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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비서진의 수뢰 의혹 관련 수사를 시작한 사실이 알려진 뒤 청와대 안팎엔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청와대의 최선임 수석비서관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국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각에선 “안타깝지만 적폐청산 과제를 위해선 우리(청와대)도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흘러나왔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육참골단·肉斬骨斷) 식으로 대의를 위해 전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전 수석은 계속 결백을 주장했다. 기자들과 만나선 자신에 대한 의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논란을 연상케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전 수석은 임기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줄 정치적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16일 사퇴를 택했다.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며 전 수석 사퇴 파장 최소화에 나섰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정무수석 사퇴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수석의 사퇴로 검찰의 수사는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역 신분 檢 출석 안돼” 여론에 밀려 15일 오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전 수석이 마주 앉았다. 임 실장은 2012년 19대 총선 직전 보좌진의 비리로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고 불출마했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전 선배(전 수석)의 억울한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보좌진 비리를 임 실장이 공모했다고 기소했지만 결국 임 실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 전에도 여러 차례 회의에서 롯데홈쇼핑, ‘백수오 사태’ 관련 상임위원회 발언 등에 대해 자세하게 해명했다. 임 실장은 그런 전 수석을 위로하면서 대통령을 위해 스스로 결단해 달라는 뜻을 예우를 갖춰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선의 원내대표 출신인 전 수석은 임 실장보다 연배가 높고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부터 최고위원으로 곁을 지켰다. 전 수석은 임 실장의 말에 “뜻을 알겠다”고만 말했고 이날 오전 수석회의 전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30분가량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전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춘추관을 찾아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 수석의 결백 주장과 별개로 청와대 내에서는 “현역 수석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 여기에 전 수석 보좌진의 구체적인 비리 혐의가 연일 보도되면서 “버티면 버틸수록 청와대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임 실장이 총대를 멨고 전 수석이 이를 받아들였다. 일각에선 전 수석이 청와대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우리끼리 권력투쟁을 벌일 만큼 한가롭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청와대는 정무수석을 장기간 비워 두기에는 산적한 현안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후임자 물색을 시작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협조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이 강조한 개헌 추진 작업도 정무수석의 몫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대선 직후 정무수석 후보군으로 전 수석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강기정 전 의원을 비롯해 최재성 오영식 전 의원,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의 승진 및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병헌 본격 조준하는 檢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 수석을 이르면 다음 주 초 소환 조사한다. 검찰은 측근 3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협회 간부를 구속하는 등 전 수석을 향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수석의 비서관 출신인 윤모 씨는 롯데홈쇼핑의 방송 재승인 심사에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2015년 7월 전 수석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3억 원을 대회 협찬비로 내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던 전 수석이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후원금 중 일부는 회장님(전 수석)을 위해 쓴다고 동료 간부로부터 들었다”는 취지의 협회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수석이 2015년 협회 예산으로 의원실 소속 인턴 2명에게 1명당 50만 원씩 월 100만 원을 약 1년간 지급한 내용의 자료도 확보했다. 다음 주 전 수석 소환 조사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횡령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alwaysj@donga.com·전주영 기자}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수사 대상인 현직 의원은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 최경환, 원유철, 이우현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검찰 소환에 앞서 사퇴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친박 핵심인 최 의원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최 의원은 2014년 하반기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낼 당시 국정원 측에서 직접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이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 원을 주도록 결정하고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최 의원은 측근들에게 “황당하다. 국정원이 무슨 돈을 갖다 주고 그랬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유명 인테리어 업체 대표 안모 씨(48·구속)에게서 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딸 결혼식 문제로 7000만 원을 빌렸다가 이자까지 더해서 갚았다”고 해명했다. 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1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원 의원의 경기 평택시 지역구 사무실과 회계 담당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원 의원은 “어떠한 불법 정치자금도 수수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5년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 3억 원을 돈세탁한 조직폭력배 배모 씨와 전 수석이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통화 시점은 조폭 ‘구로구 식구파’ 배 씨가 세탁한 현금 8000만 원을 승용차 안에서 전 수석의 당시 보좌진에 전달한 지 4일이 지난 때였다. 전 수석은 16일 사의를 표명하며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17일 새벽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은 구속됐지만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남,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히면서도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선 “도망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송찬욱·문병기 기자}
30대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 판사의 아버지는 법조인 출신 야당 중진 국회의원이며 삼촌은 현직 판사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홍종희)는 1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서울의 한 법원 소속 A 판사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피의자의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해 법원에 벌금형을 요청한 것이다. 법원은 만약 약식 기소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A 판사가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 양형 자료를 종합해 검찰의 통상 기준대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A 판사는 7월 17일 밤 서울 지하철 4호선 전동차 안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서 있는 여성 승객의 치마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사진 3장을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판사는 이 장면을 목격한 남성 승객에게 붙잡혀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역무원에게 넘겨졌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A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3년 뒤 출소할 예정인 조두순(65)을 출소시키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 동참 인원이 13일 48만 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청원 가운데 최다다. 