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김종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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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스포츠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골프, 농구, 야구, 라켓 종목 등을 체험하며 취재해왔습니다. 사람과 사랑, 땀과 꿈을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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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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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페테르센 ‘한국 킬러’ 별명 떼주겠다”

    세계 여자골프 랭킹 2위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사진)은 한국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여 있다. 한때 LG전자의 후원을 받았던 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거둔 통산 우승은 14회. 이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5개 대회에서 한국(계) 선수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 ‘한국 선수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페테르센은 한국에서 2승을 챙겼으며 지난해 롯데가 후원을 한 하와이 대회에서도 트로피를 안았다. 그런 페테르센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만큼은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박인비에 이어 상금 2위였던 페테르센은 세계 랭킹 레이스에서 6개월째 2인자 신세다. 이번 주 박인비와 페테르센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로 무대를 옮겨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6일 중국 하이난 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CC 블랙스톤코스(파73)에서 개막하는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 동반 출전한다. 3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박인비는 10.31점으로 페테르센(9.46점)을 따돌리고 47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랭킹 포인트 차이가 크지 않아 우승 한두 번으로 박인비가 달아나거나 페테르센이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아시아 지역 LPGA투어 2개 대회에 함께 출전했는데 박인비가 우위를 지켰다. 태국에서는 박인비가 단독 2위, 페테르센은 10위에 올랐고, 싱가포르에서는 둘 다 공동 4위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선두를 달리다 페테르센에게 1타 차로 역전패를 허용한 박인비는 대회 개막에 앞서 4일 열린 9홀 이벤트 게임인 굿윌트로피 대회에서 페테르센을 제압했다. 박인비는 후배 유소연(24)과 짝을 이뤄 페테르센과 조아나 클라튼(프랑스) 조를 1홀 남기고 2홀 차로 꺾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아시아와 유럽 출신 선수가 각각 8명이 나선 포볼 매치플레이에서 자신이 주장을 맡은 아시아 팀이 3-1로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평균 타수 1위(69.5타)를 기록하고 있는 박인비는 “3주 연속 출전이라 다소 피곤해도 샷감은 좋다. 화기애애한 이벤트 게임을 통해 코스 파악도 마쳤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개인전뿐 아니라 20개 출전국에서 2명씩의 대표선수 성적 합계로 국가별 순위를 매겨 시상한다. 지난해 김하늘과 함께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박인비는 올해 유소연과 함께 2연패를 노린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상금왕 장하나(KT)도 우승에 도전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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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위 3팀 “3강중 3위 SK가 가장 무서워”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에는 흔히 ‘줄서기’ ‘눈치싸움’ 등의 단어가 등장하곤 했다. 팀마다 포스트시즌에서 유리한 대진을 얻기 위한 파트너를 저울질하던 시기였다. 플레이오프는 4, 5위 팀이 맞붙은 뒤 승자가 1위 팀과 4강전을 치르고 다른 쪽에서는 3, 6위 팀이 만난 뒤 이긴 팀이 2위 팀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투는 방식. 올 시즌에는 다른 팀을 곁눈질할 여유가 없다. 9일 정규리그 종료를 눈앞에 두고도 1∼6위 가운데 결정된 순위가 전혀 없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어 포스트시즌 대비는 언감생심이다. 4일 현재 1위 모비스와 2위 LG가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으며 3위 SK가 한발 물러나 있다. 이날 전자랜드는 연장 끝에 김민구가 27점을 퍼부은 KCC에 83-91로 역전패했다. 오리온스는 인삼공사를 80-71로 꺾었다. 이로써 전자랜드, 오리온스, KT가 나란히 26승 26패로 공동 4위가 됐다. 이 중위권 세 팀과 SK의 승차는 10.5경기 차로 상위 세 팀과 분명한 전력 차를 보이고 있다. 4∼6위 팀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 팀을 피해야 그나마 4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자랜드는 SK에 1승 4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KT와 SK의 상대전적은 1승 5패이고 오리온스는 SK를 상대로 6전 전패를 당했다. 중위권 세 팀 모두 6위만큼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예년과 달리 포스트시즌을 향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해당 감독들이 머리를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6일 오리온스와의 경기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자랜드는 시즌 전적 3승 3패인 KT와 동률로 정규리그를 마쳐도 득실차에서 앞서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KT는 동부, LG와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전창진 KT 감독은 “적어도 1승 1패를 기록한 뒤 전자랜드와 오리온스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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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이니까 먼저” “아우니까 먼저”

