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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가 사용한 또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은 강력한 보안성이 장점이다. 시그널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전 과정을 모두 암호화하는 ‘종단간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을 이용한다. 비슷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에만 적용된 기술이다. 암호화를 푸는 암호키가 서버가 아닌 대화 당사자 기기에 보관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그널 측도 대화 내용을 알 수 없다. 사용자는 1초부터 일주일까지 메시지 삭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보안이 유지되는 음성통화 기능도 가능하다. 경찰은 김 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정보 분석)으로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가 메시지를 삭제했다면 복원이 불가능했다. 2015년 11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메신저 보안등급을 4단계로 평가했는데 시그널은 최고등급인 ‘가장안전’ 등급, 텔레그램은 그 아래 ‘안전’ 등급으로 분류됐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가장 낮은 단계인 ‘불안전’ 등급을 받았다. 시그널은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 세력에 통화와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안드로이드 앱을 제공한 화이트해커 목시 말린스파이크가 2014년 만들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보안성을 치켜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신규진 newjin@donga.com·신무경 기자}

16일 오후 11시경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사랑채 앞. 경복궁 담장 아래 인도에 수백 명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다. 약 200명의 노조원은 인도에 비닐을 깔고 침낭 속에 몸을 넣었다. 폭 2m 남짓한 인도에서 빈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침낭 행렬’은 약 300m에 걸쳐 이어졌다. 청와대 앞길 산책에 나섰던 한 시민이 다가서자 경찰이 가로막았다. “(노조원들과) 시비가 붙을 수 있으니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근처에 산다는 이 시민은 ‘시민통행로’ 팻말을 가리키며 “노조원 보행권만 보장되느냐”며 항의했다. 노숙 농성에는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와 GM지부 소속 노조원이 참가하고 있다. 농성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GM지부 노조원 70여 명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상경 투쟁 중이다. 성동조선해양지회 노조원 100여 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중소형 조선소 회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이달 초 서울로 왔다. 낮 시간에 집회를 열던 이들은 16일부터 함께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노숙 농성이 시작되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 늦은 밤 노조원들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거나 농성장에서 술판도 열린다. 효자동 주민 김모 씨(55·여)는 “밤늦게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며 큰 소리를 치는 노조원들과 마주쳐 놀랐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17일 농성장 근처에 ‘주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청와대 앞길 개방 후 연일 계속되는 각종 단체의 집회나 1인 시위 탓에 근처 주민과 상인들은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요즘도 청와대 앞길 인도에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해직자 복직 투쟁’ 같은 시위가 매일 열리고 있다. 효자동 주민 이모 씨(52·여)는 “한적한 동네였던 효자동이 너무 시끄럽게 바뀌었다. 현장 경찰에게 여러 번 항의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했다. 박모 씨(50)는 “늦게 귀가하는 딸이 노숙 농성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청와대 쪽으로 가지 말라’고 시켰다. 이 길은 주민을 위해 개방한 것 아니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4·여)는 “경복궁 돌담길을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벽이 집회 현수막으로 도배됐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노숙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노조원의 행동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6일 오후 8시 35분경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서중시장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근처 가게 직원이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했다. 그로부터 3시간여 지난 7일 0시경 시장 한쪽에서 또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약 2시간 만에 꺼졌다. 그러나 시장 내 점포 12곳 중 4곳이 전소되고 2곳의 일부가 불에 타면서 소방서 추산 약 10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이 난 점포들은 철거 예정지로 비어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거주하던 A 씨(91)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아무도 없던 시장에서 불이 난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주변인과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했다. 두 번째 화재 직전 한 여성이 휘발유가 든 것으로 보이는 통을 들고 시장을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추적 끝에 7일 오후 4시 45분경 시장 주변 주택에서 정모 씨(74)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시장 사람들이 폐지를 못 줍게 해 화가 나서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무직인 정 씨는 올 초부터 시장 내 상인들과 폐지를 줍는 문제로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5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A어린이집 앞. 길에서 고무타일이 깔린 어린이집 마당놀이터로 통하는 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문에 적힌 ‘영유아 안전을 위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며 출입 시 문을 꼭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놀이터에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어린이집 현관문이 보인다. 