조두순은 2008년 8세 초등생 여아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경북북부제1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두순은 평소 독방에서 주로 기독교 성경을 읽으며 내용을 필사하고 있는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조두순과 함께 복역하다 출소한 전 수용자에 따르면 그는 3.3m²(약 1평) 조금 넘는 독방에서 틈날 때마다 성경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두순은 올 초 교도관에게 부탁해 성경을 구입했다고 한다. 교정시설은 수용자가 요청하면 종교단체를 통해 성경 등을 구입해 전달한다. 누리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출소 반대 청원을 올렸다는 소식을 조두순은 동료 수용자에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수용자 중에는 영치금으로 구독료를 내고 신문을 보는 사람도 있어 조두순은 자신에 대해 언론이 어떤 내용을 보도했는지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또 그는 법무부 교화방송 ‘보라미방송’ 채널에서 오후 8시에 틀어 주는 뉴스 프로그램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두순은 출소 반대 청원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는 올 초 동료 수용자에게 “언론에 크게 주목을 받은 사건이어서 다른 수용자들이 나를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본다”고 고충을 털어 놓은 적은 있다고 한다. 성격이 사교적이지 않은 조두순은 평소 동료 수용자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면회를 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한다. 가끔 찾아 오던 그의 부인도 4, 5년 전부터는 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매일 운동시간마다 교도관과 함께 감방 밖에서 30분간 걷기운동을 하는 등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다.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은 9월 6일 청와대 사이트에 처음 올랐다. 청원에 동참하는 사람은 서서히 늘다가 이달 초 폭증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피해자 아버지가 “조두순은 우리를 금방 찾아낼 것”이라며 불안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성범죄자 형량이 가해자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청원게시물은 3000개가 넘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일사부재리(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똑같은 내용의 공소 제기는 불가) 원칙 때문에 조두순의 형량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다뤄온 천정아 변호사는 “조두순의 형량이 다른 범죄와 비교할 때 결코 낮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금순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아동성범죄자들의 신상 공개와 조만간 도입할 취업 제한은 다른 중범죄에도 적용하지 않는 강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여가부에는 신상 공개 대상 성범죄자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2012년 868명에서 2016년 1211명으로 늘었는데 구속 비율은 30.4%에서 16.2%로 떨어졌다. 2020년 조두순이 출소하면 그의 나이는 68세가 된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측근들이 롯데홈쇼핑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을 빼돌리는 데 조직폭력배 배모 씨가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배 씨는 폭력조직 ‘구로구 식구파’ 소속으로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활동했다. 검찰은 배 씨가 전 수석의 측근 윤모 씨를 도와 ‘돈세탁’을 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녹취파일을 확보하고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검찰, ‘돈세탁’ 정황 녹취파일 입수 지난해 9월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초 방송 재승인 심사를 받을 때 정·관계 로비를 한 의혹을 수사하다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57)으로부터 ‘전병헌 500’이라고 적힌 메모를 압수했다. 또 강 전 사장이 재승인 심사 문제로 당시 국회의원이던 전 수석과 전 수석의 비서관 윤 씨를 만났다는 내용이 담긴 롯데그룹 정책본부 보고서도 입수했다. 전 수석은 홈쇼핑 채널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당시 수사에서는 롯데홈쇼핑이 구입한 기프트카드를 전 수석 가족이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하지만 기프트카드 사용 금액이 크지 않았던 데다 전 수석이 롯데 측에서 추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그 직후 국정 농단 사건이 본격화하면서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잠정 중단됐다. 전 수석의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재개된 건 올 1월 배 씨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에서 수사를 받으면서라고 한다. 검찰은 당시 도박 사건을 수사하다 배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검찰은 배 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다가 배 씨가 전 수석의 측근 윤 씨와 수상한 통화를 한 녹취파일을 발견했다. 녹취파일에는 배 씨가 평소 ‘동네(서울 동작구) 친구’로 알고 지내던 윤 씨에게 “‘돈세탁’한 현금 8000만 원을 차 안에서 전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폭 배 씨가 수사 ‘키 맨’” 배 씨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은 전 수석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낸 후원금 3억 원의 비밀을 푸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배 씨는 e스포츠협회에서 1억1000만 원을 빼돌려 돈세탁을 한 뒤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뺀 8000만 원을 윤 씨에게 돌려줬다. 돈세탁에는 배 씨와 관련된 업체 두 곳이 동원됐다.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이 배 씨를 거쳐 다시 전 수석의 측근에게 흘러간 윤곽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배 씨와 윤 씨, 전 수석의 또 다른 측근 김모 씨를 업무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10일 구속했다. 또 배 씨를 상대로 자금세탁을 맡은 경위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배 씨가 향후 전 수석 사건의 실마리를 풀 ‘키 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배 씨와 전 수석의 측근 윤 씨의 관계 등으로 볼 때 e스포츠협회 자금 횡령 건 외에도 배 씨가 전 수석 측 정치자금 관리에 추가로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 수석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며 측근 윤 씨 등과 선을 긋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5월 10일) 6개월을 하루 앞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잇따라 자살한 사건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사건의 당사자를 넘어선 피해자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거기다가 칼을 주고 흔들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좌천된 검사들에게 4년 만에 당시 맞섰던 사람들을 수사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자력구제 금지’의 법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국정원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방해받았다는 검사들이 다시 수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 외부에서 봐도 누가 (수사 내용을) 믿겠나”라고 지적했다. 사건을 재배당하라는 의원의 지적에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대검과 협의해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참으로 안타깝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폐청산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흔들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적폐청산 수사를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참새 소탕 작전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참새가 해충을 잡아먹는 걸 간과한 채 “곡식을 먹는 해로운 동물을 없애자”며 ‘제사해(除四害) 운동’을 벌이고 난 뒤에 의도와 달리 흉작만 이어졌다는 얘기였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핵심 측근들과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나라가 자꾸 과거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적폐청산의 명암 정치권에서 매일같이 공방이 벌어질 정도로 문재인 정부 6개월간 국민의 머리에 가장 크게 각인된 것은 경제나 통일·외교 분야도 아닌 적폐청산이다. 현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7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자마자 검찰과 경찰은 어느 기관보다 빨리 움직였다. 몇 개월째 당정청은 ‘적폐청산’ 구호를 외치면서 고발과 수사 의뢰가 이어졌다. 체포와 압수수색, 구속 뉴스가 쏟아졌다. 그리고 약 두 달 사이에 MB·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몇몇 인사들의 자살사건도 이어졌다. 9월 21일 김인식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사 타깃이었던 하성용 전 KAI 사장은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었다. 