    LG 문태종(39)과 모비스 문태영(36) 형제의 어머니 문성애 씨(58). 그는 경기 오산시에서 근무하던 주한미군과 결혼해 낳은 두 아들을 미국에서 농구선수로 키운 뒤 현역 시절의 마지막을 모국에서 장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강했다. 그의 뜻에 따라 차례로 한국 땅을 밟은 두 아들이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있다. 그런 형제를 바라보는 어머니는 “벌써부터 감격스러워 목이 멘다”며 울먹거렸다. 1경기 차 선두인 모비스와 2위 LG는 7일 울산에서 맞붙는다. 모비스가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다. LG는 상대 전적에서 2승 3패로 뒤져 있는 모비스를 5점 차 이상으로 꺾어야 정상을 향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2009년 LG에 입단한 뒤 지난 시즌 모비스로 이적한 동생 문태영이나 2010년 전자랜드를 거쳐 올 시즌 LG로 옮긴 형 모두 정규리그 우승 경험은 없다. 이들 형제는 승리를 책임질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지난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문태영은 당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던 문태종을 꺾었다. 우산 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 우화의 등장인물이 된 어머니는 누굴 응원하기 힘든 처지지만 지난해 모비스에서 플레이오프 챔피언을 경험한 둘째보다는 첫째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큰애가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나이도 있고. 태영이는 아직도 팔팔하게 뛰잖아요. 앞으로 기회도 있을 것이고…. 근데 그게 엄마 뜻대로 되나요.” LG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도 어머니의 동정표를 사기에 충분하다. 어머니는 “형은 내성적이고 고분고분하다. 동생은 외향적이어서 가끔 심판에게도 대들 때가 있다”고 비교했다. 문태종은 2남 1녀를 뒀으며 문태영은 두 딸을 낳았다. 이들 형제 밑으로 또 미국에 아들이 있어 손주만 해도 7명인 어머니 문 씨는 국내에 머물 때는 장남 문태종과 함께 산다. 문태종은 “이번 금요일에는 이를 악물겠다. (태영이에게) 준비 철저히 해두라고 말하고 싶다”고 동생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문태영은 “정규리그 54경기 중 하나일 뿐이다. 경기 전에는 말로 답하지 않겠다. 코트에서 보여주겠다”고 응수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문태종은 농구를 알고 하는 좋은 선수다. 둘 다 지기 싫어하기에 수비에서 매치업이 되면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태영이의 공격력이 떨어지면 안 되므로 태종이는 다른 선수가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 LG 감독은 “형제지만 같이 붙었을 때는 승부욕이 대단했다. 태종이는 슈터 기질이 강하고 태영이는 파워 포워드 역할을 해낸다. 태영이의 일대일 플레이나 돌파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울산으로 응원 갈 계획인 어머니 문 씨는 “둘이 심하게 몸싸움이라도 하면 애가 탄다. 누굴 야단칠 수도 없고…. 그저 안 다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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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없이 꺾인 신구 골프황제들

    신구 골프 황제로 불리는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39·미국). 3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7140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이들은 둘 다 ‘잘못된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표현을 들어야 했다. 우즈는 13번홀까지 5타를 잃은 뒤 허리 통증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 이로써 우즈는 올 시즌 처음 출전한 PGA투어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서 3라운드를 치른 뒤 예선 탈락의 수모를 안은 데 이어 두 번째 대회에서도 전 경기를 끝내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우즈는 대변인을 통해 “경기 전 워밍업 때부터 안 좋았다. 상태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지켜 봐야 한다”고 밝혔다. PGA투어에 통산 297번 출전한 우즈가 기권한 경우는 이번이 여섯 번째. 통증 부위가 허리여서 자칫 장기 결장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6일 개막하는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를 노리는 우즈는 아직 출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1, 2, 3라운드를 모두 선두로 마치며 18개월 만의 PGA투어 우승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날 4타를 잃어 최종 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뒤 4명이 나선 연장전에서 패했다. 코스 설계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까다롭게 조성한 베어 트랩(15∼17번홀)이 매킬로이의 발목을 잡았다. 16번홀(파4) 페어웨이 벙커샷을 두껍게 하면서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한 뒤 17번홀(파3)에서는 티샷한 볼이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를 했다. 18번홀(파5)에서는 245야드를 남기고 투온에 성공했지만 4m 이글 퍼트가 컵을 스쳐가면서 우승 기회를 날렸다. 우승은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유일하게 버디를 낚은 신예 러셀 헨리(24·미국)에게 돌아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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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2018 평창]불모지 개척한 ‘빙판의 우생순’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와” 하는 함성도 쏟아졌다. 이런 환대는 아마 처음인 것 같았다. 한때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어 모텔에서 잠을 자며 분식집 배달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지 않았던가.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을 마친 컬링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귀국한 22일 인천공항 입국장이었다. 정영섭 컬링 감독과 주장 김지선(27), 엄민지(23) 이슬비(26) 김은지(25) 신미성(36)이 영광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컬링 대표팀은 53개국과 경합해 10개국이 출전한 올림픽 본선에 사상 처음 나선 것 자체가 뉴스였다. 3승 6패로 8위라는 성적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평균 10%가 넘는 TV 시청률을 보이며 ‘빙판의 우생순’으로 화제를 뿌렸다. 정 감독은 “컬링을 워낙 모르다 보니 선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떤 운동인지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올림픽을 통해 인지도가 올라간 게 큰 수확”이라고 했다. 정 감독과 선수들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이날 공항에서 300km 넘게 떨어진 경북 의성으로 내려가 오후 11시 30분부터 40분 동안 전국겨울체육대회 공식 훈련까지 했다. 몸은 무겁고 눈꺼풀이 내려왔지만 선수들의 함성은 크기만 했다. 23일 오전 이들은 경기도청 소속으로 준준결승에서 숭실대를 꺾었다. 40∼50석의 관중석을 갖춘 경기장에서는 선수와 컬링 관계자들이 대표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초등학생 선수들은 “사인 좀 해주세요”라며 쫓아다녔다. 인기를 실감한 대표팀의 시선은 벌써 4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치열한 올림픽 티켓 경쟁을 거쳤던 소치 때와 달리 주최국으로 본선 자동 출전권을 부여받기에 체계적으로 본선 무대에 집중할 수 있다. 정 감독은 “현재 국내 컬링 연습시설은 2개(태릉, 의성)뿐이지만 2017년 진천 제2선수촌에 훈련장이 완공될 계획이고 경기도청도 연습구장 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소치 올림픽에서 거둔 자신감과 국민적인 성원은 큰 힘이 된다. 이슬비는 “국민들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지금의 관심이 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체력을 보강하고 올림픽 수준에 맞는 빙질을 갖춘 연습장에서 충분히 훈련해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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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석 기자의 스포츠 인생극장]원조 빙상 女帝 전이경