이 문을 통하면 아이들이 있는 공간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 복도, 마당 등에는 폐쇄회로(CC)TV가 여러 대 설치돼 있지만 어린이집 곳곳을 활보하는 동안 아무도 제지하거나 나와 보지 않았다.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초등생 인질극’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보안관이라도 있는 초등학교와 달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실상 외부인이 드나드는 데 더 취약하다는 걱정이다. 이날 본보 기자가 서울 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5곳을 돌아본 결과 마당이나 놀이터가 있는 곳들은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울타리가 있지만 성인 남성 키보다 훨씬 낮아 넘기 쉬워 보였다. 또 문은 5곳 모두 잠겨 있지 않았다. 서대문구 B유치원은 잠금장치 등이 달린 정문은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워 보였지만 뒷마당으로 향하는 울타리문은 열려 있었다. C어린이집은 문은 열렸는데 인터폰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실정은 이랬지만 한 보육교사는 “아이들과 교사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문을 닫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4일 아이를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준 이모 씨(32·여)는 “병원에 들렀다가 오전 10시에 갔는데 유치원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닫는 것을) 깜빡했다는 교사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모 씨(35·여)는 “며칠 전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면서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놓은 게 생각나 아이 어린이집에 찾아가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책을 내놓는 유치원, 어린이집도 생겼다. 일부에서는 초인종을 설치하거나 방문 시간을 제한한다. 충북 충주시 D유치원은 등·하원 시간에만 출입문을 개방한다는 통지문을 학부모에게 보냈다. 현관에는 교무실로 연결되는 초인종을 추가 설치했다. 외부인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방문증을 발급해 달게 했다. 엄마들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흘째 직접 애들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름이 되면 문을 매일 열어놓을 텐데 걱정이다’ ‘학교처럼 보안관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등 막연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구로구 F어린이집 원장 이모 씨(48·여)는 “방배초 사건 이후 ‘이상한 사람이 출입할 때 제지할 수 있는 남자 직원이 있느냐’ ‘외부인 출입은 어떻게 관리하느냐’ 같은 문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연세대 학생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에 대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포스트잇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제기된 교수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학생들이 재차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A 교수 연구실 앞에는 200여 개의 미투 포스트잇이 출입문과 그 옆 벽면에 빽빽이 나붙어 있었다. 내용은 “교실은 룸살롱이 아니다” “사과한다고 하셨잖아요” “자수하고 광명 찾자” “나가” 등 해당 교수를 비판한 게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2월 학내에 게시된 대자보에 따르면 A 교수는 지난해 3월 수업 중 여학생들을 강단 앞으로 불러내 자기소개를 하고 이상형을 밝히라고 요구한 뒤 남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골라라”라고 말했다. 또 강의 뒤풀이에서 A 교수가 “술자리에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다”며 테이블당 여학생을 한 명씩 앉도록 요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A 교수 측은 “여학생 수와 구성하려는 조의 수가 유사해 여학생을 기준으로 조 편성이 진행된 것”이라며 “술자리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총여학생회는 “A 교수가 사과를 약속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학교 본부는 A 교수의 사과 불이행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2월 윤리위원회를 열어 A 교수 징계를 인사위원회에 요청하기로 의결했으나 아직 열리지 않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울릉도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 기관실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이 긴급 출동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들은 입항할 때까지 4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다. 강원 동해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독도를 출발해 울릉도로 가고 있던 668t급 여객선 엘도라도호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5분경 울릉도 남동쪽 22km 해상에서 기관실에 바닷물이 유입됐다. 바닷물은 곧 기관실 바닥 60cm 높이까지 차올랐다. 배에는 승객 396명, 승무원 7명 등 403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즉시 경북운항관리센터에 침수 사실을 신고했고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모두 입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해경은 1500t급 경비함과 해경 대원 6명을 현장으로 급파해 배수펌프로 물을 퍼냈다. 엔진과 발전기 상태도 양호해 여객선 운항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선은 해경 경비함의 안전 관리를 받으며 오후 11시 37분경 울릉도 저동항에 입항했다. 침수 원인에 대해 경북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1번 기관실 외부 ‘스케그’가 바다에 떠다니던 물체와 충돌해 그 충격으로 기관실 일부가 갈라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온 것으로 1일 잠정 결론을 내렸다. 스케그는 배의 키 아래를 지탱하면서 선박 기울기를 완충하는 일종의 날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법원은 28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지금 단계에서 구속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상급자로서 압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가 분명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또 “안 전 지사가 증거 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전 지사가 일정한 장소에 머물며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한 점을 감안한 결과로 분석된다. 