이어 10월 30일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 국정원 측 방어를 맡았던 정치호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고,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투신자살했다. 국정원과 군, 각 부처에 설치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팀들이 들춰낸 자료들은 검찰 수사의 단서가 됐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씨 등 전직 국정원장들은 특수활동비 문제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재철 전 MBC 사장도 각각의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직권남용’ 위주의 적폐 수사 논란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에선 ‘이전 정권 사정’과 달리 돈이 오고간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정치에 관여했다는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 역시 국정원법 위반 혐의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관련자들은 직권남용 혐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에 연루된 김 전 장관은 군형법상 정치 관여 금지,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이를 놓고 노무현 정부 때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MB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박근혜 정부 때의 MB 정부 자원외교 수사(성완종 게이트)나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 관련 수사 등은 모두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것이어서 현 정부의 적폐 수사와 대비된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놓고 ‘상납’ ‘뇌물’ 적용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다. 구여권에선 관례적 통치자금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반면 차제에 잘못된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요구한 방식이나 청와대에 돈을 전달한 방식이 ‘관행’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적폐청산 수사가 궁극적으로 MB나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성 아이템’ 찾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전직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댓글 수사나 특수활동비 수사를 놓고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이슈들을 선정해 이에 관여된 모든 사람을 잡아들이겠다는 것처럼 비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적폐청산의 컨트롤타워가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윤 지검장에게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사팀이 변 검사 수사에 나선 날, 오전 7시에 변 검사의 집으로 들이닥쳐 그의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모욕을 줬다는 지적을 의식한 지시였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런 상황 자체가 컨트롤타워를 잃어버린 적폐 수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는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한 ‘한(恨)’이 서려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반면 청와대는 “청와대가 국정과제의 물꼬를 텄을 뿐이고 이젠 검찰이 알아서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이 취임 때 “민정수석은 수사지휘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처럼 검찰 수사 업무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한 고위 인사는 “법무부장관을 통해 청와대가 수사의 방향과 정도를 조율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수사의 관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 관성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살했지 않나”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출범한 새 정부로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잘못된 제도나 관행, 즉 ‘적폐’를 해소하는 게 국정 제1과제일 수 있다. 다만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여권이 좋아하는 아이템 위주로 정치권력 차원에서 적폐청산을 한다면 그거야말로 또 하나의 적폐다”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진정한 적폐청산은 컨트롤타워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주제를 파악하고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박성진·전주영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의혹 수사 도중 터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의 투신자살로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검찰개혁 공약과 달리 오히려 검찰을 정치적 사건의 한복판으로 등 떠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잘못된 인사가 화근” 7일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 등 수사팀에 대한 문책론이 나왔다.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2·38기)가 지난달 30일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자살한 데 이어 변 검사마저 목숨을 버린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팀에 대한 인사 조치를 법무부에 건의하거나 윤 지검장 스스로 거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수사팀 외에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줄줄이 언론에 새나가며 ‘망신 주기’ 수사를 했고 그 결과 수사 대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과정이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식으로 창피하게 수사할 거면 차라리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인사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8월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2013년 ‘댓글 사건’ 수사팀이었던 검사들은 진재선 검사(43·30기)가 공안2부장, 김성훈 검사가 공공형사수사부장(42·30기)으로 발령 나며 사실상 공안 라인을 점령했다. 댓글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한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이들을 지휘하는 2차장에도 공안통 대신 윤 지검장과 가까운 특수통인 박찬호 차장검사(51·26기)를 앉혔다. 게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댓글 수사팀 출신인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49·25기)과 친노 정치인인 백원우 민정비서관(51)이 점령했다.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야당 역할을 하며 균형추가 될 인사가 없는 실정이다.○ 수사팀 “계속 철저하게 수사할 것” 국정원 수사팀은 7일 “해오던 대로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변 검사의 자살로 인해 수사 흐름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는 자세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은 변 검사의 진술로써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날 변 검사의 빈소에서 유족들은 “검사들 조문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두고보자”며 오열했다. 변 검사의 모친은 “사람 죽여 놓고 축하한다고 꽃을 보내는 거냐”며 국정원장 명의의 화환을 부쉈다. 또 조문을 온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유족들은 “무슨 적폐 청산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박 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곧바로 빈소를 빠져 나갔다. 경찰은 변 검사의 죽음을 투신자살로 최종 결론지었다. 유족이 원치 않는 점을 감안해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황성호 기자}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6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 출석을 앞두고 투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변 검사는 공안수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였다. 또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당시 인사를 하러 온 검사에게 “후배가 왔는데 대접할 게 별로 없다”며 직접 과일을 깎아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믿고 싶지 않다”는 탄식이 나왔다.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2·38기)에 이어 변 검사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영장심사 1시간 앞두고 투신 변 검사는 변호인 허태원 변호사(47·33기)와 함께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에 출석하러 허 변호사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허 변호사는 변 검사가 2009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으로 근무할 때 부원으로 함께 일했던 검찰 후배다. 