    보름 가까이 밤잠을 설치게 했던 소치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 피겨 여왕 김연아와의 작별….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한 순간이 많았다. 한국 선수로는 겨울올림픽 최다인 금메달 4개를 딴 원조 빙상 여제 전이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38). 민감한 시기라며 몇 차례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던 그는 전화로나마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현수가 많은 걸 해줬다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해 2회 연속 2관왕에 오른 전 이사는 1999년 은퇴한 뒤 TV 해설가로 3회 연속 현장을 지켰다. “처음으로 올림픽을 집에서 편하게 보는가 했더니 오히려 더 울컥거렸다.” 대회 초반부터 ‘안현수 후폭풍’에 시달렸던 후배들의 마음고생을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했다. 때로 긴 한숨도 내쉬었다. “현수를 주니어 시절부터 눈여겨봤다. 진짜 특별했다. 천재 스타일이다.” 이번에 수면 위로 불거진 파벌싸움, 밀어주기 등은 전 이사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단어. “내가 선수 때도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에이스 몰아주기로 도움을 받거나 동료를 위해 양보한 적도 있다. 때론 희생해야 하는 현실에 화가 났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개인뿐 아니라 전체가 살아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젠 세대가 변했다. 현수도 관점이 달랐을 뿐이다.” 전 이사는 “어쨌든 현수가 의도했든 안 했든 한국 선수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밉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예전처럼 때리고 욕하는 건 아니지만 태릉선수촌 훈련 방식은 여전히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위주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바로 스케이트를 타는 훈련 스케줄은 20년 전이나 마찬가지다. 현수가 러시아에서 했다는 맞춤 운동을 한국에서는 하기 힘들다. 몸이 안 좋다고 운동에 빠질 수도 없다. 무릎을 다친 현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수 있다. 체격이 뒤지는 한국 선수에게 체력은 물론 중시돼야 한다. 그래도 훈련량보다는 질을 따지는 방식이 필요하다.”○ 8개월 만에 나온 세상, 운동으로 빛을 보다. 전 이사는 1.7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보름 정도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장 협착증으로 생사의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수영을 하다 6세 때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었다. 살려고 땀을 흘렸던 전이경은 초등학교 졸업반 때인 1988년 대표팀에 뽑혀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그때 나이 12세였다. 그로부터 10년 6개월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루에 8시간씩 차가운 빙판에서 뜨거운 입김을 내뿜던 노력형이었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쿠션(앉았다 일어서기)을 한 번 하면 1000개씩 했다. 한여름에 서울 국립극장에서 남산 꼭대기 팔각정까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일반인들과 부대끼며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신체 접촉이 빈번한 실전에서 순간 판단력을 기를 목적이었다. “경기를 앞두고는 바나나, 미역뿐 아니라 김도 안 먹는 쇼트트랙 선수들은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운은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에게 온다는 믿음이 있기에 정말 고생한다. 하지만 빙상에서 넘어지는 허무한 결과 앞에 고개를 숙이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기도 하다.”○ 평창, 그 이후를 향해 1996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 쇼트트랙 여자 결선에서의 일이다. 전 이사는 홈 텃세에 밀려 1위로 골인하고도 양양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중국 주심은 0.02초 차로 양양이 앞선 것으로 판정을 내렸다. 그는 “연아는 정말 대단하다. 그런 경우에 누구도 웃을 수 없을 텐데….” 전 이사는 “홈 텃세는 어디나 있다. 나가노 올림픽 때 일본도 설상 종목에서 많은 메달을 가져갔다. 4년 뒤 평창에서 우리도 많이 챙겨야 한다. 대놓고 하라는 게 아니다. 겨울 종목은 경기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조금만 써야 하지 않을까(웃음).” 국민의 관심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이번에 소치에서 겪은 설움을 되갚아 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이사의 시선은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평창에서 좋은 성적도 중요하다. 엘리트 선수 육성뿐 아니라 겨울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거액이 들어가는 올림픽 경기장과 인프라 조성은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수도 있다. 그는 “일반인들이 낯선 겨울스포츠 종목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고무적이다. 저변의 확대는 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 극대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다 쇼트트랙으로 전업한 전 이사는 은퇴 후 아이스하키 선수를 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을 지내며 행정력도 키웠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현역 시절 타던 스케이트만큼이나 날카롭고 생생하게 들렸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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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연아가 저리도 높을 줄이야…”