법원은 범죄 사실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대부분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하지만 곽 판사는 안 전 지사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했음에도 영장을 기각했다. 죄가 되는지를 두고 안 전 지사와 검찰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안 전 지사의 혐의 중 핵심인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해 그동안 엄격한 입증을 요구해왔다. 본보의 판결문 분석 결과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단 9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8건이 유죄로 인정됐고 7건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단순한 업무상 상하관계를 위력이 작용하는 상태로 보지 않고 있다. 협박이나 약물을 동원해 피해자를 무력화시키거나 상습적으로 여러 여성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경우만 유죄로 인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상 위력 간음은 입증이 어려워 기소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에 대한 보강 조사를 마친 뒤 안 전 지사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 씨도 김 씨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정황이 확인될 경우 법원에 상습성을 구속 사유로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훈 기자}

“나 미투 한다?” 최근 엘리베이터에서 의도치 않게 어깨가 닿은 한 남자 선배가 후배 김모 씨(26·여)에게 말했다. 김 씨는 선배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부터 사내에는 신체접촉만 일어나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농담이 나오는 분위기가 됐다. 김 씨는 “장난으로 미투를 소비하는 것에 정색하면 예민한 사람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사실 김 씨는 매일 아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투’ 해시태그를 게시하는 온라인 미투 운동가다. 그는 “이중인격의 삶이다. 회사에서 미투 폄하에 동조하는 듯한 자신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지현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의 폭로 이후 미투 운동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많다. 온라인 미투 열풍과 다르게 현실에는 ‘미투 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직원들은 온라인에선 활발하게 미투에 동참하지만 사무실로 돌아오면 입을 닫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것도 미투냐” 기존 행태 반복하는 상사들 여직원들은 미투 열풍으로 성희롱 민감도는 늘었지만 사내에 미투를 희화화하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최근 팀장이 “요새 50~60대 사이에서 도는 유머 글이란다 ㅋ”라며 단체채팅방에 올린 글에 어쩔 수 없이 ‘좋아요’ 이모티콘을 보냈다. ‘나무꾼이 베트남 여인과 한국 여인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베트남 여인을 구한다. 이유는 한국 여인은 손만 잡아도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김 씨는 “회사 전체적으로 ‘여직원들에게 발언 조심해라’는 지시가 돌지만 실상은 미투 조롱이 많다”며 “억압적인 분위기에 미투 관련 대화는 물론 다른 얘기조차 동료들에게 하기 꺼려 진다”고 말했다. 회식자리에서 저마다 미투 감별사를 자처하며 품평하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또 다른 김모 씨(26·여)는 최근 팀장이 회식에서 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게재된 미투 글을 읽어주며 “이게 미투라고 생각하냐. 내가 생각하기엔 아니다. 무조건 익명으로 폭로한다고 다 미투가 아니다”고 물어 할 말을 잃었다. 이어 팀장은 “이윤택 사건은 미투가 맞고 안희정은 애매하다. 수사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미투”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분위기에서 미투 관련 질문 타깃은 여직원이다. 그냥 상사 말이 맞다고 수긍해야한다”고 했다.● ‘미투천장’ 같은 신조어 등장 이 같은 회사 분위기에 여직원들 사이에선 ‘미투 천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인터넷에 정착된 미투 문화가 현실에 적용될 수 없다는 자조적인 의미다. 직장인 박모 씨(30·여)는 “‘미투 천장’은 엄연한 현실이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미투 운동이 활발해도 기존 남성 중심적인 회사 문화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가 지나치게 사건화 돼 대중이 제3자의 시선으로 인식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윤택, 안희정 등 대형사건이 잇따르면서 미투가 지나치게 사건화 됐다”며 “내 일이 아니리고 인식하는 순간 미투를 바라보는 생각 자체가 가벼워진다”고 분석했다. 폭로 중심적 온라인 미투가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확인 과정 없는 폭로전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남성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학에 인권센터가 만들어지듯이 사내 분쟁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상설화 돼야한다”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유라 기자 ·전채은 기자}

검찰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사진)에 대해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지사의 구속 여부는 26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이날 안 전 지사에 대해 피감독자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3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만 영장이 청구됐다. 두 번째 피해자 A 씨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피감독자 간음은 당초 김 씨가 고소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동일한 혐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가 규정된 형법 303조 1항에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검찰이 이 조항에 근거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공소장을 기재할 때는 ‘죄명에 관한 검찰 예규’에 따라 ‘피감독자 간음’과 ‘피보호자 간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적용해야 한다. 검찰은 김 씨에게는 안 전 지사가 ‘감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피감독자 간음은 명확한 고용관계가 아니더라도 감독과 피감독의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면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김 씨 외에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극단 단원 8명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을 이날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7기)는 오후 9시 26분경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춰 범죄가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오혁 기자}