허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변 검사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한 뒤 건물에서 뛰어내렸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 목격자는 “와이셔츠와 파란색 넥타이 차림의 변 검사가 머리에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떨어진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변 검사의 사인은 건물에서 떨어지며 생긴 외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다. 변 검사는 2013년 국정원에서 원장 법률보좌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변 검사는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50·21기),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43·30기)와 함께 국정원이 ‘댓글 사건’에 대응해 꾸린 일명 ‘현안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변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꾸미고 허위 서류를 갖다놓는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국정원 직원들에게 재판에서 위증하도록 지시한 혐의(위증 교사)를 적용했다.○ “국정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변 검사의 빈소는 투신 직후 이송된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졌다. 유족은 “국정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다 뒤집어 씌웠다. 아이들이 보는데 압수수색을 당하고 후배 검사한테 15시간이나 조사 받으면서 너무나 원통해하고 억울해 했다”며 절규했다. 이날 밤 늦게까지 빈소엔 유족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변 검사의 연수원 동기인 한 검사는 “변 검사와 최근 통화하면서 ‘잠깐만 고생하면 된다. 금방 지나간다’라고 달랬지만 억울해 했다. 스스로 견디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비통한 심정이다. 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뜻을 밝히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총장과 대검 간부들은 이날 오후 11시경까지 빈소를 지켰다. 문 총장을 비롯해 일부 검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변 검사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위아래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변 검사의 불행한 일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를 비롯해 함께 일했던 검사들 수백 명이 빈소를 찾았다. 7일 새벽 변 검사의 유족들은 빈소에 남아있던 검사들을 향해 “검찰총장이 무슨 정치인처럼 유세를 하러 왔느냐. 순시하듯이 돌면서 악수하고 여기가 무슨 잔칫집이라고 찾아와 술 먹는 자리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족 측은 “검사들 조문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두고보자”며 오열했다. 변 검사의 모친과 아내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며 이 같이 말하자 빈소 내부에는 정적만 감돌았다. 한 유족은 “남의 일이라고 술이 넘어가느냐”며 검사들을 향해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검사들은 유족들의 항의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빈소에 남아있던 검찰 관계자들은 하나둘씩 빈소를 떠났고, 변 검사의 지인들은 “잊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 “수사 서두르다 빚어진 참사” 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거친 공안통이다. 울산지검 공안부장이던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서거했을 때 사고 현장 확인과 부검을 지휘했다. 국정원 수사를 이끌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 검사는 유력한 검사장 승진 후보였다. 하지만 8월 인사 때 국정원 파견 근무 경력이 문제가 돼 탈락했다고 한다. 변 검사는 서울고검으로 발령 난 뒤 크게 낙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 책임론이 제기됐다.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의혹 수사는 앞서 구속된 한 국정원 간부의 폭로로 시작됐다. 당초 대검찰청 수뇌부는 보고를 받고 “수사 방해 의혹은 사건의 곁가지이므로 나중에 천천히 수사하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내부에서 말을 맞추고 증거를 없앨 수 있다”며 수사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수사팀이 변 검사 등 현직 검찰 간부들을 조사하면서 소환시간을 사전에 공개하고 민감한 피의사실을 언론에 누설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변 검사로서는 평생 몸담았던 조직에서 ‘잡범’ 취급을 당하며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수 ys@donga.com·허동준·전주영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9)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모해위증)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사진)에 대한 기소가 잘못됐다며 담당 검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는 법원이 1일 항소심에서 권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사건 기록과 판결문을 검토했다. 공안2부는 대검찰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권 의원 기소는 법률가로서 해서는 안 될 기소를 한 것”이라며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또 “수사검사와 기소를 승인한 간부에 대해 엄정한 평정이 필요하다”며 권 의원 사건 수사 라인에 대해 사실상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검은 조만간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권 의원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를 논의한 뒤 8일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검찰은 2015년 8월 권 의원이 김 전 청장의 1, 2심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이 명백한 거짓이라며 권 의원을 모해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의원은 법정에서 “2012년 12월 12일 김 전 청장이 갑자기 전화해 화를 내며 ‘국정원 직원 K 씨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전화한 시점이 수사팀이 지휘부 의견에 따라 영장 신청을 보류한 지 3시간쯤 지난 때여서 급히 통화할 이유가 없던 점 등 드러난 사실로 볼 때 권 의원이 위증을 했다고 보았다. “수서경찰서장 L 씨가 경찰 간부 H 씨에게 ‘엉겁결에 (2012년 대선 직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일을 후회한다’고 이야기했다”는 권 의원의 증언도 검찰은 위증으로 판단했다. 수사 결과 L 서장이 그런 이야기를 한 일도, H 씨가 L 서장이 한 말을 권 의원에게 전한 적도 없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1, 2심 재판에서 △권 의원의 증언은 일정 부분 주관이 섞인 의견으로 봐야 하며 △일부 증언은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증언 당시에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권 의원의 증언이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김 전 청장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근무하며 권 의원을 기소했던 김신 부장검사(49·사법연수원 27기)는 2013년 ‘댓글 사건’ 수사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66·구속)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반대한 전력이 있다. 당시 대검찰청 공안2과장이던 김 부장검사는 수사팀 소속이던 절친한 대학 동기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49·25기·당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과 원 전 원장 처벌에 대한 견해차로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댓글 사건’ 수사팀 출신이 주축인 서울중앙지검이 김 부장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은 ‘보복성 징계 요구’라는 뒷말이 나온다. 검찰은 통상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수사나 기소 과정에 검사의 잘못이 있었는지 따져서 ‘무죄 분석 보고서’를 쓴다. 간혹 ‘검사가 기존 판례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거나 ‘기소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담당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담당 검사에 대해 ‘엄정한 평정’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면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해 향후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혐의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달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 이후 재판을 거부하면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버티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 ‘통치자금’ 수사로 비화되나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뿐이라며 형사책임은 부인하고 있다. 뇌물수수의 주체가 아니라 단순한 ‘돈 심부름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아파트 구입 대금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자기방어에 나서면서 박 전 대통령을 ‘방패’로 삼은 셈이다. 