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충남 천안갑)이 13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6·13지방선거 때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7곳으로 늘면서 원내 제1당을 놓고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6석)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10월 선거구민 750명이 참석한 단합대회를 열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단합대회가 통상적인 정당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박 의원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13일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 전남 영암-무안-신안, 광주 서갑 등 7곳이다. 모두 야당이 당선됐던 지역구로 서울과 영호남, 충청 등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다. 여기에 현역 국회의원의 지방선거 도전이 잇따르면서 의원직 사퇴가 늘 경우 재·보선은 ‘미니 총선급’인 10석 안팎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전주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고법 판사 이하 법관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취임 후 첫 법관 인사를 마무리했다. 김 대법원장을 지지해온 진보성향 법관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돼 사법부 개혁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13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393명, 고법 판사 49명, 지방법원 판사 537명의 정기인사를 26일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30∼32기 판사 30명이 고법 판사로 새로 보임됐다. 지난해의 14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법관 인사를 분리하는 법관인사 이원화를 정착시키려는 조치다. 이번 인사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법에 전진 배치됐다. 인권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동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6기)는 서울중앙지법에 보임됐다. 이 부장판사는 2010년 서울남부지법에 근무할 때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려 주목받은 바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인권법연구회 핵심 리더’로 지목됐던 송오섭 서울중앙지법 판사(45·34기)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을 맡았다. 송 판사는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송 판사와 이 부장판사는 인권법연구회 내부의 개혁적 법관 모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에도 속해 있다. 법원행정처의 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의혹을 계기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58·16기)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발령이 났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지난해 7월 항의성 사표를 냈던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53·23기)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게 됐다. 두 사람은 모두 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꾸려진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 ‘댓글 사건’ 1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하자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비판해 징계를 받았던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49·25기)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게 됐다. 법원 안팎에서 김 대법원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50·22기)는 이날 인사에서 같은 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발령이 났다.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현룡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4·22기)가 보임됐다. 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에 앞장섰던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41·35기)는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원행정처의 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등을 처음 제기했던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40·34기)는 헌법재판소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사법행정과 주요 재판에 김 대법원장이 추구하는 개혁적 색채가 더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대법원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를 벌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12일 구성했다. 지난해 4월 진상조사위원회, 올 1월 추가조사위원회에 이은 3번째 자체 조사를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특조단은 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61·사법연수원 15기)을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됐다. 노태악 서울북부지법원장(56·16기), 이성복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58·16기), 정재헌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50·29기),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38·34기),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57·17기)이 포함됐다. 안 처장은 김명수 대법원장(59·15기)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2차 조사 때 법원행정처 PC 조사에 반대했다가 김 대법원장에 의해 경질된 김소영 전 처장(53·19기·대법관)의 후임이다. 노 법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강제 퇴직당했다가 복귀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차관(58)의 동생이다. 이 의장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정 국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팀장을 맡았다. 김 윤리감사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특조단에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상당수 포함되자 구성이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조단은 김 대법원장이 최근 대법관들에게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 항소심 및 상고심 재판 관련 의혹을 다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당시 심리를 맡았던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를 열어둘 가능성이 있다. 특조단은 2차 조사 대상에서 빠졌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7기)의 컴퓨터와, 암호가 걸려 열지 못한 760여 개의 파일을 공개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2014년 서울고법에서는 판사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원 출신의 최모 변호사(41·변시 1회)가 자신이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변호사 전직 이후에 수임한 이른바 ‘셀프수임’ 논란이 터져 법조계에 파문이 일었다. 이 논란으로 최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받았고, 서울고법은 셀프수임 사건을 행정7부에서 행정2부로 재배당했다. 