이화여대 교수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또 제기됐다.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성폭력사건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음대 A 교수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 성명에 따르면 A 교수는 악기 지도를 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학생들의 신체를 만졌다. “한의학을 공부했다”며 학생들의 몸을 더듬고 상의 안에 손을 넣어 만졌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호소하면 A 교수는 “우리 사이에 수치스러울 것이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위원회 측은 여러 건의 추가 피해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위원회 측은 “A 교수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촉구한다. 아울러 학교 측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화여대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학교 관계자는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성희롱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학생들과 신체 접촉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화여대에서는 이달 6일 한 퇴직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학교 측이 조사를 하고 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 단원 8명을 24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상습강제추행 등)로 21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성이 인정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한 극단 단원은 17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1999년부터 17명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피해는 모두 62건에 달했다. 그러나 2010년 상습죄 조항 신설 이전 발생한 38건의 범죄 사실은 직접 처벌이 불가능하다. 성폭행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경찰은 2010년 이전에 발생한 성폭력도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확인된 피해사례 62건을 모두 구속영장에 반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는 상습 정황을 알리고 가중처벌 등을 고려해 피해자 17명이 밝힌 피해사례 62건의 내용을 영장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감독은 17, 18일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범죄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 2005년 자신에게 성폭행당한 단원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감독은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일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 “발성연습이나 연기지도 차원이다”고 설명하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방조,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48)에게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9일 일부 단체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추진계획이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대한민국직능포럼(상임회장 정일봉)은 20일 ‘문재인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진위원회’ 발기인 모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포럼 측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럼 사무실에서 모임을 열 예정이었다. 정 회장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위원회를 만들려 한 것인데, 이렇게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럼 자체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포럼 측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 등 직능단체 120여 개가 가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포럼 측은 전날 “직능포럼 회장단 등 30여 명이 모여 문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발기인 모임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유착관계냐” 등 비판 여론이 불거지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추진위 폐지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벨상 수상 추진은) 문 대통령과 아무 관련 없는 일이다. 이런 움직임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이제 첫걸음일 뿐이다. 가야 할 길이 멀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때 말을 삼가고 몸가짐은 무거워야 한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여비서와 싱크탱크 여성 연구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19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한다. 9일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열흘 만이다. 안 전 지사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해 사안의 진상을 충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이어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안 전 지사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A 씨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세 차례, 성추행을 네 차례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안 전 지사 측은 “두 여성과 성관계를 맺긴 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관사와 자택 등에서 안 전 지사와 피해자들의 평소 관계가 반영된 자료를 확보해 안 전 지사가 상관으로서 강제적으로 김 씨 및 A 씨와 성관계를 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극단 단원 17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17, 18일 연이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전 감독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건 ‘리허설’ 논란을 빚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 후 26일 만이다. 