또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모른다. (중간에서 착복해)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안 전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이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자금’ 수사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비서관이 제 살길 찾으려고 박 전 대통령을 걸고넘어졌다. 개가 주인을 문 꼴”이라며 격분했다. 이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을 박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의 업무체계로 볼 때 박 전 대통령이 먼저 특활비 상납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오겠다고 보고하고 구두로 허락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의 진술 외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돈이 전달됐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자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을 승인한 사실이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을 이 전 비서관 등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이 이 전 비서관 등에게 전달한 특활비가 현금인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뒷받침할 물증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최측근이었던 이 전 비서관과 법정에서 말뿐인 ‘진실 게임’을 벌여야 한다. 이 전 비서관과 달리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뚜렷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국정원 특활비를 나눠 받은 사실을 자백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도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뇌물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 예상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이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측근이었으므로 돈을 받은 것 자체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에는 검찰의 이 같은 법 해석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있어서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전 비서관 등이 대통령의 인사권과 예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건 법적으로 다퉈볼 부분이 있다. 검찰이 이 전 비서관 등이 받은 국정원 돈의 ‘직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채우기 위해 국정원의 특활비를 끌어다 쓰는 것은 관행이다. 이 전 비서관 등이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면 뇌물보다는 횡령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전달된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일축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김윤수·전주영 기자}

《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실세로 군림했던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혐의(뇌물수수)로 31일 검찰에 체포됐다. 이 전 비서관 등은 국정원에서 5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든 007가방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매달 1억 원씩, 총 수십억 원을 받아 쓴 혐의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이르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이 31일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 대해 국가정보원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을 요구해 매달 1억여 원씩, 총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문고리’들이 먼저 상납 요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오전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을 비롯해 남재준(73) 이병기(70) 이병호 전 국정원장(77),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1)의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64) 등으로부터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먼저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국정원 관계자를 만나 5만 원권 1억 원이 담긴 007가방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 등이 먼저 돈을 요구했고 국정원 고위직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국정원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고 숨어 지내왔다. 박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채명성 변호사는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 대해 “세상인심이 무섭더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증언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박근혜 정부 전직 국정원장 3명은 특활비 상납을 승인한 혐의(뇌물공여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아 특활비 출납을 담당했던 이 전 실장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안 전 비서관 등은 특활비 상납 대가로 국정원의 ‘금고지기’인 이 전 실장을 각별하게 챙겼다고 한다. 이 전 실장은 국회 대관 업무와 대기업 민원 창구 역할 등 기존에 국내정보 파트가 하던 일을 기조실로 가져가 업무영역을 넓혔다. 또 공공연하게 국내정보 파트에 자신의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이 전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안 전 비서관 등이 청와대에서 ‘방패’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 국정원 간부는 “이 전 실장의 위세가 워낙 대단해 국정원은 ‘헌수 랜드’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권 수사로 확대 가능성 이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들이 국정원에서 상납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부동산 매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또 국정원의 특활비가 친박(친박근혜)계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초기 여권에서 실세로 통했던 일부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도 공직자이기 때문에 특활비를 받아 쓴 사실이 드러나면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 등이 특활비를 상납받는 데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특활비를 썼기 때문에 따로 국정원에 손을 벌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청와대 특활비를 거의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조 전 수석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58·구속 기소)도 국정원의 특활비를 받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수석 등이 국정원에 각종 업무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는 지위였으므로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수석은 매달 500만 원씩 1년간 총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현 전 수석도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매달 국정원에서 50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은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보충하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끌어다 쓴 것은 옛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민 세금을 지금껏 눈먼 돈처럼 썼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일축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전주영·김윤수 기자}