그런데 이 논란에 대한 동아일보 취재 결과 최근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14기·사진)가 당시 셀프수임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외부에서 논란이 불거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A 법무법인은 2013∼2014년 포스코IC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에 따른 시정명령 및 10억2000여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은 뒤 제기한 취소 청구소송에서 포스코ICT 측을 대리했다. 이 사건은 2013년 12월 서울고법 행정7부에 배당됐다. 최 변호사가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년간 민 법원장이 재판장이던 행정7부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기간에 사건이 배당된 것이다. 최 변호사는 재판연구원을 마치고 A 법무법인에 입사한 뒤인 2014년 5월 12일부터 자신이 서울고법 행정7부에서 근무할 때 배당된 포스코ICT 관련 소송을 수임했다. A 법무법인은 그해 5월 29일 2회 공판부터 최 변호사를 본격적으로 투입했고, 7월 3일 변론은 종결됐다. 판결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최 변호사의 부적절한 사건 수임이 알려지자 A 법무법인은 7월 23일 최 변호사를 변호인단에서 제외하겠다는 지정철회서를 법원에 냈다. 서울고법도 8월 사건을 행정2부로 재배당했다. 민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8일 본보에 “최 변호사 근무 당시 해당 사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실질적 심리는 최 변호사 퇴직 이후 진행돼 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소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유사 사례에 대한 전례나 해석이 없던 상황”이라며 “문제가 제기된 이후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고자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2014년 5월 “재판연구원도 사건 수임을 제한받는 공무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법관 등의 사무 분담 및 사건 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재판장이 자신 또는 재판부 소속 법관과 개인적인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민 법원장이 당시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재배당 등의 소송지휘를 먼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단체 관계자는 “불과 석 달 전까지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재판연구원이 소송 대리인으로 들어왔는데도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2014년 당시 법원은 재판부 변경 외에는 민 법원장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 법원장은 그해 8월 12일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에 임명되고, 9월 여기자들이 포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7cm면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신용카드의 크기가 딱 그렇다”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는 서울동부지법원장으로 영전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전주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8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관 인사와 예산 업무 등 사법행정에 대한 주요 권한을 갖는 ‘사법평의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은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사법평의회 신설, 대법관후보추천위 구성 변경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총 3건을 주광덕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대법원에 사법평의회를 두고 판사의 연임, 전보, 보직에 관한 사항과 대법원 규칙의 제·개정, 예산 요구, 예산·결산에 관한 사항 등을 의결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처럼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법평의회는 국회에서 선출한 8명, 대통령이 지명한 2명, 대법관회의에서 추천한 6명 등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6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사법개혁추진단은 헌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사법평의회 신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 있는 사법평의회는 임명된 법관에 대한 인사 사항을 의결하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된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 관련 개정안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위원을 유지하되 그 자격을 바꾸도록 했다. 기존 추천위가 대법원장이 지명·위촉하는 사람들로 주로 구성돼 민주적 정당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추천위는 국회 추천 3명, 대법관회의에서 추천하는 법관 1명, 판사회의에서 추천하는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 대한변호사협회장,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학식과 덕망을 갖춘 변호사 자격이 없는 2명으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이 포함됐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추천위를 신설하는 개정안은 헌법재판관도 대법관처럼 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해 자의적 임명을 막아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을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국회, 대법원 또는 정부 소속으로 총 10명의 위원(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국회, 대법원장 또는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며 법조·법학계에 종사하지 않는 위원을 과반수로 두고 1인 이상의 여성이 포함되도록 했다. 또 3배수 이상을 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해야 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59·사법연수원 14기)의 성희롱 발언이 알려진 후 법원 내부에서는 민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 원장은 2014년 9월 여기자들이 포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7cm면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신용카드의 크기가 딱 그렇다”고 말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주축인 한 인터넷 포털의 비공개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에는 “민 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글이 최근 올라왔다. 한 판사는 “원장님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수준도 너무 낮고 여성을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찌 재판을 하고 여성 동료들과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또 다른 판사는 “결국 국민들이 판단하고 후배들이 평가할 거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으로도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 본다”라고 주장했다. 어떤 판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법원의 대표가 되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길 기대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카페에서 활동하는 판사들은 그동안 양승태 전 대법원장(70·2기)과 법원행정처를 주로 비판하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은 민 원장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민 원장의 음담패설 발언이 알려지고 나서는 일부 법관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카페 댓글 중에는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도 진영논리에 빠지거나 불법에 의한 평등을 주장하는 무리와 같아진다. 우린 그래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밝힌 판사도 있었다.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에도 민 원장을 비판한 글이 올라왔다. 