이 전 감독은 토요일인 17일 오전 9시 5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이 전 감독은 “피해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폭력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기자회견 전 사전 리허설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테크니컬하게 준비를 하는데 이 준비 과정을 리허설이다, 연습이다라고 왜곡되게 말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표정까지 연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감독은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서 약 15시간 조사를 받은 뒤 18일 오전 1시 10분경 귀가했다. 이어 같은 날 오전 10시 25분경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이 지위를 이용해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력’ 행사 여부를 놓고 이 전 감독과 피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17명에 이르고 조사 내용이 방대해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두 번째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시동 걸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교통사고분석과 최지훈 연구관(46)이 외쳤다. 그의 앞에는 ‘지바겐’으로 불리는 벤츠 G63AMG 한 대가 서 있었다. 차량을 둘러싼 채 서 있는 동료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펑.’ 폭발음과 함께 엔진오일이 사방으로 튀었다. 최 연구관이 입고 있던 바지가 시커멓게 얼룩이 졌다. 배우 김주혁 씨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한 달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김 씨는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중 일어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차량은 심하게 파손됐다. 윤곽을 알아볼 수 없었다. 엔진마저 부서져 시동조차 걸 수 없었다. 최 연구관은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 달 만에야 겨우 엔진을 손봤다. 그런데 엔진오일 탱크가 파손된 걸 놓쳤다. 다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지바겐의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진짜 감정은 이때부터다. 사고 차량에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다. 모든 부품을 감정하고 가능한 모든 가설을 계산하고 해석해야 했다. 최 연구관은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다. 이는 3차원(3D) 영상으로 재구성됐다. 그는 이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과 당시 속도를 추정했다. 다음 단계는 ‘피어리뷰(Peer Review·동료 평가)’. 감정 결과에서 오류를 찾아내고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토론과 수정이 무한 반복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수차례에 걸친 피어리뷰를 거치며 감정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차량 결함 및 기계적 오작동 흔적이 없다.’ 사고 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감정 결과다. ○ 아내에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는다 지난달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에서 최 연구관을 만났다. 3개월에 걸친 진실 추적 과정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종 감정 결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오류를 배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 연구관은 결혼 후 아내의 운전을 금지했다. 1, 2년이 아니다. 그의 아내는 벌써 10년 넘게 운전석에 앉지 못했다. 아내는 종종 “원주시 교통이 얼마나 불편한 줄 아느냐. 버스 한번 타는 데 30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아느냐”며 불평한다. 아내의 말이라면 죽고 못 사는 최 연구관이지만 ‘운전 금지령’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2006년 국과수에 입사한 그는 매일 다양한 교통사고를 분석하고 있다. “아내가 불편한 거 잘 알죠. 그런데 내가 너무 불안해요. 반대편에서 돌덩이가 날아와 사고가 나는 것처럼 전혀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게 교통사고예요.” 최 연구관처럼 국과수에는 특이한 직업병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다. 그만큼 국과수가 처리하는 사건 사고가 많다는 뜻이다. 국과수가 처리하는 감정은 지난해 약 57만 건으로 5년 전인 2012년(29만여 건)의 2배 규모다. 영역도 무한 확장 중이다.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공항에서 우범 여행자의 얼굴을 인식해 추적한다. 유전자(DNA) 분석 기술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도 한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선 디지털 증거물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이른바 ‘가짜 뉴스’도 판별한다.○ 담배꽁초와 머리카락만 찾아 헤맨다 2010년 입사한 법유전자과 정주연 연구사(35·여)는 지난해 미제 사건이던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다. 영구 미제가 될 뻔한 범행을 밝힌 결정적 단서는 담배꽁초였다. 지난해 11월 대구 중구에서 A 씨가 20대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그는 현장에 담배꽁초를 남겼다. 여기에 남은 DNA가 2004년 대구 북구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40대 여주인 흉기 살인사건 용의자와 일치했다. 당시에도 담배꽁초가 현장에 있었다. 정 연구사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업그레이드해 식별력을 높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정 연구사는 집에서 가끔 식탁 위에 놓인 머리카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면 남편이 “텅 빈 곳을 왜 뚫어져라 쳐다보냐”고 묻는다. 