# 검찰은 최근 주요 대기업의 사회공헌팀에서 2008년 이후 최근까지 공익단체 지원 내용을 제출받았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 수사 참고자료를 요청하는 형식이었다. 사회공헌 담당 임원들도 여러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사실상 이명박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수 정권 9년간 대기업의 기부 명세를 다 들여다보는 셈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일명 ‘화이트리스트’ 수사의 확대 버전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결국 보수단체 지원 사실을 실토하라는 거니 정부의 ‘야마’(핵심이란 뜻의 일본말)에 맞춰 보수단체 위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 없이 무리한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27일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박근혜 정부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의 경찰 인사 개입 의혹,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논란,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 의혹, 롯데월드타워 건립 특혜 의혹, 강원랜드 채용 비리, KBS 등 방송 장악 의혹 등 대략 10개 안팎의 수사를 촉구하는 주문이 쏟아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같은 적폐청산 수사 촉구에 “유념하겠다. 엄중히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 ‘자나 깨나 적폐청산’에 곳곳 대치 검찰, 국가정보원, 정부 부처 등 여권이 전방위로 적폐청산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이 온통 ‘지뢰밭’이다. 검찰의 수사력이 총집결된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적폐청산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수사부서 24곳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9곳에서 적폐 수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과 국군 기무사령부의 심리전단 활동을 비롯해 보수 정권 9년의 치부에 검찰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첨단범죄수사1부에 배당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도 속속 수사를 의뢰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너에 몰린 보수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며 ‘맞짱’을 떴다. 청와대가 각 부처에 적폐청산 TF를 구성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과 관련해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내비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해임 카드’도 거론했다. 당초 적폐청산은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촛불 민의’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촛불의 명령’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유인태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국가기관이 불법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줘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적폐청산은 과거 권력의 잘못된 행태를 끊자는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 원로와 전문가 사이에선 적폐청산의 본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적폐청산이 ‘전환기 정의 세우기’라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돼 진두지휘하다 보니 ‘정치 보복’이라는 반격을 불렀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 적폐청산 대상 목표 명확해야 문재인 정부는 출범 6개월을 맞도록 적폐청산 외에 별다른 미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적폐청산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적폐로 몰린 이들의 저항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적폐청산을 하자면 양파 껍질 까듯 5년 내내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김영삼 정부)은 “적폐청산은 미래로 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인데 이 정부가 하려는 적폐청산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현실적인 비전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때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과 같은 적폐청산은 ‘한국병 치유’라는 국정 비전을 국민과 공유하며 동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적폐청산의 칼끝이 정해진 수순처럼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것에도 우려가 나왔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정치의 본질은 사회 통합이다. 여권이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으로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라”고 주문했다. 과거 정권의 폐단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다 뜯어고치려는 것 자체가 과욕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 석좌교수는 “부처별로 잘못된 관습이 있다면 조용히 들춰내 가능한 것부터 고치고, 임기 말에 국민 앞에 결산 보고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 뒤 미처 못 한 부분에 대해선 국민의 선택을 다시 구하는 게 ‘책임 정치’라는 얘기다.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전주영 기자 ●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김형오 전 국회의장,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인태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정책학회장),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임채정 전 국회의장,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검찰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장수 전 주중 대사(68)를 출국금지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당시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던 김 전 대사를 출국금지했다. 김 전 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사실 등을 유선과 서면으로 보고한 당사자다. 김 전 대사는 청와대 상황보고서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서면보고를 한 시간을 사고 당일 오전 9시 반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받고 있다. 김 전 대사는 후임자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68) 재직 당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변경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김 전 대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같은 해 5월 경질됐다. 청와대는 같은 해 7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제18조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위기상황의 종합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에서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 분야 위기를 종합 관리한다’로 바꾸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12일 김 전 실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 전 대사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28분 해양경찰청에서 보고를 받고 30분가량 보고서를 작성해 오전 10시경 박 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했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첫 보고 시각을 오전 9시 반으로 적은 최초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변경에 대해 “퇴임 후 일이라 아는 바가 없다”는 자세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형사부를 강화한다며 전국의 특별수사 및 공안사건 담당부서와 검사 수를 크게 줄였다. 하지만 문 총장의 노력은 아직 빛을 못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국가정보원 수사팀을 40여 명 규모로 확대하면서 자체 인력으로는 감당을 못 해 전국에서 20여 명의 검사를 파견받았기 때문이다. 일선 검찰청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떠난 검사들이 남기고 간 사건을 남은 검사들이 나눠 맡는 건 기본이다. 국정원 수사에 차출된 검사 대부분이 평소 후배 검사 지도 등 궂은일을 해온 고참들인 까닭에 각 검찰청은 말도 못하고 속을 끓이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검찰청에서 차출해 온 검사들에 대해 “어차피 내년 평검사 정기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 날 검사들을 몇 달 일찍 데려온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어차피 올 사람, 조금 일찍 데려다 쓰는 것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다. 서울중앙지검의 설명대로 국정원 사건에 투입된 검사들은 각 소속 검찰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인력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 전국 검찰청 형사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근무는 일선 평검사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수사하며 문자 그대로 입신양명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선 형사부 평검사 사이에서는 내년 초 정기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예년 같으면 서울중앙지검 근무는 법무부나 대검찰청 기획부서에서 근무한 잘나가는 검사들이나 특수부, 공안부에서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문 총장이 형사부 강화를 공언한 만큼 올해는 민생사건 전담인 형사부 검사들에게도 이전보다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할 검사’라며 동료가 차출됐으니 남은 검사들이 열패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사가 나기도 전에 이미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할 검사가 정해졌다면 남은 기간 열심히 일을 해봤자 달라질 게 뭐가 있느냐 하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형사부의 이런 분위기가 국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검찰 간부는 “형사부 검사들을 기죽이는 이런 ‘줄 세우기’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전주영·사회부 aimhigh@donga.com}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및 공무원 불법사찰’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검찰에 의해 출국 금지됐다. 