법원공무원 A 씨는 “성희롱 발언 법관에 대하여는 왜 침묵만 하시나. 그렇게 정의를 외치며 정의에 살고 죽는다는 사람들아. 그대들은 서지현 검사의 발언에 동조하며…. 그런데 과거 성희롱 발언 법관의 민낯이 드러났는데도 왜! 왜! 침묵만 하고 있는가”라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그러니 그대들의 정의는 썩은 정의요, 쓰레기 정의이니라.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를 과연 공명정대한 행사라고 보겠는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 활동에 대한 보은 인사와 인적 친밀도에 따른 인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성희롱 발언 경력이 있는 법관을 대한민국 법원에서 가장 중심 얼굴이라고 할 법원의 수장으로 내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법관만이라도 양심과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민 원장의 거취 표명을 압박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일 소방안전 관련법 등 법안 87건을 심의·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논의조차 못 했다.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문제 제기를 했다. 여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강원랜드 수사가 외압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논란의 중심에는 권 위원장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안미현 검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금 의원은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 관련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근거를 들었다. 그러면서 “법사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말한 뒤 다른 여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법안 관련 질의응답을 위해 출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정부 측 인사들도 씁쓸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곧바로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갔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회의장에 남아있던 한국당 간사 김진태 의원은 “민주당이 말로만 부르짖던 민생이니 뭐니 하는 건 다 허울뿐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빨리 다시 돌아와 법안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의 주장에 대해선 “막 의혹 제기가 돼 진상이 어떤지 전혀 드러난 바 없고, 사건의 한 축인 춘천지검 자체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권 위원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민주당이 나를 공격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압력을 행사하는 바보가 어디 있나” 하고 의혹을 부인했다. 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안 검사의 주장은 허위다. 명예를 훼손하고, 수사 기밀을 누설한 안 검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당이 회의 파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는 한 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7일 본회의를 앞두고 법사위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법안은 소방시설법,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등 민생 관련 개정법이다. 안 검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춘천지검의 해명을 “거짓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증거 삭제를 요청했다”는 해명엔 “국회의원, 전직 검찰 간부 관련 일체의 증거를 모두 철회하라는 것을 재판부가 할 리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외압 수사 의혹에 대해 양부남 광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독립적인 수사단을 편성해 수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 관련 사항을 대검에 보고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해 나간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전주영 기자}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44·사법연수원 30기)는 6일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 출석하면서 검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성별이 아닌 갑을, 상하, 권력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 부부장검사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의 성추행 피해 폭로에 대해 “서 검사의 인터뷰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다 알던 일을 마치 몰랐다는 듯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런 일(진상 조사)을 하는 것이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검찰 조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조사단은 임 부부장검사를 상대로 2010년 법무부 감찰관실 관계자로부터 서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52·20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위 등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서 검사와 임 부부장검사에 대한 조사 결과 등을 분석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월례간부회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성폭력)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시대 변화나 국민적 요구에 맞춰 검찰 문제를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 검사의 폭로로 드러난 검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검찰 최악의 위기라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성적 비위 행위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 사회에서도 시작됐다. 더구나 (성폭력 문제가) 검사의 상하관계에서 빚어졌다는 고발이 검찰 내부에서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검찰의 명예, 아니 검찰의 존재 자체를 걸고 진실을 규명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한상준 기자}
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59·사법연수원 14기)이 2014년 9월 남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에서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에는 신용카드 크기면 문제가 없다”며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연상시키는 성희롱 발언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5일 법원 안팎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내부에서는 “전국 최대 법원의 기관장으로서 본인부터 성희롱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 원장은 이날 본보 보도에 대해 공보판사를 통해 “참석자 수, 맥락 등에서 기억과 다소 다른 면이 있고 오래전의 일이라 정확한 동작, 표정 등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 일이 있은 직후 참석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고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민 원장의 태도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여성 판사는 “너무 소름이 끼친다.