정 연구사는 “모발에서 DNA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디서든 머리카락이 눈에 콕콕 들어와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사가 접하는 감정서는 1주일에 60∼70건. 그는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게 돼 동네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연구사가 계속 일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제가 맡은 사건이 어느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일 수 있잖아요.”○ ‘연예인 마약’ 뉴스 나오면 외박한다 “아무리 봐도 양귀비 씨 같은데….” 마약 분석을 담당하는 법독성학과 이재신 연구관(48)이 독일로 출장을 갔을 때다. 호텔 조식으로 제공된 빵 위에 작은 씨앗들이 올려져 있었다. 주머니에서 소형 확대경인 ‘루페’를 꺼냈다. 식사를 중단하고 루페로 빵 표면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양귀비 씨였다. 이 연구관은 “씨 자체에는 환각 성분이 거의 없다. 해외에서는 양귀비 씨 빵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연구관은 빵을 먹지 않았다. 그는 해외 출장 때 늘 루페를 챙긴다. 마약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관련 범죄도 늘고 있다. 유사 마약까지 포함하면 종류가 2000종에 이른다. 그는 “새로 나오는 신종 마약까지 분석하고 공부하려면 항상 마약에 대한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1997년 국과수에 입사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뉴스 모니터로 시작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저녁 뉴스를 챙겨 본다. 포털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연예인 ○○○ 마약’이 오른 날은 24시간 비상 대기다. 십중팔구 이 연구관에게 소변과 모발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연예인 중에 가명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누군지 모르고 감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TV를 보고 내가 감정한 사람이 유명 연예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아이 앞에서 가장 힘들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10년차 박소형 법의관(41·여)은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아기들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자살하는 부모에 의해 함께 숨진 아이, 미혼모에게 버려졌다가 사망한 신생아들이다. 이런 아기를 부검하기 위해 메스를 잡을 때면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박 법의관의 심장을 콕콕 찌른다. “계속 살았다면 학교도 가고 결혼도 했을 텐데, 그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잘 달려갔을 텐데….” 아이의 시신을 부검하다 보면 박 연구관은 종종 이들이 가졌을 꿈이 무엇일까 떠오른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죽음이라는 큰 장벽을 실감한다.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도 나름 전문가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느끼죠. ‘인간의 한계가 여기까지구나’라는 걸 실감합니다.” 소아 부검은 성인보다 까다롭다. 단순히 몸이 작아서가 아니다. 학술적인 연구 정보도 적다. 그래서 어른보다 시간이 더 걸릴 때가 많다. 부검 시간이 길어지면 박 법의관도 애가 탄다. “모든 죽음은 슬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하루라도 더 같이 보내길 원하는 유족들을 대할 땐 저도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10년째 부검을 하다 보면 유형에 따라 비슷한 방식이 반복된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때마다 박 법의관은 스스로에게 “한 건 한 건 모두 다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고 다짐한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매일 시신을 보는 건 힘들다. 그래서 5∼7년차에 그만두는 법의관이 많다. 박 법의관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차 법의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1987’에는 국과수 법의관도 등장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부검을 맡았던 당시 국과수 황적준 법의학1과장(71)이다. 그는 부검을 통해 박 씨의 사인을 밝혔다. 박 법의관은 이런 선배들의 고민과 고통을 잘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진실을 찾기 위한 고민 하나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후배로서 감히 선배들과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발걸음으로 지금의 국과수가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 선배들이 닦은 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8 국과수 ‘신입 선생들’ ▼석-박사급 전문인력 대거 응시… 평균 경쟁률 20대 1 훌쩍 “삼수는 기본”법의관만 여전히 지원자 부족… 열악한 근무 여건-급여 개선 필요“대학원 연구는 그냥 개인의 실험으로 끝나죠. 하지만 국과수 감정은 하나하나가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유전자과 조윤정 연구사(32·여)의 목소리에선 자부심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조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국과수에 ‘입사’한 신입이다. 그는 삼수생이다.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두 번이나 떨어진 뒤 도전 세 번째 만에 합격했다. 조 연구사는 “아직 감정서를 직접 쓰지는 않지만 언젠가 내가 작성한 감정서가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진중하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과수에 채용된 직원은 조 연구사를 포함해 19명.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국과수 입성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국과수 신입직원은 일반 기업의 신입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둔 신입직원도 많다. 대부분 의사나 약사 면허를 취득하거나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입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신입직원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다. 법안전과 이제현 연구사(39)도 늦깎이 신입이다. 물리학 박사인 이 연구사는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운 과학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과수 직원들은 호칭도 예의를 갖춘다. 신입직원을 ‘선생’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교통사고분석과 박정우 연구사(33)는 아직 ‘박 선생’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다. 