    4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한 꿈이 한순간에 깨졌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심호흡에 이어 연기에 들어간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첫 점프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경기를 시작한 지 30초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낙담한 아사다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감지했는지도 모른다. 트리플 플립에서도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 콤비네이션 점프는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20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가 받은 점수는 55.51점. 김연아보다 19.41점 뒤진 16위로 추락한 아사다는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금메달은 고사하고 시상대에서조차 멀어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사다가 시니어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처음. 20일 먼저 태어난 동갑내기 김연아와 주니어 시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실력을 키웠던 아사다. 하지만 김연아가 ‘피겨 여왕’으로 독주를 시작하면서 2인자 신세가 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에 이어 은메달을 딴 아사다는 금메달을 염원하며 은퇴까지 미뤘다. 그러나 하늘에 태양은 두 개가 있을 수 없는 법. 오히려 김연아의 벽을 의식한 나머지 성공률이 떨어지는 고난도의 트리플 악셀에만 집착하다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시즌 올림픽 직전까지 7차례나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던 그는 이날 2010년 올림픽 이후 세 번째로 나쁜 점수를 남기며 고개를 숙였다. 로이터통신은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실패로 끝난 도박이었으며 아킬레스건이 됐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역시 “아사다가 올림픽의 얼음에 깊이 잠겼다. 대명사인 트리플 악셀이 그녀를 덮친 불행의 원흉이 됐다”고 보도했다. 아사다는 경기 후 “내가 생각하는 연기를 전혀 못했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며 망연자실했다. ‘강철 심장’으로 유명한 김연아 역시 이날 경기에 앞서 워밍업 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을 만큼 긴장했다. 그래도 김연아는 첫 번째 점프를 가볍게 성공하며 물 흐르듯 연기를 풀어나갔다. 한때 국내 팬들은 아사다를 김연아의 경쟁자로 여기며 곱지 않게 여겼다. 쓸쓸히 퇴장하게 된 아사다를 향한 시선에는 연민과 동정이 교차할 것 같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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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사랑 택해 조국 떠나 金을 따다

    ‘그는 어떻게 조국을 떠나 러시아를 위해 메달을 땄을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문구가 20일 미국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했다. 마치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이야기 같아 보인다. 주인공은 19일 소치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PGS)에서 금메달을 딴 빅 와일드(28). 와일드는 미국 워싱턴 주에 위치한 인구 2000명 정도의 화이트새먼에서 태어나 자랐다. 부모는 모두 미국인. 7세 때부터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성조기를 달고 미국 대표로 뛰기도 했다. 2009년 만난 러시아의 스노보드 선수 알료나 자바르지나(25)와 2011년 7월 결혼한 뒤 러시아 시민권을 얻었다. 아내 자바르지나도 남편에 앞서 같은 종목 여자부 동메달을 따 부부 메달리스트로 기쁨을 함께했다. 러시아 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와일드는 “아내와 맥주로 건배를 하고 싶은데 술을 금지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선 와일드는 미국 대표 시절인 2007년 훈련을 하다 발목을 다쳐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1년 이상 목발을 짚고 다닌 끝에 재기했다. 와일드는 “미국에 계속 있었다면 이미 은퇴해서 평범한 직장인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기회를 줬다”고 고마워했다. 와일드는 모스크바로 이주한 뒤 훈련 환경, 코치 등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와일드의 귀화에는 이 종목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와일드의 어머니는 “미국에서 평행대회전은 TV 중계도 거의 되지 않는다. 훈련 지원금 받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관계자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간 와일드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러시아가 19일까지 딴 금메달 6개 중 4개가 안현수, 와일드를 비롯한 귀화 선수에게서 나왔다. 한편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영웅’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0)은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비에른달렌은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 겨울올림픽에서 역대 신기록인 13개(금 8, 은 4, 동 1)의 메달을 수집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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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26개국이 시상대에… 역대 최다 타이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죄송하다”고 말했던 심석희.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경기 때 ‘금메달이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응원 문구를 써 갖고 간 ‘빙속 여제’ 이상화.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영광스러운 무대지만 메달 색깔을 둘러싼 온도차는 분명 존재한다. 선수뿐만 아니라 출전 국가 역시 올림픽 성적을 국력의 척도로 여기며 대리전이라도 치르듯 치열한 메달 레이스를 펼친다. 이번 올림픽은 혼전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메달 집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현재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미국 주요 언론의 메달 집계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가 공동 1위다. 반면 한국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소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독일이 1위, 미국은 4위, 네덜란드는 3위다. 미국은 메달 수 합계를 기준으로 순위표를 매기는 반면 나머지 지역은 금메달 수를 따지기 때문이다. 독일은 금메달 8개로 미국, 네덜란드(이상 6개)를 앞섰지만 메달 합계에서는 15개로 미국 네덜란드(이상 20개)에 뒤졌다. 미국에서 독일의 순위는 6위로 밀린다. 메달의 가치는 빛깔이 달라도 똑같이 봐야 한다는 관점과 그래도 역시 최고의 승자에게 돌아가는 금메달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메달 5점, 은메달 3점, 동메달 1점으로 가중치를 부여한 메달 순위가 합리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편 이번 대회 출전 88개국 중 1개 이상의 메달을 딴 국가는 26개로 역대 올림픽 최다 타이 기록이다. 개최국 러시아는 메달 19개로 메달 합계로는 3위이며 금메달(5개) 기준으로는 5위. 개최국이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적은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를 개최한 노르웨이가 마지막이었다. 금메달로는 4년 전 밴쿠버대회 때 캐나다가 14개로 1위를 차지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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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열 살에 만난 소년-소녀, 스물일곱에 별을 따다