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여판사들은 민 원장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날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변명하는 법원장이 앞으로 법원 내부에서 일어날 각종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길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성희롱 등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감찰 및 징계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무관용 원칙)’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도 이날 민 원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사과했다’는 변명은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법관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숙연 부산고법 판사(50·26기) 등 ‘젠더법연구회’ 소속 법관 198명은 법원 내부게시판에 ‘검찰 내 성추행 등 문제 제기와 관련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연구회는 글에서 “법원 내 성추행 등 피해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징계, 피해자 보호 절차 등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자성한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사건은 이제 공이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특검은 5일 입장문을 내고 “항소심 판결은 특검이 제시한 증거, 의견서의 주장 내용을 철저히 외면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며 “항소심 판결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실체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사건이 대법원으로 가면 대법관 4명이 속한 소부에 배당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사안이 중대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이 부회장 사건은 뇌물을 주고받는 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대법원에서 함께 심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3월 1심 선고가 예상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항소심 선고를 올해 안에 마친다고 해도 본격적인 대법원 심리는 내년에야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정된 대법관 4명의 교체도 중요한 변수다.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신(61·12기), 김창석(62·13기) 대법관이 8월 퇴임하고, 김소영 대법관(53·19기)은 11월 퇴임한다. 따라서 전원합의체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4명의 대법관들로 교체된 상태에서 이 부회장 사건이 심리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2일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임명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14기·사진)가 과거 남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해 물의를 빚은 사실이 4일 확인됐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가운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주요 사건 재판이 집중되는 전국 최대 법원 서울중앙지법을 총괄하는 사법부 핵심 보직이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2014년 9월 23일 당시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였던 민 부장판사는 20여 명의 남녀 기자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고법 판사 7명도 참석했다. 이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민 부장판사가 받아들여 전교조가 항소심 판결 때까지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다음 날이었다. 술잔이 몇 차례 돈 뒤 민 부장판사는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석자들은 ‘신용카드로 여성이 원하는 걸 사주면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소를 띤 민 부장판사는 “이 정도면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며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했다. 당시 민 부장판사가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는 여기자 3명이 있었다. 그의 부적절한 발언 직후 식사 분위기는 얼어붙었다고 한다. 동석했던 판사들은 대화 주제를 돌리려고 애썼고 일부 기자는 민 부장판사의 팔을 붙잡으며 경고를 했다. 당황한 민 부장판사는 식사가 끝나자 “할 일이 남았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이어진 2차 회식 장소에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 뒤 언론이 취재에 착수하고 법원 내부에서 비판 의견이 나오자 민 부장판사는 식사를 함께 한 여기자들에게 사과를 했다. 민 부장판사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사과했다. 지금도 부적절한 말을 한 데 대해 같이 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요즘처럼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음담패설로 물의를 빚은 판사가 주요 고위직을 맡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직접 재판을 하지 않지만 중요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형사합의부와 영장전담재판부 등 소속 법관 330여 명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장인 주광덕 의원은 “성희롱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람을 사법 개혁의 핵심 보직에 임명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법관 인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이끌었던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14기)를 임명하는 등 취임 후 첫 고위 법관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민 원장은 김 대법원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이며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민 원장은 지난해 11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전후해 대통령민정수석실과 연락을 취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조사 결과를 지난달 말 발표한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원장을 마치고 지난해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복귀했던 민 원장을 1년 만에 다시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앉힌 것은 법원의 최근 인사 관행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법원장 근무를 마치고 고법 부장판사로 복귀한 고위 법관은 통상 2년가량 재판부에 근무한 뒤 다시 법원장으로 발령이 나곤 했다. 김 대법원장이 민 원장을 서둘러 법원장직에 복귀시킨 것은 서울중앙지법이 국정 농단 및 적폐청산 관련 재판을 다수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 원장은 직접 재판을 하지는 않지만 형사합의부, 영장전담재판부를 포함한 서울중앙지법 전체 법관의 인사를 담당한다. 사법연수원장에는 성낙송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60·14기)가 보임됐다. 대전고법원장은 조해현 서울고법 부장판사(58·14기), 광주고법원장은 최상열 서울고법 부장판사(60·14기), 특허법원장은 조경란 서울고법 부장판사(58·14기)가 각각 맡게 됐다. 김용석 서울고법 부장판사(55·16기)가 서울행정법원장, 최규홍 서울고법 부장판사(57·16기)가 서울동부지법원장에 임명되는 등 사법연수원 16, 17기 고법 부장판사 9명은 지방법원장으로 발령 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민걸 서울고법 사법연구 판사(57·17기)는 사법연수원 기수와 나이 등에 따른 법원 인사 서열로는 법원장 발령 대상이지만 아예 인사 명단에서 빠졌다. 이는 법원 외부 인사가 주축이 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22∼24기 지법 부장판사 14명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법관 인사를 분리하는 ‘법관인사 이원화’ 시행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폐지된다. 