그는 외국계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하다 국과수에 지원해 합격했다. 박 연구사는 처음 국과수가 교통사고까지 분석하는 줄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국과수에서 하는 일을 자세히 알게 된 뒤 꿈을 키웠다. 그는 “기존 회사보다 급여는 낮다. 하지만 20년 후 나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입사 경쟁률은 생각보다 높다.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6년 경력직 채용시험 때는 의료기술 서기보 한 명을 뽑는 데 99명이 지원했다. 다른 직군의 경쟁률도 대부분 20 대 1을 넘는다. 단, 예외가 있다.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이다. 2016, 2017년 국과수는 법의관 채용공고를 4차례 냈다. 하지만 항상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적었다. 아예 한 명도 없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 11, 12월 지역분원 법의관 채용 때 지원자는 ‘0’이었다. 현재 국과수 내 법의관 정원은 46명. 근무 중인 법의관은 31명이다. 법의관 지원이 적은 건 급여와 열악한 근무여건 탓이 크다. 법의관은 의사면허가 있어야 지원 가능하다. 국과수 법의관은 평균적으로 일반 의사 수입의 70%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의관 1명이 담당하는 부검업무는 연간 250여 건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지난해에만 법의관 5명이 국과수에서 퇴직했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만 있으니 남은 사람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과중한 업무와 심각한 인력난 등이 중증외상센터와 판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법의관 연봉을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 법정에서 부검과 관련된 증언을 할 경우 전문가 직급에 맞게 출석수당 지급 같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원주=구특교 kootg@donga.com·신규진 기자·정현우 기자}
부대의 유일한 여군에게 여자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한 주임원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기 육군 모 포병대대 주임원사 A 씨에 대한 같은 부대 여성 부사관 B 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육군참모총장에게 “A 씨를 징계하라”고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6년 9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하사 B 씨는 대대 본부 건물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화장실을 쓸 때마다 행정반에서 열쇠를 받아 가야 했다. 부대를 방문한 민간 여성용 화장실이어서 평소에 잠가 놓고 열쇠는 행정반에서 보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B 씨는 매번 용변을 볼 때 행정반 남성 사병에게서 열쇠를 받아야 했다. 이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났을 때는 근무지에서 약 50m 떨어진 위병소 면회객 화장실을 써야 했다. B 씨 진정서에는 정말 급할 때는 탄약통을 요강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돼 있었다. B 씨는 이런 사정을 당시 상급자인 A 씨에게 알렸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같은 해 10월 말 유격훈련을 나갔을 때 숙영지에 여성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설치됐지만 A 씨는 B 씨에게 “이곳을 이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자신이 사용했다. B 씨는 차를 타고 1.6km 떨어진 다른 부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고 한다. A 씨는 “유격장의 여성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고장 나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자신의 부대와 상급부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인권위는 확인했다. B 씨는 결국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고 현재 휴직 중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저를 고소한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제 아내가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후 어떤 일을 당하든 아내와 가족들 곁에 조금 더 있어주고 싶습니다.” 10일 오전 4시 반경 수도권 외곽의 한 휴게소 주차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9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은 뒤 승용차를 타고 수도권의 모처로 향하던 길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와 대화를 하다 갑자기 헝클어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 안희정 “날 내버려둬 달라” 안 전 지사는 “내가 버티는 유일한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다.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겠는가. 잘못의 책임은 나에게 묻고 가족들은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이 있는 곳으로 이제 갈 수가 없다. 부모님 댁으로 가고 싶어도 집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칠 테니 나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며 흐느꼈다. 이날 안 전 지사가 탄 차량을 운전한 안 전 지사의 친구는 “(안 전 지사가) 잘못은 했지만 친구의 초상을 치르기 싫어서 도와주고 있다”며 “이 친구의 아내가 지금도 걱정이 돼 집에서 잠을 못 이루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피해자 김지은 씨(33)가 고소한 내용의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라며 답을 피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다가 불안한 듯 휴게소 주차장을 서성이며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그는 “지난 월요일(5일) 관사를 나온 후 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못했다”며 “어제까지 아내가 있는 곳에 머물렀는데,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날이 5일이다. 