    10세 소녀는 부끄럼이 많아 처음 만난 동갑내기 소년과 눈도 제대로 맞출 수 없었다. 1997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의 한 아이스링크에서였다. 그들에게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치던 코치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소년의 이마에 웃는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게 한 뒤 소녀에게 쳐다보도록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인연이 17년이 흘러 올림픽 금메달로 연결될 줄 누가 알았을까. 27세 동갑내기인 메릴 데이비스와 찰리 화이트(미국). 어릴 때부터 줄곧 호흡을 맞춘 이들은 18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에서 합계 195.52점을 받아 미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데이비스와 화이트는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라이벌 테사 버튜-스콧 모이어(190.99점·캐나다)를 제쳤다. 화이트는 “17년 동안의 고된 과정을 이제 보상받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데이비스는 “우리 둘은 많이 다르다. 서로의 차이를 맞추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처음에 어색하기만 했던 이들은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의 감정을 꿰뚫을 정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Scheherazade)’에 맞춘 이날 연기는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나란히 미시간대에 진학해 데이비스는 인류학을, 화이트는 정치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올림픽에서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호흡을 과시했다. 한편 스포츠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피겨 아이스댄싱에서 첫 금메달을 신고하면서 역대 올림픽 노골드 종목이 12개로 줄었다. 미국은 아직 겨울올림픽에서 루지, 컬링, 피겨 페어,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스키점프에서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여름올림픽에서는 근대5종, 리듬체조, 필드하키, 배드민턴, 탁구, 핸드볼이 미국의 금메달 불모지로 남아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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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눈여겨봅시다, 봅슬레이 크는 모습

    태극마크가 선명한 흰색 썰매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명의 사나이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18일 러시아 소치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한 원윤종(29)과 서영우(23·이상 경기연맹)였다. 이들은 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27을 기록해 18위에 올랐다.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종목에 올림픽 사상 처음 출전해 3차 레이스까지 30개 팀 가운데 19위를 차지하며 20위 이내에 주어진 4차 레이스 진출 티켓을 따냈던 것 자체가 한국에는 새로운 역사였다. 4차 레이스에 오른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원윤종, 서영우와 함께 이 종목에 나선 김동현(27)과 전정린(25·이상 강원도청)은 3차 레이스까지 2분53초27로 25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는 4인승 봅슬레이에만 출전해 19위를 기록했다. 비록 세부 종목은 달라도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이다. 척박하기만 했던 국내 썰매는 4년 사이에 2개 조가 이 종목에 도전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원윤종은 “당초 15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삼았는데 아쉽다.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기에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썰매는 한때 훈련장도 없어 일본에서 선발전을 치르거나 달리기로 대표 선발을 하기도 했다. 해외 토픽에 나올 만한 열악한 현실이었다. 2010년 국내에 스타트 연습장이 생기면서 체계적인 훈련으로 썰매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 자세 교정과 분석 등이 가능해졌다. 소치에서 거둔 성과를 통해 한국 봅슬레이는 4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한국 봅슬레이 대표선수 4명의 평균 연령은 26세로 경험을 쌓는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이 종목에서 러시아가 금메달을 딴 데는 홈 이점으로 코스 사정에 밝았던 대목도 큰 영향을 끼쳤다. 평창 썰매 종목 경기장의 조기 완공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썰매의 대부인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은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하던 한국 봅슬레이가 이제 한 단계 더 올라선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봅슬레이의 최고 시속은 150km. 평창을 향하는 한국 봅슬레이는 벌써부터 그 이상의 고속 질주를 꿈꾸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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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빙판 우생순 컬링 함성 들으며 힐링”

    “아빠 컬링 어디 가면 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TV 화면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16일 열린 한국과 덴마크의 소치 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경기를 보고 있었다. 태극마크를 단 언니들이 빙판 위에서 뭐라 소리를 지르며 돌을 굴려 맞히고 빗자루 같은 걸로 연방 얼음바닥을 쓰는 모습이 퍽 흥미로운 듯했다. 경기 규칙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 TV 시청률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수준인 13.6%를 기록했다.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국내에 컬링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비록 한국 컬링은 3승 5패를 기록해 남은 캐나다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목표로 삼은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컬링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게 큰 수확이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사무국에는 컬링 입문 절차, 도구 구입 등을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대회 기간 컬링 생중계 시청률은 평균 10% 내외를 유지했다.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빙판의 우생순’으로 표현되며 진한 감동을 전했다. 주장 김지선(27)은 팀이 없어 떠돌아 다녀야 했다. 이슬비(26)는 생계를 위해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했다.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도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뜨거운 가슴에 간직하며 냉기와 싸웠다. 한때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어 모텔에서 잠을 자며 분식집 배달 음식으로 허기를 때우면서도 올림픽을 향해 한마음으로 뭉쳤던 그들이었다. 2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 컬링의 세계 랭킹은 올림픽 출전 10개국 중 가장 낮은 10위. 하지만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꺾으며 올림픽 첫 승을 거뒀고 개최국 러시아도 눌렀다. 17일에는 세계 7위 미국을 11-2로 완파했다. 김지선은 “컬링 역사가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면 더욱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어도 한국 컬링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국내에 컬링 전용 연습장은 태릉과 의성 등 두 군데뿐이다. 등록 선수는 600명 정도로, 전용 시설만 11개에 이르는 일본(50만 명)과 비교가 안 된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은 “국내 얼음판은 돌이 곧게 뻗기만 한다. 컬링이라는 이름대로 다양하게 휘는 구질의 돌을 구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경기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로 대기업의 지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저변 확대를 위한 실업팀 창단도 시급하다. 한국 컬링은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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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0.003초 늦어서… 머리 쥐어뜯다