승진자 14명 가운데 이흥구 대구고법 부장판사(55·22기), 김경란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49·23기), 윤성식 특허법원 부장판사(50·24기), 김성수 대전고법 부장판사(50·24기) 등 4명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김 수석부장판사를 제외한 3명은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에도 속해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서울동부지검 다스 비자금 의혹 전담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은 다스의 ‘120억 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70·사법연수원 2기·사진)를 3일 오후 2시 불러 조사한다고 2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 수사 절차에 따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특검은 2008년 1,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규명한 BBK 특검팀을 이끌었다. 앞서 참여연대는 “BBK 특검팀이 이 전 대통령 소유로 추정되는 비자금 120억 원을 파악하고도 수사 결과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정 전 특검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이달 21일에 만료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가 성추행 피해 경험을 폭로한 후 사회 전반으로 ‘#MeToo(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 정치인부터 일반인까지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 경험담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서 검사에게 지지를 표시했다. ○ 각계에서 미투 운동 확산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1)도 1일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동료 남성 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이 의원은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 의원이 춤추며 내 앞으로 어영부영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 잠시 당황. 나와서 숙소로 갔다. 밤새 내가 할 수 있는 욕 실컷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시 연찬회 참석 위원 가운데 여성은 혼자였고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왕따가 될 거로 생각했다. 늦었지만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을 응원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적었다. 지난달 31일에는 경찰대 출신 여성 언론인 임모 씨가 자신의 SNS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2015년 경찰청 재직 당시 직속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남겼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는 뜻에서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 임 씨는 “외부 위원이 참석한 위원회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가해자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가해자는 나중에 해외 주재관으로 선발됐다 한다”고 썼다. MBC의 한 간부급 드라마 PD가 회사 동료를 성추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MBC는 1일 “A 드라마 PD가 지난해 프로그램 제작 당시 다른 PD를 성추행한 사실이 일부 확인돼 지난달 16일 대기발령을 내렸다”며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는 정보가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MBC 여사우협회가 사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외부로 알려졌다. MBC는 조만간 A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검찰 진상조사단 본격 활동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1일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부단장에는 검찰 내 성폭력 분야 1급 공인전문검사 인증을 최초로 보유한 박현주 수원지검 부장검사(47·31기)가 임명됐다. 조희진 단장(56·19기·서울동부지검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의혹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하겠다.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셀프 조사’ 지적에 대해서는 “외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단의 상부에 두고 조사 과정을 수시로 보고해 조언을 듣는 방안을 검찰총장에게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서 검사가 “지난해 9월 말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메일로 전달했지만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까지는 “박 장관이 편지함을 확인해봤는데 이메일을 받은 게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약 두 시간 만에 법무부는 “이메일을 받았고 즉시 해당 부서에 내용을 파악하고 서 검사와 면담하라고 지시했다”며 말을 뒤집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남경현·조윤경 기자}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성추행)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제가 혼자 목소리를 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안태근 전 검사장(52·사법연수원 20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는 31일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 피해자와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을 깨기 시작하면 좋겠다는 서 검사는 “제 사건에서 언급된 분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 인격적 공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폭로 이후 검찰 안팎에서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집요하게 관심 가져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쉬쉬했을 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일선 여검사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그간 알게 모르게 숨겨진 성추행이나, 성추행과 친밀감의 표현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었던 일들이 많았는데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검사들은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면 검찰 조직에서 부적응자로 취급될까봐 주저했다”고 입을 모았다. 성추행 등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와줄 거라고 믿었던 여성 부장이 오히려 “참아라”라고 했을 때가 가장 섭섭했다는 여검사의 반응도 있었다. 성폭력을 당한 여검사가 해당 청의 수석검사를 통해 정식으로 문제를 삼기가 부담될 때 선배 여검사에게 고민을 말하고 도움을 청하는데, 참으라고 해 배신감이 컸다는 것이다. 서 검사의 폭로 글에는 안 전 검사장 외에 과거 자신이 남성 선후배 검사로부터 당한 성추행 및 성희롱 사례가 다수 담겨 있다. 어떤 선배 검사는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탬버린을 두드렸는데 함께 놀던 부장검사가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는 것이다. 한 전직 여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간부가 퇴근 후 관사에서 혼자 지내기 쓸쓸하다며 관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또 “간부는 자신의 ○○ 맛을 보면 여자들이 모두 정신을 못 차린다고 그 부인은 본인이 지방 발령을 받으면 우울증에 걸린다고…뭐 이런 잡소리들을 늘어놓았다”는 글을 올렸다.○ 여성 1호 검사장, 진상조사단 꾸려 대검찰청은 이날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하기로 했다. 조사단장에는 첫 여성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56·19기)을 즉각 임명했다. 주영환 대검 대변인은 오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어느 한 성이 다른 성에 의해 억압되고, 참고 지내야 하는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조사단을 발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서 검사 사건을 포함한 검찰 내에서 벌어진 성추행 의혹 전반을 조사한 뒤 피해 회복과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한다. 