휴게소에서 2시간가량 머문 안 전 지사는 오전 6시 반경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전 8시경 수도권 모처의 목조 조립식 건물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이곳에 머물며 검찰의 소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안 전 지사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족과 함께 머물며 사죄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2시 반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성폭행 피해자 김 씨에 대해 “저를 지지하고 저를 위해 열심히 했던 참모였습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의 상실감, 배신감 여러 가지 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전날 오후 5시경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취재진 앞에 섰을 때는 국민과 가족에게 사과하면서 김 씨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김 씨가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던 때 일방적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유를 묻자 “소환을 기다렸습니다만 견딜 수 없게 저도…”라고 말했다. 김 씨 측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행동이 아니다. 매우 유감이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자신의 차량을 일부 언론사 차량이 따라붙자 차를 세우고 나와 “제발 나를 좀 내버려둬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강압적 성관계 없었다” 혐의 부인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 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두 사람의 진술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김 씨가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에 동행했던 충남도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도 벌이고 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수행비서로서 안 전 지사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 전 지사는 김 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력 등 강압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 주에 안 전 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또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는 이번 주초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이지훈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9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비서였던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저로 인해 상처 입었을 많은 분께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김 씨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혐의 인정을 묻는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전날 입장 표명 계획을 갑작스레 취소한 안 전 지사는 이날 출석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오후 3시 40분경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이 “오후 5시에 출석하겠다”고 검찰에 통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해자 김 씨가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김 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이날 안 전 지사의 갑작스러운 출석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성폭행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사흘째 압수수색했다. 또 충남도에서 최근 1년간 안 전 지사의 상세한 일정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여기엔 국내뿐 아니라 김 씨가 성폭행 장소로 언급한 러시아와 스위스 등 해외 출장 자료도 포함돼 있다. 신규진 newjin@donga.com / 홍성=배준우 기자}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친형을 살해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주 의원 친형의 아들이었다. 7일 경기 구리경찰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 주모 씨(40)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들 주 씨는 지난달 27일 구리시 아파트에 사는 아버지(62)를 둔기로 때리고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전 아버지 아파트 주변 PC방에 아들 주 씨가 다녀간 사실과 살인에 쓰인 흉기에서 발견된 지문 등을 토대로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주 씨가 중랑구로 도피한 것을 확인하고 서울 중랑경찰서와 공조 추적했다. 주 씨는 7일 오전 9시 25분경 중랑구 큰길가에서 일면식도 없던 두 남성을 폭행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담배를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주먹을 휘둘렀다. 중랑서 중화지구대로 연행된 주 씨는 아버지 살인사건에 대해 묻자 “내가 죽였다”고 진술했다. 주 씨는 “아버지에게 돈 몇 십만 원을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아서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주 씨는 직장이 없고 거주지도 일정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8일 주 씨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고 시인이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의 고 시인 담당자 닐 애슬리 씨에게 보낸 성명서를 보도했다. 고 시인은 성명서에서 “일부 인사들이 나에게 제기하는 상습적 성추행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했다. 또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친구들에겐 아내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명예를 유지하면서 계속 (시를)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애슬리 씨에 따르면 고 시인은 지난달 종양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의 성추문을 시 ‘괴물’을 통해 처음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는데 딱하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약 1000자 분량의 글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최 시인은 4일 “저는 없었던 일을 날조해 글을 쓰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정식 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또 다른 문인들도 고 시인이 지방의 대학 초청 강연회와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 등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고 여성의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동아일보 기자에게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