검찰 출신인 최 전 차장은 최근 출국 금지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대학 동기이며 친구 사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수사 의뢰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전 차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등을 사찰한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 전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사찰 결과를 최 전 차장에게도 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전 차장이 문체부 관계자들의 뒷조사를 지시했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전 차장은 “이 전 감찰관의 동향 파악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차관급 이상 공직자의 인사 관련 자료를 관리하고 우 전 수석과 이에 대해 얘기한 것은 국정원의 통상 업무”라고 해명했다. 또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에 대해 “과장급 직원으로부터 작년 상반기에 보고받았지만 그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더는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또다시 출국 금지됐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16일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우 전 수석에 대한 ‘비선 보고’ 의혹을 수사 의뢰한 뒤 우 전 수석을 출국 금지했다. 검찰은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우 전 수석을 수사하면서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하지만 이후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불구속 재판이 시작되면서 출국 금지를 해제했다. 추 전 국장은 검찰에서 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에 대한 뒷조사를 지시해 조사 결과를 비선으로 서면 보고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아 문체부와 함께 좌파 성향 문화예술인 축출 시도, 일명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이 이광구 우리은행장(60),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71) 등을 불법 사찰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원이 우 전 수석에 대한 통신영장을 두 차례 연속 기각한 사실을 공개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이 안태근(전 법무부 검찰국장), 김수남(전 검찰총장)과 엄청난 통화를 한 내역에 대해 영장이 두 번 기각됐느냐” “당시 영장 전담이 현재 영장 전담판사인가”라고 물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를 시인하면서 “이런 수사는 하지 말란 모양이다 싶어서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60)은 2014년 우 전 수석이 공정위 측에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을 요구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가 확대되면서 검찰 안팎에 피로감이 높아지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또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사 인력을 확충해 단기간에 수사를 끝낼 계획을 밝혔다. 문 총장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길게 끌면 피로감이 커질 것 같아서 시한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한 빨리 마치는 것을 목표로 수사팀 증원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적폐청산 대검-수사팀 온도차” 문 총장은 또 “정부의 여러 위원회나 개혁위에서 논의, 검토한 사안들이 하나둘씩 검찰에 넘어오는 상황이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국방부 군 적폐청산위원회,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등 각 부처의 적폐청산 기구들은 과거 정권에서 의혹이 있었던 사건에 대해 연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울중앙지검은 사실상 적폐청산에 전부 투입된 상태다.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 산하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 조작 의혹(특수1부) △대기업에 보수단체 불법 지원 요구(특수3부) △BBK 관련 고발사건(첨단범죄수사1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원 전담수사팀에도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 외사부(부장 김영현) 등 30여 명의 검사가 투입돼 국정원 관련 의혹은 물론이고 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의혹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문 총장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적폐청산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단기간에 결론을 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이상 검찰에 적폐청산 책임을 떠밀지 말라’는 항의의 뜻도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총장의 발언은 최근 검찰 내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한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검찰의 핵심 역량이 검찰의 본분인 민생 안정이 아닌 전전 정권, 전 정권 적폐청산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이런 식으로 전 정권 수사만 하다가는 영영 ‘정치검찰’ 꼬리표를 못 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과 적폐청산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온도차’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법원이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이 자신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그 같은 일을 벌인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 법무부와 공수처 문제도 이견 이날 문 총장은 법무부가 15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법무부에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장관이 공수처 설치안을 만들며 “대검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문 총장의 발언은 법무부의 공수처 설치안이 자신들의 뜻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검은 향후 국회에서 공수처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면 그때 가서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법무부가 15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안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남용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 권고안이 ‘슈퍼 공수처’ 논란에 휘말렸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공수처장 임명은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대한 차단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인물을 고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행정부),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사법부), 국회(입법부), 대한변협 회장(민간)이 추천하는 4인으로 구성해 삼권분립의 취지가 반영되도록 했다. 또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자 2명을 놓고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가 협의해 최종 후보자 한 명이 결정되면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을 하도록 정한 점도 흥미롭다. 국회가 사실상 공수처장을 결정하도록 해 대통령은 형식적 임명권만 행사하게 한 것이다. 국회의 수사요청 규정을 삭제한 것도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기존에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일정 수 이상의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공수처가 의무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도록 돼 있다. 반면 법무부 안은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공수처가 자칫 정쟁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 안은 공수처 규모도 개혁위 권고안의 절반 수준인 검사 25명, 수사관 30명 이내로 줄였다.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 3개 정도 규모로 꾸려 공수처가 권력기구로 변질되는 것을 지양하고 꼭 필요한 수사만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 심사위원회’ 설치도 법무부 공수처 설립안의 특징이다. 앞서 개혁위 권고안은 공수처 검사가 특정 사건에서 ‘봐주기 수사’를 할 경우 이를 견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 안은 불기소 처분을 하려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 심사위의 사전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여야는 15일 법무부가 발표한 공수처 신설 방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며 적극 찬성했다. 