단장 외에 부장검사급 부단장, 평검사 4명, 수사관 5명 등 최소 11명 규모로 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한 뒤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는 서 검사의 주장도 확인할 예정이다.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별도로 따지지 않기로 했다. 조 지검장은 통화에서 “조직 내에서 남녀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근무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주저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조 지검장 등 수도권 지검장들을 대거 호출해 “일체의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는 이날 각각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발족과, 성폭력 피해사실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권고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권고안을 수용했다. 조 지검장은 “서 검사 사건을 먼저 조사한 뒤 전수조사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검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검사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전직 여검사 A 씨는 30일 방송 인터뷰에서 검찰에 근무할 당시 아버지뻘이었던 고위 간부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해당 간부가) 관사 주소를 불러 줘서 (검사들끼리) 노는 자리인가 보다 하고 갔더니 저만 딱 있는 거다. 어깨에 손 얹고 눈을 들여다보고 (했다)”고 말했다. 또 얼마 후 그 간부가 호텔 일식당으로 나오라고 하는 등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A 씨는 “저한테 개인적인 만남 요구하지 마시라. 대단히 올바르지 않은 행동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일을 겪은 후 A 씨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검사직을 그만뒀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가 7년여 전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사안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또 “직장 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고,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이날 “서 검사가 제기한 인사 불이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 8월 당시 서 검사의 인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전날 “서울북부지검에 근무하던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52·20기)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장관을 비롯해 여러 검사가 자리한 공개석상에서 술에 취한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더듬었다는 것이다. 또 서 검사는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56·15기)이 안 전 검사장과 함께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부터 지금까지 서 검사와 통화하거나 기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사건을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히며, 대검에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니 곧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경 서 검사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면담을 요청하자 진위 파악에 나섰으나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최우열 기자}
대법원이 지능형 개인회생·파산 시스템을 개발해 2020년부터 ‘인공지능(AI) 재판연구관’이 신청인의 개인회생·파산 재판을 돕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법원은 ‘지능형 개인회생·파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2020년까지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인 ‘지능형 사건관리(이-로클럭·E-lawclerk)’을 전국 회생 재판부에 도입하는 게 목표다. 개인회생·파산 사건은 복잡한 신청서 양식, 소명자료, 신청서 부실제출 때문에 파산신청이 기각되거나 법원 결정까지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현재 개인회생·파산 절차는 신청대리인(변호사)을 필수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청인에게 금전적 부담이 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가 아닌 ‘개인회생파산 법조 브로커’가 개입해 신청인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은 신청인이 서류를 제출하는 단계부터 온라인 입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재판부가 확인해야 할 내용과 쟁점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 빅데이터를 통해 예측 모델을 구축해 사건을 최종 검토하는 재판부를 도와준다. 파산·회생 분야는 데이터가 정형화돼 있어 AI 기술 적용이 가장 용이하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청인이 대리인의 도움 없이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할 수 있어 선임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대법원은 빅데이터 학습을 한 AI 재판연구관이 개인회생 변제계획인가결정, 파산선고와 면책결정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예측정보를 재판부에 제공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8년부터 개인회생·파산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검토한 후 2020년부터는 신청인의 편의를 돕는 지능형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59·사진)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전 대법관 13명에게 그 내용에 대해 아무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조사 결과엔 2015년 당시 지금의 대법관 7명이 참여했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 재판과 연계된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게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앞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의 절차와 방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원세훈 선고’ 관련 문건이 발단 추가조사위가 22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0) 재임 중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를 전후해 청와대와 주고받은 의견 등을 정리한 문건이 포함돼 있다. 제목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다. 여기엔 원 전 원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대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1·구속)이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법원행정처가 대통령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그리고 실제 우 전 수석의 희망처럼 원 전 원장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당시 대법원은 사건을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에 배당했다가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였다.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판결을 전원 일치로 파기하고 핵심 증거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3개월 뒤 원 전 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원 전 원장은 2017년 8월 파기 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관들까지 조사 대상’ 논란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간에 갈등 기류가 형성된 주요 배경은 ‘원 전 원장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경위’가 3차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법원행정처의 원 전 원장 사건 문건엔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이란 대목이 있다. 