    금빛과 은빛의 차이는 1000분의 3초에 불과했다. 15일(현지 시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마지막 20번째 조에서 뛴 네덜란드의 쿤 페르베이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그의 기록이 1분45초로 새겨져 17조로 먼저 레이스를 마친 즈비그니에프 브로드카(폴란드·사진)와 똑같이 공동 1위로 표시됐기 때문. 잠시 후 사진 판독 결과 브로드카가 0.003초 빨랐던 것으로 결정된 순간 페르베이는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안타까워했다. 직업이 소방관으로 쇼트트랙에서 전업한 브로드카는 “미안하긴 해도 이게 바로 스포츠다. 올림픽 챔피언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페르베이는 “은메달은 패배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다”며 아쉬워했다. 이 종목 출전 선수의 평균 시속은 40km 정도.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27위였던 브로드카는 페르베이보다 3.3cm가량 먼저 골인해 ‘깜짝 금메달’을 딴 셈이다. 두 선수의 기록 차이는 1960년 올림픽 이후 가장 적었다. 이번 대회 5000m, 1000m, 500m 금메달을 휩쓴 네덜란드 빙속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페르베이가 만약 스키 종목에서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공동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에서는 티나 마제(슬로베니아)와 도미니크 기진(스위스)이 나란히 1분45초57을 기록한 뒤 100분의 1초까지 기록이 같아 공동 금메달을 수상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1000분의 1초까지 계시한다. 이 종목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을 딴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는 새 유니폼이 불편하다며 예전에 입던 옷으로 바꿔 입고 출전했지만 1분45초98로 11위에 그쳐 이번 대회 개인 종목 노메달에 허덕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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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한국 ‘3연속 톱10’ 자칫하면…

    한국은 소치 올림픽에서 3회 연속 ‘톱10’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차기 대회인 2018년 평창 올림픽 개최국의 자존심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 6, 은 6, 동 2개로 역대 최고인 5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16일 오후 11시 현재 한국은 금 1, 은 1, 동 1개로 종합 순위 17위에 머물러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이 수확한 메달 3개는 모두 여자 선수에게서 나왔을 뿐 남자 선수들은 노메달로 침묵하고 있다. 남자 빙속과 쇼트트랙의 부진은 뼈아파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승훈은 남자 5000m에서 12위에 그쳤다. 남자 500m 모태범은 아쉽게 4위로 골인했다. 남자 쇼트트랙 역시 레이스 도중 충돌과 실격이 쏟아진 데다 경쟁국의 급성장에 밀려 아직까지 아무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취약 종목인 500m만 남겨두고 있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노메달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앞으로 심석희를 앞세운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3000m 계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금빛 시나리오가 이뤄진다고 해도 은, 동메달이 적어 험난한 메달 레이스가 예상된다. 자칫 여자 쇼트트랙에서만 금 2, 은 2개를 합작하며 14위에 그친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다시 10위권 진입에 실패할 수도 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과 달리 아시아 3강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 금 3개(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개, 여자 쇼트트랙 2개), 은 2개로 9위에 올라 한국을 추월했다. 일본도 남자 스노보드에서 10대 두 명이 은, 동을 따낸 뒤 남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안으며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일본은 금 1, 은 3, 동 1개로 14위. 개최국 러시아는 홈 이점과 ‘안현수 효과’에 힘입어 금 4, 은 7, 동 5개로 4위에 올라 홈 팬을 열광시키고 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때 역대 최악인 종합 순위 11위(금 3, 은 5, 동 7개)에 그쳤던 러시아는 1998년 나가노에서 거둔 3위를 넘어서는 성과를 꿈꾸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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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연아는 긴장도 안해… 나보다 강해요”

    ‘빙속 여제’ 이상화(25)의 신기록 행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소치 겨울올림픽 빙상 종목에서는 좀처럼 기록 경신을 보기 힘들다. 13일까지 세계신기록은 전혀 없었으며 2명이 올림픽신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에서 합계 74초70(1차 37초42, 2차 37초28)으로 신기록의 이정표를 세웠다. 남자 5000m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빠른 6분10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 기근은 낮은 해발 고도 때문이다. 고도가 낮을수록 기압은 높아지고 공기 밀도가 커져 스피드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빙상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해발 4m에 위치해 있다. 이상화가 깨뜨린 이 종목의 종전 올림픽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나왔는데 경기장 해발 고도는 1330m였다. 스포츠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상화가 이번과 같은 컨디션으로 소치가 아닌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경기를 했다면 0.5초 이상 단축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소치 빙상장은 흑해 연안에 있어 높은 습도로 빙질을 떨어뜨려 기록 단축을 저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상화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최적의 장소였다면 자신이 지난해 월드컵 때 세운 세계신기록(36초36)도 깨뜨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상화는 14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체중 감량의 효과가 컸다. 프로필에 나온 62kg보다 더 뺐다. 체중이 줄면 몸이 가벼워져 스케이팅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 뿌듯하다. 지난해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자신감이 생겼다. 본인의 운동량과 어떻게 노력했느냐에 따라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남은 기간 2연패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가볍게 운동하면서 동료들을 응원하러 다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에 대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연아도 하던 대로 하면 잘할 것 같다. 아까 연아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즐기라’고 했는데 연아는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더라.” 한편 자신의 결혼설이 나온 데 대해 이상화는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다.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김종석 kjs0123@donga.com / 소치=이헌재 기자}

