 ‘즉각적인 수습 작업 돌입이나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점검한다’고 수정했다. 가족들의 제안이 법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다. 이견이 계속되자 협상 내내 미수습자 가족들 사이에선 “인양 목적이 뭐냐” “일어나서 나가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종이를 내던지며 땅바닥을 내리치기도 했다.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 씨(47)는 오열을 하며 몸부림치다 다른 사람들에게 업혀 옮겨지기도 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가급적 (미수습자가) 수습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의 목적”이라며 “4월 5일까지 미수습자 수습 방안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안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목포행 일정에도 ‘빨간불’ 30일 목포신항으로 출발하려던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잠수식 선박이 있는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의 기상이 나빠지면서 29일 종일 이송 준비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반잠수식 선박의 날개탑 2개를 제거하고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다행히 목포신항은 현장수습본부가 들어설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세월호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통신과 전기 작업은 대부분 완료됐다. 수습본부는 해수부와 국민안전처 교육부 법무부 등 각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110여 명으로 꾸려지며 유해 수습과 장례 의료 등의 지원 업무를 맡는다. 세월호 선체는 바다와 맞닿은 하역공간을 거쳐 3만2004m² 규모의 작업장에 내려진다. 반잠수식 선박이 부양해 갑판을 부두와 수평으로 맞춘 뒤 모듈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옮기게 된다. 세월호는 선체 앞부분부터 내려진 뒤 작업장에서 가로로 길게 놓이게 된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반잠수식 선박이 동거차도를 출발하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장 앞쪽에는 사무동이 들어서는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무동은 현장수습본부 사무실과 미수습자 가족 공간, 작업공간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숙소 주변에는 철조망을 쳐 수습본부 사무실과는 분리된다. 현재까지 45개 컨테이너가 설치됐으며 앞으로 29개 컨테이너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 최혜령 기자}

● “경찰남편 명예 지켜… 딸아이 긍지 갖게할것”故김모 경감 가족의 ‘길고 긴 소송’수습업무 스트레스 호소하다 투신… 연금공단 순직 인정안해 소송“2심도 꼭 이겨 오해 씻을것”“형이라고 부르며 밤낮으로 우리를 챙겼었는데….” 꿈에도 그리던 세월호 인양을 눈앞에서 지켜본 미수습자 권재근 씨의 친형 권오복 씨(63)는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 전남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으로 팽목항에서 근무했던 김모 경감(당시 49세)이다. 김 경감은 2014년 6월 26일 진도대교에서 바다로 몸을 던져 9일 뒤 숨진 채 발견됐다.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김 경감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김 경감은 유가족 곁에서 일하고 있었다. 시신 발견 소식을 유가족에게 전하고 반대로 유가족의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처음 유가족들은 김 경감을 ‘정보과 형사’라며 피했다. 하지만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아파하는 모습에 ‘형’ ‘오빠’라고 부르며 믿고 따랐다. 하지만 밤낮 없이 현장근무를 하며 김 경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유가족도 직접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대신 보고 온 뒤 상태를 설명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유가족들은 김 경감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김 경감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인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손발이 떨렸다. 동료에게 “나 좀 (업무에서) 빼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2014년 9월 김 경감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특진심사에서 탈락한 김 경감이 과음한 게 투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자살의 경우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김 경감은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했고, 유가족은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김 경감의 부인 김모 씨(44)는 2014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2016년 6월 서울행정법원은 김 경감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김상훈 변호사는 “법원은 당시 김 경감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한 국립나주병원의 소견서를 바탕으로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경감의 순직 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의 항소로 결정이 미뤄졌다. 그리고 다음 달 7일 서울고법에서 다시 가려질 예정이다. 김 씨는 “열한 살 딸에게 아빠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이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트레이닝복 매장 피해다니던 남편 모습 선해”故김관홍 민간잠수사의 부인“남편이 들려준 얘기보다 훨씬 처참하네요.” 약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기다리는 김혜연 씨(39)의 심경도 남다르다. 김 씨는 2014년 사고 해역에서 민간인으로 자원해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당시 43세)의 부인이다. 김 잠수사는 지난해 6월 트라우마와 부상 후유증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접한 후 김 씨 역시 처음에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설명했던 세월호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김 씨는 “남편은 ‘더듬어 가면 지금도 찾을 수 있다. (선체가) 옆으로 누워있어도 자기가 가던 길이라 배 모양을 다 안다’고 말했었다”며 “어디를 더 수색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희생된 학생을 향한 김 잠수사의 감정은 특별했다. 그는 평소 트레이닝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희생된 아이들을 떠올렸다. 김 씨는 “희생된 아이들 절반 이상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고 남편이 말했다”며 “거리에서 같은 트레이닝복을 파는 매장을 지날 때면 지나가고 싶지도 않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 수색과정에서 입은 몸 곳곳의 부상으로 잠수를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유가족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세월호 관련 국정감사나 청문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 증언했다. 세월호 인양 후 김 잠수사가 청문회에서 “나는 잠수사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국민이기 때문에 달려간 것이다. 내 직업이, 내가 가진 기술이 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일 뿐이다. 애국자나 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다시 조명을 받기도 했다.진도=이호재 hoho@donga.com·신규진 기자 정동연 기자·ca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