이에 일부 판사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진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원 전 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에 참여했던 대법관들은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당시 이상훈(62·퇴임), 이인복 대법관(62·퇴임) 등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했다. 청와대와 상고법원을 놓고 거래를 했다면 대법관 전원일치로 원 전 원장 사건을 파기하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대법원장 vs 대법관들’ 편 나뉘나 김 대법원장은 25일 취재진에게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해 “대법관들도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한 나의 고뇌와 노력을 충분히 이해했고 빠른 시간 내에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대법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에게 수차례 사법부가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 파일 개봉을 당사자 동의 없이 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것이다.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 23일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공동으로 “(원 전 원장 전원합의체)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하여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데도 대법관들의 불만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3차 조사 대상에) 대법관들까지 들어간다면 결국 대법원장 대 대법관들로 편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김소영 법원행정처장(54·사법연수원 19기)의 교체 이유를 대법관들에게 설명하면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 재판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김 처장의 교체를 발표하기 전 가진 대법관 회의에서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 직후 작성한 문서 내용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재판(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했던 김 처장이 사법행정을 계속 담당하는 게 향후 (3차) 추가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원 전 원장이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을 동원해 댓글 등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경위, 즉 대법원의 내밀한 재판 과정도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조사 방식과 범위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의 대법관회의 발언을 감안할 때 김 처장의 교체는 고강도 ‘3차 조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앞서 추가조사위 조사 과정에서 행정처 관계자들이 사용했던 PC 제공과 당사자 동의 없는 PC 조사를 반대한 바 있다. 한 고위 법관은 “김 처장을 다음 달 1일자로 교체하면서 25일에 서둘러 인사 발표를 한 것은 행정처 내부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관들은 추가조사위의 원 전 원장 재판 관련 문건 공개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원 전 원장의 대법원 상고심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닌데도 추가조사위가 무책임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 사건은 소부(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재판부)에서 만장일치로 합의가 됐지만 ‘사안이 중대하므로 전체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조사위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결과 발표와 김 처장의 전격적인 교체 이후 법원행정처 내부는 동요가 더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법원행정처 심의관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장에게 집단으로 겸임해제 건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법원행정처에는 총 35명의 법관이 일선법원에 소속을 둔 채 겸임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다. 겸임발령이 해제되면 원소속 법원으로 돌아가 재판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최근 법원행정처 소속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심의관 8명 중 2명은 아예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은 모두 사법연수원 동기들 가운데 최선두 그룹으로 꼽히는 엘리트 판사다. 한 법원행정처 간부는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적폐’로 몰리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법원행정처장이 재판부로 복귀하는 것은 오랜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김 처장의 교체가 ‘문책성 경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김 처장 교체가 추가조사위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추가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대법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법원 안팎의 시각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전혀 그런 의견 차이나 갈등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전주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이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에게 속은 것을 뒤늦게 알고 후회했다”고 털어놓았다는 유영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4기)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최 씨 측은 “사실과 달라 유감”이라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 변호사가 바둑으로 따지면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인터뷰 상당 부분 내용이 박 전 대통령의 진의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두 사람을 갈라서서 싸우게 하는 꼴인데 이는 검찰이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순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몇 번이나 ‘내가 속은 것 같다. 내가 참 많은 걸 몰랐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에게 속았으니 이실직고하라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음달 13일인) 최 씨의 선고 전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인터뷰가 재판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이 인터뷰 기사를 증거로 제출할까 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인터뷰에 대해 “특정 변호인(유 변호사)의 추리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 인터뷰에 따르면 최 씨는 2016년 9월 의혹이 불거진 최 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최 씨가 딸 정유라 씨(22)와 관련해 당시 교제하던 신주평 씨를 떼어놓기 위해 군대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 씨는 정 씨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한 적이 없어 전혀 안 맞는 이야기”라며 “박 전 대통령이 비덱을 특정해 물어보지 않았고 당시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 최 씨가 ‘(한국에) 들어가서 해명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유 변호사의 인터뷰를 본 최 씨는 이 변호사에게 “박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 나의 행동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을 반성하고 있다. 원망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