    • 201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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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하루전 동료 양보로 대타 출전해 銀… 캐나다 모리슨, 네덜란드 싹쓸이 막았다

    모태범(25)의 메달 도전과 이규혁(36)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12일(현지 시간) 끝난 이 종목에서 화제가 만발했다.○ 올림픽에도 대타 출전이? 은메달을 딴 데니 모리슨(29·캐나다)은 당초 이 종목 출전 명단에 없었다. 레이스 하루 전날 그는 모르는 번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1000m 출전을 원하나. 그렇다면 내 자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슨은 낯선 러시아 전화번호여서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해 바로 문자를 지워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난해 12월 캐나다 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을 제치고 이 종목 출전권을 따낸 동료 길모어 주니오(24)가 보낸 것이었다. 500m에서 10위에 그친 주니오는 “나보다 실력이 좋고 랭킹도 높은 모리슨이 캐나다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양보했다”고 말했다. 대표선발전 때 코너를 돌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던 모리슨은 뜻하지 않은 대타로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주니오와 기쁨을 나눴다. 단체전인 팀 추월에서만 두 차례 올림픽 메달을 딴 모리슨은 처음 개인전 메달을 차지한 뒤 “꿈만 같고 동화 속 이야기 같다”며 기뻐했다. 올림픽 출전은 해당 종목 쿼터를 딴 선수가 아니라 국가에 부여되기에 상황에 따라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이상화마저 없었다면… 네덜란드의 노장 스테판 흐로타위스(33)가 금메달을 안았고 동메달은 네덜란드의 미헐 뮐더르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치른 스피드스케이팅 5개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네덜란드가 놓친 유일한 금메달은 이상화가 2연패를 달성한 여자 500m였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장거리에 이어 단거리까지 석권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오렌지빛 고속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무너진 빙상 제왕 샤니 데이비스(미국)는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했다. 10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그는 이번에 대회 3연패에 도전했지만 8위에 그쳐 노메달의 수모를 안았다. 데이비스는 “변명이 없다. 평소 스피드를 내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미국 선수단은 스노보드에서 3연패를 노렸던 숀 화이트가 전날 4위에 머문 데 이어 이틀 연속 멘붕에 빠질 만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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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 올림픽 2연패, 그 전설의 꽃이 또 피었다

    승리의 순간에 그는 몇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11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이상화(25)였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그는 “그동안 훈련해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졌다”고 설명했다. 흔히 정상에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상화는 잃을 게 없다는 홀가분한 상태로 레이스를 펼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4년 동안의 준비 과정은 하루하루가 인내심의 시험무대였는지 모른다. 주위의 높아진 기대에 따른 부담감은 오죽 컸을까.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뒤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상화의 머릿속에는 때론 고통스러웠던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타이틀 방어는 쉽지 않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이상화처럼 개인 종목 2연패에 성공한 경우는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김기훈과 전이경은 남녀 쇼트트랙에서 달성했다. 진종오는 사격 권총 50m에서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황경선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딴 뒤 “날아갈 것 같다”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소감을 밝혔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여고남저’의 우먼파워가 여기에도 적용될 만하다. 그동안 골프, 양궁, 구기 종목 등 주요 국제무대에서 여성 스타들의 활약상은 두드러졌다. 그들은 한국 스포츠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어떤 목표를 이룬 뒤 찾아오는 허탈감을 떨쳐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탁월한 능력이라도 지닌 걸까. 인하대 김병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여자 선수들은 외적동기를 내면화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한국에선 여자 선수들이 남자처럼 훈련하면서 자신감을 높이기 쉽다”고 말했다. 심권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레슬링에서 우승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다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감량의 고통이 수반되는 체급 종목에서는 체중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심권호는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4년 동안 동면(冬眠)에 들어갔으면 했다. 현재 몸 상태가 다음 대회 때도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렸던 역도 사재혁과 장미란, 수영 박태환 등은 아쉽게 그 꿈을 접었다. 이상화는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라는 책을 가져갔다. 그 제목을 현실에서 성취한 이상화의 뒤를 이어 다음 주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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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이제 빙판은 오렌지색으로 바뀌겠군