국민의당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권에 밉보인 공직자를 표적 사정하는 기관이 될 것”,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윤수 기자}

최근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에서는 신입 입소자들이 특이한 ‘신고식’을 치르곤 한다. “감방에 들어가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입실을 거부해 징벌을 받는 일이다. 이는 기존 수용자들이 신입 입소자에게 “이 방에는 당신 누울 자리가 없으니 알아서 나가라”며 협박하는 바람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입실을 거부한 신입 입소자는 일정 기간 TV 시청과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 독거실(독방)에서 생활하는 벌을 받는다. 감방이 꽉 찬 상황에서 계속 신입 수용자가 배정되다 보니 공간 부족에 불만을 품은 기존 수용자들이 텃세를 부리며 벌어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과밀이 심각한 구치소나 교도소일수록 ‘신고식’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 “1만 명 이상 수용할 교정시설 필요” 7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교정시설 수용 정원은 4만7000명. 하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5만7630명에 달한다. 법적 기준에 맞는 교정시설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교정시설을 추가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교정시설 규정상 1인당 기준면적은 2.58m²(약 0.8평)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교정시설 탓에 전국 수용자의 62%인 3만5000명가량은 기준 면적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특히 전체 수용자의 23%인 1만3000명은 1.79m²(약 0.5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지낸다. 일부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는 6인용 혼거실을 규정 정원의 2배가 넘는 13명이 함께 쓰기도 한다. 여성 수용자의 과밀 수준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4월 기준 여성 수용자 수는 3979명으로 2008년에 비해 57%가량 증가했다. 여성 수용자 수용률은 135%로 전체 수용률 평균 122.6%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감방 과밀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가석방 심사기준을 높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 법무부는 2013년 통상 형기의 70∼80%를 마친 수형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가석방 심사기준을 형기의 90% 수준으로 높였다. 이후 교정시설 과밀화가 심각해지자 2015년 말 다시 기준을 80% 수준으로 낮췄지만 과밀화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국 교정시설의 감방이 빽빽한 콩나물시루로 변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혼거실 수용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방 안 온도가 30도가 넘는 여름에는 자해소동을 벌이거나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징벌을 받고 독거실로 옮기려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한 교도관은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수용은 감금에 불과하다”며 “사정이 이래서는 교정시설의 본래 기능인 교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교도소 내 과밀 수용 행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구치소에 열흘간 수용됐다가 석방된 강모 씨는 “구치소 내부 1.06m²(약 0.3평)에서 팔다리를 마음껏 뻗지 못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교정시설의 지나친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향후 5∼7년 내 수용자 1인당 생활면적을 2.58m²(0.8평) 이상으로 넓히라”고 권고했다. 8월에는 교도소와 구치소 내 과밀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부산고등법원은 수용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수용자 1인당 2m² 이하에서 생활하게 한 기간만큼 위자료를 줘야한다”며 “정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150만 원과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교정 인력 부족도 심각 교정시설 부족만큼이나 교도관 인력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교도관 한 사람이 담당하는 수용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3.6명이다. 이는 캐나다와 벨기에의 1.1명, 프랑스의 1.4명, 영국의 2명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무원 정원 동결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미 증원이 예정됐던 교도관 300여 명이 증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공무원 증원 억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고 결과적으로 교도관 수는 소폭 감소했다. 이 같은 인력 부족으로 ‘교도관 트레이드’라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3월 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구속 수감되자 서울구치소는 급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전담할 여성 교도관 인력 충원을 시도했다. 24시간 내내 박 전 대통령을 감시 및 보호하려면 기존 여성 교도관 수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구치소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서울구치소의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서울구치소는 남자 교도관 3, 4명을 내주고서야 같은 수의 여성 교도관을 받을 수 있었다.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도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교도관이 삼단봉으로 손쉽게 수용자를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권이 강조되면서 그 같은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도관들이 악의적인 고소·고발, 인권위원회 진정·제소 등을 꺼리는 것을 악용하는 수용자도 적지 않다. 일부로 각종 투서와 진정 등을 내 교도관을 골탕 먹이는 것이다. 감방에서 배식을 받은 수용자가 창살 사이로 음식물을 교도관에게 던지거나 본인의 인분을 투척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이모 교도관은 “수용자와 말싸움을 하고 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숨쉬는 게 힘들다. 뒷목도 자주 아프다”고 호소했다. 교도관은 낮 시간에 근무하는 출정과 직원 등 사무직 교도관과 ‘주야비윤(주근-야근-비번-윤번)’ 4부제 형태로 근무하는 야간근무 교도관으로 나뉜다. 야간근무 교도관의 경우 첫날에는 주간 근무, 둘째 날은 오후 5시부터 셋째 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한 뒤 휴식하고 넷째 날은 교대로 쉬거나 근무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력 부족 때문에 출정과 직원이 야간근무를 하거나 야간근무 교도관이 넷째 날 비번 근무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정읍교도소 오모 교도관은 “8일에 하루꼴인 휴무일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교도관 대부분이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용자들은 구치소·수용소에 평생 있는 게 아닌 만큼 그들을 교화시킬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늘어난 수용자만큼 교도관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근무하는 김모 교도관(53)은 올 추석 연휴 당직을 서면서 근무 시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연휴 기간에는 출근하는 교도관 수가 적어서 수용자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각종 접견(면회) 및 운동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예민해진 수용자들이 감방 문을 걷어차는 등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잦다. 최근 몇 년간 수용자가 늘면서 수감 환경이 악화돼 수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김 교도관은 “연휴가 길다 보니 수용자들이 몹시 날카로워진 상태”라며 “예년보다 당직 근무가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전국 구치소, 교도소 수용자는 5만7630명으로 2012년의 4만5488명에 비해 26.7%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용시설은 거의 늘지 않은 까닭에 올해 4월 말 현재 전체 수용자의 62%인 약 3만5000명은 2.58m²(약 0.8평)가 채 안 되는 공간에 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1인당 2.58m² 미만의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용자의 절반 이상이 ‘위헌 시설’에 수용돼 있는 셈이다. 국내 구치소·교도소의 평균 수용률(수용 인원÷수용 정원×100)은 12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헝가리·131.8%)를 가까스로 면한 수준이다. 수용 인원이 늘면서 교도관의 업무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교도관 수는 2012년 1만6346명에서 올 9월에는 1만5871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수용자는 늘어났는데 교도관 수는 그대로이다 보니 호송 업무 등 지극히 기본적인 일만 처리해도 늘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교정 활동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