    ‘네덜란드의 절반은 아이스링크이고 절반은 축구장인 것 같다.’ ‘빙판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국내 누리꾼들은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관련 뉴스에 이런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대회 초반 네덜란드 빙속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가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자 5000m에서 금, 은, 동을 싹쓸이하더니 11일 끝난 남자 500m에서 다시 1, 2, 3위를 휩쓸었다. 미헐 뮐더르가 1, 2차 합계 69초312로 금메달을 땄고 얀 스메이컨스가 69초324로 그 뒤를 이었다. 미헐보다 10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인 로날트 뮐더르가 69초46으로 동생과 0.15초가량 차이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두 종목은 이승훈과 모태범의 메달 도전으로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기에 시상대를 모두 오렌지 유니폼으로 채운 이들의 존재는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우승한 이레인 뷔스트 역시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날까지 치른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의 금메달 확률은 100%였다. 네덜란드가 남자 500m에서 우승한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얀 이케마의 은메달이 이 종목 최고 성적이었다. 그나마 그 뒤에는 이 종목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취약 종목까지 석권하면서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은 장거리와 단거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으로 떠올랐다. 인구가 1700만 명 남짓인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아 전통적으로 운하와 수로가 발달했다. 이 때문에 겨울철 빙판을 활용한 스케이팅이 일찍부터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스케이트를 타고 출퇴근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나무판에 금속 날을 장착한 스케이트가 처음 등장한 것도 14세기 네덜란드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10년의 연구 끝에 획기적인 기술 향상을 이끈 클랩 스케이트를 개발할 만큼 기술력도 뛰어나다. 등록 선수가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트 쿠이퍼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는 “국가대표 선발전 수준이 올림픽 레이스보다 높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인들은 서구인들 중에서도 뛰어난 체격 조건을 지녀 강한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소치 올림픽에서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갖춘 ‘스프린터’들까지 가세하며 초반 스타트가 중요한 단거리 종목에서도 고속질주를 하고 있다. 현장을 지켜본 국내 스케이트 관계자들은 “힘을 앞세운 투박한 네덜란드 스케이팅이 세밀해졌다. 스케이트를 딛는 기술과 팔 동작이 많이 세련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 걸려 있는 금메달은 남녀를 통틀어 12개. 빙상장의 오렌지 물결은 아직 시작에 불과한지 모른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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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시상대 맨 위에 여성 동성애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불참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의 인권 문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광고를 금지하는 ‘반동성애법’을 제정해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 법을 위반하면 5만∼100만 루블(약 3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외국인은 벌금형과 함께 추방된다. 9일 밤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4분00초34의 기록으로 우승한 네덜란드 여자 빙속 스타 이레인 뷔스트(28·사진)는 남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7명의 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메달을 따낸 것. 이날 레이스에서 자국기를 상징하는 빨강 파랑 흰색의 매니큐어를 손톱에 칠한 그는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마르티나 사블리코바(4분1초95·체코)를 제치고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000m, 2010년 밴쿠버 올림픽 1500m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의 대기록도 세웠다. 자신을 향한 경기 외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뷔스트는 동성애자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그 대신 “1700만 명의 네덜란드 국민이 내 승리를 원했다. 금메달을 통해 극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됐으니 이제 홀가분하게 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난소암 진단을 받아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그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기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금, 은, 동을 휩쓴 데 이어 빙속 강국의 면모를 유지했다. 역대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가 딴 금메달 수도 29개(전체 금메달 수는 30개)로 늘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1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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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러 피겨 부활… 겨울스포츠 제국 깨어나나

    러시아 국기가 물결처럼 넘실거렸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의 95%는 러시아 국민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홈 팬들의 함성은 빙판에 균열이라도 일으킬 듯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이 열린 10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였다. 이날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이 종목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랭킹 포인트에서 75점을 얻어 우승 후보로 꼽힌 캐나다(65점)를 제쳤다. 동메달은 미국(60점)에 돌아갔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그동안 실추된 겨울 스포츠 왕국의 면모를 되찾는 신호탄이라며 반겼다. 그 중심에는 단체전 정상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피겨스케이팅이 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노 골드’에 그쳤다. 러시아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소비에트연방 시절이던 1960년 이후 50년 만이어서 충격은 컸다. 피겨스케이팅의 몰락은 러시아 겨울 스포츠의 추락을 대변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을 지도했던 타마라 모스키나 코치는 “단체전 금메달의 의미는 개인전보다 더 중요하다. 러시아의 오랜 전통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의 부활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은 소비에트연방 붕괴 후 훈련기금 고갈, 우수 지도자 해외 유출 등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홈 이점을 앞세워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강세를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이미 화려한 개막식을 통해 ‘러시아의 꿈’ ‘강대국의 부활’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 이번 대회는 러시아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겨울올림픽이다.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 시절인 1980년 모스크바 여름올림픽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 대회는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대거 불참으로 ‘반쪽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20년 전만 해도 러시아(소비에트연방 및 독립국가연합 포함)는 겨울스포츠의 ‘절대 강자’였다.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이탈리아) 대회에 처음 출전하자마자 종합 1위에 오른 소련은 1988년 캘거리 대회까지 9차례의 겨울올림픽에서 7차례나 종합 1위를 차지했다. 1991년 연방 해체 이후에도 1992년 알베르빌 대회 2위,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1위를 기록했던 러시아는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로 처진 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종합 11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 ‘구원으로 가는 길(Road to Redemption)’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는 4년 전 밴쿠버에서 악몽을 겪었다. ‘총체적 붕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러시아가 이제 소치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13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의 포상금을 걸었으며 은메달(7만6000달러), 동메달(5만2000달러)도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김종석 kjs0123@donga.com·이승건 기자}

    • 201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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